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로 시골집에 내려왔습니다.느긋하게 누워서 빙글러들을 위하여 3편을 마무리하여ㅡ길다는 것은 핑계였음ㅠㅡ올리려 했는데 새벽 두 시만 되면 잠이 깹니다.목탁소리가 저를 깨웁니다.불경소리는 들리지 않고 목탁소리만 들려 시끄러워 잠을 못 잔지가 이틀이라 오늘 점심 밥 먹으면서 불만을 토했습니다.
''엄마! 동네에 절 생겼수? 새벽에 왜 목탁을 치고 그라노!잠도 못 자게!''
''절은 무신 절! 목탁은 또 무신 소리고?''
그제서야 아차!했습니다.워낙 골이 깊어 동네에 빈 집이 사람 사는 집보다 많습니다.절이 있을리가 없습니다.부모님은 연세 많으셔도 귀 매우 밝습니다.
사실 오늘 새벽에는 목탁소리에 소름이 돋는게 이거 나만 들리나? 생각은 했더랬습니다.ㅠ
''왜?니 또 무슨 소리 들렸어?''
같이 휴가 내려 온 언니 3이 밥 먹다가 쓰니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봤습니다.
''어.아우.새벽 두시부터 세시까지 목탁소리 때문에 이틀 내리 잠을 못잤다''
''그래? 밥 먹고 언니가 해결하께''
언니3은 독실한 크리스천 입니다.쓰니가 잤던 사랑채로 내려가더니 목탁소리보다 더 크게 더 길게 기도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도소리 듣고 있던 구신도 짜증나서 갔을듯합니다.
쓰니는 은근히 무서운 얘기를 쓰고 있어서 무섬증이 생겨서 그런가?? 생각해서 얼른 뚝 자르고 올렸습니다. 빙글러님들이 이렇게 격하게 숨 넘어갈 줄 몰랐답니다.ㅠㅠ
언니3이 기도도 했으니 오늘 새벽은 조용히 지나가리라 믿고 추가편 올리겠습니다.
톡커랑 친구1이 반실성 상태로 한 사람은 부상을 입었고 한 사람은 그 비싼 캐논EOS 카메라와 배낭도 잃어버리고 돌아오자 야영장 관리인이 깜짝 놀라 추궁했음.앞뒤 말도 안 맞고 멀쩡하게 등산했던 청년들이 학질걸린 것 마냥 시퍼렇게 질려 덜덜떨며 울고불고 하자 관리인이 소주를 마시게 했음.
''그러니께 학상은 야를 계곡서 봤는디 쟈는 거기 없었단 말이여 시방?''
사십대 관리인이 답답해서 계속 캐물었음.
''혹시 학상들 오디까지 간겨? 쩌그 반야봉 간겨?''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 높았고 계곡 바로 옆이고 큰 나무....''
말을 하던 친구1도 허망했음.산은 산이고 나무는 나무지.......계곡없는 산은 없지.......
''오늘은 늦었응께 싸게 주무시소.밤에 불러도 나가덜 말구''
이들은 소주에 취해 잠 들었는데 새벽에 톡커가 벌떡 일어나서 나가려 했음.만류한다고 팔을 잡으니 온 몸이 불덩이고 다친 무릎은 퉁퉁 부어서 구부리지도 못 할 지경이었는데도 계속 나가야 된다고 억지를 부렸음.누가 부른다,군인들 행진 소리가 들린다 등....계속 헛소리를 했음.
아침이 밝아 아픈 톡커를 병원으로 보내려고 택시를 불렀음.ㅡ지리산 택시는 사륜구동 임ㅡ
어떻게 다쳤냐 어디서 그랬냐 등 택시기사가 물었음.
군인을 만났다는 얘기를 하자마자 택시 기사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음.
''군인?뭐여 시방,군인이라 했는가? 오메!혹시 옛날 빨갱이군복 입었었능가?잉?''
사실 친구1은 입대 전 기념으로 여행을 와서 정확한 군복은 몰랐음.그러고보니 아주 허름하고 영화에서 본 것 같았다고 대답하자,
''오메,오메! 잡것들이 또 나와부렀네''
한국전쟁 휴전 협정 후 빨치산들이 반야봉 일대와 뱀사골에 숨어 들었고 군인.민간인.경찰 등이 엄청난 희생을 당했다함.반야봉 빗점 계곡에서 이 흔산.박 영달.조 병하 등 주요 인물들이 사살 당했다함.
그 후부터 비 오는 날이면 이들을 봤다는 등산객이 출몰한다함.군인 3명은 이들이라고 함.
(후일 쓰니랑 선배가 치밭목 산장지기님에게 얘기 듣기로는 이현상(이흔상은 잘못 전해진 이름)은 당시 빗점계곡서 사살되었고 박영발(박영달로 잘못 전해짐)은 뱀사골서 자살했고 조병하는 지리산이 아니라 덕유산이라 했음. 시기는....잘......아무튼 와전된 허구라 했음.3 귀신 중 다리 저는 귀신은 없었다고.....
박영발은 일제시대때 고문으로 다리를 절었기에.....)
택시 운전기사의 믿거나말거나로 이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음.톡커는 남원 병원에 입원을 했고 친구1은 친구2를 야영장 텐트에서 기다렸음.
늦게 도착한 친구2는 자초지종을 듣고 콧웃음 쳤음.그는 모태신앙인 크리스천이었고 평소 스타일이 '나야 나'라서 더 크게 비웃었음.
친구2의 호방함에 친구1도 어느새 동화되어 뭐 그까짓것! 이렇게 생각했음. 다음날 둘은 배낭과 카메라를 찾으러 등산했음.두어시간 헤맨 끝에 그 장소를 찾았음.그런데 나무 아래 코펠 뚜껑에 담긴 라면.컵에 담긴 라면이 퉁퉁 불은채....
쇠 젓가락 두 모와 그날 친구 1이 꺽은
나뭇가지 젓가락 두 모도 나란히....분명히 사과를 깍았는데 사과의 위만 깍인 채ㅡ제사상 제수처럼ㅡ
있고 커피도 분명 마셨는데 봉지만 뜯긴 채로ㅡ4개 모두ㅡ .....카메라는 분명 배낭안에 넣었었는데 바위 아래 있었음.친구1은 그대로 비명도 못 지르고 미친놈처럼 뛰어 내려 왔음.친구2는 배낭과 카메라만 들고 뒤따라 뛰었음.
이틀 후 열이 떨어진 톡커가 왔고 예정대로 노고단 가자고 얘기했는데 친구2는 겁에 질려 죽어도 못 가겠다고 싸우고 어제 새벽에 몰래 서울로 갔다함.
가기 전날 밤에 말하길,
''새벽마다 톡커가 바깥에서 불러서 밤새도록 기도했어.톡커는 옆에서 자는데.그리고 이상하지?이 더운 날 라면과 사과가 상하지 않았어.카메라도 비에 젖지 않았지?''
쓰니가 얘기를 다 들을 때까지 선배는 오지 않았고 ㅡ화장실 다녀오다 야영장 관리인과 얘기한다고ㅡ
쓰니는 살짝 소름이 돋긴했지만 5년 넘게 전국 각지로 산행을 했으므로 뭐 그래서!기가 약한 남자들 얘기였음.
''야!여기가 달궁이래!자리값 3000원 내래.''
ㅋㅋ 우린 얼결에 바로 온 것 이었음.역시 고수들!
''미모로 밀어 붙여서 좀 깍지 그랬수?''
''양심에 털은 빗었냐?''
덕분에 우린 이른 출발을 했고 ㅡ평소에 둘은 상당히 게을러서 아침식사는 패스하거나 누룽지에 커피 끓여서 먹고 9시 넘어서 출발함ㅡ가다가 쉬면서 초코 파이랑 오이 등 먹었음.이때쯤에는 쓰니의 머리속에는 총각들의 얘기는 순삭되고 없었음. 반야봉을 향해 세시간 정도 걸었을때 비가 내려서 배낭카바를 씌우고 다시 걸었음.사람의 인적이 끊긴지 오래 되어서 정말 원시림 속을 걷는거 같아 감동이었음.야생화가 정말 많았음.비가 와서 사진을 찍지 못하여 너무 아쉬웠음.원추리 군락지를 지나자 이름모를 연보라 방울 비슷한 꽃들의 군락지가 나오고~~~~안개가 짙어 서로의 배낭에 걸린 카라비너 스텐레스머그컵이 딸랑거리는 소리에 의존해야 했음.서너발자국만 떨어져도 보이지 않았음.
우린 급할게 없으니 천천히 얘기를 나누며 올랐고 카라비너 스텐레스머그컵이 딸랑거리도록 최대한 동작을 크게 했음.우비를 입으면 행동이 제한되므로 우린 절대로 우비를 준비하지도 입지도 않았음.흠뻑 젖으면 젖는 산행을 즐겼음.낭만?을 ㅋ 즐기다보니 무서움 따윈 느끼지 못했음.안개가 짙자 선배는 더욱 말을 많이했고ㅡ평소에는 쓰니가 주로 말함ㅡ난 야생화를 감상한다고 대충 대꾸했음.그러면 선배는 버럭했음.주로 과거 산행 추억 얘기였음.
네시간 반 정도 산행 끝에 앞이 탁 트인 정상에 올랐음.우와!!!!!!!!!!!!!!! 해운,말 그대로 구름바다.
아래 세상은 없었음.내 발 아래는 산도 없고 구름뿐.
시선 끝까지 동자꽃이 선들 바람에 사부작사부작 하늘하늘 그 위로 흐르는 구름.구름속에 주황색 동자꽃 무리.비가 가늘게 내리던 굵게 내리던 동자꽃은 상관치 않고 사르르포르르 내려 앉다가 톡 튕겨 파르르 떨었음.......너무 경이로워 카메라를 꺼낼 수도 꺽어볼 수도 없었음.
사실 거기가 정상이었는지 잘 모름.당시는
'반야봉'이라는 비석은 없었는지 그곳이 아닌지....
암튼 구름속을 겨우 헤쳐 그길로 뱀사골로 하산하는 길을 잡았음.하산 중 선배가 갑자기 바위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삐끗했음. 파스 붙이고 아대 감고 다시 출발.간신히 6시 즈음 뱀사골 텐트 구역으로 진입하자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났음.
''선배.말해 보소.아까 딴 생각하다 그랬죠?''
''아니다.정말 미끄러웠다.내가 언제 탑 서면서 딴 생각하는거 봤어?''
''그건 그렇죠''
분명 그 바위에서 멈칫멈칫 하던데.....
반야봉 산행을 마치고 버스를 타자 거짓말같이 선배는 입을 닫았음.마치 이제는 말 안 해도 돼서 안 하는 것처럼.평소 하산길에는 산 입구에서 동동주 한 사발 먹고 토종 닭백숙으로 몸보신하고 가는데 그 날은 선배가 피곤하다며 무조건 가자고 했음.
쓰니는 속으로 욕하며 툴툴거렸지만........ㅠㅠ
내 촌닭백숙.........에에엥.......
일주일 뒤 저녁을 같이 하기로 하여 만났음.
선배는 갑자기 소주부터 달라고 하더니 세잔을 연거푸 마셨음.
쓰니는 막걸리...인......에이......참자.....
''니 달궁에서 잘 때 별일 없었어?''
''왜요??''
''그날 잠이 살짝 들었는데 니가 나 불렀잖아.화장실 가려나 싶어 일어났는데 너는 자고 있어서 다시 잤지.한참 자는데 텐트 밖에서 군인들 군화소리가 요란하고 시끄러워 겨우 참고 잤거든.그런데 아침에 관리인에게 물어봤는데 군인들은 야영장에 없었대.가족 두 팀.중년 부부 한팀.우리 옆 텐트.그리고 우리''
등 뒤로 흐르는 식은 땀.올올이 일어서는 소름.쓰니는 그제서야 그날 아침 선배의 넋두리가 농담이 아닌 진담이었음을.......
선배의 얘기는 놀라웠음.쓰니 그 날 단 한숟가락도 먹지 못했고 숨도 겨우 쉬었음.손 후덜덜 ......
관리인에게 군인들은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내려고 선배는 쓰니에게 함구했음.
산행 도중 비가 오기 시작하고 안개가 더 짙어지자 앞쪽에서 군화 발소리가 들렸고 처음엔 무심코 넘겼는데 어제 밤의 기억이 스치자 티를 안 내려고 말을 많이 하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함.
과거 얘기만 한 이유도 서로만 아는 얘기를 해야 홀린건지 아닌건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함.ㅎㄷㄷㄷㄷㄷㄷㄷ
정상에 다다를 즈음 잠깐 숲 사이로 얼핏 군인 둘을 봤는데 군복이 옛날 북한 군복이었다함.순간적으로 사라졌다함.하산 길 초입에 사고 당한 바위에 올랐을때 앞 서 가는 그들을 다시봤고ㅡ이때는 둘인지 셋인지 정확하진 않은데,워낙 구름이 짙어서ㅡ그순간 놀라서 발을 헛디뎠다함.
다행히 그 뒤로는 괜찮았고
뱀사골 1박은 아무 일도 없었다함. 밤새도록 침낭에서 반야심경을 외웠다함.그런데 반야심경이 그때 외는 거 맞소? 물었다가 병풍 뒤에 누울 뻔.......
''그런데 선배.....나 그날 선배 안 불렀는데.....
선배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길래 화장실 가는 건가 싶어 부르기를 기다리다가 난 잤지요 다시.''
그리고 총각 둘에게 들은 얘기도 했음.
우린 서로에게 해가 될까봐 말하지 않은 배려가 얼마나 크고 고마운지 껴안고 막막 흐느꼈음.
쓰니는 기꺼이 막걸리를 포기하고 소주를 마셔서 선배를 기쁘게 했고 선배는 오렌지 맛 환타를 시켜 쓰니의 소주에 섞어 주어서 감격했음.
둘은 그날 꽐라 되었고 두 번 다시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음. 그후로는 우중 산행은 암묵적으로 금지했고 반야봉은 재산행 못 했음.지리산 종주를 계획했을 때도 반야봉은 뺐음.지금......쓰니 손 떨림.....ㅠ
그날 구름속에 앉았던 동자꽃은 천상의 기억으로 남았고 마지막 우중 산행은 딸랑거리던 카라비너 머그컵만 남겼음.여러분 산행가실때 꼭 카라비너 스텐레스머그컵 다세요!
............넘 무리 했어여.........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