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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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tart

새 출발을 하고 싶을 때마다, 이상하게 새로운 SNS를 시작하고 싶어진다.
이미 있는 SNS 계정을 지우고 새로 만들거나, 아니면 이렇게 전혀 다른 포맷을 시작하거나 하는 등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요즘 계속되고 있는 무기력증을 글로써 해소해보고자 여러 방법을 찾던 중 며칠 전 우연히 알게 된 Vingle에 계정을 만들게 되었다. 여느때와 같은 New SNS, New Start이다.
워낙 뭐든 잘 질리는 성격이라 얼마나 갈 지는 잘 모르겠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간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자유롭게 쓰고 싶었기에 이 곳을 선택했다.

내 직업은 글을 한 없이 읽고 쓰는 것에 가까운데, 직업상 자유로운 주제를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 한글로 읽고 쓰는 직업 또한 아니기에 이를 통해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또 나도 오랜만에 한글로된 긴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 출발
새 출발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지쳤기 때문이다. 워라밸은 진작에 아작이 났다. 건강은 12월 중순부터 일을 잠시 쉬어야 할 정도로 망가졌었다. 게임은 사다 놓고 손도 못댔고, 그 이전에 수면시간부터가 확보가 안되는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불안감에 수면의 질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지가 오래이다. 우리 집에서 태어나 내가 분유를 먹이며 키웠던(어미 강아지가 산후풍에 걸려 젖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어미 강아지는 1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났다) 강아지가 하늘나라에 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두가지인데, A에서도 B에서도 늘 평가는 바닥에, 혼나기만 하고 나름 열심히 하지만 또 실수를 하거나 오해를 받아 억울한 일이 생기거나 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자존심은 낮지만 자존감은 어느정도 있는 편이다. 요 며칠 간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 나였기에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잇따른 침식이 드디어 자존감에까지 미치기 시작하여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쉽게 말해, "이대로면 폭망 각ㅋㅋㅋㅋㅋ"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남편
오늘 저녁, 흐지부지 양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 하루종일 풀지 못했던 마음 속 응어리가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내가 무엇에 이렇게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지 나 스스로 알면서도 입 밖에는 내선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무섭고 불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남편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가 불안해 하는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주고 이렇게 말했다.
"불안이 모여서 가끔 커다란 괴물이 돼. 그렇지만 그 큰 괴물은 사실 진짜로 존재하는 건 아냐.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거지. 우리는 부부잖아, 왼쪽 파편은 네가 처리하면 되고 오른쪽에서 오는 파편은 내가 처리할게."
며칠 전, 남편이 (나 개인과는 무관한 일로)굉장히 화를 낸 일이 있었다. 나는 그때 이미 피로와 슬픔이 한계에 이르러 이를 잘 들어주지도, 공감해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나도 나의 불안감이나 걱정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는데... 말하면 남편도 짜증을 내겠지, 했는데 돌아온 것은 너무나 따뜻한 위로와 배려였다. 고마우면서도 부끄럽고 미안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변화
딱히 크게 변화할 생각은 없고, 이 나이에, 또 내 환경에서 무슨 커다란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당장은 실행가능한 것부터 시작했다.
우선 커다란 목표는 두가지- 내 삶의 주체가 되자, 체력을 기르자 로 잡았다.

-내 삶의 주체가 되자
주체적인 삶을 살자,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등의 말은 여러 곳에서 들은 적 있었지만, 그동안 '아니 그러면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가 아닌 사람이 있나?'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내가 이러한 상황이 되니 비로소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가, 생각해보니 일어나자마자 '~해야 하는데'가 전부였다.
'일어나야 되는데', '빨리 출근해야하는데', '자료 준비 해야하는데', '빨리 이 일 처리해야하는데', '이 거 오늘내로 읽어야되는데', '~랑 만나야하는데', '~씨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공부해야하는데', '빨리 자야하는데'... 수많은 '~해야 하는데'와 데드라인이 나를 하루종일 속박하고 있던 것이다. 나에게 휴식은 '~해야 하는데'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진 구름다리같은 존재였다. 휴식을 하면서도 불안하고, 휴식을 안하면 살 수가 없다. 그러기에 휴식은 늘 수면시간을 줄이거나, 모든 휴식시간을 전부 수면으로 대체하거나 하는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도 '~해야 하는데'에서 평생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 어떤 사람도 해야할 일이 없이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 화장실 가야하는데', '양치하고 자야하는데' 정도는 있겠지)그래서 나는 시간을 설정하기로 했다. 좋은 휴식 방법, 좋은 스케쥴 짜는 방법 등을 보고 내게 가장 필요하고 실천가능한 일은 시간의 설정이었다. 시간을 설정한다는 행위가, '~시~분까지 ~해야하는데'를 재생산하는 것으로부터 탄생하는 모순에 대해서는 일단 눈을 감고, 우선 실천부터.

(1) 업무는 되도록이면 업무시간 내에 최대한 처리하기
한가지 정말 어디에 맹세해도 부끄럽지 않은 일이 있다면, 나는 업무를 최선을 다해 처리해왔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휴식시간을 최소한으로 하면서까지(정해진 휴식시간에 일을 가져가는 등)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더구나 꼭 내가 오늘 밤 하지 않아도 되는 잔업까지 멋대로 도맡아서 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업무를 최대한 집중하여 업무시간 내에 가능한한 많은 일을 처리하고 적절한 휴식시간을 확보해야겠다.

(2) 업무 시간 전후에 리마인드/리뷰 타임을 가지기
업무 시간 전에는 오늘 무엇을 처리할 것인지 글로 써가며 체크하고, 끝난 후에는 오늘 무엇을 했고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지금도 그래왔지만, 본격적으로 했을 때는 리마인드/리뷰시간만 3시간이 넘어서 결과적으로 하루종일 업무만 하는 꼴이 되어버렸고, 대충 머릿속에 넣고 퇴근하자니 집에 가면 다 잊어버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기 때문에...
또 메모를 체계적으로 하는 버릇도 필요하다. 보통 브리핑을 하면 내 메모는 개발괴발... 체계적인 메모는 체계적인 생각에서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업무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노력을 더욱 해보고자 한다.

(3) 업무 처리시간을 정하기
알고계신 유명한 선생님 중 한분은 새벽 5시에 일어나셔서 8시까지 메일 업무를 처리하신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식으로 하루에 몇번 타임을 정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남은 시간을 휴식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식으로 설정하고자 한다(나는 두가지 일을 한다)

나는 무엇이든 해야하는 일이 생기면 그 일을 끝낼때까지 폭풍처럼 몰두하는 버릇이 있다. 굳이 일주일에 해야하는 일을 밤을 새워 이틀만에 해버린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것이 좋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는 것은 늘 망한 몸과 실수투성이 결과물,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번아웃이다. 내가 하는 일은 둘다 마라톤에 가까운 것들이다. 지금이라도 습관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나도 건강해지고 업무의 효율도 늘려가고 싶다.

-체력을 기르자
A sound mind in a sound body라고, 체력은 정말 중요하다. 잠도 잘자고 밥도 잘먹을 때조차 정신사나운 내가 잠이 부족하고 영양섭취가 불균형할때 멀쩡할 리가 없지. 남편은 나보다 더 바쁜 와중에도 하루에 한두시간정도 운동을 한다. 워낙 운동을 싫어하는 나로서 처음부터 남편만큼 하자면 또 그거조차 '~해야 하는데'가 될 것이므로, 생활 속에서 조금씩 하는 것으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틈이 날 때 스트레칭, 되도록 많이 걷기, 화장실에 다녀 올 때마다 스쿼트 10회씩.


#휴식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결국은 휴식시간을 제대로 확보해야겠다는 이야기이다. 휴식에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웹서핑도 하고 SNS도 하고 게임도 어느정도 해야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무거라도 좋으니 오늘처럼 글을 좀 써야겠다. 대충 읽어도 이미 굳어버린 번역투 투성이. 그래도 '고쳐야 하는데'보다는 우선 당장은 있는 그대로, 멋을 부리거나 하는 일 없이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계속 써 나가고자 한다.
winte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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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앞으로도 많은 글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