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글]옛날 옛적에 : 귀신의 장난
안녕하세요 공포이야기퍼오는개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시작할게요!! 짱공유 백도씨끓는물 님께서 올리신 글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본 이야기는 과학적인 근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친구 분이 무당이셨습니다. 이분은 주로 마을에 있는 잡기를 몰아내는 역할을 하셨지요. 외할머니께서는 자주 이분을 도와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들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기도 하셨지요. 할머니께서는 손자, 손녀들에게 귀신의 특징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흔히 시골어르신들이 귀신을 보고 ‘요망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부 귀신은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산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잡귀가 이런 특징을 보이는데요. 작게는 인간의 물건을 숨기는 장난을 치거나, 크게는 모습을 드러내며 인간을 놀라게 하지요. 더욱이 아주 심보가 고약한 귀신들은 작정하고 질병을 가져오거나,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가끔... 조금 전까지 있던 물건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귀신의 장난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사라진 물건 때문에 당황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면서 귀신들은 ‘깔깔’대며 인간을 비웃고 있습니다. 매우 재밌어 하겠지요. 그리고 이런 귀신들은 음기가 충만한 날에 인간들에게 한 번씩 모습을 보입니다. 계속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들에게도 힘든 일인지라, 잠깐 출현하고 사라집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자빠지는 것을 매우 즐거워하지요. 그래도 이런 귀신들은 그나마 귀엽습니다. 문제는 정말 심보가 고약한 녀석들입니다. 원한을 가진 귀신과는 또 다르게, 살아있는 모든 것을 싫어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인간의 안녕과 행복이 가장 꼴 보기 싫은 것이지요. 작정을 하고 해를 끼치기 위해서 별별 수단을 동원합니다. 전쟁이 막 끝나던 시절, 충남 공주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전해드리지요. 마을에도 피난을 갔던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왔습니다. 그 중에는 못 보던 피난민들이 더러 있었는데요. 갈 곳을 잃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마을로 들어 온 것이었습니다. 준택도 피난민이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집을 구하는 것이 참 쉽지 않았습니다. 벌써 살만한 곳은 사람이 모두 찼고, 산과 언덕에도 이미 다른 사람들이 터를 잡아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에 집을 못 구하는 것은 당연지사였지요. 그러던 중, 준택은 마을 아래에 위치한 빈집을 발견합니다. 조금 낡았지만 꽤 깨끗했고, 무엇보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없어서 마음 놓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누군가가 그 집을 선수칠까봐 재빨리 짐부터 풀었습니다. “여보, 아가들아.. 오늘부터 이곳이 우리 집이여..” 하지만 준택의 아내는 그 집이 조금 이상했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집이 땅 안으로 푹 꺼진 느낌이 들었고 한 여름인데도 냉기가 돌았기 때문이지요. 준택은 기분 탓이라며 낡은 것들을 고치고 집안 곳곳을 손보면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첫날밤을 묵게 되지요. 준택의 아내는 꿈을 꾸었습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집에 찾아 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는 반가운 기색도 없이 애가 타는 표정으로 아내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것이었습니다. “얘야, 빨리 나가자. 이런 집에서 살면 안 돼. 어서 빨리 나가자...” 놀란 준택의 아내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지요. 기분이 싱숭생숭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한 숨을 쉬고 있는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켁게게게겍.. 켁.. 케게게겍...” 첫째 딸이 호흡이 곤란한지 숨을 쉬지도 못하고 졸도를 하기 일부직전이었습니다. 놀란 준택의 아내는 딸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고통스러워 할 뿐이지요. 별 차도가 없었습니다. 잠에서 깬 준택은 놀라서 딸의 등을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준택과 아내는 당장 죽게 생긴 딸 때문에 무서웠습니다. 바로 그때, 준택의 아내의 머릿속에 친정어머니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얘야, 빨리 나가, 어서 나가란 말이야.” 영문도 없이 준택의 아내는 딸을 부둥켜 앉고 집 밖으로 나갔지요. 준택은 갑자기 그런 아내의 행동에 당황했습니다. “이보게, 뭘 어쩌겠다는 거여?” 준택의 아내는 최대한 집 밖으로 멀리, 최대한 멀리 달렸습니다. 그리고 마을의 정자 근처에 당도했을 때, 딸아이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기진맥진해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지만, 서서히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아가, 괜찮은 겨? 아가, 엄마 좀 봐봐...” 첫째 딸은 엄마의 얼굴을 보자, 놀랬는지 울기 시작했습니다. 준택의 아내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럽게 같이 울었지요.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그렇게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둘은 한 참을 울다가 집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무당으로 보이는 한 처녀가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처녀는 준택의 아내와 마주치자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 혹시, 마을 아래에 빈집으로 이사 오셨어유?” 준택의 아내는 깜짝 놀라서 당황했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주인이라서 그곳을 내쫓을까봐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얼떨결에 처녀에게 인사를 했지요. “안녕하세요... 마.. 마을 빈집으로 이사 온 안준택의 안 사람이에요..” 그러나 처녀는 예상 밖으로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잉.. 저는 저기 밤나무 뒤에 사는 강윤화에유. 아직 우리 할머니께 배우고 있지만, 무당이에유, 헤헤..“ 보통 무속인이라고 하면은 늘 상대를 매섭게 노려보거나, 날카로운 어투로 쏘아대듯 말하지요. 그러나 이 처녀는 어찌나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지 윤택씨의 아내는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듯 편안했습니다. 처녀는 바구니에 있던 사과 세 개를 건네주며, “언니, 이거 받아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애들 먹여유.. 그리고 내일 오후에 제가 언니네 댁에 놀러 가도 돼쥬?” 준택의 아내는 당황했습니다. 다짜고짜 이런 비싸고 귀한 과일을 받다니... 무엇보다, 처음 본 사람이 집으로 놀러온다는 이야기에 순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괜찮아유... 저 이상한 여자 아니에유. 언니, 내일 봐유..“ 거절하려고 말도 꺼내기 전에, 처녀는 가버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곯아떨어진 딸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준택은 걱정이 되었는지, 마당 앞을 이리저리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여보..” 준택은 서둘러 달려왔습니다. “우리 아가는 괜찮은겨? 어이구, 이게 무슨 일이여... 아가 괜찮니?” 준택의 가족은 그 집에서 쉽지 않은 첫날밤을 치렀습니다... 준택은 친척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그래서 새벽 일찍 집을 떠나게 되었지요. “보리가 얼마 남지 않았네? 그래도 아끼지 말고, 자네랑 우리 아가들이랑 잘 챙겨 먹게. 오늘 일가면 영택형님이 말이여. 먹을 걸 잔득 준다고 했어... 조금만 기다려.” 준택의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방님이 출근 할 물건들을 챙겼습니다. 지난밤에 너무 놀란 나머지, 몸과 마음이 굉장히 피곤했지만 그래도 가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준택은 서둘러 나가며 아내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아내도 잘 다녀오라며, 웃으면서 남편에게 손을 흔들었지요. 그리고 준택의 아내는 지난밤에 받았던 사과 3개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주려고 안방 문 밖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고... 새끼들, 이 집이 어떤 집인지도 모르고 참 잘 자네? 어제 그냥 콱 죽여 버렸어야 하는데... 팔자도 모르고.. 아가? 잠이 오냐? 잠이 와?”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험한 소리를 내뱉었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순간, 강도라도 들어왔다면 사과라도 던질 마음으로 냉큼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철커덕...” 준택의 아내는 방 안 곳곳을 둘러봤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만 쌔근쌔근 자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방 안 어딘가에서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어허, 여편네... 지 새끼들 죽일까봐 들어 온 거여? 참 기가 막힐 정도로 들어왔구먼? 어제 저 여편네만 아니었어도, 골로 보내는데... 아쉬워..” 준택의 아내는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을 했습니다. 남자 목소리? 아니 여자 목소리 같기도 한 것이... 이상하고 묘한 목소리가 참으로 기분이 나빴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몹쓸 말을 하니, 엄마로서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방 안에 대고 큰 소리로 따졌습니다. “귀신이든, 사람이든 우리 아가들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유. 남의 집 귀한 자식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 우리 아가들 털끝 하나 건드려 봐유. 아주 가만 안 둘 꺼니께..” 준택의 아내를 비웃듯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방안 곳곳에 울려 퍼졌습니다. “으하하하.. 으하하하.. 이히히히히.. 이히히히.....” 웃음소리에 놀란 준택의 아내는 혹시나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까봐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덜덜 떨었습니다. “내 목소리가 들리는 겨? 어따메.. 아줌씨 무섭네... 신기라도 가진 거여? 내 아주.. 오늘 이놈의 인간들 혼구녕을 내줄테니.. 각오혀.. 낄낄낄..” 그런데 밖에서 누군가가 준택의 아내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언니, 저 윤화에유... 어제 만났던.. 윤화..” 방 안의 목소리는 윤화의 목소리를 당황을 했는지, 위험을 느낀 듯 심한 욕을 하고 사라졌습니다. “이런 육시럴.. 넌 내가 다음에 만날 때는 사지를 찢어버릴 겨..” 윤화는 안방 문을 열었습니다. 방 안에는 준택의 아내가 어린 아이들을 부둥켜안으며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에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놀란 준택의 아내를 위로 했습니다. “언니.. 괜찮아유.. 괜찮아유..” 준택의 아내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마음이 좀 진정이 되는 듯 윤화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아가씨.. 밥은 드셨어요?” 피죽도 먹고 살기 힘든 찢어지게 가난한 시대에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이지만 준택의 아내는 보리죽을 써 왔습니다. 윤화는 거절하지 않고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준택의 아내는 윤화에게 조심히 물었습니다. “아가씨.. 우리 집에는 무슨 일로 오셨데유?‘ 윤화는 그저 빙긋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곤 자신이 싸온 보자기에서 떡이며 사탕 같은 것을 꺼내어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꼭꼭 씹어 먹어야혀..” 준택의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그제야 윤화는 준택의 아내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지요. “언니...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셔유. 놀랄 수도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들으셔유...” 윤화가 말하길, 지금 준택네 식구가 살고 있는 집은 일제시대 때부터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흉가란 것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박씨라는 사람이 이곳에 집을 짓고 싶어 했지요. 하지만 풍수장이를 비롯해서 동네 무당들이 반대를 하며 말렸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음기가 모이는 지점이라, 온갖 잡귀들이 들끓는 장소였기 때문이지요. 박씨는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며 끝끝내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박씨의 노모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든이 넘은 노모가 저 세상에 가는 일이야,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그래도 어제까지 정정하던 노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마을 사람들은 놀랬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의 동생도 죽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에 질식해 죽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박씨의 아들 둘과 아내가 연이어 죽었고, 마지막에 박씨가 그 집에서 죽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박씨는 자살을 했는데,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요망한 귀신 새끼들이 어머니, 동생, 아들 둘과 아내를 죽였네. 무당의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나의 잘못이 크다. 죄책감에 가족들을 따라간다.’ 이후, 박씨의 먼 친척이 이곳에 이사를 와서 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양반의 일가족도 모두 죽었지요. 그리고 몇몇이 들어와 이곳에 살았지만, 귀신을 보거나, 귀신에게 홀려서 결국 겁이 나서 나가버렸습니다. 온 동네에 ‘귀신이 사는 집’이라며 소문이 난 것이지요. 흉한 곳을 허물어야 한다며 마을 사람들이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마을 사람들이 그곳을 허물기 위해 이곳에 올 때마다 하나, 둘 이유 없이 ‘픽픽’ 쓰러지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는 무서워했습니다. 아직까지 이곳을 허물지 못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둔 이유지요. 소문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곳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준택이 이 집의 주인이 된 것이었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윤화의 말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일을 하러 나갔는데, 이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지, 당장 집을 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더욱이 윤화는 준택의 아내에게 지난밤에는 정말 큰일이 났었다며 말을 이었습니다. 윤화는 준택의 아내에게 지난밤에는 정말 큰일이 났었다며 말을 이었습니다. “간밤에 저 아이가 죽다 살지 않았어유?” 준택의 아내는 첫째 딸의 얼굴을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가, 이모한테 잠깐만 와보련?” 첫째 딸이 윤화 앞에 다가와 앉았습니다. 윤화는 딸에게 천장을 보라며 손짓을 했습니다. 아이가 천장을 바라보고 고개를 들자, 준택의 아내는 경악을 했습니다. 딸의 목에 누군가가 목을 졸랐던 흔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손 모양이 선명했습니다. “언니, 이거유... 사람이 한 짓이 아니라, 이 집에 사는 귀신들이 한 거에유..” 준택의 아내는 너무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딸을 안은 채 울기만 했습니다. 그녀는 문득 친정어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친정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첫째 딸을 부둥켜안으며 고마움과 서러움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윤화는 그날 밤에 산신님께 기도를 드리고 내려왔을 때, 모녀가 이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특히 첫째 딸에게는 귀신들의 냄새가 어찌나 진동을 하는지, 잠자코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그들을 구해주려고 준택의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말을 걸었지요. 문제는 귀신의 존재를 전혀 믿지 않을까봐, 산신님께 재물로 바쳤던 사과 3개를 주며 그것을 통해 귀신의 목소리라도 듣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영적인 힘을 잠깐 빌려준 샘이지요. 물론, 당장 찾아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야밤에는 귀신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강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준택의 가족이 믿어준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윤화는 새벽에 일찍 찾아와서 한참을 집 밖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문밖에서 준택의 아내와 귀신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었지요. 그러다 귀신의 심보가 보통이 아니라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방문을 열었던 것이었습니다. “언니, 하루 빨리 이 집에서 나가야 해유... 언제 귀신들이 언니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지 모른다니께유... 이것들은 굿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만큼 무서운 녀석들이에유..“ 준택의 아내는 아이의 아버지도 없는데,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저기.. 윤화 아가씨, 그래도 우리는 여기가 아니면 갈 곳이 없어요..” 윤화는 아무 걱정 말라며, “언니, 그런 줄 알고 제가 우리 할머니께 말씀드렸어유.. 우리 집 뒤편에는 방이 하나 있슈... 그곳에서 언니 가족들이 지내도 된다고 하셨슈... 여기 보다 훨씬 좁지만, 훨 안전하지유..” 그래도 준택의 아내는 남편의 동의 없이 움직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윤화 아가씨.. 역시 지금은 무리일 것 같구요.. 아이들 아빠가 아무래도 와봐야...” 준택의 아내도 몹시 이 집이 찜찜했습니다. 처음 올 때부터 푹 꺼진 지반에 냉기까지 도는 집... 무엇보다 아이가 아픈 것이 귀신의 탓이라고 하니까 집에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아빠가 너무 좋아한 집이라서 쉽게 누군가의 말을 듣고 방을 빼기에는 염려되는 부분이 컸습니다. 윤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준택의 아내도 이곳을 나와야 한다며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준택의 아내는 그것 역시도 스스로 결정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언니 잘들어유. 귀신은 말이여유... 약한 아이나 노인부터 해를 끼쳐유. 그리고 사람의 두려움을 먹고 강해진 뒤에는 건장한 사내도 해를 끼쳐유... 귀신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알아유? 인간이 자신의 터에서 행복하게 사는거에유...” 준택의 아내는 윤화의 설득에 할 수 없이 아이 셋과 함께 그 집을 떠났습니다. 윤화와 함께 필요한 도구만 들고 그녀의 할머니댁으로 갔지요. 할머니는 준택의 아내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습니다. “고생 많았네, 고생 많았어.. 어찌 그 집에서 살 생각을 했누... 자리 잡을 때까지 여기서 묵어도 괜찮아..” 친절하게 맞이 해준 윤화네 가족이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직 돌아올 시간은 한 참 멀었지만, 행여나 일찍 올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준택씨와 아내는 한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어서 미처 어디로 떠난다는 내용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준택의 아내는 남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 했습니다. 얘들 아버지를 기다리기 위해 그 집을 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윤화와 할머니가 가지 못하게 할 것이 뻔해서 그들에게 ‘길에 중요한 물건을 흘린 것 같다’며 아이들을 맡기고 나왔지요. 할머니는 때가 되면 남편이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걱정은 전혀 덜어지지 않았지요. 착한 남편이 혹시나 집에 왔을 때를 걱정했습니다. 가난한 자신을 두고 아이들을 모두 데려갔다고 생각할까봐, 그리고 그 집의 나쁜 귀신들이 남편을 해칠까봐, 복잡한 심정으로 남편을 위해서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집의 대문을 열려고 하자,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남편은 일을 하고 왔는데, 여편네는 어디 간 거여? 자식새끼들은 또 어디 간 거여? 중얼중얼...” 준택의 아내는 남편의 목소리에 반가웠습니다. 당장 대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마당에서 연장을 손질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준택은 낫을 갈면서 혼잣말을 ‘중얼중얼’ 거리다가... “여보.. 왔는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평소와 다른 남편의 모습에 화가 난 줄 알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했습니다. “네, 여보.. 마을에 좀 다녀왔어유..” 남편은 아무런 대꾸도 않고 낫을 갈았습니다. 그러곤 한참을 있다가... “그래, 뭐하고 온 거여?” 준택의 아내는 남편의 그런 모습에 지금까지 겪었던 이야기를 차마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저기.. 그냥저냥...” 남편은 또 아무런 대꾸도 않고 낫을 계속 갈았습니다. 그러곤 또 한참을 있다가... “무당년 집에 갔다왔구만?” 준택의 아내는 뜨끔 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남편이 무당을 싫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윤화가 해준 이야기는 뒤로하고, 화가 난 남편을 풀어주려고 주제를 돌렸습니다. “저.. 저기.. 여보, 오늘은 일찍 오셨네유? 무슨 일로 이렇게 빨리 왔데유?” 남편은 무심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낫을 갈았습니다. 그리고 한 숨을 쉬며.. “자네랑 한 약속을 지키려고 왔지... 암.. 자네랑 한 약속... 허허..” 준택의 아내는 ‘약속’이란 말에 당황을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과 약속을 했었나? 생각을 했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저.. 여보...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었나요? 제가 아침에 한 약속이 기억이 안 나서...” 남편은 고개를 푹 숙이며 한 숨을 쉬었습니다. “에휴.. 정말 잊었단 말이여? 정말 기억이 안나?” 남편은 낫을 들고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이상했지만 대수롭게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보, 정말 기억이 안나요..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었지유?” 준택의 아내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를 돌아본 남편은 낫을 들고 부인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내가 약속했잖여, 다음에 만날 때는 니 사지를 찢어버린다고!” 놀란 준택의 아내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낫을 간신이 피했습니다. 그리고 순간 남편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겁에 질렸습니다. 그는 남편이 아닌, 소름 돋게 무서운 표정을 한 귀신이었습니다.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이 사람, 아니 이 귀신, 첫째 딸의 목을 조르고, 새벽에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귀신이구나... 축 늘어진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준택의 아내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겁을 먹어 도망가려고 했습니다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고 했지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다 잡으려는데, 준택의 아내는 이 집의 실체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낫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귀신뿐만 아니라, 지붕에서, 부엌에서, 창고에서, 마당에서, 뒷간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엄청 많은 귀신들이 준택의 아내를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이렇게 자신도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때, 진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 여보!!!!!!!” 대문 밖에서 준택이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귀신들이 아내를 해칠까봐, 단숨에 달려와서 아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둘은 그 집에서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현상에 경악을 했습니다... ............................................................................................................................................... 이른 새벽에 준택은 집을 나섰습니다. 1시간 정도, 아니 꽤 오랫동안 걸어서 친척인 영택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영택은 양조장에서 일을 했는데, 준택이 근처로 이사를 온다기에 함께 일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형수는 일을 나가기 전에 든든히 챙겨먹어야 한다며, 없는 살림에 상을 차려왔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던 지라, 준택은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척 동생이 잘 사는지 걱정이 되어서 영택이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준택아.. 너도 아버지가 되니께 부지런해 지지?” 입 안에 가득 있는 음식물을 급하게 넘기며, “아이고 형님, 말해 뭐한데유. 그저.. 우리 마누라, 아가들 먹고사는 데만 지장이 없으면 더한 것도 하것슈..” 과거 어렸던 친척동생이 책임감 있는 가장이 되자, 대견했습니다. “그려.. 그려.. 집은 공주 어디여? 계룡에 밤나무 근처인가?” 준택은 집 이야기에 한 것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쥬, 밤나무 근처에 얻었슈. 집을 지으려고 해도 엄두가 안 나는 거여요. 다른 집은 벌써 주인들이 들어오거나, 사람이 사는 집이구.. 본의 아니게 형님 댁에서 하루 묶어야 겠구나.. 생각 했는데, 때마침 계룡에 밤나무 아랫집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니겠어유?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깨끗하고 솔찬히 괜찮아서. 냅다 그 집에서 짐을 풀었쥬..” 영택은 ‘밤나무 아랫집’이란 말에 동공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준택에게 물었습니다. “이보게 준택이, 혹시 밤나무 아랫집을 말하는 건가? 거기 마을 아래에 떨어져 있는 집 하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준택은 그 집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택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집일 수도 있으니,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대문이.. 녹이 좀 쓸었지만 파란색이고.. 쇠로 만든 집이여?” 준택은 겁에 질린 표정의 영택에게 눈을 때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유? 우리집을 아세유?” 그 집은 영택도 아는 집이었습니다. 아니, 웬만하면 공주나 청양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 본 집이지요. 영택은 준택에게 잘 들으라며,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일제시대에 박씨가 그곳에 집을 지은 이야기부터 그곳에 살았던 사람은 죄다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말이지요. “준택이, 오늘은 일 하지 말고 당장 집으로 가봐... 그 집에 있으면서 하루라도 잘 지내는 사람 못 봤으니께..” 준택은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집에 그런 비밀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요. 그리고 순간 첫째 딸이 고통스러워하던 지난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비로서 행복하게는 못 해줄망정, 귀신들린 집에나 살게 하고.. 준택은 자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택은 준택에게 한 가지 당부했습니다. “준택아, 그 동네 말이여. 귀신 쫓는 용한 무당 할매가 있어. 피난 갔다가 돌아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거기 먼저 가서 할매 모시고 집에 가거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말이여.” 준택은 영택의 말이 끝나자, 쉼 없이 뛰었습니다. 한참을 달린 뒤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당장 무당집 할매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날씨가 이토록 맑은데 준택의 집에만 시커먼 안개 같은 것들이 잔득 끼어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예감에 무당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집으로 향했습니다.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무서운 표정으로 남자가 낫을 들고 아내를 해치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준택을 더욱 경악 시킨 것은 낫을 든 남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귀신 모두가 자신과 아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준택은 아내를 향해 외쳤습니다. “여보, 여보!!!!!” 아니나 다를까, 낫을 들고 있던 귀신은 준택을 그윽하게 바라봤습니다. 준택은 아내를 일으켰습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둘은 대문을 향해 힘껏 뛰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대문이 ‘쾅’하고 굳게 닫혔습니다. 준택이 안간 힘을 써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낫을 든 귀신이 긴 혀를 날름날름 움직이며 ‘씨익’하고 웃었습니다. “들어 올 땐 너의 마음대로 들어왔지만, 나갈 땐 너의 맘대로 못나가지... 너의 딸년부터 죽였어야 하는데.. 낄낄낄” 요란한 웃음소리를 내며 준택의 부부에게 마구 낫을 휘둘렀습니다. 준택은 아내를 감싸다가 등과 팔이 낫에 베였습니다. “여보, 여보!!!” 쓰러진 준택은 팔과 등에 피가 철철 흘렸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피칠갑이 된 남편을 부둥켜안고 살려달라며 귀신에게 빌었습니다. 하지만 남자 귀신은 오히려 즐거워하며 낫을 들고 요란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집안 곳곳에 있던 귀신들까지 요상한 울음소리를 동시에 내기 시작했습니다. “으흐흐흐.... 으흐흐흐흐... 으흐흐흐.. 꺼이..꺼이...” 준택의 아내는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머리를 어지럽히는지 정신이 나갈 것 같았습니다. 남자 귀신이 준택의 아내를 보며 낫을 얼굴에 갔다댔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자신은 죽여도 남편은 살려달라며 애원했습니다. 귀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요상한 표정을 지어댔습니다. 웃는 표정, 슬픈 표정, 눈을 모았다가, 얼굴을 찡그렸다가... 한마디로 준택의 아내를 희롱하는 것이었지요. 그것을 보고 화가 난 준택이 귀신을 향해 돌진을 했습니다. 준택은 귀신의 팔을 잡으며 아내에게 외쳤습니다. “여보, 빨리 나가.. 어떻게든 나가...” 준택의 아내는 남편을 두고 쉽게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근처에 있던 돌을 들고 귀신의 머리를 찍어버렸습니다. 귀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욕을 하며 준택을 밀쳐냈습니다. “육실헐!!!!” 바로 그때, 잠겨있던 대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하얀 옷을 입은 무당 할머니와 윤화가 들어왔습니다. “이보게, 새댁.. 정말 말을 안 듣네 그려. 내가 그만큼 이 곳에 오지 말라고 말했거늘...” 준택 부부는 할머니의 꾸지람에 얼어버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손짓을 하며, “빨리 내 뒤로 안 오고 뭐하는 겨, 죽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있던가...” 윤화는 재빨리 준택 부부를 할머니 뒤에 데려왔습니다. 귀신은 무섭게 할머니를 노려봤습니다. “이 무당년,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여!?” 할머니는 낫을 들고 있는 귀신을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귀신도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한참을 서로 응시하다가 할머니는 귀신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혹시? 죽은 박씨 아닌가? 30년 전에 죽은 자네가 어찌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귀신은 그런 무당 할머니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으헤헤헤... 낄낄낄 아암.. 그때 나도 이 집에서 죽었지.. 날 죽인 귀신 놈이 저기 지붕에서 날 훔쳐보고 있구먼.. 씨X롬... 내가 저 새끼 보고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쳤는데, 끝내 내 목을 졸라 죽이더군. 육실헐..” 무당 할머니는 박씨귀신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건너방에는 죽은 박씨의 어머니 영이 있었고 창고에는 죽은 박씨의 어린 두 아들이 있었으며 부엌에는 죽은 박씨의 아내가 쪼그려 앉아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지붕위의 귀신을 보며 박씨귀신에게 말했습니다. “박씨.. 저 귀신이 너를 죽인 건 사실인 것 같지만 자네 가족을 죽인 건.. 귀신들이 아니라, 박씨 자네구먼?” 박씨귀신은 진실을 들킨 듯 크게 웃었습니다. 30년 전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박씨는 터가 안 좋다는 소문에 땅 값이 싸서 이곳에 집을 지었지요. 집을 짓고 나서 잡귀는커녕 도깨비불 하나 못 봤습니다. 오로지 돌아가신 아버지가 일본군을 피해 숨겨 놓은 재산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지요. 그래도 박씨의 어머니는 마을 무당의 말을 듣고 혹여나 집안의 귀신들이 가족을 해칠까봐 음식을 주며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워낙 음기가 강한 지역이라서 귀신들은 금방 박씨의 어머니에게 모습을 나타냈지요. 본래 자신의 영역에서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귀신들도 친절한 박씨의 어머니를 의외로 잘 따랐습니다. 오히려 귀신들은 전염병을 몰고 다니는 악귀로부터 박씨의 어린 두 아들을 지켜주기도 하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박씨는 아버지가 숨겨 놓은 재산을 어머니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챕니다. 바로 아버지의 재산으로 독립운동의 자금을 몰래 대주었던 것이었지요. 박씨는 어머니에게 당장 전 재산을 내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를 했지요. 돈에 눈이 먼 박씨는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자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에 이불을 단숨에 덮어 질식사 시켰습니다. 문제는 그 모습을 두 아들이 본 것이지요. 두 아들은 아버지가 할머니를 죽였다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을 하려 했으나 박씨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박씨는 두 아들에게 협박했습니다. “너희들이 본거.. 누구에게라도 말을 하면 그땐 용서 안 할겨.. 알았어?” 당시 일제치하에 시골이라는 이유로 사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그냥 넘어 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박씨의 입장에서 무사히 어머니의 장례가 끝났고 인근 묘지에 안장 시켰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요상한 소문이 퍼진 것이었습니다. 귀신이 들끓는 집 터 때문에 박씨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까지 멀쩡한 노인네가 왜 죽은 거겠어.. 무당들이 그러는데 저 집만큼은 굿을 해도 소용없다는 거 아니여?” 박씨의 패륜적 살인행위는 그렇게 귀신소문 때문에 묻혔습니다. 두 아들은 아버지가 할머니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박씨가 어디론가 나갔던 날이었습니다. 두 아들은 이 사실을 엄마에게 알리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박씨의 부인은 시어머니가 늘 하던 귀신에게 밥을 주는 일을 계속 했습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아들 녀석이 부엌에서 기웃거리며, 마치 할 말이라도 있는 것 마냥 서성였습니다. “배가 고프니? 아직 밥시간 되려면 조금 멀었는데...” 두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박씨의 부인은 근심이 가득한 두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니?” 두 아들은 주위를 살폈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없다는 것을 알고 어머니에게 그날의 일들을 전했습니다. “엄마, 아버지가 할머니를... 죽였어요..” 박씨의 아내는 당황했습니다. 전혀 믿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소리 하는 것'이 아니라며 혼을 냈습니다. 어머니는 뭔가 망치로 머리를 크게 맞은 기분이었지만 단지 아이들이 실없이 하는 이야기라든지, 나쁜 말장난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씨의 아내는 두 아이들에게 부쩍 손찌검을 자주하는 남편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인 박씨에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여보, 아이들에게 너무 심하신 것 아니에요? 안하시던 손찌검을 다 하시고.. 졸게 말로 타이르셔요..” 박씨는 슬슬 짜증이 났습니다. 죽은 어머니에게 거액의 재산도 빼앗았겠다, 더 이상 마누라의 잔소리를 들으며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었습니다. “네년이 뭘 알아? 이놈의 집구석 꼴도 보기 싫다.” 박씨의 아내는 생전처음 남편에게 욕을 들었습니다. 남편이 변했음을 직감했지요. 그래서 다시 예전의 자상한 남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여보, 오죽하면 우리 애들이 아버지가 무서워서... 아버지가 할머니를 죽였다고 말을 해요...” 순간 박씨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이내 아들 둘을 끌고 가서 창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물건으로 뭔가를 세차게 내려치는 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소리, 곧이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들은 살려달라며 울부짖었습니다. “아버지, 살려 주세유... 아버지 제발 살려.. 주세유..” 놀란 박씨의 아내는 창고의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박씨의 아내가 커다란 돌멩이로 손에서 피가 나도록 문을 내리쳤습니다. 이윽고 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문이 열리는 동시에 두 아들의 비명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싸늘한 주검이 된 두 아들을 보고 박씨의 아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며 박씨는 아내를 강제로 설득시키려는 듯, “괜찮아, 아이는 또 낳으면 되잖여? 그냥 사고라고 생각혀.. 사고라고..” 한 순간에 악마로 변한 남편을 본 박씨의 아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 없는 통곡만 할 뿐이었습니다. 마을에는 두 아들이 창고에서 뛰놀다가 변을 당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박씨의 아내는 차마 자신이 본 것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박씨가 집밖으로 내보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하루가 멀다고 눈물과 토사물을 쏟아내는 박씨의 아내였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씨는 빼앗은 재산으로 도시에서 향락을 즐기며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아내가 장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마누라도 죽이고 새 인생을 살아? 이정도 돈이라면 조선 바닥 어디에서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지. 암... 그 동안 아껴가며 있는 놈들 앞에서 자존심 굽혀가며 왜 이리 살았는지 모르겄네? 쩐이면 다 되는 것을 말이여..” 박씨는 집으로 가서 계획을 실행시켰습니다. 부엌에 있던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를 한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은 두 아이를 잃은 슬픔이 커서 자살을 했다고 믿었습니다. 박씨는 의심을 받을까봐 아내의 장례를 치르는 날 만큼은 슬픈 척을 했지요. 그리고 박씨는 집안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며 집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끔찍했던 일을 저질렀던 집에서 나가려는 순간, 집안 곳곳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보게.. 박씨.. 어딜 그렇게 가는가... 우리랑 살아야지...” 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가 아닌,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 같았습니다. 박씨는 갑자기 오싹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이보게 박씨.. 어머니를 죽이고... 처자식 죽이고 새 인생 살기가 어디 쉬운가...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여기 있지..” 박씨는 두려웠지만 '밖으로 나가면 그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집을 빨리 나가려고 대문을 미는 순간... 이상하게도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문을 세게 흔들어도, 밀어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라도 된 이상 담이라도 넘으려고 마당으로 돌아가는데 누군가가 빠르게 기어오며 박씨의 다리를 잡았습니다. 놀란 박씨는 나자빠졌습니다. 정신을 차린 박씨는 경악을 했습니다. 시대를 알 수 없는 온갖 잡귀들이 자신의 집에 우글댔습니다. 박씨의 다리를 잡은 귀신이 엉금엉금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박씨의 얼굴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습니다. “박씨... 왜 할머니를 죽였데... 불쌍한 할머니.. 불쌍한 아이들... 불쌍한 자네의 아내.. 왜 죽였데... 너는 귀신보다 못한 인간이여...” 귀신은 박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박씨는 두려웠지만 자신만은 살아야겠다며 귀신을 뿌리쳤지요. 그런데 온갖 귀신들이 이미 박씨의 앞을 막았습니다. 좀 전에 자신을 잡았던 귀신이 말을 하길, “귀신인 우리도 자네 가족들의 은혜를 아는데... 너는 재물에 눈이 멀어 아들이면서, 남편이면서, 아버지이면서 가족들을 무참히 죽여? 너는 사람으로 살 자격이 없다. 옥황상제가 용서를 해도 우리가 용서를 못혀... 그냥 이곳에서 평생 우리랑 살자...” 그렇게 귀신은 박씨의 목을 졸랐고, 박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박씨를 발견했을 때는 처마에 목이 매달려 죽어 있었지요. 그리고 귀신도 모르게 누군가가 박씨의 발아래에 유서를 써놓았습니다. 모두 귀신 때문이라고 말이지요. 박씨 일가의 죽음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죽은 박씨는 사악한 살인귀가 되어 그 집의 귀신이 되었습니다. 다른 귀신들 조차 살인귀 박씨가 무서워서 집안 구석구석에 꽁꽁 숨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박씨귀신은 그 집에 들어왔던 모든 이들을 죽이거나, 해를 끼쳤지요. 어찌나 박씨의 혼이 사악한지, 유명한 무당도 혀를 내둘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준택이 이곳에 왔을 때, 박씨는 애초에 준택네 식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행복하게 서로를 믿으며 살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그런 모습에 화가 나서 첫째 딸의 목을 졸라 버렸던 것이었습니다. 살인귀 박씨는 긴 혀를 내두르며 준택부부를 바라보며 표정을 마구 바꾸며 조롱하듯 말했습니다. “으헤헤헤헤... 그래 내가 다 죽였지.. 이히히히.. 감히 남의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줄 알고? 저 무당년만 아니었어도... 아쉽다.. 아쉬워...” 살인귀 박씨는 준택부부가 괴씸한 듯 낫을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무당할머니와 윤화는 5월에 꺾어 만든 버드나무 줄기를 휘두르며 박씨가 오지 못하게 했지요. “박씨, 죽어서도 죄를 지으면 그 업보 어떻게 감당할거여? 이제 그만... 놓아줘..” 살인귀는 시끄럽다는 듯 사람들을 해치려 했습니다. 물론 버드나무 줄기가 효과가 있는지 쉽게 달려들지는 못했습니다만 어찌나 사악함이 극에 달했던지 무당할머니는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집에 있던 잡귀들이 일제히 걸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무당할머니는 위급함을 느꼈습니다. “내가 해결 할 테니... 모두들 이곳에서 나가게!” 그러나 윤화나, 준택부부가 말을 들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모두들 겁에 떨면서 망령들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망령들은 하나같이 뭐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무당할머니는 그것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윤화와 준택부부에게 외쳤습니다. “어서 대문을 열고 빨리 나가세, 지금이 아니면 살아서 나가지를 못해...” 그 집에 있던 모든 망령들이 살인귀 박씨를 부여잡았습니다. 박씨는 분노하며 자신의 팔다리를 잡은 귀신들을 털어내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집의 망령들은 사람들에게 ‘어서 나가’라며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몇 번이고 살인귀 박씨를 잡으려고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박씨를 잡은 망령들 중에는 박씨에게 죽은 가족과 살해당한 자들도 있었습니다. “어서.. 나가.. 어서.. 나가... 어서.. 나가...” 어마어마한 광경에 준택부부는 눈을 땔 수 없었습니다. 무당할머니는 모두를 데리고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문이 닫히자 박씨가 울부짖는 소리가 문 밖까지 울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무섭고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 퍼졌습니다. 그리고 무당 할머니는 문을 닫아버렸고 황급히 자리를 뜨자고 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준택부부는 한 동안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행복하게 살 것이라 다짐했던 집이, 그런 사연을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결국 준택부부는 그날 이후, 무당할머니의 뒷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무당 할머니는 건장한 사내들과 그 집 대문 앞을 찾았고 부적과 함께 새끼줄을 엮어 봉인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그 집은 손녀인 윤화에 의해서 불에 타 없어졌습니다. 옛날 옛적에 : 귀신의 장난 完 무당 할머니의 뒷집에 사는 대신, 준택의 아내는 무당 할머니를 비롯해서 윤화의 일을 자주 도와주곤 했습니다. 그럴수록 기이한 일을 계속 체험하게 되는데요. 아주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옛날 옛적에 시리즈로 또 뵙기로 하지요.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귀신이 실체화하여 낫을 휘두른다니... 보통 악귀가 아닌듯 하네요 아니면 조금 과장되게 글을 쓰신건가?? 이번 내용은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것과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이 귀신이 되면 더 무섭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글을 너무 많이 올려서 내일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