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만원으로 시작해, 20년 만에 부동산 80채 보유”… 경매투자자③ 이균호 교수 인터뷰
Fact
▲부동산 경매투자 전문가 이균호(51) 교수는 “1995년 종잣돈 380만원으로 부동산 경매를 시작해, 현재 전국에 부동산 70~80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0만원으로도 경매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2018년을 노리라”고 권했다.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팩트올이 이 교수를 만나, 그의 투자 노하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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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전국 법원경매 평균 낙찰가율 77.8%로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이 16일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이다. “수도권 및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낙찰가율이 높게 유지됐으며, 특히 지방도단위 지역은 주거, 업무상업, 토지의 3대 지표가 모두 전월대비 상승했다”는 내용이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더욱 철저하게 현장을 살펴보고 시세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매 초보자들에게는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의 말 한마디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균호(51) 교수 역시 부동산 경매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이 교수는 현재 가톨릭관동대 부동산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특임교수, 대한법률 부동산연구소 소장을 지내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에 있는 연구소에서 11일, 팩트올이 그를 만났다.
380만원 ‘반지하 주택’ 사서, 1500만원에 팔아
이 교수는 스물아홉 살이던 1995년, 종잣돈 380만원으로 인천의 12~13평짜리 반지하 주택을 낙찰받았다. 그리고 2~3년 후 이를 1500만원에 팔았다. 380만원을 투자해 1120만원을 번 것. 무려 294%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교수는 “당시는 현재와 달리 특수한 상황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현재보다 경매를 하는 사람이 아주 적었습니다. 경매법이 2002년 7월 1일부로 쉽게 바뀌었는데, 이전에는 법이 아주 까다로워서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투자처가 아니었던 거죠. 그때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현재는 500만원 투자해서, 수천만원 벌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이 교수는 “소유한 부동산은 전부 70~80채”라고 말했다. 자산 총액과 수익률에 대해 그는 “계속해서 사고팔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체크하지 않아 정말 모른다”고 했다.
850만원 투자해 연 23% 수익률
이 교수에게 부동산 경매를 시작할 수 있는 ‘최소 투자금액’을 물었다. 그는 “500만원만 가지고도 시작할 수는 있다”면서도 “대신 앞서 말했듯 소액을 투자하면서 기대수익을 높게 잡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850만원을 투자해 월 19만원(수익률 23%)의 수익을 거두게 된 본인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0월 17일 3669만9000원에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에 위치한 건물면적 32.04㎡(9.69평)짜리 임대아파트를 낙찰 받았다. 이 교수는 잔금을 치르기 위한 용도로 2900만원을 대출 받았다. 계산의 편의상 낙찰금액을 3700만원으로 잡으면, 실제 투자금은 800만원이 된다. 여기에 명도비용과 낙찰 받은 아파트에 새로 한 도배-장판 값 350만원을 합치면 총 투자금은 115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교수는 올해 1월 이 아파트를 ‘보증금 300만원, 월세 30만원’에 세를 줬다. 투자금 1150만원에서 300만원을 회수했으니 총 투자금은 850만원이 된다. 여기에 월 30만원씩 수입이 생기게 되는데, 여기서 대출금 2900만원에 대한 월 이자 11만원(4.5%)을 빼면, 결론적으로 총 850만원을 투자해 월 19만원의 수익을 챙기게 된 셈이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23%. 월 19만원이라는 돈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1%대에 불과한 은행 이자율에 비하면 무척이나 성공적인 투자다.
수많은 물건 중 그는 왜 이 아파트에 응찰을 한 것일까? 이 교수는 “그 아파트 시세를 알고 있었다”면서 “그보다 싸게 나왔으니 당연히 응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임장(현장 답사를 다니는 일)이 중요하다”고 그가 덧붙였다.
“실버시대에는 경치 좋은 곳이 뜬다”
이 교수가 부동산 경매 물건을 보거나 매매를 할 때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이제는 ‘실버시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은퇴자들이 노후를 보내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뷰(view‧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자식들 출가시키고 부부 두 명이 살거나 혼자 사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중대형보다는 소형아파트가 인기겠죠.”
이 교수는 서울에서는 한강이나 산이 보이는 곳, 지방에서는 강원도처럼 바다나 산 인근에 있는 곳을 추천했다. 더불어 ‘내부 이슈’와 ‘외부 이슈’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이 교수가 말하는 ‘내부 이슈’는 특정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외부 이슈’는 인구변화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가리킨다. 그는 강원도를 예로 들었다.
“강원도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서울에서부터 교통망이 확충되고 있습니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고, 앞으로 서울-강원도 간 KTX 등이 완공될 예정이죠. 그렇기 때문에 강원도는 ‘내부 이슈’가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강원도 역시 고령화를 피해갈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외부 이슈’가 함께 있는 곳입니다. 동해, 설악산, 치악산 등 ‘뷰’가 좋아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인구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2018년을 노려라”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뉜다. 본인이 거주할 목적으로 경매나 매매를 알아보는 실수요자와, 오로지 투자 목적에만 관심을 둔 투자자다. 이 교수는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2018년을 노려봄직하다”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2014년에 전국적으로 초과분양을 했습니다. 그런데 분양과 입주는 시기적으로 다르잖아요. 실제 입주는 2017~2018년에 이뤄질 것이고, 특히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때 실제 입주하는 사람이 적어서 역분양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2014년 분양가보다도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어요. 실수요자들한테는 이때가 적기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에게는 왜 2018년이 적기일까?
“2017~2018년도에 분양 받은 아파트에 입주할 사람들은 잔금을 치르기 위해 살던 집을 급하게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그때 나오는 급매물을 사들이면 됩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실수요자의 경우엔 투자자와 달리 자신의 연령과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매물을 봐야 한다”고 했다. “70세의 실수요자가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5층에서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본, 미국과 비교하지 말라”
이 교수는 경매 매물을 주로 어디서 볼까? 그는 경매정보사이트 ‘굿옥션’을 추천했다. 그는 “부동산 경매 사이트 중 제일 유명한 ‘태인’-‘지지옥션’-‘굿옥션’의 순서로 보기 시작했는데, 모두 비교해보니 ‘굿옥션’에 정보가 제일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정보사이트를 뒤진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없다면 투자 대상을 고르기 어렵다. 혹자는 우리나라 부동산의 미래를 점칠 때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이랬다.
“한국, 일본, 미국은 부동산 소유 구조부터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부동산의 80%를 개인이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개인이 55%, 기업이 30~40% 소유하고 있어요. 기업이 무너지면 부동산이 함께 무너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 미국은 개인이 30%, 금융권이 70%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잖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한국-일본-미국 부동산 시장을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죠.”
“금융, 조세, 공급, 거래정책 4가지 유의”
그렇다면 무엇으로 부동산의 미래를 내다봐야 할까?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시장이 좌우되기 때문에,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를 주의해서 봐야한다”고 했다.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이자와 관련된 금융, 양도세와 관련된 조세, 분양과 관련된 공급, 3년 안에 분양된 아파트를 못 팔게 한다는 등의 거래 정책, 이렇게 4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정책을 전부 중앙정부가 결정합니다. 문제는 수도권, 각 지방마다 부동산 시장이 다른데, 정책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가 이 모든 상황을 꿰뚫어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내가 앞에서 말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명심하라”고 했다. 이 교수의 조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2018년을 노려라. ▲수도권보다는 지방을 노려라. ▲‘내부이슈’와 ‘외부이슈’가 있는 지역을 노려라. ▲경치가 좋은 곳을 노려라. ▲중대형보다는 소형을 노려라. ▲수익 규모보다는 투자대비 수익률을 고려하라.
“명도할 때는 거주자의 입장에서 설득”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부동산 경매의 ‘꽃’으로 불리는 ‘명도’에 대해 이야기 했다. 명도는 낙찰을 받아 잔금을 치르고 난 뒤, 실제 해당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과정을 일컫는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는 의미의 반어법으로, 이를 ‘꽃’이라고 표현한다.
이 교수는 스스로를 “명도의 달인”이라고 칭했다. 본인 물건과 컨설팅을 위탁받은 건까지 합하면, 1년에 50건 이상 명도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한 번은 거주자였던 노부부가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달 후 정해진 날짜에 그 집에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부부가 한 방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습니다. 제가 겪은 명도 중 가장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반대로 어떤 거주자는 자신한테는 정말 의미가 있는 집이라며 소중히 잘 처분해 달라고 쪽지를 남기고 떠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땐 감동도 받았죠. 이처럼 명도 과정에서는 정말 별의 별 일을 다 겪게 됩니다.”
이 교수는 “거주자는 크게 집주인과 세입자로 나뉜다”면서 각각의 명도 사례를 예로 들었다. 우선 집주인이 살던 집의 명도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인의 사업 실패로 집을 경매에 내놓은 집주인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주인이었던 남편을 만나 아무리 설득해도 ‘나는 모르겠다,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고민 끝에 아내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처가댁에 들어가 살 수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생각하라, 남편에게 잘 말해서 처가로 들어가 사는 방법이 어떻겠느냐’고 설득했어요. 아내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고, 결국 집을 비우게 됐어요.”
명도 사례 중 세입자의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예를 들었다.
“전세 6000만원에 살고 있던 세입자였습니다. 그런데 세입자의 경우 배당신청을 해야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분은 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일하시는 분이라 통보를 받지 못한 겁니다. 이 분 역시 처음에는 ‘배째라’는 식으로 나와서 대화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당신 상황을 이해한다’면서 전세금을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끔 법적인 도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집을 비워주더라고요.”
이 교수는 “명도를 할 때는 그 사람 입장에서 설득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입장에 서서 연령별, 상황별, 직업별로 고려해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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