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onica7
10,000+ Views

아껴읽고 싶은 책 속 나와 너의 이야기:2

오랜만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진눈깨비'라는 글로 시작할게요.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 온 모든게 기어이 사라지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것.
얼음도 아니고 물도 아닌 것.
눈을 감아도 떠도, 걸음을 멈춰도 더 빨리해도 눈썹을 적시는, 물큰하게 이마를 적시는 진눈깨비.

#흰#한강#난다

오후 6시 47분쯤이었나
태양이 노곤히 잠들 준비를 하기에
몰래 그 저녁하늘을 갈아서
티백에 조심스레 모아두었어요
태양이 지고나서 따뜻한 물에 우려내니
찻잔 속에 스멀스멀 노을이 지더라구요
노을 아래 앉아있기 좋아하던 당신이 생각나서 마냥 찻잔에 우러나는 그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리운 그 때의 노을 같은 글귀에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망각하고자 한다.

#루이보스#시밤

서가 사이에 갇힌 채 책의 균형을 맞춘다.
하루에 나의 손을 거치고 간 책은 수백권에 이르나 정작 안을 들여다 볼 틈조차 없다.
비가 내려서일까
차분히 내려앉은 앞머리 만큼이나 마음이 가라앉는다.
낮아진 나의 시선에 걸린 '경애의 마음'
나의 마음과 그녀(혹은 경애하는 당신)의 마음의 접점은 있을까_너와 나의 안녕

#경애하는 마음#김금희#창비

장거리를 달리는 버스의 매력 중 하나는 이동시간 동안
향유할 수 있는 좌석 크기만큼의 고립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같은 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서로 그 무엇도 알지 못하는 타인들 속에서 혼자인 채 할당된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우리의 삶과 매우 흡사하죠.

좌석 크기만큼의 고립감은
때론 외로운 채로
때론 한숨을 토해내며
때론 한없이 멍해진 채로 할당 된 시간이 소비된다.

#빛의 호위#조해진#창비

나는 거대하고 높고 빛나는 것들보다는 작고 나지막하고 안쓰러운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햇빛이 미끄러져 내리는 나뭇잎의 앞면보다는
뒷면의 흐릿한 그늘을 좋아하고 남들이 우러러보고 따르는 사람보다는 나 혼자 가만히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을 더 사랑한다.

나 혼자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

#안도현 잡문#안도현#이야기가 있는 집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체념도 아니고 단념도 아닌 이 말.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오는 무심의 말 같아서
가볍든 무겁든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운명의 짐을 벗어 버리려고 했던 날을 다시 생각해보게돼.

그리고 벗어 버리고 싶은 나날을 영위하는 게 나의 삶이기도 하다.

#고흐씨 시 읽어줄까요#이운진#사계절

그렇게 맑은 날이었다

#속도의 무늬#함주해#위즈덤 하우스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이윤학#문학과 지성사

오늘 같은 날은 설탕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
햇살 한 움큼 쏟아 넣고 따끈한 바람으로 휘저어 체온만큼의 한 잔.

햇빛은 따스했고 광장 속 사람들은 들떠있었다.
'들뜰 수 밖에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작은 수첩에 그 때의 기분과 생각을,
그들의 기쁨과 나의 기쁨을 적어내려갔다.
그 틈 사이로 역사의 커피는 내 몸 속으로 들어왔고
몸은 따뜻해졌다.

#길을 잃어도 당신이었다#백상현#이다북스

달콤한 인생

당도 높은 인생의 이면에는
적당한 염도가 깔려 있기 마련이다.

#한뼘한뼘#강예신#예담
Comment
Suggested
Recent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유채꽃으로 물든 서래섬
이번 포스팅은 햇빛이 반짝이는 오월에 서래섬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신반포역 1번 출구에서 10-15분 정도 걸으면 서래섬이 나오며, 주차 공간도 있어 자가용으로 가기도 좋습니다. 서래섬: 서울 서초구 반포동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편에 있는 미니 장미 정원입니다. 곁에 쭈그려 앉아 장미를 따라 그리던 여대생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낭만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유채꽃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유채꽃 자체는 작지만, 군락을 이룰 때 아름다움이 배가 됩니다. 노란 물결에 물드는 눈이 좋습니다. 벌과 나비, 새가 날아다니고, 꽃과 나무가 흔들립니다. 인공적이지만, 이런 공간을 만듦으로써 사람과 동물이 함께 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 공존하고 싶습니다. 오은 시인의 '없음의 대명사'속 표현이 생각나는 풍경입니다. 범람하는 명랑. 유채꽃밭은 쉬는 공간이 거의 없기에 햇빛을 정면으로 받아야 합니다. 썬크림 꼭 바르시고, 선글라스나 모자, 양산, 물을 챙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근처에 편의점이 있지만, 다리를 다시 건너야 해서 미리 챙겨서 가시면 더 편리합니다.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다시 돌아보고 싶은 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을 잘 살아야 합니다. - 책 '생에 감사해'에서 발췌 - 끝까지 가면 흔들그네와 벤치, 꽃 정원이 있습니다. 가볍게 둘러보고 다시 유채꽃밭을 지나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마르고 허기진 몸을 간단히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다른 날 찍은 영상이지만, 하루를 마무리 지으며 곁들여 봅니다. 유채꽃밭 포스팅, 잘 보셨나요? 풍경보다 제 뒷모습이 많이 나와 머쓱해집니다. 조용히 살고 싶으면서도 어딘가에 내 흔적을 남기고 싶은 역설을 느끼며 오늘도 기록합니다. 여러분의 오늘을 궁금해하며 보름달을 삼키며 잠에 듭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43장의 사진들.jpg
1 함께 살아온 자매의 인생. 그리고 빈자리 2. 전쟁터를 떠나, 다시만난 노병과 전차 3. 시위도중 진압 경찰에게 하트모양 풍선을 건네는 아이 4. 은퇴했지만,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경찰(월스트리트 시위에서 체포되는 전직 경찰서장) 5. 터미널에서의 갑작스런 죽음. 고인을 기리는 스님 6. 끔찍한 산사태. 주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애견은 주인의 묘소를 지킨다. 7. 1968년 올림픽. 그들의 인권을 위한 싸움 8. 1945년 전쟁과 함께 멈춘 죽음의 열차 9.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그리고 아들의 경례 10. 반세기의 단절. 만남 그리고 또다시 이별(97년 남북이산가족 상봉) 11. 죽음의 파도. 어렵게 다시만난 주인과 애견 12. 전쟁터로 떠나는 아버지. 그리고 그의 부인과 아들 13. 죽어가는 병사의 마지막 기도 14. 모든걸 앗아간 토네이도. 그러나 아들과 어머니는 살아남았다. 15. 영웅의 귀환 16. 사랑과, 열정은 모든걸 초월한다.(뉴욕시 최초 결혼한 동성커플) 17 많은 죽음속에서 살아남은 아이.(쓰나미 재해현장에서 구조된 아이) 18. 잃어버린 조국.(독일에 의해 점령된 프랑스) 19. 장군과 맞서는 포로. 20. 불타버린 숲 . 살아남은 생명(호주 산불) 21. 끔찍했던 테러 아버지는 아들을 기억한다.(9/11 테러 10주년 추모행사) 22. 대통령은 쓰러지고, 새로이 자리를 물려주지만 부인의 옷은 아직 피로 젖어있다. (케네디 암살후 영부인 앞에서 취임선서하는 린든 존슨 대통령) 23. 자연재해.. 생존자들은 손을 맞잡는다(태풍 카트리나) 24. 격리된 주인과 애견(일본 대지진후 방사능 검사대) 25. 자유를 위해 싸우던 기자. 자유를 되찾다.(북한에 억류되있던 기자들. 미국의 외교활동으로 구출되다) 26. 전쟁에서 돌아온 어머니 27. 시위장에 피어난 꽃한송이.(1967년 베트남 반전시위) 28. 전차를 막아선 자유(1989 천안문 시위 탄압대) 29. 전차와 싸우는 자유(1989 천안문 시위 탄압대) 30. 난생처음 소리를 듣게 된 아이 31. 끝내 돌아오지 못한 군인.. 남겨진 그의 가족 32.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33. 참혹했던 전쟁. 전쟁은 끝나고 아버지는 살아 돌아왔다. 34. 아버지의 죽음을 접한 아이. 그의 아버지는 귀국을 단 몇주의 기간만 남겨두고있었다. 35. 스포츠로 해소되는 인종차별.(1970년 펠레와 바비무어의 유니폼 교환) 36. 조국을 위한 독립군(수단 인민 해방 부대) 37. 토네이도로 파괴된 집.그러나 그의 애견은 살아남았다 38. 인류가 만나는 지구의 모습.(1968년 아폴로 8호에서 촬영된 지구) 39. 영화배우 조지클루니의 체포, 수단 민간인 학살 반대시위를 하다 긴급체포 됐다. 40.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끝으로, 30년간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41. 전쟁의 상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 42.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팔레스타인 43. 아들의 죽음. 출처:http://gaedrip.kr/
헌법재판소 도서관과 전시관을 다녀오다!
오월의 색을 담은 포스팅을 날리고(서래섬 유채꽃밭) 주먹을 쥐다가 마음을 다잡고 다른 내용을 적어봅니다. 이번 포스팅은 익숙한 듯 생소한 헌법재판소 도서관과 전시관에 대한 내용입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 15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도서관은 별관에 있으며, 보안검색대 통과 후,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 발급 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안국역 3번 출구, 매주 일요일 휴무, 9시-18시까지 운영) 1층은 전시관, 지하와 2, 3층이 도서관입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왼편에 미니정원이 있습니다. 오른편으로는 세계 각국 헌법 제1조에 대한 내용과 이미지, 영상이 있습니다. 다양한 좌석과 정수기가 있는 북카페 입니다.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미디어 전시 병풍과 북큐레이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측의 2층 일반자료실 사진을 못 찍었는데,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일반도서 그리고 PC가 있습니다. 대출이 안되기에 열람공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곳은 3층 법률자료실입니다. 법학 전공자나 법조계 종사자분들이 주 이용자이지만, 이용을 원할 시, 2층 일반자료실 안내데스크 사서에게 요청 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열람석 풍경이 좋죠? 탁 트인 북촌 뷰를 바라볼 수 있어 창밖을 자주 내다봤습니다. 법의 종류에 따라 분류되어 있으며, 논문과 연구자료까지 총 16만권이라는 방대한 양의 법학전문도서가 있습니다. 지어진 지 몇 년 되지 않아 시설이 깨끗하고, 조성이 잘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헌법재판소 도서관은 국내 유일의 공법전문도서관이라고 합니다. 두텁고 묵직한 법학 전문 도서를 보며 엄지를 조용히 들어 올렸습니다. 책을 펴 봤냐고요? 아니요. 표지와 두께를 본 것으로 만족합니다. 하하하하. 주제를 바꿔서 이제부터 전시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에 들어가기 전에 설문지와 함께 주신 브로셔인데, 구성이 좋았습니다. QR코드로 알아보는 정보와 대한민국헌법이 적힌 미니 책자와 글귀까지 제대로입니다. *주의사항: 음식물 반입금지, 안내견 이외의 반려동물 출입금지, 전시물 손대기 금지, 카메라 플래시&삼각대 지양 (전시관 정보는 브로셔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헌법존은 헌법을 소개하는 공간으로서, 역사적인 기록과 사건,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존은 헌법재판의 의미와 권한을 설명하는 공간이며, 헌법재판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유물 전시와 열어보기 패널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존은 1988년 탄생한 헌법재판소의 역사를 소개하고 각종 기념물과 조규광 초대 헌법재판소장의 기증품 전시를 통해 우리 재판소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공간입니다. 법복을 실제로 본 건 처음입니다. 주요결정존은 헌법재판소의 주요결정을 10개의 부스에서 교체 전시하며 영상, 유무, 애니메이션, 키오스크 검색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며 소개합니다. 구성이 알차고 재미있어, 오랜만에 법에 대해 탐구하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중 헌법체험존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헌법에 관련된 게임을 해봤는데 제일 쉬운 문제도 헷갈리는 게 여러 개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법 상식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입니다. 배경 선택 가능하고, 이메일로 사진을 받아볼 수 있는데 재밌었습니다. 영상실에서 눈높이에 맞는 내용을 통해 법에 대해 쉽고 빠르게 알 수 있습니다. '나만의 헌법 만들기'에서 법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사형제도 부활을 썼습니다. 헌법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북촌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별관에 들러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법과 함께 유익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이번 포스팅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