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oon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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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과 어린 시절을 6

눈이 왔네요!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날이면 어릴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엄마 고무장갑을 빌려서 끼고는 친구들이랑 계단식 논에 모여 눈싸움을 한나절이나 하곤 했습니다. 벼를 베고 밑동만 남은 논은 벼 밑동이 걸려서 애들이 뛰어놀기 힘든데 눈이 오면 다 덮혀서 딱 놀기가 좋았지요!보통 또래 친구들이 마을 마다 열명씩은 되니 즐겁게 소란스럽습니다.
산골의 눈 내리는 날은 특별히 더 신이 납니다.
눈에 맞아 축축해지면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추위도 몰려오고 손도발도 곱기 시작합니다.
그제서야 집으로 달려 갑니다.
동네 길이 어린 눈사람들 발자국 소리로 우다다우다다.어느샌가 그소리 마저 그치고 굴뚝엔 연기가 솟아 오릅니다.
밥 냄새가 나고 저 집에서는 된장국 냄새가 이 집에서는 시래기국 냄새가 납니다.
젖은 신발을 신고 달려 들어가면 언니나 오빠가 발견하곤 부엌 아궁이나 소죽 끓이는 사랑방 아궁이 앞으로 데려가서 잔소리 합니다.
엄마는 잔소리 대마왕ㅋ이니 안 들켜야 됨^^
아버지가 발견하면 안아서 불을 쬐여 주셨습니다.
잉걸불에 알밤도 넣고 고구마도 넣어 구워주셨죠.
최고로 따뜻한 겨울이었습니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이 안 납니다.
눈 내리는 겨울이었고 앞뒷집 친구들이랑 눈 받아먹으며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를 들어갔는지 전이었는지......

삭풍이 불더니 끝내는 눈발이 날리는 매서운 겨울 어느 날이었음.함박눈보다 싸락눈 내리는 날이 더 추움.
그 날도 어김없이 친구들이랑 동네 가장자리에 있는
무논에서 썰매를 타거나 날리는 싸락눈을 맞으며 계단식 논을 타고 다니며 숨바꼭질에 즐거운 날이었음.
쓰니는 젤 윗논 볏동가리를 파고 들어 숨었고 다른 애들은 대나무 숲에 혹은 얼어 붙은 도랑가에 숨어 최대한 몸을 납작 엎드렸음.다들 얼어붙은 콧물이 발등에 떨어지면 발등이 깨질지도 몰랐음^^;
흐르는 코를 이미 반질반질한 소매로 스윽 닦아내며 최대한 숨을 죽이고 술래의 기척을 느껴보려고 애쓸 때 였음. 문득 본 하늘에서는 싸락눈이 점점 굵어져 얼굴에 닿으면 따갑겠다 싶었음. 무심코
먼 데 밭을 보니 동네 아저씨가 말은 멍석을 지게에 지고 높은 밭에서 도랑을 건너려고 위태롭게 끄덕거리며 내려오고 있었음. 멍석위에는 처음보는 언니가 앉아 있었고 춥지도 않은지 알록달록한 스웨터만 입은 채였고 검은 긴 치마를 입었는데 맨 다리가 보였음.머리는 제법 긴,중단발 보다는 길고 등허리 즈음의 길이 같았는데 바람에 흩날려 온통 헝클어져 얼굴이 안 보일 지경이었음.
아저씨는 멍석이랑 언니가 무거웠는지 아님 밭에서 내려오는 언덕의 경사가 심해서인지 아님 눈내리고 얼은 길이 미끄러운지 자꾸 위태롭게 비틀거렸고 먼 데서 어린 쓰니가 보기에도 곧 앞으로 쳐박힐 것 같았음. 지게에 앉은 언니는 생각보다 흔들리지 않는지 별 출렁임이 없이 멍석에 앉아 인형만 꼭 안고 있었음.인형은 옷도 입히지 않아 살색 그대로 였음.지금 유행하는 콩순이 인형 같았음.
위태위태하게 언덕을 다 내려온 아저씨는 도랑을 건너 논길을 가로질러 쓰니랑 친구들이 노는 야산 사이 계곡쪽으로 오르기 시작했음.아저씨는 야산을 오르면서도 계속 비틀거렸고 지게 위의 언니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인형만 안고 먼 데 만 보는 것 같았음.
쓰니가 술래의 위치를 찾으려 돌아간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친구들이 윗논에 다 모여서 저쪽 언덕 위 밭을 바라보고 있었음. 밭가에는 지게를 지고 가는 아저씨의 부인,아줌마가 엎어져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음.멀어서 정확히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이고아이고~자야!라며 가슴을 쥐어 뜯으며 울고 있는 듯 했음. 아줌마 뒤에는 근처 이웃집 아줌마들이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옹기종기 서 있었음.어려서 뭘 몰라도 아! 이것은 큰 일이고 슬픈 일이구나 하는 느낌이 있어서 흥이 깨진 우리들은 집으로 돌아갔음.

그날 밤 저녁을 먹는데 분위기가 좀 무거웠음.
언니오빠들도 조용히 밥만 먹고 있었음.

두달 뒤 봄이 왔음.
큰 고모네 심부름을 가게 되었음.
'내일 아침 드시지 말고 우리 집에 오세요.아버지 생일 밥 드시러 오세요' 엄마가 일러준 말을 외우며 동네 젤 위쪽에 사시는 큰 고모네로 갔음.어스름한 골목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탱자나무 집도 보이고 친구 집도 지나고 지게 아저씨 집도 지나게 되었음.
아저씨네 집은 어린 내가 봐도 너무 가난하여 대문도 없었고 그냥 얕은 돌담에 덩그러니 초가집 두 채가 다 였음.
한 채는 살림 집.한 채는 방 한 칸에 옆에는 헛간.
헛간에는 지게 두 개와 낫.곡괭이 등이 보였음.
지게에는 언니가 아직도 앉아 있었고 안고 있는 인형은 여전히 벌거벗은 채 였음. 여전히 머리는 빗지않아 쑥대머리였고 알록달록 스웨터 앞섶에 더러운게 잔뜩 묻어 있었음. 저 언니 미친 언니인가? 집에 사람은 있는 듯 하지만 너무나 조용했음.

며칠 후 잠결에 엄마와 아버지가 나누는 얘기를 들었음.쓰니는 엄마가 등을 쓸어줘야 잠 드는 막내였음. 엄마 아버지 사이에서......
"#동댁이 큰 일이요.엊그제는 꿈에 저승사자가 나타나서 부르더랍디다.세번째 대답을 안 하니 그냥 머리끄댕이를 잡고 끌고 가려는 걸 기둥잡고 버티다가 깼다요.일어나서 보니 머리가 한움큼 빠져있고 어깨에 멍이 시퍼렇답디다''
''자식 보내고 올바로 살겄나.사는 기 이상치''
''아직 에린게 왜 약을 묵었을까요? 신발 공장서 착실하게 월급 받아서 따박따박 붙여주던 착한 애가....''
엄마는 목이 메이는지 말을 잇지 못 하셨음.
''지 아버지 꿈에 ~자가 울면서 애타게 뭔가를 말 한다는데.거기 믄지를 알아야제''
''알면 뭐.돈이 있나! 먹고 죽을래야 죽을 돈도 없는 집에''
''딸 하나 있는거 저리 잃아삐고 살겠소?
머스마 새끼들이사 마음만 든든하지...''
쓰니가 자란 깡촌에는 중학교만 졸업하면 대개 도시 공장으로 취업을 나갔음.실업야간학교.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거기를 졸업하면 그 공장 정식 직원이 됨.
그 언니는 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숙사를 나와 공장근처서 자취를 했다함.이제 겨우 열아홉 꽃띠라고 했음.

아랫목에서 이웃집 아줌마들이 쓰니 집에 모여서 삶은 고구마랑 김치를 죽죽 찢어 먹어가며 이야기 꽃을 피웠음.동네 SNSㅋ
엄마따라 놀러 온 친구들이랑 쓰니는 옆에서 덩달아 고구마 간식타임.
화두는 단연코 지게 아저씨네 근황.
우리는 귀가 쫑긋해서 듣고 있었음.
''#동댁 바깥 양반이 저번 밤에도 호장골 갔담서?''
''꿈인지... ~자가 불렀다 캅디다.무시라.그 어듭은 밤에 우찌 갔을꼬.''
''공장장이 아를 꼬시가 살림을 채맀다카더만.
마느래가 찾아와가 머꺼댕이를 잡고 돌맀다카더라.그래서 약 묵었다더만''
''그기아이고 거 문디 손이 아를 건디맀다카던데?
*철이가 거걸 알고 낫들고 공장장 찾아갔다카더라''
"*철이 공장장 찌르고 영창있답디다''
*철은 죽은 언니의 오빠였음.동네 아줌마들이 계속 모여서 속닥거릴 정도로 뒤숭숭한 날들이었음.
그 나이의 쓰니는 죽음이 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죽은 사람은 상여를 태우는구나 식으로 이해했음.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난리가 났음.
화물기차가 급정거하며 토해내는 비명소리에 적막한 산골 마을이 공포에 떨었음.
깊은 잠을 자고 있는데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에 잠을 깼음.
쓰니 아버지 동네 이장이셨음.
동네 아저씨들이 횃불을 부랴부랴 만들고 우르르 마을 밖 기차길로 달려가셨음.지게 아저씨네 아들 *철이 영창에서 돌아온 날 기차에 몸을 던졌다함. 새벽까지 불이 꺼지는 집이 없었고 덩달아 모두 잠을 설쳤음.
*철은 우측 팔이 어깨 아래에서 절단되는 중상이었고 멈춰섰던 화물 기차는 새벽녘에야 사고자와 그 가족을 싣고 떠났음.

여름이 왔고 병원에서 돌아온 *철은 집에서 은둔 생활을 했고 가끔 밤에나 집 밖을 나온다는 마을 SNS를 통해 들을 수 있었음.

강으로 가려면 기차길을 건너야 갈 수 있었고 무더운 여름밤 강에서의 밤 수영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일과였음.
어느 날 밤 수영을 하러가던 동네 중학생 오빠들이 달리는 기차로 몸을 날리는 사람을 목격했음.
기차는 어버버하는 사이에 그냥 가버렸고 동네 오빠들은 사고 지점으로 달려갔음.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음. 4명 모두 분명히 보았는데 사고 흔적이 전혀 없었음.
''기차에 올라탔나?!겁나 빠르다 그자!!''
그날은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넘어갔음.
며칠 후 강에 고디를 잡으러 가던 아줌마들이 시커멓게 다가오는 화물기차를 보내고 건너가려고 건널목에 서 있었음. 그믐이라 어두웠고 빛이라곤 들고 있던 횃불 한개.기차가 달려오자 그 불빛에 언뜻 기차길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고 어어어하는 사이에 기차가 지나가나 싶더니 끼이익 고막을 찢는 소리를 토하며 급정거를 했음.
기차가 한참을 미끌어져간뒤 겨우 서자 횃불을 든 아줌마들은 기차를 향해 마구 달려갔음.
더운 여름이라 마을 입구 포구나무 아래서 모기불 피워놓고 놀던 동네 아저씨들도 일이 터졌음을 직감하고 놀라서 허겁지겁 기차길로 달려 갔음.
실제로 기차가 역 이외의 장소에서 급정거할 경우는 매우 희박함.
온 동네 어른들과 기관사가 지나간 기차길과 옆과 기차 아래를 살펴보며 사고자를 찾았음.워낙 어두워 불 근처외는 보이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그때 1호칸(?)근처서 돌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땡땡땡하고 울렸음.
기차길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목적으로 자갈을 깔아 놓음.생존해있음을 알린다고 사고자가 돌을 주워 두드리고 있는듯하여 사람들이 앞쪽으로 달려갔음.그러나 찾을 수 없었음.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는데 이번에는 뒤쪽에서 깡깡깡하고 울렸음. 두어번 반복하자 그제서야 겁에 질린 동네 사람들과 기관사가 이상함을 느꼈음.
그도그럴것이 기차는 매우 무겁고 속도가 있어 급정거를 해도 그 자리에 서지 않고 한참을 더 가서 서서히 멈춤.그렇다면 사고자는 기차 아래 있다기보단 기차가 지나 간 철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음.

그렇게 어수선하게 지내다가 겨울이 왔음.
그 사이에 기차길에서 두어번 시커먼 사람?귀신?을 봤다는 소문이 있었고 기차 급정거 사고는 없었음.

동지가 가까워오면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지만 '도신'
이라는 작은 굿? 치성? 을 하는 가정이 많았음.
작은 상을 차려놓고 조왕신.성주신등에게 안주인이 빌고 무당은 징을 치며 염불? 뭐 그런 비는 행위를 두세시간 했음.도신을 지낸 집은 동지에 팥죽을 안 끓였음.얻어먹지 못하여 안타까웠음.ㅠㅠ
큰 고모 집에서 도신 날을 받아 무당이 왔음.
엄마는 큰고모.큰어머니의 하녀 같았음ㅠ
음식한다고 쓰니를 데리고 큰고모네 집으로 가셨음.
쓰니는 심부름꾼....떡,전,과자 먹으면서.....
점심먹고부터 시작한 도신 징소리와 비는소리가 장했음.와 어쩜 저렇게 징소리가 꼬이지않고 물흐르듯 박자를 탈까!신기방기...한치의 막힘도 없이 염불인지 공불인지 내리 두세시간을!
부엌에서 안방에서 마당에서~~~
마지막으로 집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뒤란에 돈,떡등 음식을 던져 두고 징을 쿵당당당 치고,대문가에도 음식을 두고 징치고 뭐라뭐라 기도하고.......
그 음률과 박자가 참 묘하게 마음에 신명났음.
무당이 대문가에 앉아서 징을 치며 돌아 앉다가 지게 아저씨네 초가집을 멍하게 한동안 바라봤음.
대문을 끝으로 도신이 끝나고 큰고모를 부른 무당은 징채로 초가집을 가르켰음.
''저 집에 비명횡사한 딸이나 젊은 여자 있나?''
''야.있는디요''
''ㅉㅉ 상여도 없이 묻었나.지게에 앉아서 덜덜 떨고있고만. 아도 가졌었는가 봅서''
''야? 믄소리 심꺼?~자가 애를 가졌다고요?''
''얼매나 죽을때 괴로밨으면 지 머리를 다 쥐뜯었을까나 ㅉㅉ.옷이라도 갈아입혀서 보내지...
농약 묵었나 쥐약을 묵었나.젊디 젊은 가시나가 뭐가그리 원통해서.... 알라라도 보내주지.''
엄마와 큰고모는 할말을 잃고 지게 아저씨네 황토벽이 갈라져 짚 속살이 보이는 헛간 벽에 기대어있는 지게만 보고 계셨음.
쓰니는 순간 지게에 앉아있던 쑥대머리 언니가 생각났음.그런데 지금은 안 보였음.
''옴마.저게 은가 있었는데....인형 안고''
쓰니가 지게를 가르키자 무당 아줌마는 쓰니를 보더니 혀를 찼음.
''요 가시나 좀 보래.칠성줄 있고만.가시나 요거는 비는 자리에 델꼬 댕기믄 안된다.조상 할매가 잡아주지만 이기 맹랑타.두자리 될때까지 굿자리 보이지 마라''
기겁한 엄마는 몸뻬뒤로 쓰니를 감췄음.

도신을 주관했던 무당 아줌마는 자기가 할 수 없다고 더 큰 몸주신을 모신 만신을 데려와야될거라고 했음.

결국 동네사람들이 십시일반 추렴하여 굿을 했음.

지게 집 언니는 공장 근처 쪽방서 자취를 했고 작업 반장?공장장? 을 암튼 사겼다함.
나중에 알고보니 이 남자는 이미 가정이 있었고ㅡ결혼식은 안 올렸다고 했다함. 당시에는 공장 근처 사실혼으로 부부가 되어 사는게 흔했음ㅡ
헤어질거라면서 계속 꼬셨다함.
그러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남자는 계속 거짓말만 했으며 배가 불러오자 공장에서도 해고되었다함.
집으로 월급을 못 보내니 어느날 *철 오빠가 동생을 보러왔다가 알게 되었음. 사실을 알게 된 *철 오빠는
그 남자를 만나서 폭행했고 화가 잔뜩 난 남자는 ~자에게 헤어지자고 하고 *철 오빠를 경찰에 살인미수?로 신고했다함. 배가 제법 많이 불러 와서 아기 생각해서 헤어질 수 없다고 매달렸다함. 어느날은 남자의 부인이 와서 ~자의 자취방을 다 때려부수며 ~자를 심하게 폭행 했다함.
~자는 그길로 고향집으로 내려왔으며 부른 배를 보고 충격 받아 고개 수그린 부모의 모습을 보고 그날 밤 농약을 마셨고 그 밤에 피 토하고 죽었음.많이 고통스러웠는지 머리카락을 온통 쥐어뜯었고 옷에 이불에 구토물과 피가 묻어 차마 볼 수가 없었다함.
가난했던 부모는 딸의 임신 사실이 폭로될까 두려웠는지 혹은 미혼 자녀ㅡ예전에는 부모 먼저 죽은 미혼 자녀는 상여를 쓰지 않았음ㅡ라서 그랬는지 가난했기 때문인지 멍석에 말아 아버지가 지게에 얹어 그대로 깊은 골에 묻었다함.
무당 말ㅡ 배냇 저고리 한번 얻어 입지 못한 아기가 불쌍해 옷 한벌 해달라고 그렇게 아버지에게 빌었건만 부모가 들어주지 않아 못 갔다
수의라도 해 입혀서 보내지.엄동설한에 맨발에 피 얼룩 진 얇은 옷이 다 뭐에냐......
한이 구비구비 서려 아기를 안고 다닌다
오라비때문에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오라비 미워한다.오라비 데려가려 한다ㅡ

지게랑 예쁜 원피스.구두.핸드백.아기 옷 등 다 사서 굿하는 날 다 태웠음.
지게 아저씨는 끝까지 딸을 어디에 묻었는지 말하지 않았다고함.

가난이 불러온 일가족의 비극 앞에서 숙연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지게 아저씨나 아줌마는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니셨죠.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요....
자살한 자식을 지게에 얹어 봉분도 못하고 묻어야 했던 아버지의 슬픔...
우리 부모님들의 아픔입니다.
oloon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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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글쏨씨가 더해져서인지.. 너무 짠하고 숙연해지네요
@sasunny 감사합니다 😊 예전에 부산.구미.대구에 이런 언니들을 보내 놓고 밤새 기도하던 어머니들이 많았답니다ㅠ
아흑....ㅜㅜㅜㅜㅜㅜㅜ
@youyous2 우리가 힘 들어 피눈물 흘리며 살았던게 그리 오래된 역사속 얘기가 아닌디..........ㅠㅠ
여태 글중에 제일 슬프고 안타깝네요 울면서 봤어요
@Huiwon2 그렇지요?ㅠ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지게에 앉아 있던 그 언니 영혼도 울고 있었지않나 싶네요....
너무 슬프고 가슴아픈 얘기네요... 그놈에 돈이 뭔지... 더 가슴아픈 얘기였어요...
@gldk85 흑백 영화 속에서 슬로우 모션처럼 떠오르는 추억입니다.눈이 얕게 쌓인 계단식 논들.저 멀리 흩날리는 진눈깨비 속에서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지게아저씨.흐릿하게 보이는 멍석위 귀신...어려서 몰랐지만 내려오는 길이 경사가 심해서, 지게가 무거워서가 아니라 울고 계셨기 때문에 위태롭게 비틀거렸지 싶어요... 가난의 무게....귀신보다 더 무섭죠....
너무 슬프고..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무섭더라구요..생각할수록 무서운 얘기였어요...
자식을 가슴에 품고 얼마나 괴로우셨을까요..ㅜㅜ
@SylviePark 그 마음이 부모가 되어서야 이해됩니다.꽃상여로 안고가서 묻어도 억장이 무너지는데.....얼은 땅을 파서 꽃같은 자식을 아무도 모르게 묻고 돌아서는 아버지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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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후! 날이 아주 고단수 입니다. 추웠다가 풀렸다가 미세먼지에 황사에......... 봄은 봄인데 봄이라고 부르기도 썽나는......... 벚꽃은 어느새 바람군에 의하여 흔적만 남았더라구요! 생각하니 또 썽 납니다! 완성을 못하여 어느덧 여름이 되었어요.......ㅠ -------------------------------------------------------------------- ------------------- *1* 어느 늦은 가을 낮에 목탁소리가 대문 너머로 크게 들려서 밭일 가시려던 엄마가 대문을 열었음. 세월의 흔적이 깊은 노스님 한 분이 탁발을 오셨더랍니다. 몸이 무거운 엄마는 없는 살림에도 보리쌀 한 되를 퍼서 바랑에 넣어드렸고 노스님이 깊숙히 합장을 하시며, ''소승이 보관대 공양주님이 몸을 빨리 풀어야 되겄습니다. 자정을 넘기면 안 되니 자정 전에 몸국 먹도록 제를 좀 올려드리겠습니다.'' 깜짝 놀란 엄마가 어물거리며 제물 걱정을 하시니 ''불심이 곧 제물과 정성이니 괜찮습니다''하시며 마당으로 들어오시더랍니다. 옛날이라 정확한 산달은 모르지만 대충은 임신 8개월 조금 넘었으니 안전하다 생각한 엄마는 설마하며 미심쩍었지만 느낌이 좋아보이는 스님이고 맑은 기운이 느껴져 나쁜 일이야 있겠냐 생각하며 해달라고 했답니다. 집 안을 눈으로 대충 둘러보신 스님은 바랑에서 염주를 꺼내 목에 걸고ㅡ엄마 말씀으론 염주 알이 탱자만 하더라네요^^ - 소가 있는 마굿간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며 절을 시작하더랍니다. 엄마 말씀으론 점심때가 훌쩍 넘어서야 불경 외기를 끝내셨답니다. 스님은 가시면서 ''계집 아이가 맹랑합니다.풀어 놓으시고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렇게 스님이 가시고 가을 해에 날이 저물어도 해산 기미는 커녕 애가 잘 놀아서 그냥 헛소리하는 스님인가보다 생각하셨더랍니다. 다 저녁이 되어 셋째 언니가 아래채에서 소죽을 끓여서 바께쓰에 가득 퍼서 나오더랍니다. 뜨거운 김에 고개를 돌리고 끙끙거리며 소죽을 나르는 언니가 그날따라 위험해 보여 언니를 만류하고 엄마가 소죽 바께쓰를 들고 마굿간으로 향하셨답니다. 여물통에 소죽을 붓고 돌아서려는데 소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하더랍니다. 깜짝 놀라신 엄마는 소 앞발에 배를 차일까봐 황급히 서너걸음 물러나다가 뒤에 있던 장작 개비를 밟고 그대로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쾅 넘어지셨고...... 마침 바깥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던 아버지가 달려와서 크게 놀란 엄마를 끌어당겼고 큰 오빠는 날뛰는 소를 붙잡아 진정시키려 했으나... 무엇엔가에 크게 놀랐는지 흥분하여 미친듯이 날뛰다가 고삐를 묶어 놓았던 나무마저 부러졌답니다. 흥분한 소는 마굿간을 박차고 달아났고 워낙 빠르고 위험해서 붙잡지 못했고... 소가 흥분하여 날뛰면 무척 위험합니다. 큰 오빠는 소를 붙잡으려 뒤따라 달려나갔답니다. 집안의 가장 큰 재산이 눈 앞에서 도망가자 충격을 더 받은 엄마는 아버지에게 따라 달려가서 소를 잡아오라고 재촉했고 아버지는 언니를 부르시고는 이내 소를 잡으러 가셨답니다. 달려 온 언니가 엄마를 부축하여 방안으로 옮기려는데 엄마 몸빼에 피가 가득 묻었더랍니다. 놀란 언니가 동생들에게 할머니 모셔오라고 보냈고 ㅡ아버지 형제들이 마을에 같이 모여 살았음.아버지가 막내......ㅡ 그 길로 할머니가 오시기도 전에 엄마는 진통을 하기 시작했고 무정한 할머니는 며느리가 넘어져 피를 보였다는데도 빨리 오시지 않으셨답니다. 언니 말에 의하면 저녁 식사 다 하시고 숭늉까지 드시고 오셨다함ㅠ 자정이 가까워졌는데도 집 나간 소와 그 소를 따라간 부자는 감감무소식이었고 엄마는 서너 시간의 짧은 진통 끝에 쓰니를 낳았고요.의학적으로 보자면 급속 분만에 가까웠다구... 애가 너무 작아 그냥 쑥......낳아보니 느낌이 다르더라함.할머니는 쓰니를 받고는 ''조개네.이거 낳을라고 소도 잃아삐고?ㅉㅉ'' 한마디 하시고는 꼼꼼히 닦이지도 않고 탯줄도 대충 끊고 물끄러미 보시다가 구석에 엎어 놓고는 나가셨다구....여물지도 못하고 나왔으니 애가 울 힘이 어딨겠ㅠㅠ 애가 조금 바르작거리더니 곧 축 처지고..... 울지도 않는 갓난 쟁이를 보고 엄마는 곧 애가 죽겠다고 생각했다함.애를 안아 보니 영 매가리도 없고....훗배앓이를 하고 태반이 나오는 걸 당신 손으로 정리하시고 애를 안고있으니 그때서야 아버지가 소를 끌고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리더라함.워낭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서 살았다 싶더라함.본인 잘못으로 소가 도망간 것 같아서.ㅠ 언니가 아버지에게 동생을 낳았는데 애 우는 소리도 안 들리고 할머니가 치마를 툭툭 털며 '조개라서 엎어놨다 하셨다'고 일렀음.대경실색하시며 방에 뛰어 들어오셔 안고 있는 애를 빼앗아 손바닥에 올려 거꾸로 눕혀 아기의 등을 톡톡토도독 쳤다함. 몇 번 더 톡톡 치니까 조그만 움직임이 느껴지고 애가 ''에앵''하고 우는 시늉을 하더라함ㅠ .쓰니 그렇게 구조됨. 순하디 순한 아버지는 여자아이라고 엎어놓은 할머니에게 한바탕 하시곤 백일이 되도록 본가에 안 가셨다고.아예 보란듯이 쓰니를 안고 다니셨다함^^; 할머니 말씀으론 애가 탯줄을 목에 칭칭감고 있는 걸 당신이 벗겨줘서 살은거라고......... 쓰니는 팔삭둥이.ㅠㅠ 눈만 떼꾼했고 5개월 넘어서야 목을 가누었다고 ㅋㅎ.예에...쓰니 머리 큽니다! ----------------------------------------------------------------------------------------------- *2* 고등학교 1학년때 일임. 촌뇬이 도시에서 자취를 하니 늘 즐거웠음. 같은 반 애들 반 이상이 촌 애들, 자취생이었음. 그날......또^^; 야자째고 역시 자취하는 친구집에 들러 광나게 놀고ㅡ친구는 두 살 위 언니랑 자취중이었고 누울 자리도 없을 정도로 좁은 옥탑방이었음ㅡ 귀가가 너무 늦어 지름길로 화다닥 뛰다시피 걸었음.얼마쯤 갔나? 좌측 문 닫힌 가게 안에서 북소리 징소리가 좡좡 들리더니 깔깔거리는 고음의 여자소리.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렸음. 귀가 아플 정도로 너무 시끄럽게 머리속을 울리고 뭔지 궁금해서 물끄러미 보고있었음. 갑자기 가게 안에서 불이 확 켜짐. 엥?뭐지?하고 계속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내 등을 퍽 치는 거임!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웬 공장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뭐라뭐라 고함 지르며 나를 억지로 끌어 당기고 있었음. 한참 끌려 가다보니 정신이 들었고 뒤를 돌아보니 그곳은 온통 어둠뿐이었고 아저씨는 계속 뛰다시피 끌고 가고 있었고ㅠ ''거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느냐! 다시는 얼씬도 마라.집이 어디냐.데려다 주께'' 반 강제로 끌려갔음. 암튼 혼몽한 상태로 자취집에 와서 그대로 격하게 토하고 쓰러져 잤음. 다음 날 겨우 일어나 기다시피 벌벌매며 등교를 했음. 이상하게 수업 중에도 멍했고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났음.친구가 점심 시간에 도시락을 펼치며 하는 말에 깜짝 놀랐음. ''어제 왜 그 길로 갔냐? 뭐하러 빙 돌아 갔어? 안 무서웠냐?그렇게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뭔 소리야? 어제 복개로로ㅡ지름길로ㅡ 갔구만'' ''야! 너 어제 공장길로 갔다니깐.오른쪽으로 가야 되는데 왼쪽으로 들어갔잖아?'' ''????'' 이상했음.분명히 지름길로 갔는데? 한두번 다닌 곳도 아니고.공장길은 옛날 단층 건물들 따라 길게 위치한 가내수공업 지대라서 쪽방촌 같았음.왜 함석판으로 가게 보호 판 ㅡ요즘의 스크린도어 같은 역할ㅡ페인트로 1.2.3.4 적어서 순서대로 끼워서 유리문을 보호하던 그런 공장이나 식당들이 많았음.그길은 밤되면 가로등도 잘 켜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없었음. 공장지대라곤 하지만 소규모였음. 어제 밤이 생각나 소리쳤음. ''야!그럼 말렸어야지!친구를 야밤에 혼자가라고 냅두냐?'' ''뭔 소리야? 불러도 대답 안 하길래 언니랑 뒤따라 뛰어갔구만!따라잡고보니 니가 웬 언니랑 같이 가더만'' ''언니??어떤 언니?'' ''나야 모르지! 키 크고 올림머리에 꽃가라 월남치마 입었던데.니 따라 가면서 막 뭐라뭐라 말 하더만.니가 웃긴 얘기를 했는지 막 웃던데?'' ???????????????????ㅠㅠㅠㅠㅠㅠ 진짜 피가 식는다는 느낌 딱 그거였음. 심장이 툭 떨어지고 귀가 먹먹해지고 눈 앞이 하얘지는 그것.......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그 날밤 자취집 대문 앞에 뿌려 둔 소금을 밟고 들어갔음.자취 집 할머니는 자주 소금을 양쪽 대문 기둥에 한주먹씩 뿌려두곤 했음.평소에는 소금을 봐도 본둥만둥 슥 지나쳤는데 그날따라 눈에 확 띄어 양쪽 소금 중 오른 쪽 대문 기둥 아래에 있는 걸 발로 쓱쓱 뭉개고 들어갔음. 기말고사 셤 공부한답시고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아있으려니 누가 방문을 요란하게 두드렸음. 누구지? ? 이밤에? 옆 방 언니인가? ''누구셔요?'' ''나야,2층!''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안 들렸는데??? 오래된 집이라 ㅡ일제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라했음ㅡ옆으로 위로 방을 달아 냈던 집임ㅡ계단은 쇠로 만든 계단이라 오르내릴때 무척 시끄러웠으며 2층 옥상 자취방 학생은 귀가 시간을 본의아니게 늘 들켰음. 쓰니의 방은 1층 구석진 곳이었고 입구에 자취 방이 한개 더 있었음. 2층 자취방 언니는 문을 안 열어주자 방문을 거칠게 흔들며 두드리기 시작했음. ''열어!!!!!!열어!!!!!!!열어!!!!!!!'' 덜덜떨면서도 방문은 꼭 쥐고 있었음.이렇게 시끄러우면 누군가 달려올거라 생각했음. 아니나다를까 곧 주인할머니가 달려와서 한밤의 방문자를 끌고 가려했음.할무니 최고!ㅠㅠ ''이년이 여기가 어디라고!!!!가자!가자!'' 무례한 방문자는 날카로운 소리로 싫다고 비명을 질러댔음.그 소리가 너무 날카로워 귀를 뚫고 머리도 뚫는것 같아 귀를 막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덜덜 떨었음.이불에 비치는 불빛도 무서워 눈 감고 귀막고 덜덜 떨었음!ㅠㅠ 엄마아부지엄마아부지ㅠㅠ 얼마나 떨었을까? 갑자기 눈이 확 떠졌음!뭐지?내가 왜 이러고 있지? 얼마나 웅크리고 있었던지 온 몸이 뻐근했음. 밖은 조용했고 여기가 어디?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음!꿈? 이불을 걷고 방안을 둘러보자 앉은뱅이 책상에 펼쳐진 수학 정석이 그대로 있었음! 옆방 학생이 방문을 열고 수도물을 틀고 물 받는 소리....세수하는 소리, 연탄을 가는 소리 등이 들리자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음. ''인나라!학교 가야제~~'' 주인할머니가 마당을 돌아다니면서 자취학생들을 깨우는 소리가 들렸음. 곧 여기저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안심이 된 쓰니는 세수만하고 얼른 벗어나고픈 맘에 도시락 쌀 생각도 못 하고 뛰어 나갔음. 대문 앞을 쓸고 계시던 주인할머니가 쓰니를 불렀음. ''야야 쓰니야,니 잠만 서 보그라.'' 그러시더니 주인할머니는 시커먼 재를 탄 물을 조금 내밀며 마시라고 하셨음. ''이게 믄데요?'' ''액땜 비방이다!무라! 가시나야'' 안 먹으려고 궁뎅이를 살살 빼자 주인할머니는 등짝스매싱하시며 강제로 먹이셨음. 재 탄물을 먹자 곧 머리가 맑아지며 순간적으로 가슴이 화 해지는 느낌? 뚫리는 느낌?이 왔음!ㅎ 이윽고 주인할머니가 투척하시는 소금 세례를 받고 등교했음! 밤에 야자하고 자취집에 들어가려고 보니 대문 기둥 아래 무명실을 감은 북어 한마리와 사과 한개,곶감 과 팥 시루떡이 있었음. 다 녹아서 꺼진 도막 초도 있었음.나도 모르게 절을하고 들어갔음.뒤따라 오던 옆방 자취생도 쓰니를 따라 절을 했음.ㅋㅋ 역시 촌뇬.... 주인할머니는 마루에 앉으셔서 늘 그렇듯이 자취생들이 모두 무사 귀가하는지 체크하고 계셨음. 주인할머니의 절친인 옆집 할머니도 계셨음. 인사를 하고 지나가려하자 옆집 할머니가 쓰니를 불렀음. ''니 제사 음식 묵었더나?'' ''안 묵었는데예'' ''니 어지 소금 안 밟았나?'' ''어? 밟았는데예...밟으믄 안 되는기라예?'' 나중 물어보니 쓰니가 친구 자취집에서 먹었던 떡이랑 전이 제사 음식이 맞았음.친구 자취집의 주인집이 제사를 지내고 나눠준거였다함. 옆집 할머니가 주인 할머니랑 고스톱 치다가 너거집에 사자가 들어올것 같으니 소금뿌리라 했다함.쓰니가 소금을 밟고 지나갔고 밟은 오른쪽 소금이 시커멓게 변해있자 그걸 본 옆집 할머니가 부적을 태워 기도한 물ㅡ부엌에 매일 떠 놓는 정화수ㅡ에 타 학생들 다 먹이랬다함. 쓰니가 다행히 소금을 밟고 지나갔기에 그만한거라고.....귀신 붙을 뻔 했다귀...ㅠㅠ 하필 음기가 강한 날에 제사 음식을 먹어서 그랬다구...쓰니를 구해 준 아저씨 얘기를 하자 옆집 할머니 왈 니를 지켜주는 조상할머니가 시켜서 그랬을거라고.꿈 얘기를 하자 그 할머니는 주인 집 할머니가 아니고 조상할머니였다함. ''니는 스무살이 넘어야 해보고 산다.알겄나?함부로 제사 음식도 묵지 말고 절하는데도 가지말고 알겄나?너거 집에 기도하는 사램 있제? 기도 해 달라케라.열심히 빌믄 다 거기 신이다!'' 쓰니 소금 뿌리는거 이때부터 맹신함! 자기 손자랑 쓰니랑 엮어볼라고 주인집 할머니가 무쟈게 애쓰셨음! ㅋ 옆집 할머니가 쓰니 사주가 너무 좋다고하셨대나......... ----------------------------------------------------------------------------------- *3* 이 얘기는 사실 어린 시절 얘기는 아님. 하지만 지금 보다는 어렸으니 얘기하겠음. 5년전 초여름에 시골집에 갔음.아버지 생신이라 식구들이 거의 출동 했음.다 안 왔지만 대충 와도 30명임! 밥하는 언냐들만 열명임! 우리 집은 시누이라고 앉아있다가는 엄마아부지, 큰 언니에게 궁뎅이 걷어차임! 생신 날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데ㅡ잔치 상 버금 감!ㅡ전을 준비해야 된다며 부추를 베어 오라하심.2언니의 명령... 새벽 육시 십분 전인데....하품 직직하며 막내인 처지를 꽁알거리며 산 밑 밭으로 칼과 소쿠리를 들고 나섰음.이미 남자들은 모두 기상하여 들 논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일하러 가고 조카들은 자고 있었음. 엄마아버지가 산을 개간하여 만든 밭으로 꽤 먼 밭임.거기서 보면 건너편 애장터가 보이는 산임. 여름이라 날은 이미 밝았고 공기가 차가웠음. 아시죠?쓰니 시골 집은 아주 깊은 산골! 부추를 슥슥 베어 담으며 새소리도 청아하네,아 흙 냄새 좋아라,이슬에 젖은 손을 재게 놀리며 베어진 부추가 내뿜는 강한 향에 도취도 해보고... 밭두렁에 좍 깔린 돈나물을 욕심껏 뜯고 있으려니 여자 아이가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음. ''아쿠 아기가 일찍도 일어났네!'' 맑고 높은 웃는 소리가 계속 계속 들렸음. 한참을 들으며 돈나물을 뜯는데 문득,이상한 생각이 들었음. 아기가 아침에 일어나고 새벽부터 저렇게 신나게 웃을 수 있나? 저렇게 넘어가도록 웃나? 어느 집 아이지? 동네에 아기가 있나? 이사 왔나? 이런 두메 산골에 젊은 사람이? 부지런히 돈나물을 뜯던 손이 나도 모르게 멈췄고 얼어 붙었음.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인가는 역시.....없음! 사방 산산산.발 아래 산 밑 밭밭밭.밤나무 밭.매실 밭.위는 파아란 하늘.웃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더 높아졌고 날카로워 졌음. 아우씨....ㅠ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칼과 소쿠리를 챙겨들고 밭을 나섰음. ''간다 언니는!재밌게 놀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툭 던지고 천천히 앞만 보고 걸었음.사실 등에는 식은 땀이,온 몸에는 소름이 잔뜩 돋았었음! 웃음소리는 동네 인가가 보이자말자 들리지 않았음.그제서야 어깨에 힘을 빼고 걸었음. 다리에 힘이 빠져 뛸 수도 없었음. 집에 도착하자 3언니에게 짜증내며 부추 소쿠리 던지다시피 했음! ''와? 무슨 일 있었나?'' ''와씌...아기 웃음소리 들었다 아이가!'' ''또 나왔더나!내가 나중 가서 기도하께 신경 쓰지마'' 3언니는 쓰니 손을 잡고 반찬 만들다말고 길게 아주 기일게 기도 했음! 큰 언니가 한마디 했음. ''밥묵고 기도해라~~'' 오늘도 쓰니 친정은 평화롭답니다! 각자 서로 다른 신에게 기도를 합니다! 신은 신이니 문제 될거 있나요?^^
구신과 어린 시절을4
(많이 늦었습니다.죄송합니다ㅠㅠ .생계형이라 >_< 엄청 늦어졌네용......) 휴가를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어릴때 다녔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는 아무리 해도 입에 안 붙음ㅠ)있는 국도로 왔습니다. 쓰니가 다녔던 학교는 없어지고ㅡ새로 지은 건지...원래 작았던건지ㅡ 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은 자그마한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크고 넓었던 학교였는데.......전교생이 운동회 했던 운동장을 돌아보니 마치 소인국에 온 거인이 된 듯 했습니다. 그렇게 무서웠던 회색 벽,교실이랑 멀리 떨어져서 짙고 톡 쏘는 삭은 내 나던 재래식 화장실과 그 옆 넓은 대나무 숲도 없어지고 크고 을씨년스러운 소각장과 단풍나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이라지만 여전히 추운 날에 짱뚱 몽실이 머리에ㅡ미용실이 없는 깡촌.보따리 미용사가 서너개월에 한번씩 순회했죠.막둥이 입학한다고 엄마가 거금을 투자하여 예쁘게 요렇게 조렇게 해 달라고 요구하셨음.이잉.....몽실이가 됨ㅠㅠ. 실제 엄마가 원했던 머리는 동그란 바가지 머리였다함.해 본적이 없어서........ ^디자이너도 깡촌만 다녀서^;.....ㅡ나름 이쁜 빨간 스웨터에 왼쪽 가슴에는 거즈 손수건 달곸ㅋㅋㅋㅋ.혹시 님들 아심? 거즈 손수건 세로로 삼등분으로 접어서 이름표 아래 안전핀으로 다는 거!당시 애들은 못 먹고 약이 없고 추워서 늘 누런 콧물을 달고 다녔음.선생님이 보곤, ''~야,코 닦고!'' 하시면 가슴에 달린 손수건 당겨서 그걸로 닦았음.ㅋㅋ 코도 맛나요!! 쓰니는 팔딱팔딱 뛰면서 아버지 손 잡고 입학식 갔음.따뜻하고 커다랗고 정겨웠던 아버지 손.세상의 모든 상처와 괴로움,힘 듦에서 지켜주셨던 손! 생전 처음 걷는 산길을 따라 걷다가 ㅡ여기는 빨갱이가 숨었던 곳이다. 저기는 뱀굴이니 봄에는 멀찍이 떨어져서 다녀라.한 채씩 외따로 떨어져 있는 집이 보일 때마다 얼기설기 엮은 대문을 밀고 주인과 인사하시며, 막둥이다 입학식 간다하고 인사 시키고.철길 따라 걸으며 기차는 위험하니 기차소리 들리면 얼른 비켜 서고ㅡ철길이 지름길ㅡ철길 굴(터널)로는 다니지 마라,일본 순사 구신 나온다 등등.......철길 지나 강 따라 걸으시면서 강에 안 빠지도록ㅡ겁나겁나 깊어 검고푸른 강바닥이었음ㅡ 주의 시키시고............쓰니는 그저 신나서 무조건 응응 했음. 동네의 다른 애들은 모두 엄마 손 잡고 왔음. 멀고 먼 길을 걸어 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 모퉁이를 돌자 저 멀리서 크고 웅장한 신식건물이ㅡ쓰니가 살던 산골에는 큰 건물이래야 동네 부자 집인 기와집이 전부였고 콘크리트 큰 건물은 우체국.역.양조장.학교.면 사무소 뿐이었음.그나마도 마을에는 없었고 면 중심에만 있었음ㅡ보이고 음악소리도 들리고 ㅎㅎ우와우와. 운동장에 6학년 오빠2가 선생님들 도와 입학식 준비한다고 바쁘게 뛰어 다니는 모습에 감동 먹었음! 집에선 현실남매 오빠2가 잠깐 멋져 보였음. 나름 울 아버지 자식들 똑똑하여 반장.회장은 당연했음! .....네?....쓰니요? ......뭘 궁금해 하시나........전..............빼 주세요........>_< 쓰니 기억엔 다같이 서서 입학식 거행하고 담임이 1반 부터 자기 반 애들을 출석표를 보고 불러 데려 갔음.그런데 마지막 3반까지 불렀는데 쓰니랑 또다른 땜방머리 몽실이만 안 불렀음.나중에 알게 되었음.쓰니는 출생신고가 2년 늦게 되어서 취학 통지서가 안 왔으나 아버지가 이장님이라ㅡ당시엔 이런 애들 많았음.쓰니는 하도 약해서 죽을까봐 출생신고 안 했다함ㅠㅠㅡ 면사무소에 가셔서 입학통지서를 당일 발급 받으신 거였음!ㅎㅎ 울 아버지 땜방머리 몽실이도 같이 허가 받아 오셨음!나중 다 커서 알았지만 그 애는 다른 골짜기 암자에서 자라던 아이였음.혼자서 십리가 넘는 길을 걸어왔음.딱하게 여긴 아버지가 그 애에게 어느 암자인지 묻고 주소.이름 등 물어서 해결해 주셨음! 아무튼 다 들어가고 없는 운동장에서 생전 처음 보는 그네를 타고 놀면서ㅡ그 애는 운동장 가장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ㅡ면사무소 가신 아버지를 기다렸음.드뎌 누런 종이 두장을 들고 오신 아버지는 교무실에 들렀다가 땜방몽실이랑 쓰니를 불러 3반으로 데리고 들어 가셨음.그런데!헛!!!!!!! 남자 담임선생님이 넘 무서웠음!지금도 이름을 기억함!! 선생님은 우리를 힐끗 보더니 아무말도 안 하고 손 짓으로 두 몽실이를 1분단 맨 뒷자리에 앉으라고 했음. 아버지는 90도로 인사하고 잘 부탁한다고 집으로 가셨음.쓰니가 아버지 뒷모습 본다고 앉지 않고 느릿하자 선생님이 고함 질렀음ㅠㅠ 쉬는 시간이 되자 애들은 뛰어 놀고 화장실도 가고 그랬으나 1교시ㅡ오리엔테이션 시간ㅡ에 불참한 두 몽실이는 쭈굴하게.......석상 신세......는 무신..쓰니는 교실 뒤 꾸밈판과 진열장? 청소도구와 학습 교재를 넣어 둔 장을 열고 신기해서 꺼내보고 다 만지고 놀았음. 호랑이.사자.큰 북.작은 북.등등 악기 그림.기차.트럭.처음 보는 비행기 등등. 곧 땡땡땡 종이 울렸고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음. 쓰니는 만지던 학습카드를 들고 후다닥 자리에 앉았고 그걸 본 담임 선생님은 쓰니를 무자비하게 혼 내셨음.만진다고........ㅠㅠ.쓰니 울었다가 손 들고 꿇어 앉았음.......쓰니 최초의 흑역사! 이 사건으로 쓰니는 선생님 공포증이 생겨 학교 적응이 어려웠음. 선생님은 풍금을 타며 '학교종''송아지'등 노래를 가르쳤으나 쓰니는 즐겁지 않았음.그저 창밖만 바라 봤고 집에 너무 가고 싶었음.창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가 너무 부러웠음!그 애는 화단의 나무 사이를 뛰어 다니다가 운동장으로 갔는지 한동안 안 보이다가 또 창문으로 스윽 지나가며 교실을 쳐다 보곤 했음. 쉬는 너무 마려운데 화장실이 어딘지도 모르고 선생님은 무섭고 수업은 계속 되고......울면 혼나고...다리를 꼬고 앉아 참았고 이를 악물 즈음에야 마치는 종이 울렸음.그때 교실 뒷문으로 오빠2가 쓰니를 찾으며 두리번두리번!!!!!!! 순간 쓰니는 오빠2를 보고 우와왕!!!!!!! 평소에는 쓰니를 그렇게 구박하고 괴롭히더니 쓰니를 보러왔음! (이때 처음으로 혈육의 정 느낌ㅋ) 오빠2는 화장실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면서 자기 교실.교무실.운동장 등을 가르쳐줬음.처음이자 마지막 혈육의 정이었음.ㅋㅋ 화장실은 교실과 꽤 멀었고 응달에 위치,게다가 대나무 숲 안에 있다시피했음.아까 창밖에서 혼자 놀던 아이가 화장실 앞에 있는 듯 하더니 이내 대나무숲으로 들어가버렸음! 컴컴한 곳이 안 무섭나? 하교는 같은 동네 친구들이랑 같이 했음. 입학하고 한달 즈음까지 쓰니는 선생님이 무서워 수업시간에 석상이었음!사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 였음.40 중반? 남자였는데 걸핏하면 고함지르고 애들 손바닥 때렸음.1반 선생님은 인자하고 늘 웃으셔서 우리 반은 부러워했음!ㅠㅠ 어느날 쓰니가 청소 당번이라서 쓰레기통 비우러 소각장으로 갔음.그날도 ''영희야,안녕!철수야...''를 읽지 못하여 벌 받았고 그래서 청소도 늦어졌음. 화장실을 지나면 소각장이 있었고 서로 멀지 않았음. 화장실을 지나다 보니 입학식 날 화단에서 놀던 애가 서 있었음.어?쟤 또 저기 서 있네? 슬쩍 보고 지났고 그 애도 쓰니에게 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음.쓰레기 통은 제법 무거웠고 빨아야 되는 걸레도 들고 있었음.소각장은 특별히 출입문이나 천장은 없고 그저 시커멓게 탄 블럭옹벽만 있었음. 소각장에 쓰레기를 비우고 돌아보니 땜방몽실이가 화장실 앞에서 그 애랑 얘기를 하고 있었음. 쓰니는 수돗가로 가서 걸레를 빨고 교실로 갔음. 여름이 지나갈 무렵이 되면 전교생이 운동회 연습을 시작함. 가을 땡볕 아래 운동장에 모여 마스게임.체조등을 연습함.그날도 연습을 하다가 화장실이 급하여 계단을 지나 화장실을 향해 달려감.그날따라 대나무들이 화장실을 덮듯이 축 처져 있었음. 늘 그늘지고 어두웠는데 그날따라 더 한것 같았음. 늦게 가면 혼나니 후다닥 뛰어가 첫째 칸 화장실 문을 휙 당겼음.어?어? 어!!!늘 바깥에서 놀던 그애가 화장실에 있었음.쓰니랑 눈이 정면으로 딱 마주쳤음.어?어? 하는 순간 그 애가 쓰니를 보더니 씨익 웃었음.뭔지 모르지만..... 좀...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그 애의 웃는 입이 점점 커졌음.입이 거의 귀 밑까지 찢어지듯 커지는 것 같더니 갑자기 고개가 뒤로 툭!!!! 목이 베어져 떨어지는 듯 툭!꺽임!허억 마치 인형의 목이 뒤로 꺽이듯이 툭! 그리고는 휘릭 들리더니 옆으로 툭!으흐흥으으으............. 그 자리에서 오줌 쌌음ㅠㅠ.쓰니 오줌 싼것도 모르고 바짝 굳어서 우는 줄도 몰랐음. 정신을 차리고 보니 1반 담임 선생님이 쓰니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달리고 있었음.가는 내내 울었고 어느 새 쓰니 집 앞에 왔음. 선생님은 오줌범벅인 쓰니를 안아 집으로 데리고 들어 갔음. 마침 밭일에서 돌아오던 엄마랑 아버지가 깜짝 놀라서 어버버 거렸음. ''누님!누님 막둥이 오줌 싸서 내가 데리고 왔소'' ''아이고 동생이 바쁠텐데 고맙게!'' 나중보니 그 분은 엄마의 사촌 동생이었음.어쩐지 쓰니가 집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더라니........ 엄마는 쓰니를 씻기고 옷 갈아 입히고 인사 시켰음. 엄마랑 아버지랑 외삼촌 선생님은 한참 서로 안부 묻고 하셨음.쓰니에게 왜 울었냐고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았음.ㅠㅠ 쓰니는 그저 오줌 싼 오줌싸개.........울보가........ 저녁 밥 먹으면서 오빠랑 언니에게 잔소리 무지무지 들었고ㅡ무서웠긴 했는데 왜,뭐가 무서웠는지 설명하지 못했음ㅡ이후 그 일은 마치 유리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듯 것 같은 시각적 기억으로 처리되었음. 혼자는 절대 화장실 가지 않는 나만의 방법으로 나름 헤치고 나갔음. 4학년이 되도록 그 애를 보지 못 했고 그 기억은 봉인되었음.4학년이 되면 드디어 지겨운 크레파스는 졸업하고 물감으로 미술 수업을 받음! 쓰니는 진짜 부러웠었음!ㅎㅎ 반 전체가 운동장에서 편한곳에 자리잡고 학교 풍경 그리기 였음.짝꿍이랑 깔깔거리며 나름 진지하게 다들 그렸음. 다들 비슷한 풍경 그림 ㅋㅋ스케치북 왼편으론 대나무숲 크게,그 옆에 회색 화장실,그 옆에는 나무 몇 그루,중앙에는 교실 건물이 있고 태극기가 휘날리고.....그 옆으로 교장 선생님 사택. 물감은 번지고 찌그러진 교실 건물....노랑도 아니고 황토 색도 아닌 색칠로 나름 요긴 찐하게 조기는 연하게~~~~~~담임 선생님은 다니면서 칭찬도 하고 지적도 하고 칠 하는 방법 설명도 다시 하시고...그러다가 땜방몽실이 차례가 되었음. 땜방몽실이랑 4학년때 다시 한 반이 됨. ''땜방몽실아 선생님이 풍경화를 그리랬는데!이건 상상화네!'' 우린 너도나도 땜방몽실이 그림을 보았음. 땜방몽실이는 화장실을 크게 그렸고 화장실 앞에는 고개를 옆으로 젖힌 아이가 그려져 있었음. 그 아이는 입이 찢어진것처럼 웃고 있었음!!!!! 쓰니는 그림을 보는 순간 심장이 툭 떨어지는? 아니 심장이 굳어버리는 느낌? 온 몸이 굳어버리는 느낌...흫헉... 어버버...... 쓰니는 땜방몽실이를 1학기 동안 최대한 피해 다녔음. 2학기 시험을 보는 날ㅡ중간인지 기말인지는 기억 안남ㅡ 이 되었고 시험감독 선생님은 컨닝 예방으로 1분단 우측 줄과 2분단 우측 줄 자리를 서로 바꿔 앉으라고 하셨음.서로 바꿔 앉은 결과 땜방 몽실이가 2분단인 내 옆자리로 왔고 시험을 쳤음.2교시가 시작 되었고ㅡ산수 시험ㅡ두 문제 풀다가 창밖을 보게 되었음.왜 보았는지 모름... 그 애가 창문너머로 우리 반을 보고 있었음! 쳐다보다가 쓰니랑 눈이 마주치자 마치 메롱메롱 하는것 같이 손을 얄랑얄랑하는게 아니겠음! 여기 2층인데............ 쓰니는 멍하게 보고만 있었음.잠깐,정말 아주 잠깐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땡땡땡하는 종소리가 아주 큰소리로 귀속을 파고 들었음.마치 번개처럼!그순간 쓰니는 정신이 번쩍 들었음! 헉,마치 마법이 풀리듯 쓰니는 앞을 보았고 선생님은 연필 놓고 뒷사람이 시험지를 걷어오라 말씀하고 계셨음.그순간 시험지를 보니 1번과 2번만 풀.... ....ㅠㅠ 현실에 기가 막혀 쓰니 울었음.쓰니가 울자 선생님은 쓰니에게 오시더니 시험지를 보시곤 주위 애들에게 물어 보셨음. ''얘 공부 잘 하니?'' 그러자 애들은 '네'라고 대답해줬고 땜방몽실이가 적극적으로 말씀드렸음. ''쓰니 아까부터 머리 아픈데 참았어요.'' ''그래? 그럼 쓰니는 앞으로 나와서 교탁에서 시험문제 풀고'' 쉬는 시간 동안 선생님이 지켜보시고 쓰니는 문제 풀었음ㅠㅠ 그 다음부터는 아무 문제 없었고 점심도시락을 먹는데 쓰니는 먹고 싶지 않았고 남은 시간에 고무줄 놀이도 땅 따먹기도 하기 싫었음.그때까지 멍했음. 땜방몽실이가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쓰니에게 오더니 말을 걸었음. ''봤어?'' 무엇을 말 하는지 알 수 있었음. ''끝나고 나랑 암자에 가자.'' 수업이 끝나고 땜방몽실이랑 쓰니는 골 깊은 암자로 갔음.달랑 방 두칸이었고 좁은 마당에 갖가지 꽃나무가 심어져 있는 화단이 인상 깊었음. 깡촌이라 먹고 살기 바빠 화단을 가꾸고 있는 집은 없었기 때문에 넘 좋아보였음. 주지스님은 인상 좋아보이는 할머니 비구니셨고 땜방몽실이가 뭐라뭐라 말씀 드리자 쓰니를 불러 부처님 앞에 절하고 앉으라 하셨음.불단에는 알록달록한 동그란 과자가 단 높게 놓여 있었고 왕 사탕도 단 높게 쌓여 있었음.쓰니는 스님이 시키는 대로 이마에 손바닥을 대고 낑낑거리며 절 했음. 계속하라 하셔서 계속 했음.쓰니가 헉헉거리며 비틀거리자 ㅡ땜방몽실이도 옆에서 절 했음ㅡ스님이 쓰니에게 물었음. ''아가,무엇이 보이냐?'' ''과자.사탕요.'' 정답이 아니었는지 스님은 절을 더 하라셨음ㅠㅠ 절하고 일어서려다 못 일어서자, ''아가,무엇이 보이냐?'' ''불상이 보여요......'' 그러자 스님은 쓰니에게 정좌를 시키더니 대나무 몽둥이로ㅡ후일 이게 죽비인줄 알게 되었음ㅡ 쓰니의 머리부터 어깨,등,팔,다리,엉덩이등을 치셨고 관세음보살이라고 하라 하셔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따라했음.땜방몽실이는 절을 끝내고 옆에서 정좌를 하고 눈을 감고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있었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코 끝에서 진한 향기가 느껴졌고ㅡ그게 향 냄새 였음.뇌리를 파고 드는 향은 처음 맡아 봤음ㅡ너무 편안하고 좋았음. 나도 모르게 눈을 떴고 앞을 보니 연꽃 위에 앉은 작은 불상이 웃고 있었음. 땜방몽실이는 산 아래까지 쓰니를 데려다 주었고 이때부터 쓰니랑 중2학년까지 절친이 되었음. 그 애는 억양도 우리와 달랐고ㅡ세련되었음ㅡ 입성도 달랐음. 두 번다시 귀신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 애를 보지 않았음. 땜방몽실이랑 쓰니는 첫 생리도 공유하고 젖몽우리도 공유하고 첫 브래지어도 공유했지만 그 애는 본인의 이력을 알려주지 않았고 쓰니도 왠지 묻지 않았음. 중 2학년 2학기 3교시 수업이 한창일때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오셔서 , 땜방몽실이에게 ''가방싸서 나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인사 한마디 못 나누고 그 애는 갔음.언제 왔는지 운동장에 시커먼 자동차 두 대가 서 있었고 담임이 땜방몽실이를 차에서 내린 남자들에게 인계하고 차에 태웠음.우리는 창에 매달려 떠나는 줄도 모르고 땜방몽실이를 보고만 있었음.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음.소문만 무성했고 담임은 전학갔다,라고만 하셨음.하루아침에 절친을 잃었고 땜방몽실이가 편지를 할 줄 알았는데 연락이 없었음ㅠㅠ .암자가 있는 동네에 사는 친구가 얘기하길 주지스님도 떠나고 없다고 했음. 쓰니가 힘 들어하자 담임은 쓰니를 불러 당신 집에서 저녁 밥을 해 먹이며 달랬음.당시는 도시 사범대학을 막 졸업하고 산골로 오신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라 다들 학교 근처서 자취를 했고 학생들을 매우 이뻐라 했음. 그렇게 세월이 흘러 쓰니는 고등학교때문에 도시로 유학을 갔고 고향에는 1년에 두세번만 가게 되었음.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이 생기고 밴드란 앱이 만들어지고 밴드에 가입하자 몇 십년을 잊고 살았던 중학교 동창들 소식을 듣게 되었음. 다 늙어서 만나보니 그 때 그 얼굴들이 있었고 쓰니는 땜방몽실이가 보고 싶다고 하니 누군가가 그 아이를 마트에서 우연히 만나 혹시 너? 했다함. 땜방몽실이는 도시의 큰 부자집 외동딸로 태어났고 어릴 적부터 귀신을 보게 된 그 애는 그게 뭔지도 모르니 가족들에게 얘기를 했고 크게 놀란 부모님은 점받이다,무당이다,목사다등을 불러댔고 결론은 할아버지가 부른 용한 점쟁이가 이르기를, ''이 아이는 내림 굿을 받아야 될 운명이고 그렇지 않으면 단명할 상이나 칠성줄이 보이지 않으니 절에서 첫몸 할 때까지 키우라.부모도 몰라야하고 오래비도 몰라야 구신을 속이느니''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부모.오빠들과 헤어져 이 깊은 암자에서 자라게 되었다함.땜방몽실이가 기억하는 것은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백팔배하고 불경 외우며 마당 쓸고...학교 갔다가 하교하면 백팔배하고...... 고아인줄 알았다함.중2때 느닷없이 부모와 오빠란 사람들이 나타나서 니가 내 딸이고 동생이다하고 데려갔다함.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땜방몽실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함. 친구랑 그 후 두어번 만났고 어느 날 전화를 해보니 어느새 결번이 되었더라는 옛 친구 얘기를 끝으로 그 애는 그렇게 과거속으로 가 버렸음. 그 애의 웃는 모습.말투.몸짓.그 때의 도시락 반찬들......이 모든게 그리운 추억이 될 줄이야! 혹시 이글을 읽고 그 애가 내 얘기구나!하고 알아주면 좋겠음! 오늘 얘기는 무섭지 않음요! 그저 쓰니의 추억소환글 입니다. 이만 총. .총......
구신과 어린 시절을 5
태풍 콩레이 이 녀석이 겁도없이 진군 중 이라 합니다.(글 시작점에 태풍이 막막....)쓰니는 바람이 너무 공포스럽습니다.귀신은 공포스럽지 않은가? 뭐 ....바람이 암튼 더 무섭습니다.나무가 막막 휘몰아치고 창문이 덜컹거리고 막막 날려가고....ㅠㅠ 중3 태풍 부는 날.만나지 말아야될 그 누군가를 만난 날도 오늘처럼 비바람이 미친듯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쓰니는 깡촌 오브 깡촌에서 자랐음. 중3때 였음.쓰니 나름 공부 상위 3% 였음. ㅋㅋ 당시 도시 인문계로 다수 학생을 진학시키는게 중3 담임과 학교의 최대 과제 였음. 목표한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루고 합격이 되어야 갈 수 있었음. 커트라인이 200점 만점에 20점은 체력장.180점은 시험 성적이었고 쓰니때 커트라인이 189점 이었음. 당시 인문계 진학 가능한 상위 권자들만 모아서 야간자율학습을 시켰고 집이 먼 쓰니는 자취를 했음. 학기 초에 통학을 했는데 밤 9.30분에 마치고 컴컴한 시골 길을 혼자 걸어가면..........별도 달도 없는 칠흑같은 어둠을 안고 십리를..산길,들길을.........ㅠㅠ 넘 피곤했음. 결국 5월에 자취라는 독립을!에헤라디야!!! 그날은 2학기 중간고사를 본 날이었고 태풍이 온다는 예보에 야자 금지 하교조치가 내렸음. 쓰니는 교무실에서 담임선생님의 업무를 얼른 도와드리고 하교하려 했음.교무실을 나오는데 국어 선생님이 쓰니를 쭈삣쭈삣 불렀음. ''쓰니야,집에 가서 공부할거가?'' ''왜요?'' 학생생활이 몇 년인가,직감이 왔음.또 뭘 시키시려고 저러 시나...... 평소에 쓰니 자취집이랑 선생님 집이 아주 가까워서 자주 오갔음.깡촌으로 부임 오신 선생님들도 학교 근처 민가에 세들어 살았음.사모님들의 부탁으로 유부남 선생님의 도시락 배달 심부름도 자주 했음. 심부름 값으로 맛난 밥 얻어 먹었음. ''저녁 밥 가져다 드리까예?'' ''어언지!답지 좀 메겨조!'' ''아!예'' 에휴.그러면 그렇지!시험 기간마다 늘 하던일이라 일도 아니라서 흔쾌히 수락했음.채점 기까이꺼! ''선생님들 퇴근 하시믄 짝지 델꼬 교무실로 가께예.'' 짝지는 쓰니랑 같은 집 자취생이었음. 다른 동네 아이였음. 교실에는 선생님 책상이 없었음.그래서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랑 같이 앉아서 답지를 메겼음.빨간 색연필로 정답에는 동그라미를 오답에는 좍 사선 굵게 한줄! 죽 오답이면 좍좍 내리 그음!쾌감 쩜! 등사기로 민 A3 사이즈의 똥종이 시험지를 나눠 주면 학생들은 문제를 풀고 아래 답안지에 답을 작성하여 절취선대로 잘라 제출하면 선생님이 확인 한 후 검은 철끈ㅡ일명 구두끈ㅡ으로 묶어 답지를 메김.전교생의 전과목을 해야 함.답지를 메기면 한번 더 확인 후 반 별 서류에 과목 마다 점수를 일일이 적어 넣어야 함.삐끗하면 학생 개개인의 성적이 완전 달라지므로.......이 작업들이 죽음임! 등사기로 밀은 시험지라 답지를 메기고 나면ㅡ 손에서 쥐가 나는건 당연하고 ㅡ양손이 잉크로 까매짐ㅠㅠ.참 안 지워짐..... 시골학교 교무실이라 작은 교실 한 개 크기로 책상 배열이 ㅁ자 구조 였음.가운데는 나무 난로가 있었음.그 옆에는 작지만 손님용 테이블과 쇼파도 나름 있었음.ㅋ 비바람이 장난아니게 몰아치자 오후 6시도 안되었는데 어두웠음. 비바람에 창문이 심하게 덜컹거렸음.태풍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은 다 일찍 퇴근하고 쓰니랑 짝지.국어 선생님 뿐이었음.시니어들은 국어선생님에게 자기 답지를다 던져 주고 갔음.갑질이죠...... 보통 촌에서는 선생님이 모자라므로 한명당 전학년 상대로 두 과목을 가르치는게 기본임.심한 경우에는 3과목까지.... 그러므로 시험 후 채점 작업이 과중한 업무량임. ''선생님.비 대따 와요!집에가서 해요'' ''숙직인데....힝........ㅠㅠ'' 에휴 어쩐지...또 짜네.....국어선생님은 남자, 40대초반으로 매우 갸날픈, 몸무게 약 50키로? 될까? 정도였음. 진짜 바람불면 휙 날려갈 수 있을것 같았음.성격도 순하고 목소리도 조근조근하여 수업시간에 수업 안하는 줄 알고 교장선생님이 교내 순시중에 자주 쳐들어왔음.그러면 화들짝 놀란 국어선생님은 모기만한 목소리도 못내고 쫄아서 떨었음. 교장선생님은그 모습을 째려 보며 도리어 화 냈음. 목소리 크게 수업해야지 학생들이 졸지 않는다며 고함지르고 앞 문 우르르꽝 닫고 쿠당탕거리며 나가곤 했음. 평소에도 국어선생님은 잘 놀라고 자주 돌아오는 숙직일을 엄청 무서워 했음. ''라면 끓여 줄까?'' 선생님은 쓰니랑 짝지가 갈까봐 미끼 투척 하셨음. 메겨야 될 답안지를 상자에 가득 담아 숙직실로 옮겨 주시고 앞뒤 배불뚝이 조그만 칼라텔레비젼도 켜 주시고ㅡ못 믿으시겠지만 당시엔 아주 신문물이며 귀물ㅋㅋㅡ 밥상도ㅡ호마이카라고 부르는 세련 된 상ㅋㅋㅡ 척 펴주시고 부엌으로 가셨음.^^ 무려 계란 2알 까지 탁 깨넣은 농*라면을 면발이 꼬들꼬들할때 먹어야 된다며 선생님이랑 양은 남비 뚜껑 쟁탈전 벌이며 다 쉬어빠진 김치랑 맛나게 먹었음. 선생님은 자식이 없었음.그래서인지 촌 애들의 전매특허인 순진하고 늘 파달파달 뛰어댕기고 톡톡 튀는 쓰니를 이뻐라해서 거의 쓰니 밥 당번 하셨음.^^ 라면을 순삭하고 선생님과 짝지랑 다시 답지 슥슥 메기기에 전념.....하면서 수다도 떨고 비바람에 안테나가 심하게 요동쳐 전파를 못 받아 시끄럽게 치지직거리다가 종내는 치익 소리내며 안 나오는 텔레비젼을 몹시도 안타까워하며...... 바깥에는 휭휭 비바람이 장했음.비바람소리외는 붉은색연필ㅡ돌돌 돌려서 까는ㅡ이 닳아가는 소리와, ''아이....**는 연연하다 뜻도 모르남...시험에 낼거라고 그렇게 강조 했는데..반피가!'' 등등의 안타까운 지청구도 날리고. ''샘,한문 1학년 3반게 없네요?'' ''응?없어?다 챙겨 넣었는데?'' 메겨진 답지와 남은 답지를 다 뒤집어 확인했음. ''교무실에 가서 가져오께예'' 숙직실의 미닫이 문을 열고 내려 서자 시멘트의 차가운 느낌에 놀라고 서너발자국 우측에 있는 출입구 나무문이 바람에 심하게 덜컹거려 자그만 유리가 깨질것 같아 더 놀랐음. 복도를 나서면 정면에 중앙현관이 있고 복도 중앙에 대형 거울이 서 있음.번개에 놀라고 순간적으로 번개불로 거울에 시커멓게 비치는 내 모습에 어헛!깜짝이야.........ㅠ 대체 왜 중앙 현관에,그것도 복도 중앙에 이런걸 두는지 원. '니 자신을 보라!'이런 건가? ㅋㅋ 예전 학교나 관공서에는 이런게 꼭 있었음. 엄청 크고 육중한 원목 대형거울.거울 아래에는 검은 페인트 붓글씨로 '증.**역 역장 ㅇ ㅇㅁ.19**.*월.**일.' 아님 면장....ㅋㅋ 지역 최고 유지들.... 중앙현관 바로 옆에 교무실.복도는 어두컴컴했지만 가깝고 늘 다니는 길이라 불 켜지 않았음. 복도 형광등 스위치가 멀어서.....귀찮....... 교무실 문을 드르륵 밀고 좌측 벽에 있는 형광등 스위치를 더듬어 찾아서 켰음. 잠시 몇 번 깜박깜박 거리다 밝아짐. 선생님 책상은 들어가서 왼쪽으로가다가 우측으로 꺽어 들어가면 가장 안쪽에 있었음. 책상들이 ㅁ자의 배열이라 3개 책상을 지나 우측으로 꺽어서 들어가려고 할때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형광등 불빛 아래 엎어져 누운 자세의 남자 발이 삐죽 보였음. 엉? 웬 발이? 누구지? 책상 다리 끝에 삐죽이 튀어나온 창백한 맨발! 발을 꼬고 있어 겹쳐진 두 발바닥이 보였음. 이게 누구야? 순간, 선생님이 체벌을 주곤 그만하고 집에 가라는 말을 까먹었나?그래서 얘가 지쳐서 엎드려 자는가보다 했음. 깨워야 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가갔음.책상 코너를 돌자 그 남자 애는 3-1반 친구 같았음.엎드려 양손을 베고 자고 있었음. 고개는 왼쪽으로 돌린 자세. 두드려 깨우려다 갑자기 얘에게 손 대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어 깨우려던 손을 거두고 뒷걸음으로 코너를 돌아 가능한 침착하게 뒤돌아서 평상시 걸음으로 숙직실로 갔음.교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 번개같이 깨달았음! 쟤는 친구가 아니구나! 사람이 아니구나! 등 뒤로 쫘악 소름이 끼쳤지만 뛰면 안된다,최대한 자연스럽게,뒤돌아보지도 말고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꾹꾹 무서움을 누르고 숙직실로 갔음. **이 겠지?? 그럴거야...... ''샘예!교무실에 **이가 자고 있던데예.**이 벌 주고 이자뿟어예?'' ''아이다!**이 오늘 교무실 안 왔는데'' ''**이 교무실서 자고 있는데예'' 응? 짝지랑 선생님이 깜짝 놀라 쓰니를 멍하니 봤음. ''니 괘한나?'' 쓰니 표정이 심상찮은지 짝지가 일어나자 선생님도 머뭇거리며 전지불을 켜고 복도로 나왔음. 교무실로 가는 그 길이 정말 가기 싫은 길이었음. 쓰니는 알고 있었음.가보면 쓰니를 놀랬켰던 존재는 없을것이고 ........ 짝지가 앞장서 교무실로 뛰어갔고 ''없는데?'' 하는 짝지의 목소리와 선생님이 교무실 구석구석,캐비넷 서류장들을 확인하는 소리가 오버랩되어 들렸음. 쓰니는 아까 그 애가 누워있던 자리에 서서 무슨 흔적이라도 없나 싶어 유심히 봤으나 아무것도 없었음.창문이 열려 있었는지 비바람에 커다란 커튼이 나부껴 비가 들이치고 덜커덩덜커덩 곧 부서질듯 흔들리고 있었음. 짝지가 서둘러 창문을 닫고 잠금 장치를 돌렸음.예전에는 창문 잠금 장치는 열쇠를 구멍에 넣어 나사처럼 우측으로 돌려 잠그는 형태 였음. ''창문이 열려 있었나 보다'' 선생님은 약간 긴장이 되었는지 서둘러 교무실을 나가자 재촉했음. 우리는 묵음처리된것 마냥 숙직실로 되돌아와서 미친듯이 채점만 했음.3명이 한개씩 들쳐가며 찾았을때는 없었던 1-3반 한문 답안지가 있었음. 11시10분에 채점을 마치자 선생님은 전지불을 들고 우리를 집에 데려다 주셨음.비바람이 얼마나 심한지 우리는 중앙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우산을 포기해야했고 흠뻑 젖어 버렸음.5분이면 닿는 거리가 그렇게 멀수가 있나!!!! 간신히 선생님집에 도착하여 사모님이 학교에 같이 갈 준비를 하는걸보고 우리는 우리 집으로 왔음. 짝지가 같이 자자고 쓰니방으로 건너 왔음. 자기 전 짝지가 중얼거렸음. ''내가 아까 숙직실 가기 전에 분명히 교무실 창문 다 잠긴거 확인했거든.....이상도 하지'' ''**이가 뭐 훔치러 왔겄지....'' 쓰니의 영혼없는 대답에 ''이 비바람에 왔으면 바닥이 젖어 있어야지.... 갸 집이 여서 오리다.이 태풍치는 밤에 왔다고.... 한문 답지말이야,우리가 한개씩 다 확인 했었는데....'' ''잘못 봤겠제'' ''현관문 안에서 잠겨져 있었잖아..'' 그랬다.우리가 나오면서 안에서 잠긴 중앙현관문을 열고 나왔음.태풍 피해 예방으로 복도나 교실 창문 등을 모두 잠그고 학생들도 중앙현관으로 모두 나갔음. 그렇게 그날 일은 헤프닝으로 지나갔음. 그냥 그런가보다 억지로 그렇게 생각했음.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유학을 갔고 그해 스승의 날을 맞아 주말에 애들 서너명이 모여 당직을 하시는 국어선생님을 보러 갔음. 우리가 온다는 말에 예뻐해 주시던 다른 선생님 3분도 같이 계셨음. 이런저런 추억 얘기 끝에 쓰니가 불쑥 물었음. ''샘.이젠 **이 귀신 안 나와요?'' 국어선생님은 기겁을 하셨음. ''니도 봤나?'' 수학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쓰니를 보셨음. 사실 그날 국어선생님도 쓰니가 본게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었으며 무서워할까봐 대충 둘러댔다함.숙직하면 가끔 남자애가 복도를 걸어다니거나 교무실에 있다가 스르르 사라진다함. 간 작은 초임 남자 선생님들은 서로의 숙직일에 같이 자주곤 했음. ''저도 봤어요!'' 쓰니는 깜짝 놀라 심각한 얼굴의 전교회장을 봤음. ''그 날,정전이라고 야자 짼 날요'' 전교 회장이었던 @가 슬그머니 얘기를 꺼냈음. 여름방학에 야자가 너무 하기 싫어 우리가 꾀를 냈었음.8시 쯤 두꺼비집 안전바를 내려 정전을 만들기로 했음.전체 두꺼비 집은 등사실.창고가 있는 건물에 있었음.그 날 약속대로 w는 교무실로 가서 수학선생님ㅡ당시 야자 감독ㅡ에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물어보고 꾀를 낸 @가 두꺼비집을 찾아서 안전바를 내리러갔음. 신나서 약간의 흥분으로 낄낄거리며 따로 떨어진 건물이라 달려갔음.오른 쪽 창고.왼쪽 등사실. 전지불을 켜고 두꺼비집을 찾으려는데 어슴프레한 빛속에서 먼저 온 남학생이 두꺼비집을 들여다보다가 @를 보더니 씩 웃고 안전바를 내렸음. 어?하며 말을 하려는 순간 세상의 불빛이 팍 꺼졌음. @는 됐다!하며 불이 꺼진 학교에서 놀란 여학생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낄낄 웃었음. ''가자!'' @가 두꺼비집 안전바를 내려준 그 애에게 소리치고 어둠속을 펄쩍거리며 교무실로 달려갔음. 선생님은 벌써 전지불을 들고 나오시며, ''뭐지? 학교만 정전인가?@야,w야 동네 집에 불 보이나?'' ''예.샘.학교만 정전인데예'' ''이상하네?니는 애들에게 조용히 기다리라 케라'' @는 교실로 가며 w랑 하이파이브하며 뛰어갔고 선생님은 전체 두꺼비집을 보러 갔음. 달려가다가 순간 @는 당황했음.초임 수학선생님이 두꺼비집을 알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음! 그런데 다행히도 두꺼비집을 보고 오신 선생님은 애들에게 이유모를 정전이 계속되니 다들 하교하라 했음.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고 달려나갔음. 그날 우리는 로또 맞은 기분으로 면사무소 옆에 있는 w집에서 신나게 놀았음. "그 날 두꺼비집을 내린 애가 누군지 모르겠어예. 처음에는 ~~이라 생각 했는데.~~이는 야자 멤버가 아니거든예'' ''아닌데.그날 두꺼비집 안전바 안 내려 갔던데? 퓨즈까지 확인했는데 내가!'' 그 날 쓰니가 본 애는 누구였을까요? **이 아니었을까요? 진짜로? 분명히 1-3반 한문 답안지철은 없었는데 언제 나타났을까요? 전교 회장이 두꺼비집 앞에서 본 그 애는 누구였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전교회장이 ~~이에게 그날 밤에 야자하러 학교 왔었냐고 물었더니 ~~이는 그 주에 진주 이모 집에 놀러갔었다,야자도 안 하는데 방학인데 미쳤다고 학교 가냐고 얘기했다는데..... . . 이만 총총.......
구신과 어린 시절을 3-추가
휴가로 시골집에 내려왔습니다.느긋하게 누워서 빙글러들을 위하여 3편을 마무리하여ㅡ길다는 것은 핑계였음ㅠㅡ올리려 했는데 새벽 두 시만 되면 잠이 깹니다.목탁소리가 저를 깨웁니다.불경소리는 들리지 않고 목탁소리만 들려 시끄러워 잠을 못 잔지가 이틀이라 오늘 점심 밥 먹으면서 불만을 토했습니다. ''엄마! 동네에 절 생겼수? 새벽에 왜 목탁을 치고 그라노!잠도 못 자게!'' ''절은 무신 절! 목탁은 또 무신 소리고?'' 그제서야 아차!했습니다.워낙 골이 깊어 동네에 빈 집이 사람 사는 집보다 많습니다.절이 있을리가 없습니다.부모님은 연세 많으셔도 귀 매우 밝습니다. 사실 오늘 새벽에는 목탁소리에 소름이 돋는게 이거 나만 들리나? 생각은 했더랬습니다.ㅠ ''왜?니 또 무슨 소리 들렸어?'' 같이 휴가 내려 온 언니 3이 밥 먹다가 쓰니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봤습니다. ''어.아우.새벽 두시부터 세시까지 목탁소리 때문에 이틀 내리 잠을 못잤다'' ''그래? 밥 먹고 언니가 해결하께'' 언니3은 독실한 크리스천 입니다.쓰니가 잤던 사랑채로 내려가더니 목탁소리보다 더 크게 더 길게 기도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도소리 듣고 있던 구신도 짜증나서 갔을듯합니다. 쓰니는 은근히 무서운 얘기를 쓰고 있어서 무섬증이 생겨서 그런가?? 생각해서 얼른 뚝 자르고 올렸습니다. 빙글러님들이 이렇게 격하게 숨 넘어갈 줄 몰랐답니다.ㅠㅠ 언니3이 기도도 했으니 오늘 새벽은 조용히 지나가리라 믿고 추가편 올리겠습니다. 톡커랑 친구1이 반실성 상태로 한 사람은 부상을 입었고 한 사람은 그 비싼 캐논EOS 카메라와 배낭도 잃어버리고 돌아오자 야영장 관리인이 깜짝 놀라 추궁했음.앞뒤 말도 안 맞고 멀쩡하게 등산했던 청년들이 학질걸린 것 마냥 시퍼렇게 질려 덜덜떨며 울고불고 하자 관리인이 소주를 마시게 했음. ''그러니께 학상은 야를 계곡서 봤는디 쟈는 거기 없었단 말이여 시방?'' 사십대 관리인이 답답해서 계속 캐물었음. ''혹시 학상들 오디까지 간겨? 쩌그 반야봉 간겨?''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 높았고 계곡 바로 옆이고 큰 나무....'' 말을 하던 친구1도 허망했음.산은 산이고 나무는 나무지.......계곡없는 산은 없지....... ''오늘은 늦었응께 싸게 주무시소.밤에 불러도 나가덜 말구'' 이들은 소주에 취해 잠 들었는데 새벽에 톡커가 벌떡 일어나서 나가려 했음.만류한다고 팔을 잡으니 온 몸이 불덩이고 다친 무릎은 퉁퉁 부어서 구부리지도 못 할 지경이었는데도 계속 나가야 된다고 억지를 부렸음.누가 부른다,군인들 행진 소리가 들린다 등....계속 헛소리를 했음. 아침이 밝아 아픈 톡커를 병원으로 보내려고 택시를 불렀음.ㅡ지리산 택시는 사륜구동 임ㅡ 어떻게 다쳤냐 어디서 그랬냐 등 택시기사가 물었음. 군인을 만났다는 얘기를 하자마자 택시 기사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음. ''군인?뭐여 시방,군인이라 했는가? 오메!혹시 옛날 빨갱이군복 입었었능가?잉?'' 사실 친구1은 입대 전 기념으로 여행을 와서 정확한 군복은 몰랐음.그러고보니 아주 허름하고 영화에서 본 것 같았다고 대답하자, ''오메,오메! 잡것들이 또 나와부렀네'' 한국전쟁 휴전 협정 후 빨치산들이 반야봉 일대와 뱀사골에 숨어 들었고 군인.민간인.경찰 등이 엄청난 희생을 당했다함.반야봉 빗점 계곡에서 이 흔산.박 영달.조 병하 등 주요 인물들이 사살 당했다함. 그 후부터 비 오는 날이면 이들을 봤다는 등산객이 출몰한다함.군인 3명은 이들이라고 함. (후일 쓰니랑 선배가 치밭목 산장지기님에게 얘기 듣기로는 이현상(이흔상은 잘못 전해진 이름)은 당시 빗점계곡서 사살되었고 박영발(박영달로 잘못 전해짐)은 뱀사골서 자살했고 조병하는 지리산이 아니라 덕유산이라 했음. 시기는....잘......아무튼 와전된 허구라 했음.3 귀신 중 다리 저는 귀신은 없었다고..... 박영발은 일제시대때 고문으로 다리를 절었기에.....) 택시 운전기사의 믿거나말거나로 이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음.톡커는 남원 병원에 입원을 했고 친구1은 친구2를 야영장 텐트에서 기다렸음. 늦게 도착한 친구2는 자초지종을 듣고 콧웃음 쳤음.그는 모태신앙인 크리스천이었고 평소 스타일이 '나야 나'라서 더 크게 비웃었음. 친구2의 호방함에 친구1도 어느새 동화되어 뭐 그까짓것! 이렇게 생각했음. 다음날 둘은 배낭과 카메라를 찾으러 등산했음.두어시간 헤맨 끝에 그 장소를 찾았음.그런데 나무 아래 코펠 뚜껑에 담긴 라면.컵에 담긴 라면이 퉁퉁 불은채.... 쇠 젓가락 두 모와 그날 친구 1이 꺽은 나뭇가지 젓가락 두 모도 나란히....분명히 사과를 깍았는데 사과의 위만 깍인 채ㅡ제사상 제수처럼ㅡ 있고 커피도 분명 마셨는데 봉지만 뜯긴 채로ㅡ4개 모두ㅡ .....카메라는 분명 배낭안에 넣었었는데 바위 아래 있었음.친구1은 그대로 비명도 못 지르고 미친놈처럼 뛰어 내려 왔음.친구2는 배낭과 카메라만 들고 뒤따라 뛰었음. 이틀 후 열이 떨어진 톡커가 왔고 예정대로 노고단 가자고 얘기했는데 친구2는 겁에 질려 죽어도 못 가겠다고 싸우고 어제 새벽에 몰래 서울로 갔다함. 가기 전날 밤에 말하길, ''새벽마다 톡커가 바깥에서 불러서 밤새도록 기도했어.톡커는 옆에서 자는데.그리고 이상하지?이 더운 날 라면과 사과가 상하지 않았어.카메라도 비에 젖지 않았지?'' 쓰니가 얘기를 다 들을 때까지 선배는 오지 않았고 ㅡ화장실 다녀오다 야영장 관리인과 얘기한다고ㅡ 쓰니는 살짝 소름이 돋긴했지만 5년 넘게 전국 각지로 산행을 했으므로 뭐 그래서!기가 약한 남자들 얘기였음. ''야!여기가 달궁이래!자리값 3000원 내래.'' ㅋㅋ 우린 얼결에 바로 온 것 이었음.역시 고수들! ''미모로 밀어 붙여서 좀 깍지 그랬수?'' ''양심에 털은 빗었냐?'' 덕분에 우린 이른 출발을 했고 ㅡ평소에 둘은 상당히 게을러서 아침식사는 패스하거나 누룽지에 커피 끓여서 먹고 9시 넘어서 출발함ㅡ가다가 쉬면서 초코 파이랑 오이 등 먹었음.이때쯤에는 쓰니의 머리속에는 총각들의 얘기는 순삭되고 없었음. 반야봉을 향해 세시간 정도 걸었을때 비가 내려서 배낭카바를 씌우고 다시 걸었음.사람의 인적이 끊긴지 오래 되어서 정말 원시림 속을 걷는거 같아 감동이었음.야생화가 정말 많았음.비가 와서 사진을 찍지 못하여 너무 아쉬웠음.원추리 군락지를 지나자 이름모를 연보라 방울 비슷한 꽃들의 군락지가 나오고~~~~안개가 짙어 서로의 배낭에 걸린 카라비너 스텐레스머그컵이 딸랑거리는 소리에 의존해야 했음.서너발자국만 떨어져도 보이지 않았음. 우린 급할게 없으니 천천히 얘기를 나누며 올랐고 카라비너 스텐레스머그컵이 딸랑거리도록 최대한 동작을 크게 했음.우비를 입으면 행동이 제한되므로 우린 절대로 우비를 준비하지도 입지도 않았음.흠뻑 젖으면 젖는 산행을 즐겼음.낭만?을 ㅋ 즐기다보니 무서움 따윈 느끼지 못했음.안개가 짙자 선배는 더욱 말을 많이했고ㅡ평소에는 쓰니가 주로 말함ㅡ난 야생화를 감상한다고 대충 대꾸했음.그러면 선배는 버럭했음.주로 과거 산행 추억 얘기였음. 네시간 반 정도 산행 끝에 앞이 탁 트인 정상에 올랐음.우와!!!!!!!!!!!!!!! 해운,말 그대로 구름바다. 아래 세상은 없었음.내 발 아래는 산도 없고 구름뿐. 시선 끝까지 동자꽃이 선들 바람에 사부작사부작 하늘하늘 그 위로 흐르는 구름.구름속에 주황색 동자꽃 무리.비가 가늘게 내리던 굵게 내리던 동자꽃은 상관치 않고 사르르포르르 내려 앉다가 톡 튕겨 파르르 떨었음.......너무 경이로워 카메라를 꺼낼 수도 꺽어볼 수도 없었음. 사실 거기가 정상이었는지 잘 모름.당시는 '반야봉'이라는 비석은 없었는지 그곳이 아닌지.... 암튼 구름속을 겨우 헤쳐 그길로 뱀사골로 하산하는 길을 잡았음.하산 중 선배가 갑자기 바위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삐끗했음. 파스 붙이고 아대 감고 다시 출발.간신히 6시 즈음 뱀사골 텐트 구역으로 진입하자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났음. ''선배.말해 보소.아까 딴 생각하다 그랬죠?'' ''아니다.정말 미끄러웠다.내가 언제 탑 서면서 딴 생각하는거 봤어?'' ''그건 그렇죠'' 분명 그 바위에서 멈칫멈칫 하던데..... 반야봉 산행을 마치고 버스를 타자 거짓말같이 선배는 입을 닫았음.마치 이제는 말 안 해도 돼서 안 하는 것처럼.평소 하산길에는 산 입구에서 동동주 한 사발 먹고 토종 닭백숙으로 몸보신하고 가는데 그 날은 선배가 피곤하다며 무조건 가자고 했음. 쓰니는 속으로 욕하며 툴툴거렸지만........ㅠㅠ 내 촌닭백숙.........에에엥....... 일주일 뒤 저녁을 같이 하기로 하여 만났음. 선배는 갑자기 소주부터 달라고 하더니 세잔을 연거푸 마셨음. 쓰니는 막걸리...인......에이......참자..... ''니 달궁에서 잘 때 별일 없었어?'' ''왜요??'' ''그날 잠이 살짝 들었는데 니가 나 불렀잖아.화장실 가려나 싶어 일어났는데 너는 자고 있어서 다시 잤지.한참 자는데 텐트 밖에서 군인들 군화소리가 요란하고 시끄러워 겨우 참고 잤거든.그런데 아침에 관리인에게 물어봤는데 군인들은 야영장에 없었대.가족 두 팀.중년 부부 한팀.우리 옆 텐트.그리고 우리'' 등 뒤로 흐르는 식은 땀.올올이 일어서는 소름.쓰니는 그제서야 그날 아침 선배의 넋두리가 농담이 아닌 진담이었음을....... 선배의 얘기는 놀라웠음.쓰니 그 날 단 한숟가락도 먹지 못했고 숨도 겨우 쉬었음.손 후덜덜 ...... 관리인에게 군인들은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내려고 선배는 쓰니에게 함구했음. 산행 도중 비가 오기 시작하고 안개가 더 짙어지자 앞쪽에서 군화 발소리가 들렸고 처음엔 무심코 넘겼는데 어제 밤의 기억이 스치자 티를 안 내려고 말을 많이 하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함. 과거 얘기만 한 이유도 서로만 아는 얘기를 해야 홀린건지 아닌건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함.ㅎㄷㄷㄷㄷㄷㄷㄷ 정상에 다다를 즈음 잠깐 숲 사이로 얼핏 군인 둘을 봤는데 군복이 옛날 북한 군복이었다함.순간적으로 사라졌다함.하산 길 초입에 사고 당한 바위에 올랐을때 앞 서 가는 그들을 다시봤고ㅡ이때는 둘인지 셋인지 정확하진 않은데,워낙 구름이 짙어서ㅡ그순간 놀라서 발을 헛디뎠다함. 다행히 그 뒤로는 괜찮았고 뱀사골 1박은 아무 일도 없었다함. 밤새도록 침낭에서 반야심경을 외웠다함.그런데 반야심경이 그때 외는 거 맞소? 물었다가 병풍 뒤에 누울 뻔....... ''그런데 선배.....나 그날 선배 안 불렀는데..... 선배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길래 화장실 가는 건가 싶어 부르기를 기다리다가 난 잤지요 다시.'' 그리고 총각 둘에게 들은 얘기도 했음. 우린 서로에게 해가 될까봐 말하지 않은 배려가 얼마나 크고 고마운지 껴안고 막막 흐느꼈음. 쓰니는 기꺼이 막걸리를 포기하고 소주를 마셔서 선배를 기쁘게 했고 선배는 오렌지 맛 환타를 시켜 쓰니의 소주에 섞어 주어서 감격했음. 둘은 그날 꽐라 되었고 두 번 다시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음. 그후로는 우중 산행은 암묵적으로 금지했고 반야봉은 재산행 못 했음.지리산 종주를 계획했을 때도 반야봉은 뺐음.지금......쓰니 손 떨림.....ㅠ 그날 구름속에 앉았던 동자꽃은 천상의 기억으로 남았고 마지막 우중 산행은 딸랑거리던 카라비너 머그컵만 남겼음.여러분 산행가실때 꼭 카라비너 스텐레스머그컵 다세요! ............넘 무리 했어여......... 이만 총총......
구신과 어린 시절을3
한바탕 소나기가 세상의 더위를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일기 예보를 보니 지리산쪽으로 비가 많이 올거라합니다. 지리산. 비....잊을 수 없는 추억이 떠오릅니다. 지리산은 골이 깊습니다. 산을 오르다보면 인간이 하잘데 없는 생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지요. ㅡ이렇게 시작한지 10일이 흘렀고ㅡ(늦어서 죄송 합니다~~)........................... 쓰니는 대학생 때부터 등산을 매우 자주 다녔음. 어떤 때는 배낭을 매고 시험치기. 십분만에 답안지 내고 휭하니 날랐음.1학년때는 외계인? 이러다가 2학년 부터는 교수님들도 그려러니 했음. 사회 초년생 때도 어김없이 휴무일은 산에 있었으며 심지어는 오후 근무 마치고(밤 11시) 근교 산에 올라 비박하기도 했음. 그날도 선배랑(예전 일본 아시안 게임 같이 가기로 했었던) 지리산 가기로 했음.7월, 장마 기간이었으나 둘다 워낙 산을 즐기므로 우기,건기 등은 의미가 없어서 강행했음.머리를 훌쩍 넘기는 배낭을 매고 지도 하나 들고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간식을 사고........룰루랄라눈누난나~~~~~~~~~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다가 지쳐 잠들었다가 깨보니 옴마나 바깥이 컴컴하네! 산길인지 들길인지 너무 컴컴하여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으나 일단 종점이 아니니 달리겠지......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덧 밤 9시를 넘었고....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흐뮤...꼬르릭... 슬금슬금 걱정이 되려던 찰나 불빛이 보이더니 남원 이라는 이정표가 보이고.......^^;또 한~~참을 가서 기사님 왈, ''씨기씨기 내리부리시오잉~~~~~'' 종점!승객은 우리 둘 뿐! 내리면서 기사님께 야영 가능한 장소를 물어보고ㅡㅋㅋ 옴뫄!처녜들 이었어?....ㅡ늘 듣던 얘기라 가볍게 패스! 버스에서 얼른 내려 무거운 배낭을 매고 텐트를 칠 장소를 물색하며 큰 길을 따라 걸었음. ''달궁에서 자려 했는데 넘 늦네'' ''근처 괜찮은 곳 있음 잡시다~'' 한동안 산길을 걷다보니 키가 큰 노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어서 잠깐 식물학자 코스프레....촌년인데 이런 야생화 본적 없다,이건 야생화치곤 귀부인 같다 등등ㅋ.달빛이 아스라히 비추니 더 예쁘게 보였음.후일 알게 됐는데 '달맞이꽃'이었음.진짜 달빛 아래서 보니까 더 예뻤음. 그렇게 느긋하게 걷노라니 멀리서 어슴프레한 불빛들이 보였음.텐트가 몇개 있고 둘러보니 넓은 들판으로 추정되어서 주섬주섬 배낭을 풀고 텐트를 세웠음.옆 텐트에 물터를 물어서 코펠에 밥을 하고 김치찌개를 끓이려하니 옆 텐트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음. "늦게 오셨네요.저희 김치찌개가 남았는데 드시겠어요? 내일 아침 일찍 출발이라 찌개가 많이 남아서요.'' 잘생긴 총각들이 친절을 베푸는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녔음.저녁을 먹고나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음. 설겆이가 귀찮았으나 밥을 태워 코펠을 불려야만 설겆이가 가능하여 물터로 갔음.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옆 텐트 총각이 씻으러 왔음. ''덕분에 맛나게 먹었습니다.안그래도 배가 너무 고팠었는데.'' ''아닙니다.맛나게 드셔주셔서 감사하죠.내일 산행 예정이세요?아님 여기 주욱 계실건가요?'' ''그냥 여기서 쉬다가 갈 예정이에요'' "아,그래요?....'' 하더니 약간 머뭇거리는 느낌이었음.순간 이 자식들이 우리와 엮이려고 이러나? 싶었음.^-^; (가끔 우리가 여자임을 알아보는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있었음) 사실 우리는 반야봉 등산 예정이었음.당시 반야봉은 자연휴식년제 해당, 입산금지이므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음. 커피까지 끓여 먹고 침낭을 펴서 잠을 청했음. 노곤한 몸을 누이니 초여름이라도 산 속이라 어슬하게 추웠음.살풋 잠 들었는데 선배가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져서 화장실에 가나? 생각했음. 평소 산행에서는 늘 같이 화장실을 가곤 해서 깨우겠지? 깨우면 일어나야지...하고 깨우길 기다리다가 잠들고 말았음. 옆 텐트가 출발 준비를 하는지 번잡스런 소리에 깨보니 아침 6시 였음. 선배는 침낭의 지퍼를 끝까지 올려서 누에고치 마냥 자고 있었음. 더 잠자기는 틀린것 같고 화장실이나 다녀와야겠다 싶어 나가보니 안개비처럼 가는 비가 내리고 산은 안개에 쌓여 수묵화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았음.산허리만 안개에 쌓여 보일듯말듯하고 산봉우리는 구름에 갇혀 아예 보이지 않았음. 역시!지리산은 골이 깊어! 부지런한 옆 텐트는 벌써 텐트를 걷고 짐을 꾸리는 중이었음. 눈 인사로 가늠하고 화장실 다녀왔음. ''일찍 가시네요?어디로 가세요?'' ''원래 계획은 노고단으로 가려했었는데....'' 김찌치개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머쓱하여 물어본거였는데 총각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음. ''커피나 한 잔하고 가실래요?'' 버너에 불을 붙이고 코펠에 물을 끓이자 선배도 일어나는 기척이 났음. ''선배!모닝 코오피 한 잔 때립시다!'' ''................아!죽겠다!여기 왜 이렇게 시끄럽노!'' ㅋㅋ 총각들이랑 마주보고 낄낄거렸음. ''죄송합니다.저희가 일찍 출발한다고 새벽부터 소란스러웠죠?'' 쓰니가 코펠에 빨간색 테이스터 초이스 납작한 커피 믹스ㅡ당시의 믹스 커피 였고 *심은 출시 전.있었나? 비싸서 못 사먹음??ㅡ 다섯개를 뜯어 넣고 휘휘 젓자 총각들이 입을 쩍 벌렸음.ㅋㅋ 뭘 귀찮게 한 잔씩 타고 그래! 어차피 똑같은 커피 마시는건데 미숫가루 타듯이 먹으면 더 맛나지~~~^^ 총각 둘은 이렇게 끓이니 더 맛나다며 호로록호로록 잘 마셨음. 어디서 오셨느냐,휴가냐,산행 코스는 어디냐 등등 거참 총각 둘은 궁금한것은 못 참는지 계속 물어댔음.쓰니랑 선배는 어딜 다닐때 행적을 밝히거나 잘 섞이는 스타일이 아녀서 어룽어룽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음.커피를 마시던 선배는 몸에 좋다는 모닝떵 해야된다며 급똥 신호 보내더니 달려갔음. ''저.....여기 음울하지 않아요?'' ''괜찮은 곳 같은데요.'' 산 속이고 아침이라 안개가 매우 짙어서?비가 와서? 총각들이 간이 없구믄...... ''혹시 누가 부르거든 나가지 마세요.절대로요!'' ''왜요??'' 총각들은 원래 3명이ㅡ출발조는 2명ㅡ 서울에서 왔었는데 친구 한명은 휴가 일정이 맞지 않아 출발조가 여기서 2박하면서 근처 산행도 하고 놀면서 기다리기로 했다함. 첫날은 비가 오지 않아 다니기 좋았다함. 친구1은 야생화 찍는 취미가 있어서 근처 산행하면서 돌아다녔다함.한참 사진을 찍는 친구를 따라 다니던 톡커는 똥이 마려워 사진 찍는 친구에게 똥 누고 올테니 기다리라 말하고 친구를 피해 숲이 더 우거진 곳으로 갔다함. 한참 볼일을 보는데 친구가 계속~~계속~~ 부르더라함. ''알았다고!간다니깐!'' 하도 급하게 불러대서 뒤처리도 대충하고 올라가보니 친구가 저 멀리 보일락말락~~~ 먼저 가고 있더라함. ''이 새끼가!그것도 못 참아 주냐!'' 그는 허겁지겁 친구를 따라 달리듯 걸었지만 산길이라서 그런지 좀체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고 친구는 돌아보지도 않고 가더라함. 친구를 놓칠 것 같아 친구의 뒤통수만 보고 미친듯이 따라 갔다함.어느새 비는 오고 등산객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미끄럽고 풀이 우거져 어디가 길인지 산인지 풀 밭인지 분간도 되지 않았다함.우거진 숲에 빗방울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져도 무조건 뛰었다함. 그렇게 한동안 허겁지겁 뒤쫓아 갔고 바위를 타고 넘다 그만 미끄러져 그대로 앞으로 처박혔다함. 오른쪽 무릎을 정확하게 찍었음.너무 아파 무릎을 감싸안고 뒹굴었다함.비는 추적추적 쉼없이 오고 짙은 안개속에서 길도 모르는데 친구도 잃어버린것 같고,길은 험하고,인적도 없고......뒹구는 도중에 친구가 멈춰 섰나? 갔나? 하며 앞을 보자 물소리가 크게 들렸음.기다시피 절룩거리며 물소리 따라 조금 가보니 짙은 안개 사이로 작은 폭포같은 계곡 낭떠러지???.....으헉.똿!!!!!!!! ''허어억!!!!!!!!'' 순간,등골이 서늘,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며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함.그건.......친구?? .......아니구나........싸아한 느낌과 식은 땀............... 절박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아래를 쳐다........본...... ................순간, 악소리도 못지르고 그대로 기절.................''-__-'' 아래서 친구가 입이 찢어지도록 깔깔 웃으며 낭떠러지를 아주 빠른 속도로 샤샤삭 기어오르고 있었음!!!!!!! 피할 순간도 없이 눈을 뒤집은 친구가 톡커를 확 덮치는 순간 기절했다함. 눈을 떠보니 친구가 울면서 톡커를 흔들고 있었음. 귀신인지 친구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어 멍하게 쳐다봤다함. ''너 괜찮냐? 너 여긴 왜 왔어?어? 어디 다친거야? 계곡에 떨어졌음 어쩔뻔 했냐?'' ''넌 어디 갔었는데?'' 울컥 친구가 원망되더라함.우는 걸 보니 귀신은 아닌가보다........ 친구는 톡커가 똥 누러 간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었고 야생화가 많아 산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 할테니 톡커보고 여기서 라면 끓여 먹고 있으면 사진찍고 올거다,4시에 여기서 만나자하고 헤어졌음.낡은 시그날이 서너장 걸려있는 큰 나무 양쪽으로 큰 바위가 있고 근처에 물도 있어 등산객들의 쉼터 같아 보였음. 톡커와 곧 헤어져 한동안 사진을 찍다보니 비가 와 카메라가 젖을 까봐 무성한 숲 속, 큰 나무들 아래 앉아 있었음. 나무 아래서 나뭇잎을 울리는 빗소리 들으면서 우중 낭만을 즐기는 중 슬슬 추워졌음. 숲속이 더 어두워진 느낌으로 미루어보아 깊고 높은 곳으로 왔구나,쉬 그칠 비는 아니구나....내려가야 되나?? 장마철이라서인지,휴식년제 골이라서인지 아무도 오지 않을것 같으니 가야 겠다며 일어서려는데 앞 십미터 즈음 숲에서 서너명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음. 반가운 마음에 시선고정. 나무들 때문에 머리와 상체만 보일듯말듯...... 그들은 서서히 친구1쪽으로 올라 왔음. ''안녕하세요!'' 군인 3명, 그들 역시 비를 맞으며 등산 중이었음. ''휴가 나왔어요?'' 그들은 군복차림이었음. 친구1은 어느새 그들과 같이 등산로를 따라 이동했음.이동하다보니 톡커와 만나기로한 곳 이었음. 톡커는 보이지 않고 두고 간 배낭은 그대로 있어 곧 오겠지했음.친구1은 배 고프다는 군인들과 라면도 끓여 먹고 과일까지 먹었음.한동안 잡담을 나누다가 군인들이 가겠다하여 잘 가라고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반야봉과 뱀사골을 왔다갔다 감시하는 중입니다.오늘은 보름이라 날이 안 좋으니 지금 친구를 찾아 바로 하산하시고 절대로 여기는 오시면 안 됩니다.특히 친구는 기가 약하여 산 음기랑 부딪히니 위험합니다.잘 먹고 갑니다.'' 이렇게 말하며 돌아서서 어느 한 곳을 지긋이 가르키며 다시금 강조 했음.바로 하산하라고! 친구 1이 키가 크고 바짝 야윈 군인의 손짓에 갑자기 겁이 덜컥 나서 고개를 끄덕였음. ''반드시 지금 하산하시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군인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톡커는 어디 있는지 알 수 도 없고 무서워져 덜덜 떨었음.멍하니 서서 덜덜 떨고 있는데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너무 차가웠음.빰에 닿는 그 차가움이 바늘 같아서 정신을 차려 군인이 가르쳐 준 그 곳으로 달려갔음. 톡커를 부르며 미친듯이 풀 숲을 헤매다가 엎어져 있는 톡커를 발견했음. 그 길로 배낭이고 카메라고 다 버리고 톡커를 업고 기고 뒹굴며 군인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무조건 내려 왔다함. 너무 길어서 자르께요....... 이만 총총.....
구신과 어린시절을 2
한바탕 소나기에 잠깐 시원해서 1도의 행복을 느꼈더니...꿈이었던가~~~다시 불볕 더위! 동남아 코스프레...벌써 지치네요.^^;; 쓰니가 취학전 (쓰니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애장터 구신과 놀았던 경험과 이어지는 일 입니다. 지금도 애장터는 그대로 있긴한데 산 능선따라 고압선 철탑?이 주욱 세워졌더라구요.하긴 예전에야 애기장터에 보냈지 요즘엔 안 그러니... 애장터 맞은 편 산에서 바라보니 돌들은 그대로인데 돌탑처럼 쌓았던 무덤터는 흔적도 없더이다.여전히 숲은 무성하고 음지가 강하고 음산합니다.그 산엔 고사리나 산나물,버섯 채취도 안 합니다.멋 모르는 외지인도 들어갔다가 기분 나쁘다고 얼른 나오거든요.어른들 말씀으론 다슬기들은 흔적도 없더랍니다.아마도 고사리 채취꾼들이 싹쓸이 했는지 아님 고압선 철탑? 송전탑?이 들어서서 생태계가 무너졌는지...모르겠다고 얘기들을 하셨어요.고라니,멧돼지가 많은데 애장터 산으로는 안 간다네요.꿩이나 멧새.부엉이 등 날 짐승이나 간답니다.솔직히 쓰니도 옛날 너럭바위가 궁금하긴 한데 무서워서 못 가겄어요... 쓰니가 국민학교 2학년 때 임.천수답 가을걷이를 끝낸 아버지가 갑자기 앓아 누우셨음. 예전엔 낫으로 벼를 베고 가을 땡볕에 바짝 말려 짚으로 단을 만들어 일일이 묶었음.비오면 망함...덜 마르면 탈곡이 잘 안됨.그리고는 지게로 제일 아래 논으로 옮겨ㅡ개중에 제일 넓어 벼 타작하기 좋은 논ㅡ논 중앙에 켜켜이 쌓아 놓아야 됨.그리고는 놉을 얻어 탈곡기를 리어카에 싣고 올라가서 비닐을 깔고 탈곡기를 발로 밟아가며 벼 이삭을 털어야 했음.남자 둘은 벼 이삭을 탈곡기로 털고 옆에서 여자 둘은 탈곡기가 벼 잎까지 털어 만든 지푸라기를 갈쿠리로 걷어내고 털린 벼를 삼태기에 쓸어 담아 가마니에 넣었음. 몇 가마고? 이러시며,탈곡기에 기대어 굽은 허리 두드리며 다 터버린 손으로 뽀얗게 앉은 먼지 훔치며 1년의 고생을 행복으로 승화하셨음. 그 해도 흐뭇하게 주무셨는데 새벽에 겨우 눈만 뜨셨음. 그냥 앓으셨음.열도 안나고 진짜로 그냥 쌩병처럼 앓기만 하셨음.철 없던 쓰니는 아버지 얼굴만 삐죽보고 학교간다고 갔고 ㅡ당시엔 한 마을의 국민 학생들이 모두 모여 마을 깃발을 들고 일렬로 줄 지어 산길.논길.기차길 지나 십리를 걸어 등교를 했음 ㅡ그러므로 개인 등교는 불가! 학교 교문을 통과하려면 교문 앞에 있는 6학년 학생 회장이 마을 단위 위반 사항은 없는지 다 왔는지 확인하고 통과.그대로 교실로 가느냐!ㄴㄴ 일렬로 주욱 나래비^^서서 국기를 보고 국민의례를 하고 나서야 교실로 입장 가능 했음.학교가 가까워지면 새마을 운동 노래소리가~~~~~ 지금도 그 노래를 힘차게 부를 수 있음! 그러기를 쓰니 기억엔 한 달이 넘었던거 같음. 버스를 타고 두시간을 가야 겨우 갈 수 있었던 병원엘 다녀오셨음.동네 이웃 아저씨가 리어카에 태워ㅡ자전거에 못 앉으셨음ㅡ버스 정류장까지 모시고 가셨고 버스에는 엄마랑 동네 아저씨.기사 아저씨가 겨우 태우셨다고 들었음. 3일 만에 겨우 오셨는데 병명은 커녕 더 말라서 오셨음.식사는 커녕 말씀도 못 하셨음.5언니랑 2.3오빠들은 한숨과 눈물바람이었고 엄마는 병간호랑 농사랑....ㅠㅠ 쓰니는 하교 후 시키지 않아도 아버지 옆에서 팔ㆍ다리 주물렀음.어느날 문득 보니 아버지 입이 바짝 말라 입술이 하얗게 일어나 있는걸 보았음.아버지 머리 맡에 엄마가 놓고 간 미음도 그대로 있었음. ㅠㅠ 쓰니는 부엌으로 갔음.석유 곤로에 불을 붙여 물을 끓여야 겠는데 성냥이 너무 무서웠음.커다란 성냥갑을 쥐고 성냥을 팍 그어야 되는건 알겠는데 불이 확 일어나는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워 수십번 시도 했음.나중에는 눈물도 났음.석유 곤로 심지는 우측으로 당겨서 최대로 키워 놓은지 오래인데.... 성냥만 그으면 되는데...아버지는 목이 말라 입이 다 탔는데...엄마는 가을 밭농사 추수에 바쁘셔서 돌아오실려면 멀었는데..... 궁즉통!쓰니가 할 수 있다!독하게 마음 먹고 팍! 그었음! 불이 확 오르는 그 순간의 희열은 진짜 인생의 성공점이었음! 양은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엄마가 타던 하얀 설탕을ㅡ눈 표시가 있는 설탕은 귀물이었음ㅡ찾아 서너숟가락 넣고 휘휘 저어 녹이고 찬물에 그릇째로 담가 적당히 식혔음.엎지르지 않게 조심조심 들고 들어가 아버지를 깨웠음. 눈을 겨우 뜨신 아버지에게 설탕물을 한숟갈 두숟갈 떠 먹여 드림.겨우겨우 억지로 삼키셨음.아버지는 억지로 설탕물 한 대접을 드시고 그대로 잠 드셨음.쓰니도 옆에서 잠 들었음.한참을 달게 자는데 웬 여자가 방문을 벌컥 열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공부하는 큰언니의 머리를 쥐고 흔들고 위에서 누르고 무릎으로 큰언니 가슴팍을 쳐대는게 아니겠음! 쓰니가 그 여자를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고 떼어내려해도 무서워 가까이 갈 수도 없었음.쓰니는 그저 악을 쓰고 큰언니를 부르며 울다가 문득 엄마나 아버지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대문인지 방문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좁고 어두운 방안에 촛불이 두 개 켜져있고 시커먼 상자안에 아버지가 누런 옷을 입고 누워 계셨음. 쓰니는 큰언니가 맞고 있는데 아버지가 잔다고 생각해서 막 두들겨 깨웠음. ''아버지!아버지!큰언니가 큰언니가 엉엉''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말을 못하고 한참을 꺽꺽거리자 그제서야 아버지가 눈을 뜨시며, ''막둥아 니 가서 저 촛불 좀 꺼라.정지 가서 살강에 엎어진 물 대접 좀 발라놓고'' 쓰니는 이제는 되었구나,옳다구나 싶어 얼른 촛불을 끄고ㅡ잘 끄지지 않아 몇번을 불어야 했음.머리가 띵 할 정도 였음ㅡ부엌으로 가서 찬장을 보려니 너무 높아 보이지가 않았음. 낑낑거리며 부뚜막에 올라 엎어진 물 대접을 찾으니 저기 구석진 곳에 대접이 있는데 엎어진게 아니라 물이 없었음.순간 쓰니는 엄마가 하던대로 물을 담자는 생각이 들어 우물가로 달려가 우물의 맑은 물을 가득 담았음.부뚜막에 가져다 놓으려고 돌아서니 아버지가 언제 오셨는지 뒤에 서 계시다가 쓰니의 손에서 물 대접을 옮겨 받으셨음.어??아버지가 언제 일어나셨지? 아버지 아픈데? 하는 순간 누가 쓰니를 흔들어서 눈이 번쩍 뜨였음! 어?........... 눈을 떠보니 방안은 어느새 어둑하고 바깥은 소란스러웠음.밭에서 돌아 온 엄마와 오빠들,언니 목소리였음.꿈인가? 비몽사몽....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니 아버지가 일어나 앉으셔서 쓰니를 보고계셨음. ''막둥이가 장하다.다 컸네.'' 엄마는 아버지가 앉아계시자 아이고아이고 연발하시며 우셨음. 저녁을 먹다가 꿈에 큰언니를 봤다고 얘길 했음. 꿈 얘기를 듣던 엄마는 깜짝 놀라셔서 숟가락만 쥐고는 아무말 없이 멍히 앉아 계셨음.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미음이나마 드시기 시작했고 부축하면 화장실까지 다니게 되셨음. 초겨울까지 그렇게 지내셨음. 그러던 어느날 저녁을 먹는데 웬 아줌마가 왔음. 화를 내며 엄마를 안방으로 불렀음. ''올케야 니 진짜로 동생 죽일라고 작정했나?내가 뭐라 카더나?어?화야 보내주라 켔제!큰 가시나가 가야 정신 차릴래!'' 알고보니 그 아줌마는 막내 고모셨음. 쓰니는 처음 봤음.예전에는 출가 외인이고 교통편도 잘 없으니 오가기가 어려웠음. 막내고모가 엄마를 쥐 잡듯이 잡고 돌아가고 얼마 뒤 도시에서 간호원ㅡ당시는 간호원이라 불렀음ㅡ을 하던 큰언니가 빼빼 말라 돌아왔음. 위 궤양이랬음.순식간에 집 안에 미음먹는 환자가 둘.....쓰니도 뭔가 심상찮은 느낌이 들었음. 언니가 집으로 오고 일주일 쯤 되는 날, 새벽같이 일어나신 엄마가 밭으로 안 가시고 어디론가 가셨음.언니가 쓰니를 챙겨 등교 시켰음. 몇 일 뒤 학교에서 집으로 와 보니 집이 매우 시끄러웠음.마당에는 멍석이 펴져 있었고 그 위에 척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아버지와 큰 언니가 앉아 있었음.커다란 상에는 과일이며 떡.과자등이 차려져 있었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아줌마가 방울을 흔들고 다른 아줌마는 징을 두드리며 머라머라 떠들어 댔음.옆에서 엄마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울면서 빌고 있었음. 순간 무섬증이 돋은 쓰니는 방으로 숨었음. 한참을 시끄럽게 두드리더니 우르르 나갔음. 또 한참을 지나니 다시 들어와 부엌에서 안방에서 머라머라하더니 절을 해댔음. 정적....정적........ 쓰니는 기다리다가 잠 들었음. 새벽에 일어나보니 문갑위에 빨간 구두와 색동 한복이 있었음.쓰니 너무 기뻤음! 이게 실화? 설이나 추석도 아닌데!그런데 덥썩 입어보거나 신어보고 싶지는 않아서 보기만 했음. 참 예뻤음.좀 있으려니 엄마가 들어오셔서 한복이랑 구두를 들고 나가셨음.아버지랑 큰언니도 같이 어디론가 가셨음. 색동한복이랑 빨간구두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고 어버지는 다음 날 새벽부터 소 꼴 베러 나가셨음. 큰언니는 한 달 뒤 다시 도시로 나갔음.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맏며느리상이었음. 후일 큰 언니가 얘기했음. 쓰니의 막내고모는 쌍꺼풀이 짙고 눈빛이 요요했음. 닭띠임.쓰니랑 ×3 띠동갑임.시집을 보내놨더니 늘 아프다 했다함.일도 못하고 집안 살림만 겨우 할 정도.신병이었는데 죽어도 내림 굿은 안받겠다해서 평생을 시름시름 앓았다함.일찍 가셨음. 아버지가 갑자기 아픈지 두달 즈음 장날에 장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더라함. 동생이 아픈 이유는 죽은 둘째 딸이 아버지를 못 놔서 그러니 저승으로 보내주라고 했다함. 엄마는 말도 안된다 화야가 얼마나 착했는데 형님은 화야를 본 적도 없는데 무슨 소릴 하냐.... 아버지 병세가 심각해지자 막내고모가 집엘 찾아 왔었고 경고하길,큰 딸까지 끼고 가려하니 얼른 보내주라고 했다함.그러다가 진짜로 큰 언니가 아파서 집으로 오자 하는 수 없이 고모에게 갔고 고모가 무당을 소개시켜줬다함. 그 무당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이고 아버지.화야가 보고 싶어 그렇게 불렀는데 오지도 않고!은가도 너무하네 엉엉.구두 사준다고 하고는 사주지도 않고 엉엉'' 그러더라함.그러더니 아버지를 딱 보고는, ''가다가 왔구믄!딸이 잡았네.맹랑한 닭띠년이 있네.고집이 황소라 허이고 사자도 졌네졌어.평생 그딸한티 뭐라하지 말고 건드리지도 말고 기울지도 말고 딱 보기만해라'' 굿을 크게 하고는 빨간구두랑 한복을 사서는 애장터에서 아버지랑 큰 딸이 태우라해서 태웠다함. 엄마는 굿하면서 얼마나 우셨는지 모른다함. 먹고 살기 바빠 죽은 딸 가슴에 묻고 돌아보지 않은게 한이었다함.기억 나시져? 1편.6살 쓰니 사건. 사실 그때 아버지는 가슴에 묻은 둘째 생각에 구두를 샀는데 쓰니에게 들켜서 그걸 쓰니가 신고 다녔음.쓰니가 누구임? 뭐....울고불고...두다다 다리 구르고.....게임오버.... 구두 끈을 고정시켜주는 죄임고리가 딸랑거리는 구두를 신고 걸어가면 근동의 여아들이 다 쳐다봤음! 엄마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 조왕신에게 문안했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좀 소홀했다함.그 사건 이후는 명절은 당연하고 동지.대보름에도 간단한 상을 차려 절하고 빌었음.기도 내용은 한결 같음. ''자식들ㅡ이름 일일이 부르며ㅡ마음먹은대로 뜻 먹은대로 이루게 해주소서'' 버석하게 마른 손으로 싹싹 비시는 소리가 참 편안했음. 엄마의 한결같은 기도로 그 많은 자식들 다 건강하고 뛰어난 인재로 자랐답니다. 훗!쓰니는 언니.오빠들 아무도 안건드립니다. 쥐 박을라치면 엄마가 그러시죠. ''막둥이는 뭐라하지마라~'' 막둥이 파워 개파워라고 큰언니가 맨날 꿍시렁댑니다. 글케 꼽으면 지가 꿈 꾸시던지~~~~^^;; 쓰니는 이후로 꿈 안 꿉니다! 개꿈은 가끔.....
구신과 어린 시절을 1
퇴근 후 넘 더워 지치고 입맛도 없고 뭐 반찬할게 없나해서 전통 시장에 갔습니다.쓰니는 전통 시장을 좋아합니다.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쓰니도 기운을 받아 살맛나거든요. 이 폭염에 좌판 야채할머니.살구아주머니.건미역아저씨.건너편 떡가게 사장님.다들 부채질 하면서도 열심히 팔고 계시더군요!평소 자주 가는 해물집에서 살아있는 조그만 문어 3마리를 만원에 딜,싱싱한 자청파 석단에 오천원에 준다길래 할머니 떨이하시라고 만원치 여섯단.두부집에서 방금 한 뜨끈한 두부 한모 사고 방금 갈고 있는 콩물 원액 오천원치 사고....택시도 아니타고 버스로 귀가.......... 더위로 땀 삐질삐질 흘리며 검은 봉다리ㅋㅋ에 행복 넣고 집에 와서는 철퍼덕.........다시는 이런 짓 말자! 에라 모르겠다고 뻗어 쉬다가 파김치 담고 문어 삶아서ㅡ무 토막 크게 넣고 녹차 가루 약간 넣어 삶으면 와우!ㅡ진짜 참기롱 또로롱 붓고 소금 넣어 찍먹! 뜨끈한 두부는 파간장에 찍먹, 보양했습니다. 크! **산*막걸리 한 잔 쭈욱~~~~이 막걸리가요,진짜 어릴때 촌 술도가에서 빚던 그런 맛이예요!일반 막걸리랑 차원이 달라요! 마지막으로 국수 삶아 콩국수 맹글어서 호로록호로록~~~~ 먹고나니 기운이 솟아 글 시작해 보렵니다. 그동안 암울한 무섭지도 않은 얘기 좀 지겨웠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쓰니의 어린 시절.떵인지 된장인지 모를 그때의 얘기를.무섭지 않습니다.뭐 그냥 그럴걸요. 쓰니가 대여섯살때로 추정됨.취학 전이었고 기억에도 어렸었던것 같음. 쓰니는 앞에도 산.뒤도 산, 옆도 산...요런 깡촌에서 살았고 마을 입구는 한참을 나가야 삼백년 넘는 팽나문지 뭔지 모르는 나무ㅡ포구나무라 불렀음ㅡ가 두 그루 서있는 ㅡ당산나무ㅡ그런 곳 이었음. 때는 한창 모내기 시즌이었고 언니 오빠들은 학교 갔고 쓰니는 모줄 잡을 자격도 안되어 막걸리 주전자 들고 엄마 따라 새참을 날랐음.모꾼이 열서너명 넘으니 새참이 장난 아녔음.빨간 다라이에 음식이랑 그릇 담고 리어카에 실어 동네 아지매 두셋이랑 길이 닦인 곳까지 싣고 가면 산 밑에서 리어카 세우고 빨간 다라이 한 개씩 이고 한 줄로 계단 논을 타고 올라감.쓰니랑 여럿 애들은 아주 중책을 맡음.네,글쵸 막걸리 주전자 운반. 그 당시는 거개가 천수답이었고 계단식이었음.그러니 제일 위 논부터 모를 심고 다음 논으로 농수를 보내서 또 심고..... 하루 종일 땡볕에 엎디어 모를 심었더랬음. 우리 집 새참은 팥칼국수 였음.쓰니 지금도 팥칼국수 환장 함.논 근처 소나무.떡갈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먹는 새참은 행복한 기억임.바람은 시원하고 초록은 깊고 새소리 청아함. 뻐꾸기 소리도 요란 함. 잘 보면 큰 소나무위엔 커다란 부엉이가 눈 부릅뜨고 꼼짝도 안 하고 포스를 뿜뿜 함.노란눈이 부리부리 함.부리부리 박사가 떠오름.꿩이 푸드덕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풀 향.짙은 소나무향이 실려오면 다들 한 잠씩 주무심.애들은 심심하니 고랑창으로 내려가 물놀이하거나 가재.참게 잡고 물고기 잡고 놈. 그런 경우 모내기하는 집의 아이가 대장이되어 편을나누거나 무엇을 할지 결정할 권한을 가짐. 요때부터 권력을 이해함. 그날도 서너명 친구들이 잔심부름과 막걸리 담당이었고 새참 먹고는 자유였으므로 고랑창으로 다 내려갔음.물은 맑고 차갑고 바위보다는 조금 작은 돌멩이로 이루어진 고랑창이라서 놀기가 더 쉬웠음.작은 돌멩이가 많고 가장자리는낙엽이 썩어서 진흙토가 되어 비단보같은 이불이 되어있어 그 보드라움이 이루말할 수 없음. 조그만 발들이 우다닥우다닥 꿀렁꿀렁대면 밑에서 망중한을 즐기던 치어.새우애기들이 에고고 놀라서 도망가면 그걸 잡아볼거라고 ㅋㅋ 난리~~~ 새우애기들은 몸이 물같이 맑고 아주 작아서 아이들 눈에나 보이지 어른들은 보지 못함.고 조막만한 손으로 뽈솜뽈솜, 대여섯 손들이 우르르푸르르^^ 고랑창을 따라 올라가면서 참게 잡을거라고 바위 구멍마다 강아지풀을 쑤셔 넣었으며 물봉선화 사이사이 숨은 물고기가 있나 살폈음.가끔 물뱀이 지나가도 그러려니 함.물뱀은 독이 없음을 촌애들은 잘 알고 있음. 한참 놀다보니 붓꽃이 가득 피어있는 곳까지 올라갔고 보라색 붓꽃은 무리를 지어 죽죽 곧게 뻗어있어 심히 예뻤음.몇개 꺽어볼까 싶어 조심조심 큰 바위를 겨우 타고 올라 가니 웅덩이처럼 고인 물에 엄청난 크기의 다슬기가 새까맣게 노닐고 있었음.이거슨!심본거나 다름 없음!보통 다슬기는 깊은 강물에 살아야 알이 굵고 맛이 좋고 흐르는 계곡에는 잘 살지 않음.어른들은 농사에 바쁘니 다슬기 주우러 갈 시간이 없고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은 되어야 강물에 들어가서 잡을수 있어서 귀한 반찬이었음.특히 쓰니의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셨음.언니들이 주말에 강에 내려가서 한소쿠리 잡아오면 매우 행복해 하셨음. 그러나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잡기는 어려워 그렇게 굵지는 않았음. 쓰니는 기뻐하실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며 다슬기를 잡았음.아니 줏었음.씨알이 얼마나 굵은지 두세개 집으면 손이 꽉 찰 정도였음.그런데 잡긴 잡았는데 담을 그릇이 없어서 고민끝에 쓰니가 입고 있던 나일론 빨강 치마를 벗어 보따리 삼아 잡았음. ㅋ 쓰니가 어렸을때 삼각팬티 이런거 없었음.반바지같은 나일론 속바지 그런거 였음. 쓰니 나름 귀여웠음.짧은 몽실이 머리에 눈 쪽 찢어지고 코는 복코지만 콧대는 있었고 입술은 앙증 맞은 촌 애기 였음.ㅋㅋ 그렇게 엄청 잡고 있는데ㅡ이걸 들고갈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ㅡ갑자기 바위 위에서 언니가 쓰니를 부르는거임. 언니는 바위에 우뚝 서서 손을 휘휘 저었음. "쓰니야!그거 잡지 마라.그런 물에 자라는거는 쓰서 못 묵는다'' ''은가야,이거 아부지 좋아하는데.싫다고!쓰니는 잡을끼다'' 쓰니 별명이 황소고집이었음.쓰니의 엄마가 엄하셨는데도 쓰니 고집을 못꺽어 혀를 내두르셨을 정도임.지금도 형제들은 저거저거 저 황소고집쟁이라며 혀 끌끌차고 미리 포기해주심^^ 쓰니가 싫다며 도리질하고 계속 다슬기를 잡아 너럭 바위에 펼춰 둔 빨간치마에 던졌음. 따가운 초여름 햇살에 먼저 잡은 다슬기가 말라가자 언니가 무섭게 을러대며 잡은 다슬기 다 버리라고 고함을 질러댔음! 그런데 포기하면 쓰니 별명이 황소고집이 아님! 진짜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검고 윤이 반들반들나고 싸알이 굵었음.성인이 된 지금도 그 정도 크기의 다슬기는 본 적이 없음! "그거 버리라고!!!!!!!'' 갑자기 바위위에 있던 언니가 순식간에 휙하고 너럭바위로 날듯이 건너왔음. 무섭게 인상쓰며 당장 버리라고 고함을 질러댔음. 쓰니는 물 안에서 멍하니 언니만 쳐다봤음.그렇게 화 내는 언니를 본 적이 없었음! 고함을 지르는데 입만 보이고 귀가 아플 정도의 큰소리를 내지르니 온 산이 우렁우렁 울렸음 ㅠㅠ.네! 글쵸 가만 있음 쓰니가 아니져...평소 화 안내고 잘 놀아주던 언니가 쓰니에게 고함을 지르자 분해서 언니보다 더 크게 악을 쓰고 울어 댔음!물에 철퍼덕 주저앉아 발을 내지르며 손에 쥐고 있던 다슬기를 언니에게 집어던지고 패악을 떨었음.얼마나 울었을까 지친 쓰니가 실눈을 뜨고 언니쪽을 바라보니 언니가 없었음. 잉? 은가아~~~부르며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언니를 찾아 둘러보니 언제 또 저기 저 바위까지 갔는지 저 큰 바위 위에서 쓰니를 보곤 올라오라고 손 짓을 했음. 쓰니는 잡은 다슬기를 다 놓아주고 ㅡ그 와중에 아깝다는 생각이....계속 되었음ㅡ언니 따라 위쪽 고랑창으로 올라갔음.그렇게 또 올라가니 언니가 보라색 붓꽃도 꺽어주고 무엇인지 모르지만 열매도 따줬음.조금 더 올라가자 산가에 있는 큰 밤나무위로 언니는 올라 갔음.쓰니는 키가 작아 올라갈 수도 없고 높은 곳을 무서워해서 나무 아래 바위돌 근처에서 풀 뜯고 돌멩이 주워서 소꿉놀이 했음.그러다가 문득 아래를 보니 물 안에서 뭔가가 반짝이고 있었음! 쓰니가 바위를 타고 주르르 내려가보자 물안에 십원짜리가 가득 있었음.지금 생각해보면 대충 서른개 정도 였지 않을까 싶음.이거야 말로 보물상자! 신이 난 쓰니는 십원짜리를 계속 주웠음. 두 손 가득 주워서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가다 양쪽 무릎 다 까지고 팔꿈치도 까지고...언니에게 자랑하려고 아픈줄도 몰랐음 ''자.이거는 은가해라'' 당시는 십원이 큰 금액이었음! 아기 손 이었지만 제법 들어 있었을 거임. ''은가는 필요 없다.니 해라.'' 쓰니는 굳이 사양하는 언니에게 쥐여주고 바위 위에서 놀다가 잠이 와서 잠깐 누웠음. 달게 한참을 자다가 문득 추웠음.웅크리며 돌아 누울려고 하는데 누군가 쓰니를 흔들어 깨웠음. 아무리 눈을 뜨려고 노력해도 저 깊은 곳에서 누군가 잡아당기는지 눈이 뜨지지 않았음.귀는 깨어 있어 아버지가 부른다는 것을 알겠고 주위도 소란스럽다는것을 알 수 있었음.쓰니가 웅웅거리자 아버지가 쓰니의 궁디를 사정없이 때렸음. 너무 아파 쓰니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음. 아버지가 쓰니를 안고 등을 쓰다듬어 주심.그때 그 따스하던 아버지 품과 너른 가슴을 생각하면 아!이게 아버지구나 싶음!눈물 남.... 서서히 눈이 떠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날은 어두워져 캄캄했고 전지불을 손에 든 이웃집 아저씨들과 오빠들이 쓰니를 둘러싸고 있었음.어리둥절한 쓰니.이건 뭐지??? 아버지가 쓰니를 업고 고랑창을 내려가는데 한참 걸렸음.진짜 멀었음.칠흑같은 어둠속을 전지불에 의존해서 기다시피 내려 갔음.쓰니는 아버지 목을 꽉 껴안았고 아버지는 두손으로 쓰니가 떨어질세라 업고 큰오빠는 쓰니 등을 받치고.... 그렇게 집에 와서보니 엄마와 언니들은 대문가에서 울면서 종종거리고 있었음.정확한 시간은 알수 없지만 꽤 높은 곳에 걸려 있던 달은 기억 남. 밝은데서 보니 애 팔다리가 온통 상처투성이고 아침에 입힌 빨강치마도 없이 속바지 차림.그마저도 엉덩이 부근이 다 찢어졌고...언니들이 기겁을 하여 대야에 물을 떠와서 방에서 대충 씻김. 배 고프지 않다고 저녁을 안 먹으려하니 아버지가 애 재우라고해서 엄마가 쓰니를 눕혔음.아기취급에 쓰니 속으로 신났음.촌에는 걸어다니면 아기 취급 안함.자력갱생임^^; 살풋 잠이 들었는데 엄마가 쓰니의 머리를 쓰다듬는게 느껴졌음. ''거기가 어디라고 갔을꼬.참말로 희한하네.어른도 거기는 잘 못가는데 애가 홀렸나...'' 그날부터 쓰니 아프기 시작했음.꼬박 이틀을 앓고나서ㅡ쓰니는 기억 못함ㅡ깨어 났다함.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방에 쓰니 혼자 누워있었고 일어나려해도 힘이 없어 일어설 수가 없어 엉금엉금 기어서 마루로 나갔음.멍하니 마루에 누워 있으니 매미소리에 따가운 햇살이 참 좋았음. 마치 한바탕 꿈을 꾼것 같았음. 밭에 다녀 오시던 엄마가 깨어난 쓰니를 보고 호미를 집어던지고 달려오셔서 괜찮느냐고 물어보셨음. 쓰니 옷을 갈아 입히던 엄마가 쓰니 배를 보더니 깜짝 놀라셨음.쓰니 뽈록한 배에만 얼룩덜룩한 오래된 분홍색?옅은 갈색? 반점이 가득 있었음! 언제 생겼는지 물어봐도 쓰니는 모르쇠,가렵지도 아프지도 않으니 당최 모릐쇠... 쓰니 생각엔 일주일정도 그대로 지냈던거 같음.배 얼룩이는 사라지지도 커지지도 않고 그대로 였음. 그러다가 문득 고랑창에서 건졌던 동전들이 생각나서 찾았음.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ㅡ아마 뺏기기 싫어서였던듯함ㅡ안방 바닥 장판 안에 숨겨 두었음.동전이 그대로 있자 신이 난 쓰니는 그 돈을 짤랑거리며 쓰니 베프 집인 점빵으로 갔음. 당시엔 마을에 가게가 없어서 집집마다 두어달 기간으로 순번을 정해서 그 집 창고에서 생필품 정도 팔았음.점빵에 도착할 즈음 학교서 귀가하던 셋째 언니를 만났고 즉시 걸림ㅠㅠ 취조가 시작됨.이 돈 어디서 났냐.... 가난한 농꾼의 자식들에게는 현금이 거의 주어지질 않았으며 확실지 않은 돈은 의심각임! 쓰니 버티다가 사실을 말함. 조용히 듣던 3언니가 쓰니에게 돈을 쥐어주고 집으로 끌고 감.가방을 던진 언니는 쓰니를 끌고 엄마아버지가 일하고 있을만한 곳을 찾아 댕겼음. 산 밑 밭을 개간하시던 부모님은 그 얘기를 듣고 언니는 집으로 보내고 쓰니를 업고 천수답 고랑창으로 가기 시작했음.쓰니가 순순히 갔겠음?네,글쵸.울며불며 악을 쓰고...돈 뺏기기 싫으니.....하도 악을 쓰다가 엄마등에서 떨어질뻔.....사태가 이쯤되자 아버지가 쓰니를 안고 조용히 딜을 시작하심. ''이 돈 주면 다음 장에 아버지가 과자랑 구두 사 주께.이 돈은 니가 쓰면 안 되는기다.쓰면 니 아파서 나중에 학교 못간다.'' ''진짜가?'' 영악한 쓰니는 과자 두개를 딜 했고 오케이 사인받고 얌전히 업혀서 그 고랑창으로 갔음. 그런데 분명 모내기를 한 그 논을 지나도 쓰니가 놀았던 곳이 안 보였음.멀어도 넘 멀고 험해도 넘 험했음.쓰니를 업은 아버지 등이 땀으로 흠뻑 젖고 헉헉거리셨음. 이상하다.쓰니는 이렇게 멀리 안갔는데..... 한참을 올라가자 산에 붓꽃이 보였음.쓰니가 손짓으로 신호를 하자 아버지가 둘러 보셨음. ''고동!'' 쓰니가 손 짓으로 다슬기를 잡았던 웅덩이와 너럭바위를 가르쳐 줌.다슬기는 여전히 많았음! ''니 여서 고동도 잡았더나? 그거 잡아서 어쨌노?'' ''은가가 버리라 해서 버렸다'' ''은가?어떤 은가?'' 순간 쓰니는 분명 언니는 맞는데 딱 꼬집어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계속 은가라고만 얘기했음. ''은가랑 여까지 왔더나? 뭐하고 놀았는데?니 보고 가자 카더나?'' ''반주께미'' 쓰니는 '소꿉장난' 한 마디만하고 위 쪽 산 가까이에 있는 나무들을 가리킴. ''저어 짝 위에서 야를 찾은거 같기도 하고.하도 어둡고 정신이 없어가.....'' 아버지가 긴가민가하면서 위험하게 바위를 타고 넘어 간신히 올라섰음.바위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 봐도 알 수가 없었음.쓰니가 돈을 싹 줏어 왔으니.....^^; 쓰니가 아버지 등을 두드려 큰 밤나무를 가리킴. ''치마'' .... 꽤 높은 나무 가지에 쓰니의 빨간치마 걸려서 나부끼고 있는게 아님! ''니 저 나무에 올라 갔더나?어?'' ''은가가'' 순간 할말을 잃은 부모님의 얼굴.서둘러 쓰니를 내려 놓곤 손에 꼭 쥐고 있던 동전을 원래 있던 곳에 던지라 하셨음.쓰니가 순순히 동전을 물에 통통 던질때 마다 엄마는 두 손 모아 빌며 절을 하셨음. 동전을 던진 쓰니는 절하며 비는 부모님을 보다가 소꿉놀이하던 바위로 갔음. 쓰니가 모아 두었던 예쁜 돌멩이랑 깨진 까만 단지 조각들이 있었음.쓰니가 주우려하자 엄마가 질겁하며 쓰니 손을 탁 치곤 서둘러 업고는, 가자 하셨음. 식구들은 틈만 나면 쓰니 배를 살펴 보곤 했음. 이삼일 지나자 얼룩이덜룩이들이 싹 없어졌음.다음 날 엄마는 팥떡을 하고는 집안 곳곳에 한 접시씩 놓고는 절을 하시며 뭘 그렇게 싹싹 비셨음.그저 쓰니는 맛난 떡을 먹는게 신났음.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쓰니가 철이 들었을때 3언니가 얘기해줘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됨.사실 쓰니는 잊고 지냈었음.^^;; 그날 어스름해서 모내기를 다하고 애들을 찾으니 쓰니 친구들은 고랑창에서 놀고 있더라 함.뭐 집에 먼저 갔겠거니 했다함.촌에서는 여섯살이면 아무도 아기 취급 안 함. 집에 와서 엄마는 서둘러 저녁 밥을 짓고 하교한 언니들은 빨래며 집 청소.오빠와 아버지는 모내기 뒷정리한다고 아무도 쓰니를 찾지 않았다함.그게 당연한게 촌에서는 때가 되었다고 집으로 보내는 집은 없었음.밥은 먹여서 보내는게 정이었음.어딘가에서 놀고 있겠거니..... 다 늦은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하는데 쓰니랑 제일 친한 가의 어머니가 헐레벌떡 오셔서 쓰니를 찾더라함.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온 식구들... ''쓰니 안 왔지요? 가가 밥 먹다가 그라는데 쓰니가 애장터로 올라갔다카는데.....'' ''아이고.갸가 거길 우찌 갔을라고.딴데서 놀고 있겄지요. 거가 어디라고'' ''가가 불러도 올라가더라 카길래.안 왔지예?'' 혹시 몰라 동네 이장님이셨던 아버지는 쓰니를 데리고 있으면 집으로 보내달라고 방송하셨다함.쓰니 방송 탔음! 뭐..그 뒤는...네.구출단이 조직되고...깊은 산 애장터 근처 바위서 자고 있던 쓰니를 밤 열한시 넘어서 발견..... 어쩐지 춥더라니...... 옛날에는 어린이들이 죽으면 묻지 않고 커다란 독에ㅡ아시져? 간장 독 같은 크고 검은 항아리.대신 배는 불룩하지 않다 함ㅡ넣어 주위에 돌을 쌓아서 장사를 지냈다함.그곳이 애기장터 혹은 애장터라 부르는 아주 옛날 옛적부터 있었다함.그산에는 잔잔한 돌들이 엄청 많았음!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으니 자연히 숲도 깊었음. 쓰니가 잡았던 다슬기는...먹는게 아니라함.애장터거라는데...가지고 나가면 꼭 탈이 난다함.실제로 예전에 옆동네에서 다슬기 주워다 먹고 산에서 실족사로 죽었다함. 물에 있던 돈들은 장사지내고 저승 노자돈으로 던져 준거라 함.아니면 누군가 기도하면서 빌었거나.... 암튼 쓰니가 돈을 돌려놓고나자 배의 반점들이 사라졌다함.그리고는 예전처럼 자발자발 말도 잘 하더라 함.쓰니는 기억에 없는데 애가 멍했고 말도 안 하려하고 안 하던 짓을 하더라 함.손가락 빨기! 한가지 이상한것이 있었음. 그 날 우리 집의 언니들은 모두 학교가고 없었다함. 나중 큰 언니가 유학중에 집에 와서 쓰니에게 물어보니 큰언니랑 3언니 닮았고 손등에 흉터가 큰게 있는 언니인데 어디갔어? 라고 대답했다함.큰언니ㅡ대학생ㅡ랑 2언니는 고등학생이라 외지서 유학생활을 했고 1년에 몇 번 볼 수 없었음.그냥 3언니가 언니라하니 언니인가보다 이렇게 생각했음.^^쓰니는 이 언니도 아마 외지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나봄. ''몇 살쯤 되 보였는데?'' ''여섯 살'' 이렇게 말했다함.아니 여섯살인데 언니라고 왜 불렀을꼬? 쓰니는 계속 언니라고 우겼다함. 큰 언니가 놀라 기절하려했다함.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큰언니와 2언니 사이에 언니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여섯살때 홍역으로 죽어서 애기장터에 보냈다함.그 언니가 다섯살때 큰 언니가 국그릇을 엎어서 손을 크게 데었다함.ㅎㄷㄷㄷ 큰언니가 엄마에게 뭐라더니 장롱에서 낡은 흑백 사진 한장을 꺼내 보여주자 쓰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은가다'' 그랬다함.그 사진은 지금도 있음.진짜 이쁜 언니임.몽실이 머리에 한복 차림인데 다소곳하게 두 손을 맞잡고 웃고 있음.그 사진속 큰언니는 사진사를 노려보고...2언니는 살짝 옆모습으로 찍혔음.그 사진을 찍고 서너달 후 심하게 앓다가 아버지 품에서 갔다함.큰 언니는 다 기억한다함. 쓰니가 단번에 콕 집자 큰언니랑 엄마는 우셨음.... 쓰니는 지금도 그 언니랑 놀았던게 기억남.그때의 따가웠던 햇살도.바람도.풀 냄새도. 그런데 쓰니의 빨간치마는 누가 나무가지에 걸어 놨을까? 그 높은곳에서 바람에 흔들리던..... 쓰니가 만났던 언니는 누구였을까요?
구신과 어린 시절을 8
"모든 것을 운명이라고 말하지 마라. 네가 운명의 꼭대기를 밟고 서지 못하면,운명이 네 머리 꼭대기에서 널 짓누를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좋은 날을 보내려면 나쁜 날도 견뎌야지. 그것도 잘 견뎌야 한다" 책을 읽다가 퐈악 꽂힌 내용이라 인용해봅니다. 누구에게나 왜 나만? 이런 순간이 있겠지요? 마음이 무겁고 내가 짠하게 느껴지고.... 이런 글귀가 왜 와 닿는지....막막 느껴지고........ 날씨탓이라고 하하.....변명도 하고....... 깡촌은 어디에나 산이 많지요.쓰니가 어렸던 시절에는 연탄을 때는 집이 없었어요. 그 귀한 검은 다이아몬드는 도시에나 있었지요. 우린 모두 공평하게 가난했답니다. 겨울을 따스하고 풍족하게 나려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땔감을 마련하는 일이죠. 겨우내 방을 따뜻하게 하고 소죽을 끓이고 밥을 해 먹으려면 가을부터 장작을 패어 뒤란에 산처럼 쌓아 놓고 겨우내 말리면서 사용하곤 했답니다. 장작은 어른 몫, 불쏘시개 마련은 어린아이들 몫이었죠. 가을이 무르익어 어깨의 햇볕은 뜨거우나 스쳐가는 바람이 소슬하면 여아들은 갈쿠리와 새끼줄을, 남아들은 갈쿠리와 새끼줄, 그리고 낫과 지게를 준비하여, 친한 애들끼리 암묵적으로 서로 겹치지 않게 이 산 저 산으로 땔감이 많은 곳으로 몰려갑니다. "나무하기"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놀이같은 즐거움이 있었죠. 걔중에 제일은 노랗게 익어 소복히 쌓인 솔잎이 제일 인기 많고 하기 쉬운 나무하기 였죠.왜냐면 갈쿠리로 긁기만 해도 되니깐요. 얼른 큰 베개 서너개 정도의 양을 긁어 놓고 주위를 뛰어다니며 가을 열매를 따 먹거나 계곡에서 가재잡고 겁나게 뛰어 놀던 그런 시절의 얘기 입니다. 오늘은 쓰니 얘기는 아니고요 막내 고모얘기임다. 엄마를 졸라 어릴때 ㅡ중학생ㅋㅡ무릎을 베고 들은 얘기임다. 막내 고모는 어릴때부터 말이 없었고 혼자서도 잘 놀고 그랬다함. 집을 감싸고 있는 대나무 밭을 좋아하여 혼자 거기서 하루 종일 놀기도 했다함. 본가는 제법 큰 기와집 이었고 뒤로는 엄청 넓은 대나무 밭과 산이 있었다함. 고모는 동생을 업고 다니며 ㅡ쓰니 아버지ㅡ혼자 놀기의 진수를 잘 보여주었다함. 예전 할아버지 젊은 시절에는 집에 머슴이 둘 있었음. 부엌 살림을 돕는 하녀도 있었음. 상머슴과 부엌 하녀 금아는 할아버지가 맺어 준 부부였고 그 사이에 가생자 아들도 있었음. 상머슴의 아들이 대엿살 무렵 어느 겨울 끝자락 사이 봄 날 머슴 ㄴ과 하녀 금아가 사라졌음. 대식이라 불리던 아들과 상머슴 남편 , 그녀의 낡은 무명 치마저고리 모두를 남겨두고.... 도시에서 유학중인 큰 아들에게 보낼 예정이던 소를 팔아서 마련한 큰 돈도 그들과 같이 사라졌음. 그들이 사라진걸 발견한 할아버지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을 찾으러 다녔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음. 이후 그렇게 우직하고 성실했던 상머슴은 거의 미쳐서 날뛰기 시작했음. 주인ㅡ할아버지ㅡ에게 대들기.술 취해서 일 안 하고 퍼져서 자기.동네 주민들과 주먹질 하기.대식이 때리기가 하루 일과 였음. 돈도 잃고 사람도 잃은 할아버지는 그동안 쌓은 정리가 있어 차마 대식이 부자를 내칠 수 없었음. 그들이 사라진 한 달 뒤 어느 날 낮술에 취한 상머슴이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고 마누라 찾으러 갈거라고 날뛰었음. 말리다가 혼 내다가 견디던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또 시작이구나 저러다 술 깨면 죄송하다하면서 울며 빌겠지 싶어 포기하고 논밭으로 일하러 갔음. 그런데 상머슴은 돌아오지 않았음. 할아버지가 수소문하였으나 봤다는 사람이 없었음. 곧 오겠지....하며 거의 포기하고 기다리게 되었음. 세월이 흘러 나무하러 간다고 지게지고 나간 열살 대식이가 어둠이 내렸는데도 돌아오지 않았음.같이 나무하러 갔던 동네 애들을 불러서 물어보니 그날따라 나무가 많은 안도장골로 가자고 대식이가 주장하여 갔다함.안도장골은 제일 멀고 험하고 깊어 알짜배기 산이라 일찌기 나무 한 지게를 해놓고 빨갛게 익은 뽈뚝을 따 먹거나 새까맣게 익은 산머루를 주머니주머니에 가득 따서 먹으면서 놀았다함. 그러다 심심해서 무덤을 미끄럼틀 삼아 슬라이딩도 하다가 숨바꼭질도 했다함.한동안 신나게 놀다가 날이 어둑해지자 서둘러 지게를 지고 내려왔는데 같이 간 대식이가 없음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함. 오겠지 싶어 기다렸으나 일곱시가 되어도 오지않자 횃불을 마련하여 앞집,옆집 사람들이랑 대식이를 찾으러 안도장골로 출발했음.늦가을 일곱시면 완전 암흑임.특히 산골은 해가 빨리 지므로 더 어두움. 어른들은 같이 나무하러 갔던 앞집 쌍식이랑 쌍묵이 쌍디 형제를 길라잡이 삼았음. 안도장골 입구 즈음부터 꽹과리를 두드리며 횃불을 돌리며 대식이를 부르며 갔음. 무덤가, 바위 뒤, 낭떠러지, 계곡 등을 뒤졌으나 애들이 분명 나무를 한 짐해서 저기 큰 상수리 나무 아래 대식이가 지게를 세워 놓았댔는데 대식이도 나무 짐도 없었음. 매일같이 할아버지와 함께 동네 어른들은 안도장골뿐만 아니라 바깥도장골, 바구배미골 등등 골골이 찾으러 다녔음. 그러나 대식이는 커녕 지게, 작대기,낫도 없었음. 산짐승이 물어갔으면 지게라도 있어야지....도망을 갈 것이라면 무겁디 무거운 나무짐은 왜 지고 갔겠나.... 그러기를 일주일이 지났음. 산너머 친척집에 상이나서 지름길로 가려던ㅡ도장골을 타고 넘어가는 길이 지름길임ㅡ 쌍디 아버지가 지게를 진 대식이가 무덤가에 멍하니 앉아있는 걸 발견해서 데려왔음. 대식이 지게에는 그 날 한 나무 짐이 그대로 얹혀 있었음. 쌍디 아버지가 아무리 물어도 대식이는 대답을 안 했음. 안색이 좀 창백한거 빼곤 괜찮아 보였음. 심지어 부고 소식을 전하러 온 산너머 심부름꾼이 지게를 대신 지고가겠다했으나 거절의 뜻도 비치지 않고 그 큰 나무 짐을 지고 그 험한 산길을 잘도 내려가더라고 말할 정도 였음. "안상 어르신요! 대식이 델꼬 왔어요!" 이른 저녁 준비를 하던 할머니와 방앗간을 손 보던 할아버지가 놀라서 달려와 애를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봤음. 그러나 대식이는 멍하게 저어기즈음~~ 마당끝만 쳐다봤음. 대청 마루에 걸터 앉아 이 상황을 지켜 보던 아홉살 먹은 막내고모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마당에 팥 타작을 하고 놓아둔 가마니에서 팥 한 줌을 꺼내 대식이 얼굴에 확 뿌리며 괴성을 질렀음. "여기는 이제 니가 있을 곳이 아니야.나가!나가!나가라구!" 어른들이 깜짝 놀라 고모를 말렸으나 고모는 서너번 더 팥을 가져와 휙휙 뿌렸음. "안 가면 물 밥도 못 얻어 먹는 그런 구신으로 만들끼다!가!가!어서 가! " 그러자 갑자기 대식이가 오른쪽 눈에 경련이 오는지 찡긋찡긋 하더니 오른 쪽 눈을 부여잡고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마당을 데굴데굴 뒹굴다가 "억" 하며 뻗었음. 놀란 어른들이 대식이를 두드리며 깨우려고 물을 끼얹고 아무리 주물러도 깨어나지 않았음. "안 죽어! 눈은 뺏겨서 빙신됐지만. 애 머리 맡에 팥떡이나 올려줘!" 야멸치게 한 마디 내뱉은 고모는 방으로 들어가버렸음. 팥떡 한 접시와 한고봉 담긴 수수에 꽂힌 초를 세 번 갈고 그 초가 다 녹도록 내리 자던 대식이는 3일 후 깨어 났음. 그동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막내고모를 종아리 쳐서 사랑방에 가두었음. 3일째 되던 날 밥상을 가져 온 언니고모에게 막내고모가 말했음. "소 들어 와" "가시나 그리 쳐 맞고도 정신 못 차리나!" 그러자 그 큰 눈에 눈물이 어리더니 "금아 갔어 이제.소 들어 오거든 고기 꽁다리에 물밥이라도 말아주고.머심 들어올라 방앗간 입구에 엉개 두 뿌리 심고" "엄마야...이기 단디 미칬는갑다.우짜노...." 언니고모가 대경실색하여 할머니를 부르며 달려 갔음. 머리 맡 상에 초를 갈아야 되나?, 혹 깨어 났나? 싶어 대식이를 보러가던 할머니가 그 모양을 보고 혀를 찼음. "어무니.이쁜이가 소 들어온대!" 막내고모는 본명으로 불리지 않았음. 순하고 예쁘고 딸 중 막내라서 이쁜이라고 불렸음. 그 순간 문간방 문이 열리며 대식이가 엉금엉금 기어나왔음. 기어 나온 대식이를 보고 할머니는 기절할뻔 했음.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한 모습으로 자던 애가 갑자기 비쩍 마르고 누렇게 뜨서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습이었음!게다가 오른쪽 눈은 흰자만 있었음! "니 와이카노? 니 괘한나?" "아지매. 내 배 아파예.똥 눌랍니다..." 그러더니 비틀비틀 변소가 있는 쪽으로 기어가다가 픽 쓰러졌음! 식겁한 할머니는 고민할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쓰러진 대식이를 문간방으로 옮기고 사랑방에 갇힌 막내고모를 불렀음. 할머니는 막내고모가 시키는대로 물밥을 말아서 부엌에서 늘 쓰는 큰 식칼로 휘휘 저어 식칼을 숟가락 삼아 문간방 주위에 뿌렸음. 곧 대식이는 깨어났고 할머니는 칼을 입에 물고 뿌리고 남은 물밥을 대식이에게 한모금 먹였음. 그러자 대식이는 곧장 똥을 누기 시작했음. 무려 일주일동안 흙똥을 쌌음.그러자 배가 완전 꺼졌고 누렇던 안색도 돌아왔음.그러나 오른쪽 눈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음. 그날 대식이는 동네 애들과 나무를 다 하고 나서 숨바꼭질을 했음. 어느덧 술래가 되어 애들을 찾으러 다녔음. 한참을 찾았는데도 애들이 어찌나 꽁꽁 숨었는지 아무도 찾을 수 없었음. 찾다가 지치고 화도 나고하여 집에 가야겠다 싶어 지게를 지고 산을 내려가던중 그날따라 나무짐이 너무 무겁고 다리에 힘도 빠져 잠깐 나무에 기대 쉬었는데 잠이 들었음.한참 달게 자는데 엄마가 깨웠음. "식아,식아~~~인나라 집에 가자" 하얀 행주치마를 두른 엄마를 따라 집에 갔음.예쁜 엄마가 해주는 고기반찬에 쌀밥에 따끈한 고기국이 너무 좋았음. 밤이 되면 엄마는 토닥이며 재워주고 꼭 안아서 같이 잤음. 그렇게 며칠을 보내자 살살 걱정이 되었음. "고마 인제 가 볼랍니더" "식이 니 가뿌모 내는 우짜노?몬간다.아님 내도 델꼬가라" 그 순간 대식이는 같이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저었음. 대식이가 거절하자 엄마는 화를 냈다가 달랬다가 고집을 냈음. 그래도 끝내 승낙을 안 하자 슬픈 눈을 한 엄마는 허리춤에서 낡은 비단보따리를 내밀었음. "할 수 없네... 그람 이거 니가 갖고 가라.너거 아부지한티 들키믄 안 된다 알겄제?어서 가라.오늘 가야된다!너거 아부지 곧 올끼다" 엄마는 갑자기 허둥지둥 비단 보따리를 나무 짐 속에 단단히 넣어주고 지게를 매도록 했음. 놀란 대식이가 지게를 매고 허둥지둥 문밖을 나오자마자 시퍼런 낫을 들고 얼굴에 피를 잔뜩 묻힌 아버지가 나타나 낫을 휘두르며 대식이를 무섭게 얼렀음. "그거 인주고 가라!그거 내끼다!" 대식이는 절대 뺏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재빨리 도망치려했으나 나무짐이 잡혔는지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음. 아버지랑 몸싸움을 하는데도 엄마는 나와보지도 않았음. 휘두르는 낫을 피하며 몸싸움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무서운 얼굴로 아버지의 낫을 뺏으며 고함을 질렀음. "이기 니 꺼가? 내사 갖다 줄란다! 내는 도둑년 아닌기라!" 엄마는 무서운 얼굴로 아버지의 낫을 홱 뺏아 던지고 갑자기 대식이에게 확 달려들었음.그순간 대식이는 온 몸이 너무 아팠고 특히 눈이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르다가 기절을 했음. 꿈결에 배가 너무 아파 똥을 누어야 살겠다 싶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문간방에 누워있었음. 대식이의 말을 듣고 난 할아버지가 뒤곁에 던져둔 나무짐을 끌렀음. 갈쿠리로 야무지게 착착 챙긴 솔잎 두 단을 걷어내자 원래는 붉은 색이었던 비단 보따리가 다 낡은 분홍색이 되어 들어있었음. 할아버지는 그 낡은 비단 보따리를 차마 풀지도 못하고 덜덜 떨며 쓰다듬으며 우셨음. 며칠 뒤 거한 상을 차려서 제사를 올리고ㅡ제문까지 읽었음ㅡ대문가에 엉개나무를 양쪽에 심으셨음.ㅡ음나무 임다. 대식이에게 쌀밥에 고기국을 한동안 먹여 기운을 차리게 한 할아버지는 대식이를 앞세워ㅡ안 가겠다는 애를 학교 보내준다고 꼬셨음ㅡ동네 어른들과 안도장골로 갔음. 세번은 실패했음.다행히 네번째에 우거진 나무 사이로 살짝 벌어진 동굴 입구를 발견했음.서너평 되는 동굴 안에는 이미 백골이 된 사체 두 구와 솥 등이 있었음. 백골 둘 다 머리가 깨져 있어 사인이 짐작 되었음. 너무 궁금해진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설득하여 막내고모에게 물어보자 했음. 소 두마리를 판 거금이 들어왔음. 그날, 대식아범이 우시장에 소를 몰고 할아버지와 같이 갔음. 그 주에 내려 오겠다던 큰 아들이 못 온다고 전보가 왔음. 그 돈은 붉은 비단 보자기에 싸여 안방에 꽁꽁 숨겨졌음. 돈 욕심이 난 대식아범은 금아를 밤마다 괴롭혀 돈을 훔쳐내어 도망가자고 계획을 짰음.밭에서 계획을 짜던 중 어쩌다가 약간 어리버리한 ㄴ에게 들켰고 급히 계획을 수정하여 둘이 먼저 연분나서 도망을 간 것처럼 하자...곧 내가 미친 척하고 찾으러 가는 시늉을...하겠다..... 산에 나무하러 다니다가 발견한 동굴에 둘은 숨어지내고 대식아범은 미친 척 찾으러 돌아다니는 시늉을 하면서 밤에 가끔 양식을 가져다 줬음. 머슴 ㄴ이 금아를 욕심내어 덤볐고.... 금아는 돌을 집어 ㄴ의 머리를 찍었고....마침내 때가 되어 대식아범이 올라와보니 썩어가는 ㄴ의 시체 앞에서 정신 나간 것 같은 마누라를 보았음. 괜찮다고 달래어 돈 들고 도망가자 했으나 금아는 돈을 돌려줘야겠다 했음. 결국 설득하다가 실패하자 화가 난 아범은 금아를...... 그런데 죽이고보니 숨겨두었던 돈이 그 자리에 없음을 알게되었음.돈을 찾아서..... 찾고 또 찾다가....금아 귀신을 만났는지.....미친건지....어디로 간 건지..... 사실 막내고모는 어릴때부터 혼자 벽보고 중얼거리며 뜬금없이 이상한 얘기를 하곤 했음. 어느 날 대식이를 어르는 상머슴을 보고는 "천상 죄값이로고"이랬다귀... 금아보고는 "손 타.도망가" 대식이의 엄마가 집안의 큰 돈을 훔쳐 달아나자 괘씸했던 할아버지가 대식이 부자를 쫒아내려하자 "소 등 타고 올거야"그랬다귀..... 양반 집 애기씨가 이상한 소릴 해대니 할아버지가 엄청 종아리를 치셨다고 함.할머니는 내내 우시고. 결국 막내고모를 늦게 어느 가난해서 장가도 못 간 노총각 양반에게 엄청난 지참금을 쥐여서 6.25 일어나기 3년 전 해에 시집을 보냈으나....그 해에 고숙 급사. 그러자 시가에서 며느리 불쌍하다고 저고리 끝을 잘라서 보냈음.ㅡ혼수로 가져간 재물은 안 돌려주었다던데ㅡ 6.25 일어나던 해에 재취로 가난한 농군에게 시집을 보내고 인민군이 쳐 들어와 인민의 적이라며 기와집을 태웠고 그걸 보신 할아버지는 충격을 받아 눈 감으셨다함. 막내고모는 평생을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음. 대식이는 할아버지가 키웠음.학교도 보내주고. 오른쪽 눈은 결국 .... 완전 흰자만 보였다네요. 중학교까지 보내주려고 했으나 본인이 안 가겠다고 했답니다. 14세 되던 봄에 꼴 베러 가려 던 대식이를 막내고모가 불러서 오늘은 꼴 베러 가지말고 학교 가라고 했는데 싫다고 바지게에 낫을 얹고 휭하니 나가더니 그 길로 독사에 물려 죽었다네요. 막내고모가 꼴 베러가는 대식이를 보고 혀를 차며 "명이 니를 밟고 섰구나!전생에 빚은 갚았으니 되었다" 대식이는 귀신에 홀린 이후부터 약간 어리버리해졌고 그렇게 식탐을 부렸다구 하네요. 봄이 되자 대문가 양쪽 엉개나무가 새순을 슥슥 피워냈고 그걸 본 대식이가 입맛을 다시길래 막내고모는 호통치며 먹으면 안 된다고 번을 서듯 감시를 했으나 결국 밤에 몰래 따 데쳐서 된장에 찍어 먹었고 다음 날 꼴 베러 가서 독사에 물렸다네요.귀신 막는 나무를 건드렸으니...... 너무 길었어요....... 읽어내느라 피곤하시겠어요........ㅠㅠ 지송함다....좀 더 짧게 쓰는 법을 익힐께요..... 코로나보다 무서븐 구신 얘기였나요? 금아가 돈을 어디 숨겼는지 알아채셨는지요?
길지않은 이야기들 1
임시저장 카드가 몇 번이나 증발하여 화딱지 났습니다. 으아앗!!!!!! 어디에 하소연이라도 하고픈 마음인데 할 곳이 없어서 모두 용서하는것으로 ㅎㅎ 그냥 새로 작성하기로ㅠㅠ했습니다. ------------------------------------------------------------------------------------------------------------ *1* 예전에 후배랑 "검은사제"? -김윤식님이 퇴마 의식을 하는 신부님으로 나왔던 -를 보고 나누었던 얘기를 할께요. 톡방에서 잠깐 언급했었던 내용이라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그날은 날도 흐릿하였고 근무중 내내 후배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어 무슨 일이 있는듯하여 저녁을 먹자는 후배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음. 결혼을 한 후배로 전 날 밤에 부부대전을 크게 했다함. 싸움의 발단은 서방이랑 치맥하러 가는 도중에 받은 시동생의 전화 때문이었음. 시동생은 중국 심양에서 주재원으로 살고 있는 년연생 시동생이었음. 엊그제가 엄마 제사 아니었냐고. 꿈에 어머니가 아파트 입구에서 서성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묻고 있더라함.그러나 사람들은 어머니를 무시하며 그냥 다 지나가버리더라함. 아들이 큰소리로 어머니를 불러도 안 들리는지 지나가는 사람에게만 말을 걸더라함. 한동안은 무슨 말인지 들을 수 없었으나 자세히 들어보니 아들 집을 찾아달라는 거였다고. 꿈인데도 아! 이것은 꿈이구나 싶어 -꿈에 돌아가신 분이 나오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얼른 깨어야지하는 그 때 시커먼 한복을 입은 저승사자? 가 어머니를 엄청 꾸짖는게 너무 무서워 깼다고. 시동생의 전화를 끊고 나서 폰의 캘린더를 열어 보던 서방이 한탄의 한숨을 쉬며 엊그제가 엄마 제사였는데 며느리인 너는 몰랐냐고 화를 내더라함.어이가 없어서 어버버하는 사이 이번에는 막내 시동생이 전화를 했더라함. 역시 하는 말이 엊그제가 엄마 제사 아니었냐고. 엊그제 꿈속에서 자고 있는 자기 부부 머리 맡에 어머니가 한동안 쭈그리고 앉아있다가 아버지에게 끌려서 나가더라함. 낮에 큰 형과의 통화로 꿈 꾼 날이 제사였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음. 후배의 서방은 없는 집에서 "그나마" 자수성가한 아들이었음. 후배의 시모는 큰 아들에게 올인하여 나머지 아들 셋은 큰아들을 뒤받침하는 존재로 키워서 형제간의 끈끈한 정도 애착도 없다함. 대학교 등록금도 없어서ㅡ시모가 안 주었다고ㅡ 각자가 벌어서 학교를 다녔다함.알바비를 받으면 큰형에게 용돈 안 준다고 깽판도.. 후배가 결혼한지 3년 되던 해에 시아주버니는 이혼을 하였고 그러던 차에 시모가 급하게 사망하는 바람에 엉겹결에 후배가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함. 암 투병을 본원에서 하는 바람에(며느리가 간호사이면.....엉겹결에 어쩌다보니 대표 보호자가 됨) 큰 아들은 이혼했다고(이유가 된다고 당시에는생각했다함 )..... 좋은게 좋은거라고 후배는 눌러 참고 , 그럼 3년만 제사를 지내자고 약속을 하고 작년에 마지막 제사를 지냈다함. 그런데 이제와서 제사를? 결혼 생활 동안 시집살이로 원형탈모까지 온 내가? 난 둘째 며느리인데? 큰 며느리 역할까지 다 하고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들었는데? 죽는 그 순간까지 오지도 않는 큰며느리 자랑하던 시모 제사를? 유산 한 푼 받지도 못했고 장남이랍시고 사업한다고 다 썼는데? 손녀라고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고 용돈 한 푼 준적 없는 시모 제사를? 본인 옷은 빚 내서 백화점 부띠끄에서 사 입어도 손녀 옷 한벌,생활비 주는 며느리 양말 한짝 사 준적 없는 시모 제사를? 병 간호도 내가 했는데? 결혼 예물도 안 해준 시모 제사를? 서방에게 아들 대접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시모 제사를? 작년에 마지막 제사 지낼때 아무도 안 왔는데? 시모 사망 후 집 정리를 하니 옷만 트럭 두대분이 나왔고 심지어 입지도 않은 새 옷도 많았는데 그 돈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왔는지 다 아는데? 작년 제사 지낼 때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고했는데? 이래저래 빡친 후배가 그동안 참았던 헬조선 시월드의 설움과 부당함과 그 시너지 분노를 담아 온 동네가 쩌렁하도록 샤우팅을 했음. 형제들의 전화를 받은 서방은 어머니에 대한 애증과 맞물린 어설픈 효심과 형제들의 꿈으로 기한 공포로 아내인 후배에게 난리 친거였음. 후배는 결혼 생활도 지치고 직장 생활도 지치고.....꿈도 무섭고 하여 쓰니에게 자문을 구했음. 쓰니가 뭐 아는게 있나요....저두 제사를 안 믿는 주의인데.... 그래서 친구 이모에게 데리고 갔음. 쓰니와 용이 이모는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고 후배는 고개만 숙인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 쓰니랑 얘기 도중에 간간이 용이 이모는 후배를 넌짓넌짓 보면서 얘기를 했음.그런데 정말 갑자기 후배가 대성 통곡을 하기 시작했음. 쓰니는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는데 용이 이모는 공수인지 넋두리인지 위로인지 리듬을 스물~타며, "시어미가 오악이 박복하여 말년이 힘든 상인데 시부가 니 서방 어깨에 앉아 빌고 또 빌어 니를 만나 평안하게 갔구나.쥐박새기같은 년이 니 공도 모르고 구천서 기어나와 자식들 갈구는구나.니한테는 시부 때문에 못오고 허공에 침 바르는 자식에게 갔구나.ㅉㅉ. 시아부지 든 정이 높구나.이날 이때껏 지 제사에 니 시에미 시부 때문에 밥 한 술 못 뜨고 쫒기듯이 갔니라. 죽을때도 힘 들게 죽었고, 저승길에도 힘 들게 갔구나.요살할년!쥐박새기 같은 년!미구 찜 쪄 먹을 년!" 어엉어엉 울던 후배가 입을 떠억 벌렸음!!!! "옹애야~내가 안다.니 고생한거 내가 다 안다.옹애야 착한 울 옹애야!!!!" 용이 이모는 후배의 어깨를 두드리다가 안아주며 한시간 넘게 같이 울었음. 쓰니는 이게 공수인지 뭐 그냥하는 얘기인지 헷갈렸음.이게 공수면 자리를 비켜줘야되는데....신당에 앉은것도 아니고 거실인데..... 왜 갑자기 울었냐고 물어보니,뜬금없이 고모가 가슴에 사무치게 생각나서 울었다구..... 실제로 후배의 시모는 광대가 튀어나오고 턱이 작고 좁은 관상이라함. 후배는 돌도 되기전에 엄마를 잃고 고모가 키웠다함. 고모는 선천적 장애인으로 왼쪽손이 기형으로 손가락이 보통 성인들의 1/3 크기였다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 수선으로 후배를 키웠다함.어려서 고모인줄도 몰랐을 만큼 듬뿍 사랑을 받고 자랐다함. 사람들에게 차별과 멸시를 많이 받았고 그럴때마다 걸죽하게 욕을 했는데 "요살할년!쥐박새기 같은 년!미구 찜 쪄 먹을 년" 3종 세트 였다함. 후배를 처음 데려왔을때 아기가 "옹애옹애"라고 너무 예쁘게 울어서 이름 대신에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옹애라고 불렀다함. 용이이모 말로는 제사때 부르지 않으면 귀신이 못 온다함. 와도 지방이나 사진이 안 붙어 있으면 부른게 아니라함. 후배의 시모는 형이 제사를 들먹여서 온 거라함. 들먹이지 않으면 귀신은 모른다함. 후배가 찝찝하여 제사를 지내야 하나요? 묻자 용이 이모 왈, 제사는 정성이라는 말 알제? 니 맘이 꺼려지면 소용없다. 후손이 고이 기려 정성으로 차려주면 며늘아 고맙다카고 먹으면 될건데 니 시모는 수입 쇠고기 올렸다고 쨍알거리는 년인데 무슨,이라며 손사래를 쳤음. 제수에 니 장난질 했제? 음식이 쓰서 못 먹겠다고 제사상 엎었네 엎었어. 정 마음이 에리면 구천을 떠도는게 불쌍하니 천도제나 올려주라했음.그러면서 하긴 그 년은 이승에 미련이 많아 가기 싫어 할끼다,그랬음. 후배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고아 며느리라며 무시했던 시모가 너무 미워 한우 대신 싼-평소 한우만 먹었다함.한우 킬러였다고- 수입 쇠고기로 산적을 만들어 올렸다고.....ㅋㅠ ㅠ 제사 음식을 할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제기에 음식을 담아 올릴때면 갑자기 원망 덩어리가 치밀어 올라 음식에 십자가를 그었다함.당시는 종교인도 아녔는데 아는게 십자가 뿐이라서 ,무슨 효과를 볼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제사상에 올리기 직전에 그냥 그었다함. 나중에 알아보니 제사 당일에 시아주버니가 달력을 보며 혼자말로 "엄마 제사가 오늘 아닌가?"이랬다함. 암튼 후배는 이혼 직전까지 갔음. 시모의 제사는 원하는 형제가 가져가라고 공표하자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서 안 지내는걸로 되었음. 후배는 천도제를 지냈고 종교에 귀의?하여 종교의 힘을 빌어 제사 제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음. 시아주버니 말로는 천도제 지낸 날 밤 꿈에 어머니가 울면서 저승사자에게인지 아버지에게인지 ..................끌려가면서 가기 싫다고 ~~싫다고~ 성질 내며 가더라고...'역시 울 엄마'라고 했다함. 천도제도 후배 부부 둘이서만 지냈다함. 형제들 이구동성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 하라고 했다고 .... 이후 후배는 용이이모의 광팬으로 변했고 팬심은 종교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었음. ------------------------------------------------------------------------------------------------------------------ *2* 작년 수능..... 신규의 동생이 수능을 친다길래 엿 사주고 파이팅을 외쳐주었음. 수능이 쉬웠니 안 쉬웠니 변별력이 떨어지니 아니니 등등 뉴스가 시끄러워 신규에게 동생 일을 물어 보았음. 그런데 신규가 밥 먹다 말고 울고불고.......아니,애야 내가 어쨌다고 그러니......이러면 남들이 오해하잖니.....나 인상은 더러워도 이유없이 태우거나 갈구지는 않는데..... 신규는 수능 당일 5시 30분에 출근을 해야해서 중간 동생에게 막내동생을 부탁하고 출근했음.한참 바쁘게 뛰어 다니다가 병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고는 머리속이 하얗게 변했음. 뉴스는 수험표를 잘 챙기고 고사장을 헷갈리지 않게 잘 찾아가라는 기자의 말이었음. 어제 밤에 동생의 가방을 확인을 했는데 가방의 앞 주머니가 크게 뜯어져 있는것을 발견했음. 혹시 부정 탈까봐 중간 동생의 파랑 백팩으로 수험표랑 필기구 등등을 옮겨 담았음. 이미 자정이 지나 동생들읁 자고 있고 내일 출근 전에 얘기해야지.... 하다가 잠 들었음. 아침에는 수험생 도시락 준비하랴 아침 밥상 차리랴 출근 준비하랴 정신이 없었음.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8시20분 이었음.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여 허겁지겁 동생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음. 미친듯이 전화를 걸고 또 걸고......9시가 다 되어서 중간 동생이 전화를 받았고.... 울며불며 미친x처럼 수험표,가방,파랑가방,수험표만......넘어가는 목소리로 ..... 그러자 중간 동생이, "예삐 내 가방 가져갔는데? 누나야 니 치매가? 새벽에 누나가 예삐한테 내 가방 가져가라고 얘기하더만.내가 들었는데? 니 진짜 치매가?" 아무튼 어찌어찌 근무를 마쳤음. 아무리 생각해도 막내에게 그런 말 한 기억이 없었음. 수능이 끝나고 돌아온 막내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음. 예삐는 수능으로인한 긴장? 이런거 없어서 일찍부터 잠 들었음. 새벽 두시인지 세시인지 ...자는데 누가 자꾸 깨웠음. "예삐야!예삐야!니 수험표 잘 챙깄제?" "어.가방 안에 넣어 놧다.아빠~" 아빠가 가방을 확인하는지 부스럭...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 "오빠야 파랑가방 안에 있네. 파랑가방 가지고 가라" "어" 그러고 잤음. 아빠가 방안을 돌아다니는 발자국 소리를 아스라이 들으며. 아침에 후다닥 일어나 세수하려는 막내를 중간 동생이 저지했음.부정탄다고. 언니가 차려 놓은 밥을 먹고 오빠가 건네주는 오빠의 파랑색 백팩을 자연스레 매고 고사장으로 갔음. 중간 동생은 아르바이트하러 갔고. 그날 저녁 삼남매는 끌어안고 울었음.그것도 그런것이 아빠는 막내동생이 초 1학년 입학 후 위암으로 돌아가셨음. 엄마가 3년전 재혼하면서 자녀들에게 분가를 권유하였고 신규가 동생들을 키우고 있었음.엄마는 아버지 보험금만 자녀들에게 주었으나 신규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음. 며칠 뒤 삼남매는 술 마셔도 된다고, 예삐에게 주도를 가르친다며 맥주 파티를 열었음. "근데 예삐야 니 가시나가 세수도 안 하고 학교가나?추접고로!" "뭐라카노, 이 문디 오빠야!니가 부정탄다고 씻지 마라며!" "아닌데? 누가?난 아무말도 안 했는데???" 신규는 맥주 마시다 대성 통곡했음 "그거 아빠가 그랬나보다.니 혹시 떨어질까봐...엉엉" 신규의 막내동생은 아빠 덕분?에 교육대학에 합격했다고!!!!!!!!! ----------------------------------------------------------------------------------------------------------------- *3* 지인의 사촌 동생 얘기임. 편의상 쓰니 시점에서 얘기할께요.ㅂ이라고 부르겠음. 할머니 생신이라 집안 모임을 가졌음. 평소 같으면 넘치는 흥으로 온 집안을 떠들썩하게 흔들어야 할 ㅂ이 조용했음. 할머니가 ㅂ을 보고는 애가 생기가 영 없다고 걱정하자 , 고모가 한숨을 쉬며 근래들어 ㅂ이 소화를 못하고 배가 불러온다,병원을 가도 이상없다고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음.애는 점점 더 피들피들하고 얼굴도 생기가 없어진다고 했음. 숙모님이 ㅂ을 불러-고등학교 교사-왜 그러느냐, 고민이 있느냐 등 면담 들어갔음. ㅂ은 그냥 잠을 못 잔다,잠이 들면 가위를 눌리거나 악몽을 꾼다,잠을 못자니 입맛도 없고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기운도 없다라고 했음.척 보기에도 ㅂ은 배가 좀 나와 보였음. 그로부터 한달 뒤 ㅂ이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진다고 애를 절에 보내야겠다고 했음. 할머니랑 고모가 ㅂ 을 데리고 평소 다니시던 암자로 갔음. 그 암자에는 산 모퉁이에 무슨 보살? 상이 있는데 간절히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함. (알아 봄-관음보살=관세음보살로 감로수가 든 호리병이나 연꽃을 들고 있으며 중생의 고통을 없애준다 함) 고모랑 할머니는 고모가 백팔배를 몇 달인가하여 ㅂ 이 대학교에 합격했다고 믿고 있음. 그 암자에는 비구니 스님 두분이 계시는데 주지 스님이 ㅂ 을 보곤 호통을 치셨음. "어디서 이런 요망한 것이!!" 그리고는 옆에 계시던 작은 스님에게 죽비를 가져오라더니 다짜고짜 두들겼음. 한마디로 그냥 때렸음.ㅂ 은 스님들을 보자마자 솟구치는 분노를 느꼈으나 죽비로 맞기 시작하고부터는 기억이 없어졌음. 일주일 정도 암자에 머무르며 시간 나면 죽비로 맞고 자다가 깨어나면 또 맞고...그동안 고모와 할머니는 보살에게 빌고 부처님에게 백팔배 절하고 ....... 일주일이 지난 후에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음. 주지 스님이 굿하는 곳이나 기도하는 곳에 간 적 있느냐 물어 봤음. 아무리 봐도 원념이 강한 처녀귀에게 붙들렸는데 따라 온 게 아니라 업혀 온 것 같다고 했음. 남 기도터나 굿하는 곳에서 동티가 날 일을 한 적있느냐고 계속 물어봤음. 강력하게 없다고 하니 고모에게 최근 동네에 굿 한 집이 있냐고 물었으나 역시 없다고.... 결국 주지스님이 출장 오셨음. 버스 정류장부터 면밀히 훓어 보더니 빌라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은행나무를 보더니 혀를 끌끌 찼음.나무 꼭대기에 걸려 있는 다 찢어진 연을 가르키며 저거 언제부터 있었냐고 물었음. 고모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두어달 전에 본 기억이 있었음. 요새도 연 날리는 애가 있구나 생각했다함. "저 것이 원을 실어 보내는 연인데 우짜다가 ㅂ 에게 실렸을꼬?" 엇?? 설마.....그거!.....그제서야 ㅂ은 스님에게 아스라이 기억나는 사실을 얘기했음. ㅂ은 좀 높은 곳에 위치하는 곳에 있는-산을 깍아서 지은 -빌라에 살고 있음.5층 건물이었고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매일 알다리 생긴다고 쫑알거렸으나 부모님은 양지 바르고 도시가 한눈에 보인다며 좋아했음.대학 생활을 즐겨야 되는데 막차도 일찍 끊기고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 올라오려면 등산, 집이 4층이라 고난의 행군을 매일 했음. 어느날 선배들이랑 술 먹고 간신히 막차를 탔고 꽐라가 된 ㅂ을 선배랑 동기가 양쪽에서 부축하고 집으로 올라갔음.올라가다가 갑자기 ㅂ이 소변을 보겠다며 난리를 치는 통에 빌라 바로 입구에 있는 가로수 나무 뒤로 끌고 갔음.동기 친구는 욕을 욕을하며 옷을 벗기고 앉혀 주었고 ㅂ은 쉬하는 중에도 고성방가를 하고 나무를 끌어 안고 부비부비 했음. 간신히 ㅂ의 집으로 간 동기는 ㅂ이랑 같이 잤고 선배는 집으로 갔음. 다음 날 동기랑 엄마에게 예약된 등짝 스매싱을 맞고 남편 해장국도 모자라 딸년 해장국을 끓여야되냐는 지청구를 들으며 콩나물국을 먹었음. "썩을년들.한 년은 왜 안 나와?" "누구?" "꽐라 되서 같이 온 년 말이야.원피스 입은 년" "아냐 엄마.어제 같이 온 선배는 집으로 갔고 남잔데?" "그래???" 그날 밤 ㅂ은 샤워하다가 종아리랑 허벅지에 시커먼 멍을 보고 동기에게 전화했음. "오늘부터 금주에 다이어트다.내가 얼마나 무거웠으면 데리고 오다 패대기를 쳤겠냐!.다리가 멍 투성이다 아주!!" "미친년.금주는 환영,우리가 어제 얼마나 곱게 끼고 데리고 갔는데 이년아!" 그날 저녁부터 굶고 자는데 가위 눌렸음.누군가 귀 옆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이 콧바람이 느껴지고 피하면 온 몸을 짓누르고....며칠 후부터는 안 먹어도 소화가 안 된것처럼 헛배가 불렀음. 배가 점점 불러오고 소화가 안 되어 병원에 갔으나 이상 없다고 했음.밤에는 가위 때문에 잠을 못자고 겨우 자면 악몽을 꾸었음.머리를 산발하고 찢어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ㅂ을 향해 달려드는 꿈이었음.긴 손톱으로 다리를 피나게 긁거나 움직이려 하면 다리를 꽉 잡아 움직이지 못 하게 했음. 스님 추측- 어느 집에서 씻김굿?-원념을 가진 처녀귀를 달래는-혹은 퇴마를 하고 혼이나 원념을 실은 연이 날아가다가 걸렸는데 ㅂ이 거기다 소변을 보고 난리쳐서 동티가 난걸거라함. 아마도 그 나무 아래 제웅이 있었을거라함.처녀귀는 임신중이었거나 위장 계통 질병이 있었을거라함. ㅂ이 그 얘기를 듣고 제웅이 뭐냐고 물었음. 짚으로 만든 죽은 영혼의 신체모형인데 아마도 무당이 거기다 액막이를 했을거라함. 그 얘기를 들은 ㅂ이 허옇게 질려 더듬거렸음. "제웅....그거 만지면 어찌 되는데요?" ㅂ은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소변 보다가 뭔가를 주워 만지작거리다가 찢은 것 같다고.... 결군 ㅂ네는 이사를 했고 금주에 성공 했다함. 주위 이웃들을 면밀히 살펴봐도 굿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함.주지스님 추측으로는 사방 이삼백미터 반경 안에 있을 확율이 높다고 했음. ㅂ은 너무 궁금하여 고모랑 슈퍼와 동네 아즘마 SNS군단 등에 의존하여 알아내려 했으나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고 불안하고 기분 나빠 결국 이사를 했음. 알게 되었다면 왜 처녀귀가 되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정말 임신이었는지.......증상으로 봐서는 딱 임신.... ---------------------------------------------------------------------------------------------------- -쓰니는 퇴마?과정이 영화처럼 한 번 슉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그런 경우는 없답니다. 가끔 재수 액막이로 내 신체 일부나 입던 속옷을 잘라 짚인형 즉,제웅 속에 넣고 버리거나 파 묻기도 한답니다. 그걸 모르고 만지거나 훼손하면? 제웅의 주인은 땡 ..잡.....ㅎㄷ ㄷ ㄷ 뭐 그렇다는 용이이모의 맥심타임 강의 였습니다.
구신과 어린 시절을 9
꽃 같던 울 엄마 어릴 적 얘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양반집 막내로 이쁘게 자란 곱디 고운 처녀는 17곱살 어린 나이에 시집 온 첫 날부터 열여덟살이나 차이나는 동서 시집살이, 고집 센 시어머니와 형님간의 고부갈등 사이에서 매우 힘 들었음. 형님이 낳은 여자 조카아이들이 십대 중반부터 갓난쟁이까지 5명이 있어 걔들도 키워야 했고... 한 동네에 사는 시집 간 시누들ㅡ2명ㅡ뒤치닥거리까지..... 고등교육까지 받은 아주버님은 사업차...뭐 아시져....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양복으로 좌악 빼입고 서울이고 부산이고 마산이고 다니셨고. 더할 수 없는 멋진 올화이트 신사 아주버님이 두어 달에 사나흘 집에 들린 후에는.... 큰소리 좀 나고... 나면 어김없이 곰방대를 뺨이 홀쭉하게 빡빡 서너대 빨고 난 시아버지는 가산을 팔아 주고.....동네 집 중 하나를 팔아 또 주고....ㅡ조상대로부터 마을을 이룬 집들 대부분이 집안 소유였고 그 집에 사는 주민에게는 집터ㅡ 정도의 텃세만 받았다함ㅡ 고운 처녀가 시집 온 첫 해 5월 초하루 였음. 시어머니는 이른 오후가 되자 억척스럽게 하시던 밭일을 갑자기 손 놓으시고 소죽솥에 물을 데워 목욕 하시고 옷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셨음.그리고는 새며느리에게 부엌에서 나가라 하시고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길래 깜짝 놀랐음. 시어머니는 낡은 소반에 생선 한마리 구워 올리고,막걸리 한 잔 올리고, 물밥 말아 올려 몽당초에 불 붙여 절 한 후, 빈 그릇에 놋쇠 젓가락을 톡톡 리드미컬하게 치며 뭐라고뭐라고 기도하듯 읊조렸음. 그리고는 대문가 양측에 우뚝 솟아있는 엉개나무ㅡ음나무ㅡ아래에 아래에 물밥을 놓았음. 새댁은 도우지도 자지도 못하고 뒤에서 심부름 시키기만 기다렸음.참 희한한 제사다........제사가 맞긴 한지.. 아주 소박한 제사상이었지만 뭔가 정성이 있고 엄숙해 보였음. 마치 그들만의 세계랄까... 다음 해에 시어머니가 병환으로 자리보전 했음. 그러자 시어머니는 큰며느리에게 올해부터 그 제사는 니가 지내라고 했음. 뭐 큰며느리는 대~~애~~충 지냈음. 안 그래도 4대 봉제사에 명절 제사에 제사도 많은데 영문모를 제사를 잘 지냈을리가 없...지 않겠음? 한번 제사 올리고 짜증 지대로 난 큰며느리는 물정 모르는 열여덟 새댁 동서에게 올해부터는 그 제사 자네가 지내라며 툭 던졌음. 일단 시모보다 더 무서운 형님이 지내라니 지내긴 지내야겠고 지난 해 보니깐 형님이 기름진 찬 한 접시 없고 향긋한 과일1도 없는 말 그대로 깨진 박 바가지에 물밥만 올리는게 안스러웠었음. 깡촌에 비린게 어디 있나....... 장날도 아니고.설사 장날이라하더라도 돈이 있어야 장을 보던지... 생각끝에 새댁은 산으로 가 산나물(취나물이라고 하죠.ㅋㅋ 기냥 산너물 혹은 멧너물이라고도) 뜯어 밀가루 풀어 솥뚜껑에 기름 둘러 구워서 지짐이나마 넉넉하게 올렸음. 이왕 지내는거 햇고사리 꺽어 삶아 고사리나물도 한 그릇 올렸음. 지난 제사에 올리고 남은 술을 한 잔 ㅡ형님 몰래ㅡ 올렸고. 그렇게 이름도 영문도 모른 제사를 지낸 며칠 후 점심밥을 짓는데 그렇게 잠이 왔음.그도 그럴것이 새벽부터 일어나 대식구 밥해서 먹이고 밭일에 시조카 돌보기까지.... 어딘지 모를 산 밑의 아주 넓은 밭, 붉은 쇠비름이 온통 차지한 밭을 매는데 땡볕은 너무 뜨겁고 목은 타고... 침이 안 삼켜질 정도였음. 더 이상은 못 견뎌 물을 먹으러 개울이나 갈까싶어 호미를 짚고 일어서려고 했음. 그때 옆고랑 풀을 매던 아지매가 물이 가득 담긴 놋쇠 대접을 내밀었음. 겉에는 물방울이 앙알앙알 맺혀있어 너무 시원한 느낌이라 절로 손이 내밀어졌음. 예상대로 역시나 물이 너무 맑고 시원하고 달아서 눈치도 없이 한 그릇을 몽땅 마셨음. 그리고는 아차 싶어 "아이구,우짭니꺼, 미안쿠로.한개도 안 남기고 물을 싹 다 묵어서...쪼끔만 기달리소.쩌기 개울가서 물 떠오께예" 얼른 물 대접을 들고 일어서려는데 그 아지매는 인자하게 웃어주며 괜찮다는 듯 새댁의 손등을 두드렸음. 그리고는 밭가에 있는 버드나무 아래로 새댁을 데려가 바위 위에 앉혔음. 바위에 앉아있으려니 너무 시원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음. 새댁을 바위에 앉혀 놓은 아지매는 그 넓은 밭을 혼자 매기 시작했음.어찌나 속도가 빠르고 밭을 잘 매는지 입이 턱 벌어질 지경이었음! 양반 집 딸로 귀하게 자라 수나 놓았지, 농사일을 해 본적이 없었던 새댁은 밭 매기가 너무 어렵고 힘들었는데 그 분은 그 힘든 일을 쉽게 슥슥슥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음! 새댁의 등에 배인 땀이 다 마르기도 전에 밭을 다 매준 아지매는 새댁 손을 토닥이며 "서방님이랑 물가에 살아.알았지? 꼭!" 그리고는 호미를 손에 쥐어주었음. 무슨 ??? 놀란 마음에 받으려던 호미를 떨어뜨려 집으려하다가 졸음에서 팍 깼음. 그 아지매가 누군지 얼굴도 기억 안 나고 기억나는 건 달고 시원했던 물.아름드리 커다란 버드나무의 시원한 그늘과 등의 땀을 훅 식혀 주던 건들 바람. 넓디 넓은 밭을 지배하던 땡볕. 한 없이 넓은 밭과 뜨거웠던 땡볕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음. 한 이삼일은 무슨 꿈일까? 생각하다 바쁜 일상에서 살아남으려 부대끼다보니 꿈을 꾸었는지조차 잊어버렸음. 얼마 뒤 새댁은 임신을 한 것 같은데 부끄럽기도 하고 형님이 무서워 임신일까요 하는 말도 못 꺼냈음. 어느 날 아침 밥상에서 청상과부가 되어 돌아온 막내 시누가 새댁을 물끄러미 보더니 등을 토닥였음. "올케 애 섰네. 효자로세 효자! 자 이 밥 자네가 다 먹게" 하며 자기의 밥을 반 넘게 덜어 주었음. 아들을 가졌다는 막내시누 말에 시어머니는 아주 기뻐하며 냉큼 방 안에 앉혀 놓고 일을 안 시켰음.그러나 형님은 질투심의 끝을 보였음.동서 구박에 눈치가 난 새댁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해야했고 형님의 극심한 폭언에 스트레스를 받아 견디다 못해 배가 제법 불러서 유산을 했음.낳고보니 아들이 맞았음. 그걸 본 시어머니는 큰며느리 탓이라며 난리를 쳤고 이에 분노한 형님은 몸조리조차 못하게 최악의 극성을 부렸음. 견디다 못한 새댁은 처음으로 남편을 붙들고 울었고 시름시름 앓게 되었음.잘 웃던 새색시가 말없이 맥을 놓자 서방님은 분노하며 분가를 선언함. 시어머니는 도시에 있는 큰 아들이 돌아오면 나가라고 했음. 그러나 서방님은 가을걷이가 끝나자마자 새댁을 훔치듯 끌고 옷가지와 솥, 수저만 들고 도시로 도망치듯 나갔음. 돈이 없어 때로는 소 달구지 얻어 타고 그 마저도 못 만나면 걸어서 걸어서 갔음. 겨울이 아주 깊어서 도착한 곳은 부산이었음. 남편은 힘 들지만 갯가 장림 포구라는 곳에서 일 하기로 하고 부둣가에 하꼬방을 얻었음. 새색시는 새벽같이 일어나 배에서 생선을 받아 함지박에 담아 머리에 이고 까치고개,대티 고개를 넘어서 자갈치까지 걸어다녔음. 때로는 머리에 이고 신평 고개를 넘어 이동네 저동네 생선을 팔려 다녔음. 너무 부끄러워 "고기 사이소"를 외치지 못해 잘 팔지 못했음.팔기는 커녕 고개를 들기도 부끄러워 서방님 몰래 울기도 많이 울고 때로는 못 팔고 그냥 온게 한심하고 미안해서 하꼬방 방문 앞에서 하염없이 서 있다가 들어가곤 했음.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역시 부끄러워 이고 간 생선은 못 팔았지, 배는 너무 고프지, 춥고 서러워 어느집 대문가에서 멍하니 서서 너무도 맛나게 흘러 나오는 밥 냄새에 침을 흘리며 홀린 듯 서 있었음. 마침 그 집으로 들어가려던 아주머니가 새댁을 발견하고는 혀를 끌끌 찼음. "이런 일을 할 것 같지 않은 곱게 생긴 색시네" 그말은 새댁의 눈물을 터뜨리는 기폭제 였음. 느닷없이 엉엉 우는 젊은 색시가 기가 찰만하건만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는 새댁의 생선 함지박을 받아 들고 집으로 끌고 들어갔음. 따뜻한 방에서 한바탕 울고나자 아주머니는 일 하는 아이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 오라하여 새댁에게 숟가락을 쥐어 주었음. 살살 달래어 사정 얘기를 다 들은 아주머니는 함지박에 들어있던 생선을 두고 가라고 하시며 쌀 한되와 보리쌀 한되를 주셨고 언제 언제 다시 생선을 가지고 오라 했음. 새댁이 송구스러워하며 쌀은 밀어두고 보리쌀만 집어들자 아주머니는 한사코 손에 쥐어주며 동생 같아 그런다며 등을 토닥였음. 이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감사하고 감사하여 며칠 후 보리개떡을 만들어 가지고 갔음. 아주머니는 보잘것없이 검기만 검은 보리개떡을 하찮다 여기지않고 매우 기뻐하며 드셨음. 아주머니는 새댁에게 자신을 따라 다니라며 권유했음. 그 분은 배를 가진 선주셨음. 주인 아주머니를 따라 다니며 어선이 들어오면 생선 하선 작업을 하고 팔기도 하고....그렇게 몇 달을 하니 자신감이 붙어 일을 잘 하게 되었음. 그렇게 억척같이 살다가 큰 딸을 낳았고 애 낳고 다다음 날부터 애를 업고 일 하러 나왔음.깜짝 놀란 아주머니가 기막혀 새댁을 만류하고 있을때 새댁을 찾으러 온 남편을 보게 되었음. 그렇게 어린 부부와 인연을 맺은 아주머니는 어느 날 남편에게 배를 한 척 내어주며 일을 시켰음. 그렇게 낙동강 칠백리 뱃길을 작은 배 한척에 몸을 싣고 하동에서 참게나 재첩을 사서 부산까지 가지고 와 팔았음. 애가 젖을 떼자 아주머니가 애를 봐주어 부부는 같이 사시사철 낙동강 칠백리를 누볐음.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둘째 딸을 낳았고 돈을 좀 만지게된 부부는 아주머니의 권유로 거저 얻다시피 장림 뻘밭을 이천평 넘게 샀음. 뻘밭을 산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젊은 부부를 욕했음.그러나 아주머니를 향한 거대한 믿음과 새댁의 꿈 때문에 그 쓸모없는 뻘밭을 샀음. 처음 뻘밭을 사라는 말을 들은 남편은 당연히 싫다고 했음. 그날 밤 새댁은 산밑 넓은 밭을 매는 그 꿈을 또 꾸었음. 너무 똑 같은 꿈이었음. 단지 다른 점이라면 밭을 매 주던 이를 모를 아지매는 새댁에게 물을 주며 화를 크게 냈음! "내 말 들어! 내 말 들어라고!" 화를 내는 그 서슬에 놀라 잠을 깼음. 아침에 남편에게 뻘밭을 사자고 어떻게 설득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남편이 아침밥을 먹기도 전에 그 뻘밭을 사자고 하는게 아님? 너무 놀라 왜 맘이 바뀌었냐고 물어보는것도 잊을 지경이었음! "꿈에 볕이 너무 좋고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서 있는 밭에서 자네와 웬 아지매가 밭을 매더라고. 그러던 중 그 아지매가 갑자기 자네에게 주려던 물그릇을 팽개치며 자네를 뭐라길래 뛰어가 자네를 뒤로 감찼제" "내 말 들어, 말 들어라고!" "하도 무섭게 화를 내서 일단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잉께 물을 마시라고 그릇을 주는데 그 물이 어찌나 시원하고 단지.자네랑 나랑 마시고도 물이 찰랑허니 그대로더라고.퍼뜩 깨서 생각나는게 뻘밭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확 드는기 그긴가보다 싶네!" 그렇게 뻘밭을 사고 잊은듯이 살았음. 겨울 낙동강 칠백리는 너무 추웠고 새벽에 도착하면 먹을게 없어서 얼은 두부 한 모를 부부가 나누어서 먹었음. 다음 해 6.25전쟁이 터져서 전국이 뒤집어졌음. 서울이 함락되고 북에서 서울에서 남으로 남으로 피난민이 몰려들었음. 다음 해에 고향에 있는 시아버지의 부고가 날아왔음. 뒤늦게 소식을 듣고 가보니 마을 중앙에 우뚝 서 있던 본가는 인민군이 지른 불에 타버리고 없고 살아남은 시어머니와 형님과 다섯 시조카딸들이ㅡ두 딸은 시집 갔음ㅡ 타버리다 남은 행랑채에 기거하고 있었음. 그 와중에도 시아주버님은 없었음. 집안이 엉망이라 조금 도와주고 가자는 마음에 머물렀음. 고향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남자들을 잡아가는 인민군때문에 남편은 산에 있는 동굴에 숨어있었음. 서너달이 지나자 이번에는 국군이 갑자기 젊은 남자들을 군인으로 징발 했음. 어느날 밤을 틈타 남편에게 간 새댁은 주먹 밥과 보따리를 건네 주며 부산 집으로 가라고 권유했음..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 새댁은 시가에 기거하며 둘째딸을 낳았음. 시어머니는 집안이 무너지고 아들들은 다 곁에 없고 며느리들이 딸만 낳자 제정신을 잃었음. 새댁은 미역국은 고사하고 단 하루도 누워있지 못 했음. 딸이 백일이 될 무렵 어스름한 저녁이었음. 무너진 대문가에 보따리를 든 웬 아주머니와 아주버님이 서 있었음. 뒤따라 오던 남자아이 둘이 새댁을 보고는 놀라며 반갑게 소리쳤음. "하나 아지매!" "니 병철이 아니가?? 이기 눔니꺼?선주 아지매 아이라예?" 이게 무슨 일?? 일단 반가워 손을 마주 잡고 흔들고 부둥켜 안고 하다가 으잉?? 이게 무슨....... "제수씨 잘 기셨습니까? 어무이는예?" 큰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시어머니는 방에서 구르듯이 달려나와 큰 아들을 얼싸 안고 울부짖었음. "아이고아이고 인자 우린 살았다 살았어!" "야들아 너거 할무니다.절 올리라.어무이 손자 병진이 병철입니다." 참....세상에 별 인연도 다 있다 싶었음. 새댁을 도와주던 선주 아주머니는 아주버님의 첩이었음. 새댁은 가끔 들리는 선주 아주머니 집에서 그 집 가장은 본 적도 없었고 일때문에 전국으로 다닌다길래 그러려니 했음. 낙동강 전투가 끝나고 보니 배도 다 파손되어 없어지고 어수선하게 살다가 피난 겸 돌아 온 남편이 고향으로 가자하여 가산을 팔고 왔다함. 엉겹결에 시앗을 본 형님은 앓아 누웠음. 시어머니는 손자가 둘이나 생기자 산삼을 먹은 양 훅 살아났음. 형님은 새댁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며 너희들끼리 짜고 속였 다고 난리를 쳤음. 날이면 날마다 새댁에게 패악을 부리니 그걸 지켜보던 선주아주머니는 새댁을 불러 부산으로 가라고 했음. 손에 돈을 쥐어주며 본가는 본인이 알아서 할터이니 뒤돌아 보지 말고 가라고 했음. 남편 걱정에 애 둘을 데리고 부산으로 겨우겨우 갔음. 살던 집에 가보니 이웃이 집을 잘 봐주고 있어서 별 피해는 없었음.그러나 남편은 없었음. 왔다가 군인 징발을 하니 도망갔다고 함. 새댁은 매일 물 떠 놓고 빌었음. 기도덕이었을까? 몇 개월 뒤 야밤에 남편이 돌아왔음. 남편은 집안을 단도리하고는 국군으로 가겠다함. 그때가 53년 3월이었음. 남편을 보내고 새댁은 악착같이 일하고 애들을 키웠음. 그러던 어느 날 소문이 장하게 들려왔음.휴전을 한다 던 중국이 태도를 바꿔 다시 공격을 하여 참전했던 2사단과 6사단이 전멸했다더라.금성 전투서 패했다더라 등등. 남편 소식을 알길없어 울다울다 지쳐 잠이 들었는데 잠결인지 누군가 새댁을 어깨를 부드럽게 만지며 달래주었음. 자기가 지켜줄터이니 걱정말라고.......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 거짓말처럼 남편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음. 딸이 어느새 셋이 되어 업고 걸리고 생선 함박을 이고 장림포구에서 까치고개를 넘고 대티고개를 넘어 다니며 남포동까지 장사를 다녔음. 둘째 딸을 홍역으로 잃은 그 해 가을에 고향에서 시어머니와 시아주버니가 옴. 고향으로 돌아오너라. 시어머니의 한 마디는 천둥번개였고 아이를 잃어 마음이 약해진 부부의 고민은 짧았음.2천평 장림 뻘밭을 이웃에게 그저 주다시피 팔고 고향으로 돌아갔음. 고향으로 돌아가보니 작은형님ㅡ선주아주머니ㅡ은 혼자서 농사짓고 집안 건사하느라 힘 들었는지 아파누웠고 원래도 게을렀던 형님은 시앗 핑계대고 아예 일손을 놓았음. 겨울에 작은형님은 숨을 놓았고 새댁과 남편은 새경없는 종처럼, 큰 집 논이나 밭을 붙여 먹고 애들을 낳고 키웠음. 시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그나마 남아있던 재산은 모두 큰아들인 시아주버님 몫으로.... 새댁네는 작은 산밑 돌 밭 하나.... 돌밭이라도 내거라는 기쁨으로 돌을 주워내고 개간하여 콩을 심으면 콩이, 팥을 심으면 팥이 실하고 고추를 심으면 고추가 풍성풍성. 남의 집 작물은 가뭄이라 타 죽고 장마라 물러 죽어도 새댁 밭은 늘 풍성했음! 밭가에는 뽕나무를 심어 풍성한 뽕잎으로 누에를 통통하게 길렀고 병으로 죽는 누에가 단 한마리도 없었음. 누에가 뽕잎을 먹는 사각사각 소리가 새댁에게는 정말 아름다운 선율이었음. 새댁은 손이 부르터라 겨울 밤에는 가마니를 짜고 남편은 그걸 지고 가서 팔아서 살았음. 세월이 흘러 새댁과 남편의 허리는 굽고 하얗게 센 머리로 부산의 옛날 그 집을 찾아서 가 봤음! 그때 쓰니도 같이 갔음. 세상에! ㅠㅠ 아버지께서 옛날 내 땅이 쩌어기서 여까지였다라고 가르키는데 ㅠㅠ 지금은 그곳이 장림우체국 등......옛날 집터를 갔더니 ㅎㅎ 이웃의 사정이 안타까워 억지로 사주었던 그 분이 거기에 으리으리한 건물도 올리고 다세대주택도 서너채 짓고 세 받아 먹고 살고 있었음. 두 집 노인들은 만나자마자 알아보고 얼싸안고 우셨음. 쓰니도 울었음! 그 2천평이 너무 아까워서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울 언니들도 아까워서 땅을치곡ㅋㅋㅋㅋ 철학자이신 울 엄마는...... "눈 멀고 귀 어두운 돈은 없지~~~" "옴마, 그 제사 계속 지냈으면 어찌됐을까?" "지랄한다.내 복이 그뿐이지 구신탓은 왜 하노" 아 예에..........
길지 않은 이야기들 2
벌써 5월이 끝나갑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동안 많이 쉬었네요!기다려 주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인사 드립니다. 영화를 안 본지가 어언 반 년이 넘었는데 ''백두산''이 보고싶더라구요.출연진이 화려해서. 개봉 첫 날 후배가 보러간다기에 결정했어요. 걔가 평을 남기면 그 평을 듣고 볼지 안 볼지 결정하기로.....영화비가 좀 비쌉니까?^^; 후배랑 후배의 남푠이 심야 보러간다고 먼저 뛰어서 퇴근하고 나머지 직원들이랑 맥주 한 잔 먹고 가자고 뜻을 모아 우르르 몰려가면서 "부럽다" "그래도 결혼은 싫다"등 질투가 섞인 불평농담을 했지요.ㅎㅎ 생맥주 가볍게 한 잔하면서 근무하다 애 먹은 일 등 속엣 얘기가 흘러나오고 곧 다시 영화 얘기가 다시 시작 되었네요. "전 요즘 영화비가 워낙 비싸니까 관객평을 먼저 읽어보고 보게되더라구요" ''어.나두'' ''전 조조파예용'' "난 예~~전에서부터 조조는 절대 안 봐!!!!!'' ''엥?왜요?'' 그런 일이 있었단다.........나 어릴적에^^;; --‐------------------------------------------♡------------------------ *1* 아주 예전에 ''늑대와 춤을''이란 영화가 개봉되어 캐빈 코스트너를 일약 세계 스타 반열로 올려 놓았음! 당시 쓰니는 영화를 워낙 좋아하여 웬만한 영화는 모조리 보러다녔음. 물론 주로 조조.... 그날은 밤근무 실습을 마치고 친구ㅡ오가 ㅡ랑 ''늑대와 춤을'' 조조 영화를 보러갔음. 워낙 영화가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제법 많았음. 쓰니가 눈이 나빠 중앙 앞쪽에 자리를 맡았음.우리는 둘 다 팝콘 씹는 소리가 몰입을 방해한다고ㅡ돈이 없어서가 절대 아님^^;ㅡ군것질 거리는 사지 않고 일치감치 자리를잡고 앉아 상영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음.앞 쪽에는 관객들이 거의 없어서 좋았음. 곧 예고편이 상영되고 몰려오는 잠에 살풋 졸고 있는데 오가가 짜증내는 소리에 잠이 깼음. ''아,진짜 곧 영화 시작되는데 왜 자꾸 왔다갔다 하노!'' ''맞나....매너없네.사람들이'' 쓰니는 쭈압 하품을 하면서 대충 대꾸 했음. 그런데 쓰니가 스윽 훓어보니 별 혼잡스럽지 않았음. 음 뭐지? 오가 근처 통로 계단에서 여자 관람객이 뭔가 떨어뜨린걸 찾는지 어두운 상영관을 고개숙인채 살피며 다니는 것 외엔 별거 없었음.얘가 밤근무를 하고나더니 예민하네,별로 크게 시끄럽지도 않구믄... 이윽고 곧 본 영화가 상영되고 한참 몰입되어보는데 오가는 보다가 두리번두리..또 보다가 두리번거렸음. 아,진짜 이 친구 영화관람 매너 황이네...... 슬쩍 짜증을 낼라하는데 오가가 거수경례 하는 것 처럼 왼쪽 눈쪽을 가리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음. 아!밤 근무를 해서 눈이 아프구나...눈 부시지..... 남자 주인공ㅡ무슨 대위 였는데......암튼 케빈이 인디언 부족에서 지내는 부분에서부터 일이 생겼음. 친구가 갑자기 깜짝 놀라더니 왼쪽 다리를 툭툭 털었음. 자꾸 털어댔음.신경쓰여 도저히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없었음! ''왜 그래?쥐 났어?'' ''너 발 들고 있어!'' ''믄 소리야?'' ''얼른!'' 쓰니가 어리둥절하자 오가가 발을 들어 내 다리를 퍽 쳤음. 얼떨결에 발을 들자 오가는 바닥을 좌우로 재빠르게 훓어보았음.이제는 영화고 뭐고 관심 밖임.오로지 바닥에 쥐?벌레가 있나보다 싶어 바닥에서 쥐나 바퀴벌레를 찾았음. 5분? 그랬나싶었는데 이제 괜찮다고했음.나중에, 나중에 얘기하자며 영화를 보래...포기하기에는 영화가 존잼이었음. 그래서 쉽게 또 몰입할 수 있었음.케빈이 워낙 훈남^^ 한동안 쓰니는 열심히 케빈을 보고있었고 오가는 중간중간 두리번 거리며 살피기도 했고 다시 왼쪽 눈을 가리듯 하는 행동도 반복했음. ''발!!!!들!어!!''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자 오가가 쓰니를 퍽 치며 짧고 강하게 외쳤음! ''컥.놀래라 가시나야!'' 오가는 이번에는 강하게 발로 툭툭 차내는 시늉을 하더니 확 짜증을 내며 쓰니의 팔을 꽉 움켜쥐었음. ''나가자!'' ''뭐??왜에??'' 오가는 이를 악물고 잇새로 나가자고 을렀음.거부하기에는 오가의 표정이 진짜 심각해보였고 쓰니의 팔을 움켜진 손의 힘이 너무 절박했고 얼음장 같았음! 스크린에서는 버팔로 떼가 우두두두 달리고 우리도 쫓기듯 절박하게 우두두두 뛰쳐나왔음! 우측 비상구 무거운 문을 박차듯 밀치고 나오자 오가는 진저리를 치며 미친 듯 샤샤삭 두리번 거리더니 주저앉았음. ''.....야!.....괜찮냐?'' 식은 땀까지 흘리며 주저앉는 친구에게 클라이맥스에서 멈춘 영화보다 더 관심이 갔음.오가는 식은땀에 얼굴까지 노랬음! 이러다가 잘못되는거 아냐?싶었음. 한동안 징징거리던 친구가 좀 진정되길........ 달래다가 기다리다가 지친 쓰니. 뜬금없이 오가의 운동화가 눈에 똿 들어 온 쓰니! 얼결에, ''니 신발 눈에 띈다야.비싼거네?' 툭 뱉어놓고 아차!했음.어휴.... ''....엄마거..'' ㅡㅡㅡㅡ어휴,이 분위기에 갑자기 ......미친.....바보. 징징대던 오가가 신발을 힐끗보고 중얼거리며 일어섰음. 그 길로 후덜덜 다리를 떠는 오가를 부축해 영화관을 나섰음! 4월 초 맑고 푸근한 날씨에 어느덧 긴장은 풀렸고... 배는 몹시 고팠지만 밥 사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았음.터덜터덜 내키는대로 걷다보니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정류장 근처 공중전화 박스를 보자 오가가 잠깐만 전화 좀,하더니 공중전화 대기줄로 쑥 들어갔음. 얼마 뒤 차례가 되어 전화를 거는 오가의 표정이 무척 단호했음.한 참을 통화를 하는데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있었음.전화를 끊고 나온 오가의 얼굴은 굳다 못하여 석고상 같아서 그 길로 우린 헤어졌음.오가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묻고 따질 경우가 아녔음. 며칠 뒤 오가에게 그 날의 진실을 듣게 됨....... 대한뉴스가 나올 즈음부터 왼쪽 스크린 근처서 두어명이 어슬렁거리더라함. 곧 자리에 앉겠거니....기다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린 애가 왼쪽 비상구ㅡ우리쪽에서ㅡ에서 자꾸 들락날락 하고 있었음. 스크린 앞에서 춤 추듯 뛰어다니는 한 사람. 스피커 아래에서 움직이도 않고 가만히 서서 영화관 어딘가를 보는 아저씨 같은? 한 명. 그런가보다하고 영화를 한 참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크린 앞에서 춤 추듯 뛰어다니던 사람이 오가를 쳐다보면서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 흠칫하고는 손으로 왼쪽 눈을 가려 안 보려고 했다함. 그런데 어느 순간 소름이 쫙 돋으면서 알게된 사실.......춤 추듯 뛰어다니는 사람의 한쪽 다리가 없었고 나머지 한 쪽은 발이 없다는걸 깨달았다고...... 춤추는게 아니라 뛰어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흔들리듯 .........비틀거리는 듯.....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좌석사이로 엎드려 기어다니며 더듬거리며 점점 다가 오더라함.뭔가를 찾듯이. 완전 굳어서 눈동자만 굴리고 있는데 오가에게 점점 기어오길 래 발을 번쩍 들고는 쓰니에게도 발을 들고 있으라고.... 지나가더니 또 오고.....온 몸이 피투성이에 찢어진 옷ㅡ그때는 몰랐고 나중에 그랬던 것 같았다고. 발목을 스윽 만진 것 같았....발목에 얼음을 댄 느낌? 그런 쎄한.... 쓰니랑 영화관을 뛰쳐나와 오가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음. 오가 엄마는 무당 집에서 큰 굿이 있으면 음식하거나 굿 재료 챙기는 등 잔심부름 알바를 자주 했다함. "옴마 이상타.솔직히 말해봐라.영화관에서 내 귀신 봤대이!그 귀신이 더듬거리면서 머를 찾고있더라! 이 신발 머꼬?" 오가네 엄마가 한 이주 전에 아주 고급 상표 운동화를 샀다며 신발장에 두더라함. 짠순이 엄마가 저 비싼 걸 우찌 샀지? 너무 탐이 나서 달라하고 싶었지만 가끔 빌려 신는 것으로... "진짜다!빨리 말해봐라! 피를 뒤집어 쓰고 다리도 없는 귀신이더라! 이이잉" "그기 말이다.실은 지난 번에 천도제 안 했나....천도제하고 짐 정리하다보니 나중에 발견된기라. 잊아뿌고 안 태웠는데 머 우짜끼고,천도제는 끝났고....그래서 머 행님이 니 신어라케서 갖고 완기라..." 의뢰자의 고 2 딸이 소위 말하는 일진이라...사고를 치고 다니거나 비싼 옷.신발을 자주 사 달라했다함.그러던 중 부모와 크게 싸우고 가출을 했는데 곧 교통사고로 사망함. 장례를 치르고 1년이 지나도 집안에 불운이 계속되자 이 부모가 오가의 엄마가 알바하는 ##당을 방문하여 점을 보고 죽은 딸이 아직도 고통속에 있다고...천도제를 하게되었음. 천도제를 워낙 성대하게 하여 정신이 없었고 태워서 같이 보내 줄 망자의 생전 물건과 옷.신발들이 워낙 많아 챙기던 중 빠진 것 같았다고..... 천도제를 마치고 천도제 참석자들에게 음식 대접을 하고 설겆이 마치고 뒷정리하다가 발견.##당에 상주하는 큰 보살이 놀라며 ##당님 알면 혼날거니 암말말고 새 것이니 괜찮을거라고 그냥 가져가서 신으라고 해서 가져왔다함. 알면 난리날거라고 얼른 보따리 싸라고..재촉하니......욕심도 나고,얼떨결에 가져 온 것이라함. 하......물욕이란.....죽어서도 잊지 못 하는 것인가? ---‐----------------------♡-------------------------------------------- #2 오가의 두 번째 야기임~~ 오가의 한 십년 전 얘기임. 어느 날 시가에 가 보니 마루에 못 보던 화려한 장미 문양의 양산이 있었음. "어머니,양산 이뿌네요.사셨어요?" "아이다.얻었다" 부엌에 들어가 저녁 밥을 차릴려고 싱크대 식기건조대를 보니 전에는 보지 못 한 명품 그릇들이 세트로 있었음. 주부님들은 아시죠? 다들.꽃 무늬 가득한 비싼 수입 그릇 상표. "어? 이 그릇 무지 비싼건데요?짝퉁도 아닌데! 동서나 형님이 세트로 사 주셨어요?" "아이다.얻었다" "이걸 얻었어요?누가 줬는데요?" 시모는 환하게 웃기만 하고 말해주지 않았음. 오가는 예전 트라우마로 공짜로 생긴 물건은 일단 거부하는 버릇이 생겼음. 찝찝하여 남편과 아이 밥과 국그릇은 원래 사용했던 그릇으로 사용했음.^^; 이른 저녁을 먹고 아이랑 남편이랑 더위도 식힐 겸 근처 인공 못으로 산책을 갔음. 인공 못은 집에서 산 쪽으로 한 이십분 걸어 올라가면 있는데 농수로 사용하기위하여 만들었다는 아주 큰 못이었음.작은 배를 띄울 수 있을 정도의 깊이와 크기였음.동네 아이들이 어릴때는 여름이면 수영을 하고 낚시도 했다함. 요즘은 외지인이 낚시를 올 정도였음. 계곡을 넓혀 조성한 못으로 양쪽으로는 산이었음. 십분정도 걷다보면 어느덧 인가는 없음. 전원 주택 열풍이 불어 못 가까이 좌측 산 기슭에는 고급진 2층 주택이 한 채 생겼음.한 3년 전에 집을 지었는데 큰 나무로 울타리를 조성하여 집 안은 고사하고 마당도 보이지 않았음. 동네 이웃들이 말하길 도무지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처음 이사를 왔을때 삐죽 인사하곤 끝이었다함. 마을로 내려오는 법도 없고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단 한 번도 멈추거나 창문을 내려 인사한 적도 없다며 동네 주민들이 욕했음. 오가도 늘 궁금했다함.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고급진 집을 지어서 살면서 집 크기만한 나무로 울타리를 조성하고 대문도 높아서 까마득하고....대문 아래로 보면 잘 가꾸어진 잔디만 보였음.주변에는 사시사철 예쁜 꽃을 심어서 사진 찍기 딱 좋았음. 우측에 못을 끼고 천천히 올라가자 그 집이 보였음. 어? 대문이 열려 있었음! 남편과 아이도 놀라며 달려갔음. 가까이 가보니 마당 잔디 밭에는 온 갖 낡은 물건들이 늘려있었음. 폐가? 기웃기웃 보니 현관문도 열려있고...집 안에는 온 갖 옷과 물건들이..... 서둘러 집으로 왔음. "엄마,못 집에 무슨 일 있었나? 완전 폐가더만" 남편이 대문에 들어서면서 큰소리로 물었음. "몰라.서너개월 전에 119오더만 실어가더라" "형님!못 집에서 어머니가 그릇이랑 옷 같은거 집어 오신거 알아요?" 두 달 후 시가랑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사는 동서가 전화를 했음. "무슨 소리야?" "글쎄 어머니가 그러셨는데 못 집 사람이 119에 실려가고 한 달? 안 오더니 어느 새벽에 작은 용달차가 와서 짐을 실어가더래요. 그래서 아침에 가보니 대문이 열려 있고 현관문도 열려 있길래 쓸만한 걸 주워 왔다네요!" "그 설마 그릇.양산 그거?" "네.그것뿐만 아니예요.지난 번 생신때 입으신 옷 그것도 큰 형님ㅡ시누ㅡ이 사드린게 아니고 못 집에서 가져온거래요! 어쩐지 짠순이가 그렇게 비싼 부띠끄 옷을 사 줬다 싶었죠.한 두벌 가져오신게 아니더만요" "미친다...어머니만 그러셨나?" "뭐 동네 아줌마들 다 몰려갔대요." 두어달 뒤 시가 동네가 발칵 뒤집혔음. 못 집 남자 주인이 돌아왔는데 집을 보고는 충격 받아 동네를 엎었고 경찰까지 왔다함. 동네 주민들은 모르쇠로....못 집 남자 주인은 날뛰다가 곧 소리소문없이 다시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이후 얼마 뒤부터 밤마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닭이 울지 않고 죽고 마당에 매어서 키우던 개도 죽었다함. 못에서 밤 낚시하던 외지인 둘이 텐트치고 자려고 누웠는데 ㅡ한 명은 텐트에서 자고,한 명은 낚시대를 보고 있기로ㅡ 친구가 못 집에 가서 똥 누고 오께하고 갔음. 낚시꾼들은 못 집에서 화장실.식수 등을 해결하거나 겨울에는 집 안에서 침낭을 깔고 자곤 했다함. 친구는 금방 돌아와서 낚시대를 지켰고 잠이 안 온 텐트 안 친구는 고민거리를 꺼냈음. 한참을 얘기하다가 잠이들었고 자다가 너무 춥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일어나 친구를 찾았음.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친구는 없고 모닥불도 오래전에 꺼졌는지 싸늘하고 낚시 의자에 서리만 앉았더라고.... 친구를 큰소리로 부르며 못 집에 있나 싶어 가보니 못 집 마루에서 덩그러니 침낭도 없이 자고 있는 친구를 발견함. 놀라 살펴보니 동상 상태.119불러 병원행. 나중에 짐 챙기러 온 외지인이 이장에게 말하길ㅡ외지인들이 낚시를 하려면 이장에게 이용료 격인 돈을 얼마간 주어야 했다함ㅡ자기는 텐트 안에서 바깥에서 낚시하는 친구랑 얘기하다가 잠 들었는데 친구는 못 집에서 똥 누고 나오니 마당에 자기가 와 있길래 못 집 마루에서 술 먹으며 얘기하다 잤다고....너 왜 나 놔두고 그냥 텐트로 가버렸냐고 원망ㅠ..... 못 주위에 논밭이 있는 주민들은 일하고 오다가 양산을 쓴 주인 여자가 대문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어느 아저씨는 밤에 이웃집 가는 길에 중절모를 쓴 못 집 주인 남자가 못으로 올라가는 걸 봤다 등등. 오가의 시모는 꿈을 꾸었는데 ㅡ새벽에 웬 여자가 안방으로 들어와서는 장롱을 뒤집고 찬장을 뒤지길래 누구냐고 물었더니 눈을 허옇게 뒤집으며 시모의 머리를 잡아 채 뽑으려 들고 옷을 벗기려고 달려들어 깨보니 머리카락이 한웅큼 빠져 있고 상체랑 다리 등에 멍이랑 손톱에 긁힌 상처가 가득 있더라고함. 비슷한 꿈을 동네 부인네들 대부분 꾸었다고... 부녀회장인 시모가 이장에게 그 집에 대한 조사를 당장 해보라고 닥달하고... 그렇게 전에 왔던 경찰에게 사연을 대충 듣게 됨. 촌은 대부분이 경찰,농협 직원도 사바사바 둥글게둥글게 살아감.......아시져? 정확하지는 않지만 못 집은 젊어서 사업한답시고 부인을 버려두고 살다가 나이가 들어 돌아보니 부인이 병들어 있어서 그동안 같이 살던 첩 몰래 멀고 연고지 없는 촌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부인이랑 살았다고.젊어서 못 해준 고급 옷이랑 고급 살림들.금붙이들 가득 사주고 전원생활을 즐기던 어느날 부인이 쓰러져 도시병원으로 실려감. 병 구완 몇 달하고 장례치르고 집으로 왔더니 집이 완전 털려있어서 동네 주민들을 닥달하고 경찰에 고발.새벽에 왔던 용달차는 첩 소행.어떻게 알고 찾아와 귀중품만 싹 털어간거라고. 같이 살다가 사망한게 진짜 처인지 아님 첩인지.... 진실은 저 너머에...... 못 집 남자 주인은 본래 살던 도시로 돌아갔는지..... 현재도 그 못 집은 폐가로 존재한다고 함. 이후 동네 주민들이 뭐 제사 지내며 살려 줍사 절하며 빌고 그 뒤로는 조용했다고함. 어딘가에 쪼오끔 남아있던 양심이 귀신을 보게했는지 진짜 못 집 여자였는지 확인은 불가능........ 못 집에서 집어 온 물건들 행방요? 인간의 물욕은 결코 작지 않음을 오가는 느꼈고 시골 인심에 환멸을 가졌다는 슬픈 ㅠ ------------------------------♡---------------------------------------- #3 다늙어 쓰니 남표니 취미가 생겼음.그건 모든 동네 아재가 가진 취미로 다름 아닌 등산.지리산.설악산 이런 산이 아닌 기냥 동네 산.... 주말은 당연하고 공휴일도 빠짐없이 감.블로그보고 근교 산으로 다니다가 나중에는 제법 먼 곳까지 다님. 어느 날 쓰니가 근무를 하고 돌아와 자는데 꿈을 꿈. 꿈에 돌아가신 아부지가 넓은 창문 앞에 바둑판을 앞에두고 정좌하신채로 앉아 계셨음. "아부지 막둥이 차례가?" 쓰니는 아버지처럼 바둑,장기,화투 이런거 관심도 없고 할 줄도 모름. 아래를 내려보니 바둑판에는 바둑돌이 아니라 화투가 있었고 내 쪽에는 초단.홍단이라고 적힌 화투들이 바둑판에 있었음. 어쩐지 아부지는 물끄러미 쓰니만 바라보고 계셨음. 쓰니는 속으로 아싸 조기 놓인 난초만 가져오면 3개 다 가져오네ㅎ 그랬음. 내가 화투패를 내려하니 아부지가 쥐고 있던 부채로 쓰니의 어깨를 딱 내리쳤음!그러고는 무섭게 노려보시며 "ㅇ서방 어디 갔느냐? 서방은 안 챙기고 쓸데없는데만 신경쓰고!" 두들겨 맞은 어깨도 아프고 화를 내시는 아버지 모습을 처음 봐 무서웠음! "아부지,ㅇ서방 잘 있다.와 때리노?" 그러자 아버지는 더 무섭게 노려보시며 쓰니의 어깨와 머리를 부채로 또 때리셨음.ㅠ 3대를 맞고는 알았다고 신경쓰께 하고 울다가 잠에서 깸. 잠에서 깨보니 오후 네시 반.등산간다던 남표니 생각나 전화를 했음. 그날따라 남표니는 카톡도 없었음.평소에는 정상에 오르면 사진도 보내고 들꽃 사진도 보내고 했는데. 괜히 불안하여 폰을 잡은 손에 땀이 찼음. 다행히 벨이 몇 번 울리자 전화를 받은 남표니.휴!.... 남표니 목소리는 뭐랄까 몹시 안도하는? 약간 겁먹은? 낮고 떨리는? "자기야,오덴대?하산 했나?뭔 일 있나?" 남표니는 아니라며 하산중이라며 안심시키며 몇 시에 도착했고 점심은 뭘 먹었고 등등 별 쓸데없는 얘기를 한참 했음.왠지 쓰니도 불안하고 남표니 목소리도 그렇고 해서 삼십분 넘게 통화를 했음.그러다가 남표니의 목소리가 갑자기 밝아지더니 거의 다 내려 왔다며 저 앞 ㅇㅇ암에서 물 먹고 내려가겠다며 전화를 끊었음. 남표니는 저녁 9시 넘어서 귀가했음.얼마나 높은 산을 올랐기에 저렇게 파김치가 되었나 그래.....옷도 엉망이고. 남표니는 차를 산 가까운 진입로 한 쪽에 주차하고 배낭등을 챙기고 블로그에서 퍼온 지도를 보고 산행을 시작함. 블로그에는 한 시간 반 정도 올라가면 우측으로 와이어로 된 등산로가 있고 좌측으로 삼십분 정도 가면 ㅇㅇ암이 나온다고 하여 좌측으로 산행길을 잡았음.얼마쯤 가자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등산로 깃발도 다 낡아서 너덜거리고... 암튼 등산로 같은 길을 따라 아무리 올라가도 암자는 커녕 쉴만한 곳도 없었음.해발 사백미터되는 산인데 의외로 험해서 꽤 힘들었고 한 두 시간 산을 타자 제법 넓은 구릉이 나왔음.드뎌 정상인가 싶어 안도했음. 제법 넓은 구릉에는 깊고 큰 구덩이가 3개 있고 근처에는 생흙이 쌓여 있었음. 뭐지?하며 근처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지도를 꺼내 다시 길을 잡아 ㅡ암자는 이미 포기했고 ㅡ저 멀리 보이는 정상을 향해 갔음. 한 참을 오르고 보니 또 구덩이 3개가 있었음! 뭐지? 남표니는 구덩이 근처 생흙을 밟으며 아직도 멀리있는 정상을 향했음.또 오르고 보니 또 구덩이 3개가 나왔음! 그제서야 남표니는 아....뭔가 이상하다....자세히 보니.... 같은 길을 계속 맴돌았다!분명 길을 확인하며 걸었는데?? 이번에는 나뭇가지를꺽어 이정표를 만들며 길을 잡았으나.....역시 그 자리였음. 정상을 포기하고 내려가는 길을 향했는데도 또 다시 그 자리....몇 번을 왔는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무섭고 공포감에 아무 생각이 안 나고 패닉에 빠졌음.갑자기 날카롭게 울리는 전화벨에 정신이 확 들었음! 눈물이 날 정도로 마눌 전화가 반갑기는 처음.... 또 홀릴까봐 통화를 하며 하산 길을 잡자 그제서야 길이 보였음. 삼십분 넘게 통화를 하며 열심히 하산을 했음. 급격한 경사의 바위길이 나왔고 다 낡은 와이어가 보여서 아! 이제 다 왔구나 싶어 전화를 끊고 바위를 탔음. 얼마나 더 갔는지 다리가 후들거릴 즈음에 아주 작은 암자가 보이고 늙은 비구니 스님이 입구에 서 있었음. "차 한 잔하고 가세요 처사님!" 그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눈물이 났음. 남표니는 세수를 하고 법당에 들어가 생전 처음으로 부처님께 절을 하고 시주로 무려 오마넌을 했음! 연근차를 주시며 스님은 남표니가 말도 안 했는데 고생했다고 하셨음 ㅎㄷㄷㄷ 그 3개의 구덩이는 무덤 자리로 얼마전 전문 이장꾼들이 이장을 하고는 덮지 않고 갔을거라고... 혼은 안 달래고 다 삭은 뼈는 가져가서 무엇을 할려고 ㅉㅉ 그랬음! 이른 저녁까지 얻어먹고 스님이 입구까지 데려다 주셨고 남표니에게 본인이 만든 향이니 집에가서 사르라고 주셨음. 좋은 맘으로 향을 살라서 빌어주라고..... 크기는 일반 향이랑 같고 색깔은 약간 회색이 섞인 갈색? 쓰니와 남표니는 그 밤에 작은 소반에 술 한 잔 따르고 향을 살라 누군지 모르는 그분들을 기렸음. 남표니는 그 핑계로 소주 한 병 깠음. ㅋㅋ 요즘 남표니는 혼자서는 절대 산행 안 감다. 친구랑 산행 가기 전에 꼭 물어봐요. 장인어른 꿈 꾸었냐고.
병원 근무하다 겪은 공포 14
아....진짜 시르다...코로나..... 4종 보호구 입었다가 벗었다가.....진짜 힘들다..... 마데인치나 중 유일하게 정품인 코로나....카피품도 델타급...... 듕귁에 달아 서르 사맛디아니할........ 환자와 보호자가 조선족이었음. 참 힘든것이 외국말도 아닌데 의사소통이 어렵다...분명 한국어인데 알아듣기 힘듦! 특히 화를 내면 더더욱 어려움... 환자(남)는 급성백혈병이었고 한국에 온지 2년 정도라 의사소통이 상당히 어려웠음. 반면에 보호자는 한국에 정착한지 10년이 지나 억양도 어느 정도 순화되어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탈북민 정도였음. 그 분은 성격이 좋아 다인실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음. 어느날 여보호자들끼리 나는 어디까지 귀신을 겪어봤다방이 열려 환자 간호는 내버리고 얘기에 열중하여 난리가 났음. 1.번 침상 보호자ㅡ친한 이웃집이 둘째를 낳고 이틀 뒤 갑자기 젖이 안 나왔다함. 전날 저녁까지 젖이 넘쳐 줄줄 흘렀는데 자고나니 갑자기 젖이 한 방울도 안 나오고 젖도 삭아 작아졌다함. 애는 배가 고파 울고 에미는 발을 동동 굴리고...이를 이상하게 여긴 시모가 아들을 불러 다그쳤다함. 니 어제 오데 갔다 왔느냐고.그러자 남편이 몰래 장례식장을 다녀왔다고 실토함! 등짝 스매싱! 애 낳은 집에서 부정한 곳에 갔기때문에 동티난거라고.... 2.번 침상ㅡ시당숙 집 둘째 동서가 삼년 전에 죽었는데 죽던 해 신년 운수를 보러갔는데 그 점쟁이가 음력 오월까지는 제사밥을 절대로 먹지 말랬다고. 그 동서는 형편이 어려워서 직장인 갈비집에서 먹고 자고 했다함. 4월 어느 날 동서의 부고가 왔는데 사연인즉 식당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음. 죽기 전날 유난히 손님이 많아 저녁도 거르고 밤 11까지 영업을 했다함. 뒤정리까지 하고 사장 부부와 직원들이 퇴근한 시간이 거즘 자정이었다함. 개차반처럼 살던 시아주버님은 사장 부부에게 난리를 쳤고 책임을 지라며 책임을 질때까지 장례식을 안 하겠다,경찰에 신고까지 했음.처음에는 안타까워 하던 사장 부부도 점점 어이가 없었는지 니 맘대로 하세요라고 함. 결국 사인을 밝히기 위하여 부검에 동의...위에는 떡이 소화도 안 된채로 가득... 심장의 관상동맥이 완전 막혀있었으며 심근경색으로 추정되는 사망이었다고. 알고보니 죽기 이틀 전에 시아주버님이 까만 봉지에 떡을 가져다 주고 또 돈을 뺏어갔음. 이틀 후 늦게까지 일을하고 배가 고파 ㅡ그래도 남편이 준거라고ㅡ떡을 다 먹고 잠이 들었고 급체를 하고 소화를 시키려고 위로 혈액이 다 가고... 안그래도 막혀서 순환이 안 되는데 심장 허혈이 심화되어 심장마비가 왔을거라고.... 제사밥이란 ㅡ동서를 폭행하고 돈 뺏어가던 시아주버니가 준 음식이 아닐까라고.... 돈 좀 뜯어내려던 시아주버님은 부검비 삼백까지 울며불며 치뤄야~~~ 3.번 침상 호호 보호자ㅡ내가 이 집에 시집을 오니 시어머니가 하는 말이 니가 눈 밑에 점이 있어서 내가 니를 며느리 삼았다카더라고~~~ 시모는 시어머니를 둘 모셨는데 본 마나님과 서방님 생모인 작은 마나님. 작은 마나님은 진짜 안 예쁘고 평범하며 약간 네모진 얼굴에 우측 눈 아래 1cm 즈음 아주 작은 점이 하나 있고 미인은 아니나 눈길이 자주 감. 반면 본 마나님은 자그맣고 하얀 얼굴의 미인이었는데 눈길이 잘 안 감. 본 마나님은 시부와 끝까지 사이가 안 좋았음. 시부모의 신혼 어느 날에 본 마나님의 친정어머니가 와서 딸을 붙잡고 하소연하며, "연아연아~~눈 밑에 점 하나 찍어보자.그 점쟁이가 억수로 용하단다.니 눈 밑에 점만 하나 찍으면 서방 사랑 평생 받는단다 으잉! 점 하나 찍고 살아봐라" "오매오매 그기 무슨 소리요, 내하기 달렸지 점이 무슨 까닭이요,내 얼굴이 못난 얼굴도 아니니 걱정마소" 그러나 혼인한지 두해만에 서방은 여자를 데리고 왔고 둘 사이가 어찌나 좋은지 자식 6이 생겼음. 작은 마나님은 우측 눈 밑에 있는 작고 검은 점이 유독 눈에 띄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구석이 없었음. 그래서 울 시어무이가 점순이인 내를 며느리 삼았다더라 그 덕분인지 영감이랑 이태까정 사이가 안 좋나! 4.번 침상ㅡ보호자ㅡ부인ㅡ없음. 제일 젊은 55세. 둘이 불같은 사랑을 했고 사주가 안 좋다는데도 결혼을 했고 둘 중에 하나는 칼 맞아 죽는다는 사주... 어느 날 옆집에 놀러갔다가 옆집 아저씨가 휘두르는 칼에 찔려 죽음. 옆집 부인은 서너군데 찔리고도 살아남음. 왜 찔렀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고......??? 5.번 침상ㅡ연변 조선족 보호자 한국 들어온지 5년 되던 해에 같이 들어 온 지인 언니가 한국 김사장이랑 재혼함.둘이 사이가 좋고 놀러다니기도 좋아하던 어느 날 경남 끝인지 경북 시작즈음인지 어디 산의 절에 놀러갔다가 산에 있는 부처도 보고 왔다고 좋아함. 그러면서 왼손에 끼인 반지를 보여주며 자랑하더라고~ 절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데 연등이 엄청 달려 있었고 제법 웅장함. 절 구경을 하던 중 등산로라고 이정표가 대웅전 옆에 있었음.대웅전 우측으로 난 산길을 따라 등산을 함. 삼십여분을 헉헉거리며 올라가자 좌측으로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나무 사이로 보여 쉬어갈 요량으로 돌아가 봄. 세상에나! 엄청난 크기의 암벽위에 바위를 깍아 받침대를 만들어 놓았고 ㅡ그 높이가 서서 눈높이 정도ㅡ그 위에 바위로 부처를 깍아 앉혀 놓았더라고.자연석으로 만들었는데 섬세한 연꽃이 좌대를 장식하고 부처의 온화한 미소에 경건해져서 저도 모르게 바위임에도 불구하고 방석도 없이 절을 했다고. 한참 절을 하다보니 받침대와 좌대사이의 빈틈이 보였고 그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들 때마다 언뜻언뜻 반짝이는게 보였음. 절을 멈추고 빈틈 사이를 살펴보니 노란 금속이 보여서 나무가지를 꺽어 집어넣고 살살 당겨서 꺼내봄. 그것은 묵직한 24k 금반지 였고 제법 기스가 있었음. 신나서 껴보니 사이즈도 딱! 신실한 맘으로 절을 하니 부처님도 감동한거라고 뻐기며 자랑 을 했음. 신혼이 재밌는지 몇 달 동안 연락이 없더니 갑자기 뜬 김사장의 중환자실 입원 소식. 반지를 줍고는 김사장이 하는 노래방도 잘 되고 둘 사이도 좋아 행복했음. 어느날 김사장이 자고 일어나더니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해서 병원에 갔음. 뼈에 암이 생겨서 잘라내야 된다고..서울에 사는 의붓딸에게 소식을 알렸고 그 밤에 자동차로 내려오던 딸 부부는 교통사고로 많이 다침. 어느날은 경찰들이 노래방에 와서 말하길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고? 암튼 몇 개월 영업정지. 지인 언니는 밤마다 가위 눌리고 악몽을 꾸고. 절에 가서 백팔배를 하고 있으면 절하는 머리 맡에 여잔지 남잔지 모르겠고 빼빼 마른 뼈만 남은 손가락을 지닌 이가 서 있다함. 지인 언니가 절을 하면 마주 보며 절을 하고 지인 언니가 중얼거리며 빌면 깔깔깔 웃으며 빼빼 마르고 차가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쥐고는 사정없이 뜯음. 어느 날은 절을 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는데 무릎이 끊일 듯 아파서 눈을 뜨보니 머리는 산발에 검은자도 없는 눈이 중앙으로 모여 있고 새빨간 혀를 내밀고 침은 뚝뚝 흘리고 낄낄거리며 도끼로 지인언니의 무릎을 내리치고 있었음.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깸.얼굴로 뚝뚝 떨어지던 그 섬뜩한 차가움에 온 밤을 덜덜 떨었음. 아침에 다리를 보니 무릎과 정강이에 가로 일자로 새겨진 짙은 검붉은색 멍들과 얼굴에 남은 붉은 반점들. 견디다 못한 지인 언니가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하자 점쟁이를 소개시켜 줌. 지인 언니가 신당에 들어서자마자 점쟁이가 욕을 고래고래 퍼부음. 남의 피 맺힌 염원을 가로챘으니 댓가를 치르는 중이고 욕심이 똥구멍까지 찬 년이라고. 그제서야 까닭을 알게 되었고 반지를 돌려주려고 갔었는데 그 절을 왠일인지 찾을 수가 없더라고. 그날 드라이브하면서 여기저기 쏘다녔고 우연히 찾아 들어가긴 했지만 대충은 기억나서 몇 번을 찾기를 시도했지만 못 찾음. 결국 집 근처 암자에 올려두고 매일 백팔배를 하며 .....눈 먼 어느 시주가 스리슬쩍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안 가져간다고 하며 크게 한숨을 쉼. 결국 김사장은 우측 무릎 아래 절단 수술 후 감염으로 패혈증 쇼크ㅡ중환자실 직행. 참 특이한게, 어느 누구도 자기 얘긴 아니라더라구요. 5번 절 아시는 분 없슈? 분명 아시는 분 있을틴디......쩝...궁금한디....
구신과 어린 시절을 10
글을 쓴다는것은 대작이든 졸작이든 다를바 없지 싶어요.탄력을 받으면 죽죽 다다다 나오는거고 한번 맥이 끊기면 다시 탄력받기 까지 끙끙거리다가 마는 거고... ㅎㅎ 변명 한번 해봤어요^^ 쓰니가 대학생활에 미쳐 있었을때 얘기임. 안 무서운 얘기를 하겠음.신변잡기 정도. 초반에 얘기했지만 쓰니는 놀자족이었음! 2학년부터는 배낭 을 매고 앉아 후다닥 셤치고 10분만에 튀어나가곤 했음. 역시 빠른 민족의 후손다웠음. 간호학과라 실습도 했음. 이때도 역시 틈만 나면 베프랑 산행을 했음. 그날은 베프랑 이브닝ㅡ오후에 들어가서 밤에 마치는ㅡ실습을 마치고 나오는데 ㅡ산부인과 실습ㅡ베프가 갑자기 비박하러가자고 했음. 비박이 뭔지도 몰랐음.텐트도 침낭도 없이 갑자기 가자했으나 노는거니깐 무조건 옥키! 베프는 병원로비에서 공중전화를 한통화하더니 가자고 했음. 시내버스를 타고 산 입구에 도착하니 자정이 가까웠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추워서 어이쿠 추워 소리가 절로 나왔음.산 입구이고 시월 중순이라 바람이 제법 차가웠음. 어둠에 잠겨 모두 잠들었다지만 어째 컹컹거리는 개짖는 소리 한번 없는 자정이었음. 상가 지역을 지나치고 등산로 입구에 다다르자 평상에 앉아있던 인영이 우리를 보곤 벌떡 일어났음. 베프의 산악동아리 선배였음. 쓰니는 산악회 멤버는 결코 아녔음.저질체력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가입할 생각도 없었고 몸 쓰는 것도 극히 싫어했음. 베프가 산악동아리 부회장을 맡으면서 쓰니랑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자 쓰니를 살살 꼬셔 가까운 산행에 낑가 데니고 다니기 시작했음. 쓰니는 그저 낑가족일뿐이었음. 이때는 등산에 미치게될줄 몰랐음ㅠㅠ 쓰니도 그 선배를 몇번 봐서 알고 있었음. "나도 가자" "선배가 가주믄 우린 좋지" 좋기는 개뿔ㅡ나중에 보니 이 선배가 침낭, 버너, 코펠, 사과 다 가지고 왔음ㅋㅡ베프는 성격이 좋아서 안 친한 선배가 없었고 모르는 후배도 없었음. 반면에 쓰니는 심한 낯가림에 소심하여 베프가 이렇게 불쑥불쑥 들이미는 선배,후배가 늘 스트레스였음. 헥헥헉헉ㅋ에헥께헥 숨소리가 입끝에서 용트림하자 신나서 떠들며 앞서 가던 쓰벌 선후배가 그제야 쓰니를 챙김. "쓰니야 니 괘한나?" "선배님 괜찮아예" "선배.우리 실습근무하고 오는 길이라 쓰니가 좀 힘들끼다" "야,돌!니 미칬나!일 하고 온 쓰니를 델꼬오믄 우짜노!" 쓰니의 저질 체력은 산악회에서도 유명했음. "조금 더 가면 암자있다. 거가서 좀 쉬자" 아직도 산입구인데 헥헥....괴괴히 흐르는 달빛에 의지한채 십여분을 더 걷자 대문도 없는 암자가 나타났음. 마당가에 있는 약수를 마시고 한동안 쉬고나니 코끝에서 맴돌든 피냄새와 구토증도 가라앉았음. 실습을 하면서 정기를 뺏겨서 그런지 유난히 상태가 바닥임을 느꼈음. 가장 압권은 30대 중반의 환자로 임신 3개월인데 유산기가 있어서 입원한 산모. 과거력에 인공유산 15번인데 '남편에게 비밀'이라고 적혀 있음을 보고 매우 놀랐고 그 환자 주위를 떠도는 피냄새와 같이 풍겨오는 비릿한 썩는 냄새가 구토증 유발... 땀이 식자 어느덧 차가워진 바람에 비박3인조는 부르르 떨며 다시 출발! 헤드랜턴이 있음에도 켜지않고 달빛에만 의존하여 산을 타는 묘미에 어느덧 동화되어 즐기는 나를 볼 수 있었음. 발에 밟혀 버석거리는 풀소리,미처 피하지 못하여 발에 채여 저멀리 날아가 뒹구는 돌멩이 소리. 냥냥히 들렸다가 사라지는 어둠을 가르는 산새소리.날카롭게 스쳐가는 바람. 희고 푸르게 회색으로 혹은 보라색으로 차갑게 내려 앉은 달빛.낭만가객이 따로 있나!선배가 갑자기 손을 들어 달을 향해 술잔을 드는 시늉을 하며 "하오취~낭냥~하오롱 쉬채이~~우양위어~~" ㅋㅋㅋㅋ 그러자 미친 베프는 "이~~이 꾸냥쓰 하오똥 샤우량쒸우어쫜쓰 하오! 따꺼!" 선배를 향해 포권을 하더니 취권 흉내를 내며 발을 내질렀음. 한발 맞은 선배는 낭만가객은 버리고 당랑권법으로 덤비고ㅉㅉ 깔깔거리며 서로 덤비고 엉터리 듕귁어에 서로 반하여 치켜세우는 도중에 어디선가 들리는 날카로운 비명?괴음? "끼앜!!!!!!!" "......................" 그저 무심히 흐르는 어둠과 밤안개, 머리를 쥐뜯듯 부는 바람. "고라니 소린갑다" 정적을 가르는 소리 이후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완만한 경사는 끝났고 급경사와 암벽등반이 우리를 반겼음. 선배가 탑을 서고 위에서 발길을 짚어주고 쓰니는 그 발길따라 올라가고 베프는 뒤를 맡아주고. 배낭하나 없는 빈몸인데도 어찌나 무겁던지... 위가 거의 식도를 통과해 입으로 나올 지경이 되어서야 목적지 도착! 암벽 앞 공터에 자리잡고 쓰니는 기절각. 쓰벌 선후배 한 놈은 버너와 코펠을 꺼내 삼땡라면 두개를 꺼내고 한 놈은 수통을 들고 샘을 찾아 후다닥. 라면 두개를 잘게 부숴 죽처럼 끓이고 숟가락은 두개라 쓰벌 선배는 곱아서 뻣뻣한 손으로 나뭇가지를 꺽어서 젓가락 삼아 낑낑거리며 잘도 먹었음.뜨거운 라면죽을 먹고나자 쓰벌 선배는 사과를 반으로 좌악 가르는 기행을 하려다 뭉개버리는 대환장을,그걸 받아 한번에 좌악 가르는 괴력을 보이는 베프! 포권을 취하며 바로 꼬리내리는 쓰벌 선배. "따꺼!" 잘들 논다! 쓰벌 선후배는 언제 꺼냈는지 소주팩을 꺼내 쪽쪽ㅉㅉ 쓰니는 기절각이라 안 줌ㅠㅠ 그렇게 소주 한팩까지 드링킹하고는 베프랑 나랑 한 침낭에 들어가고,쓰벌 선배 혼자 ㅡ남자니껜ㅡ침낭을 누에고치 마냥 지퍼를 머리끝까지 잠그고 비박에 돌입했음. 침낭에 들어가자마자 기절한듯.한참 달게 자고 있는데 귓가에 모기소리같이 들리는 징과 꽹과리 소리.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자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명확했음. 아우씌ㅉㅉ 어디서....하다가 또 잠들었음. 한참 자는데 부지런한 등산객들이 어찌나 많은지 떠들며 계속 지나갔음. ㅋ이크 등산로 근처인가보다.으 쪽시럽게... 떠드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한참 자는데 이번에는 쓰벌 선배의 쌍욕이 난타.카악 퉤 침뱉는 소리. 뭐고?추접고로.. 하다가 또 잠이 들었음. "야이 띄불들아!너거 둘이 껴안고 자니 따시냐? 잠잘오냐? 띄불아?" ㅋㅋ 추워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쓰벌 선배가 침낭을 뒤집에 쓰고 콩콩거리며 발로 우리를 차고 있었음. "아우 선배,몇 시에요?" "육시다.이 띄불아" "아우 세시간밖에 못 잤네...쩝" "난 추워서 밤새 뛰어다니느라 못 잤구만!" ㅋㅋㅋㅋ 발칙한 후배들은 선배의 감자와 고구마가 얼면 안 된다며 우리 침낭을 덮어주고 코펠과 수통을 들고 샘터로 어기적어기적 내려감. 세상에 춥긴 춥구나!그 사이에 밤안개는 첫서리로 변하여 허여멀건하게 온 산을 덮었음. 발빠른 베프는 벌써 샘터에 도착하여 돌멩이로 얼음을 깨었음. "헐,쓰니야 저거 봐라!" "기도터네" 베프가 가르킨곳은 암벽 사이로 작은 동굴처럼 구멍이 있었고 그 입구에 떡.과일.과자.빨강.노랑.초록의 자그만 깃발등이 있었음. "우와아~~돈 봐라!" 쓰니가 말리기도 전에 황태아래 놓여있던 현금은 베프의 손아귀에. 샘가에서 물 양치를 하던 눈 밝은 베프는 낑낑거리며 남은 얼음을 깨더니 오백원 동전 몇개를 더 주워냄. 유윈.... 룰루랄라 깨춤추며 비박장소로 가던 베프는 얼은 돌멩이를 밟아 미끄러져 엉덩이 꽈당. 비박3인조는 커피를 끓여 먹고 하산을 시작함. 출발전 샘터로 간 선배는 떡을 들고오더니 먹기 시작함. 쓰니 도리도리.입 짧음. 매우 짧아 입 없음. 어제와 반대 루트를 선택. 안 그래도 하산길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가뜩이나 서리로 바위는 얼었지 뒤 무게를 잡아주는 배낭도 없지...후달후달....벌벌거리며 한시간이나 내려갔나... 쓰니 코피 퐉! 현기증 퐉! 쓰니에게 달려오던 쓰벌 선후배 둘 다 바위에서 미끄러져 선배는 우측 얼굴 좌악 갈고 베프는 무릎 처박고... 겨우 하산하여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옴. 쓰벌 선후배는 꽁돈으로 고기 먹자고 흐흐흐 거림. "먹기전에 인사하고.그 돈 다 쓰고 들어가.돈 남았다고 거지도 주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비장하게 고개 끄덕이는 쓰벌 선후배를 두고 쓰니는 근근히 기어서 귀가함. 비박한지 2주가 좀 넘었나?뉴스에 난리가 남! 야산 탔던 등산로에서 30대 여자 알몸 토막 변사체 발견. 머리는 발견하지 못 하고. 기자들은 변사체의 신원을 밝히고 언제 행불이 되었는지 등 살해 추정시간을 떠들어댔음. 그날은 우리가 야산탔던 날... 쓰벌 선후배는 난리가 났음. "이야....그 날 그거 그 비명소리.고라니 소리가 아니고 진짜 그 여자 비명소리 아녔을까?" "솔직히 고라니 소리치고는 넘 사람 비명같았지.난 그날 먹은 떡이 안즉도 안 내려갔다야.울 엄마가 그날 얼굴에 소금을 뿌리는 바람에 더 놀라서 그래" "아니 그니깐 왜 얼은 떡을 드셔서는ㅉ" "떡 말랑말랑 했어!안 얼었던데?" "아~~새벽에 굿 한 떡인가보다" "믄소리야? 그 새벽에 깊은 산에서 누가 굿을 해? 나 그날 추워서 진짜 한 숨도 안 잤거든!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 안 했다구" 내가 뻥쪄 말을 못 하자 베프가 테이블을 탁 치며 열변했음! "개미 새끼가 안 지나가기는! 새벽에 등산객들이 우루루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갔구만" "어허이~아무도 없었다니께는! 암도 안 지나갔다구우~내가 추워서 내내 침낭 뒤집어 쓰고 덜덜 떨고 해 나기만 바라보고 있었다니깐.그리고 그 좁은 데서 지나가면 발소릴 들었겠지? 앞뒤가 암벽인데 " 베프와 나는 대충 시끄러운 소리는 들었는데 정작 그들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른다는 사실과 그토록 가까이 들렸던 말소리라면 선배말대로 발자국 소리도 들렸어야 했음을..... 베프는 굿하는 소리는 못 들었다했음! 첫서리로 온 산이 얼고 샘도 얼었는데 떡과 과일은 안 얼었다고! 선배는 게거품 물며 주장했음! 평소에 식탐이 많더라니깐!ㅉ 그날 쓰벌 선후배는 시내로 가서 좀 비싸보이는 고기집을 갔는데 아직 영업 시간 전이라 못 들어가고 근처에 있는 등산용품 가게에 갔음. 등산덕후답게 이거저것 구경하다가 못 사고 침만 발라 둔 카라비너를 사이좋게 한개씩 사고 그리그리 한개 사서 선배가 갖고ㅡ선배 생일이 얼마 안 남아서 베프가 양보를ㅋ ㅡ 기분좋게 남은 돈은 베프가 차비로 썼다함. 선배가 집에 가니 대문 앞에서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가 소금을 홱 뿌리더라함. 어제밤 꿈에 빨간 한복을 입은 노파가 나타나 산길을 가는 선배를 끌고 가더니 낭떠러지로 떠미는 꿈을 꾸었다고. 선배는 그날 오후부터 체기로 고생 시작. 베프는 집으로 가던 중 시내버스 고장으로 버스를 갈아타고 가다가 급정거로 넘어져 좌석에 가슴을 부딪혀 갈비뼈 골절. 그 다음해 겨울 회장이 된 쓰벌 선배는 동계 산악 훈련회를 열었고 빙벽등반을 감. 속초.OB.YB 같이 갔음. 자일 까는 것은 회장인 쓰벌 선배가,OB들은 한 번만 타고 YB에게 양보하는 예의에 따라 OB인 선배는 지도만 했음. 겨울 등산 용품은 워낙 비싸 신입생들은 대부분 선배들 용품을 빌려 쓰거나 동아리 공동 용품을 사용했음. 경영학과 신입생 y도 쓰벌선배의 ㅡ고등학교 후배라서ㅡ 등산용품을 모두 장착해주었음. y가 마지막으로 빙벽을 반쯤 올랐을때 위쪽 등반자를 지탱하던 캠이 빠지면서 추락했음. y의 그리그리가 자동 제등 안 되어 같이 추락함. 추락한 후배 둘 다 중상. 상위 등반자는 병원에서 수술 중 사망하고 y는 대여섯번의 수술끝에 평생 목발을 사용해야하는 장애인이 되었음. 산악회는 해체는 안 되었지만 명맥만 유지.쓰벌 선배는 충격을 못이겨 휴학했음. 이후 내 인생에 더이상의 비박은 없었음! 가끔 특정 장소에 가면 굿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나 개무시함! 나보다 기가 강한 베프는 지금은 신앙생활에 몰두중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