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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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역할놀이_2

와 너무 졸려....
세상 제일 졸린 시간.. 오후 4시....
날이 따뜻해지니까 밥먹고 앉아있음
진심 12시간 풀잠 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커피를 사발로 마셨지만....무쓸모...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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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뚜벅뚜벅, 또각또각.”


잠귀가 밝은 탓에, 밖에서 나는 괴상한 소리에 눈이 떠졌다. 나는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나 말고도 재희씨, 정 선생님이 통로에 나와서 숨죽이고 복도중앙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재희씨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모르겠어요. 복도 중앙 쪽에 뭔가 있어요.”


재희씨는 그렇게 말하고,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는 서서히 복도중앙 쪽으로 다가갔다.
나 역시 재희씨를 따라갔다. 그리고 내 뒤를 정 선생님이 따랐다. 재희씨는 눈치를 보다가 순간적으로 뛰쳐나갔다.
나 역시 재희씨의 뒤를 따라 나갔다. 복도중앙의 구석에 뭔가 보였다.


“누구냐?”


재희씨가 구석에 있는 그것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것이 일어났다. 자세히 보니, 세형학생이었다.
하지만 그 광경이 가히 호러스러웠다. 바닥에는 누군가의 팔과 다리가 잘려져 널브러져 있고,
피로 물든 교복 와이셔츠를 입은 세형학생의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이 들려 있었다.
무엇보다 끔찍했던 건 세형학생의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니에요”


세형학생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나는 너무 놀라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때, 뒤에 있던 정 선생님이 정장마이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탕”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오던 세형학생은 ‘털썩’ 쓰러졌다. 재희씨가 황급히 손에 권총을 든 정 선생님의 손을 붙잡았지만이미 방아쇠가 당겨진 후였다. 총알은 애석하게도 세형학생의 이마에 명중했고, 세형학생은 비명한마디 없이 즉사했다.
순간적으로 이마에 구멍이 뻥 뚫린 채, 피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세형학생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날, 죽이려고 했어.”


정 선생님이 중얼거렸다. 세영학생을 죽이고, 이성을 잃은 듯했다.


“소형씨 좀 도와주세요.”


정 선생님의 권총을 뺏으려는 재희씨는 힘이 부치는지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예?, 네”


도와준다고 대답은 했지만, 난 주저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나서지 않아도, 곧 총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할아버지와 만도 아저씨가 대충 눈치를 채고 재희씨를 도와 이성을 잃은 정 선생님을 뒤에서 붙잡았고, 그 틈에 재희씨가 권총을 정 선생님의 손에서 빼내었다.
그리고는 총구를 정 선생님의 이마에 겨누었다. 순식간에 상황종료였다.


“권총을 이리 줘, 내꺼야”


정 선생님은 만도 아저씨에게 붙잡힌 채, 자신을 겨누는 재희씨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왜 총을 쐈죠?”


재희씨는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며 정 선생님에게 물었다.


“날, 죽이려 했어, 손에 칼을 쥐고 있었어!!”


정 선생님은 악을 써댔다.


“울고 있었어요! 칼도 손에서 버리려했고!”


재희씨의 말이 맞았다. 나 역시도 세형학생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뭐랄까?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생명의 위협은 느끼지 못했다고나할까? 하지만 정 선생님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총을 쐈다. 우리들 중에 가장 안전한 맨 뒤에 있었으면서.


“왜 죽였냐고요!! 그리고 권총은 어디서 났어요?!!”


재희씨는 다시금 물었다. 권총을 손에 쥔 채 부르르 떨면서.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재희씨가 총을 쏠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 재희씨는 남에게 총을 쏠만한 사람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지금 총을 쏜다면 뒤에서 정 선생님을 붙잡고 있는 만도 아저씨도 총에 맞을 게 분명했다.
재희씨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재희씨가 이렇게까지 정 선생님을 위협하며 추궁하는 이유는?


‘아마도 권총까지 가지고 있는 정 선생님이 맡은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서겠지.’


“그게 내 역할이니까!!! 그래서 총을 쐈어.”


정 선생님이 울면서 주저앉았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재희씨의 추궁에 정 선생님은 자신의 역할이었음을 실토해냈다.
뭐, 처음 보는 학생의 목숨보다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역할이 더 소중한 것은 당연한 거니까.
그렇다고 ‘그냥 죽이고 싶어서 쐈어’라고 할 수도 없고. 이로써 내가 생각했던 안전한 역할놀이는 끝이 났다.


“와우! 드디어 여러분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군요. 관객으로써, 지루했었는데 이제야 보기 좋네요.

팝콘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네요. 하하하”


오랜만에 스피커에서 그 녀석의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만약 눈앞에 그 녀석이 있다면 갈기갈기 찢어버렸겠지만, 할 수 있는 건 그저 묵묵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그 녀석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듣는 것밖에 없었다.


“우소형씨,”


스피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예?”


나는 엉겁결에 대답을 했다.


“방금 전에 죽은 학생의 역할이 뭐였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학생의 방에 들어가서 가방앞쪽의 포켓을 열어보세요. 하하하”


나는 스피커의 소리를 듣고서 그냥 천장만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 내게 재희씨가 말했다.


“제가 가볼게요.”


재희씨는 천천히 세형학생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르고, 방문을 열고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당신의 역할은 시체처리반입니다.
시체가 생기면 칼로 썰어서 중앙복도의 구석에 있는 수거함에 넣어주세요.
(칼은 침대 밑에 있습니다.)



“학생은 우리를 해치려하지 않았어요. 그건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어요. 내가 조금만 빨리 움직였어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재희씨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나도 만도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이대로 있어봤자 우리는 모두 죽을 거예요. 아무도 지키지 못하고.”


재희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세영학생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너무 순식간이라 말리려 했지만 말릴 수가 없었다.


“탕”


문밖으로 단발의 총성이 새어나왔다. 모두들 놀라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총소리가 복도에서 울리다가 사라지고,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침묵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방안을 확인하지 못했다. 2분정도 지났을까?
나는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용기를 내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의 중앙에는 재희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재희씨, 이 방법밖에 없었나요?’


나는 조용히 다가가서 재희씨가 떨어뜨린 권총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문을 닫았다.


“어떻게 됐는가?”


할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재희씨는 자살했습니다.”


할아버지와 만도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 정 선생님은 벽을 짚고 일어섰다.
저 사람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둘이나 죽었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은 내가 죽이겠어.”


나는 권총으로 정 선생님을 겨눴다. 하지만 나는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고, 정 선생님은 그런 나를 담담히 보다가 내가 들고 있는 권총을 손으로 쳐냈다. 총은 쇳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내가 총을 다시 주워서 다시 정 선생님을 겨누자, 정 선생님이 말했다.


"총알은 2발밖에 없었어. 자살도 죽은 건 죽은 건데"


정 선생님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벽을 짚고 힘겹게 걸어갔다. 나는 더욱 화가 났고,
만도 아저씨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정 선생님에게 달려드는 나를 막아섰다.


“내 역할은 이제 끝났어.”


정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했다. 정 선생님이 방문을 열자 방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며 정 선생님을 반대편벽으로 밀어냈다. 지금까지 안보이던 수정씨였다.
수정씨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고, 그 칼은 정 선생님의 배에 정확히 꽂혔다. 수정씨는 칼에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정 선생님의 귀에 대고 말했다. 다 들리게끔.


“왜 웃고 있는 거야? 죽어버려!”


정 선생님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수정씨는 그런 정 선생님을 아랑곳하지 않고 칼로 배를 더욱 깊이 쑤셨다.


“펑!!”


순간, 기계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고, 칼로 배를 찌르던 수정씨의 얼굴에 정 선생님이 피를 토해냈다.
피로 범벅이 된 수정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나는 혹시 수정씨도 죽었나하고, 얼른 쓰러진 그녀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그녀는 기절한 것 뿐이었다.
나는 상의를 벗어 그녀의 얼굴에 잔득 묻은 피를 어느 정도 닦아내었다.
순간 스피커에서 그녀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와우, 뜸을 들였던 만큼 모두가 화끈하게 보여주는 군요. 제가 원했던 거예요. 특히나 젊은 아가씨, 참 대단하군요.  꼭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하하하”


그 녀석은 우리끼리 서로 죽이는 것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었다.
결국 모든 상황이 놈이 바라던 대로 됐고, 우리는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다.


“와우? 지금 감탄이 나와?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이 개죽음을 당했는데? 고작 네 녀석이 엉성하게 짜놓은 역할놀이 때문에!!”


나는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워~워~, 진정하세요. 소형씨, 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으세요? 총을 들고 있던 아줌마의 역할.
궁금하시다면 아주머니가 입고 있는 상의의 안주머니를 보세요.”


나는 원망가득한 눈으로 천장을 한번 보고, 천천히 정 선생님의 시체 쪽으로 다가갔다.
결코 그 녀석의 지시를 따르는 게 아니다. 나는 그 녀석이 지시를 하지 않았어도 그녀의 역할을 확인했을 것이다.
정 선생님의 역할이 너무 궁금했다. 그녀의 몸은 피와 살점으로 뒤덮여 어떤 게 옷이고, 어떤 게 가죽인지 헷갈렸다.
나는 한참을 헤집다가 겨우 마이의 안주머니에서 빨갛게 물든 종이를 찾아냈다.
피가 묻어 있었지만 충분히 글씨는 알아볼 수 있었다.




*중요역할

당신의 역할은 총잡이입니다.
총으로 2사람을 죽이세요. 총알은 2발이며 본인을 쏴도 상관은 없답니다.

(총과 총알은 냉장고 안에 있습니다.)




“아주머니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어요, 총잡이 빵야! 하하하”


“중요역할? 역할놀이는 개뿔!”


나는 종이를 구겨서 바닥에 내팽겨 쳤다. 결국 처음부터 정 선생님은 누군가를 꼭 죽여야만 했다.
그래야 정 선생님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타깃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


‘잠깐, 내가 죽을 수도 있었어?’


죽을 수도있었다라는 생각에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땀을 닦아내려다가 피로 붉게 물든 손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
기분이 더러워서, 피가 묻은 손을 연신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바지는 더러워져도 상관없었다.
그저, 내 손에 피가 묻는다는 게 너무 싫었다. 피를 어느 정도 닦고, 패닉상태에 빠져 멍하니 앉아있는 만도 아저씨와 기도를 하시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계신 할아버지를 향해 다가갔다.


“아가씨는 살아있나?”


할아버지가 눈을 감은 채 내게 말했다.


“네, 기절한 거예요. 좀 있으면 일어나겠죠.”


할아버지 옆에 앉았다.


- 이제 아무도 죽지 않겠죠? -


만도 아저씨가 내게 종이를 건넸다.


“이제는 아무도, 아무도 죽지 않을 겁니다.”


말을 하면서도 힘이 쭉 빠졌다.


“저 아가씨, 기절했다고 했지? 역할을 확인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좀 찝찝했지만,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그녀 역시 우리의 눈앞에서 정 선생님을 죽였기에,
그녀의 역할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네, 그럼 제가”


일어서려고 하자, 할아버지가 내 팔을 붙잡았다.


“아니야, 아니야. 자넨 여기 있어. 내가 가지.”


할아버지는 일어나셔서 수정씨의 곁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 지금 몇 시야? -


만도 아저씨가 내게 물었다. 시계를 보니 4시였다.


“새벽 4시네요. 오늘로 3일째네요. 내일이면 이 끔찍한 일도 끝이네요.”


끝이라는 말에 나와 만도 아저씨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칼을 들고 수정씨를 사정없이 쑤시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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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역할놀이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였다면
2편은 급전개 난리나네요 (당황)
정말 1초도 지루하지 않음...!!!!!!!.....
할아버지는 또 왜그러고 있어요~!~!~!~!~!~!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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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아니 핼배였군요.할배가아니라.ㄷㄷ
내가 알아볼께 하면서 급 살인.. 무서운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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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역할놀이_3
와 이 소설 전개 진짜 시원시원하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되는대로 바로바로 가져올게요! 이건 내용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내일이나 오늘 새벽까지 올리면 끝날 것 같아요! 자 그럼 스압주의 외치며 ㄱㄱ -------------------------------------------------------------------- “무슨 짓이에요!!” 나는 할아버지를 향해 소리쳤고, 만도 아저씨도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할아버지는 우리의 말을 듣고,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내던지고 두 손을 들었다. “이제 끝났어. 이제 죽을 사람들은 죽었어. 나를 믿어줘! 여기! 그 종이는 내 역할이야” 할아버지는 우리 쪽으로 종이를 던졌고, 나는 종이를 주워서 펼쳤다. 당신의 역할은 인구조절입니다. 본인포함, 3명을 남겨주세요. 그 이하 그 이상도 안 됩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절로 줄어들 테니.) 쇠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뭔가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눈을 뜨자 스피커가 달려있는 천장이 보였다. 일어나려고 고개를 들자 한 밤의 끔찍했던 기억이 내 머릿속에 뒤엉켰고, 이내 할아버지가 수정씨를 찌르던 장면이 클로즈업되었다. “으악!!” 침대 옆에 버젓이 앉아있는 할아버지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진정시키려는지 멀찌감치 떨어졌다. 할아버지와 같이 내 곁에서 떨어져있던 만도 아저씨는 무언가를 적더니 놀라서 바짝 긴장한 내게 보여주었다. - 자네 기절했었어. - 만도 아저씨가 종이를 보여주면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두들겼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죠?” “여기는 내 방이고, 기절한 자네를 데려온 거야” “그거 말고요. 수정씨요.” 할아버지는 나의 질문에 움찔하시더니 이내 말씀하셨다. “그게 내 역할이라 어쩔 수 없었어. 이왕 세 사람이 남는 거라면,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사람들과 남고 싶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느낌이 왔어, 여기 있는 자네와 수염이 있는 친구는 안전할거라는 느낌이.” “그래서 만족하시나요?” 할아버지는 내 말을 듣고, 아무 말씀 못하시고 고개를 숙이셨다. 나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목숨 또한 소중하니까, 하지만 수정씨를 죽이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할아버지를 바라보기 힘들었다. - 여기 그 아가씨의 역할 - 만도 아저씨는 내게 종이와 함께 메모를 보여줬다. 나는 만도 아저씨가 준 종이를 펼쳤다. 그것은 수정씨의 역할이었다. 당신의 역할은 최후의 여자입니다. 다른 여자를 죽이고, 최후의 여자가 되어주세요. 본인이 죽이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살려는 주겠지만, 역할놀이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겠죠? (칼은 침대 밑에 있습니다.) 수정씨가 죽고 나서 스피커를 통해서 마구 웃어댔을 그 녀석 생각에 주먹이 쥐어졌다. ‘엿 같은 역할놀이’ 나는 이 빌어먹을 역할놀이가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보려고 시계를 봤다. 밤 11시 50분이었다. 제한시간인 4일까지는 10분밖에 안 남았다. ‘오늘만 지나면 4일, 정말 끝이다.’ 끝이라는 단어에 다시금 긴장이 풀려 침대에 드러누웠다. “자네의 역할이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자넨 역할이 뭔가? 그냥 궁금해서 그러네.” 할아버지가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내게 불쑥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정작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순간 내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거 같아서 불안해졌다. - 역할을 말하기 곤란한가요? - 만도 아저씨가 종이를 내밀었다. “아뇨, 말하기 곤란하진 않은데, 제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나 싶어서요.” 사실 그랬다. 주변에서 워낙 큰일들이 일어나서 정작 가장 중요한 내가 맡은 역할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역할이 뭐 길래 그런가?” 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만도 아저씨 역시 궁금했는지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그 둘을 번갈아 보고 말했다. “솔직한 사람이요” 할아버지와 만도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이야? 역시 생각대로 별로 위험한 역할은 아니었지만 참, 대단하군.” 할아버지는 내 역할에 대한 놀라움과 이제 더 이상 끔찍한 일은 없을 거라는 안도감에 표정이 밝아지셨다. 그리고 나는 재빨리 이성을 되찾고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해 생각을 더듬었다. 내가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 못했는지. 분명 나는 100%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설마.’ 시계를 보니 11시 59분에서 12시로 넘어가려했다. 어느 정도 상황파악이 된 나는 할아버지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펑!!” 기계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가 피토를 하면서 쓰러졌다. 만도 아저씨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너무 놀라서 거칠게 숨만 쉬었다. 사실 내 역할수행에 대해 생각을 할 때, 나는 내가 종이를 펼쳤던 순간으로 돌아갔다. 당신의 역할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모두를 속여주세요. 이것이 종이에 적혀있던 내 역할이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맡은 거짓말쟁이 역할에 대해서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나도 모르게 모두에게 거짓말을 해대고 있었다. 나는 수화를 할 줄 알면서도 모른척했고, 수정씨를 골려주기 위해서 음식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 모른다고 했고,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재희씨에게 도와준다고 해놓고 도와주지 않았고, 정 선생님을 내 손으로 죽인다고 해놓고 죽이지 못했고, 좀 있으면 일어 날거라고 했던 수정씨는 영원히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을 알려주는 등의 간단한 의사소통을 빼고는 거의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이건 정말 내 의지와 상관없지만, 내가 자살했다고 했던 재희씨는 아직 살아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멀쩡히 살아 있는 걸보면.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그 사실은 확신으로 다가섰다. 왜 몰랐을까? 재희씨가 죽었을 때, 다른 사람이 죽었을 땐 역할이 뭔지 가르쳐주면서 떠들던 스피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경솔했다. 단지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는 것만으로 재희씨를 죽었다고 생각해버렸다. 지금 문 앞에 서있는 재희씨를. ------------------------------------------------------------------ 재... 재희씨가 왜 거기서 나와......? 아니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할아버지 뒷통수 오지게 맞고 가셨네 ㅠ 안탁갑 아니 이거 뭐 어찌되는거야~!~!~!
펌) 역할놀이_epilogue.2
여러분 재밌게 보고 있으신가요? 쓰읍- #공포미스테리 관심사에 글 쓰는거 좀 중독된듯..낄낄 저는 여러분의 좋아요와 댓글을 먹고사는 요.정. 🧚‍♂️ 과연 두번째 역할놀이는 어떻게 진행될까 ㅠ.ㅠ 초.스.압.주.의. ------------------------------------------------------------------------ “몰라, 내가 처음에 일어났을 때부터 이미 죽어있었어” 원진이 본인을 의심한다고 느낀 상훈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흠, 일단 죽은 두 사람의 방은 건너뛰고, 다른 방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요.” 원진은 나름 용기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앞에 있는 방문의 문고리를 돌렸다. “철컥, 철컥” 하지만 문이 안에서 잠겼는지 열리지 않았다. “잠겨있는데요?” 원진이 다른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누구시죠?” 순간 문이 열리면서 어떤 아저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원진의 얼굴을 본 아저씨는 놀랐는지 ‘쿵’ 소리를 내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원진은 아저씨를 부축했다. “나를 죽이려는 건 아니지?” 원진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아저씨는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원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원진은 아저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역할에 따라서 목숨이 위험해질 수가 있다고 적혀있어. 내 가슴에 달린 폭탄도 봤고! 옆방에서 시체들도 봤다고!! 여기서 누가 나를 죽일지 어떻게 알아?” 아저씨는 막무가내로 방안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다. “아니에요, 위험하지 않아요. 제 역할도 위험한 역할이 아닌걸요?” “뭔데?” 아저씨가 물었다. 원진은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원진은 이내 솔직해지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역할을 털어놨다. “제 역할은 우리를 이곳에 가둔 녀석을 죽이는 겁니다.”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 말을 들은 성훈이 원진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사실이야?” “네” 원진은 조용히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쪽지를 꺼내보였다. 사람들은 모두 원진이 꺼내 놓은 쪽지를 쳐다봤다. 당신의 역할은 해결사입니다. 사람들을 가두어 놓고 역할놀이를 시키는 저를 죽여주세요. (가장 어려운 역할이군요. 절대 성공 못할 겁니다.) “이렇게 역할을 공개해도 괜찮으세요?” 지은이 안쓰러운 표정을 하며 원진에게 물었다. “솔직히 괜찮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께 제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박 형사는 서둘러 자동차 앞 유리에 붙어있던 쪽지, 그 쪽지에 쓰여 있는 그곳으로 향했다. 박 형사는 속도를 높였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 분 일 초가 급한 상황이었다. 다른 동료들과 같이 행동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박 형사는 더욱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차를 몰았다.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요동쳤다. 불안해하던 아저씨는 사람들의 소개와 원진의 행동에 감동했는지 선뜻 자신의 소개를 했다. “제 이름은 임범진이라고 합니다. 아까 젊은이의 말대로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이곳을 빠져 나갑시다, 그리고 우리를 이 꼴로 만든 녀석을 잡읍시다.” “흠,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성훈은 그런 것이 못마땅한지 비아냥거렸다. 그렇게 범진 아저씨를 설득한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의 방문을 두들겼다. “똑, 똑” “누구냐?” 방안에 있던 마지막 사람은 노크소리에 즉각 반응을 했다. “죄송하지만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들인데” 원진이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관심 끄고 꺼져” 방 안에 있는 사람이 신경질을 부리며 말했다. “쿵!” “뭐야? 당신!” 성훈이 문을 발로 차며 말했다. 문은 성훈의 발길질 한 방에 조금 찌그러졌다. “신발!! 미친 새끼들아!! 무슨 짓이야!! 꺼져버려!!” 방 안에서 욕이 나오자 상훈은 화가 나서 더욱 세게 발로 문을 걷어찼다. “그만두세요.” 원진과 승대 아저씨는 상훈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왜 막는 거야?” “으윽!” 성훈이 자신을 막아서는 원진과 승대 아저씨를 뿌리치며 소리쳤다. 성훈이 강하게 뿌리치는 바람에 원진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지고, 승대 아저씨는 뒷걸음질을 쳤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 방안에서 욕을 쏴대는 녀석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먼저 죽은 두 사람도 혹시 저 사람한테 당했을지도 모르잖아!” 성훈이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듣고 보니 그렇군, 만약을 대비해서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범진 아저씨가 성훈의 말에 동조했고 그 둘은 문을 두드렸다. “이봐요, 말로 해결합시다. 우리도 당신처럼 끌려왔는데 서로 힘을 합칩시다.” 범진 아저씨는 노크를 연신 해대면서 방 안에 있는 사람에게 평화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웃기지 말고 꺼져”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혹시 말이야” 가만히 뒤에 서있던 승대 아저씨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혹시 뭐요?” “저 방안에 있는 사람이 우리를 가둬놓은 사람이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잖아?” 그 말을 들은 범진 아저씨는 문고리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꺼져, 그냥 놔둬!!” 안에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그러니까 문 좀 열어봐요” “그냥 놔두라니까!!” 어느덧 문고리가 박살났고 성훈과 범진 아저씨는 문을 억지로 뜯어냈다. 건물이 낡아서 그런지 남자들이 달려들자 문은 쉽게 뜯겼다. 방 안에는 남자 하나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시발!! 미친 새끼들 저리 꺼져!!” 남자는 미친 듯이 날뛰다가 가장 앞에 있던 성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성훈은 재빨리 달려드는 남자를 발로 밀어내고, 양손으로 남자의 멱살을 잡더니, 이내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리고는 발로 차서 복도로 밀어냈다. “당신! 똑바로 대답해!!” 성훈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그 남자를 향해 말했다. “펑!!” 뭔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있던 남자의 몸뚱이가 터졌다. 폭발음과 동시에 피와 살점과 내장 따위가 사방으로 튀었다. 너무나 놀란 지은은 비명도 못 지르고 주저앉았다. 그 남자와 가장 가까이 있던 성훈 역시 피와 신체의 찌꺼기들을 뒤집어 쓴 채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모두가 놀란 순간 스피커에서 녀석의 말이 들려왔다. ------------------------------------------------------------------------ 히익 뭐야;;;;;; 저 남자 역할은 막 외톨이 이런건가;;;;;;; 그리고 원진쓰 막 역할 공개해도 괜찮겠어...? 아 맞다 그리고 에필로그 1 부터 느낀건데 역할놀이하는 범인 분위기가 좀 달라진것 같지 않음??? 준니 깝쳤었는데 좀 조용해진 느낌
펌) 역할놀이_epilogue.3
아..요즘 근육통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요.... 저녁쯤 되면 온몸이 아픔 ㅡㅠ 특히 목이랑 어깨... 구신이라도 올라가 있나... 죽을 맛이네유... 근육통 약이라도 하나 쌔려야겠어요 흑흑 ------------------------------------------------------------------------- “흠, 타인들에 의해 역할 수행을 제대로 못했군요. 거기 시체에 가장 가까이 있는 분? 비위가 상하겠지만 시체의 바지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서 확인해줄래요?” 성훈은 심리적 압박감에 못 이겨 스피커의 지시대로 시체의 바지주머니를 더듬어 쪽지를 찾아냈다. 쪽지에는 핏방울이 동그랗게 서서히 번지고 있었다. 성훈은 떨리는 두 손으로 쪽지를 폈다. 당신의 역할은 히키코모리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지 말고 방에만 계세요. (참고로 히키코모리는 평소의 허현우씨, 바로 당신의 모습입니다.) “방금 전 당신들이 죽인 사람의 역할은 히키코모리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4일 동안 방에만 박혀 있는 게 그 사람의 역할이었지요. 참 안타까운 희생자군요, 본의 아니게 역할 수행을 못해서 죽다니. 이게 모두 여러분 때문입니다.” 스피커에서는 모든 잘못을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떠넘기며 말했다. 얼이 빠진 성훈은 쪽지를 보고, 떨리는 몸을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원진은 다시 한 번 피비린내 나는 시체를 보고는 또 주저앉아 바닥을 보며 토악질을 해댔고, 지은은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기절을 해버렸다. 그런 지은을 범진 아저씨가 들어다 지은의 방으로 옮겼다. 승대 아저씨 역시 멍한 표정으로 안경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에 죄의식을 느꼈는지 서로 아무 말도 않고 조용히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갔다. “네가 죽였어!!” 폭탄이 폭발해서 죽었던 시체가 일어나서 원진에게 꾸물꾸물 다가왔다. 원진은 도망칠 수 없었다. 가슴팍에 구멍이 뻥 뚫린 시체는 서서히 원진에게 다가갔다. “아니야!!! 내가 죽인 게 아니라고!! 으악!!” 원진은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온몸이 흘러내리는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헉, 헉 후우” 원진은 아직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했는지, 숨을 헐떡거렸다. 원진은 땀으로 젖은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워서 방안에 있는 화장실로 힘겹게 걸어갔다. 수도꼭지를 돌리자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원진은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더러운 땀과 피로 물들어진 얼룩을 모두 씻어냈다. 자신이 저지른 죄와 함께 씻겨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원진은 대충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무엇보다 혼자 있는 게 너무나 무서운 원진이었다. 복도통로에는 붉은색으로 굵게 선이 생겨있었다. 물론 그 붉은 선은 피였다. 원진은 그 피를 따라서 복도중앙까지 갔다. 그곳에는 성훈이 칼을 들고, 어제 죽은 남자의 시체를 토막 내고 있었다. 원진은 그 끔직한 광경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으아!!! 무슨 짓이에요!!” “잠깐, 오해야! 내 말 들어봐” 갑작스런 원진의 등장에 당황한 성훈이 말했다. 하지만 원진은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다. “무슨 일이야?” 승대 아저씨와 범진 아저씨는 원진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 나왔다. “뭐야? 당신 뭐하는 거야?” 승대 아저씨는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칼을 쥐고 있는 성훈을 보며 말했다. “오해라고, 자, 칼을 내려놓을게 안심하라고!” 성훈은 일단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칼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피가 묻은 손을 바지에 슥슥 닦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꽤나 긴장을 했다. “이거 내 역할이 적혀있는 종이에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낸 성훈은 그것을 원진이 있는 바닥에 집어던졌다. 원진은 눈치를 보며 종이를 집어 들었다. 당신의 역할은 시체처리반입니다. 시체가 생기면 칼로 썰어서 중앙복도의 구석에 있는 수거함에 넣어주세요. (칼은 침대 밑에 있습니다.) 원진을 그것을 보고 아저씨들에게 건넸다. 아저씨들은 그것을 보고, 성훈에 대한 경계를 어느 정도 풀고는 말했다. “흠, 끔찍한 역할이군.” “성훈씨는 비위가 좋으시네요.” 원진이 피범벅이 된 성훈을 보며 말했다. “쳇, 얼떨결에 역할이 공개되었지만, 난 위험한 역할이 아니니까 걱정하지들마요. 누구는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요? 이렇게 안하면 죽으니까 이러는 거지.” 성훈이 바닥에 있던 칼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시체를 썰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썰었다. 칼로 죽은 시체를 자르는 모습을 본 원진은 또 속이 뒤집히는지 이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상훈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구경할 거 없으니까 신경 끄고 저리가요,” “알, 알았어요.” 범진 아저씨와 승대 아저씨는 상훈의 살기담긴 말을 듣고 즉각 자리를 피했다. 원진이 속을 게워내고 나왔을 때, 문 앞에 지은이 겁을 먹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아까 무슨 일이었죠? 비명소리가 들리던데” 원진은 지은에게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쳇, 나갈 수 있는 문이라고는 저 두꺼운 문밖에 없잖아” 범진 아저씨가 원진과 지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고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뒤따라 승대 아저씨도 왔다. “창문도 없어, 온통 단단한 벽뿐이야, 저 문이 열리지 않는 한, 우리는 도망칠 수 없어.” 승대 아저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문 위에 달려있던 시계 봤죠? 그 시간이 다 되서 이 역할극이 끝나면 우리는 풀려날 겁니다. 우리는 그 전까지 살아있기만 하면 되요” 범진 아저씨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우리를 가둬놓은 녀석은 끔찍한 살인마라고요! 분명히 우리 모두를 죽일 거예요!” 원진이 살짝 열을 내며 말했다. “희망도 못 가집니까? 그렇게 죽는다고 생각하면 왜 지금 살려고 발버둥치는 겁니까? 차라리 남의 손에 죽을 바에 자살을 해버리지!” 범진 아저씨의 호통에 원진은 아무 말도 못했다. “정말 역할을 수행하고, 끝까지 살아남으면 4일 후에 우리를 풀어줄까요?” 지은이 울먹이며 말했다. 가장 나이도 어리고 유일한 여자였던 지은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범진 아저씨는 자신의 딸, 정도의 또래인 지은을 다독였다. “그래요, 제가 어리석었어요. 우리는 살아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모두 힘을 합쳐야 돼요, 반드시 살아나가서 우리를 가둬둔 녀석에게 복수를 해야겠어요!!” 원진이 힘을 내며 말했다. “흠, 오바이트나 하지 말라고,” 시체처리를 모두 끝내고 복도통로로 걸어 나온 성훈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씻으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쩌다가 이 꼴이 된 거지?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승대 아저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말했다. "여기에 어떻게 잡혀왔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네요." “그런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모두가 그런 거였군. 우릴 가둬놓은 녀석은 치밀한 지능범이군.” 범진 아저씨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 “그 지능을 이상한데다가 쓰는 사이코라는 게 문제겠죠?” 승대 아저씨가 일어나며 말했다.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어야겠어, 독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상관없어, 그냥 냉장고의 음식을 먹어야겠어.” “음식도 있었어요?” 원진이 방으로 들어가는 승대 아저씨의 뒤를 보며 물었다. “흠, 방안의 냉장고에 음식이 있어. 빵하고 물 같은 것들이. 내가 봤을 때 음식은 안전해,” 범진 아저씨가 대신 설명했다. “안전하다니요?” “내가 어제 먹었거든” 음식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원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났다. 민망한 원진은 식사를 하겠다며 일어서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들의 말대로 방안의 작은 냉장고에는 간소한 먹을거리가 있었다. 그동안 게워냈던 것도 있고 해서, 더욱 허기가 졌던 원진은 급한 대로 빵과 물을 꺼내 허겁지겁 먹었다. 앞으로 먹을 여분의 빵과 물을 남긴 원진은 간만에 느낀 포만감에 침대에 털썩 누웠다. 오래 되서 낡은 침대라서 그런지 침대에서는 삐걱 소리가 났다. 나름 폭신한 침대에 그동안 잔뜩 움츠렸던 근육이 서서히 풀리며, 그렇게 원진은 잠이 들어버렸다. “으악!!!!!!” “꺄!!!!” 귀를 찢는 것 같은 비명소리에 원진은 잠이 깼다. 남자와 여자의 비명소리. 여자의 비명소리는 분명히 지은의 비명소리였다. ------------------------------------------------------------------------- 으아 진짜 히키코모리가 역할이였네; 그냥 자기 역할 말하지 ㅠ 개불쌍.... 진짜 뭐 한것도 없이.. ㅠ....ㅠㅠ 안탁갑 이번에는 총잡이가 없나 시체처리반인 성훈씨는 살았네.. 자 과연 지은씨는 왜 비명을 질렀으며 함께 있는 남성은 누구일까요!?!?!?
펌) 역할놀이_完
하아아아아아푸우우웅움..... 졸려 죽것시요.....ㅠㅡ 집에...가고...시...ㅍ...ㄷ...ㅏ....... 역할놀이의 완결편입니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는 것! 이제 에필로그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후후후 우리 조금 더 오래 보자고요~!~! -------------------------------------------------------------------- 재희씨는 자신의 옆구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별로 놀라지 않는 걸 보니, 눈치 채고 있었나보네요. 소형씨.” “재희씨, 역시 죽지않았군요. 5분전에 알았어요. 그나저나 재희씨한테 고마워해야겠는 걸요. 전 당신이 방에 들어가 스스로에게 총을 쐈을 때, 사람들에게 당신이 죽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살아있었죠. 덕분에 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거짓말을 해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고요. 만약에 당신이 진짜로 죽었다면 전 진실을 말해서 죽어버렸겠죠.” “똑똑하시네요.” “저도 서울대 다니거든요.” 재희씨는 내 농담을 듣고 피식 웃었다. 하지만 만도 아저씨는 나와 재희씨의 대화가 이해가 안 됐는지 아직도 어리둥절해하며 나와 재희씨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끝났는데 당신의 역할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나는 재희씨의 역할이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역할을 맡았길래, 죽은 척까지 하는지. “저는 사실 경험자에요.” “경험자라니요?” “저는 이전에 있었던 역할놀이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지만, 생존자들 중에서 가장 역할 수행을 못해서 이번에 다시 역할놀이를 하게 된 거거든요.” 재희씨의 말을 듣고, 종이의 규칙이 다시 생각났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역할놀이를 못하신 분은 역할놀이를 다시하게 됩니다. “당신이 맡은 역할은 뭐죠?” 재희씨는 말을 하지 않고 대신 내게 종이를 건넸다. 당신의 역할은 시체3입니다. 세 번째로 죽는 시체역할을 맡아주세요, 물론 진짜 죽으라는 게 아닙니다. (경험자니까 능숙하게 잘 할 수 있겠죠?) 재희씨는 종이를 보고 있는 나를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제 역할이 시체다 보니, 우선 시체처리를 맡은 사람을 처리해야했어요. 그 전의 역할놀이서 시체처리 역할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첫 번째 희생자가 생겼고, 밤에 잠들지 않고 ‘누가 시체를 치울까?’ 하고 밤에 몰래 지켜봤죠. 역시나 누군가 몰래 나와서 시체 근처로 가더군요.” “세영학생이었죠.” “맞아요, 그래서 만만하다는 생각에 혼자 처리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웬 아주머니가 나타나더군요. 예상 밖의 일이었어요. 거기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당신도 나타났어요.” “근데 운이 좋게도 아주머니가 학생을 총으로 쏘더군요. 하지만 마냥 좋은 건 아니었어요, 여기서 만약에 한 사람이라도 더 죽으면 제가 3번째로 죽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필사적으로 총을 빼앗았군요.” “그래요, 애당초 그 총으로 누군가를 해할 마음은 없었어요. 그리고는 스피커에서 당신에게 세영학생의 가방을 보라고 했을 때, 기회는 이때다 싶어 제가 대신 들어갔죠. 생각할 시간도 벌고, 총알의 숫자도 세려고요. 정말 하늘이 돕는지 총알이 딱 하나 남아 있었고, 어줍짢은 연기로 대충 자살로 넘어갔죠. 그리고는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죠. 물론 총으로 쏜 곳은 응급처치를 하구요.” “이야!! 재희씨는 딱 한번해보고 완벽하게 적응하셨네요!!! 대단해요!! 하하하.” 스피커에서 감탄하는 그 녀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모두 끝났으니 내보내줘요” 나는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어 그 녀석에게 재촉했다. “잠깐만요. 평가를 해야겠죠. 우선, 재희씨는 두말할 거 없이 통과. 정말 훌륭하게 본인의 역할을 했어요. 본인을 쏘는 희생정신도 뛰어났고. 뛰어난 두뇌로 작전도 잘 세웠어요. 그나저나 여기에 남아야 하는 사람을 고르는 게 힘들군요. 박만도씨와 우소형씨가 박빙인데요? 하하하.” 지금 평가에 따라서 집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여기남아서 목숨을 건 역할놀이를 더할지가 결정된다. 너무 긴장이 되서 두 손에 땀이 흥건했다. “우소형씨, 본인이 역할을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박만도씨가 역할을 더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각자의 대답에 의해서 결정을 내릴게요.” 갑작스런 질문에 숨이 턱 막혀왔다. 바로 옆에 만도 아저씨가 있었지만 쳐다볼 수가 없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 나는 대답을 하기 전에 용기를 내서, 만도 아저씨를 쳐다봤다. 나와 마찬가지로 많이 긴장한 표정이었다. “만도 아저씨가 더 역할을 잘해냈습니다. 저는 시간이라든가, 이름같은 경우에는 진실을 말했습니다.” 말해버렸다.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해버렸다. “그러면 박만도씨는 누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박만도씨는 내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제가 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도 아저씨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거였는데, 별로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여기서 겪은 일들은 입도 뻥긋하지 말아주세요. 하하하” 푸쉬이이이. 순간 우리가 있던 방에 가스가 흘러들어왔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몸이 나른해졌다. “끼이이이익” 갑자기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있는 곳은 아스팔트 도로였고 주변에는 논과 밭이 보였다. 그리고 내 바로 옆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택시도 보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끝까지 나쁜 녀석이군, 이런 곳에 내버려두다니’ “이봐요, 괜찮아요? 이런 피까지 나네. 차에 부딪혔나요?” 놀라서 택시에서 내린 택시기사가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니에요, 그냥 다친 거예요.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죠?”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겪은 일을 말하려다가 그 녀석의 마지막말이 떠올라 거짓말을 했다. “예?” “정말로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그래요” “여기는 충남인데요?” 맙소사. 서울에서 충남까지 나를 끌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여기에는 버스도 없는데 택시 안타실래요? 빈 차인데. 워낙 손님이 없어서 하하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나서 택시를 탔다. 며칠 동안 감금되어서 그런지 바깥이라는 게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어디까지 갈까요? 손님” “그냥 가장 가까운 번화가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우선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 . . . “손님 다 왔습니다, 일어나세요. 13800원인데, 13000원만 주십시오.” “예?” 너무 편안해서인지 깜빡 잠든 모양이었다. “손님 돈 주셔야죠. 설마 없는 건 아니겠죠?” 택시기사의 말에 잠이 확 달아났다. ‘맞다. 지갑이랑 핸드폰은 그 녀석이 다 가져갔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달랑 500원인데 어떡하지?’ “지갑을 잃어버려서, 500원밖에 없는데 어쩌죠?”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택시기사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손님, 장난치지 마시고요, 주머니 좀 뒤져보세요. 뭐 찾아보지도 않고 지갑을 잃어버렸다니, 참나! 어이가 없어서!” 나는 지갑을 찾는척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놀랍게도, 주머니에는 지갑과 핸드폰이 있었다. 나는 얼른 내 지갑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주민등록증의 이름을 확인했다. 우상민. 맞다! 내 지갑이었다. 나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돈을 달라고 칭얼거리는 택시기사에게 2만원을 주었다.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 택시기사는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며 말했다. “아이고, 손님! 뻥도 잘 치시네. 밥 먹듯 거짓말하는 당신은 거짓말쟁이 우후훗! 하하하” 택시기사의 유머에 나는 기분 좋게 택시에서 내렸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냥 이렇게 평범하게 밖에 있다는 것에 마음이 한없이 편안했다. 그 녀석의 마지막 질문에 거짓말쟁이 연기를 한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그냥 그대로 말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마침,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통화하기 힘드네? 야, 너 어디서 잠수타고 있었냐?” 친구는 반가움 반, 걱정 반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그냥 잠깐” “지금 어디야?” “어, 충남 쪽” “야, 말을 하고 가야지, 얘들이 얼마나 걱정한줄 아냐? 술 취한 놈 데려다가 택시 태워서 보냈더니, 연락도 안하고. 그러고는 핸드폰 꺼놓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혼자 놀러가고 싶냐? 전화라도 해주지.” 그 다음부터는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아, 택시기사. 어쩐지 웃는 게 낯이 익더라.’ -------------------------------------------------------------------- 히익;;;;;;; 택시기사가 범인이였네;;;;;;;;;;; 근데 우소형이 본명이 아니라 우상민이였음..? ㄹㅇ 거짓말쟁이 역할수행 개잘함..... 그나저나 우소형 아니 우상민이 탈출했다는건 만도아저씨가 남은건가....흠.....
펌) 역할놀이_epilogue.4
이번편은 내용이 좀 짧아요 ㅠ 조금 더 가져오면 뭔가 흐름이 이상해져서 한번 끊었더니 짧네요! 하지만 이해해주시겠죠 후후후 ------------------------------------------------------------------------ 원진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원진 말고도 범진 아저씨와 승대 아저씨가 나와 있었다. 그들은 비명소리가 흘러나온 지은의 방 문 앞에 서있었다. 승대 아저씨와 범진 아저씨는 지레 겁을 먹었는지 원진의 뒤로 물러섰다. 하는 수 없이 원진이 문 앞으로 바짝 다가가 귀를 가져다댔다. 문에서는 지은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진은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말했다. “무슨 일이죠?” 순간 열린 문틈으로 지은이 달려와 원진에게 와락 안겼다. 원진은 놀라서 뒤로 주춤했다. 사실, 지은이 달려와서 안긴 것보다 지은의 옷가지와 손에 묻은 피 때문에 놀랐었다. 원진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아저씨, 방 안 좀 둘러봐주세요.” 승대 아저씨는 원진의 말을 듣고, 문을 열고 들어가 안을 살폈다. “이게 뭐야? 성훈씨가 죽었어!” 원진이 생각한 대로였다. 지은의 몸에 상처하나 나지 않은 걸로 봤을 때, 그 피는 다른 사람의 피일게 분명했다. 원진은 자신의 몸에 들러붙은 지은을 간신히 떨어뜨리며 물었다. “무슨 일인 거죠? 자세히 설명해요!” 지은은 원진의 다그침에 어느 정도 울음을 그쳤다. “저, 저를” “괜찮아요, 말해 봐요” “저 남자가! 저를 강간하려고 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지은이 소리쳤다. 원진과 승대 아저씨 그리고 범진 아저씨, 이렇게 모두는 지은의 말에 어리둥절해 했다. 승대 아저씨는 지은의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 “강간이요? 그게 말이 됩니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승대 아저씨의 추궁에 지은은 다시금 원진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흑흑, 정말이에요, 정말 내 옷을 벗기려고” “이제 됐으니까 그만하세요. 일단 나중에 지은씨가 진정되면 이야기하자고요,” 원진은 지은을 자신의 방에 데려다놓고, 자신은 밖으로 나왔다. 물론 혹시나 있을 상황에 대비해서 문을 안에서 잠근 채로 문을 닫았다. “그 여학생은 아직도 울어요?” 범진 아저씨가 복도 벽에 기대서, 팔짱을 낀 채, 원진에게 물었다.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 진정됐을 거예요. 그냥 놔두세요.” “이봐요, 원진씨. 왜 이렇게 감싸는 겁니까? 당신은 위험하지 않은 역할이라고 쳐도 저 여학생은 무슨 역할일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우리들 앞에서 버젓이 살인을 저질렀다고요. 당신은 괜찮다고 해도, 우리는 불안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범진 아저씨가 원진을 몰아세우며 물었다. 순간 천장의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두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군요. 안타깝습니다.” “뭐라고? 안타깝다고? 이게 누구 짓인데!!” 승대 아저씨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흠, 어쨌든 유감입니다. 역할놀이를 하다보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저에게 화내신 안경 쓴 아저씨? 방에 들어가서 시체의 바지 뒷주머니에 들어있는 쪽지 좀 꺼내주시겠습니까?” 그 녀석이 승대 아저씨를 꼭 집어 말했다. “내가 네놈의 부탁 따위를 들어줄 것 같으냐?” 승대 아저씨가 강하게 소리쳤다. 아저씨의 두 주먹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유감스럽지만 부탁이 아닙니다. 명령입니다.” ‘명령’이라는 두 단어에는 은근한 협박이 들어있었다. 승대 아저씨는 천장에 매달린 스피커를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이내 그 녀석의 지시대로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는 성훈의 시체가 방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흉부 쪽이 심각하게 난도질 되어 있었다. 승대 아저씨는 눈을 질끈 감고, 시체로 다가가 바지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다. 쪽지를 꺼낸 승대 아저씨는 황급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문을 ‘쿵’ 하고 닫았다. “볼 필요 없을 텐데요? 우리는 성훈씨의 역할을 알잖아요. 그의 역할은 시체처리라고요.” 범진 아저씨가 쪽지를 가로채서 펴고는 말했다. 그의 말대로 쪽지에는 성훈의 역할이 시체처리라고 적혀있었다. “크흠, 그래도 절차는 지켜야합니다.” 변조된 목소리를 헛기침을 한 차례 하며, 그 녀석이 중얼거렸다. “절차? 네 녀석한테는 사람 목숨보다 절차가 더 중요하지?” 승대 아저씨가 참지 못하고, 그 녀석을 비꼬았다. “잊지 마세요. 제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입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흉한 목소리의 협박에 승대 아저씨는 움찔했다. “쳇”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를 위해서라도 버튼은 자신의 역할을 못했거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에만 누릅니다. 전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요,” 원진은 참으로 양심도 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덧 어수선했던 둘째 날이 지나가고 셋째 날의 아침이 밝아왔다. 원진도 그렇고, 승대 아저씨도 그렇고, 범진 아저씨, 모두 불안한 마음과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편히 잠들지 못하고, 복도 통로에서 날을 샜다. “쳇, 뜬눈으로 날을 새버렸군. 얼마 안 남았는데 말이야” 승대 아저씨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원진씨는 방안에 있는 여자가 무슨 역할인지 걱정되지 않아요?” 범진 아저씨의 느닷없는 물음에 원진은 잠깐 졸다가 확 깨서 일어났다. “네, 뭐라고요?” “저 방안에 있는 여자가 무슨 역할인지 걱정 안 되냐고요?” 범진 아저씨는 다시금 되물었다. “어차피 여자 하나입니다. 저희 셋이 같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젯밤에 지은씨가 강간을 당할 뻔 했다고 했잖아요. 그건 정당방위라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원진은 조목조목 따져가며 범진 아저씨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범진 아저씨의 표정은 점차 굳어졌고, 이에 옆에 있던 승대 아저씨가 말했다. “강간이라고요? 성훈씨가 강간 같은 걸 할 사람으로 보였습니까? 물론 그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행동거지가 좀 난폭하고, 거친 면이 없잖아있지만 우리에게 자신의 역할을 공개한 걸 보면 나름 인간적인 사람이었다고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당신은 어제 방에 처박힌 채, 안 나와서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어제 성훈씨와 그 여자는 꽤나 친했었다고요” 승대 아저씨의 말에 원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들의 말을 귀담아 들은 원진은 일어나서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며 지은을 불렀다. “지은씨, 지은씨! 문 좀 열어봐요!” 하지만 안쪽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앉아서 원진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범진 아저씨가 일어서서 기지개를 하며 말했다. “역할은 어찌될지 모르지만 오늘로 셋째 날이군요. 내일이면 이곳도 끝입니다.” “만약에 우리를 가둬둔 녀석이 살려주지 않는 다면요?” 승대 아저씨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흠, 그런 건 상상하고 싶지도 않군요.” 범진 아저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뭐야 어제 오! 성훈씨 살아남았네! 라고 말하자마자 죽음; 성훈씨 입장에서는 그냥 시체들만 조용히 처리하면 살아서 나갈 수 있었는데 쓰읍 진짜 강간하려고 했을까 ㅡㅡ? 지은씨도 의심되는군...... 흐음......
펌) 역할놀이_1
열허부훈~!~!~! 안녕들하신가여...후후 오늘 날씨가 진짜 좋지않습니까? 완전 봄이네요 귣귣 웸지척 오늘 가져온 소설도 100층 탈출만큼 쫄~깃~한 내용입니다. 한번 잼나게 달려볼까요? --------------------------------------------------------------------------------- 잠에서 깨어나니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몽롱하다. 아직 술기운이 남아서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크게하품을 한 번 하고 침대 끝자락에 걸터앉았다. 눈꺼풀이 무거워 눈이 떠지질 않아, 그대로 눈을 감고 평소에 하던 대로 컴퓨터 본체가 있을만한 부근에 슬며시 발가락을 댔다. 술기운 탓인지 평상시와 다르게 쉽게 본체에 발가락이 닿지 않았다. ‘원래 이쯤에 본체 파워버튼이 있는데’ 잘못 갖다댔나싶어 발을 허공에 휘휘 저었다. 컴퓨터는 커녕 책상에도 발가락이 닿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낌새가 느껴져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곳이었다. ‘여긴 내 방이 아닌데? 어제친구들이 나를 여관에 옮겨놨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핸드폰을 찾았다. 손에는 500원짜리 하나가 잡혔다. 뒷주머니까지 손을 넣어 핸드폰을 찾았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핸드폰이 어디 갔지? 어라? 지갑도 없네.’ 불현듯 예전에 9시뉴스에서 보았던 아리랑치기가 떠올랐다. 재빨리 신고를 하기위해 방문을 열고 여관주인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여관의 중앙에는 할아버지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 그리고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하나가 있었다. “7번째 사람인가? 이제 한 사람,” 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중얼거린 말이 거슬려서 자세히 들으려했지만,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수염아저씨 때문에 나는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나한테 가까이 오지마세요.” 수염아저씨는 내 물음에는 답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어느 새 수염아저씨는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고, 나는 너무 놀라 수염아저씨의 복부를 발로 찼다. “저리 꺼져!!” 내 발차기 한방에 나가떨어진 수염아저씨는 배를 움켜지며 나를 노려봤다. 나 역시 물러날 기분이 아니었기에 똑같이 노려보며 면상에 한방 먹여줄 준비를 했다. 순간 할아버지가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보게,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가가면 안 돼지, 그리고 젊은이도 어른을 그렇게 발로 차면 쓰나,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니 진정 좀하게. 그나저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런데 자네의 상의 좀 걷을 수 있을까?” “무슨 말이죠?” “자네도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런 거라네. 이해 좀 해주게” 할아버지의 차분한 말투 때문인지, 금세 진정된 나는 할아버지의 부탁대로 상의를 위로 올렸다. 상의를 걷자 내 가슴팍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심장 쪽에 이상한 기계가 부착되어 있었다. “자네도 우리랑 같은 처지로군.” “같은 처지라니? 무슨 처지요?” “나도 그렇고 저 수염이 난 사내도, 저기 학생도 그리고 젊은이 자네도 모두 이곳에 갇힌 거야, 그 녀석한테. 그 녀석은 우리한테 이상한 걸 요구하지. 우리를 죽일 수도 있어. 저기 복도 끝에 있는 철문이 유일하게 나갈 수 있는 문으로 보이는데 굳게 닫혀있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그 녀석이 누군데요? 그리고 이거 떼어도 상관없죠?” 내가 가슴에 붙어 있는 기계를 떼어내려고 손을 갖다대려하자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안 돼! 젊은이. 억지로 떼려하면 죽을 수도 있어” 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 못하고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그걸 억지로 떼려하면 그녀석이 아저씨를 죽일 거야” 옆에 가만히 있던 학생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아이고, 학생~ 그녀석이라뇨. 나한테는 조카뻘인데 녀석이라니, 속상하네요.” 어디서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되도 않는 애교를 부리는, 듣기 거북한 변조된 음성이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관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였다. 아니, 이곳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여관이 아니었다. 나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정체가 누군지 궁금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에요? 그리고 지금은 뭐하는 상황인거죠?” “나도 자세히는 몰라, 다만 중요한 건 우리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거지.” 할아버지는 말씀을 하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할아버지~ 목숨이 뭐가 위험해요.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그새 까먹으셨나? 아니면 혹시 치매? 이건 그냥 역할놀이일 뿐이에요. 각자 방문 안쪽에 붙어있는 종이에 적힌 것이 바로 자기들이 해야 될 역할이에요. 자세한 건 그 종이에 모두 쓰여 있고요. 할아버지 눈이 안 좋으셔서 못 읽으니까 읽어드려야 하나? 할아버지~ 읽어드려요?” “아니, 그 종이는 이미 10번도 넘게 읽었어.” 모두 처음 듣는 소리라 나에게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난 방에서 그런 종이 못 봤는데?” “너무 빨리 나와서 못 봤나보네. 다시 가봐라 겁쟁이야” 겁쟁이라는 단어에 울컥했지만, 나는 상황을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하기위해 무시하고, 내가 있던 방으로 돌아갔다. 방의 안쪽 문에는 정말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역할놀이 당신의 역할은 ??? 입니다. 모두를 ??? 해주세요. 규칙도 있습니다. -제한시간은 4일, 역할놀이에 필요한 인원은 총 8명 -자신의 역할은 다른 사람들한테는 되도록이면 비밀입니다. (비밀로 하는 게 본인의 목숨을 위해 좋을 겁니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 제대로 안하면 가슴에 달린 폭탄이 펑! -멋대로 폭탄을 뜯어내려 해도 펑! -본인의 역할수행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4일 동안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시면 살려드립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역할놀이를 못하신 분은 역할놀이를 다시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시작! ‘뭐야? 이건’ 나는 종이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나니, 아까보다는 진정되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방밖으로 나갔다. 마침 내 방의 반대편 방에서 어떤 여자가 나왔다. “짝!” 그 여자는 나를 보자마자 아버지도 건드리신 적이 없는 나의 싸대기를 후려쳤다.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붉어진 뺨을 손으로 비비면서, 나를 때린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네 짓이냐? 이 변태새끼야! 지금 장난해? 여긴 어디야?” 내가 이렇게 아무 저항 못하고 있을 때,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다가와서 여자의 팔을 붙잡았다. 모자 쓴 남자의 뒤를 이어, 팔에 문신이 가득한 건장한 남자랑 정장차림의 아줌마가 뒤따라 왔다. “너희들은 뭐야? 너희도 한 패냐? 니들 콩밥 먹고 싶어?” 여자는 모두에게 소리를 지르고, 팔을 거세게 흔들며 저항했지만, 모자를 쓴 남자의 힘에 꼼짝 못하였다. “저기요, 저희가 아무래도 같은 처지인 거 같은데, 그만 하시죠.” 모자를 쓴 남자는 침착하게 여자를 타일렀다. “그래요. 아가씨, 좀 진정하세요.” 얼떨결에 뺨을 맞은 나였지만, 나 역시 그 여자보다는 지금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있던 터라 침착하게 여자를 진정시켰다. “오호, 드디어 8명이 모두 모였네요.” 스피커에서 역겨운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그리고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목소리가 나오는 천장 위를 바라보았다. “여러분, 일단 복도 중앙에 넓은 곳으로 나오세요. 그리고 그곳에 있는 원탁에 빙 둘러 앉아서 제 얘기 좀 경청하세요.” “이건 또 뭐야?” 역시나 그 여자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불쾌한 소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와 무력에 눌려 순순히 그 녀석의 지시대로 행동했다. 스피커에서 나온 말대로 복도 중앙은 다른 복도와는 달리 공간이 넓었고, 그 가운데에 정확히 여덟 개의 의자가 놓여있는 원탁이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네 귀퉁이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붉은 불빛이 반짝거렸다. 카메라가 있는 게 분명했다. “다 모였는데 이제 어떻게?” 할아버지가 먼저 천장의 스피커를 향해 입을 여셨다. “모두들 자리에 앉으셨군요. 일단 문 앞의 종이는 모두 보셨으리라 믿겠습니다. 제가 정성들여 만든 건데 보셔야죠. 하하하. 우선은 서로 같이 역할극을 할 건데 누가 누군지 알아야겠죠? 자기소개를 하시죠. 서로들 모르잖아요?” 그 녀석의 말을 듣고, 모두들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 그리고 낯선 장소, 그리고 불쾌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자기소개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요구다. ‘기분 나쁜 녀석, 네 소개나 하시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녀석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자기소개를 해댔다. “쑥스러워하시기는, 빨리들 하시지. 그럼 사교성 있는 저부터 할게요. 저는 여러분을 가둬 놓은 납치범이자, 여러분의 몸속에 폭탄을 심어놓은 폭탄테러범이자, 역할극을 꾸민 감독이자, 이제부터 여러분의 역할극을 보게 될 관객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녀석은 흥에 겨워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우리에게 저지른 악행을 마치 자랑하듯이 떠벌리는 게 영 못마땅했다. “저 새끼 말투가, 아주 넌 잡히면 뒤져 그냥! 쥐새끼 같은 놈!” 팔에 가득한 문신, 쩍 벌어진 어깨, 딱 조폭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본인 소개나 하시죠, 괜히 도발하지 마시고. 일단은 저 분의 말을 따릅시다. 당신들이 일어나기 전에 저도 몇 번이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저 분하고는 대화가 안 돼요. 우선, 저분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저분도 우리를 밖으로 보내주겠죠.” 정장차림의 아주머니가 안경을 고쳐 쓰며 조심스레 한마디 했다. 아주머니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미묘하게 떨리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 꽤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아마도 이 낯선 상황에 꽤 적응된 것으로 보였다. 거칠게 말하던 아저씨도 아주머니의 말씀에 조금 기가 눌린듯했다. “아유, 저 새끼 때문에 흥분해서 죄송했습니다, 아주머니. 그럼 저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뭐냐,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있는 강남에서 아주 잘나가는 조직, 빡구파의 고위간부 쌍용이라고 합니다. 이상용” 상용 아저씨는 자신의 셔츠를 걷어서 양쪽팔뚝에서 승천하는 용두마리, 쌍용을 보여주며 말했다. 꽤나 힘을 과시하는 타입으로 보였다. 아니, 확실히 남에게 힘을 과시하는 타입이다. “그 다음은 제가 소개할게요. 저는 대학생으로,” “대학 어디? 무슨 대학?” 상용 아저씨는 모자 쓴 남자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끼어들며 질문했다. “네, 서울대 다니고 있습니다.” 모자 쓴 남자는 상용 아저씨에게 의미를 알 수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이, 지금 확인 못한다고 둘러대긴” 상용 아저씨는 모자 쓴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상용 아저씨의 시비에도 모자 쓴 남자는 표정변화 없이 침착함을 유지했다. 내 생각에 둘 중하나일 것이다. 상용 아저씨한테 겁먹었거나, 진짜로 서울대가 아니거나. 모자 쓴 남자의 소개가 끝나고, 5초 정도의 침묵이 흘렀다, 그대로 놔두면 침묵이 길어질 거 같아서 내가 소개를 하려고 입을 떼려는데, 그동안 조용히, 말 한마디 없던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 다음은 제가 소개해도 될까요?” 학생의 비브라토 섞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모두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예, 저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고요. 이름은, 이름은, 이름은 꼭 말해야 하나요? 모르는 사람들인데,” 가방끈을 양손으로 꼭 붙잡은 채, 주눅 들어 자기 소개하는 걸 보니, 내가 다 안쓰러웠다. 게다가 학생의 이름은 이미 명찰보고 알고 있었다. 안세형. 근데 그렇게 굳어 있는 세형학생에게 상용 아저씨는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야, 넌 남자새끼가 어깨 좀 피고, 너 이 새끼 학교에서 맞고 다니지? 내가 학교 다닐 때, 너 같이 기생오라비 같은 애들이 제일 싫었는데” 상용 아저씨의 질책에 세형학생은 울먹였다. “상용씨, 제가 써준 역할대로 행동하세요. 나대지 말고!” 스피커에서 처음으로 옳은 소리가 나왔다. 스피커의 소리는 빡구파의 쌍용이라는 닉네임에 쫄아서 한마디도 못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었다. 상용 아저씨도 갑작스런 지적에 당황해하다가 이내, 천장의 스피커를 향해 욕을 해댔다. “뭐라고? 이 새끼야! 거기 숨어서 쪼개지 말고 나와!” “상용씨, 역할대로 행동하시죠? 마지막 경고입니다.” 좀 더 냉랭해진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모두가 목소리의 분위기가 바뀐 걸 눈치 챘지만 상용 아저씨만은 더욱 흥분해 소리치기 바빴다. “나오라고!! 새끼야! 숨져볼래?” “펑!” 기계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던 상용 아저씨의 입에서 육두문자대신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사방에 흩어졌다. 입에서 피를 토해내던 상용 아저씨는 그의 육중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철푸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꺄악!!!” “으아!!”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자는 자신의 얼굴에 핏방울이 튀기자 비명을 질러댔고, 세형학생은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역할을 제대로 했어야지. 서울대를 나왔다는 모자 쓰신 분, 힘들겠지만 상용씨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종이를 꺼내 그의 역할이 뭔지 확인해주세요. 그가 얼마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지 모두가 알아야하니까요!” 스피커는 지시를 했고, 스피커의 지시에 따라 모자를 쓴 남자는 천천히 상용 아저씨의 시체에 다가가 주머니를 뒤졌다. 주머니에서는 구겨진 종이가 나왔고, 모자를 쓴 남자는 그 종이를 펼쳐서 보더니 나에게 건넸다. 나는 당황한 와중에 종이를 건네받았고,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당신의 역할은 ‘겁쟁이’입니다. 모든 것들을 두려워해주세요. 애초에 상용 아저씨가 소화하기에는 불안한 역할로 보였다. ‘저런 건달한테 겁쟁이라니’ 이윽고 사람들이 상용 아저씨의 종이를 돌려보자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상용씨의 역할은 ‘겁쟁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겁쟁이처럼 행동하지 않았어요. 그것은 여러분들도 공감할겁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역할극이라도 좋으니 사회에서 힘 좀 쓰는 사람이 겁먹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어쨌든 이제 다들 자기가 맡은 역할의 중요성은 알겠죠? 뭐, 역할의 중요성은 상용씨 하나로 깨우쳤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절반 이상이 패닉상태인 채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모자를 쓴 사내는 고개를 숙여, 피가 번지고 있는 바닥을 응시한 채 멍하니 있었고, 옆에 여자는 엎드린 채, 울고 있다. 아주머니와 할아버지는 황급히 상용 아저씨의 시체가 나뒹구는 자리를 떠났고, 수염 아저씨는 학생이 걱정되는지 학생의 방문을 두드렸다. 모두들 진짜로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감지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모두 깨달았다.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은 중요하다고. 이제부턴 목숨을 걸고, 역할극을 해야 한다고. 나 또한 그렇다. 이제부터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상용 아저씨가 본보기로 죽은 후,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았다. 나 역시 문을 잠그고 혼자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변조된 목소리로 나를 괴롭히던 천장위의 스피커 역시 상용 아저씨가 죽은 후로 잠잠했다. 그 녀석은 상용 아저씨를 죽일 때,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사람을 죽인이유 또한 별것도 아니었다. 이 빌어먹을 역할놀이 때문에. 두려움과 분노에 몸이 떨려서, 억지로 잠들려 해도 잠이 오질 않았다. 푹 자고 일어나서 ‘악몽을 꿨네.’ 이러고 그냥 훌훌 털고, 일어나서 평소처럼 대충 아침 겸 점심으로 계란 하나 ‘탁’ 깨뜨려 넣은 라면 하나 끓여서 먹고, 남은 국물은 찬밥에 말아 먹은 다음. 해가 질 때까지 계속 컴퓨터를 하다가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밤에 모여서 소주 한잔하면 좋으련만. 무심코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종이에는 제한시간이 4일이라고 했다. 그러면 4일 후, 역할을 잘하면 집에 보내 주려나?’ “똑똑똑” 누군가의 노크소리에 감고 있던 눈이 떠졌다. 나도 모르게 잠깐 졸아버린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졸다니 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2시정도 됐겠지’라고 생각하며 손목시계를 보니, 8시였다. 졸았던 게 아니라 마음 놓고 푹 잔 거였다. 난 정말 대단하다. “똑똑똑” 계속되는 노크소리에 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문고리를 쥔 순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문의 옆의 벽에 기대어 말했다. “누구세요?” 함부로 문을 열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신중하게 행동했다. “아, 저는 어제 서울대 다닌다고 소개한 사람입니다.” “근데, 무슨 일로?” “할아버지 기억나시죠? 할아버지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다들 불렀거든요. 지금 모두 모이고 그쪽만 남았는데.” 나는 혹시나 해서 쥐새끼 한 마리 들어올 정도로 문을 조금 열고, 바깥을 바라봤다. 모자를 쓴 남자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게 보였다. 나는 머쓱해서 산발이 된 머리를 긁적이며, 문을 열고 나왔다. 바깥 통로에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있었다. “다들 여기서 뭐하세요?” 할아버지는 내게 복도의 중앙에 번져있는 피를 눈으로 가리키며 대충 눈치를 줬다. 순간적으로 중앙복도에 상용 아저씨의 시체가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체가 있는 곳에서 대화를 하기에는 다들 심장이 너무 약한 모양이었다. “하실 말씀이 도대체 뭐죠?” 모자를 쓴 남자가 먼저 이야기를 했다. “흠” 할아버지는 헛기침을 한번 하시더니, 주위를 둘러보곤 말을 이으셨다. “아무래도 우리가 서로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불렀습니다. 우리가 여기로 잡혀온 이유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에헴” 할아버지는 말씀을 하시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셨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도 정말 용기를 내서 하신 말씀일 것이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서로가 서로를 알고, 신뢰하고, 힘을 합치면 좋겠지만 상황이 상황 나름인지라. “서로의 무엇을 알자는 거죠?” 정장차림의 아주머니가 말했다. “에, 그러니까, 뭐 자세한 건 아니라도,” 할아버지는 아주머니의 비협조적인 말투에 당황하셨는지, 말을 더듬으셨다. “최재희라고 합니다. 어제 말했다시피 대학생이고요. 그리고 이름정도는 서로 알아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자신의 역할까지는 무리더라도” 모자를 쓴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흠,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꽤 멋있게 말했다. 역할의 비공개 또한 좋은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규칙에 쓰여 있던 -본인의 역할수행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종이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역할을 함부로 말할 리가 없었다. 재희씨는 말을 마치고 아주머니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제가 먼저 소개를 했어야 했는데. 저는 권태식이라고 합니다. 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주십시오. 그게 편하니까, 에헴.”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전 김수정 이예요. 그리고 아저씨, 저번에 때린 건 미안해요.” 할아버지의 말씀이 끝나자, 여자는 불쑥 자신의 이름을 말하더니, 이내 나를 보며 저번에 나의 따귀를 때린 것을 사과했다. 하지만 건성으로 사과를 한 것인지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나보고 아저씨라니, 하여튼 요즘 여자들은. “저는 우소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저씨가 아닙니다.” 나는 소개를 하면서, 내가 정말 소인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저씨가 아니라는 말은 수정이라는 여자를 보며 해댔으니. “저는, 저는 안세형입니다. 고등학생이고요.” 특유의 비브라토 섞인 소리로 세형학생이 소개를 했다. 뭐, 이름은 원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진정이 됐는지, 목소리의 떨림이 덜하다. 이제 소개를 하지 않은 사람은 둘. 차분한 아주머니와 말 한마디 없는 수염 아저씨. 모두가 그 두 사람을 번갈아 응시하자 아주머니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미숙이라고 합니다. 그냥 정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정 선생님의 소개가 끝나고 모두 수염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수염 아저씨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손으로 X자 표시를 하며 입에 댔다. 그러고 보니, 저 수염 아저씨가 말하는 걸 못 봤다. “말을 못하시나?” 재희씨가 떠보듯이 말하자, 수염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는 허공에 손을 휘둘러댔다. “여기, 수화 할 줄 아는 분 있나요? 저 아저씨가 수화로 말하시는데 통역 좀 해주세요.” 재희씨는 수염 아저씨의 수화를 알아보려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모르는데요.” 다들 고개를 저었다. 나 또한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수화를 할 줄 안다. 대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많이 배웠고, 덕분에 간단한 의사소통은 다 할 줄 안다. 하지만 내가 수화를 해봤자, 수염 아저씨는 못 알아 볼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저 아저씨가 하고 있는 손짓은 모두 엉터리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저 아저씨는 실제로 말을 못하는 장애가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분명했다. 아마도 그 역할은 벙어리일 테지. 당분간 이 사실은 나만 아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거기 가방에 필기구 있지?” “네,” “그러면 그걸로 의사소통하면 되겠다.” 세형학생은 재희씨의 말대로 종이와 펜을 꺼냈고, 재희씨는 그것을 수염 아저씨에게 주었다. 수염 아저씨는 펜을 가지고, 무언가를 썼다. - 박만도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제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 그렇게 각자의 소개가 마무리 지어졌다. 대충 뭔가 마무리 지어지니, 잊고있던 허기가 느껴져 배가 고파졌다. 여기 온 후로 물도 못 마시고, 아무것도 못 먹었다. 나는 주위를 살피다가 여기서 가장 친절해 보이는 재희씨에게 슬며시 물었다. “혹시, 식사는 하셨나요? 물은 어디에 있죠?” 나의 분위기를 확 깨는 질문에 재희씨는 나의 입장을 생각해서 귓속말로 말해주었다. “방에 보면 구석에 냉장고가 있을 거예요, 거기에 음식들이 있는데 역할극이 끝나는 4일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재희씨의 역할은 혹시 천사일까? 남자한테까지 친절한 남자는 보기드믄데 정말 존경스러웠다. 재희씨의 말을 듣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반대편 방을 쓰는 수정씨가 나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소형씨라고 했죠. 궁금해서 그러는데. 여기서 굶어야하나요? 음식은 어떻게 해결하죠?” “모르겠는데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들 닫고 냉장고를 찾았다. 방의 구석에는 재희씨의 말대로 작은 냉장고가 있었다. 냉장고에는 물이랑, 식빵, 그리고 초콜릿 등이 있었다. 나는 빵과 물을 집어서 침대에 앉아서 먹었다. 간소했지만 배고픈 내 배에게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는 대충 우리가 하고 있는 역할놀이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역할은 ???, 그리고 수염 아저씨, 아니 만도 아저씨의 역할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벙어리. 나와 만도 아저씨가 맡은 역할을 봤을 때는 별로 위험하지 않다. 그리고 아직은 그들의 역할을 모르겠지만 세형학생, 재희씨, 수정씨, 할아버지, 정 선생님은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세형학생은 겁이 많은 거 같고, 재희씨는 착하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고, 정 선생님은 말하는 게 좀 깐깐하지만 뭐 위험해 보이지는 않고, 수정씨는 좀 위험하지만 뭐 여자니까, 우리를 가둬 놓은 녀석의 말대로 역할만 제대로 수행하면 그렇게까지 목숨이 위험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생각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 나가자, 방의 반대편에 수정씨가 빵을 손가락으로 뜯어 먹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눈을 마주치기가 겁나 그냥 무시하고, 재희씨와 할아버지 그리고 정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갔다. 셋은 모여서 뭔가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는 이곳이 꽤 따뜻한데도 아직 정장을 제대로 갖춰 입은 정 선생님을 보며 말했다. 자연스럽게. “덥지 않으세요? 전 더워서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는데” “제 마음이에요, 상관하지 마세요.” 나는 날카로운 반응에 움찔했다. 뭐, 어느 정도 깐깐한 건 알았지만. 같이 대화를 하던 할아버지와 재희씨도 정 선생님의 갑작스런 정색에 꽤 놀란 눈치였다. “전 이만 방으로 가보겠습니다.” 정 선생님은 그러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민망함에 눈치를 보다가 도로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괜히 짜증이나 내고, 잠이나 자야지.’ 나는 찝찝한 마음을 안고 잠을 청했다. 생각했던 거보다 안전하다고 느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첫날보다 편안했다. 생각해보니 벌써 이틀 째, 오늘은 그 녀석의 목소리도 하루종일 안 들렸다. 그래서 그런지 잠이 잘 왔다. 출처 : 웃대 패랭이꽃님 -------------------------------------------------------------------------------- 왜 주인공 역할은 안알려주냐 ㅡ.ㅡ 독자인 나에게도 비밀일 필요는 없잖아..쒸잌쒸잌....
펌) 역할놀이_epilogue.完
자 드디어 역할놀이도 끝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 넘모 재밌게 본 소설이였습니다 핳핳핳 여러분도 재밌으셨죠? 그렇다면 좋아요와 댓글 냄겨주긔 다음에는 단편 소설도 가져와볼게요 ^.^ ------------------------------------------------------------------------ 자동차 앞 유리에 붙어있던 쪽지에 적힌 장소는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박 형사가 찾아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루를 꼴딱 새운 끝에야 박 형사는 그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전 11시 50분. 먹은 것도 없이, 장소를 찾아 헤매느라 힘들었지만 사람들의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박 형사는 더욱 힘을 내며 차에서 내렸다. 풀숲이 꽤나 많이 자라서 걷기가 힘들었지만, 쪽지에 적힌 대로 그곳엔 오래된 건물하나가 있었다. 박 형사는 문을 열고 들어가, 쪽지에 적힌 대로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계단을 내려가자 두꺼운 철문 하나가 보였다. 박 형사는 쪽지에 적힌 대로, 철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덜커덩’ 소리와 함께 육중한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셋째 날 내내 지은씨는 방에 박혀서 꿈쩍도 안했고, 원진과 승대, 범진 아저씨는 서로를 경계하기 바빴다. 그러다가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너머 네 번째 날 아침을 향하고 있었다. “내일 12시면 이 역할놀이도 끝나는 군.” 하지만 원진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꽤나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역할이나, 처음부터 죽어있었던 두 사람 그리고 방에서 나오지를 않는 지은씨. 문을 부수려고 생각도 했지만 첫 번째 희생자가 떠올라 차마 문을 부술 수는 없었다. “원진씨, 이거 먹지 그래?” 범진 아저씨가 자신의 방에서 꺼내온 빵과 물을 건네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원진은 그것을 넙죽 받고는 이내 입에 쑤셔 넣었다. 자신의 방에 있던 음식을, 지은씨 때문에 꺼내서 먹을 수가 없어서 굶고 있는 와중에 먹는 음식이라 원진은 범진 아저씨가 고마웠다. 빵과 물을 허겁지겁 먹는 원진에게 범진 아저씨가 물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 거야? 이대로 원진씨는 죽을 거야?” 원진씨는 놀라서 물을 뿜으며 대답했다. “무, 무슨 말이죠?” “아니, 자네 역할은 우리를 가둔 녀석을 죽이는 역할이잖아, 근데 이대로 12시가 되어버리면 원진씨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서 죽을 거 아니야?” 범진 아저씨의 말을 들은 원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급급해 정작 자신의 역할은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야겠죠.” 원진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손에 쥐고 있던 빵을 내려놓았다. “왜 더 안 먹어?” “입맛이 없네요.” 원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12시가 되면 죽는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원진은 애써 참아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갑자기 원진의 방에서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진씨, 원진씨” “어? 지은씨?” “원진씨, 지금 시간이 몇 시죠?” 지은은 문에 바짝 기댄 채, 원진에게 시간을 물어봤다. “시간이요? 지금 11시 40분이네요. 앞으로 20분 남았네요. 하하.” 왠지 모를 허탈감에 원진은 웃음이 났다. 순간 원진의 앞을 승대 아저씨가 가로 막았다. “더는 못 참아!! 나도 살고 싶다고!!” 승대 아저씨는 그렇게 외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방에 있던 침대 아래에서 날이 선 식칼을 꺼냈다. 그리고는 원진과 범진 아저씨를 협박했다. “갑자기 왜 이러세요! 진정하세요!” 원진과 범진 아저씨는 칼을 쥐고 서서히 다가오는 승대 아저씨를 향해 소리쳤다. “나도 살아야 한다고!! 제발 죽어줘!! 난 살고 싶어!!” 승대 아저씨는 소리쳤다. 순간, 범진 아저씨는 잽싸게 옆에 있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승대 아저씨는 잠깐 놀라더니 곧 원진을 목표로 삼은 듯, 원진에게 다가갔다. 원진은 순간 용기를 내어, 어차피 죽는다는 심정으로 승대 아저씨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양쪽의 방문이 동시에 열리면서 지은과 범진 아저씨가 나타났다. 범진 아저씨는 승대 아저씨의 뒤에서 양팔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어서 죽여!” 그러자 지은은 품에 있던 칼로 승대 아저씨의 머리를 목을 찔렀다. 그렇게 승대 아저씨는 비명 한마디 못 지르고 목에서 피를 뿜으며 즉사했다. 원진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너무 놀라 뒤로 넘어졌다. 순간 천장의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지은씨, 당신이 칼로 찔러 죽인 그의 방, 냉장고를 보면 쪽지가 있을 겁니다. 그것을 꺼내 보세요.” 지은은 범진 아저씨와 원진의 눈치를 살피다가 방에 들어가서 냉장고를 열어 쪽지를 꺼내서 가져왔다. 그리고는 꼬깃꼬깃 구겨져 있던 쪽지를 펴냈다. 당신의 역할은 칼잡이입니다. 칼로 아무나 한 명만 죽이세요. 한 명만 (칼은 침대 밑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조심하세요.) “그의 역할은 한 사람만 죽이면 되는 칼잡이였습니다. 양심이 있었던 터라,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역할은 잊고 있다가, 결국 살고자 하는 마음에 역할을 수행하려다 역으로 죽어버렸네요. 역시나 당신들이 죽였습니다.” 스피커에서 변조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럴 수가, 그렇다면 여태까지 참고 있었다는 건가?” 범진 아저씨는 쓰러져있던 원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원진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순간, 원진의 눈에 승대 아저씨의 목에서 칼을 뽑아내는 지은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원진은 범진 아저씨를 손을 잡고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위험해요!” 지은이 쥐고 있던 칼이 허공을 갈랐다. 원진과 범진 아저씨는 가까스로 칼을 피하고는 복도 끝의 문으로 도망쳤다. 시간은 11시 50분을 약간 넘어가고 있었다. 막다른 문에 들어선 범진 아저씨와 원진은 뒤를 돌아봤다. 지은이 칼을 들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원진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지은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도 살아야 해요,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당신들 때문이에요” 지은은 냉담하게 대답했다. ‘덜커덩’ 순간 원진과 범진 아저씨가 등지고 있던 두꺼운 철문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다. “설마 기적인가?” 원진이 중얼거렸다. 문이 열리고, 그곳에는 박 형사가 총을 들고 서있었다. 그리고 박 형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앞에 칼을 쥐고 서있는 지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지은은 맥없이 쓰러졌다. “생존자들인가요? 어서 여기를 나갑시다.” 박 형사는 그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자하에서 계단을 오르는데 갑자기 원진이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에요?” “저기 형사님 이 건물 안에는 아직 우리를 가둬놓은 그 녀석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박 형사가 물었다. “네 맞아요, 아직 건물 안에 있어요. 확실합니다.” “전 제 역할을 수행해야겠어요. 가시려면 가세요.” “저도 돕겠습니다.” “그럼 같이 가죠.” 그렇게 셋은 계단을 계속해서 올라갔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 - 출입금지 - 라는 팻말이 붙은 실험실의 문이 보였다. 박 형사는 총을 양손에 꼭 쥐고, 그 문을 발로 찼다. 그러자 문이 활짝 열리면서, 수 십대의 모니터와 이상한 기계장치들 사이에 앉아있는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 하나가 보였다. 그 남성은 그들을 보고 재빨리 어떤 버튼을 누르려했다. 원진은 그게 폭탄을 터뜨리는 장치라고 확신했고, 박 형사에게 그를 쏘라고 말했다. “탕!!” “펑!!” 총소리와 폭발하는 소리가 동시에 퍼졌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원진은 눈을 서서히 떴다. 의자에는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수염 난 사내가 보였다. 그리고 옆에는 박 형사가 가슴이 폭발한 채, 죽어 있었다. 원진은 알 수 없는 상황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시간은 12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원진에게 범진 아저씨가 땅에 떨어진 총을 주워 총구를 들이밀고는 말했다. “이번 역할놀이는 참 인재가 없네요. 하하하” “네?” “그나마 지은씨가 정의의 사도라는 역할로써 살인자들을 처단했지만, 뭐 처음에 히키코모리 역할을 맡았던 현우씨를 단체로 죽이는 바람에 곤란하게 됐지만” 원진은 어리둥절했다. “그나저나 박만도씨는 불쌍해서 어떡하나? 역할놀이를 두 번이나 했는데 결국에는 죽어버렸네요. 아, 원진씨는 박만도씨를 모르죠? 저기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이 박만도씨에요. 일부러 위험하지 않게 ‘역할놀이 관리자’라는 역할을 맡겨줬는데” 범진 아저씨는 박만도라는 사람이 죽어있는 곳에 가서 책상에 놓여있던 쪽지를 꺼내 원진에게 던졌다. *중요역할 당신의 역할은 역할놀이 관리자입니다. 저를 대신해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그에 따른 설명을 해주세요. 아무나 죽여서는 안 됩니다. 제가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경험자인 당신이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이번엔 꼭 나가시기를) 원진은 황당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원진씨, 경찰의 주머니를 뒤져보세요.” 거부할 수 없는 명령에 원진은 미친 듯이 경찰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곳 역시 쪽지가 들어 있었다. 당신의 역할은 경찰입니다. ***시 ***동 ****로 찾아가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구하세요. 내일 12시까지 꼭. 좀 멀기 때문에 지금 출발해야 할 겁니다. 꼭 혼자 오셔야합니다. 참고로 그곳에는 당신이 찾는 최재희씨와 우상민씨도 있습니다. (참고로 당신의 가슴에 달려있는 건 폭탄입니다. 행동하지 않을 시에 터질 겁니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 원진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아, 최재희씨와 우상민씨요? 그들은 여기 있습니다. 당신도 봤잖아요? 어떤 방에 있던 시체 두 구, 못 보셨나요? 규칙에 있죠? 역할놀이는 8명이서 한다. 나와 당신 그리고 처음에 죽은 히키코모리씨, 지은씨, 승대씨 성훈씨, 박만도씨, 그리고 저기 경찰,무대는 점점 넓어진답니다.” 범진 아저씨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물론, 저혼자서는 이런 일을 못 꾸미죠? 동료도 있답니다. 하하하” “이럴수가” “5,4,3,2,1” 범진이 중얼거렸다. “뭐죠?” “카운트다운이요, 12시가 됐네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셨네요.” 범진은 원진의 머리를 향해 총을 쐈다. “탕!!” (출처 : 웃대 패랭이꽃) ------------------------------------------------------------------------ 아이고 만도쓰 결국 지난번 마지막 범인의 누가 잘했냐는 질문에 답해서 다시 끌려왔구나 ㅠㅠ 와 범인이 범진이였다니... 범진... 거꾸로 하면 진범..... (긁적 ㅎ) 그리고 처음에 등장했던 시체가 최재희와 우상민이였다니..!!!!!!!!... 경찰한테 사건에 대해서 몰래 말하려다가 걸려서 죽었나봄 ㅠ 결국 이번 역할놀이에서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네요... 그리고 역할놀이는 원래 이 뒤로도 이어지는 내용들이 있지만 패랭이꽃님이 2011년 이후로 역할놀이를 연재하지 않고 계시기 때문에 ㅠㅠ..... 최재희와 우상민, 범진의 동료 떡밥은 수거되지 못했읍니다.. 쏘새드.....
펌) 역할놀이_epilogue.1
와 아직도 수요일이네 미친건가 몸의 피로도를 보아서는 목요일 퇴근시간 느낌인데 뒤지기직전.... 시무룩..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죠..? 자 암튼 지금부터 이어지는 역할놀이 epilogue가 시작됩니다! 최재희랑 우상민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코쓱 ------------------------------------------------------------------- -실종사고를 조사하시는 박상원 형사님. 저는 얼마 전 누군가에게 납치가 된 적이 있습니다. 신분을 노출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밑에는 제 연락처입니다. 사건에 대해서 보다 깊게 알고 싶다면 꼭 연락을 주십시오. ***-****-**** 박 형사는 자신의 자동차 앞 유리에 볼품없게 꽂혀 있는 메모지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생각하던 박 형사는 최근 발생한 실종사고에 대해서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던 차에, 밑져야 본전이겠다 싶어 당장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락처를 남기고 간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후, 계속해서 그 연락처로 걸었지만 전화통화를 할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박 형사는 그 전화번호의 주인을 추적해냈다. - 최재희, 서울대생. 하지만 박 형사가 최재희의 신원소재를 파악하고 그를 찾아갔을 때에는 이미 그가 사라진 후였다. 박 형사가 최재희의 측근들을 조사해서 얻은 정보라고는, 그가 잠시 여행을 갔다가 알게 된 우상민이라는 사람과 자주 같이 다녔다는 사실뿐이었다. 박 형사는 그 후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최재희와 우상민을 찾아다녔지만 그들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일어나!!” 박 형사는 시끄럽게 조잘대는 자명종소리에 못 이겨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피곤이 쌓였는지, 아니면 사건이 안 풀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슴과 머리가 너무나 답답했다. 피곤함을 억지로 견뎌내면서 박 형사는 나갈 준비를 했다. 밖에 나가서 주차해 둔 차를 타려는 순간 박 형사의 눈에 익숙한 무언가가 보였다. 앞 유리에는 그 때처럼 쪽지가 놓여있었다.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져,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난 원진은 주위를 둘러봤다. 확실히 주변은 원진이 알던 자신의 방이 아니었다. 원진은 자신의 두 손가락을 들어 볼을 있는 힘껏 꼬집었다. 살이 떨어져나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아오!! 아프다!! 뭐야, 꿈이 아니잖아” 원진은 붉어진 자신의 볼을 손바닥으로 비벼대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다 떨어져가는 벽지와 자잘하게 균열이 가있는 천장을 보니, 친구들이랑 강촌에 놀러갔을 때 묵었던 낡은 숙박시설이 떠올랐다. 원진은 자신이 누워있던 허름한 침대에서 껑충 뛰어내렸다. 그러자 오래된 나무 바닥에서 우지끈 소리가 났다. 원진은 방안을 둘러보면서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문득 방 문 앞에 도달했을 때, 문에 붙어 있는 종이를 봤다. 역할놀이 규칙 -주머니 속의 쪽지를 보면 자신의 역할이 들어있습니다. -제한시간은 4일, 역할놀이에 필요한 인원은 총 8명 -자신의 역할은 다른 사람들한테는 되도록이면 비밀입니다. (비밀로 하는 게 본인의 목숨을 위해 좋을 겁니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 제대로 안하면 가슴에 달린 폭탄이 펑! -멋대로 폭탄을 뜯어내려 해도 펑! -본인의 역할수행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4일 동안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시면 살려드립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역할놀이를 못하신 분은 역할놀이를 다시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시작! 원진은 문 앞에 붙어있는 종이를 읽고, 자신의 가슴팍을 더듬었다. 손끝에 뭔가 올록볼록 튀어나온 게 느껴진 원진은 자신의 윗옷을 벗어냈다. 벗어낸 가슴팍에는 이상한 기계가 붙어있었다. 무심코 떼어내려고 손을 가져가는데 문 앞에 붙어있는 문구가 보였다. -멋대로 폭탄을 뜯어내려 해도 펑! ‘이게 폭탄이가?’ 원진은 긴가민가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에 기계 쪽으로 다가가던 손을 황급히 빼냈다. 그리고는 윗옷을 다시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문구에 적힌 대로 주머니에는 종이쪼가리가 들어있었다. 원진은 접혀있는 종이를 쫙 펴서 읽었다. 역할놀이 당신의 역할은 ???입니다. ???????? 주세요. (가장 어려운 역할이군요. 절대 성공 못할 겁니다.) 역할이 적힌 쪽지를 본 원진은 이런 장난을 치고 있는 녀석을 꼭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진은 방에 있던 화장실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문을 열고 나섰다. 문을 나서자 좁은 복도가 보였다. 복도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8개의 방이 늘어져있었다. 원진은 밖에 나가기위해 복도를 따라서 걸어갔다. 복도 중앙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어? 새로 깨어난 사람인가?” 복도 중앙에 있는 탁자에 둘러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원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복도 중앙에는 원진이 나이또래의 젊은 남자와 안경을 쓴 중년의 아저씨 그리고 교복을 입은 여고생 하나가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너무나 답답했던 원진은 다짜고짜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우리도 잘 몰라, 다만 상황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만 알아둬.” “위험한 상황이요?” “그래, 난 여기서 제일 처음 깨어난 사람이야. 아까부터 쭉 돌아다녔지만 도망칠 곳이라고는 없어. 저 두꺼운 철문이 열리지 않는 한 우리는 나갈 수 없어” 복도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가 복도 끝의 철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진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지만 그 젊은 남자는 서슴없이 원진에게 반말을 해댔다. 원진은 다시금 되물었다. “혹시 몰래카메라 같은 이벤트 아닌가요?” “저기 끝에 있는 방에 가서 문을 열어봐” 젊은 남자는 저 멀리 떨어져있는 방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원진은 약간 뜸을 들이다가 남자가 말한 방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 앞에 다다를 쯤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났지만 원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힘껏 열었다. 방 안에는 두 구의 시체가 뒤엉켜 있었고, 그 두 시체에서는 피비린내와 썩은 내가 풍겨왔다. “우웩” 난생처음 보는 시체에 올라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원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구토를 해댔다. 복도 중앙에 있던 여고생과 아저씨가 걱정이 되는지, 원진에게 다가와 몸을 못 가누는 원진을 부축해주었다. “너도 문 앞의 문구를 봤을 거라고 생각해. 이거는 장난이 아니야. 우리는 엄청난 위험에 처해있는 거라고. 그리고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가는 저 시체들처럼 폭탄이 터져 죽어버릴 거야” 젊은 남자는 아직도 헛구역질을 하는 원진에게 쏘아댔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원진에게 아저씨가 물었다. “그나저나 젊은이는 이름이 뭔가? 사실 젊은이가 오기 전에 우리들끼리는 벌써 통성명을 했거든. 서로 이름을 알아두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예? 이름이요?” 원진이 당황스러워하자 아저씨가 먼저 말을 건넸다. “아, 이런 나부터 소개를 하지, 내 이름은 최승대라고 하네.” “제 이름은 윤지은이요.” 승대 아저씨가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여고생이 끼어들며 말했다. “예, 저는 이원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역할은” “잠깐, 자신의 역할도 말하려고?” 젊은 남자가 원진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순간 자신의 역할을 되도록 비밀로 하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아, 아니요. 휴,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네요.” “난 문성훈이야. 네 역할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숨이 걸려있을 만큼 중요한 거야. 명심해둬” “네” 원진은 성훈의 카리스마에 눌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 순간 천장에서 누군가의 헛기침소리가 들려왔다. 복도 중앙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천장을 응시했다. 그들이 바라본 천장에는 스피커가 달려있었다. “뭐지? 우리를 여기에 가둔 사람인가?” “저는 여러분들을 이곳에 가두고 앞으로의 역할을 평가하고, 관리할 사람입니다. 당신들이 살기위해서는 쪽지에 적힌 당신들의 역할을 목숨 걸고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스피커에서는 듣기 거북한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야? 당신 뭐야?” 원진이 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4일. 열심히 역할놀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피커에서는 더 이상 소리가 나질 않았다. “죽여 버리고 싶군.” 상훈은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중얼거렸다. “흠, 아마도 우리를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지켜보는 것 같군” 승대 아저씨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승대 아저씨의 말대로 주변에는 빨간 빛을 뿜어내는 카메라들이 보호막에 가려진채 천장 이곳저곳에 매달려 있었다. “일단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보죠.” 상훈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나머지사람이라니요?” 지은은 갑자기 일어난 상훈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8명이라고 적혀있었잖아. 그리고 여기에는 4명, 죽은 사람 2명. 남은 두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성훈이 조곤조곤 설명했다. 성훈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중앙 복도에서 나와 방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런 거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어떻게 죽은 거죠?” 복도를 가다가 원진이 물었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무언가를 캐내려는 물음이었다. 원진의 물음에 다른 세 사람들은 한동안 아무 말을 못했다. ------------------------------------------------------------------- 오 새로운 역할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최재희랑 우상민은 뭔가 둘이 계획하고 있는게 있나본디... 뭘까... 저도 에필로그는 안읽어봐서 여러분과 함께 읽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궁금허네~!~!~!~!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1-
다들 주말 잘 보냈어? 금세 또 월요일이네 다섯날이나 달린 것 치고는 보잘것 없는 이틀 보상이지만 그래도 있는게 어디냐 위안 삼으며 ㅎㅎ 같이 귀신썰이나 보쟈 들어간다? __________________ 군대에 있다보면 뜻하지 않은 홍수에 많은 밤을 작업으로 지새워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매일밤 비와 싸우며 순찰과 근무를 병행하곤 하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제가 전방서 철책근무를 설때의 일화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철책은 12사단 52의 연대의 섹터로서 3개 대대가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철수와 투입을 교대하며, 경계를 서는 곳입니다. 누군가 이글을 읽는 같은 곳 전역자들이 볼것을 감안해 사실 기재 할려고 합니다. 저는 그 중 1대대 소속으로 중화기 중대인 4중대에서 전역을 했습니다. 제 병과는 K4 라는 유탄기관총으로 주둔지에 있다가 전방에 투입 될 시에는 소대가 반으로 나뉘어 다른 중대 소총 중대에 배속되는 특수성도 있었지요. 그렇게 전방으로 투입된지 3개월 정도가 지나갈 무렵이었죠. 때는 8월달로 덥기도 미친듯이 더웠지만, 곧 있을 장마에 더위따위 아랑곳 하지않고, 장마대비 보수공사로 하루하루가 고된 시기였답니다. 낮에는 삽질 곡괭이질 밤에는 근무.... 삽질과 곡괭이질 만으로도 몸이 녹초가 되겠는데... 하필 그 작업 지역이 지뢰밭 지역이라 정말 초긴장을 하고 작업 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곡괭이 끝으로 지뢰의 뇌관이라도 내리 찍는 날엔....생각만 해도 등에 땀이 흘렀죠. 그러나 그 긴장도 찌는 더위와, 고된 노역에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지뢰밭이다 라는 자각마저 안 들게끔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이번주 주간 근무자 누구지?" 새벽 전원투입을 마치고 들어와 탄창 검사를 끝 마쳤을 때 소초장이 물어왔습니다. 저를 포함 군데 군데서 손을 들더군요. "1중대 작업지원 갈사람 자진해서 손 들고 있어봐." 저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내려버렸습니다. 안그래도 작업에 노역에 근무에 환장하겠는데, 거기다 꿀같은 주간 근무동안 남의 집 일은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온갖 계산이 손을 내리는 순간 지나쳐 가더군요. 좀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근무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말그대로 해가 떠있는 동안 서는 주간근무. 해 떨어지고 자정까지 서는 전반야. 자정부터 해뜰때까지 서는 후반야. 그중에 후반야가 젤 힘들고 해가 길 때는 전반야가 좋지만 짧아지면 전반야가 후반야 보다 못한 근무가 되지요. 어찌되었든 저는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마치 손을 들지도 않았던 양 손을 내려버렸습니다. 하지만... "박병장은 열외. 내리고 있던 들고 있던 넌 어차피 가야돼." "예?!" "뭐가 예야. 박병장 당첨." 주위에서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왜 저만 열외인 겁니까? 소초장님 아시잖습니까? 저 없으면 비닐 작업 안 돌아가지 말입니다." "그래서 너 보내는거야." "예?" "1중대 행보관이 박병장 작업해 놓은거 보고 일주일만 빌려달라더라." "..아.." 짧은 탄식이 흘러 나오더라고요. 그 당시 1중대에 4박 5일 포상휴가증 3장이 대대에서 유입이 되었다? 하는 소문을 들은 터였습니다. 원래 저는 4중대 소속이고, 1중대에 나온 휴가증이 저한테 돌아올리가 있겠냐하는 체념을 했더랬죠. 나름대로 포상휴가증 킬러로 군생활 하는 동안 3번이나 사냥에 성공했었죠. 친구들한테 말하면 겨우? 3번? 이런 반응인데, 제가 있던 곳은 포상휴가에 굉장히 쪼잔한 모습을 보였고 언제나 인원이 부족한 중화기 중대 특성상 포상휴가는 커녕 정기휴가도 짤라서 가야 하는 현실이었죠. 3번이란 기록은 중대 타이 기록과도 같은 타이틀이라 지금도 생각하면 나름 자부심이 생기네요. "행보관이 섭섭잖게 해 준다니깐 기쁜맘으로 갔다와라." "정말입니까?" 순간 머릿속에 휴가증이 번뜩 스쳐지나가더군요. "1중대 애들 작업하라고 했더니 비닐작업이 개판이라고 행보관이 니가 와서시범 좀 보여달라고 하던데?" "........" 속으로 지화자를 외쳤죠. 안그래도 1중대 행보관이 괜히 작업하고 있는데 와서는 이거저거 시비나 걸고 지나갈때 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느꼈었는데 말이죠. 휴가증 하나는 내꺼라는 설레바리를 치고 말았죠. 잠깐 그 비닐작업이 뭔가 설명드리자면, 경사가 굉장히 심한 계단 옆쪽 토사지역이라던가 하는 곳은 그 경사때문에 비가 내리면 그 물에 흙이 쓸려 흘려내려가 쌓여 그 근처를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죠. 하물며 장마라면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죠. 그런 급경사 토사 지역에 비닐하우스에 사용하는 비닐을 덮어 그 토사들이 흘러내리지 않게 작업을 하는건데 생각으로 해보면 쉽겠지만, 막상 그 경사에서 버티며 삽질 하고 덮고 심고 묻고 하는 작업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이었던거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무식한 작업인지...조그마한 언덕을 군인식 깡으로 비닐로 덮는다는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포상 휴가증을 1중대장으로부터 한장 선물 받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 휴가증은 작업지원 나간 그 일주일에 비하면 당연한 보상이었죠. 정말 간 떨어지는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더블백에 대충 세면백하고 입을 작업복이라던가 양말 그런것들을 챙겨서 총을 매고 저녁 전원투입이 이루어지는 시간에 1중대 쪽에서 나온 전원투입 인원들이랑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철수 시간이 되어 원래의 소초가 아닌 1중대 오피쪽으로 철수를 하게되었죠. "K4 아저씨 괜히 우리쪽에 와서 고생만 하다 가는거 아녜요?" 같이 철수해 내려가던 병장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더라고요. "맨날 작업이 어디서나 다 똑같죠. 아무래도 새로운 곳에서 서니 좀 더 지루하진 않겠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보니 어느새 수통문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수통문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곧바로 1중대 오피 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죠. 예상대로 우리의 진행방향은 수통문을 등지고 걸어나갔고 어느새 반대쪽 섹터에서 철수한 인원들이 근무보고를 마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웅성이고 있는게 보이더군요. 확실히 중대 오피 섹터 인원이라 그런지 저희가 있는 소초의 인원보다 3배는 더 되어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자자 정렬." 대충 다 모인 듯 1중대장이 탄띠만 두른채 오피 행정반에서 나오며 근무자 정렬을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사열대에 올라서는 중대장과 제가 눈이 마주쳤는데, "어이 박병장 대충 아무데나 껴라. 이등병 처럼 어리버리한 표정 짓지 말고." 순간 당황해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여기저기 킥킥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그도 그럴게 다른 소초에 와서 어디에 껴야 할지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중대장에게 보인 모양이었네요. 그렇게 철수 신고를 하고, 저는 중대장을 따라 잠깐 행정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박병장 여기 왜 온지 대충 감 잡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 "전에 나도 가서 봤는데 작업 잘 해 놨던걸?" "하하..그냥 열심히 만들었지 말입니다." "행보관이 박병장 좀 데려 오라고 난리였어. 아마 이번 작업 끝나면 기대해도 될거야." "예 알겠습니다." 그 비닐작업이 사단 지시사항이었을 겁니다. 검열까지 나온다고 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거죠. 그중에서 제일 빨리 작업을 끝내가고 있던게 저희 소초였고, 경사도 제일 심했었지요. 정말 땡볕에서 미친듯이 삽질하고 심고 덮고 한 것 같습니다. 근무중에 졸다 가위까지 눌릴 정도로 그 당시 미칠듯한 작업량이었죠. 그렇게 대충 중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행정병의 안내로 1중대 오피에 배속된 90미리 소대원들 내무실로 안내를 받게 되었습니다. "충성!" "아니 이게 누구야!" 내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해주는 90미리 소대원들. 같은 중화기 중대로 전방 투입시 찢어져 다른 중대에 배속된 터라 정말 오랜만의 만남이었죠. "박병장 비닐 작업 하러 온다고 하던데 정말 와 버렸네." "이야 말년 아직도 집에 안 갔습니까? 너네들 뭐하니 이 아저씨 빨리 집에안 보내고." "저희들도 죽겠지 말입니다. 말년이라고 비닐 작업도 안 할라 그러고..." "야야 이젠 짬밥좀 된다 이건가 박병장? 이등병 찌끄러기 였던게 엊그제 같은데." "왜 이러십니까? 저 위에 올라가면 제가 왕이지 말입니다." "크크 내가 박병장 한테 이런 소리도 듣고...전역할때가 된 건가?" "박병장님 저 말년 좀 낼 빡세게 굴려주시지 말입니다. 아주 죽겠습니다." "최병장님 들으셨지 말입니다. 내일 열외 없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라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하고 맛스타도 얻어 마시고 웃고 이야기 하다 보니 그 날 밤은 그렇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당연히 오전 오후 내내 미칠듯한 비닐 작업. 휴가증 하나만 바라보고 이악물고 참은 듯 하네요. 그러던 둘째 날.... "박병장." "병장 박 xx." 90미리 소대장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리더군요. 인솔자로서 같이 작업을 나온터라 소대장도 작업에 투입되어 있었지요. 소대장의 꾹 눌러 쓴 전투모 밑으로 흐르는 땀을 보니, 제 더위까지 증폭이 되는 느낌이었답니다. '날 더워 죽겠는데 어지간하면 벗고 하지....' 하는 생각이 잠시 들더군요. 간부들이야 일반 병들이 모르는 어떤 기합같은게 있는 모양이죠. 안그런 사람은 안 그러지만 제가 본 장교들은 다 그랬습니다. "박병장 정말 이거 부탁하기 미안한데 말야." "어떤일인데 말입니까?" 작업 추가 인가 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김상병이 90미리 교육때문에 연대에 가야 하거든. 이번에 김상병이 분대장 달았잖아." "김상병 말입니까? 벌써...." 저는 일주일 고참이 위로 두명이나 있어서 제대할때까지 분대장 견장을 달아보질 못했네요. 좀 부러웠죠. "이병장이야 이젠 말년이니 예외고해서 김상병이 이틀동안 교육을 가야하는데 근무땜빵 좀 해줘야겠어. 박병장이..." 솔직히 간부의 명령조는 그닥 맘에 안 들었지만, 어차피 거부도 할 수 없고 싫은 내색 없이 수락해 버렸습니다. "작업이 많아서 고생하는 거 잘 아는데...이번만 좀 부탁하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 위에 있어도 서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맙고." 그렇게 팔자에도 없는 근무를 설 생각을 하니 환장하겠더라고요. 팔에 힘이 안 들어가는게... '이틀만 참자....' 하고 마음을 굳히기로 했죠. 그리고 저녁... 해지기 30분전에 전원투입을 준비하고 전원 초소에 투입 후 전반야 근무인 저는 철책에 남아 약 4시간 정도의 근무를 서야 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근무라 좀 짜증이 나긴 했죠. 하지만 부사수가 전방에 올라와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이었기에 그다지 지루 할 것 같진 않았더랬죠. 군기도 바짝들어있을 때고, 고참의 관례라 생각되는 사회에서의 일들을 물어보기로 생각하니, 별 관심은 없지만 이것저것 물어보며 시간은 잘 가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거 저거 물어보며, 떠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흐른줄도 모르겠더라고요. 그 때였죠. '삐익' '5초 밀조이동 시작하십시요.' 두 번째의 밀조를 알리는 인터폰이 상황실로부터 연결되었습니다. "응? 벌써 그렇게 됐나? 몇시야?" "예. 23시 10분입니다." "벌써?" "예. 그렇습니다." "그래? 이동한다고 알려." "예. 알겠습니다." 부사수를 통해 이동을 알리고 우린 다른 근무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동하는 길은 울퉁불퉁한 언덕길이 아니라 완전 평지라 정말 땀 한 방울 흐르지 않더군요. 게다가 옆쪽은 소양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서인지 약간 시원한 기분이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떠들다보니 어느새 같은 근무조의 초소에 이르렀고, 다른 중대 아저씨라 그냥 눈인사 정도로만 끝내고 밀조이동을 마치게 되었죠. 그리고 올라선 초소. 전방에 강줄기가 훤히 보이는 그런 전망이었습니다. 왼쪽 아래로는 수통문도 보이고, 전방에는 그다지 키가 높지 않은 수풀들이라 그런지 시야도 확 트여 감시초소라고 하기에 딱 알맞는 그런 느낌이었죠. 수통문이란 물이 흐르는 강이나 개울에 단단한 철로 만든 철조망 같은 개폐형 문을 가르키죠. 다시 말하면 잠수를 통해 남침 해오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한 시간만 개기자.' 라는 생각이 들자 부사수 한테 뭘 물어봐서 시간을 떼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부사수를 지나쳐 초소 안쪽으로 들어갔더랬죠. 창틀에 거치된 K3 한정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자 반사적으로 바닥을 살펴 탄통이 있나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예상된 곳에서 탄통을 찾을 수 있었고, 저는 그옆에 대충 제 소총을 세워두고 부사수를 향해 돌아볼려고 했죠. 그 때 였습니다. 휙 스쳐가는 곁눈질에 보이는 뭔가에 신경을 뺏길때가 가끔씩들 있죠?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하고 전방쪽을 주시하니, 보이는 건 그냥 안개 뿐. 그런데.... 해뜨기 전의 스물스물 피어나는 그런 안개가 소양강 물줄기 위쪽으로 진하게 깔리고 있었죠. '........' 원래 제가 있는 소초의 고가초소에서 해뜨기 전에 그 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뭐랄까...뛰어내리면 끝도 없이 가라앉을 것 같은 바다같은 느낌이랄까... 안개가 그만큼 짙고 양도 엄청나게 깔리지요. 그냥 저 밑엔 하얀 구름만 있다라는 생각에 원래의 풍경자체는 가려진게 아니라 그냥 없는 없을 것이다 라고 느껴질 정도로 하얗고 진한 안개가 드리워지죠. 충동적으로 뛰어내려도 전혀 이상 할 것이 없는 그런 안개의 바다라고 하면 딱 맞겠네요. 그런 안개에 마음을 뺏긴건지, 저는 생각을 멍하게 그 안개를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박병장님." "으..응?" "아까 하던 이야기 말입니다." "그래 이야기 마저 해야지." 저는 뺏겼던 정신을 다시 찾고, 밀조 이동을 하며 신나게 떠들어댔던 이등병의 사회이야기로 다시 분위기를 전환시켰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근무 교대 시간이 되어 저만치 투입되는 교대 근무자들을 볼 때 였습니다. '응?' 한 순간이었습니다. 곁눈질에 뭔가 보인 걸 느낀 것이. 저는 반사적으로 초소의 전방을 주시하게 되었습니다. 아까보다는 좀더 진한 안개의 흐름... 그동안 산에 피어나던 안개만 보아서 그런지 물위로 진하게 형성되어 흐르는 안개는 왠지 모를 신비감 마저 주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점을 하나 느끼게 되었는데, 물안개라 하면 말 그대로 물표면의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형성되는 안개라 물의 표면과 안개층은 같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제가 본 안개는 물론 거리가 멀어서 자세히 안보여 그런걸수도 있었겠지만 물의 표면과 완전히 분리되어 그 위를 흐르는 모양을 하고 있더라고요. 물표면에서 올라가는 수증기가 전혀 안 보이더란 말입니다. '원래 물안개가 저런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좀 더 자세히 볼려고 한 그 순간 이었습니다. 그 때 였죠. 물 표면과 안개사이는 완전히 동떨어져 그 사이는 안개에 흐릿한 공간이 아니라 빈 공간처럼 가시적으로 뚜렷한 공간이었는데, 그 공간에 사람의 발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안개층으로 부터 쑥 하고 삐져나와 물 위에 우뚝 서는 것이었습니다. "허헉!" 저는 튀어나오는 비명을 참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다 소초 벽면에 '쿵' 하고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부사수가 놀라 돌아보며 의아한 눈빛을 던지더군요. 그 순간 그 부사수 눈빛도 얼마나 무섭던지...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되었습니다. "야! 지금 봤냐?" "예? 근무자 말입니까?" 왜 그러냐는 표정에 저도 한동안 어이가 없어, 부사수와 초소 밖을 번갈아 바라보며.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할려고 애썼던 기억이 나네요. "뭐지 씨발...." 욕이 중얼거림 처럼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습니다. 등에 한기가 스윽 타고 흐르더군요. 두려움과 공포가 엄청나게 밀려오던 순간이었습니다.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공포에 질려갈 무렵, 교대 근무자들이 도착했고, 저는 잰 걸음으로 거의 뛰는것에 가까울 만큼 중대 오피로 뛰어들어가게 되었죠. 그리고 내무실에 들어오자 마자 깨어있는 모든 인원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죠. 당연히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응이었다죠. 다들 웃어 넘기는 그런 표정들.... 하여튼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출처] 포상휴가 #1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군대는 다녀온 적도 없는데 귀신썰이랑 엮이면 너무 무서워져 군대 귀신썰은 어쩌면 그렇게 다들 무서울까... 그러니까 쓰니는 대체 뭘 본걸까? 그건 내일 이 시간에 ㅎㅎㅎㅎ 내일 보자! 잘 자고!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2-
반응이 많진 않지만 계속 이어서 가져오는 포상휴가 2탄 ㅋㅋ 나 이거 너무 무서웠는데 왜때문에 반응이 없쪄...? 군대도 안갔는데 군대 귀신이야기가 젤루 무서운 나, 비정상인가요? ㅎㅎㅎㅎㅎㅎ 그럼 오늘도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게 되면 으레 라면을 한개씩 들고 취사장으로 가곤 했었지요. 배가 고프던 안 고프던 긴 근무를 마치고 왔다는 여유랄까요? 잠자기 전까지 나름대로의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근무 후의 커다란 즐거움 이었습니다. 하지만, 낯선 곳에 있는 지금 날 위해 준비된 라면도 없거니와 왠지모르게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 내무실 취침등이 좀전에 보았던 그 장면을 계속 떠 올리게 했습니다. "박병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으..응?" 주둔지에 있을 때 일병이었던 심상병이 침상을 내려앉으며, 물어오더군요.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그의 발목.... "왜? 뭔일있냐?" 되려 반문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의식하고 있는 그의 발목에서 억지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드랬죠. "멍하게 계셔서 말입니다." "그랬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전투화를 벗고 침상에 올랐습니다. 여전히 의식되는 발목... "박병장님 취사장으로 가시지 말입니다." "짬장?" "예. 라면 끓고 있을겁니다." "끓어?" 제가 있던 초소에서는 상식적으로 끓여먹을 라면도 없거니와... '누가 끓이지?' 그러고 보니 같이 근무섰던 부사수들이 내무실 안에 아무도 보이질 않더군요. 다급히 대충 아무 활동화를 꺾어 신고, 그의 뒤를 따라 어두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 걷는 중에 여전히 의식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목에 자꾸 힐끔 뒤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아무것도 없는 어둠. 자꾸 그 어둠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에 저는 심상병의 옆으로 바짝 붙었습니다. 위에서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강렬한 두려움....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식 화장실에 밤이고 새벽이고 할 것 없이 혼자 드나들던 지난일들이 정말로 신기했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끼익' 허름한 취사장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컴컴한 형광등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우리 근무조만이 아닌 1중대의 다른 근무조들도 허기짐에는 매 한가지 였을테니까요. "야 여기서는 라면 끓여먹는구나." "위에선 그렇게 안 드십니까?" "위엔 야 컵라면 밖에 없어. 전자렌지 딸랑 하나에." 컵라면에 물을 붓고 취사병 몰래 계란을 하나 꺼내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그맛이 잠깐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이내 탁자앞에 놓여지는 끓인라면에 그 생각은 바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휴가 갔을 때 먹어보고 처음이네." 왠지 감탄 스러웠다고 할까요? "박병장님 휴가 언제 다녀오셨습니까?" "나?" 생각을 해보니 꽤 오래된 듯...전방에 올라오기 한 3개월 전이었으니.. "반년정도 됐나?" "그렇습니까? 얼마 안되셨지 말입니다." "그렇긴하지..." 라면을 한젓가락 솥에서 퍼올리며, 라면솥과 함께 가져온 나무 젓가락과 사기 그릇이 보고 있자니 참 신기해 보이기도 하더군요. "거의 확실한 소문으로 박병장님 휴가 가실거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쉿.." 저는 급히 심상병에게 주위에 눈짓하며, 그를 조용히 시킬수 밖에 없었죠. 다행히 주위 사람들은 라면 먹기에 바빠서 못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야...안그래도 휴가증 모자를텐데, 딴 중대 놈이 가져가면 짜증나지. 일단 가는 날까지는 조용하자. 난 죄인이야 여기선..." "크크크. 그렇겠지 말입니다." 능청스럽게 웃어제끼는 심상병. 한동안 저를 포함해 6명은 라면먹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 젓가락을 넣고 솥을 휘휘 저어도 건더기가 잘 걸리지 않을 때쯤 저랑 같이 근무를 섰던 이등병 부사수가 쭈뼛거리며 말을 걸어오더군요. "박병장님 아까 근무설 때 말입니다." "아까?" "예 근무끝나기 전에 말입니다." "그런데?" 이등병은 무척 신경 쓰이는 얼굴로 근무지에서의 내 행동과 내무실로 들어와서의 내 말들을 계속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야야. 별것아냐. 니 놀려줄려고 그런거니깐. 라면이나 더 먹어라." 물론 남아있는 것이 없는 상태서 그런말은 설득력이 없었지만, 이등병이 벌써부터 그런것에 집중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저는 얼버무리기로 했던 거죠. 그렇게 라면을 먹고 부사수 셋과 그중 짬밥이 안되는 사수가 솥과 그릇을 들고 취사장 저 안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끼익' 취사장 문소리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거슬리는 소리를 내더군요. 평소 아무렇지도 않았을 그런 것들이 말입니다. "박병장님." "왜?" "담배 한대 피시지 말입니다." 심상병이 담배한개피를 건네주길래, "야 나 담배 안 핀다." "아 그렇습니까? 의왼데 말입니다." "뭐가 의외야." 살짝 입가가 올라가며 웃음이란게 지어지더군요.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이 곤충소리며 물흐르는 소리며 들으며 내무실로 향해 걷자니 문득 좀전에 무서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던 이등병의 표정이 떠오르더군요. "저기 박병장님." "응?" "혹시 지금 많이 피곤하신거 아니시면, 저랑 잠깐 말씀 좀 나누시지 말입니다." "......." 뭔가 할말이 있구나란 생각을 그의 표정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무실 막사 뒤쪽터에 빨래를 널어두는 곳이 있었는데, 심상병의 안내로 저는 그곳으로 갈 수 있었죠. 대충 자리를 잡고 앉자, 심상병이 담배를 끄고 제게 말을 하더군요. "박병장님 아까 근무지에서 보신거....저는 알고 있습니다." "뭐?" "아까 김병장님이 웃어 제꼈지만, 그 분이야 원래 그런거 안 믿는 분이시니 그려러니 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뭔소리야?" "여기 의외로 이런저런 소문 많습니다." "........." "전방 투입전 자살자 교육 동영상 생각나시지 말입니다."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죠. 전방 투입 2개월 전부턴 여러가지 교육을 하는데, 그 일과 중 하나였던 것은 자살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행해지는 자살자 해부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동영상이었죠. "그게 말입니다. 우리가 서는 2초에서 일어난 자살자라는 겁니다." "정말이냐?" "1중대장님이 그러셨으니 거의 확실하겠지 말입니다." "........." 1중대장은 제가 알기론 1년전에 이쪽으로 부임해 온 사람이라 여기 전방을 모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 입대도 하기 전 온 사람인데 꼰대가 어떻게 알고 있지?" "박병장님 1중대장님 사단서 정보장교 하다 오신거 모르십니까?" "정보? 아! 육사 출신이지..." 머리가 빠르게 회전되더군요. 사단 정보 장교면 여기저기서 일어난 일들 거의 파악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게 어쨌든...내일 작업 하면서 함 안내해 드리지 말입니다." "뭘?" "자살자가 와이어 매단데 말입니다." "야 씨발.됐어."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저도 알고 나서 박병장님과 똑같은 맘이었지 말입니다." "그래 할말이 그거냐?"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심상병은 건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어디서 가져온건지 '자유시간'을 제게 하나 건네주더군요. "전역한 저희 소대 고참들도 그랬고, 1중대 아저씨들도 그러고 요즘 여기저기서 이상한 이야기 많이 들리지 말입니다." "이상한 이야기?" "오늘 박병장님이 보신 것 같은거 말입니다." "나 말고도?" "예. 1중대에 제 동기가 한 명 있는데 말입니다. 얼마전에 근무서다가 사하나(41)쪽 계단으로 올라가는 귀신을 봤다고 하지 말입니다." "뭔 귀신?" "동기 말로는.....우워 이것 좀 보시지 말입니다." 하면서 걷어 올린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그 때 근무 끝나고 짬장서 만나서 이야기 했는데 말입니다. 닭살 돋아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떤 놈들이었다는데?" "박병장님 훈련소에서 입었던 민무늬 전투복 아시지 말입니다." "알지." "그 전투복 입은 셋이 어디서 나타난건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더라는 겁니다." "108계단?" "108계단? 그렇게 부릅니까?" "몰라 고참들도 그렇게 불렀었어. 108갠지 세 보지는 않았지..." 그당시 급경사의 계단이라 힘이들어 붙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여튼 그 계단으로 3명이 올라가는데, 보는 순간 직감했답니다. 귀신이다라고..." 거기까지 들으니 소름이 스윽 돋기 시작하더군요. '발목은...?' 이라는 생각도 들고... "저도 듣고는 새끼야 뻥치지마 하고 말라 그랬는데...솔직히 걔 근무서는 스타일도 모르겠고...지 말로는 절대 졸면서 본게 아니라는데, 어떻게 부사수는 못 볼 수 있는 건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의아한게...항상 고참들이 말해주던 귀신이야기도 부사수나 사수 둘 중 하나는 꼭 못 봤다거나 하는 상황이 항상 따라다녔거든요. 그래서... "니 동기 졸다 가위 눌린거 아니냐?" "그런데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걔가 본게 어떤 식이였냐면..." 근무라는게 굉장히 지겨울때가 있죠. 뭐 항상 지겨웠지만.... 그렇게 지루한 시간 짜증나서 기지개를 펴다보니, 오른쪽 사하나 1초 옆 계단으로 누군가가 올라가는 모양이 보이더랍니다. '사하나 근무잔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갑자기 눈알이 커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빠르게 고개가 다시 돌아가더랍니다. '뭐야? 민무늬잖아...왜 세명이지...' 순간 당황스러워서 젤 먼저 든 생각은 대대순찰자를 여기서 놓쳤나 하는 생각과 곧이어 전신이 쏴 하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소름이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야!! 야...야투경 줘봐!" 입초근무를 서고 있는 부사수한테 버럭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네요. "야..야투경 말입니까?" "씨발 빨리 줘!" 부사수는 상당히 당황해 하며, 목에 걸고 있던 야투경을 벗어 동기에게로 건네주었다네요. 건네 받자 마자 아직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그 셋을 바라보는데, "으...으...." 자세히 볼려고 해도 거리가 멀어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그 셋은.... "다리가 없이 그냥 몸통만 둥둥 떠서 올라갔다고 했지 말입니다." "지랄한다..." "저도 믿지는 않습니다. 여튼 야투경으로 보니 야투경으로는 안 보이고, 그냥 보면 보이고 아주 미쳐버리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부사수는?" "부사수는 이등병 놈이라 뭔일인가 쫄아가지고 초소 안에만 있었다고 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동기가 야 너도 한 번 봐봐 라고 밖으로 나오게 하니깐 이미 계단 저 위로 사라진건지 꺼진건지....없더랍니다." "........" "말하는 꼴로 봐서 거짓말 같지고 않고, 연대에서 대기할때 몇일 지내보니 그런걸로 거짓말 할 놈은 아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참.... 그때는 저도 제가 근무서며 겪었던 일들 중 처음 맛보는 것이어서... 슬금슬금 돋은 닭살이 전혀 사그러들지 않더라고요. "걔만 그런게 아니지 말입니다." "뭐야? 또 있어?" "박병장님 근무서신 그 2초도 말입니다. 애들이 이상한거 많이 본다고 소문이 자자 하지 말입니다." 갑자기 밀조 이동 할때가 생각나더군요. "야 그래서 2초에선 둘다 동초서는 거냐?" "보셨습니까? 그렇지 말입니다." 그 2초는 날개진지도 없고, 특별한 엄폐물도 없어 보이는데... 밀조이동으로 그쪽으로 갈땐 사수 부사수 초소 밖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겁니다. 두 근무자가 사이가 좋아 그런가 싶었는데, 사람들 딱 보면 분위기 파악되듯이 둘이 같이 즐겁에 뭘 이야기 할 사이는 아녀 보였거든요. "아 씨발.....왜 이런 좆같은 일이..." 겨우 몇일 온건데 왜 이런일이 생기나 짜증이 확 나더군요. 지금이야 이렇게 쓰고 웃을 수도 있지만, 그당시엔 정말 죽을맛이란게 그런거라 생각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이야 분위기를 어떻게 전달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철책이란 곳이 정말 적막하고 안개라도 짙게 드리워지면 별 오만가지 상상이 되곤 하죠. 그 적막함 속에서 이상한 소리라도 들리면 괜히 소름이 돋고, 같이 있는 부사수도 어깨에 손 올려보면 사람이 아닐수도 있다라는 공포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곤 한답니다. 물론 그런 공포감때문에 헛것을 본게 아니냐 라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작업을 하다보면 지뢰 탄피를 보는 것은 허다하고 가끔은 유골도 나오곤 한답니다. 전쟁당시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 묻힌 곳이기에 분명 그럴수도 있다 생각은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살이나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던 이유가 아마 그런 지리적인 요건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근데 너는 본거 없냐?" "저 말입니까?" "있어?" "........" 심상병은 주위를 스윽 살피더니 이내 말을 꺼내더군요. "있지 말입니다. 저는 아니고 말입니다." "누구?" "박병장님 같이 근무선 이등병 있잖습니까?" "최 머시기 였는데...걔?" "예 최xx 이병 말입니다." 순간 머릿속에 취사장에서의 일이 휙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그놈이 나한테 물어본건가? 진짜냐고..." "그새끼 좀 이상한 놈입니다...저번에...." 약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네요. 근무 로테이션상 사수와 부사수는 바뀌지 않게 되어 있는데, 심상병의 건의로 한동안 주간근무만 서다가 이번주가 되서 야간 근무에 투입되었다고 하네요. "이등병한테는 어지간 하면 근무를 안 세우는데,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 없으면 그런게 어딨습니까?" "그렇긴하지..." "그래서 저놈 부소대장 전령으로 한 2주 다니면서 근무 파악시키고 바로 투입시켰지 말입니다. 그런데 하필 첫주 후반야에 저랑 걸렸지 말입니다." "왜 재밌잖어. 이등병 데리고 노가리 풀다보면." "저는 걔들 예기 별 관심도 없습니다. 사고나 안쳐주면 다행이지만 말입니다." "여 심상병 많이 컸네. 내가 마지막으로 본게 너도 이등병이었어." "저는 그래도 이젠 상병 아닙니까. 밥대우 좀 받아야지 말입니다." "지랄한다 새끼 크크크." "하여튼간에 첫 야간 투입이라 제가 다 긴장이 됐더란 말입니다. 근데 첫날 부터 아 정말....." "뭔데?" "후반야 두번째 밀조 시작하고 나서지 말입니다." 심상병의 말에 의하면 그 문제의 자살자 초소로 밀조 이동을 마치고 심상병이 입초 근무를 설 때 였답니다. 30분 입초 후 동초 근무를 서는 방식으로 여름에는 몰라도 겨울에는 동초가 너무 힘들어 자살자가 나오고 사수가 부사수를 동초에다 말뚝을 세워놓는 가혹행위가 잇따라 군단 전체 지침사항으로 내려온 근무 지침이었지요. 하여 한시간을 나누어 정각부터 30분까지는 사수, 30분 부터 정각까지는 부사수가 근무를 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4시 좀 넘었길래 탄통이나 깔고 앉아 있자 하는 생각에 하이바 벗고 잠깐 벽에 기대고 있었지 말입니다. 근데...." 밖에서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바로 부사수의 목소리란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죠. '이등병이 빠져가지고 노래를 쳐 부르네.' 라고 생각하고 한마디 할려고 일어설려고 마음을 먹는데, 막 밀조를 마치고 돌아와 앉아버린 후에 바로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그냥 신경을 끌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신경이 확 곤두서더랍니다. '뭐지?' 라는 생각과 곤두선 신경이 밖에서 들리는 이등병의 목소리에 몰리더랍니다. '노래가 아닌데....누구지..?' 라는 생각에 미치자 심상병은 후다닥 탄통을 박차고 일어나 하이바를 쓰고 총을 들고 정면을 응시했답니다. '씨벌..지금 왠 순찰자가 오고 지랄이야...대대서 왔나?' 그렇게 근무를 제대로 서고 있었다라는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 나름대로 에프엠 근무 자세를 취하려는데, 다시 한 번 신경이 밖에 있는 중얼거림에 쏠리더랍니다. 그리고 등에 흐르는 써늘함. 뭐가 있는 것처럼 정말 자신도 모르게 완전 반사적으로 뒤를 휙 돌아보게 되더랍니다. 그리고 시선은 몸통이 도는 것보다도 먼저 천정으로 먼저 향하게 되었다지요? '.........' 자신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그렇게 마음먹고 있던 터였답니다. 하지만, 그날만은 그렇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네요. 여기는 사람이 죽은 초소다 라고 하는 것이요. '니미.....' 순간 욱 하는 마음에 튀듯이 초소 밖으로 뛰었답니다. 도저히 못 있겠다라고 했지요. 그리고는 나오자 마자 거의 윽박에 가깝게 부사수를 다그쳤다고 했습니다. "야 씨발 너 누구랑 이야기 한거야? 미쳤냐?" "예?" "뭐가 예야? 씨발 순찰자가 오면 바로 알려야지 어떤새끼랑 뭔 대화를 하고 있어! " "대화 말입니까? 순찰자가 오는 것 같아서 수화 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심상병은 답답했는지 어디에서 순찰자가 오는지 그 부사수가 보고 있던 그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지요. "야이 새끼야 어디가 순찰자야." "어?" "어어? 이새끼가." 자기도 모르게 손이 올라갈려던 찰나였다네요. "심상병님 저기 안 보이십니까?" "뭐?" 부사수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게 미쳤나 있긴 뭐가 있어." 다시 부사수를 바라보며 성질이 날대로 나는 중이었는데, 마주친 부사수의 눈빛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겁이 확 나더랍니다. 정말 안 보이냐는 식의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는 부사수. "정말 안 보이십니까?" 손가락은 그 방향 그대로 한 채로 말이죠. "그날 진짜 사람 쏠 것 같은 기분이었지 말입니다." ".........." "그새끼 평소에 안 그런 놈이지 말입니다. 근데 희안하게 근무만 들어갔다 하면 미치는 건지....그래서 소대장한테 말해서 근무 뺐는데, 이번주부터 재 투입 된거지 말입니다." 심상병의 표정을 보니 어느새 담배를 문건지 근심이 참 짙어 보이더군요. "구라는 아닌 모양인갑네." "후.....구라라면 좋겠지 말입니다.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아십니까?" 뭔가 사연이 더 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때쯤 되니 저도 모르게 등뒤를 자꾸 힐끗힐끗 보게 되더라고요. 등에 끊임없이 소름이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역시 실화도 제가 겪은 것 쓰는게 가장 잘 쓰이네요. 상상을 해가며 쓰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게 더욱 즐겁습니다. 1시간 정도 쓴 분량인데 나름 그 때 생각하면서 쓰니 재미있군요. 급똥 크리로 화장실 가서 신문보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천정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얼릉 끊고 나왔습니다. 다음편도 다 써놨으니 금방 올릴게요~ [출처] 포상휴가 #2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너무 무섭잖아... 그렇잖아도 뭔가 이상한게 보여서 무서운데 애써 잘못 본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도 뭔가 이상해 보이면 더 불안해 지는거 특히나 그 장소를 벗어날 수 없을 땐 더더욱 ㅠㅠ 쓰고나니 그래서 군대 귀신이 무섭구나 싶군 어제부터 계속 마음이 안좋네 마음 속으로(때로는 입 밖으로도) 응원하던 아이가 떠나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참... 매일 불안하다 불안하다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슬프네 지금 혹시 많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네 잘못 절대 아니니까, 감기 바이러스처럼 나도 모르게 찾아온 아픔인거니까 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나을 수 있을거야, 오래 걸리더라도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렇게 믿어주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꼭 더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그럼 오늘도 잘 자고 내일 또 보자!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4-
오늘 날씨 너무 좋네 :) 다들 기분도 좋은 하루였기를 바라며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보자! ___________________ 일상에 다름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조금 다를게 있다면 오늘 전원투입 시간에 본거지로 돌아가는 것이었죠. 작업은 전후반야 근무자들이 일어나 식사를 마친 1시 30분 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죠. 그래도 전날 보다는 좀 약해진 것 같기는 했지만, 작업 하기에는 좀 짜증이 나는 날이었답니다. 주간 근무를 마친 근무자들이 들어오며 삽이랑 곡괭이를 가지런히 바닥에 놓는 우리를 바라보며 '충성' 하고 지나가자 무심결에 둘러보니, 제 부사수 였던 거죠. "야 어제 전반야 서고 잠은 잤냐?" "예 조금 자다가 10시 근무 부터 투입됐습니다." "음...사수가 없으니 고생이구나." "괜찮습니다." "그래?" 오늘 저녁 전원투입엔 제가 본거지로 돌아가는 지라 자연히 부사수는 사수가 없는 모양이라 일반 근무로 뺀것 같더군요. '근무 로테이션 엄청 꼬이겠는데....' 하지만 제가 신경쓸건 아니었죠. 저는 저녁에 고향으로 가면 끝.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대충 삽과 곡괭이 등등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부소초장에게 인원보고를 한 짧게 부소초장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비오는데 짜증날거다. 그러나 어쩌겠냐. 어쨌든 다 해야 하는 건 너희들도 잘 알고 있잖아? 작업지 도착하면 판쵸우의 벗고 해도 돼." "예 알겠습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죠. "오늘은 비닐 작업 전부 투입 안하고 5명은 배수로 작업 투입할거다. 박병장." "병장 박xx." "비닐작업 다 끝나가니깐 애들 4명 데리고 보급로 쪽 배수로 작업 좀 갔다와라." "배수로 말입니까?" "그렇지. 진입로 쪽으로 돌아가는 곳에 관리 안된 배수로가 있다. 고생 좀 해라." "마지막날 이라고 막굴리시는 거 아닙니까?" "야야 너 아니면 누가 인솔하냐. 심상병이 할까?" "예 저말입니까?" 옆에 섰던 심상병이 화들짝 놀래긴 했지만, 왠지 모를 미소가 보였다 할까요? 인솔자 되서 작업 나가는 건가 싶었을 겁니다. 한마디로 리더가 되는 건가 싶은 기대였죠. "부소초장님 저 올라가면 신나게 비닐 작업 해야지 말입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어쩌겠냐. 박병장 오늘 복귀라고 행보관님의 특별지시가 있었다. 휴가 그냥 가는 거 아니잖냐 하고 행보관님이 전해달란다." '킥킥' 옆에서 웃는 소리들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후 그놈의 휴가....진짜 쉽게 못가겠네..." "비닐작업 쪽은 슬슬 마무리 단계니깐 박병장이 배수로는 확실히 책임져줬으면 해. 이상. 장비 들고 이동!" 후다닥 끝마치고 대꾸의 여지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 버리는 부소초장이었습니다. 저는 자리에 서서 그동안 작업에 열의를 보였던 4명을 데리고 부소초장 무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작업병이라고 그러죠? 제가 그런거 였습니다. 중대 대대 큰 작업들엔 항상 제가 있었죠. 10년이 지난 지금도 삽질 곡괭이질 그 때만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체력은 그때와 무지하게 다르겠지만... 그렇게 대충 열을 맟춰 한 10분정도 이동하니 작업지역인 듯 한 배수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작업 해놓고 비가 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개발 새발 대충 작업 해 둔 모양새가 짜증이 스윽 일기 시작하더라고요. "야 저거 누가 작업했냐?" "김병장님이지 말입니다." "에혀 말년 그럼 그렇지..." 각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그냥 흙과 풀같은 것만 대충 파내고 물길을 만들어둔 모양이었습니다. 아 배수로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흔히들 텐트를 이용한 야영을 해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비가 올때 텐트 주위에 작게 도랑을 파죠? 비가 올때를 대비해 텐트에 물이 들지 말라고 파놓는 긴 구덩이 보신 분들이면 아실 겁니다. 배수로는 그것보다 더 깊고 넓은 것으로,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산악지형 도로 특성상 흙으로만 이루어져 양 옆에 배수로를 파 두지 않으면 빗물에 많이 침식되곤 하죠. 그 말고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별 쓸데도 없는 이유들 뿐이죠. 제가 보기엔 그냥 보여주기 용도가 전부. 그 반증이 군대의 특성상 각이 생명이라 여튼 이쁘게 잘 만들어야 합니다. 각 잡다가 시간이 다갑니다. 그런데 저도 군인인지라 미리 작업 해둔 그 모양새를 보니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더군요. "저걸 작업이라고 한건지...." 짜증이 나면서 저것까지 다 손봐야 작업 해놓고 욕 안 먹겠다 싶었습니다. 작업이 시작되고 신나게 삽질을 해대다 보니, 빗물을 먹은 흙이 삽을 더 무겁게 만들더군요. 흙속에 바위가 있을때면 곡괭이로 내리 찍었는데, 그 찍는 순간에 물을 먹은 흙이 이리 저리 튀며 눈이고 입이고 코로 들어가 짜증도 무척 났었답니다. 단 하나 땡볕이 아니라 좋긴 했지만, 차라리 땡볕이 더 나을 듯 싶었습니다. 얼마나 작업을 했을까요? 허기가 약간 느껴져 시계를 들여다 보니 3시 반을 약간 넘어가고 있었네요. "벌써 두시간 동안 판거냐?" 개어놓은 판쵸우의 더미로 가서 삽을 대충 던저놓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꽤 먼 거리를 파고 지나왔더군요. "막내야. 갖고 온 빵이나 먹자." 출발전에 관물대에 짱 박아둔 빵을 갖고 나오는 것을 봐둔 것이었죠. "벌써 저만큼이나 팠네....앞으로 언제 저만큼 파냐?" "박병장님 오시니 그래도 금방 팠지 말입니다. 말년이랑 할때는 일 진짜 안됐었는데 말입니다." "야 어디다가 갖다 대냐. 말년이랑 나는 밥 안될 때부터 엔진이 달랐어." 심상병이 건네주는 빵을 건네받으며 판쵸우의 더미로 털썩 주저앉으니, 다리가 그냥 힘이 쫙 풀리는게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더군요. 그 때 였을 겁니다. "야...저거 불발탄이냐." 턱짓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빨간색 물감같은 즉 락카로 칠해놓은 가운데 무슨 돌덩이 같은것이 보였습니다. "예 그렇지 말입니다." 그 때 까지는 작업하느라 주위를 볼 틈이 없었는데, 자리에 앉아 주위를 보니 슬슬 풍경이 들어오더군요. 저는 일어나 좀더 자세히 볼 모양으로 가까이 다가갔더랬죠. 분명히 90미리 무반동총 탄환 같은 모양새 였습니다. 아니면 박격포의 탄환이라던가 하는... 전방지역에선 불발탄이 굉장히 많이 발견되서 그때마다 경고차원으로 그 주위에 빨간색 락카로 칠을 해두곤 했죠. "저런게 어째서 이런데까지 굴러와있냐..." 저는 살펴보기를 관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씨발...그나저나 지금 우리 지뢰밭 위에서 곡괭이질 하고 있는 거네..." 말 그대로 였습니다. '지뢰' 라고 표시된 경계 부근이 바로 배수로 였으니 말이죠. 우리집 마당안에서 하는 삽질이 아니라 지뢰위험지역에서 그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그 나름대로 그것도 공포네요. 작업중 곡괭이로 대전차 치뢰 뇌관을 찍어 그 주위 작업병사들이 전부 중상을 입었다는 사고 사례 같은 것은 군생활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불발탄을 삽으로 찍어 손목이 날아간 사고 사례 전파 같은 것들도 몸서리가 쳐지기엔 충분했죠. "에휴..어쩌다가 이런 오지까지 오게 됐나..." 체념 섞인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시 저 지뢰밭으로 들어가 곡괭이 질을 할 생각을 하니 몸이 뻣뻣해 지더군요. 그 때 였습니다. "박병장님!" 누군가가 저를 소리질러 부르는 소리에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더랬죠. 같이온 이일병이 제가 좀전에 다가갔던 숲 방향으로 손을 들어 가르켜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저기 뭔가 이...있습니다." 상당히 당황한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그 방향으로 다가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틀었죠. 방금전 쳐다보고온 불발탄이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뭔데?" "그...그게..." "뭘 본거야?"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제게 자기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더군요. "누...누가 있었습니다." "뭐?" 이일병은 계속 고개를 흔들며 '분명 있었는데' 하는 말만 중얼거리면서 제 눈치를 살피더군요. "맷돼지 아녀?" "...그런가...." 당시 아무것도 없는 풍경에 제 말은 큰 설득력이 있었죠. 누구나 다 맷돼지로 인정을 하려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중이었죠. "그런데...박 병장님...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미간을 징그리며 분명 거짓이 아니다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 "저도 불발탄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 뒤에 사람 같은게...." '사람' 같은게 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주위에서 야유가 흘러나왔죠. "에휴 병신아 저기 사람이 왜 있어." 그렇죠. 사람이 있을리가 없죠. 그러나... 그날 비가 내리고 안개도 계속 드리워져 있던 중이라 숲 안쪽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묘한 분위기에 계속 짓눌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는 일단락 되었고, 다들 희안하게 침묵속에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고 잠깐 쉬게 되었을 때였죠. "우악!! 뭐야!!"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저만치에서 전상병이 미친듯이 이쪽으로 뛰어오는거 아니겠습니까? 소변보러 간다고 저만치 가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놈처럼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었죠. "저...저기 미친년이!!" 그러나 그의 뒤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야 뭔데!" 저는 그가 등진 방향으로 튀어나가며 뭐가 있나 볼려고 이리 저리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죠. "저...저...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고갤돌려 뭐가 있냐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저에게 말을 더듬으며 말해오더군요. 이쯤되니 아까일도 그렇고 지금일도 그렇고...작업을 일단 중지 하는 길 밖에 없더군요. "야 무전기 줘바." 저는 85k 무전기를 건네받고 부소초장과 통신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치...치...삐...'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죠. 현장에서 철수 하겠다는 무전을 날릴려고 했지만, 역시나 상대방 쪽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야 아까 내려오면서 감도체크 한게 어디쯤이냐?" "여기서 한 번 했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작업 시작전에 작업 한다고 무전 친것이 기억이 나더군요. "어디 짱박혔나...." 거기까지 상상이 미치자 슬슬 방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일병 니가 본거 뭔지 이야기 해봐." "그..그게...그냥 여자라고 생각되지 말입니다." "여자?" "예." "이런데 여자가 왜 있어. 있으면 그게 귀신이지!" "......." "어떻게 생겼던?" "그냥 뭐랄까...머리는 길고 얼굴은 검은 건지 그늘 같은게 있어서 잘 안 보였습니다. 팔 축 늘어트리고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었는데, 옷은..푸르스름한 원피스 였습니다. 얼룩 같은게 있는 건지 군데군데 좀 너덜거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씨발 딱 귀신이잖어." "아니 그렇다기 보단 왠지 사람 같은 느낌이 더 크지 말입니다." "사람?" "숲 저만치에 서서 저한테 손짓했습니다. 이리로 오라고...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전상병 너는?" "저 말입니까? 이일병이랑 똑같습니다. 오줌 싸고 있는데 옆에 뭐가 있는 것 같았지 말입니다. 그래서 봤더니만..." '껑충' 하고 저한테 뛰는 시늉을 해보이더니, "그렇게 확 저한테 왔지 말입니다. 그래서 미친듯이 튀었지 말입니다." 어이가 없었드랬죠. 비가 오긴 해도 대낮인데, 그것도 군사지역 민간인의 출입이 아예 있을리가 만무한 곳에 미친년의 출현이라.... 어디가서 말 했다가는 바로 군기교육대 감이었죠. 그저 옛날부터 이 근처에 살던 늑대인간 같은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나 지껄이는 중이었죠. 그 때 였습니다. 누군가 저기서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고 있었죠. 순간 저 포함 일동의 시선이 그쪽으로 휙 쏠리며, 온몸에 소름을 맛보고 있었죠. 긴장하는 그때 일동의 시선이 차단되는 저 만치 커브길에서 스윽 모습을 나타내는 부소초장과 전령이었습니다. "야 작업은 다 되가냐?" 순간 모두는 초긴장 하고 있던 마음이 누그러 드는지 가볍게 한숨들을 내뱉고 있었죠. "역시 박병장. 각이 제대로 살았네." 배수로 근처를 따라 이쪽으로 오던 부소초장이 이쪽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마디 건네더군요. "뭔일 있었냐?" "........." 그간 있었던 일을 잠깐 설명을 하니 부소초장은 얼굴이 굳으며, 같이 따라온 전령에게 무전기를 건네 받았습니다. "이게 안된다고? 갑자기?" 부소초장은 우리쪽 무전기까지 마저 건네받고는 호출버튼을 여러번 눌러 보더군요. 결과는 실패..... 고장이나 신호의 방해 없는 인접 상태에서 무전기는 서로의 신호를 받고 있지 못 했던 것이었습니다. 부소초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가더군요. 그 때서야 같이 온 전령이 최이병임을 알 수 있었죠. 침묵은 약 1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전기의 '치익' 거리는 잡음과 '후두둑' 최이병의 판쵸우의를 때리는 빗소리. 숲속에서 짙게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죠. 저 안개속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서. "일단 철수해라. 배수로 작업도 거의 다 된 것 같고, 비도 많이 오니깐...."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무래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후임들은 벗어놓은 탄띠며 판쵸우의 들고온 장비들을 챙겨 드는 것이었습니다. 모자 챙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 안으로 실제로도 퍼렇게 변한 입술의 후임들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안스럽기까지도 했고요. "박병장." "예?" 부소초장이 저를 불러세우고는 가져온 것들은 챙겨 열을 갖춘 후임들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상병. 삽 두자루만 두고 인솔해서 소초로 복귀해라." "예 알겠습니다." 심상병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앞으로 가!' 하고는 무리를 인솔해 저만치 커브길로 금새 사라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발자욱 소리까지 완전히 지워질 무렵, "야. 애들이 본거 말이지...." "예...." "딴데 가서는 이야기 하지 말아라. 혹시 이야기 했냐?" "여기만 있었는데 하고 싶어도 못하지 말입니다." "일단은 하지 말어. 안그래도 요즘 이상한 소리가 많이 나와서..." "........" 말 안해도 알 것 같았습니다. 전방은 특히 누가 뭘 봤다거나 하는 그런류의 소문들은 정말 귀신같이 멀리도 퍼져나가곤 했습니다. 순찰거리로 재자면 반나절 정도를 걸어야 닿을 수 있는 대대OP의 소식까지도 금새 전해지곤 했으니까요. "얼마전에도 1중대 병사들이 근무 복귀하다 이상한 것 봤다고 했는데...희안하게 이상한 소문들이 많네..." "..........." "그거 아냐 박병장?" "어떤거 말입니까?" "하긴 모를거야. 지금 대대장님 계시기 전에 계시던 대대장님 있을 때 이야기니깐...너 입대 하기 전일거다." "무슨일 있었습니까?" "있었지..." 부소초장은 바닥에 놓인 삽을 집어들고는 제게 하나를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작업하고 복귀하는 행세는 해야지. 비좀 피하자." 그러나 피할것도 없었습니다. 부소초장이야 장피를 입고 있어 괜찮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미 물이 다 스며들어 속까지 다 젖은 것 같았으니까요. 대충 비가 덜 닿는 큰 나무아래 삽을 던져놓고, 털썩 주저앉았더랬죠. "야 흙 다 묻겠다." "이미 다 버렸지 말입니다." 전투화 말릴 생각을 하니 깜깜했습니다. "예전에 말이지...그러니깐 전에 계셨던 대대장님은 군종 간부 출신이었거든." "군종 말입니까?" "그래 군종들 대빵급이지." "군종 장교가 어쩌다가 이런 야전대대로 온 겁니까?" "그야 나도 모르지. 1군 사령부에서 불교쪽 있었나 보던데..." "진급 꼬인겁니까?" "아냐 그렇지도 않지. 여기 한 반년 계셨나? 소문으로는 전방 체험 좀 해보고 오라고 해서 잠깐 코스 밟은 듯도 하고. 육사 출신이야." "워...그럼 경험코스가 맞겠지 말입니다." 육사 출신의 군종간부라.... 군종이란 군대에서도 종교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책임이나 진행을 하는 소위 사회로 말하면 큰 목사정도 랄까요? 일반 군종병사는 전도사 정도? 여튼 그런 군종의 간부가 일개 야전대대에 왔다는 건 맡고 있는 직무상 성격이 완전 다르죠. 군인이긴 해도 종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병사의 지휘통제를 맡긴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겠죠? 문관에게 무관의 일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그 대대장님도 전에 여기서 희안할 일 겪으셨지."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그 말은 이랬답니다. 그 당시 무월광 때를 이용해 대대장급 예하 장교들은 불시 순찰로 병사들 근무 태도를 체크하라는 사단지시가 내려왔던 모양입니다. 이런 소문은 다리 없이 천리를 가고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었다죠. 소문을 들은터라 달빛이 굉장히 약해질때를 기점으로 무월광이 끝날때까지 전방 주시보다는 저 멀리 뒤에서 보이는 불빛과 소리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때 였답니다. 이틀전엔 작전장교를 태우고 불시 순찰을 갔던 대대장의 운전병이 그날은 대대장을 모시고 일단 1중대 OP에 들러 근무상태를 점검 할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럴려면 부소초장과 제가 이야기를 나누던 그 길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었거든요. 그날도 일단은 1중대 OP를 잠시 경유하기 위해 그 쪽기로 가던 도중이었답니다. "대대장님." "응?" "혹시 오늘 대대장님 말고는 다른 순찰자가 있습니까?" "왜 뭔일있나?" "그게...." "그게?" "방금 사람을 본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치긴 했습니다만..." "......." 대대장도 운전병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죠. 결론은 금방 나왔답니다. "차 돌리게." "예 알겠습니다." 운전병은 차를 돌리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바로 차를 돌릴려고 했다죠. 방금 지나쳐온 간이 검문 초소에 교대한 근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의심은 없었답니다. 평소 대대장의 성품을 알고 있기에 분명 그 사람을 태우고 이동할려는 내심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고했죠. 평소에도 근무중인 병사들에게 경례 한 번 소홀히 받아준 적이 없다던 대대장이었다고 부소초장이 말해줬네요. "대대장님 1중대 OP가 바로 앞이니 그 쪽 공터에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아마 병사들이 복귀 하는 모양일거야." "예.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기억에 익숙한 그 장소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고는, "대대장님 거의 다 왔습니다. 저 앞에서 돌리겠습니다." "그러도록..." 운전병은 어제도 왔던 길이라 시야가 어둠때문에 한정이 됐음에도 어디쯤에서 운전대를 틀어야 공간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는군요. 슬슬 우리가 서 있었던 그 마지막 커브길을 앞에두고, 틀기만 하면 바로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그때! '끼익!' 커브길을 돌며 시선이 따라 움직이는 그 선상에 허연 뭔가가 보이길래 순간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크게 요동치더랍니다. "으헉!!" 운전병과 대대장은 동시에 같은 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휩싸여 순간 아무것도 못하고 그것과 눈을 마주쳐야 했답니다. 그냥 퀭한 눈... 그 어둠 속에서도 눈이 우릴 바라보고 있다라고 했답니다. 그에 운전병은 그것을 깔아 뭉갤 기세로 악셀을 있는 힘껏 밟아 밀어 부쳤다고 하네요. 핸들이 커브를 하기 위해 돌아가있는 상태에서 급 출발을 함에 있어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답니다. 그에 곧바로 시선을 잡았을때는 그것의 모습이 없었다고 하네요. 위치상으로 보면 분명 깔아 뭉갠것 같은데 아무런 충격이 없었고, 그저 반사적으로 보이는 길을 있는 힘껏 밟아 나가는 수밖엔 없었답니다. 룸미러로 뒷쪽을 계속 힐끔거렸음에도 그저 보이는 건 어둠뿐. 대로등으로 비추어지는 뒤쪽에 먼지구름 사이로 그것이 언제라도 튀어나올것 같아 운전병은 룸미러를 그냥 확 접어버렸다고 하는군요. 한동안 대대장과 운전병은 할말도 잊고 그저 앞만 주시하고 있었다죠. 어느새 차량은 1중대 OP 쪽으로 향한 진입로를 지나쳤답니다. 뭔가가 또 튀어나올까 하는 불안감은 운전병이나 대대장이나 매 한가지였을 테니까 하려던 일따위 모두다 잊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대대장이 입을 열었는데, "내가 부처님 가르침을 받는 중생임에도 방금 본 그것은 그냥 귀신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구나." 그 순간만큼은 대대장도 한 인간이었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네요. 왠지 모를 깊이를 느끼게 해준 대대장의 말을 끝으로 그저 자동차의 엔진소리만 들리고 있었다죠. 불안한 만큼 그런것들에 더 주위가 기울여진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1중대 OP를 지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저만치 수통문의 투광등을 보자 운전병은 화들작 놀라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일은 그럴때 터지게 된다나요? 다시 앞을 보려하는 찰나 옆에 앉은 대대장이 핸들을 잡아 채며 자신쪽으로 휙 끌어당기더랍니다. 그 순간 차가 옆으로 확 쏠리며 바라보고 있는 시야가 조금씩 옆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운전병은 보았답니다. 자동차는 옆으로 기울며 모든 풍경이 회전하고 있는데 밖에 서 있는 그것의 모습은 주위의 풍경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몸이 완전히 뒤집어 짐을 느끼고 바닥이 머리위로 왔음을 느낄 때 마지막 본 그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하더랍니다. "그 때 난리도 아니었지. 대대장 차가 배수로쪽으로 굴렀다고 수통문 애들이 보고 하고 나서 40분 정도 있다가 헬기도 날아왔었다." "헬기까지...." "그 때 그게 거기서 끝나서 다행이야. 배수로안으로 차가 쳐 박혀서 지뢰밭 안쪽으로 안 굴렀기에 망정이지." "운전병하고 대대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타박상에 운전병 다리 부러진 정도?" "차가 많이 안 굴렀나 봅니다?" "그렇대도. 배수로 아니었음 지뢰밭 안쪽으로 데굴데굴 굴렀을 걸. 지뢰 안 밟았다 치더라도 바로 벼랑길이라 죽었을지도 몰라." 순간 배수로의 한 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생각했죠. "헬기가 OP 마당에 도착 하자마자 후송해서 병원으로 간 모양이더라고. 그 후에 행보관님이 병원가서 운전병한테 이거 저거 물은 모양이지." 사고가 난 그날 밤. 운전병은 의식이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고 기절한 건지 차가 전복되는 충격에 기절했던건지 잘 분간은 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의식이 거의 있는 상태였다네요. 의식이 주위를 완전히 구별하게 되었을 때쯤에는 몸이 매우 불편해 시선을 뿌려보니 차 지붕이 바닥에 닿은 완전히 전복되어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조수석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했는데, 아마 그 부분 지붕이 배수로에 닿은 모양이었겠네요. "대대장님!" 정신을 차리자 자연스례 먼저 들어온것이 조수석의 정신을 잃은 대대장이었다죠. 그 모습을 보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준 순간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답니다. 다리가 부러진 모양이었습니다. 힘이 조금만 들어가도 온몸을 강타하는 고통. 그 때문에 정신이 번뜩 하더랍니다. 바로 그 때. 뒤집어진 창문 밖으로 뭔가가 스윽 다가오더라는 겁니다. 배수로 쪽으로 기운 헤드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이 바닥을 비추고 그 반사된 여분의 빛의 도로를 살짝 비추고 있었는데, 그 빛속에서 완전 하게 이질적인 허연 그것이 운전병과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며 다가오고 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미칠것같이 몸이 바둥거려지는데 다리 고통 따윈 상관없이 어서 도망가야 겠다는 욕구만 넘쳐 흐르고 있었답니다. 거기까지 부소초장의 말을 들으며 잠깐 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비에 옷까지 젖어서 그런건지 순간 오한에 몸이 바르르 떨리더라고요. 그도 그럴게 뒤집어진 차안의 운전병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는 건 그것도 거꾸로 뒤집어져서 다가오고 있었다는 이야긴데, 생각해 보세요. 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의 나에게, 그런것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이죠. 다리 고통따위라고 했지만, 몸부림치는 와중에 계속 전해지는 말로 표현 못할 고통. 정신은 더욱 맑아지기만 하고, 잠시후면 얼굴을 맞댈 정도의 거리로 다가온 그것에 운전병은 자기도 모르게 절규를 하게 되었답니다. "으악!!" 그 때 였다죠. "야! 여기다!" 하는 소리가 혼란을 깨고 어느 소리보다도 맑게 귓가를 때리더랍니다. 뒤집어진 시야 저 멀리 라이트가 거의 사라져가는 그 끝에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전투화소리들. 어느새 눈앞에 그것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풍경을 마지막으로 운전병은 의식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사단에서 조사나왔을 때 운전병 징역 갈뻔 한거 대대장이 겨우 막았나 보더라고. 군기교육대 갔다가 운전병 보직 박탈당하고 대대 오피에서 행정병으로 있다 제대했지." "대대장은 뭐라고 했더랍니까?" "그건 우리도 모르지...." "......." 아마 사실대로는 말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되어 지더군요. 누가 믿겠습니까? 귀신 보고 놀래서 차가 뒤집어 졌다고.... "운전병 말로는 대대장이 핸들 당긴건 잠깐 돌아본사이에 대대장이 그걸 보고 피할려고 당긴게 아니라..." "........" "아마 홀려서 그런것 아니겠냐고 행보관님 한테 되물었다고 그러더라." 뭔가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이야기였죠. "행보관님도 짬밤이 이젠 원사 바라 보고 계시는데도 그런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과연...어떻게 된 일일까... 그 운전병이 있으면 직접 한 번 들어보고 싶었더랬죠. [출처] 포상휴가 #5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와씨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파 죽겠는데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그게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니 구하러 온 사람들 아녔으면 진짜 어쩔 뻔 했냐 ㅠㅠ 원래는 이거 다음 편이 마지막 편이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끝맺으셨어. 혹시 언젠가 다음 편을 가져 오신다면 나도 바로 가져올게 남은 하루 잘 보내고 내일 또 보쟈 ㅎㅎ
펌) XX부대 살인사건 _4
자 4편까지 후다닥 올리겠음 그리고 주말에 돌아옵니다.. 그 이유는 님들을 애태우고 싶으니까! 이렇게하도 하지 않으면 나에게 관심이 없을테니까! ㅎ 즐감 태그부터 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소설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잼나게보십쇼 피쓰- -1978년 7월 14일- 육군 [중사 김ㅇㅇ]가 같은 부대원 [중사 고ㅇㅇ], [하사 이 ㅇㅇ]와 자신의 아내를 소총으로 살해하고 본인은 자살. -1981년 7월 23일- 육군 [중위 정ㅇㅇ]가 술자리를 같이 하던 동료 부대원 [중사 이 ㅇㅇ], [중사 김ㅇㅇ]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하사 최ㅇㅇ]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힘. 부대로 다시 돌아가 부대원에게 총격을 가하던 도중 사살됨. -1986년 7월 18일- 육군 [중사 강ㅇㅇ]가 만취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소총으로 살해하고, 군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6개월 후 사형집행됨. -1991년 7월 29일- 육군 [하사 박ㅇㅇ]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십 차례 가슴과 안면 부위를 찔러 살해 한 후, 군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4개월 후 사형집행됨.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간 나는 수사관에게 물었다. "이게 뭡니까?" 내 질문에 답을 거부하고 수사관은 오히려 나에게 되물었다. "그 사건들의 공통점이 보입니까?" "모두 7월에 발생하였고, 군인들이 일으킨 사건이네요." "맞습니다. 최중사 사건도 절묘하지 않습니까? 7월 17일......" "그러고 보니 김병장이 죽은 날도 7월 19일인데...." 수사관은 무슨 엄청난 정보라도 알아낸 냥 감탄사를 연발했다. "캬~~~~ 7월의 저주라....이거 멋진 걸." 수사관은 잠시 장난스런 표정을 짓더니 이내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또 다른 엄청난 공통점이 뭔지 아슈?" "뭡니까?" 수사관은 잠시 미소를 짓더니 답을 했다. "사건현장이 모두 같은 곳이라는 겁니다." "예?????" "바로 그 모든 사람들이 최중사 집에서 죽어나갔다는 겁니다. 거기에 나와 있는대로 최중사 사건 말고 그 집에서만 20년 동안 모두 7명이 죽었고, 그 집과 관련된 사람을 포함하면 총 10명이 죽었소." 나는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저주받은 집이네요. 그런데 왜 20여년 동안 폐쇄되지 않고 집이 남아있는거죠? " "7월을 넘기지 않은 군인들과 거기에 살던 민간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소. 단지 거기서 7월을 보낸 군인들과 그 가족들만이 처참하게 죽어나간 것이오." 그냥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석연치 않았다. 그동안 나 자신이 보고 느껴왔던 일련의 사건들이 오버랩되면서 싸늘한 기운이 내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저주를 내리고 있는 걸까요?" 나의 넋두리에 수사관이 대답했다. "귀신이든 아니든 분명히 뭔가 있습니다. 예전에 수사관 교육 받을 때 들은 얘기인데, 강한 자기장이나 방사선에 노출되면 사람이 환청이나 환각을 겪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방사선 같은 경우는 암 같은 질병까지 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저주로 치부하기도 한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집에서 일어난 일들의 원인을 밝히는 겁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차에 올라탄 직후 궁금했던 사항을 다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거기에 보면 사건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지 않습니까? 하사 최ㅇㅇ...." "아니...그 사람 찾았습니까?" "명색이 군수사관인데 그 쯤이야 껌이죠. 미리 연락도 취해놨소." "대단하십니다." "솔직히 직업이 경찰인 사회 친구들 도움을 좀 받았죠. 그 건 그렇고 죽은 김병장 얘기나 해보슈. 사단장한테 뭐라고 보고가 된 겁니까?" 나는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고, 긴 한숨을 내뱉았다. 그리고 그 간 벌어졌었던 일련의 미스테리한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히 얘기하였다. 얘기를 듣고 있던 군수사관은 자신도 소름이 끼치는지 몇 번의 탄식을 내뱉았다. 특히 김병장이 광신도들의 방언같은 괴상한 말을 쏟아냈다는 부분에서는 진짜로 그랬냐고 몇 번을 되묻기도 했다. 우리는 군이수지역을 한 참 벗어난 곳까지 차를 몰았다. 보통의 군인들은 이수지역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수사관들은 다른 것 같았다. 검문소 헌병들은 수사관의 얼굴만 보고도 그냥 통과시켰다. 1시간 정도 차를 몰아 우리는 외진 시골집에 도착하였다. 대문앞에서 인기척을 보이자 한 쪽 발을 사용하지 못하는 40대의 한 남자가 목발을 짚고 나오는 것이다. 키는 170이 조금 넘고, 마른 체형이었으며, 하얀 얼굴에 며칠동안 깍지않은 듯한 검은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절룩거리는 다리 뿐만 아니라, 함몰되어 있는 양쪽볼이 그가 지금 상당히 병약해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우리가 찾는 그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신분을 밝히고 여기에 온 목적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를 천천히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안내했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그는 국가보조금을 받고 허름한 집에서 연명하는 것 같았다. "그 날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소." 그는 조용히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 날은 무서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소. 부대 합동훈련이 끝나고 얼마 후 나는 소대장 집에서 선임하사 둘과 간단히 술자리를 같이 했다오. 원래 하사관들과 장교들은 친하지 않은데 소대장이 워낙 넉살이 좋고, 술을 좋아해서 우리 하사관들이 그를 잘 따랐소.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소대장이 이상한 얘기를 하더이다. 요사이 밤마다 어디서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얘기를 듣고 있던 수사관과 나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애기 울음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그럽디다. 어떤 날은 가위에 눌렸는데 어두운 방안에 어떤 군인이 총을 들고 나타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랍니다. 얼굴과 몸에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군인이었는데 뭔가를 계속 찾고 있더랍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 위에 올라앉아 징그러운 웃음을 한 번 짓더니 긴 소총을 턱밑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더랍니다." 그는 잠시 담배를 몇 번 빨더니 말을 이었다. "소대장의 귀신얘기에 우리 하사관들은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소대장 표정이 너무 진지한거요. 우리가 소대장에게 무슨 군인이 겁이 그렇게 많냐며 놀리니까 갑자기 소대장의 표정이 경직되더니...이상한 소리를 하더이다. '들어봐...지금도 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휘둥그레 부릅 뜬 두 눈으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소리의 정체를 찾는 소대장의 표정이 정말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오. 우리도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들리지 않았다오. 정말 우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소대장은 미친 사람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협박했다오. '얼럴러..얼러러..들어...들어..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그거 있잖소, 교회 같은데서 괴상한 소리내면서 기도하는거...." "방언 말입니까?" "맞아..그 거..." 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죽은 김병장의 그 괴기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소대장이 계속 그런 소리를 내면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이 뒤집히더이다." 이럴수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나는 잠시 한쪽 팔뚝을 쓸어내렸다. "우리는 그 사람을 진정시킬 생각은 못하고 너무 놀라서 순간 뒤로 물러났는데.............." 얘기를 잠시 멈추는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피우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기고는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갑...갑자기 소대장이 정신을 차리고 그 괴상한 행동을 멈추더이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몇 번 목을 꺽더니..........." 그는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지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쥐었다.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나는 그가 심하게 격해져 있음을 알고 그를 안심시켰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 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왼쪽의 선임하사부터 차례로 권총을 난사하는거요.....흑흑흑.."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우리는 잠시 그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그는 옆에 있던 무슨 종류인지 모르는 약을 손에 움켜쥐더니 입에 털어넣고 물 한모금을 들이켰다. 몇 번의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맨 왼쪽에 있던 선임하사는 세 발을 머리에 맞아죽고, 가운데 앉아있던 선임하사는 거의 다섯발을 얼굴과 가슴에 맞았소. 갑작스런 총소리에 귀가 멍해져서 있는데 내 얼굴과 몸에 핏물이 마구 튀는거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죽어라 비명을 질렀소. 이게 꿈이라면 깨길 바랬고, 꿈이 아니라면 누가 좀 소대장을 말려주길 바랬소." 심하게 떨리는 그의 손에서 미처 털어내지 못한 담뱃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흑...두 명을 순식간에 해치운 소대장은 곧바로 나를 죽이지 않고 나에게 미소를 보이더니...총을 겨누고 씨익 웃는게 아니오? 그 때 마지막 순서로 죽음을 기다리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내가 그 때 본 것은 소대장이 아니라 악마였소... 악마... 그 순간 나는 소대장을 제압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튀어올랐소.. 그리고는 두어발의 총소리가 들렸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몸이 불편하신 겁니까?" "한 발은 폐쪽, 한발은 어깨쪽에 맞았고, 마지막 한 발은 대퇴부쪽에 맞았는데, 대퇴부쪽으로 들어간 총탄이 신경을 건드린거요. 하늘이 도왔는지 나에게 세 발을 쏘고나서 소대장의 권총이 실탄을 모두 뱉은거요. 난 실신했고, 소대장은 다시 부대로 돌아가 소동을 벌이다 죽은겁니다. 결국 난 의가사 전역했소. 그나마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십수년간 나는 그 뒤로 매일 밤 악몽이 시달렸소. 매일 밤마다 피떡이 묻은 얼굴로 소대장이 나타나 그 악마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거요. 지금은 약도 먹고 치료도 받고 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얘기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그 때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오." 모든 얘기가 끝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아픈 몸을 이끌고 목발의 그 남자가 대문 밖까지 배웅을 하였다. 낮에는 맑아보였던 하늘이었는데 어느새 비구름이 몰려왔는지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안부를 전하고 뒤돌아 가려는 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뱉았다. "그 곳은 저주받은 곳이오." "예?" 수사관과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유난히 더 핼쑥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부디 몸 조심하시오." 한 동안 말이 없이 우리는 조용히 달리는 차 안에서 전방을 주시했다.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지자, 수사관은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나는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두려웠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자꾸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것 같아 머릿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뒷좌석이 아닌 조수석에 내가 앉아 있는데도 수사관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겁니까?" 나의 질문에 운전을 하던 수사관이 씨익 웃었다. 이젠 누가 미소짓는 것만 봐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일에 이번 일이 들통나기라도 하면 고생 좀 하실텐데요. 저야 홀몸이라 부담이 없지만 수사관님은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난 대위님이 부럽소이다. 나는 내 안위만을 생각한 채, 수사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도 저버린 사람이오. 속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죠. 그런데 대위님은 나와 달리 부대원 하나 때문에 사단장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위험한 모험을 하고 있잖소. 당신을 만난 뒤로 예전에 내 가슴속에서 사라졌던 정의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거요. 지난 사건은 어쩔 수가 없지만 지금의 사건이라도 제대로 해결하고 싶었소. 그런데 대위님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거요?" "그냥.....그냥........군인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헐...명답이로세." 수사관은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10시에 가까워지자, 나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음을 감지하고 수사관을 제촉했다. "이제 뭘하죠?" "죽은 김병장이 말한 곳으로 가봐야죠." "사건 현장 말입니까?" "대위님이 거기를 파보려다가 실패한 것 아닙니까?" "장비도 없는데..." "오늘 거기 툇마루를 뜯어봅시다. 빠루같은 간단한 장비를 트렁크에 다 실어왔소." 사건현장....서서히 굵어지는 빗줄기...그리고 어둠에 묻힌 밤........왠지 불길하다. "수사관님......" "네?" "현장에 가기 전에 나하고 약속 하나 합시다." "무슨 약속이죠?" "지금의 모든 주변 환경이 저와 김병장이 사건현장을 방문했을 때 상황과 같습니다." "음........대위님은 지금 우리 중에 누가 귀신 들릴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걱정이 되서 하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명이 미쳐 날뛰기라도 한다면 지금 뒤에 있는 공구들이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수사관이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럼 어떻게 하잔 말입니까?" "처음에 김병장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제가 김병장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김병장이 정신을 차리는 겁니다." "아...그럼 둘 중에 하나 누군가가 귀신 들렸다 판단이 되면 사정없이 후려쳐라 이겁니까?" "현재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별 거 아니구만. 일단 알겠소........" 나는 고개를 돌려 사정없이 빗줄기가 분쇄되고 있는 앞유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사건현장에 도달하자 주변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내리는 빗줄기로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우의를 입고 차에서 내리자 질퍽한 흙탕물이 군화 주변을 맴돌았다. 우리는 차량 트렁크에서 장비를 챙겨 들었다. 나는 배척(일명 빠루라고 부르는 못을 뽑을 때 사용하는 긴 쇠막대)을 들고, 수사관은 야전삽과, 해머를 들고 대문 앞에 나란히 섰다. 가끔씩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빗소리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번갯불에 잠깐씩 얼굴을 드러내는 사건현장의 대문은 우리를 반기는 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또한 비바람에 찢겨 펄럭이는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어서오라고 반가운 손짓을 보내는 것 같았다.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 나의 말에 수사관이 맞대응했다. "대위님이나 그 빠루로 날 찍어 죽이지나 마쇼." 지옥의 입구처럼 보이는 낮은 대문을 통과해 우리는 작은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어 우리 외에 다른 누가 있는지 구석구석 살폈다. 눈 앞에 툇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수사관에게 말을 건넸다. "바로 저기입니다. 김병장이 말했던 곳이." "음...그럼 먼저 마루 밑의 디딤돌부터 치워버립시다." 우리는 배척을 지레삼아 마루 아래에 놓여있는 두 개의 디딤돌을 힘껏 들어내기 시작했다. 디딤돌 주변을 시멘트로 발라 놓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머질과 삽질을 번갈아가며 우리는 조금씩 디딤돌을 움직여 나갔다. 기와집 처마 아래로 빗물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 번개치는 횟수가 늘어난 듯 보였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마당을 중심으로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우....무섭게 자꾸 번개가 치고 지랄이야..." 수사관이 하늘을 몇 번 쳐다보더니 불평을 토로했다. 바로 그 때.... "응애......응애.......응애....." 내 귀속의 고막을 울리는 작은 아기 울음소리..... 빗소리에 섞여 있지만 분명히 들린다. 나는 즉시 행동을 멈추고 쭈그린 자세를 유지한 채,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대위님, 왜 그래요?"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로 흠뻑젖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낮은 숨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안 들립니까?" "뭐요? 애기소리?" "네. 애기소리....." 내 말에 수사관이 주변을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기 시작했다. "어라....난 안들리는데....진짜로 들려요?" 손전등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던 수사관이 나의 얼굴을 비추며, 말을 이었다. "비오면 고양이 소리가 애기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요." 수사관은 나를 안심시키려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번개가 연속으로 플래시를 터트렸다. 나는 수사관을 바라본 채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쫘악 얼어버렸다. 마당 한가운데 누가 서있는 것이다. 얼굴은 수사관을 향하고 있는데 왼쪽 곁눈으로 그가 보이는 것이다. 나의 왼쪽뺨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뒤늦게 번개를 따라 온 천둥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나도 모르게 오른손에 쥐고 있던 배척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둠속에 묻힌 마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번개가 빛을 발했다. 텅빈 마당....그리고 쏟아지는 빗줄기...아무도 없었다. 배척을 쥐어든 나의 오른손이 덜덜 떨렸다. "괜찮아?" 수사관이 나의 어깨에 손을 탁 얹으며 물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 울음소리.....빗소리는 들리지 않고, 아기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그런데 뭐지? 수사관이 왜 갑자기 나에게 반말이지? 그리고 목소리가 왜 낯설지? 나는 다시 고개를 천천히 원위치시키며 그를 바라 보았다. 순간 나는 심장이 터져나가는 듯 했다. 얼굴에 온통 피로 덮여있는 낮선 남자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고 있는 것이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아~~~~~악!!! 씨발 뭐야!! 아~~~~~~~악!!" 나는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뒤로 물러서며 넘어진 나에게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배척을 오른손에서 천천히 들어올렸다. 순간 어떤 강한 힘이 내 얼굴을 강타했다.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확 돌아왔다. "여길 왜 왔어? 군바리 새끼" 그러나 그 괴상한 음성은 멈추지 않았다. "너..누..누구야..." 다시 한번 내 얼굴에 큰 타격이 주어졌다. "대위님!! 정신차려요!!!" 수사관이었다. 뒤로 넘어진 자세로 헐떡이는 나에게서 수사관은 배척을 뺏아들었다. "미쳤어요? 정신차려요!! " 두 눈을 부릅뜨고 뒤로 넘어진 자세로 헉헉대는 나를 향해 세 번째 손이 나에게 날아왔다. 나는 날아오는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만.....그만..." 수사관은 계속해서 나의 얼굴을 살폈다. "이젠 괜찮습니다....허..헛 것이 보였어요."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제야 주변의 빗소리가 귀에 다시 들어왔다.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넸다. "진짜로 미쳐서 이 빠루로 날 찍어 죽일 셈이요?" "미안합니다....잠시 헛것이 보여서..." "아까 약속하고 오기를 잘 했네..." 이제야 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내가 미친 것이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렇다면 김병장과 다리를 건널 때 누가 미쳤던 것인가? 혹시 김병장이 아니라 내가 미쳤다면? 김병장이 똑바로 잡고있던 운전대를 내가 틀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럼 멀쩡히 운전하고 있던 김병장을 내가 죽였단 말인가? 그 날 애기 울음소리는 내가 듣지 않았던가? "크아~~~악!!! 씨발 말도 안돼!!!!!!!!!" 머리를 움켜쥐며 울부짖는 나에게 수사관이 호통을 쳤다. "왜 그래요? 박대위!!! 이번엔 군화발로 맞고 싶소!!!!!!!" 그래....김병장과 나, 우리는 둘 다 죽을 운명이었어. 그런데 나는 살아 돌아온거야. 혈기 왕성한 한 젊은이를 죽이고.... 이젠 평생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해. 소대장의 권총세례에서 살아나온 하사의 말이 떠올랐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헉헉...말도 안돼...씨발!!! " 아무런 대답없이 주저앉아 울먹이며 절규하는 나에게 갑자기 군화발이 날아들었다. "정신차려!! 박대위!! 당신 미쳤어?" 수사관의 군화발에 나는 마당의 흙탕물 속으로 나뒹굴어졌다. 큰 대자로 누워버린 내 몸위로 차가운 빗줄기가 끝없이 쏟아졌다. 헐떡거리는 내 입속에 빗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가늘게 눈을 뜨려하자 나의 작은 속눈썹은 쏟아지는 빗물을 연신 걷어내기에 바빴다. 한참을 시체처럼 누워있는 내 앞에 수사관이 삽을 들고 걸어와 멈춰섰다. 한심한 듯 나를 지켜보던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박대위...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정신차리시오." 지금 이 순간 그는 나를 때려 죽이러 온 것 같진 않았다. 나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빗물을 토해내기 위해 몇 번의 기침을 하고는 대답했다. "김병장이 죽은 날....... 김병장이 미친 게 아니라..... 제가 미쳤었다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김병장을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는거요?" "만일 그랬다면요?" 내 말에 수사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 않았소? 만일 당신이 그랬다하더라도 그건 당신의 의지가 아니었잖소? 김병장이 죽지 않았다면 어쩌면 당신이 죽었을 수도 있는 것이오." "흑...말도 안돼..." 나는 다시 한번 머리를 움켜 쥐었다. 이러는 나에게 수사관은 나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박대위....최중사나 죽은 김병장이 바라는게 진정 뭐일 것 같소? 이제 정신차리고 마저 하던 일을 계속합시다." 수사관은 조용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말에 서서히 안도감이 몰려왔다. 왠지 친형처럼 느껴지는 그가 나에겐 큰 힘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뒤덮은 눈물과 빗물을 두 손으로 힘껏 쓸어내리고는 그의 손을 잡아 일어섰다. 무슨 잘못을 하여 스승앞에서 꾸중을 듣는 아이처럼 나는 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몸에 묻은 흙을 빗물로 천천히 씻어내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수사관님, 몇 살이죠?" "서른 일곱이오. 그런데 나이는 왜 묻소?"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수사관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제가 서른 하나니까 여섯살 형님이시네요." "어이쿠 대위님. 생각보다 젊네요." "모든 일에 있어서 인생 선배들은 어린 사람이 모르는 뭔가를 가지고 덤비는 것 같습니다. 배운 놈이든 못 배운 놈이든 나이를 먹어가면 알아가는 그런 것 있잖습니까? 수사관님에겐 그런게 느껴집니다." "쳇....별 거 없소이다. 마누라 잔소리 들어가며 처자식 먹여살려 보시오. 귀신?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런 거 별거 아니게 느낄 것이오. 여기저기 사람들에 치어가며, 욕먹어가며, 아둥바둥 살아가 보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오. 사람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고, 슬프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거랍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나의 감사표시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위님 부하들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지휘관 밑에서 근무를 하니..." 우리는 잠시 서로 미소를 지으며 우정의 눈빛을 나누고, 다시 장비를 챙겨 디딤돌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육중한 디딤돌이 밖으로 밀려 나왔다. 수사관은 몸을 옆으로 최대한 눕힌 후 낮은 마루 밑을 향해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었다. 같은 자세를 취한 나도 눈에 띄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때 마루 밑 깊은 곳에 눈에 들어오는 뭔가가 보였다. "헛...저거 뭐죠?"
펌) XX부대 살인사건 _2
1편 재밌게 읽으셨나요 껄껄 이런건 또 흐름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2편까지 딱 올리고 목요일에 찾아오겠습니다. 태그부터 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소설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잼나게보십쇼 "죄..죄송합니다. 중대장님...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이 새끼... 한 번만 그런 장난치면 머리통에 총구멍을 내 주겠다. 알았어?' 이렇게 말은 했지만 왠지 장난같지가 않은 김병장의 행동은 나를 서서히 알 수없는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으며 장대비가 쏟아지는 빗속을 내달렸다. 그 날 밤 나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조사를 시작하면 정리될 것만 같았던 사건이 자꾸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머리가 복잡했다. 게다가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마음에 걸려 더더욱 나는 잠 못드는 밤을 보내야만 했다. 힘겹게 밤을 보낸 나는 일어나자 마자 급한 연락을 받았다. 최중사가 군 검찰로 이송된다는 소식이었다. 아직 해 놓은 것도 없는데 벌써 이송되다니... 헌병대는 사건조사를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급히 사단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미 이송명령이 떨어진 후라 사단장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사단장 끗발도 벌거 아니구만." 나는 절로 탄식이 나왔지만 이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헌병대로 향하였다. 내가 도착하자 벌써 최중사는 이송준비가 완료되어 검찰 호송차량에 올라타고 있었다. 내가 급히 달려오자 온 몸을 포박당한 채 말없이 차안으로 들어서던 최중사가 나를 알아보았다. "중대장님.."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불렀다.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나는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한 쪽 입꼬리를 올리고,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서 나는 알 수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다시 돌아오겠다며 말하는 미소짓는 저 표정, 저게 내가 아는, 살인을 저질러 죄책감의 시달리던 최중사란 말인가?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서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머리속이 믹서기로 갈려진 것처럼 뒤죽박죽이 되는 기분이었다. 문득 지금 저 한마디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제서야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다시 보자. 행운을 빈다."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지금부터 나는 최중사가 없는 상태에서 그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에게서 들은 얘기라고는 단 세 가지 뿐이었다. 애기울음 소리를 들었다는 것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과 그리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것.... 어쩌면 지금 나는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무엇을 더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알리바이, 살해도구, 족적, 지문, 그리고 총소리를 들은 주변 이웃들, 현장을 목격한 경찰들... 이미 모든 증거들은 최중사가 확실한 범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내가 이것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혹시나 최중사는 내가 아는 선량한 모습으로, 깊은 내면 속에 잔인한 살인자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의 겉모습에 속은 것은 아닐까? 어제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은 정말 장난이었을까? 내 머릿속은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정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서 답답한 머리를 식히고자 모자를 손으로 벗어 쥐었다. 오른손에 쥐어든 모자가 종이장처럼 구겨지고 있음을 모른 채 나는 천천히 뒤돌아서 걸었다. 멍하니 넋나간 표정으로 뒤돌아 걷는 나의 모습을 본 헌병대원들이 연신 나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 나는 부대에 돌아와서도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행정실을 지켰다. '애기 울음소리.....툇마루 근처에서 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박병장이 기이한 행동을 했다.' 무엇인가를 정리해야 하겠는데, 아니 무엇인가를 지금해야 하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그 때 불현듯 나는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툇마루...거기를 파보자.' 나는 서둘러 사단에 굴삭장비와 차량을 요청했다. 그런데 행정실을 나가려는 순간 나는 갑자기 CP의 간부용 무기고가 떠올랐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권총을 챙겨야 할 것 같다는 본능적인 의무감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기고에서 권총 한자루를 꺼내고, 실탄이 삽입된 탄창을 권총에 끼워 넣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장전은 하지 않고 안전핀의 위치를 안전에 조정하였다. 밸트 뒷쪽에 깊숙히 총을 숨긴 나는 부대 밖으로 나와 사단 본부에서 내려오는 지원차량을 기다렸다. 본부 차량이 눈 앞에 나타났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지원차량을 바라보고는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운전병이 김석우 병장인 것이다. "너, 뭐야? 난 운전병을 요청했는데...." 김병장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죄송한 것도 있고 해서 자원했습니다." 나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사건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큰 강을 끼고 도는 다리를 하나 지나야 한다. 낙석이나 산짐승 같은 위험 요소 때문에 지나치게 가파른 산악지형에는 강물을 끼고 도는 다리를 만들어 지나도록 한다. 다리 위를 내 달리는 차량 내에서 몇 분여 동안 아무 말없이 우리 둘은 전방을 주시한 채 앉아 있었다. "굴삭 차량은 언제 오지?" "곧 뒤따라 올 겁니다." 다시 침묵 속에 우리는 빠져 들었다. 이 침묵을 다시 깬 것은 김병장이었다. "최태영 중사는 어떻게 애기울음 소리를 들은 겁니까?" "몰라 임마. 그 얘기 그만해." 전방을 주시한 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앉아 있었다. "난 하고 싶은데.....왜 안하지?" 그의 말이 존칭이 아닌 짧은 어구로 끝나는 것을 눈치 챈 나는 고개를 돌려 김병장을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나는 김병장이 앞을 보지 않고 나를 보며 웃는 모습으로 운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온 몸이 싸늘해지는 한기가 순간적으로 몰려왔다. 최중사 얘기를 저 놈이 어떻게 아는 것일까? "너...이 개새끼....최중사가 얘기 어떻게 알았어?" 이에 김병장은 전방을 주시하는 것을 포기한 채, 잇몸이 모두 드러날 정도로 크게 미소를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 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다시 온다고 하지 않았니?" 그의 엽기적인 표정을 보는 순간 나에겐 분노와 공포가 동시에 밀려왔다. "너...이 발새1끼!!!" 이 말과 동시에 이미 내 오른손은 밸트 뒷쪽에 깊이 숨어있는 권총을 찾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당황한 나는 품 속 깊이 숨겨진 권총을 제대로 뽑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때 나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이 있었다. 갑자기 김병장의 눈이 뒤집이더니 광신도들의 방언처럼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알루라알라얄라...울러러알라워워워..울러러..알라라.샬러러럴..." "정신차려!!! 미친 새꺄!!!!!!!!!!" 지금 이곳이 달리는 차량 내부임을 직감한 나는 김병장이 잡고 있는 운전대를 얼른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나 너무 늦어 버렸다. 고속으로 질주하던 차량은 천둥같은 파열음을 내면서 강물 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나는 순간 오른쪽 머리를 무엇인가에 세게 강타당하였다. 육중한 무게의 군용차의 바퀴는 일그러진 가드레일을 넘어 강물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오른쪽 뺨에는 뜨거운 액체가 연신 흘러내렸다. 사물이 울렁거렸고, 초점이 맞지 않는 안경을 쓴 듯 세상이 뿌옇게 흐려졌다. 김병장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앞유리를 뚫고 몸의 반이 밖으로 나가 있음이 보였다. 뭔가를 잡고 버티고 싶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냥 허공에 손을 휘저을 뿐 내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순간..... "응애...응애....응애...." 어디선가 들리는 작은 아기 울음소리...... 내가 만들어 낸 환청인가? 진정 저 소리가 이 사건의 모든 진실인가? 나는 어떡해서든 이 환각같은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한 참을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고 있는데 갑자기 차량이 기우뚱하더니 강물 쪽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밑으로 보이는 강물이 죽음의 사신처럼 다가왔다. 순간 지금껏 내가 살아왔던 나의 일대기가 파노라마처럼 눈 앞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너무나도 기뻤던 임관식 날, 한 때 내 영혼을 바쳐 사랑했던 여자,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예전 공수부대에 있을 때 교관의 말이 떠 올랐다. "사람은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고 판단되며, 과거의 기억을 한꺼번에 쏟아내어 지금껏 살아오면서 보았던 모든 것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지. 그러나 최소한 군인이라면!!! 안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을 가진 특전부대 용사라면!!! 그 파노라마를 되돌릴 줄 알아야 한다. 죽음 직전의 너에게 최소한의 무엇인가가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고 있다면!!! 너는 아직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다." 그래 나는 아직 살아있다. 나는 아기 울음 소리를 들었고, 깊은 물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러나 미처 들이마시지 못한 숨으로 인해 활용할 공기의 양이 부족하다. 귀가 아파오고, 폐에 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예전 해상특수훈련 때 힘이 빠져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꺼내 준 교관이 있었다. 그는 숨가쁜 소리를 내며 헐떡거리는 나를 눕히더니 내 얼굴에 수건을 덮고 그 위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마치 얼굴에 비닐 봉지를 씌운 것처럼 전혀 호흡을 할 수가 없었다. 발버둥치며 괴성을 지르던 나를 강제로 제압하며 그 교관이 말을 했다. "수심이 깊어지면 수압으로 인해 평형감각을 잃게 되지...위 아래가 어디인지 몰라. 살려고 발버둥 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려고 하지만 실상은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 수 있는데도 죽을 것이라는 공포감에 정신을 잃고 헛 짓거리 하다가 그렇게 죽는거야. 지금 너는 물에 빠져 죽기 전의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살고자 한다면 정신을 잃지 마라..." "쿵....." 묵직한 작은 충격음이 내 귀에 들려왔다. 차량이 강 바닥에 닿은 듯 했다. 수압으로 인해 고막은 터질 듯이 아팠고, 들이 마신 숨이 없어서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주변은 칠흑같이 어둡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차리자. 그제서야 파손된 차량 앞유리를 통해 차량의 여기저기를 더듬 듯이 빠져나왔다. 수심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고, 이대로 몇 초만 더 있으면 곧 물귀신이 될 것 같았다. 폐 속의 마지막 공기가 다 소비되었는지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바로 그 순간 나의 뇌는 마지막 구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나는 벨트 뒷쪽에 숨긴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오른쪽 앞 타이어를 손으로 확인한 후 탄알 한 발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근접 사격임에도 물 속이라 그런지 두꺼운 고무재질을 총탄이 뚫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난 이제 죽는걸까? 그 때 내 왼손에 뭔가 잡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공기 주입구의 돌출된 핀이었다. 나는 이제 몇 발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권총을 들고, 마지막으로 그 핀을 향해 미친 듯이 총탄을 쏟아 부었다. "텅! 텅! 텅! 텅! 텅!" 둔탁한 총소리가 몇 번 울리자 갑자기 생명의 공기방울이 화염방사기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주입구에 입을 대고 폐 깊숙히 공기를 집어넣었다. 두 세번을 반복한 나는 그제서야 내 머리쪽에서 어렴풋이 비춰지는 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은 죽음의 사신에게 지배당한 내 머리가 상상한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빛은 느낄 수 있었지만 수심은 족히 20미터는 넘어 보였다. 나는 서둘러 헤엄을 쳤고 이별할 것 같았던 물 밖 세상으로 고개를 내 밀었다. 물 밖의 신선한 공기가 내 가슴 속 깊이 스며 들어왔다. 살아있다는 것이 이거구나....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이거구나.... 나는 수면 위에서 몇 초 동안 생존의 기쁨을 만끽한 후 강 밖으로 헤엄을 쳤다. 강 밖으로 빠져 나온 후에야 나는 하루 전 쏟아진 비로 인해 강물이 상당히 불어나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수 차례의 기침과 구역질이 멈추자 나는 물 속에 두고 온 김병장이 생각났다. "이런...........젠장" 그를 구하러 가야 된다. 그런데 순간 나는 사고 직전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떠오르면서 구조를 주저했다. 솔직히 김병장이 무서웠다. 김병장이 있는 저 깊은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다니.... 1초...2초...3초.... 나는 딱 3초를 고민했던 것 같다. 나는 모든 생각을 지워버리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강의 중앙부가 아닌 비교적 가장자리임에도 수심이 상당했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량이 강의 가장자리에 빠졌기 때문에 내가 다시 뛰어들었을 때 그 차량을 찾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김병장을 꺼내 물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가 깨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앞 머리는 크게 찢어져 과도하게 피를 쏟아낸 것 같았고, 손과 입술은 이미 파랗게 변색되어 있었다. 숨은 멎어 있었고, 심장도 뛰지 않았다. 나는 곧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정신 차려 임마....정신 차려!!!" 나는 그를 깨우려 소리치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복부 전체가 파랗게 멍든 것으로 보아 운전대에 복부를 부딪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미 그의 장기는 파열됐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 늘어진 시체를 붙들고 장난질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가 나처럼 죽음의 문 앞에서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느끼고만 있다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나지 못했다. 뒤늦게 구조된 나와 김병장은 똑같이 의무대로 이송되었다. 나는 부상자로 그는 사망자로........ 내 얼굴은 유리 파편으로 인해 산탄을 맞은 것처럼 엉망이 되어 있었다. 또 오른쪽 머리는 5센티 가량이 찢어져 있었다. 다른 부위는 크게 다친 곳이 없어서 그냥 부대로 복귀하려 했지만, 군의관의 권유로 나는 의무대 입원실에서 그 날 밤을 보냈다. 수 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면서 잠시 나의 잠자리를 방해했지만, 그 날은 엄청난 피로감으로 인해 깊은 수면에 빠질 수 있었다.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나는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여기저기서 몰려왔다. 끙끙대며 상체를 일으키자 잠시 후 의무병이 식사를 준비해 가져왔다. 밥이 목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아픈 몸을 하고서 허겁지겁 숟가락질을 했다. "자주 뵙습니다. 대위님...." 식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건 조사를 위해 헌병대 수사관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나? 일련의 아기 울음 시리즈라도 얘기해야 하나? 내 머릿속은 복잡해 졌다. 그러나 나는 단순한 것을 선택했다. 졸음운전... 운전미숙... 총기 사용에 대한 수사관의 집요한 심문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나는 빈틈없는 대답으로 응했다. 오후 늦게서야 나는 의무대를 빠져 나왔다. 대대장의 면담이 끝나고 부대 행정실로 돌아온 나는 그 동안의 사건을 서류로 정리하였다. 헌병대 수사관에게 말했던 거와는 달리 나는 그동안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다. 믿든 안 믿든 내일 이 자료를 사단장에게 제출할 것이다. 나는 밤 늦게서야 서류작업을 끝낸 후 부대원들의 안부를 뒤로 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날이 밝자 나는 지체없이 복장을 갖추고 사단본부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졌지만 사단장은 아직 본부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번병의 안내로 나는 사단장의 집무실로 향했다. -사단장 장태섭- 집무실 탁자에 반듯이 놓인 그의 명패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맞은 편 소파에 앉아 사단장을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준비해 온 서류를 매만지던 나는 문밖에서 들리는 수 차례의 경례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사단장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예를 갖춘 후 그에게 준비해 온 서류를 내밀었다. 엉망이 된 나의 얼굴을 몇 차례 확인하며 안부를 묻던 사단장은 조용히 그 서류를 받아들었다. 10분 여가 지났을까? 부동자세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나에게 사단장은 소파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는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연신 담배를 태우면서 준비해 온 서류를 계속해서 뚫어져라 읽던 사단장이 몇 차례 담배 연기를 내 뿜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 지금 이 걸 나에게 믿으라고 하는 건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보고 느낀 그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내용을 보니 헌병대 조사와는 많이 다르구만. 나도 다른 견해를 얻고 싶어서 자네에게 사건 조사를 맡긴 건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애기 울음 소리에 다들 죽어간 것처럼 묘사되어 있으니...누가 알면 비웃음만 듣겠군." "그 것 때문에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지금 이 보고서의 내용을 자네 말고 아는 사람이 있나?" "어제 밤에 작성을 마치고 바로 이 곳으로 들고 온 서류입니다." 사단장은 다 타들어 간 담배를 재털이에 누르고는 나를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박대위. 사건조사를 여기서 끝내야 하겠네." 뜬금없는 사단장의 말에 나는 잠시 멈칫한 후 입을 열었다. "사단장님, 조금만 더 조사를 해보면..." "더 조사를 해보면 뭐가 나오나? 이미 최중사는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네. 모든 정황증거나 물증은 최중사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어. 나도 최중사를 살리고 싶어서 나름대로 자네에게 조사를 맡겼지만 이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뭐라고 하겠나? 귀신의 장난이니 최중사 살려주십시요 이래야 하나?" "저는 그냥 뭔지 모르는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진실? 이미 밝혀진 모든 것들이 진실 아닌가? 명령이다. 박대위.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여기서 마무리짓는다." 나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을 아꼈다. 나의 굳은 표정을 잠시 살피던 사단장이 말을 이었다. ㅊㅊ: 웃대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3-
-3-라고 적으니까 뭔가 귀여운 얼굴 표정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나네 ㅎㅎㅎ -3- 귀엽...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볼까? 들어가자 이야기 속으로! __________________ "최이병 이새끼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지 말입니다. 눈 동그랗게 뜨고 안 보이냐고 하는데, 정말 한 대 패 버릴 수도 없고..제 눈엔 전혀 안 보이는데 말입니다..." ".........." "그냥 엉덩이 발로 차서 입초로 쳐박았지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 저기 온다고 하는데....진짜 총 당길 뻔 했습니다. 근무 끝날때 까지 겨우 참았지 말입니다." "근데 구라치는거 같진 않디? 왜 있잖아 이등병 새끼들 자주 쓰는 것중에 헛것이 보인다 뭐 어쩐다 해서 보직이나 의가사 전역 같은거 함 얻어볼까 하고 말야." "그건 분명히 아니었지 말입니다. 저놈이 근무땐 저래도 평소에는 잘 합니다." "연막 아냐?" "음....그래도 사람 느낌이란게 있잖습니까? 그건 아니다라 하는...." "그래?" "예." "그럼 고참들 한텐 이야기 해봤냐?" "아직은 안 했습니다. 하긴 안해도 다 알고 있는 일이지 말입니다." "김병장은 뭐래?" "김병장님이야 뭐......워낙 호탕한 사람이라...아 그러고 보니..." "뭔데?" "혹시 투입전 교육 할때 중대별 축구 대회 한거 기억하십니까?" "연대 다 모여서 한거?" "예 그거지 말입니다." "그게 왜?" "다른게 아니고...그때 저희 중대가 우승했지 말입니다." "그래서?" "3소대에 그 왜 연대장 한테 표창받은 애 있잖습니까?" "아..3골 넣었다고?" "예 그놈 말입니다." "걔가 왜?" "사회서 프로축구하다 들어온거는 아시지 말입니다?" "연대장이 그렇게 떠들어 댔는데...뭐..." "운동하다 온놈이라 그런지 부지런하고 작업도 잘하지 말입니다. 3소대 차기 분대장감이라고 분대장 집체교육 때 소대장이 건의해서 분대장 교육 보낼거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 "그놈도 별수 없던 놈인지...아니면...진짠지..." "뭔데?" "2초 안에서 근무서다가...물위에 있는 귀신을 보았다나 뭐라나..." "........." 순간 섬뜩 했습니다. 걸터앉은 의자에 한족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 있었는데, 문득 시선이 제 발목으로 가더군요. "야 2초 그렇게 말 많은데 왜 폐쇄 안하냐? 사람까지 죽어나간 초손데..." "저도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경계지형상 요충지란 이야기가 있던데..옆에다 하나 더 만드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이고.." "37은 철책 까지 땡겨서 폐쇄 시키더만...중대장 같은 간부들은 알고 있냐?" "알면 뭐합니까? 그래봐야 중대장 나부랭인데...하여튼 그 축구선수놈 뭘 본건지 지는 죽어도 2초 못 서겠다면서 상황병으로 빼달라고 소초장한테 건의하고 그랬던 모양이지 말입니다." "씨발....심각한데 이거...." "뭐가 말입니까?" "야 아까 나 근무 끝나고 내무실서 이야기 했던거 말야...진짠가보네...." 눈가가 시원해질 정도로 눈을 크게 하고 심상병을 올려다 보았더니, 이 녀석도 뭔가를 느낀건지 손사례를 치더군요. "박병장님까지 그러시면 어쩝니까..." "야 상황을 봐봐 내가 헛걸 본건가...." "그건 또 그렇지만 말입니다..." "내일 또 근문데 아 씨발..." 한기가 엄습해 오더군요. 휴가 한 번 갈려고 잘못된 거래를 했단 느낌이랄까... "야 여기애들은 그거 말고 또 없냐?" "뭐가 말입니까?" "귀신 본 애들 말야.." "아...많지 말입니다." "많아?" "시원하게 저도 한 번 봤으면 좋겠지 말입니다." "지랄마라...막상 보면 심장 멎을 껄. 솔직히 최이병이랑 근무설때 존내 쫄았을거 아냐?" "안 쫄았지 말입니다..." "크크. 놀고 있네." "박병장님은 어떨것 같습니까?" "뭘 어때. 썅 보이는대로 총 휘갈기는 거지." "사단 기무대에서 바로 박병장님 찾으로 오겠지 말입니다. 크크크." "오라 그래!" 객기는 부려보았지만 어찌 해 볼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걸 마음속 깊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어야 겁이 덜 날테니 말이죠. 그리고 제글 아시는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으로 올렸던 실화에서 총 휘갈길려다 기절한거.... 이때 장난처럼 말했지만, 실제 말이 씨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겁니다. "방금 라면먹고온 짬장에서도 한가지 일화가 있지 말입니다." "짬장서?" "예. 전원투입 후라고 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전원투입이라곤 해도 평소같으면, 상황병하고 취사병은 전원투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근데 그날은 사단에서 전원투입 검열 나온다고 비상이 걸렸던지라, 확실히 그날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사단 폭풍이 지나갈동안은 취사병도 무조건 전원투입에 합류했었어야 했답니다. "그거 알지...우리 짬병도 한 4일 나갔다. 입이 이만큼 튀어나오데..." "저희도 다 나갔지 말입니다. 근데 2소대 짬장(취사병들 중 최고참)이 요령핀다고 안나가고 짬장서 짱박혔던게 문제가 됐지 말입니다." 사단검열 나온다고 알려진지 4일째 되던날, 짬고참은 오늘도 안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전원투입 신고 후 바로 뒤로 빠져 취사장으로 짱박혔던 모양입니다. 신고 후라 특별한 인원체크도 없었고, 철수 할때쯤 몰래 빠져나와 합류하면 그만이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취사장으로 몸을 피해 들어갔을 때 였답니다. 익숙지 않은 생김새의 군복차림 남자 둘이서 밥을 하는 증기기계옆에서 서서 뭔가를 먹는 것 처럼 입가에 손을 대었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고 있더랍니다. '아 씨발...사단간분가...좆됐네.' 라는 생각과 뒤로 돌아서서 몰래 빠져나갈려하는데, '이미 봤을텐데 문소리도 들렸을테고....' 하는 체념이 들자 번뜩 생각이, '투입전 취사장 시건장치(잠금장치) 확인하러 들어왔다고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섰을 때 였답니다. '응?' 증기기계 옆에는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었답니다. '잘못 본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뒤이어 바로 등에서 소름이 쫙 타고 올라오더랍니다. '설마...' 당장에 튀어나갈 것 같은 기세로 문을 잡고 밀어제낄려는 순간 이성이 개입해 오더라고 했죠. '나가면 바로 좆되는건데...아 씨발...'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었다죠. 누가 볼지 안볼지는 모르지만 전원투입된 시간에 혼자 총을 들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탈영병의 그것이다 라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때리더랍니다. '쫄지말자...쫄지말자...' 속으로 어떻게든 위로 해 볼려고 했지만, 안그래도 뒤숭숭한 요즘 혹시 그것이 여기에 온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정말 오들오들 이빨이 떨릴정도로 공포에 휩싸여 있었답니다. 안그래도 취사장은 어둡고 퀭 한데다가 헛것까지 본 상황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총을 겨누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그 고참 아주 죽을 맛이었다고, 다시는 짬장에 혼자 안남는다고 다짐을 했지 말입니다." "그게 다야?" "뭐 별건 아니지만 이게 답니다." "뭐야. 헛거 본거잖어. 쫄아가지고 그냥 상상의 나래를 핀 모양이구만."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 말입니다." "근데?" "같이 작업하면서 그 고참이 이야기 하니깐 짬장 애들도 혼자 있을 때 희끄무레한 뭔가 봤다고 해서 아주 난리가 났었지 말입니다. 짬장은 신나가지고 내가 본게 헛거 아니라고 아주 들떠가지곤....크크." "그러면서 근무 끝나곤 라면 잘도 쳐먹으로 가잖어." "그래서 말입니다. 절대 혼자 안가지 말입니다. 예전에 취사장 계란이며, 라면이고 맨날 없어진다고 울더니만...그 이후로 혼자 거기 가는 사람 아무도 없지 말입니다. 저도 혼자는 못 가겠습니다." "그렇겠지....." 누가 혼자 가겠냐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진짜 하일라이트는 이겁니다. 아까 시원하게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했지 말입니다. 시원하게는 아니더라도 저도 하나 봤습니다. 그땐 정말 제대로 쫄았습니다." "........." "이것 때문에 박병장님 한테 이야기 하자고 말씀 드린거지 말입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겁이 많은건 아닌데...혼자 이젠 화장실 다갔다 생각하니 영 개운찮은 기분이랄까요... "저도 솔직히 이 사건 때문에...최이병한테 크게 뭐라 못하겠지 말입니다." "어떤건데...." "최이병 야간 근무 빼라고 건의 한게 저라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이새끼 그동안 구라나 친다고 한 번 날잡아 갈굴것만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 일이 있던 후 2주가 지나고 전반야 근무를 서게 되는 주가 되었을 때 였답니다. 전에 그 일도 있고 해서 근무지서 최이병에게 좀 소원하게 대했었는데, 그날은 왠지 측은하게 느껴져서 이거저거 말도 걸고 대화도 해가며 근무를 서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밀조 이동을 마치고 23시 정도를 넘어설 때 상황실에서 인터폰이 오더랍니다. '삑' '부소초장님 나간다.' '예 알겠습니다.' 초소 안에서 상황병의 연락을 받고 가볍게 부사수 최이병에게 순찰자 이동을 알려주고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였답니다. 인터폰 받고 한 5분 정도 지났다나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밖에서 부사수의 수화 외침이 들려와, '벌써 여까지 왔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냥 뭐 그려러니 하고 순찰일지나 내어 줄려고 손에 쥐고 있었다죠. 그런데, "손들엇! 움직이면 쏜다!! 화랑! 화랑!!" 부사수의 수화목소리가 굉장히 당황해 하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반사적으로 몸이 밖으로 튀어 나가더랍니다. "야 뭔데!" 초소의 문틀을 잡고, 당기듯 몸을 밖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순간 심상병은 심장이 멎을 듯한 광경을 목겼했다 했지요. 시커먼 물체가 아니 분명 사족 달린 짐승인지 사람인지 잘 구분이 안가 검은 물체가 부사수가 총을 겨누고 있는 정면을 바퀴벌레가 기듯이 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록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네요. 그것의 진행방향엔 철책이 막고 있었는데, 그 속도 그대로 철책을 뚫을 기세로 나아가는 듯 했으나, 곧 벌레가 벽을 기어오를려는 듯 몸통이 반정도 뒤로 꺾이더니, 철책을 기어 오르더랍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부사수도 당연 그랬겠지만, 심상병도 약 3초 정도 걸린 그 시간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철책으로 다가오자 투광등 빛으로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민무늬 전투복에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지만, 투광등 역광에 얼굴은 도통 알아볼수가 없었다네요. 그러다가 순간 번뜩 정신이 돌아온 때가, 그것이 순식간에 철책의 꼭대기 까지 올라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순간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심상병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라고 했습니다. 순간 철렁 내려앉는 마음이 들면서 온몸에 털이란 털은 모두다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네요. 그렇게 정신을 차릴 때쯤에 뭔가를 해야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아 그자리에 무너지듯이 주저앉게 되더라고 하더군요. 시선은 그것에서 도저히 돌리지 못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좀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철책을 기어 내려와 전방 수풀 사이로 귀신같이 사라지더라고 했더랬죠. 그 와중에도 부사수는 손들어! 손들어! 녹음된 것 처럼 계속 외치고 있었다는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바로 인지해서 도저히 그럴 수 없으리라 하는 사건 후 생각을 말해주더군요. "저는 아직도 그게 짐승인지 사람인지를 모르겠지만, 뭔가 그로데스크 한 것이다라는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로데스크라.....그런데 상황실에 알리긴 했냐?" "말도 안되지 말입니다." 바로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걸 어떻게 상황실에 말합니까? 월북인데...것도 사람이 아닌..." "야 그거 누가 알기라도 하면 너 좆되는거야. 그게 간첩이기라도 했으면.." "박병장님은 그게 사람이라고 믿으십니까?" 못 믿겠냐는 표정과,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까? 하는 표정으로 묻더군요. "절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최이병은 뭐래?" "그놈...의외로 입 꾹 다물고 있지 말입니다. 아마 아까 쭈뼛거린게 박병장님한테 뭔가 이야기 할려는 내용이 아마 이런거 아닐까 싶지 말입니다." "그런가.....?" "여튼 그날도 철수 하기 전까지는 아주 뒤지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한동안...아니지...지금도 철책 넘어 보고 있노라면 자꾸 그놈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마지막에 분명 노려본것이 확실한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뭔잘못을 했나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당장 내일 근무가 무척 두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놈처럼 기절 안하고 안 쫄수 있을려나....' 하는 생각이 들자 문득 최이병도 같이 떠오르더군요. 아 꼬이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전원투입 시간. 평소보다 어수선한 소리가 머리위에서 끓이질 않고 있었죠. 상황을 보아하니 비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창고에 모셔둔 공병우의(비올 때 입는 상하 분리형 우의)를 찾느라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소란스러움의 원인은 짭밥이 안되는 소대원의 것으로 당연히 질좋고 입기 편한 공병우의는 고참들이 이미 선점을 해서 그나마 입을 만한 것들을 찾아 헤메는 모양이었는데, 제 부사수인 최이병은 벌써 판초우의(두꺼운 비닐재질로 된 커다란 보자기 라고 생각하면 편함)을 모양나게 접어입고 근무 투입 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 이거 나도 판초우의 뒤집어 쓰고 나가야 할 판인걸...' 제가 원래 있는 근무지에는 저만의 전용 A급 우의가 있지만, 여기서 그런걸 바랄 수는 없었죠. 판초우의를 뒤집어 쓸 때와 벗을 때 목에 감기는 그 축축함을 생각하니 괜히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박병장님 여기있습니다." "응?" 최이병이 건넨건 잘 개어 접어진 공병우의 였더랬죠. 딱 봐도 A급 이다라고 알 수 있는.... "어서났냐?" "비가 올것 같아 어제 근무 마치고 박병장님 것 챙겨 두었습니다." "그래?"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밤에 말한 심상병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평소에는 군생활 잘 한다는 그 말의 증거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네요. "밖에 많이 오냐?" "예 장마비 같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말을 들으니 장마가 슬슬 시작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작업 없을라나....." "아마 안하겠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등병의 그말을 그대로 들을 수는 없었죠. 여지껏 수많은 변수와 역경에도 작업은 계속 되었다 라는 저의 경험을 덮어두기에는 그의 말은 많이 가벼웠었죠. "어쨌든 나가보자고.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 "예 총은 옆에 두겠습니다." 그동안 들고 있던 제 소총을 매트리스가 개어진 옆자리에 두고 소란스러운 가운데로 사라지더군요. 가만히 보니 노란 장판의 침상에는 제 매트리스만 깔려 있었드랬죠. "여..박병장 빨리 일어나시지." "앗 충성! 얼릉 나가겠습니다." 소초장이 씨익 웃어 보이며 지나 갔었드랬죠. 솔직히 전원투입이나 근무는 안나가도 되는데 그놈의 땜빵때문에... 대충 닝기적 거리며 군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몹쓸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희안하게 비가 안오는 해가 쨍쨍한 날이라도 공병우의와 판초우의는 살에 닿는 그 느낌이 언제나 축축한건 저만 그랬던 걸까요? 마치 예비군시절 군복만 입으면 괜히 춥고 배고파지는 그런 현상과 맥락이 같은 것이 아니었을가 싶네요. "박병장까지 다 나왔습니다." 제가 마지막 인원이었는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고 저는 제 부사수의 위치를 찾아 후딱 앞으로 나가 섰더랬죠. "앞에 총." "앞에 총!" (제대한지 10년 정도가 되네요. 저는 이미 민방위로 빠졌지요. 저 근무신고 순서가 맞는지 가물가물 합니다)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소초장이 선창하고, 그 뒤를 따르는 소초원들의 근무점검 상태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메아리치는 듯 했습니다. '인원이 많으니...그나저나 위는 잘 돌아가나..." 물론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겠지만, 괜히 고향땅이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근무신고를 마치고 전원투입이 되어 초소로 투입해 해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당연히 해뜨는게 보일리가 없었죠. 오직 철수 시간만 기다리며 서 있었습니다. "야 안으로 들어와 있어." "괜찮습니다." 입초 룰은 사수의 시간인지라 저는 안에 있었고 최이병이 밖에 있는 상황이었네요. 비가 많이 와도 밖에서 서있는 모양이 안되보여 안으로 들일라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더군요. "야 그렇게 신나게 비맞다가 니가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데 총 다 녹슬면 어칼라고 그러냐?" "........" 괜히 억지를 부려보았죠. 그때서야 들어오는가 싶더니, 초소 쪽으로 다가와선 반은 밖으로 반은 안으로 몸을 들여놓고 누가 있지도 않은 주위를 경계하느라 오바질을 해대더군요. "박병장님." "왜?" "어제 심상병이 이야기 했지 말입니다?" "뭘?" "근무서다 본 것 말입니다." 번뜩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돌아서서 철책을 바라보게 되었드랬죠. "그게 왜?"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쳤습니다. "정말 본게 맞나 싶어서 말입니다." "뭐가?" "정말 그런게 있는 겁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면 안 하면 되지 왜 이해를 할려고 애쓰냐." "그렇겠지 말입니다..." 뭔가 이을 말이 있는 모양이었는데 저는 가볍게 무시하고 제 질문을 먼저 던졌죠. "너 올해 몇살이냐?" "스물 넷 입니다." "나랑 동갑이네. 너도 어지간히 군생활 늦게 하는구나." "어쩌다가 그렇게 됐지 말입니다." "학교다니다 왔냐?" "예 그렇습니다." "졸업반 이었겠는데?" "재수하다가 늦게 들어가서 그렇지 그정도는 아닙니다." "학교가 어딘데?" "서울 사범대 다니다 왔습니다." "사범대면 선생님 되는 거?" "예. 그렇습니다." "이야 엄청 똑똑한가 보네? 어쩌다 이런 오지에 와서 군생활 하냐?" "........" "서울 사범대면 어디있는 거야?" 저는 그때까지 서울 사범대는 그저 학교 선생님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서울대학교 사범대 였더군요. "서울대학교에 있습니다." "서울대?" "예. 그렇습니다." 듣자마자 벙 쩔었드랬죠. 주둔지 있을 때 행정실 고참이 서울대 출신이다는 것을 알고나서 부터 인간이 달라보였을 정도로 괜히 함부러 못 대하겠더라고요. "말씀 드렸듯이 재수 해서 들어간 학굡니다. 그리 자랑꺼리는 안되지 말입니다." "야 그래도 거기 갈려고 해도 못 가는 인간들이 많은데 자부심 가져도 돼. 앞으로 잘하면 선생님도 따놓은 거 아냐?" "그건 그렇지 말입니다." "근데 과는 뭐야?" "수학입니다." "여여. 수학이라고? 나도 대학간다고 수능 쳐봤는데...수학 42점 나오더라 하하하." 실없는 말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네요. 공고를 나와 변변한 전기계산 공식도 하나 모르고 있는 제가 보기에 수학의 벽은 엄청난 것이었죠. 여튼 앞으로 수학선생님 될 사람한테 함부러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드랬죠. "그러고 보니 어제 너 할말 있어 보이던데?" "아 어제 말입니까?" "그래 어제." 취사장에서 라면 다 먹고 난 후의 일이 저보다도 먼저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더군요. "저희 친척중에 아버지 누나께서 무당을 하십니다." "무당?" "예 고모가 되지 말입니다." "그런데....?" 순간 한 겨울 아침 찬 공기가 몸을 감싸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문해놓고 보니, 모든 의구심이 한 방에 풀리는 듯 했더랬죠. "아버지 대에 신내림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나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고모댁에 놀러가보면 보통 집에서는 구경 하기 힘든 것들 때문에 정말 가기가 싫었었지 말입니다." "........." "그러다가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대충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그때 까지도 고모댁엔 잘 안 갔습니다. 갈때 마다 이상한 분위기하며 물건 하여튼 정말 가기 싫었던 곳 중에 하나였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부적이나, 무당집 대문을 연상하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고3 여름 방학 때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을 때였는데 말입니다. 고모가 저희 집에 왔었지 말입니다.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고모가 집에오고 그러면 일부러 도서실 간다거나 해서 피해서 다녔었는데, 그 당시 그런거에 신경 쓸 만큼 여력이 없었지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냥 없는 듯 생각하고, 제 방에서 책만 봤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화장실은 가야겠고, 어쩔 수 없이 거실로 나가는 데 말입니다 고모가 절 뻔히 쳐다보고 있지 말입니다. 그래서 뻘줌하게 그냥 인사만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실서 어머니랑 말하는 걸 들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하셨는데?" "어머니께 세고개가 보인다고 말입니다." "세고개? 혹시 숫자 삼?" "예. 셋 말입니다." "그게 왜?" "저도 그 땐 그게 죽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지 말입니다." "혹시...?" "아시겠습니까?" "혹시 삼수 했냐?" "예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써놓고 보면 누구나 다 예상 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뭔가 그 당시 분위기는 굉장히 절묘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네요. "그 말대로 삼수 하고 사수 만에 붙었는데, 그 붙은 것도 고모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뭔일인데?" "고등때 내신 1등급이었고, 왠지 계산식 같은 걸 좋아해서 이공계열 학과에 계속 도전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삼수를 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정말 나는 안되는 건가 싶어서 다 때려치우고, 술먹고 놀러다니면서 영장 나오면 연기하지 말고 바로 군대나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사정을 아버지께서 고모한테 이야기 했는지, 어느날 집에 들어가보니 기다렸단 듯이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 "너는 가르치는게 업이야. 라고 하시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사범대학으로 들어간거냐?" "예 그렇습니다. 그때까진 전 제가 좋아하는 이공계열만 생각했지 누굴 가르친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안 했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이왕 이렇게 된거 될대로 되란 식으로 맘잡고 공부해서 그냥 한 번 찔러본게 덜컥 합격이 되어 버린 거지 말입니다. 남들은 죽을 고생 해서 왔다고 하던데...저는 그냥 믿음 이랄까 그것 하나만 가지고 대충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당시 합격전화 받고 기쁘다기 보다는 온몸에 소름이 주욱 돋던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원서넣었던 다른곳은 전부 불합격 이어서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이야길 들으니 소름이 돋는 한편 속으로 참 대단한 놈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리 대충 했어도 그게 운으로는 설명이 안되는게 그만큼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왠지 그 후의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라고 판단되어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었죠. "합격통지서 받자마자 젤 먼저 고모께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고모께서 하시는 말씀이 '넌 이 집안의 맥을 쥐고 있는 조상의 기운이 있어서 조상께서 항상 보고 계신다. 대리인인 내 말만 들으면 잘 풀릴거다' 라고 하셨지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티비에서 보던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왠지 이해가 간다...니가 본것도 그렇고 말이지..." "그래서 말씀 드리고 싶은게...."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다가 이내 말을 잇더군요. "고모께서 한 말씀 중에 잘 잊혀지지 않는게 있는데, 그것때문에 희한한 경험 자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기억나는 그때 분위기는 선임과 후임의 갭이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의 어젯밤 꿈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집안 중 누군가 신을 모셔야 하는데, 그게 내가 된거는 아버지 한테 들어서 잘 알고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다고 대답을 해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꼭 신을 모시지 않아도 우리집 대대로 신통력은 피를 나눈 모두에게 있다라고 말입니다." "........." "앞으로 살아가면서 별의 별 희안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때로는 주위 사람까지 말려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제가 있는 주위에 있는 사람도 아마 같은 볼 때가 있으니, 그 사람이 멀어지기 전에 잘 설명해 주라고 신신당부 하셨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듣고나니...그녀석이 던지는 눈빛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거야.' 라는 눈빛이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비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오만가지 잡생각이 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히 밤에 봤던 그 안개속 발목이라던가 하는.... "그래서..." 문득,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래서...내가 본 것도 다 네 영향 아니겠느냐 하는 거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 "그러니 만약에 또 보시게 된다면, 제게도 알려주시면 고모께 들은 걸로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습니다." "들은거?" "고모께서 망자는 망자일뿐 산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심적으로 약해진 상태여야만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쫄고 있으면 걸린다 그말이지?" "비슷합니다." 그러나 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어느정도 감을 전달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밤이 되면 시야는 오직 저 투광등이 비추어지는 곳까지만 제한이 됩니다. 저게 번개라도 맞고 정전이 되면(딱 한 번 있었습니다)그냥 눈을 감아버린 상태가 되어버리죠. 빛이 닿는 저 멀리 희미한 풍경속에 오만가지 잡생각은 귀신의 형태를 그려내기에도 충분합니다. 제가 본 발목도 그럴 수가 있지요. 쫄고 있으면 충분히 무엇도 그려집니다. 그러나.... 내가 그리지 않아도 정말 보일때가 있죠. 그게 바로 그 날 오후에 비닐 작업 나갔을 때 였습니다. 낮사진 옆에 보면 돌들이 지저분하게 막 널려있죠? 비에 씻겨내려간 흙때문에 돌들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죠. 저게 계속 되면 밑에 토사량이 엄청나 집니다. 저기에다가 바로 비닐을 덮어씌워 장마철을 피해가는 것이지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아닌데 상당히 비슷한 사진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야간 사진은 '저렇게 밝은데 뭐가 무서워' 이러실수도 있는데, 아무도 없는 가로등이 켜진 끝없는 인도를 혼자 걸어본 기억을 되새겨 보세요. 거기에 지형은 산악지형에 사람은 내 짝궁 외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고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 이건 여담인데요... 공포영화를 보게 되면.... 그 공포의 원흉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죠? 끝내는 주인공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요. 이 시점에서 공포영화의 재미는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귀신이라던가 유령 광기에 사로잡힌 무엇...뭐 어쨌든 주인공을 괴롭히는 뭔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재미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죠. 아마 저와 같은 관점으로 공포 즐기시는 분이 꽤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착신아리 1편이나 특히 링 소설을 보게 되면, 원흉이 드러나지 않는 공포에 정말 강하게 매료되었었죠. 스즈키 코지라는 작가의 그 상상력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읽는이로 하여금 초절정의 공포를 맛보게 해 준답니다. 이번에 구입한 물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 모음집<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는 뭐랄까...실망이 좀 컸네요. 링 소설 아직 못 읽어본 분 이번 여름에 중고서적으로 구입해 읽어보세요. 공포소설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출처] 포상휴가 #3, #4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_ 3편이 짧아서 4편이랑 붙여서 가져왔어 원래 본문에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옛날 글이라 사진이 다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네 ㅜㅜ 그나저나 그런거였구나 눈이 열린 사람이 근처에 있으니 같이 휘말리는거... 여태 우리 같이 봐 온 귀신썰들도 그런 사례들이 많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 다음 글도 내일 가져오도록 할게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실화)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8 (完)
안녕하세요! 다시 돌아온 optimic입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어요. 낮인데도 이제 춥네요... 저 같은 비만맨들은 이제 옷으로 뱃살을 가릴 수 있는 계절이 돌아와서 좋네요..ㅋㅋ 제 글을 여러분들께서 너무 재밌게 읽어주셔서 저는 너무 감사합니당!:) 그래서 이번에는 후다닥 완결편을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감사한 소식이 또 있네요! 왜 이렇게 사진이 길지... 아무튼!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신 여러분 덕분에! 제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두둥!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D 입성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하핫.. 마지막 편입니다! 아무쪼록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좋아요 부탁드려요!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 지난 글 정주행하기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1 https://www.vingle.net/posts/2518828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2 https://www.vingle.net/posts/2521220 베개 밑의 식칼 1 https://www.vingle.net/posts/2521746 베개 밑의 식칼 2 https://www.vingle.net/posts/2521788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3 https://www.vingle.net/posts/2523328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4 https://www.vingle.net/posts/2541350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5 https://www.vingle.net/posts/2544908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6 https://www.vingle.net/posts/2569956 내가 신을 믿게 된 이유 https://www.vingle.net/posts/2592522 우리는 항상 너를 부른다 7 https://www.vingle.net/posts/2682367 ------------------------------------ 그렇게 매 주 선생님과 퇴마의식을 진행하며, 점점 머릿속에서 들리던 이상한 소리가 잦아들 무렵, 서서히 고통스러운 감각들도 사라져 가고, 평온한 나날들이 반복될 무렵. 어느 날 저녁. 나는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배낭을 등에 짊어진 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이었지만, 딱히 무섭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냥 산책 나가듯이 가벼운 기분으로 걸었다. 지루함도, 무서움도 전혀 없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하얀 색으로 물든 공간에 누군가가 물감을 한 방울 떨군 듯, 어느 한 공간이 짙은 회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던 순백의 공간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꿈 속에서 무작정 걷던 나는 그 공간으로 향했다. 그 곳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짙은 먹색의 망토를 뒤집어쓴 채 후드로 머리까지 가린, 마치 흑마술을 다루던 고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뭔가 웅장하면서도 엄숙한, 누군가를 위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었고, 무섭다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들이 제를 올리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수십의 사람들이 내게 등을 보인 채 똑같이 고개숙여 예를 갖추고 있었고, 그 앞에는 제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절을 한 채 엎드려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엔 커다란 제단(祭壇)이 있었다. 작고 빈약한 음식들이 올라간 제사상과, 알 수 없는 언어들로 쓰여진 명패. 그리고 제사장의 앞에 놓인 커다란 향로(香爐) 특이한 점은 눈 앞에 놓인 그 향로에는 향이 없었다. 그저 아주 고운 흙으로만 채워져 있는 향로였다. -아니 무슨 제사를 지내는 데 향도 없이 제사를 지내? 라고 생각하며 의아해하던 나는, 다시금 그 특이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제사장은 여전히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으며, 뒤에 모인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가만히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처량해보였다. 왜 향도 피우지 않고 제사를 지내는가, 저들은 왜 움직이지 않을까. 내가 뭔가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어쩌면 이 곳까지 나를 오게 한 건 저들을 도우라는 뜻이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나는 엄청난 오지랖을 꿈 속에서도 부린 것이었다. 문득, 편하게 앉아 그 모습을 구경하던 나는 내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굉장히 가벼운 그 백팩을 열었을 때. 바닥에 다소곳하게 놓여 있었던 향을 발견했다. 한 두개가 아닌 종이곽에 담겨진 향 한 세트. 뚜껑을 열자, 꿈 속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강한 향이 사방을 휘감았다. 마치 무색무취의 이 공간에 향기로 색깔을 입히려는 듯, 그렇게 향은 내 온 몸을 감쌌다. 그래.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향도 없이 제사를 지내는 저 불쌍한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향을 선물하기 위해서인가보다. 향을 받고 저 사람들이 감사해할 모습과 기뻐할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며, 나는 종이곽을 손에 쥔 채 그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진시황릉을 지키는 병사들처럼 우두커니 서 있던 수십의 군중이 썰물처럼 양 쪽으로 갈라지며 내게 길을 터 주었고, 나는 향을 손에 쥔 채 검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조심스럽게 그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턱 갑자기 누군가가 내 팔목을 아주 강하게, 꽉 잡았다. -너 지금 뭐하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철학관 선생님께서 내 팔목을 단단히 잡고 계셨다. 승복을 차려입은 채 한 손에 죽비를 쥔 선생님께선, 아주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부릅 뜬 두 눈에서는 작은 불씨가 보이는 듯 했다. -아..아니 선생님. 저..저기 제단에 향이 없어서... -그래서? -그래서... 마침 제 가방에 향이 있길래 갖다 주려고... -네 이놈!!! 순간 선생님께서 엄청난 목소리로 내게 호통을 치셨다. -이 정신빠진 놈아!! 니가 뭔데 저기에 니 향을 줘! -아...아니... 향도 없이 제사를 지내니까... 불쌍해서... -그걸 니가 왜 신경 써! 헛소리하지말고 빨리 따라 와!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엄청난 힘으로 내 팔목을 잡고 나를 끌고 가셨다. 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질질 끌려가면서 눈 앞의 제단을 바라보았다. -어... 향 갖다줘야 하는데... 그 때. 제사장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제사장은 뒤집어 쓴 후드를 벗고, 홱 고개를 돌려 나와 선생님에게 눈을 고정시켰다. -어...? 제사장의 모습을 본 나는 깜짝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후드를 벗은 제사장의 얼굴은 '그녀' 였다. 매일 밤 나타나 가위를 누르며 내 발 밑에서 나를 쳐다보던. 코가 있어야 할 자리는 큰 구멍만이 두 개 있고 눈은 초승달처럼 휜 채 입은 귀밑까지 찢어진. 머리는 산발을 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큰 원한을 가진, 나를 죽이고 싶어하던... 빛을 보려 했으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먼저 떠나버린... 어쩌면 누나였을 수도 있는... 표정이 없이 나를 지켜보던 그녀의 얼굴이 이내 분노로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금방이라도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그 표정으로 그녀는 나와 선생님.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내 손에 쥔 향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혀 위화감 없이 무섭지 않던 제단이 있던 공간은, 온갖 공포와 분노로 일그러져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한기가 뿜어져 나왔고, 우두커니 서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의 몸엔 거센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쳐다보지 말고, 빨리 따라 와! 선생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손을 잡은 채 걷고 있었고, 나는 그 모든 분노와 원한을 느낀 채 공포에 젖어가고 있었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고, 어서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넋이 나간 채 끌려가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빼앗아 갈 수 있었는데... -죽일 수 있었는데... -왜 너만... -우리는 항상 부를거야... 너를... 극한의 원한과 분노에 표정이 있다면 저런 표정일까. 라는 생각을 한 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갈리고 찢긴 목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정신이 아득해졌고. 하얀 빛이 눈을 마비시켰을 때 쯤에.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세수라도 한 듯 젖어있는 얼굴과 머리카락을 손으로 거칠게 훑으며 방을 두리번거렸다. 이 곳은 안전한 곳인지, 나는 정말 현실로 돌아왔는지...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끊임없이 덜덜 떨렸고, 온 몸의 털이 곤두서 있는 거 같았다. 가까스로 몸을 움직인 나는 정신없이 휴대폰을 들어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서...선생님... 이른 아침에 죄송합니다. 제가 꿈을 꿨는데... 한참동안 폰 너머로 말 없이 내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은 -지금 당장 옷 입고 나한테 와라 라는 말을 한 채 전화를 끊으셨고, 나는 부리나케 옷을 챙겨입고 택시를 타고 철학관으로 향했다. 철학관 문을 열자, 평상시보다 더 강한 향 냄새가 나를 자극했고, 방 안으로 들어가니 선생님께선 승복을 모두 갖춰입으신 채 목탁을 들고 있었다. 관세음보살이 그려진 커다란 족자가 벽에 걸려 있었고, 그 앞엔 향이 피워진 작은 향로가 놓여 있었다. -지금부터 108배를 할 거다. 몸에 힘이 빠지더라도 절대 흐트러지지 말고 끊임없이 숫자를 세거라. 라는 말과 함께 나는 절을 하기 시작했고, 선생님께서는 어느 때보다 힘 있고 큰 음성으로 염불을 외우셨다. 한 번.. 두 번... 오십 번... 몇 번을 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기절할 듯 힘들고 비오듯 땀이 쏟아질 때 쯤 나는 108배를 모두 완수하였고, 선생님은 차를 내어와 내게 권하시며 맞은 편에 앉으셨다. 정신없이 차를 입에 대며 선생님을 보니, 나만큼이나 선생님의 얼굴도 땀으로 젖어 있었다. -고생했다. -...감사합니다. 말 없이 차를 홀짝이던 선생님께서는 -꿈에서 '향'이 어떤 의미인 줄 아냐? 라고 물으셨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꿈에서 '향'은 목숨, 생명, 재산, 몸 등을 의미한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니 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 그럼 제가 꿈에서... -향을 갖다 줬으면 넌 죽었겠지. 아니면 크게 다쳤거나. 니가 건네주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정말로 저를 죽이려고... -원한이 크다고 했잖아. 진짜 널 죽이려 한다고. 그래도 그렇게 빠져나왔으니, 이제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다. -아... 그럼 선생님께서 절 살려주신 거네요. -내가 아닐수도 있지. 너를 지켜주시는 누군가가, 니 조상님이거나 아니면 수호령이거나. 그 분이 니가 현재 가장 믿는 사람으로 변해서 나타난 걸 수도 있고. 아무튼 여기저기에 감사할 일 많구나. -아... -넌 앞으로 가족 제사에 빠지지 마라. 내가 봤을 땐 조상님 덕분에 목숨 건졌으니까.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뭘. 니 운이지. 폭풍처럼 휘몰아친 일들을 마무리지은 후, 부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랜만에 20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단잠을 잤다. 그렇게 모든 일은 끝이 났고. 마치 한 밤의 꿈인 것처럼. 나를 괴롭히던 소리, 내게 보이던 이상한 것들은 전부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그녀' 를 보지 못했다. 적어도 아직까진... ------------------------------------- 쓰다 보니 생각보다 긴 이야기네요! 분량이 많은 만큼 재미와 몰입감도 있었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ㅠ(항상 드는 걱정)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기억을 더듬어 쓰니까 미흡한 부분도 많고 재미 없는 부분도 많았는데, 끝까지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 모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명예의 전당에도 올라보고, 행복합니다!! :D 저는 다음 무서운 이야기를 들고 조만간 찾아오겠습니다! 이제 제가 겪은 굵직한 일들은 마무리됐고, 소소한(?) 실화나 제가 머리를 쥐어짜서 쓴 소설들만 있겠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댓글과 좋아요는 빠르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홍콩 바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이번에 홍콩 앞바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소녀의 이름은 진언림 (광동어 발음:천얀람, 보통화 발음:천옌린) 15세 중학생이고 최근 홍콩 범죄인인도법안 반대 시위부터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이었음. 수영선수였는데 바다에서 나체의 익사체로 발견되었고 소녀의 지갑이나 신발 등 소지품이 학교에 남아있는 이상한 점에도 불구하고 홍콩 현지경찰에서는 자살, 익사라고 함 홍콩 현지에서는 경찰에 대해 타살은 물론 성폭행 의혹 까지 하고 있는 상황임. 한국뉴스에서는 소녀가 19일부터 실종되어 실종 사흘만인 22일 변사체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실종신고가 들어온것이 19일이고, 지난 8월31일, 경찰이 지하철 Prince Edward 역에서 정차중인 열차에 타고 있던 시위대 및 시민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고 그 날 실종된 것이라 함. 실제로 그날 홍콩경찰은 해당 역을 폐쇄하였고, 그곳에서 경찰에게 폭행당한 시위대, 시민이 어디로 갔는지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르는 상태임. 현재 홍콩에서는 그날 실종된 사람들의 가족들은 경찰을 믿을 수 없어서 실종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함. (실종신고 했다가 어딘가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고 연락 오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며칠전부터 홍콩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9월 21일에 올라왔던 글이 이슈가 되기 시작함. 이 글은 홍콩의 한 네티즌이 9월 21일에 자기가 꾼 꿈에 대해 쓴 글임. <번역> 꿈을 하나 꿨는데(진짜꿈) 꿈속에서 나는 즐겁게 캠핑을 하고 있었음. 그때 갑자기 한 소녀가 나타났는데 그 소녀는 자기가 경찰한테 살해당했다고 나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음. 소녀는 자기의 이름을 알려줬는데 중간글자는 기억이 잘 안나고 陳(혹은 程) X 藍(혹은 琳) 이었음. [陳과 程의 발음은 각각 천, 청으로 유사하고 藍과 琳의 발음은 람으로 성조까지 똑같은 이름에 자주 사용되는 한자] 내 생각에 성은 陳이 맞는것같음. 소녀는 검정색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고 검은색 외투에 속에는 하얀색 옷을 입고있었음. 아마 중학교 교복인것 같기도하고. 소녀는 자기가 옛날에 엄청 뚱뚱했는데 운동을 많이해서 지금은 날씬하다고 했음. 나는 소녀를 따라 어떤 곳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부서진 바위들이 있었고, 옆에는 고가다리가 있었음. 그리고 지하에 기차역 플랫폼 같이 생긴 넓은 공간있었는데, 거기에는 검정색옷을 입은 남자 시체가 있었고 아직 죽지는 않은 하얀색 옷을 입은 남자도 있었음. 그리고 그 지하공간에는 기둥들이 많이 있었고, 특이한 건 기둥의 바닥이 아니라 천장쪽에 주춧돌이 있었음. 거기는 경찰이나 군사시설 같았는데, 왜냐하면 내가 그 소녀를 따라갈때 그곳을 지키는 사람이 수류탄을 차고 있었던걸 봤고 내쪽으로 총을 쐈었음. 나는 그 소녀에게 "너는 831(8월31일에 있었던 대규모 시위)에 san uk ling 구치소에 잡혀온거냐?"라고 물어봤음. *新屋嶺(san uk ling) 구치소 - 중국 선전과 홍콩 경계부근, 선전으로부터 불과 1.5km정도 밖에 떨어지지않은 홍콩 북부 외곽에 위치한 구치소 그러자 그 소녀는 "그 사람들이 나를 발견했다" 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고 나도 꿈에서 깨어났음. 이게 그냥 예지몽인지 개꿈인지 모르겠는데 혹시 陳X琳아니면 비슷한 발음의 이름 가진 사람을 아는 사람 있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꿈에 대한 글은 9월 21일에 올라옴. 이후, 9월22일 홍콩 앞 바다에서 신원 미상의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며칠전에서야 그 시체가 陳彥霖(천얀람) 진언림 학생인것으로 신원이 밝혀졌음. 그리고 신원이 밝혀진 후에 위의 글에 나온 소녀에 대한 묘사가 피해자 진언림 학생과 너무나 유사해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진언림 학생의 인스타그램에서 수영을 시작하기전 뚱뚱했던 어린시절의 사진을 찾아내기도 했음. 개인적으로는 인상착의나 중학생, 뿔테안경 뭐 이런 점 보다도 꿈속에서 소녀가 알려준 이름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너무 소름끼침. 이름 세글자를 다 맞춘것도 아니고 한자 여러개를 추측했는데 맞출수도 있는거 아니냐, 뭐가 소름끼치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일단 꿈에서 들었다는 이름, 陳(혹은 程) X 藍(혹은 琳) 을 보면 陳과 程은 상당히 비슷한 발음임. 광동어로 각각 천, 청 인데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정씨와 전씨 정도의 차이 라고 할 수 있음 근데 성조 때문에 그거보다 더 비슷한 발음임. 그리고 藍(혹은 琳), 이 마지막글자는 진언림의 실제이름인 霖, 이 글자와 한자만 다르고 발음, 성조 까지 완벽하게 일치함. 이건 개인적인 추측인데 저 글을 썼던 글쓴이가 중간글자 彥을 못들은 것도 이 "언"자는 광동어에서 발음은 "얀"인데 성조가 매우 낮아서 거의 그냥 저음 허밍으로 "음"하는 수준임. 그래서 아마 잘 못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음. 그리고 광동화는 성조가 9개로 보통화보다 가능한 발음이 훨씬 많음. 이런걸 생각해보면 그냥 단순히 우연한 일이라기엔 좀 무리가 있는것 같아서 나는 더 소름이 끼침. (글자로는 좀 다르게 적었지만, 실제 광동어 발음으로는 피해자 학생의 진짜 이름과 거의 비슷하게 적었다는 말. 우리나라 식으로 예를 들어 보자면, 만약애 실제 이름이 정은임 인데, 그걸 정(혹은 전)x임 이라고 글에 적은것이 됨. ) 어쨌거나 이 글로 인해 그 홍콩 커뮤니티에서는 소녀의 영혼이 나타났다...라던가 뭐 이런걸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음. 그런데 그 글을 본 어떤 사람이 새로 글을 올림. 꿈을 꿨다는 글쓴이에게, 니가 꿈에서 본 지하공간이란게 이렇게 생긴것이냐 라고 물어보는 내용. 그러자 처음 꿈 글 작성자가 나타나, '정확하게 일치하는것 같다'라고 댓글을 남겼고, 그에 대해 해당사진을 올려준 글쓴이는 "이런 장소는 白虎山(백호산)근처에 있다, 그쪽을 찾아봐라" 라고 조언을 해주고 사라짐. 뭔가 알고있는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 (참고로 위 사진은 홍수에 대비한 시설로 평시에는 진입이 통제되는 피난시설이라함) 그래서 해당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그쪽 지역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놀라운 것을 발견했음. 백호산이라는 지역은 중국과 홍콩의 경계지역임. 쉽게 말하면 국경정도 됨. 일단 구글 지도를 먼저보면... 여기, Pak Fu Shan Operational base. 구글맵에는 경찰서라 되있는데, 거의 군사기지인것 같음. 저 회색선이 중국과 홍콩의 경계고, 중국홍콩이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는 도로는 오른쪽에 있는 "루모샤로드"밖에 없는거를 잘봐두셈. 아래는 백호산 작전 기지 사진. 거의 뭐 우리 GP나 GOP 느낌이 나는데, 경찰시설보다는 군사시설에 가까운듯. 이 앱은 자전거타기, 걷기 이런거 운동거리나 운동량 같은걸 GPS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측정하는 헬스관련 앱임. 이 앱의 사용자 지도에 앱 사용자들이 다니는 길을 표시하고 있는거. 여기서 주목해야될건... 파란색으로 칠한 이 부분. 이부분은 아까 구글지도에서 보다시피 도로가 없음. 그런데 저 도로가 없는 지역이 Strava앱내에서 사용자가 지나다닌 루트로 표시되고 있음. 위 위성 사진에서 볼수 있듯이, 지상에서는 빨간선처럼 직선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지형임. 그래서 지금 홍콩 네티즌들은 저것이 중국과 홍콩이 연결되는 알려지지 않은 땅굴 같은 지하통로일거라고 추측하고 있음. 만약에 그렇다면, 홍콩시위 진압하던 경찰들이 실제 홍콩경찰이 아니라는 의혹들도 저 지하통로로 중국 공안이나 군인을 몰래 들여왔다고 한다면 설명이 되는것. (실제 시위당시 찍힌 사진에 나온 군번으로 조회해봤을때, 성별이 일치하지 않았다거나 했던 사건들이 여럿 있었음) 이미 알려진 육로로 중국 공안을 대놓고 진입시키면 전세계적으로 보는 눈이 많아 부담스러우니까 알려지지 않은 지하통로를 이용해 공안이나 인민군을 몰래 홍콩으로 들여온뒤 홍콩 경찰로 위장시켜 시위 진압에 이용했다는 의심. 그래서 지금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꿈속의 소녀가 말한 시위자 처형장소를 찾으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함. 근데 또 동시에 그런 장소라면 아무도 모르게 죽게될 수도 있으니까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있고. 제일 무서운 사실은 아직도 진언림 학생외에 그 장소에서 처형되고 있거나 처형을 기다리는 시위자들이 있다는 거 아닐까... 추가내용으로는 진언림학생 자살당한거 관련해서, 경찰은 사인을 자살, 익사라고 발표했음. 그리고 사람들은 부검해봐야하는거 아니냐 라는 여론이 있었는데 소녀의 엄마가 이틀만에 화장해버렸다고함. 진언림학생은 아빠는 없고, 엄마랑은 평소에 관계가 나빴다고함. 그리고 엄마의 애인이 현직경찰. 그리고 저 사실은 글쓴이가 저 학살 가담자인데 양심에 너무 찔려서 예지몽 꿨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IP로 자기가 쓴 글에 다른 사람인 척 백호산 지명을 알려준 일종의 내부고발이 아니겠냐고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여론도 있다고함 세줄정리 1. 시체로 발견된 소녀가 발견되기 전 어떤 네티즌의 꿈속에 나타남. 2. 꿈속의 묘사를 근거로 군사기지로 보이는 시설과 중국-홍콩을 연결하는 지하통로를 발견함 3. 현재도 시위자들이 알 수없는 군사시설에서 처형되고 있고 해당 지하통로로 중국 군대, 공안이 투입되고 있을 수 있음 (ㅊㅊ - 인스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