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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실화소설) 집으로 돌아온 영웅 6


생각보다 제 이야기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요즘 행복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헤헿
별거 아닌 이야기를 기다려주시고 재밌게 읽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 이야기도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마지막까지 열심히 쓸 테니까 재밌게 봐 주세요!
좋아요와 댓글은 주시면 달게 먹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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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오락가락한 채 중얼거리던 재성을 제 정신으로 돌려 놓은 것은 영찬의 찰진 따귀였다.

-짝!
-이 븅신이 뭐라는거여. 꿈 꾸고 지랄하고 할 거면 나 없을 때 좀 해라.

가볍게 따귀를 얻어맞은 재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악몽을 꿔서...
-그래. 정신 차리고 마저 자라. 또 이러면 뒤져.

장난스럽게 마무리를 짓고 영찬은 돌아섰다. 생활관에서 지켜보던 이등병들과 불침번, 당직사관도 그저 피곤한 이등병의 해프닝 쯤으로 여기고 피식 웃으며 다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야. 뭐해. 가서 자자.

영찬이 와서 나를 잡아끌었고, 나 역시 발길을 돌렸다. 모두가 별 일 아니라는 듯 돌아갔지만, 얼마 전부터 있었던 일들 때문에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재성이 중얼거리며 바라보던 곳이 분향소 쪽인 것도, 점점 짙어지는 이 향 냄새도, 모든 것이 내 어깨에 불안함을 얹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관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니, 불 꺼진 생활관에서 재성이 침상에 앉아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다음 날 오전. 우리 중대는 남은 부대 내부 작업이 한창이었다.

-저... 강지우 병장님.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응?

그늘에 앉아 담배를 물던 내 눈 앞에는 재성이 서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등병이 시간을 물어? 미쳤네 아주그냥?' 이라며 농담을 던지거나 장난을 쳤겠지만, 지난 밤의 일 때문인지, 나는 재성을 데리고 조용히 흡연장으로 갔다.

-왜. 뭔데?
-그..그게... 어젯밤 일 때문에 말입니다...
-말해 봐. 뭐 땜에 그 염병을 떨었는지.

마침 내가 기다렸던 이야기였다.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내뿜었다. 재성이 내쉬는 한숨이 내 담배연기와 섞여 위로 퍼졌다. 그는 다시 한숨을 한번 쉬고는 내게 말했다.

-어젯밤에 잠을 자다 꿈을 꿨습니다. 처음엔 가위에 눌린 것 처럼 몸이 안 움직이더니, 마치 유체이탈을 하는 것처럼 공중으로 붕 떠올랐습니다.
-어. 그래서?
-신기한 기분이 들고, 부대 밖으로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창문을 통해 연병장까지 나갔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면서 제가 어딘가로 이동했습니다.

믿기 애매한 말들을 내뱉으며, 재성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야가 흐려졌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제가 분향소 안에 있었습니다. 캄캄한 분향소 안에 혼자 있으니, 갑자기 너무 무서워지고, 불안해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고, 눈 앞엔 유해를 보관한 함과 제사상이 보였습니다.
-어? 진짜 분향소 내부잖아.
-그렇습니다. 무서워서 거기서 나갈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제단에 있는 향 끝이 빨갛게 피어올랐습니다. 그리고 향에서 연기가 뿜어져나왔습니다. 그 연기가 모이더니 두 명의 사람처럼 변했습니다.
-제단 앞에 서서 저한테 뭔가 막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깨어나서 그 난리를 쳤냐?

재성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땐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다시 뜨니 생활관이었습니다. 눈 뜨자마자 관물대에 있는 십자가를 쥐고 바닥에 엎드려서 기도드렸습니다. 마귀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우리가 듣고 뛰어들어왔지. 근데 야. 마지막에 했던 말들은 뭐야?

재성이 의아하다는 듯 쳐다봤다.

-무슨 말 말씀이십니까?
-아니. 너 막 오른팔이 어쩌고 막 했던 거.
-잘못들었습니다?
-아니. 미친놈아. 영찬이가 깨우고 나서 니 혼자 중얼거렸잖아.
-?? 저 그런 말 한 기억 없습니다. 한참 기도드리다가 박영찬 병장이 제 뺨 때리고, 그리고 정신이 든 거 밖에 기억 안납니다.

나는 재성의 얼굴을 쳐다봤다. 살짝 겁먹은 듯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모두가 들었는데, 그 때 읊조리던 재성은 다른 사람이었을까?

-아니. 너... 아. 됐다. 시발 잠꼬대 했나보지. 그러니까 새꺄. 평상시에 운동도 좀 하고, 맨 성경만 읽지 말고. 가만 보면 이 새끼도 이상한 새끼여.

나는 두려움을 떨치려는 듯 재성에게 한 마디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업을 하러 돌아가는 내 뒤로 재성이 얌전히 따라왔다.

-이상하게 요새 대대에서 향 냄새가 그렇게 납니다...

나 또한 그게 가장 의아했고, 무서웠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걸어갔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해야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또 낮이 지나가고, 밤이 돌아왔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씻고, 장난치고, 점호를 마친 뒤 한참 단잠에 빠져 있을 때.

-강지우 병장님! 강지우 병장님! 기상하셔야 합니다!
-아 시발. 뭐야. 몇 신데.
-두시 좀 넘었습니다! 번개조 비상이랍니다!
-아 씨. 뭔 비상이야. 시발 그럼 밑에 애들 대충 보내면 되잖아. 어차피 훈련상황이잖아.
-아닙니다! 실제상황이랍니다! 탄약고에서 무장한 침입자 발견했답니다!
-...뭐 시발??
-난리 났습니다. 빨리 내려가셔야 됩니다!

그렇게, 짙은 안개처럼 향 냄새가 대대를 가득 채운 스산한 새벽. 대미를 장식할 사건이 터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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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음 편이 마지막이 될 거 같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당 헤헤
좋아요와 댓글은 항상 너무너무 환영입니다!
1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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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무장한 침입자라니 귀신인가요...........
정체는 다음편에..두둥
아!진짜루~~~여기서 끊으시면 화 낼거라요.......ㅠㅠ 궁금해서 어찌 잔담.....😆😆😆
@optimic 기대하다.......목 죽죽 늘어나 기린.......😚
좋아요♡ 투척합니다 달게 드세용~~
감사합니다 헤헤
너무 재밌어요😆 마지막 편도 날 밝을 때 올려주세요ㅋㅋ퇴근하면 어두워서 무서워요! 못 읽을 것 같아요ㅋㅋ
그렇지만 어둑어둑할때 읽는 글이 또 재밌죠....헿
와아아 담편 빨리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당!!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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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말인데 다들 태풍 조심 비바람 조심하고 계신가요?? 저는 괜히 집 밖에 나갔다 왔다가 바람이랑 싸우고 왔네요ㅋㅋㅋ 많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시작할게요! ---------- 그 날 이후, 나는 한동안 분향소 쪽을 피해다녔고, 전역까지 두 자리 수가 남은 병장인 나는 무리 없이 숨어다닐 수 있었다. 일부러 분향소 근무를 피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분향소 근무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턴, 당직 근무 중에 분향소를 향해 무전을 하는 것이 정말 무서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날 이후 그런 무전은 들리지 않았다. 그 날 나와 함께 무전을 들었던 1소대장은 일부러인지, 아니면 정말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이야기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고, 그렇게 향냄새와 함께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가 흘러가던 어느 날이었다. -이기자. -담배 하나 줘보래이. 흡연장에 앉아 있던 우리에게 다가온 신동구 하사는 준서에게 담배를 받아 깊게 들이켰다. 갈증을 해소하듯, 신하사는 연신 연기를 내뿜었다. -야 얘들아. 형 요새 당직 존나게 들가는거 알제? -그렇습니다. -근데 요새 분향소랑 탄약고 쪽 애들 존나 이상하다. 신동구 하사의 이야기는, 향 냄새처럼 희미하게 사라져가던 며칠 전의 기억까지 다시 피워내는 듯 했다. -얼마 전에도 형이 당직이었거든? 새벽 두신가 세신가 넘어갖고? -근데 탄약고랑 분향소 복귀하는 애들이 좀 이상하드라. -뭐가 이상합니까? -아니. 새벽만 되면 탄약고랑 분향소랑 서로 말이 안 맞아. -??? -12시 넘어서 탄약고에서 복귀한 6중대 익준이가 우리 애들한테 그러더라고. [-아저씨. 분향소가 무섭긴 무섭나봐요?] [-아. 밤에 들어가면 진짜 무서워요.] [-얼마나 무서우면 둘이서 한 번도 안 쉬고 분향소 주변을 그렇게 돌아요?] [-?? 뭔 소리에요. 우리 무서워서 계속 둘이 마주보고 서 있었는데...] -탄약고 근무 서면 산 중턱에 있으니까 분향소 애들이 뭐하는지 다 보인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근데 12시 익준이만 그런게 아니라, 그 다음 복귀자도 우리 애들한테 그러는거야. -잘못들었슴다? -똑같애. 분향소 애들이 쉬지않고 계속 분향소 주변을 돈대. ---------- 신하사의 손에 쥐고 있던 담배는 이미 회색빛의 재로 변해 간신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었다. 준서가 재빨리 새 담배를 꺼냈다. -그래서 내가 엊그제는 탄약고에 직접 갔다왔다? 시벌 뭐 하루이틀이어야지. 맨날 탄약고 애들은 분향소 애들이 돌아다닌다 그러고, 분향소 애들은 개네들대로 가만 있는데 괜히 6중대 애들이 시비턴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보셨습니까? -어. 분향소 애들 열심히 돌더라. -엥? 그럼 우리 애들이 신하사님한테 구라친 겁니까? -나도 탄약고 위에서 보니까 존나 빡치더라고. 이 새끼들이 사람 갖고 노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애들 다 털었슴까? -아니. 아무한테도 뭐라 안했다. -어? 그냥 넘어갔습니까? 신하사는 이미 거의 타버린 담배꽁초를 깊숙히 빨아재끼고는 일어나 나와 준서를 쳐다봤다. -두 명은 꼼짝 안하고 서서 근무중이더라고. 나머지 두 명만 돌아다니고. -엥 그럼 그 두 명 잡아다ㄱ... -분향소 투입 인원 몇 명이지? 나와 준서는 굳은 눈빛의 신하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수와 부사수. 단 두명... 문득 내 기억 속에서, 잊으려고 노력했던 그 무전이 생각났다. 귀에 박혔던 그 시리도록 차가운 전자음..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봐도, 뇌리에 각인된 듯, 선명하게 기억났다. [분향소 '2'개조 근무 투입...] 대대에 가득 찬 향 냄새가 걷히지 않는 이상, 이번 일이 마지막은 아닐 거 같았다. 이상한 일들을 뒤로 한 채. 진지 공사 시즌이 다가왔다. 부대 정비 및 경계 임무를 맡은 우리 중대를 제외하고, 5, 6, 7, 본부중대까지 대대의 모든 인원이 4박 5일간 부대 밖으로 나가게 됐다. 그렇게 우리 중대는 위병소, 탄약고, 분향소 및 여러 임무를 도맡아 하게 됐다. 나는 일주일간 번개조 조장을 하게 됐고, 이 커다란 대대에 우리와 분향소 안의 유골 두 구만 남게 됐다. ---------- 오늘은 그렇게 길진 않은 것 같네요. 오래 전 일이다 보니, 기억을 더듬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 일들을 소설처럼 다듬어서 쓰려고 하니 생각보다 어렵네요 ㅠㅠ 아마 6~7화 정도에 이 이야기는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다음 화부터는 하이라이트를 들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헿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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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알겠슴다. 고생하십쇼! 애들과 함께 취사장 근처를 지나갔다. 도무지 적응을 할 수가 없는 향 냄새는, 눈에 형태가 보이는 듯 진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내 코 앞에서 향을 피워대는 듯, 진해진 향 냄새를 따라 분향소 앞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정지. 정지.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번개조다. 실상황 전파 안받았냐? -아 강뱀. 받았습니다. 분향소 근무를 서던 인원들이 형식적인 경례를 했다. 그들도 실제 상황이라는 말에 긴장했는지, 각이 바짝 들어간 채로 경계하는 중이었다. -야. 분향소랑 취사장 근처에서 수상한 움직임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취사장이 보이는데, 사람 하나 지나간 흔적도 없었습니다. -흠... 분향소 근무자들의 말을 들으며, 내 시선은 자꾸 분향소 입구로 향했다. 마치 이 향 냄새가 나를 부르는 듯, 분향소 입구는 스산함을 넘어 공포스러움을 조성하며 차갑게 서 있었다. -분향소 내부로 들어간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는 질문을 던지며, 분향소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최근 일어난 모든 일들, 그리고 지금 이 상황까지. 모든 일들이 이 문을 잡아뜯어내면 해결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철컥- 서서히 분향소 입구의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잠겨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뻑뻑한 문고리는 소리를 지르며 돌아갔다.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나는 멍한 기분으로, 가득 찬 향 냄새에 취한 채 문고리를 돌렸다. 모든 이유는 이 곳에 있다. 이 문만 열면, 이 문고리만 돌리면... -치익- 강뱀! 빨리! 빨리 탄약고로 오셔야 합니다! 짙은 향 냄새와 숨 막힐 듯한 적막을 걷어내며 무전기에서 준서의 요란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 순간에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치익- 알았다. 지금 간다. 나는 번개조 애들을 돌아보며 무전기에 소리쳤고, 문고리에서 손을 뗀 채 탄약고로 뛰어갔다. 분향소를 벗어나며 문득 뒤를 돌아봤다. 찝찝한 느낌을 가진 채.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 -이준서! 무슨 일이야! -강뱀. 빨리 와보십쇼! 탄약고 안으로 들어서자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총을 바닥에 떨군 채 드러누워있는 영찬과 정오, 그리고 그들을 깨우고 있는 준서와 나머지 번개조 인원들이었다. -시발. 뭐야! 애들 왜 이래. 야 영찬아! 정신 차려 봐! -흐..흐으으...으으... 입술까지 새하얗게 질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영찬은 그나마 나았다. 그 옆에 누워있는 정오는 눈을 뒤로 뒤집어 깐 채. 입에서는 거품을 흘리고 있었다. -야. 정오 저거 괜찮아? -아. 확인 했슴다. 기절한 거 같슴다. -야 쟤네 장구류 벗기고, 너네 둘이 총 들고 대신 근무 서고 있어. 준서가 정오 업고. 야 씨 박영찬. 일어나봐! 나는 영찬을 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새하얗게 질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던 영찬은 가늘게 눈을 뜨고 나를 쳐다봤다. -으..으억!! -병신아. 나라고! 정신 차려! -어? 으...으어... -그래. 뭐야? 왜 이러고 있어? -ㄱ...강뱀... 나 봤다... 봤어... -보긴 뭘 봐 새꺄. 일단 빨리 내려가자. 일어나. 탄약고 근무를 교체시켜 놓은 뒤. 나와 준서, 번개조 인원들은 축 늘어진 영찬과 정오를 챙겨서 지휘 통제실로 향했다. -이기자. 번개조 복귀했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근데 얘네 왜 이래? 야 박영찬! -소...소대장님... 영찬은 부들부들 떨며 소대장과 나를 쳐다봤다. -야. 일단 번개조 애들 복귀해라. 수고했다. 그리고 정오 쟤는 의무대에 눕히고, 지우랑 준서가 영찬이 데리고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 나랑 얘기 좀 하자. -예. 알겠습니다. ---------- 손에 커피를 들고, 몸에 모포를 칭칭 감은 영찬이 우리를 쳐다봤다. 조금은 진정이 된 채. -영찬아. 뭔 일이 있었는지 얘기 좀 해봐라. -그게 말입니다... ---------- 영찬과 정오는 근무를 서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적막한 산 중턱. 그들이 내뿜는 숨소리만이 이 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 존나 심심하다. 야 정오야. -일병 유정오? -형 담배 하나 필 테니까. 뭔 일 있으면 말해라. -이따 저도 펴도 되겠슴까? -아가리하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실없는 소리를 곁들인 적당한 일탈을 해대며, 그렇게 칠흑같은 어둠 속의 탄약고에서 그들은 서 있었다. 영찬이 탄약고 뒤로 들어가고, 정오는 하품을 하며 캄캄한 산 밑을 바라봤다. -어? 누구야? 무료하게 서 있던 정오가 산 밑을 쳐다봤다. 잠시 눈을 비빈 정오는 야간 투시경을 얼굴에 갖다 댔다. 때마침 일탈에서 돌아온 영찬이 탄약고 초소 안으로 들어왔다. -야. 뭐하냐? -박영찬 병장님. 저기 누가 막사에서 취사장으로 걸어갑니다. -응? 줘 봐. 정오가 영찬에게 투시경을 건넸다. 투시경을 통해 바라본 영찬은 의아하다는 듯 정오를 쳐다봤다. -야. 쟤네 뭐야? -모르겠습니다. 둘이서 취사장 쪽으로 걸어가는 거 보면 취사병들 아니겠슴까? -? 븅신아. 지금 몇 시야? -새벽 두시 반입니다. -두시 반부터 밥 하면, 쟤네 잠은 언제 자냐? 네시 넘어야 나오잖아 취사병. -아. 맞슴다. -으휴. 쯧쯧. 아니 근데 그럼 쟤넨 뭐야? 영찬은 의아하다는 듯 투시경을 들었다. 투시경 속엔 전투모를 눌러 쓰고 단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각 맞춰 걷고 있었다. 마치 로봇처럼 팔 다리를 맟추어 걷는 모습이 묘한 위화감을 불러 일으켰다. -뭐야. 뭐하는 놈들이야? 우리 애들인가? 정오와 영찬의 위로 커다란 달이 구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리도록 푸른 월광이 어느 정도 어둠을 쓸어내자, 투시경이 없이도 시야가 확보됐다. -어? 군복인데? 야. 우리 애들인가보다. -...저... 박영찬 병장님? -뭐. -저 군복... 6.25 때 우리 나라 군복 아님까? 영찬은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쳐다봤다. 달빛이 드리우며 낯선 그들을 비추자, 빛 바랜 카키색으로 통일된 전투복을 입은, 피부가 월광처럼 창백한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야. 지통실에 무전 때려. -잘못들었슴다? -거수자 두명 나타났다고, 훈련 상황 예고된 거 있는지 물어봐. 아니다. 내가 무전 칠 테니까, 잘 보고 있어. -알겠습니다. -치익- 당소 탄약고. 지금 거수자 둘 대대에서 취사장 쪽으로 이동 중. 예고된 훈련 사항 있는지. -치익- 지통실 송신. 오늘 예고된 훈련 없음. -이런 시발... -치익- 실제 상황입니다! 6.25 군복을 입은 거수자 둘 취사장 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번개조 출동 바랍니다! -치익- 입감 완료. 실시간으로 보고 바람. 영찬은 급하게 무전을 완료하고 다시 전방을 주시했다. -시... 실상황이랍니까? -어. 아 씨 좆됐네. 말년에 간첩이라니. 영찬은 짜증스럽게 투시경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들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탁! 그 때.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이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휘익! 끼기기..긱! 비정상적인 속도로 그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투시경을 통해 영찬과 눈이 마주쳤다. -흐, 허업! 시발 뭐야! 아무 색도 없이 새하얀 얼굴이었다. 창백을 넘어선 새하얀 그 얼굴에 색깔이라곤 검정색이 없이 흰 색밖에 없는 눈에 강렬하게 드리운 핏발들 뿐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야. 번개조 빨리 오라그래! 쟤네 존나 이상해! 그 때. 낡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믿기 힘든 속도로 취사장을 지나친 그들은, 안개처럼 드리운 향 냄새에 스며들어 분향소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치익- 지통실! 지통실! 거수자 두 명 분향소로 침투! 유해발굴에 앙심을 품은 주민일 수도 있습니다! 빨리.. 빨리! -바..박영찬 병장님! -뚝- 한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적막이 찾아왔다. 달빛마저, 향 냄새마저, 그리고 숨마저 멈춘 듯한 적막이 찾아오고, 정오가 숨을 들이켰다. -콰쾅!- 적막을 부수고 분향소 밖으로 그들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들어갈 때의 모습과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등에 군장을 짊어지고, 찌그러진 철모를 뒤집어 쓴 그들이 뛰쳐나왔다. 온 몸에 피범벅을 한 채, 눈에서. 입가에서.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손에는 옛날 소총을 쥔 채, 광기에 휩싸인 눈을 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영찬과 정오는 귓가를 울리는 고함 소리와 눈 앞에 보이는 피칠갑을 한 비주얼에 넋을 놓아버렸다. -으..으어! 야! 저거 뭐야! 뭐냐고! -으아아..모르겠습니다! 혼비백산한 그들을 향해, 전쟁이 주는 광기에 잡아먹힌 듯한 군인들은 미친듯이 탄약고를 향해 뛰어 올라왔다. -콰콰광!-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파열음이 눈 앞에서 터졌다. 그리고 영찬의 눈 앞에 순간 붕 뜨며 날아가는 그들이 보였다. -씨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희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넋이 나간 사이, 잠깐의 정적이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으아아아아아아!!!!! 온 몸에서 쥐어짜듯 내는 괴성과 함께 그들이 다시 뛰어오기 시작했다. 한 쪽 팔이 날아간 채, 한 쪽 다리가 날아간 채. 필사적으로 뛰고, 기며 탄약고를 향해 다가왔다. -으...으으.. 어떡합니까... -뭘 어떡해. 씨발. 총 들고 갈겨! 빨리! 영찬과 정오는 허둥지둥하며 총을 들었다. 안전핀을 돌리고 총을 정면에 겨냥한 순간. -후우...후우... 내 목숨... 대한민국을 위하여... 피 범벅이 된 채 올라온 그들이 어느 새 영찬과 정오의 얼굴에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아... 그들의 원한과 결의에 찬 피눈물 섞인 눈빛을 보며, 영찬과 정오는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 -여기까지만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강지우 병장이 깨우고 있었습니다. -흐음... 소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모두가 심각한 모습으로 지통실에 켜진 CCTV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이런 이상한 일들이 전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나는 차분하게 그 동안 겪은 일들을 소대장에게 모두 털어놨고, 소대장은 뭔가 생각에 빠진 듯 했다. -일단 내일 아침에 내가 대대장님께 말씀드리겠다. 오늘은 올라가서 다들 쉬어라. 고생했다. 정말로.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상한 일들을 전부 뒤로 한 채.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대대장은 이 일에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아침부터 불러모았다. 새벽에 겨우 정신을 차린 정오와 밤새 악몽에 시달린 영찬, 나와 준서, 소대장까지. 우리는 모두 함께 분향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이익- 한결 묵직해진 분향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대대장이 정성스럽게 향을 피웠다. 다시 향 냄새가 내 몸을 휘감았다. 우리는 모두 온 예의와 존경을 담아 경례를 했다. 가운데에 선 대대장이 유골함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전쟁은 소강상태입니다. 선배님들께서 애써주시고, 목숨을 바쳐 주신 덕분에, 저희가 지금 이렇게 평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가 지키고, 저희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들. 임무완수하셨습니다. 이제 저희 믿고 편히 쉬십쇼. -전체. 받들어-총! -이기자! 우리의 경례를 받은 제단의 향이 더 세게, 빨갛게 피어올랐다. 빠르게 타들어가는 향을 보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향 냄새는 더 이상 내 몸을 휘감지 않았다. --------------- 흐아! 드디어 이 이야기가 완결을 맺었습니다! 뭔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덜 무섭기도 하고, 제 글솜씨가 부족해서 제대로 못 담은 거 같기도 하네요. 부족한 제 글을 많이 읽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다음 실화소설로 돌아오겠습니다!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좋아요와 댓글은 사랑입니당 헿 다음 실화소설 제목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감사합니다!
군대실화소설) 집으로 돌아온 영웅 5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리겠습니다! 요 며칠 너무 바빠서 제대로 글도 못 쓰고 힘든 나날들이었습니다ㅠㅠ 그래서 늦은 저녁에나마 5편을 가져 왔어요! 재밌게 봐 주세요! ---------- 5일간의 진지공사 기간 동안, 우리 중대는 부대 관리 및 경계를 맡아 대대를 지키고 있었다. 텅 빈 대대 안에 남겨진 우리는, 자유를 얻은 듯 신나게 돌아다녔고, 5일간 부족한 간부들을 커버하려는 듯 상병장들의 권한 또한 조금씩 올라갔다. 8중대원들은 위병소, 탄약고, 분향소 근무를 번갈아가며 서기 시작했고, 7중대에서 하던 번개조 역할을 우리 중대가 맡게 됐다. 번개조란, 적이 급습을 했을 때, 5분 대기조보다 먼저 뛰쳐나가 정찰 및 1차 방어를 하며, 편한 복장에 몽둥이만 하나씩 들고 뛰어나가는 임무를 맡은 조를 말한다. 보통 느슨해지지 않게 훈련 상황으로 한 번씩 출동시키며, 이 때는 각자의 예능감을 뽐내고자 리모컨, 옷걸이, 구두주걱 등을 들고 가서 웃음을 주기도 하는 귀찮지만 재밌고 편한 직책이었다. 나는 진지공사 기간 동안 우리 소대원들과 함께 번개조 조장이었다. 물론, 올 사람도 없고, 나갈 사람도 없는 이 적막하고 독립된 대대에서, 5일간 우리가 할 일은 없었다. 그저, 우리는 일이등병들을 지휘하며 한적한 PX에서 짧고 달콤한 휴식을 취할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오랜만의 자유로움을 손에 쥔 채 웃고 떠들고 있을 때, 희미하게 코 끝을 맴돌았던 향 냄새는 자욱한 안개가 되어 우리를 휘감고 있었다. 진지공사 이틀 째 되던 새벽. 낮에 숨어서 열심히 잤던 탓인지, 나와 동기인 영찬이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틈타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 보고자, 디스 플러스 한 대를 몰래 물고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잠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적막감은 평상시 이 곳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분위기였고, 몰래 숨어 쌀쌀한 늦가을에 실내에서 피우는 담배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맞은 편 이등병 생활관에서 커다란 비명 소리가 나기 전까진. -으..으아아아!!!!! -뭐야! 누구야! 다급하게 뛰어가는 불침번의 군화 소리와 생활관 안에서 들리는 우당탕 거리는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등은 우리가 환상적이라고 느꼈던 적막감을 한 순간에 걷어내 버렸고, 우리는 군대 밖으로 나간 듯 한 착각 속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 급히 샤워장 밖으로 나왔다. -야. 뭐야. 구경하고 가자. 그 와중에 영찬이는 살짝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이등병 생활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치 자신의 담배맛을 꺼뜨린 놈이 누군지 찾으려는 듯 영찬이는 성큼거리며 이등병 생활관 문으로 들어갔다. 이등병 생활관은 굉장히 어수선했다. 생활관 주인인 이등병들은 각자의 침상에서 아직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채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딱 기상 나팔이 울렸을 때의 어리버리한 모습들 그대로였다. 생활관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놈만 빼면. -야. 거기 널브러져 있는 놈. 가서 자라. -쟤 우리 막내 아냐? 야 박재성! 뭐해 임마! 영찬이 널브러져 있는 재성을 보며 소리쳤다. 곧이어 뒤따라온 당직사관과 나도 재성에게 다가갔다. 성질 급한 영찬이 재성의 어깨를 잡았다. -하늘에계신우리아버지여이름이거룩히여김을받으시오며나라가임하시오며뜻이하늘에서이루어진것같이땅에서도이루어지이다우리에게죄지은자를사하여준것같이우리죄를사하여주시옵고우리를시험에들지마시옵고다만악에서구하시옵소서...!!! -으어 시발 깜짝이야! 영찬이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늦은 새벽의 생활관에서 울려퍼지는, 높낮이 없이, 두려움에 젖은 재성의 주기도문은 모두의 등골에 서리를 내리게 하기 충분했고, 막사 안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주여...주여..!!! 재성이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젖혔다. 영찬은 재성의 어깨를 세차게 흔들었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미쳤어!? -주...주...전영찬 병장님? 한참을 허공을 보며 주를 찾던 재성이 영찬을 쳐다봤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재성의 손에는 작은 십자가가 들려 있었다. -그래 임마! 정신 차려! -아직 임무수행을 완료한 줄 모릅니다... 재성이 영찬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뱉어냈다. 새벽 두 시가 넘은 생활관은, 의아함과 공포심, 기타 등등의 부정적인 감각들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뭔 개소리야. 꿈 꿨냐? -오른팔이 날아가면 왼팔로, 왼팔이 날아가면 이빨로... 그들은 아직 끝난 줄 모릅니다.. 텅 빈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재성의 말투는 서서히 무미건조해져갔다. 재성의 눈이 도착하는 저 먼 곳. 그 곳에서부터 서서히 짙은 향 냄새가 퍼져들어왔다. ---------- 예전 기억을 더듬어 가며 쓰려니 정말 어렵네요... 물론 거기에 제 나름대로 살을 붙여서 쓰긴 했지만, 열심히 썼습니다! 재밌게 읽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군대실화소설) 집으로 돌아온 영웅 2
점심먹고 왔더니 졸리네요 ~.~ 나른한 기분으로 2편 바로 써 볼게요!! —————- -어떡합니까. 강뱀. 그냥 쏩니까? 옆에서 준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답하지 못한 채 총구를 들어 조준했다. 누군지 모를, 무슨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지도 모르는 실루엣이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천천히 접근하는 동안, 나는 여러 가정을 머릿속으로 지워가야 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실루엣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고, 나는 내 눈을 방해하는 어둠을 조금이나마 물리치고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야. 저 사람 슈퍼 할아버지 아니냐? -어? 맞슴다. 외박 나갈 때 봤슴다. 속으로는 ‘총 쐈으면 조질 뻔 했네’ 라고 내심 생각하며, 나는 위병소 밖으로 나갔다. 할아버지는 내가 다가가니,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할아버지.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세요? -니들이 그러고도... -네? -느이가 그러고도 군인이냐!! 별안간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며 달려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할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준서는 소총을 들어 그에게 조준했다. -할아버지.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해 주세요! 할아버지를 붙잡고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에게선 진한 술 냄새가 났다. -느이! 어? 부대 안에! 뼈! 유골 있다매! -네? 아 네. 선배 전우님 유골을 저희가 안치 중입니다. -어떻게 알어! -네? -그게 국군인지 염병할 빨갱이 새낀지 늬들이 어떻게 아냐고!!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저 유골은 분명 태극기에 싸여있고, 우리는 감사와 존경을 담아 예를 표했다. 설사 중공군의 유골일지라도,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전쟁이 휴전 상태로 접어든 지 60년이 흘렀고, 결국 저 이름 없는 언덕에 파묻힌 병사들은 모두 피해자들이지 않은가? -할아버지. 진정하세요. 확실히 모르시잖아요. -빨갱이 새끼들 제사를 지내줘? 미친 새끼들이? 어!? 그러나 과하게 들이부은 알콜 때문인지, 그는 이미 빌어먹을 빨갱이로 결론을 내려버린 듯 했고, 초점없는 눈으로 분향소 쪽만 바라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당직사령과 번개조에 의해서 진압된 할아버지는, 쫓겨나는 와중에도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빨갱이 새끼들 제삿밥 주는 이 미친놈의 새끼들아! 그렇게 혼란스러운 밤이 지나갔고, 다시 빛과 함께 아침이 찾아왔다. -준서야 오늘 메뉴는 무엇이냐. -조미김에 소세지 야채볶음, 미역국입니다. -오늘은 사단장님 생신이 분명하구나. 나와 준서는 전날 밤의 일들을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생각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시덥잖은 얘기들을 마치고 막사로 복귀했을 때. 집합 명령을 받고 우린 행정반 앞에 모였다. -어젯밤에 불미스러운 사건은 전파해서 다 알고 있지? 중대장이 우릴 모아놓고 입을 열었다. -사실 이 동네 어르신들 중 몇몇이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 좋지 않은 일이지. 어쩐지 우리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가만히 중대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당분간 우리 8중대가 분향소 앞 경계 근무에 들어가게 됐다. 혹시나 있을 불상사 및 테러의 위험을 막기 위함이니, 모두 수고해 주길 바란다. ‘역시 개같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주간과 야간으로 나뉘어진 근무표를 바라보았다. —————- 글 쓰다 보니까, 제가 참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좀 더 재밌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피드백은 환영이구요. 재미나게 봐주세요!
군대실화소설) 집으로 돌아온 영웅 3
설명을 잘 드리고자 수첩에 대충 그린 그 당시 저희 대대 약도입니다.(발퀄 죄송..ㅎㅎ) —————- 안녕하세요!! 비도 오고 선선하고 점심 먹었더니 나른하고 좋네요ㅠㅠ 하루만에 이렇게 많이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어요ㅠㅠ 감사합니다 열심히 쓸게요😀 이런 날은 조용한 만화카페 같은 데 가서 뒹굴거리면서 만화 보면 딱인데! 그럴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제 글이라도 읽어주세요 ㅎㅎ.. —————- -이기자. 근무 투입 하겠습니다. -어 그래. 뭔 일 있으면 무전하고. -넵. 강뱀도 고생하십쇼. -근데 진짜 분향소 가기 무섭습니다. -어 그래. 난 안 무서워. 나는 분향소로 투입되는 근무자들을 보내고 행정반으로 들어왔다. 시계는 밤 10시가 조금 지난 시점이었고, 생활관 인원들은 이제 막 잠자리에 들어 하루의 고단함을 씻기 시작한 와중이었다. 나와 함께 당직을 서던 1소대장은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아껴놨던 무협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불 꺼진 복도에서는 희미한 코 고는 소리, 불침번들의 헛기침 소리만이 들려왔고, 이 커다란 정적에 반항하려는 듯 벽에 걸린 시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치익..- 당소 분향소 임무교대 후 현 시간부로 임무수행 하겠다고 알림. 분향소에 비치된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수신 양호.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고요하던 행정반을 질투하듯, 다시 무전기는 소리를 냈다. -치익..- 당소 분향소 두개조 임무수행 중 아무 이상 없다고 알림. -하이 나 이새끼들 무섭긴 오질라게 무섭나보네. 1소대장이 휴대폰에서 눈을 돌리며 내게 이야기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무전기에 숨을 넣었다. -치익- 아 분향소 인원들 수신 양호하다고 알림. -소대장님. 얘네 이러다 귀신봤다고 오줌 지리는거 아님까? -야. 분향소 문도 잠궈놨고 불도 다 꺼놨는데 뭐가 무서워. 남자새끼들이 겁은 아주그냥. 나와 소대장은 키득거리며 담배를 물고 일어났다. 행정반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니, 투둑 거리는 빗소리가 정적을 밀쳐내고 있었다. -소대장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