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도종환
여름이 오면 겨울을 잊고
가을이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하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거라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피던 믿음을
구름은 손 저으면서
그만 두라한다
산다는 것이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날 돌처럼
부대끼며 돌아 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 서며
잊었다 흔들렸다
그렇게 살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