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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파리행 티켓을 끊었다

오늘 파리행 티켓을 끊었다.

며칠 전 새벽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항공사의 티켓이 보인다며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래, 이거 라면 끊을 수 있겠다 싶어 결제를 하려다 덜컥 이게 맞을까 겁이 나서 이것저것 조금만 더 알려보자 하던 참에 가격이 많이 올라버렸다.
탓할 일은 아니랬지만 미안했고 속이 많이 아팠다.

"이렇게 오래도록 기다렸는데 뭘 더 망설이는 걸까."

그런데
오늘 아침, 그때 본 가격보다 훨씬 싸게 같은 시간 같은 항공사의 티켓이 풀려서 잠도 못 깬 얼굴로 서둘렀다. 복잡한 화면들이 채 지나가기 전에 카드사에서 친절한 문자가 왔다. 됐구나.
그렇게 서른여덟의 가을, 나는 그녀를 따라서 이유 없는 유학을 떠난다.

몇 해 전에 그녀가 갑자기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을 했을 때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함께 가자는 말을 돌려주었다. 혼자서 이런저런 걱정을 했던 그녀는 그만큼 많이 놀랐지만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걷고 있던 삶이다. 마지못해서 집을 나서고 카페와 공원을, 다른 이의 학교에서 또 걷던 삶이다.
어렵지 않다. (고 생각 했다 그때는.)

서른일곱 해 동안 나는 끈질기게 삶을 미정의 상태 속에 녹여 두려고만 했다는 것을 안다.
무엇이 되려 하기보다 무엇도 안되려고 했었던 나날들.

나의 가장 강력한 마음은 나를 구속하려는 힘들 앞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사관학교 전체와 싸워 본 적이 있고, 도와준다는 수많은 손들을 적으로 돌리기도 했었다.
붙잡힐 거 같아서 여기에서 이렇게 살면 된다고 혼 내려는 거 같아서
모래 장난처럼 쌓다가도 발로 으깨 버리고 엄마의 한숨을 벽 너머로 들으며 반성하듯 씻고 잠든 나날들.

그곳에서는 우리가 마음먹고 준비를 기다리는 사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테러가 일어났고 매주 노란 조끼를 입은 분들의 격렬한 시위가 있었고, 공짜와 다름없던 학비가 올랐고, 가장 높은 첨탑이 무너져 내렸다.
그곳은 이제는 더 이상 세상을 이끌어 가는 곳도 아니고 새로운 시도들이 움트는 곳도 아니다.
예술적이기보다는 상업적이고 새롭기보다는 보수적일 수 있다.
넥타이와 턱시도를 강요하고.
시네마를 고정하려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괜찮다.
그곳은 내게는 가장 먼 서쪽. 핑계 없이 감내할 삶을 이제야 가져 볼 이곳 아닌 저곳.
누가 떠민 것도 아니고 그곳의 누구도 나를 받아주겠다고 하지 않는
우리가 억지로 날아가서 내린 땅이기에 괜찮다고.

눈을 뜨고 느껴지는 낯선 공기에 날을 세우고.
오랫동안 끓이기만 하던 죽에 불을 끄고.
우리 함께 먹자.

안전한 나는 삶을 그리지 않고 구상만 하다 잠만 잤으니까.
위험한 우리는 우리보다 조금씩 더 큰일을 해야 할 거라고.
우리는 뭘 모르는 아이들처럼 서로를 안심시켰다.

W 레오
2019.05.21

파리일기_두려운 날이 우습게 지나갔다
1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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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격려 가득 보낼게요 그녀와 함께 인데 혼자 아니니 서로 힘이 될꺼에요 여행이.아닌 유학이지만 낯설지만 또 좋은 점들이 곧 보일꺼고 여유도 찾을 수 있고 파리에서 매일 일상의.작은 행복 쌓으며 보내세요
소중한 댓글 정말 감사해요 너무 힘이 되네요! 열심히 해볼게요 항상 좋은 날들이시길 바랄게요!
@simplepoems 파리가서 여유가.아주 조금.더 생기시면 파리.적응기 글 써주세요🤗🤗🤗 항상 좋은 날 보내며 기다려.보겠습니다🙇‍♀️🙇‍♀️🙇‍♀️
네! 그래볼게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
해당 카드가 최고의 빙글러만 오를 수 있는 명예의 전당에 등극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
우앗!!!! 감사해요!!
응원합니다~!!
응원 정말 감사드려요! 좋은 하루 되시길
도전~
도전! 고마워요!!
형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리버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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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훌쩍 지나갔다. 지나가고 있다. 눈이 내렸다. 뉴스에서는 폭설로 인한 월요일 출근길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배부른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월요일의 예정된 피로함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없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으로 반나절 정도를 보냈다. 동네에는 폐업한 가게들이 여럿 보였다. 어떤 가게를 들어가면 업주에게 측은지심이 인다. 편집자는 저녁까지 최종적으로 시집 원고를 검토하라 일렀지만, 더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자나 탈자가 후에 발견된다 해도 그것 자체로 의미 있을 것 같다. 김혜순 시인의 등단작은 '담배를 피우는 시체'라는 제목의 시인데, 당시 식자공이 '시체'가 아니라 '시인'이라고 착각했던 것인지, 잡지에 시의 제목이 '담배를 피우는 시인'으로 실렸었다는 시인 당사자의 얘기는 흥미롭다. 김혜순과 식자공이 어쩌다 함께 만들어낸 엉뚱한 결과이지만, 그것도 시적인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다. 어떤 날에 우연은 꽤 많은 것을 펼쳐 보여주기도 한다. 내일은 다시 예정된 일정 속에서 생각지 못한 우연들이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결을 만들어 낼 것이다. 며칠 전 만난 시인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같은 책이 두 권이나 있다며 내게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귤과 바나나 껍질은 말렸건 말리지 않았건 음식물쓰레기다. 어제는 붉은 석류를 먹었다. 석류 껍질은 일반쓰레기다. 석류는 신나게 얻어 맞아 핏물이 잔뜩 고인, 온몸이 이빨인, 작고 아름다운 괴물 같다. 겨울이 겨울다워지는 풍경에 밑줄을 그었다. 책갈피를 꽂는다는 것을 깜빡하고, 하루를 덮는다. 그 전에 노란 등을 하나 켜두고 나는, 지나가고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짓궂게 사라지고 있는 무언가를 사수하고 있었다.
남원 스테이케이션...
딸이 곧 개학이라네요... 항상 집에만 있어서 방학을 했는지 어쨌는지 분간이 안됐는데 어쨌든 일주일후면 개학이래요. 방콕만 하고 있자니 넘 힘들어서 간만에 남원에 왔어요. 그냥 숙소에만 있을거에요 ㅎ https://vin.gl/p/3143797?isrc=copylink 남원오면 항상 스위트 호텔에만 묵었었는데 객실이 없네요. 마침 켄싱턴에 리모델링 객실 패키지가 있어서 첨 와봤네요. 주차장이 한가하네요. 1층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이 있네요.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깔끔합니다. 전국 여러 켄싱턴을 다녀봤지만 켄싱턴은 항상 시설이 좀 그랬는데 여긴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괜찮았어요. 커피 한잔하며 잠깐 쉽니다. 여기 위치가 괜찮더라구요. 광한루도 가깝고... https://vin.gl/p/1078215?isrc=copylink 오래전 갔었던 돼지갈비 맛집도 바로 앞에 있더라구요. 깔끔하죠? 달팽이 크림이라는데 패키지에 들어가 있어요. 냄비가 넘 작아서 라면 두개가 겨우 들어가더라구요. 딸래미가 열심히 만들고 있네요. 밤이 되니 조명이 켜지네요... 저녁은 바비큐장에서 해결하려구요. 미리 예약해놨어요. 이렇게만 준비해주고 나머지는 저희들이 알아서 합니다. 저희 가족 포함 세팀이 있었는데 나름 신경을 써서 자리 배치를 뚝뚝 떨어트려 놨더라구요. 목살, 가리비, 새우 좀 구워먹었습니다. 마른오징어도 ㅎㅎ 날이 좋으면 야외에서 먹어도 좋겠더라구요. 애들은 밖에서 뛰어놀고 말이죠. 애슐리에 미리 주문해놓은 패키지 음식도 테잌아웃해서 먹어주려구요. ㅋ 대식가들... 이것도 패키지 포함 ㅋ ㅋ 냉장고에 좋아하는 식혜도... 딸아 너 보고있는게냐? 야경^^ 일단 객실이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만족스런 남원 켄싱턴 스테이케이션이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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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촬영이 있어 사무실에 Y 시인이 방문했다. 그는 나이가 50대인데 관리가 너무 잘 돼있어 좀 많이 놀랐다. 수트 핏이 너무나 좋았고, 특별히 과장할 것도 없이 그 실루엣이 MC 유재석과 흡사해보일 정도였다. 아, 그래. 사람은 관리를 해야 한다. 이런 시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시대가 변했고, 이제는 시인의 이미지가 좀 바뀔 필요가 있다. 내일은 최근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을 만나기로 했다. 그는 내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내가 한 잔 사겠다고 했다. 앞서 이미 두 명의 시인이 그에게 축하를 해줬다는 소릴 들었고, 한 명은 거금 10만 원을 들여 회를 사줬다고 한다. 나는 질 수 없어 반드시 11만원 어치를 먹으라고 했다. 그는 다음주에 시상식이라는데, 신문사에서는 반드시 혼자만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럴 거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언론에 내보낼 사진은 찍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또 다른 형태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시인은 차라리 자신 혼자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떤 마음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시집 표지 디자인과 조판된 본문을 받아 검토했다. 오래전부터 그려온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낯설었다. 감동의 눈물 같은 것은 흘리지 않았다. 축하를 받을 만한 일이 생기면 이상하게 우울감만 짙어진다. 분명 기쁘긴 하지만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 코로나 블루 시대, 나는 시집 블루에 걸리고 말았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내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밤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 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너는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시인 고정희....편지 10 소중한 자료인 이 글을 당신이 아끼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시면 어떨까요....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마냥좋은글과 교류하며 함께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당신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마냥! 좋은글..... 엔돌핀 충전소^^ 하루에 크게 웃고 싶을 때 하루 한가지 최신 유머 스트레스 확 날리는 짧은 웃긴 영상 세상의 모든 유머 https://bit.ly/3gAaxhA << 오늘의 추천 마냥 좋은글 >> 잉꼬 부부의 성 100배 즐기는 방법 8가지 https://bit.ly/3hPt5LR 매일 커피를 마시면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 7가지 https://bit.ly/3hPt5LR 다시 데워 먹으면 절대 안 되는 음식 7가지 https://bit.ly/3hPt5LR #마냥좋은글 #좋은글 #좋은글귀 #좋은글모음 #영감을주는이야기 #명언모음 #인생명언 #아름다운시 #좋은시 #맞팔해요 #짧고좋은글 #동기부여 #행복한글 #행복해지는법 #가슴에와닿는글귀 #마음에와닿은글귀
당신의 하루를 행복으로 채워줄 고양이 사진 10장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긍정적으로 살겠다고 각오해도,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멋대로 머릿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곤 하는데요.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진을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꼬리스토리가 부정적인 생각을 쫓아낼 고양이 사연을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은 그저 아래 사연을 꼼꼼히 읽기만 하면 됩니다! 01.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나의 10대를, 나의 대학 시절을, 그리고 나의 결혼생활까지 함께한 소중한 친구야. 어느덧 21살이 된 너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구나. 고마워. 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02. 세상에, 기적이야! 2011년,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미주리주 조플린, 한 여성이 폐허 한가운데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품에 안고 기쁨의 포효를 하고 있습니다. 녀석은 여성이 16일간 애타게 찾아 헤매던 그녀의 반려묘입니다. 03. 기억나? '10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이빨을 드러내며 내게 앞발을 휘두르던 그날을 기억해? 너는 몰랐겠지만 나는 한눈에 알았어. 우리가 지금처럼 최고의 친구가 될 거라는걸.' 04. 그들을 용서합니다 '누가 너를 쓰레기처럼 버리고 갔을까. 나는 너를 두고 간 그 사람들을 증오하면서도 감사해. 내가 너라는 보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거든.' 05. 두근두근 콩닥콩닥 '내가 평생 너의 두 눈이 되어줄게. 네가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준 것처럼.' 06. 많이 기다렸지? '모스크바행 기차는 매일 밤 10시 40분에 스타라야 루사 역에 정차합니다. 열차 승무원은 간식을 들고 열차 문을 엽니다. 그곳에는 항상 그녀를 기다리는 오랜 친구가 있거든요.' 07. 오후 5시 '마티는 5시만 되면 현관 앞을 바라봅니다. 가출한 친구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에요. 퇴근하는 제 남편이오.' 08. 물은 싫지만 함께 하고 싶어 '내가 목욕할 때마다 녀석이 따라와서 울어대, 플라스틱 상자에 녀석을 담고 함께 목욕하기 시작했어. 이젠 화장실에서 물 트는 소리만 들려도 플라스틱 통으로 달려간다니까.' 09. 체스터가 돌아왔습니다 '내가 살면서 보았던 가장 기분 좋은 전단지야.' 10. 참 순수하지? '모든 아이들이 저 소년처럼만 컸으면 좋겠어.' 머릿속이 상쾌해졌다! © 꼬리스토리, 제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꼬리스토리가 들려주는 동물 이야기!
눈만 오면 제일 신나는 사람 = 나
어제는 눈이 정말 예쁘게 왔죠. 점심을 먹다가 눈이 온다는 카톡을 보고 창밖을 봤더니 아니 무슨 눈이 이렇게 예쁘게 내리나요. 며칠 전 공격적으로 퍼붓던 눈과는 사뭇 달리 진짜 소복소복 내리는 거예요.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은 바로 공원 여행. 올림픽공원으로 가기로 합니다. 올림픽공원 근처에 사는 지인과 함께 걷기 시작!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았던 터라 얼마 내리지 않았는데도 올팍은 온통 겨울왕국❄️ 소복소복 눈이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기분 너무 신나서 얼마나 방방 뛰어댕겼는지 헤헤 너무 예쁘지 않나요 너무 푹신해보여서 그만 누워 버렸구... 누워서 내리는 눈을 받아 먹는데 으앙 진짜로 기분이 좋은 거예요. 일어나기 싫을 만큼. 소복소복 그리고 우리가 향한 곳은 바로 나홀로나무가 있는 곳. 나홀로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눈사람을 만들기로 합니다. 해가 곧 질 예정이어서 후다닥 만들어야 했구 어스름할 즈음 마치 김장하는 기분으로 눈덩이에 눈을 촥촥 치며 만든 눈덩이들이 눈사람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근데 미처 눈코입 재료를 준비하지 못 한 거예요. 나무와 풀들은 다 너무 멀리 있고 나는 왜 이리 허허벌판에 눈사람을 세웠던가. 그래서 눈 양각으로 눈코입을 만들 수 밖에요. 갑자기 너무 인자한 눈사람이 생겨나 버렸다. 창조자(=나)와 눈사람이 함께 사진 촬영을 합니다. 완전 어두워지기 전에 공원을 빠져나와야 위험하지 않으니 눈사람을 홀로 두고 나옵니다 흑흑. 부디 간밤에 무사했길 어두워진 후에도 너무 예쁜 눈 내리는 올림픽공원 나무들에 핀 눈꽃도 너무 아름답죠 종일 눈밭에 뒹굴고 눈사람 만드느라 씨름했더니 지금 온 몸이 쑤시지만 그래도 정말 잘 놀았던 어제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_* 물론 며칠 전 아주 공격적인 눈이 내린 날에도 저는 뛰쳐나갔고, 본 중 가장 예뻤던 우리 동네 놀이터.jpg 눈발 너무 잘 받네 열심히 눈사람을 만드는 아가도 보이고 벤치 위 쪼롬히 앉은 눈사람들도 너무 사이 좋아 보이죠? 헤헤 물론 그 날도 저는 눈사람을 만들었지만 집 옥상이었고, 맨손은 너무 시려서 눈코입까지는 만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원래는 망토 입은 고영희님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는데... 아무튼 덕분에 동네가 예뻐 보이긴 처음이었구 그저 신이 나서 손 시린 줄도 모르고 계속 사진을 찍어대다 정신 차려보니 내가 바로 눈사람.jpg 눈사람을 만들 필요가 없었더라고요 껄껄. 눈 너무 좋아 세상에서 눈 제일 좋아하는 어른이 될래요 P.S. 은행나무침대.m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