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국가 해법은 죽었다
국제기구나 어지간한 나라들(우리나라도 포함된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법으로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지지해왔다. 웨스트뱅크와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자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해법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 기나긴 칼럼의 내용이다.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참조 1). 어차피 옛 이스라엘은 끝났다(참조 2). 2-국가 해법은 불가능할 듯 하며, 어쩌면 페레스가 예전에 선호했던 요르단 해법(Jordanian option)이 낫잖을까 싶다고 썼었다. 요르단 해법은 별 거 아니다.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취소, 요르단이 관할토록 하자는 얘기다. 사실 이 글의 알렙 벳 예호슈아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결국은 요르단 해법의 변형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1) 팔레스타인 통치기구를 해체, 이스라엘이 다 흡수한다. (2) 가자 지구는... 저자가 거론하지 않았지만 결국 이집트에게 넘기는 식이 될 것이다. (3) 역시 저자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요르단과는 더더욱 친해져야 할 일이다. 잠깐 어지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나도 직접 팔레스타인 사람(그는 라말라 거주민이었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들에게 서로 다른 결핍이 있으며, 예호슈아도 그점을 꿰뚫어보고 있다. 어째서 이런 해법이 나오는지 잠깐 보자. 유대인들은 고향이 없는 민족이다(일부러 현재형 술어를 사용했다). 어차피 유대인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 처음부터 유대인의 땅은 아니었으며, 고대 이스라엘의 멸망 이후에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민족의 정체성만 유지했었다. 이거 잘 이해해야 한다. 현대 이스라엘을 처음 세웠을 때 우후죽순 진입해 온 유대인들은 멋대로 살았고(주변 아랍인들과 같이 반-영국 투쟁을 벌였었다), 후에 각 전쟁을 통해 정착촌을 이스라엘 정부가 옮기거나 없애거나 할 때도 군말 없이 옮겨 가 살았다. “고향”의 개념이 비-유대인들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돌아갈, 돌아가야 할 곳이 없다.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베트남의 미국인, 혹은 알제리의 프랑스인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자. 이들에게는 나라가 처음부터 없었다. 오로지 가족과 씨족, 같은 마을 사람들만이 정체성의 전부였고,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연전연패할 수밖에 없었다(참조 3).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 정체성이 결핍되어 있다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가 실제로 2국가 해법을 논의하려고 압바스와 대화하려 했을 때, 압바스가 계속 대화를 사양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자기들 의견이 통일이 안 되니 말이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은 하나가 아니다. 크게 파타와 하마스로 갈려 있지만, 그들 자신도 씨족마다, 지역마다 모조리 다 갈라져 있다. 스스로를 단일한 국민으로도 생각하지 않으며, 크리스트교를 믿는 이들도 꽤 있고, (자기들은 아랍인이 아니라 하지만) 드루즈도 상당수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씨족과 출신지만 따지는 사람들이 그들이며, “난민”의 개념과 들어맞지도 않는다. 이스라엘 정착촌 때문에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겨갔을 뿐. 중간 정리하자. 유대인들에게 고향은 부차적인 존재이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고향은 곧 나라가 아니다. 대화의 접점이 없다. ---------- 하지만 말이다. 70년 동안 이스라엘 안에서는 그런대로, 그럭저럭 어울려 살아왔다. 직장과 고용 상의 이유겠지만, 히브리어를 말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매우 많으며 이들은 상당한 비중의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결국은 차라리 이스라엘 국적을 주는 편이 낫다(참조 4). 다만, 이스라엘 국체를 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변경을 고려해야 할 일이다. 크네셋으로부터 행정부를 독립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며, 일종의 유대-팔레스타인 연방국처럼 만드는 일이다. 선거 또한 현재의 비례대표제가 아닌 지역구를 도입하는 편이 낫다. 중동에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는 세속 국가로서 “정상화”를 위한 제안으로서, 예호슈아의 글은 사안을 피상적으로만 접하는 내가 보기에도 그럴듯하다. 만약 이 해법대로 간다면야 수도 예루살렘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요르단이 좀 수고로울 것이다. 어차피 팔레스타인들 때문에 왕가가 무너질 뻔 한 경험이 있는 요르단은 웨스트뱅크를 안 받으려 할지 모르며, 향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를 중재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2국가 해법이 이제 효력을 다했음을 어떻게든 선언하는 편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매우 좋은 타이밍에,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라는 얘기다. 정말 세상이 많이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일단은 모두들 고민을 해 봤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2국가 해법은, 죽었다고 봐야 한다. ---------- 참조 1. 시몬 페레스의 여러 얼굴(2016년 9월 30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4487468754831 2. 옛 이스라엘의 종말(2016년 6월 11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4183746089831 3. 중앙의 통제에 전혀 따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스라엘에게 고스란히, 전투 없이 점령지를 넘겨버린 사례가 많았다. 자기 마을만 지키면 됐지, 왜 남의 가문/마을을 지켜주냐는 인식 때문이다. 4. 어차피 예루살렘 거주 팔레스타인인 전부, 그리고 유대아와 사마리아 거주 팔레스타인인 상당수가 통행권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