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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반성문 [결혼하는 친구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글]


사랑하는 진실의 결혼을 축복하며. 




진실, 오늘 무슨일을 써서라도 너의 결혼식에 꼭 가려했는데.
마지막 수업을 하다보니 어느새 네가 결혼하는 1시가 훌쩍 넘어버렸더라.
아이프로젝트 수업을 다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오니 어느덧 10시가 훌쩍 넘어버렸고,
너는 이미 한 남자의 아내가 된 시간이 되었어. 

아주 어릴때부터 너를 지켜봐온 선생님으로서, 아니 한 여자로서, 언니로서 
네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렇게 글을 적는 것 뿐이라 
오늘 밤에는 널 위한 글을 남겨보려해. 

결혼한 선배로서 남기는 조언이 되고싶지는 않아.
우리 부부가 훌륭한 부부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참 많거든.
그래서 이 글은 가르침이 아니라 아내 반성문이 될것만 같아. 
나보다 현명한 너는 더 지혜롭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야. 


01. 
" 지금 당장 내가, 당신에 마음에 드는 사람은 아닐거야. 대신 60이 되었을때 당신 이상형이 되어줄게." 
늘 남편에 대한 불만이 있는 나에게 그가 해줬던 이야기야. 나는 늘 나자신에게도 기준이 높고, 상대에게도 기준이 높았던 사람이었지. 그러다 보니 내 결혼생활에는 감사함보다 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았던 나날이었어. 왜 더 성실하지 않은지,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지, 그에게는 불만으로 들릴 것들. 그러나 나는 더 나은 결혼생활을 위해 요구하는 것들이었지.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말하더라고 60이 되서 나의 이상형이 되어주겠다고. 그날 이후로 그는 늘 내 요구를 헛으로 듣지 않았어. " 당신은 기사도 정신이 부족해." 라고 얘기하면, 기사도 정신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하나둘씩 개선해주려 하더라.  그러나 나는 오만함에 당연히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고쳐야한다고 착각했었지.

그런데 진실아. 나는 큰 착각을 하고있었던 것 같아. 그 사람이 틀린것이 아니라, 다른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에게 끊임없이 맞춰야한다고 생각했어. 그는 점점 나의 이상형에 가까워지지만, 나는 점점 그의 이상형에 멀어간다면. 60이 되었을때 나는 사랑스러운 여자가 될 수 있었을까? 내 행동이 너무 오만했고, 교만했더라고. 

그는 늘 개선하며 멋져지지만, 반대로 나는 늘 요구할줄만 알지. 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는 없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마녀가 되어갈 수 도있음을 알게되었을 때. 나도 60이 되었을때도 가장 사랑스런 여자로 그에게 남겨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 아주 뒤늦게 말야. 



02. 
부족하더라도. 
예전에 아빠가 사업에 실패했을때, 말야. 그때 우리 가족이 아빠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할 수 있을거야." 라고 얘기했다면
우리 아빠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자주 생각했었어. 그때 우리는 아빠의 힘든 마음을 돌봐주기 전에 내가 힘든것을 먼저 말했던 것 같아. 
돈이 없어서 어려운 것, 당장 해결해야할 생계가 되지 않으니 어려운 것, 나의 어려움을 얘기하다보니 그 사람의 어려움을 봐주지 못했지.

나의 결혼생활도 마찬가지였어. 내 몸이 아프니까 상대의 아픔을 봐주지 못했고. 
내가 힘드니까 상대가 힘든지 봐주지 못했지. 심지어 우리 팀원들이 힘든것을 다 사정을 봐주면서 
정작 내 남편이 힘들때는 가장 힘이되어줘야하는 내가 더 다그쳤던 것 같아.
지금 이러면 되냐고, 더 뛰어야하는데, 다들 나 힘들게 하는데 당신까지 그럴거냐고 말야.
그러다보면 그가 설수있는 자리가 없어지는데. 나는 그걸 몰랐던것 같아. 

"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요." 라는 문장은 영화에나 나오는 말이지. 
나는 그가 왜 부족한지 늘 얘기해주는 사람이었던 때도 있어. 
그러다 하루는 엄마가 남자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에서, 느끼게 해주시더라고. 
저 중에 나의 남편이 있다면 빛날 것 같냐고. 쉽게 답이 나오지 않더라고. 
남자들은 자기 여자에게 사랑받을 때, 밖에서 빛이나는데 (이는 여자도 마찬가지인것 같은데)
너는 그렇게 신서방을 사랑해주고 있냐는 얘기에 나는 한없이 작아졌던 것 같아. 

힘들어도, 부족해도 당신이 최고라고 얘기해주지 못했던 것. 
그 시간이 나는 참 많이 후회돼. 그래서 요즘은 아주 작은것이라도 감사한것들을 표현하려 하고있어. 
부부야 말로 서로 가장 비난하기를 두려워해야하는 존재인것 같아. 그 사람마저 나를 비난한다면 나는 아무 갈곳도 없어질테니까. 


03. 
속궁합에 대하여. 
우리는 결혼초에 속궁합이 잘 맞지 않아서 많이 싸웠어. 그런데 말야, 내가 원했던것은 환상적인 섹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게되었어(물론 지금은 우리둘의 성적 파트너쉽은 매우 건강하지만) 인간에게는 피부적 자아라는것이 존재해. 즉 나와 외부를 결정짓는 가장 끝점인 피부를 얼마만큼 자극하는지에 따라서 지금 내가 존재함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것이지. 그래서 스킨쉽이 매우 심리적 안정감에 중요한 요소가 되어주는거야. 내가 원했던 것은 오르가즘이 아니라, 그가 나를 안아주는 것. 그만큼 내가 그를 안아주는 것. 우리 둘의 피부가 맞닿아 있는 시간들이더라고.

언젠가 내가 너무 힘든날. 그가 나를 발가벗기고, 온 몸을 마사지해준 적 있어. 섹스를 한게 아니라 그냥 나를 어루만져주면서, 지금 당신곁에 내가 있음을 느끼게 해줬었지. 그날의 감동을 평생 나는 잊지못할것 같아. 부부는 침대 안에서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하잖아. 그건 섹스의 빈도나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를 얼마만큼 어루만져 주는지에 대한 시간과 정성일지도.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우리남편은 아주 추운날에도, 더운 날에도 윗옷을 벗고 나를 꼬옥 안아주며 잠들어. 그런데 가끔은 그도 나의 포옹을 원할것 같아 요즘은 나도 그를 그렇게 안아주려해. 인생이란게 엄청난 일확천금을 위해 사는 시간보다, 이렇게 따뜻한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들 아닐까 싶어. 


04. 
남편에게 담배피는 시간이란. 
남편은 나와 결혼하기 전, 담배를 끊기로 약속했었어. 그런데 결혼을 하고나니까, 바로 피기 시작하더라고. 나는 그런 그를 참 많이 미워했던 것 같아. 그런데 나와 싸우고 났을때 그는 담배를 피러가. 일을 하다가도 안풀리면 담배를 피러가지. 그런데 그렇게 돌아와서는 한결 더 심리상태가 편안해져있더라고, 그에게 담배피는 시간은 자신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나는 너무 싫어하는 시간이지만, 그에게 막혀있는 방안에 문을 여는 환기하는 시간이 된다면 그 또한 존중해야하는 것이 결혼생활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참 오랜시간 뒤에 깨달았어.

요즘 우리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러다녀. 정말 상상할 수없는 그의 취미생활이지. 물론 나와 협의한 시간에 타러가지만, 지금도 오토바이에 미쳐있는 그가 이해되지 않을때 많지만. 그의 말처럼 여자에게 미치는것보다 그가 사랑할 수 있는 다른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곤 해. 더불어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세계 최고로 좋아해보라고 얘기하기도 해. 그냥 결혼이라는 건 그렇게 서로를 응원해주면서 물으익는 것. 서로를 세워주는 것인데 나를 세우려다보니, 둘다 무너지는 경우들이 생기더라고.

결혼생활 할때, 자존심이 상할때가 종종 있거든. 그때는 꼭 자존감의 어원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자아 존중감> 이는 결코 다이어트를 성공했고, 성공경험이 있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야,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지. 자존감이 있다는 것은 타인을 세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나를 세우기 전에 말야. 진짜 자존감이 건강한 남자는 나를 세우기 전에 여자를 세워줄 수 있고. 여자역시 나를 세우기 전에 남자를 세워줄 수 있는 사이잖아.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우리 진실이는 남편을 더 세워줄 수 있는 그런 결혼생활을 할 수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매년, 같은 자리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우리부부



나는 참 많이 부족한 아내였어. 우리 나의 반성이 우리 진실에게 조금의 지혜가 되기를 바라며
너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윤소정이 써본다.
신혼여행 돌아오면, 부부동반으로 맛있는 식사하러 가자. 

나에게 진실이 너는, 나 다움을 발견하고 싶어서 찾아왔던 4년전부터, 
지금까지 늘 있는 그대로 지켜봐준 너무나 고마운 친구야. 
분명 남편 석민군에게도 그러할거야. 네 존재만으로 큰 힘이되는 그런 사람. 
그 고마운 마음 서로 잘 간직하는 그런 부부가되기를
진심으로 축복할게. 

마음을 담아, 사랑을 담아.
늦은 밤, 일을 다 마치고나서야 네 결혼을 축하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윤소정이 아쉬운 마음으로 보낸다. 
-윤소정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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