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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색감&인생샷을 얻어 갈 수 있는 전시

현시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sns를 활발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름다운 사진에 관심을 적어도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뛰어난 외모를 지닌 사람들의 소위 간지나는 사진이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든, 아름다운 장소든 어떤 사진이든. 확실한 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이 사진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sns의 유행으로 인해 현재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기가 없었다.
크리스 프레이저(Chris Fraser)의 Revolving Doors/D Museum Youtube 제공
이러한 트렌드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마 한 번쯤은 '인생샷을 건져봤으면 좋겠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소위 간지나는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이번에 D museum에서 준비한 전시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여러분을 정확하게 겨냥한 전시를 준비했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라는 이름의 전시이다.

이 전시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날씨를 테마별로 나누어서 테마에 맞는 사진과 영상, 여러 작품들을 준비한 전시이다. 여러분들을 위해 D-museum에서 직접 촬영한 생생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전시 관람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준비했다. 현장 분위기만 바로 알고 싶다면 맨 아래 영상만을 참고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D Museum의 위치
D museum은 서울 한남동에 옥수역과 한남역 사이에 위치한다. 갈 때는 되도록 대중교통, 그중 최종적으로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1. 자가용 타고 갈게요!->주차할 곳이 미술관 주위에 거의 없다시피하다. 만약 간다면 반드시 주차공간을 미리 알아놓고 가자.
2. 그냥 옥수역이나 한남역에서 걸어갈게요!->미술관이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걸어가면 약간 등산하는 것 같다. 걷는 걸 좀 좋아하는 편이라면 역에서 걸어갈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역에서 좀 가깝더라도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걸어간다면 둘 중 한남역에서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옥수역에서 가는 것에 비해서 좀 더 경사가 완만하고 그나마 구석구석 볼거리도 더 많다.

D Museum
도착하면 큼직한 포스터가 걸린 이 건물이 여러분을 반겨줄 것이다. 사진 밑에 보이는 것처럼 필자가 갔을 때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때가 5월 7일 대체공휴일 날인데 대략 20~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인터파크 티켓에 들어가서 미리 티켓을 구매해놓으면 웨이팅이 좀 더 짧다.(필자는 참고로 현장 티켓을 구매했다) 주로 커플이나 여성분들끼리 온 분들이 많았고 가족단위 관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시장 입구
전시장 입구의 모습이다. 이 앞에서 관람인증샷을 많이 찍는다.
이 미술관은 대개의 미술관과 다른 특징이 몇 개 있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촬영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작품 훼손 및 저작권 문제 등으로 촬영을 금지하는 미술관이 많은데 이곳은 그런 곳과 다르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덕분에 미술관은 사진이 퍼지면서 홍보효과를 얻고 관객들은  많은 사진들을 찍어갈 수 있다.
Revolving Doors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작품이다. 문들이 열리고 닫기면서 문 옆 조명에서 나오는 빛들이 공간 안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온다. 그러면서 공간의 색깔이 계속 변화하는데 그 색감이 독특하다. 이곳이 위에서 두 번째에 올린 사진이다.
첫 테마는 햇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햇살 속에 비치는 세상의  순간적인 모습을 작가들이 사진 속에 담아낸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인상주의 스타일의 그림을 보는듯하다. 햇살 속에 담아낸 찰나의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면서도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듯한 사진들이 많다.
여기 테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사진. 위에 있는 해같이 보이는 건 사실 필자 위에 있던 전등이다. 해가 뜰 때나 질 때를 보고 있으면 뭔가 센티한 느낌이 든 적이 많았다. 이 사진을 보고 그러한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났었다.
눈이 펑펑 내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 사진들이 많았다. 하얀 눈과 초록빛으로 빛나는 지상의 이미지와 대조되는 사진들이었다.
극한 추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진이다. 작품을 통해 본 사람들의 모습 속엔 저기에 왜 저러고 살까 싶다가도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행복이 담겨있었다.
전시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다. 밝은 것에서 어두운 순서대로 테마가 진행되고 있다. 테마별로 이렇게 입간판 같은 것이 있다.
어둠 속에 전시된 어두운 날씨의 사진들. 가장 묵직한 사진들이 전시되어있다.
계단을 올라오며 걸려있던 구름들. 어둠이 걷히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silver lining이라는 영미권에서는 쓰는 단어가 있다. 불행 중 희망이라는 뜻인데 지금 보이는 저 모습이 딱 silver lining인 것 같다. 구름 가장자리에 비친 빛. 다음 테마는 밝은 것과 관련된 것인가 보다. 
D museum 사이트 메인에 걸려있는 사진
바로 여기는 안개와 관련된 테마다. 공간이 안개로 가득 차있다. 곳곳에 사진 찍으면 인생 샷을 찍기 좋은 곳들이 많다. 여기서 사람들이 사진을 계속 찍는다. 가장 신기한 공간이면서 가장 몽환적인 공간이다.
한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고 기록한 것을 모아놓은 것이다. 마치 우리가 평소에 인스타그램을 하듯이 말이다.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앉아서 조용히 영상을 감상해보자.
기념품 숍이다.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들이 마련되어 있다. 하나같이 다 이뻤다. 디 뮤지엄이 정말 기념품 하나는 항상 잘 만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밑에 두 개이다.
폰 케이스와 아트북. 특히 미술전공을 하거나 자연의 색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트북이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 가격은 둘 다 만 원대 중반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현장 영상을 따로 준비해보았다. 현장이 어떤 분위기인지 한 번 느껴보도록 하자.

이번 전시는 화려한 색감을 바탕으로 전시를 구성해놓았다. 사진도 사람을 아주 생각하게 만들기보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덕분에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더라도 쉽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또한 덤으로 인생샷!을 얻어 갈 수 있다는 것. 이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인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러 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D Museum 전시 관람 시간/D Museum 홈페이지 제공
D Museum 전시 관람 요금/D Museum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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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군 복무 중에 휴가 나와서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를 보고 빠르게 리뷰 남깁니다. 이 전시의 전시기간은 5월3일~10월28일까지 입니다.
내일 저는 다시 제 본분으로 돌아갑니다ㅠㅠ 다음 글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최대한 빠르게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군대에서 간송 전형필과 한국 고미술품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다음 글은 ddp에서 꾸준히 전시하는 간송의 수장품과 관련된 글을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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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나와서 쓰시다니 대단.... 건강하세요 ㅠㅠ
흑흑 감사합니다ㅠㅠ
저도 최근에 다녀왔습니다. 우선 전시회 이름이 저에게 묻는거 같아서 호기심이 생겼었어요! 가보니 정말 좋았구요. 작품 하나하나에 위로받는 느낌이였어요.ㅎㅎ 감수성이 풍부하시거나 감정적이신분들은 좋으실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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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s)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천지동 제주도에는 폭포가 많은데 그 중 규모나 경관면에서 단연 으뜸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이다. 6위 토끼섬 (Tokkiseom)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하도리 해안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간조시에는 걸어갈 수 있는 섬이다. 현재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지만 토끼섬의 비경을 감상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탐방객들이 찾기도 한다. 5위 영암 (Yeongam) 위치 :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동쪽은 장흥군, 남쪽은 해남군, 강진군, 북쪽은 나주시와 접한다. 남동쪽 군계를 중심으로 월출산이 천황봉을 최고봉으로 구정봉, 사자봉 등 많은 봉우리를 일으키면서 기암절벽을 이룬다. 4위 만어사 주변 (Miryang Maneosa) 위치 : 경상남도 밀양시 만어산 전설에 의하면, 만어사는 46년(수로왕 5)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대웅전, 미륵전, 삼성각, 요사채, 객사가 있으며 보물 제466호로 지정된 3층석탑이 있다. 미륵전 밑에는 고기들이 변하여 돌이 되었다는 만어석이 첩첩이 깔려 있는데 두드릴 때마다 맑은 소리가 나기 때문에 종석이라고도 한다. 3위 성산일출봉 (Seongsan Sunrise Peak)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거대한 성과 같은 봉우리로 제주도 동쪽 바닷가에 솟아 있는 해발 182m의 수중 화산체이다. 10만년 전 제주에서 생겨난 수많은 분화구 중 유일하게 바다 속에서 폭발해 만들어졌다. 2위 창덕궁 (Changdeokgung)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99 1405년(태종 5)에 지어진 조선시대의 궁궐로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창덕궁은 금원을 비롯하여 다른 부속건물이 비교적 원형으로 남아 있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고궁들 중 하나이다. 1위 한라산 (Halla Mountain)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해안동 제주특별자치도 중앙부에 솟아 있는 산이다. 높이 1,950m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파리일기_그리고 어제 오후 3시쯤 B2 합격증을 받았다
https://youtu.be/wZkjl7Mwi_U 파리에 온 지 1년 하고 40일이 지났다. 지난 10월에는 거의 매일처럼 비가 내렸고 해가 온전히 든 날은 손으로 다 꼽을 수 있을 정도뿐이었다. 빨래가 좀처럼 마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작년에는 어떻게 했었지 생각을 해보다가 일 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기념도 없이 홀연히 지나갔음을, 계절이 침 발라 넘기는 미용실 잡지의 페이지들처럼 몇 가지 색깔만 보여주고서 왼 허벅지 위에서 툭하고 뒤집혀 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비에 젖어 떨어진 낙엽들은 바스락 소리도 없다. 비로 쓸어도 쉽게 쓸리지가 않아 미화원들은 강풍기을 들고 다니며 여름의 흔적을 길가로 밀어낸다. 한 번의 빗질에 양말마다 머리카락이 또 가득이다. 방을 빙빙 돌며 테이프를 찍찍이는 엄마는 매일같이 덧창 너머에서 부지런하다. 어느 정도는 죄책감이 무거운 아침을 들어 열고 겨울이면 방향을 잡아 앵글 안으로 잘도 들어오는 붉은 해에 감탄을 한다. 아 오늘은 어김없이 수업을 가야겠구나. 어느새 우리의 창을 가려주던 나무는 내밀한 제 덩치를 들어내고서 옷걸이처럼 우리의 눈을 긁어댄다. 사랑하는 이들만 아는 베기는 어깨, 힘을 놓기 미안한 갈비뼈, 그 앙상한 스케치. 몇 차례나 갱신한 신분증에도 롤로 말아 부풀린 풍성함들 사이로 팔을 넣어 만지면 놀라 조금은 슬프던 작은 내 사람. 겨울은 더 작게 견뎌야 한다. 바꾸지도 않는 침대는 자꾸 커져만 간다. 경계가, 우리와 남이 고무장갑에 자꾸 구멍을 내는 식칼처럼 느껴지던 우주 같은 어젯밤.  서머타임이 끝나지 않았을 때는 8시가 되어도 해가 다 뜨지 않아 새벽 같은 거리를 삐죽 나온 입을 마스크 안에다 넣고서 한 발쯤 앞서 걷는 그를 따라 학교에 가곤 했었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면 그제야 아침다운 빛이 아이들의 곱슬머리 속으로 숨고, 아이들은 날개같이 등을 가로지르는 사각 가방을 메고서 아빠나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로 총총이며 걸어간다. 나처럼 칭얼대는 애는 없네.  2시간의 수업에 12번도 넘게 핸드폰을 두드려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오흐부아, 제일 경쾌한 프랑스어, 계단을 내려왔을 때 누군가가 길에 잠시 세워둔 샤리오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고 있을 때면 짧지만 그래서 유난히 하얀 이곳의 낮 빛이 연출하는 지독한 콘트라스트에 배고픔에도 빠른 추위에도 몇 호흡은 서서 뭔가를 바라보곤 해야 했다. 같은 하늘을 다른 내가 보는 것, 다른 하늘을 같은 내가 보는 것, 아니 같은 하늘을 같은 내가 달리 보는 것. 투덜대며 끌려가던 수업이 1달 반도 못 견디고 다시 중단되었다. 일일 확진자가 수가 천 단위라니 하며 놀랐는데 1만, 2만을 금세 넘어서더니 10만을 넘기기도 했다. 그렇게 긴 여름밤만큼 쌓인 설거지 거리가 우리를 다시 서로의 좁은 방으로 갈라 넣었다.  이동제한이 다시 실시되기 직전에는 이슬람을 풍자한 만화를 두고 프랑스가 무척 시끄러웠다. 몇 번의 테러가 있었고 죄 없는 사람들이 죽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마우스로 색을 뒤집으며 읽어 보던 텍스트가 가까이 비명을 만들고 총소리를 내고 울음과 외침을 만들며 내 신경 주위에서 움직거렸다. 쉬웠던 판단들도 이제는 무엇 하나 쉽지가 않다. 인종차별과 종교 갈등, 파업, 빈부격차, 이민자, 난민, 전염병 많은 것들이 놀라도록 내 어깨를 툭툭 치는데 나는 아무런 말도 못 정하고서 내일이면 까맣게 잊을 단어들만 외우고 외웠다. 지난해 겨울, 어학원의 껌껌한 계단을 올라 벽처럼 은신한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상형 문자 같던 레벨 테스트 시험지를 빈 페이지처럼 써내고 선생님과 어색한 웃음만 주고받았었지. 봉쥬흐는 알고 쎄 비자는 모르던 우리는 ABC 바로 뒷페이지에 앉아 축축한 겨울과, 기나긴 파업, 그리고 전염병, 이동제한, 시위, 테러 등 프랑스어가 아니래도 새로웠을 단어들을 반복으로 배우며 학교를 갔다가 학교를 못 갔다가 하며 1년을 보냈다.  말 하나 좀 하는 걸로 지금껏, 노래방에서처럼 가끔 스스로 취하고 가끔 주위에게 박수도 좀 받으며 살고 있었는데 사계절을 옹알이만 하며 발가벗겨진 채로 살아야 했다. 말이 없는 나는, 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말재주에 가려진 나의 초라한 밑천들에 밤마다 이를 깨물었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다 상해 파리에서 치과도 가봐야 했다.  무엇도 아닌 내 맘도 아닌 문장들을 말하고 쓰기 위해서 1년을 평생 한 것만큼 공부를 해야 하다니, 답답했고 억울했고 무엇보다 체력이 부쳤다. 간단한 문장이 목에 막혀 아이 같은 말만 뱉고 나면 붉어진 얼굴을 잠시 고개 숙여 감추고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라서, 할 수 있다며 또 11월에는 대학 지원 필수 조건인 B2를 꼭 따야 한다며 늘어진 내 손을 잡아 끄는 장군님 덕에 그럭저럭 몇 권의 책들을 폐지로 내려 보냈고 드디어 지난주에는 속으로는 무리인데 자꾸 되뇌면서도 엠마의 옆에 앉아 B2 시험을 치러 잔다르크가 화형을 당한 루앙으로 갔다. Attestation을 들고 이동제한 직전에 기적처럼 발급받은 머그샷이 박힌 체류증도 손에 꼭 쥐고서 취소된 끝에 학생들의 요구에 재개된 시험을 치러 취소되어 더 비싸게 끊은 TER 기차를 타고 해 질 녘의 센 강 옆을 빨갛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위치만 보고 고른 방은 중앙등이 나가 캄캄했다. 두 번을 내려가서 부른 주인아저씨는 쿠스쿠스를 만들고 있었다며 급한 기색 하나 없이 여유롭게 걸어 올라오더니 또 내려가서 콩알만 한 전구만을 가지고 올라왔다. 키가 무척 큰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팔을 빙빙 돌려 어깨를 풀더니 내가 잡아주는 의자 위에 올라 아슬하게 닿았다가 멀어지는 램프를 검지와 중지로 간신히 달래 갈아 끼웠다. 그러게 별 볼품없는 방이 천장은 왜 이렇게 높은 거지? 비현실적으로 물러나 있는 천장 아래에서 우리는 도무지 잠을 못 이뤘다. 알람도 필요 없이 일어나 앉은 아침, 찬물에 탄 커피를 페이퍼처럼 마시고 시험을 치러 갔다. 우산도 없는데 비까지 내렸고 코로나 때문에 대기실까지 닫아 놓아 우리는 건물 밖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약 1시간의 말하기 시험을 문법을 만들어 가면서 겨우 뭐라도 뱉어 내고 와선 이동제한으로 닫힌 거리에서 갈 곳이 없어 루앙 역 벤치에 앉아 오후 시험을 기다렸다. 오후 시험은 읽기, 쓰기, 듣기 총 2시간 30분 간의 시험이었다. 편하게 보자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니 내년에 또 보면 되지 했던 마음들이 시험을 보면서 이번에 꼭 붙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바뀌었다. 시험이 내용도 그렇지만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이거 두 번은 못 보겠다 싶었다. 마침내 볼펜을 내려놓고 엠마와 서로가 써낸 답이 잊어혀지지 전에 맞춰보자며 서둘러 시험장을 나와 골목을 한 바퀴 돌았다. 걸음마다 지난 1년이 채여 신기해하면서 축축한 바닥에 비치는 서로의 얼굴을 향해 걸었다. 멀리 루앙 대성당의 첨탑이 보였지만 이동제한 중이라 가 보지는 않았다. 합격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루앙으로 다시 여행을 오자 하곤 백 년이 넘었다는 빵집에서 산 샌드위치를 공원에서 대충 씹어먹고 채한 속을 붙잡고 파리 행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어제 오후 3시쯤 메일로 B2 합격증을 받았다. 합격점수를 넉넉히 넘긴 엠마와 달리 나는 딱 0.5점 차로 간신히 합격에 턱걸이를 했다. 한두 시간 실감이 안 나서 이게 정말 합격 점수가 맞는지 합격증은 정말 이렇게 생긴 것이 맞는지 괜히 인터넷을 어슬렁거렸다. 한 문제를 더 틀렸다면 후 하며 아찔함도 굳이 몇 번씩 불러와 공연을 했다. 0.5점이 아니었다면 나는 내년에 무엇을 해야 했을까. 여전히 파리에 남아 어학원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내년의 내가 무엇을 시작하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희극의 장치 같은 이 0.5점을 몇 번이고 꺼내 얘기 하겐 되겠지. 그래도 시간은 밑 빠진 독에도 뭔가를 담아낸다. 단어가 모이면 문장을 꿈꾸고 문장이 모이면 꿈꾸는 사람을 불러낸다.  파리에 온 지 벌써 1년 하고 40일이 흘렀다. 마무리가 있는 한 해는 정말 오랜만이라고 슬며시 혼자 웃어도 본다. 글, 이미지 레오 2020.11.27
아껴 읽고 싶은 너와 나의 이야기: 21
미지를 향해 걷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모호함이 내려앉은 어둠 속에선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미지의 뜻은 '아직 알지 못함'이니 종국엔 존재유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습니다. 저는 그늘에 잠겨가는 사람입니다만⁣ 망명 중인 사람입니다만⁣ 눈을 감으면 거대한 독립국이 태어납니다만⁣ ⁣ 다만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난한 삶 속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호성 속, 섞여 있는 자아와 타자⁣ ⁣ 변질된 독립국을 지닌 채 어둠을 칠갑한 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 ⁣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문학과지성사 #이장욱 하루는 양치를 하려고 세면대 앞에 서서 치약을 짜려는데, 치약통이 마른 오징어처럼 바짝 메말라 있었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그 안에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다. 얼마간은 내 삶이 꼭 그러했던 것 같다.⁣ ⁣ 뚝⁣ ⁣ 옷감에 물을 충분히 적시고 비누칠을 하여 거품과 함께 문댄다.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헹군 뒤 옷을 비틀자 손의 마찰로 인해 손바닥이 빨개진다. 간지럽다. 일순 눈물이 차올라 가만히 서서 손바닥을 바라본다. 비틀고 비틀어도 물은 떨어지고, 짜내고 짜내도 생은 끝나지 않는다. 석양보다 붉은 손바닥의 감촉이 온몸을 간질이고 이내 밤은 찾아온다. 별처럼 돋아나 내 몸을 일렁이게 하는 것들. 물이 떨어져 내린다.⁣ ⁣ #시간의 모서리 #자화상 #김민준 소실부락과 같은 상상의 공동체는 어디에나 있고 너무나 많은지도 몰랐다⁣ ⁣ 아동유괴, 근친 강간, 유산, 불륜, 성폭행, 가정폭력, 자살 시도……. 어디에나 있고 너무나 많은 일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일들이 형상화되어 나를 덮친다. 침몰당하지 않기 위해 잡은 나뭇가지마저 부러졌을 때, 폐부에 들어차는 물을 느끼며 생각한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쩌면 그 시작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살아있었을 뿐이다. 습해지는 손바닥을 옷자락으로 닦아내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 ⁣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민음사 #박민정 우리는 단어를 읽지만 그 단어를 살아낸다⁣ ⁣ '가치'라는 두 글자를 힘주어 노트에 눌러 썼더니 뒷장까지 글씨가 새겨졌다⁣ 마음에 살아내고 싶은 삶의 형태를 눌러쓰다 보면 온몸에 잔존하여 표현될까 싶어 오늘도 내면의 한 페이지를 연다⁣ ⁣ #아무튼 메모 #위고 #정혜윤 지금 생각해보면 제일 무서운 건 역시 사람의 마음이다.⁣ ⁣ 절망을 온몸에 휘감고 있는 자와 절망을 안은 채 살아내고 있는 자의 공존. 수많은 죽음과 사연을 읽으며 '살아있다'는 감각에 집중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내 모습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는 말이 맴돈다. 적어도 내장이 쏟아져 내리고, 부패한 채 발견되고 싶지는 않다. 아, 오늘도 살아야겠다.⁣ ⁣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마시멜로 #다스슝 한번 깨져버린 마음을 한 조각씩 주워 담아 다시 이어붙여 볼 수는 있겠지만 한번 깨졌던 흔적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 사람의 여생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 기화된 마음엔 눌어붙었던 자국밖에 남지 않는다 ⁣ ⁣ #깨지기 쉬운 마음을 위해서 #별빛들 #오수영 본래부터 인간과 세계가 부조리한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이 어쭙잖게 그 존재의 의미와 목적 같은 것을 생각하려고 들 때, 인간과 세계는 부조리해진다.⁣ ⁣ 바른 것보다 구겨진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듯 구김을 더하는 이들에게 이치란 동떨어진 것이다. 그릇된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반복된 행동이 삶의 태도가 된 것일까. 일상과 뉴스를 넘나들수록 얼굴이 구겨진다.⁣ ⁣ #생각의 말들 #유유 #장석훈 "네가 좋아"라는 두 마디를 이렇게 정성껏 늘여서 해주는 사람, 혹시 이번 생에 만난 적 있으신지. 만약 있다면 그 사람을 잘 보호해주시기 바란다. 분명 반달가슴곰이나 장수하늘소 같은 멸종 위기종일 테니까.⁣ ⁣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책을 정독하고 그와 함께 삶의 숨을 함께 하는 이의 글은 처음이다. 이분이야말로 나에게는 장수하늘소와 같다. ⁣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을 써 내려갔던 그가 궁금해진다. ⁣ ⁣ #아무튼 하루키 #제철소 #이지수 베란다 확장을 한 창문 밖으로 저 멀리 흘러가는 한강을 보다가 어머니는 한시름 놓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 뭐가 안심이 되느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너의 인생이."⁣ 너의 삶.⁣ 너의 행복.⁣ 너의 안전.⁣ 그런 단어를 들으면 나는 열 손가락이 모두 바늘에 찔린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단 한 방울의 피 정도를 부르는 미미한 고통이겠지만 그런 성가시고 못마땅한 고통 뒤에 분명히 떠오르는 감정들이 있었다. ⁣ ⁣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한들 달라질 수 있는 건 없지 않을까. 새 살이 돋아도 흉터는 남는 것처럼. 흉진 마음을 안고 사는 자의 손이 앞 뒤로 흔들리다 사라진다. ⁣ ⁣ #작은 동네 #문학과지성사 #손보미 그런데 엄마, 한만수에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아.⁣ ⁣ 그 애는 거기 살라고 하면서 내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 돌아오지 말라고. 너 살기 좋은 데 있으라고.⁣ ⁣ 나는 늘 그것을 묻고 싶었는데.⁣ ⁣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 두꺼운 빙판도 얇은 곳이 있다. 미처 다 얼지 못한 구석. 많은 것을 참고 견뎠다 해서 강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삼킬 수밖에 없던 나날들이 떨어져 내린다. 왜 먹먹해진다고 하였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하는 입에서 피비린내가 난다.⁣ ⁣ #연년세세 #창비 #황정은 나만을 생각하며 꽃을 꽂아 편지와 함께 보내준 친구의 마음. '겨울 속 봄이 피었구나' 생각하며 붉어진 얼굴을 매만집니다. 힘듦 속에서 힘든 것만 생각하면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을 뿐이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채 앞으로 나아갔을 때 작지만 웃음 지을 수 있는 삶이 있다는 걸 느끼며 오늘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