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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인가, 변화인가? '포켓몬스터 레츠고' 주인공이 피카츄와 이브이인 이유

포켓몬컴퍼니가 30일 공개한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이하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오리지널 포켓몬스터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이름은 외전을 뜻하는 '포켓몬'이 아니라 오리지널 게임 시리즈와 동일한 '포켓몬스터'를 사용한다. 

한없이 외전에 가까운 오리지널, 혹은 오리지널에 근접한 외전.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까? 닌텐도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트레일러와 공개된 정보를 참고해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주요 특징과 의의를 정리했다.

#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은 그리운 관동에서


우선 트레일러의 게임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켓몬스터의 시작을 알린 '1세대'를 내세운 것이다. 마스코트 '피카츄'는 물론, 매 세대마다 새로운 진화 루트를 선보여 꾸준한 인기를 얻은 '이브이'가 타이틀 포켓몬으로 선정됐다.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켓몬컴퍼니 측은 <포켓몬스터 레츠고>가 1998년 발매된 <포켓몬스터 피카츄>를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오박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로켓단' 조무래기와 배틀을 벌인다. 매 시리즈마다 의상이 달라지는 NPC 트레이너들도 이번만큼은 처음 옷으로 차려입었다. 피카츄와 이브이가 옷을 갈아입는 곳은 12번 도로고, 마그마가 등장하는 배틀의 배경은 홍련섬의 포켓몬저택으로 짐작된다. 

트레일러 마지막에 등장하는 뮤츠는 지형으로 보아 원작처럼 블루시티 동굴이며, 많은 플레이어들이 처음으로 겪는 동굴인 달맞이산도 재현됐다. 유일하게 이름이 공개된 NPC 트레이너 'Bug Catcher Cale'는 <포켓몬스터 피카츄> 시절부터 블루시티 골든 볼 브릿지의 수문장을 맡는 유서 깊은 인물이다. 블루시티는 첫 난관을 건너 만나는 대도시이자 환상의 포켓몬이 숨어 있는 곳인 만큼 이번 트레일러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관동 지방은 20년 동안 정식 시리즈에서 4번이나 등장한 지역이고 많은 팬에게 익숙한 곳이다. 그런 만큼 '1세대 리메이크'는 구현 방향이 잘못됐거나 어설프면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결국 '한없이 외전에 가까운 메인 시리즈'라는 형태로 다시 나타나게 됐다. 실험작, 외전, 그리고 또다른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멋진 명분과 함께 말이다.

# 포획과 육성은 <포켓몬 GO>, 배틀은 오리지널처럼


시스템 측면을 보면 전반적으로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포켓몬 GO'를 콘솔 규모에 맞춰 확장한 인상이다. 랜덤으로 야생 포켓몬 만나 포획하거나 쓰러뜨렸던 오리지널 시리즈와 달리, 이번 작에서는 풀숲에서 배회하는 포켓몬에게 다가가 포획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배회하는 포켓몬은 맵상에서 미리 알 수 있다.

야생 포켓몬과 조우하면 화면에는 만난 포켓몬의 이름과 성별, 레벨과 CP가 표시된다. CP는 컴뱃 포인트의 약자로 <포켓몬 GO>에서 개별 포켓몬의 강함을 측정하는 수치다. 화면 하단에는 몬스터볼과 남은 개수가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준비(Get Ready)', '아이템', '도움(Help)', '도주(Run away)' 를 선택한다. 

포획을 선택하면 타이밍에 맞춰 몬스터볼을 던지며, 이 조작은 조이콘을 휘두르거나 버튼을 눌러 진행한다. 포획 성공시 '엑셀런트', '그레이트' 메시지가 뜨는 것으로 볼 때 <포켓몬 GO>처럼 타이밍, 모션 등 여러 요소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암수의 미세한 차이, 매우 드물게 나타는 '특별한 색' 등 현재 <포켓몬 GO>에 있는 요소가 포함될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레벨과 종족값, 개별 개체가 갖는 능력치, 기초 포인트 등의 요소를 고려해 포켓몬을 육성한다. <포켓몬 GO>는 개별 개체의 성장 잠재력과 CP가 주요 육성 포인트이며, 반복 포획을 통해 더 좋은 개체를 찾거나 CP를 올릴 수 있다.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이 두 시스템이 혼합되거나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야생 포켓몬을 만나면 CP와 레벨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NPC와의 배틀에서는 기존작의 레벨 시스템이 등장하며, 전투도 4개의 기술과 속성을 사용하는 턴제 RPG로 진행한다. 하지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알 수가 없기에, <포켓몬 GO>처럼 반복 포획 보상으로 경험치를 받거나 '산책(Stroll)'에서 보완할 것으로 추측된다. 


# 정정당당하게 2:1로 승부하자! 실시간 멀티 플레이


또 한가지 특징은 실시간 협동 플레이다.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기본적으로 한 쪽 조이콘만 사용한다. 다른 쪽 조이콘은? 친구에게 주면 즉석에서 협동 플레이가 된다. 기존 시리즈에서 미니 게임 등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했던 협동 플레이가 이제 상시, 즉석에서 가능한 것이다. 

영상에서는 바로 조이콘을 건네받아 흔들자 다른 캐릭터가 등장했고, 몬스터볼 조이콘으로 플레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포획과 전투, 도주 등의 선택은 메인 플레이어에게 있고 초대받은 서브 플레이어는 포획에 도움을 주거나 메인 플레이어를 따라다녀야 하는 등 기능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NPC와의 더블 배틀 장면에서는 메인 플레이어가 피카츄를, 서브 플레이어가 이상해씨의 기술을 선택해 턴을 마친다. 그러나 화면에서 보여지는 아군의 소지 포켓몬은 메인, 서브 모두 6마리. 기존 작 더블배틀처럼 소지한 6마리 중 3마리를 합쳐 배틀에 내보내는 건지, 아니면 메인 플레이어의 6마리를 나눠서 조작하는 것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 

포켓몬컴퍼니는 발표 후 추가 정보를 통해 통신 교환과 대전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Wi-Fi를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일지, 아니면 근거리 통신 한정일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실시간 협력 플레이는 로컬 플레이다.


# 몬스터볼 조이콘과 <포켓몬 GO>, 언제 어디서나 포켓몬과 함께


산책은 별도로 발매하는 '몬스터볼 조이콘'의 기능이다. 게임을 끌 때 포켓몬 중 하나를 산책에 데려가면 몬스터볼 조이콘으로 데이터가 전송된다. 조이콘의 버튼을 누르면 해당 포켓몬의 울음소리가 재생되고, HD 진동 기능을 통해 움직임에 반응하는 등 실제로 포켓몬이 들어있다는 인상을 준다. 

조이콘을 들고 외출을 했다가 다시 게임에 전송시키면 여러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2009년 출시한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가 별도 액세서리 '포켓워커'를 통해 실현한 바 있는 아이디어다. 이 기기는 걸음 수에 따라 경험치를 얻고, 아이템이나 희귀 포켓몬을 얻을 수 있었다.
<포켓몬 GO>에서 포획한 포켓몬을 <포켓몬스터 레츠고>로 불러올 수도 있다. 연동한 포켓몬은 'GO 파크'라는 게임 내 공간에 대기하고 있고, <포켓몬 GO>에서는 연동 보상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1세대 포켓몬과 일부 리전 폼 포켓몬만 전송 가능하지만, 신규 포켓몬의 등장 가능성도 암시하고 있다.

연동처가 기존의 '포켓몬뱅크'가 아니라 <포켓몬 GO>라는 점은 눈여겨볼 요소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기기와 게임팩만 있다면 <포켓몬스터 적·녹>부터 <포켓몬스터 울트라썬·울트라문>까지 포켓몬을 전송할 수 있고, 3DS 세대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포켓몬뱅크'가 등장해 연동이 더욱 쉬워졌다. 포켓몬스터의 '연동'은 전 세대와 현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IP의 상징이다. 

하지만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뱅크가 아닌 <포켓몬 GO>를 선택했다. 기존의 게임 시리즈가 <포켓몬스터 적·녹>에서 시작했다면,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포켓몬 GO>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프랜차이즈다. 형식상으로는 오리지널 게임과 멀어보이는 실험작이지만 또다른 정식 시리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모바일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리즈가 얼마나 큰 호응을 얻을지 미지수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도 있기에 섣부른 판단은 할 수 없지만 흥미로운 시도로 읽힌다. 


# 모바일 시대 포켓몬의 미션, 일상을 점령하라


1996년 첫 '포켓몬스터'가 등장한 후 22년이 지났다. '포켓몬'을 만드는 사람들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고, 모바일로만 게임을 경험한 세대가 새로 등장하거나 발견됐다. 밖으로 떠난 사람들을 어떻게 가정용 게임기 앞으로 불러올 것인가?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이 질문에 대한 '포켓몬'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의 대답처럼 보인다.

다시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트레일러를 살펴보자. 길에서 자전거를 타며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던 '유저'는 집으로 돌아와 스위치를 켜고 <포켓몬스터 레츠고>를 '플레이'한다. 몬스터볼 조이콘에 포켓몬을 담아 다시 밖으로 나가고, 또 집으로 돌아와 게임을 이어간다. 집 안에서 게임을 하다가 밖으로 나갔던 닌텐도 스위치 첫 트레일러와 전혀 다른 방향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콘솔과 휴대용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기기다. 그러나 제아무리 스위치가 가볍고 편리해도 모바일 디바이스의 일상성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니 모바일을 대체하기보다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방향으로 공존을 꾀하는 것이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실험이자 미션이다. 
<포켓몬스터 레츠고>의 기반이 되는 <포켓몬 GO>는 운영이나 지속성 면에선 상당량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실생활까지 영향을 주는 콘텐츠로서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더 많이 걸으려고 출퇴근길을 바꾸거나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사례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게임이 일상에 깊게 침투해 일상 그 자체가 된 것이다. 

<포켓몬 GO>와 게임 방식은 똑같은데 더 좋은 그래픽으로, 친숙한 배경에서, 부족했던 스토리와 NPC 배틀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하던 게임을 그만둘 필요도 없고 심지어 연동하면 혜택도 준다고? 오리지널 게임 시리즈를 해온 사람들에게는 눈에 차지 않는 신작이지만, <포켓몬 GO>를 했던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모바일의 일상성을 살리면서도 콘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포켓몬 GO>에서 건너온 사람들에게 <포켓몬스터 레츠고>는 턴제 배틀과 스토리, 게임 간 연동이 주는 애착과 재미, 친숙한 배경 등 오리지널 게임의 핵심 요소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실제로 닌텐도는 2016년 3분기 보고서에서 <포켓몬스터 썬·문> 초반 흥행은 <포켓몬 GO>의 영향도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포켓몬스터 울트라썬·울트라문>을 잇는 전통적인 오리지널 게임 신작은 2019년에 발매되므로, <포켓몬스터 썬·문>처럼 모바일 유저를 콘솔로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의 대표 포켓몬이 피카츄와 이브이라는 것은 포켓몬스터 IP가 가진 고민을 그대로 내비친다. 피카츄는 진화하지 않음으로써 브랜드의 상징이 됐고, 이브이는 다양한 진화를 선보여 폭넓은 지지를 받는 포켓몬이다. 전통과 변화의 기로에 서서, 결국 브랜드는 또다른 메인 시리즈라는 핑계로 파장이 큰 수를 던졌다.

게임의 일상화, 모바일과 콘솔의 양립. 두 마리 파르빗을 잡으려는 포켓몬스터의 미션은 성공할까?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이브이>는 다가오는 11월 16일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출시된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신작은 2019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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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개성당 가볼 수 있는 <유니티>, 베스트셀러 순위 2위까지 올라와 유비소프트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브랜드 세일을 시작했다. 참으로 공교로운 시점이다. 우리 시간으로 4월 16일 새벽,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하 노트르담)이 불꽃에 휩싸였다. 이 사건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비소프트는 화재 당일부로 <어쌔신 크리드> 시리드의 브랜드 세일을 시작했다. 최신작인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비롯해 시리즈의 거의 모든 작품이 최대 75%까지 할인 판매된다 이번 세일 대상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이하 유니티)다. 2014년 출시된 작품으로 게임 자체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갑자기 베스트셀러 순위 2위에 올라올 정도로 유저들의 반응이 뜨겁다. 무엇보다 이 게임을 통해 불타기 전의 노트르담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유저들에게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플레이에서 본 스토어 화면 캡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가 2위까지 올라왔다. 유플레이에서 본 스토어 화면 캡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가 2위까지 올라왔다. 급하게 올렸는지, 배너 이미지의 날짜가 수정되지 않은 모습. #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가 불탄 노트르담 재건에 활용될까? <유니티>는 프랑스 혁명기의 파리를 뛰어난 고증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작품이다. 당연히 불탄 노트르담도 실제에 매우 가깝게 구현되어 있다. 개발진은 한 인터뷰에서 노트르담의 재현 작업에만 무려 2년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의 컨셉 아트. 뒤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인다. 그런데 화재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어 사후 처리가 논의되기 시작했을 무렵, 게임인포머를 비롯한 몇몇 외신은 <유니티>가 노트르담의 재건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러한 소식은 국내 커뮤니티에도 전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 언론들의 보도와 달리, 실제로 <유니티>의 노트르담이 재건에 이용될지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미정이다. 유비소프트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나 관계자 또한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 전혀 없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재건 담당자들이 굳이 <유니티>를 참고자료로 사용할 이유는 없다. <유니티>의 고증이 뛰어나다는 것은 그것을 가능케한 '측량 자료'가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재건 팀은 그 측량 자료를 직접 보면 된다. 실제로 <유니티>가 노트르담 재건에 사용된다면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이렇게 유익하다고 모두에게 자랑할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 '역사 덕후'로 유명한 유비소프트, 프랑스 기업으로서 재건에 기여할 가능성도 이번에 화제가 된 <유니티>의 제작 및 유통을 맡은 유비소프트는 게임업계 내에서도 ‘역사 덕후’로 유명하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어쌔신(Assassin)’이라는 단어가 처음 생겨난 10세기경 중동을 비롯해,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근대 파리와 런던,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와 그리스 반도 전역 등, 세계사 시간에나 들어본 유구한 도시들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이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사이버 관광’ 게임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일례로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실제 이집트를 연구하는 사학자들의 충실한 자문 아래 제작, 대학의 역사 강의에서 교보재로 사용될 만큼 뛰어난 고증을 보여줬다. 게임 내에 재현된 역사적 장소들을 코멘터리와 함께 둘러보는 ‘디스커버리 투어’가 단독 상품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유니티>가 노트르담의 재건에 활용된다는 뉴스는 출처가 불명확한 ‘추측성 기사’로 밝혀졌지만, 아직 노트르담의 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유비소프트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기업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노트르담의 재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을 게임 안에 잘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유비소프트.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사회적 격동을 다뤄 주목받았다.
지난 8년 간 당신의 스킨 값으로 라이엇게임즈가 한 일
[기획] 꾸준히 문화유산 보호 활동 벌인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엇게임즈 이 회사의 본사는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에 있습니다. 대주주는 중국의 텐센트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문화재를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어디일까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죠?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 이야기입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오늘(11일)도 해외에 반출됐던 척암선생문집의 책판을 환수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벌써 해외 반출 문화재만 3개를 가져온 것이지요. 라이엇게임즈는 그 밖에도 워싱턴 D.C. 소재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복원하는 일과 소설가 이상의 생가인 '이상의 집'의 재개관도 도왔습니다. 라이엇게임즈가 8년 동안 한국에서 한 문화유산 보호 활동은 정말 많습니다. 외국계 게임회사가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이유, 무엇일까요? # 왜 외국계 게임회사가 한국 문화유산을 지키는 거죠? 라이엇게임즈가 <롤>을 들고 한국에 온 것은 2011년의 일입니다. 그때부터 라이엇게임즈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유의미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겠다"라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2012년, 회사는 한국형 챔피언 '아리' 초기 6개월 판매금액 전액을 문화재청에 기부하면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다고 합니다. 그 국가의 환경과 상황에 알맞은 요소를 찾아서 이바지한다는 취지인데요. 라이엇이 한국에서 어떤 캠페인을 벌일까 고민하던 시기는 마침 우리 구미호 전설을 모티프로 탄생한 챔피언 아리가 나오던 때와 같습니다. 아리를 만들 때 구미호 전설을 깊이 참고했다는 개발진은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게 "한국에 좋은 이야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합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는 '스킨 판 돈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지키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총 15만 점이 넘습니다. 청소년들이 학업에 시달린 나머지 '기본적인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꽤 적합한 사회공헌 아이템이었습니다. 아리의 K/DA 스킨 # 당신의 스킨값으로 라이엇게임즈가 한 일 라이엇게임즈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43억 원이 넘는 기금을 문화유산 보호 사업에 썼습니다. 청소년을 비롯한 <롤> 유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역사 교육·체험 프로그램인 '문화재 지킴이' 프로그램을 총 114회 열어서 누적 참가자 4,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회사가 꾸준히 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 딱 3가지만 골라 알아봅시다. 1. 해외 문화재 환수 최근 우리 곁으로 돌아온 '척암선생문집 책판'을 포함해서, 라이엇게임즈는 지금까지 총 3종의 반출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책판 이전엔 어떤 문화재가 돌아왔는지 살펴봅니다. (1) 석가삼존도 (2014) 먼저 2014년 1월, 환수된 조선시대 불화(佛畫) '석가삼존도'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허미티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문화재입니다. 라이엇게임즈와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한국에 돌아왔으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석가삼존도는 현존 불화 중 도상의 배치가 희소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반출된 후 뉴욕에서 진행된 경매를 통해 박물관 측이 인수해 수십년간 보관해왔습니다. 이 사실을 접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석가삼존도의 반환 작업에 착수했고, 라이엇게임즈는 반환에 필요한 비용을 100% 지불했습니다.  이 사례는 외국계 기업이 문화재 반환 사업에 참여한 최초의 사례로 꼽힙니다. (2)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2018) 효명세자빈 책종 죽책은 1819년(순조 19년)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1808-1890)가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될 때 받은 일종의 '인증서'입니다. 프랑스에서 이 유산을 가지고 있던 개인이 경매에 내놓은 것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라이엇게임즈가 낙찰받아서 2018년 문화재청에 기부했습니다. 이 유물은 조선 왕실의 죽책 형식을 엿볼 수 있으며 공예품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왕실 의례 상징물입니다. 조선 왕실의 어책과 어보는 조선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의 시대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유물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있죠.  그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은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돼 있던 중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만,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재청, 그리고 라이엇게임즈의 노력으로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죽책은 국립고궁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2. 서울문묘와 성균관 3D 정밀 측량 & 안내판 개선 사업 (2013년 10월~2014년 7월) 라이엇게임즈가 지원한 '서울문묘 및 성균관' 3차원 정밀측량 사업은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지를 위한 사회환원활동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2013년 10월 착수해 2014년 7월 마무리됐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서울문묘와 성균관 전체를 레이저 측량해서 3D 데이터를 남겼으며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영상콘텐츠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건물 문화유산에 대한 디지털 기록이 구축되면 재해로 인한 훼손이나 소실 시 해당 유산을 복원하는데 핵심적인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3D 영상콘텐츠는 역사 교육을 위한 디지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현장에 직접 가보지 않고도 우리의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도구로 쓸 수 있습니다. ‘서울문묘 및 성균관’의 디지털 콘텐츠는 교육부에 교육용 교보재로 제공됐으며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채널을 통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해외에도 소개됐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 사업과 함께 서울문묘와 성균관 경내의 안내판 바꾸는 사업에도 기부금을 냈다고 합니다. 서울문묘와 성균관 3D정밀측량 관련 영상 이미지 3차원 정밀측량이 시행된 성균관 현장 사진 3.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 (2016) & 이상의 집 재개관 (2018) 라이엇게임즈는 2016년 총 5억 원의 예산 지원을 통해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의 복원 및 활용 사업을 지원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9년부터 16년간 대한제국의 대미 외교를 위해 쓰였던 건물로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우리 정부가 다시 사들였습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대한제국 시절 외국에 설치한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라이엇게임즈는 3층에 전시공간 조성에 사용될 금액을 쾌척했습니다. 2018년 5월 새롭게 단장한 대한제국 공사관의 3층 전시실에는 외교활동과 한미교류사에 대한 전시물이 있습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전경 (라이엇게임즈 제공)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상의 집'은 영원한 한국 문학의 아이콘 이상(李箱)이 20년간 살았던 집터를 다시 복원한 건물입니다. 라이엇게임즈는 2017년 10월 문화재청에 기부했던 기금 중 일부를 활용해 이상의 집의 재개관에 전액을 후원했습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쉽게 가보지 못하겠지만 '이상의 집'은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습니다. 주변에 요즘 '핫플'로 꼽히는 서촌이 있으니 오는 주말에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도 예전에 가봤습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의 박제 # 게임, 세상에 도움이 되는 문화 콘텐츠로! 11일 척암선생문집 책판을 공개한 자리에서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는 "게임도 하나의 문화"라면서 "<롤>은 1달에 1억 명의 세계인이 즐기는 게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게임은 문화재의 중요성을 알리는 하나의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클라이언트를 통해 문화재 환수 소식을 더 많은 유저들이 알 수 있게 할 방침입니다. 우리의 구미호 전설이 있었기에 <롤> 최고 인기 챔피언 중 한 명인 아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하나의 문화 콘텐츠는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확장해나갑니다. <롤>이 인기를 얻은 덕분에 우리는 해외로 나가있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되찾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꾸준히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100%는 아니겠지만) 여러분의 스킨 값은 이렇게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쓰였습니다. 이렇게 게임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문화 콘텐츠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신바람 탈 샤코 스킨
“그놈의 사명감 때문에. ‘정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참 별것 아닌데…”
“그놈의 사명감 때문에. ‘정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참 별것 아닌데…” 추억은 누군가에게 아름답고 아련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반대인 ‘냉혹한 현실’일 수도 있다. 게임 쪽에 있어서는 오락실(게임장)이 그렇지 않나 싶다. 게이머에게는 어린 시절 하나의 추억이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에게는 참으로 뼈아픈 현실로 와 닿고 있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노량진 ‘정인게임장’ 얘기다. 5월 중순 무렵, 게이머들 사이에서 정인게임장이 5월 말을 마지막으로 폐업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요금이 100원에서 200원으로 ​오르고, 게임장에 근무하던 아르바이트가 모두 그만두면서 폐업은 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29일, 정인게임장 오후 근무자라고 밝힌 이는 한 커뮤니티에 “루머는 들을 필요 없을 듯하다. 전달받은 사항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폐업의 소문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게임장이 오래전부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사실 여부를 떠나 씁쓸한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인게임장 소식을 접하며, 게임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억(여기에는 정인게임장도 포함되어 있다), 또 PC방 성행으로 게임장 운영을 접어야 했던 기자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찾아가서 얘기를 듣고 싶었다. 다행히, 폐업은 아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 보니 현실은 참으로 냉혹했다. 추억이라는 단어로 불리기 미안할 만큼. ※ 본인 요청으로 인해 점주 이름, 사진은 별도로 넣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31일 오전), 정인게임장 사장은 상도동 ‘숭실 게임랜드’로 가려 했다(참고로, 사장은 정인게임장, 숭실 게임랜드 2개를 운영하고 있다). 숭실 게임랜드가 오늘까지만 영업하고 폐업 하기 때문. 기계 등 큰 물건은 차차 빼더라도, 몇 개 물건을 미리 가지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사장은 정인게임장을 운영한 지 벌써 16~7년 됐다고 말했다. 함께 숭실 게임랜드로 자리를 옮기며, 조심스럽게 최근 돌던 폐업 얘기를 꺼냈다. 사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정인게임장도 폐업하려고 했다. 원래 계획은. 그런데, 가게가 안 나간다. 워낙 나가지 않다 보니 폐업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는 부딪히는 현실에 마음이 참으로 ​씁쓸하다고 밝혔다. 100원짜리 영업을 해서는 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기계값은 터무니없이 계속 오르지만, 게이머에게 받을 수 있는 요금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임대료나 기타 물가가 계속 오르니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장 쪽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정말. 아마 거의 다 매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임장에 게임을 하러 오는 게이머가 거의 없다는 점도 밝혔다. 환경이 바뀌면서, 모바일게임을 하거나 PC방을 가는 게이머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임장을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생겨나고.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사장은 정인게임장이 한때 ​‘격투게임의 성지’로 불린 점에 대해 “그것 때문에 더욱 망가진 것 같다”고 쓴웃음과 함께 말했다. 솔직한 심정이란다. 그렇게 불러주는 것을 철저히 무시했더라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면서. 그는 게임장을 정리했다면 2년 전 부터 인형뽑기방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화곡동에 있던 인형 수입업체가 와서 “지금 운영하는 두 게임장을 모두 폐업하고 같이 인형뽑기방을 만들자”, “만약 하지 않을 거면 매장 일부에 인형뽑기 기계를 놓자”는 권유를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어려웠던 만큼, 사장도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익도 더 많이 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놈의 사명감 때문에, 정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거, 참 별것 아닌데 말이다. 망해도 ‘망했네’ 소리만 들을 텐데 말이다.”라면서. 정인게임장 사장은 보름 전까지만 해도 정인게임장이 정리되면 폐업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이제는 ‘오락실’의 ‘오’ 자도 듣기 싫단다. 어떻게 보면, 당시 루머로 돌았던 폐업 설은 사실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사장은 정인게임장과 숭실 게임랜드 두 군데를 모두 내놨다. 그 중 숭실 게임랜드는 건물 주인과 사정을 얘기해서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오늘까지만 영업하고 마무리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오늘은, 숭실 게임랜드의 ‘마지막 영업일’이다. 뜻하지 않게 접한 아쉬운 소식이다. # 예전과 다르게, 시대도 바뀌다 보니 기계를 처분하려고 해도 소위 ‘껌값’도 안된다. 그렇다고 누가 맡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유통이 되지 않으니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일부 게임장 점주들은 기계가 아깝기도 해서 창고를 얻어 일단 쌓아 놓는다고 말했다. 창고 비용이 계속 들지만. 계륵인 셈이다.​ 숭실 게임랜드로 이동하며, 숭실 게임랜드에 대한 얘기를 더 들었다. 그 곳은 정인게임장과 다르게 아케이드 게임이 특화된 곳이다. 한 때 잘 됐지만, 점점 오르는 아케이드 게임기의 기기값을 부담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니셜 D ver.2>와 <이니셜 D ver.3>가 나왔을 때 1,500만 원, 1,800만 원을 주고 들여놨다. 하지만 실제 수익은 터무니없이 낮았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기기값을 메꾸려 했지만 이내 다음 버전이 나온다. <이니셜 D ver.4>는 2,500만 원을 주고 들여놨다. 실제 자동차에 준하거나 보다 비싼 가격. 어쩔 수 없이 들여놨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6개월만에 700만 원이라는 헐값에 처분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기를 들여놓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가게에 없고 옆집 가게에 새로운 기기가 있으면 게이머가 움직이고, 1~2개월이 지나면 다른 기기에도 여파가 온다. 그러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껴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암담한, 현실의 반복’이라며. 숭실 게임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몇 명의 청년이 <펌프 잇 업> 기기를 분리해서 가져갔다. 사장과 아르바이트가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청소 및 물품을 정리했다. 며칠 전부터 직원들이 올린 기기 판매 글을 보고 사려고 온 거란다. 판매액은 몇십만 원 수준. 새 기계가 대략 1,300만 원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처분인 셈이다. 두 곳의 현재 ​벌이 수준에 대해, 사장은 "비슷하지만 숭실 게임랜드는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이어서 잘 될 것 같지만 언덕에다가 숭실대학교 정문 위치가 전철역 쪽으로 바뀌면서 상권은 매우 안좋아졌다고 밝혔다. 평일 오전에 잠깐, 저녁에도 잠깐. 오후 8시쯤 되면 거의 오지도 않는다. 주말은 평일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2일 뒤면 대학교 방학. 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상황 속에 내린 폐업 결정. 이제,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숭실 게임랜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 자리를 옮겨, 다시 정인게임장으로 이동했다. 게임장에 붙은 자판기 커피를 대접해줬다. 매장 앞에서 마시며 마무리 대화를 이어갔다. 정인게임장 사장은 정인게임장에서 노래방을 뺀 자리에 숭실게임장의 아케이드 기기를 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는 거다. 그래도 결과가 같으면 두 손 두 발 다 드는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인게임장을 계속 하고 싶지만, 현실이 본인 마음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야심 차게 들여놨던 철권 기계도 적자다. 16대 기기를 대당 1,500만 원을 주고 들여놨다. 이후 버전 업그레이드 때문에 대당 450만 원을 추가로 들였다. 합해서 약 3억 1,200만 원이 들었다. 그는 철권 PC버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운영 됐는데, PC버전이 나오면서 상황이 매우 안좋아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PC버전에 비해 아케이드 버전은 업데이트를 잘 해주지 않아 불만이라고 말했다. 한 때 코인노래방이 정인게임장에 ​적지 않은 수익을 가져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노래방이 점차 코인노래방으로 바뀌면서 게임장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결국, 얼마 전 철거 결정을 내렸다. 정인게임장에 있던 코인노래방은 점주가 직접 철거했지만, 숭실 게임랜드의 코인노래방은 몇백만 원을 들여 철거했다.  두 게임장의 코인노래방 29대 모든 구성품을 처분해도 500만 원 남짓 받아, 정인게임장의 코인노래방을 철거한 폐기물 비용 내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16~7년 전, 그는 약 5억 5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정인게임장을 시작했다. 막대한 비용에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랐단다. 그는 그때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회의감은 커진 듯 했다. “다른 것을 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다. 우연히 하게 됐지만, 뭐 하는 짓이었는지. ​뭐가 씌었는지 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숭실 게임랜드 기기 배치, 정인게임장에서 준비할 것이 여럿 있어 사장과는 인사를 나눴다. 그는 잘 가라며, 또 놀러 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사장과 나눴던 대화 중, 그가 했던 말이 맴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지만, 별수 있나. 흐름 대로 가야지.”
"뽑기 세상이 끝나면 우린 뭘 할 수 있을까요?" 이블펙토리·데이브 개발자의 고민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는 2017년 출시된 여러 넥슨 게임 중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작품이었다.  두 게임은 고전 감성이 물씬 풍기는 게임 방식, 담백한 유료 모델로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비록 두 게임이 2017년의 넥슨을 견인했다고 할 순 없지만, 넥슨에서 이런(?)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만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넥슨은 그 뒤로도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해저 탐험 게임 <데이브>, 감성적인 퍼즐 어드벤처 <네 개의 탑> 등 독특한 게임을 연이어 공개해 이 도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렸다.  도전의 중심에는 네오플의 '스튜디오 42'(스튜디오 포투)가 있다. 무작정 <이블팩토리>와 <애피터 디 엔드>를 만들었던 두 팀은 회사에서 작품의 의미를 인정받아 스튜디오 42라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온라인게임 개발사이자 기업인 네오플에서 어떻게 이런 게임을 시도할 수 있었을까? 스튜디오 42라는 이름 아래 뭉친 지금은 어떤 게임을 추구하고 있을까? 네오플 스튜디오 42의 황재호 디렉터와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인디스럽다는 과분한 평가, 우린 그저 '뽑기' 뒤를 고민할 뿐이다" 인터뷰를 하기 전 상상했던 황재호 디렉터의 이미지는 게임 밖에 모르는 바보(?), 너무 열정적인 개발자(??) 같은 상(像)이었다. 네오플에서 재밌고 독특하지만 돈은 별로 못 벌 것 같은 <이블팩토리> 같은 게임을 만들었다니 자연히 떠오른 이미지였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황재호 디렉터는 차가운 이성이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이전에 속했던 조직도 '해외사업팀'. (정확히 말하면 해외사업팀 소속의 기획자 같은 일) 여러모로 흔히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그와 인터뷰하며 처음 이야기했던 주제는 이거였다. "뽑기 세상이 끝나면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이블팩토리>의 시작을 묻는 질문에 나온 답이다. 디스이즈게임: 솔직히 사업쪽 사람이 <이블팩토리>를 만들고, 스튜디오 42라는 개발팀을 이끌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그쪽 사람들은 꿈보단 현실을 쫓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니까. 황재호: 글쎄. 나는 <이블팩토리>나 스튜디오 42의 다른 게임도 현실적인 고민 뒤에 나온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머지 않아 주류가 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웃음) 내가 해외 사업팀 출신이다 보니 우리(넥슨) 게임에 대한 삐딱한 의견을 더 많이 본다. 북미나 유럽은 한국 게임, 한국식 유료 모델이 잘 먹히는 곳이 아니니까. 문화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지 않은가? 한국 게임의 완성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시선도 많고. 그렇게 여러 나라를 겪다 보니 이런 의문이 생겼다. '왜 우리 게임은 일부 지역에서만 먹힐까?', '지금은 몇몇 지역에서 이 모델로 잘 벌고 있는데, 이게 계속 먹힐 수 있을까?', '지금 모델이 만약 안 먹히게 된다면 우린 세계 시장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같은 의문. 필요한 고민이긴 한데, 중국에서만 1조 벌은 네오플 개발자에게 이런 말 들으니 낯설다. 그렇다고 <던전앤파이터> 같은 게임이 영원할 순 없으니까. 지금 유행인 부분유료화 트렌드도 그렇고. 오히려 우리는 <던전앤파이터>의 비중이 압도적이니 더욱 다양성에 신경써야겠지. 또 유료 모델 관련해서도 뽑기 기반 유료 모델이 워낙 잘나가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절대적으로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스탠드얼론 유료 게임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있고.  이런 고민이 나 말고도 여럿 있었다. 지원이 적어도 괜찮으니 이런 것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회사에서도 이 부분을 공감해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작성자 주: 황재호 디렉터는 당시 이블팩토리를 만들었고, 애프터 디 엔드는 박재은 팀장이 개발을 이끌었다. 두 게임 모두 인디스럽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가 듣기엔 과분한 평가다. 또 진짜 인디 개발자 분들께 죄송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고. 인디 게임이란 자본에서 독립해 개발자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 놓기 위해 만드는 게임이다. 회사 안에서 월급 받으며, 나름 따질 것 다 따지며 만드는 우리와 비교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하는 일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그동안 등한시했던 시장을 검증하는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독특한 게임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회사의 전략 안에서 추진된 것이니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 모두 쉽게 시도하기 힘든 게임이었다. 그건 지금 만들고 있는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고.  예나 지금이나 팀원들 대부분 '로망' 있는 소재를 좋아한다. 마왕에게서 세계를 구하는 것 같은 흔한 로망 말고, 바다 속 미지의 해저 문명을 탐사하거나 홀로 거대 보스와 맞상대하는 것 같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하지만 게임으론 구현된 적 별로 없는 로망. 아무래도 우리가 흔치 않지만, 로망 있는 소재로 게임을 만들다 보니 더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또 이건 단순히 개발자들의 로망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블팩토리> 때나 지금이나 우린 소규모 팀이었고, 소규모 팀은 소규모 팀만의 생존법이 있다. 같은 것을 시도해선 대형 팀을 이길 수 없으니, 남들이 잘 안 하는 것을 추구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짜임새를 추구하는 것.  예를 들어 <이블팩토리>의 경우 요원 1명이 거대 보스를 상대한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졌고, 게임 방식 또한 '다크소울' 시리즈처럼 유저가 죽어가며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모델로 만들었다. 이런 장르는 니즈는 확실히 있는데 (모바일에서) 만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틀 안에서 퀄리티만 높일 수 있다면 먹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창적이어도 재미가 없다면 그건 게임으로 실패한 것이니까. 개발자라면 누구나 게임을 잘 만들고 싶어한다. 개발진이 수십, 수백 명 되는 대형 팀도….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았다. 우리는 지금이나 그때나 소규모고, 소규모가 잘 해도 한계가 있으니까. <이블팩토리> 만들 때는 욕심 버리는 것에 주력했다. 처음 목표는 100 스테이지였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우리 리소스론 도저히 100 스테이지까지 퀄리티를 유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30 스테이지로 딱 잘라 만들었다. 그 정도가 우리가 최고 퀄리티로 만들 수 있는 한계라 생각해서. 당시엔 정말 장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결정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연한 거였다. 나머지는 차별화를 위한 고민의 결과 같다. 예를 들어 픽셀 아트 같은 경우, 해외에선 한국 게임 느낌(≒ 실사풍의 중갑 입은 판타지 전사) 싫어하니 가장 호불호 적은 픽셀 아트를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당시 인원으로 대단한 2D, 3D 그래픽을 만들기도 힘들었고. (웃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향점은 ▲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시장에선 찾기 힘든 로망으로 ▲ 뽑기나 흔한 모바일 RPG가 아닌 다른 게임을 만들자…? 거기에 '작은 규모로도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자'를 더하면 딱 맞다. 지금 우리 목표가 '글로벌에서 먹히는 엣지 있는 게임을 만들자'다. 이걸 제대로 하려면 독특한 소재, 참신한 게임, 웰메이드 3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겠지. 다행히 첫 두 프로젝트는 성과가 좋았다.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미국 등 해외에서도 별다른 마케팅 없이 TOP 10에 들어갔다. 회사에서도 의미 있는 도전이고 필요한 도전이라 인정 받아 '스튜디오 42'를 꾸릴 수 있었다. # 상업 개발사 안에서 비주류 장르의 '소규모 웰메이드'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의 답. 유명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안 안내서'에서 숫자 42가 가진 의미다. 스튜디오 42는 뽑기와 모바일 RPG 다음에 올 게임, 아니 '다른 게임'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튜디오 이름을 지었다. 다만 스튜디오 42가 찾아야 할 답은 이것 만이 아니다. 상업 개발사 안에 있는 조직인 만큼, 그리고 이젠 어엿한 스튜디오로 승격된 만큼 가성비와 성과에 대한 답도 찾아야 한다. 정성적인 평가 뿐만 아니라 '정량'적인 평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이는 그들이 추구하는 게임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또 다른 관문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42는 규모가 얼마나 되나? 17명이다. <이블팩토리>와 <애프터 디 엔드> 팀이 주축이 돼 만들어져서 사람이 많지 않다. 애초에 두 팀 모두 소규모이기도 했고, 우리가 하는 일이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주는 일도 아니다 보니…. (웃음) 그래도 나는 인원이 적다고 좋은 게임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 지스타 때 공개된 <데이브>는 5명이서 만든 게임인데도 애플(애플 아케이드)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 것 말고도, 유명 게임 중 소규모로 만든 게임도 엄청 많고. 포인트만 정확하게 포착하고 그것만 잘 만들 수 있다면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스튜디오가 된만큼 이전보다 어깨가 더 무거워졌을 것 같은데. 성과도 예전보다 더 신경쓸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스튜디오를 만들고 운영할 때 2가지를 특히 신경쓰고 있다. 하나는 ▲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 다른 하나는 ▲ 재미를 빨리 검증할 수 있는 방법. 효율성 관련해선 스튜디오를 구성할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합쳐 보니 두 팀 모두 비슷한 곳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더라. 이런 일이 잦으면 가뜩이나 인원도 적은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걸 막기 위해 '게임' 단위로 따로 팀을 만들지 않았다. 팀이 있다면 프로그래밍이나 아트 같은 '직군'별 팀 정도만 있다. 게임 별로 팀을 나누면 직군 간 노하우 공유가 안 돼 비슷한 실수를 많이 하고, 서로의 역량 강화에도 별 도움 안 된다는 고민 때문이다.  또 이렇게 하면 특정 직군이 필요할 때 유연하게 인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 같은 소규모 조직에겐 큰 강점이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게임을 3개 만들고 있는데, 3개 게임의 애니메이션을 한 사람이 다 만들었다. (웃음) 만약 우리가 게임 별로 팀을 만들었다면 게임 1개만 제대로 개발될 수 있었겠지.  공용 조직에 대한 니즈는 대형 게임사에서도 있었다. 다만 업무 연속성이나 커뮤니케이션 등의 이유로 실시 안 하거나, 제한적으로 실시했을 뿐이고. 우리는 조직 규모가 작다 보니 그런 단점이 거의 없다. 오히려 효율성이나 (구성원들의) 빠른 성장 같은 장점이 도드라지고.  다만 업무 연속성 관련해서는 조금 이슈가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최근에 바꿨다. 예전엔 대화 위주로 소통해 근거도 잘 안 남고 지나간 이슈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문서 기반 커뮤니케이션을 하자니 느리고 변화에 약하더라. 그래서 이 부분은 중요한 건 간단한 기획서로 전해 빠르게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고, 나머지는 채팅으로 이야기 나눠 속도와 근거를 함께 잡는 방향으로 바꿨다.  재미를 빨리 검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테스트를 많이 한다? 비슷하다. 프로토타이핑을 많이 하고 테스트도 많이 한다. 시작은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찾고 검증하는 단계다. 일단 아이디어를 찾는 일은 스튜디오 구성원 전부가 가능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남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데이브>는 내가 '바다 속에서 작살 던지는 게임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근데 이게 2D로 잘 구현될지 모르겠다'라고 발제하자, 누가 2D 픽셀 아트로 근사하게 구현해 내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아까 얘기했던 직군 별 팀 구조는 이 부분에서 엄청난 강점을 가진다. 자기가 어떤 일을 하든 간에 다른 팀 사람들과 협업해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 수 있으니까. 손이 모자라면 스튜디오에서 만든 공용 리소스를 활용할 수도 있고.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많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게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재미의 검증은 어떻게 하는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고 프로토타입이 빨리 만들어져도, 검증할 사람이 17명 밖에 없지 않은가?  다행히 우리는 네오플이라는 큰 회사 안에 있어서, 재미를 테스트할 때는 회사 사람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 부분은 다른 소규모팀에선 가지기 힘든 강점일 것이다. 트렌드와 다른 게임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개발 전에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재미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귀하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하니까. 이렇게 회사 내부 테스트까지 통과해 재미를 인정 받으면 바로 개발을 시작한다. 개발 이후에도 이런 재미 검증 단계가 몇 차례 있으며, 다 통과되면 게임이 출시된다. 음…, 아직 외부에 공개된 게임만 있고 출시된 게임은 없지만. (웃음) 조금 전 말한 것도 그렇고, 직군 별 팀 시스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구성원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겠다. 맞다. 그래서 교육이나 정보 공유에서도 많이 신경쓰고 있다. 예를 들어 기획 파트는 매 주 1명씩 GDC에서 나온 좋은 강연을 번역하고 발표하는 식이다. 다만 이런 노력과 별개로, 회사가 제주도에 있다 보니 다른 개발자들과 교류하기 힘들다는 것이 많이 아쉽더라.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발자들끼리 어울리면 종종 '아이디어의 스파크'가 튀는 일이 있는데, 제주도에선 보는 사람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이런 순간적인 영감이 적다. 우리 같이 트렌디하지 않은 게임 만드는 입장에선 이런 아이디어가 정말 소중한데, 많이 아쉽다.  스튜디오 42가 개발 중인 퍼즐 어드벤처 게임 <네 개의 탑> 조금 이른 얘기지만, 수익에 대한 고민은 없는가? 스튜디오가 된 만큼 회사의 기대도 커졌을 것 같은데…. 상업 개발사에서 일하는 만큼 항상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애초에 스튜디오의 목표가 돈보단 틈새시장 검증에 있고, 이를 위해선 성적 못지 않게 게임성과 완성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성과 완성도를 챙기며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게임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는 게 게임 만드는 것 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웃음) 그래도 우리가 나은 점이 있다면, '넥슨'이 개척한 시장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재'를 어느 정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이블팩토리>도 그다지 수지 맞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많은 곳에 진출한 덕에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걸 다른 면에서 해석하면, 우리 같은 게임 만들며 수익을 얻으려면 애초에 타깃을 확실히 정한 후 글로벌로 나가 '많은 사람'에게 파는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이런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예상 시장·유저 규모를 더 많이 연구하는 것 같다. 그게 확실해야 유료 모델을 만들 수 있으니까. 글로벌 단위에서 이걸 할 수 있다면 뽑기나 팝업 광고 없이도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시장 분석과 수요 조사를 철저히 하고, 거기에 맞춰 유료 모델을 만든다는 얘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언가를 만들어 돈을 벌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영리를 목적으로 한 회사라면 더더욱. 이건 스팀이나 콘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연장선에서, 나는 게임의 엣지를 세우고 작품을 잘 띄울 수 있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고질라'라는 IP를 가져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엣지를 위해서라면…! 방치형 게임 살리고 싶어 가져온 고질라 IP 얼마 전에 공개된 <고질라 디펜스 포스>를 얘기하는 것 같다. 솔직히 보고 많이 놀랐다. 그동안 스튜디오 42에서 만든 게임들과 성격도 좀 달라 보였고, 고질라라는 대형 IP까지 써서…. 대형 IP라 말해줘 영광이다. 처음에 고질라 IP로 게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의아한 반응이 많았다. 아무래도 국내에선 마니악한 IP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론 '고질라' IP가 일본 IP 중 (서구권에서 먹히는) 나루토 같은 1티어들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IP라고 생각한다. '심슨 가족'에서도 고질라가 나오고 헐리우드에서도 고질라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니까. 이 말은 곧 '고질라'라는 IP를 사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유저가 호응할 수 있을지 짐작하기 쉽고, 그 규모도 비교적 클 것이라는 말과 같다. 우리가 만드는 게임은 성격 상 글로벌 진출이 필수다. 때문에 고질라라는 IP가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고질라 IP를 가져온 후 <고질라 디펜스 포스>가 탄생한 것인가, 아니면 그런 게임을 기획한 후 고질라 IP를 가져온 것인가? 엄밀히 말하면 후자에 가깝다. 방치형 게임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다. 작은 규모로 하기 쉬운 장르면서, 모바일에서 요구되는 성장·관리·편의 요소의 정수만 살린 컴팩트한 장르기도 하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군침 도는 장르다. 그래서 기획 자체는 꽤 오래 전부터 했다. 다만 이게 글로벌에서도 먹힐까에 대한 의문 때문에 개발하진 않았지만. 그러던 중 조만간 고질라 시리즈가 65주년이 돼 도호(東宝, 일본의 영화사이자 고질라 IP의 소유주)에서 기념작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방치형 게임과 고질라 IP를 엮으면 재미있는 게 나올 것 같아 덜컥 시작했다. 고질라가 주인공이 아니라, 유저가 군대를 지휘해 고질라 등의 괴수를 막아야 하는 콘셉트라 인상적이었다. 65주년 기념작이면 당연히 고질라가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도호에서도 그 점을 재미있어 하더라. 그런데 사실 이 시리즈는 사실 고질라가 아니라, 고질라 등 괴수에 고통 받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다. 때문에 이런 콘셉트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또 개인적으로 고질라 같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캐릭터를 조종해서 의미 있는 재미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했고. 도호 측에서도 인간의 시각에서 고질라를 막는다는 콘셉트를 재미있게 봐줬다. 덕분에 65주년 기념 게임이 될 수 있었지. 생각해보면 10명도 안 되는 이들이 만든 게임이 65주년 기념작이 된 건데, 도호의 믿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방치형 도시 방어 게임이라고 소개됐다. 솔직히 장르만 보면 '엣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보통 방치형 게임은 성장의 재미만 보여줬으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약한 이들이 강한 이들을 무찌르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방치형 게임이라고 해서 단순히 압도적인 숫자로 괴수를 타도하는 게임은 아닐 것이다. <고질라 디펜스 포스>는 군대 로스터를 짜 괴수를 무찌르는 게임이다. 유저는 괴수와 상대할 때 정해진 슬롯 안에서 부대 로스터, 스킬 덱을 짜 싸워야 한다. 괴수가 압도적인 파워를 가졌기 때문에 상대 특성을 고려해 부대 로스터를 짜야 한다. 또한 전투 중 MP(?)가 충전되면 드로우 된 스킬 카드로 특수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고. 부대에게 버프를 주거나 위성포격을 먹이는 식이다. 괴수와의 싸움은 시간 제한이 있기에, 정해진 시간 안에 화력을 집중해 괴수를 무찌르는 것이 핵심이다. 성장은 방치형이되, 전투는 유저의 판단이 필요한 방식 같다. 맞다. <이블팩토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패배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블팩토리>는 유저 자신을 발전시켜 보스를 무찔렀다면, <고질라 디펜스 포스>는 내 피지컬이 안 돼도 시간이 지나면 보다 쉽게 괴수를 공략할 수 있다. 전작(이블팩토리)에 비해 스트레스는 더 적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고. # 스튜디오 42가 보는 모바일 시장, 애플 아케이드 스팀이나 콘솔 시장은 염두에 둔 적 없나? 지금까지 만든 게임이나 준비 중인 게임을 보면 모바일보단 그쪽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솔직히 나도 우리가 추구하는 색이 그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쪽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주류 게임 시장은 '모바일'이다. 비록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다르긴 하지만, 이 곳에서 다른 길을 찾고 싶다.  스튜디오 42, 뽑기나 RPG를 지양하는 개발자 입장에서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어렵다. (웃음) 개발자가 아니라 유저 입장에서 말한다면 참 알 수 없는 시장이다. 잘 만든 인디 게임은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가 거의 없고, 오히려 유저들이 좋은 감정 가지기 힘든 게임이 돈을 잘 번다. 이런 구도를 깨고, 혹은 이 안에서 다른 답을 찾기 위해 여러 도전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정답이 있는진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지금 대세를 싫어 하는 사람도 분명 있고, 대세 장르·BM(유료모델)에 대한 피로도도 언젠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옛날 <애니팡>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브롤스타즈> 같은 게임 하듯 시장도 조금씩 변하고 있고. 그 때까지 가치 있는 것을 만들며 버틸 수 있다면, 혹은 그 전에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시장을 바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모바일에서 '유료'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야 네오플·넥슨이라는 그늘 아래 있지만, 그들은 정말 뙤양볕 아래서 황무지를 일구고 있는 것 아닌가.  얼마 전 애플이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를 발표했다. 혹시 이게 시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죽어 가는 유료 게임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재미의 '가성비' 측면에서 유료 게임이 부분 유료 게임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료 게임에 3달러만 쓰면 될 걸 부분 유료 게임 하다 30달러, 300달러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하지만 그럼에도 유료 게임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처음에 그 3달러를 쓰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애플 아케이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런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물론 누군가에겐 구독료 자체가 진입장벽이겠지만, 넷플릭스의 사례처럼 양질의 콘텐츠만 충분하다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나는 애플 아케이드가 잘 돼, 좋은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또 애플 아케이드 특성 상 라이브 서비스 방식의 부분유료 게임보다, 완결성 있는 유료 게임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유료 게임에 대한 관심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애플 아케이드가 시장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백호가 멸종해야하는 이유
백호가 멸종해야하는 이유 by꼬리Story 판타지에 나오는 환상의 동물처럼 신비로운 호랑이. 백호. 동물원은 이 멋진 백호가 탄생하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 관광객들이 백호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백호는 사실 이렇게 생겼습니다. 동물원에서 저렇게 생긴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무려 96.6%입니다. 그러니 백호는 원래 이렇게 생겼다고 말해도 되겠지요? 여러분이 동물원에서 보는 이 '기적적으로 멀쩡한 백호'는 고작 3.3%의 확률로 태어납니다. 그럼 96%의 확률도 태어나는 '진짜 백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도살됩니다. 살려두면 유지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백호라기엔 털이 덜 하얗습니다. 실패작이네요. 도살처분입니다. 부정교합으로 태어났네요. 우리가 기대하던 멋진 백호가 아닙니다. 녀석도 도살처분입니다. 그 외에 면역결핍, 척추측만, 구개파열, 정신장애 등 수많은 선천적 유전적 질병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전부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 곳에 평생 갇혀 지내거나, 도살 행입니다. '기적적으로 멀쩡한 백호'를 얻기 위해 동물원은 꾸준히 근친교배를 시도합니다. 성공하면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이죠. 즉, 백호는 돈이 됩니다. 백호는 보존해야 하는 '종'이 아닙니다. 그저 유전적 질병을 잔뜩 안고 태어난 안타까운 돌연변이 개체일 뿐입니다. 심지어 자연에서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1/10000로 더욱 낮습니다. 동물원은 이 부자연스러운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를 멈춰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백호를 볼 때마다 환호하고 예뻐할 수록, 동물원의 비윤리적인 학대는 계속 될 것입니다. 일부 동물원은 여러분을 위해 끊임없이 호랑이의 근친교배를 시도할 것이고 여전히 96%의 '진짜 백호들'은 도살장으로 향할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안 한 블로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을 알고난 후, 국내 인기 동물프로그램에서 동물원의 백호를 홍보해주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TV나 동물원에서 백호를 본다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야하는 이유입니다. 백호를 좋아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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