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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선거를 바꾸다

북풍은 가고, 댓글이 온다
북풍은 지나갔다
부동층, 댓글을 보고 투표 경향

1997년 12월 15대 대통령 선서 직전, 직책만 보면 어울리지 않는 3인이 모였다. 그 3인은 오정은 청와대 행정관,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의 지인이었던 한성기 진로 고문, 그리고 대북사업가이자 안기부 정보원이었던 장석중이다. 그들은 베이징에서 조선아시아 태평양위원회의 참사 박충을 만나 긴밀한 요청을 전한다. 조선아시아 태평양위원회는 북한의 대외 교류 통로였다.

요청 내용은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대북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의 위협을 통해 대선 막판 이회창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였다. 북풍 공작이었다. 이 사건은 판문점에서의 총격을 요청했다고 해서 총풍(銃風) 사건으로 불린다.

그동안 정치권이 북한을 이용해 ‘안보몰이’를 한다는 여론 조작설이 자주 거론되었다. 한동안 정황이었지만, 총풍 사건으로 인해 실제로 드러난 것이다. 이후 법원은 총풍 3인방에게 ‘냉전의 잔재인 북한세력과의 적대관계를 이용,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한 사건’이라 판결했다. 이회창캠프와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총풍 사건은 최근 무죄 판결을 받은 제1, 2차 인혁당 사건, 부림 사건, 학림 사건 등 독재 정권이 조작했던 북풍 사건의 연장선상이었다.
북풍은 지나갔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연초부터 북한이 핵실험 강행,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탄두 소형화 등 위협적인 행동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이 선거에 있어 여당인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을 누르고 원내 제1당을 차지했다. 북한은 변수가 아닌, 상수에 가깝다. 게다가 최근의 북한과의 평화 움직임으로 보면 북풍 공작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그 자리를 댓글이 채우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드루킹으로 활동한 김동원(49) 씨는 네이버에 게재된 뉴스 기사 댓글의 공감을 집중적으로 조작했다. 김 씨는 여론 조작을 위해 아이디 2,200여 개와 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지난 5월 19일, 국회는 댓글조작 사건의 조사를 위한 ‘드루킹 특검법’을 처리했으며, 오는 6월 29일부터 특검팀(특별검사 허익범 변호사)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
갈 예정이다.

그동안 댓글를 통한 여론 조작은 꾸준하게 발생했다. 최근 10년 동안의 주요 사건을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주도한 댓글 여론조작 사건,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십알단 사건, 2015년 강남구청 댓글부대 사건 등이다. 최근 한겨레 보도 따르면, 2007년 한나라당 시기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여론 조작을 벌여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동층, 댓글을 보고 투표 경향

그들은 왜 댓글을 조작하려고 했을까? 연세대 이준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댓글 이용자는 타인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댓글을 본다고 설명한다. 사실관계를 떠나, 타인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확정하기 위해 댓글을 읽는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국면에서 투표 후보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게 된다. 특히 중도 성향일수록 댓글을 더 유의미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지 않다가, 선거 전 투표할 후보를 확신 혹은 바꾸기 위한 증거를 보기 위해 댓글을 확인하는 것이다. 댓글과 댓글이 형성하는 여론은 이 부동층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댓글을 조작하는 이유는 마지막까지 흔들리
는 부동층을 잡기 위해서다.

드루킹 사건 이후, 대형 포털은 선거를 대비한 특별 댓글 대책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정치 섹션과 선거 뉴스 페이지에서 댓글이 바로 노출되지 않도록 했으며, 공감이 아닌 최신 댓글부터 보이도록 변경했다. 더불어 24시간 매크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카카오 또한 24시간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며, 어뷰징을 방지하기 위해 1인당 쓸 수 있는 댓글을 1일 30개로 제한했다. 하지만 댓글 시스템이 문제일까?

댓글은 디지털 시대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다. 앞으로도 소통의 장이자 다양한 의견의 통로로써 주요하게 기능할 것이다. 이는 선거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순기능만 본다면, 댓글을 통해 후보와 후보의 공약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제한 보다는 장려해야 한다. 결국,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후속대책 역시 댓글 시스템의 개편보다는 조작 범죄자 처벌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댓글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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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에 '뉴트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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