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포이야기퍼오는개입니다!!
소설 읽듯이 편하게 읽어주세요
그럼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출처 : 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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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여기까지 온 마당에, 우리 사이에 통성명은 필요 없겠지. 이 전 글 마지막에, 고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환자와 첫 심리치료 세션을 보낸 나는 이 환자가 실제로는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 이제 빠르게 진행해보자고.
다들 예상하겠지만, 다음날 Joe를 치료하러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은 꽤나 긴장되더라구. 이제 내가 대놓고 병원장의 명령을 거스르기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보니, 아무렇지 않게 지나던 일상 생활들이 갑자기 무슨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 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할 때도, 혹시 이 처방 기록이 나중에 나를 모함하는데 쓰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하게 됐어. 그 결과, 약 처방에 아주 인색하게 됐는데, 그 때문인지 내 사수가 날 외래 진료 업무에 집어넣었지. 외래 진료에는 주기적으로 마약 중독자들이 꾀병을 핑계로 약을 타가려고 하거든.
뽕쟁이들이 나한테 자기 꾀병이 탄로날 때마다 낙담하는 표정을 보는건 꽤 즐거울 법도 했지만, 그때 난 그렇게 안되더라고. 혹시 이 중독자들 중에 하나가 Dr. G에게 매수당해서 나한테 의료소송을 걸게 할 수도 있잖아?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질 수 밖에 없는 게임 속에 갇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거기에 또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 바로 간수들. 아무 것도 모르던 예전에도 병원 어디서나 보이던 간수들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더라. 결국은 내 주변의 모든 간수들에 신경을 집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지. 그 뿐 아니라, 간수들이 배치되고 이동하는 패턴까지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이때 눈치챘어. 간수들 중에 특히 두명이 날 감시하고 미행하고 있었던거야. 이 두 간수들은 간수들 중에서도 특히 덩치가 크고 거친 야수같은 사람들이었어. 간수 한 명은 Marvin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머리에 흰 피부를 가진 베히모스 (Behemoth: 구약성경에 언급된 거대괴물, 역주)같은 사람이었는데, 키가 195cm는 족히 넘어 보이고, 팔 문신이 병원 유니폼 밖으로 삐져 나와 있었어. 다른 간수는 Hank로, 드레드 머리를 한 어두운 피부를 가진 리바이어던 (Leviathan: 구약성경에 언급된 해저괴물, 역주)같은 사람으로, Marvin만큼 키가 컸을 뿐 아니라 자기 몸무게의 두배를 짊어지고 스쿼트를 하고도 땀 방방울도 안 흘릴 정도로 건장하게 생겼어. 어디에 있던 눈에 쉽게 띄는 사람들이었지만, 당시 나는 그들이 뭔가 악의를 가지고 내 주변에 항상 잠복하고 있다고 느꼈어. 그렇다고 대놓고 날 따라다니진 않았어. 내가 그들이 날 감시하는 현장을 잡아내려고 할 때 마다, 그들은 환자의 바이탈을 체크하거나 준비실로 뭔가를 산더미처럼 들고 옮기는 등,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이 행동했어. 그러다 보니, 그 둘 중 한명은 반드시 내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게 단순히 우연이었을리 없다고 생각했고, 몇 주가 지나면서 나의 이런 의심은 점점 더 심해져갔지.
내가 Joe와 시간을 보내면 보낼 수록, 그의 말에 대한 의심은 점점 사라져갔어. 난 이제 적어도 하루에 한번, 매번 한시간 씩은 그의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는 단 한번도 정신줄을 놓는 법이 없었어. 다시 말하면, 이 병원 의사들이 뭐 한두번 정도는 그를 둘러싼 메디컬 미스테리 호러 스토리를 믿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단지 Joe의 부유하지만 무정한 부모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한 이유만으로 그를 병원에 가둬두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지
처음에는, 그래도 이게 진짜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놓지는 않았어. Joe의 부모가 병원이 자기 아들을 이유없이 가둬두고 돈을 뜯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Joe에게 말했을 때, 그는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말라며 내 말을 일축했어.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그는 눈에 보이게 화를 내기 시작했지.
“내 부모님들이 나에 대해서 손톱만큼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왜 날 부러 오질 않는걸까요?” 그의 목소리는 슬픔과 분노가 섞여 떨리고 있었어.
나는 손을 얹어 그를 달래주었다. “의사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당신과 가까이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Joe. 당신 부모님들도 똑같이 생각해도 이상할 건 없어요.”
“내가 무슨 크리스마스마다 직접 짠 스웨터를 들고 춤추면서 오랍니까?” 그는 뱉듯이 말했어. “그래도 씨1발 20년이나 지났으면 그 사이에 한번 정도는 와서 방문 밖에서 유리창 넘어라도 보고 갈 수 있잖아? 아니면 담당 의사라도 만나보던지. 내가 이 생지옥에 갇혀있는 동안 내 부모님을 만났다는 담당의는 한번도 못봤어. 개뿔, 내가 직접 날 만나러 온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도,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다더구만. 인정해요 선생양반, 그 인간들, 날 여기에 버려둔거야. 날 직접 챙길 필요가 없는 이상, 내가 누군지 신경도 안쓴다고.”
“그건 좀 심한 생각 같은데,” 그의 눈의 들여다보자마자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했어. 그의 눈은 마치 내 눈을 뚫어버릴 것 같이 이글거리고 있었어.
“좀 심해?”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 마다 독을 심듯 거친 목소리로 말했어. “좀 심하다고? 이봐요 선생, 잘 모르면 말하지도 마시오. 당신이 내 부모가 어떤사람이 알면 그딴 소리가 입에서 나올 수 없을꺼야…”
“뭐 때문에?“
“뭐 때문에 그 인간들이 비열한 새끼들이라고 생각하냐고?” 그는 으르렁 거리듯 말했어. “내 옛날 이야기 하나 해드리지. 아름다운 동화는 아니니까 앉아서 듣는게 좋을꺼요.”
난 그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듣기 시작했다. 그는 불타는 듯 한 눈으로 날 계속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내가 5살이었을 때, 그러니까 그 인간들이 날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기 직전에, 난 우리 저택 있는 숲에서 길고양이 한마리를 만난 적 있어요,” 그가 말했어. “여타 길고양이들과는 좀 달랐지. 이녀석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게 사람 손을 꽤 탔던 것처럼 내가 쓰다듬거나 안아도 가만히 있더라고. 난 그녀석을 Fiberwood Flower, 줄여서 Fiber라고 불렀지. 우리 아빠가 섬유산업을 해서 부자가 됐다 보니까, ‘fiberwood’ 같은 단어를 자주 들어서 익숙했고, 그녀석은 이쁘니까 flower라고 부르는게 적당해 보였거든. 알잖아요, 애들이 맘에 드는 단어 적당히 섞어서 쓰는거. 결국엔 그녀석은 숲 속에 더 이상 숨지 않고, 날 보러 저택으로 드나들게 됐지. 난 내 밥을 조금씩 남겨서 그녀석이 먹을 수 있게 흘려두고. 그러다 보니 우린 꽤 친해지게 됐어. 내 부모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되기 전 까지 말이야.”
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엄마는 매우 심한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었어,” 그가 말했어. “그러니 내가 몰래 고양이 한마리를 저택 안으로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빠가 폭발한거야. 난 잘 돌볼 자신이 있다고, 엄마한테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빌면서, 그 녀석은 얌전하고 내 친구라고 해봤지만, 내 아빠는 듣지 않았어. 그는 바로 집 밖으로 나가 Fiber가 앉아있던 곳으로 갔지. 만났던 사람들 마다 그 녀석에게 잘해줬었기 때문에,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았지. 도망갔다면 좋았을텐데. Fiber를 잡은 아빠는 그 고양이를 집어들고 수풀 넘어로 걷어차버렸지. 그리고 나에게 한번만 더 저 고양이하고 가까이 지내면 너도 똑같이 만들어주겠다고 소리질렀어. 그 다음엔 날 때리고 내 방에 가두었지. 그 뒤로 그 고양이를 본 적은 없어.”
나도 어릴 때 애완동물의 죽음을 겪어 봤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분이 아주 나빠지는 것을 느꼈어. 당연하지만, 난 그의 부모의 잔인함을 확실히 믿어버렸기 때문에 그 후로 그의 부모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법은 없었지.
그래도,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내가 파일에 있는 Joe의 “불가사의한 정신병”을 치료할 수는 없더라 하더라도, 내가 몇가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어, 그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건 확실했어. 그럴만 했지, 부모의 학대와 병원에서의 생활을 거치며 더 이상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됐을 테니까. 그래서 그 다음 한달 간은, Joe가 정말로 앓고 있는 증세를 호전시키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지.
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파일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더라, 물론 이번엔 좀 더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말이야. 그의 파일이 공갈이라 하더라도, 그 중에 작성자가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던 디테일들은 몇개 남아있었거든.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Joe가, 법접 후견인(당시엔 부모, 역주)에 의해 자발적으로 입원했다는 사실이었는데, 그 말은 이론적으로는 그가 18살이 되서 성인이 된 지금, 그는 언제든지 자기 발로 퇴원할 수 있다는 말이었지. 난 다음 날 있었던 미팅에서 이걸 확인해보기로 했어.
안타깝게도, 내가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었지. 그 때의 대화를 옮겨볼께.
“그냥 퇴원하면 되잖아요?” 난 물었어. “만약 당신 부모님들이 당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 안하면, 그냥 떠나버리면 되잖아요? 당신은 자발적으로 입원했으니, 의사의 소견과 상관 없이 퇴원해버릴수 있을텐데.”
난 바로 질문을 잘못했다는걸 알았지. Joe의 시선을 느낀 나에겐 마치 방안의 온도가 남극 수준으로 떨어진 듯했어.
“내 파일을 읽어보긴 했나요?” 그는 부드럽게 물었어.
“그럼요,” 나는 대답했지. “전부 다요. 왜?”
“그럼 왜 답을 알면서 그런 질문을 합니까?”
“전… 모르겠는데요,” 난 천천히 말했어. “Joe, 당신을 여기 잡아두고 있는 게 뭔지 난 도저히 모르겠어요.”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18살이 되자 마자 나가려고 해봤다구요. 하지만 내 파일에 있는 내용을 보고도 누가 날 퇴원시켜주겠어요? 그냥 몇 년에 한 번씩 새 의사를 들여보내줘서 이 사기극을 계속 할 뿐이었고, 겁을 집어먹은 의사들은 헛소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지. 아 씨1발. 담배 하나만 줘요.”
Joe가 만날 때 마다 담배를 달라고 했기 때문에, 난 항상 담배를 가지고 다녔어. 난 담배 한까치를 꺼내 건내고 불을 붙여 줬지. 약간 진정이 된 듯, 그가 말했어.
“Nessie가 매일 밤 약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을 땐 혹시 나갈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난 그를 빤히 쳐다보며. “Nessie요?” 입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Nessie가 이거랑 무슨 관계가 있죠?”
그는 날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래, Nessie를 알긴 했군요,” 그는 슬픈 듯 대답했어. “그럼 선생이 말씀해보쇼. Nessie가 사람을 가둬 두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난 생각할 필요도 없이 대답했지. 고개를 가로저었어. 그는 슬픈 듯 웃었어.
“맞아요 그럴 사람이 못 됐지,” 그는 말했어. “그녀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된 후부터, 양심의 가책에 너무 힘들어했어. 동시에, 병원은 그녀를 자를 생각이 없었고, 그녀도 병원을 떠날 생각은 못했지. 그녀는 이 병원에 너무 큰 애착을 가지고 있어서, 내 부탁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폭로하기를 주저했어. 바로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밤 전까지는 말이야. 기억나죠? 그녀가 ‘자살’한 날.”
내 몸속의 피가 일순간 끓어오르는 듯 했어. “설마 당신 말은…”
“그 놈들이 그녀가 폭로하지 못하게 죽인 거라고? 난 그렇게 말한 적 없수다,” 그는 말했어. “왜냐면 그렇게 말하고 싶어도 증거가 없으니. 하지만 말이요, 당신이 내 담당이 전까지는 내가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만 할 때마다 그 희망은 내 눈 앞에서 사라져버리기 일쑤였어.”
분명히, 정신의학 훈련을 받은 내 머리는 나에게, 이건 전부 Joe가 격리생활 동안 생긴 강박증과 탈출에의 열망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 다른 환자였다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했을테고, 내가 그 헛소리를 무시했다고 해서 마음에 담아둘 만한 일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 케이스는 이미 너무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바람에, 그 정도 가지고는 이상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구. 하지만 Joe는 다른 주제에 있어서 만큼은 너무 정신이 말짱해 보여서, 그 멀쩡한 얼굴 뒤로 감금에 대해서만 망상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어. 그리고, 만약 그게 Joe의 피해망상에 불과하다면 Nessie의 죽음은 어떻게 설명하지? 난 Nessie가 죽기 얼마 전에 그녀를 만나봤어. 그녀의 행동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거 같기는 커녕, 우울증의 증세도 보이지 않았지. 반대로, 만약 이 모든게 Joe의 피해망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진실인 경우에는, 이건 의료과오 사건 정도가 아니라 범죄행위라고. 내가 끼어 들었을 때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겁이 나지만, 그렇다고 공범이 되기는 절대로 싫다고 결심을 했지. 난 Joe를 치료하면서 다른 어느 환자에 못지 않게 그의 행복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거야. 뭐 거창한 결심을 떠나서,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비밀을 먼저 폭로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나도 공범으로 잡혀가게 되는 거지.
하지만 여전히, 법을 어기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만큼은 확실했어. 만약 공권력에 고발을 한다면, 정신병자의 말만 믿고 그의 20년 넘은 정신병이 사실은 정교한 음모의 결과였다고 주장한다는 이유로 미1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꺼야. 항의의 뜻으로 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그건 내가 Joe를 다른 사람에게 포기해버리게 되는 거겠지. 방법은 하나 밖에 없었어: Joe를 비밀리에 빼내는 거지. 계획이 실패해도, 적어도 내가 Nessie처럼 해고할 수 없는 사람도 아니고, 아마 날 죽이기 보다는 그냥 해고해버리지 않겠어? 최악의 경우, 소송을 당하고 다시는 의사 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Dr. G가 그렇게 앙심을 품고 달려든다면, 난 이 모든 일을 폭로해서 그녀에게 한방 먹일 수도 있을테니, 적어도 잃을 것은 없어 보였어.
만약 내가 성공한다면? 뭐 최악의 경우라도, 나는 꽤 멀쩡한 환자 하나를 퇴원시키는 꼴이 되는거고, 내 양심을 지키면서 이 병원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되겠지. 그런 더러운 비밀이 이 세상에서 하나 줄었다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면서 말이야.
하지만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몰래 빼돌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야. 사방에 CCTV가 설치되어있고, 직원들도 누가 병실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 면밀히 체크하고 있단 말이지. 유일한 방법은, 우연한 사고로 인해 Joe가 도망치게 된 것처럼 보이도록 해야했어.
다행히 난 머리가 좋았기 때문에, 금새 작전을 생각해냈지. 작전이 성공하려면 직원이 적으면 적을 수록 좋았기 때문에, 난 작전을 수행하기 전에 며칠 밤 연속으로 밤근무를 지원해서 근무하기로 했어. 그렇게 해서 밤에는 누가 어디서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고, 또 더 중요하게, 혹시 내가 밤에 병원에 있는걸 들키더라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려고 말이야. 내 약혼자는 처음에는 내가 집에 붙어있지 않는다고 불평을 했지만, 이게 환자 치료에 아주 중요하다는 나의 설명을 듣고, 이해해 주는 것 같았어. 당분간은 괜찮을꺼야.
작전 자체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설명해서 지루하게 만들지 않을께. 그냥 대충 설명하면, 내가 실수로 Joe의 방에다 열쇠가 들어있는 내 의사가운을 두고 나온 날, 하필이면 화재 경보기가 울려서 직원들이 자리를 모두 비우는 바람에, Joe가 아무의 제지도 받지 않고 탈출한다는 시나리오 였어. Joe가 탈출경로를 알 수 있도록, 아무도 모르게 담배 곽 안 쪽에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대피경로를 표시해둔 병원 내부 평면도를 숨겨서 Joe에게 넘겨줬어.
지금와 생각해보면, 실패하기 딱 좋은 계획이었지. 심지어 Joe도 나의 계획을 듣고 성공할 리가 없다고 했으니까.
“선생, 당신 나보다 제정신이 아니구만,” 그는 전매특허인 삐딱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 작전이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
“성공합니다,” 난 힘주어 말했어. “여기서 당신을 정신이상 범죄자에 가깝게 취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병원은 원래 정신이상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러니 보안이 엄청 취약해요. 거기다가 직원들도 게을러 터진데다, 누가 탈출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특히Nessie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후에 말이죠.”
그는 체념하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순간, 난 그의 눈에서 내가 심어준 한줄기 희망의 빛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어.
“그럼, 당분간은 어디 안가고 방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소,” 그는 살짝 비꼬듯 말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도망치다 다시 잡혀온다 하더라도, 절대로 당신이 도와줬다는 말은 안하겠어. 의사선생, 도와준거 만해도 고마워요. 복 받으실꺼야. 만약 성공이라도 하면, 평생 잊지 않고 은인으로 생각하고 살게요.”
이제 남은 건 계획을 실행하는 것 뿐이었어. 내가 처음에 Joe를 지켜보기로 했던 한달에서 딱 일주일 모자라던 날, 나는 지난 수십 년의 시간 중 처음으로 그에게 자유를 약속해 줄 티켓을 전해주기 위해 그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지.
그의 병실로 향하는 길은, 내 인생 어떤 순간보다 긴장되는 시간이었어.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내 손에서 땀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게 느껴졌고 복도에 울리는 환자들의 신음은 어지럽게 엉킨 내 생각들의 파편처럼 들렸지.
이러다 걸리면, 난 해고만 당하고 끝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경고의 차원에서 본보기로 삼으면 어떡하지?
Nessie의 죽음만 가지고 모자라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딴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한테 진짜 확실한 메세지를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Dr. G를 만나봤잖아, 그녀는 절대로 대충 넘어갈 사람이 아니야.
근데 나 이거 꼭 해야되는건 아니잖아, 맞지?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서 집으로 갈까.
아니 지금 당장 그만두는게 맞는거 같은데. 난 약혼녀도 있고 밝은 미래도 있어. 이건 나하고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안 그래?
하지만 난 해야만 한다는걸 알고 있었어. 그게 옳은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난 절대로 납치와 살인을 보고도 해꼬지 당할까봐 모른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 무엇보다, 그날은 직원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화재경보기를 작동시키고 나면 Joe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내 작전은 완벽해보였어. 다 잘 될꺼라고 생각했지.
내가 Joe의 병실 문 앞에 다달았을 때, 갑자기 멀리서 들려온 무거운 발자국 소리를 따라간 내 눈에 Hank가 걸레질을 하며 복도를 천천히 내려오는게 들어왔어.
좆됐다. 들켰을까? 아냐 그럴 리 없어. 내 계획을 아는 건 아무도 없어. 내 약혼자 한테 조차도 말한 적이 없었단 말이야. 괜찮아. 괜찮을꺼야. 일단 Joe의 병실에 숨어서 Hank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자. 어려운 일도 아니야. 그의 발소리는 워낙 크니까, Joe의 병실 안에서도 다 들릴꺼야. 괜찮아. 할 수 있어.
난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 천천히 내쉬고는, 열쇠로 Joe의 병실문을 열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문을 닫았어. Joe는 내게 등을 돌리고 창 밖을 보고 있었어. 내가 급하게 내 의사 가운을 벗어서 침대위에 던져두는 동안, 그는 마치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다는 듯이 고요히 서 있었어. 난 몸을 숙이고 Hank의 발자국 소리에 오감을 집중했지.
내 예상대로, 약 10분 뒤 Hank는 병실 문 앞을 지나 천천히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를 남기며 떠나갔어.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문을 열고 병실에서 나가려는 순간.
“선생님?”
목소리에 돌아보니 Joe가 날 보고 있었어. 그의 눈은, 잔치상을 앞 둔 굶주린 사람의 그것처럼, 뭔가 기대하고 갈망하는 듯 보였어. 난 눈썹을 들어보이며 말했어.
“왜 그래요, Joe?”
“고맙습니다,” Joe 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어. “이건 내가 정말 꼭 필요로 했던 일이에요.”
그의 말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 땐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 난 이내 웃어보였어.
“천만에요.”
그리고는, 난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어. 돌아서서 문을 닫으려는 찰나, 어디선가 솥뚜껑처럼 두꺼운 손 두개가 튀어나와 내 어깨를 단단히 잡았어.
“뭐 잊어버린거 없나, Parker?” 문 바로 뒤에서Hank의 저음의 목소리가 울려나왔어. 난 동상처럼 얼어붙어버리는 동시에, 머리 속으로 온갖 생각이 지나가기 시작했어. Hank가 내 귀에 대고 낄낄대고 웃었어.
“똑똑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와 점점 작게 내는 발자국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다니 실망인데.”
그는 지금까지 계속 문 뒤에 숨어있었던 거야. 그런데 어떻게?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자, 이제 난 다른 사람을 시켜서, Joe의 방에서 의사 가운을 수거해올꺼야. 당신은 날 따라 Dr. G에게 가서 당신이 그 씨1발놈하고 오늘 밤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상세하게 털어놔야 할껍니다,”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몸을 좀 움직일 수 있을거 같아진 순간 난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그의 손가락은 마치 무쇠로 된 철창 같았어. 순간 깨달았지. Hank는 Joe의 간수로 배정된 적이 없었을 수도 있었어. 즉, Hank는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진실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잖아.
“이거 놔줘요!” 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어. “Hank, 그 여자가 당신한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당신은 몰라요. 저기에 갇혀 있는건 미1친 사람이 아닙니다! 저 사람 덕분에 병원이 돈을 엄청나게 벌고 있기 때문에 저사람이 제정신인건 다들 모른 체 하고 있다구요! Hank, 비밀을 지키려고 Dr. G가 Nessie를 죽였을수도 있어요. 날 놔주고 Joe하고 얘기해보면 다 이해할 수 있을꺼에요. 진짜에요, 내가 다 설명해줄 수 있다니까.”
“안그래도 Dr. G도 당신이 그런 비슷한 얘기를 나한테 할거라고 하더군요,” Hank는 차분히 말하며, 내가 마치 흥분한 고양이인 것처럼 단단하게 잡고 있었어. “악의는 없지만, Parker, 난 당신 말 안 믿어요.”
내가 좌절과 신경질에 휩싸여 소리를 지르려던 바로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뺨을 타고 흐르려고 하는 그 찰나에, 내 머리속에서 탈출계획에 대한 생각을 싸그리 지워버린 소리가 들려왔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미쳐버린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
Joe의 병실 안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하지만 Joe의 목소리는 아니었지. 그럴리가 없었어. 그건 아예 사람이 내는 소리일 리가 없는 소리였어. 병실에서 들려온 그 소리는 음침하고 음습하면서도 말라 비틀어진 듯한 조소 같았는데, 마치 썩은 시체가 내고 있는 듯 한 소리였어. 내가 들어본 적 있는 그 목소리…
바로 내 악몽에서 Marty를 끌고 간 그 강의 웃음소리였어!
축 처져 있던 나는 순간 쇼크에 휩싸였지만, Hank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어. 마치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했지만, 난 그에게 아무런 질문도 할수 없는 정신상태였지. Hank에게 질질 끌려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내 악몽 속에서 살아난 그 끔찍한 웃음소리가 복도와 내 머리 속에서 울려퍼지는 것을 들으며 Joe의 병실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뿐이었어.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제정신이 아닌 놈들아. 이말을 쓸까말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보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나에게 준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서 적절하게감사하는 말이 없겠더라고. 내 이야기가진짜라고 믿던, 아니라고 생각하던지 말이야. 계속 하는게 내 정신이상을 증명하게 될지도 모르지만,결국 여러분들의 격려 덕분에 이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거 같으니, 용기를주어서 고맙네요. 자 이제 5편에 이어 이야기를 계속 해보자구.
Dr. G의 오피스로 끌려가던10분의 시간은 내가 인생 최고로 긴 10분이었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런 예상도 할 수 없었지. 난 계속 Joe가 나에게했던 말을 곱씹으면서, Dr. G가 말했던 ‘그의 정신병은 전염성이있다’던 경고를 생각해봤지. 그게 사실이란 말인가?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속이고 있었던 건가?
내가 진짜 미1친걸까? 잡혔다는 사실에서 온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줄이 끊어진건가? 잡히기 직전까지는 제정신이었다면, Dr. G와 그 부하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수도 있다는건 사실인가? 그 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Joe의 정신병이 언제 나에게 옮은거지? 난 지금은 제정신인가? 만약 그렇다면, 왜 이렇게 모든 일들이 생생하고 진짜처럼 느껴지지? 그리고 만약 내가 제정신이라면, 어떻게 Joe가 내최악의 악몽에서 들었던 것과 정확하게 똑같은 웃음을 낼 수 있지? 수 많은 악몽 중에서 하필이면 내 최악의 공포와 연결되어 있는 바로 그 악몽 말이야.
내 머리 속에서 정신 없이 소용돌이 치던 공황적인 생각들은, Hank가 한마디 말도 없이 Dr. G의 사무실 문을 열고 날 밀어넣으면서 잠시 멈추었어. 난 거의 바닥 카펫에 코를 찧을 뻔 넘어졌다가,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일어나 지금 방 안에 누가 있는지를 둘러봤지.
방 안에는 당연히 Dr. G 가 있었지, 그의 책상에 기대앉아 예전의 그 매의 눈으로 마치 동물의 사체를 내려다 보면서 저게 먹을 가치가 있을지 생각하는 듯 날 쏘아보고 있었어. 하지만 책상 의자에 앉아있던 것은 그녀가 아니었어. 그녀의 뒤에서, 병원장을위해 준비된 고급진 가죽의자에는 쭈글쭈글한 노인이 지친 듯 앉아있었는데, 그는 누덕누덕 기워진 코트를 입고 은색 안경 넘어로 눈 만은 부리부리하게 날 쳐다보고있었어. 난 그 사람이 누군지 전혀몰랐지만, Dr. G가 자기 의자를 내어 준 것만 봐도 그가 중요한 사람이란건 알 수 있었지. 그는 사복 경찰이라고 보기엔 나이가 너무 있었는데,그의 주름진 얼굴과 가는 회색 머리카락을 보건데 적어도 70, 80대로 보였어. 대체 누구지?
그 남자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난 후 이야기하기시작했는데, 그의 말투는 상류층의 미 동부연안 악센트를가지고 있었어. 이 억양,어디라고 말은 못하겠는데, 내가 분명히 들어본 적이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 이게 자네가 말한 이번 신참인가, Rose?”
Dr. G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그녀의 몸짓을 본 나는 즉시 뭔가 평소와 다르다는것을 눈치 챘는데, 바로 그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평소 그녀의 딱부러지거나 거만한모습과 달라보였던거야. 오히려 뭔가여성스러움이 엿보이는 듯한 모습이었지. 그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한 체, 순간 그녀의 약점이 보이는 것 같다는것을 생각하자마자, 나는 튀어 일어나 그녀에게 삿대질을 하며 그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어.
“좋아,” 난 짖듯이 말 했어, “당신이 날 해고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 보다 더 한짓을 하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전에 꼭 …”
“Parker?,” Dr. G가 말을 시작했지만, 난 완전히 무시했어.
“…들어야할 말이 있어요! 내가 당신 마음대로 말한 것만 듣고 멍청하게 ‘아 그렇구나’하고 있을 줄 알았나요? 파일에 적혀있는 그 말도 안되는 내용, 그거 다 Joe를 여기에 가둬두기 위해서 만들어낸 거짓말이잖아요?”
“Parker?“
“그리고 만약 그게 만들어낸 말이아니라면, 나한테서 숨길게 아무 것도 없다면! 왜 깡패같은 놈 둘을 나한테 붙여서 24시간 날 감시하게 만든겁니까? 그리고 그 중에 한 명을 시켜서 날 죄인처럼 여기로 끌고와? 대체 언제부터 날 감시한거지? 내가 뭘 할지 애초에 알고 있었다면?”
“PARKER!”
Dr. G의 새된 목소리가 방을울리는 것을 느끼자 마자, 난 본능적으로 입을 닫았어. 책상에 앉아있던 늙은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웃는 것이 들렸어.
“거 혈기왕성한 젊은이구만. 예전에 누가 생각나는데,Rose,” 그가 말했다. Dr. G가 곤란해 하는 표정을 보이자, 나에게 잠시나마 다시 용기가 돌아왔어.
“아 그리고 또 한가지 더. 대체 저기 저 할아?”
“Parker, 더 이상 후회할소리 하지말고 당장 입 닥치고 앉아요,” Dr. G는 기대있던 책상에서 일어나며 나에게 경고했어. 그녀는 힐을 신고도 나보다 겨우 키가 비슷했지만,그녀의 태도와 깃대처럼 꽂꽂한 자세는 내가 그녀의 말에 거역하지 못하게 만들었어. 여기서 더 했다가는 본전도 못찾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즉시 눈을 돌려 가장 가까이 있는 걸상을 하나 찾아 앉았지. 그녀는 천천히 숨을내쉬고 책상에 다시 기대앉았어.
“자,” 그녀가 말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해놓고 지나가지요,Parker. 난 당신을 해칠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그리고, 지금당신이 한 짓에도 불구하고, 일단 지금은 당신을 해고할 생각도 없습니다.”
난 놀라서 벙 쪘어. 그녀는경멸하는 듯한 웃음을 보이며.
“좀 조용해 졌군요. 좋아요. 계속 그렇게 있어요,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 봐줄 수 있으니까, 당신이 오늘Joe의 병실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었는지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어. “자, 당신이 했던,그리고 하려고 했던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해주자면, 내가 간수를 시켜 당신을 감시했던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1983년부터 Joe에게 담당의를 배정하면 일반적으로 하던 절차였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몇 주에 한번 정도만 간수를 붙여서 감시했겠지만,당신의 행동을 봤을 때 우리는 더 자주 감시를 붙이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지요.”
내가 뭔가 질문을 하려고 하자 그녀가 빠르게손을 들어 입 닥치라는 듯한 손짓을 취했어.
“첫째로, 당신은 첫번째 진료부터 그 어느 의사보다 긴 시간을 Joe의 병실에서 보냈어요. 둘째, 진료가끝난 후, 당신은 두려워 하는 표정이 아니라 뭔가 역겹고 불확실한 듯한 표정을 보였는데, 이건 지금까지 그의 담당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표현이였지. 오히려, 점점 지켜볼수록 당신은 그 전 담당의들과 다른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지. 예를 들면, 당신은 계속해서평소보다 더 긴 시간을 Joe의 진료에 쏟았고, 가끔 병실에서 나올때는 뭔가 해소된 듯 기쁜 표정을 하곤 했지. 간수들이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난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을 발견한 의사라면 누구나 했을행동을 취했지요. 바로 다른 의사의소견을 물어봤어요.”
“그럼 이제 내가 나설 타이밍이된건가,” 노인이 말했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Dr. G가 어깨넘어로 그 노인을 꾸짖듯이 말했어. 그녀는 다시 날 바라보며 말했어.
“지금이 두 분을 서로 소개하기좋은 타이밍인거 같군요. Parker, 인사하세요, Dr. Thomas A십니다. Joe를 처음으로 치료했던 사람이자 제가 의사로서 모셨던첫 멘토시지요.”
순간, 내가 그의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었는지 기억이 났어. 그건 바로 Joe의 첫번째심리치료 세션에서 들려왔던 목소리의 늙은 버젼이었던거야. 난 믿을 수가 없었지. 만약 이 노인이 정말 Dr. A라면, 진짜 나이가 많다는얘기일텐데 그는 20년 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또렷한 정신을 가진 것처럼 보였어. 게다가, 그의 눈빛만큼은 그의 또렷한 정신보다 더 날카롭게, 빛나는 듯 날 쳐다보고 있었지.
잠시 날 관찰하던 그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어. “만나서반갑네, Parker,” 그가 말했어.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상당히 실망했네. 우리가 지켜 본 결과, 지금까지 Joe를 담당했던 의사들에 비해서 별로 나은 모습은 보이지 못했구만. 오히려 최악이라고 할수도 있을거 같은데.”
그의 말은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듯 아려왔어. 난지금까지 누가 그렇게 심하게 상처가 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은 듯 내뱉는 것을 본 적이 없었거든. 나의 낙담하는 얼굴을 본 그는 더 굳은 표정을 했어.
“멍청하다는 말을 별로 들어본 적이없다는 모양이구만,” 그가 말했어. “근데 그게 현실이야, 그래도 예측가능한 범위의 바보라서 천만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네의 멍청함이 정말 큰 화를 불러왔을테니.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자네 계획을 알게 됐냐는 질문에대답을 하자면, 간단하네. Rose가 나에게 자네의 최악의 공포는 자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사람을 돕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알려줬지. 또 지금 병원 직원 중에는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그런 사람은 이 병원과는관련이 없다고 했다고도 알려줬어. 그럼자연스럽게 한가지 결론만 남게 되지. Joe가 자네에게 최악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방법은 바로 자네로 하여금 Joe 자신을 아끼게 만들고는자네가 그를 구하는데 실패하게 만드는 방법 뿐이지 않겠나!”
그는 짜증 섞인 한숨을 쉬고 Dr. G를 올려보았다. “Rose, 자네도 눈치 못 챌 수 밖에, 자네도 비슷한 수법에 당했었잖나. 내가 제대로 기억한다면 말이지.”
Dr. G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그걸 본 Dr. A는 다 안다는 듯 말했어.
“잘 아네, 자네가 여기 젊은 친구처럼 어렸을 때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듣는 걸 무엇보다 싫어한다는 걸. 그래도 그때 자넨 젊었으니까. 이젠 그러지 않잖나,” 약간 부드러운 말투로 말한 Dr. A는, 나를 향해 돌아서서는 더 딱딱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자네도 그래야만 하네, 최대한 빠르게. 오늘밤과 같은 실수는 두번다시 용납할 수 없네 Parker. 내가 당장 자네를 해고해버려야 된다고 했는데, Rose가 자네의 실력을 높이사고 자네가 저미1친 놈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실마리를 줄 수도 있다고 해서 참는거네.”
“이제 그만하세요,Thomas,” Dr. G가 말했어. “이러다가 지레 겁먹고 관둬버리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생각한대로 일이 흘러갔지만, 그것도 지레짐작이었잖아요. 잘난체 하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는 하는데, Parker도 우리가 그의 계획을 어떻게 알아냈는지알게되면 좀 정신을 차리겠지요.”
Dr. A는, 마치 “그럼 그냥 그렇게 해”라고 말하듯 신경질적으로손을 휘저었다. Dr. G는 나를 향해돌아서서 헛기침을 했어.
“Parker, 우리가 지금까지당신의 계획에 대해서 최대한 구체적이지 않게 이야기한 이유가 있어요. 당신이 우리가 받은 제보 내용에 대해 부인할 여지는 남겨놓으려고 그러는 거란 말이야. 당신이 오늘 하려고 했던 짓에 대해서 우리에게 제보를 한사람은 딱 한사람 밖에 없어요. 하지만그 사람의 정체를 생각하면, 당신이 멍청하게 자백하는 소리만 하지 않으면 우린 그 말을 아예 듣지 않은걸로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어요. 자,지금부터 그 제보자가 누구인지 말해줄거에요, 하지만 그 전에, 절대로 멍청한 얘기를 해서 그 내용이 진짜라고 우리한테 확인 시켜주면 안됩니다. 알겠어요?”
난 할 말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고개를 천천히끄덕였어. 그녀가 이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내가 짤리지 않게 챙겨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난 머리가 터져버릴 꺼 같은 혼란에 소리를 질렀을꺼야. Dr. G가 불안한 듯 웃음을 보이며 말했어.
“좋아요. Parker, 우리가 당신을 여기에 잡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Joe의 간수들 중 한명이 당신이 Joe를 병원 밖으로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한다는 제보를 들었기 때문이에요. 내가그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냐고 물었더니, 그 간수는 그 얘기를 해준 사람이 다름아닌 Joe였다고 했어요.”
그녀의 말이 내 몸을 때리고 지나가는 순간, 난 내가 한 짓을 자백할 힘까지 사라져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 순간, 척추가 얼어붙고 입이 말라 붙어버리는 느낌과 함께, 뭔가를 말하기만 해도 구토가 올라올 거같았지. 내 표정을 본 Dr.G는, 재빨리 책상에서 스카치 위스키 병과 잔을 꺼냈어. 그녀는 잔에 위스키를 가득 부어 나에게 건네 주었지.
“마셔요, 필요할겁니다,” 그녀가말했어. “의사로서 하는 처방이에요.”
뱃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말을 따랐어. 순간 속이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았지만, 이내 뇌와 전신의 근육들의 감각이 따뜻하게 무뎌지는 것이 느껴졌어. 방금 들은 말을 겨우 버틸 수 있었지. 그런 날 Dr. G는안타까운듯 쳐다 봤지만, Dr. A는 비꼬듯 웃으며 말했어.
“Rose, 이거 실망이구만,” 그가 말했어. “난 그런거 한방울도 안마시고도 그 미1친놈에게 직접 맞서서고생했는데 말이야.”
“아 좀 조용히 하세요,Thomas,” Dr. G가 잔을 하나 더 꺼내위스키를 부어 마시며 말했어. “우리가다 당신 같은 금욕주의자인줄 알아요.”
“그렇구만,” Dr. A가 말했어. “어찌됐든, 아무래도할 말은 다 한 모양이네. 자 이제,우리의 비련의 주인공께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우리에게 말해줄 차례인거 같은데. 겨우 한달 남짓 뿐이었지만, 자네는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Joe와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으니. 자네는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뭘 아는지 당장 얘기해줘야겠네.”
방금 들은 말에서 온 쇼크 때문인지, 갈 곳을 잃어버린 나의 분노 때문인지, 방금 마셨던 술 때문인지, 아니면 그 세가지 다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순간적으로 내 안에서 뭔가가 뚝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어. 난 더이상 이 사람들이, 마치 못된 아이의 뒷담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날 무시하는 투로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어. 해명의 기회도 없이 나에게 퍼붓는 폭로를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둘 다 내가 실패할 것을 알면서 날 몰아붙였다는 사실에 속이 뒤집어지는 듯 했지. 난 순간, 나의 모든분노를 담아, 마치 Dr. A의 차갑고 무시하는 듯한 눈빛에 대항하듯,책상 반대편에 있는 Dr. A를 쏘아보았어.
“웃기지 마시지, 이 늙은이가,” Dr. G가 순간 격분해 내는 헉 소리를 들었지만 상관 않고 계속 했어. “지금 들어보아 하니, 당신과 여기 당신의 ‘학생’은 내가 상처입을게 뻔한 사지로날 몰아넣으면서 나한테 경고도 한마디 하지 않았잖아. 난 처음부터 Joe의 치료를 위해 그에게 배정된게 아니었지? 난 당신과 Dr. G를 위한 실험쥐였을 뿐이지, 단순히 Joe가 나한테 무슨짓을 할 지 관찰하기 위해서 말이야. 더이상 당하고만 있을거 같아? 내가 알아낸 걸 알고 싶으면, 당신들도 알고 있는걸 모두 나에게 말해줘야 될꺼야.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예를 들면 Dr. G가 왜 자살을 하려고 했었는지, 아니면 애초에 왜 당신이 Joe의 치료를 포기했는지, 또 뻔히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면서 왜 다른 사람들을 위험으로 내모는지도말이야.”
순간 육중한 쿵 소리가 났어. 바로Dr. G가 충격에 자기 술잔을 떨어뜨리는 소리였지. 하지만 Dr. A는 냉정을잃지 않은 듯 보였어, 다만 내가 말을 마치자 마지막 남아있던 부드러운 분위기마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느낄 수 있었지. 내가 만약 분노에가득차 있지 않았더라면 완전히 쫄아버렸을꺼야. Dr. G를 바라봤을때 마치 포식동물 앞의 먹이같은 느낌이었다면, Dr. A의 피도 눈물도 없는 얼굴을봤을 때는 내가 더이상 이세상 사람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에게 맞설 수 있는 뻔뻔함이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난 물러서지 않았어. 길고 끔찍한 시간동안 나는 그와 눈을 바라봤고, 그는 끝내 그의 의자에 앉으며 기분 상한다는듯 코웃음을 쳤어.
“뭐, 이렇게 된 마당에 자네에게 정보를 좀 더 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겠지,” 그가 말했다. “우연찮게도 나도 오늘 밤에 뭐 다른 선약도 없고 말이야. 하지만 기억해두게 Parker. 만약 오늘 여기서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너도 받아들이게 될거야: 저 아래층에 있는 괴물은 치료할 수 없어. 단지 가둬놓는 수 밖에 없지.”
난 동의할 수 없었지. “그의주치의는 접니다,” 난 일부러 차갑게말했다. “그 판단은 모든 것을 들은후, 제가 하도록 하죠.”
만약 누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죽일수 있다면, Dr. A의 눈빛을 받은 내 몸은 형체도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되어있었을꺼야.
“그래, 그렇게 생각 하시겠지,” 그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그의 말은 대서양을 통째로 얼려버릴 듯 차가웠어. “하지만 자네는 오늘 밤 내내 매우 중요한 사실하나에 대해서 크게 착각하고 있어: 자넨 그의 주치의가 아니야. 자넨 우리가 그 자로부터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 이용한 수단일뿐이지. 그의 주치의는 날세. 그가 이 병원 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오직 나만이 그 십자가를져 왔었지. 그 숙명은 내 커리어도날려버렸고 이제 내 은퇴까지 망치게 생겼어. 그건 나의 인생의 숙제야. 내가 죽게 되면 Rose의 몫이 되겠지만, 난 그때까지이 문제를 남겨둘 생각은 추호도 없네. 자네는 이해못해, 그리고 죽어도 이해하지 못할거야. Joe가 바깥 세상을 망쳐버리는 것을 막고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게어떤 삶인 지를. 그러니 정신이 똑바로박혀 있다면 지금부턴 입 쳐다물고 듣기만 해. 그게 아니라면 당장 이 방에서 꺼져.”
나도 화가 치밀어 올라 대꾸할 뻔 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하면 안될거 같은 생각이 들어 참았어. 이 심보 고약하고 자존심만 남은 노인네에게서 이 이상의 관용을바라기도 힘들걸 알았고, 나 또한 더 이상 내 놓을 카드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난 불쾌함을 최대한 억누르고, 최대한 수긍하는 듯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거렸어. 그걸 본 그는 기쁜 듯 얘기 했지.
“자, 뭐 어느정도 정리도 된 거 같으니,” 그가 말했어. “Rose, Parker에게 자기보다 앞서 우리 애완 괴물을 치료하려고 덤벼들었던 총명하고 고집불통인 젊은 의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주지 그래.”
내가 Dr. G를 올려다 봤을 때, 놀랍게도그녀는 더 이상 날 냉담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았어. 그녀의 눈은 슬픔과 연민으로 가득차 있었지.
“정말 미안해,” 그녀는 나만 볼 수 있도록 입만 움직여 전하고는, 의사가 자기가 알아낸 내용을 발표하는 듯명쾌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어.
“내가 Joe를 처음 치료하기 시작했을 때, Joe는 여섯 살 밖에 되지 않았고, 내 환자로 배정 받았을 때는 그가 병원에 입원된지 겨우 한달 남짓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녀가 말하기 시작했어. “그 당시, 내 노트에서읽어봤던 것 처럼, 내 가설은 아주 간단했어요: 난 그가 몇 년 동안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둔 야경증으로 촉발된, 심각한 두 가지 정신질환의 동시이환(同時罹患)으로 인하여 가위눌림 증세와 극심한 곤충 공포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의 정신적 조숙증은 그에 반하여 주변 상황을 자기가 컨트롤하고 있다고 믿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자기방어 기제라고 진단했고, 그가 괴물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상상 속의 괴물에 대항할 수 있게 자기위안을 느끼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난 이 모든게너무 간단한 문제라서 들이고 있는 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노트를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그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말을 멈췄다가, 이내 설명을 계속했다. “그가 그의 야경증에 맞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도록 내가제안한 치료 방법은 최면 치료, 대화 치료, 그리고 수면 중 악몽에시달리는 것을 막기 위한 진정제 처방이었습니다. 이것 또한 노트에서 읽어서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모르고 있는 것은, 내 처방이 효과가 있었다는 겁니다. 사실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었어요. 첫 며칠에 걸친 몇번의 치료 만으로 내가 Dr.A가 발견했던 증상의 거의 대부분이 완전히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반대로, 뭔가 다른현상이 보이기 시작했죠. 그가…저에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녀는 당시 기억이 되살아나 괴로운 듯 잠시숨을 삼켰다. “내가 과장하는게 아니라, Joe는 내가 마치 자신의 대리모가 되는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리포트를 통해 Joe가 부모와 심리적인 거리를 가지고 자라났다고 읽었기 때문에, 그건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죠. 하지만 그가 나에게 집착하면 할수록 더 치료가 된 듯 보였고, 이는 그가 나에게 더 심리적으로기대는 결과를 나았죠. 그는 점점 길들여지지않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겁먹은 아이와 같이 변해갔습니다.
그녀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내가더 설명하기 전에, 이건 알아둬요. 나도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왔고, 의대에진학하고 나서도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남자를 만난 적은 있지만, 지금 이때까지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져본 적도 없어요. 난 정말 어쩔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내 주변에 사람을가까이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하지만…Joe가 나에게 했던 행동들은 왜인지 몰라도, 내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꼈던모성애를 이끌어 냈어요. 내 인생에처음으로, 난 조건없이 날 사랑하고 필요로 하고 있다고 느꼈고, 최대한의사와 환자간의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지만, Joe에겐 그 경계심이 허물어지게 만드는 뭔가 특별한게 있었어요. 내가 그를 보듬어 줄수록, 그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이 보였어요.”
그녀의 눈엔 이제 눈물이 눈에 보이게 고여있었다. 그녀는눈을 급하게 깜박거려 눈물을 삼켰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무거워진 마음에 불안정해졌다. “약 4개월간의 치료가끝난 후 난 그가 곧 퇴원하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죠.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의 공감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애완동물을 하나 입양시켰습니다. 작은 고양이였죠. 아마 저도 그와 같이 주변 사람들에 애착을 형성하는데 힘든경험을 했다보니, 제가 고양이를 키웠던 경험에서 나온 결정이었겠죠. 그가 이름을 뭐라고 지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무슨flower였던거 같은데.”
“Fiberwood Flower.” 난 조용히 말했어. 그녀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봤지.
“맞아요,” 그녀가 말했어. “정확해. 대체 어떻게?”
“이야기부터 끝내게,Rose,” Dr. A가 말했어.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Parker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더 명확하게 설명을 할 수 있을걸세.”
Dr. G는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끄덕인 후,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날카로우면서도 매끄러운 목소리는그녀의 연약함을 완벽하게 가리는 듯 했어.
“어쨋튼,” 그녀는 계속했어, “난 Joe에게 FiberwoodFlower를 줬고, Dr. A 또한 그가 고양이를 1주일간 잘 돌볼 수 있다면 그의 반사회적인 성향도 치료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라는 내 의견에 동의를 했지요.”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듯 했는데, 이번엔 슬픔이 아니었어. 분노였지. “그는 6일간,마치 천사처럼 그 고양이를 성심성의껏 돌봐줬습니다,” 그녀가 말했어, “그리고 마지막날, 내가그의 병실에 들어갔을때, 고양이의 시체가 병실 중앙에 널부러져있는걸 발견했습니다. 머리가 뜯긴 채로요. 그리고 고양이의 사체 위에, 피로 화살표와 함께 ‘참견쟁이 Rosie 선물’이라고 적어뒀습니다.” (역주: Nosey Rosie, 원문은 라임이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했어. “내가그때의 Joe처럼 6살 이었을 때,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날 왕따시키며 그 별명으로 불렀던 적은 있지만, 그 후로 그 어느 누구도날 그렇게 부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Joe도 내 성이 아닌 이름을 들었던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 별명은 아예 떠올릴 수 조차 없었어야 해요. 하지만 생각해냈죠. 그리고 내가 병실에 들어가자 마자, 그는 크게 소리내 웃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 웃음은 어릴 때 놀이터에서 날 괴롭히던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완전히 똑같았어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을 잃었습니다. 난 병실에서 도망치듯 튀어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뭐 그 다음은 당신이 아는 대로입니다.”
그녀의 얼굴은이제 싸늘한 격노와 상처로 덮여있었어. 난반사적으로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을 뻔 했지만, 그녀는 바로 몸을 휘둘러 내 몸짓을 저지했어. 그리고 나를 강한 시선으로 쳐다봤어, 마치 이게 아무리 기억하기 힘든 일이라 하더라도, 그녀의 자존감은 밑에 사람의 동정을 절대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듯 했지. 난이내 그녀를 향해 동정과 존경을 동시에 담은 눈길을 주려고 했어.
그 때, 그녀의 등 뒤에서 Dr. A의 목소리가들려왔어.
“그러니,Parker, 아직 우리의 빌어먹을 환자님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가 물어왔어. “그녀가 어릴 때 놀이터에서 당했던 왕따를 보는 즉시 알아내고는그녀가 가장 약한 부분을 마법처럼 공격한 사람이 무슨 정신의학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번 생각을 들어보고싶구만. 어떤가?”
정말 싫었지만, 난 힘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어. “난… 난…” 난 대답했어. “난 그런 거… 아니,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모르지,” Dr. A의 말에서 씁쓸하고 잔인한 느낌의 만족감이느껴졌어. “자넨 그에게 무슨 문제가있는지 상상도 못하고 있어. 그것도모자라서, 자네는 그에 대한 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였지. 젊은 사람들은 주변에 쉽게 휩쓸리니까. 자네는 딱 그정도네. 그러니까 자네는 Joe의 담당의가 아니라는거야. 하지만 걱정말게, 내가 그의 담당의니까. 지금부터 제대로된 담당의가 어떤건지 보여주도록 하지.”
여기까지 읽었으면, 긴 서론은 필요 없겠지.
Dr. A는 자기 말을 마치자 마자, 그의 의자를 짚고 천천히, 그리고 조심조심, 마치 너무 빨리 움직이면 몸의 어디 뼈가 부러져버릴 것 마냥, 일어났어.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가 한때 상당히 건장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어. 그는, 허리가 약간 굽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190cm는 넘어보였는데, 만약 그가 똑바로 설 수 있었다면 195cm는 될 수 있을 거 같았어. 그는 책상의 모서리를 짚어 몸을 기대고, 다른 팔을 뻗어Dr. G가 주워 준 지팡이를 집었는데, 그 어두운 색의 나무 지팡이는 머리에 청동 독수리 장식이 화려하게 장식 되어 있었어. 그는 그 지팡이를 받아들고 천천히 책상을 돌아 나를 향해 걸어왔어. 나에게 다가오는 그의 손에는, 아주 두껍고 먼지가 쌓인 파일을 들고 있었는데,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파일의 복사본임이 틀림 없었지.
그는 책상에 앉아서 나를 향해 다시 차가운 표정을 보였어.
“내가 계속 하기 전에, 한가지 알아두게,” 그는 내가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어. “지금 내가 하려는 Joe에 대한 설명이 맞다면, 그럼 우리가 Joe를 여기에 가둬두는 것이 바깥 세상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Joe 자신에게도 필요한 일이 될걸세. 만약 그의 부모가 그렇게 경제적으로나 법적으로 강력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겠지만, 내 가설이 새나갔을 때 일어날 법정 투쟁을 생각해봤을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를 여기에 가둬두는 것 뿐이네. 알겠나?”
난 고개를 끄덕였어, 이번엔 진심을 담아서 말이야. 나의 몸짓의 의미를 이해한 그는 거친 웃음을 보이더니, 완연한 미소와 함께 Joe의 파일의 첫 페이지를 열었지.
“내가 Joe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무서운 눈빛을 하고 있는 아이의 흑백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기 시작했어, “자네도 알다시피, 그는 단순히 야경증을 앓고 있는 보통의 아이로 보였지. 하지만, 당연히도, 그건 내 착각이었네. 아주 엄청난 착각이었지. 그가 돌아왔을 때, 그는 폭력적이었으며, 말하는 능력도 잃어버린 상태였네.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어. 게다가, 그의 수법이 왜 자꾸 변하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네. 자네도 눈치챘겠지만, 그의 상태는 변화무쌍해서, 처음에는 피해자가 기분이 더러워지도록 만들던 수법에서, 어느 순간 두려움에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게 만드는 수법으로 진화했었지. 난 내가 병원장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까지도,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전혀 생각할 수 없었네. 하지만 은퇴 후, 난 그의 옛 노트들을 천천히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 노트들을 열심히 검토한 결과, 점차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지.”
그는 몇 페이지를 넘겨 파일의 자료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건 그의 망상이 계속 변하고 있었을 때 측정했던 그의 뇌파기록일세. 그의 뇌파는 그가 다른 사람에게서 욕을 들을 때 마다 크게 움직이고 있네. 예를 들어 우리가 그를 데려왔을 때를 보면,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 하지만 그 멍청한 간수 자식이 그를 ‘나쁜 아이’라고 부르자 그는 갑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네. 자네가 알고 있는 건 거기까지겠지만, 나는 당시 초반 몇 년 동안 그를 접했던 의사들 중 살아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만나 얘기를 나누었네. 그들은 모두 예외 없이, 나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줬어, Rose도 포함해서 말이야. 모두들 하나같이 말하길, Joe가 어린 시절 자기를 괴롭히던 애들이 하던 행동과 말을 똑같이 했다고 했네. 그게 뭐였는지 모르는 사람은 느낄 수 없었지만, 자기자신에게 만큼은 정말 힘들었던 기억만 집어내서 사용했었다고 했지. 이제 이해하겠나? 누가 그를 ‘나쁜 아이’ 라고 부르자 마자, 그는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 최악의 못된 아이의 모습을 뽑아내서 정확하게 똑같이 행동했다는 걸세.”
여러 페이지의 자료를 넘긴 그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손가락을 짚었다. “자 이제 여기를 보게. 이런 식으로 몇 년 간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던 그는, 마침내 그의 괴롭힘을 참아넘기지 않는 폭력적인 사람을 만났네. 이 환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게. 그는 Joe를 거의 반죽음으로 패놓고 “빌어먹을 괴물새끼”라고 불렀네. 그러자마자, 그는 간수를 꿈 속에서 쫓던 괴물처럼, 그리고 다른 룸메이트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던 괴물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네. 그 때문에 Joe는 첫 아이를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하였고, 성폭력의 피해를 당한 소녀를 강1간하려 들었고, 그리고 마지막 피해 환자로 하여금 겁에 질려 쇠창살을 맨손으로 뜯고 도망가게 만들었던 것이네. 왜냐면 그가 괴물이 된다면, 그는 피해자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괴물이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야. 이제 더이상 그는 피해자로 하여금 기분이 더럽게 느끼도록 하는게 아니라, 평생 느껴본 적 없는 공포를 느끼게 해주도록 수법을 바꾸게 된거지.”
그는 잠시 안경 넘어 나를 노려본 후 계속했어. “자, 자네 같은 총명한 레지던트는 지금쯤이면 Joe의 행동이 우리에게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말해주는지 눈치챌 수 있겠지. 이 쯤이면 우리는 Joe가 매우 높은 피암시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네. 이로서 우리는 최소한 그가 매우 행복하지 못한 양육 과정을 겪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네. 그가 그의 부모로부터 계속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 하에 억압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어린 아이가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평가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리가 없기 때문이지. 더욱이 Joe의 첫 심리치료 세션을 면밀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Joe가 그의 부모로부터 심각한 학대를 당했음을 나타내주는 강한 증거가 있지. Rose, 좀 도와주겠나?”
Dr. G는 다른 서랍을 열고 카세트 플레이어와 두개의 테이프를 꺼냈어. 그건 내가 가지고 있던 테이프의 복사본임을 알 수 있었지. 그녀는 하나를 플레이어에 밀어넣고 “재생”을 눌렀어. Dr. A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어. 이미 들어봤던 내용이지만, Dr. A의 설명을 염두하고 다시 듣게 되니, 문장과 문장 사이에 섬뜩한 무언가가 숨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어.
이제, 내가 예전에 받아적어둔 내용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창고를 파헤쳐서 옛날 노트북을 꺼내와서 파일을 찾아왔지. 다음 내용은 Dr. A가 나에게 들려준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을 개략적으로 옮겨둔 거야: A는 Dr. A의 말이고, J는 Joe의 말이야.
A: 네 방 벽 안에 숨어있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겠니?
J: 징그러워요.
A: 징그럽니? 어떻게 징그럽니?
J: 그냥 징그러워요. 그리고 무섭게 생겼어요.
A: 선생님 말은,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줄 수 있겠니?
J: 크고 털이 많아요. 눈은 파리 같이 생겼고 팔이 두 개있는데 엄청 강하게 생겨서 손가락이 막 길어요. 몸은 지렁이처럼 생겼어요. (4편에서 송충이라고 해석했지만, 지렁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역자주)
Dr. A는 테이프를 멈췄어. 그는 이제 완전히 강의를 하는 양 말하기 시작했어.
“여기서 , 파리 같은 눈이란건, 외계인의 눈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깜박이는 않는 눈이지,”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가 설명하는 괴물의 팔의 주요 특징은 그 팔이 크고 강하며, 털이 덮여있다는 점이지. 그래서 거미라고 표현하는 것이네. 그리고 몸이 지렁이 같다고 하고 있지. 즉, 남근의 형상이네. 다시 말하면, 그가 설명하고 있는 것은 크고 강하며 털로 덮인 팔과 깜박이지 않는 눈을 가진 거대한 남근의 형상이네. 그게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는 “재생”버튼을 다시 눌렀다.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어.
A: 그거 참 무섭게 생겼구나. 얼마나 크니?
J: 대빵 커요! 아빠 차보다 더 커요!
Dr. A가 다시 중지 버튼이 눌렀다.
“아무리 집에 차가 여러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Joe의 나이라면 보통은 아버지와 어머니 둘 모두와 함께 차를 탔을꺼야. 그럼 왜 특별히 ‘아빠 차’라고 했을까? 그리고 괴물의 크기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구체적으로 그 문구를 사용한 이유는? 내가 보기엔 이건 꽤 구체적인 자유연상의 결과로 보이네,” Dr. A가 말했어. “그렇다 하면, Joe는 왜 거대한 털복숭이 팔로 자신을 찍어누르고 노려보던 거대 남근의 형상을 자신의 아버지와 연상하였을까? 기묘하고도 기묘한 일이지만, 하지만 아직 성급하게 결론내리지 말자구. 먼저, 우리는 그의 부모들이 괴물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반응을 봐야하네.”
테이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어.
A: 그렇구나. 부모님도 그걸 보신 적이 있니?
J: 아뇨. 엄마 아빠가 오시기 전에 벽 안으로 도망가버려요.
A: 그렇게 큰게 벽 안에 어떻게 숨니? 벽이 무너져버리겠다.
J: 막 녹아서 없어져요. 아이스크림처럼. 벽이랑 하나인 거처럼 그래요.
테이프가 다시 멈췄어.
“그의 부모들은 이 괴물의 존재에 대해서 눈치채지 못한 듯 하네,” Dr. A가 말했어 “그 이유는 뭘까? 만약 자네가 내 설명을 잘 따라오고 있었다면, 그의 아버지는 당연히 괴물을 못본 것 처럼 행동했을거야. 하지만 어머니는 왜? 예를 들면, 남편이 아이의 침대 바로 옆에 서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 어쨌든 조는 그의 어머니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을거야,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는, 그의 아버지가 벽의 일부인 것처럼 위장해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보지 못하게 됐을거라는 논리를 만들어 냈을꺼야. 그렇게 보면 다 설명이 되네. 자 이제 진짜 중요한 부분으로 넘어가보세.”
테이프가 또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어.
A: 그렇구나. 그 괴물이 네 팔에다가 그런 자국을 남긴거니?
J: 맞아요. 내가 괴물 안쳐다보려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막 자기 팔로 내 팔을 잡아 당기고 손가락으로 눈을 억지로 열었어요.
A: 왜 그렇게 했을까?
J: 그 괴물은 내가 기분이 나쁘면 좋아해요. 그래서 내가 잠을 못자게 하는 거에요.
A: 그게 무슨 말이니?
J: 그 괴물은 나쁜 생각을 먹고 살아요.
Dr. A가 “정지” 버튼을 눌러 재생을 멈췄어. 그는 강한 분노를 뿜으며 카세트 플레이어를 노려보고 있었지.
“답은 이제껏 바로 우리 눈 앞에 있었던 거야,” 그가 말했어.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제대로 가졌더라면. Joe는 우리에게 자기가 성적으로 학대당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던거네. 그는 자기가 아버지에게 눌려서 강1간 당하던 경험을 본인이 인식할 수 있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괴물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었던 거야. 그는 심지어 그의 아버지가 새디스트라는 것까지, 그 괴물이 나쁜 생각을 먹고 산다는 표현으로 고발하고 있었네. 자신을 학대하며 희열을 느끼던 새디스트를, 그토록 어린 아이가 이보다 정확히 묘사할 수 있겠나? 게다가, Joe의 초반의 수동성, 그 뒤를 따랐던 극도의 피암시성 또한 심각한 학대를 받아 신경쇠약을 앓는 아동의 증상과 일치하고 있네.”
그는 한숨을 쉬고는. 나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듯 말하기 시작했어. “물론, 이제 Joe가 재입원 했을 때 왜 그의 아버지를 따라 가학성을 보이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지. 그건 테이프의 남은 부분을 들어보면 알 수 있네.”
그가 드디어 “재생” 버튼을 눌렀어. 테이프 뭉치가 돌기 시작했지.
A: Joe, 내 생각에 이 선생님이 그 괴물을 죽이는 방법을 알고 있는거 같다.
J: 진짜요?!
A: 그럼. 선생님이 가르쳐주면 기억할 수 있겠니?
J: 네!
A: 약속하니?
J: 약속!
A: 좋아. Joe, 만약 이 괴물이 네 나쁜 생각을 먹고 산다면, 그 괴물이 다시 나타났을 때 좋은 생각만 하면 된단다.
J: 어떻게 그렇게 해요? 무섭단 말이에요!
A: Joe야, 내 생각엔, 그 괴물이 니가 자기를 무서워하기를 원하는 것 같구나. 하지만 실제로는 안무섭단다. 그 괴물은 네가 상상한 것 뿐이야. 상상하는게 뭔지 아니?
J: 몰라요.
A: 니가 생각을 만들어 내는 거란다. 가끔 그 생각은 좋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나쁜 생각일 수도 있어. 가끔은 무서운 생각도 있지. 하지만, Joe야, 너의 생각이 무서운 생각이더라도, 여전히 네가 만든 생각이란다. 그리고 너의 상상은 네가 무서워하지 않으면 널 무섭게 할 수 없어요.
J: 그럼 제가 조종할 수 있어요?
A: 물론이지, Joe.
J: 선생님은 어떻게 알아요?
A: 그게 Joe, 비밀인데 지켜줄 수 있니?
J: 그럼요!
A: 약속?
J: 약속!
A: 그건 말이지 Joe, 이 병원은 보통 병원이 아니거든. 여긴 마법의 성이란다. 그리고 난 마술사지.
J: 진짜요?!
A: 그럼. 그리고 내 슈퍼파워는 사람들이 무섭지 않게 해주는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겁먹지 않으려고 여기를 찾아오는 거지. 그리고 진짜 비밀이 뭔지 알아, Joe?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자기 생각에 겁을 먹고 있는거란다. 자기 생각을 조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지.
J: 우와.
A: 그치? 자, 넌 다 컸으니까, 이제 이불에 오줌 안싸지, 그치?
J: 피! 벌써 몇 년 전에 쉬야랑 응가랑 다 배웠어요!
A: 그렇구나, 그럼 그 무서운 괴물하고 이불에 오줌싸는거 하고 똑같다고 생각해보렴. 걔네 둘 다 네가 맘대로 조종하지 못하던 네 자신의 일부란다.
J: 웃겨요. 괴물이 쉬야라니.
A: 그래, 괴물이 쉬야는 아니지만, 둘 다 네가 원하면 조종할 수 있는 네 자신의 일부라는 점은 똑같단다, Joe. 자, 이제 괴물 별로 안무섭지?
J: 안무서워요! 그리고 다음에 보면, 더 이상 난 괴물이 무섭지 않다고 얘기해줄꺼에요!
Dr. A는 테이프를 멈추었는데, 테이프의 마지막 부분을 들은 그는 마치 영혼이 빠져 나가버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어.
“이게 바로 내가 그의 케이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일세,” 그의 목소리는 이제 마치 속삭이는 듯 했어. “왜냐면 내 생각엔 말이야, Joe라는 괴물은 내가 만든거란 말일세, 내 오만함 때문에. 내가 그에게 해준 말 때문에, 첫번째 심리치료 전까지는 자기가 마음의 병을 먹고 사는 괴물의 피해자였다고 믿고 있던 Joe는 이제 자기 자신이 바로 그 괴물이라고 믿어버리게 된거네. 그게 성폭력의 피해자인 아동에게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보게. 성폭력 피해 아동은 인격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단 말이야. 내가 Joe에게 해준 말… 자기가 당하고 있는 학대가 자기탓이라는 생각은 아이가 받아들이기 너무 힘든 것이었겠지. 난 겨우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던 그 꼬마를 해리성 인격장애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버렸단 말일세.”
“그러니 그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돌리기 위해, 그의 아버지로 부터 당한 새디즘을 흉내낸 또 다른 인격, 바로 ‘괴물’ 인격을 만들어 낸거지. 그리고 우리가 그걸 제때 발견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제 그 ‘괴물’ 인격은 그의 정신을 완벽하게 장악해버렸고, 이제 그의 마음과 신체 모두 ‘괴물’ 인격이 만들어내는 상상에 맞춰 행동하게 된거네. 이렇게 자기가 괴물이라고 완벽하게 믿어버려서 심리의학 역사상 최악의 가학성 사이코패스의 결정체가 되어버린 것 만으로도 모자라서, 더 심각한 상황이 되어버렸지. 내가 만들어버린 이 괴물은, 마치 우리가 음식을 먹어야 하듯이, 살기 위해 주기적으로 나쁜 생각에 노출되어야만 한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단 말일세. 그 결과, 그의 공감 능력은 그가 만나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능력으로 진화하게 된거지.”
“그 뿐 아니라, 그는 그가 가지고 있던 피암시성 때문에 자유자재로 여러 형태의 마음의 고통을 피해자들에게 촉발시킬 수 있었네. 그의 망상은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그 자신도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이 있었던 거지. 그렇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Joe가 자신들의 나쁜 기억과 최악의 공포를 일으킨다고 했던 것도, 그들이 Joe와 같은 망상을 공유했던 현상이거나, 아니면 자기가 Joe에게 중요한 내용을 말한 것을 잊어버린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사람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한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Joe가 자기방어 기제로서 타인의 자살을 유도하는 능력을 발달시켰다는 점이네. 마치 자기 자신도, 자기가 만들어낸 괴물 인격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진짜 인격을 죽여버린 것처럼 말이야. 정말 너무나도 효과적이었어. 자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는 폴더를 닫고는, 내 몸에 시선을 꽂듯이 쳐다보았어. “바로 이것이,” 그가 부드럽게 말했어, “자네가 우리한테 필요한 이유네. 자네는 그를 직접 겪고도 죽지 않았네. 자네는 지금 우리가 가진 유일한 증인일세. Rose 도 그를 겪어봤지만, 너무 옛날에 그의 상태가 지금 처럼 심각하지 않았던 때였으니 예외로 해야겠지. 자네는 우리에게, 그가 어떻게 자네를 조종할 수 있었는지 우리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말이야.”
그 말과 함께, 그는 얇지만 놀랍도록 강한 손으로 내 턱을 들어 내 얼굴을 고정시키고 말하기 시작했어.
“그러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물어보겠네, Parker. 말해주게. 내가 마음에 안들더라도 Joe를 위해서 말이야. 자네와 Joe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제 더이상 내가 어떤 것도 숨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지. 그래서 그들에게 모두 털어놓았어. 난 그들에게, Joe가 얼마나 제정신으로 보였는지, 얼마나 깔끔하게 그의 상태를 설명했는지, 그리고 Fiberwood Flower 이야기를 어떻게 재구성 했는지를 전부 설명했어. 주의 깊게 내 전체 이야기를 들은 Dr. A는, 내 이야기가 끝나자 갑자기 몇년은 더 늙은 거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
“그렇다면,” 그가 말했어, “그는 자네가 살아온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구만. 그렇다면 자네가 얼마나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인지를 알아낸 다음 거길 파고든거야. 게다가, 그의 애완동물에게 일어난 비극을 그의 아버지 탓으로 돌렸지. 아버지라는 게 책임감의 현신 같은 존재니, 그걸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기가 당한 학대에 대한 분노를 자네에게 심어준거네. 아무래도 자네가 Joe의 케이스를 해결하게 된거 같구만. 고맙네. Rose, 드디어 수수께끼가 풀린거 같아. Joe의 부모님에게 우리가 알아낸 것을 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들에게는 우리가 Joe의 상태가 치료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냈다고만 알리고, Joe 자신을 위해서도 우리 병원에 무기한 입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게. Parker는 이제 Joe 케이스에서 물러나도 좋네.”
“싫습니다,” 나는 Dr. G가 명령에 따르기도 전에 대답했어.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없었지만, Dr. A의 설명에는 치명적이니 오류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아직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 Dr. A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돌아봤어.
“싫다고?” 그가 물었어. “Parker, 케이스는 해결됐어. 방금 자네가 우리 가설을 확인시켜줬네. 그리고 그게 아니다 하더라도, 자네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심리학자나 되야 그를 치료할 자격이나 있다고 할 수 있을거야. 내가 아직 현역이라고 하더라도?”
“하지만 이제 현역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나는 그의 말을 자르고 들어갔어. “당신은 은퇴했죠. 게다가 전 당신 설명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뭔가 맞지 않아요.”
“어딜 감히?”
“잠깐 있어봐요, Thomas,” Dr. G가 짜증나는 듯 한숨을 쉬었어. “들어봅시다. Parker가 다른 생각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어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요.”
Dr. A는 궁시렁 거리면서, 나에게 짜증 부리듯 손을 휘저었어.
난 다시 긴장감을 느꼈기 때문에 헛기침을 한번 해서 긴장감을 살짝 털고 말하기 시작했어.
“제 생각을 설명하기 이전에, 짚고 넘어 갈 의문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내가 말했어.
“하 진짜 가지가지?,“ Dr. A의 불평을 Dr. G가 손을 들어 제지했어.
“뭔가요, Parker?”
“야경증 부터 시작하지요,” 내가 말했어. “Joe가 재입원 한 후로, 한번이라도 야경증 증세를 호소한 적 있습니까?”
Dr. A가 부드럽게 대답하려는 찰나, 뭔가 그의 머리 속에 짚이는 것이 있는지 얼굴이 구겨졌어.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런 적은 없네,” 그가 말했어. “그때는 이미 늦었지 않겠나. 거기다가 그에겐 진정제를 투여했었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그의 아버지도 그를 학대하진 않았겠지.”
“그럴 수도 있죠,” 나는 Dr. G를 돌아보며 말했어. “하지만 저는 그게 그의 ‘괴물’ 인격의 기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Dr. G, 당신, Joe가 곤충 공포증을 앓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Dr. G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예상할 수 없다는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어.
“맞습니다,” 그녀가 말했어. “Joe가 입원했을 때, 그의 부모님들이 제게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Joe를 치료했을 때도 그 공포증이 여전히 있던가요?” 나는 물었어.
“그렇진 않았어요,” 그녀가 말했어. “그것과 관련해서 노출치료도 시도해봤는데, 별로 곤충공포증을 가진 사람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필히 곤충공포증은 단순히 자기 경험을 은폐하기 위한 증세였겠지,” Dr. A가 말했어. “Rose, 정말 ?”
“Dr. A,” 난 그의 말을 자르며 말했어, “Joe가 벽 속의 괴물을 묘사하는 부분을 다시 한번 틀어 주시겠어요?”
Dr. A는 아주 짜증나고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는 내가 요청한 부분으로 테이프를 감아 틀어주었어.
크고 털이 많아요. 눈은 파리 같이 생겼고 팔이 두 개있는데 엄청 강하게 생겨서 손가락이 막 길어요. 몸은 지렁이처럼 생겼어요.
그는 여전히 썩은 표정으로 “중지” 버튼을 눌렀어.
“이런 모습을 한 괴물이라면, 곤충공포증을 앓는 환자를 그 무엇보다 공포에 질리게 할 수 있겠지요?” 난 물었어.
“다시 말하지만, 곤충공포증 자체가 그가 겪었던 경험의 산물로 생겼던 거라면 충분히 설명이 되네,” 비웃듯 Dr. A가 말했어.
“그럴 수도 있겠죠,” 내가 말했어. “하지만 이 뿐만 아니죠. 당신이 Joe에게 이 모든게 그 아이의 상상이라고 말해주는 부분으로 넘어가주시겠습니까?”
한숨을 쉬고, Dr. A는 내 요청에 따라 테이프를 앞으로 감아 주었어.
A: 그렇구나, 그럼 그 무서운 괴물하고 이불에 오줌싸는거 하고 똑같다고 생각해보렴. 걔네 둘 다 네가 맘대로 조종하지 못하던 네 자신의 일부란다.
J: 웃겨요. 괴물이 쉬야라니.
A: 그래, 괴물이 쉬야는 아니지만, 둘 다 네가 원하면 조종할 수 있는 네 자신의 일부라는 점은 똑같단다, Joe. 자, 이제 괴물 별로 안무섭지?
J: 안무서워요! 그리고 다음에 보면, 더 이상 난 괴물이 무섭지 않다고 얘기해줄꺼에요!
테이프가 멈췄어. Dr. A는 아주 짜증나는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Dr. G는 뭔가 이해되지 않은 듯한 표정을 했어.
“보세요, 이게 네가 강1간을 당한 게 네 탓이라는 말을 들은 피해자의 말투처럼 들립니까?” 내가 공격하듯 물었어. “Joe는 안도하고 있어요. 이건 기쁨의 목소리라구요. 이건 절대로 자아분열의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사람의 말투가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그가 높은 피암시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이 말을 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괴물처럼 행동하지 않았던 걸까요? 어떻게 Joe는 그때 본인의 인격을 붙잡고 있을 수 있었을까요?”
“아직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뿐이었겠지,” Dr. A가 겨우 들릴 듯 웅얼 거렸어.
“그게 아니라면,” 내가 말했어, “Joe에겐 자아분열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볼 수도 있는 겁니다. 생각해봅시다, 만약 Joe가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면? 야경증도 없었다고 한다면? 만약 Joe가 진짜로, 그의 곤충공포증을 어떻게 갖고놀아야 하는지 아는 그 무언가에게 고문을 당하고 있었던 거라면? 그리고 만약에, 만에 하나 Joe가 그 무엇을 향해 ‘넌 내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 그 순간, 그 무엇이 그의 제 2의 인격이 되어 버렸던 것이라면? 그래서 그가 재 입원 했을때 그의 안에 그 괴물이 들어와 있는 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아 그래? 그럼 이제 Joe 머리가 360도로 돌아가고, 입에서는 녹색 국물을 토하겠구만. (영화 엑소시스트 reference 입니다, 역자주)” Dr. A는 이제 진심으로 화가 난 듯 비웃었어. “젊은이, 공포영화 매니아 같은 말은 그만두고 정신 차리게. 빌어먹을, 자넨 의학도라고.”
“잠깐만 제 말 들어보세요,” 난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어. “나도 오늘밤 전에는 상상도 못했을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순간 숨을 쉬는게 살짝 불편해지는게 느껴졌어. “보세요, 당신이 Joe가 다른 사람 머리속에서 들은 적도 없는 정보를 뽑아내는 게 단지 요행이었다고 믿고 싶은건 압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건 요행이 아니에요. Hank가 Joe의 병실에서 여기로 나를 끌고 왔을 때, Joe는 지금까지도 날 괴롭히는 악몽 속에서 들렸던 웃음 소리와 정확하게 똑같은 목소리로 웃었어요. 난 Dr. G로부터 경고를 들은 뒤로, 맹세컨데 단 한번도 그의 앞에서 내 문제가 무엇인지, 내가 무서워하는게 무엇인지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Joe가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자넨 자네가 듣고 싶은 소리를 들은거야,” Dr. A는 격노한 듯 했어. “자네가 괴물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거야. 자네 스스로 바로 그 괴물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믿어버린거란 말일세.”
“근데 바로 그게 문제에요. 전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난 그가 제정신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Hank에게 잡혔을 때도, 난 그가 학대당하는 환자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를 들은 겁니다. 내가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날 거라고 전혀 예상도 못한 그 타이밍에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그리고 Dr. G 처럼, 다른 피해자들도 모두 진실을 말하고 있는거라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만약 그들 모두 정말로 Joe에게 아무 말도 해준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Joe가 그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수 있었다면?”
“일리 있는 말입니다, Thomas,” Dr. G가 말했어. “내 말을 증명할 note가 없긴 하지만, 내가 어릴 때 ‘참견쟁이 Rosie’라고 불렸다는 걸 Joe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Joe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은 단 한번도 기억해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나 조차도 그가 벽에 적어 놓은 그 피로 쓴 글씨를 보기 전까지는 잊어버리고 있던 기억이었어요.”
“다른 사람이 자네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는 운 좋게 그 별명을 생각해냈을수도 있지 않나, Rose!” Dr. A가 폭발했어. “자네 이름과 라임이 맞는 놀리는 말이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잖나. 아이가 그렇게 생각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지!”
“Thomas, 자기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관찰된 증세가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하다니 실망스러운데요,” Dr. G가 부드럽게 말했어.
Dr. A는 여전히 분노한 듯 했어. “좋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독을 가득 품은 듯한 빈정댐이 묻어나왔어. “자네들 생각이 맞다고 치자고, 의학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쓰레기통에 쳐박게 되더라도 말이지. 그럼 자네는 귀신(Bogeyman, 역자주)에게 빙의된 환자를 대체 어떻게 치료하자고 말하는건가? 위를 세척할까?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서 악마를 빼낼까? 어디 말해보게.”
“당신은 아까 다른 가능성은 모두 제외시켰다고 말했었죠,” 난 일부러 더 차분한 말투로 이야기 했어. “혹시 엑소시즘을 시도해본 적은 없습니까?”
“자넨 날 대체 무슨 돌팔이라고 생각하길래?”
“오 Thomas, 혼자만 의학자인 양 고고한 척 하지 말아요,” Dr. G가 화를 냈어. “기록을 남긴 적은 없지만, 당신이 Joe에게 좀 평범하지 못한 치료도 시도 해봤다는 건 우리 둘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Dr. A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진 않았지만, 처음으로 기분이 불편해하는게 눈에 보였지.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Thomas, 내가 하겠어요.”
“진짜 이럴건가, Rose, 그런 넌센스는 우리가 제외시켰던 거잖나. 자네도 잘 알잖아,” Dr. A가 내뱉듯 말했어. “왜 우리 상상력에 파묻혀 말도 안듣는 애송이한테 그런 쓸 데 없는 이야기까지 해야되나?”
“그 말은 엑소시즘을 시도해본 적은 있다는 말이군요,” 난 차갑게 말했어.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이 있기는, Joe 같은 말썽꾼이 일으킬 법한 일이 일어났지,” Dr. A가 으르렁 거리듯 말했어. “사제님이 오셔서 의식을 치렀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 Joe는 의식 내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사제를 엿먹였지, 자기가 지상에 내려온 천사고, 하나님을 배신하고 있는건 바로 당신이라면서 말이야. 종교에 몸담은 사람의 마음을 혼란하게 하기 딱 좋은 말이었지.”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말은 그날 왔던 그 사제님을 당황케 하는데 특히 효과적이었겠죠. 내 말이 틀린가요?” 내가 압박하듯 말했어. “그 사제님은 분명히 의식을 마무리 하지도 못했을겁니다. 어때요?”
“그 그분이… 확실히 좀 일찍 떠나긴 했지, 맞아.” Dr. A가 말했어.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자네?”
“그때 의식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나요?”
“내가 미쳤나!” Dr. A가 폭발해버렸어. “내가 그딴 미1친 짓을 했다는걸 누구한테 들키라고!”
“안타깝군요,” 내가 말했어. “그때 의식을 기록해뒀다면, 사제님이 Joe에게 힌트를 줄만한 이야기는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걸 알 수 있을 거라는데 내 전재산을 걸까 했거든요. 왜냐면 우리 환자 Joe는요, 지금 이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건 Joe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그를 따라 온 그 무언가가 이 모든 일을 저지르고 있는겁니다. Joe는 희생양에 불과해요.”
“자네 지금 무슨 귀신이 우리 병원에 얹혀살고 있다고 진짜로 생각하는 모양이구만?” Dr. A의 목소리에는 업신여기는 웃음소리가 섞여나오고 있었어. “Rose, 당장 Hank에게 구속복을 가지고 오라고 해야겠는데. 내 생각에 우리의 구세주께서 미쳐버리신 거 같구만.”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겁니다,” 난 빠른 말투로, Dr. G에게만 집중하며 말했어. “내 가설이 미1친 소리처럼 들린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제가 약간만 더 정보를 모아서 실험해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고도 제 가설이 틀리다면, 그땐 저를 바로 이 케이스에서 제외시켜도 좋습니다.”
Dr. G는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리며 잠시 생각하는 듯 했어. 그녀는 내가 할 제안이 궁금해 참을 수 없다는 듯, 결국 손을 저으며 말했어.
“말해봐요.”
난 숨을 잠시 고르고. “허락해주신다면,” 난 말했어, “내일 하루 월차를 내고 지금까지 우리가 한 얘기의 진위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가봤으면 합니다. 전 내일 Joe의 가족을 만나고, 이 모든 것이 일어났던 방을 둘러봤으면 합니다.”
“얼씨구, 잘 돌아간다,” Dr. A가 비웃었어. “그래 가서 뭐라고 말할텐가? ‘죄송합니다 Mr. M씨, 하지만 혹시 아들을 성폭행하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셨나요? 아니면 혹시 이 집을 사실 때 부동산 업자가 이 집에 거대한 벌레 괴물이 살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해주진 않던가요?’라고 할텐가?”
“그 사람들의 가학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그것보다 훨씬 섬세한 방법을 쓸 수 있다는 건 당신도 알고 있을텐데요,” 나는 그가 던져놓은 함정 질문을 혼신의 힘을 다해 피하며 대답했어. “그리고 나도 내 가설에 약간이나마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그 사람들은 아무 것도 눈치 못챌거에요. 오히려 그들이 나와 대화를 매우 편하게 느껴야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별 문제 없이 Joe의 부모가 숨기고 있는 가학성을 포착할 수도 있을겁니다. 또한 만약 그의 방에 뭔가 초자연적인 것이 살았거나, 집에 귀신이 들렸다는 증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찾는 것도 어렵진 않을겁니다.”
난 Dr. A의 양 눈을 똑바로 노려봤어. “제가 제안하나 하죠. 내가 만약 Joe의 부모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증거를 단 하나라도 찾거나, 아니면 초자연적인 현상의 증거를 단 하나도 찾지 못한다면, 바로 당신 생각이 맞았고 내가 의학적이지 못한 넌센스에 정신이 팔렸었다는 걸 인정하도록 하지요. 그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나와 Dr. A는 긴 시간 동안 서로 노려보았어. 서로의 눈에서 시선을 거두었을 때, 난 그가 적어도 내 제안에는 동의 하겠다는 듯한 사인을 읽었지, 여전히 내 가설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 듯 했지만 말이야. 그리곤, 내 시야에 Dr. G가 펜을 꺼내서 자신의 달력에 뭔가를 적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어. 내 시선을 느낀 그녀는 눈을 들어 날 쳐다보았어.
“흠? 아 그렇지, 혹시 당신이 눈치 없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확실히 말해두죠, 당신 내일은 근무 안해도 됩니다. Thomas가 한 말은 무시하세요, 나도 당신이 거기서 뭔가 찾아내길 바랍니다. 당신 사수에게는 당신이 내 부탁으로 내일 현장 연구를 나가게 됐다고 말해둘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녀가 말했어. “왜 아직 거기서 그러고 있어요? 얼른 집에 가서 잘 수 있으면 푹 자둬요. 내일 당신이 정신 바짝 차려주지 않으면 곤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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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편도 끝이났고 마지막편만 남았네요
그럼 마지막편을 향해서 달려가볼까요??
여러분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