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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8. 우리는 계약 연애 중 (1

“차 서방 왜 갑자기 저러는 건지 넌 몰라?!”


수정의 부친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수정을 몰아세웠다. 수정은 계단을 내려오며 무표정한 얼굴로 부친을 바라봤다.


“사내 마음 하나 그렇게 못 붙들어 매는 것이냐?! 못난 것!”


수정은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잔뜩 신경이 곤두 서 있었는데 아버지까지 퇴근 후 자신을 조아대니….

“아버지…갑자기 그게 무슨.”



모르쇠로 일관하려 했다. 그런데



“차 서방, 오늘 자기 아버지 회사에서 무릎을 꿇고 있더라.”

“…네?”

“결혼, 무효로 해달라고.”

“…….”

“내가 대체 어디까지 창피를 당해야 하는 것이야!”



수정의 부친은 호통을 쳤다. 수정은 아무 말도 않은 채,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 수정의 어머니가 안방을 나서며 불편한 기색을 역력하게 내비치며 수정의 앞에 섰다.


“마음에도 없어하는 그 결혼. 꼭 하려하는 이유가 뭐니?”

“…….”

“대체 넌 자존심도 없니? 그쪽이야 회사 문제 때문에 우리랑 합치려는 것이 당연지사라지만.”

“…….”

“우리 쪽은? 아쉬울 것 하나 없는 혼처다. 너가 차 서방한테 푹 빠져서 결혼 얘기도 먼저 꺼낸 것이고, 우리도 너 좋은 대로 맞춰주려 지금까지 아무말 않고 너 하자는대로 했다지만.”

“…….”

“대체 그 자식, 무례함을 언제까지 봐주고 있어야 하니? 응?!”

“할 거예요, 결혼. 그러니 기다려주세요.”

“수정아!”


수정은 한껏 풀이 죽은 채로 뒤돌아섰다. 수정의 어머니는 그런 수정을 붙잡았다.


“너 이러는 이유가 대체 뭐야. 그 자식, 여자 생긴 것 아냐?!”

“맞아요.”

“뭐?”

“오빠, 여자 생겼어요.”

“뭐?! 양수정!”

“그런데 나 못 놔요. 돌아올 거예요.”


하고 수정이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자 이번엔 수정의 부친이 싸늘한 목소리로 수정의 발목을 잡았다.


“너, 그거.”

“…….”

“진정으로 사랑해서 그러는 거냐.”

“…….”

“아님…오기냐.”


* * *


“이러지 마세요. 일어나요.”


도헌이 어마어마한 힘으로 로라를 붙잡고 뒤에 세워 놓고 있어 기태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로라였지만, 곧 로라는 도헌에게서 한 걸음 나와 무릎을 꿇은 기태를 싸늘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이만하면 됐습니다.”

“…로라씨.”

“원망, 애초부터 안했어요.”

“…….”

“당신은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

“그런 당신을 놓지 못하겠다, 여자 친구분 있는 거 알면서도 나. 모른 척 당신 쥐고 있었습니다.”

“…….”

“사과라면 오히려 내 쪽에서 먼저 해야겠죠. 그날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만하자 했어야 했던걸. 괜히 차 선생님 못 놓겠다, 호기 한 번 부렸더랬죠.”

“…….”

“나 마음 약한 사람이에요. 잔정도 많구요.”

“…….”

“그런 제가.”

“…….”

“선생님께 이별을 고하고 그렇게 모질게 돌아섰을 땐.”

“…….”

“그만한 이유였고, 그래야 했고, 또…그렇게 하겠다 마음 먹은 거예요.”


로라는 무릎을 꿇고 있는 기태 앞에 성큼 다가갔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기태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세요.”



기태는 붉은 눈시울로 로라를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평온한 얼굴의 로라였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로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태는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다고 흔들려서 선생님 다시 볼 거였음.”

“…….”

“나 애초부터 선생님, 용서했을 겁니다.”

“…….”

“내 마음이 이젠 그러지 못하다는 게.”

“…….”

“그 모든 걸 포용하고, 다시 선생님과 잘 지내보려는 마음이 가져지지 않는다는 게.”

“…….”

“그게 이유예요. 우리, 이별하는 이유”


도헌은 그런 로라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았을 텐데 다시금 기태를 이렇게 마주하고서 좋지도 않은 그 얘길 또 한 번 반복한다는 것이 힘에 부칠 로라였다. 도헌은 그런 로라가 걱정이 되었다.

기태는 강경한 로라의 태도에 할 말을 잃은 듯, 가만히 로라가 내민 손을 바라보고 있더니 이내 로라의 손을 잡았다. 곧 기태는 로라가 내민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도헌은 로라의 어깨를 감쌌다. 로라는 더는 아무말 않고 돌아섰다. 기태 역시 그런 로라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다, 이내 결심한 듯 로라를 향해 소리쳤다.


“모든 걸 포용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

“제 잘못, 인정하고 굽히고 들어가는 겁니다.”

“…….”

“다시 잘해보잔 말도 아니었습니다.”

“…….”

“혼자 잘해보겠습니다. 로라씨랑.”

“…….”

“그러니…밀어만…내진 말아 주십시오.”

“…….”

“아프게 해서…미안합니다. 이러는 것도 로라씨를 아프게 하는 것일 테니.”

“…….”

“앞으로도…미안할겁니다.”


하고 기태가 먼저 돌아섰다. 로라는 돌아서는 기태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도헌 역시 로라의 어깨를 감싼 채, 기태를 응시했다.


“참.”

“…….”

“안 그렇게 생겨선, 미련한 새끼네.”


그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로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지진나는 중?”

“뭐?”


말없이 엘리베이터의 닫힌 문만 빤히 응시하는 로라를 향해 도헌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그 말을 내뱉었다. 그리곤 어깨를 감싼 손을 조심스레 놓곤 주머니에 푹 찔러 넣었다.


“마음.”

“…….”

“무진장 흔들리는 중이냐고.”

“…흔들리겠니?”

“…….”

“저까짓 무릎 하나에? 나 오로라야, 구도발.”

“…….”

“제 아무리 강도 9의 강진을 일으킨다 해도. 아닌 건, 확실히 아닌 거야. 우유부단한 건 딱. 질색이거든.”


하는 말에 도헌은 피식 웃었다. 딱, 질색이라 말하는 로라의 야무진 표정에 도헌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귀여웠다. 여전히…사랑스러웠다.

도헌은 자신도 모르게 로라를 바라보며 미소 짓다, 로라의 머리칼을 부비부비 쓰다듬어 주려 손을 뻗었다 이내 멈칫하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로라는 성큼성큼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뭐해? 안 내리고?”


로라는 현관문 앞에 서서는 여전히 엘리베이터 올라있는 도헌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도헌은 멍한 표정으로 로라를 바라보곤 이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난 근데…지금 오호라랑…계약…연애 중인데. 왜…자꾸, 심장이 뛰냐.’


* * *


“허니문촬영?!”


로라는 마스크팩을 붙이고선 도헌에게 사진 몇 장을 건넸다. TV 앞에서 리모컨을 쥐고 발을 까딱까딱 하며 앉아있던 도헌은 ‘허니문촬영’이란 로라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뭘 놀래고 그러냐? 촬영인데.”

“…딴 사람 구해. 뭘 나랑 허니문촬영이래.”

“사람 구하기 힘들어. 그리고 너, 얼굴은 그저 그런데 키크고 다리 길어서 사진빨은 잘 받을 것 같다 말야.”

“이봐. 얼굴은 왜 그저 그런데?!”

“그저 그러니까, 그저 그렇지.”

“…부탁하는 입장 아닙니까 오호라씨? 허-배짱 좋네.”


하고서 도헌은 피식 웃으며 쇼파에 벌러덩 누웠다. 그러자 로라는 그런 도헌을 흘겨보며 도헌에게 바짝 다가갔다. 여전히 마스크 팩을 떡-하니 붙인 채로.


“아 허니문 컨셉으로 촬영해서 SNS올려야 한단 말야. 언니들이 저번부터 계속 그 컨셉 원한다고 문의 준단 말야.”

“오로준이랑 해.”

“아 오로준은 다리가 짧잖아!”

“그래도 얼굴은 봐줄만 하잖아?”

“아 얼굴은 어차피 자를 거야. 몸뚱아리만 나오면 돼. 엉?! 해주라, 어?!”

“아 싫어. 귀찮게 하지 마요.”

“아, 해달라고. 구도발. 응? 응?”

“아! 참! 귀찮게 하네. 나와요, 나와.”


하며 도헌이 성가시다는 듯 자꾸만 자신에게 달라붙는 로라를 한 손으로 휙휙, 떨어뜨려 냈다. 그러다 로라가 팔딱팔딱 뛰다 카펫을 잘못 밟고 휙 미끄러져 도헌의 가슴팍에 얼굴을 퍽 박고 말았다.


“…윽.”

“아!”



순식간의 가슴 통증에 도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고 동시에 고개를 들던 로라와 그만 입술이 부딪히고 말았다!


“…뭐, 뭐야.”

“실! 실수예요! 사, 사고!”


로라는 자신의 입술에 닿은 도헌의 따스하고 촉촉한 입술 감촉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고, 도헌 역시 자신의 입술을 손으로 감싼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곤 사고라고 소리쳤다.

도헌의 가슴 팍 위에 로라의 마스크 팩이 덩그러니 붙어 있었고 둘은 서로만 멀뚱멀뚱 바라본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현관문이 띠리리-, 열리고 로준이 들어섰다.


“뭐…냐?”


로라는 뒤로 나자빠진 채로, 도헌은 쇼파에 어정쩡하게 앉은 자세로 서로만 응시한 채 귀신이라도 본 사람들처럼 사색이 되어 있었다. 로준은 신발을 벗으며 거실로 들어서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하냐 둘이? 얼음 땡 놀이 하냐?”

“…오, 오로준. 왔, 왔냐?! 너 이 자식! 왜, 왜 이렇게 늦게 와!”


괜히 오버하며 로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이어 도헌 역시 불이 덴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쇼파에서 일어나 오로준에게 달려갔다.


“너! 너 술, 술 먹었냐?! 어?! 술 먹었지?!”

“아 왜 이래, 떨어져.”


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도헌을 응시했고, 곧 도헌의 가슴팍에 붙은 로라의 마스크 팩을 수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너…뭐냐 이거?”

“…어, 어?!”

“이거…오로라…마스크 팩 아냐?!”


로준은 눈을 게슴츠레 뜨곤 당황하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자 도헌과 로라는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손 사레를 치며 소리쳤다.


“아냐! 그런 거 아냐!”

“아니야! 오해하지마! 아니다!”


그러자 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도헌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젠 하다하다, 가슴에다 팩을 하냐? 가슴 팍 빛나서 뭐하려고요.”

“…어?”

“옷 위에다가 왜 하냐? 하려거든 옷 안에다가 하지.”

“앗, 차가!”


하고 로준은 별다른 의심 없이 도헌의 가슴팍에 붙은 마스크 팩을 떼어 도헌의 옷 속에 쑥 집어넣었다.

* * *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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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늼 화이팅!!!
우왕~~ 재미지다~~~
심장이 콩딱콩딱~~ 오호라 구도발 응원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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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꿈
또 징하게 자준덕에 꿈일기 쓸게 생겼네 개꿈같은데 그래도 재미있었으니까 쓸래 꿈에 나는 두명의 절친(여)이 있고 길초입부터 집터가 시작되어 조금 가팔라 공구리쳐놓은 몇채의 집에 개.고양이들과 지냈는데 부모님들은 꿈에도 돌아가시고 집은 리모델링×증축중이었어 그와중에 동네아이들과 놀아주다 무심결에 열어본 엄마아빠문갑안에 금부치들도 많고 (다 내꺼) 위험한 것들도 있어 급히 아이들을 내보냈어 내 물건에 손대는건 철없는 아이들이라도 용서가 안될것 같아서... 삐죽대는 아이들을 쫓다싶게 몰아낸 후 까딱하다 다칠뻔,왠 폭주족이 인도로 할리베리를 몰아 나도 피하다 넘어지고 지나가던 왠 저전거족도 거꾸러질뻔하고 버스를 기다리던 동네어르신들까지 피하다가 크게 다칠뻔, 겨우겨우 붙잡아 세우곤 사과하라고 여기가 아우토반이냐 사막외길이냐 하며 ㅈㄹㅈㄹ을 했더니 적반하장, 할리베리가 하면 얼마나 한다고 있는유세,졸부유세 다 부리길래 기막혀하는데 자전거타다 봉변당한 남자가 쫓아와 흑기사가 되어줌 결국 그 남자가 내기걸어 할리싸가지랑 내기에서 이겨 할리타고가고 졸부식히는 할리뺏길까 죽어라고 자전거타고 쫓아감. 근데 할리탄 흑기사가 할리졸부식히 약올리너라 거꾸로 타고 가며 메롱거림 '어머,쟤 뭐니!왜 저래요?' 구경꾼중 누가 '아하,저 냥반 할리몰줄 알았네!ㅎㅎ' 박장대소하며 설명해줘 아하,이해함! 그리고 담날인가 집앞에서 동네꼬맹이들과 길냥이 밥주며 하지원(이 꿈에서 친구,직업은 쎈쎄)까지 합세해 놀고있는데 예의 자전거맨이 지나가다 먼저 세워서 아는척함 '네,네,어젠 고마웠어요.자전거는 잘굴러가네요' 시답잖게 응수하곤 보내려니 직업이 수의사? 오모오모,태세전환이지 얼른 돌보는 애들중에 유기견이자 상태가 심각한 순희를 마침 곁에 있는 이동장에 넣어 '아이들중에 얘가 제일 상태가 심각해요. 다른 애들은 중성화수술도 제때 시켜 돌보는데 이 아인 중성화만 시키려면 임신중이라,차마...' 그렇게 순희를 출근하는 자전거에 실어 보내며 앞으로의 신세지기를 위해 할수없이 명함교환을 하고 순희보러 찾아 가겠다 했다. 그일로 제법 친해졌는데 이 남자,훅 들이댄다. 난 이미 약혼자도 있고 이 수의사남이 재미는 있는데 장난도 심하고 너무 다부진 체격이라 쏘쏘,하는데 기어코 시티 트레이킹을 하자며 곧 철거될 빈동네로 이어져있는 공중줄타기를 끌고가 난 돈주고 이런 미친짓하는거 용납안된다.나한테 병원주면 탈께했더니 급망설인다.그래서 하지원을 들이밀며 '얘가 보기보다 간이 커요.저 대신 부탁합니다'하곤 줄행랑쳤다. 근데 것두 인연인지 새로 짓고있는 집에 인기척이 있어 뭐야하며 열었더니 샤워실앞에 옷가지들이.. 약혼자오면 제일먼저 보여주려했는데 이 남녀상열지사년놈들이...그리고 나한테 관심쏠려있던 남자가 금방 태세전환하니 솔까 고깝다. 웃채에 들어앉아 기분묘하고 찝찝해있는데 지원이가 급히 물기머금고 달려와선 '그런거 아니야,오해하지마' '뭐래,축하할일이구만,뭐' '아니야,진짜~' 뭘 또 이렇게나 정색을 하고 '직업좋지,생긴것도 훈남이지,잘해봐' '...싫어' 에엥?,어리둥절해 하니 솔직히 호감이 없진 않았는데 너무 승부욕강하고 눈뒤집히는 모습에 확 깼다고,거기다 내가 약혼자놀래켜줄려고 준비한 선물인거 아는데 굳이굳이 너 보란듯 여길끌고와 일부러 상황연출해 보여주는거에 더 인성이 의심스럽다고,이 참에 지원이는 이모님댁에 가 있을테니 모른다고 하라고, 그러고 눈물인지 뭔지 모를 물방울을 흩날리며 지원이는 잠수모드 졸지에 집착남에게서 친구를 구해내야 하는 상황. 이래저래 기분이가 요사를 부려 그리곤 뒷풀이장소인지도 모르고 하나네 가게엘 갔더니 이미 트레킹동호회 한무리가 와서 야외테라스에서 고기굽고 술판이다. 괜히 기분 센치해서 '제 친구,좋은 재료써서 힘들때도 거짓없이 장사해요.종종 찾아주십시오.' 굽신굽신 했더니 하나가 와서 집쪽으로 데려가더니 '오늘 왜이렇게오바니?무슨일이야?' 그제야 히잉~ 여차저차해서 이런데 기분이가 안좋다고 투정부리니 다 받아주고 얼러주고 아직 해외근무중인 약혼자 욕도 해주고는 '야,자랑할거 있어,나!' 그러며 울타리로 데려갔다. '어머,얘 꽃핀거봐!소담스러워라!' 울타리에 심어놓은 하얀목단이 꽃을 피우기시작했다.신기하고 감동스러워 호들갑을 떨었더니 친구가 '니 말대로된거잖아.첫해 심어놓고도 겨우겨우 잎만 피우다 시들어버려 캐낼까할때 너가 그랬잖아.잎이 피면 언젠간 꽃도 필꺼야.기다려줘 보라고,내 마음이 성급한거 아니냐고...그렇게 두해를 더 잎만 틔우더니 올해는 정말 생각도 못한 하얀목단이 피어났다?' 그제야 친구가 내게 해주려는 말이 뭔지 이해가 가고 마음에 와닿아 눈물이 핑돌았다. '내가 자꾸 오빠랑 날 비교했구나. 내 처지를 내 상황을 오빠에게 부담지운다 생각했구나.오빠가 잘난것도 사실이지만 그 잘난 오빠가 선택한 나인데,괜히 조바심내고 무리하고 있었구나...' 이런 친구들이 곁에 있음이 고맙고 오빠도 보고프고 감정이 복잡해 훌쩍이니 길건너 테라스 아저씨들이, '아니...이쁜 아가씨들이 왜 울어!오빠라 생각하고 일루와요.한잔하자!' '저 오빠있거던요(친오빠,약혼자).오빠 소리 듣기엔 너무 와꾸들이 양심없죠.흥!' 쏘아놓곤 피식 웃었다. 하나랑 길건너로 가려는데 허겁지겁 자전거남이 나타나 지원이를 찾는다. '지원이를 왜 여기서 찾아요? 그리고 지원이가 언제부터 그쪽에 보고하고 다닐사이라고,누가보면 뭐나 되는줄 알겠어요.'정색하며 말로 밟아주곤 지나가려니 손에 든걸 거세게 바닥에 집어던지며 '에잇,ㅅㅂ...어디에 있냐고!' 너무 놀라 있었더니 길건너 테라스에 마동석찜쩌먹는 오빠(?)들이 '뭐야,ㅅㅂ?'하며 우르르 일어나는데 똘복이 뽀뽀질에 깼다. #꿈이야기 #자기만족글 #개꿈
누가 문제인지 좀 봐주세요...
어젯밤에 호구된게 누구 잘못인지 좀 봐주세요 왜냐면....빙글러들의 현명함을 잘 알기에... 시청에 신고??세무서에 신고??해야할지도 헷갈리네요.... 주인인 사장이 이런 갑질도 있구나하는 빡치게하네요...ㅠㅠ 날씨도 갑자기 더워지고 저녁겸 소주한잔할려고....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일부러 큰사이즈로 3인분 시켰어요... 근데....장어가 달랑 2마리??장어도 시킨지 5분도 않되서 나왔는데...장어는 잡아도 한참후에 죽거든요...꼬랑지 한번 않들리고 잡아놓은걸 갖다주네요...머리도 없고 도저히 600g도 않되서 왜 2마리만 주세요? 물어보니 1인분이 200g이라는데??말만 자꾸하네요...신랑님도 이집 계산이상하다그러고...9900원짜리 3인분 시켜도 어차피 600g준다는 말인데... 누가봐도 붉은 글씨로 쓴게 사이즈별로 마리로 준다고 보이지 않나요?? 13900원 주고 시킨 우리가 바보인거같네요 항의를 하니 장어는 큰거 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작은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 같잖은 소리 에 나가는건 그람수로 준다는데다 기분나쁘면 다음에 않오면되지 사장이 더 큰소리치네요.. 간판을 봤을때...일부러 큰사이즈로 시킨게 잘못일까요?? 신고할까봐...카드로 계산했는데 영수증도 주지도 않고 얼른 구겨 버리기에 왜 영수증을 않주세요??하니까 버릴 영수증을 왜 받냐고 그러고...하루가 지났는데 빡침이 않사라지고 다른 손님들도 바가지쓰고 기분 참 않좋을꺼같아서 물어봅니다... 속은 제가 바보일까요?? 장어 600g에 41700원이나 받아먹다니...ㅠㅠ 신고하는게 맞는거죠??
Chapter 50. 나는 그의 세컨드였다.
‘양수정.’ 그에게서 들었던 ‘수정’이란 이름이었다. 저번에 팔을 다쳐 병원에 잠깐 입원했을 때도 기태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수정’이란 이름을 내뱉었다. 그리고 수정이란, 그 여자 역시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보일 때, 남자친구와 헤어질 뻔 하였다고, 그런데 헤어지지 않고 잘 풀었단 그 얘기를 한 적 있었다. 모든 것이 그제야 제자리를 찾아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무엇인가 정리되지 못한 그 느낌, 흩어져 있는 것만 같았던, 마치 퍼즐 조각 같은 것들이 이제야 하나 둘, 자리를 찾은 듯했다. “오호라…왜 울어, 갑자기.” 도헌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로라의 어깨를 감쌌다. 로라는 애써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문 채 괴로운 듯 이마를 짚었다. “내가…내가 잘 못 한 것 같아…” 자신이 잘 못한 것 같다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꾹꾹 참으며 괴로워하는 로라였다. 도헌은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인 지, 어리둥절한 채로 로라의 어깨를 감싸다, 이내 자신이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로라와 눈을 맞추었다. “누나…무슨 일인데, 말해 봐.” “구도…발.” 로라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헌을 바라보았다. “니 말대로…” “…어?” “차 선생님….” “……?” “여자 친구가…있었나 봐.” * * * “일단 물어 봐, 누나.” 여전히 진정하지 못한 채, 몸을 파르르 떨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로라를 부축한 채 도헌은 힘겹게 그 말을 내뱉었다. 집 근처,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둘. 로라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땅바닥을 쳐다보았다. 도헌은 그런 로라가 안쓰러워 한숨만 푹, 푹 내쉬었다. “뭐라고…뭘…어떻게 물어봐야…하는데.” “당장 정리할 수 있어? 여자 친구가 있는 것 같단, 그 누나의 추측 하나로.” “…….” “그렇게 좋아하는 벤츠남을 다 정리하고 빠이빠이, 할 수 있느냐고.” 현실적인 도헌의 말에, 로라는 다시 한 번 가슴이 콱, 막히는 듯했다. “그 여자의 연애중이란, 그 세 글자에 그 남자의 모든 걸 정리할 수 있느냐고.” “…….” “대답해 봐.” 도헌의 물음에…, 로라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너무 아파왔다. 가슴이…찢기는 듯한 격한 고통이 밀려왔다. 로라는 다시금 얼굴을 감싸고 엉엉, 목 놓아 울어버렸다. “뭘…어떻게 하라는…거야, 대체…흐윽…나더러…나더러 어쩌란 거야…” “어쩌라는 게 아니라!” “…흐윽” “바보 같이 울기만 하지 말고! 당장 그 자식한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라고.” “…뭐라고 물어봐! 그러니까! 내가 세컨드냐고?! 여자 친구 있었느냐고?! 그렇게 내가! 우스웠느냐고?!” “오호라…”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냐고?! 그만큼 내가! 만만했냐고?!” 그렇게 소리치며 로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줄줄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벅벅 닦아내며 휘적휘적 앞서 걸었다. “누나!” “따라 오지 마.” “…어디 가는데요!” “따라 오지 말라고!” 애꿎은 도헌에게 그렇게 화를 내고서 로라는 휘적휘적 정처 없이 앞서 걸어 나갔다. 도헌은 한숨을 푹 내쉬며 정신도 없이 두고 간 로라의 가방을 챙겨 들곤 터덜터덜 로라의 뒤를 따라 걸었다. 로라는 자신의 뒤를 도헌이 따르는 지도 모른 체, 연신 손등으로 눈물만 벅벅 닦아내며 하염없이 걸었다. “하…내가 이럴 줄 알고…그렇게 말렸던 건데…하…진짜.” 도헌은 한숨만 푹, 푹, 내쉬며 로라의 뒤를 말없이 따르기만 했다. 대체 어딜 가는 거야, 도헌은 비틀거리며 걷기만 하는 로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이건 아니다 싶어 휘적휘적, 앞서 걸어가는 로라를 잡아 세웠다. “오호라.” “…헤어져야하는 게 맞잖아.” “…네?” “이제 난…선생님하고 헤어져야 하는 게…맞잖아.” “…누나.” “그런데 진짜…나도…이런 내가 싫은데…” “…….” “이 마음이…왜…그런 나쁜 새끼인 걸…알면서도…알아버렸으면서도…” “……” “말처럼 쉽게…돌아서질 않는 거냐. 어떡하냐, 나.” 로라는 눈물로 화장이 번진 얼굴로, 도헌을 올려다보았다. 도헌은 그런 로라를 말없이 바라보다 이내 자신도 모르게 와락, 로라를 끌어안고 말았다. “오호라…그만 울어라.” “흐윽…그래야…하잖아…흐윽…끝내야 하잖아…” “…….” “근데…왜…나는…아프기만 해…? 헤어지잔 말이…왜 억장이 무너져서 나오질 않냐?” 로라의 말에 도헌은 한숨을 푹 내쉬며 신경질 난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누나 아닐 수도 있잖아. 연애 중, 차마 헤어지고도 못 내린 걸 수도 있잖아.” “…….” “누나 말대로 그 프로필 사진도, 벤츠남이랑 둘이 얼굴 보이게 찍은 것도 아니니, 옛 연인일 수도 있고…미처 여자 쪽에서 정리하지 못한 걸 수도 있잖아.” “…용기가 나질 않아.” “…뭐?” “물어 볼…용기가…이젠 나지가 않아…” “…….” “어차피…답은 정해져 있잖아.” 도헌은 로라를 품에서 놓아주며 걱정스런 얼굴로 로라를 내려다보았다. 로라는 여전히 아픈 얼굴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여자 친구가 설령 있다고 해도…내게…있다고 얘기를 할 사람일까?” “…….” “있는 걸 숨기고 날 만난 사람인데…이제야 내가 알아챘다고 해서 이실직고 할까?” “…….” “이실직고 한다고 한들, 뾰족한 수는 뭐야? 결국 헤어짐이잖아?” “…….” “내가 그 남자의 세컨드로…남을 것도 아닌데.” “…….” “그럼…전 여자 친구라고 해도…내 마음이 편할까?” “…….” “여자 쪽에서 미처 정리 되지 못한 것이라고 해도…내 마음이…이 모든 걸 납득할 수가 있을까?” “…누나.” “결국 헤어짐이잖아. 결국…그것뿐이잖아.” “…….” “결국 그것뿐인데…내 마음이…그 결국을.” “…….” “못 받아들인다잖아!” 로라는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믿었던 사람,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었던 사람. 모든 것은 부질없었다. 부질없다는 것을 로라는 애초에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니라고 해도 이 남자만은 다를 것이다, 내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 미련함에 배신을 당하고도 로라는 또다시 믿어 버린 것이었다. “누나.” 자신을 두고도 양다리를 걸쳤던 자신의 구 남친, 이현우 역시 그녀에게 그렇게 큰 배신과 아픔을 주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땐 이현우가 바람피우는 것을 알아챘을 땐, 니가 감히?, 황당함과 당황함이 먼저였고 어떻게든 그 뻔뻔한 낯짝을 면전에 두고 욕이라도 한 바가지 퍼부어 주어야 겠다, 벼르고 벼리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번은…그냥 너무도. “너무…너무 아프다…도헌아….” “…….” “내가…그 사람의…세컨드…였다는 게…믿었던 그 사람의…세컨드 였다는 게…” “씁. 그런 말 하지 마. …입에 담지도 마요.” “…구도헌.” “누나 잘 못 아니야. 당연히 그 개자식 잘 못 이지. 누가 세컨드래.” “…….” “누가 누구 세컨드야. 그런 더러운 단어 입에 담지 마. 그런…생각…하지도 마요.” 도헌은 로라를 다시금 따스하게 안아 주었다. * * * “오빠 배고프지? 어디 들러서 저녁이라도 먹고 들어갈까?” “피곤하다. 바로 어머님 별장으로 가자.” 기태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곤 눈을 감았다. 운전을 하며 슬쩍 기태의 표정을 살피던 수정은 한숨을 내쉬며 라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기태는 온통 로라의 생각뿐이었다. 낮에 잠깐 보았을 때,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전화도, 문자도 한 통 없는 그녀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기태는 눈을 떠,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여전히 그녀에게선 연락 한 통 없었다. “하…” “뭐 기다리는 연락이라도 있는 거야?” “알 거 없잖아.” 기태는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말을 내뱉으며 대체 왜 연락이 한 통 없는 것인 지,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인 지, 평소와 같지 않는 로라의 행동에 걱정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기태는 창문을 열어젖히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오빠, 옛날엔 내 앞에서 담배 꺼내지도 않더니…요샌 아무렇지 않게 핀다?” 수정의 말에 대꾸도 않은 채, 기태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음이 심란했다. 자신이 먼저 문자라도 보내볼까, 메시지 창만 수십 번도 더 열었다, 닫았다 반복한 그였다. 그런 낯선 기태의 모습에 수정은 모든 걸 다 알면서도 입술만 꾹 깨문 채, 아는 체 하지 않았다. 그에게 여자 생겼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여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태는 지금 그 여자에게 단단히 빠져 있다는 것을. 지금껏 기태에게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이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게 하고 있다는 것을. - 띵동. 그때, 잠잠하던 기태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한 통 도착하고 동시에 기태와 수정의 시선은 휴대폰으로 향했다. - 선생님, 통화 가능 할까요? 로라였다. 통화 가능하냔, 로라의 물음에 기태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동시에 눈두덩 이처럼 불어나던 걱정이 사르륵, 녹고 말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기태는 피식,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요 앞 휴게소에 잠시 들리자.” * * * 곧, 기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로라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문자를 보낸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울리는 로라의 휴대폰 벨소리에 덩달아 도헌의 심장도 철렁 내려앉았다. “뭐라고…하려구요.” 오히려 로라보다 더 사색이 된 얼굴로 도헌은 로라의 팔을 쥐었다. 로라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굳은 얼굴로 말없이 휴대폰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결심이라도 한 듯, 입술을 한 번 꾹, 깨물곤. “선생님.” 도헌은 어쩐지 힘들어 보이는 로라를 바라보고 있기 힘들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로라씨. 무슨 일 있어요?” 한없이 다정한 사람. 어제와 다를 것 없이, 자상한 사람. 로라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저…술 마신 것도 아니구요.” “네?” “맨 정신인데요…제가 원래 뭐 하나든, 마음에 못 담아 두고 있어서요. 담아두고 지내지를 못하는 성격이라 서요. 꼭…물어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네? 저한테요?” 조금은 울음 때문에, 떨리는 로라의 목소리. 도헌은 심란한 마음에 멀찌감치 떨어져서 담배를 한 개비 입에 물었다. “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로라씨.” “…혹시.” “…….” “여자 친구…있으세요?” 결국, 묻고 말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그 말을 내뱉고 나자, 로라는…이내 후회가 밀려 왔다. “네…? 그게 무슨.” 황당하다는 듯, 그게 무슨, 하고 답하는 기태의 목소리도 조금은 떨렸다. 괜한 질문을 한 것인가. 무슨 대답을 들으려고…결국 이 질문을 하고 만 것일까. 마치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듯, 로라의 심장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질문 그대로예요. 선생님…여자 친구…있어요?” “하하하하.” 로라의 질문에, 기태는 그만 호탕하게 웃고 말았다. 로라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파르르 떨리는 오른 손을 꾹, 주먹 쥐었다. “아, 웃어서 미안해요.” “…….” “너무 진지한 것 같아서요, 로라씨가.” “…….” “있죠, 당연히.” 있죠, 당연히. 란 그의 대답에 로라의 심장은 땅 끝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멀리서 도헌이 걱정스런 얼굴로 로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네?” “있죠. 무슨 질문이 그래요.” “…선생님.” “로라씨가 제 여자 친구잖아요.” “…….” “무슨 일 있었어요? 목소리가 너무 안 좋다.” 결국…결국 이거 구나. 로라는 피식,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러곤 이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제가…선생님 여자…친구라구요.” “네?” “그것 말곤…정말…없어요?” “어디서…무슨 소리라도 들은 거예요? 왜 그래요, 갑자기.” 기태의 표정은 그제야 굳고 말았다. 혹시 로라가 수정과 자신의 관계를 눈치 채기라도 한 것은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저 멀리 수정이 커피를 사들고 이쪽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기태는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버렸다. “아뇨. 무슨 소리를…들을 게 어디 있어요. 그냥요.” “네?” “선생님하고…만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 “아니, 그 전부터.” “…네.” “선생님께 여자 친구가 있느냐고, 한 번도 제대로 물어 본 적도.” “…….” “그리고 대답도 제대로 들어 본 적도 없는 것 같아서요.” “이제 와서…그 질문을…하기엔 좀…늦은 감…있지 않을까요?” 기태는 입술을 꾹 깨문 채 로라에게 물었다. 전화기 너머의 로라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고, 선뜻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내뱉지 못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무슨…일이라도 정말 있는 것일까. “네. 그렇죠.” “…….” “조금이 아니라…많이 늦었죠.” “…….” “그래도 이제라도 그 대답이 듣고 싶어서요.” “갑자…기…말입니까?” 기태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굳어지고 말았다. 어느덧 수정은 기태의 뒤에 와 서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선생님.” “…네.” “정말…그게 다예요?” 정말 그게 다냐는, 로라의 질문에 기태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수정을 한 번 바라보았다. “네. 그게 다입니다. 없습니다.” 수정은 아무것도 모른 체 사들고 온 커피를 기태에게 내밀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럼 선생님…마지막으로 하나만 더…물어볼게요.” 로라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자신의 왼쪽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그의 뻔뻔한 대답에, 이제 로라는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 듯 했다. “네. 말씀하세요.” “…절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로라의 진지한, 그리고 꽤나 무거운 그 질문에 기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진심으로. 많이.” “……?” “사랑하고 있습니다.” * * *
제목없음 11
안녕하세요 빙글러님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적ㅇㅓ보이지만 많은걸로.. ㅎㅎ) 다음편을 가져왔습니다. 곧 추석이라서 빠르게 업로드 해야겠습니다. 추석때 해야할 노동이 많으므로...또르르..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ㄴㅣ다. ====================================================== 제목없음 11 “ 일단 차를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 “ 지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근처를 뒤지는건 무리에요 “ 그들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은 점점 더 거세져갔다. 구름이 어느새 내려앉아 주변은 낮인데도 밤처럼 어두워졌고 이렇게 수풀이 우거진곳에서 차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였다. “ 이 주변 지리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나서 차를 찾는게 쉬울거같아요. 저도 지금 네비로 여기를 처음와봐서 주변지리를 모르거든요. 사실 두분이 말씀하기 전까지 이쪽에 요양원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습니다. “ 그나마 제주도에 사는 권기자에게 기대를 걸어보려 했지만 주변 지리를 모르는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인듯 했다. “ 혹시 두분 아까 오다가 봤던 야영장에다가 한번 물어보는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 맞아. 그쪽밖에 들어오는 길이 없다면 그쪽에서 애들을 봤던 차를 봤던 하지 않았을까요? “ “ 맞아요. 야영장 주인을 한번 만나보는게 좋겠어요. “ “ 건물내부를 찾아보는건 비가 그치면 다시 오는걸로 하죠. 시야가 너무 어두워져서 밝을때 들어오는게 좋을거 같아요. “ 지현은 일단 잔뜩 젖어서 머리가 엉겨붙은 수연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 수연아 일단 비도 너무 많이 오니까 야영장으로 가보자 . 거기 한번 물어보면 뭔가 얘기해주실지도 몰라. “ “ 그러자. “ 건물 한 귀퉁이에 놓여진 새마음요양원 표지판을 뒤로 한 채 그들은 다시 풀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차를 찾을수 있을 거 같진 않았지만 일단 수연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야영장 주인과 대화를 해보는것이 좋을 듯 했다. 주위가 어두워지고 랜턴 하나에 의지한채 길지 않은 길을 빠져나왔다. 벌써 세사람은 쓰고온 우산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잔뜩 젖었고 한여름의 장마라도 시작된 듯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야영장 관리소 : 부재시 연락바람 010******** 정진규] 허술하게 세워진 표지판에 야영장이라고 적힌걸 보니 이곳이 맞는 듯 했다. 관리소는 간이로 만들어진 곳 같았고 그 뒤에는 좀 더 커다란 가정집이 있었다. “ 불이 꺼져있는거 같은데 전화를 해봐야 할까요? “ 지현은 우산을 잡은 손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불이꺼진 곳의 문을 함부로 열수도 없었다. ‘똑똑똑’ “ 저기요 !!! 사람 없어요 ? “ 머뭇거리던 틈 사이로 수연은 관리소의 문을 두드렸다. ‘ 쾅쾅쾅 ‘ “ 저기요!!! 누구 없어요? !!!! “ 문안에서는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주변의 힘차게 내리는 빗소리만 들려올뿐. 우산에 의지한채 셋은 갈피를 잡지 못해 그저 멍하게 서있었다. 대꾸도 없는 문안이 짜증이 났는지 기어이 지현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발로 관리소 문을 차버렸다. ‘퍽 ! ‘ “ 사람 없냐구요 !!! “ “ 누구요 . 누군데 남의 집 문을 발로 참수꽈 “ 빗소리에 시끄러워진 그 공기를 깨며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다. 그는 매우 키가 컸고 커다란 덩치를 자랑했다. 까칠하게 올라온 수염은 며칠 씻지 않은것 처럼 꾀죄죄해 보였고 그의 손에는 비에 흠뻑하게 젖은 뗄깜이 묶여있었다. 머리는 빡빡하게 스포츠 머리를 했고 눈은 부리부리해서 첫인상 치고는 쎄다는 느낌을 받았다. 움푹 패인 눈에 위압감이 느껴진 그들은 누가 먼저 말을 건네야할지 각자 눈치를 보고 있었다. 결국 제일 다급했던 수연이 말을 걸었다. “ 저기요. 여기 관리소장님 되세요? “ “ 내가 여기 관리소장 이우다. 무슨 일이꽈 “ 사투리가 조금 섞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곳에 관리소장이라고 하는 부분은 알아들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의 표정을 보고 수연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몇가지 질문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 “ 비가 쏟아졈시난 일단 들어오십서 “ 무뚝뚝한 말투로 들어오라며 거구의 남자는 문을 열쇠로 열어주었다. 내부는 좁을 거라 생각한것과 달리 그곳은 그 가정집으로 이어지는 입구 같은 곳이었다. 아마 사무실 겸 입구로 사용하시는것 같았다. 가정집 문까지 열자 그 안에서 넓직하고 커다란 내부가 펼쳐졌다. 값비싸 보이는 가죽 쇼파가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고 영화에서나 보던 벽난로를 보고 지현은 신기해했다. “ 여기 앉으십서. “ “ 감사합니다. “ “ 딱보난 육지사람 닮은디. 무슨 일인지 … “ “ 아 안녕하세요. 제주 향기 권영민 기자입니다. “ 갑자기 말을 끊고 권영민이 끼어들어 대답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지현이 영민을 쳐다보자 영민은 눈을 찡긋하며 빠져있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 아… 제주도 사람이구나. 육지사람인줄 알아신디 … “ “ 취재중에는 저희도 사투리 많이 안씁니다. 어르신 . “ “ 지역신문이면 도와줘사쥬. 무슨 일이꽈 “. “ 실종된 사람들을 찾고있는데요. 혹시 여기 차세워서 위로 올라가거나 뭐 돌아다니는 아이들 본적 있으세요? “ “ 아이들은 여기 오질 못하쥬게. “ “ 아니 그정도 어린애들 말고 대학생 또래 정도 되보이는 아이들 마씸 ….” “ 흠….. 애들은 못본거 닮은디…. …. “ “ 혹시 그러면 낯선 차를 보신 적은 없으세요 ? 아마 렌트카였을텐데 “ 내용을 바꿔서 질문을 하자 관리소장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뭔가 생각이 날듯 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 했다. “ 여기는 죄다 렌트카인디 내 차 찾는게 빨라지 아 그런데 예전에 우리 손님 차 아닌 차는 봤던거 닮은디…… “ “ 손님 차 아닌건 어떻게 아셨어요 ? “ “ 우리 야영장 쓰는 사람들은 다 들어올때 차남바를 적게 되있어요. 그래야 내가 주차장 관리하기가 편하니까. 그런데 가끔 야영장 주차장 옆이나 바깥에 세우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바깥까지 한번 돌아보는데 우리 주차장 입구옆에 누가 차를 세웠더라고. 내가 목록을 보면서 체크를 하는데 그 목록에는 그 차번호가 없었어요. 그래서 딴 놈이 우리 주차장 근처에 차를 세웠네 하면서 욕을 한번했지. 거기다가 세워버리면 우리 손님들이 차를 빼기가 힘들다고 “ “아,,, 혹시 번호는 기억하세요 ?” “ 내가 차 남바를 적긴 해신디.. 나중에 안 치우면 불법주차로 신고전화하잰 남바 적어놓긴 했수다. 잠깐 기다려봅서. “ 관리소장은 일어나 어딘가 서랍을 뒤지더니 주차목록 이라고 커다란 견출지가 붙은 철 한개를 가져와 앉았다. 목에 걸린 돋보기를 쓰며 여기저기 넘기던 관리소장은 표시해둔 곳을 찾아 그들에게 건네 보였다. “ 여기있네요. 6월 22일 토요일에 .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 이때가 어린애들 데리고온 손님이 많아서 우리가 주차장이 꽉찼었거든요. 그래서 꼭 전화할라고 했었는데 너무 바빠서 나중에 있는지 확인을 못했어. “ “ 렌트카 어디 였는지는 모르시져? “ “ 나가 거기까지 어떵알아. 그냥 남바만 적어놔신디 “ 옆을 살짝 보자 지현은 몰래 대화내용을 녹음 중인걸로 보였고 수연은 수첩에다가 차 번호를 적어놓았다. 투덜거리던 관리소장은 바깥에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흠칫하며 창문을 열어 바깥을 확인하였다. “ 비가 영 하영 내리는데 다시 어떵 갈거라 . 좀 그치면 가던가. 여기 커피 이시난 알앙 타마시고. 난 건물에 물새는데 이신디 봐야하니까 뭐 물어볼거 이시믄 아까 거기 번호로 전화하던가 합서. “ 무뚝뚝하게 내뱉던 관리소장은 비가 새는 곳을 찾아야 한다며 고무 대야를 들고 사라졌다. 아마 알아서 가던가 말던가 하라는 뜻 같았다. “ 뭐라고 하시는거에요 ? “ 지현은 사투리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말에 당황해했지만 이내 영민이 그 뜻을 설명해주었다 . “ 커피 마시고 비 그치면 가라하시네요. 소장님은 비새는데 있나 보러 가셔야한대요. 혹시 물어볼거 있으면 문에 붙어진 번호로 전화하라고 하셨어요 “ “ 혹시모르니 저장해놔야겠네요. 관리소장 이름이 정진규씨 맞죠? “ “아깐 말잘라서 미안해요. 제주도 분들이 육지 신문사에서 왔다고 하면 대답을 잘 안해주시거든요… 좀 폐쇄적인 곳이라… “ “ 이해해요. 다른 지역도 그러는걸요 . 영민씨 덕분에 그래도 수월하게 대화 했어요.“ 관리소장의 말을 듣고 나니 더 의문투성이가 되었다. 사라진 유심. 차로 이곳을 왔는데 지금은 어디있는지 알수가 없다. 아마 야영장 곁에 차를 세우고 요양원까지 올라간건 맞는거 같은데 그 뒤에 행방이 묘연하니… 어디에 있는거니 수정아… 12편 이어집ㄴ니다 https://vin.gl/p/2672350?asrc=copylink
[생소 1] 낮잠 2
모처럼의 이른 퇴근길이었다. 이게 얼마 만인가 싶었다. 승진을 앞두고 있었지만, 그것은 변변찮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는 턱없이 미진한 보상이었다.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이직을 생각 중이었다. 그 전에 여행이라도……, 아니다. 나는 한동안은 그냥 푹 쉬고만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모든 것이 덧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전철 입구를 올라와 신호등 없는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막 건넜을 무렵이었다. 아저씨…… 아저씨……! 방금 건너온 보도블록 저편의 골목에서부터 누군가를 다급하게 외쳐 부르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서서히 짙어지고 있었다. 남자가 부르는 상대가 나라고 생각해서 돌아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남자의 시선은 분명 이편에 고정돼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남자가 호명하는 상대로 추측되는 사람은 없었다. 조그만 구두수선 방 앞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노인 둘과 좌판에 희멀건 더덕을 늘어놓고 있는 왜소한 노파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나는 잠시 멈춰 서 있었고, 남자는 잰걸음으로 보도를 건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상하지만 그가 저 멀리서부터 외쳐 부른 상대는 바로 나인 것 같았다. 결국 그가 당도한 곳은 내가 서 있는 바로 앞이었다. 남자는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굉장히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뭘까 이 남자는. 복권 배달하는 분이시죠? 그의 말이었다. 복권이라니. 이건 무슨 황당한 소리란 말인가. 게다가 그의 말투는 너무나 확신에 찬 것이어서 나는 순간 내 기억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불러대도 이쪽에서 그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면 긴가민가할 법도 한데,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과 나를 완벽하게 동일시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도 내가 복권과 관련됐던 기억은 없었다. 동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복권을 팔았던 기억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지만, 그건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취업 준비 기간 중 고작 두 달가량 스쳐 가듯 했던 일에 불과했다. 이미 3년도 더 지난 일이다. 게다가 복권 판매도 아니고 복권 배달이라니? 나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닌데요. 나는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은 무심한 표정과 말투로, 티 나지 않게 최대한 화를 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나 자신이 내가 모르는 누군가와 이토록 확신에 찬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에 너무나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고유성이 완벽하게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아니에요? 그가 얼굴에서 웃음을 조금씩 거둬들였다. 내 말을 듣고도 다소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라고요. 그가 어리둥절해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사과 한마디 없었지만, 그것은 그의 무례함이라기보다는 여전히, 그가 알고 있는 사람이 나와 동일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얼떨떨함으로 느껴졌다. 그러자 나 역시 내가 잊고 있는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스스로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상을 잠시 해보았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알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정말 나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멍해진 기분을 떨쳐내고 나 역시 발걸음을 뗐다. 돌아보았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생소 1] 낮잠 1
혜주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조건을 다는 듯 물었다. 너, 내가 똑같은 경우라면……, 나한테 다 말해줄 자신 있어? 내막도 모르는데 이런 조건을 다는 혜주가 조금 귀여웠다. 혜주는 분명 내게 뭔가 말할 것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내내 망설이고 있던 차였다. 굳이 구내식당 밖으로 나가서 통화를 하던 것은 그러려니 했는데, 통화를 마치고 온 뒤의 혜주는 뭔가 영 수상해 보였다. 느낌상 학생회 누군가와의 통화였던 것 같지만 부러 묻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나의 추궁을 유도라도 하는 듯 과장되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결국은 젓가락질을 멈추게 했다. 뭔데, 얘기해 봐. 아니야, 밥 먹어. 이런 줄다리기식의 대화가 몇 번을 오갔다. 그러다 마침내 내가 조르는 단계에 다다랐다. 어차피 혜주의 태도가 이미 토로에 기울어있어 보였으므로, 힘을 실어주기로 하고 닦달 아닌 닦달을 했던 것이다. 비밀 누설에 대한 책임을 내 쪽으로 덜어와 혜주의 짐을 조금 덜어주고자 했던 마음도 있지만, 사실 궁금했던 것이 제일 크기는 컸다. 뭐 얼마나 대단한 비밀이겠나 싶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 당연하지.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그러나 혜주는 여전히 이래도 되나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한 채로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우리끼린 절대 비밀 없는 거야, 알았지? 그 말을 끝으로 혜주가 풀어놓은 얘기들은 조금 흥미로운 것이었고, 예상대로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이었지만, 듣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까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우리는 가평의 한 펜션으로 떠나기로 계획이 돼 있었다. 신임 학생회가 결성되고, 전대 학생회와 함께 몇 번의 회의를 거쳐 LT, 그러니까 리더십 트레이닝이라는 구색 좋은 학생회만의 모꼬지를 가기로 한 것이다. 학생회라고 해봤자, 초반에는 신임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 각자의 친분으로 결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들었다. 그러니까 신임 부학생회장으로 뽑힌 J의 인맥과 신임 학생회장으로 뽑힌 나의 인맥이 반반씩 섞여 우선 학생회의 머릿수를 채우는 식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 변동이 있더라도 말이다. 조교와 전대 학생회장은 학사 일정이 생각보다 빠듯하다며, 서둘러 학생회를 결성할 것을 요청했다.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자친구인 혜주 역시 학생회 임원 중 한 명으로 우선 섭외했고, 혜주 역시 기다렸다는 듯 선뜻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학과 인터넷 사이트 비밀게시판에서의 실시간 의견 제시와 학생회실에서의 몇 차례 대면 회의를 통해 간략한 프로그램과 앞으로의 학과 운영 방안 및 예산 구성, 장 볼 거리 등을 계획하고 준비했다. 그 촘촘한 준비과정에서도 언제 그런 일을 꾸밀 생각을 한 것인지 조금 놀라웠다. 전대 학생회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우리가 예약해둔 펜션에서 있을 신임 학생회장, 그러니까 나의 깜짝쇼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일종의 몰래카메라, 서프라이즈. 이런 종류의 것 말이다. 리더십 트레이닝이니만큼 신임 학생회장의 리더십을 대표로 시험해보자고 했다나 뭐라나. 혜주는 그 과정에서 절대 비밀을 유지하라고 특별히 주의를 받았다고 했다. 혜주가 고민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혜주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지 선뜻 짐작이 되지 않았다. 매일 이어지는 회의 탓에 거의 늘 함께 붙어있었으면서도, 그 사실을 꿋꿋이 함구하고 있었던 임원진 친구 녀석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더구나 그중 내가 가장 신뢰하는, 가장 진지한 성격의 H조차 그 일에 대해 내게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배신감까지는 아니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부풀어 실소 아닌 실소가 터졌다. 그러나 이건 분명 누구를 탓할 일은 못 되었다. 그보다 나는 조금 골치가 아파졌다. 이제 펜션에서 이 깜짝쇼를 다 알면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를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러나 물론, 다 웃자고 그런 것 아니겠는가. 신경 쓸 일이 많아서였는지 나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여러 번 고민했을 혜주에게 차라리 말하지 말지 그랬냐고, 이제 와서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며 혜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그것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목적지까지는 무사히 도착했다. 전대 학생회와 신임 학생회가 각각 한 명씩 사이좋게 지각을 하는 바람에 출발 시간이 다소 지연됐던 것을 제외하고는 날씨도 더없이 맑았고, 열댓 명 가량의 인원이 나눠 탄 두 대의 렌트 차량도 크게 거리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비슷한 시간 내에, 예약해둔 복층의 펜션 앞에 닿았다. 우리는 짐을 풀고 정확히 삼십 분만 휴식을 가진 뒤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분명 필요한 회의지만, 가장 귀찮은 일이기도 하므로 가장 먼저 끝내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었다. 회의 역시 별 탈은 없었다. 기존의 학사일정과 학과 행사에 따른 보편적 예산 범위가 전대 학생회로부터 브리핑 되었고, 이를 토대로 올해 연말 일정부터 내년 전반의 행사들에 대한 개략적인 기획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는 나의 깜짝쇼에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 타 대학이나 학과들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2년제의 사립 전문대학인 본교의 학사일정은 생각보다 촘촘해서 솔직히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미리 언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내가 학과의 신임 학생회장으로 선출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장학금이 지급되는 일이기는 했지만 전액도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나는 타고난 리더십이 있는 편이 못되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치러진 학생총회에 참석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현재 우리 학생회의 복지부 임원인 K가 당시 직접 손을 들어 나를 후보로 추천했던 것이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나를 후보로 추천하라고 K에게 종용한 것은 다름 아닌 혜주였다. 그러나 혜주 역시 내가 정말로 당선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추천된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도 여섯이나 더 있었고, 이 약소한 권력에 조금도 욕심은 없었지만, 무턱대고 출마를 포기하는 모습으로 남고 싶은 마음 역시 없었기 때문에, ‘뽑아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는 특별할 것 없는 한마디만 했을 뿐이었다. 당연히 남은 추천후보자들의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첫 순서였던 것 역시 문제라면 문제였다. 나머지 여섯 추천후보자들이 거짓말처럼, 단상 위에서의 짧은 유세 중 모두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문학을 전공하는 학과여서일까. 학생회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뭇 학생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그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럴 때 한둘은 나서기 마련인데. 이토록 자리 욕심 없는 사람들이라니. 부학생회장의 자리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해보였던 것인지 지원자가 몇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J가 후보로 선출되었고, 단독 후보인 나와 한 팀을 이루게 되었다. 선거는 당연히 찬반 투표로 진행되었다. 찬성 83.7% 반대 16.3%. 찬성표보다 반대표에 더 신경이 쓰였다. 초중고 시절 반장 한번 해본 적 없는 나는 결국 그렇게 우리 학과의 신임 학생회장이 되었다. 저녁 시간을 조금 지나 회의는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펜션 주인에게 바비큐를 준비해 달라 요청했다. 동시에 너나 할 것 없이 준비해온 찬거리들과 일회용 식기 따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펜션과 정원을 오가는 임원들로 분주한 가운데, 전대 학생회장인 M에게 결재를 받듯 사인을 보내는 듯한 임원이 몇 있었다. 저것이 바로 곧 펼쳐질 깜짝쇼에 대한 사인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 바비큐장에서 펼쳐질 예정이구나. 그러나 그것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 것이고, 뭐가 나아질 것인가. 나는 그에 대한 어떠한 대비책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연할 수밖에. 깜짝쇼에 대한 시나리오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무턱대고 맞이하는 수밖에. 우리는 잔을 채워 들고 M의 조촐한 건배사와 신임 학생회에 대한 응원 몇 마디를 들었고, 나 역시 신임 학생회장으로서의 포부나 무난한 건배사를 제안하며, 물론 진심이기는 하지만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오늘의 공식 일정은 모두 끝난 셈이었다. 이제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는 대망의 깜짝쇼만이 남아있을 것이었다. 조용히 고기를 굽고 있던 H와 막 교대를 해주던 참이었다. 여자애들의 실랑이가 다소 급작스럽게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J가 뽑은 홍보부 임원 S와 전대 학생회 임원인 R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언니, 왜 저한테만 그러시는데요? 너, 말 그렇게밖에 못해?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부주의한 몇몇은 이어서 내게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주었다. 내게 어떤 대처를 요구한다는 듯이. 그렇다. 그들이 부주의하다기보다는 내가 이 연극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이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이 적지 않은 인원 중 왜 이러한 실랑이의 책임이 나의 몫이기만 하단 말인가. 전대 학생회 몇몇은 내 눈치를 살피며 웃음을 참는 것 같기도 했고, H와 K를 비롯한 본래 내 친구들은 묵묵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것만이 지금 가장 중립적이고 최선의 행동이라는 듯. 내가 어떠한 대처도 없이 바라만 보고 있자, 가장 연장자인 M이 나섰다. 너흰 어른도 없냐 이것들아. 다소 과장스러운 그 말에 사실 나는 조금 웃을 뻔했다. 우리들은 고작해야 이십 대 초중반의, 딱히 어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많다고 할 수도 없는 학생들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상황을 다 알고 있다고 고백해서 혜주를 곤란하게 할 수도 없거니와,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공식적인 회의 중이라면 중재할 의무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에 가까웠다. 그때였다. 안 되겠는지 S는 자리를 박차고 숙소로 빠르게 걸어 들어 가버렸다. 우는 연기까지 해 보이며. 그제야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정말이지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말했다. 오빠, 뭐해요. 학생회장이 보고만 있으면 돼요? 나는 잠시 고민하며 고기 집게를 내려놓으려다가 말았다. 토라져 숙소로 들어간 S를 쫓아가 달래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선배지만 나보다 어린 R을 혼내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어떤 행동을 해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려놓을 만한 넉살도 나에겐 없었다. 뭘 하든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연극을 망치는 것보다는 잠시 무심하고 무능한 신임 학생회장이 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아니,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내가 택한 것은 아니었다. 또, 어떤 것이 차선 혹은 차악의 대처라고 과연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H를 비롯한 내 친구들은 여전히 어떠한 미동도 없었고, 그것은 나를 향한 원망은 아니었지만, 존중 또한 아닌 것 같았다. 여자애들 몇은 이제 더는 감출 것도 없다는 듯 재미없다고 투덜댔지만, 이거 다 연극이었다고 딱히 해명하는 이도 없었다. 차라리 혜주로부터 이 연극에 대한 어떤 말도 듣지 못한 채로 이곳에 왔다면 조금 나았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 모든 상황을 맞이했다면. 그렇지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혼자만의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댔고, 허탈해졌다. 혜주만이 조용히 다가와 가만히 등을 쓸어줄 뿐이었다.
Chapter 65. 너희 잘 봐, 내가 얼마나 얘를 사랑하는 지.
“어머….” “전화 안 받기에… 와봤더니.” 기태였다. 기태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살짝 풀린 동공, 은은하게 풍겨져 오는 알싸한 알콜 냄새. 로라는 가만히 기태를 올려다 보았다. 술에 취한 듯 기태가 살짝 흔들렸다. “가세요.” “죄송… 합니다.” 돌아서는 로라의 팔을 붙잡는 기태였다. 그런 기태의 손을 뿌리치는 로라. 기태는 다시금, 그런 로라의 팔을 쥐었다. “미안 합니다.” “됐다구요.” “사과 하고 싶었어요.” “가시라구요.” 로라는 그런 기태의 손을 다시금 뿌리치며 등을 돌렸다. 참고 있었는데,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눈물이…, 눈물이 나고 있었다. 젠장할. “내 사랑은…” “…….” “이렇게… 왜… 매번….” “…….” “피어보기도 전에….” “…….” “망가지냐.” 기태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로라의 눈물이 툭, 떨어졌다. 기태는 다시 로라의 어깨를 조심스레 쥐었다. 사실은 기태도 울고 있었다. “많이 좋아했다는.” “…….”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 “많이 좋아할 거라는.” “…….” “그 말로는 다….” “…….” “받지 못…하겠죠.” “…….” “용서.” 기태는 두 눈을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리곤 돌아선 로라 앞에 무릎을, 끓었다. 다시금 무릎을 꿇은 기태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멀리서 모두 지켜보고 있는 수정이었다. “아니… 차기태… 네가 왜 무릎을 꿇어….” 수정의 손에 어마어마한 힘이 들어섰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사랑해 달라, 용서해 달라, 구걸하고 있는 상대의 여자에게 치가 떨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 수정은 차에서 내려 로라에게 가기 위해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런데. “빠지시죠.” “……?” 도헌이었다. 트레이닝복 차림의 도헌이 수정의 앞을 가로막았다. 수정은 도헌을 빤히 바라보곤, 이내 로라의 남자 친구라는 것을 깨닫곤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럼 그쪽이 뭐 어떻게 해보세요.” “…….” “우리 오빠가 왜 그쪽 여자 친구한테 무릎을 꿇어야 해요?” “…….” “납득이 되질 않거든.” “……” “무릎이라면 그쪽 여자 친구가 꿇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수정은 도헌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도헌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딱딱하게 수정을 바라보다 붉은 입술을 열었다. “웬 줄… 아직도 몰라?” “…뭐라구요?” “네가 그렇게 사랑하는 저 남자는.” “…….” “이제 널 안 사랑한다는 거 아니냐.” “……!” “그러니 네가 아닌… 내 여자 친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겠지.” “… 이봐요.” “이 보고, 저 보고 간에. 남자 친구인 나도 가만히 있는데.” “…….” “이제 여자 친구도 뭣도 아닌 네가… 왜 나서.” “뭐라구요?” 도헌이 죽일 듯이 수정을 노려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수정은 어이없다는 듯, 도헌을 빤히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내 여자 친구 그만 괴롭혀.” “……” “안 그래도 쟤가 얼마나 여리고, 얼마나 순진하고, 얼마나 순수하고 얼마나 눈물이 많고…” “…….” “얼마나….” 이상했다. 쿵, 쿵, 쿵. 도헌의 심장이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로라를 떠올리자, 로라의 사랑스런 얼굴을 떠올리자 심장이 병에 걸린 것처럼 팔딱 대기 시작했다. 도헌은 말을 하다 멈추곤 얼떨떨한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로라가 울고 있었다. 여리고, 순진하고, 순수하고, 눈물 많은 로라가… 울고 있었다. “…나.” “…….” “오호라… 좋아하냐.” 남자 친구인 척 해달랬는데, 감정 이입을 너무 심하게 했나보다. 도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금 수정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그만 괴롭…” 그때였다. 로라의 고함이 들려왔다. “아 그만 하시라구요!” 순간, 도헌은 로라의 고함을 듣자마자 튕기듯 로라에게 달려갔다. 수정은 순식간에 사라진 도헌을 바라보았다. “그만 못 해?!” “구도… 발?” 도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로라 앞에 우두커니 섰다. 기태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도헌을 올려다 보았다. 도헌이 화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는 기태를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됐다잖아.” “…….” “가시라잖아.” “…….” “그만 하시라잖아!” 도헌이 소리쳤다. 로라는 훌쩍 훌쩍 눈물을 훔치며 놀란 얼굴로 도헌을 바라보았다. “너… 어디서… 튀어 나온 거야.” “… 오로라, 그만 흔들어.” “…….” “아니? 그만 힘들게 해.” “…….” “내 여자 친구…” “…….” “그만 울리라고, 새끼야.” “악!” 하며 도헌이 무릎을 꿇고 있는 기태를 향해 주먹을 강하게 날렸다. 로라는 악,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고 동시에 지켜보고 있던 수정 역시 이쪽으로 달려왔다. 도헌의 주먹에 나가 떨어진 기태는 허망한 듯,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아스팔트 바닥에 널브러졌다. 달려온 수정은 도헌의 가슴 팍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씩씩 댔다. “네가 뭔데 우리 오빠 때려! 너희들이 뭔데 우리 오빠 아프게 해!” “그만들 좀 해.” “……” “얘… 언제까지 괴롭힐 작정이냐고.” 도헌은 씩씩대며 놀라, 자리에 주저앉은 로라를 일으켰다. 그리곤 분노를 억누르며 로라의 어깨를 따스히 감쌌다. “다신 내 여자 친구 찾아와서… 무릎 꿇는 짓거리 따위 하지 마라.” “…….” “그 땐 한 대 때리는 걸로 안 그쳐.” “…….” “가자, 로라야.” 로라야. 쿵, 쿵, 쿵. 로라야, 하는 따스한 도헌의 음성에 이번엔 로라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로… 라야? 미… 미쳤나 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귀까지 화끈거렸다. 로라의 온 몸의 피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자신의 오른 손을 맞잡은 도헌에게까지 자신의 두근거림이 전해질 것만 같았다. “… 그만들 연기하시죠.” 그때, 널브러진 기태가 슬프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휘청이며 자신을 부축하는 수정의 손을 뿌리쳤다. “연기… 그만 하라고, 이제.” “…….” “두 사람… 거짓말 하고 있잖아.” “…….” “나 때문에.” 기태의 말에 수정의 눈이 커졌다. 덩달아, 로라의 눈도 커지고 말았다. 로라는 흠칫 놀라며 도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도헌은 미동도 않았다. 굳은 얼굴로 그저 정면만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까지… 거짓말까지 해가며… 나를 왜 밀어내려 하냐고.” “…….” “아직… 날, 자의적으론 밀어내지 못해.” “……” “구도헌씨까지 끌어들인 거잖아.” 휘청이는 기태를, 도헌이 바라보았다. 그리곤 피식, 낮은 미소를 입에 걸었다. 로라는 들켜버린 건가 싶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잡고 있는 도헌의 손을 더욱 쥐었다. 곧, 도헌이 입술을 열었다. “거짓말….” “구도발.”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도헌은 무채색의 얼굴로 기태를 응시하다 곧, 자신의 옆에서 떨고 있는 로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로라의 어깨를 쥐어 자신 쪽으로 돌렸다. 로라는 어,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희 잘 봐.” “…….” “내가 얼마나 얘를.” “…….” “사랑하는 지.” 순간이었다. 억, 소리도 로라가 내지 못 했다. 순식간에 도헌의 입술이 로라의 입술을 뜨겁게, 아주 진하게 빨아 들였다. * * * 오랜만입니다^^! 중단은 하기 싫었어요, 더디더라도 꼭 완결은 짓고 싶어 돌아왔습니다! 마지막까지, 우리 오구 커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목없음 4
안녕하세요 빙글러님들 ^^ 드디어 제가 쉬는날이 와서 다음 화를 적어봤습니다. 원래 구상했던 내용이 통으로 날라가버려서 급하게 적어내려간 이야기가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기다려주신 분들을 위해 4편 남깁니다 ^^ ====================================================================== [제목미정 4] 동영상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지현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수연은 하염없이 흐느끼며 이미 젖어버린 휴지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 지현아, 나도 알아. 내가 이런 부탁하는거 너한테 엄청 무리라는거... 그런데 지현아. 나 정말 부탁할곳이 없어... 이미 성인인 수정이가 실종된거를 경찰측에서는 단순 가출일거라고만 하고 나를 과잉 보호하는 여자처럼 오바하지 말라고 나무라기만해. 지현아. 너도 알잖아. 우리 수정이는 정말 이렇게 말도 없이 잠적할 애가 아냐... " 실내금연이 아니였다면 몇 대를 피고 싶었으나 애꿎은 [카페내금연] 문구만 멍하게 쳐다보면 지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있다. 오히려 동아리에 살다시피 했던 수정이랑 가장 가까웠던 지현이였기에 수정이 얼마나 곧은 성격인지 알고있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동반하는 동아리 엠티를 가려고 할때에도 언니가 아르바이트를 가버리면 할머니 혼자 계셔야 한다며 그 흔한 추억거리도 만들지 못했던 친구였다는 것을. " 수연아. 일단 잘들어. 나 기자여도 흥신소는 아니야. 알아는 보겠지만 내가 경찰보다 더 잘찾는다고 보장할순 없어. 다만 경찰이 지금 너무 기다려보자고 시간만 끌고있으니 내가 알아는 볼게. " 초점없이 퀭해져있는 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현은 대답했다. 본인의 코가 석자라서 신변보호를 요청해도 모자랄판에 지현은 일단 수정의 동선이라도 좀 알아내야 경찰에게 정보라도 줄수 있을거같다고 생각했다. " 수연아 . 일단 너 집에가서 뭐좀 먹고 잠도 좀 자고 정신 좀 차려. 니가 이렇게 무너져있으면 같이 찾지도 못해. 알겠니 ? " " 응... 고마워 지현아 " " 그리고 이 핸드폰은 내가 가져갈게. 단서라도 찾으려면 핸드폰 좀 뒤지는 수밖에 없을거같다 . " " 고마워 지현아... 사실... 우리 할머니한테 말도 못했어. 수정이가 연락이 안된다고. 원래 한달에 한번은 할머니 보고싶다고 집에 오는 앤데... 이번주쯤이면 올때가 됐는데 안오니까 좀 이상하다고 느끼셨는지 막둥이 무슨일이 있는거냐고, 혹시 너무 바빠진거냐고 찾으시네 ... 근데 거기다가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시험공부때문에 바쁘다고그랬어.... " " 일단 할머니께는 말씀드리지마. 몸도 안좋으신데 정말 알면 쓰러지셔. 내가 아는 기자들한테 최대한 정보 알아내볼테니까 넌 일단 집에서 내 연락 기다려. 알겠지 ? " " 응, 부탁할게 지현아 " . 집으로 오자마자 씻지도 않은채 방한구석으로 가방을 집어던졌다. 평소라면 집에 오자마자 맥주한캔을 따고서 담배를 한대 피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컴퓨터를 켜고 usb로 수정의 핸드폰 동영상을 다운 받았다. 좀 더 큰 화면으로 살펴보기 위함이였다. 그러나 동영상 자체 배경이 너무 어둡고, 흔들리는 길을 올라가면서 찍는 터라 화면은 심하게 흔들렸다. 세번정도 돌려볼때쯤 지현은 멀미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화면을 정지시켰다. ' 왜 이 핸드폰이 수연이네 집앞에 있었던거지 ? ' ' 수정이가 수연이랑 같이 살지 않는데 그 집은 어떻게 알고?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뒤로 하고 지현은 잠시 눈을 감았다. [Rrrrrrrrr] 가방에서 울려오는 벨소리에 정신이 퍼뜩들었다. - 윤기자 - "여보세요 " [ 야 백지현!!! 내가 얼마나 전화했는데 이제야 받아!!! ] " 아 미안, 친구좀 만나느라고. 오늘 헤드 잘봤어. 기사 잘빠졌더라 ? 데스크에서 승인해줘 ? " [김의원 뇌물수수 가려야 해서 우리 꼰대는 오히려 잘됐구나 하던데 ? 우리 꼰대가 후속 기사 써오라고 난리인데 제보자가 전화를 안받아. ] " 너라면 본인 얘기 헤드라인 차지했는데 좋다고 받겠냐? 지금 그분이 안전한지나 모르겠네 내가 걸어도 계속 안받으시던데. 설마 무슨일 있는건 아니겠지? " [그래도 기사 올리기전에는 메일도 주고받았어. 허락은 받고 올려야하니께. 걱정하지마 내가 계속 연락해볼게. 그래도 그 한영기업쪽에서 나한테 해꼬지 할까봐 좀 후달리긴한다야 . 나야 뭐 잃을거 없으니 글 싸지르긴 했다만 .. 넌 괜찮냐? 저번에 협박 문자 왔었잖아 ] " 그거 때문에 신경쓰여서 요즘 호신용품 좀 갖고다닐라고 . 야 윤씨. 그건 그렇고 너 영상쪽 좀 잘아냐? " [왜? 뭔데뭔데 ? 내가 큰건 하나 받았으니 뭐든 해주마.] " 헛소리하지말고. 내가 지금 사람 하나를 찾아야 하는데 단서가 동영상 밖에 없어 . 나는 아무리봐도 잘 모르겠어서 넌 그래도 좀 사진 영상쪽은 알잖냐 " ["흠... 뭔데 그래 ? 돈떼먹은 사람이야 ? 나한테 파일 보내보던가 . "] " 흠.... 그럼 내가 드라이브에 올려놓을테니까 받아서 확인해봐 . 좀 그 동영상 찍힌 장소 알아볼수 있으면 더 좋고. " ["알겠어. 야 큰건 하나 꽁으로 줬는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내가 바로 확인해보마"] " 오키 고맙다~ " 윤기자라면 기사때문에라도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니 오히려 자신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친구라면 이렇게 멀미도 안나고 좀 찾아봐주겠지. 답답한 가슴을 좀 해소하고자 지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를 꺼내려 냉장고로 향했다. 벌컥 벌컥 캔을 들이키자 갈증으로 짜증났던 목이 조금씩 청량해지는 느낌이었다. ' 딱 요때 담배도 펴줘야지 ' 지현은 맥주캔을 든 채 안방 서랍 에서 담배를 꺼내려고 문을 열었다. 침대옆에 한켠 놓여진 서랍에서 새 담배를 꺼내려고 하는 순간 지현은 왠지 모른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 내가 서랍을 열고 갔었나 ? ' 그녀는 평소에 출근할때 단정하게 정리를 하고 가는 편인데 안방 수납장이 열려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반쯤 열린 서랍사이로 옷은 묘하게 헤집어진 느낌이 들었다. 분명 오늘 본인은 건조대에 널어진 옷을 입고 출근을 해서 서랍을 열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불안해진 느낌에 지현은 퍼뜩 방안에 불을 켰다. '탁' 스위치를 올리자 힘이 풀려진 지현의 손에서 맥주캔이 추락했다. 거품을 튀기며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던 맥주는 그녀의 발까지 냉한 기운을 전했다. 불을 켜야 비로소 보이는 흔적. 안방사이로 가로질러진 그것은..... 누군가의 신발자국이었다.
빙글에 새로운 웹툰 & 웹소설이 찾아옵니다!
빙글러 여러분들! 최근 빙글에서 매주 일어나고 있는 연쇄폭발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월요일] 센스 甲 애소 작가의 <피시 in 애소>로 소통폭발 [화요일] 무에서 유를 만드는 권권규 작가의 <만들며 사는 삶>으로 드립폭발 [수요일] 심장 폭격하는 빙글냥 말랑이와 집사 째리의 <말랑한 째리>로 귀염폭발 [목요일] 메밀&애소&째리작가의 덕심자극 만화 <어썸데이툰>의 매력폭발 '빵' 터지며 빙글러들의 일상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빙글 웹툰> <빙글 웹툰>의 라인업에 새로운 작품이 추가되었습니다! [금요웹툰] 호룔로( 작가 <룸메이트> ▷ 컬렉션 바로가기 개강 이틀 전, 아슬아슬하게 룸메이트 구하기에 성공한 21살 공대녀 김솔안. 산뜻하게 새학기를 시작하는 그녀의 마음엔 기분좋은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어렵게 구한 룸메이트가 남자... 그것도 너무나 잘생긴 남자라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 21살 공대녀 '김솔안'과 두 남자의 청춘로맨스를 그려나가는 웹툰 <룸메이트>가 6월 23일 금요일부터 연재됩니다. 호룔로 작가님의 컬렉션 미리미리 팔로우 해두는 것 잊지 마세요! [수요/일요 웹소설] 치뉴 작가 <마지막 마녀의 심장> ▷ 컬렉션 바로가기 기억을 담은 심장과 그 심장을 잃어버린 마지막 마녀. 그런 그녀를 기억하는 두 남자. "당신이 원하는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그녀는 더는 존재하지 않아요."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난 너를 사랑해." 기억을 담은 심장을 잃어버린 마지막 마녀의 이야기. 흥미진진한 판타지 세계관 속 피어나는 로맨스가 매력적인 <마지막 마녀의 심장>이 6월 18일 일요일부터 연재됩니다. 치뉴 작가의 <마지막 마녀의 심장>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월요 웹소설] 신화그녀 작가 <그 '놈'을 뺏겠습니다.> ▷컬렉션 바로가기 모든 걸 다 갖춘, 그래서 ‘여자 친구’까지 이미 갖추고 있는 그 놈, 본격 내 걸로 만들기 프로젝트! 애인 있는 남자 건드는 x들은 극혐이라고 혀를 끌끌 차던 ‘오로라’ 그녀가, 멀쩡히 여친 있는 그 놈을 뺏고 말겠다고 선포한다?! But ! 사이다 같은 그녀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은 있었으니… 사이다 美 폭발하는 여주인공 오로라의 그 '놈' 뺏기 프로젝트! 복잡한 그 '놈'과의 애정사에 잘-생긴 연하남까지 가세하는 흥미진진한 로맨스 스토리. 6월 19일 월요일부터 연재되는 <그 '놈'을 뺏겠습니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Q.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A. 아래와 같이 빙글 홈피드의 ‘웹툰/웹소설 콘텐츠 그룹’을 통해 서비스됩니다. [Q. 제 만화/소설도 연재하고 싶어요!] A. 빙글러들에게 웹툰/웹소설을 선보이고 싶은 작가님들의 제휴요청을 기다립니다. 특히 빙글의 각 커뮤니티에 연재중이신 재야의 작가님들! 지금 빙글 웹툰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빙글 웹툰 콘텐츠그룹에 웹툰 제휴를 희망하시는 작가님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지원하러 가기 (*작가/작품 발굴 및 연락에 많은 도움을 주신 @sousuke 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본 관중 (羅本 貫中) A.D.1330? ~ 1400
여기서 다뤘거나 다룰 인물들 중 예전에 다룬, "유일한" 생존인물 정대리 외에 사망인물들 중 가장 최근(?) 인물이자, 유구한 중국역사 속 찰나에 불과하며 의미도 그닥인 삼국시대를 지금의 메이져 에이지가 되는데 큰 공 세운 삼대장 중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 "나관중" 을 한 번 다뤄 보고자 한다. (삼대장 중 둘은 정사의 진수와 그 정사에 주석자 배송지) 처음 제목보고 '응? 나본이 뭐야?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으나 삼국지 속 인물들이 이름 외에 자(字)가 있듯, 나관중의 본명은 "나본"이고 관중은 그의 "자"인데 이거 모르는 분 많으실 듯ㅎㅎ(이하 나관중) 사실, 이 칼럼연재를 시작하며 어찌보면 정사의 저자인 진수와 함께 가장 먼저 다뤘어야 도리였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치고 의외로 기록이 그닥 많지 않은편. 일단 이 사람의 사망연도는 딱 떨어지는 A.D. 1400이나 출생연도는 추정치가 있을뿐 정확하진 않고 고향도 지금 중국 산시성의 타이위안이란 곳쯤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긴 하지만 명확한 고향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게 왜 그러냐? 지금이야 삼국지가 동아시아 최고의 히스토릭 미디어떡밥이지만 나관중 생전에는 서점이 있냐, 도서관이 있냐, 스마트폰으로 검색이 가능했냐.... 인쇄라는 개념도 없어, 책 한 권이 두 권 되려면 누가 붓 가져오고 벼루에 먹 갈아 베껴적어야 하다보니 인기를 얻으며 널리 퍼지는데 막대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삼국지연의가 그 넓은, 그러나 유통망이나 인프라가 개떡인 수백 년전 중국일대에서 인기를 끌쯤, 이미 나관중은 천국에서 삼국지속 실제인물들을 만난지도 한참 이후... 게다가 지금 현재의 중국조차 인적사항등록이 누락된 인간이 있는 마당에, 당시 명나라 초기의 일반인의 기록이 세세히 있을리가 없다. 지금에나 그런 베스트셀러작가가 명망높지... 당시의 명은 당연히 관직에 나가 벼슬살이 하는게 갑이였고 그 이하 여타 직군들은 별 큰 인기나 선망직종이 아니였다. 어렸을적에 어떤 어린이였고 소년이였는지는 모르겠고, 여튼 머리 크고는 위 언급대로 벼슬아치가 최고였던 시절이다보니 나관중 또한, 명나라의 인싸가 되기 위해 과거에 응시를 했었나본데, 낙방했다.....;;;; 심지어 세 차례 이상 내리 낙방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 과거는 지금 한국의 공무원 시험 따위와는 댈게 아닌 극악의 난이도여서 벼락치기 좀 했다고 붙는 그런건 아니였어서 수년간 공부했어도 수 차례 물 먹는 사람들이 많은건 사실이였지만, 왠지 뭔가 천재작가 이미지의 나관중조차 여러 번 불합격한건 의외다. 이건 나관중 개인에게는 불행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에겐 다행인거지..ㅎ 벼슬 나갔으면 삼국지같은거 썼겠나. 게다가 당시 명의 천자였던 "홍무제"는 뭐가 불만인지 수틀리면 벼슬아치들을 죽여대던 때여서 홍무제손에 킬된 벼슬아치가 10,000 명이 넘었다하니 어쩌면 나관중 본인에게도 잘된 걸 수도~ 뒤에 이야기들 보면 느끼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양반이 뭐가 딸려서라기보다 그냥 공부머리가 없었지 싶다. 정사를 꿰고 그 무수한 민담들을 캐내서 집대성하고 스토리텔링을 해낸 그의 재능은 오로지 포커스가 삼국지에 올인 되었을 뿐이였다. 과거에 계속 떨어지기를 여러 번... 어느 시점부터는 그냥 벼슬에 대한 미련 버리고 부친이 하시던 소금장사를 따라다니며 장사를 도왔는데, 공부도 못 하는 주제에, 장사도 못 했고 장사에 별 도움이 안되다보니 아버지한테 한 소리 들었는지, 나중에는 장사를 따라다니는 것도 그만뒀다.ㅋㅋㅋ 이렇게 원나라(그 시절은 아직 원)의 잉여놈이던 나관중은 동네 찻집을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당시의 찻집은 옛날 프랑스 파리의 카페와 비슷한... 문학도나 학자들, 혹은 예능인들이 드나들며 의견을 나누던 그런 분위기였다고 보면 된다.(술 안팔았다) 그렇게 드나들던 찻집에서 거의 매일 했던것이 "삼국희곡(三國戱曲)" 이란 공연인데, 이게 뭐냐면 몇 명의 화자가 어떤 내용의 이야기를 연기와 나레이션 섞어서 간단한 연극 비슷하게 만담처럼 진행하는 요즘말로 스탠딩공연같은건데 나관중은 여기에 빠져서 이걸 보려고 싸지도 않은 찻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래도 당시에 소금집 아들이면 나름 먹고사는 집이니 가능했던 듯..ㅎ 이 때 이 찻집의 삼국희곡은 한 잉여의 삶을 바꾸게 된다. 이후 단순 삼국희곡덕후에서 끝난게 아니라, 관련 사료들을 모으고 연관 주석과 민담 및 구전설화들까지 모으게 되는데.. 당시에 이짓은 그야말로 엄청난게, 이때 인터넷이 있나, 도서관이 있나 이런저런 자료들과 이야기들을 모으려면 그야말로 발로 뛰어야 했는데 그렇다고 당시 교통이 좋기를 해.. 심지어 "중국"에서... 여튼 덕중의 덕은 양덕이 아닌 중덕이란걸 보여준 나관중은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을 쓰고 소설 제목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 바로 우리가 삼국지연의라는 그 소설이다. 마치 원래는 연극영화과 전공이였고 관련하여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다 역사에 매료되어 한국사 강사가 된 설민석 선생님과 엇비슷하다. 자료를 취합하는 나관중의 정성과 열의는 실로 대단한건데, 지금같은 정보화시대에서 알기 쉽지 않은 자료나 정보가 많거늘, 그때는 위에서 말했듯 아무런 인프라도 시스템도 없고 심지어 삼국시대는 나관중이 살던 원말~명초때 당시 기준으로도 1,000년전 역사였으니 이에 대한 자료조사는 맨땅에 헤딩이였다. 그러나 소금집 잉여아들은 이 모든걸 해냈다....! 헌데 당시 그런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 자료수집 하다보니 아무래도 칼같이 정확하고 공정한 기록들만 채집하는건 한계가 있었으며 별 말같잖은 소리나 뜬금없는 자료들도 많아 나관중은 머리를 쥐어뜯었을 것이다.. 게다가 시대상황 따라 인기인물도 바뀌고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인기따라 민담이나 에피소드들도 늘고 줄고가 생겼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관중은 삼국지를 기반한 판타지를 쓰려는게 아닌 정말 역사속 사실을 모티베이션한 모큐멘터리급의 작품을 추구했기에 최대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끔, 설령 쏠림이 발생해도 티나지 않게끔 매끄럽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한중일 삼국에는 아직도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속 이야기가 모두 팩트라고 잘못 아는 이들이 상당수 있고 무엇이 픽션이고 어디부터 리얼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워 하는 수작이 나온 것! 이 또한 삼국지연의가 명작반열에 오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게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해, 영화로 치면 나관중은 '운장포터와 도술사의 돌', 이런 판타지나 '삼국불패 -촉한웅사-' 같은 무협물이 아닌 '오호대장군 : 적벽워' 같은 허무맹랑한듯 리얼하게 그려낸 덕에 더 많은 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삼국지연의를 살펴보면 나관중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일단 나관중은 지금 표현으로 치면 "마초스러움"을 선호했던거 같다. 서량의 그 마초말고 터프하고 와일드한 전형적 남성미의 그 마초이즘을 말한다. 그 이유는 일단 삼국시대는 물론, 나관중이 생존한 원나라 말 ~ 명나라 초에도 전투시에 그 전투지휘를 일임한 상장이나 총지휘관이 가장 선두에서 지휘하거나 심지어 적장과 1vs1 맞다이를 붙는건 확률이 0에 수렴했음에도 나관중은 그런 네임드간의 일기토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애초에 저런 방식의 전투가 없다시피했기에 당시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언뜻 생각도 못했을 개념인데 저리 도입한걸 보면 소설적 재미추구는 물론, "장수는 싸워야 장수!" 라는 그당시 기준의 마초이즘적 증거가 아닐지.... 또 한가지로, 삼국지연의내에서 장수들의 최후를 그린 부분들이 실제 역사와 다른 경우들이 꽤 있는데 대체로 병사하거나 혹은 죽음의 과정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이들이 연의에서 장렬히 전장에서 간지뿜으며 전사하는 걸로 각색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이질로 앓다 병사한 감녕, 역시 병을 앓다 결국 병상에서 숨 거뒀던 서황, 역시 고열로 인해 헛소리까지 했다는 학소, 역시 죽음 과정에 대한 별 기록이 없던 황충 등... 아참 태사자도 있구나 여러 장수들이 누워서 천장을 보다 저승을 갔음에도 나관중은 이들을 명예롭게 전장에서 요단강을 건넌 것으로 그려내줬다.ㅎ 나관중의 또 다른 취향은 "물량공세" 적벽대전 당시 조조군의 83만명. 관도대전 당시 원소군과 이릉대전 당시 촉-무릉만 연합군 70만명. 촉의 남만정벌 당시 50만명 등.... 지금의 중국으로야 가능해도 당시 빈번한 전란과 자연재해 및 극악의 치안상태와 기아 등으로 전 중국의 인구가 지금의 20분의 1수준에.. 제대로 된 인구통계도 못 내며 심지어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농경사회였던 당시로는 엄두도 못낼 규모의 대병력이 마주치는 이런 물량공세는 역시 나관중이 전쟁을 더욱 흥미롭게 표현키 위한 장치였다. 삼국지연의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 라 불려지는 명작들이 있는데 나머지 세 작품은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 유교마인드 뿜뿜인 우리나라 정서상... 야설의 원조격인 금병매는 거의 매장 당하다보니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가 삼대장이 되었고 서유기가 주로 애니매이션이나 게임같은 어린이~청소년 대상 매체들에서 매만지다보니 성인들에게는 삼국지연의와 수호전이 양대산맥을 이룬다. 놀랍게도 이 중국4대 기서 중 삼국지연의의 나관중이 수호전도 집필했다...!!!! 수호전은 순전히 나관중이 창조했다기보다, 원나라 말기의 시내암(施耐庵)이라는 사람이 원작자에, 나관중이, 쉽게 말하자면 초본상태의 수호전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자면 시내암이 수호전이라는 그림을 대강 콘티만 그렸다면 나관중이 거기에 펜선을 그려 디테일을 추가하고 컬러링까지 했다고 하면 비슷한 표현?...ㅎ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단편이라도 소설이나 수필 등을 써본 분이 계시는지 모르겠다만... 아무리 적성이 맞고 본인이 원해 쓴다 할지라도 "글을 쓴다"는 작업은 보통의 인내와 센스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며, 더구나 실제역사를 기반해 철저한 자료조사 및 고증을 더한 작품은 요새도 쓰기가 버겁다. 게다가 요즘은 펜에 원고지로 원고작업 않고 대부분의 작가분들이 컴퓨터를 쓰지만.... 나관중은 명나라 사람이라, 벼루에 먹을 갈고.. 붓으로 먹물을 찍어 썼다. 학창시절 혹시 서예해 보신 분 계시는지?.. 먹을 가는거부터가 존니 진짜...하아..(난 그 먹냄새도 싫었어) 게다가 붓글씨는 정말 글씨쓰기가 거지같고 뭐 좀 쓸라치면 그새 붓의 먹물이 다해서 또 찍고.. 붓의 힘조절이 잘 안되면 글씨가 개판되며 오타가 나면 이건 수정이고 뭐고 처음부터 다시 써야된다.. 게다가 서예반 애들은 거의 대개 부모나 담임이 산만한 애들의 정서함양에 좋다고 시켜놓다보니 애새끼들이 전부 산만하다 -_-;;;;; (게다가 손에 묻은 먹물은 잘 씻기지도 않고 옷에 묻으면 그 옷은 그냥 버려야 된다는...) 여튼 그런 붓글씨로 쓴 소설! 심지어 그냥 소설도 아닌 중국의 4대 기서! 게다가 그중 둘이 Write By 나관중의 위엄은 말로 표현불가다. 위에서 언급했듯, 공부머리가 없었을 뿐 그는 천재고 서양의 세익스피어에 뒤지지 않는 동양최고의 문학가였다. 그런데 수호전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상과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이들이 많이 나오고 그러다보니 명나라에서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벼르고, 그의 가문은 나관중으로 인해 온집안이 화를 입을까 두려워 그를 가문에서 파문!!! 쉽게 말해서 호적을 파버렸고, 나관중 역시 자신의 신상 및 자기네 집안안위 위해 노년에는 인적 드문곳에 짱박혀 이승윤이나 윤택이 찾아가는 그런 자연인처럼 살다 조용히 죽었다..., 그의 업적대비 참 초라한 최후지만, 당시는 뭐.. 아무거나 트집 하나 잘못 잡히면 그냥 모가지가 날아가는 시대에, 잘못 얽히면 온집안이 풍비박산 나는것도 다반사던 시절이였고 또 천재들은 항상 시대를 앞서가다보니 오히려 살아생전에는 인정은 커녕 가난과 무관심 속에 불운한 삶을 살다간 이들도 부지기수다. 아마 나관중은 앞서 언급했듯, 당시 시스템과 인프라에 따른 자기작품의 빠른 대중화의 한계와 당시 사회적인 직업인식 등으로 인해 생전에는 대문호에 대한 존경같은거 없이 살았을거다. 그냥 간신히 밥이나 먹고 맨날 방구석 처박혀 글이나 쓰고 그러는 Nerd였을 듯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지와 수호전이란 두 거작을 만들어낸 그의 근성과 집념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매사가 다 그렇다. 뭘 하건 성공을 위해 우리는 당장은 미진해도 꾸준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쌓여 결국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거라고 나관중의 삶이 말해준다. . . .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 욥기 8장 7절 - (하지만 난 무신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