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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수햏 10일차 // 도시어부와 해물라면

비록 요 근래 바빠서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하루도 면식수햏을 쉰 날이 없었오.
매일매일 컵라면 컵라면...
이제 물릴 법도 한데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그냥 꾹 참고 먹는 중이오.

그러던 중 재밌는 라면을 발견했오.
도시어부 해물 짬뽕이라니!
이건 간만에 카드로 올려야쓰겄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오.
그래도 도시어부면 이경규 얼굴이라도 하나 박혀있을 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어째선지 물고기 모양 후레이크를 오지게 강조하고 있오...
...?
귀엽긴 하오. 귀엽긴 한데...
구태여 강조할 만큼 이게 이 제품에 필요한 요소인가 싶었오.
소비자들이 이 물고기 모양 후레이크에 메리트를 느끼고 사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쓰면서 느낀거지만 확실히 귀엽긴 하오.
뭔가 어그로도 끌리고 귀여웠오. 적어도 빨리 뚜껑을 까서 저 정체를 밝혀내고 싶은 심정이 들게 했오.
수학문제급으로 복잡하게 써놨오.
이건 뭐...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오.
식품 성분을 얘기하고 싶었다면 뒤에 조그맣게 적어놨어도 충분할 텐데 이렇게 앞에 박아놓은 걸로 봐선 과시용같기도 하고... 근데 영 들어있는 비율이 형편없고 복잡해서 당췌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오.
마치 수학문제 같소.
다음 해물짬뽕별첨소스의 구성 성분 비율을 보고 새우는 생물 기준으로 몇 g이 함유되었는지 구하시오.
구성은 가루스프와 후첨 별첨소스로 구성되어 있오.
요즘 불맛, 해물맛, 마라맛 등 독특한 풍미를 추구하는 라면들은 이렇듯 별첨 액상 소스를 따로 구비함으로써 뜨거운 물의 열로 인해 그 향이 날아가는 것을 막고 있오.
편의점에 사러갔다가 너무 궁금하게 생겨서 구매해봤오.
자연인 김밥이라고 하오. 자르지 않은 통 김밥이 그대로 들어 있는.
근데 자연인이 언제부터 통소시지를 먹었오?
단면은 이렇소.
야채하나 없이 통소시지와 계란 지단, 밥과 김 뿐이오.
아마 통 김밥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마초이즘을 드러내고 싶었나보오.
다만 마초적인 감성이 현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으니 어거지로 '자연인'을 끼워 판 것은 아닐지...
물론 맛은 있었오. 혈관이 소리지르는 듯 했지만.
귀... 귀여워...!
생각보다 맘에 드는 디자인이어서 놀랐오.
마치 다이소 장난감 낚싯대 세트에 껴있을 법한 귀여운 물고기들이 가득하오.

맛은 오징어짬뽕과 간짬뽕의 중간맛이오.
해물맛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면서 요즘 나오는 짬뽕라면들에 비해 그다지 무겁지 않소.
좋게 말하면 중도를 지키는 맛이고, 달리 말하면 특색이 강하지 않은 맛이오.
하지만 이 라면의 흐릿한 아이덴티티를 저 물고기 후레이크가 보충해주고 있는 듯 하오.
물반 고기반이오
약간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오
'귀여운 물고기 모양 후레이크'를 강조할 만큼 많이 들어있오...
분명히 면 먹으면서 꽤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줄지 않은 듯 하오.
후레이크의 맛 자체는 별다를게 없지만 시각적인 재미 덕분인지 조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오.

총점 7/10
한번쯤 먹어볼 만 한 라면이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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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가 도비를 먹여 살리네여 ㅋㅋㅋㅋㅋ 도시어부에 자연인까지 ㅋㅋㅋㅋㅋㅋㅋ
저 후레이크들....너무 유혹적이네요...ㅋㅋㅋ 낚시줄로 라면을 먹어야할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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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회사에서 간단한 컵라면으로 수햏하기보단, 집에서 물을 끓여가며 냄비에서 먹고싶을 때가 있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오... 비내리는 쌀쌀한 밤... 마음 같아서는 부침개에 탁주를 푸지게 걸치고 싶었으나, 마땅히 먹을 만한 곳도, 같이 즐길 만한 사람도 없었으니 혼자 처량하게 수햏을 할 수 밖에 없었오. 우울할 땐 무엇이 기분을 달래줄 수 있을까. 나름 기분을 낸다는 마음으로 비싼 라면을 사 보기로 했오. "그래 이왕이면 라면 먹으면서 라멘 느낌 내면 좋겠지..." "그래 돈코츠 라멘이라면...!" 그런데 앞 표지에 익숙한 캐치프라이즈가 보였오. [바람으로 "말린" "생면"식감] 이 소비자 기만적인 홍보문구는 분명 언젠가 본 적이 있오. 미친... 풀무원은 건강해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놈들같소. 그럴 거면 라면을 팔지 말지... 쨌든 지난 번의 수햏일지에서 "맛은 있으나 육개장 맛도, 칼국수 식감도 아니다."라고 평한 바 있오. 이번 라면은 어떨지 먹어보겠오. 스프에다가 생면식감을 쳐박아놓는 시각적 테러를 용인하는 악덕기업 풀무원. 그들을 생면 빌런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것이오. 독특한 점은 두 스프 모두 불을 끈 후 마지막에 넣는다는 점이오. 액상스프의 경우 특유의 풍미(불향, 육향 등)가 가열되면서 휘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면이 익은 뒤 마지막에 넣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채소 후레이크까지 후첨인 경우는 처음인 듯 싶소. 아마 뭐 동결건조 뭐시기...그런거 같소 면은 쌧노란것이 마치 파스타면같소. 파스타면도 유탕이 아닌 건면이니 그런 것 같소. 아님 말고. 본래 돈코츠 라멘이라면 차슈가 있어야 하나... 차슈는 커녕 집에 고기도 없는 상황이므로... 아쉬운대로 사은품으로 받은 만두가 남았으니 그거라도 던져보았오. 설명서 뒷면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마늘 반스푼을 넣으라고 되어있오. 마침 마늘 정도는 집에 있던 참이라 넣어주었오. 그리고 잘 익은 계란 고명도 라멘의 포인트가 되겠소. 원칙적으로는 계란을 6분 정도 삶은 후 말랑말랑한 반숙 상태에서 쯔유, 맛술 등과 함께 실온에서 숙성시킨 뒤 훈연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하지만 그건 어디 고급 라멘집이나 가서 그렇게 잡수어야 하기 때무네,,,그냥 계란이나 하나 까 넣었오. 맛이야 비슷하겠지. 어차피 계란인데. 이렇게 모두 끓여준 뒤 후첨 후레이크를 뿌려줬오. 뭔가 매우 허전하오. 옳지. 이러니 좀 깐지가 나오. 음...시식평을 하자면, 국물 맛은 음... 나름 구수하고, 그렇게 짭짤하지도 않으면서, 무겁지도 않아 거부감이 없는 맛이오. 다만 돈코츠라멘이라기에는 풍미가 너무 약한 느낌이 드오. 분명 불을 끄고 후첨 액상 스프를 넣었음에도 돈코츠 라면 특유의 그 꼬릿함이 느껴지지 않소. 면은 뭐...육개장 칼국수 때와 똑같소. 생면 식감이라고는 하는데...걍 독특할 뿐이지 더 맛이 뛰어나다고는 말 못하겠오... 정리하자면 맛은 있오. 하지만 돈코츠 라멘 맛은 아니오. 마치 진짜 바나나와 바나나 우유만큼의 차이... 한 봉에 1500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샀지만 그만큼의 가격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오. 부디 구매/수햏에 있어서 참고하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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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소수자의 밥상 1 : 가지
가지... 저 저주받은 듯한 검보라빛의 열매... 누구는 환장할 듯이 좋아하지만 대부분은 혀를 내두르는 호불호 음식에 속합니다. 싫어하는 이유를 물으면 그 특유의 묘한, 체할 것 같은 향과 흐물흐물하고 물컹한 식감때문에 싫다고들 합니다. 이해합니다. 저 역시도 어렸을 적엔 가지를 먹으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사형 선고만큼 절망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가지를 싫어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가지의 '조리법'에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가지나물입니다. 지 딴에는 꽤 멋을 부린다고 깨소금 솔솔솔 뿌려놨지만 여전히 정이 가지 않습니다. 어렸을 땐 대체 왜 엄마가 이 반찬을 해놓는건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우리 집이 그렇게 가난한가 싶기도 했고... 탁 씹으면 대체 이게 무슨 식감인가 싶을 정도로 절망스럽습니다. 더 리얼리티를 살리자면 냉장고에 넣어둔 채 이틀정도 지나면 도저히 사람이 먹을법한 비쥬얼이 게 됩니다. 어릴 적 제게는 "웬만한 나물은 비빔밥에 넣어먹으면 다 맛있다."라는 법칙이 있었습니다. 이새낀 그걸 최초로 깨트렸구요. 대부분의 한국인이 가장 처음으로 마주치는 가지 요리인 만큼 이 녀석이 주는 트라우마는 가지 자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우연한 기회에 친구들과 여러 중국요리를 접하게 되었고 이런 가지에 대한 편견을 부숴버린 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삼선. 친구가 막 환장하면서 얘기합디다. "야 진짜 존맛이야."라고. 으레 중국요리라는 것이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감이 오지 않기에 어떤 음식인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걍 고기 하나도 안들어가고 감자, 피망, 가지만 들어갔는데 개미쳤어."라고 합니다. 확실히 개미친놈 같았습니다. 고기가 하나도 안 들어간 것도 열받는데 가지까지 들어가있는데 그걸 맛있다고 하는 걸 보면. 그저 술만 들어가면 풀때기고 뭐고 입에 들어가기만 하면 장땡이라는 듯이 느껴졌기 때문에 저는 그 친구의 모습에 학을 뗐습니다. 그래도 속는 셈치고 먹어보라고 계속 권유하는 통에, 일단 주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삼선의 뜻은 "땅(地)에서 나는 세 가지(三) 신선의 음식(鮮)"입니다. 한자표기로는 고울 선인듯 하나 사장님 설명으로는 신선의 음식이라고 합니다. 신선으로 살면 평생 주지육림하면서 FLEX할 줄 알았는데 꽤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하나 봅니다. 어찌됐든 이 요리는 앞서 말했듯 가지와 피망, 감자로 만들어집니다. 짱구의 호불호 원탑 식재료로 알려진 피망까지 딸려 있으니 아마 많은 분들이 선입견을 가지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정말 개존맛이니까 가지 헤이터들도 충분히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1. 먼저 적당한 크기로 썰어낸 야채들을 높은 온도에서 튀겨줍니다. (다만 제가 올린 사진의 음식점에서는 전분가루에 살짝 굴려준 뒤 튀겨내어 더욱 바삭거립니다.) 2. 1차로 따로 따로 높은 온도에서 튀겨낸 뒤 한데 모아 다시 한 번 튀기듯 볶아줍니다. 3. 다진 마늘, 간장, 설탕, 굴소스(중요)로 간을 해줍니다. 4. 그리고 전분물을 조금 넣어 소스가 야채에 타이트하게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여기서 지삼선을 잘하는 집일수록 가지가 바삭하고, 소스가 물기없이 타이트하게 달라붙습니다. 원칙적으로 지삼선엔 위 3개의 야채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처음 이 메뉴가 나왔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긴장한 상태로 가지를 한 입 베어물었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굴소스의 짭쪼름한 감칠맛과 가지의 수분이 뜨겁게 터져나옵니다. 진짜 감탄했습니다. 육성으로 "와...!" 소리를 질렀어요. 여태껏 내가 먹어온 가지는 가지가 아니었구나. 이게 진짜 '가지 요리'구나. 그 날 이후 조금씩 가지 요리들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가지 나물은 잘 먹지 않지만 말이죠... 그렇게 가지를 먹기 시작하니 꽤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지 튀김. 어슷썰기한 가지 사이에 고기소를 샌드시켜 되직한 탕수육 반죽을 입혀 튀겨줍니다. 소스를 뿌려주는 집도 있지만 그냥 먹어도 정말 맛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지는 '기름'과의 조화가 좋은 음식이구나...! 애초에 튀기면 맛없는 음식 없다지만 정말 가지는 튀겼을 때의 그 시너지가 가히 폭발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럴싸한 가지 요리 하나 먹자고 비싼 돈 써가며 중국집에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럴 땐 집에서 해먹으면 됩니다. 가지전입니다. 훌륭합니다... 정말 훌륭합니다... 바삭바삭하던 위의 요리들과는 달리 폭신폭신한 식감이 매력적입니다. 앞서 가지가 기름과 조화가 좋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묘하게 역한 가지의 냄새가 기름과 만났을 때는 오히려 식욕을 자극하는 듯한 풍미를 주기 때문입니다. 파 쫑쫑 다져넣은 양념간장에 콕 찍어먹으면 밥반찬으로도 좋고 술안주로도 좋습니다. 이 외에도 바베큐 구워먹을 때 직화로 굽거나, 스테이크와 같이 곁들여도 그 조합이 좋습니다. 종종 댓글에 가지를 싫어하는 분들이 보이곤 합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슬픈건 '정말 맛있는 가지 요리를 먹어본다면... 그 생각이 달라질텐데...'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강제로 츄라이 츄라이 하고픈 마음은 절대 없습니다. 다만 가지 요리에도 이렇게 맛있는 세계가 있단 걸 알아주시고, 나중에 우연히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즐겨보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앞으로 종종 이렇게 호불호 갈리는 식재료/음식의 매력을 어필하는 카드를 입맛소수자에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나 혼자만 이 매력을 알고 있기엔 너무 아쉬워서요. 여러분들이 싫어하는, 꺼려하는 음식들은 무엇이 있나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에는 그 친구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면식수햏 12일차 // 김치찌개 파스타
일요일의 이른 아침, 남자는 느긋하게 침대에 몸을 부벼대며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황금같은 주말에 성급하게 눈 떠 버린 자신에 대한 약간의 한탄을 느꼈으나 때로는 이런 성실함의 과잉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빽빽히 붙은 빌라촌에 사는 덕에 그의 방은 지상층이었음에도 채광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세피아 톤의 옅은 햇빛마저 그에게는 낭만적이었다. 이불을 몸에 두른 채 짧은 시간동안 몇 번을 다시 잠들었다 깨어나길 반복하던 그는 배 곪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천천히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에게 주말에 끼니를 때우는 일은 퍽 귀찮은 것이 아닐 수 없다. 근처 식당마저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는 탓에 그는 필연적으로 스스로 요리해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리의 시작은 지난 요리의 치우는 과정을 동반한다. 수북히 쌓인 설거지와 꽉꽉 들어찬 수채통은 약간의 메스꺼움을 동반했으나 오히려 그의 배고픔을 참는 데에는 좋은 듯 했다. 그렇게 길고 지루한 시간을 거쳐 지난 식사의 잔해를 치우고 나서야 그는 쌀이 얼마쯤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이내 쌀이 떨어졌음을 깨닫는다. "하, 씹ㅂ..." 10분 거리의 슈퍼에 갔다 오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니겠으나 주말 아침의, 배고픈 그에게는 꽤나 귀찮은 일이었다. 다행히도 파스타 면이 남아있었지만 그의 주방엔 더 이상 이렇다할 식재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집 근처의 대형마트마저 휴무일이었다. 물론 열려있다 한들 집 앞 슈퍼도 귀찮아 가지 않는 그가 그 곳을 들렸을 리 없지만, 그저 서울 도심 속 대형마트에 휴무일을 지정하는 멍청한 짓거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싶었기에 그는 괜시리 짜증을 낸다. 대체 강남 한복판에 대형마트를 쉬게 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지역상권이 어딨는지에 대해 누구라도 붙잡고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딱히 그에게 이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굶주린 배를 채울 만한 것 하나 없는 현재의 빈곤함에 부아가 치밀 뿐이었다. 다행히 -언제였는지는 모르나- 먹다 남은 김치찌개가 있었다. 건더기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남자는 "분명 과거의 내가 판단하기로는 나중에 먹을만치는 남았으니 남겨놓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며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파스타... 남자는 교복을 입을 적의 언젠가에 급식으로 '김치 스파게티'란 것이 으레 나오곤 했던 기억을 더듬는다. 토마토 소스에 김치를 잘게 다져넣어 미리 삶아놓은 면에 부어주는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그는 나름 나쁘지 않은, 꽤나 양식스러운 맛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김치찌개 파스타는 누구도 시도해 본 적 없는, 기껏해야 맹기용 셰프의 머리에서나 스쳐지나갔을 법한 요리였다. 맛이 없지야 않겠지만 김치찌개에게도, 파스타에게도 모욕적인 일에 불과한 미식계의 사생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남자는 얼핏 보기에 토마토 스파게티처럼 보이는 자신의 피조물에 내심 괜찮은 아이디어였다며 자찬한다. 그러나 오직 찰나에만 그럴싸한 면모를 보이는 그의 파스타는 그의 인생 전체와 닮아 있었다. 냄비벽에 애진작에 눌러붙은 국물들은 검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불맛을 내려 했을 뿐이라며 자기위로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위로에 불과한 행위였다. 그는 애써 기교를 부려본다. 알덴테고 지랄이고 흐드러터질때까지 푹 익힌 파스타면을 어떻게든 모양을 잡아보려고 집게로 돌려보지만 까맣게 탄 냄비 속 형편없는 면발들이 그럴싸해 보일 일은 없었다. 결국 그는 큼지막한 계란 프라이 두 장으로 자신의 과오를 가린다. 추레한 자신에 걸맞는 추레한 음식. 파스타를 맛 본 그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는 그 냄비가 최악의 맛이라거나, 음식물 쓰레기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떠한 시너지도 없는, 이를테면 2+2=4가 나오는 것만큼 뻔한 수준의 음식에 불과했음에 우울해했 다. 뻔한 과정을 거쳐 뻔한 결과가 나왔음에도 실망하는 그의 모습은 그저 요행만을 바라며 살아온 그의 삶 전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헤헤... 이것도... 면식수햏...카드로 올려야지..."
면식수햏 11일차 // 쿠마몬이 우동에 독을 탔다
가끔 럭셔리하고 싶소. 맨날 하는 소리인 듯 싶지만 진심이오. 수햏을 빙자한 체 매일같이 라면이나 먹는 인생이지만 가끔 스웨그를 부리고 싶을때가 있오. 2500원짜리 컵라면을 본 기억이 있오? 그것은 참으로 사치라기에는 무언가 부끄러우면서도 설움이 반복되는 요 근래의 나에게는 소소한 자기위로가 될 법 싶소. 2,500원이라는 거금, 제 딴에는 거금인 듯 싶은 우동이오. 히라가나니 가타카나니 스스로 배울 일은 없을 언어가 제멋대로 휘갈겨있오. 저 곰 모양의 캐릭터는 쿠마몬이라 하오. 이번 구매는 가히 충동에 가까웠오. 문득 부아가 치밀게 하는 저 표정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오. 마치 저 곰새끼의 얼굴이 "호오, 조선인 주제에 이 우동을 먹으려는 건가?" 라고 비아냥 거리는 내지인의 얼굴을 보는 듯 했기에 내 가난을 애써 부정하고 저 미물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오. 그러는 한편, 비싼 것이 가장 맛있는 것이라는 자본주의가 낳은 미식의 논리에 따라 한껏 탐욕적으로 굴고 싶기도 했오. 비록 그것이 오류임을 진즉 알고 있음에도. 내용물은 나에게 보내는 조소 그 자체였오. 고작 반쪽자리 유부, 단일 스프, 딱딱하게 굳은 면. 천원이나 가격이 덜한 포차 우동(컵라면)과 비교했을 때에도 형편없는 구성이었오. 이것은 단순한 소비자 기만인가? 혹 아베가 제국주의 부활의 야욕을 드러내며 대한인을 멸시하려는 것일까? 면은 개봉하고 봉투에 덜어내는 과정에서 이미 모두 조각조각 나버렸오. 처음 이 광경을 보게 된 사람이라면 분명 일본식 우동이라기보단 어디 강원도의 올챙이 국수로 착각할 법한 그림이오. 나는 무엇 때문에 쿼터-만원을 이따위 것에 쓰게 되었는가? 다시 한 번 나를 열받게 하던 쿠마몬의 얼굴이 떠오르오. "요사이의 판매전략이라 함은 소비자를 꼴받게 하는 방법도 있었나보군." 애써 분노를 참고자 텅 빈 탕비실에서 혼잣말을 조곤거려 보오. 이 컵우동은 2단계의 조리 과정을 거치오. 뜨거운 물에서 우동면을 데쳐주어 부드럽게 풀어준 뒤, 스프와 유부를 넣고 다시 한 번 뜨거운 물을 부어줌으로써 완성되오. 이미 조사버린 면발인데 굳이 데치는 과정이 필요한지는 의문이오. 면이 어느 정도 익었다면, 이렇게 미래지향적인 뚜껑을 덮어준 뒤 뚜껑의 빈틈 사이로 모든 회한을 따라버리면 그만이오. 담고나니 더더욱 단촐한 비쥬얼이오. 동시에 스프에서 익숙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하오. 분명한 것은 밥상머리에서 맡아봄 직한 냄새가 아니라는 것이오. 그것은 마치 어분. 그러니까 금붕어새끼들한테 줄 법한 떡밥냄새가 났던 것이오. 분노를 참을 수 없었오. 내 2500원을 허공에 날려버린 기분이었오. 동시에 내 자신에 대한 환멸도 들었오. 나는 무슨 부귀를 누리겠다고 되도 않는 짓거리를 했던 것인가? 안분지족.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오. 난 이미 마음 속에서 쿠마몬에게, 일본에게 패배감을 느껴버리고 말았오. 담음새가 그럴듯하다고 느끼고 있오? 그렇지 않소. 형편없는 우동이었오. 식감은 즐길것도 없을 뿐더러 국물은 그저 짤 뿐이고 그 옛날 아버지 손잡고 따라가던 민물 낚시터를 떠올리게 하오. 난 이 우동을 이렇게 평하고 싶소. "쿠마몬이 우동에 독을 풀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유부의 맛이오. 뜻 밖의 달짝지근함이 느껴지는 것이 재밌는 맛이었오. 그러나 그 뿐이오. 면식수행 중 가장 큰 돈을 쓰고도 가장 맛이 없었던 라면이었오. 본의 아니게 엄청난 고행을 하게 되었오. 절대 먹지 마시오. 불매운동이라도 제안하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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