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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요시 주택으로 유명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다큐멘터리 영화 「안오 타다오」와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상영 중이다. 둘 다 보고 싶지만, 아직 보러 가지 못했다. 어떤 영화부터 보는 것이 좋을지 고민 중이다. 어쨌든 두 작품 모두 볼 예정이다. 소설가 최홍의 ‘실화’라는 단편소설은 요 며칠 새 접한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이 소설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모임에서 호불호는 확실하게 갈렸다. 이 소설은 전래동화의 현대판을 보는 느낌이기도 한데, 황당무계하기 그지없지만,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그만큼 전형성을 벗어나고 있으며, 이 한 작품으로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아니다. 치밀한 ‘병맛’으로 느껴지는 이 소설은 시종일관 웃기는데, 그중 가장 웃긴 것은 ‘실화’라는 제목이다. 불호에 대한 의견에도 일견 동의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소설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니, 솔직히 이런 소설가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니까, 소설 자체에만 집중하는 작가. 이런 유의 소설과는 대척점에 있는, 마침 유수의 문학상을 수여한 한 단편소설은 시의성이 강한데, 이 문학상을 심사한 평론가의 말에 눈길이 간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소설을 게재하는 잡지들이 많이 폐간이나 정간이 되었”고, “불경기에는 되는 집만 된다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인들이 보여줄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청탁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기성들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어젠다를 서사화하는 소설가들의 작업에 원고가 집중되는 형편이다.” 이 수상작의 완성도에는 딱히 불만도 없으며, 이 소설이 기여할 건강한 연대 구축을 나름대로 응원하는 바이지만, 돌아갈 지면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설 자체에 집중하는 소설보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소설에 더 힘을 실어준다는 현실은 어쩐지 씁쓸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절박한 시사가 담겼다고 해도, 소설이 도구가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외부의 목적을 위해 봉사하는 문학이라니. 그런 소설이 존재하면 안 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평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읽은 에두아르 르베의 장편소설, 아니 장편소설이라 이름 붙여진「자화상」이라는 작품은 기대에 못 미쳐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소설은 가령 ‘나는 ~은 좋아한다. ~은 좋아하지 않는다.’ 식의 문장들이 책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데, 이딴 게, 아니 이런 게 무슨 소설인가 싶어지고, 내가 이 사람의 취향을 왜 시간을 들여가며 알아야 하는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본래 사진작가인 이 작가는, 이 원고를 소설이라고 하지 않았다는데, 출판사가 떡하니 ‘장편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것이, 묘사라는 기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고,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굉장히 전근대적인 것이며, 그런 교과서적인 소설만이 판치는 세상이라면, 소설은 존재 가치가 없다. 참고로 어제는 에두아르 르베의 그 책을 중고서점에 내다 팔았는데, 겨우 칠백 원이었다. 차비도 안 나오는 가격. 아무리 그래도 양장으로 된 책인데. 아무래도 르베와 나는 악연인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나를 놀라게 하는 의외성의 방식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생강차를 마신다. 시집 투고를 한 세 곳의 대형 출판사 중 두 곳에서 정중한 반려 메일이 왔다. 내 원고들은 잠시 갈 곳을 잃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시를 구상하고 소설을 구상한다. 구독을 시작한 과학 잡지가 열일곱 권, 철학 잡지가 여섯 권, 시사 주간지가 일고여덟 권쯤 쌓여 있고, 타의로 구독 중인 문학 잡지가 또 몇십 권 방치돼있다. 뭔가를 계속 읽고 있지만, 줄지를 않는다. 작년 겨울 호에 원고를 실은 잡지사는 아직도 원고료를 보내주지 않는다. 전업 시인이었다면, 나는 이미 굶어 죽었다. 그런데 내가 전업 시인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결정할 일들이 몇 개 있다. 어젯밤에는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고민은 끝이 없다. 토요일이고, 즐겁지 않은 토요일이다. 다른 요일이 아니고, 정말 토요일이다. 토요일에는 토요일의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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