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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겨룬 ‘알파고 리’ 넘어섰다, NHN이 개발한 바둑AI ‘한돌’

국내 랭킹 5,4,3,2위 꺾고 신진서 9단과 대국 진행
23일, NHN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바둑 AI ‘한돌’이 신진서 9단과 대국을 펼친다. ‘한돌’은 2017년 초 개발을 시작해 2017년 12월 1.0 버전이 공개됐고, 이후 개선을 거듭하며 2018년 12월 한층 진보한 버전의 2.0 버전을 내놨다. 
알파고 충격이 세계를 휩쓴 후, 많은 나라에서 바둑 AI 개발이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익히 알려진 딥마인드가 알파고 시리즈를, 페이스북은 ‘엘프 오픈고’를 공개했다. 일본에서는 도쿄대와 일본 기원이 협력해 제작한 ‘딥젠고’,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파인아트’를 개발했다. 한국에서도 고등과학원이 만든 ‘바둑이’ 돌바람네트웍스의 ‘돌바람’, 카카오브레인의 ‘오지고’ 등이 만들어졌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 겨뤘던 ‘알파고 리’보다 더 강력해진 ‘알파고 마스터’를 이용, 중국의 유명 바둑기사 커제를 3:0으로 꺾었다. 이후 딥마인드는 사람의 기보를 사용하지 않으며 일본 장기와 체스에도 응용이 가능한 ‘알파고 제로’를 발표했다. 
한돌 개발 역시 2016년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점으로 결정됐다. 한돌을 개발한 NHN 기술연구센터 박근한 센터장은 “많은 AI 기술이 일반인들과 동떨어진, 특별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우리가 이 기술을 잘 개발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이용한 고급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한돌 개발 동기를 밝혔다. 
NHN 기술연구센터 박근한 센터장
한돌의 알고리즘과 작동 방식

한돌은 MCTS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AI다. MCTS는 내 턴에서 나에게 제일 좋은 수, 상대 턴에서 상대가 제일 좋은 수를 번갈아가며 시뮬레이션 해 좋은 수를 찾는 방법을 뜻한다. 한돌은 MCTS 알고리즘에 정책망과 가치망, 롤아웃을 더해 최선의 다음 수를 찾아낸다. 

‘정책망’은 다음 후보 수를 찾아내는 딥러닝 모델이며, 가치망은 현재 수에서 승리 확률을 구하는 모델이다. 정책망이 바둑의 현재 상태를 입력 받아 도출한 다음 후보 수를 가치망에 대입하면 가치망이 각 후보 수에 따른 승리 확률을 찾아낸다.
신진서 9단과 대국을 펼친 한돌 2.0은 1년 전 개발된 한돌 1.0에 비해 인간의 영향력이 훨씬 줄어든 버전이다. 한돌 1.0에는 특정 패턴의 돌이 놓이면 인간이 미리 만들어 둔 패턴으로 돌을 두는 ‘롤아웃’이 사용됐는데, 한돌 2.0에는 롤아웃이 빠져 AI가 완전히 랜덤한 상태의 기보를 학습하도록 했다.

기력을 측정하는 ELO 시스템을 기준으로 인간 9단은 약 3500 정도의 기력 수준을 갖고 있다. 이창율 NHN 기술연구센터 게임AI팀장은 “한돌 0.1은 2500, 1.0은 3500 수준으로 이미 인간 9단과 대국이 가능한 수준을 갖췄으며, 한돌 2.0 초기 버전은 4000 정도의 기력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이창율 NHN 기술연구센터 게임AI팀장
한돌, 고단 AI는 물론 기력별 AI, 프로기사들의 특색 살린 기풍 다양화까지

NHN은 서비스중인 ‘한게임 바둑’에 한돌을 적극 도입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돌 9단’은 한게임 바둑 9단과 대국을 진행하는 AI로 일반 유저들이 언제든 고단들의 대국을 관전할 수 있게 해 준다. ‘기력별 한돌 인공지능 대국’은 이용자가 자신의 기력과 맞는 한돌과 대국을 펼칠 수 있는 기능이며, 대국 중에는 ‘한돌 찬스’를 이용해 다음 수에 대한 강력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대국이 종료되면 ‘한돌 승률 그래프’를 이용해 승착/패착 원인과 승부의 흐름을 복기할 수 있다. 

송은영 GB기획팀장은 “앞으로 19줄 바둑에만 제공되는 한돌을 9줄 바둑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덤.치수 설정과 접바둑도 제공할 예정이며 이세돌 풍, 이창호 풍 등 각 프로 기사들의 기풍을 느낄 수 있도록 기풍도 다양화 할 예정이다. 또한 바둑 저변 확대를 위해 교육 콘텐츠와 접목하는 것도 계획중이다.”라고 밝혔다. 
송은영 NHN GB 기획팀장

질의응답

AI를 이용한 어뷰징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송은영: 이미 어뷰징은 만연해 있는 걸로 안다. 우리는 어뷰징을 막을 수 있는 패턴들을 연구해 걸러내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알파고 제로와 한돌의 수준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한돌이 바둑 외 게임 산업에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이창율: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지만 알파고 제로와는 아직 격차가 있을 것 같다. AI가 학습을 계속하다보면 정체되는 구간이 있는데, 알파고 제로도 아마 그런 구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 지나면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 본다.

이렇게 얻은 게임과 관련된 기술은 직접적으로는 장기같은 게임에 사용할 수 있다. 조금 더 고민한다면 퍼즐게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바둑 AI에 쓰였던 기술을 좀 더 일반화 된 강화 학습에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박근한: 게임 이외에 적용할 분야를 찾는 게 현재 큰 이슈다. 알파고도 신약 개발 등에 응용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도 다양한 분야를 찾을 예정이다.
한돌은 현재 유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는데, 프로기사들의 대국에도 도입될 수 있나?

송은영: 현재 바둑TV에 돌바람이 승률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내보내고 있는데, 우리도 적절한 서비스를 잘 만들어서 제공할 의향이 있다. 

ELO의 인간 9단은 누구인가?

이창율: 인간 9단의 기력 3500은 GO레이팅이라는 서비스 기준으로 책정했다. GO레이팅 기준으로 신진서 9단이 3600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돌 2.0과 1.0의 차이는 자가대국 여부로 인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기술적 차이를 가지고 있나. 한돌이 구동되는 하드웨어 사양은 어떻게 되나.

이창율: 한돌 버전은 정확한 데이터를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 차이에서 온다. 기술적으로 바둑 AI의 기력이 높아지려면 기본적인 모델의 성능이 높아져야 하지만, 얼마나 많이 시뮬레이션 하느냐 차이도 크다. 엔지니어링 부분도 많은 차이가 있다.

박근한: 당연히 알파고 같은 AI에 비해서는 훨씬 낮은 사양과 서버 수준에서 구동한다. 우리가 집중한 것은 낮은 사양과 서버를 가지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력을 높일 수 있느냐였다. 

어느정도 규칙을 설정한 상태에서 학습하는 AI가 있고, 무규칙 상태에서 학습하는 AI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돌은 어느 쪽인가.

이창율: 최근 사이언스지에 알파고 제로에 대해 게재된 적이 있다. 알파고 제로는 체스와 일본 장기, 바둑에도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한돌은 수가 규칙에 맞는 것인지, 이것이 집이 맞는 지 등 기본적인 규칙이나 돌의 모양새는 판단해 줘야 학습이 가능하다. 가장 기본적인 입력과 규칙은 만들어줘야 한다고 보면 된다.

프로기사 중 5위, 4위, 3위는 모두 불계승을 거뒀고, 박정환 9단에게는 2.5집승을 기록했다. 오늘 승부는 어떻게 예측하나?

송은영: 박정환 프로가 끝까지 조마조마한 경기를 펼쳤다. 오늘도 2.5집 승 정도 예상한다. 

박근한: 최근 신진서 9단이 AI를 이긴 적이 있어서 승부가 어떻게 될 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창율: 직접 개발한 개발자로써 버그만 안 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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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가상현실(AR) 등 첨단 기술들을 자랑하는 여러 스마트폰 중, 잘 팔리거나 유명하지는 않지만 '꽤 괜찮은' 스마트폰 5개를 선정해 봤다. LG전자 G7, 소니 엑스페리아XZ2, 블랙베리 모바일 키투, 샤프, 샤오미 홍미 노트5 등이다. 선택 포인트는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CPU, 실제로 쓰는 데 꼭 체크해야 하는 배터리, 해상도, 카메라 등이다. 스피커가 따로 필요없는 LG전자 G7 판매 성과가 좋지는 않지만 LG전자의 G7은 플래그십 스마트폰답게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붐박스 스피커’다. 오디오에 스마트폰 자체가 스피커의 울림통 역할을 하는 신기술로, 기존 스마트폰 대비 2배 이상 풍부해진 강력한 중저음을 실현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따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지 않아도 테이블이나 상자 등에 LG G7 씽큐(ThinQ)를 올려놓으면 출력이 강력해진다. 무난한 소니 엑스페리아XZ2 소니에서도 핸드폰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음향 면에서도 G7에 뒤지지 않는다. 후면에 배치된 지문인식은 터치하기 편한 자리에 위치했다. 덕분에 198g으로 다른 기기에 비해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한손으로 쓰기 적합하다. 뒷부분은 플랫하지 않고 가운데로 갈수록 곡선의 형태, ‘배불뚝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련되지 못하다는 평도 있지만 그립감을 한층 높이는 데 일조한다. ‘예쁜 쓰레기’는 이제 그만…블랙베리 키투 특유의 쿼티키보드로 이메일 쓰기에 적합해 비즈니스맨들에게 사랑받던, 보안성이 뛰어나 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도 이용하던 블랙베리가 헬로모바일을 통해 단독 출시됐다. 자체 OS를 사용해 카카오톡도 잘 안된다며 ‘예쁜 쓰레기’라는 오명까지 얻었지만 전작인 키원에 이어 키투 또한 안드로이드OS(안드로이드8.1)를 탑재했다. ‘가성비’ 폭스콘 SHARP AQUOS S3 · 샤오미 홍미노트5 중급형 프로세스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630에 4GB RAM에 내장 메모리 64GB(기본형 기준)으로, 웬만한 영상이나 게임도 무리 없이 돌아간다. 카메라 또한 전면 1600만 화소, 후면 1200만 화소와 1300만 화소의 망원 카메라로 듀얼 렌즈를 구성해 준수하다는 평이다.
습관을 연구한 공학자, 길브레스 부부 (1)
1904년 10월 19일, 미 오클랜드. 막 결혼식을 마치고 나온 신혼부부가 기차에 올라 몇 마디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이는 몇이나 낳았으면 좋겠어?' '글쎄, 한 다스만 낳지. 기왕이면 남녀 각각 여섯 명씩.' 대화 내용이 살짝 소름끼치긴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이 말은 실제로 실현됩니다. 평생 길브레스 부부는 여섯 명의 아들과 여섯 명의 딸을 가졌고, 개중 다섯째 아들과 일곱째 딸에게 자신들 이름을 각각 붙여줬죠(프랭크 2세, 릴리언 2세). 비록 둘째는 1912년 디프테리아로 사망하지만, 나머지 형제자매들은 모두 잘 성장해 주었습니다. 길브레스 부부와 11명의 자식들. 자녀들은 부부의 실험 연구 대상이자 참가자였습니다. 부부는 여러 번 자녀들이 접시를 닦는 동작을 촬영해 분석하거나, 그들이 개발한 방식으로 타자기 사용을 보름 만에 숙지하게 교육하는 등 일상 생활에 그들의 연구를 접목했습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이 기억하는 부모는 유머러스하고 자상한 사람들이었다고 하네요. 어째서 남편, 프랭크 길브레스가 열두 명 자식을 원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프랭크 길브레스는 매번 가족들을 데리고 국립공원이나 영화관에 입장할 때, 혹은 기차나 차편을 타야 할 때면 항상 단체 할인을 받아냈다고 하네요. 나중에 프랭크는 아이들 중에 쌍둥이나 세쌍둥이가 없어서 섭섭해했답니다. 여러 명 아이들을 한 번에 낳아 한 번에 기르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나요? 뉴저지 몽클레어에 집을 한 채 마련해 두고, '과학적 관리법과 낭비의 동작을 없애는 학교'라고 이름붙인 집에서 길브레스 부부는 평생 자신들의 연구를 그 자신과 자기 자식들에게 적용했습니다. 나중에 셋째 어네스틴과 다섯째 프랭크 2세는 자기 가족들이 그 집에서 살았던 경험담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는데요. 이 책이 어찌나 유행했던지 속편에 영화, 뮤지컬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기억하는 프랭크 길브레스는 자상하고 유쾌한 가장이었던 모양이지요.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혁신주의 운동이 미국 사회 전체에 영향을 떨칠 때가 1900년대 초 일입니다. 최초의 경영 컨설턴트 프레데릭 테일러가 활발하게 강연, 저술 활동을 하며 자신의 소위 과학적 관리론을 설파하고 다닌 때도 이 즈음이죠. 1904년 결혼한 길브레스 부부가 어떻게 평생에 걸쳐 공동연구를 수행했는지는 잠시 미뤄 두고, 먼저 프랭크 길브레스에 대해 잠깐 조명을 해보겠습니다. 프랭크는 메인 주 페어필드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아났습니다.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결과 MIT에 입학 허가를 획득하지만 가정 형편상 진학을 포기하고 취직하기를 선택했죠. 17세이던 그가 선택한 첫 직업은 벽돌공 수습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차차 능력을 인정받아 현장감독으로 승진했고, 나중엔 아예 독립해 건축회사를 차리게 됩니다. 이때 프랭크 나이가 34세였습니다. 사장이 된 프랭크가 집요하게 파고든 건, 바로 벽돌쌓기의 효율을 높이는 일이었습니다. 다양한 수단으로 현장 연구를 실시한 후, 그가 내린 결론은 바로 불필요한 작업 동작을 선별해내 제거하거나 교정하는 동작 연구였죠. 프랭크는 자기 연구를 바탕으로 건설업계의 작업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여러 방안을 줄줄이 내놓았습니다. <현장 시스템(1901)>, <콘크리트 시스템(1908)>, <벽돌쌓기(1909)> 3부작 저서가 바로 그 방안이었죠. 운명적인 만남은 정말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1903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한 부유한 집안 여성이 미 동부로 여행을 옵니다. 그녀 응접을 맡은 안내원 미니 번커는 프랭크의 친척이었죠. 결국 미니 번커의 소개로 여성은 프랭크 길브레스와 만남을 갖게 됩니다. 그 뒤 약 1년간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서로 마음이 맞음을 확인한 두 남녀는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되는데요. 이 여성이 바로 프랭크의 영원한 반려, 릴리언 길브레스였죠. 릴리언의 아버지는 독일 태생의 미국인으로 설탕 정제업으로 나름대로 부를 쌓은 인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몸이 약해 집안일에서 자주 릴리언의 도움을 받았죠. 릴리언은 학업 성적이 뛰어났는데, 부모는 대학 진학을 반대했습니다. 자기 딸이 형편 넉넉한 집 자녀와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게 두 사람의 바람이었죠. 릴리언은 그런 부모를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그렇지만 전 너무 평범해서, 부자들은 아무도 저와 선뜻 결혼하려 하지 않을 거에요.' 설득이 먹힌 건지, 아니면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는 건지, 릴리언은 소원대로 근처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당시 캘리포니아 대학은 주 시민은 누구든지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형 강의가 많아서 심지어 건물 밖에 텐트를 치고 진행하는 수업도 있었다고 하네요. 또 학교에 기숙사가 따로 없어서 릴리언은 매번 집에서 통학을 해야 했습니다. 전공은 영문학이었는데, 심리학 등에도 관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릴리언은 대학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올려, 졸업식 연사로 연단에 올랐죠. 캘리포니아 대학에선 처음으로 여성이 졸업 연사를 맡은 사례였습니다. 1900년 릴리언은 콜롬비아 대학의 대학원에 지원하는데요. 본인은 영문학 전공을 희망했지만, 지도 교수 소개를 받아 찾아간 영문학 교수는 여학생을 제자로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대신, 그녀는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꾸어 진학하는데요. 도중에 건강 문제로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1902년 모교인 캘리포니아 대학으로 돌아와 기어이 석사 학위를 마친 후, 릴리언은 바로 박사 과정을 지원합니다. 이때 지원한 전공은 영문학, 부전공으로 심리학을 선택했죠. 이후 1903년 동부 여행 도중 소개받은 프랭크와 1904년 결혼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앞서 적은 그대로입니다. 결혼 이후 프랭크의 연구는 부부 공동의 연구가 되었습니다. 프랭크는 릴리언에게 산업심리학 분야를 공부해 보라고 권유하죠. 릴리언 역시 그 편이 프랭크의 일을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해 동의합니다. 결혼 당시 이미 프랭크는 길브레스 사Gilbreth inc.라는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이후 두 사람이 꾸리는 가정 생활은 여러모로 독특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1. 그 집에선 항상 심부름거리가 판에 적혀 있었습니다. 용돈이 추가로 필요한 아이들은 자신이 할 심부름거리를 골라 길브레스 부부에게만 자신이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입찰액을 적어 제시했는데요. 부부는 이중에 최저입찰액을 제시한 사람에게 응찰해 심부름을 맡기고 용돈을 주었다네요. 2. 프랭크는 매번 조끼를 입을 때면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며 단추를 채웠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위에서 아래로 끼우면 7초가 허비되지만, 아래서부터 채워 올라가면 고작 3초밖에 안 걸린다나요? 3. 한번은 면도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면도솔 두 개로 거품을 낸 후, 면도칼 두 자루로 한꺼번에 면도를 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걸 확인하려고 직접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당연히 면도칼에 목이 베여서 피가 났는데, 자녀들 증언에 따르면 프랭크는 베인 것 자체보다 그걸로 인해 목에 붕대를 감느라 2분이 오히려 허비된 것에 실망한 듯 보였다네요. 4. 평소에 프랭크는 가족 집합 신호로 휘파람을 정해 놓고 스톱워치까지 동원해서 신호 즉시 모든 가족이 무슨 일이 있어도 모이도록 훈련했다고 합니다. 가족들 전체가 모여야 할 일이 있거나 손님이 와서 가족을 소개시킬 때 등 여러 상황에서 휘파람 신호를 이용했다는데요. 어느날 이들 가족이 길가에서 낙엽을 태우던 중, 그만 불이 나무 벽에 옮겨 붙었다고 합니다. 프랭크가 즉시 휘파람을 불자, 불과 14초만에 온 가족이 밖으로 뛰쳐나왔죠. 불은 소방수에게 채 연락할 틈도 없이 꺼졌답니다. 5. 프랭크 길브레스가 가족 중에서도 유난히 특이한 성격이 아니었냐고요? 화장실에는 가족들이 매일 할 일과 공정표가 붙어 있었는데요. 이건 부부가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각종 가사일을 해낼 수 있을지 연구한 결과였습니다. 아이들은 밤에 자기 전 체중을 달아 그래프에 적고, 숙제를 마무리하고 손과 얼굴을 씻고 이를 닦으면 또 도표에 표시를 했습니다. 이때 아내 릴리언 길브레스는 스케줄에 기도하는 것도 표시하고 싶다고 제안했는데요. 프랭크는 심사숙고 끝에 각자 자유로 두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을 내렸다네요. 특이한 성격은 부부 양쪽 모두였던 모양입니다. 1924년 프랭크 길브레스는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제 1회 국제경영컨퍼런스에 참석하려고 여행길에 오릅니다. 도중에 그는 무언가를 문득 떠올리고 근처 공중전화로 아내이자 파트너인 릴리언에게 전화하죠. '오는 도중에 가루비누 담는 동작을 생략할 좋은 생각이 났는데 어떻게 생각해?' 믿기지 않지만, 그게 프랭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되었습니다. 슬로바키아에 가기도 전에 프랭크 길브레스는 심장병으로 사망합니다. 홀로 남은 릴리언 길브레스에겐 11명의 자녀와 집, 남편이 남긴 사업체와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맡은 일이 남아 있었죠. 프랭크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돌자, 심지어 그동안 길브레스 사와 거래해 온 업체들이 컨설팅 계약 중지를 통보했습니다. 릴리언 길브레스에겐 두 선택지가 있었죠. 모든 일을 접고 고향에 가서 남편 잃은 미망인으로 평생 가족을 돌보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남편의 업무 파트너로서 그의 연구와 일을 이어갈 것인가. 릴리언 길브레스는 남편의 모든 것을 자신이 잇기로 결심했습니다. 산업 공학의 퍼스트 레이디는 그렇게 탄생한 겁니다.
AAA급 오픈월드 RPG '사이버펑크 2077' 어떤 게임인지 알아보자
'싸펑', '싸펑' 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고요? 괜찮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이 준비한 이 기사만 읽으면 <사이버펑크 2077> 이야기를 같이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이름난 개발사 CDPR의 작품, 3D RPG로 재탄생하는 TRPG <싸이버펑크 2077> <사이버펑크 2077>은 폴란드의 CD 프로젝트 레드(CDPR)가 만든 게임입니다. CDPR은 <위처> 시리즈를 개발한 곳인데요. 2015년 발표한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는 같은 해 최다 고티(Game Of The Year)를 기록했습니다.  CDPR은 <궨트>, <쓰론브레이커> 등 '위처' IP를 활용한 게임도 발표했는데 <사이버펑크 2077>은 '위처'와는 관련 없는 신작입니다. 게임은 1990년 발표된 TRPG <사이버펑크 2020>을 원작으로 합니다. 나이트 시티라는 가상 도시에서 펼쳐지는 사이보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인데요. <사이버펑크 2077>의 핵심 설정들은 대부분 원작의 것을 차용한 것입니다. CDPR은 게임의 시간을 2020년에서 2077년으로 미루면서 그에 따른 대체 역사 설정도 채워넣었죠. 플레이어는 <사이버펑크 2077>에서 무법자 용병 'V'가 되어 각종 임무를 수행합니다. 게임의 핵심 과제는 불멸의 삶의 열쇠가 될 프로토타입의 사이버웨어를 찾는 일인데요.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지를 골라가며 이를 노리는 세력들과 갈등하게 됩니다. CDPR은 다양한 세력, 건축 디자인 양식, 등장인물과 지역에 대한 정보를 담은 가이드를 한국어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1인칭 오픈월드 게임으로 액션 어드벤처 RPG입니다. 스토리 모드는 싱글로 진행되지만, 지난 1월 CDPR은 <사이버펑크 2077>에 멀티플레이 모드를 집어넣겠다고 밝힌 적 있습니다. # 선택과 선택 사이에 놓인 주인공 V, 플레이스타일도 '선택' <사이버펑크 2077>에서 유저는 방랑자 스타일의 노마드(Nomad), 거리에서 생활하는 부랑아(Street Kid), 을 위해 대기업 아라사카의 요원 일하는 상류층 기업(Corporate)의 세 가지 인생 경로를 고를 수 있습니다. 이 경로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V의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스토리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다회차 플레이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길에서 자란 부랑아는 다른 누구보다 정글과 같은 도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연줄도, 신용도, 지식도 갖추고 있다. 높은 난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생생한 게임 플레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노마드는 클랜의 일원으로 나이트 시티의 외곽 지역 배드랜드에서 방황하는 캐릭터입니다. 기업을 선택하며 화려한 사이버웨어를 장착한 상태로 거대 보안, 은행 기업 아라사카를 위해 일하는 요원이 됩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선택'에 대한 게임입니다. 자잘한 대사 분기부터 도시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선택까지 다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전투 스타일도 마찬가집니다. 플레이어는 무기를 들고 적들을 다 죽여버리는 스트롱 솔로(Storng Solo)나 은신과 해킹을 통한 전략적인 넷러너(Netrunner) 전투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트롱 솔로는 무력을 바탕으로 싸우는 캐릭터로 직접 접근 공격과 총, 무력을 활용해 임무를 완료하고, 넷러너는 잠입 이점을 살린 캐릭터로 은신과 해킹을 통해 적을 물리치는 방식입니다. 이 플레이 스타일은 게임의 전투 시퀀스 안에서 엄밀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퀘스트 차원에서 어느 정도 전투적/평화적 선택지를 제공하는 편입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이목구비, 생김새, 색상은 물론 ▲ 바디 ▲ 인텔리전트 ▲ 리플렉스 ▲ 테크니컬 ▲ 쿨 등 각 분야의 퍽(Perk)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성기의 사이즈를 조절할 수도 있으며, 인터섹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최고의 완성도 위해 미루고 미룬 <싸펑 2077>... 100% 한국어 지원 예정 원래 게임은 지난 4월에 출시했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판데믹이 되면서 CDPR은 게임의 출시를 9월로 한 차례 늦췄습니다. 당시 CDPR은 게임의 완성도 역시 최상급으로 선보이겠다 약속했죠.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CDPR은 이번에도 출시를 11월 19일로 한 번 더 미루었습니다. 모든 콘텐츠와 게임플레이는 마무리됐는데, 밸런스 수정과 버그 처리가 남아있다고 하네요. 아쉽게도 몇 달을 더 기다리게 됐지만, 최고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감내할 만한 것 같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100% 한국어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데요. <사이버펑크 2077>의 한국 로컬리제이션은 무사이 스튜디오가 맡았습니다. <GTA 5>의 초월 번역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바로 그 곳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에도 차진 욕이 많이 등장합니다. 게임은 PC, PS5, PS4, Xbox One, Xbox 시리즈 X, 스태디아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습관을 연구한 공학자, 길브레스 부부 (2)
지난 글에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괴짜 부부에 얽힌 일화를 나열했을 뿐이고, 어쩌면 지루할 법한 얘기인데도 말예요. 하지만 저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프랭크 길브레스와 동작 연구에 대해 알아보다가, 우연히 이들 부부의 가정사 얘기를 보게 되었죠.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싶은 뜨악함과 함께, 이들 가족에 대한 흥미도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지난 글을 적은 이유도 그런 감상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였지만, 과연 얼마나 의도가 통했을까요? 각설하고 다시 길브레스 부부 얘기입니다. 흐름대로라면 릴리언 길브레스의 삶에 대해 얘기해야겠지만, 우선은 프랭크 길브레스 얘기부터 하죠. 한 가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올바른 습관을 익히면, 다른 작업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은 하는 일의 종류와 상관없이 중요하다. 한 가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습관을 익히는 방법을 알게 된 사람은 당연히 다른 일에도 같은 방법으로 좋은 습관을 지니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헨리 간트의 책, <일과 임금 그리고 이익>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합니다. 헨리 간트는 오늘날 간트 차트로 알려진 일정 관리 도표를 창안한 인물인데, 세계 최초의 컨설턴트이자 과학적 관리론을 창시한 프레데릭 테일러의 제자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테일러나 길브레스 부부와도 생각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겠죠. 때는 1907년, 아직 프랭크 길브레스가 살아 있을 때 얘기입니다. 길브레스 부부는 무언가를 계기로 프레데릭 테일러와 만날 기회를 얻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두 거장은 이내 서로가 하는 연구가 거의 유사하단 걸 눈치채죠. 테일러의 <시간 연구>와 길브레스 부부의 <동작 연구>는 다소 차이점이 있었지만 노동자의 능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작업 방식을 개선한다는 발상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프레데릭 테일러 개인적으로도 살면서 지금껏 걸어온 길이 프랭크와 유사했습니다. 우수한 성적을 올린 학생이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진학을 포기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든 점도,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 이윽고 자신만의 분야로 독립하게 된 것도 비슷했죠. 프랭크와 테일러 사이에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던지, 1912년 프랭크는 <과학적 관리 입문>이라는 문답 해설서를 출간해 테일러의 이론에 관심과 지지를 보였습니다. 프레데릭 윈슬로우 테일러. 세계 최초의 컨설턴트. 부유한 집안 출신에 직장에 다니면서 이런저런 특허로 많은 돈을 벌었고, 은퇴 후 강연, 자문, 저술 활동을 왕성하게 수행했습니다. 작업장에 스톱워치를 끌어들여 노동자의 작업과 휴식 시간을 통제한 게 그의 업적 중 하나인데, 이후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1912년 미 의회에서 작업장에서 스톱워치를 쓰지 못하게 하는 법까지 제정했다고 하죠. 또 테니스와 골프를 잘 쳐서 1881년 미 테니스 복식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따는가 하면, 1900년 하계 올림픽에서 골프 종목 4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골프채를 손수 디자인하기도 했다네요! 테일러와 만남을 가진 지 몇 년 후, 프랭크는 <동작 연구(1911년)>라는 저서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재미있게도 1911년은 테일러가 <과학적 방법론>을 출간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 <동작 연구>에서, 프랭크는 작업자의 동작을 분석해 가장 기초 단위 요소 17개로 분류하고, 이들 각각에 부호를 붙이는 한편 효율적인 행동과 비효율적인 행동을 구분합니다. 자신이 고안한 이 새로운 체계를, 프랭크 길브레스는 서블릭therblig이라고 지칭합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서블릭이란 이름은, 바로 길브레스gilbreth 성을 뒤집어 쓴 거란 사실을요. 이것 또한 그가 남긴 묘한 기행 중 하나입니다. 1912년 이들 부부에게 또 한 번 중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인 릴리언이 그동안 부부가 함께 연구한 바를 토대로 산업심리학 논문 한 편을 써서 대학 측에 학위논문으로 제출합니다. 하지만 대학 당국이 논문 접수에 조건을 걸죠. 대학 측 논리는 이렇습니다. 릴리언의 주전공은 영문학이고, 따라서 제출한 논문은 학위 취득에 부적합하다. 하지만 릴리언이 본교로 돌아와 1년간 산업 공학 전문 실습을 수료한다면 논문을 접수받겠다. 문제는 미 동부에 사는 릴리언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교로 홀로 돌아가 수업을 수료하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단 사실이었죠. 고민하는 릴리언을 위해 프랭크가 아이디어를 내죠. 그는 출판업자를 찾아가 설득한 후, <산업공학잡지>에 릴리언의 논문을 1년간 연재할 수 있도록 허가를 따냅니다. 릴리언의 논문은 1914년 <경영심리학>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판됩니다. 이 책에서 릴리언은 여러 기업들이 권위와 수직적 명령에만 의존하는 전통적 체제에서 탈피해 과학적인 관리방법론에 기반한 새 체제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고 역설하죠. 책에 적은 저자명은 L.M.Gilbreth였습니다. 저자가 여자인 게 알려지면 불리한 대우를 받을까 우려해서 필명처럼 이름을 적은 거죠. 그러다보니 평소 길브레스 부부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대체 저자가 누구냐는 이야기가 나왔던 모양입니다. 그럴 때면 프랭크 길브레스는 자신에게 질문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했다지요. '우린 결혼한 사이입니다.' 마치 두 사람은 일심동체이니 누가 썼느냐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처럼 말이죠.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학 측은 새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릴리언이 경영 혹은 심리학 학위를 주는 어느 대학에서건 전문 실습을 받는다면 학위를 수여하겠다고요. 그 제안을 받아들여 릴리언은 1915년 브라운 대학 응용경영관리 박사 학위를 무사히 취득합니다. 학위를 취득한지 불과 3일 후에 출산을 하게 됐지만요. 1916년 부부는 노동자의 피로를 유발하는 요소들을 분석한 <피로 연구>를 발표합니다. 1917년엔 <응용동작연구>를 내놓으면서 동작연구를 위해 활동사진기 촬영, 작업자 몸에 꼬마전구를 달아 행동 궤적을 찍는 사진 등 독창적인 방법론을 제시했고요.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프랭크는 육군 소령으로 입대합니다. 릴리언은 부상 군인의 재활 연구에 뛰어들죠. 장애인들을 위해 몇몇 장치를 새로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팔만 가지고도 쓸 수 있는 타자기 같은 거죠. 부부는 전쟁 후 상이 군인들의 재활을 돕는 전쟁위험보험법 통과에도 협력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1920년 <장애인을 위한 동작 연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죠. 친구 프레데릭 테일러도 그랬지만, 길브레스 부부는 동작 연구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 더 나은 처우를 받게 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렇게 생각한 건 프랭크 자신의 개인적 경험 탓이기도 했죠. 건축 일을 할 때, 프랭크는 자신의 동작 연구 성과를 실제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프랭크의 저서 <동작 연구>는 벽돌 쌓기나 건축에 관계된 사례가 많습니다. 예컨대 벽돌쌓기의 경우 동작연구를 적용했을 때 사용하는 동작 수는 18개에서 5개로 줄고, 시간당 쌓는 벽돌 수는 175개에서 350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업 생산량은 두 배가 증가했죠. 한편, 테일러는 작업자의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성과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바른 작업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면, 그 혜택이 곧 작업자에게 돌아가도록 설계한 거죠. 또 작업자 개개인의 효율이 증진되면 회사 전체의 수익성도 높아집니다. 결과적으로 노사 모두 윈윈이죠. 정작 노동자들에게는 기계적 수탈과 착취를 위한 이론으로 비판받았지만, 프랭크의 저서에는 작업자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동작 연구>의 몇몇 구절을 아래 옮겨 적을까 합니다. 작업자가 맡은 일 이외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전적으로 회사 복지 부서의 담당이다(...) 작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작업자의 개인 생활을 살펴보는 일도 복지 담당 부서의 역할이다. 복지 부서는 작업자가 개인은 물론 속한 집단에서 더욱 가치 있는 경제인이 되도록 지원한다. ...따라서 작업자를 배치할 때는 작업자가 일을 대하는 태도와 성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작업자는 자신의 성향에 적합한 작업에 배치될 때 작업 지시를 더 잘 지키며 더 높은 성과를 낸다. 수습공이 당장 오늘 해야 할 일을 훈련하면 그 훈련은 무조건 실패한다. 수습공은 이론적인 훈련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습에 적응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충분한 실습이 없으면 수습공은 실제 작업에서 연습을 하게 되고 결국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한다... 미국의 건축 분야에서 수습공이 훈련을 받는 기간은 일반적으로 3년 정도이며 때로는 21세가 될 때까지 훈련을 받기도 한다. 최상의 조명은 작업자가 피로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여준다. 가장 좋은 조명과 가장 나쁜 조명의 설치비용 차이는 눈의 피로를 줄여 휴식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절약되는 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많은 생산량을 달성하려면 작업자가 개인 공구를 쓰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작업자에게 개인 공구를 쓰게 하면, 작업자는 공구 구매 비용을 아끼고 도난을 당할 경우 손해를 줄이기 위해 같은 종류의 공구는 한 가지 크기만을 구입한다. 그러나 대부분 작업에서는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다양한 크기의 공구를 사용해야만 보다 많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 1910년대 인물의 시각으로 적은 것이기에 오늘날 현실과는 다소 맞지 않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프랭크 길브레스가 얼마나 꼼꼼하게 작업자들을 봐오고 개선책을 나름대로 궁리했는지를 알 수 있는 구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ridibooks.com/books/2602000003 프랭크 길브레스의 <동작 연구>. 이 책이 번역 출판되어 있단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이미 출간된 지 100년도 넘은 고전이라 할 만한 책이네요. 릴리언 길브레스 이야기는 이 다음 글에서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