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monsters
50,000+ Views

퍼오는 귀신썰)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2화

오늘 날씨 왜 이러냐
진짜 여름이네 (일교차는 크지만)
그래도 요 정도는 버틸만 한데
이것보다 더 더워지는게 무섭지 ㅠㅠ
9월까지는 계속 더울텐데 긴 긴 여름 어떻게 버티냐
앞으로 시작될 열대야
귀신썰로 준비하도록 하쟈 ㅎㅎ

그럼 오늘도 쫜득한 이야기 이어갈게!

_____________________

3 : 정한수

시간이 너무나도 더디게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전상병의 얘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고통스러웠지만 멈출수 없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의 얘기에 깊이 빠져들어 있었다.

"귀신을 보는 특별 관리 대상....우린 정한수한테 감히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 심지어 그 놈 동기인 감시병조차 옆에 있길 꺼려했으니까."

"그런데 진짜로 무서웠다는게 뭡니까?"

내 곁눈질을 눈치챘는지 전상병은 고개를 돌려 다시 전방을 주시했다.

"어느 날 정한수와 내가 보급창고 정리 작업을 하게 되었지. 감시병이 면회를 나가서 대신 내가 대타로 있게 된거야. 난 그 놈과 같은 공간 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게 너무 무서웠어. 보급 창고 안에는 야전삽부터 시작해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사람을 때려죽일 수 있는 기구들이 가득했거든.

내가 흠찟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정한수가 나에게 말을 걸더라구. 자기를 무서워하지 말래."

전상병은 잠시 자신의 이마를 긁적거렸다.

"니미...안무서워하게 생겼냐? 그건 지생각이고..... 나는 그 놈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귀신들과 댄스파티를 하는 것 같아 미칠 것 같았지. 고참만 아니었으면 온몸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놓고 돌아다니지 못하게 어디다 묶어놓고 싶었다니까. 정한수가 내게 안도감을 주려는 것 같자 불현듯 나는 묻고 싶은게 하나 생겼지."

"뭘 말입니까?"

"정말로 귀신을 볼 줄 아냐고?"

"........"

"그런데 정한수가 씨익 웃음을 짓는거야. 와...씨발....사람이 웃음을 짓고 있는데 그렇게 무서운 표정은 처음이었다니까. 해골처럼 마른 얼굴에 늘 두려움의 표정을 짓던 사람이 갑자기 미소를 지으니까 야전삽을 쥐고 있는 내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더라....."

나는 마치 전상병과 함께 그때 그 보급창고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음짓던 표정을 없애더니만 정한수가 입을 여는거야. 자신을 몸이 허약한 건 귀신이 잘 붙는 몸이라 그런다는군. 그래서 자기 어머니가 무당이니까 굿도 해보고, 부적도 써보고 그랬대나봐.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귀신은 자기 방 드나들듯이 계속 몸속에 들락거렸대. 몸이 죽을만큼 쇠약해졌는데도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해 입대 신검에서도 2급이 나와서 현역 판정난거래.

그러던 어느 날 정한수 어머니가 자신을 신내림해준 영험한 무당을 찾아가 아들 얘기를 했더니,그 무당도 그러더래. 귀신을 떼어내면 아들이 죽는다고....떼어내서 죽는게 아니라, 빈 자리가 생기면 더 강한 귀신이 붙어서 죽을거라는거야.

그 무당은 고양이의 피를 바른 종이에 기분 나쁜 형상의 그림을 그려넣더니 정한수 어머니에게 건네더라는거야. 그리고는 그러더래. 몸이 돌아올 때까지 몇 년간 이겨내야 할일이 있다는거야. 정한수 어머니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그 늙은 무당이 하는 말이....."

전상병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왜...왜 그러십니까?"

나의 물음에 전상병은 마저 말을 이었다.

"그 늙은 무당이 하는 말이.....부적을 몸에 지니는 순간부터 귀신을 보게 될거라는거야."
"헉!!"

"쪼그려 앉아있던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야전삽을 손에 쥔 상태로 털썩 주저앉았어...다리에 힘이 풀리더라구. 도대체 그 무당이 정한수에게 무슨 짓을 한걸까 생각해 봤더니.... 그 무당이 정한수가 살 수 있도록 선택한 방법은 귀신을 보게 해서 정한수가 귀신을 피해다니게끔 만든거야. 와....씨발 존나 똑똑하고 무서운 방법 아니냐?"

나는 차마 전상병의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찌릿한 전기 자극이 주어지는 듯 했다.

"자잘한 몇몇의 귀신들은 잘 피해다닐 수 있었는데, 그날 그 작업이 있던날 귀신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던거지."

"그..그래서 포크레인으로 작업했던 날 이후로 귀신에게 쫓겨다닌겁니까?"

"아니 쫓겨다닌게 아니라 피해 다닌거지...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정한수가 무서운 얘기를 하나 하는거야."

"또...무..무슨 말 말입니까?"
"거기서 쏟아져 나온 귀신 중 하나가 김창식 일병한테 붙었다는거야."
"김창식 일병이라면....."
"그래. 취사병인 김창식 병장..."

난 순간 숨이 턱 막히며 온몸에 다시 한번 소름이 돋았다.

"와...씨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오금이 다 저리더라구."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싸늘한 찬바람이 능선 골짜기를 쓸며 내려가고 있었다.

"너 부대에서 가장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 누구냐?"
"......."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 난 제대로 정신이 박혀있는 부대원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정신병원을 집단탈출한 환자들 뿐이었다.

"너 김창식 병장의 과거를 아냐?"
"모..모릅니다."
"그 사람 칼 다루는 것 본 적 있지?"
"예"
"김창식 일병 원래 특전사에서 특기병으로 있던 사람이야."
"예? 진짜로 말입니까?"

"원래 특전사 요원들은 부사관들이고, 행정은 보통 차출된 사병들이 하거든. 그런데 김창식 병장이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배정 인원이 모두 다 찼었나봐. 그래서 자리가 날 때까지 김창식 병장은 부사관들과 같이 내무반 생활을 하며, 똑같이 훈련을 받았었대. 게다가 칼을 귀신처럼 잘 다뤄서 쌍칼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는거야. 그런데 낙하산 점프에서 착지하다가 허리와 골반을 다쳤나봐. 그래서 우리 부대로 온거야. 그것도 취사병으로. 그 때 취사병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이 제대하면서 김창식 병장이 취사일을 모두 떠맡았지. 그런데...너 김창식 병장 이상한 점 발견 못했냐?"

"이상한 점 말입니까?"
"그래 임마....너도 짧은 시간이지만 김창식 병장 계속 봐 왔잖아."
"저....고..고양이를 무지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고양이를 존나게 싫어해. 너도 알지? 고양이를 불태워 죽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목을 잘라버리기도 하잖아. 너 이 부대 오기 바로 전에 존나 쇼킹한 일이 한 번 있었다."

지금도 쇼킹한데 뭐가 더 쇼킹하단 말인가?

"사단본부에서 취사 검열이 나왔어. 배식 메뉴가 규정을 따르고 있는지, 위생상태가 양호한지, 식자재는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 이런걸 검열하는거지. 그때가 겨울이어서 동절기에는 무우를 땅에 묻어야 하거든? 취사장 뒤편에 무우를 묻는 장소가 있어.

그런데 검열관이 보기에 무우를 묻은 무덤이 너무 커보이는거야. 검열관을 보좌하던 선임하사도 의아해 했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지는 검열관이 그 흙무덤을 파보라는거야. 그 때 김창식 병장 얼굴이 약간 일그러지더라구....

땅이 꽁꽁 얼었는데 그걸 판다는 건 쉽지 않았지. 결국 곡괭이와 삽만으로 그걸 팠어. 그런데 무우가 묻혀 있는 층 위에 큰 포대자루가 나오더라구.  거기서 뭐가 나왔는지 아냐?" 

"고...고양이 말입니까?"
"아니.....고양이 뼈....그것도 살을 발라낸..."
".........."
"그 살은 어디로 갔을까? 그것도 취사병이 발라낸 살...."

나는 순간 토가 나올것 같이 속이 부글거렸다.

"김창식 병장은 자기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라구. 어떻게 보면 아주 심각한 일이 될 수도 있었는데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 고양이 고기를 먹는 군인들도 있거든... 결국 경고 조치로 끝났지만, 다 들 알고 있었지.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다들 수근거렸지. 언젠가 김창식 병장은 고양이의 저주를 받아 죽을거라고. 고양이만 보면 눈깔이 뒤집혀. 미친 사람 같애. 그런데 말야. 그 사람 처음부터 그런게 아니었어. 정한수가 나한테 그 말을 해 준 이후에 김창식 병장이 그렇게 변해 가는거야."

"저..정말로 귀신 씌어서 그런겁니까?"

"개나 고양이들은 귀신을 볼 줄 안다고 하잖아. 자신을 알아보는 존재를 다 죽여버리는 것 같애."

오늘 낮에 있었던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오버랩되면서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마른 침을 간신히 삼키며 전상병에게 물었다.

"그...그 존재가 사람이라면 어떡합니까?"


4 : 고양이

"사람? 사람이라구? 그...그건 나도 생각 못했던건데..."

나의 물음에 전상병은 적잖게 당황하는 것 같았다. 멍하니 나를 주시하더니 계속 무언가 머릿속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뭔가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는 나에게 가느다란 숨소리로 외쳤다. 

"이럴수가!!!!!!!!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지?"

전상병은 놀랍다는 듯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의 행동을 바라보며 나 또한 놀라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와....씨발 이런 반전이 있었네..."

갑자기 전상병이 초소 뒷편에 놓아두었던 소총을 챙겨들었다. 비록 실탄이 장전되어 있지 않지만, 실탄이 들어 있는 탄창이 끼워져있기 때문에 노리쇠만 후퇴전진시키면 언제든 총을 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얘기보다 나는 지금의 전상병이 더 무서웠다.

"도대체..왜 그러십니까?"

전상병은 대답을 회피한 채 계속해서 뭔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근무 교대 시간이 되었는지 저 멀리서 작은 손전등 불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오늘 한 얘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라"
"......?"
"아무에게도 이 얘기하지마. 절대로 입 열지마라."

나는 묵언의 약속으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는 또 다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씨발놈. 그럼 왜 처음부터 말을 꺼낸거야?'

취사병 도우미는 좋은 점이 하나 있다. 공식적인 훈련 외에 부대 자체 훈련과 작업에서 모두 열외된다. 그러한 좋은 점이 있음에도 나는 김병장과 함께 하는 일주일의 시간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소원했다. 아침 배식이 끝나고 가스조리기를 열심히 닦고 있는 나에게 김병장이 말을 걸었다.

"니 나한테 할 말 있냐?"

김병장은 내가 힐끔거리며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것 같았다. 김병장은 나에게 시선을 두지 않은 채, 옆에서 과도를 돌리며 사과 하나를 깍아내고 있었다. 유난히 그 과도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없습니다."
"그런데 왜 내 눈치를 자꾸 보냐?"
"눈치 보는 것 아닙니다."

김병장은 껍질을 벗겨낸 사과를 과도로 한조각 잘라내더니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우걱거리며 사과를 몇 번 씹더니 눈을 치켜 뜨며 나에게 다시 물었다.

"너 어젯밤 어디 근무였냐?"
"..5초소였습니다."
"누구하고 섰어?"
"전대웅 상병입니다."
"전대웅?"
"예. 그렇습니다."
"그 자식이 무슨 얘기 안하든?"
"무슨 얘기 말입니까?"

갑자기 우걱거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수세미질도 멈추었다.

"나에 대해서 무슨 얘기 한 적 없냐고?"

순간 등골을 따라 식은 땀이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아..아무 얘기 없었습니다."

김병장이 얼마나 칼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한지를 지금도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의 손에 들려진 과도는 손가락 사이를 셀수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병장은 나를 떠보는것 같았다. 왜 전상병을 의식하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러나 전상병으로부터 들은 얘기만으로도 나는 지금 김병장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게 사실이다.

"너 어제부터 전대웅하고 같은 근무조에 들어간거냐?"

김병장은 다시 한번 사과 한조각을 입에 처넣더니 우걱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내 수세미질도 다시 시작되었다.

"예....그렇습니다."
"당분간 전대웅하고 근무 계속 같이 서겠네."
"......."
"전대웅이 사단장 빽이다. 너무 많은 말 하지 마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대웅 그 자식, 사단장의 먼 조카뻘되는 사이랜다. 말 조심하라고."

처음 들은 사실이다. 전상병이 그런 사람이었다니...그런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걸까?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 김병장이 입을 열었다.

"니 오늘 나하고 할 일이 하나 있다."
"무슨 일 말입니까?"
"고양이 좀 잡자."

헉....난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올 것이 온 것 같았다.

".......고..고양이 말입니까?"
"왜? 싫으냐?"
"그..그게 아니라..."
"넌 그냥 고양이를 잡아. 뒷처리는 내가 할테니까"
"그...그런데 고양이를 왜 자꾸 죽이시는겁니까?"

순간 다시한번 김병장의 사과 씹는 소리가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김병장의 오른손에서 시퍼렇게 날이선 칼이 춤을 추듯 돌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후회스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김병장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곧 장마철이다. 게다가 오늘 밤에 비가 온다고 했다. 지금 잡지 않으면 밤에 취사장까지 몰려 들어와. 게다가 장마철 내내 고양이 울음소리에 시달려야 돼. 너 산속에서 비오는 날 고양이 울음소리 들어봤냐?"

"......."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기 울음 소리하고 똑같지. 응애응애거리며 울어. 정말 똑같다니까.  비오는 날 새벽에 홀로 취사장에 나와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 모두 다 잡아내서 국물을 내버리고 싶어진다니까...."

이미 국물을 냈을지도 모른다. 전상병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충분히 그러거도 남을 상황이다. 어쩌면 부대원들은 김병장이 만든 특이한 식재료의 국물맛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새벽 근무때처럼 다시 한번 속이 울렁거렸다.

"그럼 제가 뭘하면 됩니까?"
"잔밥통으로 드나드는 개구멍 몇개 있지?"
"예"
"거기에 철사줄로 올가미를 열개 정도 만들어서 설치해놔."
"그냥 약을 놓으면 되지 않습니까?"
"안돼. 약을 놓았다가 약묻은 입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라도 건드리는 날엔 우리가 거품물고 쓰러지는 수가 있어."

나는 그것보다도 김병장이 얼마나 고양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일까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점심 배식이 끝나고 식당 청소를 마친 후 나는 바로 올가미 작업에 들어갔다. 오늘도 역시나 대여섯마리의 고양이들이 콘크리트로 만든 잔밥통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간혹 몇 마리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이 올가미가 곧 자신들의 사형도구가 될거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태연스럽게 나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가 잔밥통으로 드나드는 군데군데 분포한 개구멍에 작은 철사 올가미를 설치했다. 밤 사이에 고양이 몇마리가 걸려들것이다. 좋지 않은 예감이 온 몸을 감쌌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저 멀리서 불길한 구름떼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녁에 들어서자 하늘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아 야간 근무자들은 판초우의를 챙기기 시작했다. 점호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약속이나 한 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지에 쌀알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넘쳐 흘렀다. 12시 근무인 전상병과 나는 말없이 5초소 근무지를 향했다.

"도대체 저기 5초소가 왜 있는겁니까?"
"알고 싶냐?"
"어젯밤 저에게 말을 꺼내지 않으셨습니까?"
"................." 

전상병은 우의속에 감춰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굵은 빗줄기가 멈추지 않고 쏟아지자 우의를 뒤집어쓴 몸에 습기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정한수란 일병이 누굽니까?"

전상병은 여전히 우의 속에 얼굴을 감춘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부대에 없어."
"전출갔습니까? 아니면 의가사제대라도..."
"....죽었어.."
"예?"
"죽었다구...."
"어..어떻게 죽었습니까?"
"자살했어."

나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왜..자살했습니까?"
"부적을 누가 훔쳐갔어."
"누가 말입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걸 알았으면 정한수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을테니까."
"그깟 부적이 없어졌다고 자살을 한 겁니까?"

"쏟아져 나온 귀신이 어디에 붙었겠냐? 지 입으로도 자기는 귀신이 잘 붙는 몸이라고 했는데. 미친놈처럼 하루종일 찾아 헤맸지. 그런데 어느 날 밤 사이에 정한수가 없어졌어. 인원 점검을 하던 내무반 불침번이 밤 사이에 정한수가 없어진 것을 보고 보고했지. 한밤에 전 부대원들이 일어나 정한수를 찾아나섰어. 그러다 결국 목매단 시체로 발견되었어."

나는 설마하는 마음에 내 생각이 맞지 않기를 바라며 전상병에게 물었다.

"어...어디서 죽었습니까?"

나의 물음에 전상병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잠시 나를 응시하던 머리를 움직여 어딘가를 가리켰다. 내 예상대로 5초소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다리가 후달렸다. 나는 잠시 마른 침을 삼켰다.

"귀신이 쏟아져 나왔다는데....그것도 사람이 자살한 자리에 왜 초소를 만든겁니까?"
"근무 시간 늦는다. 빨리 가자."

전상병은 대답을 회피한 채 아무 일도 아니란 듯 걸음을 재촉했다. 5초소가 십수미터까지 다가오자 이전 근무자의 수하소리가 들려왔다.

"손들어..움직이면 쏜다. 벽돌!!"
"......."

그런데 왠일인지 전상병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암구호에 응답하지 않았다.

"벽돌!!"
"전상병님..."
"벽돌!!"

나는 급한 마음에 대신 암구호에 응답했다.

"하늘!!"

수하에 불만이 있었는지 전 근무자 사수가 손전등을 비추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또한 그에게 손전등을 비추었다. 전대웅 상병 동기인 박상병이었다.

"대답 빨리 안하냐?"

박상병의 질책에도 전상병은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았다. 전상병의 응답이 없자 박상병은 나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취사장 쪽에서 움직이던 것 너희들이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돌아다니고 있어."
"누...누가 말입니까?"
"씨발..나도 모르니까 물어본 것 아냐!!"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화가 나서인지 모르게 박상병은 짜증을 냈다. 박상병의 부사수인 조이병은 이미 알지 못하는 어떤 공포에 시달린듯한 표정이었다.

초소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로 빗줄기가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조금전부터 내 뒷편에 앉아 아무 말없이 입을 닫고 있는 전상병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전상병님....어디 아프십니까?"

내 말은 듣고 있었는지 그가 입을 열었다.

"다들 알고 있는데 모른척 할뿐이지."
"뭐...뭐가 말입니까?"
"이맘때쯤이면 비오는 밤마다 돌아다니는 그 정체가 뭔지를...."

난 전상병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말하는 그 정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싸늘한 한기가 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놈을 잡기 위해 이 5초소가 생긴거야."


5 : 사건의 시작

"그...그 놈이 누굽니까?"

예의상 전상병에게 질문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전상병의 답변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곧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너도 알잖아. 누구일지."

나는 마른 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자살했다는 정..정한수라는 사람 말입니까?" 
"......"

초소 천장을 뚫어버릴 듯한 기세의 빗방울 소리가 전상병의 대답소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그 사람인지 어떻게 압니까? 누가 봤습니까?"
"......"

내 뒷편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전상병은 나의 물음에 입을 열지 않았다.

"전상병님..."

나는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난 알고 있어."
"...예?"
"............"

나는 다시 한번 마른 침을 삼켰다.

"뭐..뭘 말입니까?"

그러나 전상병은 대답을 더 이상 하지 않았고, 우리 둘은 깊은 침묵속에 오랫동안 빠져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었을까? 멍하니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깨닫지 못한 것이 눈 앞에 나타났다.

십수미터 앞 커다란 아카시 나무 옆에 누군가가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채 어둠속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누군가 순찰중이라면 손전등도 켜지 않은 채 저 어둠속에서 가만히 서 있지는 않으리라. 게다가 지금은 근무 교대시간도 아니다.

"저....전상병님..."
"...."
"누...누가 앞에 있습니다."

어떻게 이 어둠속에서 그것도 빗줄기가 쏟아지는 곳에서 그가 보이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나는 그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길게 늘여진 판초우의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작은 키였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고 보고 있었다.

내가 전상병을 다시 부르려고 하자 그는 일어서서 이미 내 곁에 서 있었다. 그러나 전상병은 그 어둠속의 형상을 찾지 못하는 듯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순간 서서히 눈 앞에 나타난 어둠 속의 사내가 우리를 향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밖으로 나가 수하를 하기 위해 초소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전상병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제지했다.

"나가지마..."
"예?"
"모른 척 해"
"무...무슨 말씀이십니까?"
"쳐다보지마....눈 감어."
"도..도대체 무슨 말....."
"그냥 내 말 들어!! 씨발놈아!!"

이미 전상병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전상병이 왜 공포스러워하는지 그의 표정을 보고나서야 나도 깨달았다.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총을 쥐고 있는 손의 악력만큼이나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설마 저 앞에 서 있는 정체가 전상병이 말한 그것이란 말인가?

삭신이 저리고 온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정체가 서서히 내 코 앞까지 도달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싸늘한 한기가 주변을 감사고 있었다.

몇 십초가 흘렀을까? 나는 질끈 감았던 눈꺼풀의 힘을 뺐다. 그리고 실눈을 조심스럽게 뜬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전상병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전..전상병님...지금 무슨 일입니까?"
"발 봤어?"
"예?"
"다가올 때 발이 보였냐구? 걸을 때 판초우의 펄럭이는 것 봤어?"
"그게...저..."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이 발을 보지 못했다. 정말로 보지 못했다. 머리가 핑 도는 듯 아찔해졌다. 그가 키가 작아서 판초우의가 거의 땅에 닿을 듯 스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걷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줄을 타고 내려오듯 나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미친듯이 왼손으로 얼굴을 비벼댔다. 그리고 답을 했다.

"못 봤습니다."

나의 대답에 전상병을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너 귀신 볼 줄 알아?"
"제..제가 어떻게 귀신을 봅니까?"
"지금 니가 본거잖아."

헛것을 봤다고 말해야 하는데, 거짓말이었다고 말해야 하는데 이미 내 시각중추에 저장된 정보는 내가 본 것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되뇌이고 있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나는 초소문을 박차고 나가 쏟아지는 장대비에 몸을 맡겼다.

뭐 이런 좆같은 부대가 다 있냐? 나는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이 터질 듯 했다.

"이창훈... 너 왜 그래? 미쳤어 새꺄?"

나의 기이한 행동에 전상병이 열이 받았는지 내 등뒤에서 욕설을 내뱉았다. 그냥 나는 얼굴에 비를 맞으며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천천히 뒤돌아 전상병이 서 있는 초소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공포에 질리다 못해 나는 분에 받친 눈물을 쏟아냈다. 초소안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전상병 옆에 또 한명의 누군가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정작 나의 조준에 놀란 것은 전상병이었다.

"야이 개새끼야!! 너 지금 뭐하는거야!!"

나는 전상병의 외침을 무시한 채 멜빵에 매달린 손전등을 집어들고 초소안을 비췄다. 불빛과 동시에 그 형상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나의 공포는 거기서 멈춘것이 아니었다. 전상병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나를 향해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야 씨발놈아 총 안 내려!!!"
"에이...씨발 피...."
"뭐?"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씨발 왜 어깨에서 피를 흘리냐고!!"
"너...지..지금 뭐라 그랬어?"

나의 외침에 전상병은 미친 듯이 양쪽 어깨를 쓸어내렸다. 나만큼이나 전상병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 와중에 내 눈에 또 다른 무언가가 들어왔다.

"김....선호...."

나의 세 음절에 전상병은 어깨를 쓸어내리던 행동을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부릅 뜬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너...이 개새끼...지...지금 뭐라고 그런거야?"
"이...씨발 니 명찰에 써 있잖아 씨발!!!"

지금은 고참이고 뭐고 없었다.  둘 중에 하나는 지금 귀신들려 누구를 죽이던가 아니면 아랫턱에 총구를 대고 자살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죽기가 싫었다. 전상병은 천천히 초소문을 열고 나와 빗속에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너...지금 했던 말 다시 해봐."
"...."

나의 대답이 없자, 갑자기 전투화 바닥이 내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내가 수미터를 나동그라지자 전상병은 번개처럼 달려와 내 멱살을 쥐고 다시 물었다.

"너 씨발놈아!!! 방금 전에 무슨 이름 얘기 했잖아!!! 다시 말해봐!!!"

나는 코와 입속으로 쏟아지는 빗방울 때문에 대답은 커녕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가슴에 붙어있는 이름은 조금 전에 보았던 그 명찰 속의 그것이 아니었다. 전대웅....그의 명찰이었다. 그 귀신이 누구에게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둘 중에 하나는 분명히 미친게 틀림없었다.

"기....기억이 안납니다."

나는 이 무서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했지만, 전상병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나의 대답과 함께 전상병은 내 멱살을 더 강하게 틀어쥐었다.

"콜록..콜록..."
"이 씨발놈아. 거짓말 하지마. 너 아까 뭐라고 이름 불렀잖아."
"콜록...콜록..."

나는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아아아악!!! 씨발 모른다고!!!!!!"

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멱살을 쥔 전상병의 손목을 틀어잡고 그를 향에 달려들었다. 장대비속에서 몇 초간 엎치락 뒤치락 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거기서 뭐하는거야!!!"

순찰을 돌던 당직사관이었다. 근무를 마치고 행정실에서 머리를 박고 있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근무자끼리 쌈질을 해?"

당직사관인 선임하사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전상병과 나를 향해 비아냥거리듯이 말을 뱉았다.

"야..이창훈."
"일병, 이창훈!!"
"너 미친것 아니냐? 니 고참한테 어떻게 대들 생각을 하냐? 아무리 요즘 군대가 당나라 부대가 되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시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전대웅이 너는 고참이라는 새끼가 쫄따구하고 쌈질이나 하고 자빠졌냐? 응? 너희 두 놈 중대장이나 대대장 알면 최소 군기교육대야... 알아?"

"......."

그러나 이 순간 그 것보다 다른 걱정거리가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출처]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3~5 | 웃대(하드론)
_________________________


으 뭐야
김선호는 누구고
피는 왜 보이는거고
전상병은 또 왜 그러는거고
다 무슨 일인걸까ㅠㅠㅠㅠㅠㅠ
진짜 귀신썰의 최고봉은 역시 군대 귀신썰인듯...
다음 이야기 내일 또 가져올게!
이따 잘 자고!!!
8 Comments
Suggested
Recent
옵몬님 얘기 궁금해서 다시깔았어요~^^
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ㅎㅎ
빨리 써주새오 현기증날거같단말이에오
언넝 또 올려주세요
엉엉 ㅠㅠㅠㅠ빨리
김창식이 김선호인가?? 고양이 죽이지마여ㅠㅠㅠㅠ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퍼오는 귀신썰)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3화
후. 이제 낮도 꽤나 길어지고 이 시간이 됐는데도 해가 지지 않았네 근데 왜 여름은 귀신썰이 자꾸 당기는 걸까? 밤도 짧은데. 버틸만 해서 그런걸까 무서워도 조금만 더 버티면 밝아지니까? ㅎ 암튼 이야기 계속 이어서 갈게! ______________________ 6 : 비밀 묵언의 합의하에 전상병과 나는 몸싸움의 이유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몇 마디 나의 욕설로 인해 싸움이 일어났다는 전상병의 그럴싸한 시나리오로 마무리되었다. 한차례의 푸닥거리가 끝나고 나와 전상병은 내무반으로 들어섰다. 일병 찌끄레기가 상병 말호봉하고 몸싸움을 하다니..... 수 많은 고참들의 압박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인데 고참 몇몇이 잠을 이루지 않고 침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친개 최병희 병장이었다. 어둑어둑한 와중에서도 칼자국 같은 눈 밑의 흉터는 그가 나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으로 보였다. 내가 그의 앞을 지나가는 내내 최병장은 검게 그을린 얼굴 속에 박힌 하얀 안구의 초점을 내게 계속 맞추었다. 그의 뒤를 이어 몇몇 고참들의 따가운 시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밤을 무사히 넘길 수가 있을까? 날이 밝을 때까지 몇 번을 불러나갈까? 어떤 놈의 주먹이 제일 아플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고 있을 쯤 최병장이 입을 열었다. "내 밑으로 아무도 건들지 마." 순간 안도의 한 숨이 나도 모르게 내쉬어졌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최병장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전상병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그 둘은 밖에서 조용히 뭔가 정보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지만 침상에 누워있는 동안 여러가지 소리들이 자그맣게 들려왔다. 최병장이 계속의 뭔가를 캐묻는 것 같았고, 전상병은 억울하다는 듯 하소연을 수차례 하는 듯 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정말 내가... 전상병은 보지 못한 귀신을 본 걸까? 그 귀신이 죽었다는 정한수인가? 정한수는 정말 자살한 걸까? 그런데 김선호가 누굴까? 전상병의 명찰은 분명히 김선호였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적어도 우리 부대에는 김선호가 없다. 왜 김선호라는 이름에 전상병이 미친 사람처럼 내게 달려든 걸까? "이창훈, 너는 당분간 위병소 근무서라." 날이 밝자 당직사관인 선임하사가 명령을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고참이 좀 괴롭혀도 참아야 되는게 군대생활이다. 니 고참들은 더한 고생 참아가며 작대기 하나씩 올린거다. 고참이 좀 못되게 굴었다고 몸싸움하면 대한민국에 남아날 군대 없다. 중대장이나 대대장한테는 보고하지 않을테니까 당분간 몸 조심해." "네. 알겠습니다." 머릿속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선임하사가 이상한 말을 내뱉았다. "그런데 전대웅이 공수부대 출신이라 힘이 장사였을텐데 너도 참 대단하다. 그 놈하고 몸싸움 할 생각을 했으니" "!!!!!!!!!" 이게 무슨 말인가? 전대웅 상병이 공수부대 출신이라니..... "특..특전사 말입니까?" "그래 임마. 거기서 훈련하다가 다쳐서 왔다는데 사병 세 명을 한꺼번에 일반 부대로 오기는 아주 드문 일인데...." "나머지 두 명이 누굽니까?" "전대웅이하고, 김창식...그리고 최병희.... 벌써 생김새 보면 딱 티가 나지 않디?" "모...모두 같은 부대에서 온 겁니까?" "그래. 군대에서 아주 희귀한 일이지. 특히 전대웅은 사단장의 먼 친척뻘이랜다. 말썽 일으키지 마라." 이럴 수가.... 전상병, 김병장, 미친개 최병장이 모두 같은 부대에서 전입 온 병사라니... 전상병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 것일까? 낮 3시 근무였지만 간간히 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으로 인해 뙤약볕은 피할 수가 있었다. 위병소 초소 밖에 나와서 근무를 서는 나와 달리 내 사수는 초소 안에서 뭔가를 열심히 탐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수미터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연륜이 느껴지는 얼굴 생김새와는 달리 그녀의 피부는 생각보다 매끈하였고, 보통의 요즘 여자들과는 달린 쪽진 머리가 곱게 빗어 넘겨져 있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그녀는 한참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내게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멈춰섰다. "누구 면회 오셨습니까?" 나의 물음에 갑자기 그녀의 양볼에 검은 색 마스카라 줄기가 흘러내렸다. 두 줄기의 눈물이 뺨을 적시고 있음에도 그녀는 애써 울음을 참는 듯 보였다. 나는 뜬금없는 상황에 초소안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탐독하고 있는 사수를 부르려 하였다. 그러나 이내 나는 그 행동을 멈춰야만 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 아들을 찾아주시게" "..예?" "내 아들을 찾아주시게" 이해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나는 면회객 일지를 집어들고 그녀에게 물었다. "아드님의 계급과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나는 관례상 그녀에게 묻고 있었지만, 그녀는 일반적인 면회객 같아 보이지 않았다. "......." 그녀는 입을 열지 않은 채 나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드님이 누군지 말씀하셔야 부대에 연락...." "죽었다오" "!!!"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하는걸까? 그녀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지금쯤 병장이 되었을 것이오" 면회객 일지에 쓸 내용이 없었지만, 오른손에 쥐어진 펜은 이미 나의 떨리는 손의 자취를 그리고 있었다.  "아드님...이름이....."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는 심정에 그녀에게 답을 확인하고 있었다. "정한수라오."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그녀는 눈 한번 깜박이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원귀가 되어 이 곳을 떠돌고 있소. 찾아주시오." 도대체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이런 오금저리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긍정의 대답도 부정의 대답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다. 나는 시선을 내리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더 이상 그녀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기를, 아니 그냥 떠나 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내가 등을 돌려 발을 떼려는 순간, 그녀는 말 한마디로 내 발걸음을 붙잡고 말았다. "그 아이를 찾지 못하면 부대원들이 죽어 나갈 것이네." 등골이 싸늘하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들이 죽은 뒤로 수없이 천도제를 지내게 해달라고 부대에 부탁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네. 아들이 원귀가 되어 이 부대를 떠돌고 있음에도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더이다." "그런데 왜 우리 부대원들이 죽을거란 말입니까?" 나의 물음에 그 여자는 울먹이는 표정을 멈추고 갑자기 경직된 얼굴로 대답했다. "서로 간의 처절한 살생이 일어날 수 있지. 자네도 어제 사람을 죽이려하지 않았는가?" 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면회일지와 펜을 들고 있는 두 손이 동시에 떨리기 시작했다. 벌어진 입 속이 매말라가고 있음에도 한 모금의 침도 삼킬 수가 없었다. 하얀 피부에 검게 그어진 세로선이 그녀를 마치 저승사자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그런데 왜...왜 접니까? 왜 제가 아드님을 찾아야 합니까?" 그녀는 한 동안 입을 다문 채 계속해서 나의 눈치를 살폈다. "사자(死者)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사..사자라니오?" "죽은 자의 기운이 느껴져...."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녀는 위병소가 떠나가라 호통치듯 소리쳤다. "곧 죽음에 직면할거라는 말일세!!!" 이런...씨발.. 내가 죽는다구? 정말 내가 죽는다구? 이 씨발 미친 여자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거야? 이 기분 나쁜 여편네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힘껏 땅바닥에 내팽겨치기라도 해야 하나? 이 총의 개머리판으로 독사같은 그 주둥이를 뭉개버려야 하나? 삽탄된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가 놓기만하면 총알이 장전된다. 이 여자는 내가 격분하여 자신의 몸뚱아리에 총구멍을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나 있는걸까? 그 여자의 저주같은 독설보다 더 사악한 방법의 폭력과 위협을 가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선택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단순했다. 이미 나는 그녀의 범접할 수 없는 무서운 기운에 주눅들어 있었다. "아..아들을 찾으려면.. 제가 그럼 뭘 해야 합니까?" 7 : 부적 나의 물음에 그녀는 잠시 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 또한 그녀의 답변을 기다리며 그녀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었다. 잠시 후 그녀는 상의 깊숙히 숨겨두었던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도는 붉은 빛의 주머니였다. "뭡니까?" "부적일세." "부적?"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라네." '삶과 죽음의 경계?' 순간 나는 얼마 전 전상병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한수 어머니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그 늙은 무당이 하는 말이..부적을 몸에 지니는 순간부터 귀신을 보게 될거라는거야.] 헉...어찌 이런 일이 나에게..... 머릿속에 저장된 여러가지 정보가 길을 잃은 듯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는 이내 허탈감을 이기지 못한 듯 조용히 말이 튀어나왔다. "귀...귀신을 본다는 그 부적?" 작은 나의 목소리에도 그녀는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그 걸 어떻게 아는가?" "아드님이 죽기 전에 제 고참한테 그 부적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말해줬답니다." 나의 대답에 그녀는 또 한번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안하네....정말로 미안하네....흑흑.." "아드님도 찾고 저 뿐만 아니라 부대원들 목숨까지 건질 수 있다는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그녀는 이내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개의치 않고 그녀 손에 쥐어져 있는 주머니를 빼앗듯 집어들었다. "이제..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눈물을 거둔 그녀는 내가 해야 될 행동들을 나열하듯 설명했다. "그 주머니 안에는 빨간색과 노란색 두 종류의 부적이 있다네. 오늘 밤 해시에 노란색 부적을 태우고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게." "해시라면...?" "오늘밤 9시에서 11시 사이일세. 그리고 빨간 부적은 네 장이 있는데 하나만 남겨두고 몸이 닿는 곳에 가까이 두게." "그...그러면 그 때부터 뭐가 보이는 겁니까?" "그렇진 않다네.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할지는 나도 모른다네." 그녀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 "행여 귀신을 그 때부터 보더라도 놀라지 말게나. 아는 척도 하지 말 것이며, 절대로 말을 걸어서도 안되고, 눈을 맞추어서도 안된다네. 자네가 귀신을 볼 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네 몸을 빌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네." 그녀의 말에 갑자기 싸늘한 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그럼 아드님은 어떻게 찾습니까?" "남은 한 장의 붉은색 부적을 넘겨주게. 그리고 이 어미의 말을 전해주게....흐흐흑...." 서글픔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지 그녀는 연신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 살아있는 사람에서 더 이상 해를 입히지 말고 떠나달라고...어미가 간절히 바란다고.. 그리고 짧은 인연이지만 이승에서나마 부모 자식으로 만나줘서 고마웠다고......흐흐흑 이승의 연이 길지 않았지만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살아달라고 전해주게...흐흐흑" 그녀의 울음에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전..아드님 얼굴을 모릅니다." "주머니에 작은 사진이 들어있네...." 근무가 끝난 후 나는 내내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주머니를 매만졌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아니...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인가? 두려움, 공포, 무력감, 후회...또는 기대...하나로 정할 수 없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나저나 어제 이후로 전상병이 조금씩 이상해져 가고 있었다. 식사 시간에도 초점을 잃은 눈으로 밥이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 관심도 없는 듯 숟가락을 뜨고 있었다. 근무시간이 한 시간 가량 남았음에도 근무 복장을 챙기고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런 안부나 위로의 말도 던질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저러는거지? 그리고 복장은 왜 저래?' 내가 여러 생각에 잠겨 있을 쯤 선임하사가 앞에 나서 무언가를 하달했다. "밥먹고 나서 오늘밤 8시부터 9시 반까지 야간 침투훈련 실시한다." 여기저기서 허탈감에 빠진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내일 하기로 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단다. 비 맞으면서 훈련하고 싶은 놈은 내일 해도 돼. 그리고 취사반은 훈련 열외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선임하사의 말에 더 이상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밥먹고 나서 고양이 올가미 설치해라." 이 와중에도 김병장은 고양이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았다. 갑자기 김병장이 내 앞에 나타나 말을 걸었다. "또..말입니까?" 순간 아차 싶었지만 김병장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취사장 뒷편에서 나는 올가미를 만들 철사 줄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잡힌 고양이들은 지금 어디 있는걸까? 김병장이 삶아 먹었나? 아니면 오늘 고깃국에 넣은 걸까? 여러가지 생각에 올가미 설치가 늦어질 쯤 서서히 땅거미가 취사장 주변을 휘감고 있었다. 나는 결국 김병장의 명령대로 다시 잔밥통 주변의 개구멍에 올가미를 설치했다.  취사장 일이 끝나고 나는 아무도 없는 내무반에 앉아 그 무당이라는 여자가 주고 간 부적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드디어 그 여자가 말한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지만, 나는 조용히 내무반을 빠져나와 내부반 뒷편 으쓱한 곳에서 조심스레 주머니 속에 감추어 두었던 물건을 꺼내 들었다.  [오늘 밤 해시에 노란색 부적을 태우고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게.] 시간이 아홉시가 넘었음을 확인한 나는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며 그 노란 부적에 불을 붙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난 이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부적이 나와 부대원의 목숨을 구하고, 이 부대의 알 수 없는 비밀을 풀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닥에 깔아놓은 하얀 종이 위에 회색빛으로 노란색 부적의 재가 모아졌다. 나는 물이 담긴 컵에 그것을 털어넣고 한모금에 마셔버렸다. '이제...뭐가 보인단 말이지?' 그 여자도 확신하지 못하는 결과를 나는 이미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붉은색 부적을 온 몸 이곳저곳에 쑤셔넣었다. 이 때 내무반과 붙어있는 행정반에서 요란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개새끼야!! 실탄이 든 탄창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 누군가와 전화상으로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근무자가 틀림없었다. "뭐? 실탄?" 불현듯 낮에 그녀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 아이를 찾지 못하면 부대원들이 죽어 나갈 것이네.] "씨발...귀신이 실탄을 가져갈 일도 없고......" 그 순간 저녁 시간 때 넋을 잃은 모습으로 밥을 먹던 전상병이 떠올랐다. "전대웅!!!" 나는 야간 침투 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취사장 뒷편의 야산을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취사장 쯤 도달하자 올가미가 설치된 잔밥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누군가 낯선 이도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총을 메고 썩은 내가 진동하는 잔밥통 앞에서 허겁지겁 숟가락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누구...?" 그 순간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행여 귀신을 그 때부터 보더라도 놀라지 말게나. 아는 척도 하지 말 것이며, 절대로 말을 걸어서도 안되고, 눈을 맞추어서도 안된다네] 미친 듯이 숟가락질을 하던 그가 잠시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헉....씨발...' 삼장이 터져나갈 듯 요동치고 있었다. 전기에 감전이 된 듯 오금이 저리로 발을 한걸음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맞추지 않기 위해 애써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후들거리는 다리를 들어 한걸음씩 그의 옆을 스쳐 지나기 시작했다. 곁눈질이었지만 그는 전쟁 중인 군인 같았다. 땀인지 피인지 모르는 검은 액체가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듯 보였다. 무서워서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수미터 이상을 더 걸었다. 그제서야 내 뒤편에서 바쁜 숟가락질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수십미터 앞에 구름 사이로 비친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에서 훈련 중인 부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간 침투 훈련이라 모두 자세를 낮추고 매우매우 느린 속도로 산정상을 향해 걸어나갔다. 풀섶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를 반복하며 부대원들은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그런데 부대원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 [출처]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6~7 | 웃대(하드론) _________________________ 정한수의 어머니라니 원귀가 되어 사람들을 죽인다니 후...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쓰니는 대체 뭐때문에 정한수와 같은 부적을 써야 하게 된걸까 갈수록 궁금해 지는 이야기는 내일 다시! 참. 첨부한 부적은 악몽 안 꾸는 부적이래 잘 자라는 의미에서 ㅎㅎ 이따 잘 자고 내일 보쟈!
퍼오는 귀신썰)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4화
나와쪙! 다들 푹 쉬고 있어? 더운 날에는 낮부터 귀신썰 아니냐 그래서 오늘은 대낮에 왔지 ㅎㅎ 더운 날에도 서늘하게 만들 귀신썰 오늘도 함께 이어갈까? 자 숨 크게 들이마시고 시작! __________________ 8 : 살귀(殺鬼)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그들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제촉했다. 양쪽에 검은 산능선을 끼고 억새풀과 잡초로 우거진 평지에서 부대원들이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었다. 누가 누군지 잘 구분되지 않았지만 나는 어둠속에서 그들을 뒤따르며 숨죽인 목소리로 선임하사를 불렀다. "선임하사님...." 나의 목소리가 작았는지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도록 조금 가까이 접근하여 그를 불렀다. "선임하사님...?" 그러나 이내 그 부름을 멈춰야만 했다. 내 앞에서 산정상을 향해 소리없이 전진하는 그들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전진하는 그들.......정말로 억새풀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서 그렇게 뒹굴다가 왔는지 하나같이 흙투성이가 된 옷을 입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두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누군가 뒤돌아 보기를 바라며 선임하사를 불렀지만, 지금은 누군가 뒤돌아 볼까봐 가슴을 졸여야 했다. "너...이창훈 아냐?" 순간 내 등 뒤에서 나를 알아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선임하사였다.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부릅 뜬 눈으로 선임하사를 쳐다보았다. "너 이 자식...여기서 뭐하는거야?" 나는 다시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서는 억새풀 사이를 스치는 싸늘한 바람 소리만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등골을 찢는 듯한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힘겹게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야..임마. 여기서 뭐하는거냐니까?" "다...다들 어디 갔습니까?" "이 자식이 귓구멍에 전봇대를 박았나...아까 훈련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다 들 어디에 있습니까?" "매복 중이잖아." 그제서야 나는 선임하사 뒤 풀숲 사이에서 나를 쳐다보는 여러 개의 눈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저 앞에 가던 부대...." 나는 고개를 돌려 그들이 있던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슨 부대?" 역시 선임하사는 그들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았다. ".....전대웅 상병 어딨습니까?" "전대웅? 전대웅은 왜?" 그 순간 어둠에 묻힌 풀숲 사이에서 누군가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선임하사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무시한 채 풀숲을 헤치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 "야! 이창훈!! 저 새끼가 미쳤나?" 선임하사의 욕설과 분노는 이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전상병의 앞에 서자마자 나는 그가 들고 있는 소총의 총부리와 개머리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전상병은 내게 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보다 더한 힘을 주어 움겨 쥐었다. 나 또한 이제 질세라 입을 굳게 다물고 그가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더욱 세게 총을 움켜 쥐었다. 나의 손과 팔은 힘에 겨워 떨림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는 전혀 힘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내게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물었다. "너...뭐하는 새끼야?" 그의 부릅 뜬 두 눈과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은 그가 제정신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나 또한 제정신이 아니다. "너....너 누구야? 총 이리 내.." 나의 물음에 그는 살기가 묻어나오는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재빨리 그의 총에서 탄창을 분리하였다. "퍽" 그와 동시에 그가 휘두른 소총의 개머리판이 내 가슴에 떨어졌다. 나는 수미터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으으..윽...." 탄창을 손에 쥔 채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나에게 선임하사가 달려왔다. "이 개새끼들!! 뭐하는거야!! 또 쌈질이야!!" 선임하사의 호통 소리에 짙은 어둠 속에서 매복해 있던 십수명의 부대원들이 풀숲 사이에서 일어나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창훈..너 이 새끼 훈련장 와서 뭐하는 짓이야?"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나는 오른 손에 쥐고 있던 탄창을 확인해야만 했다. 예상대로  빈 탄창이 아닌 실탄이 들어있는 탄창이었다. "뭐야 이거......" 내 오른손에 쥐어있는 탄창을 본 선임하사는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실탄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실탄을 끼워넣는 자리에 붙여놓은 봉인딱지가 보이지 않았다. "헉....한 발이 장전되어 있어...." 그 말과 동시에 나는 용수철에서 튕겨 나가 듯 전상병을 향해 몸을 던졌다. "이~~야아아아아!!" "탕!!!" 눈이 멀 것 같은 섬광과 함께 고막을 파열시킬 듯한 천둥소리가 내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 주변의 산능선을 타고 총소리의 메아리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희뿌연 영상에서 소란스런 주변의 목소리들이 자그맣게 들려왔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선임하사가 나를 향해 뭐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것 같았지만 그 소리는 고막을 진동시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초첨을 맞추려고 애를 썼지만, 내 눈앞의 영상은 서서히 어둠속에 묻히고 있었다. "이창훈 일병? 정신이 드나?" 의사 복장을 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힘없는 눈으로 주변을 조심스레 살펴보니 이 곳이 의무대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나를 깨운 사람은 군의관이었다. "천만 다행이네. 총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어. 1센치만 안으로 들어가 스쳤어도...자넨 죽은 목숨이었을거야." 몸을 일으키자 잠시 오른쪽 이마 부분이 욱신거렸다. 붕대 대신 커다란 반창고가 이마에 붙여져 있었다. 군의관은 병실에 있던 전화기를 이용해 누군가에게 내가 깨어났음을 알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부대로 복귀해도 되네. 그런데 먼저 헌병대를 들렀다 가야겠네." "헌...헌병대 말입니까? 헌병대를 제가 왜 가야 합니까?" "총기 사고는 일단 헌병대 조사를 받게 되어 있어. 수사관이 사건 경위에 대한 조서를 꾸밀 수 있도록 진술을 해야 돼." ".........." 군의관은 잠시 내 머리맡에 있는 작은 봉투를 들어 보였다. "이거 자네건가?" "뭐..뭡니까?" "부적 같아 보이던데...자네 옷에서 나왔네." "네...." "후후...부모님이 주신 건가 보지?" "........" 군의관은 봉투를 나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다시는 의무대에 올 일이 없길 바라네." 태어나서 처음 대면하는 군수사관이라 논리적인 진술을 하려는 생각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음...그러니까 전대웅 상병이 다음 근무자에게 넘겨줘야 할 실탄이 든 탄창을 숨기고 빈 탄창을 넘겨줬다?" "네. 그렇습니다." 수사관은 연신 손가락 사이로 펜을 돌리며 치켜 든 눈으로 힐끔힐끔 나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도 전대웅 상병일거라고 생각을 못했다는데 넌 그 걸 어떻게 알았지?" "그..그냥 수상했습니다." "....." "그냥 낮부터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이상해 보였습니다." "....뭐야? 그게 다야?" 나는 모든 걸 부정하고 싶어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냥 직감적으로...." 수사관은 펜을 입에 물고는 나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전대웅은 군검찰로 이송되서 재판을 받을거야. 혹시 군검찰에서 소환명령이 떨어져서 증언을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돼. 전대웅도 지금 자신이 한 일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조금이라도 제 3자가 믿을 만한 말을 해야지. 안 그래?" "......" "음...좋아. 일단 여기까지 하자." 수사관은 조서 작성을 마쳤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날 따라와. 전대웅이 너하고 면담을 원한다." "절 말입니까?" "너 한테 사과를 하고 싶단다." 유치장의 철창살을 가운데 두고 전상병과 나는 마주 앉았다.우리는 한참 동안을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만 하였다. "미안하다..." 전상병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까맣게 그을린 두꺼운 살더미 사이에, 있는지 없는지 조차 분간하기 힘든 눈시울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나 또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까?" "그 걸 왜 나한테 물어? 다친 건 너잖아..." 나는 이마에 붙여진 커다란 반창고를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레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에 전상병도 눈물어린 표정의 미소로 답하였다. 어젯밤에 보았던 그 살기어린 눈빛은 온데간데 없고 , 지금 내 앞에는 장난끼 가득한 어린 아이가 있었다. "너...사회에서 만났으면 그냥 좋은 친구였을텐데....어쩌다가 군대에서 고참 쫄따구로 만나서 이 고생이냐.." "......." 나는 잠시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수미터 떨어져 우리를 지켜보던 수사관이 자신의 시계를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난 밖에 나가서 담배 한대 피고 올테니까, 얘기 잘 마무리 해라." 수사관이 자리를 비운 걸 확인한 전상병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입가의 미소를 지우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내 얘기 잘 들어...." 9 : 과거 "나와 김창식 병장, 그리고 최병희 병장은 OO공수여단에서 사병으로 근무했어." "..선임하사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그래...알고 있었군. 원래 공수여단은 부사관으로 꾸려지지만, 전산이나 행정같은 업무는 주로 사병들이 맡아. 그런데 TO가 다 차면 전입한 사병들도 어쩔 수 없이 부사관들과 훈련을 같이 받지.  *** TO(티오) : TO는 table of organization의 약자로서 정원(일정한 규정에 의하여 정한 인원)을 뜻한다.*** 우리 세 명은 TO가 차는 바람에 모두 부사관들과 같이 내무반 생활을 하며 훈련을 받았던 거야. 그 와중에 김창식 병장이 낙하산 강하훈련 중에 허리와 골반을 다쳤어. 얼마 뒤 김창식 병장은 취사반에 배정 받아서 그 때부터 취사일을 배우게 된거야. 그 부대엔 최병희 병장보다 고참인 한동철이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칼을 엄청나게 잘 다루는 사람이었어. 김창식 병장도 그 사람한테 칼질을 배운거야. 굉장히 우직하고, 말이 없는 성격이었어. 훈련이고 뭐고 맡겨진 일은 철두철미하게 수행했지. 그래서 간부들이 항상 부사관들 못지 않다며 항상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어. 게다가 우리들에게도 훈련비법 같은 것을 항상 전수해 주며 부사관들보다 뒤쳐지지 않도록 도와줬어. 사병들이 훈련에서 부사관들보다 뒤쳐지는 것을 한동철은 죽기보다 싫어했지. 그런데 문제는.........한동철이란 그 사람은 조울증인지 뭔지 알 수없는 정신병 같은게 있었어. 한 번 머리가 돌아버리면 습관적으로 칼을 던져. 지금의 김병장이 하는 것처럼 말야. 그런데 김병장도 따라할 수 없는 더 섬찟한 것은 사람을 세워놓고 칼을 던지기도 한다는거야. 서커스에서 사람 세워놓고 빈 자리에 칼을 던져서 맞추는 것처럼 말야. 그럴 때는 미친 놈이 따로 없었어. 나는 졸병이어서 당한 적이 없었는데 김창식 병장과 최병희 병장은 많이 당한 것 같았어. 너도 알다시피 김창식과 최병희도 보통 성격이 아니잖아.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한동철 앞에서는 꼬리내린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한동철한테 길들여졌었는지 알 수 있었지. 나도 언제 당할 지 몰랐어. 너무나 무서웠던 나는 부사관이나 부대 간부들에게 이 사실을 말할까도 했지만, 솔직히 한동철을 처벌하기도 전에 한동철의 대검을 먼저 맞을 것 같았어. 조금만 버티면 됐었어. 6개월만 버티면 그 놈은 제대하거든... 그런게 그렇게 좋으면 부사관으로 지원해서 빡세게 군대생활 하든지 그랬어야 하는데, 자기는 재수가 없어서 이런데 배치 받았다며 늘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지. 게다가 한동철은 부사관들을 너무 싫어했어. 자기보다 나이 어린 하사가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걸 굉장히 혐오스러워 했지. 늘 어떤 아무개..아무개 놈들을 내 손으로 죽여버릴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곤 했어. 그래서 한동철은 부사관들에게 지지않기 위해 그렇게 기를 쓰고 훈련을 받았는지도 몰라. 고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한동철은 학력 컴플렉스까지 있었어. 대학물을 먹은 나같은 애들을 쓸데없이 갈구기도 했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나는 처음 듣는 괴담같은 얘기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니가 말한 김선호...김선호라는 신입병이 들어왔는데, 이 자식도 TO가 차는 바람에 같이 내무반 생활을 하게 된거지.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 김선호는 내무반 생활을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녀석이었어. 덩치도 크고, 우람했지만 친구도 없어서 하루종일 pc방에서 게임을 하든가, 아니면 프라모델 장난감이나 혼자 조립하고 있을 그런 어리숙하고 착하게 생긴 계집애 같은 성격의 녀석이었지. 목소리도 여자 같아서 부사관들이 항상 '우리 선숙이..선숙이..' 이러면서 엉덩이를 툭툭 치며 여자처럼 대하기도 했어. 낙하산 강하, 천리 행군, 생존 훈련....김선호는 도저히 이런 것들과 어울리지 않을만큼 체력적으로도 약했어. 간단한 구보만 해도 뒤쳐지기 일쑤였어. 늘 부사관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지. 부사관들의 놀림거리가 된 그런 김선호를 한동철은 너무나도 싫어했어. 게다가 김선호는 한동철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인 유명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었거든. 어쩌다 그런 녀석이 공수부대에 오게 되었는지 당최 알 수 없었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여단본부 전산 특기병으로 오게 된거야. 그런데 TO가 다 차서 당분간만 내무반 생활을 같이 하게 되었던거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지상공수훈련이 있었던 날이였어. 부사관들과 내무반 소속 사병들은 단 한명의 열외도 없이 막타워에서 줄을 메고 강하훈련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김선호 차례가 된거야. 어땠겠냐? 응?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난리가 난거야. 막타워 점프대 입구에서 울고불고... 김선호 입장에서는 줄 하나에 목숨을 맡기고 막타워에서 뛰어내린다는게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냐? 말도 마라. 조교들은 정신봉이란 죽도를 들고 다니거든? 훈련에서 뒤쳐지거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으면 그 죽도로 사정없이 내려쳐. 물론 외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지. 그냥 정신차리라는 신호 중의 하나야. 김선호는 조교가 죽도를 미친듯이 내리쳐도 뛰어내리지 않는거야. 점프대 아래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부사관들은 배꼽을 잡으며 다들 뒤집어졌지. 어떤 부사관들은 '선숙이'를 외치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어. 그런데 거기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한동철도 있었어. 결국 조교가 발로 차버리면서 김선호는 계집애 같은 비명소리와 함께 그 날 막타워 훈련을 마치게 될 수 있었지. 저녁이 되자 한동철이 사병들을 집합시켰어. 그 날도 대검을 들고 말이야. 우리는 10분이 넘도록 얼차려를 받았어. 나와 김창식 병장, 최병희 병장은 우습게 끝낼 수 있는 정도였는데 김선호가 문제였어. 푸시업 10개도 제대로 못하는 거야. 한동철이 그랬지. 죽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하라고... 그런데 김선호가 그런거야.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한동철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 신병이 하늘같은 고참한테, 그것도 제대를 몇 개월 남기지도 않은 병장한테, 그것도 정신병자 같은 한동철한테.... 그런 말을 했으니 그걸 듣고 있던 우리 심정이 어땠겠냐? 한동철은 한 동안 할 말을 잃고는 김선호를 내려다 봤어. 한동철은 김선호의 머리를 대검으로 톡톡 치며 김선호를 일어나라고 명령했지. 그리고 벽에 기대고 세워져 있는 합판 앞에 서라는거야. 그 때 말렸어야 했어...흑흑.." 전상병은 입술을 깨물며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 나는 말없이 측은한 표정으로 어린 아이처럼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닦는 전상병을 바라보았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김선호는 병신같이 멀뚱멀뚱 서 있다가 몇 대 처맞고 그 앞에 선거야. 한동철은 김선호에게 눈감고 가만히 서 있으라고 했지. 그런데 사람이 어디 그러냐? 무슨 일인지 궁금하니까 김선호는 눈을 감은 척 하더니 실눈으로 한동철의 행동을 본 거야. 칼을 던지는 모습.....본능적으로 김선호는 몸을 돌리며 옆으로 수그렸어. 그런데 한동철의 손을 떠난 대검이 목표를 잃어버린 채 김선호의 왼쪽 어깨에 꽂혔버린거야. 난 처음으로 사람의 몸에서 심장박동에 맞춰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것을 보았어. 동맥이 끊어진거야. 늦었지만....너무나도 늦었지만...그제서야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한동철에게 달려 들었지." 전상병은 그 때 상황이 아직도 생생한지 깍지 낀 두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전상병에게 물었다. "김선호라는 사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었어." 그랬다. 내가 근무지에서 전상병과 뒤엉킨 날 나는 김선호를 보았던 것이다. 갑자기 등골을 따라 한기가 내려앉았다. "한동철은 군교도소에 수감됐어. 징역을 사는 기간이 몇 개월인지 몇 년인지 우리는 관심이 없었어. 우리가 제대하는 동안만 다시 돌아오지 않길 바랬지. 남은 우리는 김선호가 죽던 그 현장에서의 기억 때문에 미칠 것 같았어. 한동철의 살인 행각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았지. 불면증은 물론이고, 우울증까지 걸릴 것 같았어. 어느 날 나는 휴가를 나와 부모님께 이러한 사실을 말했어. 그랬더니 아버지 말씀이 먼 친척 중에 보병부대 사단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거야. 나는 아버지께 사정했지. 그 분한테 말을 해서 제발 부대를 옮기게 해달라고..... 그리고 난 부대에 돌아왔어. 그런데 또 다른 이상한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거야." "무슨 상황 말입니까?" "김창식 병장이 이상해진거야. 고양이만 보면 죽여." 나는 갑자기 김병장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알 수없는 공포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미친 것 같았어. 이유도 없이 그냥 고양이만 보면 죽이는거야. 그런 사실을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최병희 병장이 얘기를 해준거야. 만일 부사관들이나 간부들이 봤다면 당장 어느 정신병원에 수감시켰을거야. 이유를 물으면 그냥 고양이가 싫다는거야.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가 않았어.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았지. 그러나 김병장은 절대로 이유를 말하지 않았어. 얼마 뒤 여단본부에서 전출 명령이 떨어졌어. 아버지가 힘을 썼는지 나는 이 곳으로 전입오게 되었지. 천국 같았어. '같았어'가 아니라 그냥 천국이었어. 모든 것을 잊고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었어. 누구도 내 과거를 알 지 못한다는게 나는 너무나도 좋았어. 죽은 김선호에 대한 죄책감도 많이 수그러들었지. 며칠간은 잠도 잘 잘 수 있었고.... 그런데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어. 원래 부대 입장에서는 김병장과 최병장이 남아 있는 것을 껄끄러워 했나봐. 그 둘을 함께 묶어 이 곳으로 보내버린거야. 두려웠지만 우린 서로를 무시했지. 그 어떤 합의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할거라는 걸 우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 그리고 실제로 편했어. 김병장이나 최병장이나 얼굴색이 변할 만큼 행복해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이 곳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신병이 한 명 들어왔어.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자대배치를 받은 나보다 고참인 신병.....정한수를 만나게 된거야. 죽었다는 무당의 아들..... 그를 만나면서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았던 우리의 군대 생활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지." 10 : 친구 전상병은 잠시 마른 눈물을 닦아냈다. "죽은 정한수가 했던 말....그 말을 난 김창식 병장과 최병희 병장한테 말하고 말았어." "무..무슨 말 말입니까?" "죽은 정한수가 그랬잖아. 땅구덩이에서 쏟아져 나온 귀신 중 하나가 김창식 병장한테 붙었다고.... 부적 얘기부터 해서 정한수가 내게 했던 말을 낱낱히 털어놓았지. 그 말을 들은 김병장은 엄청나게 두려운 기색을 보였어. 그냥 실성한 놈이 허튼소리 했다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유독 김병장은 그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거야. 죽은 김선호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 보였어. 우리 모두가 잊고 싶었던 기억에서 김병장은 벗어나지 못했던거야 난 분명히 확신해. 정한수의 부적을 없애버린 사람은 김창식 병장이야. 그래서 정한수가 죽은 거고, 그 사실을 나차럼 짐작하고 있는 최병장은 그 뒤로 김병장을 엄청나게 갈구기 시작한거야." 어린 아이처럼 손톱을 깨물고 있는 전상병은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5초소가 생기기 전....5초소 자리에 밤마다 누군가가 돌아다닌다는 사병들의 얘기 때문에 5초소를 만들었던 거야. 명목상은 민간인 출입이나 적의 침투 경로 차단이었지만 다 들 알고 있었어. 그것 때문이 아니라는 것. 다 들 죽은 정한수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수근거렸지. 그런데 근무를 서면서 니가 나한테 죽은 김선호 얘기를 한거야. 난 심장이 멎을 것 같았지. 잊고 싶었던 악몽같은 기억이 다시 나를 고문하기 시작했어. 최병희 병장한테 그 얘기를 했지만 최병장은 나를 미친 놈 취급했어. 이 부대에 죽은 김선호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정말 심장이 터져나갈 듯 두려웠어. 왜 김병장이 정신병자처럼 고양이를 그렇게 죽이는지 그 심정이 이해되는 것 같았어." "수사관이 그러던데 어젯밤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정말입니까? 실탄을 들고 갔던 기억이 전혀 없었습니까?" "실탄은 내 의지로 챙긴거야. 두려움이 몰려와 어쩔 수가 없었어. 어둠이 깔린 풀숲에서 김선호를 볼 것 같았어. 아니...김선호의 혼령에 지배당한 누군가가 나를 해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실탄을 챙겼어. 쏠 생각도 없었고, 죽일 생각도 없었어. 단지, 장전된 그 총이 없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어. 매복훈련이 계속되자 조금씩 졸음이 몰려왔어. 그리고 그 다음 일이 기억에서 사라진거야. 귀신들린거야...분명히.." 전상병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런데..너 정말 김선호를 어떻게 안거냐?" 전상병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의 표정으로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상병님 명찰에 적혀 있는 이름이 김선호였습니다." "..........." 전상병은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부대에 김선호가 있어...김병장과 최병장이 위험해. 김선호가 그들한테 붙어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김병장이 고양이를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도 고양이가 죽은 김선호를 불러내기라도 할까봐 두려운거야. 김선호에 대한 죄책감을 지우려고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행동인지도 몰라. 전에 니가 그랬잖아.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 귀신을 알아보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칼잡이 김병장이 누구에게 식칼을 던져버릴지 몰라.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돼. 그런데 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전상병에게 나는 조심스레 작은 봉투를 꺼내 그 안에 들어있는 부적을 보여 주었다. "아니!! 니...니가 그걸 어떻게?" "죽은 정한수 엄마가 저에게 준겁니다. 귀신을 보여 줄거라고..." "뭐? 뭐라구?" "어젯밤 사고가 있기 전 귀신들을 보았습니다. 훈련 중인 부대원들 이상가는 많은 수의 귀신을 말입니다. 그리고 전상병님과 몸싸움을 할 때도 알 수 없는 낯선 기운을 느꼈구요. 무당이라는 정한수 엄마가 자신의 아들을 찾지 못하면 우리 부대원들이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정한수라는 사람을 찾아 그를 위로하여 그들의 세상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김선호는? 죽은 김선호는 어떡하고?" "저는 그 사람 얼굴도 모릅니다." "그냥 어떻게 해서든 찾아...." 잠시 후 수사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상병은 나에게 다가와 차가운 철창살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니가 부대원들과 내 목숨을 살렸다. 나중에 사회에서 다시 만나거든 우리 꼭 살아 있는 모습으로 보자." 전상병은 마른 눈물자국 위로 또 다른 눈물을 쏟아냈다. "그 때는 우리 과거를 잊고 정말 좋은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 "........" 나는 슬픔과 서러움에 일그러진 전상병의 얼굴을 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부대에 돌아온 나는 중대장부터 시작해서 모든 간부들과 면담을 해야만 했다. 대량 살상 사고를 막은 공로로 대대장 표창과 함께 포상휴가가 있을거라는 얘기도 들려 주었다. 어쩌면 먼 친척뻘 되는 사단장의 지시였는지도 모른다. 예상대로 김창식 병장과 최병희 병장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단초?" "네. 며칠만 단초를 서게 해주십시요." "너 미친 것 아냐? 그건 안돼. 부대 인원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규정상 단초는 설 수가 없어." 근무자 배정을 담당하는 선임하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내 얘기를 받아들였다. "며칠만입니다. 부탁입니다. 선임하사님." "너 왜 단초근무를 서려고 하는데? 일병생활 하니까 힘드냐? 자살이라도 하려고? 전에 이 부대에 자살 사고가 있었다는 것 너도 알고 있지? 아니면 탈영이라도 할꺼냐?" "자살을 할거면 뭐하러 단초 근무까지 요청을 하겠습니까? 산에 올라가서 그냥 목이라도 매달면 되지 않습니까? 게다가 곧 포상휴가를 갈 사람이 탈영을 하기 위해 단초 근무를 요청합니까? 그냥 휴가 나가서 안들어오면 되지." "아~~~ 이 새끼..특이한 놈이네. 딴 놈들은 무서워서라도 싫어할텐데...진짜 이유를 말해봐. 이유가 분명하면 허가해 주지." 선임하사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말하라니까...." "...귀신을 만나야 합니다." 내 말에 선임하사는 멍하니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급스런(?) 단어를 사용하며 입을 열었다. "아주 지랄염병을 하는구나." "......." "너 혹시 귀신 볼 줄 아냐?" "네. 총기 사고가 있던 날도 훈련 중인 귀신들을 보았습니다." 선임하사는 놀란 듯 내 답변에 말을 잇지 못하였다. "헌병대에서 전대웅 상병을 면담했는데 전상병도 자기가 귀신들렸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사건이 또 일어날 지도 모릅니다." 선임하사의 눈빛은 내 말을 불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분명 5초소가 생기기 전에도 많은 귀신 소동이 있었을 것이다. 설득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난 선임하사를 설득하기 위해 김선호와 정한수 얘기를 동원하지는 않았다. "귀신을 만나면 뭘 어떻게 할건데?" "그들을 위로해서 저승으로 보내야 합니다.." "헐...무슨 니가 법사냐? 퇴마사야?" "저 아니었으면 전상병의 소총에 몇 명이 죽은 송장으로 변했을지 모릅니다. 선임하사님...며칠만 서겠습니다. 네? 제발 부탁입니다." "헐..미치겠네. 좋아. 대신 실탄은 소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는 내가 정한다." "안됩니다. 선임하사님." "아~~ 씨발 뭔 요구사항이 그렇게 많아? 부대에서 인기스타가 되었다고 아주 나를 개X으로 보는구나." 선임하사는 짜증스러운 듯 모자를 벗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실탄은 소지하지 않아도 되는데 근무지는 5초소, 시간은 자시로 해주십시오." "자시?" "밤 11시에서 새벽 1시 말입니다." "니미럴, 이젠 법사나 퇴마사들이 쓰는 용어로 말하고 있네...근데 두 시간이나 서겠단 말야?" "네. 어차피 제가 한 시간이라도 더 서면 근무자 돌리기가 더 수월하지 않습니까?" "니미...내 걱정까지 해주고 있네. 알았어. 대신 딱 3일이다." "사랑합니다. 선임하사님!!" 나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선임하사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손놔!! 자식아!! 소대장이나 중대장이 당직 서는 날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다른 선임하사들이 당직 서는 3일간만 단초로 서는거다. 그리고 이 얘기는 너만 알고 있어야돼. 근무자들하고 교대할 때는 니 사수가 당직사관하고 같이 있다고 말해. 그리고 그럴리는 없겠지만 자살이나 탈영할 생각은 꿈도 꾸지마. 그러면 난 X되는거야" "네. 선임하사님!! 꼭 명심하겠습니다!!" 선임하사는 잠시 근무자 명단을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그럼...오늘 내가 당직이니까 오늘밤부터 시작한다." 밤 10시 취침....잠이 오지 않았다. 어차피 11시부터 근무니 10시 반이면 일어나야 한다. 나는 침상에 바로 누운 채 주머니 속의 부적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3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겨낼 수 있을거란 다짐으로 나는 부적을 꼭 움켜쥐었다. 시간이 되었다. 나는 복장을 갖추고  교대시간에 맞추어 근무지로 향하였다. 오늘따라 유달리 주변 경관이 음산하게 느껴졌다. 취사장 뒤로 돌아 어둠에 싸인 5초소로 가는 길....한기를 머금은 싸늘한 달빛만이 내가 걷는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아직도 5초소까지 가기 위해서는 산속 길을 백여미터나 더 걸어야 했다. 그 때 잔밥통 주변에 도달한 순간 내 눈에 둘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올가미에 뭐가 걸려들어 몸부림치며 켁켁대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고양이...내가 죽는다면 아마 난 고양이의 저주로 죽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어둠속의 요동치는 형체가 고양일거라고 믿으며 나는 가까이 그 곳에 접근했다. 김병장 몰래 고양이를 풀어 줄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근거없는 믿음은 곧 공포로 돌변하였다. 사람이었다. 아니...귀신이었다. 어젯밤 잔밥통 앞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던 그 병사였다. 그날 보았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땀인지 피인지 모를 검은 액체가 얼굴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 손으로 목에 걸린 올가미를 움켜쥔 채, 잔밥통 주변에 떨어진 기름찌꺼기 위에서 연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켁켁!! 켁켁!!" 올가미의 압력에 검은 눈동자가 사라진 하얀 눈알이 곧 튀어나 올듯 부풀어 있었다.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통스럽게 숨넘어가는 소리와 발버둥 소리를 외면한 채 그의 옆을 지나기 시작했다.  "켁켁!!" 그러나 이내 나는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켁켁..이봐...거기....켁켁..." [출처]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8~10 | 웃대(하드론) ________________________ 후........... 뭐야 자꾸 보이는거 티내면 어쩌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쫄깃한 내 심장은 내일로 미루고 내일 다시 보쟈! 토요일 잘 쉬고!
퍼오는 귀신썰)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1화
오늘 진짜 덥네. 이런 날은 어쩔 수 없잖아 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인 건 뭐다? 바로 귀신썰 ㅎㅎㅎ 오랜만에 으스스한 이야기를 가져와 봤어. 같이 볼까? 더위 사냥! _______________________ 1 : 김병장 "김병장님, 짬밥 버리는 곳에 고양이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재촉에도 점심을 준비하던 김창식 병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커다란 무쇠 가마 속에 섞여있는 야채와 돼지고기를 열심히 휘젓고 있었다. 사회에 있을 때 요리와 관련없는 무슨 전문대를 다니다 왔다고 들었는데 어찌하여 취사병을 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 확실한 건 그가 요리에 매우 능숙하다는 것이다. 그 거칠고 우람한 손으로 몇 가지 되지도 않는 재료로 만들어낸 요리는 항상 부대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또한 칼질까지 예술이다. 태어나서 과도로 사과 껍질을 5초 만에 매끈하게 벗겨내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왼손으로 사과의 위아래 오목한 곳을 잡고 조금씩 돌리며, 오른손으로 과도를 사과 표면에 가져간 후 요동치는 지진계의 바늘처럼 과도를 사정없이 좌우로 왕복운동시키더니 사과 모양을 잃지 않고 그대로 껍질을 벗겨내는 것이다. 실로 마술에 가까웠다. 근육질 몸에 덩치는 산처럼 우람하여 겉보기에 매우 거칠 것으로 보이지만 성격은 생각보다 내성적이다. 그러나 한번 성질을 냈다하면 부대 전체가 뒤집어질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상병 때 고참을 패서 군기교육대에 갔다온 적도 있다. 김병장은 순간적인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본 것 중 하나는 식판 정리를 하던 후임병이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자 도마질을 하고 있던 칼을 집어 던져버린 적도 있다. 그 무시무시한 정육점에서나 쓰는 무쇠칼이 연신 회전을 거듭하며 후임병 옆을 스쳐 취사장 벽에 박혀버렸다. 망나니 김병장..... 그 뒤로 후임병들 사이에서 그는 그렇게 통한다. 그가 앞치마를 두르고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할 때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무슨 명령을 내릴까 조마조마하여 지켜보게 되고,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몸 속에 금속 성분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눈에 띄게 불었음을 보고한 나는 김병장의 대답을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제 막 일병을 단 내가 그에게 대답을 독촉할 수 없지 않은가? 그것도 머리 짧은 망나니한테... "얼마나 많은데?" "방금 보고 온 것만 해도 대여섯 마리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제서야 김병장은 삽자루 같은 주걱질을 멈추었다. "씨발...어디 고양이 분양소라도 있는거야? 왜 이렇게 자꾸 늘어나는거야?" "어떡합니까? 김병장님." "어떡하긴 어떡해? 약을 놓든 덫을 놓든 해야지. 아...씨발 바빠 죽겠는데 별게 다 신경 쓰이게 만드네." 김병장은 나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명령했다. "너, 이것 좀 젓고 있어. 나가서 확인 좀 해보게." 김병장은 나에게 삽자루같은 커다란 주걱을 넘겨주고 취사장을 나섰다. 나는 심기가 불편했다. 고양이들 입장에서 김병장은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였다. 잔밥통에 서성거린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김병장에게 죽어간 고양이가 네다섯마리나 된다. 그것도 그냥 죽인 것이 아니다. 한 번은 고양이를 목 매달아 밤새 두들겨 패서 죽인 적도 있고, 한 번은 끔찍하게 목을 잘라버린 적도 있다. 그 중에 가장 끔찍했던 것은 덫에 걸려 바동거리는 고양이에게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던 때다. 그 역겨운 냄새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양이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같이 늘어가는 듯 보였다. 나는 그가 넘겨준 주걱을 받아들고 거대한 가마솥에서 익어가는 재료들을 열심히 휘저었다. 몇 번을 젓고 나서야 그가 얼마나 힘이 장사인지 깨달았다. 마치 거의 굳어가는 콘크리트 반죽을 삽으로 휘젓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올라오는 열기가 숨구멍을 틀어막는 것 같았다. 나는 취사병이 아니다. 우리 부대 취사병은 공식적으로 김병장 하나 뿐이고, 나머지는 소대별로 돌아가며 일주일동안 그의 일을 도와주는 도우미일 뿐이다. 이번 주는 내가 김병장과 함께 해야 한다. 모든 요리는 김병장이 하며, 그외 설겆이 같은 소소한 치다꺼리만 내가 하게 된다. 점점 배식 시간이 다가오는데 김병장이 들어오지 않았다. 괜히 불안했다. 고양이를 잡아 죽이고 내장이라도 꺼내 취사장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두려움 반, 걱정 반... 나는 가스불을 끄고 취사장 밖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나서자 예상과 달리 물끄러미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연신 담배를 빨고 있는 김병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앞에는 잔밥통 주변을 서성이는 고양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 수가 벌써 열마리를 넘어선 것 같았다. 마치 동족을 죽인 것에 대한 분노로 항의 시위라도 온 것 같았다. 나는 소리없이 잔밥통 주변을 서성이는 고양이가 거슬렸다. 솔직히 그들의 행동이 거슬리는게 아니라 김병장에게 잡힐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빨리 도망치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무슨 또 험한 광경을 목격할지 몰라 나는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김병장은 고양이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의 초점은 나와 같은 곳에 모아진게 아니었다. 그가 시선을 두고 있는 방향은 그 뒤편의 어둑어둑한 숲이었다.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자 나는 김병장을 재촉했다. "김병장님, 배식시간 다가옵니다." 나의 말에도 김병장은 한 발자국도 꿈쩍하지 않았다. 시선을 숲에 고정한 채 잠시 후 김병장은 입을 열었다. "야..이창훈..." "일병, 이창훈.." "너...저 숲에 가본 적 있냐?" "없습니다." 갑자기 그가 왜 이런 것을 묻는걸까? 김병장은 잠시 담배연기의 흡입을 멈추었다. 바람 때문인지 연기를 빨지 않았음에도 담배는 빠른 속도로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불씨가 필터까지 접근했음에도 김병장은 모르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김병장은 그 곳을 향한 시선을 풀지 않았다. 기묘한 기운을 온 몸을 감싸고 돌았다. 특히 눈에 띄게 그 수가 불어난 고양이가 찝찝한 기분을 더욱 돋우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한 번 김병장을 일깨웠다. "김병장님, 배식시간 다가옵니다." 그러나 나의 재촉에 김병장은 엉뚱한 대답으로 응수했다. "이 고양이들은 먹을 것을 찾아 온게 아냐."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망쳐 온거야. 뭔가를 피해서..." 내가 김병장의 정체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던 것은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김병장은 숲을 향한 시선을 풀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고기 다 볶았으면 퍼내서 배식판에 올려 놔." "네. 알겠습니다." 나는 다시 취사장으로 향했다. 고기가 다 익었음을 확인한 나는 엄청난 양의 제육볶음을 배식판에 퍼내기 시작했다. 한 참을 퍼 내고 있던 그 때 나의 눈에 들어온 뭔가가 보였다. 150여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국을 끓일 수 있는 가스버너가 달린 커다란 조리기였다. 구형 오르간처럼 생긴 스테인레스 재질의 조리기이다. 뚜껑을 열면 안에 빈 공간이 있고 그 곳에 여러 재료를 넣는다. 그리고 뒷편에 설치된 가스버너를 켜서 가열하면 국이 되는 것이다. 보통 국이 다 끓여지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뚜껑을 열여놓는데, 뚜껑 위 선반에 놓여진 검은색 걸레가 눈에 들어왔다. 버너 주변의 이물질을 닦는 걸레인데 본래의 색깔은 검은 색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조리기 위의 선반도 조리기처럼 스테인레스 재질이라 미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마... 불길한 예감은 적중해 버리고 말았다. 꿈틀거리듯 미끄럼을 타던 그 걸레가 국통안으로 몸을 던져버린 것이다. "헉!!!" 나는 단말마 같은 숨죽은 비명을 지르고는 내 머리통보다 큰 국자를 들고 국통으로 달려갔다. 그 거대한 국통속에 담긴 것은 '배추우거지 된장국'이었다.  군대에서는 된장국을 간단히 '똥국'이라고 한다. 나는 국자를 이리저리 저어 들어올리며 똥국 속에서 걸레를 찾으려 애썼다. "뭐하냐?" "예?" 김병장이 들어왔다. "배식 준비해야지." 나는 놀란 가슴을 최대한 진정시키며 조용히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우리 부대는 밥이나 반찬은 본인이 식판에 담을 수 있고 국만 취사병이 배식한다. 밥과 기타 반찬들이 배식대 위에 놓여졌다. 멀리서 부대원들의 군가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쩔 줄 모르며 국통 앞을 서성이는 나를 바라본 김병장이 입을 열었다. "뭐해 임마? 국 배식 준비 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김병장은 하루의 일과가 끝난 사람처럼 내 뒤에 멀찌감치 의자를 가져다 놓고 거기에 앉아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나는 커다란 국자를 이용해 조리기에 담긴 국을 작은 국통에 조심스럽게 퍼 담았다. 물론 건더기는 퍼올릴 수가 없었다. 만일 그 시커먼 걸레가 나오면 내 뒤통수에 그 무쇠칼이 내리꽂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배식이 시작되었다. 나는 국통 속의 국을 작은 국자를 이용해 병사들에게 한 국자씩 배식을 했다. 걸레 국물이 섞여있다고 생각하니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지금은 내가 살아야 했다.  몇 분이 지나자 작은 국통이 바닥을 드러냈다. 나는 또다시 큰 국자를 이용해 조리기에서 국을 퍼냈다.  물론 국물만이다. 그리고 다시 배식..... 이렇게 반복하기를 서너번..... 그런데 갑자기 말년 병장 한 명이 배식판을 통해 머리를 내밀었다. 일명 미친 개로 통하는 김병장 킬러 최병희 병장이었다. 우람한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웬만한 무술은 다 섭렵한 운동신경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마르고 시커먼 얼굴에 눈 밑에는 칼을 맞은 건지 긁힌 건지 모르는 3센티미터 정도의 흉터 자국이 있었는데, 그것 하나로도 최병장의 모든 이미지를 다 표현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무섭게 생겼다. 최병장은 김병장보다 4개월 선임인데 김병장을 왜 싫어하는지 이유는 잘 모른다. 그런데 항상 최병장은 김병장을 괴롭혀왔다. 만일 우리 부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면 이들 둘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하나씩 나눠 차지할 것이다. 최병장이 나에게 김병장을 찾았다. "야...김창식이 어딨어?" "왜... 왜 그러십니까?" "닥치고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미친개와 망나니 사이에서 나는 별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단지 외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으며 목숨을 부지하는 것 뿐이었다. 불려온 김병장은 최병장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오늘 국 메뉴 뭐야?" "똥국입니다." "그런데 왜 똥국에 건더기가 없어?" "예? 우거지랑 여러가지 많이 넣었습니다." "야..씨발 니 눈으로 봐! 뭐가 있나?" 최병장은 옆에 놓여있던 식판을 들이 밀었다. 건더기가 하나도 없는 국물..... 말없이 국을 바라보던 김병장이 나를 돌아봤다. 무서웠다. 그 눈빛... 취사장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될 듯한 기분이었다. 나무토막처럼 나는 얼어붙었다. "너...시발...어떻게 배식한거야?" "그게...저.." "꺼져, 배식은 내가 한다." "제가 다시 하겠습니다." "꺼져 시발아." 그는 조리기로 다가가더니 팔을 걷어 올렸다. 그러면서 최병장에 대한 분노가 밀려오는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언젠가 저 새끼 이 곳에 집어넣어 국물을 우려내고 말거다." 그러더니 그의 우악스러운 손에 들려진 커다란 국자가 연신 조리기 속의 우거지를 퍼내기 시작했다. 그 우거지가 들어 올려질 때마다 나는 심장의 기능이 하나씩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배식..... 작은 국통이 바닥을 보일 때마다 김병장은 나에게 보란 듯이 조리기에서 국통으로 건더기를 퍼올렸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몇 차례... 드디어 조리기 속을 휘젓던 국자를 따라 길고 시커먼 무언가가 따라 올라왔다. 그 걸레였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김병장도 어이가 없는지 부릅 뜬 눈으로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바빴다. 몇 초가 지났을까? 김병장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바라보왔다. 김병장은 잠시 나를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넌 못 본거다." 그러더니 국자에 걸려나온 그 시커먼 걸레를 조리기 안으로 깊이 쑤셔넣었다. '이 새끼...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나는 행여나 머릿속의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봐 입을 굳게 다물었다. 2 : 기억 자정이 넘어서자 5초소 주변으로 짙은 어둠이 피어올랐다. 원래 취사병 도우미는 근무를 열외시켜 주는데, 부대원 몇이 훈련 파견 나가는 바람에 인원이 부족하게 되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달빛이 조명 역할을 해줬었는데 그마저도 이 깊은 산중에서는 오래가지 못하고 능선 뒷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나의 뒤에서 초소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전상병은 손톱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상병 말호봉인 전상병은 부대내에서 군기 담당병으로 불렸다.  나는 늘 생각하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 부대 고참들은 하나같이 다 무섭게 생겼다는 것이다. 전상병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전상병은 어디서 썬텐을 하는지 얼굴은 시꺼멓게 그을려 있었고, 까맣게 그을린 울퉁불퉁한 감자덩어리에 두 개의 칼집을  낸 것처럼 찢어진 눈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눈알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두툼란 눈꺼풀이 눈알을 덮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먹어치울듯한 큰 입과 그것에 균형을 맞추기라도 하듯 두툼한 입술이 막대풍선처럼 포개져 있었다. 그러나 우악스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상당한 학구파였고, 명문대를 다니다 온 사람이었다. 쥐죽은 듯한 적막 속에서 사각거리는 손톱 갈리는 소리만이 지금 들려오는 유일한 소음이었다. "야..이창훈" "일병, 이창훈" "심심하냐?" "아닙니다." "주변 분위기도 그럴싸한데 내가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줄까?" "무슨 얘기 말입니까?" "이 5초소가 왜 있는지 아냐?" "....모르겠습니다." "흐흐흐..." 갑자기 전상병은 내 뒤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뱉았다. 지금 내 뒤에 있서 볼 수 없지만 그는 분명 그 두터운 막대풍선 사이로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5초소는 조금 이상했다. 특별히 경계를 해야될 시설물도 없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도 아니었다. 게다가 더 이상한 건 부대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족히 눈짐작으로 보아도 부대막사로부터 이백여미터는 넘게 떨어져 있다. 도대체 이런 고립된 산중에 누가 초소를 만들 생각을 했던 것일까? "내가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후에 일어난 일이야. 부대에 정한수라는 이등병이 전입왔어. 운전병 후반기 교육을 받고 온 놈인데, 니미럴... 자대 배치 다음 달에 일병을 달더라구. 내가 자대 생활을 두 달이나 먼저 하고 있었는데 쫄병이라고 온 놈이 내 고참이었던거야. 기분 더러웠지. 그 자식은 체격도 왜소하고 삐쩍 말라서 힘도 없는데다가 약간 모자른 놈이였어. 아침에 구보하면 항상 뒤쳐지기 일쑤였고, 행군할 때도 항상 낙오됐었지. 나중엔 아예 그놈만 군장을 메지 않고 행군을 할 때도 있었다니까. 아니면 선탑 차량 운전을 했지. 일하는 것도 지랄맞도록 느려 터졌고, 항상 쉬운 일만 맡아서 했었지. 그 놈 때문에 우리 동기들이 무지하게 고생했었지.  그 놈이 할 일을 우리가 대신 했었으니까 게다가 말도 어눌해서 졸라 불쌍해 보였고, 우리에게 고참 대접도 받기 힘들었지. 혹시나 사고라도 나서 죽을까봐 대대장은 그 놈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삼았지." "특별 관리 대상이 뭡니까?" "별거 아냐. 군대 부적응자가 혹시나 자살이라도 할까봐 감시병을 붙여두는거지. 감시병이 고참이면 생활이 힘들 것 같으니까 보통은 같은 동기를 감시병으로 붙여두지. 그 놈이 어딜가든 쫓아다니는거야. 심지어 화장실 가서도 감시병이 밖에서 1분 간격으로 노크를 하지.  보통 화장실에서 자살을 많이 하니까 살아있나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는거야. 그 자식 실제로 손목에 칼로 그은 듯한 흉터가 몇 개 있더라구." 전상병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잠시 손톱 손질을 멈추었다.  "그런데 그 놈 진짜 이상했어. 소름끼치도록 말야..."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내 뒤에서 진지한 말투를 내뱉고 있는 전상병이 왠지 무섭게 느껴졌다. 차라리 계속 손톱 손질하는 소리를 내주길 바랬다. "그 자식은 이상한 부적같은 것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더라구. 어떤 건 모자 속에 어떤 건 군화 속에 어떤 건 군장 속에...... 알고보니까 걔 엄마가 무당이라고 그러더라구.  몸이 약한 아들이 군대에 있으니까 엄마가 정성들여 부적을 써줬나봐. 그런데 그건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부적이 아니었어. 종이도 붉은 색인데다가 문양도 글자가 아니고 무서운 괴물형상같은 그림이 깨알같이 그려져 있었지. 아무도 그 부적의 용도에 대해 묻지 않았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나빴어. 게다가 특별 관리 대상이라 아무도 걔한테 가까이 가려하지 않았지. 걔한테는 영기(靈氣)가 느껴졌어. 그 썩어가는 몸뚱아리에 쓸 만한 거라곤 눈이었어. 눈에서 무서울 정도로 광채가 돌았지.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 두 눈....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여기 5초소 자리는 원래 뒤산의 능선 줄기가 끝나는 곳이었지. 토질이 마사토라서 부대에서 이곳을 파내어 연병장이나 비포장 도로에 깔기로 했지. 단순히 삽질로 능선 줄기 하나를 파낸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했어. 그래서 대대장이 공병대에 요청을 해서 포크레인이 한대 왔지. 능선 줄기만 파내어 주면 나머지는 우리가 삽질을 하면 됐으니까 일거리가 무지하게 많이 줄게 된거지. 그런데 그때 정한수 일병이 같이 있었는데 포크레인이 몇 번 굴삭질을 하는 걸 보더니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거야." 나는 마른 침을 한번 삼키며 조용히 손목시계를 한번 들여다 봤다. 12시 35분..... 전상병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공포스런 기운이 주변을 감싸는 듯 했다. 내 기분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전장병은 여전히 내 뒷편에 앉아 말을 이었다.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파내어진 자리를 지켜보고 있는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마구 괴성을 지르며 포크레인 운전병한테 멈추라고 소리를 지르는거야. 그리고는 그 허약한 몸으로 미친듯이 삽질을 하며 다시 흙을 구덩이에 처넣는거야.  미친 놈 같았어. 아니...그냥 미쳤었어. 순간 우리는 혼이 빠진 것처럼 몇 초동안 멍하니 걔 행동만을 지켜보고만 있었지.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형사가 범죄자를 체포하듯이 팔을 뒤로 잡아챈 다음 바닥에 눕혀 그를 제압했지." "왜....왜 그랬답니까?" 나는 이미 전상병의 분위기에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물음에 전상병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는 듯 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나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니미....씨발...구덩이에서 귀신이 나온데...그것도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 쏟아져 나오고 있대."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 내 척추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나는 긴숨을 한번 되새기며, 그에게 물었다. "그..그럼... 그 구덩이 자리가 이곳입니까?" 나는 질문을 던져놓고, 조심스럽게 곁눈질로 전상병의 얼굴을 살폈다. 전상병은 내 옆에 바른 자세로 서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인데도 전상병은 그 때 그 기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나는 궁금해 미칠 것 같ㄴ았지만 전상병은 나의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다른 놈이 그런 얘기를 했다면 무시하고 넘어갔을지도 몰라. 그런데 정한수 그 놈이 그런 얘기를 하니까 다들 맥반석 위의 오징어처럼 오그라들었지." 전상병은 긴장을 풀려는지 잠시 긴 숨을 내뱉았다. "작업은 중지됐어. 대대장이 직접 공병대에 부탁해서 포크레인까지 동원된 작업이 중단된거야. 같이 있던 소대장도 사색이 되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뿐이었어. 대대장에게 욕을 처먹는걸 각오하고 작업을 취소시키거나 아니면 정한수 말을 무시하고 계속 파내려가는 거였어." "어..어떻게 했습니까?" 나와 나란히 같이 서있던 전상병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음흉스런 미소를 지으며 답을 했다. "그냥 팠지...." 나는 마치 그 때 그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냥 팠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 삽질을 하면서 우리는 걱정되는 마음에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예정대로 마사토를 트럭에 퍼담아 연병장에 깔았어." "그 일병은 어떻게 됐습니까?" "근신 조치 되었어. 외부활동은 금지되었고, 부대 내에서 하루종일 청소하고 밤에는 반성문을 썼지. 감시는 더더욱 심해졌고, 심지어 근무도 열외되었어. 그런데 그 뒤로 그 놈의 행동이 이상했어. 누구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자꾸 주변을 살피며 불안해 하는거야. 장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진지했어. 진짜로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는 사람 같았다니까."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상병을 말을 멈추게 할 권한이 없었다. 지금 여기 저기서 수많은 손들이 나를 쓰다듬는 것 같은 한기가 온 몸에 퍼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부대에 회식이 있던 날이었지. 돼지를 한 마리 잡았는데 보통 맛있는 부위는 대대장이나 중대장에게 건네지고 나머지를 부대원들이 먹게 되지. 보통 썰어서 구워먹거나 제육볶음으로 해먹는데 그 때 취사병이 제안을 하나 하는거야. 통째로 쇠봉을 박아서 바베큐로 구워먹자는거야. 부대원들은 우린 흔쾌히 승락했지. 그 때 고참들이 졸병들에게 불을 땔 장작거리를 주워오라는거야. 그래서 나를 포함해서 몇 명이 저녁 7시가 넘을 무렵 어둑어둑한 산속으로 나무쪼가리를 주으러 갔지. 산에 들어서기 전에는 별로 어둡지 않았는데 산속으로 들어가니까 제법 많이 어두워지더라구. 그런데...후..." 전상병은 뭐가 두려운지 다시 한번 긴 숨을 내뱉았다.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려서 적당한 장작거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어. 그런데 날이 더 어두워질 것 같으니까 우린 눈에 띠는 대로 장작거리를 열심히 포대자루에 주워 담았어. 나무쪼가리가 많은 곳이 있길래 정신없이 한참을 주웠지.  그런데 줍다보니까 그 자리가 얼마 전 정한수 일병이 소동을 벌이던 곳이었어. 어후..졸라 소름끼치더라구...그래서 우리는 얼른 작업을 멈추고 포대자루를 짊어지고 내려왔지. 모두들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더라구. 그런데 말야..." 전상병의 긴장감 도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넘기고 있었다. "포대자루를 뒤집어 쏟아내는 순간 우리는 모두 나자빠졌지." "뭐..뭣 때문에 말입니까?" "씨발...우리가 주워 온게 나무가 아니었어. 까맣게 색바랜 뼈였어!!" "예? 뼈 말입니까? 뼈를 나무인 줄 알고 주웠단 말입니까?" "몰라, 씨발...다들 나무라고 생각하고 주워왔는데 뼈였어. 우리는 심장이 멎는듯 했어. 크기나 모양으로 봐서 동물의 뼈가 아니었어. 누가 봐도 사람 뼈였어. 나하고 같이 주웠던 홍상병은 부서진 골반뼈까지 주워 왔더라구." 전상병은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괴로운지 헬멧을 벗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회식은 물 건너 갔지. 혹시나 그 자리가 무연고 무덤일지 몰라서 날이 밝자마자 군청에 신고를 했지. 군청 직원들과 경찰들이 그 구덩이를 둘러쌌지. 여기저기 증거 사진을 찍더니만 군청 직원 얘기로는 거기가 신고된 무덤 자리가 아니라고 하더군.  군청에서 뼈를 모두 수거해갔어. 상당히 많은 뼈가 나왔어. 포대자루로 다섯 포대 이상은 나온 것 같았어. 군청 차량이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있는 부대원들은 한결같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 정한수...그 자식이 한 말이 떠올랐던거야." 전상병은 다시 한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씨발...나를 진짜로 무섭게 만든건 그게 아니었어." 전상병만큼이나 내 머릿속은 욕설로 가득했다. '니미..씨발 오늘 제대로 걸렸네.' [출처]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1~2 | 웃대(하드론) _________________________ 어후 심장 떨려... 콤푸타도 겁먹었나 아님 오랜만에 너무 긴걸 가져와서 그른가 너무 버벅대서 안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또 다음 편 가져 올테니까 내일 같이 보도록 합시다 ㅎㅎ 이따 잘 자고 조금이나마 서늘해 졌길!
퍼오는 귀신썰)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5화
다들 주말은 잘 쉬었어? 무엇보다 월요일이 더 무서운 우리지만 그래도 잠시동안은 월요일의 두려움을 잊을 수 있도록 남은 일요일을 만끽할 수 있도록 ㅋㅋ 귀신썰을 함께 보도록 하자! 오늘도 이야기 이어서 계속- 시작! ____________________ 11 : 약속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켁켁...이봐...거기..이것 좀 풀어줘...켁켁..."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거의 죽어가는 모습으로 그는 다급하게 한번 더 나를 불렀다. "켁켁...어제 밥 먹고 있을 때..켁켁 나 봤잖아...." 그의 눈알은 거의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나는 그 무당 여자의 말과 지금 쓰러져가는 저 귀신병사에 대한 두려움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의 목에 감긴 올가미를 풀어냈다. "콜록! 콜록....아~~ 죽을뻔 했네. 어떤 자식이 여기다가 올가미를 쳐논거야?" "......." 나는 사색이 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내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죽은 놈이 뭘 또 죽나?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음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목주변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찾았다. "내 밥...내 밥 어딨지?" 주변을 더듬거리던 그 병사는 이내 자신의 반합통을 찾아내고는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허겁지겁 밥인지 죽인지 알 수 없는 것을 입에 우겨넣었다. "오랜만에 사람 보네." "네?" 그는 허기가 가시지 않는지 바쁜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한참 동안 말없이  그를 지켜보던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이봐요..." 나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서는 정체모를 음식물의 국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그러슈?" "...나..난 사람이예요." "뭐요? 누가 사람 아니랬소?" 그러더니 그는 다시 반합통 속의 음식물을 퍼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를 알 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그 자신의 정체를 말해주고 싶었다. "다..당신은.." 내가 입을 열려고 하자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부대원 들이오." 그가 고개를 한 번 까딱이며 내 뒤에 시선을 맞추었다. 나를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십수명의 병사들이 실루엣을 그리며 서 있었다. "헉!!" 나는 순간 다리 근육에 힘이 풀려 이내 뒤로 주저앉고 말았다. "우린 길을 잃었어." 숟가락질을 멈춘 병사가 입을 열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답답한지 철모를 벗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드러난 그의 머리 측면에 구멍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을 따라 흘러내린 것의 정체가 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그 구멍 속에서 쿨럭대듯이 피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그는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얼마 동안 헤매고 있었는지 몰라. 뭔가를 먹고 있었는데 작은 휘파람 소리가 들리더니 그 뒤론 기억이 안나......그냥 어둠만 있는거야.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우릴 깨워줬는데, 깨어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뭐가 이상했어." 그는 간지러운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사람들이 없어졌어. 우리들만 빼 놓고 말야. 아무리 돌아다녀도...우리 밖에 없는거야. 우리가 상대하던 적들은 물론 주변에 민간인들도 없고, 들어오는 신병도 없고, 제대하는 사람도 없고, 휴가 가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짐승들도 없었어. 새소리도 곤충소리도 고양이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아무 것도 들을 수가 없었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두서너번의 숟가락질을 하였다. "그리고...해가 뜨지 않아." "예...예?"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지 않으면 그대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해도 뜨지 않고 달도 뜨지 않아. 그냥 어둠만 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어둠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볼 수도 있고, 주변을 살필 수도 있었지. 단지 시간의 흐름만 느껴지지가 않았어. 시간이 흘러가는 건지 멈춰있는 건지 도대체 알수가 없더라니까. 그제가 어제같고, 어제가 그제같고, 오늘 한 일이 어제 했던 일 같고, 어제 했던 일들이 그제 했던 일 같고.... 뒤죽박죽이야. 정리가 안돼." 그는 멍하니 어딘가를 주시하더니 기억 속의 뭔가를 계속 되뇌는 것 같았다. "더 큰 문제는 이 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는거야. 어디론가 계속 전진하면 계속 그 자리에 다시 돌아와 있는거야. 앞으로 가도 제자리, 뒤로 가도 제자리, 몇날 며칠을 걸어가도 제자리....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반복되고 있는 느낌...알아? 마치 우린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아. 이 곳을 벗어날 수가 없어." 나는 십수명의 병사들이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어느새 자리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누군가가 눈에 보여서 그에게 다가가면 그는 우리를 몰라보는 것 같았어.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사람을 좇아 다녀봤는데도 여전히 못알아 보더라구. 그런데 약간의 이상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우리를 알아보면서도 모르는 척 피해다니는 것 같았어.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는데 이제서야 나를 알아보는 자네를 만난거라구. 어제도 알아보면서도 모르는 척 지나갔지?" "....예" "자넨..어디서 온 거지?" "예?" "낯선 얼굴인데...." 나는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정작 내가 반드시 만나야 될 그들을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많은 수의 병사들을 본 나는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묘안 하나를 떠올렸다. 이 방법이 통할지 안통할지는 몰랐지만 이미 내 입은 말을 꺼내고 있었다. "다...당..당신들이 이 곳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가르쳐드릴게요." "뭐? 뭐라구?" 나의 뜻하지 않은 제안에 그 병사와 함께 맞은 편에 있던 병사들이 놀란 듯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순간 내 주책맞은 입이 무슨 짓을 한건가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떻게?" "대신 제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병사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무슨 부탁?" "정한수와 김선호라는 사람을 찾아줘요." "뭐?" "그 사람들을 찾아주면 당신들이 이 곳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가르쳐드릴게요." "좋아...찾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일 이 시간쯤 제가 저기 있는 초소에 있을 겁니다. 거기로 데리고 오면 됩니다." "뭐..그 정도야..오늘부터 다른 훈련거리가 생겼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이 곳에 있는게 확실한가?" "확실해요. 당신들이 돌아다니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들 얼굴을 모르는데..." "당신들처럼 군인이예요. 명찰을 보면 알 수 있을거예요." "좋아 한번 찾아보지. 그럼 약속대로 우릴 여기서 벗어나게 해주는거지?" "그...그렇다니까요." 대책도 없는 나의 약속을 알아차리기라도 한걸까? 갑자기 나의 대답에 어둠속에 묻혀있던 병사들이 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서서히 그들의 모습이 선명해지자 나는 곧 삭신이 저려오는 공포에 휩싸여야만 했다. 그 어둠 속의 실루엣이 나에게 미처 알려주지 못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눈에 비친 것은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떤 병사는 한쪽 팔이 떨어져나가 없었고, 어떤 병사는 두 다리를 볼 수가 없었으며, 어떤 병사는 얼굴의 절반이 으깨져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또 어떤 병사는 찢어진 뱃가죽 밖으로 쏟아진 내장을 매달고 있었으며, 어떤 병사는 아예 하반신이 보이지 않은 채, 전선줄 같은 무언가를 길게 늘이고 있는 상반신만 공중에 띄워놓고 있었다. 누구 하나 몸이 성한 병사가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극도로 혐오스럽고 구역질 나는 장면을 연출하며 내게 다가왔다. 그들 중 얼굴의 반이 으깨져 사라져 버린 병사가 내 코 앞까지 다가오더니, 뭔가에 젖은 손을 내 왼쪽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그 흉측한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낮고 느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만일 거짓말이면....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자신의 한쪽면 치아들이 모두 밖에 드러나 있음에도 그의 발음은 굵고 명확했다. 그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내 입속의 치아들은 공포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계속 자잘한 진동음을 내고 있었다. "네..네...아..알겠습니다." 나는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위속의 내용물을 간신히 틀어막으며, 마른 침을 한 번 꿀꺽 삼겼다. 그는 나머지 얼굴 한쪽면에 힘겹게 붙어있는 반쪽의 입술을 늘이며 음산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당의 경고도 무시한 채, 귀신과 대책없는 약속까지 하고 말았다. "야!! 이창훈!!!"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고함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아~~ 이 새끼 진짜 못말리겠네." 선임하사였다. "서..선임하사님이 여긴 어떻게..." "여긴 어떻게? 야~~~ 이 미친놈아.. 근무는 안나가고 왜 짬밥통 옆에서 쳐자고 지랄이야!!" 선임하사의 말에 나는 잽싸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 많던 병사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내 품에는 올가미에 걸려 목에 상처를 입은 고양이 한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너 여기서 뒤집어져 자려고 근무 혼자 보내달라고 한거냐? 어쭈? 애완동물까지 만들어 두셨네." "며..몇 시입니까 선임하시님." "몇시? 근무시간이 5분이나 지났어 자식아!!" "5분이요? 5분 밖에 안지났단 말입니까?" "5분 밖에? 너 군대에서 5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몰라서 그래? 내가 순찰 안 돌았으면 해뜰 때까지 잘 놈이었네." 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이 으깨진 듯 정리가 되지 않았다. "뭐해? 자식아!! 니가 보고 싶어하던 귀신들 기다릴거 아냐? 빨리 근무지로 안 뛰어?" "예. 선임하사님!!" 나는 품에 안은 고양이를 내려놓고 허겁지겁 근무지를 향해서 뛰었다. 나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그 고양이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고참들의 질책을 먹은 나는 선임하사와 약속한 시나리오 대로 내 사수는 현재 선임하사와 같이 있다고 둘러댄 후 또 다른 어떤 공포가 몰려올 지 모르는 혼자만의 근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귀신들을 만나기라도 한 걸까? 그냥 꿈꾼게 아닐까? 나는 알 수없는 싸늘한 한기에 잠시 팔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왼쪽 어깨 위에 뭔가가 느껴졌다. 흙이었다. 아니...흙으로 그려진 사람 손자국...그리고 나의 뇌는 몇 분전 들었던 낮고 굵은 그 음성을 재생하고 있었다. "만일 거짓말이면....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 나왔다. "니미..시발..x됐다." 12 : 만남 그 날 야간 근무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 어둠의 병사들은 그들이 약속한대로 김선호와 정한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 못 찾아도 문제, 찾아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갈수록 김창식 병장의 표정이 수상해져 갔다. 넋을 잃은 사람처럼 하루종일 아무 말도 없이 취사일만을 하고 있었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묘한 긴장감이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김병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애초부터 우린....같이 이 곳에 오질 말아야 했어...." "김..김병장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없이 식재료를 칼질하고 있는 김병장이 알 수없는 말을 내뱉았다. "아니면...이 곳을 우리만의 부대로 만드는거야. 우린 영원히 함께 하는거지..." 정신 나간 사람처럼 김병장은 계속해서 혼자 읊조렸다. "김병장님...괜찮으십니까?" 그러나 김병장의 독백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니가 나를 멀리하려 해도 절대로 넌 벗어날 수가 없어...." 나는 천천히 칼질을 하고 있는 김병장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손을 가져다 대었다. "김..김병장님.." 그러자 김병장님 갑자기 나를 노려보더니 호통을 쳤다. "배식 준비 안하고 뭐해 임마!!" "네..네...알겠습니다." 아무래도 김병장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전상병이 사고를 친 이후로 김병장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듯 보였다. 그 어둠의 병사들과 약속한 시간이 돌아왔다. 5초소 주변에는 싸늘한 한기가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렇게 충만하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고, 내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 "아....씨발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는 괴로움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애초부터 그 무당여자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죽는건 마찬가지인 상황이 돼버렸다. 싸늘한 한줌의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제서야 문득 정신이 든 나는 산 중에 처박힌 공포의 5초소에 홀로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깨닫게 되자 주변의 사물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초소 옆 창에 비친 손모양의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을씨년스런 바람소리가 하이톤의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모든게 공포로 돌변했다. 바람소리, 새소리, 나를 향애 손을 흔드는 나뭇잎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물줄기 소리.... 어느 것 하나 공포가 아닌 것이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내 앞에 비친 무언가는 조금 전의 그것들이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십수미터 앞 아카시아 나무.....그 어둠속에서 판초우의를 쓰고 나를 지켜보던 병사가 있던 자리.... 그 아카시아 나무에 누군가 팔다리를 늘인 채 매달려 있는 것이다. 간간히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이 그를 조금씩 흔들리게 만들었다. "헉..."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평소 찾지도 않던 그들을 불렀다. "예수님..부처님..신령님...제발..."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자, 힘주어 닫혀있는 눈꺼풀 사이로 눈물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나는 발을 동동구르며 제발 내 눈앞의 그것이 사라져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귀신을 본 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던가...어젯밤의 꿈같은 경험이 모두 현실이었음을 나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하긴 이 세상에 몸 성히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더욱 요절한 귀신들은 온전히 죽지는 않았을 터..... 나는 빨갛게 충혈됐을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내 눈앞에 누군가가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죽은 정한수임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그 나무에 매달린 형상이 그러한 힌트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내게 오라는 듯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의 행동을 지켜보며 무언가에 이끌리듯 말없이 초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그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나 또한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근무 중 초소를 이탈하지 말아야 함에도 지금 나에겐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가 인도하는데로 천천히 그를 따라 나섰다. 어느 정도 발걸음이 계속되자 나는 그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취사장임을 알게 되었다. "쿵....쿵....쿵" 어둠에 묻힌 취사장 안에서 누군가가 쪼그려앉아 바닥에 있는 뭔가를 계속해서 내려치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만 보였지만 그 실루엣은 김병장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말을 걸지 않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섰다. 서서히 내 눈앞에 비쳐진 것은 산산조각난 고양이 사체였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느리지만 반복해서 커다란 식칼로 그 사체를 조각내고 있었다. "김..김 병장님...." 나의 부름에 김병장이 갑자기 칼질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도..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니가 뭔데 여길 들어와!!!!!!!!" 갑자기 김병장의 미친 듯한 일갈과 함께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빡!!!!" 식칼이었다. 번개처럼 식칼이 날아와 내 목의 오른편을 지나 식기보관함에 꽂혀버렸다. 나는 순간 얼음처럼 온 몸이 굳어버렸다. 김병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멈추지 않으며 무언가를 찾았다. 다른 식칼을 찾는게 분명했다. 정신이 든 나는 그제서야 내 오른쪽 목 부위의 작은 통증을 느낄 수가 있었다. 손으로 그 곳을 만지자 손바닥이 흥건히 젖어옴을 느꼈다. 내 왼손을 확인한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어....시발...피..." 내가 미약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을 즘, 식기함에서 시퍼런 날이 선 식칼을 꺼내 든 김병장이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부반이 분명했다. "다 죽여버려.." 모두 죽일  생각이다. 그의 광기를 멈춰야 했다. "철커덕!!" 나는 실탄을 장전했다. 아니...선임하사와 약속대로 나는 실탄을 빼고 근무를 서기로 했기 때문에 실탄을 장전하는 시늉만 냈다. 하필 이 순간에 빈 총이라니... "김..김병장님...멈추지 않으면 쏠겁니다." 나의 말에 김병장은 잠시 행동을 멈추더니, 소름끼치는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친 새끼..." 죽을 것을 각오라도 한건지, 아니면 내 소총에는 실탄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건지.... 아니면 내가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건지... 김병장은 나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나는 김병장의 부릅 뜬 눈보다 그가 들고 있는 시퍼런 식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진짜로 쏠 겁니다..." 그러나 나의 위협은 김병장에게 아무런 두려움이 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의 걸음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총을 힘껏 휘둘러 그의 손으로부터 식칼을 떨어뜨렸다. 칼을 들고 있던 손에 굉장한 고통이 있었을게 분명함에도 김병장은 개의치 않았다. 성큼성큼 다가온 김병장은 한 손으로 내 소총의 총구를 움켜쥐더니 다른 한손으로는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켁켁...기..김병장님.." 갑자기 죽음의 그림자가 나를 덮치는 듯 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김병장의 철근같은 근육의 힘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심장과 머리를 잇는 혈액의 이동 통로가 모두 차단된 것 같았다. 김병장의 체중과 힘이 벽에 눌려있는 내 목에 모두 전해지자 극심한 현기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난 밤 올가미에 걸린 그 병사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살아야겠다는 일념은 한번도 나를 좌절시킨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총의 개머리판을 휘둘러 김병장의 복부를 가격했다. 복부의 충격에 김병장은 잠시 뒤로 물러서며 상체를 숙였다. 나는 수십년간 묵혀왔던 기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듯 했다. 연신 천식 환자처럼 폐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기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몸을 추스른 김병장은 갑자기 나를 향해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쿵!!" 내 몸이 벽에 충격을 가하자 나는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이내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썩 꺼져버려!!!" 누군가가 호통을 치고 있다. 시야가 흐려져 김병장의 얼굴은 확인할 수가 없었지만, 그가 크게 놀랐다는 것은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나는 쓰러져 있는데 내가 아직 거기에 서 있다. 김병장은 여전히 벽을 등지고 서 있는 나를 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서 있는 내가 김병장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여기는 우리 부대야!! 당장 꺼지지 못해!!!" 시야가 흐려진다. 힘겨운 탄식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아...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힘들다....이젠 쉬고 싶다. "이봐 친구, 괜찮은가" 누군가의 부름에 나는 눈을 떴다. 잔밥통에서 밥을 먹던 그 어둠의 병사였다. 그는 큰 대자로 누워있는 나의 옆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그는 여전히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반합통을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숟가락을 튕기며 나를 불렀다. 어둠은 가시지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걸까? "이봐, 친구...우리가 한 참을 찾아봤는데, 정한수라는 그 친구만 찾았어. 자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자네한테 가보라고 했는데....봤나?" 맞았다. 내가 본 것은 정한수였다.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자 오른쪽 목 부위의 통증이 느껴졌다. "흐흐흐...다행이군. 약속을 다 지키진 못했지만, 자네도 이젠 우리에게 뭔가를 보답해 줘야지?" 그러나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자..이제 우리에게 길을 알려달라고.." 나는 아무말 없이 그 병사의 말만 듣고 있었다. 그는 무슨 대단한 것을 기대하고 있는 듯 연신 입 주위의 분비물을 흘리며 게속해서 히죽거리며 나를 내려다 봤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줄 것이 없었다. 지난 밤 나를 위협했던 얼굴의 반쪽면이 으깨진 병사가 그의 등 뒤로 다가와 섰다. 그리고 굵고 낮은 음성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말 해봐.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가 들고 있는 소총의 끝에 달린 시퍼런 대검이 눈에 들어왔다. 공포감보다 절망감이 앞서왔다. 이젠 도망칠 힘도 없고, 저항할 힘도 없었다. 가위 눌린 사람처럼 신체 어느 부위하나 움직이지도 못 한 채, 나는 오로지 눈동자만 굴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거짓말이면...무사하지 못할거라고 했을텐데...이제 말해..." "죄송합니다. 큭큭...." 절망감과 서러움이 밀려오면서 나는 급기야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여전히 몸은 마비가 일어난 것처럼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굴이 으깨진 병사는 내 말을 듣자 내 몸을 가운데 두고 서서 소총의 대검을 내 목에 겨누었다. "무슨 말이야?" 이 공포의 끝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는 솔직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큭큭...거..거짓말을 했어요..." 그의 얼굴 한 쪽면에 드러나 있는 이빨들이 분에 겨운 듯 맞물려 갈리고 있었다. [출처]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11~12 | 웃대(하드론) ________________________ 그래도 정한수는 찾았구나 만났구나ㅠㅠㅠㅠㅠ 원혼이라기엔 좋은 사람 같지 않아? 어떤 사연인걸까 그리고 이제 주인공은 어떻게 되는걸까 거짓말한걸 들켜버리다니 ㅠㅠㅠㅠㅠㅠ 다음 이야기는 내일 다시! 월요일이 기다려 질 수 있도록 ㅎㅎㅎ 잘 자고!
퍼오는 귀신썰)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끝-
아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한 지 모르겠네 날씨는 진짜 말도 안되게 좋던데 이 좋은 날씨를 누릴 기운도 없다 지친다 정말.... 하지만 이렇게 지치는 날일수록 자극이 필요하지 그러므로 오늘도 귀신썰! 같이 보던 기묘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볼까? ㅎㅎ ______________________ 마지막이야기 "거짓말...?" 그의 손떨림으로 인해 소총의 끝에 단단히 고정된 시퍼런 대검이 내 목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어느 새 내 주위로 수많은 어둠의 그림자들이 몰려들었다. "이 새끼...우리에게 거짓말을 해? 죽여버리겠어." 그 순간 숟가락질을 하고 있던 병사가 그를 가로막았다. "잠깐..." 나는 잠시나마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이봐, 친구..자네..뭔가 알고 있지?" "......" 숟가락 병사는 쪼그려 앉아 나에게 묻고 있었지만, 얼굴이 으깨진 병사의 대검은 여전히 내 목을 겨누고 있었다. "우리에게 말하지 못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그렇지?" 질문을 던지는 와중에도 그는 요란스런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양 입가에서는 여전히 진득한 국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유언처럼 처절하고 비장한 각오로 입을 열었다. "네..." 잠시 그 둘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그게 뭐지?" "다...당신들은...." 나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마른 침을 한번 삼켰다. "죽었어요." 요란스럽던 그의 숟가락질이 멈추었다. 갑자기 지옥같은 적막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당신들은 죽었어요. 죽은 귀신들이예요." 숟가락 떨어지는 소리가 잠시 적막을 깨뜨렸다. "뭐...뭐...이.씨발 뭔 소리 하는거야?"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 붙였다. "당신들은 죽은 줄도 모르고 이 곳을 떠돌고 있는겁니다. 전쟁은 끝났어요.....아주 오래 전에" "우...우리가 주..죽었다구? 숟가락을 떨어뜨린 병사가 잠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피...피...피!!!" 내게 대검을 겨누던 병사도 자신의 허전한 한 쪽 얼굴을 확인하더니, 이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여기 저기서 자신의 형체, 그리고 다른 이의 형체를 확인한 병사들의 절규가 지옥의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아비규환의 세상처럼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어떤 병사는 분수처럼 피를 쏟는 팔이 사라진 자리를 틀어잡으며, 어떤 병사는 쏟아져 내린 자신의 내장을 쓸어담으며, 어떤 병사는 밑동이가 사라진 상체만 바닥에 대고는 두 손으로 연신 바닥을 긁어대고 있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들의 몸부림은 불타오르는 지옥의 세상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쓸어낼 기세였다. 참혹한 비명소리와 절규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차마 그들의 처절하고 고통스런 몸부림을 눈에 담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의 절규를 멈추게 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 소리였다. 그리고 총소리, 대포소리......그리고 그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칠흑같은 어둠이 주변을 덮고 있음에도 그들은 그 어느 조명보다 뚜렸한 영상으로 보였다. 전투 중이었다. 여기저기 포탄이 터지고, 수류탄 폭음이 귀청을 때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장검의 소리처럼 공간을 뚫고 지나가는 총탄의 소리가 들려왔다. 함성소리, 울부짖음....비명소리. 이것만이 포화가 쏟아지는 그 전장에 사람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잠시 후 그 지옥같던 적막이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그 영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두들 잠든 듯한 새벽 같았다. 인적이 보이지 않는 여기 저기 작은 천막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간간히 초병만이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그 초병은 잠시 배가 고픈지 자리에 앉아 반합통 속의 원가를 열심히 퍼올려 입에 우겨넣었다. 그 때였다. 작은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 싶더니.... "콰콰쾅!!!" 천둥같은 폭음이 그 천막 위로 쏟아졌다. 여기저기에서 수 십여개의 불기둥들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 불기둥 속에 정체를 알 수없는 덩어리들이 파편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사라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들 넋을 놓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소름끼치는 적막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자신의 존재를 깨달은 듯한 병사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어디선가 작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연못에 던져진 돌맹이가 일으킨 파문처럼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 심지어 목이 메이도록 울음을 터뜨리는 병사도 있었다. "우리를 가지고 놀았어...." 얼굴이 으깨진 병사가 잠시 울먹이는 듯 싶더니 고개를 돌려 내게 입을 열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으깨진 얼굴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른 많은 병사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우리하고 약속을 한거지..." 나는 그에게 아무런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 "죽어버려" 그는 천천히 소총을 들어올리는가 싶더니 이내 나를 향해 그 대검을 날렸다. "잠깐!!" 누군가가 그의 날아오는 소총을 제지하며 소리쳤다. 그러지 않아도 나는 이미 심장마비로 죽을 것 만 같았다. "망자가 살아있는 이를 건드리면 안됩니다." 정한수였다. "당신들이 아무 죄없는 이 사람을 죽인다면 영원히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누가 더 많은 힘을 주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소총 끝의 대검이 힘에 겨운 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차라리 이대로 우리를 내버려두지 그랬어..." 대검을 겨눈 그 병사의 반쪽 남은 눈빛은 여전히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당신들이 이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잖아요. 그렇다면 죽어서도 지켜주는 것이 도리 아닌가요? 집에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고통스러웠지만 이제 모두 알았잖아요." 정한수의 말에 그의 남은 반쪽 얼굴에서 작은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의 떨리는 소총의 대검은 여전히 내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어느 병사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해가 뜬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의 말처럼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니...그들이 빛을 느끼고 있었다. "해가 뜨고 있어. 이럴 수가!!" 여기저기서 환호성들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눈부심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보였다. 너무나도 밝고 너무나고 맑은 빛이 너무나도 빠르게 떠올라 주변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러자 지옥 속의 악마같던 그들의 형상이 서서히 온전했던 이전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자신과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며 울먹였다. 엄청난 눈부심이 있음에도 그들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 빛을 즐기며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그 빛을 바라보던 정한수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저 빛을 오래 전에 봤답니다. 단지 자신이 죽을 줄 몰랐거나 떠나고자 하지 않는 자에게는 보이지 않을 뿐이죠." 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답했다. "고..고맙습니다." 그는 잠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한수씨. 전할 말이 있어요." "네?" "어머니가....당신 어머니가 이승에서나마 부모 자식으로 만나줘서 고마웠다고 말씀 전해달래요...." 나의 말에 그는 미소 지은 얼굴로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살아달랍니다...." 정한수는 이내 눈물을 떨구더니 얼굴로 시체처럼 힘없이 길게 늘어진 내 손을 꼭 쥐었다. 쏟아져 나올 피가 다 나온건지 이젠 오른쪽 목부위의 통증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나를 찾아줘서 고마워요." 정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이봐요. 정한수씨. 물어볼 게 있어요." "뭔가요?" "조금 전 당신이 쫓아냈던 그 사람...김병장한테서 쫓아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누구예요?" "몰라요. 모르는 사람이예요. 명찰에 김선호라고 적혀 있었어요. 수시로 그 사람이 김병장의 몸에 들락거린 것 같아요." "그...그랬었군요..." "처음엔 이 부대를 저기 있는 군인들로부터 지키려고 했어요. 변변한 비석하나 없이 쓰레기 매몰하듯이 묻힌 자리에서 그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처음엔 가까이 가서 말도 걸어보지 못하고 저는 피해만 다녔어요. 그런데 저 사람들은 단지 길을 잃은 것 뿐이었어요. 자신들이 죽은 줄 몰랐던거죠. 정작 김병장의 몸에 붙었던 사람은 다른 이었는데 저는 몰랐던거죠. 저 병사들이 나를 찾아서 말을 걸게끔 해주고, 그들의 정체를 일깨워준 사람은 당신이예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나처럼 쓰러져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누워있는 김병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김병장님은 괜찮은 건가요?" "몰라요. 그런데 일단 그 혼령은 사라졌어요. 우리들과 함게 하려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의 말을 듣자 끝나지 않을 듯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김병장님....." 나는 시체처럼 누워있는 김병장을 힘겹게 불렀다. 그리고 정말로 궁금했던 것을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고..고양이를 왜 죽이는 겁니까?" 그가 듣고 있는 지의 여부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냥 지금이라도 묻고 싶었다. 그런데 절대로 입을 열 것 같지 않던 무표정한 얼굴의 김병장이 눈을 감은 채 죽어가는 작은 숨소리로 내게 입을 열었다. "고양이가...." "네?" "고...고양이가 나..나타나면 기..기침소리가 들려...그..그리고 죽여..." 김병장은 알 수없는 말을 뱉은 후 힘이 빠지는 듯 말꼬리를 흐렸다. "아...씨발..이젠 허기가 가시네." 숟가락질에 목숨걸던 그 병사가 뭐라고 투덜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 핏줄기가 얼굴에서 사라지자 그제서야 그의 본얼굴이 드러났다. "아..아저씨..좀 웃기게 생기셨네요. 큭큭" "뭐야? 하하하" 그리고 내게 대검을 겨누던 그 병사도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굵고 낮은 음성을 다시 한번 내게 들려 주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내가 죽은 줄 알게 해주었으니..." 그의 온전한 외모는 그 목소리만큼이나 출중하고 번듯했다. 숟가락질 병사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부탁의 말을 건넸다. "이봐 친구..자네가 지키지 못한 약속....다른 걸로 대체하면 안될까?" "깨어났습니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낯익은 광경이 이 곳이 의무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수화기를 들고 잠시 얘기를 나누던 군의관이 나에게 다가왔다. "또 만나는구만. 이창훈 일병." 전상병과의 사건 때 나를 담당했던 군의관이었다. "내가 이런데 다신 오지 말라고 했을텐데, 어지간히 부대에서 말썽장이인가 보군." 나는 연신 주변을 살피며 지난 밤 그들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만 하루가 지나서 깨어난거야. 자넨 정말로 운도 좋구만. 전에는 총을 맞고 살아나고, 지금은 칼을 맞고 살아나고..이건 뭐 터미네이터도 아니고..하여튼 자넨 불사신이야." 그제서야 나는 오른쪽 목부위의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출혈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바로 저승으로 가는거였어... 통합병원으로 이송할까 했는데, 워낙 급해서 내가 바로 조치한거야." "고...고맙습니다. 군의관님." "조금 있다가 헌병대에서 수사관이 올거야. 니가 움직이기에는 불편한 것 같아서 내가 이리로 오라고 말해뒀어." 나는 그의 말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참 뒤에 나타난 수사관은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작은 서류를 꺼내들었다. "이번 사건 정리되면 전출 명령 떨어질 것 같다. 전대웅하고 김창식이는 형기 채워도 니네 부대로 다신 못돌아가." 난 그제서야 김병장의 상태가 궁금해졌다. "김..김창식 병장...어떻게 됐습니까?"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가해자 신분으로 헌병대에 수감되어 있어." "몸은 괜찮습니까?" "쨔식...니 걱정이나 해. 김창식은 괜찮아. 너희 두 놈 다 취사장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어. 그런데 너도 참 대단하다. 고참들을 두 명이나 헌병대에 처넣어버렸으니.." 수사관은 잠시 사진이 박힌 서류를 몇 장 넘기더니 놀라는 듯 말을 이었다. "어휴...김창식 이 미친 놈은 무슨 고양이를 그렇게 아작내 버린거냐? 이거 정신병 있는 것 맞지?" "......" "말해봐. 사건 당일 밤 취사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꺼내야할지 난감했다. 그러나 마냥 수사관의 진지한 눈빛만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죽은 자들의 이야기만 빼 놓은 채 나는 모든 것을 수사관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니까...니가 김병장한테 고양이를 왜 죽이냐고 하니까 김병장이 너한테 칼을 던지며 덤볐단 말이지? 그리고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어버렸고....." "네..그렇습니다." 수사관은 볼펜을 이마에 몇 번 튕기더니 입을 열었다. "니네 부대는 무슨 귀신 씌었냐? 아님 니가 귀신이냐? 애들이 왜 갑자기 니 앞에서만 미친 짓을 하는거냐?" 머릿속에서는 '네'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전대웅, 김창식....그리고 최병희...얘들 공수여단에서 사병생활하다가 전입한 병사들인데, 둘은 헌병대에 가 있고...." 곰곰히 생각에 빠져 있던 수사관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좀 더 조사해 볼건데, 너도 뭐 생각나는 거 있으면 나중에 얘기해줘. 어차피 넌 헌병대에서 조사 끝날때까지 아무데도 못나가. 이번에 포상휴가 계획돼 있던데, 그것도 미뤄지는거다. 알겠냐?" 나는 묵언의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동안을 말없이 병실의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지난 며칠간의 일들이 마치 긴 잠에 들어 꾸는 꿈처럼 느껴졌다. "아오!!!!!!!! 이 쉽새!!" 병실에 울려퍼지는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다시 한번 깨웠다. 선임하사였다. 선임하사는 무슨 일을 내러 온 사람처럼 모자를 손에 움켜쥐고는 연신 씩씩대며 말을 이었다. "너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죽을 것같다. 지금 부대 난리났다. 시방새야." 선임하사의 속사포같은 투덜거림에 나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웃어? 시방새..니 때문에 지금 헌병대, 기무대 총 출동해서 총기검열, 보안검열, 근무지검열, 구타검열..아주 생쑈를 하고 있다니까. 니 단초 세운거 걸리는 날에는 나도 불려가서 존나 욕처먹는거야. 징계받을지도 몰라 쨔샤!! 저번엔 총맞고, 지금은 칼맞고, 다음엔 수류탄이라도 까서 똥구녕에 처넣을래? 하여튼 그 때 말을 듣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큭큭..웃기지 마세요 선임하사님....목아파요..." "아...니미럴. 니 뒤졌으면 나 영창가는거야." "그래서 살아있잖아요." "저 놈의 주둥아리는 살아가지고는....쯧쯧 그런데 김창식이 이 새끼는 고양이고 사람이고 왜 칼질을 해가지고는...그나저나 몸은 괜찮냐?" "예. 근데 병문안 오신 겁니까?" "내가 뭘 볼게 있다고 병문안을 오냐? 총들고 오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어!!" "그런데 무슨 일로?" "웬 아줌마가 니한테 말 좀 전해달라고 하더라." "예? 무슨 말... 말입니까?" "아들을 봤으면 이제 부적을 태워버리란다. 그리고 다시는 볼 일이 없을거란다. 그러고보니까 니...그 아줌마 얘기 듣고 나한테 단초 세워달라고 한거였지?" "반은 맞는 얘기입니다." "뭐? 도대체 그 아줌마가 누군데?" "주..죽은 정한수라는 사람의 어머니입니다. 무당입니다." 선임하사는 놀라는 듯 마지막 말을 간신히 내뱉았다. "아....씨발...그래서 니가 그 부적들고 귀신놀이 하러 간다고 한거구나. 소름끼친다. 더 이상 안 물어볼게." 하루가 더 지나서야 나는 의무대를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복장을 갖추고 있는 와중에 의무병이 몇가지 나의 소지품을 챙겨주고 있었다. 나는 그가 챙겨 준 작은 주머니 안에서 부적을 찾았다. 그리고 의무대가 조금 멀어졌음을 확인한 나는 준비한 라이터를 이용해서 그 부적에 불을 붙였다. 회색빛의 벗꽃잎이 날리 듯 작은 흔적들이 바람을 타고 멀어져 갔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로부터 멀어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먼 하늘을 잠시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등뒤에서 누군가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창훈 일병!! 빼놓은게 있네요." 소지품을 챙겨주던 의무병이었다. 그는 손에 든 무언가를 나에게 내밀었다. "너무 낡고 헤진거라서 버리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그가 건네 준 작은 수첩을 쥐어들었다. 그 안에는 알 수없는 이름과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어린 아이가 쓴 어지럽고 불규칙한 글씨 같았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힘겹게 써 넣은 나의 필체였다. 그 필체와 함께 잠시 잊혀졌던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은 김우식, 경상북도 의성군 xx면 xx리 xx번지에 살았소. 우리 부모님하고 공부 잘하던 우리 동생 우철이한테 안부 전해주소. 나 돌아갈 때까지 이사 안간다고 약속했수다." "내 이름은 최국봉이오. 전라남도 장성군 xx면 xx리 xx번지에 살았고요. 살아 계실랑가 모른디 우리 엄니한테 죄송하다고 전해주시오. 거시기..그 때 우리 집 소 도망간 게 아니라 제가 팔아 먹었다고 말이오. 그 때 우리 엄니가 음청 찾았었는디.." "이름은 우기철, 충청북도 괴산군 xx면 xx리 xx번지에 살았수. 우리 아들 진석이 잘 키워줬으리라 믿는다고 아내에게 전해주소. 참말로 많이 보고 싶소. 전쟁 끝나면 꼭 살아 돌아간다고 약속 했는디...그 고운 얼굴이 할매가 되어 있겠네. 흑..눈물 나는구먼" "내 이름은 박정국입네다.  평안북도 연변군 xx면 xx리 xx번지. 통일되면 꼭 찾아서 안부 전해주드라요. 우리 가족들 안내려왔으면 다들 북에 있음매..." ".............." 그들의 말을 받아 적을 때처럼, 나는 가슴 한구석이 또다시 저미어오기 시작했다. 십수명의 부탁이 빼곡히 적인 글을 천천히 읽어보며, 나는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데 상당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느꼈다. "끼이익!!"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자동차의 거친 제동소리가 내 앞에 멈춰섰다. "부대 복귀하는가 보군" 헌병대 수사관이 지프차 조수석에 앉아 내게 말을 걸었다. "네. 그렇습니다." "차에 타. 안 그래도 니네 부대 가는 길인데." 내가 차에 올라타자 수사관은 내게 어떤 사실을 더 캐내고자 하는지 그간 조사한 몇 가지 사실들을 내게 털어놓았다. "김창식, 이 자식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당최 수사의 진전이 없다. 너 내일이라도 헌병대에 들러야겠다. 전대웅, 김창식, 최병희 모두 같은 부대에 있었더구만. 게다가 살인사건에 연루돼 있었구. 피살자가 김선호 아마 범인이 한동철이라고 했지?" 수 분동안 그의 말이 이어졌지만 대부분은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얘기가 깊어지자 수사관은 점점 내가 알 지 못했던 사실까지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동철이가 감옥에서 자살을 했더라는군." "네? 자..자살 말입니까?" "김선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교도소 안에서도 미친 사람처럼 행동을 하더라는거야.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간수들 판초우의를 뺏아 그 속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자기 어깨를 칼로 찌르는 시늉도 하더란 말이다. 게다가 벽이고 바닥이고 김선호라는 이름으로 도배를하고, 심지어 자기 옷과 명찰에도 김선호로 도배를 했다더군. 자해를 할까봐 교도소에서도 특별관리까지 했었는데 결국 교도소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외부활동 시간에 간수들 몰래 자살을 한거야. 그런데 그냥 목매달아 죽을 것이지 김선호처럼 똑같이 어깨에 칼을 꽂아 죽었다는군. 벌 받은건지도 몰라. 죄짓고는 못살지." 수사관의 말이 이어지는 와중에 저 멀리 나의 부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알 수 없는 공포감이 함께 몰려왔다. "수..수사관님..자..잠깐 차 좀 세워주십시오." "왜?" "가..가슴이 답답해서 말입니다. 멀미가 몰려옵니다." "이런...저 번에 생긴 총상 때문인가? 알았어. 야. 운전병 차 세워" 나는 잠시 차에서 내려 숨을 고르며 수사관에게 물었다. "호..혹시...한동철이란 사람...고양이 알러지 있지 않았습니까?" 나의 물음에 수사관은 놀라는 듯이 답했다. "헐..그걸 니가 어떻게 알았냐? 그 알러지 때문에 교도소를 지나다니던 고양이를 죽인 적도 있다더군." 힘없이 바닥에 누워서 내게 털어놓던 김병장의 말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고...고양이가 나..나타나면 기..기침소리가 들려...그..그리고 죽여...] 그리고 초소에서 처음으로 전상병과 몸싸움을 할 때........어깨에 피를 흘리며 김선호라는 명찰을 달고 있던 그 병사.... "이럴 수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본 것은 김선호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김선호는 우리 부대에 없었다. 갑자기 토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에엑!!" "이봐..이창훈 너 괜찮아?" 토를 하는 와중에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읊조리던 김병장의 말이 떠올랐다. [애초부터 우린....같이 이 곳에 오질 말아야 했어....아니면...이 곳을 우리만의 부대로 만드는거야. 우린 영원히 함께 하는거지... 아무리 니가 나를 멀리하려 해도 절대로 넌 벗어날 수가 없어....] 토악질 때문인지 공포심 때문이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부대에 도착하자 누군가가 나와서 나를 반겼다. 최병희 병장이었다. 나는 그에게 예를 갖출 틈도 없이 그저 멍하니 그를 쳐다만 보았다. 평소 미친개라 불리던 최병장이 알 수 없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 [출처] 그 곳의 기묘한 이야기 마지막 | 웃대(하드론) _________________________ 으아아아아아? 그러니까 결국 김선호가 아니라 한동철이었던겨?! 하긴 암만 한이 깊어도 그렇게 겁 많던 김선호가 그럴리가 없다 싶었는데 한동철이라면 말이 되지... 으 소름.... 근데 마지막에 최병장은 왜 온화한 미소를 짓는거지? 뭘까? 뭘까? 한동철이 이제 최병장한테 씌인건가? 멀리 하려도 해도 벗어날 수 없음을 드러내는건가 몰라 무서워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에 쫄깃한 이야기를 보았네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올게! 이따 밤에 잘 자고!
퍼오는 공포썰) 옆집 아저씨 이야기
대체휴일 다들 재밌게 잘 보내고 있어? 어린이도 아닌데 습관때문인지 어린이날은 항상 설레네 ㅎㅎ 누구나 어린이였던 적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같이 쉬기도 하고! 오늘도 단편을 하나 가져와 봤어. 친구한테 듣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같이 보쟈 이번엔 귀신썰은 아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사실 사람이 제일 무서운거잖아. 시작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 안녕하세요~ 짱공에 가입한지 10년 다 되가는데, 글은 처음쓰네요. 잘부탁드립니다~ 바로 시작합니다. 때는 2004년이다. 고삼 지옥을 마친 나는 신촌으로 대학을 가게 되었다. 집은 서울이었지만, 통학하기에는 집과 거리가 제법 멀었고, 혼자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신촌역 5분 거리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다. 자취하는 건물 1층은 식당이 있었고, 지하엔 노래방, 2~4층은 원룸식으로 되있는 건물이었다. 난 2층에 살았었다. 원룸 살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정할 정도로 이웃끼리 서로 인사도 안한다. 그렇게 자취를 한지 두 달 정도 지나고, 1층 식당에 혼자 밥먹으러 갔었는데 만석이었다. 식당 사장님은 이 건물 사람 아니냐며, 저기 이 건물 사람 혼자 밥먹는데 합석해서 같이 먹어도 상관 없지 않겠냐 하시길래 알겠다고 했고, 식당 사장님은 혼자 밥드시는 옆집 아저씨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같이 밥을 먹게 됐다. 그 뒤로 옆집 아저씨와 안면이 터서 인사 정도 하는 사이가 됐다. 어느 날은 옆집 아저씨가 택배 받을게 있는데 며칠정도 집에 없을것 같다고 대신 받아 줄 수 있냐고 물어서 대신 받아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우리집으로 택배가 왔었는데, 그 아저씨 연락처 뒷자리가 1818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참 특이하신 사람이네.. 하고 생각했었다. 그 후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이번엔 내가 택배 받을게 있었는데, 학교라서 기사님에게 전화가 왔고, 좀 급한 택배였기에 혹시 옆집 벨 눌러보고 사람 있으면 맡겨 달라고 했고, 택배 기사님이 옆집에 맡겼다고 다시 전화주셨다. 이웃 알게 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왔는데 옆집에 불도 켜져있었고, 안주무시는지 음악소리와 인기척이 들려서 실례를 무릎쓰고 벨을 눌러보았다. 잠시만요~ 하고 말하더니 몇분후에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소리와 함께 속옷차림의 아저씨가 나오셨다. 택배를 건내주며, 학생 차 한잔 하고 가지? 하고 물었는데, 그날따라 친절하던 아저씨 눈빛이 무슨 짐승 같았고 왠지 모를 살기도 느껴졌고, 게다가 피곤하기도 한 상태라 사양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도 아저씨와 인사하고 지냈고 언제 소주한잔 하기로 했었는데 서로 시간이 안맞아 못했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에 들어가는데, 폴리스 라인이 옆집에 쳐저 있었다. 처음엔 옆집아저씨 무슨일 있나 걱정했었는데, 옆집 아저씨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여러명을.. 친절하던 옆집 아저씨가 "살인마 유영철"이었다. 그 뒤 유영철 사건은 매스컴에서 크게 보도됐고, 집에 들어갈때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짜증도 났었고, 무엇보다 옆집에서 그런일이 있었다는 생각에 무서워서 방 빼고 바로 부모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유영철 다큐를 보다가 놀란건.. 유영철은 살인을 하고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혹은 컨퀘스트오브파라다이스를 들으며 시체를 토막냈다고 한다. 내가 택배 받으러 갔던 날도 시체를 토막내고 있었을까..? 만약 그 날 같이 차 한잔 했다면 난 어떻게 됐을까..? 100% 실화입니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뭔가 안무섭네요.. 그래도 저에겐 가장 무서운(?) 죽을뻔한(?) 경험이었습니다.. [출처] 옆집 살인마(실화) | 나날이날림 ______________________ 으. 그 날 쓰니가 정말 차 한잔 하러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무섭다... 쓰니는 덤덤하게 썼지만 이보다 무서운 이야기는 없었던 듯. 왜 옆집아저씨, 그러니까 유영철은 쓰니보고 들어오라고 했을까. 만약 다음에라도 함께 술을 마셨다면 어떻게 됐을까. 계속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네, 그것도 아주 무서운. 갑자기 너무 소름 돋는다. 모두 부디 앞으로도 쭉, 무사하길.
퍼오는 귀신썰) 죽은 강아지가 돌아왔다
이제 정말 여름인가봐 주말에는 정말 더워서 돌아가실 뻔 봤네 28도까지 올라간다지만 그래도 왠지 익숙하지 않아서 긴 팔 셔츠 입고 나갔다가 세상 하직할 뻔. 비가 오고 안오고는 못 맞히지만 온도는 잘 맞히는 일기예보니까 믿고 옷을 입어야 겠어... 암튼 오랜만에 또 같이 이야기 볼까? 오늘 글은 예전에 빙글에서도 본 적 있지만 뭔가 요즘같을때 다시 보면 좋을 듯 해서 또 가져와 봤어. 그 때 봤던 사람도 있겠지만 새로 오신 분들은 본 적 없는 이야기일테니-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애동방에 써야할 지, 마음방에 써야할 지 모르겠어서 공포방에 보니 실제경험이라는 카테가 있어서 이 곳에 써야겠다 마음 먹었어. 어제 우리 집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16년을 꼬박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던 보리가 나타난 것이다. 함께 살던 과 나타났다는 말이 상이해 보이겠지만 그도 그럴 것이 보리가 올 초봄에 죽었기 때문이다. 가족들 모두의,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남동생 그리고 나까지 6명의 사랑을 호위호식하던 보리가 잠자듯 죽었을 때 경상도 출신에 말수 없고 무뚝뚝하기로 동네 유명인사셨던 할머니부터 원체 마음이 여리고 우리집에서 보리를 가장 많이 마주했던 엄마, 실질적인 보살핌은 적었지만 회식이나, 외식을 하면 보리가 먹을만한 것들을 늘 한 소쿰 들고 귀가하시던 아빠, 보리를 처음 데려왔던 언니, 얼마전에 군대를 간 남동생. 그리고 개를 그닥 좋아하지 않던 나까지 참 힘든 시간이었다. 사실 나이가 있던 터라, 보리의 죽음을 가족들 모두 예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잔병치례도 없었고, 그 흔한 시력저하도 없었기때문에 동물병원에서도 관리를 잘해주셨다며 가족들을 칭찬할 정도로(그건 엄마와 할머니의 작은 자랑거리었다.) 보리는 동안에 노견인 내색이라곤 없었다. 자꾸 구석을 찾아다니며, 소파밑, 식탁밑, 침대밑을 전전하던 보리를 보며 할머니가 '점마, 갈라나.' 라며 말씀하셨을 때, 엄마는 '어머님..!' 하며 할머니를 용기내 나무랐고, 아빠는 말 없이 식탁의자 밑으로 국에서 건져낸 고기를 잘근잘근 씹어 보리에게 내어주었다. 그러다 정말 봄비가 그릿하게 오던 날, 늘 그렇 듯 비슷한 동선에 위치한 회사를 다니는 언니와 만나 퇴근하던 날. 엄마가 언니에게 연락이, 아빠가 나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의 휴대폰이건만, 스물둘 된 남동생이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다. '누나.. 보리가. 죽었어.' 동요하던 나와 달리 언니는 침착하게 금방가겠다며 전화를 마쳤고, 집으로 오니 할머니 무릎에 보리가 힘없이 누워있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한테 기대 울고 있었고 아빠는 말없이 거실창문을 보며 동생과 서있었다. 불 한 곳 켜진 곳 없이 집이 어두웠다. 보리를 관리사무소에 양해를 구해 아파트 단지 내 작은 화단에 묻어주었다. 곧이어 다른 유기견을 입양하자는 제의를 의왜로 아빠가 먼저 하셨다. 하지만 엄마와 언니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리고 이렇게 계절이 바뀌어 여름이 되고, 이제 그 여름도 끝자락이 되어 엊그제는 벌써 입추였다. 서론이 길었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입추가 지나 내가 사는 곳은 벌써 조금 선선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위에 온 가족이 더위를 별로 안타시는 아빠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실에서 잤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이 각자 방에서 자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할머니 방에, 엄마아빠는 안방에, 언니랑 나도 방을 함께써서 우리 방에서 자고 있었다. 자려고 뒤척이고 있는 때, 갑자기 거실쪽에서 '왕.' 하는 조용한 짖음소리를 들었다. 나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옆에서 오늘 내일을 휴가 써 친구와 메신저를 주고받던 언니는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맞은편 안방에서 불이켜졌다. 엄마아빠도 들으신 것 같았다. 순식간에 네명이 복도로 모여졌다. 아빠가 들었냐고 먼저 물으셨고, 엄마는 왠지 눈물을 글썽이고 계셨다. 언니는 거실 불을 켰고 거실에는 왠일인지 방에서 주무시고 계셔야 할 할머니가 대자로 뻗어 계셨다. 다들 놀라 할머니께 달려들었다. 아빠가 할머니를 들어안았고, 울고있는 엄마와 다리를 연신 주무르는 나와 언니에게 누구 하나 빨리 119 부르라고 호통쳤다. 나는 놀라 방으로 뛰어들어가 119에 신고를 했고, 다행히 할머니는 아주 찬라 어지러워 쓰러지셨던 것 뿐이라고 했다. 왜인지 아무도 할머니가 넘어지시는 소리를 듣진 못했지만 구급차에 계시던 분들부터 병원 관계자분들까지 할머니 머리에 피가 고일뻔 해서 그대로 뒀다가는 다소 위험할 뻔 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다행히 곧 퇴원하신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족들이 모두 병실 앞 자판기가 마련된 간이의자에 모여앉았다. 아빠가 무릎을 벅벅 만지시면서, '보리가 할매 위험하다고 짖었는갑다.' 그 말에 마음 여린 엄마는 자판기 앞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며 돌아섰고 나와 언니는 할머니가 괜찮으시다는 안도와, 진짜일지 아닐지 모르나 그렇게 믿고싶은 보리의 외짖음이 고마워 울었다. 보리야, 고마워. [출처] 보리야, 고마워 ___________________ 이 글은 볼 때 마다 괜히 울컥해져. 쓰니의 담담한 말투 때문에 더 그렇고 진짜일지 아닐진 모르지만 가족 모두가 그렇게 믿는 보리의 외짖음이 고마워서 그렇고. 언제나 지켜보고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이니까 혹여 갑작스런 이별이 견디기 힘들지라도 그렇게 생각하며 버티도록 하자! 요즘 감기 걸린 사람들이 많더라 (나도) 모두 부디 건강하고, 조만간 또 다른 이야기 가져올게!
퍼오는 귀신썰) 방배동에서 생긴 일 1화
오랜만에 귀신썰을 짊어지고 왔어! 요즘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귀신썰을 찾을 시간도 없고 ㅠㅠ 하지만 같이 봐야 한다는 일념은 그대로여서 골라 왔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ㅎ 이것도 이거 바로 전에 가져왔던 썰 쓰신 분의 경험담이야 맘에 드는 귀신썰 찾기 정말 힘들거든 1) 글도 잘 써야 하는데 2) 귀신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두개를 다 만족하는 글들이 어디 많아야 말이지... 옛날부터 좋아하던 이야기들은 대부분 퍼왔고 새로운 썰들을 찾아 유영하는데 이렇게 잘 풀어 써주시는 분들이 여러편 써주시면 넘나 고마운것 TMI 그만 하고 ㅎㅎ 이야기 들어갈게! 약19금이니까 학생들은 뒤로가기 누르고! 시작! ____________________ 일단, 잡설을 집어 치우고 빛보다 빠른 LTE급 전개로 진입 하겠습니다. ============================ 이 이야기는 밤무대 생활을 하기 몇해 전 직딩때 이야기임. 고로 춘천사건보다 훨씰 전 이야기 이므로 세월이 갈수록 점점 석면화 되어 가는 내 붕어 대가리가 얼마나 자세히 기억해 낼수 있을지는 모름. 한때 밤 12시에 서버 다운을 기다리며 야근을 함. (서버 다운후 SQL작업 이었던 걸로 기억함) 할게 없어 당시 유행하던 스칼럽에 들어감. 수많은 무림 고수들 틈바귀에 낑겨 나름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조금 참신한 컨셉의 방을 만든답시고 잔대가리를 굴려 가며 만든 방이 공포방!!! 방제는 '무서운 이야기 방' / 제한 인원수 4명 역시나 잔대가리가 통했는지 방을 파자마자 방에 들어온 사람 남자2, 여자2 총 4명 나 외 세명이 더 들어와 슬슬 각자의 썰을 풀기 시작 처음에는 한명씩 돌아가며 각자의 에피소드를 풀어놓기 시작. 근데 나말고 다른 남자 한넘이 사실 자기는 귀신을 본다는 개드립 시전 시작. 그런데 그 말을 하자 '탤런트' 라는 닉을 쓰는 여자아이가 그 넘한테 급 관심을 보이기 시작. 난 그때만 해도 그 넘이 되도않는 개구라를 친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음. 그때 그 넘이 (소품) 갑자기 탤런트 에게 말함. 소품: 탤런트님. 지금 얼굴에 화상 당한 여자한테 시달리고 계시죠? 얼굴 반이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고 생머리는 좀 길고 쌍거풀 없이 눈 큰여자요. 순간 채팅방에 정적………………. 나도 이때부터 살짝 쫄음 그때 이넘이 한마디 더함. 소품 : 지금 탤런트님 뒤에 서 있는데요. 이런 ㅆ놔ㅐㅁ러아ㅐㄴㄹ머앤머랭ㄴ; 그때 불꺼진 사무실에 혼자 있었는데 레알 방 깨고 나가고 싶었음. 진짜 책상 밑에 소복입은 여자가 웅크리고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공포를 마구 느낌. 그러자 순간 탤런트 라는 여자 아이가 다음날 급벙개를 하고싶다고 제안. 사실 난 벙개고 나발이고 똥꼬가 쫄깃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갖은 핑계로 벙개에 빠지려 하였으나. (나가봐야 오크일 확률 99% 라고 생각한 측면이 크지만) 탤런트가 방장은 꼭 나와야 한다, 방장이 안나오면 인원수가 안 맞는다.(응? 인원수? 혹시 그럼………) 등등의 유혹에 못이겨 나가기로 했음. 그리하여, 네명이 사는 중간 지점인 방배동에서 벙개를 하기로 함. 첫 벙개도 방배동 이었지만 이 친구들과 매번 만날 때 방배동에서 만났고, 실제 나중에 일어날 일도 다 방배동이 배경임. 이제 바로 본론 이야기 GOGO~~ =========================== 등장인물 나 : 당시 30살? 29살? 그 즈음. 남자1) 소품 : 당시 녀석이 방송국 쪽 소품일을 하고 있었음. 이름 기억 안남.(내 기억에 당시 26정도?) 여자1) 백뚱 : 얼굴은 참으로 뽀얗고 이쁘장 하나 돼지끼가 좀 있음. 살짝 사차원 (내 기억에 당시24) 여자2) 탤런트 : 얘는 닉이 탤런트 였음. 애는 닉을 잊어먹을 수가 없음…(내 기억에 당시 28? 27? 그쯤.) 만남. 흠흠, 이번편은 등장 인물이 참 간결해서 좋네요. ㅋㅋ 춘천편은 8명 이었는데 이건 4명 사이에서 벌어진 이야기 이니. 만남이 있는 날 제가 조금 늦어 나가 봤더니 소품과 백뚱이 이미 앉아 있더군요. 소품녀석은 이미 전날 채팅방에서 친해진 상태여서 저한테 형,형, 그랫었고 백뚱도 오빠오빠 거리며 친한척 하는데 예상은 했지만 뭐…. 이상한 사심을 가지거나 할 정도의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첫 느낌은 얘 좀 조심해야겠다. 정도?) 제가 방장 이었기 때문에 저를 중심으로 연락해서 이루어진 벙개 였는데 탤런트는 조금 늦게 도착 할 것 같다고 이미 통화를 했었구요. 당시 탤런트 집이 안산이라 멀기도 하고 본인이 피아노 레슨을 하는데 레슨 시간이 조금 늦는 바람에 늦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셋이 모여 간단한 통성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때 카페에 어떤 여자가 들어 오는데 키가 172에 길고 찰랑 거리는 생머리를 가진 모델 뺨따구 마구 후려갈길 것 같은 여자가 들어 오는 겁니다. 검은 코트에 정장을 입고, 늘씬하게 뻗은 여자가 들어 오는데 그때 든 생각이 '와 저런 애들 오는거 보니까 방배동 아직 안죽었구나' 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카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한번에 꽂히는걸 느낄수 있을 정도 였습니다. 사실 방배동 카페촌이 90년대 초반까지는 꽤 잘 나가던 동네였죠. 좀 잘 논다 하는 애들이나 연애인들 많이 왔다갔다 하고. 암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카페를 두리번 거리더니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데 갑자기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제 핸드폰이 울리는 겁니다. '오잉? 재가 탤런트 였어?' 그렇게 그녀가 마지막으로 합석을 하게 됐고 우리는 술집으로 이동해 술을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처음 관심은 소품에게 쏠려 있었죠. 녀석이 자기는 귀신을 본다고 얘기 하니까 탤런트가 물어 봅니다. "너 얼굴 반 화상 당한 여자는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묻자 소품 녀석이 대답 합니다. 사실 그 방에 누나가 들어올 때 (소품 녀석이 탤런트에게 누나라고 했었습니다.) 얼굴이 반정도 화상을 입어 일그러진 여자의 형체가 느껴졌다. 근데 그 여자가 누나 뒤에 서있는 것 처럼 느껴 지더라 그래서 자기도 반신반의 하면서 말을 던진건데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질지 몰랐다. 라는 말을 하더군요. 뭐, 백뚱과 저는 초반에 꿀먹은 벙어리 처럼 앉아있었고. 그랬더니 탤런트가 털어 놓는 이야기가. 자기가 얼마전 부터 이상한 악몽 때문에 잠을 못잔다는 것 이었습니다. 잠이 스르륵 들려고 하면 얼굴 반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여자가 나타나 자기 얼굴 앞에 그 얼굴을 들이대고 조롱하듯이 쳐다 보는데 그 눈빛이 너무 무섭 다는 거죠. 그게 한달 넘게 지속 되다보니 잠도 못자고 지금 아주 미칠 지경 이라는 겁니다. 그러다 우연히 채팅방을 봤고 들어왔는데 그런 얘기를 들었으니 자기도 깜짝 놀란거죠. 그렇게 탤런트와 소품 녀석이 그 여자의 인상착의를 얘기 하는데 뭐 짜 맞춘 것 처럼 인상이 딱 들어 맞더군요. 그 여자 정체를 알수 없겠냐고 탤런트가 묻자 소품 녀석이 아직 잘 모르겠다. 근데 뭔가 원한이 있다는 건 느껴진다. 쉬이 떨어질 그런 영은 아닌 것 같다. 등의 얘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술을 먹다 시간이 늦어져 헤어지기로 했는데 다음날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의견들이 모아 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닥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이것도 인연인데 자주 보자 라는 녀석들 말에 발을 빼지 못하고 그러마고 약속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뜬금없이 백뚱과 소품 녀석이 자기들은 둘다 집 방향이 노원구라 택시를 타고 가겠다는 겁니다. "어, 그래…..그럼 둘이 가야지." 라고 말하고 멀뚱히 서있는데 갑자기 탤런트가 "오빠 그럼 오빠는 나 좀 바래다 주면 안돼?" 라고 하는 거예요. 아니 이런 썅……방배동에 총알 택시가 얼마나 많은데 이게 날 개호구로 보나. 라는 생각에. "야 너 돈도 잘 번대매 그냥 택시타" 라고 말하자 "오빠 요즘 택시가 얼마나 무서운데 재네 둘은 집 방향이 같으니까 같이 가면 되지만 난 택시 같이 탈 사람도 없잖아" 라고 말 합니다. 오메 잡것. 근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제가 탤런트를 집까지 바라다 주기로 했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으면 좋으련만 그날 탤런트와 저는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소품 녀석과 통화를 해보니 그 녀석들은 뭔일 있었더군요. ㅋㅋ 다음날 소품 녀석이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는데 그 녀석 말에 따르면……. 노원구에 다가서 자기가 먼저 내리기로 했는데 백뚱이 따라 내리더랍니다. 그러더니 '술한잔 더하자 오빠한테 꼭 물어볼게 있다'는 드립을 치며 따라 붙길래 녀석이 술한잔 더먹으러 가는데 백뚱이 그러 더랍니다. "오빠, 이동네엔 조용한 술집 없어. 나 오빠랑 조용히 얘기하고 싶은데 우리 술 사서 방잡고 얘기 하자" (이건 남녀가 뒤바뀐 멘튼데 ;;) 그래서 술값도 백뚱이 계산하고 방비도 백뚱이 계산하고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그러 더래요. '자기 몸엔 몸쓸 귀신이 붙어 있다' '영적 기운이 쎈 사람이 마사지를 해주면 그 귀신이 쓸려 내려 간다' '오빠라면 충분히 그 게 가능할 것 같다' 더 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웃긴게 처음에 술집에서 술먹던 중에 백뚱이 다른 사람 몰래 저한테 문자를 보냈었거든요. ㅋㅋ -오빠 이따 오빠랑 이야기 좀더 하고 싶은데 이따 따로 좀 보면 안돼요?- 라고 문자를 보내길래 제가 -싫다- 라고 답문을 보낸적이 있어서 한참을 웃긴 거예요. 아뭏튼 백뚱이 그 얘기를 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해달라기에 녀석이 '에이 씨부럴 돼지 주물럭 한다고 생각 하지뭐,' 라는 심정으로 그냥 대충 여기저기 주무르고 있자니 갑자기 백뚱이 "아, 오빠 아무래도 옷이 걸려서 제가 강한 영적 기운을 못 받는 것 같아요" 라며 소품 손을 잡더니 옷안으로 자기 살을 마구 만지게 하더래요.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앉더니 말릴 새도 없이 훌러덩. (말리지도 않았겠지만) 그렇게 좀 있다가 "오빠 아무래도 오빠도 옷을 입고 있어서 제 몸안에 마귀가 반응을 안해요" 라며 옷을 마구 벗겼답니다. (아마도 음란마귀였나 봅니다 ) ㅋㅋㅋㅋ 아, 이거 쓰다 보니 자꾸 야설이 되는 것 같아 이쯤에서 스톱하죠. 뭐, 그 다음이야 여러분 상상 하시는 그대로 입니다. 녀석도 남자니까 제 생각에는 그때 소품 녀석이 말은 그렇게 해도 녀석도 마음이 있으니까 그러지 않았겠나 생각 합니다. ㅋㅋㅋ 암튼, 다음날 소품 녀석이 다음날 저한테 전화 해서 그일로 찡찡 대는데 사실 저는 웃겨 죽겠더군요. "야야, 그냥 마음 편하게 육보시 하고 덕 쌓았다고 생각해. 음란마귀한테서 구해 준거 아냐ㅋㅋ" 라고 말하자 녀석이 정색 합니다. "아, 근데 개는 순 구라 거든요 형도 알잖아요, 탤런트 누나는 진짜 힘든 거구" 그런데 그 정도는 녀석이 말 안해 줘도 알 것 같았습니다.. "어, 그래 난 잘 몰라, 니 말대로 나는 수호령이 강해서 그런거 못느낀 다매. 니가 잘 좀 해결해줘봐" 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벙개에서 녀석이 저보고 '형은 지금 형의 수호령이 너무 강해 잡귀 따위한테 시달릴 일은 없을거다' 라고 말해 줬었거든요. 사람 심리가 묘한게 녀석한테 그런말을 듣자 좀 뭔가 안심이 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녀석한테 그랬습니다. "야 개네 둘다 귀신한테 시달리는 불쌍한 애들 이니까 앞으로 니가 만나서 잘해줘 ㅋㅋ 난 사실 개네 보기가 무서워" 라고 놀림반 진담반의 말을 했더니 녀석이 그러 더군요. "아뇨 형, 아마 탤런트 누나가 형한테 전화 하거나 아마 그럴거예요. 그때 그 누나 한테 좀 잘해줘요" 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때 전 속으로 이것들이 둘이 따로 무슨 얘기를 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4명이서 한 두세번 정도 더 모여서 술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백뚱은 계속 저한테 자기 데려다 달라고 속보이는 짓 했던 것도 기억 나고. 그런데 좀 이상하게 저는 탤런트만 집에 몇번 데려다 줬던 기억이 남고 그렇네요. 그때 탤런트가 그렇게 이뻣음에도 불구 하고 그녀를 좀 피했던 이유가, 웬지 저는 그녀가 무서 웠어요. 차도녀 스타일로 이쁘긴 한데 굉장히 차가운 인상 이었습니다. 항상 까만옷을 좋아해 까만 이미지에 차가운 눈빛을 가진게 제 취향은 아니었다고 생각 했거든요. 그런데 그 즈음 그녀한테 문자가 왔습니다. -오빠 저녁에 바빠요? 내가 술 사줄게 술한잔 해요- 라고 오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래, 그럼 내가 소품하고 백뚱한테 오늘 스케쥴 물어볼게- 라고 답문을 보내자. -아뇨 개네 말고 오빠한테 상담 할것도 좀 있고 해서 다른 애들 한텐 비밀로 하고 둘이 봤으면 좋겠는데- 라고 답문이 오더군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별 생각 없지는 않았겠죠. 아무리 그래도 예쁘고 늘씬한 여자가 둘이 술을 먹자는데, 저도 남자인지라 제 기억에 그때 응? 이거 혹시 오늘? 응? 응? 이라는 생각과 아, 아무리 그래도 애랑 둘이 보기엔 좀 무서운데, 라는 생각이 공존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제가 무슨 여자에 대범한 사람 같지만 그때 사실 제 주위에 여자가 꽤나 많이 꼬여 있던 시절이라 일부러 여자를 어떻게 해봐야 겠다 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시기 이기도 하군요. 그때 제가 농담조로 "지금 당장 전화 하면 달려나올 여자 애가 일개 연대급니다" 라고 농담 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걸로 봐선 아마 그때 탤런트를 보러 나갈 때도 숫컷 으로서의 사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퇴근 시간이 다가올 즈음 뜬금없이 소품녀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더니 대뜸, "형 혹시 우리랑 말고 탤런트 누나랑 만난적 없어요?" 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오늘 만나기로 한걸 솔직히 얘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막 고민 하고 있을 찰나에 그녀석이……….. "형, 나 탤런트 누나 꿈에 나오는 그 여자 누군지 알 것 같아요. 형 그 누나 형이 따로 만나면 형도 위험해 질수 있어요" 라고 말을 합니다. ========================== 요즘 뻘짓 좀 했더니 일이 좀 밀리네요. 일좀 하고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  아 참, 닉을 변경 하려고 봤더니 짱공은 닉넴 변경이 안되는군요 ㅠㅠ  이런 요상한 영어를 계속 닉넴으로 써야 하다니 [출처] 방배동에서 생긴일 | hyundc 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때 뭔가 흥미진진하지? ㅎㅎㅎㅎㅎㅎ 다음 이야기 후딱 가져올게 참! 지난주에는 공포미스테리 톡방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나눠주시는 분들이 계셨어 심심하신 분들은 톡방에서 이야기 읽어 보시길! 톡방은 언제나 그렇듯 이 곳! >> 공포미스테리 수다방 (CLICK)
퍼오는 귀신썰) 방배동에서 생긴 일 2화
오 이번 이야기는 맘에 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해서 뿌듯! 신나게 다음 글을 가져 왔어 얼른 같이 보즈아! ______________________ 그런데 그때 그 녀석 말에 불현듯 드는 생각이 '혹시 이 녀석이 탤런트한테 흑심이 있어서 날 경계해서 이러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같이 모이면 주위 남자들이 탤런트를 흘깃흘깃 쳐다 보는 일도 많았고,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학창 시절때부터 남자들한테 엄청난 대쉬를 받고 살았더군요. 그리고 그때 탤런트는 비록 사이가 좋지 않아 헤어지기 일보 직전 이지만 남자친구가 있었던 상태 였습니다. 그래서 술 먹으면서 남자친구 얘기가 나오면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 지곤 했었죠. 여튼, 소품 녀석에게 그런식의 반응이 나오니 은근히 호승심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 그거 뭐 많이 워험한 거야?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라고 녀석에게 말했습니다. "일단 형, 그건 만나서 얘기해 드릴게요. 오늘 술 한잔 하시죠" 얘길 듣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갈등이 몰려 옵니다. 이녀석 말을 믿어줘? 그냥 딴 마음이 있으면 나한테 말을 하지 내가 도와 줄텐데, 근데 탤런트가 오늘은 나만 보고 싶다 그랬는데 같이 만나면 기분 나빠 하지 않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로 갈등이 되더군요. 그래서 알았다 금방 연락 주마고 말하고 탤런트에게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소품이 오늘 만나서 술한잔 하자고 그러는데 어떻할까? 뭐 중요한 얘기 할게 있는 것 같던데" 라고 양해를 구하고 같이 보기로 했습니다. 근데 저는 백뚱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날 백뚱이 탤런트에게 전화를 해 그날 또 넷이 모이게 되는 상황이 발생 했습니다. 아니 여자는 자기가 혼자 라고 탤런트가 연락을 했나? 뭐 어쨋건 그건 중요 한게 아니니…….. 그렇게 또 넷이 모여 저녁 먹고 술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들을 하고 있는데 서로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던 인간들이 아무 얘기도 안하는 거예요. 쓸데 없는 잡담이나 농담이나 하고 있고, '뭐야? 이럴거면 날 왜 불렀어? 지금 장난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백돼지 아니 백뚱이 뜬금없이 " 아 화장실 가고 싶은데 술을 많이 먹었더니 어지럽네 오빠나 화장실 가게 부축 좀 해줘" 라는 옆집 똥개 삼돌이가 들어도 코웃음을 칠법한 개드립을 치는 겁니다. "이게 미쳤나? 야, 너 술도 얼마 안먹었잖아? 내가 너 화장실 가는데 왜 부축을 하냐?" 라고 하자 "아이이잉~~ 오빵 한번만 쉬야하는데 쫌 델따 주세욤~~~" -_-;; 와 놔………..진짜 귓방망이 한대 후려치고 그냥 콩밥 좀 먹고 말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근데 저 덩치에 저런 말도 안돼는 교태를 부릴라면 지는 또 지 나름대로 얼마나 힘들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불끈 발동하여 제가 부축 해줬습니다. 제 기억에 그때 투다리 였나? 아니면 그 비슷한 술집에 있었는데 백뚱과 제가 복도 쪽에 같이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상태여서 같이 일어 나 줬죠. 근데 그때 그날 백뚱이 두툼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그안에 그냥 면티 같은걸 입고 왔었는데 술집에서 파카를 벗고 있었거든요. 저는 그날 살색 무스탕을 입고 있다 술집에서 벗고 있었고. 제가 일어서자 이 냔이 팔짱을 쓰윽 끼고 몸을 붙이는데 뭐가 물컹 하는 겁니다. '헉!, 뭐야 이거? 아 씨 뭐야 이거? 이 물컹은 예사 물컹이 아닌데? 진짜 가지가지 하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쨋건 화장실 갔다 오는데 이건 뭐 화장실을 가자는 건지 모텔을 가자는 건지 한걸음 걸을 때 마다 제 온몸을 더듬으며 걷는 겁니다. 진짜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화장실에 데려다 주고 그냥 기다리지도 않고 자리로 와버렸더니 한참후에 지혼자 잘만 걸어 오더군요. 잘 걸어 다니는 구만 뭐. 쓰읍~ 또 그렇게 앉아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이런 저런 잡담들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무릎께로 뭔가 스윽~ 들어 오는 겁니다. 그때 제가 상체를 탁자에 기대고 있었는데 백뚱이 다른 애들 몰래 테이블 아래에서 다리를 들어 제 소중이를 갑자기 꾸욱, 꾸욱 누르는 겁니다. 참 나 별…살다살다 내가 이제 영화 속에서만 보던 소중이 꾹꾹이를 당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참 허탈 하더군요. 영화속에서 겁내 섹시한 분위기로 연출 되던데 현실은 왜 이렇게 추잡한 기분이 들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낮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야, 발꾸락 치워라 소중한 내 꼬추에 니 발꼬랑내 베긴다." 뜬금없는 제 말에 탤런트와 소품은 어? 라는 멀뚱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만 보고 있고 백뚱은 갑자기 절 째려 보더군요. 그리고 갑자기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더니 휙 나가 버립니다. 탤런트와 소품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계속 벙져 있길래 제가 그랬죠. "갑자기 분위기가 이렇게 돼서 미안하긴 한데, 내가 지금 음란마귀한테 강간 당할 뻔할 위기에 놓였었거든. 미안해 애들아" 그 한마디에 둘다 빵 터지 더군요. 소품녀석이야 뭐 그렇다 손 치지만 탤런트는 아직 소품과 백뚱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고 있었던 지라 좀 얼떨떨해 하더군요. 탤런트가 그래도 자기가 따라 나가서 위로 해주 겠다는 걸 소품 녀석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리고 뭐 그렇게 좀 더 먹으며 쓸데 없는 얘기를 하다가 탤런트가 먼저 일어 나더군요. 오늘은 지하철 끊기기 전에 일찍 가겠다고. 할말 있다고 보재더니….쓰읍. 그렇게 소품녀석과 둘이 남게 되어 녀석이 알게 되었다는 그 '화상 입은 여자'의 정체에 대해 물어 봤습니다. 그녀석 말에 의하면 보통 자기가 영가를 보거나 할 때 흐릿한 홀로그램 영상 처럼 뭔가가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좀 더 강한 영가는 진하게 보이고 또 뭔가 사연이 있거나 원한이 깃든 것들은 영사기를 허공에 비춘 것 처럼 영상이 스윽 지나 가서 그 상황을 알게 되는건데 (녀석의 말에 의하면 무당들도 그런식 으로 영상을 보고 맞추는 무당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 전 넷이 만나고 집에 들어 가는 중에 그 화상 입은 여자에 관련된 무언가의 영상이 스쳐 지나 갔다는 겁니다. 녀석이 정리한 논지에 의하면, 분명 밤마다 꿈에서 괴롭히는 그 여자는 분명 탤런트의 전생과 관계가 있다. 그 화상 입은 여자는 운전중 이었는데 어떤 낭떠러지 위에 위치한 도로 였고 그 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타고 있었으며 무언가의 일로 굉장히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심하게 싸우다 무슨 일인지 혹은 일부러 그랬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여자가 핸들을 벼랑쪽으로 돌렸고 차는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 졌다. 그 사고로 여자의 얼굴 반은 화상을 입게 된거고 아마 죽었을 확률이 높다. 대충 정리 하자면 이런 내용 이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그럼, 그 여자가 탤런트의 전생 이란 말이야?"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자기 전생이 나타나서 현생에 나를 괴롭 힌다는게 말이돼?" 그러자 녀석도 수긍 하더군요. "그러게요 그럼 말이 안되는데. 근데 그게 아니면 설명 하기가 힘들어 지는데…….. 탤런트 누나가 전생에 혹시 그 여자의 남자를 뺏은게 아닐까요? 그래서 사고가 나서 죽었고 그 이유로 지금 괴롭히는……… " "그런가? 그럼 전생에 탤런트 한테 자기 남자를 뺏긴 한 맺힌 영가가 지금 탤런트를 괴롭히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네?" 그리고 저희는 소주잔을 마주치고 입에 가져 갔습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아무리 빨리 잡아도 50~60년대 라고 봐야 하잖아? 탤런트 나이가 있으니까. 그때 우리나라에 자가용 가지고 돌아다닐 만한 사람 흔치 않을걸? 나름 부자 였던 우리 집도 70년대 중반에 차를 샀는데. "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다 둘이 말이 뚝 끊겼습니다. 술잔을 들고 서로 얼음 처럼 굳어서 쳐다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 올라 오는 겁니다. 우리는 서로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쳐다 보고 있었죠. "그…..그럼……..저….전생이 아닌거네…….현생에 있었던 일인 거네" [출처] 방배동에서 생긴일 | hyundc __________________________ 헐...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정말 남자를 뺏겨서 그런걸까 어떤 사정이길래 죽으려고 까지 한걸까 그리고 죽게 된걸까 ㅠㅠㅠㅠㅠㅠ 다음 이야기 곧 가져올게!!!!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불금 보내고!
퍼오는 귀신썰) 치악산에서 생긴 일
오랜만이지? 한동안 갑자기 귀신썰들이 빙글 공포미스테리 커뮤니티에 쏟아져서 깜짝 놀란 마음에 정작 내가 글을 못 가져오고 있었달까 ㅎㅎ 정말 재미난 글들도 꽤 있고... 다들 어디 계시다 나타난거죠? 조만간 또 재미난 글들 추려서 추천하긴 할거지만 공포미스테리 커뮤니티 와서 다들 먼저 읽어도 보시길! 재밌는 글들이 너무 많아졌어. 질 수 없어서 나도 오랜만에 가져와 본다 ㅎㅎ 이번에는 세편짜린데 그리 길지 않아서 기냥 한편으로 붙여봄! 오랜만에 같이 볼까? 이제 슬슬 더워지니 으스스한 이야기하기 딱이잖아 ___________________________ 대학 여름 방학 종강 파티 날 이었습니다. (잡설없이 본문으로 직행하는 이 단호함) 여느 대학생들이 그러듯 저희는 종강을 핑계 삼아 술을 마셨고, 술이 들어가자 '그럼 이제 방학 동안 우리 못보는 거임?' 이라며 겁내 서운한 척을 했고, 그러다 보니 한 놈이 "그러지 말고 우리 내일 산이나 놀러 가자 다 같이" 라는 선동을 하기 시작 했고, 술기운에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들이 "오올~~ 조아조아 산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이 역시 일품이지" 라는 주접으로 분위기를 상승 시킬때쯤. "그럼 미루지 말고 술먹다 내일 새벽에 바로 출발하자 한 2박 3일쯤 어때?" 라는 피니쉬 블로우를 날림과 동시에. 우리는 깊은 어둠의 산행을 시작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본격 주접 등산기 치악산에서 생긴 일 새벽까지 꾸역 꾸역 술을 마시다 보니 한 녀석이 집에 가서 텐트를 들고 왔더군요. "야 이거 우리 아버지가 비싼거 라고 손도 못대게 하던 텐트야. 이거면 우리 넉넉히 잘수 있을거야" 라고 설레발을 쳤고 저희는 속으로 그래 저 녀석 집도 잘사니 텐트는 물어 보지 않아도 분명 고급 일거야 라는 생각으로 출발 했습니다. 가진 돈을 긁어 모아 보니 근교 산에 갈만한 돈이 모아 지기에 우리는 조금 멀지만 그래도 가깝다고 할수 있는 치악산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새벽까지 술 퍼 먹은 꾀죄죄한 모습으로 말이죠. 당시에 등산화, 등산복 뭐 이런거 없었습니다. 오직 믿을건 텐트 하나, 부루스타 하나, 코펠 하나 등산화도, 등산복도, 스틱이나, 후레쉬나 그런건………..개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희는 거지 꼴을 하고 쭐래쭐래 원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때 인원이 남자 4(산적, 살살이, 남띵, 저) 과동기 여자 1 (화장빨) (당췌 애는 어디서 따라 붙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어쨋건 붙어 있었음) 나머지 두 녀석이 더 있었는데 무언가의 일이 있어 하루 지나서 오기로 했습니다. 알아서 찾아 갈 테니 잘 보이는데 가서 놀고 있으란 말과 함게 말이죠. 올라가기 전에 산 아래쪽 슈퍼에서 올라가서 먹을 부식을 샀어요. 돼지고기, 쌀, 마늘, 양파, 고추장, 된장 뭐 그딴 부식들을 구매한 후. 라면 박스에 넣어 박스를 들쳐 업고 산을 올라 갔습니다. 등산베낭이나 이런 폼 나는건 절대 없이. 무슨 히말라야 트랙킹 짐꾼처럼 라면박스를 들쳐 업고 올라 갔어요. 그때 이것 저것 부식을 사고 집에 갈 차비를 빼니 돈이 조금 남았었는데 산적 녀석이 자꾸 백숙을 먹고 올라 가자는 거예요. 돼지 같은 시키. 그 녀석이 너무 강하게 우겨대니 다른 녀석들도 '그럼 먹고 올라갈까?' 라는 분위기가 형성 되면서 저희는 산아래 위치한 식당에서 백숙을 먹고 올라 갔습니다. 백숙을 먹고 저희는 슬슬 산을 탔지요. 부식을 담은 라면 박스를 어깨에 걸쳐 메고. 한 두세시간 정도 올라 갔을까요? 사실 두세시간 올라 갔다고 해도 그닥 많이 가진 못했습니다. 복장도 그랬고, 전날 술도 많이 마셔서 컨디션도 영 아니고 결정적으로 라면 박스 들쳐 메고 가봐야 얼마나 올라 갔겠습니까? 어느 정도 올라 가자 시냇물이 흐르고 그 건너 편으로 텐트를 펴고 놀기 적당할 만한 자리가 나타 나더군요. 힘이 빠져 있던 저희는 그냥 그 자리에 자리를 잡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 자리로 가려면 냇가를 건너야 하는데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이 꽤 불어 있었습니다. 못 건너거나 위험할 정도는 아닌데 무릎께 정도로 흘러서 정신 바짝 차리고 걸어야 할 정도로 말이죠. 저희는 일렬로 서서 냇가를 건너 가는데 뒤에서 갑자기 뭔가 '첨벙'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앞서 가던 제가 "뭐야? 이거 무슨 소리야?" 라며 뒤돌아 보는데 또 무언가 '첨벙' 하고 빠지는 소리가 들리 더라구요. 제가 맨 앞에서 서자 뒤따라오던 아이들도 다 멈췄는데 뒤에서 다급하게 소리를 지릅니다. "야, 뭐해 일단 빨리 건너가. 나 넘어 질 것 같단 말야" 그래서 일단 후딱 건너 왔지요. 그러고 나서 냇가 저 아래 쪽을 보니 뭔가 검은 비닐봉지 두개가 둥둥 떠내려 가더군요. 그런데 물살이 워낙 세서 건지러 갈 생각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쌩~ 하니 ktx마냥 떠내려 갑니다. 제가 녀석들 한테 물어 봤어요. "야, 뭐가 물에 빠진거 같은데 저 흘러 내려 가는게 뭐냐?" 그러자 짐을 들쳐 업고 온 산적과 살살이 녀석이 그럽니다. "아, 몰라, 뭐하나 빠졌나 부지. 힘들어 죽겠는데 알게 뭐냐. 일단 뭐 좀 먹고 얘기하자" 그래서 일단 저희는 텐트를 치고 밥을 하기로 했어요. 저와 산적 녀석이 텐트를 치기로 하고 살살이와 남띵이 밥을, 화장빨은 여자이기에 페미니즘 사상에 입각해서 쳐먹고 놀다가 잔소리하는 역을 맡기로 하고 움직였습니다. 응? 쓰고 보니 뭔가 이상한데? 뭐 기분 탓이겠죠. 암튼. 산적녀석이 아버지 몰래 가져온 텐트는 돔 텐트 였어요. 폴대를 응차응차 구부려서 만드는 당시 텐트는 대부분 그런 식이었죠. 그런데 암만 폴대를 이리저리 구부려 봐도 텐트 모양새가 안 나오길래 제가 산적에게 "야, 이게 왜 텐트가 안서냐?" 라며 녀석을 쳐다 보니 녀석이 뭔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서있는 겁니다. "치….친구야….이거 포….폴대가 모자란다. 빠트렸나 보다. 어떻하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으며 밥하는 아이들 쪽을 쳐다 봤더니 녀석들은 웬일인지 밥을 하거나 고기 구울 생각도 하지 않고 둘이 멍하게 쳐다 보고 있더군요, "야, 니네 왜 밥 안해? 고기라도 먼저 굽던지 빨리 뭐 좀 먹게"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살살이 녀석이 멍하게 저를 쳐다 보더니 그러는 거예요. "야…아까 물에 떠내려 간게…………쌀하고 고기 였나봐" 그날 아마 제 평생 먹은 마늘 보다 더 많은 양의 마늘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먹을게 마늘 밖에 없었거든요. 구워먹고, 삶아먹고, 쪄서먹고, 생걸로 고추장에 찍어서 먹고, 상추에 싸서 먹고, 깻잎에 싸서 먹고 술 한잔 구운 마늘 하나, 술 한잔 삶은 마늘 하나, 술 한잔 생마늘 하나………… 산적 녀석은 먹다 말고 점점 술이 오르자 "시부랄…우린 이미 사람인데 왜 단군 체험을 해야 하는 거냐~~~~" 라며 울부 짖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녀석은 사람보다는 곰에 더 가까운데........ 그렇게 점점 날은 어두워 지고 저희는 마늘로 주린 배를 채우고 점점 취해 갔습니다. 산속에 밤이 그렇게 적막하고 무서운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애들이 떼로 있다 쳐도 날이 어두워 지자 슬슬 뭔가 모를 공포감이 찾아 오더군요. 일단 저희는 찌그러진 텐트로 철수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단군이 아니라고 계속 울부 짖던 산적 녀석이 자기는 개울 옆 그 술 먹던 자리에서 그냥 자겠다고 우기는 겁니다. "아, 몰라 난 여기가 좋아 니 들은 저 찌그러진 텐트에 들어가서 자. 그지 같은 텐트 쉑히" 라고 주사를 부리길래. 뒤도 안돌아 보고 저희는 텐트로 들어 왔습니다. 이미 저희도 술이 다들 꽤 취한 상태고 시간도 꽤 늦었고 일단은, 귀찮더라구요 ㅋㅋ 그래서 저희는 "그럼 여기서 자 이따 추우면 기어 들어 오던지"라는 의리 라고는 쥐똥만큼도 찾아 볼수 없는 멘트를 남기고 텐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때 텐트에 맨 안쪽부터 저 - 화장빨 - 살살이 - 남띵 이런 식으로 누웠어요. 분명 8인용 텐트 라던데 8인용은 개뿔, 스머프 전용 8인용 이라면 믿어 줄만한 크기 입니다. 넷이 누웠는데도 자리가 빡빡 했거든요. 밖에 있는 산적 녀석 까지 들어 온다면 저희는 칼잠을 자야 할 형편 이었죠. 텐트에 들어가자 마자 살살이와 남띵은 코를 골더군요. 저와 화장 빨은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다 보니 결국, 그 나이때 놀러 가서 항상 하게 되는 귀신 이야기 까지 흘러 갔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웃기는 얘기를 해줘서 둘이 깔깔 대면서 얘기를 시작 했는데 얘기가 진행 될수록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 지는 거예요. 그쯤 되니 화장빨 겁 줄려고 이야기를 시작 했는데 점점 저도 기분이 이상해 지더군요.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빨이 저한테 팔베게를 해달라 그러 더군요. 갑자기 팔베게를 왜 해주냐고 물어 보니 너무 무섭답니다. 일단 팔베개를 해주고 속으로 '음, 얘가 이렇게 많이 겁을 먹는걸 보아하니 내가 무서운 얘기를 참 잘해 줬구나' 라는 찐따 같은 감동을 스스로 하며 흐뭇해 하고 있는데 얘가 갑자기 그러는 거예요. "너는 무슨 소리 안들려?" "엉? 무슨 소리? 난 못 들었는데" "아니 니 얘기 중간중간마다 니 뒤쪽에서 여자가 킥킥 대는 것 같은 웃음소리 못들었어?" 화장빨이 그 얘기를 하는데 너무 섬찟 하는 겁니다. 그런데 또 쫄지 않은 척 하려고 대답했죠. "머….머….머래? 소….소리가 나긴 무슨 소리가 나. 니가 쫄아서 잘못들은 거지"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화장빨이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예요. "아니 나도 그럴리 없다고 생각 하는데, 너 말할 때 마다 중간중간 뭔가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아냐 아냐…자…..잘못 들은 거야. 소리가 어디서 났는데?" 라고 얘기 했습니다. 그제서야 화장빨이 "그런가? 하긴 그럴리가 없지 잘못 들은 거겠지" 라고 태연히 이야기 하길래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요. "일단 근데근데, 아까 하던 무서운 얘기 계속해줘" 라고 화장빨이 보채는데 정말 하기 싫긴 한데 여기서 또 얘기를 끊으면 쫄았다고 놀릴까봐 계속 이야기를 했죠. "어쩌구 저쩌구 쏠랑쏠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 안남) 그런데 갑자기 화장빨이 제 팔뚝을 '꽉' 잡는 거예요. 무엇에 인가 놀란 사람 처럼. "야..왜 왜 그래?" 제가 물어 봤습니다. "아니, 너 정말 무슨 소리 안들려?" 라고 다시 정색을 하고 물어 봅니다. "야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자꾸 아까부터……….." 라고 말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제 등 뒤에서 "키킥" 거리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제가 텐트 벽을 등지고 화장빨한테 팔베개를 해주고 있었는데 제 등 뒤 텐트 바깥쪽 에서 여자 목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 순간 제 온몸이 '얼음' 이 됐습니다. 뭐 잘못 들었나? 아냐 분명히 그대로 들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긴가민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는데 이번에 등 뒤에서 정확한 여자 목소리로 "니………..친구……." 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때 화장빨은 누워서 "엄마" 하는 비명을 질렀고 저는 순식간에 "우와와악~" 이라는 비명을 지르면서 텐트 반대 방향 입구 쪽으로 후다닥 도망 갔습니다. 자고 있는 친구 들을 뛰어 넘어서 말이죠. 그러자 화장빨도 소리 지르면서 제 옆으로 오고 살살이 하고 남띵 두 녀석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저희 둘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데도 잠에서 깨어나질 않습니다. 분명 반대 방향으로 도망 갈 때 녀석들 배까지 밟았음에도 말이죠. 귀신보다 더 독한 놈들. 저는 두 녀석을 흔들어 깨워 봤습니다. "야야…일어나봐 일어나봐" 그래도 두 녀석은 꿈쩍을 하지 않더군요. 하긴 연 이틀 그렇게 술을 퍼 마시고 박스를 짊어 메고 등산까지 한 마당에 밥은 커녕 마늘로 끼니를 때웠으니 지칠 만도 하죠. 두 녀석은 일어날 생각은 안하고 화장빨과 저는 텐트 입구 앞쪽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고. '그냥 밖으로 나갈까 말까?' 계속 그 고민만 하고 있는데 차마 텐트 문을 열 용기가 안 나는 거예요. 텐트 문 열면 이상한 처녀 귀신 하나 나타 날 까봐. 그렇게 한참을 둘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문득 밖에서 자고 있는 산적 녀석이 생각 나는 겁니다. "야 산적? 얘 아직 자나?" 라고 화장빨에게 물으니 "그야 나도 모르지" 라고 대답 하더군요. 아씨……….. 그래서 일단 문을 열고 산적을 깨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퍼로 채워진 텐트 문을 잡고 한참을 고민 고민 하다가 한번에 확 열어 제칠 심산으로 지퍼를 위로 확 올리다가 제가 깜짝 놀라 뒤로 자빠 졌습니다. "꿰에엑~~" "끼아악……..왜….왜 야 왜그래?" 화장빨이 놀란 토끼눈이 되어 저에게 물어 봅니다. "아니 이게 한번에 잘 안 열리네" 그때 텐트가 찌그러져 있었는데 동그란 텐트 지퍼를 한번에 확 열에 제치려고 했으니 잘 안 열리는 탓이었죠. 그래서 살금 살금, 조심 조심 텐트 문 을 열고 빼꼼히 밖을 쳐다 봤습니다. 휴, 다행히 아무 것도 없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내가 가서 산적 깨워서 데려 올 테니까 여기 있어봐" 라고 말하자 화장빨이 질색을 하는 겁니다. "아아아아니 싫어싫어 애네 다 잠들어 있는데 같이 가" 그래서 저희는 둘이 텐트를 나와 산적 녀석이 잠들어 있는 개울가로 내려 갔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어찌나 길게 느껴 지던지. 둘 다 염통이 쫄깃 해진 상태에서 도둑 고양이 마냥 살금 살금 산적 녀석이 잠들어 있던 곳으로 내려 갔는데. 녀석이 없어 졌습니다. 분명 그 자리에 잠들어 있었는데 산적 녀석이 없어진 거예요. 저희는 당황 하기 시작 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서 자고 있었는데 애는 어디 간 거야" 제가 당황해서 말을 하자 화장빨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산적 녀석이 잠 들어 있던 곳은 저희가 술을 마시던 굉장히 넓찍한 바위 위 였기 때문에 굴러 떨어 졌다고는 상상하기 어렵고, 만일 빠졌다면 뭔가 '풍덩' 하는 큰 소리가 났어야 정상인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거든요. 화장빨이 옆에서 "어떡하지?어떡하지?" 라는 말만 하고 있길래 제가 "어떡하긴 찾아야지" 라고 말을 하고 개울을 건너 등산로 깨로 올라 갔습니다. 냇가 쪽은 물살이 세서 위 아래로 사람이 걸어 왔다 갔다 할수 없기 때문에 분명 어딘가 갔다면 등산로로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위로 올라 가 볼 테니까 니가 아래로 내려가봐" 라고 얘기하자 화장빨이 펄쩍 뜁니다. "싫어, 같이가 이 무서운데 어떻게 혼자 가" 그래서 저희는 같이 일단 같이 내려가 보기로 했어요. 등산로로 걸어 내려 가며 아래 개울쪽 이나 어디 사람이 있을만한 곳은 샅샅이 훝으면서 걸어 내려 갔습니다. 그때 후레쉬가 없었는데 달빛 하나로 굉장히 밝게 보였던 걸로 기억 합니다. 그렇게 한 100여 미터를 걸어 내려 가는데 등산로에서 보이는 저 아래 쪽 개울가에 누군가 한명이 앉아 있는게 보여 자세히 보니 산적 녀석 이더군요. 냇가 옆쪽에 대변 보는 자세 마냥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화장빨과 저는 아래 냇가 쪽으로 뛰어 내려가 산적 녀석을 흔들 었습니다. "야야 너 여기서 뭐해? 얼마나 걱정 했는 줄 알아?" "저……..저기………..저기…………….." 무슨 말인지 알수 없게 녀석이 덜덜떨며  웅얼 거리는데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 보니 완전 넋이 나가 있더군요. "뭐? 야. 애 뭐래? 뭐라는 거야?" 라고 얘기 하는데 산적 녀석은 계속 넋이 나간 사람 처럼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니……난………저기……그냥………..저 사람 좀………." "야, 정신 차려 너 왜그래 임마" 라고 얘기 하는데 녀석이 손을 들더니 저희 뒤께에 있었던 나무를 가르킵니다. "저기………사람이………목………..매달려……….있어" 순간적으로 놀라 뒤를 돌아 봤는데 저희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예요. 산적 녀석은 계속 앉은 자리에서 부들 부들 떨면서 "저기…나무에…목 메단….목메단…." 이라는 말만 하고 있고. 옆에서 화장빨은 계속 "왜 그래 자꾸 무섭단 말이야 그만 좀 해" 라며 산적 녀석을 계속 흔들 었습니다. "야 일단 얘 좀 부축해서 텐트 있는데로 가자" 그렇게 둘이 산적 녀석을 부축해 일으켜 세운후 저희 자리로 돌아와 텐트 안으로 산적 녀석을 집어 넣었습니다. 그 쯤되니 몸을 휘감는 공포감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 자체가 안 되더군요. 살살이와 남띵 계석은 계속 세상 모르고 자고 있고. 아무튼 그렇게 저희는 공포감에 날 밤을 꼬박 세웠습니다. 해뜰녁이 되자 산적 녀석도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 온 것 같고, 살살이와 남띵 녀석이 일어나니 무서움이 가시더군요. 밖이 점점 환해지자 산적 녀석이 "야, 빨리 가자 빨리, 여기서 빨리 내려 가야해" 라고 갑자기 부산을 떱니다. 영문을 모르는 살살이와 남띵 녀석은 멍청하게 우리를 쳐다 보고 있고. 남띵 녀석이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합니다. "야, 어차피 우리 먹을 것도 마늘 밖에 없어서 내려 갈 거야 왜 이렇게 난리야" 그러자 산적이 소리를 지릅니다. "이 븅~신아 모르면 잠자코 하자는 대로 좀 해 우리 빨리 내려 가야돼" 라며 밖에 널 부러져 있던 코펠이며 부루스타를 주섬주섬 챙깁니다. 화장빨과 저야 두말 안하고 하산을 하기 위해 산적 녀석 옆에서 이것저것 정리 하고 있었죠. 한 한 시간여 정도 내려 갔을까요? 슬슬 이제 공포 스러웠던 산속에서 벗어 났다는 안도감에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그때쯤 화장빨이 산적 녀석에게 밤에 있었던 일이 기억 나냐고 물으니 모두 다 기억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산적 녀석이 이야기 해 주더군요. "몇시인지 모르겠는데 냇가 옆에서 자고 있을 때 너무 추워서 눈이 떠지는 거야. 그래서 텐트 안에 들어가서 자려고 앉은채로 텐트 쪽을 바라 보는데, 웬 처음보는 여자가 텐트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무슨 소리를 훔쳐 듣는 것 마냥 얘기를 듣고 있더라구" 그 얘기를 듣는데 소름이 끼치 더군요. 왜냐 하면 그때쯤 날도 밝았겠다 두려움도 꽤 많이 가셨겠다, 어제 화장빨 하고 들었던 소리는 그저 잠깐 뭔가를 잘못 들었겠거니 라고 속으로 생각 하고 있었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나서 화장빨 얼굴도 아연실색 해져 있었습니다. "호…혹시 그 여자 텐트 입구 반대쪽 에 있지 않았어?" 라고 화장빨이 물었습니다. "어, 너 그걸 아떻게 알어?" 산적 녀석이 그 말을 마치자 저와 화장빨은 벙찐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 봤습니다. "아…아니 그건 그렇고 그래서?" 라고 화장빨이 다음 이야기를 재촉 합니다. "생각해봐 그 장면에 무슨 말이 나오겠냐? 그러면서 퍼득 드는 생각이 저 여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멍하게 앉아 있다가 등산로 쪽으로 소리 안나게 도망갔지. 소리도 못지르겠고 말도 안나와" 저희는 눈을 말똥이며 녀석의 얘기를 계속 들었습니다. "일단 등산로로 도망가서 아래로 막 뛰어 내려 가는데 그 야밤에 혼자 등산로를 도망 가고 있다는게 더 무섭 더라구. 그래서 일단 앉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 시부럴 아까 봤던 그 여자가 내 앞에 있던 나무에 목 메달려 있는거야. 그것도 날 쳐다보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아니 우리가 봤는데 거기 아무것도 없었다니까" "진짜 있었다니까 니네가 날 데리고 갈 때 까지 계속 있었어. 우릴 쳐다 보면서" 거기까지 얘기를 하다가 저희는 짐을 바리바리 짊어메고 다시 하산을 시작 했습니다. 산 아래께에 다다라 저희는 어제 마늘이나 부식을 샀던 슈퍼에 들러 음료나 이것저것 다시 사고 있는데 살살이 녀석이 슈퍼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한테 물어 봅니다. "할아버지 혹시 이 산에서 목 메달아 죽은 사람 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웬 별 헛소리를 다하냐는 표정으로 살살이를 쳐다보다 말 합니다. "산에서 목 메달아 죽은 사람이 한둘 이겠어? 6.25전쟁통에 이산에서 죽은 사람이 얼만데?" 그런 말을 들으니 하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 이 친구들 이런 말 하는거 보니까 뭔일 있었구만?" 이라고 말씀 하십니다. "예, 저 쪽에 산적 처럼 생긴 친구가 밤새 귀신보고 시달렸대요" 남띵이 산적을 가르키며 할아버지 한테 말하자 대뜸 할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혹시 너럭바위 있는데서 잤어?" "너럭 바위요? 한 두어 시간쯤 올라가긴 했는데 거기가 너럭바윈가요? 평평하고 넓은 바위는 있었는데"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수롭게 피식 웃으며 말합니다. "아니 저 넓은 산에 들어가서 왜 하필 거기서 자?" 라고 말합니다. "네? 아니 그냥 캠핑하기 좋아 보이길래………." "거기 무당들 산신 기도 잘 하는데 아녀. 등산객도 잘 안가는 길이고" 그제서야 아차 싶더군요. 저희가 하필이면 기센 곳에 터를 잡아 그런 일을 겪었나 했습니다. 치악산 이야기는 대충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또 대충 얼레벌레 마무리 하려는 수작이………) 사실 이번 이야기는 텐트안 에서 화장빨과 제가 밤새 겪었던 이야기가 더 주된 내용인데 그부분을 거세 하고 이야기를 하자니 뭔가 김도 빠지고 이상해 지고 그러네요. 글 쓰는 제 자신이 흥이 나야 읽으시는 분도 재미 있으실 텐데 쩝. 아!, 그리고 시간이 조금 후에 어느 무속인 여자와 이야기 하다 저 때 치악산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 여자가 그러 더군요. "산에 올라가기 전에 뭐 먹었어?" 라고 물어 보길래 백숙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백숙 먹자고 주동한 사람이 누구야?" 그래서 제가 산적 이었다고 말하자. "그래서 그 친구가 당한거야. 산 기도터 지나갈 때 절대 닭 먹고 올라 가는거 아냐" 라고 얘기 하더군요. "그 물속에 빠트렸다던 쌀하고 고기가 얼마 쯤이야?" 라고 물어 보길래 "왜 그게 중요해?" 라고 제가 의문에 차서 물어 봤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그 백숙 값하고 물속에 떠내려간 쌀, 고기 값하고 비슷할걸?" 이라고 말하는데 그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금액이 얼추 비슷 한 거예요. 그녀가 그러더군요. "신경 쓰지마 산 할아버지가 기분 나빠서 장난 친 걸거야" 라고 대수롭게 이야기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녀가 말했던 산 할아버지가 산신령이나, 무속인들 기도 하는 대상이나 뭐 그쯤 되리라 생각 합니다. 얘기가 너무 용두사미가 되서 좀 죄송하긴 한데 당분간은 좀 밋밋하고 단편적인 에피소드들만 들려 드릴 생각 입니다. 강하게 겪었던 이야기 들은 대부분 19금 이라 19금 이야기는 한동안 살짝 자제 하려구요. 한동안 잠잠한 얘기만 하다가 언젠가 또 이 쯤에서 글 좀 싸질러야지 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 좀 강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출처] 치악산에서 생긴 일 | hyundc _______________________ 아... 산 기도터 지날 때 닭 먹으면 안되는거구나 오늘 하나 배웠습니다 산할아버지 장난 한 번 거하게 치시네 근데 왤까? 왜 닭이 안되는걸까? 혹시 아는 사람 있으면 말 좀 해주고 난 조만간 또 올게! 참. 사진은 그냥 인터넷에서 치악산 기도터 검색해서 나오는걸로 가져와 봄 ㅎ
퍼오는 귀신썰) 방배동에서 생긴일 -에필로그-
오늘은 진짜 무서운 얘기니까 겁 많은 분들은 닫기를 눌러야돼 보지마 보지마 알았지? 진짜로 진심! 자 겁없는 분들만 같이 보쟈! 시작! ___________________ 조금 특이하겠지만, 에필로그가 반말체 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읽다보면 왜 그렇게 썻는지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특이 하죠? ㅋㅋ 그럼 시작 합니다. - 지금 내방에 말이야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흘러나오고 있다구. 왜 이 음악을 듣냐 하면 지금 마음이 아주 편안 하거든. 아주 슬프게 궁상을 떨어서 저 깊은 강 어딘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음악들과는 조금 다르다구 굉장히 아름답고 서정적이야. 지금 마음이 아주 편하다구. 누군가 방배동 이야기가 픽션이냐 논픽션 이냐를 묻는데 말이야 물론 방배동 이야기는 논픽션이야. 아! 물론, 대화의 많은 부분이나 임의의 상황들은 대부분 가공 되었어. 내가 이미 10여년도 훌쩍 지나버린 세월에 대한 대화까지 기억해 내는건 무리라구. 물론 각색도 조금 많이 했지. “오빠 나 사실 무당이야” 도 실제 대화에서는 “오빠 나 장군님 모셔” 를 살짝 바꾼거야. 아무래도 임펙트가 떨어 지잖아. 그렇게 놓고 보니까 디테일은 가공된 얘기네,  뭐 아무렴 어때. 픽션 이든 논픽션이든 살다보면 현실은 가공된 허구보다 더 무섭다구. 그리고 아주 오래된 추억들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지 기억하기 조차 애매해져. 과거 뿐이겠어? 현실조차 어떤게 거짓이고 어떤게 진실인지 구분 못하는 세상에.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건 아니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하고 마무리를 하는게 더 나을거 같아. 여태까지 내 글을 보아준 사람의 성의가 있지 보답은 해야할거 아냐. 그런데, 여태까지 보아오던 글이랑은 좀 많이 다를거야. 아! 부탁 할게 있어 짱공 무게에 자주 많이 왔다갔다 한다면 웬만큼 무서운 이야기에 단련들이 돼 있었을 테지만 말이야 그래도 본인이 겁이 좀 많다거나 담이 좀 약하면 이쯤에서 뒤로가기를 눌러 줬으면 좋겠어. 여태 까지 보아온 심심풀이 글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 거든. 그 얘기를 하려고 해.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정말 재미 있지만, 정말 무서운 이야기 이거든. 자 이제 마지막 기회를 줄게. 이 기회를 놓치고 끝까지 읽고 나를 원망하지 말라구. 하나 둘 세엣…………………. 자 이제 뒤로가기를 눌러 빠져 나간 겁쟁이들은 빼고 우리끼리 얘기해 보자구. 흠흠....................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아주 잘해. 이야기 말이야 이야기, 글 말고, 그런데 사람들은 말이야, 가짜를 더 좋아해.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가짜 이야기들 말이지. 진짜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면 그런 이야기 들은 다 현실성이 떨어 지나봐 ㅋㅋ 그래서 난 어릴 때부터 어디 놀러 가거나, MT를 가거나, 나이가 들어서 워크샵을 가거나 했을 때 인기가 아주 좋았다구. 그런곳에 놀러가면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고객들은 넘쳐 나거든. 그런데 내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는 절대 이야기 하지 않아. 춘천이야기나, 방배동 이야기나 치악산에서 있었던 이야기 설악산에서 이야기 따져 보면 아주 많지. 그런데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는 하지 않거든. 왜 일까? 예전에 말이야. 동호회 아이들 하고 평창으로 놀러 간적이 있어. 말하자면 동호회 워크샵 이었지. 인원이 꽤 많이 갔거든, 한 사십명 정도 갔나? 그렇게 새벽까지 술을 먹다 결국 옹기종기 몇몇명이 모여 앉아 무서운 이야기가 시작 됐어. 하나를 해주고, 두개를 해주고, 그렇게 몇시간을 두눈 초롱초롱한 애들 앞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어느덧 밑천이 바닥 난거야. 그게 문제였지. 그 초롱초롱한 눈들의 호기심을 충족 시켜주기 위해 꺼낸 이야기가 바로 방배동 이야기 였어. 술이 방정이고 입이 주책이지. 그런데 이 무슨 착각 이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새벽을 보내고 날이 밝아 모두 모여 밥을 먹는데 이상하게 그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듣던 여자아이들 사이에 얼굴반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여자가 앉아 있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거야. 설마 그럴리가 없자나? 안그래? 나는 그렇게 술이 인사불성이 돼도록 마시는 스타일도 아니거든. 딱 그 자리에서 기분좋게 먹고 기분좋게 끝내는 스타일이라 이거지. 참 이상하다는 기분은 지울수 없었어. 술을 줄여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고.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서울로 돌아와서 그날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몇몇명의 아이들이 나한테 울면서 전화를 한거야. 꿈속에 얼굴 반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여자가 자꾸 나타 난다는 거야. 자기들을 무표정하게 계속 쳐다 본데. 아니 그여자는 분신술이라도 쓰나? 어떻게 동시 다발로 출연을 하지? 뭐,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지들이 알아서 해결 하겠지 뭐.) 더 큰 문제는 그 얘기를 하고 난 이후에 그 여자가 내 꿈에도 다시 나타 났다는 거야. 아 물론, 한동안만 나왔어 한동안………. 그러고 나서는 사라졌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방배동 이야기 대부분은 아침 시간대나 오후 시간대에 업데이트 했어. 밝을 때 업뎃 했다는 얘기지. 간단해. 쓰는동안 너무 무서웠거든. 실제로 말이야. 어느날 밤에 글을 쓰는데 모니터에 가로 줄이 계속 가는거야. 그래서 모니터를 껏다 켜보려고 모니터 전원을 껏는데 이런 썅 내 뒤에 그 여자의 모습이 비치는 거야. 정말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구. 그래서 밤에 쓸수가 없었어. 밤에 써야 감정이입이 더 잘될텐데 말이야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 글을 읽는 너네들이 더 큰 걱정이야. 방배동 이야기는 그때 동호회 워크샵 때 애들 한테 말고 두어번 더 한적이 있는데 그 얘기를 들은 아이들은 대부분 그 화상 입은 여자에게 꿈속에서 시달리게 됐거든. 정말 미안하게도 꿈속에 그 여자를 본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해줄수 있는건 없어. 내 앞가림 하기도 바쁘거든. 어쩃든. 이렇게 돼서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잖아? 안그래? 건투를 빌게. 그럼 안녕. [출처] 방배동에서 생긴 일 | hyundc __________________________ 힝. 무섭게 왜 이러실까 쓰니... 원래 불켜고 자긴 하지만 ㅋㅋㅋㅋ 오늘도 진짜 불켜고 자야겠네 나 진짜 전기세 어떡하냐 ㅎㅎㅎㅎㅎㅎㅎ 하지만 이럴 땐 행운의 강아지를 보자 ㅎㅎㅎㅎㅎㅎ 그럼 모두 행복한 꿈만 꾸게 될거야! 행복하쟈 우리! 이따 밤에 꼭 잘 자고 좋은 꿈 꿔 ㅎㅎ
퍼오는 귀신썰) 방배동에서 생긴일 7화
오늘도 낮!!! 무서우니까 밝을 때 올릴게 나 요즘 진짜 매일 제대로 못 자고 있어 이것 때문인가 넘나 무섭네ㅠㅠㅠㅠㅠ 같이 보쟈! ___________________ "무슨 소리야? 죽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귀신이 돼?" 라고 물었습니다. "그 여자는 생령이야" 라고 백뚱이 말합니다. "그럼 살아있는 귀신인 건가?" "글쎄 뭐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런데 확실히 죽은 사람은 아냐. 다른건 몰라도 우리는 산자와 망자는 확실히 구분 하거든, 그런데 분명 죽지는 않았어. 아마 그 교통사로로 뇌사나 식물인간이나 그런 상태일 거라고 생각해" 그녀가 중얼 거리듯 말을 하는데 머리속이 복잡해 집니다. "그럼 그런 건 어떻게 해결 해야 하는 건데?"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게 있다는 말은 들어 봤는데 직접 주위에서 보는건 처음이라 살아 있는 사람의 문제라 결국 살아 있는 사람끼리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백뚱과 통화를 마치고 나서 여태까지 벌어 졌던 일련의 일들이 머리 속 에서 재정립이 됩니다. 그리고는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 들기 시작 했습니다. 제가 옆에서 무언가 해줄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열패감이 구렁이 처럼 저를 옥 죄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부터, 아니 사실 그 이전부터 저는 탤런트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어요. 아마 같이 지내왔던, 혹은 같이 있으며 벌어졌던 일련의 많은 사건들이 직간접인 원인이 되어 애잔함이라는 감정들이 그리움이라는 단어로 치환되어 가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 합니다. 마음은 간절한데 당장 해결책을 찾을수 없으니 연락 하기도 참 애매하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옆에 있어 주자니 기이한 현상들이 증폭되어 일어나서 서로 패닉에 빠져들고. 모텔 사건을 계기로 저희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회사일이 바빴고 시간이 나는 대로 이리저리 해결방안을 알아 보며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한 이주 정도 지났을까요? 어느 금요일 오후 였던지, 아니면 어느 토요일 오후 였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현재를 스치는 시간은 언제나 '느릿느릿' 남태평양 저 어딘가에 서식하는 장수 거북이가 걸어가듯 느리게 지나가지만 뒤돌아 보면, 역시 시간이란 내가 느껴 보지도 못한 찰라의 속도로 이미 '휙' 하며 스쳐 지나 가버렸기 때문에 정제된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어 확인 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무언가의 자료를 정해진 시간 내에 넘기기 위해 정신 없는 작업중 이었고 그렇게 정신 없는 중에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렸었고 전화기를 들고 폴더를 열어 젖히자 수화기에서 탤런트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뭐해?........바빠?" 한참을 정신없이 일하는 바쁜 와중에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 속에 층층이 쌓여 있던 그리움들이 제방이 터져 밀려 내려오듯 일시에 쏟아져 나옵니다. "어? 응? 아….조…조금 바쁘네" 그리고 한동안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흐릅니다. "저기…그럼 나중에 전화 해야겠네. 나중에 전화 할게" "아냐, 길지 않다면 지금 얘기 해도 돼. 말해" "오빠 언제 좀 잠깐 볼수 있어?" "시간? 시간은 당연히 낼수 있는데 지금 작업중인 것 때문에 이번 주말 계속 출근 해야 할지도 모르거든, 내가 그럼 다음주에 전화 할게" 그리고는 또 다시 의미를 알수 없는 침묵의 공백이 흘렀습니다. "알았어 오빠. 바쁜데 미안해. 밥 잘 챙겨 먹고 일해 몸 상하지 말고" 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통화를 끝냈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심란해 집니다. 잠시 담배나 한배 태우고 머리나 좀 식혀볼 요량으로 담배를 태우러 나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그제서야 제가 통화를 하며 그녀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 다는걸 깨닫 습니다. (매연과 페인트 냄새 사이에 끼인 남자의 행동 백서?) 다시 전화를 걸어 '몸은 괜찮냐?' 는 안부라도 다시 물어 볼까 하다가 폴더를 닫았습니다. 그저 주말을 보내고 얼굴을 다시 봤을 때 그때 이야기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또 일견 현실을 생각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나 하는 답답한 심정이 컸지요. 그렇게 정신 없는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 집에 돌아와 쇼파에 멍하게 앉아 있는데 어머니가 사과를 깎아 내오십니다. 사과를 입에 넣으며 무슨 프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화면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쳐다 보고 있다가 문득 어머니 에게 여쭤 봅니다. "어머니, 생령이 뭔지 아세요?" "너 또 무슨 이상한 짓 하고 돌아 다니길래? 아서라" 저희 모친은 항상 제가 그런 질문이나 그런 이야기들을 재미 삼아 입에 올리는 걸 극도로 싫어 하셨기 때문에 입을 떼자 마자 엄중한 경고를 주십니다. 그렇게 멀뚱하게 십여분이 지나 제가 또 여쭤 봤습니다. "어머니 만약에요, 응? 아니 뭐,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나서 한번 여쭤 보는 건데, 진짜 지금 금방 막 이런 생각이 번쩍나네. 어떤 여자가 굉장히 좋지 않은 영가한테 시달리고 있어요. 근데 그런 여자가 정말 참하고 이뻐, 아주 괜찮아, 그런데 같이 만나게 되면 남자도 같이 시달려. 그럼 무슨 해결 방법이 있는 건가? 아님 그냥 그 여자랑 헤어지고 도망 가는게 상책 인건가? 응? 진짜 금방 막 이런 생각이 들어서 여쭤 보는 거예요ㅎㅎ.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지? 신기하네" 어머니가 갑자기 절 한동안 저를 멍하게 쳐다 보십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그 눈빛을 보자 갑자기 마음이 울컥 하는 거예요. '아! 왜 난 진작에 어머니랑 상의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는 후회가 밀려 왔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저를 말없이 조용히 쳐다 보시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과 껍데기를 들고 제 이마에 강 스매싱을 날리셨습니다. "이게 비싼 밥 쳐먹여 놓으니까 이젠 별 헛소리를 다 하고 다니네. 야 이놈아 그깟 귀신이 무서워서 마음에 드는 여자한테서 도망 가면 그게 남자야? 등신 중 에서도 상 등신이지. 죽은놈이 산사람을 어떻게 이겨?" 라고. 일갈 하셨습니다. 순간 '아씨…죽은 놈은 아닌데' 라는 억울함도 들었지만 애니웨이 이마와 머리에 사과 껍데기가 덮여 있는데 정신이 번쩍 나는 거예요. '그래, 난 왜 같이 부딪혀 보지도 않고 이렇게 도망만 다니고 있지?' 라는 자괴감이 들어 갑자기 저 자신이 스스로 한심 하게 느껴 집니다. 내일은 탤런트하고 근사한 저녁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마음에 결정을 하니 한결 편해 집니다. '그래 다 사람하기 나름이지 요즘 세상에…….' 라는 호기로움도 가슴에 그득차고. 사람의 마음이란 일체유심조라는 훌륭한 경구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습니다. 마음이 바뀌니 그동안 겁내왔던 모든게 시시하고 우습게 여겨 집니다. 머리 속 에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설레임 기대감 같은 것 으로 가득 채워 지기 시작 하구요. 다음날 월요일에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못한채 지나 갔습니다. 주말 내 보고 자료를 만들었고, 월요일 오전에 브리핑이 들어 갔으며 주말내 고생한 팀원들을 위한 회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날 화요일 즈음 저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전혀 생뚱한 소리가 들려 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 이오니 다시한번 확인하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A calling is fhjdksahfjdksahffuckksahfjdkslahjfkdslhajkfjdkslnj" 어? 다시 한번 확인 했지만 그 번호는 탤런트의 번호가 맞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황망한 마음에 몇번을 다시 걸었지만 여전히 계속 같은 메시지만 나옵니다. 갑자기 마음이 불안 해지고 손발이 떨려 옵니다. 그때 사무실에서 나가 도로가에서 전화 중이었는데 저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화단 어디께에 털썩 주저 앉아 줄담배를 피우며 복잡해진 머리 속을 정리 했습니다. 너무 조바심이 난 저는 백뚱에게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길래 소품 녀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녀석이 전화를 받자마자 저는 다짜고짜 물어 봤습니다. "탤런트 전화 번호 바꼈냐?' "어? 형. 아……..그게 바뀐건 아닌데……" "무슨 소리야, 방금 전화 하니까 없는 번호 라고 뜨던데 그럼 바꾼거지" "형,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술 한잔 해요" 저와 소품, 그리고 백뚱까지 그날 저녁 저희 셋은 저희가 제일 처음 모였던 방배동 그 술집에 다시 모였습니다. 똑 같은 자리, 똑 같은 인원에 탤런트만 빠진채 말이죠. 똑 같은 자리에 단 한사람 빠졌을 뿐인데 그 자리가 참으로 낯설고 헛헛 합니다. "탤런트 누나 호주로 떠났어요" 소품 녀석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 머리 속에서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정체를 알수 없는 공진이 쉴새 없이 울립니다. "그 누나 언니네가 거기 산다나 봐요 어제 출국 했어요. 저희 만나기 전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나 봐요. 전 남친한테 시달리던 일이나 그 화상당한 여자한테 시달리던 일이나 그런 것 때문에 오래전부터 계획은 하고 있었대요. 서울에서 쓰던 짐도 정말 필요 한거 빼고는 다 버리고 간대요" 아무 생각 나지 않더군요. 그때 든 단 한가지 생각은 그녀가 정말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 단 하나 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 가서는 연락한다는 말은 없었어? 연락처 같은거 준것도 없고?" "예 형, 누나가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한국에 관계된 모든 것에서 피해 있고 싶다네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녀가 만나자고 전화 왔을 때 왜 달려나가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가 엄청난 파도가 되어 가슴을 내리 칩니다. "형, 텔런트 누나가…………………." 앞에 놓인 소주만 연거푸 들이키고 있는데 소품 녀석이 말합니다. "형 정말 많이 좋아 했었다고 좀 전해 달래요. 그리고 자기 때문에 힘들게 해서 미안 했다는 말도 전해 달라 그러고" 그 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날 제가 눈물을 흘렸는지 혹은 흘리지 않았는지 또한 기억 나지 않습니다. 비틀거리며 걸어 가는 제 팔을 부축하던 백뚱과 소품녀석의 손길을 뿌리치며 "놓으라고 씨발" 이라고 소리지른 기억도 짬짬이 기억 나고, 방배동 놀이터 공원 가로수를 붙잡고 서서 토악질을 해대던 기억도 나고 그렇습니다. 물론 그날 과음한 탓도 참으로 크지만, 세월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지요? 그날 느꼇던 충격이나 열패감, 연민, 애처러움 등등이 평생 가슴에 삭정이로 남아 평생을 따라 다닐것 같더니 추억이란 하루하루 세월이 지날수록 그 하루하루의 무게 만큼 퇴색되고 변색 되어져 갑니다. 끝이 모나고 뾰족뾰족하여 손만 대어도 베일 것 같은 기억의 편린들이 세월이란 이름 앞에 침잔하고 마모 되어 이제 이렇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로 끄적 거릴수 있는 수준 까지 되네요. 제 방배동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그 후로 백뚱이나 소품녀석을 만난적이 없어요. 뭐, 그렇게 되더이다. 그 뒤 한 몇 개월 후 정도 지날 즈음 발신자 번호 표시 서비스가 시작 됐을 때 번호가 찍히지 않은 전화가 몇번 왔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아무말 없이 한동안 가만 있었지요. 상대도 조용히,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녀일지 누구 일지 그건 아무도 알수 없겠지요. 어쨋거나, 너무 오래되 버린 이야기라 시점이 뒤죽박죽 엉망으로 틀어진 이야기이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면 감사 합니다. 너무 희미하게 윤색 되어져 저 스스로도 재 정립 하기 만만치 않더군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출처] 방배동에서 생긴 일 | hyundc __________________________ 헐 이렇게 끝나다니 너무한거아니냐 일이 암만 바빠도 그러는거 아니지 내가 아 아쉽네 ㅠㅠㅠㅠㅠㅠㅠ 행복했으면 했는데 쓰니 말고 그 탤런트씨가... 근데 그러면 그 생령은 음 수호천사 같은건가? 다시 생각해 봐도 헷갈리는군 ㅎㅎ 다들 어떻게 생각해?
퍼오는 귀신썰) 방배동에서 생긴일 3화
늦어서 미안! 술마시느라 이제 귀가했네 급히 올립니다 안자는 사람들 있으면 같이 보쟈! 이어갈게 ㅎ 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리고 저희는 녀석이 본 환영들을 복기 해 봤습니다. 어떤 여자와 남자가 둘이 드라이브 중이다. 드라이브중인 여자는 얼굴에 화상을 입기 전 이고 아주 깨끗하다. 그리고 의도적이든 실수든 차는 벼랑 아래로 떨어졌고 그 사고로 그 여자는 사망 했다. 그냥 지나가는 환영이므로 차종이나 시대는 잘 모르겠으나 50년대나 60년대 같지는 않다. 이정도 정리를 하고 나니 전생이나 오래전 이야기가 아닌 현생에, 아니면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이야기 라는데 결론이 모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가만 있어봐 탤런트가 지금 사귀고 있는 남친 얼마나 만났다 그랬지? 꽤 오래 만났다 그러지 않았나? 한 5~6년 넘었다 그랬지?" "예 형, 그렇게 기억 해요" "음………근데 그런 상황이면 나도 위험 한건가? 나도 같이 있으면 위험 하대매?" 거기까지 말을 이어가자 소품 녀석이 말 합니다. "저도 잘은 몰라요. 저는 그냥 어쩌다 볼수 있을 뿐이지 무당들 처럼 어떤 액막이를 한다거나 영매와 접촉을 한다거나 그런게 아니 잖아요. 그런데 그 정도 원한을 가진 영하고 연계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같이 해꼬지 당할 확률이 높죠" 라고 녀석이 이야기 하는데 많이 으스스 하더군요.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내가 왜 쓸데없는 채팅방을 만드는 주접을 떨어서 이렇게 엮였을까? 차라리 '잘 주는 방', '물 주는 방' 이딴거나 만들걸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우리는 왜 이렇게 갑자기 급속도로 친해 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머릿속이 복잡해 지는 거예요. "근데 니가 나보고 나는 수호령이 쎄서 잡귀 한테 당하거나 쓸데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없을 거라매?" "형 그건 잡귀나 쓸데 없는 지박령 같은거 얘기 한거고 원한이 강하게 실린 영은 체급이 다르죠 체급이. 사실 무당들도 해결 못하는 원귀 많아요" 끄응……. 이정도 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정말 심란해 집니다. 앞으로 핸드폰 바꾸고 얘네랑 연락 끊고 잠수탈까? 하는 얍실한 생각도 잠깐 들고, 그러다 또 만약 이 녀석 말이 사실이면 탤런트는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도 들고.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가상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혼란 스럽더군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이 늦어 저희는 술집을 나와 각자 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소품 녀석은 술을 많이 먹어서 택시를 잡는다고 큰 길로 나섰고 저는 술도 조금 먹었겠다 차를 가지고 갈 겸 해서 제 차를 세워 놓은곳 으로 슬슬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제 팔짱을 스윽 끼는 겁니다. 허억!!! 배….백돼지 아니 백뚱? "어? 너 뭐야? 너 집에 안갔어?" "히히, 나 저 앞 카페에 있었어. 오빠들 언제 나올까 기다리고 있었지" 라고 말합니다. 좀 황당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해서 "지금 소품 저 아래로 내려갔어. 빨리 같이 가서 택시 타" 라고 말하자 "왜? 나 저 오빠 싫어 따로 가도 돼. 오빠 우리 술 한잔 더하고 가자?" 라는 겁니다. 문득 소품녀석이 백뚱에게 당한 일이 떠올라 백뚱에게 바로 돌직구를 날렸죠. "왜 오늘은 나 데리고 조용한 데서 방잡고 술 먹고 싶냐?" 라고 말하자 샐쭉한 표정으로 저 를 쳐다 봅니다. "소품 오빠가 말했어?" "그럼 얘기 다 들었지. 나 다 알어. 그 발상 아주 참신하고 좋더라 야. 10점 줄게" 라고 장난을 쳤습니다. 그러자 제 팔짱을 휙 뿌리치며 "오빠, 솔직히 말해봐. 오빠도 탤런트 언니 한테 마음 있지?" 라는 거예요. "응? 머래. 나 개 한테 흑심 없어. 근데 오빠'도' 라니? 그럼 소품이 탤런트 좋아 하는거야?" "야. 이 오빠 둔한거야 멍청한 거야. 눈치 빠른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완전 곰팅이네" "무슨 말이야 곰 이라니. 너 이렇게 날렵한 곰 봤어?" "곰 맞네 뭐. 탤런트 언니가 오빠 좋아 하는거 몰라?" 라고 말하 더군요.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 해 지기 시작 합니다. 그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개가 날 왜 좋아하지? 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혼란스러워 지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제가 탤런트를 집에 바라다 줄때 둘이 차에서 했던 말들이 기억이 나는 겁니다. 그때 무슨 이야기 인가를 하다가 탤런트가 "오빠,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지금 오빠랑 나랑 아무 관계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지 누가 알아?" 라고 얘기 했던것도 기억 나고. "오빠는 오빠 자체 분위기에서 여자를 혹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어." 라는 말도 기억 나고 그러더군요. 그런데 제가 스스로 아직 헤어지진 않았지만 탤런트는 남자 친구가 있으니까 나와는 이성적으로 아무 상관 없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성으로 저는 별 관심도 없었던 탓도 크고. "근데 그 언니 만나지마. 오빠는 감당 못해" 라는 알수 없는 말을 하는 겁니다. "너도 소품한테 얘기 들었냐?" "무슨 얘기? 소품 오빠가 뭘 알긴 안대?" 라고 말하는 거예요. 근데 그 말을 하는 백돼지…..아니 백뚱 표정이 뭐랄까, 소품을 참 한심 하다는 그런 눈빛이나 말투로 느껴지는 겁니다. 마치 한참 어린애 이야기 하는듯한 눈빛 이었죠. "그 언니 주위에 걸쳐져 있는 영가들이 어떤 원혼이 실린 귀신들인지 알기나 해? 괜히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 하지 말고 아예 시작도 안하는게 좋을걸?" 이라는 알수 없는 말만 하더군요. "근데 너는 뭘 알고 있길래 그런 얘기 하는거야?" 라고 말하자 백뚱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서서 저를 빤히 쳐다 보면서 말을 합니다. "오빠는 내가 뭐 하는 사람으로 보여?" 그러자 갑자기 모든게 궁금해 지는 겁니다. '가만, 애는 뭘 하는 애지?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얘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잖아? 나머지 셋은 하는 일이며, 집이 어딘지 다 알고 있는데 우린 왜 백뚱한테 그런것도 물어 보지 않았지?' 라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머리는 혼란 스럽고, 때 마침 방배동 한복판으로 불어오는 겨울 칼바람이 스윽 하고 머리를 스치며 지나가 옷깃을 다시 여미는데 그녀가 저를 똑똑히 쳐다 보며 말 합니다. "오빠 나 사실 무당이야" ============================= 요즘은 출근해서 일하는 시간보다 짱공에 글 쓰는 시간이 더 많네요. ㅋㅋ 그래도 제 글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후에 후딱 끄적거려서 올립니다. 이제 외근 나가야 해요.  나중에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여기서 3화는 끝! 하지만 너무 짧으니까 바로 이어 붙일게!!! __________________________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심란 합니다. 무언가 발을 담그지 말아야 할 곳 한 가운데 서있는 기분도 들고, 전혀 의도치 않게 어떤 일에 휘말려든 찜찜함도 나고 그렇습니다. 평소 저희 모친이 저에게 해주셨던 말씀중에 "귀신 얘기나 영가 얘기 함부로 하지 마라. 지네 얘기 하면 관심 가져 준다고 좋아해서 그 사람 주위로 쓸데 없는 영가 꼬인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자꾸 죽은 사람 얘기 꺼내서 좋을거 하나 없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쓸데없는 장난을 치다가 모친에게 들켜서 야단도 참 많이 맞았습니다. 제가 군대 있을 당시에 내무반에서 동전 귀신이 유행 하던 적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 하면 참 유치 하지만 그때는 혈기왕성하고 시커먼 남정네들이 내무반 안에서 할게 없으니 그런 짓이라도 하고 놀며 시간을 보내던 적이 있었어요. 한참 내무반에서 동전 귀신 놀이를 하고 집에 외박을 나갔는데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머니가 소파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때 어머니 머리맡에 가서 "어머니 저 왔어요" 라고 말씀 드리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 나시는 거예요. 그러시더니 갑자기 "너, 요즘 어디서 뭔 짓거리 하고 다니냐?" 며 야단을 치시는 겁니다. "무슨 짓거리? 군바리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돌아 다녀요? 삽질밖에 더 했겠어?" 라고 말씀 드리는데 갑자기 부얻에서 팥을 한웅큼 주워 오시더니 저에게 팥으로 강 스매싱을 날리시는 겁니다. ㅜㅜ 그리고 소금을 쥐시더니 현관 문을 열고 한웅큼 뿌리시더군요. 제가 갑자기 왜 그러시냐고 여쭤보니 소파에서 주무시고 제 목소리가 들리는데 제 뒤로 뭔가 시커먼게 달려서 들어 오더래요. 그 느낌이 음산하고 기괴해서 재가 또 어디 다니면서 뻘짓하고 돌아 다녔나? 라고 생각 하셨답니다. 우리는 흔히 영가를 본다거나 귀신을 본다면 싸잡아서 '신내렸다' 라는 무지몽매한 정의를 내리는데 그렇지 만은 않습니다. 불가에서 는 여러가지 정의를 하죠. 경전을 많이 공부 했다거나, 식이 맑다거나 등등의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 하고 있습니다. 성함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동국대 총장을 지내신 어떤 스님의 글에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책 이었습니다) '식을 맑게 하고 3년 공부를 하면 전생이 보이고 3년 공부를 하면 현생이 보이고, 3년 공부를 더하면 내세가 보인다' 라는 글귀를 본적이 있습니다. 어쨋건 이 얘기는 이번 주제와 별 상관이 없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가 절에 왔다갔다 하다 겪게된 이야기 들도 들려 드리겠습니다. 각설하고, 그날 백뚱이 그러더군요. "오빠는 오빠가 왜 탤런트 언니랑 만났는지 모르지" 라길래 "왜 몰라 내가 채팅방 만든 죄로 만났지" 라고 말했습니다. "ㅋㅋ 오빠 사람 인연 이라는게 그렇게 단순한거 아냐" 라고 하더군요. "그럼 니가 재 굿 같은거나 재한테 붙어있는 나쁜 귀신한테 천도제 같은거 좀 해주면 돼겠네" "뭐, 내가 그렇게 할수 있는건 아니고………." 라고 말을 하다가 갑자기 절 보면 씨익 웃는 겁니다. 아, 써글뇬 무섭게. 다시 머릿속이 실타래 처럼 뒤헝클어 지기 시작 합니다. "아뭏튼 오빠, 사람은 자기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한테 본능적으로 끌리기 마련이야 나중에 알게 될거야" 라고 알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더니 제 팔짱을 끼며 얘기 합니다. "오빠 추운데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술이나 한잔 더 하러 가자" 그녀에게 팔을 잡힌채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제가 말했습니다. "너 솔직히 말해봐? 술이 목적이냐? 내 몸땡이가 목적이냐? 한번 달라는 거지?" 라고 말하자 살짝 저를 흘겨 봅니다. "어휴, 말하는 것 좀 봐 저질" "저질은 지금 니 대가리에 들어가 있는게 저질이지. 너도 번호표 받고 기다려. 지금 나한테 한번 달라는 애들 순번대기표 들고 강남역 앞에 줄서 있어. 너 지금 받아가면 143번이야. 원래 145번인데 두명은 줄서서 기다리다 지쳐서 시집가서 143번이야ㅋㅋ" "아휴, 관둬라 관둬. 드럽게 비싼척 하네" 라며 제 팔을 휙 뿌리치더니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세웁니다. 택시 문을 열더니 뭔가 생각 났다는듯 뒤돌아 서서 말하 더군요. "오빠 참, 내가 인심써서 말해 주는데 당분간 물 조심해." 엉? 물? 뭔 물?? 이 북풍한설 몰아 치는 엄동 설한에 내가 수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나이트 물인가? 라는 개떡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녀가 한마디 더 합니다. "그리고 오빠 싫어도, 조만간 나한테 다시 연락 하게 될거야" 라는 알수 없는 말을 남기고 총알택시를 타고 총알처럼 사라 집니다. 햐~ 이거. 나쁜 뇬……………쌍금탕 같은 뇬…………뭔 말을 해주려면 다 해주던가. 안 준다고 삐지는 밴뎅이소갈딱지 같은 뇬. 시간이 늦어 한산해진 방배동 거리에 연말의 분위기를 알리는 조명등이 반짝 거리는데 그 가운데 혼자 서서 멍하게 넋이 나가 백뚱이 사라져간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서서 생각하고 있자니 채팅방의 어떤 일정한 주파수가 우리를 모이게 만들었나? 라는 생각도 얼핏 들고, 아니면 어떤 강력한 인연의 끈이 있었나? 내가 알지 못하는 전생 같은거? 라는 생뚱한 생각도 들고 참 심란해 지더군요. 그때 이런 저런 감정들을 제외 하고 탤런트에게 드는 감정은 사실 측은함이 가장 컸습니다. 아니,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측은함에서 애잔함으로 감정이 전이 되던 시기 였던것 같습니다. 애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걸 솔직하게 얘기 했을까? 또 대체 어떤 일들을 숨기고 있나?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뭔가 찜찜함이 계속 남는 거예요. 무언가 찜찜함과 공포심은 사라지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내가 무언가를 해결 할수 있는것도 없고. 머릿속이 정돈 되지도 않고 그래서 한동안 그 친구들의 전화나 문자를 좀 피했습니다. 부딪혀서 이길수 없다면 해결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비겁하지만 잠시 도망 가는게 제일 이지요. (36계 줄행랑) 그 이후부터 문자 답장도 잘 안 해주고 전화오면 좀 바쁘다 그러고 그런식 으로 나름 거리를 두기 시작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발신자 번호 서비스가 아직 시작 하지 않을 때 였거든요. 아마 제 기억에 그 당시에서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발신자 번호 표시 서비스가 시작 된걸로 기억 합니다. 어느날 퇴근 시간을 조금 남겨두고 전화가 온거예요. 일단 전화를 받았죠. 지금처럼 발신자 서비스가 되거나 했으면 받지 않았을 텐데. "오빠 뭐해?" 라고 말을 하는데 탤런트 였습니다. "어? 어…..나 회사지 지금 일하는데?" "그래? 그럼 나 오빠 회사 앞인데 오빠 언제 퇴근해? 늦더라도 나 이 근처에서 기다릴게" 라고 말하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뚝' 끊습니다. 하 이거, 난감 하더군요. '늦더라도 기다린다는' 말에 어떤 결기 같은게 느껴 지길래 일단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일을 정리하고 나갔습니다. 만나서 어디로 갈까? 라고 이야기 하다 또 결국 우리에게 익숙한 방배동 카페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밥을 먹자고 얘기하니 그냥 술 먹을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술을 먹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데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몇일전에 결국 헤어졌다는 거예요. 저번에 둘이 보자고 했던것도 그런 문제들로 의논하고 얘기도 듣고 싶어서 만나자고 했던건데 여차여차 하다 그렇게 넷이 모이게 됐고 그래서 말을 못 꺼낸 거랍니다. 이때 탤런트와 같이 있으면서 얼굴에 화상입은 여자에 대해 물어볼까 말까 굉장히 망설 였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일들이 최근, 혹은 몇 년전에 일어난 일이고, 그리고 설령 그런 일 들을 탤런트도 알고 있다면 스스로도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 입을 다물고 있었죠. 그런데 평소에 넷이 만나면 술도 많이 먹지 않던 아이가 굉장히 빨리 마시는 겁니다. 거의 '흡입' 수준으로 들이 붓는 거예요. 사실 저는 대충 몇잔 흉내만 내다 슬쩍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슬슬 건배하고 같이 원샷까지 해야 한다고 강짜를 부리기 시작 합니다. 그런데, 아……..젠장 그렇게 소주 병이 한병, 두병 늘어가니 이게 웬일인지 탤런트가 점점 여자로 보이기 시작 하는 거예요 (알코올의 힘은 귀신보다 위대합니다.) 넷이 있을때는 서로 장난치고 낄낄대느라 몰랐는데 의외로 둘이 오래 있어보니 생각도 많이 바르고 생활력도 강하고 그렇더군요. 하물며 늘씬하고 이쁘기 까지 한데 가슴은 비……….아, 이건 아니고. 그렇게 둘이 꽤 많이 마셨던 것 같습니다. 알코올도 들어 갔겠다. 슬슬 여자 향이 코를 간지럽혀 오겠다. 그 때 이미 탤런트만 보면 느끼지던 공포심은 이슬방울 속으로 익사해 가고 있었죠. 1차 자리를 파하고 슬슬 일어나 밖으로 나왔는데 둘이 서있으니 기분이 야리꾸리 한겁니다. 먹을만큼 먹어서 배도 부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탤런트가 "오빠 추워" 라고 말하길래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걷는데 애가 큰 키와는 달리 어깨가 갸날퍼서 한팔에 쏙 안기는 거예요. 어휴 야…………….이거 정말. 샴푸 냄새는 슬슬 코를 간지럽히고. 코에 침, 코에 침… "이제 어디로 갈까?" 라고 말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혹, 비…비…비디오 방이 보이는 겁니다. 근데 이게 막상 비디오 방 가자는 말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그때 시간이 열시도 채 안된 시간 이었는데 그때 '비디오방 가자' 라고 얘기하면 남자들 목적은 결코 비디오가 아닌 거잖아요. 아 씨, 이거 머리 아프게 갈등하기 시작 합니다. 다른 일반적인 여자애 들 같았으면 그냥 쿨하게 "야, 비디오나 한편 때리러 가자"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텐데, 탤런트 얘한테는 뭐랄까, 쉽게 다가가고 행동 할수 없게 만드는 포스 같은게 있었기 때문에 계속 망설여 지더군요. '비디오 방 가자 그럴까? 아냐 그럼 얘가 날 음흉하게 보지 않을까? 아냐 비디오 보러 가자는게 뭐 어때서? 아냐 그래도 비디오 방은 비디오 보는데가 아니잖아? 응? 에이 뭐. 세상이 다 그런거지.응? 응? 말이나 한번 해봐?' 둘이 같이 걸으면서 뭐 이딴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남자답게 큰 맘먹고 말을 했어요. "우….우리…저….저…앞에 있는……비……비디오방…….아, 무…물론...영화만 보……...주물럭은…ㅎㅎ………." "오빠 우리 저기 있는 모텔가서 방 잡자" [출처] 방배동에서 생긴일 | hyundc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니 이 분 전개가... 인연이란 대체 어떤 걸까요 (갑분인연) 어떤거길래 매번 인연이 어느 귀신썰에서나 나오는걸까 참 모르겠을 일이네 그래서 귀신썰을 읽을 때마다 더욱 곁에 있는 사람들이 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그럼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볼까? 곧 또 가져 올게 ㅎㅎ
퍼오는 귀신썰) 귀신 들린 집 1화
요즘 몇몇분이 귀신썰들을 꾸준히 올려주고 계셔서 행복! 조금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야 봄이 와서 그런가? ㅎㅎ 다시 이전처럼 북적이게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오랜만에 이야기를 가져왔어 혹시나 무료할지도 모를 금요일 조금의 활기라도 되길! ______________________ 살다 보면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분명 내가 겪은 일인데, 그래서 그 당시 혼란 스러움 이라던지, 공포 라던지 그런 일련의 감정들에 대한 장단고저를 고스란히 기억 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보니 '그 일이 정말 내게 일어난 일인가?' 라고 생각 하게 하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에게 일어난,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제 주변에서 일어났던 실제 이야기 입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이지만 (벌써 십여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정말로 제가 겪었던 이야기 이며, 혹여 그 당시 사람들이 보게 될까봐 여러가지의 가명 처리나 상황은 왜곡 시키는 면이 있을지 모르나 대부분 구체적으로 벌어 졌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쓸 예정 입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이 글은 '공포'나 '귀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귀신이라니요. 제 나이쯤 되면 누군가 '귀신을 봤어' 라는 말에 헛헛하고 공허한 웃음 밖에 나지 않습니다. 세상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실존하기 때문에 '내 눈으로 보지 못한' 신비로운 이야기 보다는 '내 눈으로 목격한 실존적인' 이야기만 신뢰 하게 됩니다. 그런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으로는 절대 설명할수 없는 기이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 납니다. 이제 제가 하게될 이야기는 제가 겪은 사실에 기반하여 말씀 드릴 작정 입니다. 될수 있는대로 '허구' 라던지 '공상' 이라던지 아니면 글의 재미를 위한 피학적 거짓말은 최대한 거세하도록 하겠습니다. 삶의 또 다른 테두리 저는 한때 밤무대에서 노래를 한적이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 하는 '밤무대 싱어'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요. 어떻게 저런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생략 하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참으로 다이나믹 하지요. 어찌됐건 그런 직업을 가진적이 있습니다. 당시 8인조 였던 저희 팀은 계약을 맺었던 가게에서 '통보'를 받고 삼개월 가량 일없이 놀았던 적이 있고, 그 사이에 기타와 베이스가 팀을 떠나 새 멤버를 영입 했습니다. 새 멤버가 왔으니 연습을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은후 우리는 우리가 가진 레파토리로 연습을 했고 그렇게 비즈니스가 돼서 떠난 곳은 춘천에 소재 하고 있던 나이트 클럽 이었습니다. 삼개월 정도 일없이 쉬다 보면 지방이니 뭐니에 대한 반박도 하기 어렵고, 나름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쉰다고 생각 하지 뭐' 라는 일종의 자포자기 심정도 있었던 터라 군말 없이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내려 간날이 4월 중순 이었는데, 춘천은 4월 임에도 불구 하고 꽤나 날이 매섭더군요. 새벽에 업장 마감을 하고 저희는 악기 세팅을 끝내고 나서 날이 밝아 저희 숙소로 짐을 옮겼습니다. 숙소는 가정 집을 주더군요. 강원대학교 근처에 위치 하고 있었습니다. 구조는 큰방 1, 중간방2(중간방에 딸린 다락방 1), 작은방 1 거실과 부엌 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숙소에 대한 첫 느낌이나 흔히 얘기하는 '스산한 기운' 이런건 모르겠습니다. 너무 피곤 했고, (잠을 못자고 밤새 악기 세팅을 했습니다) 빨리 눈을 붙이고 그날 저녁부터 무대에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일단 부리나케 개인 물품들만 정리를 하고 난후 김밥을 먹기 위해 멤버들이 거실로 모였 습니다. 김밥을 먹다 우리 전팀이 지금 가게에서 왜 떠났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마스터 형님은 "글쎄, 그거야 나도 모르지" 라고 대답을 했는데 저희팀 막내 여자 싱어 아이가 그러 더군요. "근데요, 제가 그 팀 인터넷 카페에 들어 봤는데요………………" 라고 말을 하더니 말 꼬리를 흐리 더군요. "그래? 근데 왜 내렸데? 그 팀 꽤 잘하는 팀이잖아?" 라고 드럼 치는 형이 말을 하자 마지못한듯 여자 싱어 아이가 말 했습니다. "그게………..숙소에서 자꾸 귀신이 나온다고……………그래서 더 이상 못있겠다고 올렸던데요"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때 그 여자 싱어가 그런 말을 하자 저희 모두 참으로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드럼 치는 형이 그러더군요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귀신이 밥 먹여 주냐?" 저 한마디에 저희는 모두 고개를 끄덕 거렸습니다. 돌이켜 생각 해보자면 정말 맞는 말이고 무서운 말이지요. 그날은 그냥 그렇게 지나 갔습니다. 석달 동안 일없이, 벌이없이 놀다보면 누구나 그러 하리라 생각 합니다. 그때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 이라는걸 알수 없었고, 설령 그때 알았다고 한들 별다른 수가 있었을까요? 그렇게 춘천에서의 생활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집' 에서 저희 멤버 8명에게 벌어졌던 미스터리한 이야기 입니다. 사실적으로 벌어 졌던 이야기 들만 나열할 예정이니 말초적 재미가 떨어 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를 위해서 이야기를 부풀리거나 말도 되지 않는 공상과학적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첫번째 멤버 기타 녀석을 처음 봤을 때 인상에 남는 것은 눈 이었습니다. 저보다 몇살 어렸기 때문에 저에게는 꼬박꼬박 형님, 형님' 이라는 칭호를 썻었는데 처음 연습을 하기 위해 녀석과 마주 쳤을때 눈빛이 안 잊혀 지더군요. 흔히 '신 내린 사람' 의 눈빛은 일반인들과 조금 다릅니다. 설명 하기 어렵지만 형용하기 어려운 눈빛이 납니다. 그런데 녀석의 눈빛이 그렇더군요. 하지만 말을 해보니 털털하고 나름 깍듯한 예의도 지니고 있어서 별 생각 없이 친해 졌던 녀석 입니다. 녀석은 레스폴을 다루는데 톤도 잘 뽑아 냈고 실력도 좋았습니다. 레스폴(깁슨) 이란 기타가 톤 뽑아 내기 은근히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밤무대에서는 잘 쓰지 않기 마련인데 녀석은 묵직하고 정확하게 톤을 뽑아 내더 군요. 기타 실력도 손에 꼽을 정도로 잘 치던 녀석 이었구요 여튼, 눈빛은 금방 잊혀 졌습니다. 심성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실력도 곧잘 있고 일 끝나고 녀석과 닭발에 소주 마시는 낙으로 살았으니 눈 빛이 대수 겠습니까? 그런데 날이 갈수록 조금 이상한게, 녀석이 술만 먹으면 어디론가 사라 지는 겁니다. 둘이 마신후 "형 먼저 들어가 계세요 전 좀 어디 들렀다 갈게요" 라는 말과 함게 사라 지길래 처음엔 어디 피시방 들러서 게임이나 하다 오나 보다 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나, 오후에 잠이 깨보면 어제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옷이 어딘가 긁혀서 올이 나가 있다거나, 등에 낙엽을 잔뜩 뭍혀 있는건 예사고 머리는 항상 헝클어져 있고 손등도 어디서 긁힌 자국과 피가 말라 붙어 있는 자국 같은게 보이 더군요. 그래서 제가 어느날 물어 봤습니다. '너 술먹다 가는곳이 피씨방이 아니었냐?' '도대체 어딜 갔다 오는 것이냐?' 등을 물어 봤는데 녀석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하더군요.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 지길래 마스터 형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시 저희 팀 마스터 형님은 나이대가 꽤 많으셨습니다. 거의 아버지 뻘 이었지요. 요즘도 가끔 가요무대에 심심찮게 나오시더군요. ㅋㅋ 여튼, 마스터 형님도 알고 있었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형님도 처음에 별거 아닌걸로 치부 했는데 점점 심해 지는 것 같다며, 지금 니가 제일 친하니 옆에서 잘 주시하라고 넌지시 얘기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기타를 불러 "앞으로 일과 끝나서 숙소에 들어오면 날 밝을 때 까지 기타 너는 외출 금지다"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녀석은 순순히 알겠다고 했고 저는 형님의 그 한마디로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 했습니다. 문제는 그날 새벽에 일어 났지요. 보통 일 끝나고 새벽에 숙소로 들어 와서 야식을 시켜 먹는날이 많았는데 그날도 숙소에서 야식을 시켰습니다. 닭발, 닭똥집, 그외 먹거리와 쏘주 등등. 한참 갖은 농담과 함께 야식을 먹다가 마스터 형님이 그러시더군요 "기타 넌 먹고 방에 들어가서 빨리자 또 나가지 말고" 저는 그때 다른 멤버랑 낄낄거리며 농담을 하다 마스터 형님이 그 말씀을 하시길래 기타를 돌아 봤더니 녀석의 표정이 굉장히 이상하게 변해 있더군요. 뭐랄까. 넋이 나간 사람처럼 표정은 무표정 한데 눈 빛은 초점없이 묘하게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웃긴건 입에 닭발 양념을 다 묻힌채 닭발을 먹고 있더군요. 그냥 먹다가 입에 좀 묻은게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닭발을 입에 갔다 쑤셔 넣느라 뭍은듯 하게 입주위에 양념이 다 묻어 있었습니다. 갑자기 녀석이 섬뜻해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 멤버들이 동시에 다 그렇게 느꼇는지 갑자기 싸한 침묵이 찾아 오면서 멤버 모두 일제히 녀석을 쳐다 봤습니다. 녀석은 아랑곳없이 양념을 입에 뭍히면서 입에 '우겨놓고' 있었구요. 갑자기 마스터 형님이 말씀 하시더군요. "야 오늘 재 밖에 못나가게 해라. 재 어딘가 이상하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이 벌떡 일어 나더니 현관 쪽으로 걸어 가는 겁니다. 그러자 드럼 치는 형님이 같이 일어나 녀석의 뒷덜미를 낚아 챘어요. "야 임마 너 나가지 말라는 말 못들었어?" 그때 드럼 치는 형님이 한덩치 하셨습니다. 얼굴도 우락부락 하게 생겼고. 형님이 그렇게 녀석을 집 안쪽으로 밀쳐내자 녀석은 또 멍하게 드럼치는 형님을 바라보다 부엌쪽으로 가더군요, 저희는 멍하게 서로를 쳐다보며 '저 놈 뭐야?' 라는 생각을 할즈음 갑자기 부엌에서 와장창 소리가 나길래 저희 모두 일어나 부엌쪽으로 달려 가 봤습니다. 그러자 녀석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부엌 창문에 있던 쇠창살이 뜯겨 나가 있더군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 쇠창살이 약한것도 아니고 (단단한 경질소재의 쇠 파이프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짓이겨 놓을 성질의 것도 아니고…………. 저희는 난리가 났죠. 닭발이고 나발이고 모두 신을 신고 녀석을 찾아 밖으로 뛰쳐 나갔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 졌더군요. 마스터 형님은 벙져 있고, 한시간여를 녀석을 찾아 동네를 헤매다 포기하고 들어 왔습니다. 녀석이 날이 밝아도 들어 오지 않아 저희는 난리가 난 상태 였는데. 오후가 되니 너털너털 녀석이 들어 오더군요. 제가 골목에 있다 녀석과 마주 쳤는데 꼴이 아주 가관도 아닌겁니다. 옷은 다 긁혀 있고 머리는 산발이고 온몸에 낙엽이 붙어 있고 낛은 나가 있고. 일단 마스터 형에게 '녀석이 돌아 왔으니 걱정 마시란' 전화를 남기고 녀석을 데리고 커피숍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된거냐? 어디갔다 온거냐? 정신이 있냐 없냐? 를 마구 따져 물었죠. 그랬더니 녀석이 긴 한숨을 내쉬고는 상담할 고민이 있다며 털어 놓은 말은 이랬습니다. 일과가 끝나고 술을 마실 때 마다 조금씩 절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조금씩 생각이 나다 점점 그 생각이 걷잡을수 없이 커질때쯤 기억이 딱 끊어 지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자기가 절 에 와 있다는 거죠. 거기가 무슨 절인지, 거기에 어떻게 왔는지 아무 기억도 없이요. 그렇게 절 바로 위쪽 숲속에서 잠들어 있다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낙엽더미 위에서 말이죠. 그래서 "어제 큰 형님이 나가지 말라고 소리 지른게 기억 안나냐?" 고 물어 보니 기억에 없답니다. 자기가 쇠창살을 뜯어 낸것도 기억을 못 하더군요. 그리곤 말 합니다. "형님 저 춘천와서 꿈을 꾸는데 계속 같은 꿈을 반복 해서 꿔요" 라고 말을 합니다. 꿈속에 어딘가를 걷고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자기가 바다 위를 걷고 있답니다. 하염없이 그 위를 걷다보면 수평선 부근인데 그 수평선에 알록달록한 의자가 일렬로 쭉 늘어서 있고 자기가 그 의자 있는 곳 까지 걸어 가면 갑자기 까마귀 들이 일제히 수천 마리가 하늘로 날아 간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의자에서 뭔가 빛이 솟구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거기 빨간색 파란색 등의 알록달록한 끈이 매져 있는 방울이 놓여 있다고 하더군요. 그 방울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다 그 장면에서 항상 잠이 깨는데 그 꿈을 춘천 내려오는 날부터 계속 꾼다는 군요. 가뜩이나 저도 춘천 내려와서 이상한 꿈 때문에 시달리던 터라 찜찜하긴 했는데 그 친구의 꿈은 말만 들어도 너무 이상 하더군요.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녀석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이제 술을 먹지 말자. 너 술먹어서 이상해 지는 거야" 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녀석이 한동안 한숨만 푹푹 쉬면서 고민 하더니 기절초풍할 말을 하더군요. "형님 제가 이상한 취급 받을까봐 차마 이얘기는 안할라 그랬는데요…….." 어휴 이거 간만에 뭔가 쓰려니 힘드네요. 조금 쉬고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 [출처] 귀신들린 집 1 | hyundc __________________ 헐. 그 동생은 대체 무슨 일일까. 술은 죄가 없을텐데 술 때문은 절대로 아닐거야... ㄷㄷ 그 이야기는 내일 마저 할게!
퍼오는 귀신썰) 방배동에서 생긴일 5화
오늘 낮에 오려고 했는데 낮에 너무 바빠서 결국 밤에 와버렸네 ㅠㅠㅠㅠ 밤에 보면 무서워서 잠 못자는데 미안해 ㅠㅠㅠㅠㅠ (내가 나한테 사과하는건가봉가) 이야기 얼른 들어가 볼까? 그리고 ㅋㅋㅋㅋㅋ 맞춤법 이야기 하는 분들 계시는데 그것까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쓴 글도 아닌데 맞춤법까지 손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므로 ㅋㅋㅋㅋㅋ 이해해 주길 ㅋ 그럼 시작! _______________________ 저희는 서로 식은땀이 범벅이 되어 숨죽인채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잘박' 하고 걸어 나오는 소리가 화장실에서 납니다. ‘공포에 질린다는’ 표현이 있지요 그 ‘질린다’ 라는 표현을 뼈 져리게 실감한 날 입니다. 공포감이 나를 덮어와 이성을 마비시켜 버리면 숨이 쉬어지질 않습니다. 호흡도 생각을 하고 의식을 하면서 들숨과 날숨을 내뱉어야 할 정도가 됩니다. 흔히 공포영화를 보면 너무 심한 공포에 질려 눈과 입을 뜨고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그 장면이 굉장히 디테일 하고 사실적인 묘사라 생각 합니다. 숨조차 쉬어지지 않습니다. 암튼, 그 걸음 소리가 ‘찰박……………..찰박………………찰박’ 이런 식으로, 한걸음 띠고 한참을 멈춰져 있다가 또 한걸음 띠고 한참을 멈춰져 있다가 이런식 으로 다가 옵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정신은 되려 명징해 지고 온몸에 흐르는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고 온통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찰…..박…………………..’찰…..박’…………………………….그리고는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멈췄습니다. 그때 그 모텔 방 화장실 입구가 저희 쪽이 아니 었습니다. 그러니까 현관문을 열고 들어 왔을 때 그쪽으로 나있는 화장실 이었죠. 저희가 누워 있는 침대에서는 그 방 화장실 내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화장실쪽을 등지고 누워 있었고 저는 그녀를 안고 화장실 방향을 향해 누워 있었 습니다 당장 불을 켯으면 좋겠는데 그 전등 스위치가 화장실 벽 쪽에 붙어 있었습니다. 리모콘이 어디 갔는지 찾는것도 언강생심 엄두도 내지 못했구요. 어느 순간부터 저도 그녀를 꽉 끌어 안은채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뚝’ 끊기니 또 다른 공포가 엄습해 옵니다. 정말 일분이 한시간 처럼 느껴지다가 너무 궁금해 지길래 정말 용기 내어 눈을 떠 봤지요. 그런데 그걸 뭐라고 표현 해야 할까요. 분명 화장실 문 앞쪽에 무언가 있습니다. 거무스름하고 희미 하지만 여자의 형상이라는 것 쯤은 알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 일견 딱히 ‘사람의 형상이고 여자의 형상입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루엣이 화장실 앞쪽에 서 있는 겁니다. 그 형상이 포토샵으로 말하자면 50% 블러 처리된 흑백 합성 영상이라고 생각 하시면 됩니다. 이건 뭐 비명도 안나오더 군요. 다만 그녀를 끌어 안은채 움찍하며 ‘어…어…어……’ 라고 아무 말도 못했는데 갑자기 그녀가 짓눌린 공포를 마구 발산하듯 엄청난 비명을 질러 댔습니다. 그녀가 ‘꺄아아악’ 이라는 사자후 같은 비명을 토해냄과 동시에 저는 마치 무슨 주술에서 풀려난듯 침대에서 뛰쳐나가 후다닥 빠른 동작으로 벽에 붙어 있는 조명 스위치들을 다 눌렀습니다. 조명이 들어오자 갑자기 방 전체의 괴괴스럽던 알수 없는 분위기가 물러나며 다시 조금씩 따스한 기운이 방으로 스며 듭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려 대며 울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저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주섬주섬 떨어져 있던 옷들을 빠른 속도로 챙겨 입기 시작 했습니다. 벗기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입는 속도는 어찌나 그리 빠르던지………. 그렇게 저희는 번개 처럼 옷을 입고 나가는데 화장실 앞쪽을 지날 때 하마터면 까무러 칠뻔 했습니다. 화장실에 샤워를 한듯한 물자국 들이 있었습니다. 화장실 입구까지 물자국이 걸쳐져 있더군요. 이게………. 저희는 그날 방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욕실에 샤워 흔적은 물론이고 화장실 앞까지 물자국이 떨어져 있는거예요. 마치 발자국 처럼. 저희는 미친듯이 모텔방을 빠져나와 제 차로 옮겨 탔습니다. 그녀는 옆자리에 앉아 계속 울고 있고 저 또한 아무 말 없이 시동을 걸고 그녀의 집 쪽으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녀는 기운이 다 빠졌는지 축 늘어진채 멍하게 앞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차 안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는 내내 실내등을 켜놓고 운전 했지요. 차 안에서도 너무 무서웠거든요. 왜 그런 기분 있잖아요. 내가 경험 했던 공포가 진실이 아닌 마음. 나 혼자의 착각 이었었으면 하는 심정 같은………. 그러니 무언가의 말을 꺼내 그 방에서 있었던 사실들을 확인 한다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 졌던 건지도 모르 겠습니다. 그녀 집 근처에 도착해 차를 정차 시키고 그녀를 보니 여전히 축 늘어져 초점 없는 눈동자로 앞만 응시하고 있더군요.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망설였습니다. 평소에 제 성격 같았으면 그랬겠죠. '걱정하지 마라, 무언가 해결 방법이 있을거다' 라는 말로 다독여 주거나 최소한 아무말 없이 꼭 끌어 안아 주기라도 했을텐데 그날은 웬지 아무것도 할수 없더군요. 둘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데 그녀가 조용히 문을 열고 내립니다. 차에서 내린 후 집 방향으로 너털너털 걸어 가는데 온 몸에 기운이란 기운은 다 빠져 나간 사람 처럼 걷더군요. '무슨 말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아직 그때까지 저도 공포감에 장악 당해 있던 때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차를 돌려 저희 집 방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여전히 실내등도 다 켜놓은 상태로요. 운전을 하면서 뒷자리가 무서워 계속 쳐다 보면서 운전을 했죠. 그 때 시간이 아마 새벽 1시 조금 넘은 시간 이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그렇게 운전을 하고 가다 문득 이렇게 집으로 도망만 간다고 무언가 해결 될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신호에 정차 했을 때 소품녀석과 백뚱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자냐? 늦은 시간에 미안한데 안자고 있다면 전화 좀 해줘" 라고요. 무턱대고 전화를 해 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이거든요. 저는 기왕이면 백뚱이 전화해주기를 바랬습니다. 한 십여분이 흘러도 대답이 없길래 슬슬 둘다 자나보다 라고 생각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립니다. 받아보니 소품 녀석이더군요. "어, 형 이시간에 웬일 이세요?" 라고 이야기 하는데 녀석의 목소리가 조금 이상 합니다. 저는 자다 일어났나? 라는 생각에 잤냐고 물어 봤더니 깨어 있었 답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 많이 아픈 것 같은데 감기 걸렸어?" 라고 물어 보니 "아뇨, 그게 아니라 형 제가 요즘 몸이 좀, 아니 몸은 아닌데 그게……암튼 좀 상황이 그렇네요" 라고 이야기 하는데 전화기 너머로도 '이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라는게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는 " 형, 제가 지금 너무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니라서, 죄송한데 내일 다시 전화 드릴게요"라고 얘기 하더군요. 미안한 마음에 알았다, 늦게 연락 해서 미안하다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뭔가 소품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 그저 녀석이 감기라도 걸렸나 보다 라고 가볍게 생각 하기로 하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다시 전화가 울려 받아 보니 백뚱 이었습니다. "우왕~ 우리 도도한 잘난이 오빠 웬일이야?" 라고 말을 하는데 이런 젠장 술을 한바지 푼 목소리 더군요. "어? 어.그게, 너 지금 술먹냐?" "어헝 그럼 지금 술먹고 있지, 근데 이 시간에 웬일이야? 이제 나한테 뭔가 물어 볼게 생겼나 보지?ㅋㅋㅋㅋ" 그런 식으로 말장난을 하는데 그때는 뭐 그게 얄밉고 자시고 할 게재가 아니더군요. 일단은 미친년 바지가랑이라도 붙들고 매달릴 심정 이었으니까요. "지금 어딘데? 너 집에 안가? 내가 데려다 줄까?" "뭐래, 오빠가 날 왜 데려다 줘. 그리고 여기 우리 동네 근처야" 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는 "오빠가 이 시간에 직접 전화한거 보니 뭔가 있긴 있었구나. ㅋㅋㅋㅋ" 라고 계속 놀리는 투로 이야기 합니다. "어, 그래 뭔가 있긴 있었다. 암튼 지금 못봐? 내가 갈수 있는데?" "아니에요. ㅋㅋ 나도 이제 들어 갈거야. ㅋㅋㅋ 급해도 참아 ㅋㅋㅋㅋ나중에 만나면 얘기 해줄게 안뇽~~~~" 그러더니 전화를 휙 끊어 버립니다. 이런 젠장. 그런 통화를 하는새 저는 집에 도착해 제 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래도 집에 도착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 집니다. 원래 저는 외출했다 들어가면 시간이 늦건 빠르건 샤워 먼저 하는데 그날은 샤워는 커녕 변기에 있는 물도 쳐다보기 싫더군요. '햐…물 조심 해야 하는거 맞네. 그런 물일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방에 앉아 방에 불을 켜 놓은채 멍하게 앉아 오늘 하루 하루 있었던 일들을 생각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오늘 있었던 일들이 마치 아주 오래전 이야기 처럼 느껴지거나 현실이 아니었던 일들 처럼 생경 하게 느껴 지더군요. 오늘, 아니 어제 있었던 일 자체가 마치 그저 상상속에 일어났던 착각들 같은 생각도 슬몃 드는 거예요. 그렇게 침대에 멍청히 앉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스으윽~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제 꿈속에 얼굴에 반이 화상으로 뒤덮인 여자가 나타 났습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말에 최대한 많이 쓰려고 했는데 어쩐일인지 주말에 정신 없이 바빴어요 주주회의에, 친구 부친상에, 누군가의 글을 대필해줘야 하는 사태까지. 그래도 월요 주간회의 주재가 끝나자 마자 책상에 앉아 후딱 글을 써 올립니다. 이따 오후라도 짬이 나면 최대한 빨리 글을 올려 마무리 할수 있도록 노력 해 보겠습니다. [출처] 방배동에서 생긴 일 | hyundc __________________________ 하 언젠가 쓰니 꿈에서 나타날 것 같더라니 결국 ㅠㅠㅠㅠㅠㅠ 무슨 일일까.... 근데 내 꿈엔 나오지 마라 ㅠㅠㅠㅠㅠㅠㅠ 다들 제발 좋은 꿈 꾸길 예쁜 꿈만 꿔 다들! 부... 불켜고 자자....
퍼오는 귀신썰) 방배동에서 생긴일 4화
일요일 무료할까봐 밝을 때 이야기를 이어 본다 ㅎㅎ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 그리고 그날, 모텔에 들어간 제게 살면서 두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헬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방배동에 위치해 있는 모텔 방은 작고 허름 하더군요. 아니 명색이 방배동인데 방은 왜이리 작고 허름해? 라고 생각 했습니다. 구조도 옛날 모텔 구조인걸로 보아 신축이 아니라 리모델링 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더 어이가 없었던건 방 벽지가 온통 검정 색 이에요. 벽지도 검정색, 창문도 검정색. 모텔방 인지 귀신의 집인지. 그렇지만 그 당시에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죠. 벽지가 검정색이면 어떻고 빨간색이면 어떻겠습니까? 설사 벽에 똥칠이 되있다 해도……그건 아니지만. 여튼. 웬일로 술을 오버페이스로 마셔버린 그녀가 따뜻한 방안에 들어가자 술이 올랐는지 코트까지 다 입은 상태에서 침대로 풀썩 쓰러 집니다. "야야. 더운데 코트는 벗고 누워" 라고 말하자 코트를 벗습니다. 저도 겉 옷을 벗고 그녀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걸터 앉았습니다. "오빠 나 옆에 누워서 좀 안아줘" 라고 그녀가 말합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 했죠. 아잉…들어오자 마자 이러는건 너무 빠른뎅……좀 더 있다가 얼레벌레 진행 돼야 정상인데 아잉 깍쟁이……. 뭐 이딴식의 주접을 속으로 떨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 질지도 모른채 말이죠. 그렇게 둘이 침대에 누워 그녀에게 팔베게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 했죠. 그러다 흔히 남자들이 이야기 하는 멘트를 하나하나 던지기 시작 했습니다. "나 옷 입고 있으니 불편 하다. 겉옷 좀 벗을게." 그리곤 제 겉 옷을 벗었습니다. 훌러덩~ 훌러덩~~ "오빠, 겉 옷만 벗는다면서 팬티는 왜 벗어?" "응? 엇? 아, 미안 습관적으로" "어? 습관? 오빠는 팬티까지 벗는 습관이 있어?" 라고 이야기 하며 깔깔 댑니다. 그러고 그 상태로 또 한참 이야기 하다 "너도 벗어" 라고 말하자 "왜 난 안 불편해" 라고 말합니다. "넌 안 불편한데 니 옷에 자꾸 내 젖꼭지가 쓸려서 아프잖아. 내 소중한 젖꼭지 까진다구" 라고 주접을 떨자 그녀가 웃으며 옷을 벗습니다. "야, 브래지어도 벗어야지 브래지어에 쓸리니까 더 아프 잖아" 라고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결국 저희는 훌러덩 으로 남았습니다. (알*몸이 금칙어 라는 군요. 표현을 살짝 바꿧더니 아주 저렴해 졌어요)  수많은 여자 경험을 해 봤지만(응?) 그날 서로 나신이 된채 그녀와 포옹하던 순간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아왔던 몸 중에 가장 예쁘고 아름다웠던 몸 이었거든요. 그리곤 뭐 다 예상하시는 대로 자연스럽게 패팅의 단계가 이어 졌죠. 한참 패팅이 무르익어 가는데 그녀가 제 손을 잡습니다. 그러더니 "오빠 근데 나 할말 있어" 라는 거예요. "지….지금….할말이 문제가 아닌데? 엉? 말은 좀 있다 질리도록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