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photo
1,000+ Views

박노해의 걷는 독서 5.20

바꿀 수 있는 것은 밀고 나갈 인내를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 들일 용기를

- 박노해 ‘두 가지만 주소서’
Indonesia, 2013. 사진 박노해


나에게 오직 두 가지만 주소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인내를
바꿀 수 없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나에게 오직 두 가지만 주소서
나보다 약한 자 앞에서는 겸손할 수 있는 여유를
나보다 강한 자 앞에서는 당당할 수 있는 깊이를

나에게 오직 두 가지만 주소서
가난하고 작아질수록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고 커 나갈수록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관계를

나에게 오직 한 가지만 주소서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삶에 뿌리 박은
깨끗한 이 마음 하나만을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두 가지만 주소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Comment
Suggested
Recent
저에게도 주소서...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박노해의 걷는 독서 6.9
옳은 길을 오래오래 걸어나가는 사람 걷다가 쓰러져 새로운 꿈이 되는 사람 - 박노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Tibet, 2012. 사진 박노해 시간은 모든 것을 쓸어가는 비바람 젊은 미인의 살결도 젊은 열정의 가슴도 무자비하게 쓸어내리는 심판자이지만 시간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거장의 손길 하늘은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자를 시련의 시간을 통해 단련시키듯 시간을 견뎌낸 것들은 빛나는 얼굴이 살아난다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저기 낡은 벽돌과 갈라진 시멘트는 어디선가 날아온 풀씨와 이끼의 집이 되고 빛바래고 삭아진 저 플라스틱마저 은은한 색감으로 깊어지고 있다 해와 달의 손길로 닦아지고 비바람과 눈보라가 쓸어내려준 순해지고 겸손해지고 깊어진 것들은 자기 안의 숨은 얼굴을 드러내는 치열한 묵언정진默言精進 중 자기 시대의 풍상을 온몸에 새겨가며 옳은 길을 오래오래 걸어나가는 사람 숱한 시련과 고군분투를 통해 걷다가 쓰러져 새로운 꿈이 되는 사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https://www.nanum.com/site/917289
박노해의 걷는 독서 6.2
‘나랑 함께 놀래?’ 내 인생의 모든 시가 된 어린 동무의 그 말 한 마디 - 박노해 ‘나랑 함께 놀래?’ Peru, 2010. 사진 박노해 어린 날 나에게 가장 무서운 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것도 아니었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거였네 세 살 많은 영기가 우리 반에 편입한 뒤 동무들을 몰고 다니며 부하로 따르지 않는 나 하고는 누구도 함께 놀지 못하게 한 그 지옥에서 보낸 일 년이었네 동백꽃 핀 등굣길을 혼자 걸으며 울었고 오동잎 날리는 귀갓길을 혼자 걸으며 울었고 텅 빈 집 마루 모퉁이에 홀로 앉아 울었었네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기도를 해봐도 동무가 그리워서 사람이 그리워서 책갈피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곤 했었네 5학년이 되던 해 보슬비는 내리는데 자운영꽃이 붉게 핀 논길을 고개 숙여 걸어갈 때 나랑 함께 놀래? 뒤에서 수줍게 웃고 있던 아이 전학 온 민지의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의 젖은 길이 다 환한 꽃길이었네 돌아보니 멀고 험한 길을 걸어온 나에게 지옥은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홀로 걷는 길이었고 천국은 좋은 벗들과 함께 걷는 고난의 길이었네 나랑 함께 놀래? 그것이 내 인생의 모든 시이고 그것이 내 사랑의 모든 말이고 그것이 내 혁명의 모든 꿈이었네 - 박노해 ‘나랑 함께 놀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https://www.facebook.com/parknohae
11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