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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D, 로자 룩셈부르크 죽음의 책임을 인정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만 딱히 잘 모르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아마 로자 룩셈부르크일 것이다. 20세기 초 독일 바이마르 시대의 대표적인 빨갱이(...)인데, 혹시 여러분들, 웹툰 에이스 하이(참조 1) 보셨는지 모르겠다. 이 만화에서 보면 정신 나간 주인공 JJ가 속해 있는 베른슈타인 편대가 있고, 앙숙인 라이벌(?)로서 룩셈부르크 편대가 있다.

...이제 아시겠나. 룩셈부르크 편대는 당연히 로자 룩셈부르크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편대장도 당연히 여자. 베른슈타인 편대는? 자, 20세기 초, 빌헬름 황제 퇴위 후의 독일로 가 보자. 당시 독일은 SPD가 무혈입수한 바이마르 공화국이었다.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Eduard Bernstein)은 이른바 (독일식?) 사회민주주의의 창시자다. 전통적인 공산주의의 자본주의(+유물론+계급투쟁) 부정을 비판했다는 얘기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연한 얘기이지만 국내 노동자가 잘 살려면 결국 해외에서 이윤을 국내로 가져와야 한다. 자본주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더 나아가 제국주의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베른슈타인은 로자 룩셈부르크와 격렬하게 부딪혔다.

하지만 사민당은 공산당이 아니다. 베른슈타인의 사민당은 룩셈부르크를 비롯한 사민당 내 좌파를 극도로 탄압했고, 룩셈베르크는 사민당적을 버렸다. 사민당은 이들을 어떻게 탄압했을까? 준군사조직(자유군단/Freikorps, 참조 2)을 창설하고 대응했다. 기사에 나오는 구스타프 노스케가 자유군단을 만들고 그 밑의 발데마르 팝스트가 자유군단을 지휘하여 로자 룩셈부르크(그리고 카를 립크네히트)를 납치, 살해한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나면 그저그런(?) 역사 얘기랄 수 있을 텐데, 독일 사민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묘한 역사적 부채이기도 하다. 그리고 로자 룩셈부르크 암살 100주년, 사민당은 처음으로(?) 룩셈부르크와 립크네히트의 암살을 인정했다. 이건 거의 바티칸이 갈릴레오를 인정한 것과 비슷한 시각에서 봐야 할 일이다. 어떻게 인정했을까? 구스타프 노스케가 암살을 사주했다고, 거기까지다.

당시 사민당 정권에 대해서는? 스파르타쿠스단/독일공산당이 일으킨 더 많은 유혈을 막기 위해 법과 질서를 지키는 역할이었다 정도로 수습했다. 룩셈부르크 암살은 더 많은 유혈 사태가 아니었다는 얘기일까? 아니면 현재 SPD의 방향을 다시금 왼쪽으로 틀려는 신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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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2. 어떻게 보면 이 사민당의 자유군단은 나치의 돌격대(Sturmabteilung)를 전조했고, 실제로 나치 돌격대들 상당수가 전직 자유군단이었다. 나중에 장검의 밤을 통해 히틀러가 처단했던 돌격대장인 에른스트 룀(Ernst Julius Röhm)도 당연히 자유군단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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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락된 도시의 여자
월요일은 역시 독서지. 이 책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이 저지른 베를린 집단 강간에 대한 건조한 보고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독일 여자가 쓴 이 일기가 독일어로 출판될 수는 없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텐데… 일기 원본은 그녀 스스로 마음 속의 검열 때문이었는지 약자나 암시하는 단어로 썼던 모양이다. 읽을 수 있는 글의 형태로는 1950년대 초에 그녀가 직접 옮겼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출판하려 마음 먹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1950년대에 영어판이 먼저 나왔고, 독일어판이 잠시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은 50년대 독일 내에서 숱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 여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일어판 재출판을 자기 살아 생전에는 못 하게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어판은 그녀가 사망한 이후에서나 다시 나올 수 있었고, 영화(Eine Frau in Berlin)화도 그 이후에나 가능했다. 50년대 독일의 비뚤어진 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2003년 이후 다시 나온 책에 대해서는 찬사가 이어졌고(하지만 저자는 사망했는 걸?), 역사 분석의 대상이 됐다. 자, 내용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1933-34년간 파리 소르본에서 역사/미술사를 공부했었고 그 후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약간의 노어를 익혔다고 한다. 당시 기준에서는 상당한 지식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제3자인 양 건조하게 당시 상황을 쓸 수 있었을까? 상황 판단도 빨랐고, 결국 그녀는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뭐라도 알고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 책이 드러낼 수밖에 없을 여성주의적 시각은 나보다 훨씬 잘 쓰는 분들이 많으니 검색해서 읽어 보시기 바란다. 물론 예상한 내용이 대다수일 테지만 말이다. 내가 눈여겨 본 부분은 역시 다양한 면모를 갖춘 러시아 군에 대한 묘사와 언어였다. 공산당이라고는 하지만 러시아 군을 구성하는 것도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복수를 해야 했던 한편,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있었고, 착취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주인공이 잘 한 건, 그나마 장교들을 노렸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녀의 무기는 언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어눌하더라도, 어휘가 적더라도 자기 모국어를 말해주는 인물에게 마음이 열리게 되어 있다. 노어를 몰랐던 것보다는 아는 편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제일 “서구적”인 잘 배운 러시아 장교는 그녀가 할 줄 아는 링구아 프랑카, 불어도 할 줄 알았었다. 물론 그가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말이다. --------------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읽기 참 힘들었다. 번역이 안 좋아서도 아니고 책이 지루해서도 아니라 너무 먹먹해서다. 전쟁이 끝나고 남은 사람들은 전리품이 되어버렸으며, 껍데기나마 남은 조국은 남은 사람들을 버렸다. 되돌아온 남자친구가 뭘 의미하겠는가? 실제 저자는 결혼하면서 스위스로 이주했다고 한다. 차마 베를린에서, 혹은 독일 내에서 제 정신으로 살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