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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굴기

제1차 모로코 위기(1905-1906)와 제2차 모로코 위기(1911) 일어난 때를 보자. 러일 전쟁 때이다. 일본은 어째서 조선을 두고 러시아와 싸울 생각을 먹었을까? 바로 영일동맹이라는 든든한 동맹이 생겼으며, 러시아의 우방이었던 프랑스가 영국과 Entente Cordiale을 체결(1904)했기 때문에 걱정 없이 전쟁에 나설 수 있었다. 자, 그렇다면 영국과 프랑스는 어째서 친해졌을까? 때는 보어 전쟁(1880-1881, 1899-1902)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어 전쟁 때 영국의 삽질은 서유럽에서 대단히 유명했다. 영국의 시절이 이제 지나갔다는 의미로서 말이다. 문제는 독일에서 새로 황제에 오른 빌헬름 2세(1888-1921)였다. 빌헬름 2세는 전 재상인 비스마르크와의 의견 불일치 때문에 비스마르크를 사임시키게 한 장본인이다. 빌헬름 2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Unsere Zukunft liegt auf dem Wasser. (우리의 미래는 물에 있다.) 비스마르크부터 보자.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을 위주로 한 독일 통일을 이끈 다음, 러시아 및 오스트리아와의 동맹(역사적으로는 3제동맹이라 불린다)을 통한 무조건 프랑스-고립을 택했다. 그리고 프랑스는 유럽에서 막힌 나머지, 대외 팽창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말이다. 그러나 새로 황제가 된 30살의 빌헬름은 독일이 너무 그동안 도광양회(韜光養晦) 밖에 안 했다고 생각했다. 영국과 프랑스처럼 대대적인 식민지 개척이 필요하다 느꼈던 것이다. 지금 와서는 비스마르크가 옳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거대해진 독일 산업계의 필요(즉, 시장개척과 자원 확보)를 충당시키기 위해서는 대국굴기(大国崛起)가 필요했기 때문에, 사회보장정책을 통한(못 들어보셨을 것이다. 각종 사회보험제도가 이때 시작된다) 비스마르크의 내부 시장 성숙과는 다른, 빌헬름의 세계정책(Weltpolitik)을 납득할 수 있다. 그래서 보어인들의 독립을 기원(?!)했던 것이다. 문제는 빌헬름이 택했던 세부적인 정책이었다. 대국굴기를 하려면 대국에 걸맞게 했어야 하잖았을까? 당시의 미국, 그러니까 영국과 처음부터 갈등을 드러내는 방식은 정말 세련된 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어전쟁 때 보어인들을 대놓고 지원했던 빌헬름에게 영국은 질색했었다. 그러나 당시 영국에게 문제가 있었다. 점점 혼자 세계 여기저기 뒤치닥거리해야 할 상황이 오거늘 그때까지 동맹국이 없었다는 문제다. 그래서 급한대로 일단 일본과 동맹을 체결했고, 독일에 대한 복수를 (조용히) 준비하던 프랑스와 Entente를 맺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때 빌헬름이 또 다른 (실수?) 일을 벌렸다. 모로코 방문이다. 본래의 주제로 돌아왔다. 당시 모로코 국왕인 압둘아지즈 4세는 다가오고 있는 프랑스의 식민화(일본의 조선 식민화 과정과 매우 유사했다)를 물리치기 위해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내고 있었다. 그가 제일 바랬던 유럽의 강대국은 영국이었건만, 영국은 프랑스와의 Entente때문에 도와주기를 꺼려했고, 독일이 손길을 내밀었다. 그 결과는 1905년, 빌헬름의 탕제 방문이었다. 빌헬름은 압둘아지즈가 모로코 국왕임을 인정하고, 그를 부추겨서, 친불파로 이뤄진 내각을 해산 시키도록 했었다. 자, 프랑스는 필요하다면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하여 군대를 소집했고, 영국이 프랑스편을 들었다. 게다가 러시아마저 프랑스편을 들었다. 프랑스 고립을 목표로 했던 독일이 이제는 되려 고립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이 사태 처리를 위해 모였던 알헤시라스 회의가 독일을 마냥 찍어 누르지는 않았다.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불쌍한 모로코는 이때 왕위계승 음모가 겹치면서 압둘아지즈의 퇴위로 이어졌다. 프랑스가 당시 마지막 왕으로 압델하피드를 즉위 시켰고 3년 뒤에는 아예 보호령으로 만들어버린다. 방금 프랑스가 왕위계승 사건 이후로 압델하피드를 즉위 시켰다고 말했다. 그때가 1911년, 프랑스는 압델하피드를 보호한답시고 군대를 파병했고, 공식적인 목적으로는 "모로코 체류 유럽인 보호"를 내세웠다. 그렇다면 체류 유럽인의 보호를 위해 다른 유럽국가도 군대를 보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빌헬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1911년, 모로코 남쪽의 아가디르에 군함을 보냈고 아가디르를 독일의 해군기지로 만들려고 했다. 이것이 제2차 모로코 위기다. 프랑스는 가만 있지 않았고, 은행가들을 동원하여 독일을 금융위기로 몰고갔다. 제1차 때는 전쟁을 위협했고, 제2차 때는 돈을 이용한 프랑스는 독일을 굴복 시킬 수 있었다. 결국 빌헬름은 함대를 철수 시켰기 때문이다. 대신 체면치레를 위해 카메룬을 할양받는다(수면병 때문에 뭘 하려 해도 쓸모가 없는 식민지였다). 그러나 제1차대전이 터지는 바람에 그대로 다시 식민지를 프랑스에게 빼앗기지만 말이다. 제1차 및 제2차 모로코 위기를 배경과 함께 자세히 설명한 까닭이 있다. 중국이 대국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하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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