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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걷는 독서 4.27

굽이 도는 길을 만나
저 먼 길을 걸을 땐
새겨 갈 일이다
삶에는 직선도 지름길도 없다

- 박노해 ‘내 마음의 길’
Ethiopia, 2008. 사진 박노해


평지 길을 만나
즐겁게 걸을 땐
잊지 말 일이다
지구는 평평하지 않다

비탈길을 만나
힘들게 걸을 땐
생각할 일이다
지구의 각도를 즐기리라

순풍을 만나
신나게 걸을 땐
경계할 일이다
바람은 제 마음대로 분다

굽이 도는 길을 만나
저 먼 길을 걸을 땐
새겨 갈 일이다
삶에는 직선도 지름길도 없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내 마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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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대신 삶으로 가르치시는 이 그저 진리를 앞서 살아 보이시고 ‘나와 같이 살래’ 미소 지으시는 이 - 박노해 ‘나의 풀꽃 대학교’ Sudan, 2008. 사진 박노해 내가 다니는 학교는 풀꽃 대학교 캠퍼스는 우리 동네 작은 야산 언덕 나의 교수님은 재야의 이름없는 풀꽃 비 오는 날에도 바람 찬 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나의 대학에 간다 내 선생님은 너무 작아 눈에 띄지도 않아 무릎을 꿇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땅바닥에 오체투지로 엎드려야 한다 나는 공책 대신 작은 카메라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적곤 하지만 실은 그 말씀을 가슴과 오장육부에 새긴다 그는 말 대신 삶으로 가르치신다 이것이 진리다 주장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진리를 살아 보이시고 ‘나와 같이 살래’ 고요히 미소 짓는다 어느 가을날 모든 꽃이 사라지고 노을이 붉게 물든 석양의 교정에서 나는 선생님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았다 역광에 빛나는 붉은 육신 한 생의 투혼으로 온몸에 구멍 뚫린 상처 세상의 모든 아픔을 함께 받은 찬란한 그 몸 나는 땅에 엎드려 최후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래, 더 낮게 더 작게 엎드려 가거라 남보다 잘나려 하지도 말고 빛나는 이름도 가지려 하지 말고 정직하게 흔들리며 깨끗하게 상처받아라 너를 남김없이 불사르는 그 마음을 바쳐라 그렇게 그는 흰 날개로 가을바람을 타고 기쁘게 다음 생을 선택해 떠나가셨다 나는 울지 않았다 이 지상의 낮은 자리 어디서나 나의 선생님은 다시 꽃피어 날 것이기에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나의 풀꽃 대학교’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https://www.nanum.com/site/136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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