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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 상영중] 언더독 - 개들이 꽃보다 아름다워

우리말에는 유독 개(dog)와 관련된 관용어가 많다. 한국인이 가장 자주 쓰는 욕설, 비속어의 집합은 개를 포함한 표현을 제외하면 굉장히 홀쭉해질 것이다. 증오의 대상에게 침을 튀기며 '개xx'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을 볼 때면 '과연 저 인간이 개보다 나은 동물이라는 증거는 무엇인가?'라고 묻게 된다. 아주 어지럽고 정리가 안 된 상황을 접하면 누구나 쉽게 '개x'이라고 말한다. 아마 수많은 개들이 제각기 짖어대는 소음으로 가득한 현장만큼 혼란스럽다는 뜻 이리라. 비록 주로 거친 말이긴 하지만 우리말에 개 관련 표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개가 오랜 시간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한국에서 개를 반려동물로 여기고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1천만 명을 넘어선 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예전에는 주로 마당에 살면서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킨 개들이 이제는 사람만으로 데울 수 없는 외로움의 자리가 얼어붙지 않게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가 준 위로와 헌신은 결국 개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쉽게 잊히곤 한다.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개들은 개만도 못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버림받는다.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의 주인공은 사람에게 버림받은 개들이다. 주인이 자신을 버렸을 리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던 뭉치(디오)는 짱아(박철민)가 이끄는 유기견 무리에 합류해 살아남는 법을 배워간다. 개 사냥꾼(이준혁)이 시시각각 무리를 위협하고, 재개발 지역 안에 어렵게 마련한 보금자리가 파괴되자 짱아 무리는 평화가 일상인 이상적 거처를 찾아 함께 떠난다. 뭉치의 마음을 사로잡은 밤이(박소담)도 여정에 동참한다. 이후 이야기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흐른다. 
<언더독>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다소 진지한 주제의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이다. <언더독>에서 '전체 관람가'는 '어린아이가 타깃인 애니메이션'을 암시하기보다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가 음미해볼 만한 영화'를 뜻한다. 다양한 견종을 토대로 정성 들여 창조한 귀여운 캐릭터들과 아름답게 그려낸 한국의 청정한 산수는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을 배가한다. 박철민을 비롯해 디오와 박소담 등 준수한 연기력을 보유한 배우들은 낯설었을 법한 목소리 연기도 무리 없이 해냈다. 특히 짱아의 목소리를 연기한 박철민의 중얼거림은 웃음의 방아쇠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 이상으로 만들기 어렵고, 제작에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고생 끝에 훌륭한 애니메이션이 탄생한다고 해도 들인 노력에 비해 관객의 사랑을 받을 확률은 크지 않다. 자연스레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는 박하다. 한국영화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오성윤, 이춘백 감독의 전작 <마당을 나온 암탉> 개봉일이 2011년 7월 28일이었고, <언더독>의 개봉 예정일이 2019년 1월 16일이니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혹한기는 제법 길었다고 할 수 있다. 개들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언더독>이 때로는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보다 아름답다는 사실도 알게 해 줄지 궁금해진다.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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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 특유의 스타일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언더독이 한국 애니인 줄 모르고 첫번째 이미지를 보자마자 한국 애니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챙겨 봐야 겠네요. 소식도 리뷰도 감사합니다 :)
이번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특유의 작화 스타일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분명 공통점이 있겠네요 즐겁게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
평 읽기전엔 관심이 없었는데 재밌겠어요~^^꼭 시청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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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롱스타킹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 절망과 고통의 늪속에서 희망을 찾아야하는 까닭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흐르는 배경음악 앤 브런(Ane Brun)의 노래 'Springa'가 귀에 맴돌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가 있습니다. 절망과 좌절 속에 쓰러지거나 굴복하지 말고 스프링처럼 회복탄력성을 갖고 튀어 올라 살아가라는 선율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위안과 파이팅을 전합니다. 바로 부모 세대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주근깨 투성이의 양갈래 머리 소녀 삐삐의 이야기를 그려낸 아동문학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진짜 인생 이야기를 담은 실화 소재의 스웨덴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입니다. 지난 2018년 개최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주연 배우 어거스트 알바가 유로피안 스팅스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저명한 아동문학가 린드그렌이 자신의 생일에 전 세계 아이들로부터 동심이 가득 담긴 감사 인사와 생일 축하 그림 편지를 읽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에 비친 작가의 삶에 대한 따스한 마음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축하 선물로 보낸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전달되면서 말괄량이 10대 소녀 아스트리드의 이야기를 소환합니다. 그에게 삶의 기반이 되었던 파란만장한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선택과 성장을 거듭한 6년 여 간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은 세계적인 명작 '삐삐 롱스타킹'의 탄생에 대한 기원을 찾게 되고 가슴 찡한 울림과 깊은 여운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필자의 어린 시절, TV시리즈로 봤던 '말괄량이 삐삐'는 주근깨 투성이의 양갈래 머리를 하고 괴력을 지녀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이들을 혼내주는 캐릭터로 기억됩니다. 영화 속에서 아스트리드 역시 발랄하면서도 명랑한 끼를 숨길 수 없어 온 가족의 참석한 주일 예배에서 주의가 산만한 아이입니다. 엄마로부터 눈총을 받은 아스트리드는 늦은 저녁 오빠와 집으로 가는 길에서 고함을 지르며 억압된 기제를 폭발시키고 저녁 사교모임에서 전체 분위기와 따로 노는 전신 댄스를 추기도 합니다. 이렇듯 교회 목사의 소작농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란 성장 환경은 부모가 물려준 머리를 자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억압에 짓눌리면서 '말괄량이 삐삐'의 탄생이 예고되는 듯합니다. 작가는 어른들의 눈에 비친 말썽꾸러기 아이들로부터 강한 의지와 자유로운 발상 등 생명력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그의 인생은 글 솜씨가 있는 딸의 재능을 눈여겨본 아빠가 지역 신문사의 인턴으로 소개하면서 큰 전환을 맞이합니다. 아스트리드는 신문에 난 여류 작가의 글을 동경하면서 관습과도 같았던 양갈래 머리를 자를 결심을 하고 쇼트커트의 신여성으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이혼 소송 중에 있는 편집장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게 되지만 당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인습 때문에 고국 스웨덴을 떠나 덴마크에서 출산하고 육아를 위탁해야만 했던 거죠. 특히, 1920년대 보수적인 스웨덴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미혼모에겐 가혹한 보수적인 사회의 폭력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택한 사랑을 책임지고, 미혼모로서 살아가는 아스트리드의 격정적인 삶을 조명하는데요 벌금형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린 편집장의 이혼 소송은 위탁 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유대 관계의 부재 속에 상심한 모성을 어루어 만져주지 못합니다. 영화는 속기와 글쓰기를 배우는 등 비서 수업을 받으며 새로 취직한 아스트리드가 위탁모의 병세로 인해 아이를 데려오게 되면서 실제 남편이 된 스투레 린드그렌을 만나기까지 그녀의 치열한 삶을 조명했습니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겪어봤을 보편적인 에피소드들과 위탁가정에 맡긴 아들을 데려와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애틋한 모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며, 아스트리드의 선택에 조용한 지지를 보낸 부모의 속 깊은 사랑이 세계적인 아동문학가를 만든 근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절망과 고통의 늪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까닭을 전하면서 '삐삐 롱스타킹'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였습니다. / 소셜필름 큐레이터 시크푸치 https://youtu.be/Y1K4y4j-wFg
<미나리>
<미나리>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일단 마운틴듀에서 합격. 다른 영화들에서 근본 없는 콜라, 사이다, 환타(심지어 어떤 영화는 미린다)를 내놓고 좋다고 마시고 있을 때 홀로 뚝심을 밀어붙이며 근본 중의 근본 마운틴듀를, 그것도 식사할 때마다 마신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일단 합격이다. 중간에 나오는 데이빗과 할머니(윤여정)의 에피소드를 위해 오줌과 색이 비슷한 마운틴듀를 썼다고 혹자는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자면 어디 비슷한 색의 탄산음료가 한 둘인가. 나는 분명 마운틴듀가 정이삭 감독의 고상한 취향이라고 믿으며 이는 곧 그가 맛잘알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식당들에 콜라와 사이다 밖에 없는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많은 식당 사장님들이 <미나리>를 보고 식당 음료 라인업에 반드시 마운틴듀를 갖추어 놓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일반적으로 마운틴듀가 있는 식당은 맛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마운틴듀에 대한 예찬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아쉽지만 영화 이야기도 하긴 해야 하니...... 이만 줄이고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미나리>를 아직 안 본 관객분들은 조심하시길. 영화의 내용은 한국에서 이민 온 부부와 그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머나먼 한국에서 날아온 외할머니 순자가 아칸소에서 살아가며 진정한 가족이 되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은 원대한 꿈, 아메리칸드림을 가지고 있다. 아칸소의 광활한 땅을 사들여 거기에 커다란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제이콥은 모니카(한예리)에게 말한다. 농장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병아리 감별사 일 할 필요 없을 거라고, 맨날 병아리 똥구멍만 들여다보는 짓 그만해도 된다고. 그렇게 제이콥과 모니카, 그리고 그들의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데이빗(앨런 킴)은 아칸소의 광활한 땅 위의 바퀴 달린 트레일러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땅만 산다고 농사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닌 데다 돈 나올 곳도 없으니 제이콥과 모니카는 농장 일과 함께 병아리 감별 일을 병행하게 된다. 일이 바빠 심장이 좋지 않은 데이빗을 앤과 단 둘이 자주 집에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모니카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아이들의 외할머니 순자(윤여정)를 불러 아이들 돌보는 일을 부탁하고 그렇게 다섯 사람은 아칸소의 대지 위, 바퀴 달린 집에서 모여 살게 된다. 아칸소에서 생활하며 갖은 시련과 고초를 겪은 그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가 바로 <미나리>다. 영화의 초반부에 <미나리>는 병아리 부화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병아리 감별 일을 하는 부모님을 따라온 데이빗이 지루해하며 부화장을 나가자 제이콥이 따라 나가 담배를 피우는데 그때 카메라는 부화장 위 굴뚝으로 검게 타오르는 연기를 비춘다. 데이빗이 제이콥에게 저게 뭐냐고 묻자 제이콥은 쓸모없는 수컷 병아리를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폐기'가 뭐냐고 묻는 데이빗에게 제이콥은 쓸모없는 병아리를 없애는 것이라며 그러니 우리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장면은 제이콥의 상태와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곳은 쓸모없는 수컷이 '폐기'되는 곳이다. 그래서 제이콥은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하여 아칸소의 광활한 땅을 사들여 농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농장이 성공해 돈을 벌고 모니카가 병아리 똥구멍을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면 제이콥의 수컷으로써의 쓸모가 증명되고 그는 '폐기'를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제이콥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모니카에게는 그다지 탐탁지 않다. 이렇게 거대한 땅에 혼자 농사를 짓겠다는 제이콥의 꿈이 무모해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바퀴 달린 집, 비 오면 물이 새는 천장을 가진 집에서 아이들을, 그것도 심장이 좋지 않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불만스럽다. 그냥 캘리포니아에서 같이 열심히 병아리 똥구멍을 들여다보면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아이들을 부족하지는 않게 키우며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러한 둘의 대립은 병아리 부화장에서 보여준 수컷의 '폐기'와 연결된다. 수컷이 쓸모없어 '폐기'된다는 말은 곧 암컷은 폐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80년대의 가족 구성에서 남자의 역할은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고 여자의 역할은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었다.(물론 현재는 그런 성역할 분담이 잘못된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여자는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이상 '폐기'될 일이 없지만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폐기'될 수밖에 없다. 여자가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면서 병아리 감별까지 해야만 지탱되는 가정이다? 이것은 곧 여자가 남자의 역할까지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며 제이콥은 남자로서 자신의 부족한 쓸모를 자각하며 열등감과 열패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폐기'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제이콥은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자신이 제대로 된 남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폐기'되는 수컷 병아리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임을 말이다.(이것은 모니카가 제이콥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느냐와 상관없다. 제이콥 스스로가 느끼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열패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이콥에게는 무모하더라도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는 일, 즉 아칸소에 농장을 만드는 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몇 개 있다. 장대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상황, 토네이도가 올지도 모른다는 주의보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전이 되자 아이들은 모니카의 양 옆에 가서 딱 붙어 선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제이콥이 홀로 서 있다. 가정 내에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장면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네 명의 가족이 3:1로 양분된 상황. 엄마와 아이들은 공동체고 아빠는 홀로 맞은편에 서 있다. 아이들의 주양육자인 엄마와 가족에 대한 책임이 없는 아이들은 이미 공동체의 일원이다. 아빠가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정전이 일어나지 않을 만한 집, 바퀴가 달리지 않은 제대로 된 집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모니카가 제이콥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제이콥이 너무 농장 일을 열심히 하다 근육통으로 팔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자 모니카가 제이콥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이 있다. 제이콥은 머리를 감겨주는 모니카에게 말한다. 그래도 이렇게 일 하니까 기분이 좋다고. 근육통 때문에 도저히 팔을 들지 못할 정도임에도 그가 기분이 좋은 이유는 자신이 돈을 벌어오는 남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체감 때문이다. 비로소 떳떳한 남편이 되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 뒤에 제이콥이 이런 말을 꺼낸다. 이번에도 제대로 안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도 좋다고. 그 이야기는 곧 자신을 '폐기'하라는 말이다. 농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쓸모가 없는 것이니 쓸모없는 수컷 병아리처럼 가족에서 '폐기'해도 좋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이렇듯 <미나리>의 한 줄기에는 가족 내에서 자신의 쓸모를 입증하려 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병아리는 계속해서 영화 속에서 중요한 소재로 나오는데 데이빗이 다치는 장면과 연결되는 부분을 보자. 데이빗이 서랍장을 떨어뜨려 나는 소리가 병아리 부화장에서 제이콥이 병아리가 든 바구니를 떨어뜨리는 부분과 연결되며 장면이 전환된다. 떨어진 병아리들을 주워 담는 제이콥과 모니카에게 같이 일하던 한국이 동료가 말한다. 그냥 내버려두라고, 어차피 다친 병아리들은 쓸모가 없어 다 죽여야 된다고. 데이빗이 다칠 때 나는 서랍장이 떨어지는 소리와 병아리가 다칠 때 나는 바구니가 떨어지는 소리가 영화 속에서 겹쳐져 표현되었다는 것은 다친 병아리와 다친 데이빗의 처지를 동일하게 간주하겠다는 감독의 의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친 병아리는 쓸모가 없어 죽여야 하는데 그렇다면 다친 데이빗은 어떻게 됐을까? 서랍장이 떨어져 다친 데이빗에게 달려온 순자는 데이빗의 상처를 치료해주며 도대체 어떤 놈이 우리 손주를 다치게 했냐며 화를 내더니 대답도 없는 서랍장을 혼낸다. 네가 우리 데이빗을 다치게 했냐며 말이다. 그리고는 그 커다란 서랍장을 혼자 들었냐며 데이빗이 자기가 본 소년 중에 가장 스트롱 보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리고 데이빗이 웃는다. 다친 데이빗에게 다가온 건 다친 병아리에게 다가온 것과는 정반대였다. 순자는 데이빗에게 왜 다쳤냐고, 왜 조심하지 않았냐고 다그치지 않는다. 괜찮다며 치료해주고 데이빗을 대신해서 서랍장을 혼내주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스트롱 보이라고 칭찬해준다. 데이빗도 다쳤고 병아리도 다쳤지만 다친 데이빗이 당한 건 '폐기'가 아니라 순자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손주이고 할머니이기 때문에 다친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일 뿐이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서 병아리 부화장의 병아리와 인간의 처지를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제이콥의 수컷 병아리에 대한 동일시가 잘못되었음을, 가족 내에서 한 인간의 가치가 쓸모로 정해지는 것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똑같이 다쳤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은 병아리와 데이빗처럼 말이다.(물론 여기서 동물의 기본권, 생명권에 대한 철학적이고 심도 있는 토론이 촉발될 수 있겠으나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살짝 넘어가 보도록 하자.) 이러한 은유는 결말에 이르러 멋지게 갈무리된다. 제이콥, 모니카, 앤, 그리고 앨런이 시내에 나가 병원을 방문하고 거래처와 거래를 트는 사이 뇌전증이 발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동이 힘든 순자가 바닥에 떨어진 농산물들을 태워 없애려다 농장에서 나온 상품들을 보관하는 창고에 불을 낸다. 하필 제이콥과 모니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이제 그만 따로 살자는 암묵적 합의까지 이뤄진 상태에서 집에 돌아오던 네 가족은 타는 냄새와 함께 창고에 난 불을 목격한다. 거동이 불편한 순자가 불을 막을 수 있었을 리 없고 이미 불은 한참 번진 상태. 제이콥과 모니카의 분투에도 농산물을 구하지 못하고 창고는 불에 타 전소된다. 뇌전증에 걸려 오히려 보살핌이 필요한 순자와 농산물이 전부 불타 자신의 쓸모를 입증하지 못한 제이콥. 만약 병아리라면 이미 한참 전에 '폐기'됐어야 할 존재들이다. 그러나 제대로 말도 못 하고 거동도 불편한 순자가 불을 낸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족을 떠나려고 하자 데이빗은 그 앞을 가로막고 소리친다. “할머니 가지 마요. 우리랑 같이 집으로 가요.” 그렇게 그들은 가족이 된다. 바퀴 달린 집의 거실 바닥에 나란히 누워 잠을 자면서, 그리고 식탁에 불편한 몸으로 앉아 그들을 바라보면서. 인간은 병아리가 아니고 인간의 가치는 쓸모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쓸모가 있는 사람이어야만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함께 딱딱한 바닥에 서로의 등을 맞대고 누울 수 있는 이들이 가족이라는 것을 <미나리>는 우리의 눈앞에 보여준다. 영화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한참 진지한 말들을 늘어놓았는데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도 아주 알차다. 데이빗과 앤은 어디서 데려온 건지 아주 귀여우며 특히 교회에서 앤과 데이빗, 그리고 또래 친구들 간에 벌어지는 인종차별의 향연(?)은 미친 듯이 웃기다. 데이빗에게 네 얼굴은 왜 이렇게 플랫하냐고 묻는 소년과 칭, 챙, 총 등 온갖 아시아 언어 비슷한 말을 내뱉는 소녀가 중간에 한 '코모'라는 말을 귀신 같이 알아듣고 고모는 한국말로 아주머니(aunt, 이모라는 뜻이지만 영화 내에서 번역이 아주머니로 되어 있다.)라고 알려주는 앤, 그리고 "'코모'가 aunt라니 어썸한걸!" 하며 감탄하는 소녀. 지금 기준으로는 인종차별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네 얼굴이 플랫하다고 해놓고는 그 플랫한 데이빗과 개꿀잼으로 놀아주는 소년, 그리고 한국말 고모의 뜻을 알게 된 것에 어썸해하는 소녀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 얼굴이 찌푸려지기보다는 마냥 웃음이 터질 뿐이다. 영화적 연출도 좋았다. 위에서 말한 병아리 바구니 떨어지는 소리와 서랍장 떨어지는 소리를 겹치게 편집한 것도 좋았고 화투의 8월(공산)에서 아칸소의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대지로 장면이 전환되며 제이콥이 처한 현재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부분도 아주 깔끔한 연출이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이 하나 있는데 중간에 제이콥이 인종차별(?) 소년과 아침을 먹으며 소년의 새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는 부분이다. 그는 데이빗에게 제이콥이 산 땅에서 과거에 농사짓던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냐고 묻는다. 제이콥이 대답하지 않자 그는 관자놀이에 총을 쏘는 시늉을 한다. 농사가 망해서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인다. "그게 남자의 길이지." <미나리>를 다 보고 나면 깨닫게 된다. 그건 남자의 길이라기보다는 수컷 병아리의 길이다. 영화 속 한 문장 “할머니 가지 마요. 우리랑 같이 집으로 가요.”
<위플래쉬>는 감독 인터뷰 찾아 읽고 나서 영화가 더 좋아짐 (스포주의)
인터뷰어:( 플레처의 캐릭터에 대한 질문) 감독: 플레처는 항상 실지보다 거대한 괴물과 같은 인간으로 보여집니다. 주변에서 그를 괴물로 보고 두려워하기에 그는 마음껏 학생들을 학대하고 군림하죠. 한 사람의 위대한 뮤지션을 발굴할 수 있다면 불도저처럼 돌진해봐서 모든 이를 그 진로에서 깔아뭉게는 자입니다. 길에 버려지는 희생자들은 신경쓰지 않죠. 정말 나쁜놈이에요. 때문에 제 입장에서 플래처는 집필하기 신선한 역할이었습니다. JK 시몬스에게도 빠져들어 연기할 수 있는 역이었죠. 그를 무르게 표현하지 않는 것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했습니다. 플래처의 행동을 최대한 저속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죠. 플래처가 연주자들을 대하는 장면을 보고 ‘음, 그래도 저 사람 착할지도 몰라’ 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거에요. 저는 ‘심술난 늙은 스승이 알고보니 열정 가득한 순수한 분이었다’ 따위의 영화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플래처는 그 캐릭터 자체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질문’인 셈이니까요. “소위 ‘위대함’이라는 명목하에 이런 행동은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위대함이란 무엇이며, 어느 한 시점에서 위대함이 인간성을 상실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영화를 통해 제기하고 싶었고 또 그런 논의를 일으키기를 바랬습니다. 인터뷰어: 플래처에게서 배울만한 교훈이 있을까요? 감독: ‘참가상은 득보다 해를 끼친다’는 그의 철학은 흥미롭습니다. 그는 학생을 심하게 다그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보고도 그것을 실현하도록 모든 수단을 다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죠. 플래처에게 발견할 수 있는 고귀함이 있다면 바로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결국 음악을 향한 매우 깊은, 거의 비현실적인 열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그런 애정은 오늘날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있죠. 음악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진실되어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로막는다고 봅니다. 인터뷰어 : 결말 부분에서 플래처가 앤드류의 뒤통수를 친 게 단순히 복수가 아니라 사실은 모두 앤드류의 도약을 위한 계획일 수도 있겠군요? 감독: 그 부분은 각자의 판단에 남기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JK시몬스가 저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연기했을 수도 있지만, 저의 관점을 밝히자면 저는 플래처가 단순히 나쁜 짓을 하기 위한 나쁜 놈인 적은 없다고 봅니다. 영화 내내 그는 앤드류를 계속 닥달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앤드류가 실패하는 만큼이나, 플래처도 실패합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어차피 1도 신경 쓰지 않는) 지휘자 커리어를 걸고 앤드류가 헤어나오지 못할만큼의 웅장한 덫를 만듭니다. 그의 바램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더이상 앤드류를 신경 쓸 필요없게 깨끗히 지워버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앤드류가 찰리 파커처럼 잿더미에서 일어나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죠. 저는 그가 이미 두 가지 결과에 대해 다 준비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대에서의 앤드류의 집념은 플래쳐를 놀라게 했죠. 그 부분은 저에게 아이러니 입니다. 예술적인 절정에서 영화가 끝나지만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인터뷰어: 영화 엔딩 이후의 둘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이 마지막에선 함께했지만, 제 느낌에 이 둘은 영원히 서로를 증오할 것 같은데. 감독: 맞아요. 그 둘 사이에는 앙금이 계속 남아있을 거에요. 플레쳐는 영원히 그가 승리했다고 여길 것이고 앤드류는 슬프고 공허한 빈 껍데기 인간이 되어 30세의 젊은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겠죠. 저는 이후에 둘의 관계에 대해서 아주 어두운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포스트스크립스(post script/P.S/추신)으로 딱인데요? “그리고 나이 서른에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는다.” 감독: 좋은데요? 마블 영화들처럼 마지막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참, 근데 말이야. (Oh, by the way.)”하고 장례식 장면이 나오는 거죠. 인터뷰어: 그리고 플레처가 나와서 추모사를 하고요. 감독 : “감사할 줄도 모르던 배은망덕한 애새끼.” 출처ㅣ해연갤
(no title)
정우진 (소지섭, 아역: 이유진 扮) 단 한번이라도 널 다시 볼 수 있다면... 임수아 (손예진, 아역: 김현수 扮) 내 사랑 정우진, 정지호 기다려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조역 지호 (김지환, 청년: 박서준특별출연 扮) 나는 빨래를 잘한다, 나는... 홍구 (고창석, 아역: 배유람 扮) 나 니네 엄마랑 한 약속 다 지켰다~!!! 최 강사 (이준혁 扮) 서빈의 엄마 (서정연 扮) 체육 선생님 (이승준 扮) 특별출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묘령의 여인 (공효진 扮) 현정 (손여은 扮) 원작과의 차이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기존의 원작이 되는 작품 이치카와 타쿠지의 원작 소설과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한 04년 영화판 둘 다 포함한다. 전반적으로 캐릭터, 배경 설정 모두 04년 영화보다는 소설의 특징에 가까운 작품이 되었다 남자 주인공의 과거 경력은 소설과 04년 영화판 모두 육상선수였지만 본작에서는 수영 선수로 변경되었다. 소지섭이 과거 수영 선수 활동경력이 있기에 본인이 직접 수중씬을 대역 없이 촬영할 정도로 묘하게 맞아떨어졌으나 시기를 봤을 때 이를 일부러 의식하고 캐스팅했을 가능성은 적다. 현재 시점에서의 직업은 소설과 04년 영화판에서는 운동선수였던 과거와 접점이 없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으나, 본작에서는 수영장 직원으로 일하는 중. 여자 주인공과의 재회 장소는 현재 시점에서 장마철에 재회하는 곳은 터널, 과거에 재회하는 곳은 기차역이 되었으며 이 부분은 원작 소설과 같다. 호수 도시에서 만난다는 소설의 설정을 의식해 배경에 넣었다. 04년 영화판의 경우 전자는 현재의 가족이 살던 집, 후자는 해바라기밭이었다. 남녀 주인공의 성격은 소설판에 가깝긴 하지만, 변화된 부분도 많다. 일단 본작의 남주인공인 우진은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으로 묘사되었다. 그리고 소설판과 04년 영화판의 여주인공인 미오는 가정주부와 엄마의 역할을 처음부터 순순히 받아들였지만, 본작의 여주인공 수아는 처음에는 그저 남남처럼 인식하다가 천천히 가족의 일원임을 받아들여간다. 고등학교 시절의 연애서사는 크게 바뀌었다. 또한 우진의 군입대에 수아가 4년제 대학생으로 바뀌면서 서사가 길어졌다. 작중에서 완전한 관찰자와 인물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는 원작 소설에서는 농부르 할아버지, 본작에서는 우진의 친구 홍구가 있다. 04년 영화판에서는 그 역할이 의사와 빵가게 주인 둘로 분산되었다. 남자 주인공의 직장 동료인 나가세/현정은 04년 영화판에서는 비중이 높았지만, 소설과 한국 영화판에서는 단역 수준이다. 명대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무 걱정하지마. 우린 잘될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엄마는 지호가 없는 세상에선 백만년을 살아도 안 행복했을거야. 멋진 어른이 돼야 돼. 1990년 3월 2일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다니.... 그것도 하필 우리 반 남자 아이를.(아 쪽팔려! 바보! 어떻게든 짝이 되려고 일부러 발까지 틀렸는데....) 난 왜 이럴까? 내가 그렇지 뭐...(어린 수아) 드디어 너와 데이트를 했고 너와 손을 잡았고 드디어 우린 조금씩 가까워졌다.그런데 오랜만에 너에게서 편지가 왔다. 딱 한줄짜리 편지. 그렇게 우린 세번의 데이트를 끝으로 헤어졌다. 너무너무 보고 싶어... 니가 다시 날 찾아왔어. 니가 서울까지 나를 찾아왔던 바로 그날, 난 사고를 당했어. 그리고 눈을 떴는데 난 8년 후의 미래로 가 있었어. 25살의 나는 사고를 당한 바로 그 순간 모든 기억이 완전히 지워진 채 8년 뒤의 미래로 가서 33살의 너와 8살의 아들 지호를 만난거야.모든 게 낯설었고 모든게 어설펐지만 난 너와 다시 사랑에 빠졌고 생전 처음으로 너와 키스도 했고 너와 사랑을 나눴고 그리고 다시 헤어졌어. 그리고 다시 눈을 떴는데 난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어.교통사고로 6주동안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다 기적처럼 깨어났다 하더라고. 처음엔 꿈을 꿨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행복했던 기억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되살아나는거야.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어. 솔직히 나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점점 내가 본 미래가 진짜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커져만 갔어.당신과 결혼을 하고 귀여운 아들 지호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너무도 멋진 미래의 모습들에 가슴이 설렜지만 난 32이라는 나이에 사랑하는 당신과 지호만 남기고 죽.는.다. 난 너무 무서웠어. 그렇게 빨리 죽고싶지 않았거든. 만약 내가 이대로 당신과 헤어진 채로 살아간다면 난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 그러면 32살에 죽지않는 다른 미래가 올까? 그럼 난 더 행복할까? 하지만 난 알았어. 내가 그 사고로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래의 당신과 지호의 간절한 기다림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내 사랑 정우진, 정지호 기다려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