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라면 한번쯤 들었을 '그 모임'의 정체.txt
안녕하세요. 이 시대 가장 보통의 체력을 가졌지만 열정만은 보통이 아닌 보통남입니다. 오늘은 또 새로운 러닝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ㅋㅋㅋ
<지난 이야기> 누나의 따뜻한 배려로 난생처음 러닝화를 갖게 된 보통남. 러닝화 테스트를 위해 동네 주변을 달리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그만 러닝의 마력에 빠지고 마는데!
러닝을 시작한 지도 벌써 3개월 차...
그동안은 혼(자)런(닝)만 해도 별로 아쉬움을 못 느끼던 저였지만 3개월이 넘어가다 보니 뭔가 발전도 없고 지루해지는 느낌.
뭔가 새로운 동기부여,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같이 뛸 친구들을 수소문 하다가 우연히 런크루 라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러닝에 입덕하신 분들이라면 한번 쯤 그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주일에 한번 도시 한복판을 함께 뛴다는 의문의 집단..런크루! 서울 뿐만 아니라 인천, 부산 등 전국 각지에 존재하며 할로윈 시즌이면 좀비 런크루(!!)같은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호기심이 동한 저는 런크루들의 인스타그램을 몇개를 팔로우하면서 동태를 지켜보다가 제일 괜찮아보이던 WAUSAN30(넵, 그 와우산 맞습니다)이라는 런크루에 조인했습니다. 저의 주요 활동지(?)인 학교 근처기도 하고, 사진만 봐도 훈훈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점이 맘에 들더군요. 몇몇 런크루는 입단과정도 까다롭고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동해부랐쓰.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첫 런크루 모임
뭔가 나와 같은 러너들이 근처에 이렇게 많았구나!! 그리고..다들 열심히 뛰고 있었구나!! 싶어서 뛰기도 전에 또 감동... 보통남은 사실 감성가이였던 것입니다.
다들 피지컬이 훈훈하셔서 약간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첫날부터 다들 잘 챙겨주셔서 금방 어색한 기운을 털어내고 웜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웜업이 끝나마자마자 숨 돌릴 새 없이 바로 본격적인 5km 약 40분짜리 코스의 러닝이 시작됩니다. 이날 기온이 영하 6도인데다가 40분 코스는 처음이라 속으로는 후덜덜했지만 애써 긴장한 마음을 숨겨보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뛰었습니다 ㅋㅋ 하지만 초짜는 초짜인지라 다른 분들에 비해 폼도 뭔가 안나고 움직이도 굼떠서 신경쓰이더라구요.
그때 그런 저를 눈여겨 보고 있던...
그녀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오늘 처음 오셨는데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으시네요~"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파란옷을 입은 작은 체구의 여성분이 계시더군요.
혹 나의 숨길 수 없는 매력에 자석처럼 이끌리신 것 아닐까..
'하..하지만 나에겐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데!!"
어떻게든 그녀와 나 사이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자 필사적으로 발걸음을 빨리해보지만 아아 야속해라...영 속도가 빨라지지 않더군요.
이때 이어지는 그녀의 한마디. "그런데 팔은 그것보다 덜 흔드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고보니 WAUSAN30의 터줏대감같은 선배러너분이셨습니다. 아직 초보인 저에게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고 싶으셨다고... 채연을 닮으셔서 편의상 채연크루라고 부르겠습니다.
"오르막길에서는 상체를 숙이고 보폭을 줄여서 뛰세요~" "팔에 힘을 주지 마시고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가볍게 흔들린다는 느낌으로" "허리는 굽히지 마시고 몸을 곧게 편 수직 상태로 유지하세요"
40분의 러닝 세션 동안 채연크루는 어리버리한 저에게 러닝 꿀팁을 속사포처럼 전수해주셨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직접 제 자세를 꼼꼼하게 봐주는 게 처음인지라 부끄럽기도 했지만 확실히 채연크루의 말을 들으니 몸도 편하고 속도도 더 나는 느낌! 이래서 다들 런크루..런크루 하는구나(납득) 장비는 저번에 소개드렸던 '보통남의 러닝풀셋'을 기본으로 위에 나이키 하이퍼쉴드 러닝 재킷만 한 장 더 입어줬습니다.
당시 기온이 무려 영하 6도라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챙겨입으니 뛰기 전부터 따땃합니다. 한 20분 뛰니까 ㄹㅇ 땀이 막 날 정도 ㅋㅋㅋㅋㅋ 제가 어릴 때부터 땀이 많기로 유명하긴 했지만 이렇게 영하의 날씨에 땀을 흘려보긴 처음ㅋㅋ 이 정도면 보온성 ㅇㅈ??? 어 ㅇㅈ.
그렇지만 통기성이 좋다보니까 잠깐 쉬는 동안 땀이 다 말라서 다시 보송보송해지는 걸 보고 '투자한 값어치를 하는구나' 싶어 뿌듯뿌듯
앞쪽에서 뛰시는 몇몇 형님들은 팔에 큼직한 시계를 차고 계시더라구요. 나중에 여쭤보니까 garmin이라는 스마트 워치라고 합니다. 각 잡고 러닝하시는 분들은 단순히 뛰는 게 아니라 기록에도 신경쓰시기 때문에 심박수 측정, GPS 기능이 있는 운동용 시계를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신다고 하더라구요. garmin 뿐만이 아니라 최근 나이키에서 새로 나온 러닝 전용 애플워치도 많이 쓴다고 합니다. 이렇게 또 스마트워치 뽐뿌가...ㄷㄷ
제가 부러워하니 요새는 러너용 앱도 잘 나왔으니까 깔아보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일단 Nike+ 앱을 이용해서 제 기록을 저장하는 것부터 해보고 애플 워치는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두는 걸로.. 정신없이 뛰다보니 어느덧 5km 코스 완주!!! 끝은 역시 단체 사진이죠 ㅇㅇ 인스타에서 동경 가득한 눈으로 바라 봤던 런크루 단체 사진에 어엿한 일원으로 끼게 되니까 또 감개무량 해버렷...!!!!
이렇게 서울에서 가장 힙한 러닝 코스를, 가장 힙한 사람들과 뛸 수 있었던 첫번째 런크루 세션을 마무리했습니다.
빙글에도 2017년 맞아서 러닝 계획 세우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혼자 하면 작심삼일, 함께 하면 목표달성 입니다! 저도 올해부터는 혼런 대신 런크루와 함께, 보통남에서 최강러닝남으로 거듭나 보려 합니다.
저의 러닝 도전기도 빙글에 꾸준히 연재할테니 제 컬렉션 "보통남의 러닝일기" 많은 빨로 부탁드립니다.
구 독 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