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hwa2x3
1,000+ Views

제 10 장. 낭자, 이름이 무엇이오. (1)

“참으로 어여쁘다.” 다음 날, 채랑이 손수 준비해 놓았던 옷을 곱게 차려입은 채희가 경대 앞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나도 썩 분칠 솜씨가 좋지는 않지만.” “…….” “내가 한 번 해주어 볼게.” 채랑은 자신이 더 들떠, 뽀얀 채희의 얼굴에 분을 톡톡 두드렸다. 채희는 양 볼이 발그레 상기된 채, 낯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샛노란 저고리에, 자줏빛 치마. 고운 색감의 배씨댕기 까지. 한 번도 치장해본 적 없던 채희라, 영 낯설기만 했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지만은 않았다. “와…너무도 곱다. 양귀비가 따로 없어.” “언니두 참…” “이리 꾸며놓고 보니…나와 조금, 다른 것 같기두 하구?” 채랑은 그리 말하며 호호호, 웃었다. 밖에선 좌상과 정경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듣고 있었다. “얘, 채랑아. 들어가도 되겠느냐.” “예? 예, 어머님.” 좌상과 정경이 채랑의 방으로 들었다. 곱게 옷을 입고 한껏 꾸민 채 경대 앞에 앉아 있던 채희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좌상과 정경에게 인사를 올렸다. “어쩜…이리도 고울 수가 있느냐.” 좌상과 정경 역시 처음 보는 채희의 어여쁜 모습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쑥스러운 듯 채희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조금 숙였다. “그냥 장옷을 뒤집어쓰고 책방만 서둘러 다녀오면 되는데…언니가 이리 아침부터 꾸며 놓아서…” “그래두 이리 입혀 놓으니 참으로 곱지 않아요? 나랑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어요. 그렇죠, 어머님 아버님?” “그러게? 우리 채희가 채랑이보다 훨씬 더 어여뻤구나? 하하하!” 모처럼 만에 핀 웃음꽃이었다. 언제나 채희를 산 속 깊은 곳에 홀로 지내게 해두어 마음 편한 날 없던 정경과 좌상이었다. 채희는 곧 고운 비단 장옷을 채랑에게 건네받곤 방을 나섰다. 채랑은 채희가 저잣거리를 다녀올 때까지 이 방에서 꼼짝 않고 자수나 놓고 있겠다 했다. 혹여, 채랑이 방 밖을 나서 돌아다니다 노비들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채랑 아가씨가 둘이라는 소문이 날 게 뻔 하였으니. “그럼…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모처럼, 아니 처음으로. 채희는 장옷을 뒤집어쓰지 않고서 방 밖으로 나섰다. 마루 아래서 채희를 기다리고 있던 휘영은 처음 보는 채희의 어여쁜 모습에, 눈이 동그래져 흠칫 놀랐다. 채희는 그런 휘영의 놀라는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게…많이 어색한가.” “…아, 아닙니다, 아가씨.” 꼭,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 했다. 휘영은 괜히 자기가 쑥스러워져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한 손에 비단 장옷을 꼭 쥔 채, 사뿐사뿐 마당을 지나 대문을 나서는 채희. 그리고 마당에서 옹기종기 비질을 하고 있던 노비들은 채희의 모습에 저들끼리 모여 숙덕댔다. “채랑 아가씨, 간밤에 좋은 꿈이라도 꾸었나 보오.” “그러게. 안색이 훨씬 더 좋아지셨다?” “오랜 벗이라는 그 무녀가 와서 그런가?” “아, 어제 그 허름한 차림의 여인이 무녀인가?” “그런 소문이 있던데. 확실치는 않어. 무녀란 말도 있고, 오랜 벗이란 말도 있고.” 채희의 정체를 두고 노비들은 왈가왈부하다, 이내 꾸민 채희의 모습이 너무 곱다며, 채랑 아가씨가 혼례를 치룰 때가 다되어 미모에 물이 오른 것이라 저들끼리 감탄했다. * * * “내 모습이…언니와 흡사하지 않은가…?” 채희는 연신 길을 지나며 자신을 보곤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고개를 푹 숙였다. 휘영은 그런 채희의 뒤를 따르다 숙덕대는 사람들을 보곤 옅게 미소 지었다. “아닙니다. 채랑 아가씨와 같사옵니다.” “그런데…어찌 사람들이 저리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보는 것인지.” “이상한 눈초리가 아니라, 아가씨가 고와서 그러는 것일 겁니다.” 휘영의 말에 채희는 걷던 걸음을 멈추곤 휘영을 돌아보았다. 휘영의 곱다는 말에 양 볼이, 그만 발그레해졌다. 채희는 흠흠, 헛기침을 하곤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늘 숨어 지내는 것이 익숙한 터라 사람들의 평범한 시선들도 불편하신가 봅니다.” “…그런 것인가. 그냥 장옷을 뒤집어써야겠다.” 채희는 곧 비단 장옷을 뒤집어썼다. 한결, 편안해졌다. 채희는 처음으로 편안한 걸음걸이로 여유 있게 주위의 풍경들을 둘러보며 저잣거리로 향했다. 언제나 꽁꽁 싸맨 채, 행여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지레 겁을 먹고 움츠러든 채 바삐 걸음을 움직여야만 했다. 이리도 바람도 부드럽고, 햇살도 따사롭고, 꽃 냄새도 향기로운 지 채희는 그간 알지 못했다. “아름다운…봄날이구나.” 채희는 그렇게 읊조리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뒤에서 그런 채희를 바라보던 휘영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와 달리 조금 들떠 보이기까지 하는 채희. 그러던 그때, “하하하! 술이라도 한 잔 따르라니까!” “이거 놓아주셔요!” “어허! 어느 안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야” 웬 으리으리한 기방 앞에서 삿갓을 비뚤어지게 쓴 도령이 가채를 높게 올린 기생의 손을 우악스럽게 잡아끌고 있었다. 채희는 걷던 걸음을 멈추곤 둘의 실랑이를 바라보았다. “보는 눈이 많사옵니다. 도련님. 제발, 제발 놓아주셔요.” “네깟 년이 술을 따르라면 따를 것이지! 웬 말이 많아!” “그러니 안으로 드시라니까 왜 쇤네의 손을 잡아끌고 나오신답니까!” “집으로 가자! 내 오늘 네 년이 말만 잘 들으면 내 첩이라도 삼아 줄 터이니, 하하하!” 그러곤 재미있다는 듯, 삿갓을 비뚤어지게 쓴 도령 무리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곧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도령의 손에 질질 이끌려 기방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곱게 생긴 기생. 채희는 장옷을 꾹 쥔 채, 저벅저벅 그들을 향해 걸었다. 그러자 그런 채희의 앞을 휘영이 가로막고 섰다. “그냥 모른 체 하고 가시지요, 아가씨.” “비켜라.” “그러다 곤혹이라도 치루시면…” “치러도 내가 치른다. 너에게도, 그리고 언니에게도, 아버님에게도 누가 될 행동은 하지 않을 터이니 비켜라.” “하지만. 채랑 아가씨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차라리 관아에 가서 고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런 무례한 짓거리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버님께 누가 되는 행동이다. 비키라 하지 않았느냐.” 그때, 그런 휘영과 채희 뒤로 우의정 장자인 민혁과 부인, 유정이 지나다 이내 걸음을 멈추곤 채희와 휘영을 바라보았다. 일전의 면이 있던 휘영을 유정은 빤히 바라보곤 이내 장옷을 뒤집어 쓴 채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민혁 역시, 유정을 따라 민혁과 채희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관아에 간들 달라질 것이 무엇 있느냐.” “…….” “관아에서 저 도령에게 곤장이라도 칠 것이냐?” 당돌한 채희의 말에 유정은 눈이 동그래져 채희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민혁 역시 그런 채희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가재는 게 편이라, 저 여인을 지켜줄 이는 관아엔 없다. 그러니 비키거라.” 하고 채희는 휘적휘적 휘영을 지나쳐 무례하게 기생을 질질 끌고 가는 도령 앞에 우두커니 섰다. 도령의 가까이에 가니 술내가 진동을 했다. 채희는 자연스레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미 창피함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기생은 갑작스런 채희의 등장에 흠칫 놀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손 놓아주시지요.” 채희는 장옷을 뒤집어쓴 채, 도령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술이 거나하게 취한 도령은 피식, 웃으며 채희를 한 손으로 거뜬히 밀어재꼈다. “상관할 바 아니잖아? 비켜!” 두어 걸음 물러난 채희는 다시금 도령 앞에 멈추어 서서는 도령과 그의 무리들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런 당돌한 채희의 모습에 유정은 눈이 동그래져 고개를 갸우뚱했다. “좌상대감 여식 채랑 규수가 아니더냐?” “……” “일전에 보았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듯한데.” 늘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조곤조곤 말하던 얌전한 채랑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채희의 모습에 유정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옆에서 그런 채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민혁은, 낯익은 목소리에, 그리고 장옷 새로 보이는 낯익은 모습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 했다. “어…혹시…그때…?” 채희는 뒤집어썼던 장옷을 벗으며 무례하게 구는 도령들을 빤히 응시했다. 그러자 채희의 얼굴을 보곤 흠칫 했다. “좌상댁…채랑…아가씨 아닌가?” “그러한 듯한데.” 기생은 좌상댁의 채랑 아가씨라며 수군대는 무리들의 말을 듣곤 눈물을 훔치며 채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같은 여자가 보아도 한 눈에 반할만한 아름다운 외모였다. “그 손. 놓아 주시라 했습니다.” “아가씨가 참견할 일이 아니오. 가던 길이나 가시오!” 이번에도 채희를 손으로 밀치려 그 도령이 오른 손을 뻗었는데, 채희는 그 손을 잡아 채 아프게 홱, 꺾었다. “아! 아아! 아아아!” “놓으라, 했습니다.” 화가 많이 난 듯, 채희는 그 말을 딱딱하게 내뱉으며 술에 취한 도령의 오른 손을 아프게 꺾었다. 그러자 도령은 팔짝팔짝 뛰며 기생을 쥐었던 손을 잽싸게 놓곤 채희에게 놓아 달라 사정했다. “이거, 이거 놓아 주시지요! 놓았소! 놓았소!” 기생의 손을 놓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채희는 꺾었던 도령의 손을 놓았다. 당돌한 채희의 행동에 옆에 우두커니 서 있던 기생은 물론이거니와, 그걸 바라보고 서 있던 유정은 물론, 옆에 있던 민혁까지 화들짝 놀랐다. 그러더니 이내 민혁은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으며 코끝을 매만졌다. 유정은 그런 채희의 행동에 입을 떡하니 벌린 채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어디 반가의 규수가 사내의 손을 저리 함부로 꺾어. 채랑 규수에게 저런 면이 다 있었나 봅니다.” “왜요, 어머님. 씩씩하고 정의로운 모습이 보기 좋은데요.” “아드님! 그런 말은 함부로 마세요! 이 어미는 보기만 해도 무섭습니다.” 하며 유정은 이마를 짚으며 슬쩍 민혁의 옆에 바짝 달라붙었다. “어찌! 이런단 말이오!” 아직 통증이 가시지 않은 도령은 채희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채희는 피식, 차갑게 미소 짓더니 이내 기생의 빨갛게 부운 손목을 쥐어 도령 앞에 보여 주었다. “그러는 도련님은 어찌, 연약한 여인네에게 이러신단 말입니까?” “흠…흠흠! 그것은 내 술이라도 한 잔!” “술을 기방에서 드실 것이지 어찌 기방에 있는 여인을 무례하게 잡아끌고 나와 이런 행패를 부리신단 말입니까?” “행, 행패…? 행패라니?!” “학문을 배우고 행하시는 공자님들이 이런 추악스런 행동을 하는 것이 행패지, 행패가 달리 행패겠습니까.” “…뭐?” “더는 부친의 존함에 누를 끼치지 말고 공자님답게 행동들 하시지요.” 그렇게 말하며 채희는 생긋, 웃었다. 아름다운 미소였다. 이리도 고운 여인이 이리도 고운 미소를 지으니, 도령들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흠, 흠 마른기침만 내뱉으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하나같이 옳은 말이었기에 채희에게 더 말대꾸도 못한 채, 서로 눈치만 보던 도령들은 이내 헐레벌떡 도망치듯 사라졌다. 채희는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치는 도령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괜찮습니까?” “괜, 괜찮습니다, 저는. 감사합니다, 아가씨. 이,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기생은 채희에게 고개를 푹 숙여 보이며 수치의 눈물을 닦았다. 그러자 채희는 자신의 소매 폭에 넣어 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채희에게 건넸다. “은혜는 무슨. 괜찮다면 되었습니다. 창피해서라도 앞으론 그대를 저들이 찾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세요.” 하며 채희는 미련도 두지 않고 휙, 돌아섰다. 휘영은 그런 채희의 뒤를 따랐다. 기생은 시원스레 돌아서는 채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채희를 황급히 불렀다. “아가씨! 아가씨!” “……?” “이 수건은…” “가지세요. 나보단” “…….” “그대가 더 필요할 것 같으니.” “…….” “저깟 놈들 때문에 눈물 보이지 마세요. 고운 얼굴 버립니다.” 하고 채희는 뒤돌아서서 갔다. 여인이었지만 참으로 멋있단, 생각이 들었다. 기생은 한참을 채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채희를 바라보고 있던 민혁은 서둘러 채희를 뒤따랐다. “아드님! 아드님 어딜 가십니까!” “어머님, 잠시만요! 잠시만 지체하겠습니다!” 채희는 다시금 장옷을 뒤집어쓴 채 책방으로 향하려 모퉁이를 돌았는데, 어디선가 급히 나타난 민혁이 그런 채희의 팔을 쥐었다. “……?” 자신의 팔을 갑작스레 쥐는 민혁에 채희는 화들짝 놀라며 장옷을 떨어뜨려 버렸다. 채랑과 꼭 닮은 얼굴. 하지만 어딘가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일전에 채랑과 대화를 나누어 본 적 있는 민혁은 채랑과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분명 채랑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 채희는 경계의 눈초리로 민혁의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 가까이에서 본, 채랑의 아니 채희의 얼굴은 참으로 고왔다. 민혁은 가만히 채희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섰다. 그때, 휘영이 황급히 채희의 앞을 가로막고 서며 민혁을 제지했다. “무례하십니다.” 채희는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민혁을 덩달아 빤히 바라보다 이내 서둘러 떨어뜨린 장옷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는데, “낭자.” “…….” “우리…안면…있지 않소?” “……?” 채희는 안면이 있지 않냔 민혁의 말에 다시금 민혁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는데. “그저 지나치는 바람이라 여겨, 내 다시 낭자를 마주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 “그것이 한낱 지나치는 바람이 아니었나봅니다. 이리 다시 만나, 한 눈에 알아보는 것이.” “……!” 채희는 민혁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장옷을 황급히 주어 뒤집어썼다. 심장이 쿵쾅 거렸다. 혹여 자신의 정체가 노출된 것은 아닐까 채희는 장옷을 뒤집어 쓰고도 모자라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모, 모릅니다, 나는.” 하고서 황급히 자리를 뜨려는데, “낭자. 이름이 무엇이오.” 어찌…자신의 얼굴을 빤히 보고서…, 저잣거리의 아니 한양 사람이라면 채랑의 얼굴을 모를 이 없을 텐데…어찌, 자신의 얼굴을 빤히 보고서 이름을 묻는 것인지. 채희는 순간 숨이 멎을 듯 했다. * * *
Comment
Suggested
Recent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Chapter 55. 당분간 너, 내 ‘자기’ 해라.
“남자…친구요?” 수정의 질문에 로라는 머뭇, 거렸다. 머뭇거리는 로라의 모습을 수정은 의아스럽게 바라보았다. “있…어요.” 그 말을 하는데 로라의 심장이 찌릿, 했다. 수정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이 여자…무엇을 알고 날 찾아온 걸까?’ “다짜고짜…이렇게 찾아와서…상담을 나누기엔…” “…네?” “우리 둘 사이가…그리 가까운 건 아니라…많이 망설였어요.” “…….” “그런데…도저히, 말을 할 곳이 없어서.” 수정은 자신 없다는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여전히 긴장한 채, 로라는 수정을 빤히 바라보았다.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 듯하였다. 꼭, 유부남 꼬시다 걸린 불륜 녀가 된 심정이었다. “그래도 앞에서 눈물 한 번 보였다고.” “…….” “두 번은…쉬울 거란 생각에.” 수정은 들었던 고개를 들어 로라를 올려다보았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였다. 로라는 당황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이리…무례함을 범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니…저…저기.” “남자…친구가…” “…….” “양다리인 것 같아요….” “예, 예?!” “저는…이제 어떡하죠? 흐윽…” 수정의 말에 로라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말인 즉슨, 그 양다리의 상대가 ‘로라’인 것은 수정이 아직은 모른다는 것!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틀어막고서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는 로라였다. 수정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가녀린 어깨를 들썩였다. “그…그게…무, 무슨…” “많이…놀라셨죠…, 저도 너무 놀라, 처음엔 믿을 수 없었어요.” “저…그러니까 그게….” “실은 제 남자 친구가…” “네?” “여기 바로 옆…동물 병원…” “……!” “원장…선생님이거든요….” “아…!” 쾅, 쾅, 쾅! 로라의 귓가에 판사봉이 쾅, 쾅, 쾅 크게 내려쳤다. 그랬다, 이로써…맞을까, 아닐까 미련과 의심, 희망과 고문 사이에서의 기나긴 밀당은 끝이 나버렸다! * * * 기태는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고 운전석에 기대었다. 머리는 더욱 지끈거려다. 두통약을 먹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어, 벌써 세 알 째 흡입 중이었다. 병원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주차장에 한 시간 째 버티고 있던 기태. 곧 기태는 차에서 내리기 위해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떠, 정면을 바라보았는데. “……?!” 수정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또 무슨 일로…, 기태는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리기 위해 문고리를 쥐었던 손을, 놓아버렸다. - RRRRRRR 아버지, 새 어머니, 번갈아 가며 휴대폰에 불을 내고 있었다. 기태는 성가시다는 듯, 전원 버튼을 눌러 휴대폰을 끄고 말았다.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오는 통에, 기태는 이제 숨마저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기태는 습관처럼 로라를 찾았다. 두 눈을 감아도, 선명히 떠오르는 로라의 얼굴. 밝고, 활기찬 그녀를 떠올리면 기태의 갑갑해져 오던 숨통이 조금은 트이는 듯 했다. “로라씨….” 기태는 로라의 이름을 기침처럼 내뱉으며, 시동을 걸었다. 로라에게 가기 위해서, 아니…자신이 살기 위해서. * * * “어디 갔데?!” 도헌은 일찍 볼 일을 보고 병실로 돌아왔는데 로라는 없고, 덩그러니 침대 위에 메모지 하나만 놓여 있었다. -구도발. 이 몸은 워커홀릭이라, 도저히 못 쉬고 워커 하러 간닷! 술 마시러 간 거 아니니까, 늦게 들어와도 의심하기 없기. 너 오늘 피곤하면 집 가서 자도 됨. ㅃㅃ “뭐야…이제 와서 워커홀릭인 척 하기는.” 도헌은 어깨를 으쓱하며, 사 온 아이스커피를 내려놓았다. 가게에 간 거겠지, 도헌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후 2시. 밥은 먹었으려나…, 의사 선생님이 무리하지 마라고 했는데. 도헌은 손목시계를 한참 내려다보다, 이내 로라의 가게로 가기 위해 다시금 커피를 쥐었다. 그때, - RRRRRRR “어….” 집이었다. 집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도헌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선뜻 전화를 받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전화가 곧, 끊겼고 10초 정도 후에, 다시금 걸려왔다. 집이었다. 더는…, 피할 길이 없다고 도헌은 판단하였다. “여보세요.” “한국이지, 너? 당장 집으로 와라.” “엄…마.” “엄마고, 아빠고, 부를 것 없어. 당장 와.” “…오늘은 못가요.” “내가 그리로 찾아갈까?!” “내일…갈게요. 죄송합니다.” 하고 도헌은 전화를 끊었다. 분명, 지혜의 짓일 테였다. 도헌은 한숨을 내쉬며, 이젠 자신의 전화번호 목록부에선 지워지고 없는 그녀의 번호를 꾹꾹 눌렀다. “여보세요.” “한지혜.” “어머님 전화…받았니?” “…뭐하는 짓이냐?” 역시, 그녀의 짓이었다. 마치 도헌이 전화가 걸려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지혜는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 도헌은 밀려오는 분노감에, 당장이라도 욕을 퍼부어 주고 싶었지만. “뭐라고…지껄였냐, 너.” “어머님께 다 말씀 드렸어. 내 잘못도, 너 귀국한 것도.” “근데…우리 엄마가 아직 널 며느리로 생각하고 계시더냐?” “무릎 꿇고 빌었거든. 필요하다면 너에게도 무릎 꿇고 빈다고도 했고.” “필요…하다면? 너 굉장히 골 때리는 애구나? 이 정도였냐?” “만나. 만나서 얘기해. 너 여자랑 동거한다는 얘긴 아직 안했어. 그거까진 못 하겠더라.” “미친….” “뭐라고?” “넌 진짜 미친 애야. 만나긴 뭘 만나. 총 맞았냐, 내가? 밥 맛 떨어지게 너랑 얼굴 마주보고 앉아 있게?” “뭐?” 뭐?, 하는 황당해하는 지혜의 목소리를 끝으로 도헌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앞에 놓인 의자를 쾅, 하고 발로 차 버리곤 병실을 나섰다. * * * “아니…그…건 제가…” “혹시…보신 적 없을까요?” “네…뭐, 옆 집…선, 선생님이라면…왔, 왔다, 갔…갔다.” ‘이건…대체 무슨 상황이야? 내가 여기서 이렇게 모른 척 하고 넘어가버리면 불륜 녀랑 다를 게 뭐야? 나도 피해자라구! 나도 모르고 만난 거라구! 얼른 이 여자에게 모든 상황을 이야기 해야만 해!’ 하고 마음먹었지만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 여자에게, 로라는 차마 그 말만은 하지 못했다. “혹시 다른 여자랑…같이 있는 건…못…보셨나요?” “…예에?! 아, 저, 저는…그, 글쎄요.” ‘다른 여자 = 오로라’ 로라는 머릿속으로 그 공식을 그리며 난감하다는 듯, 울상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수정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거든요…. 놓치고 싶지 않아요.” “…겨, 결혼이요?!” ‘그래놓고 나한테 결혼 하자고?! 이 새끼가 진짜?!’ 로라는 울컥, 화가 치솟았다. “이해…안 되시겠지만…저, 그 남자 놓치기 싫어요. 나쁜 사람인 거 알고, 지금 다른 여자 생긴 것두 알고…헤어지는 게 맞다는 것도 알지만.” “…….” “마음이 그러질 못해요…, 잠시 그 남자가…방황하는 거라…생각하고 있거든요. 다시…꼭 돌아올 거라 생각해요.” 로라는, 진심어린 그녀의 말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어쩌면 지금의 자신보다 기태를 더욱 사랑하고, 또 기태의 방황에 더욱 마음 아파하고 있는 듯 하여 로라는 불편해져 왔다. “상대방의 그 여자는…남자 친구 분이 여자 친구가 존재한다는 걸…알고…있나요?” 모든 것이 꼭, 드라마 속 같았다. 자신이 철저하게 연기를 하고 있으니, 꼭 짜인 대본을 두고 드라마를 촬영하는 것만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 질문을 던지며, 로라는 수정의 표정을 살폈다. 순간, 수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요.” 수정의 말에 로라는 어쩐지 안도감이 들었다. 이것이 안도를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었는데, 저도 모르게 안도하고 말았다. “그럼…이제 어쩌실 생각이죠?” 자신도 지금 어찌해야 할지 모르면서. 그 질문이 얼마나 그녀에게 가혹한 것인 지, 알면서도 로라는 물었다. 지금 자신의 남자 친구인 기태의, 퍼스트 여자 친구인 그녀에게. “헤어지진…못해요. 기다릴 거예요.” “…기다리면…돌아는, 간데요 남자 친구 분이?” “네. 그럴 거라고 믿어요, 저는.” “확신…하시는 것 보니, 오래 사귀셨나 봐요.” “2년 조금 넘게요. 결혼은 이번 해에…약속했었어요.” 이것은 상담을 가장한, 뒷조사였다. 현 남친의 양다리에 대한 조사. 로라는 그 질문을 내뱉으며 스스로의 뻔뻔함을 칭찬했다. “그럼 상견례는…다 한…상태겠군요.” “네. 식 날짜만 잡으면 되는 거였는데…그랬는데….” “울지 마시구요. 아마 그 상대방 여자도 몰라서 그럴 거예요.” ‘거짓말. 다 알면서!’ 로라는 자문자답하는 것도 아니고, 입 밖으로는 질문을 내뱉고 대답은 속으로 하고 있었다. 그녀의 진심어린 눈물이, 어쩐지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이렇게 마주보고 있기가 굉장히 불편했다. “그래서…제가…고민이에요.” “네?” “이걸…그 여자에게 모두…말을 해야 할지.” ‘헉! 그 여자…가 누군지…설마 알고 지금 날 찾아 온 거 아냐?! 괜히 나한테 차 선생님한테서 떨어져라, 경고라도 하려고?!’ 로라는 속으로 화들짝 놀라며 입을 떡 벌린 채 그녀만 바라보았다. 그러자 곧, 그녀는 로라를 응시하며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 “…말을 하면 헤어져 줄까요?” “예, 예?!” ‘헤어져 줄 거예요?’ 하고 자신에게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로라는 난감하다는 듯 입술만 물었다, 달싹였다, 안절부절이었다. “그 분이 알아서 헤어져주길 바라기엔…그 시간들이 너무도 지옥 같아요.” “그 여자가…누군지…알고는 계신건가요?” “아니요…, 하지만 오빠 휴대폰만 뒤져보면…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 싸이코패스도 아니고 설마 모든 걸 다 알고 와서 지금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연기를 펼치진 않을 것이었다. 수정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그 여자도 사정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금만 더…기다려 보세요.” “…흐윽…흑.” “그 여자도…아예…모르진 않을 거예요.” 이래놓고, 그 여자가 자신인 걸 이 여자가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큰 상처와 배신감을 얻게 될지, 로라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거렸다. 로라는 주먹을 꾹 쥐곤 수정을 빤히 바라보다,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세컨드 주제에, 퍼스트를 위로하다니. 살다 살다, 돈 주고도 경험 못할 희귀한 경험이구만.’ 로라는 멋쩍게 웃으며 수정을 위로했다. “그 상대방 여자는 더 알려고 하지 마시구요, 그 남자 친구 분…굳게 믿구…기다려보세요.” “네…, 그럴게요. 그래야겠어요.” “그렇게 믿고…계신 남자 친구 분이라면…꼭 돌아갈 겁니다. 그런데요.” 로라는 말리고 싶었다. 자신 역시 지금, 기태의 손아귀에 있는 상태였지만…그녀를, 이토록 마음 여린 수정을 말리고 싶었다. “웬만하면…헤어지는 쪽으로 생각해보세요.” “…예?” “그렇게 썩…좋은 사람 같진 않아요.” “…….” “있죠, 돌아올 사람이었음.” “…….” “애초에 떠나지도 않아요.” “…….” “그런 사람은 돌아와도 돌아온 것이…아닌 거죠.” “…….” “또 언젠간 떠날 거예요. 그리고 습관처럼 다시금…찾을 거예요, 그쪽을.” 이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로라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라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그리고 그럴 처지도 아니었으면서 로라는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로라의 말에 생각에 잠긴 듯, 수정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제 말…너무 야속하게 듣진 마시구요.” “알아요. 감사해요, 이런 푸념…들어주셔서. 그래도 이렇게 말하고 나니 속이…시원해요.” “…아, 뭘요.” “혹시나 제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랑 있거나…지나가는 걸 보게 되면…” “…예?” “제 번호예요, 이쪽으로 연락 좀…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아, 네….” ‘대체 나는 이 드라마 속에서 세컨드 인거야, 아님 악역인거야, 아님 스파이인거야.’ 로라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자신의 번호가 담긴 쪽지를 건네자, 손을 덜덜 떨며 받았다. “죄송해요, 이런 부탁…드려서.” “아닙니다. 괜…찮아요.” 그때, 누군가가 벌컥 가게문을 열고 들어섰다. 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뒤를 돌아보았다. “오호라! 밥 먹었어?!” 구도발이었다. 수정은 도헌의 등장에, 도헌을 한 번 로라를 한 번 바라보더니 황급히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남자…친구 분이신가봐요.” 하는 수정의 말에 도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로라를 바라보았다. 로라는 그런 도헌에게 눈을 찡긋해보였다. “네…! 자, 자기! 왔어?!” ‘자기라니…구도발에게 자기라니!’ 로라는 속으로 절규하며 성큼 도헌의 곁에 섰다. “자…자기?!” “그래, 자기, 내 허니. 하하하!” “돌았…어요?” “하하하! 돌다니, 아, 자기-. 여긴 우리 가게 단골 손님이셔.” 도헌은 로라의 말에 수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낯이 익었다. 눈물범벅이 된 수정을 빤히 바라보다, 도헌은 로라가 갑자기 왜 이러나, 다시금 수상쩍은 눈으로 로라를 돌아보았다. 수정은 가만히 도헌과 로라를 바라보더니 이내 입술을 굳게 앙다물곤 로라 앞에 섰다. “양…수정이에요.” “…….” “종종…이렇게 들러도 되죠?” “…네? 아…네, 네. 저, 저는.” “…….” “오로라…입니다.” 수정은 로라에게 악수를 청했다. 로라는 그런 수정을 빤히 내려다 보곤 이내 수정의 손을 맞잡았다. 이로써 ‘차기태’의 퍼스트와 세컨드가 손을 맞잡은 경사스런 순간이었다. * * * “뭐어?! 그 여자라구요?! 미쳤어요?! 이름 가르쳐주게?!” “아, 나는 이제 안 해. 복수고 나발이고 안 해!” 수정이 돌아간 뒤 로라는 벌벌 떨며 휴대폰을 꺼냈다. “뭐하게요!” “전화하게. 차씨한테.” “차…씨?” “차기태말이야!” “언젠 선생님, 선생님, 정중히도 부르더니만?!” “선생 같은 소리하네! 이런 파렴치한!” 로라는 그렇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기태의 전화번호를 꾹 눌렀다, 하지만. “전화기는 왜 꺼놓고 지랄이래?! 그래, 지은 죄가 많아서 전화도 제대로 못 받겠지!” 로라는 부르르 떨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도헌은 그런 로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이제 어쩌시게? 퍼스트 보고 나니, 겁이 확 나요? 뺏니 뭐니 어쩌니 하더니만?” “야, 야. 그건 진짜 뺏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다 사정이 있었잖냐. 아무튼! 이제 안 해.” 로라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곤 카운터에 머리를 쿵, 하고 박았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 문드러지고 아파왔다. “왜…내 사랑은…” “…….” “다…이따위야?” “…똥차 가고 폐차 온 격이지, 뭐. 그러니 뭐랬어요! 잘 알아보고 사귀라…” “야. 구도발.” “아, 놀래라.” 로라는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도헌을 응시했다. 그러자 도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로라를 흘겨보았다. “뭘 또 그렇게 느끼한 눈으로 쳐다보고 난리래?!” “너.” “뭐요.” “당분간만 내 자기 해라.” ******* 오늘이 그러니까,,,월수금중에 월인데,,, 화,,,,^_^;욜 업,,,,뎃! 송구하옵니다ㅠ_ㅠ 그래두,,,화욜 날밝기전에 후딱,,,업뎃했으니,,용서를,, 전,,도망을 가보겠습니다!
Chapter 56. 좋게 말할 때, 헤어져 주라.
“아 뭔 그런 이상한 요구를.” “……?”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한데?” “아 해줘! 해줘! 해줘야만 해. 나 정말 더는 못 만나겠어.” “…차 씨?” “아까 그 여자 막 우는데 나 왜 눈물 나냐? 나도 엄연히 피해자잖아! 씨-!” “피해자라….” “내 남자친구인 척 해줘. 차 씨 앞에서만. 그래야 순순히 헤어져 줄 것 같아.” 로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야속했다. 자신도 위로받아야 마땅할 처지였다. 그런데, 세컨드 주제에 퍼스트를 걱정해주고 있다니. “피해자지만.” “……?” “뺑소니지?” “뭐…?” “꽝! 하고 사고를 냈음.” “…….” “자수를 해야지.” “…….” “누난 방금. 모른 척, 휙- 달려버린 거잖아.” “…야!” 도헌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헌의 말에 로라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졌다. 멍한 표정으로 도헌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는데. “뭐해?” “어, 어?” “밥 먹으러 가야죠, 자기.” 자기, 자기! 자기란 말에 로라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기? 너 방금 자기랬지? 어?!” “그래. 자기요.” “예쓰! 너 내 자기 해주기로 했다? 난중에 딴 말 하면 안 돼! 알았지?!” 로라는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다 이내 와락, 도헌을 끌어안았다. 도헌은 화들짝 놀라며 로라를 밀어 냈는데, 다시금 로라는 도헌을 세게 끌어안았다. “어허! 내외하나 자기!” “이거 왜이래요! 스킨십은 불가거든요?!” “야! 이게 뭔 스킨십이야!” “대신! 딱, 차 씨랑 헤어질 때 까지만 입니다! 알았어요?!” “당근이다! 더 연애 하자고 매달려도 내가 싫어, 임마.” * * * 둘은 모처럼 고기 집에서 포식을 하고 배를 두드리며 병원으로 향했다. “나 근데 퇴원해도 될 것 같지 않냐?” “그러니까. 애초부터 나일론 환자였어.” “그래도 그 날은 엄-청 아팠다니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내일, 퇴원해도 되겠다고 선생님께 말씀 드려야 겠다.” “열은 이제 안나요?” 하고 자연스럽게 도헌이 로라의 이마에 손을 짚었는데,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로라씨.” “아.” 기태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도헌과 로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다정해 보이는 둘. 로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곤 자신의 이마를 짚고 있는 도헌의 손목을 쥐었다. “선생님.” “…기다리다 안 와서 이제 가려던 참이었는데.” 기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곤 도헌을 올려다보았다. 도헌은 무표정한 얼굴로 기태를 바라보곤 이내 싸늘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곧, 자신의 옆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기태를 올려다보고 있는 로라를 응시했다. “할 말 있다 하지 않았어요?” “어? 아…어.” “먼저 올라가 있을게요.” 하고서 도헌은 로라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곤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다. 기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자신의 옆에 성큼 다가와 선 도헌을 아니꼽다는 듯, 바라보았다. “안 내립니까?” “…….” “그럼 닫힘, 버튼 누르고.” 하고서 도헌이 닫힘 버튼을 누르기 위해 검지를 뻗자, “내가 대체 어디까지.” “…….” “당신의 건방을 받아주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혀서 그러는데.” “…….” “당신이 페이스를 조절할래요. 아님…나한테 그 적정선을 말 해줄래요.” 기태는 싸늘하게 도헌을 바라보았다. 도헌 역시 기태의 말에 차갑게 기태를 바라보곤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페이스도, 적정선도. 다 성가 시는 듯한데.” “…….” “내리기나 하시죠. 난 지금 그쪽이 엘리베이터에서 안 내리는 것부터가 성가시니까.” 도헌과 기태는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로라는 그런 기태를 빤히 보고 있다, 나지막이 기태를 불렀다. “선생님.” “…….” “드릴 말씀이…있습니다.” 기태는 고개를 돌려 로라를 바라보았다. 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는 로라를 바라만 보았지만, 기태는 이미 그 말을 들은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으며 기태는 고개를 숙였다. “그 말씀…” “…….” “안 드려도, 난 이미 받은 것 같은데.” * * * “죄송해요. 그만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로라는 그 말을 내뱉으며 기태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유, 물어봐도 될까요.” 의외로 덤덤한 목소리의 기태였다. 때문에 로라는 오히려 당황하며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알고 있었다는 듯, 기태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선생님을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만나지 못할 것 같다에, 저 구도헌씨가 연관되어 있는 겁니까.” 그 말을 내뱉는 기태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계약 아닌, 계약 비스무리한 가짜 연애를 도헌에게 제의한 것 역시 기태와 헤어지기 위해서였다. 로라는 마음을 굳게 먹고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예.” “…두 사람 연애라도 하는 겁니까?” “아직은 시작 안 했습니다. 곧 하려구요.” “…….” “선생님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만나려고 합니다. 양다리는 아니니, 노여워 마시구요.” 그 말에 뼈가 담긴 듯하였다. 기태는 한 쪽 눈썹을 찡그렸다, 폈다. ‘양다리’ 굳이 그 단어를 선택하여야 했을까. 기태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똑똑하고, 자신의 주장이 뚜렷한 그녀였으니 다부진 목소리로 헤어짐을 고하는 이번 역시, 그녀의 진심일 것이고 바람일 것이었다. 기태는 가만히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않고, 자신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태의 시선이 부담스러, 로라는 흠, 흠 헛기침을 하며 그의 대답을 재촉하였다. “양다리는 아니다.” “…….” “그렇다면 지금은 제가 로라씨의 남자 친구겠네요.” 어쩐지 그 말을 하는 기태의 어투가 많이 삐뚤어져 있는 듯하였다. ‘기분 탓이겠지…?’ 하며 기태를 빤히 올려다보았는데, ‘핏.’ 핏? 갑자기 그가 피식, 웃어 버린다. 웃어 버린다?! “저기…” “그럼 내가 못 헤어지겠다 하면.” “……?” “로라씨도 구도헌씨와 만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양다리는 아니라고 했으니.” “이봐요, 차 선생님. 그게 무슨.” “로라씨에겐 이유가 생겼을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이유가 없습니다. 로라씨를 놓쳐야 할.” ‘아니 이 자식이…퍼스트까지 있는 주제에 뭐? 이유가 없어?!’ 당장이고 네 놈의 실체를 까발리고 싶지만!, 로라는 한 템포 참으며 침을 꼴깍 삼킨다. “놓치고, 안 놓치고 가 아니라요.” “…….” “헤어지자고 저는 지금 이별을 통보하고 있어요. 선생님께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우리의 관계를 대화로 풀고자 함이 아니라요.” “…네, 그래요. 나 역시도 통보하고 있는 겁니다.” “……?” “못 헤어지겠다구요.” 이 무슨 기가 막힌 상황인가! 로라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기태를 세차게 올려다보았다. “헤어지자구요. 헤어져 주세요. 쫌.” 이별도 구걸해야 한다니. 로라는 자신의 사랑이 참으로 눈물겹다,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였기에 이별만큼은 정중하게 하고 싶었다. 똥차가고 벤츠 왔다, 한 때는 너무도 행복했고 미래를 그리며 설레어 했던 사랑이었기에 이별만큼은 추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쪽의 양다리도, 나의 세컨드 신분도 모두 접어두고 사랑했고 좋았던 그 기억만 묻은 채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런데, “나에겐 그럴 이유가 없어서요. 그럼.” 그 말을 내뱉고 휙, 돌아서는 기태. 끝까지 로라를 자극하는 그 ‘놈’이었다. 그때, 우지끈-, 로라의 이성의 끈이 부서져 버렸다. “이봐.” “……?” “좋게 말할 때 깔끔하게 끝냈음 좋잖아.” “…….” “왜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로라는 악을 쓰며 기태에게 달려들었다. 기태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를 돌아 로라를 바라보았는데, 로라는 야무지게 주먹을 쥐곤 있는 힘껏 그의 배를 내려쳤다. “윽!” 기태는 배를 쥐곤 털썩, 주저앉았다. “세컨드로도 모자라, 셋 째, 넷 째, 줄줄이 소시지처럼 몇 명을 더 달아놔야!” “……?” “그 때 놔 줄거냐? 니 퍼스트처럼?” “무슨…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지금?!” 기태는 벙찐 표정으로 로라를 올려다보았고, 로라는 기가 찬다는 듯 한껏 쳇! 하고 콧방귀를 뀌어주곤 있는 힘껏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네 놈 양다리의 실체를 내가 말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 * * 그어느연재사이트보다 빙글러분들이더편하고 가까운듯한느낌은,,,멀까효*^^* 장마시작인데ㅠ건강조심합시닷!
제목없음 5
안녕하세요 ^^ 제목미정 정식 제목을 제목없음으로 정하였습니다.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어도 잘 부탁드립니다 ^^ 좋아요와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ㅎㅎㅎ [ 제목없음 5] 맥주의 차가움이 그녀의 발에 닿자 지현은 조금의 정신이 들었다. 아침에는 분명히 없었떤 신발자국을 보아하니 누군가 낮에 자신의 방을 다녀간것이 분명했다. ' 도대체 누가 ? ' 불안함에 그녀는 112버튼을 누른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신고한다고 경찰이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 없어진 물건도 없고 순찰 강화하겠다는 의미없는 대답만 오갈텐데 말이다. 지현에게 이정도로 위협이 올 정도라면 본인에게 성추무사건 제보자 역시 신변에 위협이 생긴게 분명했다. 그녀는 재빠르게 노트북을 켜 메일이 온것이 있나 확인했다. 퇴근 직전에도 없었던 그녀의 메일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다. [ 새 메일 1건 ] 보내는이 : rosepiglet@hanmail.net 제보자가 보낸 메일이었다. 제목이 없이 보내진 그 메일을 열어봐도 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래도 그녀가 sos메일을 보낸거라면, 지현에게 경고라도 주려고했던 거라면 ? 떨리는 손을 움켜쥔채 지현은 메일을 열었다. 제목 : [제목 없음] 내용: 도마여쳐요 =========================================== 급하게 오타로 적힌 그녀는 분명히 도망치라는 경고의 메시지 였다. 지현은 마음이 급해졌다. 제보자가 건네준 핸드폰번호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제보자는 본인이 혹시나 신변의 위협이 생길수 있어 핸드폰을 잘 켜놓지 않을거라고 했었고 그 핸드폰 역시 해지 예정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윤기자에게도 최대한 전화 대신 메일로 주고받으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 핸드폰이 해지도 아니고 꺼짐 상태도 아닌 전화를 아예 받지를 않는다니. 더군다나 본인에게 온 섬뜩한 메일을 보고 지현은 안절부절 못했다. 어떻게든 이 위험한 공간을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집이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고 느껴진 지현은 일단 닥치는 대로 가방에 우겨넣기 시작했다. 노트북, 핸드폰 지갑 등 생계에만 필요한 간단한 옷가지를 가방에 우겨넣고 일단 집을 나서야했다. 안전한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수연에게서 받은 핸드폰까지 챙긴후 에야 지현은 구겨진 신발에 발을 넣고서 집을 나섰다. . 당장 갈곳이 없어진 지현은 급한 마음에 뛰쳐나온 집의 베란다를 한참을 쳐다보았다. 어쩌다가 내가 도망자 신세가 된거냐. 며칠전 자기에게 도착했던 협박 문자가 맘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제보자에게는 별다른 협박이 없다고 해서 괜찮은줄 알았다. 그때는 본인이 그 사건을 취재한답시고 한영기업 임원들을 하도 쑤시고 다녀서 오는 문자이겠거니 했다. 1차 취재를 지현이 해서 겁을 주려고 별짓을 다하나보다 무시했다. 그런데 제보자가 연락이 되질 않는다니. 그저 손놓고 당하기만 해야하는건가 지현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지현은 그럼에도 챙겨온 담배에 불을 붙이며 행선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백팩에 일단 뭔가 다 넣어오기는 했는데 출근은 어쩌고 자신은 또 어디로 가야하는가. - Rrrrrrr- - [고딩동창 수연] “ 어 수연아. “ ‘ 미안해. 지현아 . 재촉할 생각은 없는데 혹시 조금 단서가 잡혔나 해서 마음이 불안해서 전화부터 걸었네. ‘ “ 그거 아는 기자놈한테 영상 보여줬어. 그놈은 아마 나보다 더 잘알거야. 그건 그렇고 수연아. 나 부탁좀 하자. 너네집 어느쪽이야? “ ‘ 왜? 무슨일 있어? 너희 회사하고는 별로 안멀어. ‘ “ 그럼 나 며칠만 재워줄수 있냐. ? 나 지금 좀 곤란한 상황에 빠진거같다야…. “ ‘ 정말 ?? 우리집 좁긴 하지만 며칠지내는건 괜찮아. 근데 ….. 무슨일인데? ‘ “ 그건.. 일단 만나고 얘기해줄게. 주소 좀 나한테 보내줄래? 나 지금 당장 가야할거같아 “ ‘ 그래. 톡으로 넣어줄게. 혹시 못찾겠으면 전화해 내가 마중나갈게 ‘ 지현은 속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다. 수연의 집은 생각보다 회사와 훨씬 가까웠다. 물론 좀 더 올라가야하는 곳이긴 했으나 월세살이는 본인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굳이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동창회때 수연의 직업을 물어봤었던가. 지현은 일단 수연이 보내준 주소가 좀 더 계단을 올라야 하는 윗동네 임을 알고 가방을 고쳐맸다. 다행히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에 가려져 길을 헤맬때쯤 마중나와 있는 수연을 발견했다. “ 지현아~~!! 여기야 “ “ 아 김수연! 나와있었구나. 진짜 고맙다. 이 동네 올라오니까 헷갈리네 “ “ 그렇지? 여기가 그래도 집값이 좀 싸고 괜찮아. 출퇴근이 좀 고되긴 하지만. 들어가자. 배고플까봐 일단 밥도 해놨어 “ 남의 집에 와서 민폐인줄 알지만 허기짐을 참지 못한 채 지현은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며칠동안 따뜻한 밥을 먹어보질 못해서 지현은 수연이 차려준 밥상의 온기에 눈이 돌아가버린 것이다. 놓을 줄 모르고 숟가락질을 하던 그녀를 한참 보던 수연은 빙긋이 웃으며 천천히 먹으라며 물을 따라 주었다. “ 야. 너 이렇게 요리 잘했냐 ? 진짜 너네집으로 오길 잘한거 같애 “ “ 천천히 먹어. 찌개 더 있어. 하여튼 옛날부터 느꼈지만 너 진짜 수정이 닮았다니까. 잘 덜렁대는것도 그렇고 활발한것도 그렇고 “ “………” “ 아 미안. 너 잘먹는 모습 보니까 수정이 생각이 나서… “ “ 하긴 수정이가 맨날 그러더라. 니가 맨날 나랑 수정이 닮았다 그런다고. 가끔 너무 붙어다녀서 질투하는거 같다고 … “ “ 사실 그랬지. 근데 그 때는 그런거 표현하고 할 여유도 마음도 없었어. 어떻게든 나는 돈을 벌고 학교도 마쳐야 했으니까. “ “ 좀만 기다려봐. 내친구가 영상 밤새 파본다고 했으니까 . 오늘 아니여도 조만간 연락올거야 “ “ 그러고보니 그걸 안물어봤네. 너 무슨일이야 대체. 내가 물으면 안되는거야? “ “ 흠…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해야하나? 주거침입은 처음인데 일단 도망쳤어. 취재하다보니 대기업 놈을 쑤셔놔서. 지금 그래서 복잡해. 어떻게 되려는건지. 집에 누가 침입한거 같은데 경찰도 못믿겠어서 일단 도망치긴했어. “ “ 위험한거 아니야 ? “ “ 모르겠어. 일단 무서워서 튀어나왔는데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할까봐 … “ 그순간, 그녀의 주머니에 익숙한 진동이 울려퍼졌다. [ 윤기자 ] 였다.
#10 필사모임 <쓸모있씀!> 열 번째 카드 (+ 글씨 잘쓰는 꿀팁)
안녕하세요 :) 필사모임 쓸모있씀이 벌써 열번째 카드를 맞았습니다!!! 👏 무사히 열 번째 카드까지 오게되어 뿌듯해요. 처음 시작할 땐 그냥 호기롭게 시작했었는데 함께 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네요 ㅎㅎ 이번 카드도 잘 부탁드려요! 그동안 참여 못하신 분들도 이번 카드에는 댓글 한번 남겨주고 가세요 😊 오늘은 좋은 문장 대신에, 글씨를 잘 쓰는 법을 소개해볼까 해요. 저도 어디서 꿀리지않는 악필인지라 ㅎㅎ 악필 교정에 관심이 많은데요. 글씨 교정하는 꿀팁을 찾아보고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가져왔어요!! 많은 유튜버분들의 강의를 찾아봤는데요. 모두 공통된 팁을 알려주시더라고요! 그 중에서 정리를 잘해주신 유튜버 두분의 영상을 소개해드릴게요. 우리 같이 예쁜 글씨로 필사 해봐요 ~! 첫번째로 유튜버 '샒의 삶' 님 1. 모눈연습장 활용 글씨의 여백과 간격을 맞추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해요. 그걸 맞추는데에 모눈연습장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칸에 맞춰서 일정한 간격으로 쓰는 것을 추천했어요! 2. 자음, 모음 통일감 있게 쓰기. 사람마다 글씨체 스타일이 있는데, 어떤 글씨체건 중요한건 통일감 이라고 해요. 정자체면 자음 모음 모두 정자로, 흘림체면 모두 흘리게 쓰는 게 나만의 글씨체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3. 상황에 따라 여러 굵기, 색 활용 글씨체가 예쁘지 않다면? 제목, 내용에 따라 굵기와 색을 다르게 하는 방법을 추천해주셨어요! 이건 다이어리를 쓸 때 기준이긴 하지만, 필사를 할 때도 중요한 단어는 더 굵게 쓴다던가 제목은 다른 색으로 쓴다든가 한다면 보기에는 더 좋겠죠?!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영상도 첨부할게요! 두번째는 '나인'이라는 글씨체로 유명하신 유튜버의 영상이에요! 마찬가지로 원본 영상 함께 첨부할게요 :) 너무 좋은 강의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1. 모눈연습장 활용 이 분도 마찬가지로 모눈연습장을 추천해주셨어요. 글씨크기, 간격 맞추기 어려운 분들에게 추천! 2. 핵심은 글씨의 높이 / 크기 / 간격 이 세가지만 일정하게 하면 예쁜 글씨를 쓸 수 있다고 아주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어요. 자세한 설명은 바로 아래로! 1. 높이 글씨의 높이를 일정하게 해야해요! 그러니까 세로 길이를 일정하게 하는 것이죠. 글씨를 평행선에 가둘 수 있도록! 2. 크기 글자 하나하나의 크기를 일정하게 해야한다고 해요. 11pt 로 쓰던 글씨는 그대로 11pt로 써야지, 한글자는 11pt, 그 다음 글자는 12pt 이런식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는 말! 3. 간격 마지막은 간격인데요! 간격에도 여러 유형으로 나눠서 설명해주셨습니다. 3-1. 띄어쓰기 간격 글자 간격이 일정하듯, 띄어쓰기 간격도 일정하게 쓰도록 주의! 3-2. 자음, 모음 간격 이거 보면 정말 글씨 잘쓰시는 분들은 여러 부분을 신경써서 정성들여 쓴다는게 느껴져요 😭 음절 하나하나의 간격을 일정하게 해야하듯, 음소 하나하나의 간격도 일정하게 해야한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바로 이렇게말이죠! 어렵네요 😂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3-3. 글자 간격 자간이라고도 하죠! 넓은 것 <<< 좁은 것 이 더 정갈해보인다고 해요. 그리고 이 역시 일정해야 하고요! 4. 이것만은 절대금지! 마지막으로 설명해주신 절대 하면 안되는 세가지입니다. 1. 겹쳐서 쓰기 2. 끊어서 쓰기 3. 연속해서 쓰기 인데요! 놀랍게도 저는 세가지를 모두 하고 있었어요 하하 예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나 제 글씨라서요 푸하하 이거 완전 제 글씨체 같은걸요? 이렇게 보니 제가 왜 악필이었는지, 제 글씨가 왜 못나보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아요! 영상으로 보고싶으신 분들을 위해! 영상으로 보면 더 이해가 쏙쏙된답니다.ㅎㅎ 이 자료는 오로지 두분의 내용을 가져온 것이랍니다! 좋은 영상 올려주신 샒님과 나인님 감사합니다!!! : ) 오늘의 문장은 간단하게 윤동주의 <서시>를 놓고갈게요.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이 카드의 댓글로 필사사진 달아주세요! :)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참여하지 못하신분들도 오늘은 꼬옥~! 댓글 기다릴게요!!! 고럼 즐거운 화요일 보내세요 😁 신규 참여신청👇
[책추천] 넷플릭스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책 5
안녕하세요! 나만의 스마트한 독서 앱 플라이북입니다. 요즘 넷플릭스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분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넷플릭스 속에서 찾은 이야기들을 추천해드립니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책으로 읽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것은 각각 다른 경험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번 주말, 넷플릭스에서 만났던 이야기를 책으로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남몰래 쓴 편지가 그에게 발송되었다! 읽다보면 연애하고 싶어지는 사랑스러운 이야기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제니 한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만든다! 마을을 변화시킨 한 소년의 감동 실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 윌리엄 캄쾀바, 브라이언 밀러 지음 | 서해문집 펴냄 과연 저곳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초자연적이면서 미스테리한 환상적인 이야기 서던 리치 제프 밴더미어 지음 | 황금가지 펴냄 그녀는 살인자일까? 피해자일까? 아주 섬세하고도 미묘한 심리게임 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민음사 펴냄 그것을 보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책 버드 박스 조시 맬러먼 지음 | 검은숲 펴냄 지금 플라이북 앱에서 추천 더 받기 > http://me2.do/5DPodUE8
드럼통 귀신 1
안녕하세요! optimic입니다! -------------------------- 오늘은 간만에 군대 실화로 가져와 봤습니다! 그냥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라 별로 무섭지는 않을 거에요! 재밌게 읽어 주세요! 항상 제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많은 각색과 양념이 들어갔다는 점! 알아주세요! -------------------------- 지난 번부터 쭉 내 글을 봐 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화천의 모 부대에서 군 생활을 보냈다. 국내 유일 경례 구호가 세 글자인 그 곳. 살면서 '이기자' 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그 곳... 그 부대 중에서도, 우리 부대는 구석에 덩그러니 대대 하나만 있는, 어찌 보면 독립되어 하나의 단체를 이루고 있는 대대였다. 우리 대대 안에는 이름 모를 무덤이 하나 있었다. 누가 와서 벌초를 해 주지도 않고, 흔한 비석도 하나 없는. 대대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덤이었기에, 대대에서 진지공사 및 제초작업을 할 때 병사들이나 간부들이 가서 벌초를 해주곤 하는 무덤이었다. 궁금증이 도진 우리는 간부들이나 누군가에게 이 무덤의 주인이나 사연에 대해 물어보곤 했는데. -아 저 무덤? 주인 있어. 예전에 우리 대대가 만들어질 때 사유지였는데, 거기서 미처 이장을 못 해서 남아있는 거야. 가족들도 와서 성묘도 하고 그래. 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우리는 그게 거짓말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군생활 내내 밤낮으로 위병소에서 근무를 서는 동안, 명절에도 단 한 번도 가족들이 성묘를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는 저 무덤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 훈련받다가 죽은 병사 혹은 간부 아닐까? - 븅신아. 가족들이 다 수습해 가겠지. - 아니, 고아였을 수도 있잖아. - 고아여도 군대에서 죽으면 현충원 간다던데? 국가 유공자. - 아 그래? 아 그럼 뭐지 진짜? - 혹시 막 누가 살인하고 몰래 묻은 거 아냐? - 에이. 군대에서 누가 살인을 해. 해도 걸렸겠지. 븅신이냐? - 말이 심하네... 실없는 소리와 함께 그 무덤은 우리에게서 잊혀져갔고, 대대 내에서 하는 훈련 집중 주가 다가왔다. 화기를 다루던 우리 중대는 대대 안에서 훈련을 하게 됐고, 다른 중대원들은 전부 대대 주변 산으로 훈련을 나갔다. 늘 그렇듯, 우리는 커다란 박격포를 짊어지고 대대 구석으로 향했고, 지정된 위치에 포를 설치했다. 어느 정도 다른 대대원들이 저 멀리 산으로 사라지고, 커다란 대대에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정도 날이 추워지고 스산한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들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을 무렵. -퉁....둥...둥...-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뭔가 북 같은 걸 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뭔 소리야? -어떤 소리 말씀이십니까? 내 옆에 있던 준서가 내게 물었다. -방금 뭔 소리 안들렸냐? -못 들었습니다. -개 단호하네. 너무한 거 아니냐? -강병장님이 말씀하시면 무서워서 그냥 안듣고 싶습니다. -아냐. 들어. 안 들을 거면 포 청소 다 니가 해. -.... 그렇게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그 때. -퉁.... 둥... 둥...-- -야. 들었지. 이번엔 진짜 확실히 들었지. -드...들었습니다... 근데 이거 그냥 뭐 부딪히는 소리 아님까? -약간 드럼통 같은 거에 뭐가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다... 무섭다기보단 뭔가 흥미거리였다. 졸음과 추위를 견디며 무작정 앉아서 대기만 해야하는 우리에게, 불규칙적으로 울리는 그 소리는 온갖 상상을 하게 해 주었고, 우리는 결국 산짐승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채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직후 우리가 훈련을 했던 그 장소 옆에 무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지만, 우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얼마 후. 당직을 서고 있던 내게 탄약고 근무자들이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 아이고 고생하십니다. - 아이고 이 새벽까지 고생 많으십니다. - 특이사항이나 보고할 건? - 아, 강뱀.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 뭔 소리가 나? - 막 자꾸 퉁퉁퉁 하는 소리가 납니다. 뭔가를 막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한데... - ...드럼통? - 맞다! 딱 그겁니다. 드럼통 두드리는 소리.. - 진짜 어디 덫에 걸린 동물이라도 있나?? - 아님 막 간첩들이 지들끼리 신호라도 보내는 거 아님까? - 말년에 간첩이라고...? 그 날 새벽,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온 후임들마저 퉁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내게 보고했고, 퉁-퉁-거리는 소리를 내는, 일명 '드럼통 귀신' 은 온 중대에 퍼져나갔고, 며칠 뒤, 당직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퇴근 준비를 한 중대장이 다가왔다. - 너 오늘 새벽에 탄약고, 위병소 쭉 한바퀴 돌고 와라. - 잘모싼?(잘못들었습니다의 병장 버전) - 드럼통 귀신인지 지랄인지, 뭔 군인들이 통통거리는 소리를 듣고 벌벌 떨어. 니가 가서 싹 확인하고, 원인이 뭔지 알아 와. - 아....알게씀다... 그렇게 중대장은 내게 똥을 투척하고 퇴근을 했고, 그렇게 새벽이 다가왔다. 나는 한껏 무거워진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밖으로 나왔다.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간에 초겨울 산길을 순찰한다는 건 썩 즐거운 일은 아니였다. 그렇게 손전등 하나를 손에 쥔 채, 칠흑같은 어둠을 겨우 걷어내며 탄약고로 가는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 퉁--- 아주 작게 또 누군가가 드럼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애써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서서히 올라갔다. - 퉁---퉁---퉁 조금 더 커진 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온 중대가 들은 이 소리는 대체 무엇일까. 정말 간첩인가, 아니면 동물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로 뒤엉킨 머리를 들고 나는 앞으로 발을 움직였다. --------------------------------- 분량조절 실패로 2화로 이어집니다!
제 4 장. 궁궐에 드리운 검은 구름.
“이렇게까지 하려는 연유가 무엇이냐.” 노인은 막 당도하여 장의를 벗는 윤화를 향해 물었다. 윤화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냥. 하고 싶어서.” “그래서 이 무화산을 고집한 것이냐.” “…….” “무녀로 살지 않겠다, 지난 날 그리도 발버둥 치더니. 무녀였던 니 할머니가 평생 지낸 이곳을 다신 발도 들이지 않겠다, 그리 호언장담하고 가출까지 마다하지 않던 니가.” “…….” “고작 그 분을 돕기 위해 그리 꼴도 보기 싫어하던 이 무화산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냐.” “고작 이라니.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게 해주신 귀하신 분이야.” “…….” “그때, 마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난 어머니 마지막 가는 길, 배웅도 못 해드렸을 거야. 그리고 난 아마 그날 그 우상댁 부인에게 곤장만 맞고 내팽개쳐졌을 테지.” 윤화는 무덤덤하게 그 말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지체했더라면…엄마는…쓸쓸히 죽어갔을 거야. 저잣거리 왈짜패들에게 쫓겨 달아나고 있었으니…난 마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왈짜패들에게 잡혔거나, 우상댁 부인에게 잡혀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해줬겠지….” “니 할머니도 그런 위험한 일은 마다하셨다. 니가 지금 하려는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알기는 아는 것이야?” 노인은 한숨을 쉬며 털썩, 마당에 주저앉았다. “할매가 그랬어.” “…….” “모든 것엔 다 연유가 있다고. 까닭 없는 것들은 없어.” “…….” “처음엔 무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어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겠다, 몸부림 쳤었지. 그래서 운명을 거스르는 위험한 내 행동에 결국 엄마가…죽고 말았지.” “네 탓이 아니다, 연화야. 네 어미는 오래 앓던 병 때문에…” “그래. 그 오래 앓던 병 때문에 그 해, 갑자기 돌아가신 건. 나의 위험한 행동에 엄마의 명줄을 재촉한 것이겠지. 나에게 무녀가 되라고 하늘이 점지해주신 까닭은 분명 있을 거야.” “…….” “그리고 그 연유를 난 그 날 찾았을 뿐이고. 그 날 나는 무녀로 살아야겠다, 마음먹었어. 처음으로 내 스스로를 무녀라 칭한 날이야.” “…….” “내게 무녀라는 운을 헛되이 내려주시진 않았을 거라, 할매가 맨날 얘기했었어. 그리고 난 이제야 그 말을 알 것 같고.” “윤화야.” “그 운명을 거스르는 것. 내 눈에 보이는 그 분들의 운명을 바로잡아 주지 않고 외면하는 것.” “…….”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어디 있겠어.” 윤화는 허탈해하는 노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곤 괜찮다는 의미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열흘 뒤에 떠날 거야.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무사히 있으면 돼.” 그 말을 남기고 윤화는 방으로 들어섰다. 노인은 그런 윤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부녀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열흘…뒤에 떠난다라.” * * * “세자가 이리 어린데 벌써 빈 얘기라니요, 대비마마.” 중전과 후궁 최씨가 대비 전에 나란히 앉아 다과를 들고 있었다. 희끗희끗 머리가 센 대비가 찻잔을 조심히 내려놓으며 중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이가 지긋했지만 곧추 선 허리에서나, 힘 있는 목소리에서나, 날 선 눈빛에서나 권력의 힘이 그대로 묻어났다. “세자가 책봉된 지 꽤 되었습니다. 미리 세자빈을 물색해놓아야 합니다. 지금도 그리 이른 것은 아닙니다, 중전.” “하지만…” 최숙원은 중전과 대비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생각해두신 규수는 있으십니까, 대비마마?” “세자빈은.” “…….” “예로부터 하늘이 점지해준다 하였습니다. 이 뒷방 늙은이가 생각해둔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비는 무언가 속내를 감춘 듯한 얼굴로 찻잔을 다시금 쥐었다. 중전은 그런 대비의 속내를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최숙원도 이번 세자빈 간택 때 한 유세 펼치셔야지요?” “예, 예…대, 대비마마?” 대비의 갑작스런 말에 최숙원은 화들짝 놀라며 중전의 눈치를 살폈다. 중전은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안 그렇소, 중전? 최숙원이 세자의 친모이니.” “…대, 대비마마.” “어찌 보면 모후 아니오? 그러니 아들 낳은 유세, 이럴 때 아님 언제 부려보겠습니까.” 도발이었다. 그것은 중전에 대한 대비의 도발이었다. 대비는 그 말을 그렇게 내뱉고 나선 농이라는 듯 허심탄회하게 웃어버렸다. 중전 역시, 대비의 말에 화를 낼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쓴 웃음을 지으며 최숙원을 돌아보았다. 대비와 중전의 기 싸움에서 최숙원만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렇지요. 최숙원이 세자의 친모이니…, 세자빈 간택 때는 중전인 나보다 더 발 벗고 나서야지요.” “황, 황공하옵니다…중, 중전마마.” “무얼 그리 떱니까, 최숙원. 가볍게 웃어넘기자 하는 소리들 아닙니까, 허허허.” 대비는 여전히 호탕하게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중전은 치맛자락을 꾹 쥐었다. 대비는 애써 화를 억누르고 있는 중전의 표정을 살피며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세자빈은 하늘이 정해준다고는 하지만.” “…….” “내 눈여겨 두고 있는 규수가 있기는 한데.” 이제야 속내를 드러내는 구나, 중전은 속으로 생각하며 덤덤하게 찻잔을 쥐었다. “대비마마께서 점해두신 규수가 있다면 아마 세자빈으로 꼭 맞는 아이일 테지요. 어느댁 규수를 눈여겨 두고 계시옵니까.” 중전의 물음에 대비는 묘한 웃음기마저 거두고 대비는 진지한 낯빛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번에 좌상이 딸아이를 낳았다지요.” “좌상댁…여식말입니까?” “좌상의 성품이나 정경부인의 인품은 말해 무엇합니까. 입만 아프지. 안 그렇소?” “예. 그렇지요.” “가문도 가문이거니와 좌상과 정경부인 사이에서의 아이는 분명 세자빈으로 손색없을 아이일 겝니다. 세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에요.” 대비의 본심을 들은 중전은 다시금 치맛자락을 꾹 쥐었다. 최숙원은 좌상이라는 말에 가만히 차를 들이켰다. 남몰래 우상댁의 여식을 세자빈으로 점지해두고 있던 중전은 이렇게 또 한 번 대비와 맞서게 되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런 중전의 마음을 읽은 듯 대비는 한 수 굽히고 들어갔다. “하지만 뭐 이건 어디까지나 이 늙은이의 생각인 게지요.” “…….” “중전이 며느리를 보는 것이니, 중전이 생각해두고 있던 규수가 있으시면 이 늙은이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중전 뜻대로 하세요.” 그러고 대비는 흐음, 헛기침을 하며 몸을 살짝 비틀어 앉았다. 중전은 미묘한 미소만 띤 채, 말없이 차만 들이켰다. 둘 사이에 낀 최숙원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가만히 찻잔만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자빈은. 늘 그래왔듯이.” “…….” “세자빈 간택령이 내려지고 금혼령이 떨어지는 것은 백성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관례일 뿐이지.” “…….” “다, 미리 점지해두고 간택령을 내립니다.” “…….” “잘, 아시지요 중전? 중전 역시 그리 간택되신 것이니.” “그렇지요, 대비마마.” “세자빈은 이미 정해져있습니다. 최숙원과 주상과 잘 논의하여 세자빈을 간택토록 하세요. 그것이 곧. 하늘의 뜻일 터이니.” * * * 대비 전을 나오며 중전은 붉은 치맛자락을 꾸욱 쥐었다. “이 번만큼은 내 대비전과 맞서고 싶지 않았거늘.” “…….” “어쩔 수 없지. 해보시자는 게지.” “중전마마.” 중전은 대비 전을 한껏 노려보았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대비와 중전이었다. 슬하의 자식 하나 없는 중전이 왕가의 혈통을 중시 여기는 대비에겐 늘 눈엣가시였다. 결국 최숙원의 몸을 빌려 낳은 수안을 원자로 봉하였고 곧 수안은 세자로 책봉되었다. 자신의 배로 낳은 아들이 세자로 책봉되지 않은 중전에게 곧 남은 궁 생활은 시한부와도 같았다. 자신을 이 넓은 궁에서 지켜줄 이는 하나 없었다. 중전은 그래서 세자빈만큼은, 자신의 세력에서 간택하고자 했다. 그래도 자신을 지켜줄, 지금의 왕이 죽고 최숙원의 몸에서 나온 수안이 임금이 되었을 때 자신이 이 넓은 궁에서 쫓겨나지 않고 버틸 힘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금의 모후가 아닌 자신이 대왕대비 전에 앉아 그래도 궁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후에 자신의 자리에 앉게 될 세자빈이 자신이 세운 사람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중전은 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이상궁을 불렀다. “우의정을 들라하라.” 자신의 뒷배를 봐주는 세력이자, 폭주하는 야망과 검은 속내를 지닌 어쩌면 지금의 중전과 꼭 닮은 우의정, ‘조민환’을 중전은 늘 가까이 했으며 믿고 따랐다. 그리고 그의 여식인 ‘민선’을 중전은 꼭 세자빈으로 세워야만 했다. “대비마마와 결국 또 척을 지려 하십니까.” “나를. 이 넓은 대궐에서 나를 지켜줄 이는 그 누구도 없다. 지금의 전하가 승하하시고 나면 내 목숨 줄은 썩은 동아줄과 다름없겠지. 지금의 좌상은 그 세력이 대단하다고 하나, 언젠간 그 곧고 바른 성품 때문에 좌상의 날개가 꺾일 날이 있을 게야.” “…….” “지금의 전하는 좌상을 가까이 하시겠지만. 후에 세자가 임금의 자리에 앉게 되면.” “…….” “내가 그 세력을 바꾸어 놓아야지. 그때쯤이면 대비도…죽고 없어지겠지.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세자빈만큼은…우의정 여식이 되어야 해. 나도 지금부터 내 목숨 줄 하나는 부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중전마마…듣는 귀가 많사옵니다.” 중전은 붉은 치맛자락을 꾹 쥔 채, 성큼성큼 중궁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중전을 뒤에서 멀찌감치 바라보고 있던 최숙원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김상궁.” “예 숙원마마.” “궁궐에 검은 구름이 드리우려 하는 구나. 아무래도 중전마마께서는 우의정댁 규수를 세자빈으로 점지해 두셨나 보다. 은밀히 우의정의 뒤를 살피게.” “예.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나도…다음 보위에 오를 왕세자…내 아들을, 내 방식대로 지켜야 겠습니다, 중전마마.” 최숙원의 푸른 치맛자락이 봄바람에 사뿐 사뿐 흩날렸다. 분홍빛으로 옅게 물든 최숙원의 양 볼이 햇빛을 받아 복숭아처럼 탐스럽게 빛났다. * * *
Chapter 63. 지켜줄게요.
"뭐하는 짓이야!" 가게 문이 활짝 열리곤 화난 음성이 들렸다. 로라도 수정도 모두 놀란 눈으로 입구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엔, "오빠!" 기태가 서 있었다. 기태의 등장에 수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로라는 그런 기태를 물끄러미 응시할 뿐이었다. 그녀의 표정엔 아무런 색깔도 없었다. "나와. 네가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앉아 있어!" 하며 기태는 우악스럽게 수정을 잡아끌었다. 로라는 덤덤히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여자였다며? 버젓이 옆에 두고, 날 바보 만들었더라?" 수정은 악을 쓰며 기태를 세차게 노려보았다. 기태는 그런 수정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상처받은 얼굴로 앉아있는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기태의 시선이 로라에게 향해 있다는 걸 깨달은 수정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와. 너 지금 실수하는 거다." "실수는 내가 아니라 오빠가 하고 있어요." "근데 그게 왜? 네가 뭔데. 이젠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냉정한 그였다. 수정은 이번엔 로라를 세차게 바라보았다. "그쪽이 오빠 부른 건가요? 흑기사 노릇이라도 해달라고?" "뭐라…구요?" "아까는 잘도 얘기 하시더만요? 왜 지금은 입 꾹 다문 채 피해자 코스프레 하시나요?" "이봐요!" "사과 못 한다면서요! 어쨌든 당신, 복수니 뭐니 그깟 핑계 대가며 오빠 곁에 남으려 한 건 사실이잖아! 버젓이 내 존재 알아 놓고서도!" 수정의 말에 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 앞에 섰다. 수정은 지지 않고 로라를 응시했다. "복수니 뭐니 그깟 핑계는 댔지만." "……" "나 그것 마저도 더러워서 관두고 끝냈습니다. 당신 오빠랑." "……" "정 그렇게 궁금하시면 당신 오빠한테 직접 물어보시던가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로라였다. 기태는 그런 로라만 응시한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 눈에 보기에도 안절부절 못하는 기태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수정은, 자신이 지금껏 알던 기태가 아닌 듯 낯설게 느껴졌다. "오빠…내가 알던 오빠…맞아?" "……" "대체 왜 이러는 건데…어? 왜 이러는 거냐구요!" 수정이 울부짖으며 기태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런 수정을 여전히 거들떠도 보지 않고 기태는 연신 무표정의 수정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로라씨." 수정이 울부짖을수록, 기태는 더욱 로라만 바라보았다. 그런 기태가 원망스러운 수정이었다. 그런 로라가 괘씸한 수정이었다. "왜 저 여자한테 사과를 해? 같이 즐겼잖아! 같이 행복했잖아!" "조용히 하지 못해?!' "사과는 나한테 해야 하는 것, 아냐?" "왜지? 난 너에게 충분히 내 마음 설명했고." "……" "이별까지 고했지만, 떠나지 못한 건 내가 아니라 너 아니냐." 로라는 싸늘한 눈빛으로 기태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앞에서 아웅다웅하는 둘의 모습이 이내 보기 싫어졌다. "사과 하려면 네가 해야지. 너 때문에 내가 로라씨를 잃게 된건데." "뭐…? 나 때문에 잃어…?" "그만들 하세요. 나가주세요." "이봐요, 오로라씨. 그렇게 당당할 입장 아니거든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못 당당할 이유는 뭐죠? 나, 그 쪽에게는 화내고 싶지 않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겁니다, 로라씨." 돌아서는 로라를 향해 기태가 애원했다. "오빠!" "타이밍이 안 좋았을 뿐. 정말 로라씨에겐 티끌의 거짓 감정은 없었습니다." "타이밍이라…" 로라는 타이밍을 운운하는 기태를 싸늘한 시선으로 돌아보며 타이밍이란 세 글자를 낮게 읊조렸다. "그 개 같은 타이밍 때문에." "……!" "나는 내 사랑을 배신당해야 했고." "……." "그 개 같은 타이밍 때문에." "……" "사랑도 배신당했는데, 사과까지 해야 하네요." "…로라씨." "그만." 로라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한 걸음 다가오는 기태를 피해 한 걸음 물러났다. “그만 하세요.” “…….” “충분하잖아.” “…….” “내 꼴 우습게 만들었고, 나 아프게 만들었고.” “……” “그래서 그만하겠다고, 당신 손 놓은지 오래고.” “…….” “그런데 당신이야 말로, 이별을 고한 날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거잖아.” “……” “그래서 그런 당신 때문에.” “…….” “나는, 나와 당신을 헤어지게 만든 그 여자에게.” “……!” “미안하다, 사과까지 해야 하고.” “…….” “나도 억울해 죽겠는데! 욕까지 들어 먹고 있잖아. 비참하지 않아, 내 꼴이?” “…로라씨.” “그 이름도 더는, 부르지 마.” “…….” “그만해…제발…그만 해줘.” 애원하듯 그리 말하는 로라의 검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울지 않기 위해 애썼다. 여기서 울고 싶진 않았다. 울어도, 이 둘이 없는 곳에서 울고 싶었다. 여기서 눈물까지 보인다는 건 로라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었다. 기태는 그런 로라를 죄스런 마음으로 응시하다, 이내 눈물이 뿌옇게 차오르는 그녀를 애써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수정의 손을 우악스럽게 잡아끌며,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혼자 두게 하려 했다. “가자.” “못 가.” “양수정!” “똑바로 말 해. 오빠도 여기서 똑바로 말하세요.” “뭐를 대체!” “이 여자랑 끝내겠다고!” “아니, 못 해.” “오빠!” “결혼도 하지 않겠다, 너희 아버지께 직접 말씀도 드렸고!” “…….” “내 마음도 확고한데! 대체 너는 왜!” “……” “왜…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냐.” 기태가 그렇게 수정에게 윽박을 지르고 있던 그 때, - 땡그랑. 굳게 닫혔던 가게 문이 열렸다. 로라는 황급히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입구를 응시했다. 수정과 기태 역시, 서로를 응시하던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곤 땡글아, 소리가 나는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자꾸 너희.” “……!” “내 여자 친구 괴롭히냐.” “…구도발.” “죽을래?” * * * “어머니…, 어떡하면 좋죠. 도헌이 마음…완전히 돌아선 것 같은데요.” 지혜는 입술을 악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헌의 친모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저리 냉정할 땐, 지 애비를 똑 닮았다니까.” “…….” “그래도 걱정 마라, 지혜야. 시간이 지나면 저 녀석 다시 너한테 돌아갈 것이니까. 삼 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길고 큰 시간인데.” “…….” “지금이야 네가 괘씸해서 저리 냉정하게 대하는 거지만, 또 달라. 시간이 지나고 네 허전함을 느끼면 다시 연락 올 거니.” “…….” “걱정 말고 있어.” “예…어머니.”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연신 도헌이 사라진 문 쪽을 바라보며 로라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 대신 이젠 도헌의 옆에 있는 그 여자의 얼굴. “그런데 집에선 뭐라고 하시니? 이 사실…아셔?” “아뇨. 아직 도헌이…귀국한 것도 몰라요.” “…다행이다. 사돈어른 아시면…괜히 걱정만 하시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을. 사돈어른께서 우리를 신경 써 주신 게 얼만데. 앞으로도 모르시게 네가 알아서 잘 둘러대. 결혼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게 할 테니.” 지혜는 그런 도헌의 친모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헌이 이번 달 유학 생활비…” “어?” “어제 집에서 주셨어요. 어머니 계좌로 입금해드릴게요.” 지혜의 말에 도헌의 친모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도헌의 유학 경비며, 매달 생활비를 지혜 집에서 꼬박꼬박 도헌의 모에게 주고 있었다. 도헌의 집안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으나, 그 돈을 도헌의 친모는 받아 챙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연, 지혜 집안에선 도헌이 지혜와 결혼할 사이니 돈을 챙겨주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 여기고 있었다. 자신의 딸이 그토록 좋아하는 남자니, 딸을 봐서라도 챙겨주는 것이었다.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늘 그랬듯 도헌이는 절대…절대 모르게 해야 해요. 이번에 이런 일까지 터졌는데, 어머니가 그 돈 받으시는 거 알면…” “당연하지. 성질 머리 더러운 그 자식 알면 집 안이 발칵 뒤집어 질 건데.” “그런데…아버님께선…” 지혜는 조심스레, 도헌의 아버지를 물었다. 그러자 도헌의 친모는 흐음…,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찌해서 네 일을 알게는 되었다만…반응이 좋진 않으시지.” “…어떡해요, 어머니.” “그래도 그 양반은 내가 밀어 붙이면 되니까 걱정 마.” “…애써 주셔서…감사합니다. 죄송하구요.” 지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헌의 친모가 아님 이젠 와장창 끝이 나 버릴 사이. 지혜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돈으로라도 도헌의 친모를 매수해야만 했다. 그것이 진정 사랑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것의 결말은 처참할 것 역시 알면서도. * * * “구도헌씨.” 도헌은 싸늘한 눈빛으로 저벅저벅 가게 안으로 들어서더니, 이내 눈물범벅이 된 로라 곁에 섰다. “하여튼. 나만 없으면 일이 생겨요.” “…….” “이러니 내가 우리 자기를 두고 일을 볼 수가 없지.” “…….” “이 아줌마는 뭐야. 아~. 차 선생, 퍼스트?” 무례할 수도 있는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도헌은 수정을 향해 고갯짓을 해버렸다. “이봐요! 퍼, 퍼스트라니요!” “왜. 세컨드인가? 아니잖아?” “이보세요!” “아. 영어가 맘에 안 들어서? 오케이. 첫 째 여자. 됐습니까?” “구도발. 그만 해.” 도헌의 말에 수정은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곤 말끔한 모습의 도헌을 위 아래로 훑더니 기태를 올려다보는 수정이었다. “오로라씨 남자 친구 분 같은데. 오빠도 알고 있었어?” “알다마다. 님 남친이 나랑 오순도순 같이 먹으라고 저 김밥 싸준 건데?” 도헌은 피식 웃으며 기태가 준 도시락 통을 가리켜 보였다. 그러자 수정은 그런 도헌을 한 번 흘겨보더니 이내 기태가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오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에 대한 궁금증 해소는 나가서 해주시겠습니까?” “뭐라구요?” “난 우리 자기랑 점심 먹어야 해서. 그럼.” 하며 도헌이 수정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자 기태는 그런 도헌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기며 나지막이 로라를 향해 읊조렸다. “미안합니다. 로라씨.” 도헌은 그런 로라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로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코끝이 빨개진 채 땅바닥만 응시하고 있었다. 도헌은 그런 로라의 손을 꼭 잡았다. “……?” “울지마요.” “…안 울거든?” “앞으론 쟤네가 못 괴롭히게.” “…….” “내가 옆에서 꼭 지키고 있을테니까.” * * *
나본 관중 (羅本 貫中) A.D.1330? ~ 1400
여기서 다뤘거나 다룰 인물들 중 예전에 다룬, "유일한" 생존인물 정대리 외에 사망인물들 중 가장 최근(?) 인물이자, 유구한 중국역사 속 찰나에 불과하며 의미도 그닥인 삼국시대를 지금의 메이져 에이지가 되는데 큰 공 세운 삼대장 중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 "나관중" 을 한 번 다뤄 보고자 한다. (삼대장 중 둘은 정사의 진수와 그 정사에 주석자 배송지) 처음 제목보고 '응? 나본이 뭐야?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으나 삼국지 속 인물들이 이름 외에 자(字)가 있듯, 나관중의 본명은 "나본"이고 관중은 그의 "자"인데 이거 모르는 분 많으실 듯ㅎㅎ(이하 나관중) 사실, 이 칼럼연재를 시작하며 어찌보면 정사의 저자인 진수와 함께 가장 먼저 다뤘어야 도리였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치고 의외로 기록이 그닥 많지 않은편. 일단 이 사람의 사망연도는 딱 떨어지는 A.D. 1400이나 출생연도는 추정치가 있을뿐 정확하진 않고 고향도 지금 중국 산시성의 타이위안이란 곳쯤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긴 하지만 명확한 고향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게 왜 그러냐? 지금이야 삼국지가 동아시아 최고의 히스토릭 미디어떡밥이지만 나관중 생전에는 서점이 있냐, 도서관이 있냐, 스마트폰으로 검색이 가능했냐.... 인쇄라는 개념도 없어, 책 한 권이 두 권 되려면 누가 붓 가져오고 벼루에 먹 갈아 베껴적어야 하다보니 인기를 얻으며 널리 퍼지는데 막대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삼국지연의가 그 넓은, 그러나 유통망이나 인프라가 개떡인 수백 년전 중국일대에서 인기를 끌쯤, 이미 나관중은 천국에서 삼국지속 실제인물들을 만난지도 한참 이후... 게다가 지금 현재의 중국조차 인적사항등록이 누락된 인간이 있는 마당에, 당시 명나라 초기의 일반인의 기록이 세세히 있을리가 없다. 지금에나 그런 베스트셀러작가가 명망높지... 당시의 명은 당연히 관직에 나가 벼슬살이 하는게 갑이였고 그 이하 여타 직군들은 별 큰 인기나 선망직종이 아니였다. 어렸을적에 어떤 어린이였고 소년이였는지는 모르겠고, 여튼 머리 크고는 위 언급대로 벼슬아치가 최고였던 시절이다보니 나관중 또한, 명나라의 인싸가 되기 위해 과거에 응시를 했었나본데, 낙방했다.....;;;; 심지어 세 차례 이상 내리 낙방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 과거는 지금 한국의 공무원 시험 따위와는 댈게 아닌 극악의 난이도여서 벼락치기 좀 했다고 붙는 그런건 아니였어서 수년간 공부했어도 수 차례 물 먹는 사람들이 많은건 사실이였지만, 왠지 뭔가 천재작가 이미지의 나관중조차 여러 번 불합격한건 의외다. 이건 나관중 개인에게는 불행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에겐 다행인거지..ㅎ 벼슬 나갔으면 삼국지같은거 썼겠나. 게다가 당시 명의 천자였던 "홍무제"는 뭐가 불만인지 수틀리면 벼슬아치들을 죽여대던 때여서 홍무제손에 킬된 벼슬아치가 10,000 명이 넘었다하니 어쩌면 나관중 본인에게도 잘된 걸 수도~ 뒤에 이야기들 보면 느끼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양반이 뭐가 딸려서라기보다 그냥 공부머리가 없었지 싶다. 정사를 꿰고 그 무수한 민담들을 캐내서 집대성하고 스토리텔링을 해낸 그의 재능은 오로지 포커스가 삼국지에 올인 되었을 뿐이였다. 과거에 계속 떨어지기를 여러 번... 어느 시점부터는 그냥 벼슬에 대한 미련 버리고 부친이 하시던 소금장사를 따라다니며 장사를 도왔는데, 공부도 못 하는 주제에, 장사도 못 했고 장사에 별 도움이 안되다보니 아버지한테 한 소리 들었는지, 나중에는 장사를 따라다니는 것도 그만뒀다.ㅋㅋㅋ 이렇게 원나라(그 시절은 아직 원)의 잉여놈이던 나관중은 동네 찻집을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당시의 찻집은 옛날 프랑스 파리의 카페와 비슷한... 문학도나 학자들, 혹은 예능인들이 드나들며 의견을 나누던 그런 분위기였다고 보면 된다.(술 안팔았다) 그렇게 드나들던 찻집에서 거의 매일 했던것이 "삼국희곡(三國戱曲)" 이란 공연인데, 이게 뭐냐면 몇 명의 화자가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연기와 나레이션 섞어서 간단한 연극 비슷하게 만담처럼 진행하는 요즘말로 스탠딩공연같은건데 나관중은 여기에 빠져서 이걸 보려고 싸지도 않은 찻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래도 당시에 소금집 아들이면 나름 먹고사는 집이니 가능했던 듯..ㅎ 이 때 이 찻집의 삼국희곡은 한 잉여의 삶을 바꾸게 된다. 이후 단순 삼국희곡덕후에서 끝난게 아니라, 관련 사료들을 모으고 연관 주석과 민담 및 구전설화들까지 모으게 되는데.. 당시에 이짓은 그야말로 엄청난게, 이때 인터넷이 있나, 도서관이 있나 이런저런 자료들과 이야기들을 모으려면 그야말로 발로 뛰어야 했는데 그렇다고 당시 교통이 좋기를 해.. 심지어 "중국"에서... 여튼 덕중의 덕은 양덕이 아닌 중덕이란걸 보여준 나관중은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을 쓰고 소설 제목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 바로 우리가 삼국지연의라는 그 소설이다. 마치 원래는 연극영화과 전공이였고 관련하여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다 역사에 매료되어 한국사 강사가 된 설민석 선생님과 엇비슷하다. 자료를 취합하는 나관중의 정성과 열의는 실로 대단한건데, 지금같은 정보화시대에서 알기 쉽지 않은 자료나 정보가 많거늘, 그때는 위에서 말했듯 아무런 인프라도 시스템도 없고 심지어 삼국시대는 나관중이 살던 원말~명초때 당시 기준으로도 1,000년전 역사였으니 이에 대한 자료조사는 맨땅에 헤딩이였다. 그러나 소금집 잉여아들은 이 모든걸 해냈다....! 헌데 당시 그런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 자료수집 하다보니 아무래도 칼같이 정확하고 공정한 기록들만 채집하는건 한계가 있었으며 별 말같잖은 소리나 뜬금없는 자료들도 많아 나관중은 머리를 쥐어뜯었을 것이다.. 게다가 시대상황 따라 인기인물도 바뀌고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인기따라 민담이나 에피소드들도 늘고 줄고가 생겼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관중은 삼국지를 기반한 판타지를 쓰려는게 아닌 정말 역사속 사실을 모티베이션한 모큐멘터리급의 작품을 추구했기에 최대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끔, 설령 쏠림이 발생해도 티나지 않게끔 매끄럽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한중일 삼국에는 아직도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속 이야기가 모두 팩트라고 잘못 아는 이들이 상당수 있고 무엇이 픽션이고 어디부터 리얼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워 하는 수작이 나온 것! 이 또한 삼국지연의가 명작반열에 오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게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해, 영화로 치면 나관중은 '운장포터와 도술사의 돌', 이런 판타지나 '삼국불패 -촉한웅사-' 같은 무협물이 아닌 '오호대장군 : 적벽워' 같은 허무맹랑한듯 리얼하게 그려낸 덕에 더 많은 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삼국지연의를 살펴보면 나관중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일단 나관중은 지금 표현으로 치면 "마초스러움"을 선호했던거 같다. 서량의 그 마초말고 터프하고 와일드한 전형적 남성미의 그 마초이즘을 말한다. 그 이유는 일단 삼국시대는 물론, 나관중이 생존한 원나라 말 ~ 명나라 초에도 전투시에 그 전투지휘를 일임한 상장이나 총지휘관이 가장 선두에서 지휘하거나 심지어 적장과 1vs1 맞다이를 붙는건 확률이 0에 수렴했음에도 나관중은 그런 네임드간의 일기토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애초에 저런 방식의 전투가 없다시피했기에 당시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언뜻 생각도 못했을 개념인데 저리 도입한걸 보면 소설적 재미추구는 물론, "장수는 싸워야 장수!" 라는 그당시 기준의 마초이즘적 증거가 아닐지.... 또 한가지로, 삼국지연의내에서 장수들의 최후를 그린 부분들이 실제 역사와 다른 경우들이 꽤 있는데 대체로 병사하거나 혹은 죽음의 과정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이들이 연의에서 장렬히 전장에서 간지뿜으며 전사하는 걸로 각색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이질로 앓다 병사한 감녕, 역시 병을 앓다 결국 병상에서 숨 거뒀던 서황, 역시 고열로 인해 헛소리까지 했다는 학소, 역시 죽음 과정에 대한 별 기록이 없던 황충 등... 아참 태사자도 있구나 여러 장수들이 누워서 천장을 보다 저승을 갔음에도 나관중은 이들을 명예롭게 전장에서 요단강을 건넌 것으로 그려내줬다.ㅎ 나관중의 또 다른 취향은 "물량공세" 적벽대전 당시 조조군의 83만명. 관도대전 당시 원소군과 이릉대전 당시 촉-무릉만 연합군 70만명. 촉의 남만정벌 당시 50만명 등.... 지금의 중국으로야 가능해도 당시 빈번한 전란과 자연재해 및 극악의 치안상태와 기아 등으로 전 중국의 인구가 지금의 20분의 1수준에.. 제대로 된 인구통계도 못 내며 심지어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농경사회였던 당시로는 엄두도 못낼 규모의 대병력이 마주치는 이런 물량공세는 역시 나관중이 전쟁을 더욱 흥미롭게 표현키 위한 장치였다. 삼국지연의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 라 불려지는 명작들이 있는데 나머지 세 작품은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 유교마인드 뿜뿜인 우리나라 정서상... 야설의 원조격인 금병매는 거의 매장 당하다보니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가 삼대장이 되었고 서유기가 주로 애니매이션이나 게임같은 어린이~청소년 대상 매체들에서 매만지다보니 성인들에게는 삼국지연의와 수호전이 양대산맥을 이룬다. 놀랍게도 이 중국4대 기서 중 삼국지연의의 나관중이 수호전도 집필했다...!!!! 수호전은 순전히 나관중이 창조했다기보다, 원나라 말기의 시내암(施耐庵)이라는 사람이 원작자에, 나관중이, 쉽게 말하자면 초본상태의 수호전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자면 시내암이 수호전이라는 그림을 대강 콘티만 그렸다면 나관중이 거기에 펜선을 그려 디테일을 추가하고 컬러링까지 했다고 하면 비슷한 표현?...ㅎ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단편이라도 소설이나 수필 등을 써본 분이 계시는지 모르겠다만... 아무리 적성이 맞고 본인이 원해 쓴다 할지라도 "글을 쓴다"는 작업은 보통의 인내와 센스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며, 더구나 실제역사를 기반해 철저한 자료조사 및 고증을 더한 작품은 요새도 쓰기가 버겁다. 게다가 요즘은 펜에 원고지로 원고작업 않고 대부분의 작가분들이 컴퓨터를 쓰지만.... 나관중은 명나라 사람이라, 벼루에 먹을 갈고.. 붓으로 먹물을 찍어 썼다. 학창시절 혹시 서예해 보신 분 계시는지?.. 먹을 가는거부터가 존니 진짜...하아..(난 그 먹냄새도 싫었어) 게다가 붓글씨는 정말 글씨쓰기가 거지같고 뭐 좀 쓸라치면 그새 붓의 먹물이 다해서 또 찍고.. 붓의 힘조절이 잘 안되면 글씨가 개판되며 오타가 나면 이건 수정이고 뭐고 처음부터 다시 써야된다.. 게다가 서예반 애들은 거의 대개 부모나 담임이 산만한 애들의 정서함양에 좋다고 시켜놓다보니 애새끼들이 전부 산만하다 -_-;;;;; (게다가 손에 묻은 먹물은 잘 씻기지도 않고 옷에 묻으면 그 옷은 그냥 버려야 된다는...) 여튼 그런 붓글씨로 쓴 소설! 심지어 그냥 소설도 아닌 중국의 4대 기서! 게다가 그중 둘이 Write By 나관중의 위엄은 말로 표현불가다. 위에서 언급했듯, 공부머리가 없었을 뿐 그는 천재고 서양의 세익스피어에 뒤지지 않는 동양최고의 문학가였다. 그런데 수호전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상과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이들이 많이 나오고 그러다보니 명나라에서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벼르고, 그의 가문은 나관중으로 인해 온집안이 화를 입을까 두려워 그를 가문에서 파문!!! 쉽게 말해서 호적을 파버렸고, 나관중 역시 자신의 신상 및 자기네 집안안위 위해 노년에는 인적 드문곳에 짱박혀 이승윤이나 윤택이 찾아가는 그런 자연인처럼 살다 조용히 죽었다..., 그의 업적대비 참 초라한 최후지만, 당시는 뭐.. 아무거나 트집 하나 잘못 잡히면 그냥 모가지가 날아가는 시대에, 잘못 얽히면 온집안이 풍비박산 나는것도 다반사던 시절이였고 또 천재들은 항상 시대를 앞서가다보니 오히려 살아생전에는 인정은 커녕 가난과 무관심 속에 불운한 삶을 살다간 이들도 부지기수다. 아마 나관중은 앞서 언급했듯, 당시 시스템과 인프라에 따른 자기작품의 빠른 대중화의 한계와 당시 사회적인 직업인식 등으로 인해 생전에는 대문호에 대한 존경같은거 없이 살았을거다. 그냥 간신히 밥이나 먹고 맨날 방구석 처박혀 글이나 쓰고 그러는 Nerd였을 듯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지와 수호전이란 두 거작을 만들어낸 그의 근성과 집념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매사가 다 그렇다. 뭘 하건 성공을 위해 우리는 당장은 미진해도 꾸준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쌓여 결국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거라고 나관중의 삶이 말해준다. . . .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 욥기 8장 7절 - (하지만 난 무신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