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코트를 사야 되나 롱패딩을 사야 되나 고민하고 있는 우리를 봅니다.
분명 작년 겨울,아니 올 3월까지도 입고 다녔을텐데 대체 뭘 입고 다녔던걸까요?^^;
그러니 또 질러야 겠습니다.눈이 높은걸 어쩌겠어요.....그죠?
ㅡ압축해서 침대 아래나 장 아래 보관............... 보이지 않아요ㅡ
출근하다 커피 한잔 땡겨서 원내 카페 들어갔더니
웬 초로의 몸피 좋으신 분이 반팔을 입고 커피를 들고 지나가십니다.반팔을? ?본능적으로 감탄하며 보고 있으려니 그 분이 저를 보고 반색을 하며 아는체 하십니다.
누구? 앗!!!!!!!!!!!!
''웬일이야~선생님 더 예뻐 졌네~~~''
입 바른 멘트는 쓰니를 기쁘게 합니다!
''여사님!왜 그동안 안 보였어요? 한 2년 놀았죠?''
이 분은 간병인인데 일 잘하시고 성격도 좋아 쓰니랑 잘 지냈던 분입니다.
한겨울에도 반팔로 일 하시며 누구보다 열성적인 업무태도를 가지고 계셨죠.간병도 전문 직업이라며.
''일이 좀 있어서 일년 반 쉬었어요''
엉? 무슨 일? 개인적인 일인가?
간병여사님 얘기가 길어지십니다.다행히 아직 출근 시간은 남았군요.연차가 깡패인데 땡 맞추어서 출근한들 그 누가 터치하겠어요.............
여사님은 정형외과환자를 주로 맡았는데 어느날 협회에서 중요한 분인데 좀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음.간암 말기 환자로 60대이고 남자라 맡기 싫었지만 협회장이 워낙 간곡히 부탁을 하여 뿌리칠 수가 없었음.
내과 환자는 손이 많이 가고 병이 깊어 기를 빨리는것 같아 가능한 피하고 싶었음.망설이니 협회장이 말하길 환자측에서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까지 하니 흔들렸음.
마침 맡고 있던 환자도 더 이상 간병인 쓰지 않겠다하고 막내 아들이 배낭여행을 보내달라하고 하여 여차저차로......
당일 바로 병실에 가보니 VIP병실 중에서 스페셜룸이었음.돈은 많은 가보다........
인사를 하고 현재 간병인에게 인계를 받았음.
별거 없었음.뭐 사모님도 점잖으시고 가족들도 까탈스럽지 않다함.
황달이 너무 심해 눈동자까지 노랗고 복수로 배는 곧 쌍둥이 출산할 것 같고......얼굴과 팔.다리는 야위어.....암튼 많이 짠 했음.
통증으로 못 만지게 하여 목욕도 안 시켰다고 함.
기저귀 삭은 내와 땀.황달 냄새....엉덩이를 보니 욕창까지 왔음.
여사님은 당장 물없이 씻기는 클린저랑 피부보호 크림.샴푸 등 구입 요청하여 목욕부터 시켰음.
그러기를 일주일 정도 하자 환자도 기뻐하며 적극 협조하고 훨체어를 타고 복도와 라운지 외출까지 가능했음.
그러기를 한 삼주 지냈음.
낮잠을 살풋 자던 환자가 갑자기 왼쪽 발을 툭툭 내지르듯이 찼음. 다리에 쥐가 나나 싶어 주물렀음.
''발가락에 머리카락 감겼어요.떼 주세요''
''암것도 없는데요?''
''그래요?.....''
잠 드는가 싶더니 또 왼쪽 발을 툭툭 흔들었음.
''엄지발가락에 머리카락 묻었어요.떼 주세요''
'암것도 없는데요?''
오후내내 그랬음.
결국 의료진이 불려오고......각 종 의식상태 테스트 검사 다 나가고 신경과 불려오고......
심신장애.신경과민이라고 판정.....
보호자는 신경안정제는 먹이지 않겠다하여 하루종일 환자와 실랑이했음.
떼라....없어요.....떼라.....없어요.........
그러던 어느날 빈에 사는 딸이 아빠보고 싶다고 엄마에게 전화했음.
성악인지 뭔지...암튼 음악과 관련된 공부중이라 했음.아빠의 변한 모습에 충격 받을까봐 영상통화.사진은 일체 안 찍어 보냈다함.
싫다는 환자를 목욕시키고 환의 대신 사복을 입히고 사진 찍어 보냈고 통화는피곤하여 길게 못 한다고 하며 영상통화는 안 했음.
사진을 보고는 딸이 엄마에게 전화하여 렌즈 좀 닦고 사진 찍으라고 했음.다시 사진 예쁘게 브이하여 찍어 보내면서 깨끗하게 찍혔구만......그러기를 두세번 반복했고 나중에는 알콜솜으로 닦고 찍었건만......... 이러고 지나갔음.
딸은 변해버린 아빠 모습에 충격 받고 울며불며 전화를했고 한시간 가까이 기도와 통화를 했음.
딸이 카톨릭이었음.
딸은 매일 전화하여 기도했음.기도를 하고 나면 반나절 정도는 헛소리는 괜찮았음.
머리카락 떼라는 호소는 지속되었음.
밤낮이 따로 없었고 여사님도 지치고 심지어는 밤에 잠도 안 자기 시작했음.
답답하다고 숨 막힌다고 하거나 누가 잡아 당긴다거나.....가끔 선잠 들었다가 벌떡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며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음.
대부분 앞뒤 문맥이 안 맞거나 헛소리들..
"난 모른다....그런거 없다.........''
아,간성혼수인가보다.....끝이 왔구나.....
암모니아 수치를 보면 수치는 괜찮고......
뇌로 전이되었나 싶어 또 검사......하고...
그러던 어느날 환자가 부인에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음.
''집에 갈래.여보.금발 여자 무서워.나보고 자꾸 뭘 달라고 그래.''
부인은 안 된다고 반대하다가 점점 갑갑하다, 죽을 것 같다,누가 잡아당긴다 등등 호소하자 고민했음.
어느날부터는 신발을 숨겨 놓으라고 여사님에게 소리쳤음. 신발만 보이면 달라하고 주면 이불 아래 숨기고.힘 없으면 여사님에게 옷장이나 싱크대에 숨기라고 했음.의료진이 와도 신발 달라고....
부인이 집에 평소에 신던 신발을 가져 왔으나 역시 화내며 숨기라고.....
어느날은 간병에 지쳐 근무복 세탁을 못하여 입을게 없어서 옆 병실의 타 협회 간병인 근무복 티셔츠를 빌려 입고 왔더니 환자가 경기를 하며 부들부들 떨고 난리가 났음.노란색이라며.....노란색 싫다고..ㅠㅠ
이후부터 집에 가자고 부인을 조르고 난동을 더욱 강하게 피웠음.
설득하다 실패한 부인은 잠깐이나마 집에 다녀와보자고 결심 했음.
부인은 여사님에게 집에 같이 가자고 했고ㅠ
마음이 짠해진 여사님은 거절을 못하고 같이 가서 집에서 간병했음.
희한하게 집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고 너무 잘 지냈다함.
심지어 식사도 하고..... 그 좋아하는 골프 방송도 내내 보고....여사님에게 골프채 쥐여주고 해 보라고~~이래라저래라~가르쳐주기도 하고.....
한달여 잘 지냈고 어느날 피를 토하게 되자 응급실로 다시 실려왔음.예전 그 병실로 입원했음.
병실로 들어서자마자 환자는 이 병실 싫다고 했음. 이제는 못 나갈거라고 말 했음.
괜히 불안했다함.
아니나 다를까 그 밤에서부터 예전과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음.무한반복........
환자가 너무 그러니 불쌍해서 여사님이 손 붙잡고 울었음.
''아줌마.이번엔 내가 못 나갈것 같으니 신발 좀 찾아 주오.''
''........,''
머리카락 떼라며 왼쪽 발을 탁탁 흔들고.....
신발 숨겨라.더 심해졌음.
그즈음 빈에 사는 딸이 사진 찍어 달라기에 사진을 찍어 보냈음.
딸이 사줬다고 좋아하던 골프복을 입고ㅠㅠ
딸에게 카톡 옴.
또 사진이 흐릿하다고,아빠 목 주위에 노란 선이 있는데 그거 좀 치우고 찍어달라고.....
미칠 지경임.암만봐도 깨끗하구만.......
그 사진찍고 곧 상태 나빠져 혼수상태가 되었고 딸에게 연락도 하기 전에 딸이 빈에서 귀국했음.
그날 밤 환자 사망했음.
장례식장에 가보니 부인이 여사님에게 울면서 얘기하더라함.
염할 때 보니 남편 왼쪽 엄지발가락에 노란 실같은 머리카락이 감겨 있었다구......
그럴리없다 씻고 닦일 때 없었다 사모님도 봤지 않느냐....변명 아닌 변명은 했지만 너무 찜찜했고 생각할 기력도 없었음.
계속 찜찜하고 꿈자리도 사납고ㅡ웬 여자가 그 병실에서 맨발로 신발 찾는 꿈을 꾸거나 여사님 자신이 신발을 안고 도망다니는 꿈ㅡ해서 집에서 쉬었음.세계 일주 여행을 간 막내 아들이 전화를 해선 스페인에 왔는데,
''엄마.낮에 성당을 구경해서 그랬는지...꿈에 엄마가 웬 여자의 성당 장례식에 왔더라.엄마가 관속의 여자에게 예쁜 파랑구두를 신겨주면서 그렇게 엄마가 울었어.불쌍하다구.'' 그러면서 꿈이 너무 선명해서 전화했다고 했음.신발? ㅎㄷㄷ 섬뜩했음.
그날 저녁 오랫만에 간병인 월요 모임에 참석했음.
그 분 간병할때 워낙 빡세게 근무했던터라 근 4개월 동안 동료들과 못 만났음.
이런저런 애환과 맡은 환자에 대한 불평...간호사들 뒷담화.....불만들.....
''동생!이번에 길게 했어?무슨 환자?''
''브이아피 병실.''
그러자 부러워하는 눈빛보다 깜짝 놀라는 반응이 더 거셌음! 아니!왜 저렇게 놀라?난 뭐 고급 병실 가면 안되나?
''혹시 스페셜 병실 아냐?거기 금발 러시아 귀신 나온다는 병실!''
얘기인즉 한 반년전에 러시아 여자가 유방암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어느날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 죽기 직전에 부랴부랴 러시아로 귀국했고
아마도 사망한채로 갔을거라고.....추측...
그 뒤 그 병실에서 타 협회 간병인이 금발 귀신에게 시달려서 그만뒀다고 소문이 장하게 났다함. 화장실에 볼 일 보고 돌아서니 거울을 보는 금발여자가 서 있었다,꿈을 꾸었는데 병실을 돌아다니며 신발을 찾더라,가위 눌려서 보니 여자의 금발이 목을 조르고 있었다등.
동생이 모임을 안 나오니 소문을 못 듣지 않느냐......별 일 없었냐? 등.
여사님은 너무 무서워서 단 한마디도 못했고 덜덜 떨면서 바로 귀가.그 후 심하게 몸살을 했음.
49재를 일주일 앞두고 그 부인이 고맙다고 점심을 같이 하자해서 찜찜한 마음을 감추고 만났음.
딸도 같이 나왔음.
딸은 여전히 울면서 아빠에게 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 했음.
그러다가 염할 때 있었던 일을 얘기했음.
''사모님.정말 씻길때 머리카락 없었어요.보셨잖아요''
''알아요.제가 봤을때도 없었어요.이상하죠? 금발 머리카락이 어디서 나왔는지....''
간병인들 사이의 소문이 생각이 나서 얘기할까말까 계속 망설였다함.상관이 없는지 있는지.....
딸은 아빠 사진을 보고 사진 속 아빠 목에 노란 선이 보였는데 그게 머리카락이었을까? 물었음!
히엑? 부인이랑 여사님이 그 사진을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음.딸은 목을 가로지르는 노란선이 있다고 계속 얘기를.....
갑자기 귀국을 결심한 이유는 사진 속 아빠가 희미한 흑백사진속 인물같이 오래되고 바래게 보여서 느낌이 너무 안 좋았고 성당에서 기도하면서 울고 있으니 신부님이 보시곤 위로를 해주길래 사연을 얘기하며 기도를 부탁하니 사진을 보자구.....사진을 보시던 신부님이 얼른 아빠곁으로 가라고 .....그래서 부랴부랴 왔다고.....
원본사진은 깨끗한데!
결국 여사님은 부인에게 금발귀신 얘기를 했음.
부인은 놀라며 생각을 하더니 입원했던 병동 간호사실을 찾아가겠다고.....
삼일 뒤 부인에게 전화가 왔음.
러사아 여자 환자는 유방암 말기 환자였고 파랑색 눈.. 금발이었고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급하게 귀국한거 맞으며 가고나서 병실 청소를 하게 되었는데 급하게 간다고 일부 짐을 두고 갔다함.
통역에게 전화하여 짐이 있으니 연락해보라고 했더니 곧 가지러 온다 했다고.
결국 안 왔고 통역에게 또 연락하니 자기가 시간날때 러시아로 붙일거니 보관 부탁한다고......
결국 안 왔고 간호사들도 잊어버렸고 창고에....
부인이 얘기를 하고 받아서 짐을 살펴 봤음.
구두를 보니 파랑색 킬힐로 화려함의 극치!
실크 속옷 몇 벌과 화려한 원피스 등.
뭔가를 싸놓은 부들부들한 손수건을 펴보니 화려한 리본에 묶인 긴 금발 한 줌.
러시아 환자는 배우였으며 50대 초반.
입원중에도 늘 화장을 진하게 하고 있었고 환의를 입지않고 본인이 가져온 하늘거리는 실크 원피스 잠옷을 입고 지냈다함.항암을 하여 머리카락이 한웅큼씩 빠지자 어느날 삭발을 하면서 기념으로 잘라 두었던 거라고 간호사들이 말함.
결국 첫 입원에서 몇 달을 버티다 부랴부랴.......ㅠㅠ
49재를 하면서 부인과 딸은 이 물건들을 태워주었다 함. 이후 여사님도 그 누구도 금발 귀신 봤다는 소문은 없었고.........
브아이피 스페셜 룸 구경 가 볼까요?
궁금하긴 하네요!
호텔이라던데.......
그 러시아 배우가 진짜 예뻤다는 소문이 있네요.
눈이 보석 같았고 긴 금발이 허리까지 내려왔대요! 키도 크고......처음 입원했을때 모두 입을 쩍 벌렸대요! 아픈데도 그 정도라니!
유명한지 그건 모르겠지만 자기가 나온 드라마를 늘 보곤 했다네요.
어휴.여사님 입담에 아이스커피가 다 녹아 물이 되었어요.....
지각은 안 했어요! 땡과 동시에 뛰어 들어왔죠!
아무도 태클 걸지않았지만 그냥 혼자서 눈치본 하루였네요.
이만 총총.........
예뻐야 되나봐요....세월이 흘러도 모두가 기억하는 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