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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검은사막 온라인 러시아 '자체 서비스로 전환'

러시아에서 호평 속에 서비스 중이던 <검은사막>(현지명 Black Desert)이 지난 10월 12일, 개발사와 현지 퍼블리셔간의 서비스 계약 연장 불발로 잠시 문을 닫았다. 게임을 즐기던 러시아 유저들은 데이터 복구 청원까지 요청하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펄어비스는 자체 서비스 방식으로 <검은사막> 서비스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은사막>은 지난 2015년 싱코페이트(Синкопэйт, Syncopate)가 운영 중인 포털 서비스 '게임넷'(Gamenet)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펄어비스 러시아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펄어비스와 게임넷은 2018년 2월부터 9월까지 <검은사막> 서비스 권한 이전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며, 라이선스를 연장하지 못해 결국 게임넷에서의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되었다. (바로가기)

하지만 펄어비스는 공지사항을 통해 게임넷에서의 <검은사막> 서비스가 종료되었을 뿐, 개발사에서 직접 러시아어 스크립트를 추가하는 등 러시아에서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러시아 수출 당시 600,000개 이상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러시아어 데이터를 게임넷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이번에 양사 합의가 결렬되면서 이 데이터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됐는데, 지속적인 러시아 서비스를 위해서는 현지화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펄어비스 러시아는 "현지화를 새로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전문 번역가를 구해 새로 번역 작업을 한 뒤, 유저에게 그 경과를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료 서비스 구매 내역 같은 유저 데이터는 퍼블리셔였던 게임넷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펄어비스가 자체적으로 복원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게임을 서비스하던 게임넷 <검은사막> 페이지에는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짧은 공지사항만 남아있다.
[게임넷의 게임 서비스 종료 공지]

<검은사막>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검은사막>의 라이선스가 만료되었습니다. 서버는 비활성화되었으며, 게임넷 플랫폼에서는 게임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2018년 10월 13일부터 모든 법적 권리에 대한 추가 지원은 펄어비스로부터 확인되어야 합니다.

3년 동안 함께 해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게임넷의 다른 게임을 계속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의 함영철 실장에 따르면, 펄어비스와 게임넷의 기존 계약에는 <검은사막>의 퍼블리싱 계약 만기 시 게임넷이 가지고 있던 유저 데이터를 펄어비스 쪽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함 실장은 "계약대로 DB를 이관받아 유저 변화를 최소화시키길 원했으나 그러지 못해 매우 아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함 실장은 이어서 "자체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에라도 이용자의 DB 이관을 타진할 것"이라며 계약에 따라 게임넷으로부터 유저 DB를 받아낼 계획을 밝혔다. 또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유저들이 원하는 최신 콘텐츠,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해 최상의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라며 자체 서비스의 각오를 밝혔다.

한편, 구매 내역 같은 유저 DB를 전부 잃게 된 러시아 유저들은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 "게임넷은 유저 데이터를 펄어비스에 넘기라"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목표는 5,000명으로 기사 작성 시점까지 총 3,044명이 서명했다. 해당 청원을 올린 알례나(Алёна, Alena)는 "유저 데이터를 날리는 것에 대한 유저의 허락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라며 "검은사막을 계속 즐기고 싶다"는 청원의 취지를 밝혔다. (바로가기)

이런 가운데 트위치 스트리머 마지크(Mazzik)는 <검은사막>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다리 위에 모여 작별인사를 나누다가 갑자기 게임 시점이 맵에서 멀어지며 게임이 종료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검은사막>의 팬인 마지크는 방송 중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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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형에게 꿈을 불어넣는가 리.얼.돌. 이 단어만큼 각자의 마음마다 서로 다른, 또 극단적으로 대치되는 정서들을 불러일으키는 기표도 드물 것이다. 아마도 ‘극호’부터 ‘극불호’까지. 물론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한 이치, 큰 논란도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제 마음속에만 있던 그 감정과 생각들이 밖으로 나와 충돌을 빚을지도 모르겠다.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성인용품 수입업체인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7년 A사는 실리콘 재질로 여성의 몸-얼굴을 형상화한 리얼돌의 수입을 신고했다. 하지만 세관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반려했고, 이에 A사가 소송을 냈던 것.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인간 존엄성 훼손’이라며 세관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올 1월 2심에서 ‘개인의 사적 영역’, ‘국가 개입 최소화’ 등의 이유로 원심이 뒤집혔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리얼돌(Real Doll)은 2002년 미국의 어비스사(社)에서 영화 속 특수 메이크업에 쓰이는 고급 실리콘으로 만든 인형(제품명: 리얼돌)이 시초로, 주로 성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걸 의미한다. 기존 성인용품과 차별되는 부분은 모든 면에서 진짜 사람과 비슷하게 만든, 그러기 위한 노력이 깃들어 있다는 점. 가격대는 대략 200만 원대부터 1,5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국내의 몇몇 인식들이 ‘사적 기호품’과 ‘불건전한 물건’ 사이 어딘가에 놓였었겠지만, 공식 기준은 사실 명확하지 않았다. 수입은 안 된다고 못 박아놨으면서 국내 제작은 근거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용인해왔기 때문이다. 리얼돌 찬성 측이든 반대 측이든 어느 쪽에서 봐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 리얼돌을 둘러싼 기준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국가가 금지할 명분이 없다는 걸 국가 스스로 언급한 셈. 금기된 것들이 ‘허’해졌다. 물론 여성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즉각 나왔다. “여성에 관한 성적 대상화 및 도구화를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들. 금지가 타당하다고 봤던 1심 판결과 유사한 논리다. 7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자는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남성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1일 현재 약 4천 명이 동의했다. 반면 업계는 당연히 환영, 네티즌 사이에서도 찬성 여론이 적지 않다. A사 측은 “성인용품을 단지 음란물로만 보는 건 편견”이라고 말했고, 한 포털 사용자(네이버 아이디: kjan****)는 관련 기사에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개인 사생활은 누구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댓글을 남겼다. 사실, 성기 사진을 포함한 상품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한민국 역시 대다수 성인용품의 수입이 허용돼있는 나라다. 물론 남성용·여성용, 다 있다. 의견 차이는 차이일 뿐, 리얼돌 시장은 일단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대법원이 기준 논리를 제시했다는 점, 서구권은 물론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리얼돌 관련 금기사항은 찾기 어렵다는 점에 비춰볼 때 새로운 국가적 규제가 끼어들 여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울러, 적어도 산업적 측면에서, 리얼돌은 미래지향적이다. ‘성인용품’이라는 규격 안에 얌전히 머무를 생각은 없어 보인다. 어비스사는 지난해 초 인공지능 기반 리얼돌 제품인 ‘하모니’(Harmony)를 개발해 팔기 시작했다. 하모니는 (몸은 아직 못 움직이지만) 안드로이드로 앱과 연동되며, 20개 이상의 성격 및 표정·말투 등을 내장해 사용자가 원하는 특성을 골라 친구 삼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타사에 또 다른 제품인 ‘사만다’와‘록시’,남성형 리얼돌인‘헨리’와‘가브리엘’도 있다. 영국, 중국, 일본 등이 다 역량을 쏟는 중이다. 인공지능에 더해 로봇공학 영역으로까지 접어드는 모양새. 훗날 신체를 스스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날, 인형(doll)은 ‘로봇 꿈’ 혹은 ‘직립보행의 꿈’을 이뤘다며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리얼돌은 찬반 저 너머의 어떤 제도적 공간으로, 우리에 앞서 진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세승의 한진 변호사가 한 말은 주목할 만하다. 한 변호사는 지난 6월 열린 대한성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로봇과의 결혼이 가능할지, 로봇과의 성관계가 이혼사유에 들어가야 할지, 아동 형상의 로봇에 관해서는 ‘아청법’으로 처벌하면 될지 등 법과 윤리 문제가 산재해있다”고 발표했다. 요컨대 기존 틀만 붙잡고 있다가 그 틀이 강제로 깨지면 혼란은 더 클 것이라는, 따라서 새로운 가치판단이 선제적으로 요구된다는 이야기. 로봇, 안드로이드, 복제인간 등 유사-인간과의 관계는 사실 SF영화들이 줄곧 던져온 화두다. 37년 전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인간과 복제인간은 무려 사랑에 빠졌고, 나아가 데카르트적 코기토마저 환기된 바 있다. ‘나(복제인간)는 사랑하고 생각한다. 고로 존재할까?’ 성적인 흥미에서 출발한 ‘물건’이 기술의 발전을 경유해 거대한 존재론적 담론까지 들고 오게 생긴 시대. 2019년, 비혼, 1인 가구, 그러거나 말거나 성욕을 갖고 태어난 우리는, 외로울 우리는, SF 안으로 발을 막 내딛고 있다. 글·구성 : 이성인 기자 silee@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 믿음을 주는 경제신문 뉴스웨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스로 만든 플래시게임만 200개… '서울 2033'의 이야기꾼을 만나다
아이디어와 해학으로 주목받는 인디 게임사,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 "매일 아침 베토벤을 듣고 애완 오랑우탄을 키우는 연봉 3억의 연예인"이라고 허언을 할 수 있는 <허언증 소개팅!>, 사기와 네고가 판치는 중고 물품 거래를 유쾌하게 풀어낸 <중고로운 평화나라>, 그리고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살아남는 생존기를 그린 텍스트 어드벤처 <서울 2033>까지. 반지하게임즈의 게임은 매번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해학이 넘치는 설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서울 2033>은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기능을 통해 시각장애인도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들은 <서울 2033>으로 지난달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의 Top 3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그렇지만 이들은 전업 게임 개발자가 아니다. 반지하게임즈는 다른 일을 가진 사람들이 짬짬이 모여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의 구심점인 이유원 공동대표를 만나 어떻게 독특한 게임을 만들었는지, 추진력을 갖기 어려운 개발 방식으로 호평받는 게임을 만든 비결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물었다.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디스이즈게임: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 3, 인기상 수상을 축하한다.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공동대표: 고맙다. 좋게 봐주신 덕이다. 같이 Top 3에 오른 <카툰 크래프트>는 부부가 개발한 게임으로 화제가 됐고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의 핸드메이드 게임은 VR 스튜디오로 기반을 다진 지 오래다. 그밖에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도전한 인디게임 중에는 1인 개발자들의 작품이 많다. 이런 사례와 달리 반지하게임즈는 특이한 개발 방식을 채택했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3명의 친구가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게임의 전반적인 기획을, 백승민은 개발을, 정윤지는 UI, UX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평일에는 메신저로 소통하고 주말에 만화 카페나 스터디 룸을 빌려 서로 진척상황을 공유하는 식으로 게임을 개발한다. 모두 게임사 근무 경력 같은 건 없다. 그 밖에 사람이 필요하면 3명의 인맥을 동원해 잠시 섭외한다. 전체적인 기획은 내가 하지만 세부적인 레벨 디자인은 친구 중에 더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스카웃한다. <서울 2033>의 일러스트도 흑백의 삽화를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찾다 잘 그리는 친구를 섭외해 그림을 맡겼다. 지인을 통해 도움을 얻으니 금방금방 잘 되더라. 영세하다면 영세하기도 한데 동아리 같기도 하다. 시작부터가 친구 셋의 만남이다. 2015년 겨울에 '게임을 만들어보자' 이야기가 나왔고, 이제 햇수로 3년 차다. 흐물흐물한 느낌이 있지만 친한 친구들이 중심이다 보니 별 탈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호흡도 좋고. 임시로 데려온 인력까지 모두 합치면 10명 정도 되는데 모두 친구 통해서 근처에서 데려온 인물들이다 보니 작업도 편하고 재미도 있다. 멤버들 모두 따로 생업이 있다.  흐물흐물한 느낌이라. 반지하게임즈가 고체와 액체 사이의 유동성 고체 같은 조직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친하다 해도 힘든 모델이 아닐까? 3명이 정말 서로 친하다. 합도 잘 맞고. 일이 필요할 때마다 불러온 사람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모두가 게임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반지하게임즈의 핵심 멤버 3인. 좌측부터 이유원 대표, 백승민 개발자, 정윤지 디자이너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나? 초등학교 때부터 주전자닷컴 같은 곳에 플래시게임을 만들어 올렸다. 시중에 나와 있던 게임은 좋아하지 않았고 스스로 만드는 걸 더 좋아했다. 게임을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들이 재밌게 했다는 댓글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그게 힘이 되어 게임을 계속 만들었다. 지금까지 구상하고 만든 게임이 200편 가까이 된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인터넷 연결이 자유롭지 않았다. 그때 별의별 플래시게임을 다 만들어서 친구들과 즐겼다. 게임을 할 수 없으니까 플래시로 <롤> 비슷한 게임도 직접 만들어서 하고 그랬다. 그때도 친구들이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지금의 멤버들과도 그러면서 친해졌다. 대학은 게임과 아무 상관 없는 곳을 갔다. 그렇지만 TRPG나 보드게임 하는 것을 좋아해 동아리 활동을 했다. 그러던 2015년에 컴퓨터공학과를 간 승민이가 "네가 플래시로 만든 게임을 모바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며 연락이 와서 게임을 제대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윤지는 UI나 UX 디자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셋이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게임 제작이 그렇게 쉽게 될 일이 아닐 텐데? 승민이가 그렇게 호언장담했지만 처음에 당시 우리 수준은 버튼도 제대로 못 만드는 레벨이었다. 맨 처음엔 그냥 감으로 만들었다. 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보니 처음엔 내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또 플래시게임을 만든 경험 모바일로도 살릴 수 있는 느낌이 있었다. 같이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게임을 만들었다. 첫 결과물이 2016년 9월 출시한 <허언증 소개팅!>이다. 주전자닷컴에서 "재밌게 했어요"라고 달리던 댓글이 모바일 마켓으로 확장되니 신기했다. 20원, 40원씩 광고비가 들어올 때는 놀라웠다. 그 무렵 '만들어도 우리만의 특이한 걸 만들자, 퀄리티가 낮더라도 누군가 우리 게임을 보면 좋아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자'고 약속했다. <중고로운 평화나라>, <서울 2033>이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허언증 소개팅!> 반지하게임즈의 게임 개발 방식이 인디게임 개발을 꿈꾸는 이들에게 위험한 사인을 주는 것 아닌가 염0려가 든다. 파트타임으로 게임을 만들어도 충분히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그런 사인. 우리가 얼마나 잘 맞냐면, 내가 기획자이지만 기획서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기획서는 어렸을 때부터 만들던 방식이랑 달라서 익숙하지 않다. 써봐야 읽지도 않고.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플래시로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2000년대 중반에 나온 플래시 8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그걸 공유한다. 서로 그걸 보고 어떤 콘셉트인지 바로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작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예전에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게임과 예술, 비디오아트에 대한 전시를 본 적 있다. 그곳에 '필름을 위한 선'이란 작품이 있었는데 쉴 새 없이 영사기가 돌아가지만 반대편 벽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필름만 상영된다. 그 의미를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질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접근이라고 이해했다. 예전부터 게임의 형식이나 공식을 고민했다. 게임이 기준이 뭘까? 게임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과연 게임의 본질일까 따져봤다. 그냥 재미있으면 되는 건데 화려한 스킬 효과라던지 예쁜 일러스트가 필요할까?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하는 재미를 느낀다면 그것이 게임 아닐까? 마찬가지로 만들면서도 재밌는 게임이라야 진짜 게임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고 또 팀원들과도 공유하고 있다. 백남준의 '필름을 위한 선' (출처: 백남준아트센터) 이 정도 합은 맞아야 파트타임으로 작업을 해도 일이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회사 이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대표의 반지하 자취방에서 탄생해 그런 이름이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하와 지상 사이의 중간적 공간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인디와 메인스트림 사이의 반지하를 지향한다. 하는 짓은 인디지만 기술적으로 최신 트렌드를 굉장히 잘 보고 있다. 일례로 개발자의 노력으로 서버리스 백엔드(Serverless Backend)를 도입해 트래픽 초과 걱정 없이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인디게임이 디자인이나 기술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참고로 지금은 반지하가 아니라 1층에 살고 있다. 반지하는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습하다. 사람들 지나다니는 것도 다 보이고.  <서울 2033>도 그런 '반지하' 감성으로 만들었나? 먼저, 글로만 구성된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 무렵 유튜브에 TRPG가 한창 소개되고 있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눈여겨봤고 텍스트가 많은 스토리텔링식 보드게임을 신기하게 보던 참이었다. 그래픽이 아니라 글이 중심이 된 게임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개발에 착수했다. 성공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기준으로 시작했다. 텍스트 게임을 해보고 싶다 하니 승민이가 개발 기간이 얼마 안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유니티 같은 게임 엔진 말고 리엑트 네이티브(React Native)로 게임을 만들었다. 유지 보수가 어렵지 않고 하나의 소스로 여러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툴이다. 승민이가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줄거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짜줬다. iOS와 안드로이드에 쉽게 적용이 가능한 리엑트 네이티브 이렇게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서울 2033>에 새로운 줄거리를 덧입히고 있다. 이 일이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만큼 재밌어서 계속 하고 있다. 유지·보수에 대한 손도 덜 들어간다. 툴은 다 갖춰진 조건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자주 내야 하니 개발자보다 기획자가 더 힘든 게임이다. (웃음) 어제도 <서울 2033>에 더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글을 써서 바로 업로드했다. 내용을 써서 푸시하면 게임에 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유저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많은 업데이트를 담을 수 있다. 다른 방식을 택했다면 이야기를 추가할 때마다 앱을 업데이트해야 해서 불편했을 것이다. 빠른 피드백 하니 <서울 2033>을 시각장애인도 즐기도록 보이스오버 접근성을 고려해달라는 피드백을 곧바로 적용한 사례가 떠오른다. 어떤 마음으로 시각장애인이 <서울 2033>을 즐길 수 있게 했나?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 부끄럽다. 반지하게임즈는 장애인 접근성을 특별히 고민하면서 <서울 2033>을 만들지 않았다. 좋은 취지로 한 일이지만 우리가 엄청 선량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처럼 보이는 게 부끄럽다. 텍스트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이 모바일 디바이스에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얻어걸린 거다. <서울 2033>을 만들 때 보이스오버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그저 '보이스웨어를 프로그램에 삽입할 수는 없을까?'라는 가벼운 고민은 있었지만 불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와 포기했다. 그런데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시각장애인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우리는 곧바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너무 기쁘고 값진 피드백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언론에 보도되고 각종 커뮤니티에 소개되고 장애인 유저들의 유입도 늘었을 뿐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능 도입이 투철한 마음으로 한 일은 아니다. 다만 우리 게임의 모습과 성격에 대한 동의가 모두에게 있었기 때문에, 선뜻 개선 작업에 동참했던 것이다. 지금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좋다는 시각장애인의 피드백을 받으면 힘이 난다. <서울 2033>은 시각장애인만 아니라 천만 서울 시민을 소재로 하는 게임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시민들의 평가가 많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울에 대한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떠올랐다. 원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좋아한다. 문학이나 게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모습을 우리가 사는 서울이라는 공간에 담아냈다. 제목부터가 <메트로 2033>의 오마주인데, 게임 속 다양한 세력의 등장과 갈등을 서울에서도 나타내려 했다.  우리가 원래 아는 장소가 다르게 변질되는 데에서 오는 재미, 우리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극악무도한 짓을 하는 데에서 오는 익숙한 기시감을 주려 노력했다. 가락시장의 보안관, 까마귀 군주가 사는 광화문, 고립된 학생회가 사는 대학교 등 무수히 많은 예시가 <서울 2033>에 있다. '낯설게 하기' 투성이인 서울이랄까? 원래는 이런 이미지가 아닌데 바뀌면 어떻게 될까 떠올렸다. 주변 환경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강북 일대에서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엽우회'는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할아버지께서 수유리에 살고 계신데 예전에 사냥을 좋아하셨다. '엽우회'라는 글씨가 새겨진, 엽총을 들고 찍으신 사진을 본 기억을 확장했다. 서울에 핵전쟁이 터져서 난리가 난다면 엽총을 가진 그룹이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활동을 할 것이라 상상했다. 거기에 전형적인 갈등 클리셰들을 차용해서 만들었다. '성균관대학교'는 내가 다니는 학교다. 예전에 과 학생회에서 활동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학생회의 모습을 담았다. 학생회장 이름이 한동숙인데, 그 시나리오를 짤 때 한동숙의 트위치 방송을 보던 참이라 그냥 집어넣었다. 주변 인물을 게임 속에 넣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신문 기사에 변호사로 나오고, 승민이는 '기계도사' 스토리의 프로그래머로 등장한다. 혜화의 '마님'은 자주 가는 술집을 모델로 했다. 하루는 술 마시려고 마님에 갔는데 이모님이 엄청 좋아해서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인가 하니 <서울 2033>을 해보고 술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더라는 것이다. 되게 뿌듯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오목(오징어 목살)이라는 안주를 실제 술집에서도 파는데 게임 해본 사람들이 다 그거 먹으러 온다더라. 디씨인사이드 <서울 2033> 마이너갤러리엔 혜화를 비롯한 <서울 2033>의 주요 무대를 직접 가본 탐방기를 올린 유저가 있다. 가락시장 근처 사는데 가락시장이 나와서 반가웠다는 유저도 있다. <서울 2033>의 주요 무대 '마님'의 실제 모델 앞에 선 이유원 대표 <서울 2033>의 성적을 알고 싶다. 얼마나 팔았나? 사실 <서울 2033>을 출시하고 난 뒤에도 바로 반응이 오진 않았다. 주변의 친구들을 강제 테스터로 동원한 정도?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스트리머들이 게임을 해서 올리더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분들 방송이 고맙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한 번 알려지기만 하면 이렇게 먹힐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 다운로드는 70만을 찍었다. 후원자 버전도 몇만 정도 된다. 이들이 때때로 게임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오픈카톡방과 디씨인사이드 마이너갤러리에서도 유저들이 교류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런 성과를 거두었다. 반지하게임즈만의 비법이 있다면? 비법이랄 건 없고 마켓에서 우리 게임을 눌러보고 싶게 신경 쓰는 편이다. <허언증 소개팅!>, <중고로운 평화나라>, <서울 2033> 모두 확 끌릴 법한 제목으로 지었다. 마켓에 나타나는 이미지도 직관적으로 나타냈다. 그렇게 하고 일단 인기 순위에 우리 게임을 올릴 수 있도록 잘 운영한다. 보통 그런 것을 '후킹(Hooking)'이라고 부른다. 그런가? (웃음) <중고로운 평화나라> 구글플레이 소개 페이지 억지 같지만 부담 없이 광고를 보게 만든 것도 영리했다. <중고로운 평화나라>가 광고를 봐야만 진행이 가능했다면, <서울 2033>은 그보다 더 발전한 느낌이다. 센세이셔널한 랜섬웨어? (웃음) 보통 보상형 광고를 보면 좋은 걸 얻어야 하는데, <서울 2033>에는 광고를 보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기게 설계되어있다. 재밌게 봐줘 고마울 따름이다.  광고를 보게 하는 '아줌마'도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다. 거리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보라'며 아이패드를 들고 전도하는 분을 보고 게임에 집어넣었다. 친숙하지 않은 방식을 친숙하게 풀었다고 할까? 광고를 보면서도 유저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손을 썼다. <서울 2033>은 이렇게 확고한 기획 의도와 방향성이 있는 게임이지만, 동시에 메인 스토리와 사이드 스토리, 랜덤 인카운터까지 다 하면 그 줄거리의 분량이 굉장히 많은 게임이다. 이야기꾼으로서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스토리 쓸 때 부담을 갖지 않는 편이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플롯을 떠올리지 않는 편이고. 떠오르는 대로, 넣고 싶은 게 있으면 다 넣는다. 이야기가 엄청 많아야 사람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니까. 전체적인 균형을 잃지만 않는다면 재밌는 이야기는 다 넣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소감이나 아이디어를 주고받기 좋다. 생각나는 대로 집어넣는다고 했지만 하나의 세계를 새로 창조하는 작업이 서울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같다. 아직 게임 속에 나타나지 않은 서울의 모습이 많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에게 <서울 2033>의 이야기꾼을 맡겨볼 계획은 없나? 좋은 스토리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웹툰 작가와 <서울 2033> 같은 포맷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대형 출판사에서 <서울 2033>의 출판 제의도 왔지만 거절했다. <서울 2033>의 재미는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가진 인터랙티브 요소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책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구매해서 읽을 만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서울 2033>에 인터랙티브 요소가 있다고 말했지만, 의문이 든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넷플릭스의 <밴더스내치>도 그렇고 플레이어가 선택지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고 하지만,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고 모든 줄거리는 기획자의 거미줄 안에 들어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나? 이것을 진정한 의미의 상호 작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서울 2033>은 태생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내가 글을 얼마든지 다양한 묘사나 다른 분기를 쓸 수는 있지만 그 한계는 나의 거미줄을 더 복잡하게 키워나가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내가 한 선택이 복선으로 작용하면 인터랙티브인가, 결과가 바뀌면 인터랙티브인가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서울 2033>에 담겨있다. 운에 따라 바뀌는 것, 유저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것, 스킬의 영향을 받는 것 등 다양한 옵션을 게임에 삽입했다. 실제로 유저가 이 게임에 들어가서 상호 작용한다는 느낌이 나도록 말이다. 현재 <서울 2033>의 메인 스토리는 갈무리를 지은 상태다. 엔딩을 여러 개 보는 걸 싫어하는 취향이 반영된 것 같다. 엔딩은 정해져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다른 모습을 기획했다. TRPG는 대체로 확고하게 정해진 엔딩도 과정도 없다. 그저 마스터와 인터뷰하면서 상호 작용한다. <서울 2033>과 앞으로 준비 중인 게임들에 유저의 선택 폭을 넓히려는 본질적인 고민을 깊이 하고 있다. 넓은 세계에 숨겨진 이야기가 랜덤하게 등장하고, 유저는 그 이야기에 들어가고, 결말까지의 과정을 자기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게끔. 인터랙티브라고 보기 어렵지만 인터랙티브라고 느끼는 것, 오픈 월드는 아니지만 오픈 월드라고 느끼는 것이 포인트다. <밴더스내치> '최고의 그래픽은 상상력'이라는 말이 있는데, 텍스트와 제한된 일러스트가 유저의 상상력을 더한 것 같다. 책임감 있는 이야기꾼으로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말해달라.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성별이나 나이를 최대한 배제했다. 만약에 여성 플레이어가 <서울 2033>을 하면서 자기의 탐험기라고 몰입을 해서 게임을 즐기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주인공이 남자라는 표현이 등장하면 몰입이 깨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주인공을 묘사하는 일러스트도 완전히 뺐다. 유저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게 직접 묘사와 간접 묘사를 적절히 섞었다. 가령 게임의 메인 스토리에서 중요한 시설이 있는데, 고생 끝에 그 곳에 도착을 해도 일러스트는 그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살짝 열린 문과 그림자만 나와 유저들이 내부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서울 2033>의 이야기는 완전히 랜덤하게 등장하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속으로 체력이나 멘탈이 떨어져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그렇다. 완전 랜덤이다. 메인 스토리를 제외하고 어떤 이벤트가 더 나온다, 덜 나온다는 건 없다. 승민이가 초반부에는 유저들이 덜 죽도록 설계하자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떤 여정을 거쳐 죽음을 맞이하는가,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의미를 갖는 게임이 되길 원했다. 그 안에서 잠깐이라도 재미를 느꼈으면 된 것이다. 그래서 <서울 2033> 안에서 어떤 이벤트가 더 등장하고 덜 등장하는 확률적 요소는 배제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분기마다 얼마나 많은 유저가 특정 선택지를 골랐는지 집계하는가?  이용자 수만 집계 중이다. 유저들이 어떤 선택지를 더 많이 고르는지 같은 경향성은 앞으로 집계를 해보고 싶다. 텍스트 어드벤처의 장르 안에서 기술적으로, 기능적으로 가능한 건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다. 사람들이 좋은 선택을 더 많이 하면 좋은 이벤트를 모두에게 등장시키고 반대로 나쁜 선택을 더 많이 하면 나쁜 이벤트를 더 많이 등장시키는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다. <디트로이드 비컴 휴먼>에서는 전 세계 플레이어들의 선택지 통계를 볼 수 있다. 200개의 플래시 게임을 만들었다니 아이템이 넘칠 것 같다.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없나? 스토리 게임으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으니 이쪽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서울 2033>과 같은 포맷으로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 당장은 <서울 2033>의 확장팩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게임에 이뤄지고 있는 부분적인 추가 말고 큰 이야기를 새로 해보고 싶다. <서울 2033>의 프리퀄이 될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주사위 보드게임,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 전공을 살린 게임 등 만들고 싶은 건 정말 많다. 아까도 말했지만 적은 사람들이라도 우리 게임에 꽂힌다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반지하게임즈 공동 드라이브의 '버린 자식'이라는 폴더에 새 게임의 아이디어가 잔뜩 들어있다. 그렇지만 우리 게임은 언제 엎어질지 모른다. 신나서 아이디어를 기획하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뜨뜻미지근해지고 그런다. 솔직히 지금은 사람들에게 잊혀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게임이 흥행하면 좋긴 한데 "다음엔 뭐가 나오지"라는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냥 똑같은 자세로, '우리 게임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하겠지'라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싶다. <서울 2033>은 계속 개선을 하자는 입장엔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대학원을 다니며 게임을 만들고 있다. 언젠가는 양자택일의 순간이 올 것 같은데 <서울 2033>처럼 학업과 게임 둘 중에 하나를 꼭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겠나? 둘 다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은 방학이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지만 학기 중에는 둘 다 열심히 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게임을 만들 땐 공부 생각을 하고, 공부할 땐 게임 생각이 난다. 당장은 둘 중에 무엇이 나의 길일지 고민하면서 둘 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 대표로서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지만, 본업이 있는 다른 친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그리고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반지하게임즈 공동대표 겸 기획자 이유원이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취미는 남이 만든 게임 하는 것, 그리고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예전에 인터뷰에서 목표를 "게임 전문 변호사가 되어 인디 개발자들을 보호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솔직히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반지하게임즈 하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세상에 메이저 게임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이 회사를 잘 키워서 마이너한 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믿을 만한 인디 개발사를 만들고 싶다. 
확밀아부터 소전, 랑그릿사까지. 뽑기 게임 개발사는 왜 점점 '꽝'을 줄여 왔을까?
※ 본 기사는 TIG 게임연구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게임연구소는 게임이나 개발, 산업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확률형 아이템(일명 뽑기, 랜덤박스)만큼 유저들이 싫어하는 유료 모델이 또 있을까요? 보통 굉장히 낮은 확률로 좋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돈을 쓰고도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거든요.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이 대두된 스마트폰게임 초창기부터 이에 대한 불만이 극심했죠. 최근엔 국내외 정치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주시하고 있고요.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도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메인 유료 모델입니다. 왜 그럴까요? 유저들의 반응과 별개로 돈은 잘 벌리니까? 이것도 틀린 얘긴 아니지만, 한편으론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유저 스트레스를 꾸준히 관리한 이유도 있죠. 그래야만 유저들이 자기 게임을 선택하고, 떠나지 않고 계속 돈을 쓸테니까요.  더 불편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확률형 아이템 또한 앞으로 유저 스트레스가 더 적은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스마트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의 변화와 그럼에도 매번 남아 있던 약점들을 시대별로 정리했습니다. 여기 정리한 다양한 장치들이 이런 시스템이 없는 게임에 영향을 끼쳐, 이 글이 확률형 아이템이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조금이나마 영향 주길 바랍니다.  # 저걸 가지고 싶다! <바하무트>와 <밀리언아서>가 만든 확률형 아이템 쇼크 확률형 아이템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일본명: 신격의 바하무트, 이하 바하무트)나 <확산성 밀리언아서>(이하 확밀아) 같은 카드 배틀 게임이 한국에서 흥행한 뒤부터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확률형 아이템의 핵심은 '저걸 가지고 싶다'라는 욕망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초창기 게임들은 이게 더 직접적이었죠. 예를 들어 <바하무트>는 PvP가 콘텐츠의 핵심인 게임 구조, 그리고 유저 간 거래가 가능했던 게임 특성 상 좋은 카드에 대한 니즈가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강력한 보스를 친구들과 함께 무찌르는 것이 핵심인 <확밀아>는 특정 기간 동안 전투력 받는 카드(일명 배수 카드)를 주기적으로 내는 식으로 유저들을 자극했죠. (물론 두 게임 모두 시스템 외에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미려한 카드 일러스트로도 수집욕을 자극했습니다)  초기 카드배틀, 수집형 RPG의 이런 시스템은 유저들이 낮은 확률을 뚫고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기쁨을 극대화했습니다. '운만 좋으면' 적은 돈으로도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남들 몇 십 시간 플레이한 것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확률형 아이템의 특성은 '남보다 잘난 것을 체감하기 쉬운' 이 게임들의 특성과 맞물려 (이런 상품을 많이 경험한 적 없는) 당시 유저들이 지갑을 열게끔 유혹했습니다. 이는 역대급 매출로 이어졌고요. 국내에 확률형 아이템, 카드배틀 붐을 일으킨 <확산성 밀리언아서> 하지만 반감은 금세 생겼습니다.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많이 경험할수록 약점이 쉽게 드러났거든요. 좋은 것은 희귀하기 마련이고, 좋은 것을 얻으려면 낮은 확률을 뚫어야 합니다. 결국 대부분의 유저들은 돈을 쓰고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부정적인 경험을 해야만 했죠. 돈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쓰는 유저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지만, 확률은 기본적으로 '독립시행'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많은 돈을 썼는데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유저'도 생겼습니다.  ※ 독립시행: 이전에 한 행동이 다음 행동의 결과(확률)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개념. 특정 상품이 나올 확률이 1%인 뽑기 상품을 99번 구매해 계속 꽝을 뽑았어도, 다음 뽑기에서 해당 상품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1%다.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많을수록, 혹은 반대로 게임에 추가된 캐릭터가 많을수록 유저가 원하는 캐릭터를 얻을 확률이 점점 내려간다는 약점도 있고요. 초창기 확률형 아이템은 유저가 게임을 오래할수록, 게임 서비스가 오래될수록 상품으로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의 핵심은 '낮은 확률을 뚫고 (남들이 얻기 힘든) 좋은 것을 얻는다'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스트레스는 확률형 아이템과 땔래야 땔 수 없습니다. 뽑기라는 모델을 유지하는 한 크던 작던 있을 수 밖에 없는 약점이죠. 하지만 이 시기는 확률 고지나 마일리지 같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없었고, 유저들 또한 확률형 아이템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유저들은 지금보다 쉽게 지갑을 열었고, 그럼에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했습니다. 당연히 유저들의 불만도 하늘을 찔렀고요. 한 때는 이게 심해 (과장 조금 보태)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국내 이슈는 아니지만, 일본에서 논란이 된 '뽑기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조합해 특수 보상를 얻는 유료 모델', 일명 컴플리트 가챠는 이런 스트레스를 더욱 가속시켰습니다) 물론 유저들의 이런 불만이 확률형 아이템을 바로 바꾸진 못했습니다. 당시는 스마트폰 게임 자체가 적은 상황이었고, 유저들 또한 특정 게임의 유료 모델에 불만이 있어도 옮겨갈 게임을 찾기 힘든 때였거든요. 이 때 확률형 아이템 모델이 바뀐 건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사의 수익 추구 모델이 계기가 되어서였습니다.  # <퍼드>부터 <세나>까지. 픽업과 합성·승급 개념의 등장 2013년 전후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픽업'이라는 개념이 퍼졌습니다. 픽업이란 간단히 말해 '뽑기에서 특정 캐릭터들의 등장 확률이 상승하는 이벤트'입니다.  기자가 이 개념을 처음 접한 <퍼즐앤드래곤>은 여기에 더해 이벤트 기간 동안에만 얻을 수 있는 특수 캐릭터를 로스터에 껴 넣었습니다. 특히 '갓 페스티벌'(일명 갓페스)처럼 최상위 캐릭터들의 뽑기 확률이 증가하고 엄청 좋은 한정 캐릭터까지 나오는 이벤트는 유저들을 들뜨게 했죠. <퍼즐앤드래곤>의 예를 듣긴 했지만, 이 시기를 전후로 여러 카드 배틀, 수집형 RPG가 이런 유료 모델이 도입했습니다.  의도는 명확합니다. '특정 기간만' 혜택(ex: 등장 확률 상승, 한정 캐릭터 등장)이 지속되기 때문에, 해당 기간 매출이 급상승하기 쉽죠. 실제로 <퍼즐앤드래곤>이나 <몬스터스트라이크>, <페이트/그랜드 오더> 등 이런 모델을 사용한 게임은 픽업 이벤트 때마다 매출 순위가 급상승하는 것을 수시로 보여줬습니다. 이는 게임을 마켓 순위 상위권에 노출시켜 매출에서 뿐만 아니라 마케팅 면에서도 이득을 줬고요. 하지만 이 모델은 유저들에게도 이득을 줬습니다. 픽업 이벤트의 강점은 순수 뽑기 모델과 달리 내가 원하는 캐릭터(ex: 신규 캐릭터, 좋은 캐릭터 등 이벤트 대상)를 얻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핵심이 '저걸 가지고 싶다'라는 욕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이 일정 기간 동안 높아진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죠.  또한 이 방식은 보통 일정 주기 별로 이벤트를 실시했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선 픽업 주기를 감안해 뽑기를 조절하는 등 보다 계획적으로(그리고 아마 경제적으로) 돈을 쓰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픽업 모델이 특히 강점을 보인 것은 캐릭터의 강함 뿐만 아니라, '캐릭터성'까지 같이 어필하는 수집형 RPG였습니다. 때문에 픽업 모델은 이렇게 캐릭터성에 비중을 둔 수집형 RPG를 중심으로 점차 영역을 넓혔습니다.  <세븐나이츠>처럼 캐릭터성보단 '전투 유닛'으로서의 느낌이 강한 수집형 RPG에선 흔히 '합성·승급'이라 말하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합성은 보통 '최고 레벨까지 육성한 같은 등급 캐릭터 2개를 합쳐 랜덤한 상위 등급 캐릭터를 얻는 모델'을 일컫죠. 보통 이런 모델은 캐릭터는 유지한 채 등급만 올릴 수 있는 승급 시스템을 같이 마련해 돈이나 운 없는 유저는 합성으로, 원하는 것을 얻은 유저는 승급으로 유도하죠.  보통 이런 장치를 도입한 게임은 (당시 주류였던 일본식 카드배틀/수집형 RPG에 비해) PvP 콘텐츠의 비중이 컸습니다. 즉, 합성·승급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게임에 무·소과금 유저풀을 늘려, 경쟁 콘텐츠의 매칭풀을 넓히고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습니다. 게임에 투자를 많이 한 유저가 경쟁 콘텐츠 등에서 투자한 보람을 느끼게 하려면 이 유저보다 투자를 덜 한 유저(무·소과금)와 만날 기회를 늘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이 모델은 반대로 유저 입장에선 뽑기에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게임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면 (언젠가) 좋은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흔히 '꽝'이라 불리는 캐릭터들에게도 합성 재료라는 쓰임새를 줘 유저가 뽑기에서 원치 않는 것을 얻을 때의 스트레스를 줄였죠. 또 합성 시스템 덕에 유저가 '오래' 게임할 이유도 만들었고요. 하지만 게임사의 니즈로 탄생했기 때문인지, 두 장치 모두 유저들의 불만을 완벽하게 해결할 순 없었습니다.  픽업 이벤트는 대부분 최고 등급이 나올 확률은 바뀌지 않은 채 특정 캐릭터들이 나올 확률만 수정됐기 때문에 원하는 캐릭터를 얻는데 기약 없이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벤트 캐릭터의 등장 확률이 높아진 것 뿐이지 그 캐릭터가 '반드시'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고 등급 캐릭터를 뽑았는데도 엉뚱한 캐릭터가 나왔을 때(일명 픽뚫)의 스트레스는 더 컸죠. 물론 픽업이라는 장치가 기존의 100% 랜덤 방식보다 나은 것은 분명하지만, 애초에 낮은 최고 등급 획득 확률,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픽뚫의 스트레스가 작았냐고 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만약 픽업 이벤트가 한정 뽑기와 함께 진행된다면 스트레스는 더 컸고요.  합성·승급 모델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돈 쓰지 않아도, 혹은 소액 결제로도 좋은 캐릭터를 얻을 확률이 존재한다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얻을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았습니다. 희망만 가지고 장시간 플레이하긴 쉽지 않죠. 또 이런 게임은 대부분 '같은 캐릭터를 합쳐 능력치를 올리는 시스템'(일명 초월)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원하는 캐릭터를 얻어도 순수하게 기뻐하기 힘들었죠. 노동 뒤에 또다른 노동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결국 유저 입장에선 두 모델을 보며 같은 의문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대체 얼마를 투자해야 원하는 게 나오는거야?" 스마트폰 초창기부터 쌓인 불만이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죠. # 번외편) 돈 안 써도 뽑을 수 있다! <함대콜렉션> 류 게임의 대두 게임사도 이런 불만을 민감하게 캐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도 많아졌고, 게임사는 유저들을 끌어오기 위해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이 고민의 답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하나는 한국에 <소녀전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제조', 다른 하나는 근래 한국 게임 시장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천장'입니다. 이 중 제조는 한국서 도입한 게임은 적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생각해 번외편으로 먼저 다룹니다.  이 방식의 시초는 2013년 4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함대콜렉션>이란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당시 다른 뽑기형 수집형 RPG와 달리 게임만 해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자원으로 캐릭터를 뽑는다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자원을 돈으로 사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결제 없이도 충분히 얻을 수 있어 일반적인(?) 확률형 아이템 모델의 안티테제가 됐죠.  (시간만 들이면 원하는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합성·승급 모델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노동의 결과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것과 뽑기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의 기쁨은 다르죠) 사실 이런 장치는 다른 뽑기 게임과 달리, 유저들이 뽑기엔 돈을 적게 쓰고, 대신 이벤트에 필요한 자원(ex: 함대콜렉션)이나 스킨(ex: 소녀전선) 등에 돈을 쓰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존 뽑기 게임과 '주력 상품'이 달랐죠. 하지만 게임사의 이런 속내와 별개로, 유저 입장에선 그동안 수십, 수백만 원을 써야했던 뽑기를 공짜(?)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죠. 이 모델은 <소녀전선>, <벽람항로> 등의 게임을 통해 한국에도 알려졌습니다. 특히 <소녀전선>의 초기 흥행은 국내 개발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죠. 국산 게임 중에는 <라스트오리진> 등 소수의 작품이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확률형 아이템의 주요 문제인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힘들다'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었습니다. 특정 타입 캐릭터들의 등장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공식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것도 확률 기반이라 문제는 여전합니다. 또 게임 서비스가 오래될수록 점점 캐릭터 풀이 넓어지기에 문제는 더 커지고요. 즉, 돈 대신 시간이 들어갈 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약 없는 투자를 해야한다는 사실은 그대로였죠. 또한 개발사 입장에선 이런 모델을 도입한 작품 중 (한국 시장에서) 흥행한 사례가 극소수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뽑기를 서브 유료 모델로 만들었기 때문인지, 다른 뽑기 게임만큼 폭발적인 흥행은 힘들었죠. 돈을 벌어야 직원들 월급도 주고 새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는 회사로선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자원을 투자해 임의의 캐릭터를 얻는 것은 <함대콜렉션>류 게임의 대표적인 캐릭터 획득 모델이다. 이미지는 <소녀전선>의 제조 장면. # XX만 원만 쓰면 SSR 확정! 천장의 탄생 천장은 쉽게 말해 '내가 일정 횟수 이상 뽑기를 해도 최고 등급 캐릭터를 얻지 못하면 이를 반드시 지급'하는 시스템입니다. 기존의 뽑기가 확률 때문에 운 없으면 100만 원, 1,000만 원을 써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을 보완한 모델이죠.  이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원하는 것을 '확정적으로' 얻기까지 최대 얼마가 필요한지 유저가 가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기존 모델이 확률만 믿고 기약 없이 돈을 부어야 했다면, 천장이 있는 게임은 최소한 '얼마'(일명 정가)를 쓰면 시스템이 보장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계산'을 할 수 있게 됐죠. 또한운 없는 유저가 얼마를 써도 최고 등급을 얻지 못하는 일이 사라졌고요. 만약 천장 있는 게임에서 픽업까지 실시하면 높은 확률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죠.  사실 이 모델은 본래 일종의 이벤트, 혹은 유저 불만 무마용으로 시작됐습니다. 일례로 천장의 주요 시발점으로 알려진 <그랑블루 판타지>의 경우, 2016년 초 한정 뽑기 이벤트에서 너무 낮은 확률로 유저들의 불만이 역대급으로 커지자 보완책 중 하나로 나왔죠. 그런데 이게 반응이 좋았는지 다른 게임에서도 조금씩 도입하다가 2017~2018년 즈음엔 아예 고정 시스템에 넣는 사례도 여럿 생겼습니다. <데스티니차일드>, <붕괴 3rd> 등이 대표적이죠.  유저한테만 좋아보이는데 왠 이득이냐고요? 전통적인 뽑기 방식에선 유저들이 확률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게임을 관두거나 낮은 확률 자체가 무서워 돈을 안 썼다면, 천장이 생김으로 인해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잘 제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래 유저들의 결제는 줄어도 평소 돈을 적게 쓰는 유저들은 '최소한 천장까지는 돈을 쓰는' 일이 많아졌거든요. 핵과금 유저들이 쓰는 돈은 줄었지만, 그보다 많은 중·소과금 유저들이 쓰는 돈이 늘어난 셈이죠. 이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더 늘거나, 큰 변화 없는 경우로 이어졌고요. 게임사 입장에선 이전과 매출 차이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유저들의 스트레스가 더 적으니 이득입니다. 물론 단점 없는 모델은 아닙니다. (애초에 확률형 아이템에서 유저들이 100% 만족할 답이 나올까 의문이긴 합니다 ^^;) 일단 '정가'라는게 싼 가격은 아닙니다. 돈 쓰고 안나오는 것보다야 났긴 하지만, 캐릭터 하나 얻기 위해 수십만 원이 필요하다는 건 이런 게임을 많이 한 유저가 아니라면 선뜻 납득하기 힘들죠. 캐릭터 얻을 확률이 소수점 이하라는 것을 보는 것보다, 캐릭터 하나를 얻기 위해 수십만 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게 더 확실하게 와닿으니까요. 또 천장이 있다고 해서 원하는 것은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천장 보상이 '최고 등급'인 게임은 픽업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픽뚫' 가능성이 없어지진 않겠죠. 혹은 천장 보상으로 이벤트 로스터 중 하나를 확정으로 준다고 해도 유저가 가진 캐릭터를 주거나 그 캐릭터가 주력 콘텐츠에선 큰 힘을 발휘 못하면 천장의 의미가 죽겠죠. 이것은 천장이 있는 여러 게임에서 나오는 불만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장' 시스템이 의미 있는 이유는 확률형 아이템의 가장 큰 단점엔 '저걸 얻기 위해 내가 얼마를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근본적인 불만을 어느 정도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유저가 보다 쉽게 '계산'을 하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이며, 보다 이성적으로 구입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죠. # 내게 없는 걸 준다! 랑그릿사의 '확정 뽑기 이벤트'도 확률형 아이템을 바꿀까? 확률형 아이템은 천장 다음에 어떤 식으로 바뀔까요? 국내에 천장조차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뒤를 말하긴 힘듭니다. 다만 그동안의 변화를 미루어 봤을 때,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더 줄이는 방향이 될 것이다라는 정도만 추측할 수 있죠. 가뜩이나 스트레스 큰 유료 모델인데, 유저들이 더 불편해지고 불쾌해지는 것을 참진 않을테니까요. 이 연장선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장치를 하나 꼽자면 <랑그릿사 모바일>이 보여준 '확정 뽑기 이벤트'입니다. 이벤트 기간 중 최고 등급(SSR) 캐릭터를 뽑는다면, 첫 SSR 캐릭터는 이벤트 대상 3인 중 '유저가 가지지 않은 캐릭터'를 무조건 준다는 이벤트죠. 참고로 <랑그릿사 모바일>은 최대 100회 뽑기 안에 최고 등급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무조건 최고 등급 캐릭터가 나오는 '천장'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뽑기 100번 안에 이벤트 캐릭터 3개 중 내게 없는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엔 첫 이벤트가 막 진행 중이지만, 해외 서비스 사례를 미루어 보면 앞으로 주기적으로 이런 이벤트가 진행될 것이라 추정됩니다. 해외 서비스를 따라간다면 이벤트 대상 캐릭터들도 PVE에서 최상위 성능을 꾸준히 보여주거나, 특정 파티 조합의 핵심 되는 캐릭터들이 대다수겠군요. 사실 이는 <랑그릿사 모바일>의 PvE 구조가 캐릭터를 얻는 것 못지 않게, 육성의 비중도 크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죠. 많은 시간과 노력(혹은 투자)가 필요하거든요. 소수의 고래 유저들이 뽑기에서 핵과금(?)을 하지 않아도, 육성 과정 중 많은 유저들이 작지만 꾸준하게 돈을 쓰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 이벤트의 의의는 (비록 확정 뽑기 이벤트 한정이긴 하지만) '픽뚫'이나 '중복 캐릭터 획득' 등 유저가 뽑기에서 얻을 수 있는 부정적인 경험 대다수를 원천봉쇄했다는 것입니다. 뽑기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돈을 썼는데도 원치 않는 것을 얻는 것'입니다. 허나 이 모델에선 꽝이 나올 확률이 확연히 적죠. 설사 꽝이 나와도 (내게 없는 캐릭터를 주는 확정 이벤트 특성 상) 다음 이벤트에서 꽝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있고요.  반대로 뽑기의 가장 큰 기쁨이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벤트 대상 중 내게 없는 캐릭터가 있다면) 첫 100회 안에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은 최소 33%, 최고 100%까지 올라갑니다. 33%만 해도 뽑기 모델에선 굉장히 높은 수치고 그 뒤는 말할 것도 없죠. 뽑기의 기쁨이 극대화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런 높은 확률(경우에 따라선 구매에 가까운 구조) 덕에 '정가'도 더 싸게 느껴지고요.  비정기 이벤트라는 한계, 이벤트 구조 상 뽑기라는 한계를 완전히 넘을 순 없지만, 한국 게임 시장 상황을 보면 굉장히 도전적인 모델입니다. 이 시도는 유저들의 좋은 반응과 함께 구글 최고 매출 순위 4~5위, 애플 1~5위라는 파급력 있는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물론 여기엔 상품 모델 뿐만 아니라, 이벤트 로스터가 상당 기간 탑티어를 유지하는 캐릭터들로 구성됐다는 운영적 이슈도 있습니다)  게임의 다음 이벤트 성적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꾸준히 이 정도 성적만 내준다면 한국 게임 시장의 확률형 아이템 모델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질 수 있겠죠. 반대로 어쩌면 이 모델이 너무도 특수해 (소녀전선의 예처럼)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도 있고요.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비록 게임사의 이득을 위해서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점점 유저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스트레스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품인 만큼, 이걸 케어해야만 유저들이 자기 게임을 선택할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소개한 모델이 국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진 알 수 없지만, 뽑기가 없어지지 않는 한, 새로운 모바일게임이 꾸준히 나오는 한, 확률형 아이템도 유저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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