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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2016), 원제 'Arrival' *사진 : 다음 영화 <컨택트>(2016)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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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다양한 언어가 있고, 우리는 지역에 따라 언어를 선택해 살아간다. *사진 : 다음 영화 <컨택트>(2016)

1. 언어는 생각을 지배한다

문화가 다른 2개 국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가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한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A씨는 영어로 말할 때는 당당한 태도를 취하지만, 한국어로 말할 때는 차분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A씨에겐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인격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이질적인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느끼는 현상이다.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문화에 따라 발화하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피어-워프 가설로 알려진 이 현상은,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피어는 "현실 세계는 상당한 정도로 그 집단의 언어습관의 기반 위에 형성이 된다"고 말했는데, 이는 설득력이 있다. 만약 세상에 발견되지 않은 동물이 있고, 그 동물이 사는 지역에 원주민이 있다면, 원주민은 그 동물을 어떻게든 이름을 붙여 부를 테지만, 그 동물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그 동물에 대응하는 단어조차 만들 수 없다. 단순히 사물의 이름에 불과하다면 모르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필수 문장 성분에도 이런 경향이 유지되면 우리의 사고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워프는 "어떤 개인이 아무런 편견 없이 자연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자유스럽다고 생각할 때조차도 해석의 방식에 대해 어떤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보자. 같은 뜻이어도 두 언어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울산에는 자동차 공장이 있습니다."
"There is a car factory in Ulsan."

한국어는 '울산'이란 지명이 먼저 등장하지만, 영어에선 지명이 뒤에 밀린다. 한국어는 큰 것(울산)에서 작은 것(자동차 공장)으로 대상을 옮겨가지만, 영어는 작은 것(자동차 공장)에서 큰 것(울산)으로 대상을 옮겨간다. 즉, 시야의 차이가 발생한다. 미시에서 시작하느냐, 거시에서 시작하느냐, 그것의 옳고 그름은 분별할 수가 없다.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게 보여주는 것은, 언어란 의식한다고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우리는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언어가 가지고 있는 '사고 제한'까지 떠안게 된다.

이런 관점을 이해하고 난 뒤에야 우리는 <컨택트>를 볼 수 있다. 사람 간의 언어도 이렇게 자동적으로 생각을 정의하게 되는데, 만약 지적 외계 생명체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컨택트>는 전 세계에 수백 미터 크기의 외계 모선이 등장하고, 그 속에 거주하는 외계인들과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유수의 언어학자들을 소집하면서 시작된다. '햅타포드'로 명명된 이들은 인간처럼 문자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영화 속에서 '비선형 철자법'으로 묘사된 그 문자는, 햅타포드들이 뿜어내는 먹물 같은 안개가 원모양으로 흩뿌려진 형태를 나타낸다.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고 그들의 언어를 분석하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던 도중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혼인 그녀가 낳은 적도 없는 딸이 보이고, 남편이 보이고, 또 그들의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 '이미 겪은 것만 같은 미래'가 보이는 기현상은, 루이스가 햅타포드의 언어를 구체적으로 밝혀낼 때마다 더 강해진다. 그러면서 루이스는 햅타포드들의 언어에서 독특한 점들을 발견하고, 그게 곧 사피어-워프 가설과 이어질 거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헵타포드'의 언어. *사진 : 다음 영화 <컨택트>(2016)

헵타포드들의 언어는 원 테두리에 '생각의 궤적'을 그대로 그려 넣는다. 인간의 표현수단 중 이와 가장 가까운 것을 꼽으라면 '악보'가 있다. 우리는 슬픔을 드러낼 때 '슬프다'라는 단어를 꺼낼 수도 있겠지만, 진혼곡을 연주할 수도 있다. 혹은 그 진혼곡의 악보를 꺼내들 수도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만약 우리가 악보에 음표를 그려놓고 선들을 둥글게 말아 원으로 만든다면, 아마 헵타포드들의 언어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다. 반복되는 음표들은 단순하지만, 그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 그리고 그 음악들이 주는 느낌도 모두 다르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묘사하기 어렵다. 어쨌든 음악은 시간의 순서를 따르니까. 헵타포드의 언어엔 시제가 없다. 왜 시제가 없을까? 그건 위에서도 언급했듯, 본적 없는 것을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헵타포드는 시간의 흐름을 언어로 나타낼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고, 헵타포드에겐 정해진 시간의 모든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헵타포드의 언어를 연구하고 이제 대화까지 가능한 루이스는, 그들의 언어로 사고 영역을 공유하면서 시간을 관통하는 능력까지 얻게 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루이스가 헵타포드로 인해 얻은 능력이 루이스가 소속된 인류 전체에도 관여하지만 루이스 개인의 영역에도 관여한다는 점이다.

불운한 미래를 알면서도 살아간다는 건 분명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헵타포드어에 녹아 있는 사고는, 어떤 위험과 고난이 있더라도 해낼만한 가치가 있으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루이스는 딸의 불치병을 목격하게 되지만, 일을 중단하지도 않고 다가올 사랑을 내치지도 않는다. 지극한 슬픔이 예정되어있음에도 딸과 함께한 시간은 간직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그건 인류의 적대적 태도를 무릅쓰고 과감히 지구에 상륙한 헵타포드들의 태도와도 일치한다. 어떤 일을 하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 일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 하지 않을 것인가? 헵타포드는 인류를 가르치러 왔지만 이처럼 존재만으로 그 가르침을 직접 받는 한 개인의 인생도 바꿔놓는다. 덕분에 루이스가 개인의 영역으로 '외계와 인류의 접촉'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이끌어가는 데도 전혀 무리가 없다. 오리혀 그것은, 그 과정에서 필연적인 것으로 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컨택트>가, 헵타포드가 이렇게 매력적인 방법으로 루이스라는 한 개인의 인생까지 180도 바꿔가며 인류에게 끝내 전하려는 것을 뭘까?

그건 바로 '화합'이다.



검은 돌을 연상시키는 헵타포드의 모선. 그 모습은 '문명의 초석'을 상징한다. *사진 : 다음 영화 <컨택트>(2016)

2. 진보한 존재의 선물, 화합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에서도 묘사됐듯이, 모든 시작에는 초석이 있다. 지혜의 초석을 미지의 세계가 가져온다는 설정은 <컨택트>에서도 주된 동력으로 삼고 있다. 헵타포드들이 탑승한 모함은 그 모습 자체로 문명의 초석이다. 중력은 자연현상의 극치다. 중력이 있는 한 모든 물체는 넘어지고, 떨어진다. 그게 자연의 순리다. 하지만 헵타포드의 모선은 쓰러지기는커녕 직립해있다. 그 모습자체로 자연의 섭리를 거부한다. 심지어 모선의 내부에선 중력이 지표면 기준으로 좌우로 작용한다.

<컨택트>에서 보여주는 중력묘사는 시제를 신경 쓰지 않는 헵타포드어와 묘한 일치감을 준다. 시간과 중력은 자연세계에서 가장 절대적인 요소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무시하는 헵타포드들의 기술은 인간의 시각으로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그래서 구구절절 최첨단 설비를 설명하느라 시간낭비를 초래하는 기존 SF 영화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문명의 힘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진보한 문명이 지구에 내려와서 한다는 일이 고작 모선을 세워두고 의심 가득한 인류와 대화하는 일이다. 이안(제레미 레너)과 같은 과학자들은 이들에게 먼저 수학 개념을 제시하며 '과학적인 대화'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동명의 다른 영화<콘택트>(1997)에서 수학으로 외계문명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과 상반되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은 전세계 인류를 상대로 수학도, 과학도 전수하지 않는다. 시작부터 대화를 시도한다.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고도의 문명이 총부리를 들이미는 하등한(?) 문명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건 그 자체로도 상징적이다. 적의를 가진 상대에게도 먼저 대화를 요청하는 것. 이것이 헵타포드들이 처음으로 인류에게 전하려는 '지혜'다.

영화의 중반부부터는 헵타포드어를 숙지하며 어느 정도 예지능력이 생긴 루이스가 미래의 딸과 '논제로섬게임'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논제로섬게임은 게임이론에 나오는 개념으로, 제로섬게임과는 다르게 이익과 손해의 합이 0이 되지 않는다. 협력하기에 따라 다 같이 이익을 볼 수도 있고, 다 함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각국에 배치된 헵타포드의 모선들을 놓고 협력하는 국가들의 갈등을 비춘다. 헵타포드의 의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국가들은 공조하면서도 각자의 입장 차이를 보인다.

여기서 탁월한 것은, 각국이 공조하면서 갈등의 크기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루이스가 헵타포드어를 숙지하고 그들의 능력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미지의 힘에 인류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패닉 상태에 빠질 때, 루이스는 더 또렷한 진실에 다가간다. 인류의 공포와 루이스의 자각이 그 차이를 벌리면 벌릴수록 긴장은 고조된다. 정작 긴장의 주체인 헵타포드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전세계가 공조해서 헵타포드의 언어를 파악하던 중, '문자를 주러왔다'는 뜻을 '무기를 주러왔다'로 오역하는 바람에 본래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던 국가들은 공조를 중단하고 독자적인 무력 시위를 준비한다. 신뢰를 쌓는 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한 국가가 연결을 끊자 도미노처럼 모든 국가의 연결이 끊어진다.

헵타포드들은 뜻을 오역해버린 인간들이 자신을 적으로 규정하고 마침내 무력시위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 유일한 대응이란, 철수하는 루이스를 강제로 모선에 태워 직접 '대화'하는 것뿐이다. 그들은 루이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루이스는 다가올 파멸을 막기 위해 '햅타포드어가 가져온 미래'를 현실에 사용한다.

헵타포드가 인류에게 문명을 가르치는 방식은 과연 세련됐다. 그들은 인류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마치 설리반 선생님이 헬렌 켈러에게 '물'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듯 말이다. 먼저 그들은 압도적인 문명의 힘을 보여주고,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들은 힘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들 스스로가 미지에 맞서 싸우고, 분열하는 과정까지 겪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논제로섬게임의 가장 바람직한 결과인 '화합'과 '협력'을 가르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이 사용하는 건 그들의 언어, 대화뿐이다.



헵타포드는 인류에게 화합하는 법을 가르친다. *사진 : 다음 영화 <컨택트>(2016)

진보한 문명을 갖는다는 건, 단지 기술력의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헵타포드들은 협력과 화합이 문명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가능성이 있는 문명을 찾아가 자신들의 언어를 가르치고, 그 언어에 녹아있는 자신들의 사상을 가르친다. 그렇게 범우주적으로 문명이 화합하면, 모든 문명이 서로를 도우며 선순환의 발전을 이룬다고 믿는다.

실로 맞는 이야기다. 가장 진보한 문명일수록 화합의 가치를 중시할 가능성은 크다. 왜냐하면 반목하는 문명은 충분히 기술이 무르익었을 때 서로를 파괴할 테니까. 당연한 것이다. 전장의 군인보다 평화 속 일상을 영위하는 사라이 당연히 더 오래살 수 있는 것처럼. 오래 사는 동안 경험은 축적되고, 살아남은 이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더 세련되게 가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존 전략을 떠나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보다 힘없는 이들에게 지혜를 나누는 일은 윤리적 측면에서도 훌륭한 일이다. <컨택트>는 지구를 침략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다른 SF 영화들의 관념도 무시하지만, 이처럼 진보한 문명에 대한 상상력도 세련되게 가꿔놓았다. 상대보다 더 낫다고 해서 무조건 짓밟고 빼앗는 게 우주의 섭리일까? 적어도 헵타포드는 그 생각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협력과 화합이 문명을 진보시킨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 사상적 바탕 아래에서 대화한다면, 우리 인류도 언젠간 헵타포드처럼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작품 정보
제목 : 컨택트(Arrival) / 112분
감독 : 드니 뵐뇌브
제작 : 미국,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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