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었습니다.죄송합니다ㅠㅠ .생계형이라 >_<
엄청 늦어졌네용......)
휴가를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어릴때 다녔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는 아무리 해도 입에 안 붙음ㅠ)있는 국도로 왔습니다.
쓰니가 다녔던 학교는 없어지고ㅡ새로 지은 건지...원래 작았던건지ㅡ 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은 자그마한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크고 넓었던 학교였는데.......전교생이 운동회 했던 운동장을 돌아보니 마치 소인국에 온 거인이 된 듯 했습니다.
그렇게 무서웠던 회색 벽,교실이랑 멀리 떨어져서 짙고 톡 쏘는 삭은 내 나던 재래식 화장실과 그 옆 넓은 대나무 숲도 없어지고 크고 을씨년스러운 소각장과 단풍나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이라지만 여전히 추운 날에 짱뚱 몽실이 머리에ㅡ미용실이 없는 깡촌.보따리 미용사가 서너개월에 한번씩 순회했죠.막둥이 입학한다고 엄마가 거금을 투자하여 예쁘게 요렇게 조렇게 해 달라고 요구하셨음.이잉.....몽실이가 됨ㅠㅠ.
실제 엄마가 원했던 머리는 동그란 바가지 머리였다함.해 본적이 없어서........
^디자이너도 깡촌만 다녀서^;.....ㅡ나름 이쁜 빨간 스웨터에 왼쪽 가슴에는 거즈 손수건 달곸ㅋㅋㅋㅋ.혹시 님들 아심? 거즈 손수건 세로로 삼등분으로 접어서 이름표 아래 안전핀으로 다는 거!당시 애들은 못 먹고 약이 없고 추워서 늘 누런 콧물을 달고 다녔음.선생님이 보곤,
''~야,코 닦고!'' 하시면 가슴에 달린 손수건 당겨서 그걸로 닦았음.ㅋㅋ 코도 맛나요!!
쓰니는 팔딱팔딱 뛰면서 아버지 손 잡고 입학식 갔음.따뜻하고 커다랗고 정겨웠던 아버지 손.세상의 모든 상처와 괴로움,힘 듦에서 지켜주셨던 손!
생전 처음 걷는 산길을 따라 걷다가 ㅡ여기는 빨갱이가 숨었던 곳이다. 저기는 뱀굴이니 봄에는 멀찍이 떨어져서 다녀라.한 채씩 외따로 떨어져 있는 집이 보일 때마다 얼기설기 엮은 대문을 밀고 주인과 인사하시며, 막둥이다 입학식 간다하고 인사 시키고.철길 따라 걸으며 기차는 위험하니 기차소리 들리면 얼른 비켜 서고ㅡ철길이 지름길ㅡ철길 굴(터널)로는 다니지 마라,일본 순사 구신 나온다 등등.......철길 지나 강 따라 걸으시면서 강에 안 빠지도록ㅡ겁나겁나 깊어 검고푸른 강바닥이었음ㅡ 주의 시키시고............쓰니는 그저 신나서 무조건 응응 했음.
동네의 다른 애들은 모두 엄마 손 잡고 왔음.
멀고 먼 길을 걸어 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 모퉁이를 돌자 저 멀리서 크고 웅장한 신식건물이ㅡ쓰니가 살던 산골에는 큰 건물이래야 동네 부자 집인 기와집이 전부였고 콘크리트 큰 건물은 우체국.역.양조장.학교.면 사무소 뿐이었음.그나마도 마을에는 없었고 면 중심에만 있었음ㅡ보이고 음악소리도 들리고 ㅎㅎ우와우와.
운동장에 6학년 오빠2가 선생님들 도와 입학식 준비한다고 바쁘게 뛰어 다니는 모습에 감동 먹었음!
집에선 현실남매 오빠2가 잠깐 멋져 보였음.
나름 울 아버지 자식들 똑똑하여 반장.회장은 당연했음! .....네?....쓰니요? ......뭘 궁금해 하시나........전..............빼 주세요........>_<
쓰니 기억엔 다같이 서서 입학식 거행하고 담임이 1반 부터 자기 반 애들을 출석표를 보고 불러 데려 갔음.그런데 마지막 3반까지 불렀는데 쓰니랑 또다른 땜방머리 몽실이만 안 불렀음.나중에 알게 되었음.쓰니는 출생신고가 2년 늦게 되어서 취학 통지서가 안 왔으나 아버지가 이장님이라ㅡ당시엔 이런 애들 많았음.쓰니는 하도 약해서 죽을까봐 출생신고 안 했다함ㅠㅠㅡ 면사무소에 가셔서 입학통지서를 당일 발급 받으신 거였음!ㅎㅎ
울 아버지 땜방머리 몽실이도 같이 허가 받아 오셨음!나중 다 커서 알았지만 그 애는 다른 골짜기 암자에서 자라던 아이였음.혼자서 십리가 넘는 길을 걸어왔음.딱하게 여긴 아버지가 그 애에게 어느 암자인지 묻고 주소.이름 등 물어서 해결해 주셨음!
아무튼 다 들어가고 없는 운동장에서 생전 처음 보는 그네를 타고 놀면서ㅡ그 애는 운동장 가장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ㅡ면사무소 가신 아버지를 기다렸음.드뎌 누런 종이 두장을 들고 오신 아버지는 교무실에 들렀다가 땜방몽실이랑 쓰니를 불러 3반으로 데리고 들어 가셨음.그런데!헛!!!!!!! 남자 담임선생님이 넘 무서웠음!지금도 이름을 기억함!!
선생님은 우리를 힐끗 보더니 아무말도 안 하고 손 짓으로 두 몽실이를 1분단 맨 뒷자리에 앉으라고 했음.
아버지는 90도로 인사하고 잘 부탁한다고 집으로 가셨음.쓰니가 아버지 뒷모습 본다고 앉지 않고 느릿하자 선생님이 고함 질렀음ㅠㅠ
쉬는 시간이 되자 애들은 뛰어 놀고 화장실도 가고 그랬으나 1교시ㅡ오리엔테이션 시간ㅡ에 불참한 두 몽실이는 쭈굴하게.......석상 신세......는 무신..쓰니는 교실 뒤 꾸밈판과 진열장? 청소도구와 학습 교재를 넣어 둔 장을 열고 신기해서 꺼내보고 다 만지고 놀았음. 호랑이.사자.큰 북.작은 북.등등 악기 그림.기차.트럭.처음 보는 비행기 등등.
곧 땡땡땡 종이 울렸고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음.
쓰니는 만지던 학습카드를 들고 후다닥 자리에 앉았고 그걸 본 담임 선생님은 쓰니를 무자비하게 혼 내셨음.만진다고........ㅠㅠ.쓰니 울었다가 손 들고 꿇어 앉았음.......쓰니 최초의 흑역사!
이 사건으로 쓰니는 선생님 공포증이 생겨 학교 적응이 어려웠음.
선생님은 풍금을 타며 '학교종''송아지'등 노래를 가르쳤으나 쓰니는 즐겁지 않았음.그저 창밖만 바라 봤고 집에 너무 가고 싶었음.창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가 너무 부러웠음!그 애는 화단의 나무 사이를 뛰어 다니다가 운동장으로 갔는지 한동안 안 보이다가 또 창문으로 스윽 지나가며 교실을 쳐다 보곤 했음.
쉬는 너무 마려운데 화장실이 어딘지도 모르고 선생님은 무섭고 수업은 계속 되고......울면 혼나고...다리를 꼬고 앉아 참았고 이를 악물 즈음에야 마치는 종이 울렸음.그때 교실 뒷문으로 오빠2가 쓰니를 찾으며 두리번두리번!!!!!!!
순간 쓰니는 오빠2를 보고 우와왕!!!!!!!
평소에는 쓰니를 그렇게 구박하고 괴롭히더니 쓰니를 보러왔음! (이때 처음으로 혈육의 정 느낌ㅋ)
오빠2는 화장실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면서 자기 교실.교무실.운동장 등을 가르쳐줬음.처음이자 마지막 혈육의 정이었음.ㅋㅋ
화장실은 교실과 꽤 멀었고 응달에 위치,게다가 대나무 숲 안에 있다시피했음.아까 창밖에서 혼자 놀던 아이가 화장실 앞에 있는 듯 하더니 이내 대나무숲으로 들어가버렸음! 컴컴한 곳이 안 무섭나?
하교는 같은 동네 친구들이랑 같이 했음.
입학하고 한달 즈음까지 쓰니는 선생님이 무서워 수업시간에 석상이었음!사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 였음.40 중반? 남자였는데 걸핏하면 고함지르고 애들 손바닥 때렸음.1반 선생님은 인자하고 늘 웃으셔서 우리 반은 부러워했음!ㅠㅠ
어느날 쓰니가 청소 당번이라서 쓰레기통 비우러 소각장으로 갔음.그날도 ''영희야,안녕!철수야...''를 읽지 못하여 벌 받았고 그래서 청소도 늦어졌음.
화장실을 지나면 소각장이 있었고 서로 멀지 않았음.
화장실을 지나다 보니 입학식 날 화단에서 놀던 애가 서 있었음.어?쟤 또 저기 서 있네? 슬쩍 보고 지났고 그 애도 쓰니에게 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음.쓰레기 통은 제법 무거웠고 빨아야 되는 걸레도 들고 있었음.소각장은 특별히 출입문이나 천장은 없고 그저 시커멓게 탄 블럭옹벽만 있었음. 소각장에 쓰레기를 비우고 돌아보니 땜방몽실이가 화장실 앞에서 그 애랑 얘기를 하고 있었음.
쓰니는 수돗가로 가서 걸레를 빨고 교실로 갔음.
여름이 지나갈 무렵이 되면 전교생이 운동회 연습을 시작함.
가을 땡볕 아래 운동장에 모여 마스게임.체조등을 연습함.그날도 연습을 하다가 화장실이 급하여 계단을 지나 화장실을 향해 달려감.그날따라 대나무들이 화장실을 덮듯이 축 처져 있었음.
늘 그늘지고 어두웠는데 그날따라 더 한것 같았음.
늦게 가면 혼나니 후다닥 뛰어가 첫째 칸 화장실 문을 휙 당겼음.어?어? 어!!!늘 바깥에서 놀던 그애가 화장실에 있었음.쓰니랑 눈이 정면으로 딱 마주쳤음.어?어? 하는 순간 그 애가 쓰니를 보더니 씨익 웃었음.뭔지 모르지만..... 좀...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그 애의 웃는 입이 점점 커졌음.입이 거의 귀 밑까지 찢어지듯 커지는 것 같더니 갑자기 고개가 뒤로 툭!!!! 목이 베어져 떨어지는 듯 툭!꺽임!허억
마치 인형의 목이 뒤로 꺽이듯이 툭! 그리고는 휘릭 들리더니 옆으로 툭!으흐흥으으으.............
그 자리에서 오줌 쌌음ㅠㅠ.쓰니 오줌 싼것도 모르고 바짝 굳어서 우는 줄도 몰랐음.
정신을 차리고 보니 1반 담임 선생님이 쓰니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달리고 있었음.가는 내내 울었고 어느 새 쓰니 집 앞에 왔음. 선생님은 오줌범벅인 쓰니를 안아 집으로 데리고 들어 갔음.
마침 밭일에서 돌아오던 엄마랑 아버지가 깜짝 놀라서 어버버 거렸음.
''누님!누님 막둥이 오줌 싸서 내가 데리고 왔소''
''아이고 동생이 바쁠텐데 고맙게!''
나중보니 그 분은 엄마의 사촌 동생이었음.어쩐지 쓰니가 집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더라니........
엄마는 쓰니를 씻기고 옷 갈아 입히고 인사 시켰음.
엄마랑 아버지랑 외삼촌 선생님은 한참 서로 안부 묻고 하셨음.쓰니에게 왜 울었냐고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았음.ㅠㅠ 쓰니는 그저 오줌 싼 오줌싸개.........울보가........
저녁 밥 먹으면서 오빠랑 언니에게 잔소리 무지무지 들었고ㅡ무서웠긴 했는데 왜,뭐가 무서웠는지 설명하지 못했음ㅡ이후 그 일은 마치 유리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듯 것 같은 시각적 기억으로 처리되었음.
혼자는 절대 화장실 가지 않는 나만의 방법으로 나름 헤치고 나갔음.
4학년이 되도록 그 애를 보지 못 했고 그 기억은 봉인되었음.4학년이 되면 드디어 지겨운 크레파스는 졸업하고 물감으로 미술 수업을 받음!
쓰니는 진짜 부러웠었음!ㅎㅎ
반 전체가 운동장에서 편한곳에 자리잡고 학교 풍경 그리기 였음.짝꿍이랑 깔깔거리며 나름 진지하게 다들 그렸음. 다들 비슷한 풍경 그림 ㅋㅋ스케치북 왼편으론 대나무숲 크게,그 옆에 회색 화장실,그 옆에는 나무 몇 그루,중앙에는 교실 건물이 있고 태극기가 휘날리고.....그 옆으로 교장 선생님 사택.
물감은 번지고 찌그러진 교실 건물....노랑도 아니고 황토 색도 아닌 색칠로 나름 요긴 찐하게 조기는 연하게~~~~~~담임 선생님은 다니면서 칭찬도 하고 지적도 하고 칠 하는 방법 설명도 다시 하시고...그러다가 땜방몽실이 차례가 되었음.
땜방몽실이랑 4학년때 다시 한 반이 됨.
''땜방몽실아 선생님이 풍경화를 그리랬는데!이건 상상화네!''
우린 너도나도 땜방몽실이 그림을 보았음. 땜방몽실이는 화장실을 크게 그렸고 화장실 앞에는 고개를 옆으로 젖힌 아이가 그려져 있었음. 그 아이는 입이 찢어진것처럼 웃고 있었음!!!!! 쓰니는 그림을 보는 순간 심장이 툭 떨어지는? 아니 심장이 굳어버리는 느낌? 온 몸이 굳어버리는 느낌...흫헉... 어버버......
쓰니는 땜방몽실이를 1학기 동안 최대한 피해 다녔음. 2학기 시험을 보는 날ㅡ중간인지 기말인지는 기억 안남ㅡ 이 되었고 시험감독 선생님은 컨닝 예방으로 1분단 우측 줄과 2분단 우측 줄 자리를 서로 바꿔 앉으라고 하셨음.서로 바꿔 앉은 결과 땜방 몽실이가 2분단인 내 옆자리로 왔고 시험을 쳤음.2교시가 시작 되었고ㅡ산수 시험ㅡ두 문제 풀다가 창밖을 보게 되었음.왜 보았는지 모름...
그 애가 창문너머로 우리 반을 보고 있었음! 쳐다보다가 쓰니랑 눈이 마주치자 마치 메롱메롱 하는것 같이 손을 얄랑얄랑하는게 아니겠음!
여기 2층인데............ 쓰니는 멍하게 보고만 있었음.잠깐,정말 아주 잠깐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땡땡땡하는 종소리가 아주 큰소리로 귀속을 파고 들었음.마치 번개처럼!그순간 쓰니는 정신이 번쩍 들었음!
헉,마치 마법이 풀리듯 쓰니는 앞을 보았고 선생님은 연필 놓고 뒷사람이 시험지를 걷어오라 말씀하고 계셨음.그순간 시험지를 보니 1번과 2번만 풀.... ....ㅠㅠ 현실에 기가 막혀 쓰니 울었음.쓰니가 울자 선생님은 쓰니에게 오시더니 시험지를 보시곤 주위 애들에게 물어 보셨음.
''얘 공부 잘 하니?''
그러자 애들은 '네'라고 대답해줬고 땜방몽실이가 적극적으로 말씀드렸음.
''쓰니 아까부터 머리 아픈데 참았어요.''
''그래? 그럼 쓰니는 앞으로 나와서 교탁에서 시험문제 풀고''
쉬는 시간 동안 선생님이 지켜보시고 쓰니는 문제 풀었음ㅠㅠ
그 다음부터는 아무 문제 없었고 점심도시락을 먹는데 쓰니는 먹고 싶지 않았고 남은 시간에 고무줄 놀이도 땅 따먹기도 하기 싫었음.그때까지 멍했음.
땜방몽실이가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쓰니에게 오더니 말을 걸었음.
''봤어?''
무엇을 말 하는지 알 수 있었음.
''끝나고 나랑 암자에 가자.''
수업이 끝나고 땜방몽실이랑 쓰니는 골 깊은 암자로 갔음.달랑 방 두칸이었고 좁은 마당에 갖가지 꽃나무가 심어져 있는 화단이 인상 깊었음. 깡촌이라 먹고 살기 바빠 화단을 가꾸고 있는 집은 없었기 때문에 넘 좋아보였음.
주지스님은 인상 좋아보이는 할머니 비구니셨고 땜방몽실이가 뭐라뭐라 말씀 드리자 쓰니를 불러 부처님 앞에 절하고 앉으라 하셨음.불단에는 알록달록한 동그란 과자가 단 높게 놓여 있었고 왕 사탕도 단 높게 쌓여 있었음.쓰니는 스님이 시키는 대로 이마에 손바닥을 대고 낑낑거리며 절 했음.
계속하라 하셔서 계속 했음.쓰니가 헉헉거리며 비틀거리자 ㅡ땜방몽실이도 옆에서 절 했음ㅡ스님이 쓰니에게 물었음.
''아가,무엇이 보이냐?''
''과자.사탕요.''
정답이 아니었는지 스님은 절을 더 하라셨음ㅠㅠ
절하고 일어서려다 못 일어서자,
''아가,무엇이 보이냐?''
''불상이 보여요......''
그러자 스님은 쓰니에게 정좌를 시키더니 대나무 몽둥이로ㅡ후일 이게 죽비인줄 알게 되었음ㅡ
쓰니의 머리부터 어깨,등,팔,다리,엉덩이등을 치셨고
관세음보살이라고 하라 하셔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따라했음.땜방몽실이는 절을 끝내고 옆에서 정좌를 하고 눈을 감고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있었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코 끝에서 진한 향기가 느껴졌고ㅡ그게 향 냄새 였음.뇌리를 파고 드는 향은 처음 맡아 봤음ㅡ너무 편안하고 좋았음. 나도 모르게 눈을 떴고 앞을 보니 연꽃 위에 앉은 작은 불상이 웃고 있었음. 땜방몽실이는 산 아래까지 쓰니를 데려다 주었고 이때부터 쓰니랑 중2학년까지 절친이 되었음. 그 애는 억양도 우리와 달랐고ㅡ세련되었음ㅡ 입성도 달랐음.
두 번다시 귀신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 애를 보지 않았음. 땜방몽실이랑 쓰니는 첫 생리도 공유하고 젖몽우리도 공유하고 첫 브래지어도 공유했지만 그 애는 본인의 이력을 알려주지 않았고 쓰니도 왠지 묻지 않았음.
중 2학년 2학기 3교시 수업이 한창일때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오셔서 , 땜방몽실이에게
''가방싸서 나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인사 한마디 못 나누고 그 애는 갔음.언제 왔는지 운동장에 시커먼 자동차 두 대가 서 있었고 담임이 땜방몽실이를 차에서 내린 남자들에게 인계하고 차에 태웠음.우리는 창에 매달려 떠나는 줄도 모르고 땜방몽실이를 보고만 있었음.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음.소문만 무성했고 담임은 전학갔다,라고만 하셨음.하루아침에 절친을 잃었고 땜방몽실이가 편지를 할 줄 알았는데 연락이 없었음ㅠㅠ .암자가 있는 동네에 사는 친구가 얘기하길 주지스님도 떠나고 없다고 했음.
쓰니가 힘 들어하자 담임은 쓰니를 불러 당신 집에서 저녁 밥을 해 먹이며 달랬음.당시는 도시 사범대학을 막 졸업하고 산골로 오신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라 다들 학교 근처서 자취를 했고 학생들을 매우 이뻐라 했음.
그렇게 세월이 흘러 쓰니는 고등학교때문에 도시로 유학을 갔고 고향에는 1년에 두세번만 가게 되었음.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이 생기고 밴드란 앱이 만들어지고 밴드에 가입하자 몇 십년을 잊고 살았던 중학교 동창들 소식을 듣게 되었음. 다 늙어서 만나보니 그 때 그 얼굴들이 있었고 쓰니는 땜방몽실이가 보고 싶다고 하니 누군가가 그 아이를 마트에서 우연히 만나 혹시 너? 했다함.
땜방몽실이는 도시의 큰 부자집 외동딸로 태어났고 어릴 적부터 귀신을 보게 된 그 애는 그게 뭔지도 모르니 가족들에게 얘기를 했고 크게 놀란 부모님은 점받이다,무당이다,목사다등을 불러댔고 결론은 할아버지가 부른 용한 점쟁이가 이르기를,
''이 아이는 내림 굿을 받아야 될 운명이고 그렇지 않으면 단명할 상이나 칠성줄이 보이지 않으니 절에서 첫몸 할 때까지 키우라.부모도 몰라야하고 오래비도 몰라야 구신을 속이느니''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부모.오빠들과 헤어져 이 깊은 암자에서 자라게 되었다함.땜방몽실이가 기억하는 것은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백팔배하고 불경 외우며 마당 쓸고...학교 갔다가 하교하면 백팔배하고......
고아인줄 알았다함.중2때 느닷없이 부모와 오빠란 사람들이 나타나서 니가 내 딸이고 동생이다하고 데려갔다함.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땜방몽실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함.
친구랑 그 후 두어번 만났고 어느 날 전화를 해보니 어느새 결번이 되었더라는 옛 친구 얘기를 끝으로 그 애는 그렇게 과거속으로 가 버렸음.
그 애의 웃는 모습.말투.몸짓.그 때의 도시락 반찬들......이 모든게 그리운 추억이 될 줄이야!
혹시 이글을 읽고 그 애가 내 얘기구나!하고 알아주면 좋겠음!
오늘 얘기는 무섭지 않음요!
그저 쓰니의 추억소환글 입니다.
이만 총.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