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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 폐지부터 크런치 남발 제한까지! 스마일게이트 노사의 잠정합의

포괄임금제 폐지부터 평가 기준 공개, 고용 안정과 게임 개발 특수성 고려까지. 스마일게이트 5개 계열사의 노사가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SG 길드'의 차상준 지회장은 19일, 회사와 '포괄임금제 폐지를 비롯한 단체협약 83개항'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고 전달했다. 이번 합의는 독특하게도 하나의 법인이 아니라, 노조가 교섭권을 가진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스마일게이트 알피지 5개 법인이 함께 진행됐다.

잠정합의안에는 크게 ▲ 포괄임금제 폐지 ▲ 프로젝트 폐기 등 외부 요인에 대한 '고용 안정' 방안 강화 ▲ 평가기준 공개로 대표되는 평가의 공정성·합리성 강화 ▲ 심리상담 지원과 리프레시 휴가 확대, 휴식권 보장 ▲ 모성보호권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SG길드 "포괄임금제 폐지와 평가 공정성, 고용 안정 강화에 특히 신경썼다"

이 중 노조가 특히 신경쓴 부분은 포괄임금제 폐지, 고용 안정, 평가 공정성 3개 요소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근래 게임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안건 중 하나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진행하며 이 부분을 강하게 요구해, 오는 10월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에 주어졌던 포괄 수당은 앞으로 '기본급'에 포함되며, 이후 야근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초과근무 수당이 '추가로' 지급되는 방식이다.

참고로 포괄임금제는 스마일게이트 노조 출범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비조합원 포함) 응답자의 87.1%가 폐지를 원한 안건이다. 

'고용 안정성'은 프로젝트의 시작과 폐기가 잦은 게임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요구다. 대부분의 회사에선 외부적인 이슈로 인해 프로젝트가 폐기됐을 때, 여기에 속한 개발자들이 모두 '전환배치' 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이에 회사와 노조는 이번 단체협약에서 '프로젝트 조직 해제 등의 이슈가 생겼을 때 2개월 내 전환 배치를 완료'하도록 잠정 협의했다. 

'평가 공정성'은 노동자를 평가하는 인사 기준이나, 프로젝트 성공으로 인한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다. 기존에는 이런 기준이 노동자들에게 공개돼 있지 않아, 인사권자가 임의로 평가를 내리거나 인센티브를 분배해도 당사자들이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단체협약에서 노사가 '가능한 최대한 평가·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공개한다'고 협의해 평가의 공정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에 따르면, 다른 산업에서는 대략적으로라도 직원에 대한 평가 기준이 공개돼 있다. 
# 크런치 모드 전엔 구성원 동의 필요! 게임 업계 특수성 고려한 합의도 돋보여

크런치 모드나 심리적 스트레스 등 게임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항도 함께 채결됐다. 대표적인 것이 '휴식권 보장'. 이 조항이 합의됨에 따라, 조직장들은 앞으로 크런치 모드를 진행하기 위해 조직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마일스톤이나 크런치 모드 등으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가 극심한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합의 또한 함께 이뤄졌다. (정확히는 일부 법인만 지원되던 것을 5개 법인 전체로 확대) 참고로 오는 7월부턴 조직원들의 심리적인 상해 또한 산업재해에 포함되는 법이 시행된다. 회사와 조직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조항.

잠정협의안에는 이외에도 ▲ 유연 근무제 개선 ▲ 리프레시 휴가 확대·개선 ▲ 출산휴가 제도 개선 ▲ 노조 가입 제한 없음 등이 포함돼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스마일게이트의 버추얼 유튜버 '세아'도 16일 야근 등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올렸다.


# "5개 법인 공동 잠정합의, 사측도 결심해 준 덕에 가능했다"

이번 잠정합의가 5개 법인 공동으로 진행된 것은 교섭 막바지에 회사 측이 노조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심한 덕에 가능했다.

본래 회사와 산별 노조의 단체 협약은 '법인' 별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인 별 교섭이 법으로 명시된 최소 단위이기도 하고, (회사가 부정적으로 마음먹는다면) 교섭을 자주, 많이 해 노조의 기세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단체협약을 진행할 때 회사에게 자신들이 교섭권을 가진 5개 법인을 한꺼번에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회사 측에선 처음에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교섭 막바지에 이르러 입장을 바꿨다. 덕분에 SG길드는 게임업계 노조는 물론 다른 산업계를 통틀어서도 흔치 않은 '복수 법인 단체협약 잠정협의'를 이룰 수 있었다.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은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지만, 사측의 결심 덕에 원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 다행이다. 포괄임금제 폐지에 동의해 준 회사에게 신뢰를 표한다. 이번 단체협약이 정식으로 적용되는데로, 남은 법인도 회사와 좋은 협약을 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G길드가 속한 화섬식품노조는 “노사가 원만한 대화로 다소 복잡할 수도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와 단체협약 전반을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합의하게 된 점은 이후 IT업계 노사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계기점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3월 28~29일 이틀 간 진행된다. 만약 여기에서 조합원들이 찬성할 경우, 노사는 4월 3일 조인식을 열고 정식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SG노조는 5개 법인의 단체협약 정식 체결 후, 남은 소수 법인의 단체협약과 노조의 조직 체계 정비에 힘 쓸 예정이다.
차상준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스마일게이트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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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아도 한국은 충분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지금 시스템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윤경 정책국장은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알려지지 않아 센터에 찾아오는 사람이 적다고, 노성원 교수는 센터 예산이 열악해 많은 환자를 케어하지 못한다고 반론했다. 위 학회장은 이 중 노성원 교수의 주장에 대해 “예산이 없어 인원을 다 케어 못하는 것과, 애초에 등록된 인원이 적은 것은 다른 문제다”라고 재반론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여기에 추가로 WHO가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공개한 불분명한 기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일부’가 어느 정도인지, ‘과도하다’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명확한 수치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WHO가 정의한 게임 과몰입도 게임 자리에 뭘 넣어도 될 정도로 너무 두리뭉실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참고: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정의 1)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시작, 빈도, 강도, 지속 시간, 종료, 상황) 2) 다른 생명의 이익 및 일상 활동보다 우선하는 정도까지 게임 플레이에 우선 순위 부여 3)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는 것. 이러한 행동 패턴이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고, 이 게임 행동 양식이 최소 12개월 동안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 그는 이런 불명확하고 느슨한 기준이 가뜩이나 게임에 부정적인 한국에 적용됐을 때, 사회와 일부 의사들이 가진 선입견 때문에 과몰입 증상이 없는 사람도 환자로 판정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노성원 교수는 “우울증이나 조현병도 정신건강적인 요소는 수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판단된다. 그리고 이 전문가는 수년 간 교육받고 의사 면허 따고, 이후 수련으로 수많은 환자들과 대면한 이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위 학회장의 우려는 이해 하나, 이는 의료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론했다.  # WHO의 움직임은 국내 정신의학계의 사주다? 위 학회장의 음모론 한편, 위정현 학회장은 토론회에서 WHO의 게임 과몰입 질병 코드 분류 움직임이 국내 정신의학계의 사주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이슈가 됐다. 다만 그는 의혹과 관련해 직접적인 근거 없이, 일부 정황 증거만 제시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위정현 학회장이 이런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3가지다. 하나는 WHO의 움직임이 국내 정신의학계의 움직임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 위 학회장의 말에 따르면, 한국 중독정신의학회는 2012년 학회장 취임사에서 ‘재정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1년 뒤 새누리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게임을 술, 마약 등 중독물질과 같이 관리하는 ‘4대 중독법’(혹은 신의진법), 게임 중독 치료를 위해 업계 매출 1%를 징수하는 ‘손인춘법’이 발의됐다.  두 법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이듬해인 2014년부터 WHO에서 게임 과몰입을 조사하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 협의체의 결과가 현재 질병 코드 분류 이슈다. 그가 보기엔 이런 일련의 타임라인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 다른 하나는 최근 이슈가 된 게임 과몰입 이슈 그 자체다. 정확히 말하면 PC 온라인 게임의 전성기이고 게임 과몰입 이슈도 더 심했던 과거가 아니라, 스마트폰이 보급돼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고 그에 따라 과몰입 이슈도 줄어든 현재 WHO가 움직임을 보인 것. (다만 근래 과몰입 이슈가 줄어들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김윤경 국장은 증상의 파괴력은 줄었지만 플랫폼 접근성이 늘어 위험성은 더 커졌다고 반론했다) 마지막은 WHO의 결정 수용을 확실시하는 국내 의학계의 태도다. 엄밀히 말해 WHO의 결정은 ‘권고’이며, 각국은 이를 적용하지 않거나 자국에 맞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위 학회장의 말에 따르면, 한국은WHO의 결정을 가장 빨리 도입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미국 정신의학계의 경우, 2018년 10월 업데이트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5판’(DSM-5)에서 게임 과몰입을 ‘추가 연구가 필요한 안건’이라고 분류한 바 있다. 게임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찬반 논란이 있으니 더 연구해야 한다는 논리다. 위정현 학회장은 미국의 이런 사례를 말하며 “이처럼 WHO의 움직임과 별개로, 도입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다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가장 빨리 도입하겠다고 하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작성자 주: 이 발언은 위 학회장이 2018년 DSM-5만 가지고 미국 정신의학계의 입장을 추측해 말한 건지, 최근 WHO 이슈 관련해 미국 입장을 확인한 후 말한 건지는 불분명하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노성원 교수는 “WHO는 정신의학계 뿐만 아니라, 의학계 전체에 걸쳐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다. 게임과몰입 문제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이런 다양한 전문가들이 증상 자체를 심각하게 봤고 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수년 간 합의한 결과다.”라고 반론했다.  # 패널 정리 발언 다음은 <100분 토론>에 참여한 패널 4인이 마무리 발언 때 한 말이다. 각 패널의 입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잘 드러났다고 판단해 최대한 그대로 옮긴다. 노성원 교수: 게임 과몰입에 대한 자극적이고 과도한 일반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진단이 필요하다. 게임은 문제가 없으나, 게임 과몰입으로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대부분의 유저는 건전하게 게임을 이용하겠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보건의학계의 케어가 필요하다. 위정현 학회장: 일부 그런 현상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WHO의 불명확한 기준 때문에) 오진에 의해 심신건강한 이들이 오히려 환자처럼 취급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윤경 정책국장: 위정현 학회장의 걱정은 기우다. 게임 과몰입이란 질병이 실존하니만큼 WHO 총회에서도 당연히 질병 코드 분류가 되고 한국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게임 과몰입은 의학계에서만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엔 반드시 게임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게임 업계는 그동안 이익창출에만 골몰했는데, 이번에는 사회를 보고 협력해 줬으면 좋겠다.  대도서관: 게임 과몰입은 질병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과몰입이라고  생각한다. 취미가 생기면 그거로만 머리가 가득 차는 경우가 있다. 게임도 다르지 않다. 과몰입을 치료한다면 가정 내 교육이 우선돼야 잘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했다. 아까 김윤경 정책국장이 온라인서 맺은 관계가 의미 없다 말했는데 그건 지금의 SNS 시대를 부정하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도 온라인에서 수많은 사람과 관계 맺고 교류하고 있다. 학생들을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무작정 막아 해결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통제하지 말고 이해해달라. 
토론의 기본도 못지킨 '게임 중독' 100분 토론... 무엇이 문제였나?
수준 미달 토론자 배치해 난장판 의도한 주류 언론의 '게임 혐오' 토론은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은 토론을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로 논리와 근거를 갖추고 각자의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그것이 좋든 나쁘든) 무시해버린다면 그건 토론이 아니다. 지난 22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이 그랬다. 표면상으로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라는 부제를 달기는 했지만, 게임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을 전제로 깔아놓고 제작된 '아무말 대잔치'의 쇼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MBC는 둘 중 하나다. 제대로 된 토론을 만들 생각이 없었거나, 그럴 능력이 없을 정도로 이 이슈에 대해서 무지했거나. # 이미 결론은 내려놓고... <100분 토론>에 '토론'이 없었던 이유 지난 21일, 토론의 본 방송에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MBC는 "'게임 중독'은 질병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게임에 방해된다며 한 부모가 생후 2개월 아기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 '게임 중독에 걸린 10대가 정신병원에 불을 지르고 탈출했다는' 사건, '게임 아이템을 사려고 차량을 절도한 20대가 구속됐다는' 사건 등. 여러 자극적인 사건들을 먼저 소개했다. 5월 21일 공개된 <100분 토론> 예고편 캡처.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사건들은 이번에 이슈가 되는 WHO의 '게임 과몰입 질병 코드 분류'와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게임 중독'이 현실 폭력이나 범죄로 이어지는가?"라고 물으려면 우선 "'게임 중독'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야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MBC 예고편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게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있는데, '게임 중독'이 문제더라. 그런데 '게임 중독'은 있을까요?  다시 말해 MBC는 "'게임 중독'이 존재하는가?"(그리고 그것은 무엇인가)를 물어야하는 토론의 예고편에서 이미 "'게임 중독'은 존재한다"는 결론이 난 이후의 화두를 맨 앞으로 끌어오고 있었다. 토론을 주최해야하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벌써 '게임이 문제다'라는 결론을 내놓았으면서, 대체 무슨 토론을 하자고 사람을 불러모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주류 언론이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거친 전제하에 게임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어떤 사건을 알릴 때 그것을 자신의 전략적 의도에 따라 만든 틀(frame) 속에 넣어 제시, 특정한 반응을 유도하는 행위를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한다. 5월 21일 MBC <100분 토론> 역시 이처럼 이미 짜여진 틀 안에서 펼쳐지는 쇼에 불과했다하면 과한 것일까? # 게임의 폭력성 실험했던 바로 그 곳, 그리고 새로운 밈(meme)의 탄생 (상대 토론자가 실제 연구결과와 다름을 지적하며 논문을 읽어보았느냐 묻자,) "일반인은 논문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게임중독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쳐요." (상대 토론자가 다른 중독도 그렇다고 반박하자, 자기 의견을 스스로 반박하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네요?" - 김윤경 정책국장, 5월 21일 MBC <100분 토론> 중 상기해보면, 당장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게임의 폭력성 실험"을 했던 곳도 MBC였다. 이번 <100분 토론>의 경우에도 새로운 밈이 될 법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발언이 쏟아져 나왔고, 토론 패널이 자신의 논리로 자신을 반박하고 있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촌극을 연출하면서 훌륭한 '후속작'을 배출한 셈이 됐다. 이번 '게임 중독' 토론은 안내 페이지만 해도 평소의 6~7배에 달하는 조회수를 뽑아내며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게임에 익숙한 젊은 층과 대다수 유저들은 당일 토론을 그저 '웃음거리'로 소비하고 있지만, "게임의 폭력성 실험" 때와 달리 MBC가 마땅히 받아야할 비판을 받지 않고 있는 점은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지탄받아야하는 것은 바로 토론 주최자인 MBC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토론은 근본적으로 패널 선정에 있어 문제가 있었다. 게임 옹호측 패널은 게임 관련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교수와 현재 산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반면 '중독'측 패널에는 엉뚱하게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일반 시민이 있었다. '게임 중독' 질병화 찬성측의 패널로 나온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의 김윤경 정책국장. 김윤경 정책국장은 지난 2018년 김포시 학부모 단체를 기반으로 설립된 이 시민단체에서 근무하고 있다.하지만 시민단체에서 몇 년 일했다고 전문가로 보기는 힘들다. 정책국장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민의 입장에서 해당 안건과 문제를 대변하는 자리일 뿐이다. 그 결과 토론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았다. 만약, MBC가 '일반 시민'의 의견이나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자를 배치해 토론의 깊이와 전문성을 희생하는 대신 의견의 외연을 확장하려 했다면, 게임 측 패널에도 게임을 즐기는 일반 시민이나 동호회 회원을 불러왔을 것이다. 그랬다면 토론은 더 격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더 가볍고 일상적인 차원에서 생산적인 담론이 오갔을 수도 있다. 그것은 또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MBC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토론의 기획 의도에는 전문성도 일상성도 없었다. 대신, 그들이 배치한 논리의 블랙홀이 모든 논의를 집어삼켰다. 김윤경 정책국장은 앞서 소개한 반지성주의적 발언을 비롯해 토론자로서 기본 태도가 문제시될 정도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고, 게임측 패널은 이 발언들을 지적하기 급급했다. 정작 일견을 필요로 하는 의학계 전문가의 발언은 제대로 소개되거나 반박되지 못했고, 이에 대해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가지도 못했던 '게임 중독' 토론. 문제가 되는 패널이 막무가내로 자신의 의견을 쏟아내는, 화제가 될 법한 '막장 토론'. MBC가 의도한 그림이 도대체 어떤 것이었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묻는다. 이 토론에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누구인가? 막장 발언을 쏟아낸 일반인인가, 아니면, 그런 일반인이 나와 전문적인 주제에 대해 막장 발언을 쏟아내게 만든 MBC인가? 어찌보면, 이 토론은 참가자 모두가 희생자였다.  # 20년째 바뀌지 않는 낡아빠진 보도 실태, 주류 언론의 '게임 혐오' 사실 이번 <100분 토론>까지 오지 않아도, 게임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의 사례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일례로, MBC가 예고편에서 언급하기도 한 "게임 중독자가 게임에 방해된다며 자기 자식을 살해했다"는 사건의 보도 내용을 들여다 보자.  매일경제는 이 사건에 대해 지난 5월 14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생후 2개월 된 아들이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평소 온몸을 묶어 학대하고, 끝내 주먹으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중략) A씨는 평소 아내와 함께 집에서 컴퓨터 6대를 돌리며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모은 뒤 이를 팔아 그 수익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A씨는 수천만 원의 대출금으로 채권 추심업체에서 압박을 받는 등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상황이 되자, 어린 아들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아들을 돌보면서 게임 아이템을 모으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입이 줄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 매일경제, "게임 방해된다고…생후 2개월 아들 폭행해 숨지게 한 아빠", 2019.05.14. 이 사건에서 A씨는 정확히 무엇 때문에 아이를 살해했는가? 온라인 게임인가, 채권 추심업체의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인가? A씨는 '게임 중독자'이기 때문에 게임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인가, 생계를 잇기 위해 게임을 해온 것인가?  그런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00년 3월 9일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우리는 석연찮은 익숙함과 마주하게 된다.  3개월동안 하루 10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온 30대 PC게임방 주인이 게임 도중 쓰러져 숨졌다. (중략)  경찰조사 결과 1년전부터 게임방을 운영해온 金씨는 3개월 전부터 오후 4시쯤 출근해 다음날 오전 9시까지 하루 10시간 넘게 이 게임에 몰두해 왔으며 (중략) 경찰은 평소 건강했던 金씨가 게임에 중독돼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 심장마비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 중앙일보, "PC게임 중독 30대 심장마비死", 2000.03.09.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이 보도의 문법이 우리는 낯설지 않다. 얼핏 보면 30대 남성이 게임에 '중독'되어 쓰러져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 바로 김씨가 PC방 사장으로서 오후 4시에 '출근'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김씨의 진짜 사인은 무엇인가? 게임(중독)인가, PC방 사장으로서의 업무, 과로와 스트레스인가, 혹은 직접사인인 심장마비는 왜 일어났는가? 무엇하나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이 사건들의 내용을 가지고, 수많은 언론사는 "게임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자극적 내러티브를 양산해 대중에 20년동안 유포하고 있다. 어떤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게임 때문인 것 같다"는 날림성 논리와 주장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소 결은 다르지만, 주류 언론의 이와 같이 비윤리적인 보도 실태를 드러내는 중요한 사건은 또 있다. 바로 지난 3월, "뉴질랜드 총기 테러범이 포트나이트로 살인 훈련했다"는 연합뉴스 보도였다.  사람들은 그가 '게임을 하듯' 사람들을 쐈다고 경악했다. 실제로 총격범이 발표한 선언문에는 "비디오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가 나를 킬러로 훈련시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포트나이트는 총기로 적들을 공격하는 서바이벌 서바이벌 슈팅 게임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연합뉴스, "17분 생중계로 '게임하듯' 탕탕탕…모스크 '테러 라이브' 충격", 2019.03.15.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범은 인터넷에 자신이 작성한 '선언서'(manifesto)를 공개했고, 연합뉴스는 이를 인용하며 위과 같이 썼다. 하지만 이 보도는 오보였다. 해당 내용은 선언서의 일부, 테러범이 자신에게 올 법한 여러 질문에 대해서 '자문자답'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었는데, 원문은 이러했다. 비디오 게임, 음악, 문학, 영화가 당신에게 폭력과 극단주의를 가르쳤습니까? 그렇다. <스파이로 더 드래곤 3>이 나에게 민족주의를 가르쳤다. <포트나이트>는 나를 살인자로 훈련시켰고, 내 적들의 시체 위에서 춤을 추도록 가르쳤다. 귀여운 디자인의 용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파이로> 시리즈. 연합뉴스는 구글링 정도는 해봤어야 했다. <스파이로 더 드래곤>이 '민족주의'를 가르쳤다는 대목이나, 시체 위의 춤이라는 행위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사실 해당 답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밑에 한 줄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 음악, 문학, 영화가 당신에게 폭력과 극단주의를 가르쳤습니까? 그렇다. <스파이로 더 드래곤 3>이 나에게 민족주의를 가르쳤다. <포트나이트>는 나를 살인자로 훈련시켰고, 내 적들의 시체 위에서 춤을 추도록 가르쳤다. "...그랬겠냐?" (원문은 No.) 인터넷 상에 공개된 뉴질랜드 테러범의 선언서 해당 부분. 테러범의 의도는 비디오 게임을 비롯한 문화 창작물들이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만국 공통의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비꼬는 것이었다. 선언서까지 작성해 공개할 정도의 '신념형 테러리스트'로서 자신의 신념이 매스 미디어에 의해 '조작'됐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연합뉴스는 기본적인 팩트체크조차 시도하지 않았거나, 선언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기사를 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신 기사를 번역한 기자의 역량 문제라거나 단순한 번역 실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연합뉴스가 기본적으로 이 사건의 '엄중함'에 대해서 제대로 자각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기사는 애초에 나가지 못했을 터이다.  뉴욕 타임즈를 비롯해 수많은 해외 매체들이, 테러범이 이처럼 소셜 미디어 채널을 이용해 자신의 선언을 확산시킨 점(혹은 미디어 트롤링 media trolling)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누고 있을 때, 연합뉴스는 단순히 화제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기사를 통과시키고 있었다. 연합뉴스의 기사를 송고 받는 수많은 언론사들 역시 이를 그대로 실었다. 해당 연합뉴스 보도는 당일 아침 TV 뉴스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물론 명백한 오보였기 때문에 연합뉴스는 나중에 정정보도를 내야했지만, 이미 인터넷에 퍼뜨려진 수많은 연합뉴스발 오보는 수정되지 않았고, 당연히 공식적 사과 역시 없었다. 연합뉴스는 오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극적인 제목을 수정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팩트체크] '게임중독' MBC 100분 토론의 4가지 거짓
21일 저녁 방영된 MBC 생방송 <100분 토론>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WHO의 게임 이용 장애(게임 과몰입) 질병 분류 이슈와 관한 자리가 지상파 방송에서 열렸고, 그 자리에 의사, 교수, 게임 전문 방송인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모였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담론이 오가야 할 토론에는 '황당 발언'에 가까운 주장부터 팩트에 전혀 어긋난 이야기가 사실처럼 오갔습니다. 어느 일반인 방청객의 "군인에게 처음 사람을 죽이라고 했을 때 죽이지 못하지만, 계속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학습시키면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인다"라며 "게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이 논란이 됐죠.  토론 현장에서는 일반인 방청객의 발언 이상으로 심각한 거짓과 오류가 있었습니다. 특정 패널은 거짓 주장을 한 뒤 출처를 묻자 "일반인이기 때문에 논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죠. 이번 <100분 토론>에서 나온 '가짜뉴스'는 무엇인지, 그리고 사실은 무엇인지 디스이즈게임이 알아봅니다. ① "게임중독에 걸린 아버지가 2개월 영아를 살해했다?" 김지윤 박사는 <100분 토론>의 사회자로 중립을 유지하면서 생산적인 토론을 이끌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73분 동안 진행된 토론 중 몇몇 대목에서 사회자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발언을 꺼냈습니다. 토론 1부와 2부 사이 방청객 의견 수렴 과정에서 김 박사는 "얼마 전 게임중독에 걸린 아버지가 2개월 영아를 살해한 케이스가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에는 문제점 하나와 거짓말 하나가 들어있습니다. 문제점은 이것입니다. 김 박사는 토론을 시작하며 "우리 사회의 인식과 토론 진행의 편의를 고려해서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것이 질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죠. 하지만 "게임중독에 걸렸다"라는 말은 이미 게임중독은 '걸리는' 병이라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거짓은 5월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의 '현상'의 이면을 비추지 않은 데 있습니다. 우선 2019년 5월 이런 사건이 몇몇 주류 언론에 보도된 것은 사실입니다. (1) A는 생계 유지를 위해 게임 아이템을 판매한다. 그는 컴퓨터 6대를 돌리며 작업을 한다. (2) A는 지난 12월 하순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자신의 아들이 울고 보챌 때마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수건 2장으로 아들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묶었고, 하루 15시간이 넘게 아기를 움직이지 못하게 방치하는 일도 있었다. A는 아이의 머리를 수차례 폭행하기까지 했다. (3) 결국 아이는 숨지고 말았다. 주류 언론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게임 내지는 게임중독으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PC 6대의 '미니 작업장'을 돌리는 그에게 게임은 생계 유지 수단에 가깝습니다. A는 수천만원의 대출금으로 채권 추심 업체에서 압박을 받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SBS와 국민일보는 전하지 않았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신의 아동을 장기간 학대하는 이유는 부모의 정신건강 상태 문제가 큽니다. 이번 사건도 '게임중독'이라는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1가지 원인이 아닌 열등감, 사회 부적응, 분노, 불만 등의 복합적 작용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2019년 5월 14일자 국민일보 보도 '게임 방해된다고 2개월 아기 죽인 아빠의 잔혹 수법' 2014년에도 '게임중독에 걸린 아버지가 자신의 2세 아들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 있었죠. 그때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종류의 범죄 동기에 대해 "게임중독을 원인으로 볼 수 없다"며 "범죄 심리학 등에서 많은 사례들을 연구해 봤지만, 게임중독이 범죄를 일으키는, 또는 살인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00분 토론>의 사회를 맡고 있는 김지윤 박사 ② "여론조사 결과, 게임중독 질병 등록 찬성이 더 많았다?" 김지윤 박사는 토론 후반부에 "한 여론조사 기관 조사 결과, 게임중독 질병 등록 찬성이 더 많았다"라며  "게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오랫동안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자가 근거로 든 여론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지윤 박사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의 5월 13일자 여론조사입니다. 그리고 이 여론조사의 응답자는 73.3%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게임의 주사용층인 10대~30대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울러 해당 여론조사의 설문은 게임 중독이라는 질병이 실존한다는 스키마(Schema, 인지심리학에서 특정 대상의 규칙성을 포착하는 지식의 구조)를 유도해 문제가 됐습니다. 특정 주장이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게끔 용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팩트체크] '게임 중독' 질병 등록 찬성이 반대보다 9% 많다? (바로가기) 이에 대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20대 학생 141명에게 조사한 결과, 찬성 21.9%, 반대 69.5%, 모름/무응답 8.6%이 나온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 대책 준비 위원회'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김지윤 박사는 "공대위 조사는 대학생을 조사로 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 대표성을 가지기 힘들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자 김 박사는 자신이 예를 든 여론조사 결과도 결론적으로 국민 대표성을 가지기 힘든 조사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사진은 5월 3일 문화연대 긴급토론회에서 촬영. ③ "나름대로 공부를 해봤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져드는가" 김윤경 인터넷스마트폰과의존예방시민연대 정책국장은 "게임중독으로 인한 범죄행위가 분명히 존재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져드는가 나름대로 공부를 해봤다"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김 국장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김윤경 인터넷스마트폰과의존예방시민연대 정책국장 아래는 김 국장이 제시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봐야 하는 이유와 그에 관한 팩트입니다. 1. 연속성: 요즘 게임은 예전과 달리 끝이 안 보인다. <갤러그>, <너구리>는 끝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게임은 연속성이 너무 강해서 그 연속성이 중독성을 일으킨다. → 우선 김 국장은 '요즘 게임은 끝이 없다'라고 주장했지만, 결말이 있는 게임도 무수히 많습니다. 오히려 예시로 든 고전 플랫포머가 하드코어 모드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그 게임에 계속 머물게 했죠. 뿐만 아니라 엔딩이 없는 연속성이 중독성을 야기한다는 과학적·객관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김 국장 주장과는 반대로 엔딩이 없기 때문에 중간에 쉽게 포기하고 게임에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2. 강등제도: 아이가 게임을 하다가도 쉬고 싶을 수 있다. 그래서 쉬어버리면 아이들 게임 레벨이 떨어진다. 그러면 아이들 마음이 조급해져서 계속 게임에 머물게 된다. → 이 대목에서 김 국장은 '랭크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를 여지 없이 드러냅니다.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의 지적대로 레벨이 떨어지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랭크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하며 게임에 오래 머물 수는 있죠. 하지만 익히 알려진 것과 같이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자신의 랭크가 오른다고 100% 확신할 수 없습니다. 또 많은 경우 랭크는 시간이 지나면 초기화되거나 재설정됩니다. 티어는 계속 변동됩니다. 사진은 <리그 오브 레전드> 7개 티어. (현재는 9개) 3. 득템과 레벨업: 레벨업을 하려면 아이템을 구해야 하는데 이게 단순 반복 '노가다'다. 이런 게임에서는 뇌가 다양한 자극을 받지 못한다. 단순한 부분만 자극을 받는다.  → 게임의 단순 반복이 뇌의 단순한 부분만 자극시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뇌의 자극'이라는 과학적인 용어를 쓰면서도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단순하게' 자극되는지 그 근거도 제출하지 않았죠.  관련 연구가 아직 많지 않고 성장을 위해 단순 반복 요소가 있는 게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가다' 게임의 단순 반복을 통해 뇌의 '단순한 부분'만 자극된다는 연구 자료는 없습니다. 오히려 김 국장은 '노가다' 모델 말고 플레이어의 전략적 사고를 유도하는 게임도 많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의대의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는 2017년  '게임과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에서 "게임이 뇌구조를 망친다는 말은 근거도 없고 타당성도 없다. 나아가 과도한 게임 이용이 반드시 나쁜 결과를 가져 온다는 증거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국장의 말이 허무맹랑한 주장임을 알 수 있는, 게임과 뇌에 관련한 기사 몇 가지를 모아봤습니다. 시드니 의과대학 ‘블라단’ 교수, 게임과몰입에 대해 말하다 (바로가기) 아동·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주요 원인은 "학업 스트레스" (바로가기 “마약? 게임? 뇌가 좋아하는 반응은 다 같다” (바로가기) 정의준·한덕현 교수의 '게임이용자 패널 5차년도 연구' 4. 파티 시스템: 친구들과 파티를 하다가 나오면 민폐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의 파티가 사교성이나 사회성을 기르지 않는다. 얼굴을 맞대고 사람을 만나야 사회성이 길러지지 가상에서 열심히 상대를 이기고 죽이면서 동질감을 높일 수 있지 않지만, 사회성을 높일 순 없다. →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도 충분히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다. 이 글을 읽고 있을 게이머들이 겪었던 사회적 경험을 차치하더라도, 이 문제는 수 차례 과학적으로 연구됐습니다. (1) 연세대학교 도영임 박사 연구진은 온라인게임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게임 내 경험 역시 현실과 동일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다양한 자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의 게임 이용 경험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확장하는 식으로 변화했죠. (2) 미국의 리서치 업체 입소스(Ipsos)는 미국 전역의 12~5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게임을 즐기는 미국인들은 비디오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대중문화와 새로운 기술도입에 영향을 받으며, 일반적으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사회적으로 외향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 확률형아이템: 확률형아이템은 실제 돈으로 사야 한다. 근데 물건을 살 때 물건의 정보를 모르고 산다. 뽑기 같은 거다. 이것은 도박으로 사행성이 있다.  → 확률형아이템은 여러 차례 문제로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문제제기와 성찰,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죠. 가령 벨기에를 비롯한 몇몇 국가는 확률형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문제와는 다르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입니다. 모든 게임에 확률형아이템이 적용되어있지 않거든요. 게임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문제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더불어 김 국장도 확률형아이템이 게임중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연관성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물론 확률형아이템이 있는 게임의 성격을 도박과 등치시킬 여지가 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그렇지 않습니다. 건국대학교의 정의준 교수는 '본질적으로' 게임이 도박과 다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1) 게임과몰입의 경우 도박 중독에서 사용하는 9개 기준 중 불과 4개만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음. (2) 자존감, 물질 가치 추종도, 중독지수 3개 분야에서 두 콘텐츠는 정반대의 영향력을 보임. (3) 도박은 '보상'만 강조된 콘텐츠지만, 게임은 보상뿐만 아니라 액션, 서사를 즐기는 재미가 있음. (4) 폐쇄적인 도박과는 달리 보드게임부터 온라인/모바일게임까지 널리 커뮤니티가 있음. 도박과 동일시되는 게임. 게임은 정말 '도박'과 같은 성격일까? (바로가기) ④ "저희는 일반인이라 굳이 논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김윤경 정책국장은 토론 중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지 않았던 데다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되는 말도 거리낌 없이 꺼내 패널의 자질을 의심케 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회자는 김 국장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3개만 꼽아보죠.  [Case 1] 김윤경 국장: 198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 PC 사용 용도 순위를 매겨보니 게임이 제일 많더라. 그러면서 국가가 '게임이 산업화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게임을 육성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위정현 회장: 누구 논문을 보고 그런 말을 하는가? 김윤경 국장: 저희는 일반인이라 굳이 그 논문까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뇌피셜'입니다. 그 시절 관련 부분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은 없습니다.  1980년대는 PC 보급률 자체가 매우 낮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 무렵 PC는 200만 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가전제품이었습니다. 1980년대 직장인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1달에 100만 원을 벌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IBM를 쓰든 MSX를 쓰든 사용자 입장에서 게임을 많이 즐겼을 수는 있지만, 김 국장은 게임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데이터의 소스를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육성하겠다고 결정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부는 1980년대 초반인 1983년을 정보산업의 해로 지정했죠. 하지만 김 국장의 주장처럼 1980년대 후반에 국가가 나서서 게임 개발에 대한 각종 지원을 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시기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육성하겠다 결정하고, 지원을 해준 시기라기보다는 세운상가, 기술 잡지 등으로 자발적으로 형성된 '너드'들의 씬(Scene)이 <신검의 전설>같은 결과물이나 '개오동' 같은 모임으로 표출되던 시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1987년 저작권법에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이 포함되기는 했습니다만 그 무렵 저작권법은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 게임 역사연구가 오영욱의 잡지, 동호회, 공모전으로 본 한국의 '인디게임' 史 (바로가기) "일반인이라 논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궤변은 따로 반박할 가치가 없을 것 같습니다. IBM PC XT 기종의 녹색화면 (출처: 넥슨컴퓨터박물관) [Case 2] 김윤경 국장: 게임 중독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쇼핑 중독은 그렇지 않다. 대도서관: 쇼핑 중독으로 살인이나 돈을 구하기 위해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김윤경 국장: 그렇게 말하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닌가? 대도서관: 그것은 게임 중독도 마찬가지 아닌가? 김윤경 국장: 그 얘기 끝났고, 다른 것 있다. 이 맥락은 김윤경 국장의 토론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사회자인 김지윤 박사는 여기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김 국장은 계속 자신의 주장을 폈습니다. [Case 3] 김윤경 국장: 오늘 저희들이 여기서 의논하는 것이 게임이 중독이냐 아니냐 이런 것도 있지만 그거 해서 뭐하나? 이 토론에서 누가 이기고 졌다.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나? 아이들은 게임중독에 걸리고 있는데. 김 국장이 토론에 나온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케 하는 발언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토론은 승패를 가리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주장을 교환하고, 더 나은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레딧에서 가져온 사연! 수정구슬로 미래를 보는 강아지
최근 레딧(Reddit)에서 핫한 이야기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수정구슬을 들여다보며 미래를 보는 댕댕이의 이야기입니다! 레딧에 글을 올린 글쓴이는 마녀들이 점을 볼 때 들여다보는 수정구슬을 어쩌다 얻게 되어 집에 가져왔다고 밝혔는데요. 글쓴이가 수정구슬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쓰니의 반려견이 수정구슬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있던 것이었죠. 처음엔 그냥 저러다 말겠지하고 냅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강아지는 저녁이 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수정구슬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강아지는 수정구슬 속에서 무언가 보이는듯 가까이 다가가 집중하는 듯 하더니 입가의 근육을 씰룩이다가 외쳤습니다. "먕!" 이쯤되자 정말 수정구슬에서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글쓴이도 수정구슬 이곳저곳을 면밀하게 살펴봤지만, 그냥 투명한 유리구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글쓴이가 강아지 옆에 앉아 포기하려던 바로 그 순간, 강아지는 유리구슬을 보며 다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고 쓰니가 무의식적으로 유리구슬을 쳐다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글쓴이의 눈에도 유리구슬 속에 정체모를 한 남성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죠! 순간 놀랜 글쓴이는 강아지와 함께 수정구슬 속 남성을 한참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쓰니는 수정구슬의 비밀을 알아내고는 웃음을 터트렸는데요. 집 밖에 지나가는 행인의 모습이 굴절되어 창문 옆에 있던 수정구슬에 상이 맺힌 것이었습니다. 개는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집에 낯선 사람이 올 때마다 짖는 성향이 있는데, 글쓴이가 집에 수정구슬을 가져온 이후로 낯선 사람이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여 하루종일 경계한 것이었죠. 글쓴이는 수정구슬을 치울까 했지만 강아지가 수정구슬을 온종일 들여다보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고 합니다. 댕댕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정구슬을 들여다보며 위험한 미래를 감지한다고 하네요! 복채는 사료 다섯 알이애오
[스토리뉴스 #더] 삐빅, 게임병 환자입니다
‘게임 탓’은 무엇을 놓치게 하는가 세계보건기구(WHO)가 5월 20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총회(WHA)를 개최 중이다. 이전이라면 관심이 가지 않았을 성격의 이 총회, 이번에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적잖이 쏠려 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개정안(ICD-11)이, 매우 높은 확률로 최종 의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WHO는 게임 중독을 △게임이 다른 일상보다 현저하게 우선적이고 △부정적 문제가 발생해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과도하게 이용하며 △게임에 대한 조절력 상실 등의 증상이 1년 동안 반복되는 경우로 정의한다. 지난해 6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규정 지었고, 이번 총회에서 이를 질병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게임 중독이 질병코드로 정식 등재되면? 각 나라들은 2022년부터 WHO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병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강제성을 갖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ICD에 근거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쓰고 있고, 또 ICD의 변경안을 늘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게임의 질병화는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게임이 중독의 대상임을 넘어 질병의 요인으로 공인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선 WHO의 ‘게임 장애’ 규정에 근거를 두는 국내 의학 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알코올처럼 중독 기준이 수치화됨은 물론 이에 해당되는 사람은 상담, 나아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로 등록되는 셈이다. 우리 애가 책을 멀리하는 이유의 8할은 저 게임이라며 인상을 잔뜩 찌푸려온 부모들은, 두 팔 벌릴지도 모르겠다. 규제 또한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PC 온라인 게임 이용을 막는 셧다운제(여성가족부 소관)와 역시 PC 온라인 게임을 할 때 50만 원을 넘겨서는 쓰지 못하도록 정한 온라인 게임 결제한도(문화체육관광부 소관)는 시행 중이다. ‘신데렐라법’이라는 푸념 섞인 조롱을 듣거나(셧다운제), ‘PC 말고 모바일 게임에는 펑펑 써도 괜찮나요?’ 정도의 질문만 던져도 빈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온라인 게임 결제한도) 정책들이지만 아직은 끄떡없다. 게임이 질병의 한 재료로 인정받는다면 이런저런 규제들이 덕지덕지 붙으면 붙었지 줄지는 않을 테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논의 및 추진한 바 없다고 밝힌 일명 ‘게임중독세’도 마찬가지. 실제상황이 닥치기 전까지 게임업계로서는 불안감을 내려놓기 어렵다. 물론 이 미래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은 많다. 특히 ‘게임 장애’에 관한 의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지난달 6일 서울서 열린 ‘2019 게임문화포럼’, 기조연설을 맡은 미국 스테트슨대의 크리스토퍼 J. 퍼거슨 심리학과 교수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곧장 연결 짓는 시선을 ‘파편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예전부터 영화, 만화, 음악 같은 새로운 기술이나 콘텐츠가 등장하면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미칠 악영향만을 생각했다”며, “진짜 원인은 (게임을 포함한) 새 콘텐츠가 아니라 스트레스 등 (현대사회의) 심리적 요인이고 (게임) 중독 등의 증상은 결과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잘 알려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 씨도 5월 21일 MBC ‘100분 토론’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종일 수업을 받지만 그중 성취욕을 느끼는 건 소수 상위권 학생들뿐”이라며,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는 시스템이라 아이가 성취욕을 느낄 수 있는 건 게임밖에 없다”는 논지다. 경제적 손실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이덕주 교수 연구팀은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향후 3년간 국내 게임시장의 손실이 최대 11조 원에 이르리라 추산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읊는 시대에, 업계는 가난해지고(feat.배불러지는 의료계?) 게임 콘텐츠는 위험물 딱지를 달게 생겼다. “PC방에서 식음 전폐하고 게임만 하던 10대 숨져”, “게임 방해된다고 생후 2개월 된 아들 때려 숨지게 한 父…”, “며칠간 PC방서 게임만 한 母…방치된 두 살 배기 사망” 물론 현실에서 게임 중독자는 여기저기 널렸다. 그럼에도 게임으로 화살을 돌리는 데 우리사회가 너무 능수능란한 건 아닐까? 폭력에 연루된 이에게 잔혹한 영화나 게임이 들러붙는 것에 무뎌지지는 않았냐는 말이다. (앞뒤 맥락이 생략된) ‘게임 중독에 빠진 A씨가…’ 따위의 신속하고도 기계적인 주어는, 옳을까. 이를테면 게임에 방해된다고 제 자식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라는 작자가 게임을 덜 했다고 좋은 아버지가 설마 됐겠냐는 상식선의 의문을, 어째야 하나. 게임에 장애나 질병 딱지를 붙이는 건 “게임 탓”이라는 기존의 손쉬운 결론 내리기에 대한 공적인 서명처럼 보인다. ‘게임 문제 맞으니 그만 파헤치라’는 선언 같은. 그로써 게임 뒤에 숨었을 어떤 근본적인 이유들은 점점 더 뿌예지거나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게임에 빠진 환자가 늘면 늘수록 ‘사회의 진짜 병리적인 것들’은 더 꽁꽁 숨어버릴 것만 같은 이 불안을, 아이러니하게도 의료 종사자들만 못 느낀다. 글·구성 : 이성인 기자 silee@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 믿음을 주는 경제신문 뉴스웨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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