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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수햏 6일차 // 너구리와 불닭과 쓰까문화

매일 한 끼씩은 면식을 먹는 면식수햏을 실천중이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 라면 하나는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느꼈소.
어느새 면식수햏이 일주일 가까이 진행되어 온 지금.
난 배부르게 면식을 하고 싶어졌소.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은 한때 인터넷을 달구던 부산의 "쓰까문화"였소.
구와악... 구와아아아악...

이 만화는 본래 경남지방에 대한 날조와 조롱으로써 만들어진 것이지만
여기서 나는 문득 떠올렸소.
라면을 "쓰까먹는 것"이야 말로 완벽함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쓰까버리고 있소.

한때 유행하던 너구리+짜파게티 = 짜파구리가 그것이며,
라면 뿐만 아니라 최근 몇년동안 대학 교육계에 불어닥친 '융복합 인재 양성'
기업에서 원하는 '다전공/창의적 사고'
인문계학생들도 빠짐없이 배우기 시작하는 '코딩교육'
트로트와 EDM의 조화 '아모르파티', 신세대와 기성세대를 아우르는 '홍진영'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쓰까의 열풍이오.
혹은 비빔의 열풍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소.
이미 시대를 앞서갔던 비빔선인 유비빔씨...
이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 난 두 가지 라면을 비벼버리기로, 쓰까버리기로 결심했소.
포유류와 조류의 생명공학...
더불어 탕비실의 컵라면과 사비로 산 컵라면의 조화
공과 사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창의적 믹스...
두 라면을 따로따로 익힌 뒤 한 컵에 부어주었소.
붉은 빛깔의 매콤한 향이 있을때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너구리의 미역/다시마 후레이크가 향이 썩 좋지 않소.
미역비린내가 은은하게 올라오는 것이 '아 좃댓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오.
그래도 소스와 스프를 털어놓으니 좀 괜찮은 비쥬얼이요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비빔면 같기도 하오.
혹 짤까싶어 너구리 스프는 반밖에 넣지 않았소.
음...
맛이 없는건 아니오...없는건 아닌데...
음...솔직히 잘 모르겠는 맛이오.
먹을만은 한데 굳이 이 짓거리를 해야 했는가 싶은 맛이오.
너구리와 불닭의 시너지가 폭발하는 것이 아닌
너구리도 아니고 불닭도 아닌 애매모호한 맛...간짬뽕 하위호환의 맛...
그리고 너덜너덜한 미역 후레이크가 군데군데 보이면서 오는 비쥬얼의 끔찍함...

먹지마시오.

7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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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구리는 짜파게티인가...
불닭게티는 진짜맛나요ㅋ추천!
하... 두통이.... ㅠㅜ
힘내세요ㅜㅜ
저는 틈새라면은 잘먹는데 붉닭은 못먹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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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소한 시 한 편의 초고를 완성해야 했다. 바로 다음 주가 마감이니까. 시를 집중해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이 내일부터지만 예정대로 여행이 잡혀 있어서. 이전에 쓰다 만 시를 퇴고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정면 승부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다시 쓰기로. 운동을 하러 뒷산을 오르며 시를 써야 한다 시를 써야 한다 내내 다짐하는데, 비눗방울을 날리는 아이들이 보였다. 날이 얼마나 좋은지 비눗방울이 터지지도 않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며, 떠오르는 문장들이 생겼다. 걸으면서 메모했다. 그러다가 문장들이 줄줄이 딸려 나오는 바람에, 잠시 벤치에 앉아 시라기보다는 떠오르는 단상들을 바로바로 적어두었다. 운동을 마치고 와서는 그것들을 토대로, 이전에 메모해둔 여러 단어와 문장들을 동원해 시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 이 초고를 토대로 다시 며칠간 고심하며 퇴고를 해보려 한다. 그와 동시에 첫 시집과는 결이 다른 일종의 스타일을 나름대로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메모의 힘이란. 시는 쓰지는 못해도 늘 메모는 이래저래 해두는데,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전부터 내가 메모장을 뒤져 시를 쓰다 보면 꼭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몇 년 전까지 유행했던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예능 프로그램. 셰프들이 연예인의 냉장고를 뒤져 그 안의 재료들을 활용해 요리를 선보이는 것처럼, 시인들이 사람들의 메모장을 뒤져 그 안에 담긴 단어나 문장들을 가지고 시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냉장고와 메모장은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냉장고야 생필품이지만, 메모장은 모두가 쓰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사실 이 비슷한 기획은 어딘가에서 진행됐던 걸로 안다. 독자들의 간략한 사연을 받아, 시인들이 시를 써주는 것. 그러나 그것은 형식이 달라질 뿐 같은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나는 그보다는 사람마다 특별히 자주 쓰는 어휘나, 그가 인상적으로 기억해 메모해둔 구절이나 단상 같은 것을 가지고, 완전히 색다르게 조립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당신이 가진 어휘로 내가 시를 써보는 것이다. 메모장을 부탁해.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는 이유는 최근의 내 시 작업이 다소 그런 면모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리고 일정한 말버릇이 있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왜냐하면 거기에 아주 보석 같은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단한 말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혹은 흔히 쓰지만 너무나 흔해서 주목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바로 거기에 주목한다. 그것들을 콜라주 하듯이, 혹은 테트리스 하듯이, 배치를 바꿔 아귀를 맞추는 작업을 좋아한다. 오늘 쓴 시의 초고도 그런 작업 형태로 이어졌다. 나는 언제나 기시감에 주목한다. 익숙한 것이 낯설게 보이게 하는 것. 시에서 기시감을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익숙한 단어와 말들을 전혀 새롭게 배치해보는 것이다. 뭐 이러한 시작 방법이 시 장르에 이제껏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방식에서 결을 조금 달리해서 활용해보고 싶다. 어쩌면 이것은, DJ가 기존의 여러 음악을 가지고 샘플링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다음 시집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러한 작업을 한번 밀어붙일 수 있는 곳까지 밀어 붙여보고 싶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성취의 척도 또한 내가 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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