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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 가짜 Supreme 매장이 들어서다


1994년 라파예트 가(Lafayette Street)의 작은 숍에서 시작한 슈프림(Supreme)은 현재 세계적인 컬트 레이블로서 초 단위의 매진 기록을 세우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했던가? 브랜드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슈프림은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위조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ㅡ 당장 이태원 거리의 노점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ㅡ .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작년부터 논란이 된 슈프림 이탈리아(Supreme Italia 혹은 Supreme Barletta) 사건이다. 슈프림의 상표가 유럽에 등록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한 이탈리아의 모 회사가 슈프림 이탈리아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런칭한 것. 그들이 찍어 낸 박스 로고 제품은 우스꽝스러울 만큼 크고 형편없었지만, 슈프림의 광명과 소비자들의 무지에 힘입어 현지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슈프림 이탈리아의 뻔뻔한 행태를 묵인할 수 없었던 슈프림은 결국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초 승소하여 무려 12만 점에 달하는 위조품을 압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지난달 유럽연합 지식재산권 사무소(EUIPO)가 슈프림이라는 이름이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품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슈프림의 상표 등록 요청을 철회하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 이는 결국 유럽 각지에서 위조품들이 생산, 유통되는 길을 열어준 결정이었다.

지식재산권 사무소의 결정에 적극 화답한 것일까, 최근 또 다른 사칭 브랜드인 슈프림 스페인(Supreme Spain)이 바르셀로나에 매장을 오픈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스 로고의 붉은 색을 노란색으로 바꿔 사용한 슈프림 스페인은 무려 아이들을 위한 제품 라인인 슈프림 키즈(Supreme Kids)를 선보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매장을 직접 촬영한 인스타그램 영상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콘셉트가 기존 슈프림 매장과 어느 정도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슈프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상황. 제품을 넘어 매장 전체를 베껴 버리는 슈프림 스페인의 뻔뻔함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슈프림 이탈리아와 슈프림 스페인의 모습이 마냥 우습지만은 않은 것은 한국 패션계의 현실 역시 비슷하기 때문이다. 매장이 들어서지 않았을 뿐이지, 한국 역시 세계적인 브랜드의 제품들을 무분별하게 베껴 생산하고, 소비한다. 그 심각성은 하이스노바이어티(Highsnobiety)에서 한국의 짝퉁 소비 문화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 정도. 타국을 비웃기 전에 우리의 소비 습관 먼저 되돌아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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