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소나기가 세상의 더위를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일기 예보를 보니 지리산쪽으로 비가 많이 올거라합니다.
지리산.
비....잊을 수 없는 추억이 떠오릅니다.
지리산은 골이 깊습니다. 산을 오르다보면 인간이 하잘데 없는 생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지요.
ㅡ이렇게 시작한지 10일이 흘렀고ㅡ(늦어서 죄송 합니다~~)...........................
쓰니는 대학생 때부터 등산을 매우 자주 다녔음.
어떤 때는 배낭을 매고 시험치기. 십분만에 답안지 내고 휭하니 날랐음.1학년때는 외계인? 이러다가 2학년 부터는 교수님들도 그려러니 했음.
사회 초년생 때도 어김없이 휴무일은 산에 있었으며 심지어는 오후 근무 마치고(밤 11시) 근교 산에 올라 비박하기도 했음.
그날도 선배랑(예전 일본 아시안 게임 같이 가기로 했었던) 지리산 가기로 했음.7월, 장마 기간이었으나 둘다 워낙 산을 즐기므로 우기,건기 등은 의미가 없어서 강행했음.머리를 훌쩍 넘기는 배낭을 매고 지도 하나 들고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간식을 사고........룰루랄라눈누난나~~~~~~~~~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다가 지쳐 잠들었다가 깨보니 옴마나 바깥이 컴컴하네!
산길인지 들길인지 너무 컴컴하여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으나 일단 종점이 아니니 달리겠지......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덧 밤 9시를 넘었고....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흐뮤...꼬르릭...
슬금슬금 걱정이 되려던 찰나 불빛이 보이더니 남원 이라는 이정표가 보이고.......^^;또 한~~참을 가서 기사님 왈,
''씨기씨기 내리부리시오잉~~~~~''
종점!승객은 우리 둘 뿐! 내리면서 기사님께 야영 가능한 장소를 물어보고ㅡㅋㅋ 옴뫄!처녜들 이었어?....ㅡ늘 듣던 얘기라 가볍게 패스!
버스에서 얼른 내려 무거운 배낭을 매고 텐트를 칠 장소를 물색하며 큰 길을 따라 걸었음.
''달궁에서 자려 했는데 넘 늦네''
''근처 괜찮은 곳 있음 잡시다~''
한동안 산길을 걷다보니 키가 큰 노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어서 잠깐 식물학자 코스프레....촌년인데 이런 야생화 본적 없다,이건 야생화치곤 귀부인 같다 등등ㅋ.달빛이 아스라히 비추니 더 예쁘게 보였음.후일 알게 됐는데 '달맞이꽃'이었음.진짜 달빛 아래서 보니까 더 예뻤음.
그렇게 느긋하게 걷노라니 멀리서 어슴프레한 불빛들이 보였음.텐트가 몇개 있고 둘러보니 넓은 들판으로 추정되어서 주섬주섬 배낭을 풀고 텐트를 세웠음.옆 텐트에 물터를 물어서 코펠에 밥을 하고 김치찌개를 끓이려하니 옆 텐트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음.
"늦게 오셨네요.저희 김치찌개가 남았는데 드시겠어요? 내일 아침 일찍 출발이라 찌개가 많이 남아서요.''
잘생긴 총각들이 친절을 베푸는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녔음.저녁을 먹고나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음. 설겆이가 귀찮았으나 밥을 태워 코펠을 불려야만 설겆이가 가능하여 물터로 갔음.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옆 텐트 총각이 씻으러 왔음.
''덕분에 맛나게 먹었습니다.안그래도 배가 너무 고팠었는데.''
''아닙니다.맛나게 드셔주셔서 감사하죠.내일 산행 예정이세요?아님 여기 주욱 계실건가요?''
''그냥 여기서 쉬다가 갈 예정이에요''
"아,그래요?....''
하더니 약간 머뭇거리는 느낌이었음.순간 이 자식들이 우리와 엮이려고 이러나? 싶었음.^-^;
(가끔 우리가 여자임을 알아보는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있었음)
사실 우리는 반야봉 등산 예정이었음.당시 반야봉은 자연휴식년제 해당, 입산금지이므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음.
커피까지 끓여 먹고 침낭을 펴서 잠을 청했음.
노곤한 몸을 누이니 초여름이라도 산 속이라 어슬하게 추웠음.살풋 잠 들었는데 선배가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져서 화장실에 가나? 생각했음.
평소 산행에서는 늘 같이 화장실을 가곤 해서 깨우겠지? 깨우면 일어나야지...하고 깨우길 기다리다가 잠들고 말았음.
옆 텐트가 출발 준비를 하는지 번잡스런 소리에 깨보니 아침 6시 였음.
선배는 침낭의 지퍼를 끝까지 올려서 누에고치 마냥 자고 있었음.
더 잠자기는 틀린것 같고 화장실이나 다녀와야겠다 싶어 나가보니 안개비처럼 가는 비가 내리고 산은 안개에 쌓여 수묵화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았음.산허리만 안개에 쌓여 보일듯말듯하고 산봉우리는 구름에 갇혀 아예 보이지 않았음.
역시!지리산은 골이 깊어!
부지런한 옆 텐트는 벌써 텐트를 걷고 짐을 꾸리는 중이었음.
눈 인사로 가늠하고 화장실 다녀왔음.
''일찍 가시네요?어디로 가세요?''
''원래 계획은 노고단으로 가려했었는데....''
김찌치개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머쓱하여 물어본거였는데 총각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음.
''커피나 한 잔하고 가실래요?''
버너에 불을 붙이고 코펠에 물을 끓이자 선배도 일어나는 기척이 났음.
''선배!모닝 코오피 한 잔 때립시다!''
''................아!죽겠다!여기 왜 이렇게 시끄럽노!''
ㅋㅋ 총각들이랑 마주보고 낄낄거렸음.
''죄송합니다.저희가 일찍 출발한다고 새벽부터 소란스러웠죠?''
쓰니가 코펠에 빨간색 테이스터 초이스 납작한 커피 믹스ㅡ당시의 믹스 커피 였고 *심은 출시 전.있었나? 비싸서 못 사먹음??ㅡ 다섯개를 뜯어 넣고 휘휘 젓자 총각들이 입을 쩍 벌렸음.ㅋㅋ 뭘 귀찮게 한 잔씩 타고 그래! 어차피 똑같은 커피 마시는건데 미숫가루 타듯이 먹으면 더 맛나지~~~^^
총각 둘은 이렇게 끓이니 더 맛나다며 호로록호로록 잘 마셨음.
어디서 오셨느냐,휴가냐,산행 코스는 어디냐 등등 거참 총각 둘은 궁금한것은 못 참는지 계속 물어댔음.쓰니랑 선배는 어딜 다닐때 행적을 밝히거나 잘 섞이는 스타일이 아녀서 어룽어룽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음.커피를 마시던 선배는 몸에 좋다는 모닝떵 해야된다며 급똥 신호 보내더니 달려갔음.
''저.....여기 음울하지 않아요?''
''괜찮은 곳 같은데요.''
산 속이고 아침이라 안개가 매우 짙어서?비가 와서?
총각들이 간이 없구믄......
''혹시 누가 부르거든 나가지 마세요.절대로요!''
''왜요??''
총각들은 원래 3명이ㅡ출발조는 2명ㅡ 서울에서 왔었는데 친구 한명은 휴가 일정이 맞지 않아 출발조가 여기서 2박하면서 근처 산행도 하고 놀면서 기다리기로 했다함.
첫날은 비가 오지 않아 다니기 좋았다함. 친구1은 야생화 찍는 취미가 있어서 근처 산행하면서 돌아다녔다함.한참 사진을 찍는 친구를 따라 다니던 톡커는 똥이 마려워 사진 찍는 친구에게 똥 누고 올테니 기다리라 말하고 친구를 피해 숲이 더 우거진 곳으로 갔다함.
한참 볼일을 보는데 친구가 계속~~계속~~ 부르더라함.
''알았다고!간다니깐!''
하도 급하게 불러대서 뒤처리도 대충하고 올라가보니 친구가 저 멀리 보일락말락~~~ 먼저 가고 있더라함.
''이 새끼가!그것도 못 참아 주냐!''
그는 허겁지겁 친구를 따라 달리듯 걸었지만 산길이라서 그런지 좀체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고 친구는 돌아보지도 않고 가더라함.
친구를 놓칠 것 같아 친구의 뒤통수만 보고 미친듯이 따라 갔다함.어느새 비는 오고 등산객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미끄럽고 풀이 우거져 어디가 길인지 산인지 풀 밭인지 분간도 되지 않았다함.우거진 숲에 빗방울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져도 무조건 뛰었다함.
그렇게 한동안 허겁지겁 뒤쫓아 갔고 바위를 타고 넘다 그만 미끄러져 그대로 앞으로 처박혔다함. 오른쪽 무릎을 정확하게 찍었음.너무 아파 무릎을 감싸안고 뒹굴었다함.비는 추적추적 쉼없이 오고 짙은 안개속에서 길도 모르는데 친구도 잃어버린것 같고,길은 험하고,인적도 없고......뒹구는 도중에 친구가 멈춰 섰나? 갔나? 하며 앞을 보자 물소리가 크게 들렸음.기다시피 절룩거리며 물소리 따라 조금 가보니 짙은 안개 사이로 작은 폭포같은 계곡 낭떠러지???.....으헉.똿!!!!!!!!
''허어억!!!!!!!!''
순간,등골이 서늘,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며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함.그건.......친구?? .......아니구나........싸아한 느낌과 식은 땀...............
절박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아래를 쳐다........본...... ................순간, 악소리도 못지르고 그대로 기절.................''-__-''
아래서 친구가 입이 찢어지도록 깔깔 웃으며 낭떠러지를 아주 빠른 속도로 샤샤삭 기어오르고 있었음!!!!!!! 피할 순간도 없이 눈을 뒤집은 친구가 톡커를 확 덮치는 순간 기절했다함.
눈을 떠보니 친구가 울면서 톡커를 흔들고 있었음. 귀신인지 친구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어 멍하게 쳐다봤다함.
''너 괜찮냐? 너 여긴 왜 왔어?어? 어디 다친거야? 계곡에 떨어졌음 어쩔뻔 했냐?''
''넌 어디 갔었는데?''
울컥 친구가 원망되더라함.우는 걸 보니 귀신은 아닌가보다........
친구는 톡커가 똥 누러 간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었고 야생화가 많아 산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 할테니 톡커보고 여기서 라면 끓여 먹고 있으면 사진찍고 올거다,4시에 여기서 만나자하고 헤어졌음.낡은 시그날이 서너장 걸려있는 큰 나무 양쪽으로 큰 바위가 있고 근처에 물도 있어 등산객들의 쉼터 같아 보였음.
톡커와 곧 헤어져 한동안 사진을 찍다보니 비가 와 카메라가 젖을 까봐 무성한 숲 속, 큰 나무들 아래 앉아 있었음. 나무 아래서 나뭇잎을 울리는 빗소리 들으면서 우중 낭만을 즐기는 중 슬슬 추워졌음.
숲속이 더 어두워진 느낌으로 미루어보아 깊고 높은 곳으로 왔구나,쉬 그칠 비는 아니구나....내려가야 되나?? 장마철이라서인지,휴식년제 골이라서인지 아무도 오지 않을것 같으니 가야 겠다며 일어서려는데 앞 십미터 즈음 숲에서 서너명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음. 반가운 마음에 시선고정.
나무들 때문에 머리와 상체만 보일듯말듯......
그들은 서서히 친구1쪽으로 올라 왔음.
''안녕하세요!''
군인 3명, 그들 역시 비를 맞으며 등산 중이었음.
''휴가 나왔어요?''
그들은 군복차림이었음.
친구1은 어느새 그들과 같이 등산로를 따라 이동했음.이동하다보니 톡커와 만나기로한 곳 이었음.
톡커는 보이지 않고 두고 간 배낭은 그대로 있어 곧 오겠지했음.친구1은 배 고프다는 군인들과 라면도 끓여 먹고 과일까지 먹었음.한동안 잡담을 나누다가 군인들이 가겠다하여 잘 가라고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반야봉과 뱀사골을 왔다갔다 감시하는 중입니다.오늘은 보름이라 날이 안 좋으니 지금 친구를 찾아 바로 하산하시고 절대로 여기는 오시면 안 됩니다.특히 친구는 기가 약하여 산 음기랑 부딪히니 위험합니다.잘 먹고 갑니다.''
이렇게 말하며 돌아서서 어느 한 곳을 지긋이 가르키며 다시금 강조 했음.바로 하산하라고!
친구 1이 키가 크고 바짝 야윈 군인의 손짓에 갑자기 겁이 덜컥 나서 고개를 끄덕였음.
''반드시 지금 하산하시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군인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톡커는 어디 있는지 알 수 도 없고 무서워져 덜덜 떨었음.멍하니 서서 덜덜 떨고 있는데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너무 차가웠음.빰에 닿는 그 차가움이 바늘 같아서 정신을 차려 군인이 가르쳐 준 그 곳으로 달려갔음. 톡커를 부르며 미친듯이 풀 숲을 헤매다가 엎어져 있는 톡커를 발견했음.
그 길로 배낭이고 카메라고 다 버리고 톡커를 업고 기고 뒹굴며 군인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무조건 내려 왔다함.
너무 길어서 자르께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