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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걷는 독서 6.2

‘나랑 함께 놀래?’
내 인생의 모든 시가 된
어린 동무의 그 말 한 마디

- 박노해 ‘나랑 함께 놀래?’
Peru, 2010. 사진 박노해


어린 날 나에게 가장 무서운 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것도 아니었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거였네

세 살 많은 영기가 우리 반에 편입한 뒤
동무들을 몰고 다니며 부하로 따르지 않는
나 하고는 누구도 함께 놀지 못하게 한
그 지옥에서 보낸 일 년이었네

동백꽃 핀 등굣길을 혼자 걸으며 울었고
오동잎 날리는 귀갓길을 혼자 걸으며 울었고
텅 빈 집 마루 모퉁이에 홀로 앉아 울었었네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기도를 해봐도
동무가 그리워서 사람이 그리워서
책갈피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곤 했었네

5학년이 되던 해 보슬비는 내리는데
자운영꽃이 붉게 핀 논길을 고개 숙여 걸어갈 때
나랑 함께 놀래?
뒤에서 수줍게 웃고 있던 아이
전학 온 민지의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의 젖은 길이 다 환한 꽃길이었네

돌아보니 멀고 험한 길을 걸어온 나에게
지옥은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홀로 걷는 길이었고
천국은 좋은 벗들과 함께 걷는 고난의 길이었네

나랑 함께 놀래?

그것이 내 인생의 모든 시이고
그것이 내 사랑의 모든 말이고
그것이 내 혁명의 모든 꿈이었네


- 박노해 ‘나랑 함께 놀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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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 어쩌면 이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해야 하는 나이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작가이자 번역가인 김욱 작가는 아흔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김욱 작가는 소설가를 꿈꾸던 청년 시절, 6·25전쟁으로 북한 의용군에 강제로 끌려가 한순간 모든 꿈이 무너졌습니다. 의용군에서 탈출한 후 생업을 위해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평생 모은 재산은 보증으로 날려 버리고 노숙자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 결국 남의 집 묘지를 돌보는 묘막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이미 그의 나이 일흔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욱 작가는 ‘글을 쓸 수 있다’라는 확신으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작가 사후 5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했지만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 않은 주옥같은 작품들의 번역에 매달렸습니다. 그동안 김욱 작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낼 정도로 유명한 번역 작가가 되었으며, 고령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현역으로 살면서 2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습니다. 아흔의 나이로 현역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일흔의 나이에 신인이었다는 것은 더욱더 놀랍습니다. 나이 일흔에 무일푼이 되었다는 처지는 누구라도 좌절하고 포기할만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아직 자신이 가진 것을 단단히 붙잡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어떤 좌절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 요기 베라 – =Naver"따뜻한 하루"에서 이식해옴.... #나이 #열정 #인생의끝에서 #좌절 #용기
7장. Acabado. 미지의 땅. 남미(와카치나-나스카-쿠스코) -52
즐거운 주말입니다! ㅎㅎㅎ 주말아침이니 한편 달려볼까요!! 와카치나에 있는 투어샵에서 나스카 경비행기투어를 예약하고나니 버스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그래서 일단 아침을 먹으러 어제 점심을 먹은 식당으로 갔다. 아침으로 팬케이크를 하나씩 시켰다. 위에 누텔라를 얹은것과 카라멜을 얹은것을 시켰는데 매우 만족스럽다. 안에 가득들어있는 과일이 특히 마음에든다. 아직 친구는 상태가 영 안좋은가보다. 급하게 화장실을 다녀온다. 이제 출발할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러간다. 어제와는 반대로 우선 이카로 이동한뒤 나스카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건조한곳답게 풀한포기나지않는다. 남미의 버스는 특이하게도 항상 기내식이나온다. 간단한거긴하지만 거리에따라선 꽤 훌륭하게 나오기도한다.(브라질에서 버스를탈때는 기내식이 안나왔으니 먹을걸 챙겨가자) 심지어 와이파이도 터진다. 불안정하긴하지만...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나스카에 도착한다. 우버를 타고 투어샵으로 이동한다. 우선 짐을 풀고 잠시 기다리니 출발하잔다. 나스카 경비행기 공항. 여기에도 투어샵이 많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간 대합실. 아쉽게도 친구랑 찢어져서 비행기를 탔다. 이때부터 당했다란생각이 스멀스멀... 분명히 4인용으로 우리둘은 같은비행기에 탄다로 예약했는데 가니까 자리없다면서 6인용으로 나눠서태운다. 기분이 확 나빠진다. 항의를 해도 영어잘못한단다. 일단은 어쩌겠는가. 예약을 해놨으니 일단은 타러간다. 저 밑에 듣기만 했던 나스카라인이보인다. 점점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좌우의 승객들 모두 보여주기위해 팔자비행을 하다보니 승차감이 좋지가않다. 어느순간부터 나스카라인이 눈에들어오지않는다. 꼭 멀미약을 먹고가자... 이제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투어샵으로 향한다. 너무지쳐 일단 쉬기로 한다. 쿠스코행 버스는 밤이니까 일단 눈을 붙인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밖이 어둡다. 투어에 포함되어있는 저녁을 가볍게 먹는다. 친구는 아직 상태가 안좋은지 안먹는단다. 나도 아직 속이안좋아서 조금만 먹고 짐을 꾸린다. 버스정거장까지 데려다주는게 포함사항이라 이야기를 했더니 잠시 기다리란다. 출발 20분전인데도 아직도 느긋하다. 우리가 아무리 재촉해도 기다리란다. 결국 빡친 우리는 당장 택시부르라하고 택시를 타고간다. 다시는 오고싶지않은 나스카이다. 우리가 민감하게 군다고 생각할수있지만 남미에서 버스를 타는건 비행기를 타는것과 유사하다. 체크인을하고 짐을 맡기고 몸검사도 하고 탑승을 한다. 짐은 승무원이 직접 트렁크에 넣어 도착할때까지 열어주지않는다. 그러니 귀중품은 꼭 트렁크에 넣고 간단히 필요한것만 챙기고 타면된다.(들고탄 짐에서 잠시 손떼고 화장실간순간 그건 당신의 것이 아니다) 그런상황이니 이미 20분도 빠듯한상황인것이다. 결국 겨우겨우 버스를 타고 쿠스코로 향한다. 쿠스코는 부디 만족스럽기를 빌어본다. 이제 버스를 타고 16시간(!!)을 이동하면 된다. 우리는 긴시간이니만큼 가장 좋은것(그래봐야 4~5만원이다)을 타고 간다. 의자가 180도로 젖혀지니 너무좋다. 그리고 기내식도 나온다. 심지어 화장실도있다. 쿠스코로 가는 방법은 우리처럼 버스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방법이있다. 비행기는 편하긴하지만 단점은 고지대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는점이다. 해발 0미터에서 해발 4000미터까지 한번에올라가다보니 힘들어하는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처럼 야간버스를 타고가기도한다. 단점은 구불구불 하도 올라가다보니 멀미를 하는사람도있고 너무 긴시간이라 심심하기도하다. 그러니 참고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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