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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왈라시 사건'

브라질의 마나우스는 항구도시로
지금도 마약밀매와 살인이 만연한 도시임
그런 마나우스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 '카날 리브리'라는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음 
이름은 왈라시 소자, 그는 자신의 가족도 마약상때문에 마약중독에 빠져 죽었다며 마약상을 비판하고 

직접 취재도 나감 
그는 방송인이 되기 전 경찰이었던 사람이라
경찰 인맥이 있었고
그래서 언제나 가장 빠른 정보접수로 가장빠른 범죄 보도가 가능했음 

총을 맞을 위기에도 취재를 했고 

범죄자를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이라 

여간한 갱들은 되려 왈라시를 두려워 함

사람들 눈에는 왈라시는 영웅이었음

또한 왈라시는 범죄 보도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소개하고 도움을 줬음

왈라시는 정치에도 발을 뻗었고 브라질을 안전하게 하겠다고 했음

마나우스 주의 선거에 3번 나가서 세번 다 최다 득표 달성

왈라시는 정치계에 들어가서도 자신을 막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무서워 하지 않고 비판함 

그래도 왈라시는 브라질을 안전하게 하려는 목표를 위해 두려워 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밝힘 

그러다 2008년 10월 20일 

모아시르 조르지라는 별 특별할게 없는 마약범이 잡힘 


근데 잡히자마자 자신을 특별 보호 해달라고 요청함 
안그러면 자기 죽는다고 
왜 우리가 너를 특별 보호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속한 조직의 보스 때문이라고
자신의 보스는 마나우스 도시로 가서 범죄를 저지르라고 하는 사람이었다고 함

그 범죄 조직 보스가 누군데?
왈라시요
살인사건의 신속, 정확한 보도가 가능했던 것도 모두 다 지가 시킨 일이기 때문
브라질은 충격에 빠짐
왈라시는 바로 이건 정치적 음모라고 반박

모아시르 조르지라는 놈은 알지도 모른다고 반박했고 

사람들은 왈라시가 박해를 받는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끝나나 했는데...

방송사에 어떻게 온지 모르겠는 우편이 하나 도착함.

그 우편에는 한장의 사진만 있었는데...

바로 모아시르 조르지를 본적도 없다던 왈라시가 모아시르 조르지랑 즐겁게 수영장에 함께 있는 사진이었음

브라질의 왈라시 사건을 다루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범죄 다큐
"시청률 살인"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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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코바르가 죽는 순간 까지도 자기는 박해박는 인민들의 영웅이었다고 생각한 이유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남미의 상황임... 볼리바르가 무덤에서 일어나 작금의 사정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나... 사십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이유가 정말 미제국주의자들 때문말일까...
와.... ㄱ오늘 봐야지...
시티오브갓 이라는 영화봤는데 마나우스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어마어마한 브라질의 범죄도시.. 7살짜리애들이 총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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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뭔데!" 초소의 문틀을 잡고, 당기듯 몸을 밖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순간 심상병은 심장이 멎을 듯한 광경을 목겼했다 했지요. 시커먼 물체가 아니 분명 사족 달린 짐승인지 사람인지 잘 구분이 안가 검은 물체가 부사수가 총을 겨누고 있는 정면을 바퀴벌레가 기듯이 하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록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네요. 그것의 진행방향엔 철책이 막고 있었는데, 그 속도 그대로 철책을 뚫을 기세로 나아가는 듯 했으나, 곧 벌레가 벽을 기어오를려는 듯 몸통이 반정도 뒤로 꺾이더니, 철책을 기어 오르더랍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부사수도 당연 그랬겠지만, 심상병도 약 3초 정도 걸린 그 시간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철책으로 다가오자 투광등 빛으로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민무늬 전투복에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지만, 투광등 역광에 얼굴은 도통 알아볼수가 없었다네요. 그러다가 순간 번뜩 정신이 돌아온 때가, 그것이 순식간에 철책의 꼭대기 까지 올라 넘어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순간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심상병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라고 했습니다. 순간 철렁 내려앉는 마음이 들면서 온몸에 털이란 털은 모두다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네요. 그렇게 정신을 차릴 때쯤에 뭔가를 해야 하긴 해야 하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아 그자리에 무너지듯이 주저앉게 되더라고 하더군요. 시선은 그것에서 도저히 돌리지 못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좀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철책을 기어 내려와 전방 수풀 사이로 귀신같이 사라지더라고 했더랬죠. 그 와중에도 부사수는 손들어! 손들어! 녹음된 것 처럼 계속 외치고 있었다는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 상황을 바로 인지해서 도저히 그럴 수 없으리라 하는 사건 후 생각을 말해주더군요. "저는 아직도 그게 짐승인지 사람인지를 모르겠지만, 뭔가 그로데스크 한 것이다라는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로데스크라.....그런데 상황실에 알리긴 했냐?" "말도 안되지 말입니다." 바로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걸 어떻게 상황실에 말합니까? 월북인데...것도 사람이 아닌..." "야 그거 누가 알기라도 하면 너 좆되는거야. 그게 간첩이기라도 했으면.." "박병장님은 그게 사람이라고 믿으십니까?" 못 믿겠냐는 표정과, 상식이 있는 사람입니까? 하는 표정으로 묻더군요. "절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최이병은 뭐래?" "그놈...의외로 입 꾹 다물고 있지 말입니다. 아마 아까 쭈뼛거린게 박병장님한테 뭔가 이야기 할려는 내용이 아마 이런거 아닐까 싶지 말입니다." "그런가.....?" "여튼 그날도 철수 하기 전까지는 아주 뒤지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한동안...아니지...지금도 철책 넘어 보고 있노라면 자꾸 그놈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마지막에 분명 노려본것이 확실한 느낌이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뭔잘못을 했나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당장 내일 근무가 무척 두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놈처럼 기절 안하고 안 쫄수 있을려나....' 하는 생각이 들자 문득 최이병도 같이 떠오르더군요. 아 꼬이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전원투입 시간. 평소보다 어수선한 소리가 머리위에서 끓이질 않고 있었죠. 상황을 보아하니 비가 내리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창고에 모셔둔 공병우의(비올 때 입는 상하 분리형 우의)를 찾느라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소란스러움의 원인은 짭밥이 안되는 소대원의 것으로 당연히 질좋고 입기 편한 공병우의는 고참들이 이미 선점을 해서 그나마 입을 만한 것들을 찾아 헤메는 모양이었는데, 제 부사수인 최이병은 벌써 판초우의(두꺼운 비닐재질로 된 커다란 보자기 라고 생각하면 편함)을 모양나게 접어입고 근무 투입 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 이거 나도 판초우의 뒤집어 쓰고 나가야 할 판인걸...' 제가 원래 있는 근무지에는 저만의 전용 A급 우의가 있지만, 여기서 그런걸 바랄 수는 없었죠. 판초우의를 뒤집어 쓸 때와 벗을 때 목에 감기는 그 축축함을 생각하니 괜히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박병장님 여기있습니다." "응?" 최이병이 건넨건 잘 개어 접어진 공병우의 였더랬죠. 딱 봐도 A급 이다라고 알 수 있는.... "어서났냐?" "비가 올것 같아 어제 근무 마치고 박병장님 것 챙겨 두었습니다." "그래?"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밤에 말한 심상병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평소에는 군생활 잘 한다는 그 말의 증거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네요. "밖에 많이 오냐?" "예 장마비 같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말을 들으니 장마가 슬슬 시작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작업 없을라나....." "아마 안하겠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등병의 그말을 그대로 들을 수는 없었죠. 여지껏 수많은 변수와 역경에도 작업은 계속 되었다 라는 저의 경험을 덮어두기에는 그의 말은 많이 가벼웠었죠. "어쨌든 나가보자고. 먼저 나가서 기다리고 있어." "예 총은 옆에 두겠습니다." 그동안 들고 있던 제 소총을 매트리스가 개어진 옆자리에 두고 소란스러운 가운데로 사라지더군요. 가만히 보니 노란 장판의 침상에는 제 매트리스만 깔려 있었드랬죠. "여..박병장 빨리 일어나시지." "앗 충성! 얼릉 나가겠습니다." 소초장이 씨익 웃어 보이며 지나 갔었드랬죠. 솔직히 전원투입이나 근무는 안나가도 되는데 그놈의 땜빵때문에... 대충 닝기적 거리며 군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몹쓸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희안하게 비가 안오는 해가 쨍쨍한 날이라도 공병우의와 판초우의는 살에 닿는 그 느낌이 언제나 축축한건 저만 그랬던 걸까요? 마치 예비군시절 군복만 입으면 괜히 춥고 배고파지는 그런 현상과 맥락이 같은 것이 아니었을가 싶네요. "박병장까지 다 나왔습니다." 제가 마지막 인원이었는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고 저는 제 부사수의 위치를 찾아 후딱 앞으로 나가 섰더랬죠. "앞에 총." "앞에 총!" (제대한지 10년 정도가 되네요. 저는 이미 민방위로 빠졌지요. 저 근무신고 순서가 맞는지 가물가물 합니다)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좌상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수류탄 봉인지 이상 무!" 소초장이 선창하고, 그 뒤를 따르는 소초원들의 근무점검 상태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메아리치는 듯 했습니다. '인원이 많으니...그나저나 위는 잘 돌아가나..." 물론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겠지만, 괜히 고향땅이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근무신고를 마치고 전원투입이 되어 초소로 투입해 해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당연히 해뜨는게 보일리가 없었죠. 오직 철수 시간만 기다리며 서 있었습니다. "야 안으로 들어와 있어." "괜찮습니다." 입초 룰은 사수의 시간인지라 저는 안에 있었고 최이병이 밖에 있는 상황이었네요. 비가 많이 와도 밖에서 서있는 모양이 안되보여 안으로 들일라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더군요. "야 그렇게 신나게 비맞다가 니가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데 총 다 녹슬면 어칼라고 그러냐?" "........" 괜히 억지를 부려보았죠. 그때서야 들어오는가 싶더니, 초소 쪽으로 다가와선 반은 밖으로 반은 안으로 몸을 들여놓고 누가 있지도 않은 주위를 경계하느라 오바질을 해대더군요. "박병장님." "왜?" "어제 심상병이 이야기 했지 말입니다?" "뭘?" "근무서다 본 것 말입니다." 번뜩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돌아서서 철책을 바라보게 되었드랬죠. "그게 왜?"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받아쳤습니다. "정말 본게 맞나 싶어서 말입니다." "뭐가?" "정말 그런게 있는 겁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면 안 하면 되지 왜 이해를 할려고 애쓰냐." "그렇겠지 말입니다..." 뭔가 이을 말이 있는 모양이었는데 저는 가볍게 무시하고 제 질문을 먼저 던졌죠. "너 올해 몇살이냐?" "스물 넷 입니다." "나랑 동갑이네. 너도 어지간히 군생활 늦게 하는구나." "어쩌다가 그렇게 됐지 말입니다." "학교다니다 왔냐?" "예 그렇습니다." "졸업반 이었겠는데?" "재수하다가 늦게 들어가서 그렇지 그정도는 아닙니다." "학교가 어딘데?" "서울 사범대 다니다 왔습니다." "사범대면 선생님 되는 거?" "예. 그렇습니다." "이야 엄청 똑똑한가 보네? 어쩌다 이런 오지에 와서 군생활 하냐?" "........" "서울 사범대면 어디있는 거야?" 저는 그때까지 서울 사범대는 그저 학교 선생님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서울대학교 사범대 였더군요. "서울대학교에 있습니다." "서울대?" "예. 그렇습니다." 듣자마자 벙 쩔었드랬죠. 주둔지 있을 때 행정실 고참이 서울대 출신이다는 것을 알고나서 부터 인간이 달라보였을 정도로 괜히 함부러 못 대하겠더라고요. "말씀 드렸듯이 재수 해서 들어간 학굡니다. 그리 자랑꺼리는 안되지 말입니다." "야 그래도 거기 갈려고 해도 못 가는 인간들이 많은데 자부심 가져도 돼. 앞으로 잘하면 선생님도 따놓은 거 아냐?" "그건 그렇지 말입니다." "근데 과는 뭐야?" "수학입니다." "여여. 수학이라고? 나도 대학간다고 수능 쳐봤는데...수학 42점 나오더라 하하하." 실없는 말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네요. 공고를 나와 변변한 전기계산 공식도 하나 모르고 있는 제가 보기에 수학의 벽은 엄청난 것이었죠. 여튼 앞으로 수학선생님 될 사람한테 함부러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드랬죠. "그러고 보니 어제 너 할말 있어 보이던데?" "아 어제 말입니까?" "그래 어제." 취사장에서 라면 다 먹고 난 후의 일이 저보다도 먼저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더군요. "저희 친척중에 아버지 누나께서 무당을 하십니다." "무당?" "예 고모가 되지 말입니다." "그런데....?" 순간 한 겨울 아침 찬 공기가 몸을 감싸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문해놓고 보니, 모든 의구심이 한 방에 풀리는 듯 했더랬죠. "아버지 대에 신내림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나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고모댁에 놀러가보면 보통 집에서는 구경 하기 힘든 것들 때문에 정말 가기가 싫었었지 말입니다." "........." "그러다가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대충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그때 까지도 고모댁엔 잘 안 갔습니다. 갈때 마다 이상한 분위기하며 물건 하여튼 정말 가기 싫었던 곳 중에 하나였습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부적이나, 무당집 대문을 연상하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고3 여름 방학 때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을 때였는데 말입니다. 고모가 저희 집에 왔었지 말입니다.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고모가 집에오고 그러면 일부러 도서실 간다거나 해서 피해서 다녔었는데, 그 당시 그런거에 신경 쓸 만큼 여력이 없었지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냥 없는 듯 생각하고, 제 방에서 책만 봤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화장실은 가야겠고, 어쩔 수 없이 거실로 나가는 데 말입니다 고모가 절 뻔히 쳐다보고 있지 말입니다. 그래서 뻘줌하게 그냥 인사만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거실서 어머니랑 말하는 걸 들었지 말입니다." "뭐라고 하셨는데?" "어머니께 세고개가 보인다고 말입니다." "세고개? 혹시 숫자 삼?" "예. 셋 말입니다." "그게 왜?" "저도 그 땐 그게 죽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지 말입니다." "혹시...?" "아시겠습니까?" "혹시 삼수 했냐?" "예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지금 이렇게 써놓고 보면 누구나 다 예상 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뭔가 그 당시 분위기는 굉장히 절묘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네요. "그 말대로 삼수 하고 사수 만에 붙었는데, 그 붙은 것도 고모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뭔일인데?" "고등때 내신 1등급이었고, 왠지 계산식 같은 걸 좋아해서 이공계열 학과에 계속 도전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삼수를 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정말 나는 안되는 건가 싶어서 다 때려치우고, 술먹고 놀러다니면서 영장 나오면 연기하지 말고 바로 군대나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사정을 아버지께서 고모한테 이야기 했는지, 어느날 집에 들어가보니 기다렸단 듯이 저를 불러 세우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 "너는 가르치는게 업이야. 라고 하시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사범대학으로 들어간거냐?" "예 그렇습니다. 그때까진 전 제가 좋아하는 이공계열만 생각했지 누굴 가르친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안 했었지 말입니다. 그러다가 이왕 이렇게 된거 될대로 되란 식으로 맘잡고 공부해서 그냥 한 번 찔러본게 덜컥 합격이 되어 버린 거지 말입니다. 남들은 죽을 고생 해서 왔다고 하던데...저는 그냥 믿음 이랄까 그것 하나만 가지고 대충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당시 합격전화 받고 기쁘다기 보다는 온몸에 소름이 주욱 돋던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원서넣었던 다른곳은 전부 불합격 이어서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이야길 들으니 소름이 돋는 한편 속으로 참 대단한 놈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리 대충 했어도 그게 운으로는 설명이 안되는게 그만큼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왠지 그 후의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라고 판단되어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었죠. "합격통지서 받자마자 젤 먼저 고모께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고모께서 하시는 말씀이 '넌 이 집안의 맥을 쥐고 있는 조상의 기운이 있어서 조상께서 항상 보고 계신다. 대리인인 내 말만 들으면 잘 풀릴거다' 라고 하셨지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티비에서 보던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왠지 이해가 간다...니가 본것도 그렇고 말이지..." "그래서 말씀 드리고 싶은게...."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다가 이내 말을 잇더군요. "고모께서 한 말씀 중에 잘 잊혀지지 않는게 있는데, 그것때문에 희한한 경험 자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기억나는 그때 분위기는 선임과 후임의 갭이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의 어젯밤 꿈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집안 중 누군가 신을 모셔야 하는데, 그게 내가 된거는 아버지 한테 들어서 잘 알고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다고 대답을 해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꼭 신을 모시지 않아도 우리집 대대로 신통력은 피를 나눈 모두에게 있다라고 말입니다." "........." "앞으로 살아가면서 별의 별 희안한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때로는 주위 사람까지 말려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제가 있는 주위에 있는 사람도 아마 같은 볼 때가 있으니, 그 사람이 멀어지기 전에 잘 설명해 주라고 신신당부 하셨지 말입니다." 거기까지 듣고나니...그녀석이 던지는 눈빛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거야.' 라는 눈빛이었습니다. 한동안 말없이 비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오만가지 잡생각이 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히 밤에 봤던 그 안개속 발목이라던가 하는.... "그래서..." 문득,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래서...내가 본 것도 다 네 영향 아니겠느냐 하는 거지?" "솔직히 그렇습니다." "........." "그러니 만약에 또 보시게 된다면, 제게도 알려주시면 고모께 들은 걸로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습니다." "들은거?" "고모께서 망자는 망자일뿐 산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심적으로 약해진 상태여야만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쫄고 있으면 걸린다 그말이지?" "비슷합니다." 그러나 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어느정도 감을 전달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밤이 되면 시야는 오직 저 투광등이 비추어지는 곳까지만 제한이 됩니다. 저게 번개라도 맞고 정전이 되면(딱 한 번 있었습니다)그냥 눈을 감아버린 상태가 되어버리죠. 빛이 닿는 저 멀리 희미한 풍경속에 오만가지 잡생각은 귀신의 형태를 그려내기에도 충분합니다. 제가 본 발목도 그럴 수가 있지요. 쫄고 있으면 충분히 무엇도 그려집니다. 그러나.... 내가 그리지 않아도 정말 보일때가 있죠. 그게 바로 그 날 오후에 비닐 작업 나갔을 때 였습니다. 낮사진 옆에 보면 돌들이 지저분하게 막 널려있죠? 비에 씻겨내려간 흙때문에 돌들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죠. 저게 계속 되면 밑에 토사량이 엄청나 집니다. 저기에다가 바로 비닐을 덮어씌워 장마철을 피해가는 것이지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아닌데 상당히 비슷한 사진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야간 사진은 '저렇게 밝은데 뭐가 무서워' 이러실수도 있는데, 아무도 없는 가로등이 켜진 끝없는 인도를 혼자 걸어본 기억을 되새겨 보세요. 거기에 지형은 산악지형에 사람은 내 짝궁 외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고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 이건 여담인데요... 공포영화를 보게 되면.... 그 공포의 원흉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죠? 끝내는 주인공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요. 이 시점에서 공포영화의 재미는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귀신이라던가 유령 광기에 사로잡힌 무엇...뭐 어쨌든 주인공을 괴롭히는 뭔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재미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죠. 아마 저와 같은 관점으로 공포 즐기시는 분이 꽤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착신아리 1편이나 특히 링 소설을 보게 되면, 원흉이 드러나지 않는 공포에 정말 강하게 매료되었었죠. 스즈키 코지라는 작가의 그 상상력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읽는이로 하여금 초절정의 공포를 맛보게 해 준답니다. 이번에 구입한 물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 모음집<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는 뭐랄까...실망이 좀 컸네요. 링 소설 아직 못 읽어본 분 이번 여름에 중고서적으로 구입해 읽어보세요. 공포소설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출처] 포상휴가 #3, #4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_ 3편이 짧아서 4편이랑 붙여서 가져왔어 원래 본문에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옛날 글이라 사진이 다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네 ㅜㅜ 그나저나 그런거였구나 눈이 열린 사람이 근처에 있으니 같이 휘말리는거... 여태 우리 같이 봐 온 귀신썰들도 그런 사례들이 많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 다음 글도 내일 가져오도록 할게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펌) XX부대 살인사건 _4
자 4편까지 후다닥 올리겠음 그리고 주말에 돌아옵니다.. 그 이유는 님들을 애태우고 싶으니까! 이렇게하도 하지 않으면 나에게 관심이 없을테니까! ㅎ 즐감 태그부터 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소설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잼나게보십쇼 피쓰- -1978년 7월 14일- 육군 [중사 김ㅇㅇ]가 같은 부대원 [중사 고ㅇㅇ], [하사 이 ㅇㅇ]와 자신의 아내를 소총으로 살해하고 본인은 자살. -1981년 7월 23일- 육군 [중위 정ㅇㅇ]가 술자리를 같이 하던 동료 부대원 [중사 이 ㅇㅇ], [중사 김ㅇㅇ]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하사 최ㅇㅇ]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힘. 부대로 다시 돌아가 부대원에게 총격을 가하던 도중 사살됨. -1986년 7월 18일- 육군 [중사 강ㅇㅇ]가 만취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소총으로 살해하고, 군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6개월 후 사형집행됨. -1991년 7월 29일- 육군 [하사 박ㅇㅇ]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십 차례 가슴과 안면 부위를 찔러 살해 한 후, 군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4개월 후 사형집행됨.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간 나는 수사관에게 물었다. "이게 뭡니까?" 내 질문에 답을 거부하고 수사관은 오히려 나에게 되물었다. "그 사건들의 공통점이 보입니까?" "모두 7월에 발생하였고, 군인들이 일으킨 사건이네요." "맞습니다. 최중사 사건도 절묘하지 않습니까? 7월 17일......" "그러고 보니 김병장이 죽은 날도 7월 19일인데...." 수사관은 무슨 엄청난 정보라도 알아낸 냥 감탄사를 연발했다. "캬~~~~ 7월의 저주라....이거 멋진 걸." 수사관은 잠시 장난스런 표정을 짓더니 이내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또 다른 엄청난 공통점이 뭔지 아슈?" "뭡니까?" 수사관은 잠시 미소를 짓더니 답을 했다. "사건현장이 모두 같은 곳이라는 겁니다." "예?????" "바로 그 모든 사람들이 최중사 집에서 죽어나갔다는 겁니다. 거기에 나와 있는대로 최중사 사건 말고 그 집에서만 20년 동안 모두 7명이 죽었고, 그 집과 관련된 사람을 포함하면 총 10명이 죽었소." 나는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저주받은 집이네요. 그런데 왜 20여년 동안 폐쇄되지 않고 집이 남아있는거죠? " "7월을 넘기지 않은 군인들과 거기에 살던 민간인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소. 단지 거기서 7월을 보낸 군인들과 그 가족들만이 처참하게 죽어나간 것이오." 그냥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석연치 않았다. 그동안 나 자신이 보고 느껴왔던 일련의 사건들이 오버랩되면서 싸늘한 기운이 내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도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저주를 내리고 있는 걸까요?" 나의 넋두리에 수사관이 대답했다. "귀신이든 아니든 분명히 뭔가 있습니다. 예전에 수사관 교육 받을 때 들은 얘기인데, 강한 자기장이나 방사선에 노출되면 사람이 환청이나 환각을 겪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방사선 같은 경우는 암 같은 질병까지 일으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저주로 치부하기도 한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집에서 일어난 일들의 원인을 밝히는 겁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차에 올라탄 직후 궁금했던 사항을 다시 물었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거기에 보면 사건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지 않습니까? 하사 최ㅇㅇ...." "아니...그 사람 찾았습니까?" "명색이 군수사관인데 그 쯤이야 껌이죠. 미리 연락도 취해놨소." "대단하십니다." "솔직히 직업이 경찰인 사회 친구들 도움을 좀 받았죠. 그 건 그렇고 죽은 김병장 얘기나 해보슈. 사단장한테 뭐라고 보고가 된 겁니까?" 나는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고, 긴 한숨을 내뱉았다. 그리고 그 간 벌어졌었던 일련의 미스테리한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히 얘기하였다. 얘기를 듣고 있던 군수사관은 자신도 소름이 끼치는지 몇 번의 탄식을 내뱉았다. 특히 김병장이 광신도들의 방언같은 괴상한 말을 쏟아냈다는 부분에서는 진짜로 그랬냐고 몇 번을 되묻기도 했다. 우리는 군이수지역을 한 참 벗어난 곳까지 차를 몰았다. 보통의 군인들은 이수지역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수사관들은 다른 것 같았다. 검문소 헌병들은 수사관의 얼굴만 보고도 그냥 통과시켰다. 1시간 정도 차를 몰아 우리는 외진 시골집에 도착하였다. 대문앞에서 인기척을 보이자 한 쪽 발을 사용하지 못하는 40대의 한 남자가 목발을 짚고 나오는 것이다. 키는 170이 조금 넘고, 마른 체형이었으며, 하얀 얼굴에 며칠동안 깍지않은 듯한 검은 수염이 눈에 들어왔다. 절룩거리는 다리 뿐만 아니라, 함몰되어 있는 양쪽볼이 그가 지금 상당히 병약해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우리가 찾는 그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신분을 밝히고 여기에 온 목적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를 천천히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안내했다. 결혼도 하지 못한 채 그는 국가보조금을 받고 허름한 집에서 연명하는 것 같았다. "그 날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소." 그는 조용히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 날은 무서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소. 부대 합동훈련이 끝나고 얼마 후 나는 소대장 집에서 선임하사 둘과 간단히 술자리를 같이 했다오. 원래 하사관들과 장교들은 친하지 않은데 소대장이 워낙 넉살이 좋고, 술을 좋아해서 우리 하사관들이 그를 잘 따랐소.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소대장이 이상한 얘기를 하더이다. 요사이 밤마다 어디서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얘기를 듣고 있던 수사관과 나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애기 울음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그럽디다. 어떤 날은 가위에 눌렸는데 어두운 방안에 어떤 군인이 총을 들고 나타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랍니다. 얼굴과 몸에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군인이었는데 뭔가를 계속 찾고 있더랍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 위에 올라앉아 징그러운 웃음을 한 번 짓더니 긴 소총을 턱밑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더랍니다." 그는 잠시 담배를 몇 번 빨더니 말을 이었다. "소대장의 귀신얘기에 우리 하사관들은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소대장 표정이 너무 진지한거요. 우리가 소대장에게 무슨 군인이 겁이 그렇게 많냐며 놀리니까 갑자기 소대장의 표정이 경직되더니...이상한 소리를 하더이다. '들어봐...지금도 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휘둥그레 부릅 뜬 두 눈으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소리의 정체를 찾는 소대장의 표정이 정말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오. 우리도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들리지 않았다오. 정말 우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소대장은 미친 사람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협박했다오. '얼럴러..얼러러..들어...들어..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그거 있잖소, 교회 같은데서 괴상한 소리내면서 기도하는거...." "방언 말입니까?" "맞아..그 거..." 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죽은 김병장의 그 괴기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소대장이 계속 그런 소리를 내면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이 뒤집히더이다." 이럴수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나는 잠시 한쪽 팔뚝을 쓸어내렸다. "우리는 그 사람을 진정시킬 생각은 못하고 너무 놀라서 순간 뒤로 물러났는데.............." 얘기를 잠시 멈추는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피우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기고는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갑...갑자기 소대장이 정신을 차리고 그 괴상한 행동을 멈추더이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몇 번 목을 꺽더니..........." 그는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지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쥐었다.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나는 그가 심하게 격해져 있음을 알고 그를 안심시켰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 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왼쪽의 선임하사부터 차례로 권총을 난사하는거요.....흑흑흑.."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우리는 잠시 그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그는 옆에 있던 무슨 종류인지 모르는 약을 손에 움켜쥐더니 입에 털어넣고 물 한모금을 들이켰다. 몇 번의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맨 왼쪽에 있던 선임하사는 세 발을 머리에 맞아죽고, 가운데 앉아있던 선임하사는 거의 다섯발을 얼굴과 가슴에 맞았소. 갑작스런 총소리에 귀가 멍해져서 있는데 내 얼굴과 몸에 핏물이 마구 튀는거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죽어라 비명을 질렀소. 이게 꿈이라면 깨길 바랬고, 꿈이 아니라면 누가 좀 소대장을 말려주길 바랬소." 심하게 떨리는 그의 손에서 미처 털어내지 못한 담뱃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흑...두 명을 순식간에 해치운 소대장은 곧바로 나를 죽이지 않고 나에게 미소를 보이더니...총을 겨누고 씨익 웃는게 아니오? 그 때 마지막 순서로 죽음을 기다리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내가 그 때 본 것은 소대장이 아니라 악마였소... 악마... 그 순간 나는 소대장을 제압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튀어올랐소.. 그리고는 두어발의 총소리가 들렸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몸이 불편하신 겁니까?" "한 발은 폐쪽, 한발은 어깨쪽에 맞았고, 마지막 한 발은 대퇴부쪽에 맞았는데, 대퇴부쪽으로 들어간 총탄이 신경을 건드린거요. 하늘이 도왔는지 나에게 세 발을 쏘고나서 소대장의 권총이 실탄을 모두 뱉은거요. 난 실신했고, 소대장은 다시 부대로 돌아가 소동을 벌이다 죽은겁니다. 결국 난 의가사 전역했소. 그나마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십수년간 나는 그 뒤로 매일 밤 악몽이 시달렸소. 매일 밤마다 피떡이 묻은 얼굴로 소대장이 나타나 그 악마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거요. 지금은 약도 먹고 치료도 받고 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얘기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그 때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오." 모든 얘기가 끝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아픈 몸을 이끌고 목발의 그 남자가 대문 밖까지 배웅을 하였다. 낮에는 맑아보였던 하늘이었는데 어느새 비구름이 몰려왔는지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안부를 전하고 뒤돌아 가려는 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뱉았다. "그 곳은 저주받은 곳이오." "예?" 수사관과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유난히 더 핼쑥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부디 몸 조심하시오." 한 동안 말이 없이 우리는 조용히 달리는 차 안에서 전방을 주시했다.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지자, 수사관은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나는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두려웠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자꾸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것 같아 머릿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뒷좌석이 아닌 조수석에 내가 앉아 있는데도 수사관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겁니까?" 나의 질문에 운전을 하던 수사관이 씨익 웃었다. 이젠 누가 미소짓는 것만 봐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일에 이번 일이 들통나기라도 하면 고생 좀 하실텐데요. 저야 홀몸이라 부담이 없지만 수사관님은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난 대위님이 부럽소이다. 나는 내 안위만을 생각한 채, 수사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도 저버린 사람이오. 속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죠. 그런데 대위님은 나와 달리 부대원 하나 때문에 사단장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위험한 모험을 하고 있잖소. 당신을 만난 뒤로 예전에 내 가슴속에서 사라졌던 정의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거요. 지난 사건은 어쩔 수가 없지만 지금의 사건이라도 제대로 해결하고 싶었소. 그런데 대위님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거요?" "그냥.....그냥........군인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헐...명답이로세." 수사관은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10시에 가까워지자, 나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음을 감지하고 수사관을 제촉했다. "이제 뭘하죠?" "죽은 김병장이 말한 곳으로 가봐야죠." "사건 현장 말입니까?" "대위님이 거기를 파보려다가 실패한 것 아닙니까?" "장비도 없는데..." "오늘 거기 툇마루를 뜯어봅시다. 빠루같은 간단한 장비를 트렁크에 다 실어왔소." 사건현장....서서히 굵어지는 빗줄기...그리고 어둠에 묻힌 밤........왠지 불길하다. "수사관님......" "네?" "현장에 가기 전에 나하고 약속 하나 합시다." "무슨 약속이죠?" "지금의 모든 주변 환경이 저와 김병장이 사건현장을 방문했을 때 상황과 같습니다." "음........대위님은 지금 우리 중에 누가 귀신 들릴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걱정이 되서 하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명이 미쳐 날뛰기라도 한다면 지금 뒤에 있는 공구들이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수사관이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럼 어떻게 하잔 말입니까?" "처음에 김병장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제가 김병장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김병장이 정신을 차리는 겁니다." "아...그럼 둘 중에 하나 누군가가 귀신 들렸다 판단이 되면 사정없이 후려쳐라 이겁니까?" "현재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별 거 아니구만. 일단 알겠소........" 나는 고개를 돌려 사정없이 빗줄기가 분쇄되고 있는 앞유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사건현장에 도달하자 주변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내리는 빗줄기로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우의를 입고 차에서 내리자 질퍽한 흙탕물이 군화 주변을 맴돌았다. 우리는 차량 트렁크에서 장비를 챙겨 들었다. 나는 배척(일명 빠루라고 부르는 못을 뽑을 때 사용하는 긴 쇠막대)을 들고, 수사관은 야전삽과, 해머를 들고 대문 앞에 나란히 섰다. 가끔씩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빗소리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번갯불에 잠깐씩 얼굴을 드러내는 사건현장의 대문은 우리를 반기는 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또한 비바람에 찢겨 펄럭이는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어서오라고 반가운 손짓을 보내는 것 같았다.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 나의 말에 수사관이 맞대응했다. "대위님이나 그 빠루로 날 찍어 죽이지나 마쇼." 지옥의 입구처럼 보이는 낮은 대문을 통과해 우리는 작은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어 우리 외에 다른 누가 있는지 구석구석 살폈다. 눈 앞에 툇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수사관에게 말을 건넸다. "바로 저기입니다. 김병장이 말했던 곳이." "음...그럼 먼저 마루 밑의 디딤돌부터 치워버립시다." 우리는 배척을 지레삼아 마루 아래에 놓여있는 두 개의 디딤돌을 힘껏 들어내기 시작했다. 디딤돌 주변을 시멘트로 발라 놓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머질과 삽질을 번갈아가며 우리는 조금씩 디딤돌을 움직여 나갔다. 기와집 처마 아래로 빗물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 번개치는 횟수가 늘어난 듯 보였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마당을 중심으로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우....무섭게 자꾸 번개가 치고 지랄이야..." 수사관이 하늘을 몇 번 쳐다보더니 불평을 토로했다. 바로 그 때.... "응애......응애.......응애....." 내 귀속의 고막을 울리는 작은 아기 울음소리..... 빗소리에 섞여 있지만 분명히 들린다. 나는 즉시 행동을 멈추고 쭈그린 자세를 유지한 채,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대위님, 왜 그래요?"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로 흠뻑젖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낮은 숨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안 들립니까?" "뭐요? 애기소리?" "네. 애기소리....." 내 말에 수사관이 주변을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기 시작했다. "어라....난 안들리는데....진짜로 들려요?" 손전등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던 수사관이 나의 얼굴을 비추며, 말을 이었다. "비오면 고양이 소리가 애기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요." 수사관은 나를 안심시키려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번개가 연속으로 플래시를 터트렸다. 나는 수사관을 바라본 채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쫘악 얼어버렸다. 마당 한가운데 누가 서있는 것이다. 얼굴은 수사관을 향하고 있는데 왼쪽 곁눈으로 그가 보이는 것이다. 나의 왼쪽뺨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뒤늦게 번개를 따라 온 천둥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나도 모르게 오른손에 쥐고 있던 배척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둠속에 묻힌 마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번개가 빛을 발했다. 텅빈 마당....그리고 쏟아지는 빗줄기...아무도 없었다. 배척을 쥐어든 나의 오른손이 덜덜 떨렸다. "괜찮아?" 수사관이 나의 어깨에 손을 탁 얹으며 물었다. "응애.....응애....응애....." 아기 울음소리.....빗소리는 들리지 않고, 아기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그런데 뭐지? 수사관이 왜 갑자기 나에게 반말이지? 그리고 목소리가 왜 낯설지? 나는 다시 고개를 천천히 원위치시키며 그를 바라 보았다. 순간 나는 심장이 터져나가는 듯 했다. 얼굴에 온통 피로 덮여있는 낮선 남자가 내 어깨에 손을 얹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고 있는 것이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아~~~~~악!!! 씨발 뭐야!! 아~~~~~~~악!!" 나는 미친 사람처럼 괴성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뒤로 물러서며 넘어진 나에게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배척을 오른손에서 천천히 들어올렸다. 순간 어떤 강한 힘이 내 얼굴을 강타했다.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확 돌아왔다. "여길 왜 왔어? 군바리 새끼" 그러나 그 괴상한 음성은 멈추지 않았다. "너..누..누구야..." 다시 한번 내 얼굴에 큰 타격이 주어졌다. "대위님!! 정신차려요!!!" 수사관이었다. 뒤로 넘어진 자세로 헐떡이는 나에게서 수사관은 배척을 뺏아들었다. "미쳤어요? 정신차려요!! " 두 눈을 부릅뜨고 뒤로 넘어진 자세로 헉헉대는 나를 향해 세 번째 손이 나에게 날아왔다. 나는 날아오는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만.....그만..." 수사관은 계속해서 나의 얼굴을 살폈다. "이젠 괜찮습니다....허..헛 것이 보였어요."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제야 주변의 빗소리가 귀에 다시 들어왔다.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넸다. "진짜로 미쳐서 이 빠루로 날 찍어 죽일 셈이요?" "미안합니다....잠시 헛것이 보여서..." "아까 약속하고 오기를 잘 했네..." 이제야 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내가 미친 것이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렇다면 김병장과 다리를 건널 때 누가 미쳤던 것인가? 혹시 김병장이 아니라 내가 미쳤다면? 김병장이 똑바로 잡고있던 운전대를 내가 틀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럼 멀쩡히 운전하고 있던 김병장을 내가 죽였단 말인가? 그 날 애기 울음소리는 내가 듣지 않았던가? "크아~~~악!!! 씨발 말도 안돼!!!!!!!!!" 머리를 움켜쥐며 울부짖는 나에게 수사관이 호통을 쳤다. "왜 그래요? 박대위!!! 이번엔 군화발로 맞고 싶소!!!!!!!" 그래....김병장과 나, 우리는 둘 다 죽을 운명이었어. 그런데 나는 살아 돌아온거야. 혈기 왕성한 한 젊은이를 죽이고.... 이젠 평생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해. 소대장의 권총세례에서 살아나온 하사의 말이 떠올랐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헉헉...말도 안돼...씨발!!! " 아무런 대답없이 주저앉아 울먹이며 절규하는 나에게 갑자기 군화발이 날아들었다. "정신차려!! 박대위!! 당신 미쳤어?" 수사관의 군화발에 나는 마당의 흙탕물 속으로 나뒹굴어졌다. 큰 대자로 누워버린 내 몸위로 차가운 빗줄기가 끝없이 쏟아졌다. 헐떡거리는 내 입속에 빗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가늘게 눈을 뜨려하자 나의 작은 속눈썹은 쏟아지는 빗물을 연신 걷어내기에 바빴다. 한참을 시체처럼 누워있는 내 앞에 수사관이 삽을 들고 걸어와 멈춰섰다. 한심한 듯 나를 지켜보던 수사관이 입을 열었다. "박대위...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정신차리시오." 지금 이 순간 그는 나를 때려 죽이러 온 것 같진 않았다. 나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빗물을 토해내기 위해 몇 번의 기침을 하고는 대답했다. "김병장이 죽은 날....... 김병장이 미친 게 아니라..... 제가 미쳤었다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김병장을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하는거요?" "만일 그랬다면요?" 내 말에 수사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 않았소? 만일 당신이 그랬다하더라도 그건 당신의 의지가 아니었잖소? 김병장이 죽지 않았다면 어쩌면 당신이 죽었을 수도 있는 것이오." "흑...말도 안돼..." 나는 다시 한번 머리를 움켜 쥐었다. 이러는 나에게 수사관은 나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박대위....최중사나 죽은 김병장이 바라는게 진정 뭐일 것 같소? 이제 정신차리고 마저 하던 일을 계속합시다." 수사관은 조용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말에 서서히 안도감이 몰려왔다. 왠지 친형처럼 느껴지는 그가 나에겐 큰 힘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뒤덮은 눈물과 빗물을 두 손으로 힘껏 쓸어내리고는 그의 손을 잡아 일어섰다. 무슨 잘못을 하여 스승앞에서 꾸중을 듣는 아이처럼 나는 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몸에 묻은 흙을 빗물로 천천히 씻어내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수사관님, 몇 살이죠?" "서른 일곱이오. 그런데 나이는 왜 묻소?"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수사관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제가 서른 하나니까 여섯살 형님이시네요." "어이쿠 대위님. 생각보다 젊네요." "모든 일에 있어서 인생 선배들은 어린 사람이 모르는 뭔가를 가지고 덤비는 것 같습니다. 배운 놈이든 못 배운 놈이든 나이를 먹어가면 알아가는 그런 것 있잖습니까? 수사관님에겐 그런게 느껴집니다." "쳇....별 거 없소이다. 마누라 잔소리 들어가며 처자식 먹여살려 보시오. 귀신?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런 거 별거 아니게 느낄 것이오. 여기저기 사람들에 치어가며, 욕먹어가며, 아둥바둥 살아가 보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오. 사람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고, 슬프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거랍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나의 감사표시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위님 부하들은 참 행복하겠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지휘관 밑에서 근무를 하니..." 우리는 잠시 서로 미소를 지으며 우정의 눈빛을 나누고, 다시 장비를 챙겨 디딤돌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육중한 디딤돌이 밖으로 밀려 나왔다. 수사관은 몸을 옆으로 최대한 눕힌 후 낮은 마루 밑을 향해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었다. 같은 자세를 취한 나도 눈에 띄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때 마루 밑 깊은 곳에 눈에 들어오는 뭔가가 보였다. "헛...저거 뭐죠?"
[펌] 냉혹한 비행의 역사
인간들의 소망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을 뽑자면 누가 뭐라해도 비행일 것이다 우가우가 원시인 시절부터 인간은 줄곧 하늘을 나는 것을 꿈꿔왔다 하긴 동굴 속에 처박혀있다 곰탱이한테 목뼈 부러지기 직전까지 가면 하늘을 맘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조류들이 부러워지긴 하겠지 종교만 봐도 알것같지 않냐 예수쟁이든 알라쟁이든 붓다쟁이든 얘네들이 상상한 천사들을 봐라 하나같이 비행능력을 기본옵션으로 들고 있는데 이건 다 인간들이 비행능력을 부러워해서 그렇다 하지만 모든 지구생물이 그렇듯이 날개 달린 새끼들도 나름 피땀흘려 개고생한 끝에 간신히 날개를 얻은 거다 그리고 그 진화의 경지는 인간이 F22같은걸 날리는 현대에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경이롭다 지구에서 최초로 비행충 타이틀을 얻은 것은 아마도 하루살이처럼 생겼을 것이다 이 대단한 새끼들은 무려 4억년 전에 비행능력을 얻었는데 4억년이 얼마나 긴 시간이면 나자렛의 몽키스패너 예수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200000번을 반복해야 나오는 시간이다 하여튼 그 정도로 썩은 물이었다 얘네은 당시 높게 자라는 식물들을 갉아처먹으면서 살다가 나무랑 나무 사이를 건너뛰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날개가 생기기 시작했을 거다. 아마 물 속에서 살다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쓸모없어진 아가미가 날개로 진화했을 걸로 보인다. 존나 대단하다. 이 시대가 비행충들의 전성기였다 이때 등장한 유우명한 곤충이 메가네우라다 그냥 잠자리 아니냐 싶을텐데 사실 잠자리 맞음 좀 개같이 큰거 제외하면 당연하지만 존나게 성질머리 더러운 육식동물이었다. 오늘날의 매나 독수리의 역할은 3억년 전에는 이 잠자리 새끼들이 했었다고 보면 된다 잠자리 새끼들이 요즘도 지들 체급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인데 메가네우라는 말할 것도 없다 근데 진화란게 잔혹한 PVP게임인지라, 영원할 거 같았던 비행곤충의 제국은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급속히 쭈그러들기 시작한다 이제는 파충류도 날아다니기 시작했거든 잠자리 새끼들이 깡패라고 해봤자 곤충레벨에서나 그런 거고, 곤충보다 훨씬 튼튼한 이빨과 피부로 무장한 파충류들이 끼요오오옷 외치며 날아다니기 시작하자 대학살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 시대의 파충류의 비행은 곤충에 비하면 미-개한 수준이었는데 왜냐면 날개라고 달린 게 제대로 된 근육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등에 돋아난 막대기 몇 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얘들은 나무에서 나무 사이로 살짝씩만 활공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래서 이때까지는 곤충들도 어떻게 비벼볼만은 했다 하지만 파충류 새끼들도 곤충에 지지 않고 열심히 진화테크를 쌓아올렸는데, 처음에는 등에 난 길쭉한 비늘이었던 날개가 이젠 등의 피부에서 돋아난 뼈와 거기 붙어있는 피막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도 몸이 가볍고 짬밥도 쌓인 곤충을 따라잡긴 역부족이었는데, 등짝에 달린 유사날개는 진짜 날개로서는 개폐급이었는데다가 내구성도 쓰레기고 조종도 존나게 힘들어서 활강이 한계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파충류 중 어느 극단적인 상남자들이 중대한 결심을 내린다 아니 ㅆㅂ 꼭 앞발이 필요한가? 진화를 위해 발을 포기한 그야말로 상남자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리하여 등짝 날개를 포기한 상남자 파충류들은 마침내 존나게 간지나는 비행척추동물 익룡으로 진화하게 된다 익룡의 날개는 딱 봐도 팔이 진화한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중간까지는 보통 척추동물의 앞발과 똑같다 그런데 4번째 손가락이 존나게 길어지고, 그 길어진 손가락과 몸땡이 사이에 근육층과 섬유질이 들어차기 시작하더니 이게 날개가 된 거다 비로소 곤충에 필적한 고테크 비행장비가 생긴 것이다 옛날에는 익룡들도 그냥 바람타고 날아다니는 걸로 여겨서 땅에서는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절벽같은데서 뛰어내리면서 나는 반푼이 새끼인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얘들은 날개를 마음대로 펄럭거리면서 날아다닐 수 있는 충분한 비행능력이 있었던 걸로 밝혀졌다 아무튼 익룡들은 무수한 진화를 거치면서 급격히 대형화를 거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쥬라기 공원에 나온 걸로도 유명한 6m짜리 프테라노돈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종테크를 타면 이렇게 기린보다도 덩치가 큰 괴물이 나오게 된다 이 새끼는 케찰코아틀루스라는 익룡새끼인데 단순히 키만 따지자면 그 존나게 유명한 티라노랑도 맞먹는다 키가 6m가 넘고 날개를 펼치면 13m가 넘는데 어느 정도냐면 키는 기린만하고 날개는 시내버스보다 긴 놈이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거다. 몬스터헌터가 따로 없지 어떻게 이런 어마어마한 덩치로 날아다니냐면 비행을 위해서 경량화를 거쳤기 때문이다. 요즘 새들처럼 뼈는 죄다 비어있고 저 무섭게 생긴 대갈통도 안을 까보면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서 스펀지 같은 상태다. 그래서 저렇게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하는데도 몸무게는 성인 남성 3명분에 불과한 200kg 대에 불과하다. 키가 비슷한 티라노가 10톤 가까이 나간다는 거랑 비교해보면 진짜 멸치새끼인거다. 아니 그래도 200kg짜리라도 그걸 공중에 띄우는건 엄청난 힘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슴근육이랑 팔힘이 그야말로 장사였을 걸로 추측된다. 아마 날아다닐 때마다 헬기 저리가라 수준의 바람이 발생했을 거다 아무튼 저런 덩치를 가지고 공룡이고 물고기고 다 쪼아먹으면서 일찐짓을 하던 익룡이지만 재수없게도 백악기 대멸종이 터지면서 전멸한다 이제 플라잉-일찐자리는 누구한테 넘어갔을까 끼요오오오옷 바로 조류들이지. 사진 잘못 올린 거 아니냐고? 근데 저게 맞다. 조류가 공룡이다. 그리하여 수천만년의 진화를 다시 거쳐서 지구 역사상 최고의 비행능력을 가진 척추동물이 등장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아직까지 인간이 만든 어떤 비행체도 근처에도 못갈 정도로 환상적인 기동능력을 가진 벌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실사판 몬스터헌터에서 ㅈ만한 벌새로 변하다니 고개를 갸우뚱할만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조류들은 익룡만큼 짱쌔고 간지나진 않지만 덩치를 줄이고 속도를 늘리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물론 조류도 비행능력을 위해 익룡처럼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일단 조류도 익룡과 마찬가지로 뼈를 텅텅 비워야 했다. 하늘에서는 무적이나 마찬가지처럼 보이는 맹금류도 날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나약한 인간의 싸커킥 한방으로도 전신골절로 뒤지는데 그건 온몸의 뼈를 경량화했기 때문이다. 보면 인간 기준에선 골다공증 말기환자 수준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공기 저항을 덜받기 위해 몸 자체의 모습도 변화했는데 새들이 대체로 둥글둥글한 유선형인 것도, 코나 귀나 뿔이 없는 것도 죄다 공기저항을 덜받기 위해 몸을 최적화시킨 결과물이다. 경량화에 집착한 미친놈들답게 좀 더러운 방식으로 진화한 것도 있는데, 바로 똥구멍이 그렇다. 인간은 작은거 나오는 구멍 큰 거 나오는 구멍이 따로 있지만 새들은 총배설강이라고 해서 하나의 구멍에서 모든 배설물들이 다 나온다. 이것만으로도 인간이 보기에 좀 더럽지만 더 심각한 문제점은 새들의 방광과 직장이 개ㅈ만해서 똥오줌이 생기면 바로바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노폐물도 전무 무게니까 나는데 방해되기 때문이다. 개같은 닭둘기 새끼들이 온 사방에 똥을 처바르는 것도 본인들이 사악해서 그렇다기보단 그냥 똥오줌을 애초에 참을 수 없는 몸이라 그런 거다. 그래도 개같은 새끼들 아무튼 다시 벌새 이야기로 돌아와서 벌새의 기동능력이 얼마나 경이롭냐면 제자리에서 가만히 날아다니는건 물론이고 후진비행도 가능하다는 거다 제자리 비행은 그렇다치고 후진비행이 얼마나 경이로운 거냐면 그냥 인간이 만든 비행기 중에 가만히 떠있다 뒤로 날아가는게 가능한 비행기가 얼마나 있는지 떠올려보면 된다 아직 무인드론조차도 벌새만큼 유연하게 날아다니지는 못한다는걸 보면 자연은 정말 대단한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ㄷㅅㅇㅅㅇㄷ 고질라맛스키틀즈]
퍼오는 귀신썰) 포상휴가 -4-
오늘 날씨 너무 좋네 :) 다들 기분도 좋은 하루였기를 바라며 오늘도 이야기 같이 보자! ___________________ 일상에 다름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조금 다를게 있다면 오늘 전원투입 시간에 본거지로 돌아가는 것이었죠. 작업은 전후반야 근무자들이 일어나 식사를 마친 1시 30분 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죠. 그래도 전날 보다는 좀 약해진 것 같기는 했지만, 작업 하기에는 좀 짜증이 나는 날이었답니다. 주간 근무를 마친 근무자들이 들어오며 삽이랑 곡괭이를 가지런히 바닥에 놓는 우리를 바라보며 '충성' 하고 지나가자 무심결에 둘러보니, 제 부사수 였던 거죠. "야 어제 전반야 서고 잠은 잤냐?" "예 조금 자다가 10시 근무 부터 투입됐습니다." "음...사수가 없으니 고생이구나." "괜찮습니다." "그래?" 오늘 저녁 전원투입엔 제가 본거지로 돌아가는 지라 자연히 부사수는 사수가 없는 모양이라 일반 근무로 뺀것 같더군요. '근무 로테이션 엄청 꼬이겠는데....' 하지만 제가 신경쓸건 아니었죠. 저는 저녁에 고향으로 가면 끝.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대충 삽과 곡괭이 등등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부소초장에게 인원보고를 한 짧게 부소초장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비오는데 짜증날거다. 그러나 어쩌겠냐. 어쨌든 다 해야 하는 건 너희들도 잘 알고 있잖아? 작업지 도착하면 판쵸우의 벗고 해도 돼." "예 알겠습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죠. "오늘은 비닐 작업 전부 투입 안하고 5명은 배수로 작업 투입할거다. 박병장." "병장 박xx." "비닐작업 다 끝나가니깐 애들 4명 데리고 보급로 쪽 배수로 작업 좀 갔다와라." "배수로 말입니까?" "그렇지. 진입로 쪽으로 돌아가는 곳에 관리 안된 배수로가 있다. 고생 좀 해라." "마지막날 이라고 막굴리시는 거 아닙니까?" "야야 너 아니면 누가 인솔하냐. 심상병이 할까?" "예 저말입니까?" 옆에 섰던 심상병이 화들짝 놀래긴 했지만, 왠지 모를 미소가 보였다 할까요? 인솔자 되서 작업 나가는 건가 싶었을 겁니다. 한마디로 리더가 되는 건가 싶은 기대였죠. "부소초장님 저 올라가면 신나게 비닐 작업 해야지 말입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어쩌겠냐. 박병장 오늘 복귀라고 행보관님의 특별지시가 있었다. 휴가 그냥 가는 거 아니잖냐 하고 행보관님이 전해달란다." '킥킥' 옆에서 웃는 소리들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후 그놈의 휴가....진짜 쉽게 못가겠네..." "비닐작업 쪽은 슬슬 마무리 단계니깐 박병장이 배수로는 확실히 책임져줬으면 해. 이상. 장비 들고 이동!" 후다닥 끝마치고 대꾸의 여지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 버리는 부소초장이었습니다. 저는 자리에 서서 그동안 작업에 열의를 보였던 4명을 데리고 부소초장 무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작업병이라고 그러죠? 제가 그런거 였습니다. 중대 대대 큰 작업들엔 항상 제가 있었죠. 10년이 지난 지금도 삽질 곡괭이질 그 때만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체력은 그때와 무지하게 다르겠지만... 그렇게 대충 열을 맟춰 한 10분정도 이동하니 작업지역인 듯 한 배수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작업 해놓고 비가 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개발 새발 대충 작업 해 둔 모양새가 짜증이 스윽 일기 시작하더라고요. "야 저거 누가 작업했냐?" "김병장님이지 말입니다." "에혀 말년 그럼 그렇지..." 각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그냥 흙과 풀같은 것만 대충 파내고 물길을 만들어둔 모양이었습니다. 아 배수로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흔히들 텐트를 이용한 야영을 해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비가 올때 텐트 주위에 작게 도랑을 파죠? 비가 올때를 대비해 텐트에 물이 들지 말라고 파놓는 긴 구덩이 보신 분들이면 아실 겁니다. 배수로는 그것보다 더 깊고 넓은 것으로,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산악지형 도로 특성상 흙으로만 이루어져 양 옆에 배수로를 파 두지 않으면 빗물에 많이 침식되곤 하죠. 그 말고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별 쓸데도 없는 이유들 뿐이죠. 제가 보기엔 그냥 보여주기 용도가 전부. 그 반증이 군대의 특성상 각이 생명이라 여튼 이쁘게 잘 만들어야 합니다. 각 잡다가 시간이 다갑니다. 그런데 저도 군인인지라 미리 작업 해둔 그 모양새를 보니 인상이 저절로 구겨지더군요. "저걸 작업이라고 한건지...." 짜증이 나면서 저것까지 다 손봐야 작업 해놓고 욕 안 먹겠다 싶었습니다. 작업이 시작되고 신나게 삽질을 해대다 보니, 빗물을 먹은 흙이 삽을 더 무겁게 만들더군요. 흙속에 바위가 있을때면 곡괭이로 내리 찍었는데, 그 찍는 순간에 물을 먹은 흙이 이리 저리 튀며 눈이고 입이고 코로 들어가 짜증도 무척 났었답니다. 단 하나 땡볕이 아니라 좋긴 했지만, 차라리 땡볕이 더 나을 듯 싶었습니다. 얼마나 작업을 했을까요? 허기가 약간 느껴져 시계를 들여다 보니 3시 반을 약간 넘어가고 있었네요. "벌써 두시간 동안 판거냐?" 개어놓은 판쵸우의 더미로 가서 삽을 대충 던저놓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꽤 먼 거리를 파고 지나왔더군요. "막내야. 갖고 온 빵이나 먹자." 출발전에 관물대에 짱 박아둔 빵을 갖고 나오는 것을 봐둔 것이었죠. "벌써 저만큼이나 팠네....앞으로 언제 저만큼 파냐?" "박병장님 오시니 그래도 금방 팠지 말입니다. 말년이랑 할때는 일 진짜 안됐었는데 말입니다." "야 어디다가 갖다 대냐. 말년이랑 나는 밥 안될 때부터 엔진이 달랐어." 심상병이 건네주는 빵을 건네받으며 판쵸우의 더미로 털썩 주저앉으니, 다리가 그냥 힘이 쫙 풀리는게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더군요. 그 때 였을 겁니다. "야...저거 불발탄이냐." 턱짓으로 가르킨 방향에는 빨간색 물감같은 즉 락카로 칠해놓은 가운데 무슨 돌덩이 같은것이 보였습니다. "예 그렇지 말입니다." 그 때 까지는 작업하느라 주위를 볼 틈이 없었는데, 자리에 앉아 주위를 보니 슬슬 풍경이 들어오더군요. 저는 일어나 좀더 자세히 볼 모양으로 가까이 다가갔더랬죠. 분명히 90미리 무반동총 탄환 같은 모양새 였습니다. 아니면 박격포의 탄환이라던가 하는... 전방지역에선 불발탄이 굉장히 많이 발견되서 그때마다 경고차원으로 그 주위에 빨간색 락카로 칠을 해두곤 했죠. "저런게 어째서 이런데까지 굴러와있냐..." 저는 살펴보기를 관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씨발...그나저나 지금 우리 지뢰밭 위에서 곡괭이질 하고 있는 거네..." 말 그대로 였습니다. '지뢰' 라고 표시된 경계 부근이 바로 배수로 였으니 말이죠. 우리집 마당안에서 하는 삽질이 아니라 지뢰위험지역에서 그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그 나름대로 그것도 공포네요. 작업중 곡괭이로 대전차 치뢰 뇌관을 찍어 그 주위 작업병사들이 전부 중상을 입었다는 사고 사례 같은 것은 군생활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불발탄을 삽으로 찍어 손목이 날아간 사고 사례 전파 같은 것들도 몸서리가 쳐지기엔 충분했죠. "에휴..어쩌다가 이런 오지까지 오게 됐나..." 체념 섞인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다시 저 지뢰밭으로 들어가 곡괭이 질을 할 생각을 하니 몸이 뻣뻣해 지더군요. 그 때 였습니다. "박병장님!" 누군가가 저를 소리질러 부르는 소리에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더랬죠. 같이온 이일병이 제가 좀전에 다가갔던 숲 방향으로 손을 들어 가르켜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저기 뭔가 이...있습니다." 상당히 당황한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그 방향으로 다가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틀었죠. 방금전 쳐다보고온 불발탄이 제일 먼저 보였습니다. "뭔데?" "그...그게..." "뭘 본거야?"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제게 자기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더군요. "누...누가 있었습니다." "뭐?" 이일병은 계속 고개를 흔들며 '분명 있었는데' 하는 말만 중얼거리면서 제 눈치를 살피더군요. "맷돼지 아녀?" "...그런가...." 당시 아무것도 없는 풍경에 제 말은 큰 설득력이 있었죠. 누구나 다 맷돼지로 인정을 하려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중이었죠. "그런데...박 병장님...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미간을 징그리며 분명 거짓이 아니다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 "저도 불발탄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 뒤에 사람 같은게...." '사람' 같은게 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주위에서 야유가 흘러나왔죠. "에휴 병신아 저기 사람이 왜 있어." 그렇죠. 사람이 있을리가 없죠. 그러나... 그날 비가 내리고 안개도 계속 드리워져 있던 중이라 숲 안쪽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묘한 분위기에 계속 짓눌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는 일단락 되었고, 다들 희안하게 침묵속에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고 잠깐 쉬게 되었을 때였죠. "우악!! 뭐야!!"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저만치에서 전상병이 미친듯이 이쪽으로 뛰어오는거 아니겠습니까? 소변보러 간다고 저만치 가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미친놈처럼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었죠. "저...저기 미친년이!!" 그러나 그의 뒤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야 뭔데!" 저는 그가 등진 방향으로 튀어나가며 뭐가 있나 볼려고 이리 저리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죠. "저...저...정말 있었지 말입니다." 고갤돌려 뭐가 있냐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저에게 말을 더듬으며 말해오더군요. 이쯤되니 아까일도 그렇고 지금일도 그렇고...작업을 일단 중지 하는 길 밖에 없더군요. "야 무전기 줘바." 저는 85k 무전기를 건네받고 부소초장과 통신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치...치...삐...' 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죠. 현장에서 철수 하겠다는 무전을 날릴려고 했지만, 역시나 상대방 쪽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야 아까 내려오면서 감도체크 한게 어디쯤이냐?" "여기서 한 번 했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작업 시작전에 작업 한다고 무전 친것이 기억이 나더군요. "어디 짱박혔나...." 거기까지 상상이 미치자 슬슬 방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일병 니가 본거 뭔지 이야기 해봐." "그..그게...그냥 여자라고 생각되지 말입니다." "여자?" "예." "이런데 여자가 왜 있어. 있으면 그게 귀신이지!" "......." "어떻게 생겼던?" "그냥 뭐랄까...머리는 길고 얼굴은 검은 건지 그늘 같은게 있어서 잘 안 보였습니다. 팔 축 늘어트리고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었는데, 옷은..푸르스름한 원피스 였습니다. 얼룩 같은게 있는 건지 군데군데 좀 너덜거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씨발 딱 귀신이잖어." "아니 그렇다기 보단 왠지 사람 같은 느낌이 더 크지 말입니다." "사람?" "숲 저만치에 서서 저한테 손짓했습니다. 이리로 오라고...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전상병 너는?" "저 말입니까? 이일병이랑 똑같습니다. 오줌 싸고 있는데 옆에 뭐가 있는 것 같았지 말입니다. 그래서 봤더니만..." '껑충' 하고 저한테 뛰는 시늉을 해보이더니, "그렇게 확 저한테 왔지 말입니다. 그래서 미친듯이 튀었지 말입니다." 어이가 없었드랬죠. 비가 오긴 해도 대낮인데, 그것도 군사지역 민간인의 출입이 아예 있을리가 만무한 곳에 미친년의 출현이라.... 어디가서 말 했다가는 바로 군기교육대 감이었죠. 그저 옛날부터 이 근처에 살던 늑대인간 같은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나 지껄이는 중이었죠. 그 때 였습니다. 누군가 저기서 인기척을 내며 다가오고 있었죠. 순간 저 포함 일동의 시선이 그쪽으로 휙 쏠리며, 온몸에 소름을 맛보고 있었죠. 긴장하는 그때 일동의 시선이 차단되는 저 만치 커브길에서 스윽 모습을 나타내는 부소초장과 전령이었습니다. "야 작업은 다 되가냐?" 순간 모두는 초긴장 하고 있던 마음이 누그러 드는지 가볍게 한숨들을 내뱉고 있었죠. "역시 박병장. 각이 제대로 살았네." 배수로 근처를 따라 이쪽으로 오던 부소초장이 이쪽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한마디 건네더군요. "뭔일 있었냐?" "........." 그간 있었던 일을 잠깐 설명을 하니 부소초장은 얼굴이 굳으며, 같이 따라온 전령에게 무전기를 건네 받았습니다. "이게 안된다고? 갑자기?" 부소초장은 우리쪽 무전기까지 마저 건네받고는 호출버튼을 여러번 눌러 보더군요. 결과는 실패..... 고장이나 신호의 방해 없는 인접 상태에서 무전기는 서로의 신호를 받고 있지 못 했던 것이었습니다. 부소초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가더군요. 그 때서야 같이 온 전령이 최이병임을 알 수 있었죠. 침묵은 약 1분 정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전기의 '치익' 거리는 잡음과 '후두둑' 최이병의 판쵸우의를 때리는 빗소리. 숲속에서 짙게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죠. 저 안개속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서. "일단 철수해라. 배수로 작업도 거의 다 된 것 같고, 비도 많이 오니깐...."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무래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후임들은 벗어놓은 탄띠며 판쵸우의 들고온 장비들을 챙겨 드는 것이었습니다. 모자 챙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 안으로 실제로도 퍼렇게 변한 입술의 후임들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안스럽기까지도 했고요. "박병장." "예?" 부소초장이 저를 불러세우고는 가져온 것들은 챙겨 열을 갖춘 후임들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상병. 삽 두자루만 두고 인솔해서 소초로 복귀해라." "예 알겠습니다." 심상병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앞으로 가!' 하고는 무리를 인솔해 저만치 커브길로 금새 사라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발자욱 소리까지 완전히 지워질 무렵, "야. 애들이 본거 말이지...." "예...." "딴데 가서는 이야기 하지 말아라. 혹시 이야기 했냐?" "여기만 있었는데 하고 싶어도 못하지 말입니다." "일단은 하지 말어. 안그래도 요즘 이상한 소리가 많이 나와서..." "........" 말 안해도 알 것 같았습니다. 전방은 특히 누가 뭘 봤다거나 하는 그런류의 소문들은 정말 귀신같이 멀리도 퍼져나가곤 했습니다. 순찰거리로 재자면 반나절 정도를 걸어야 닿을 수 있는 대대OP의 소식까지도 금새 전해지곤 했으니까요. "얼마전에도 1중대 병사들이 근무 복귀하다 이상한 것 봤다고 했는데...희안하게 이상한 소문들이 많네..." "..........." "그거 아냐 박병장?" "어떤거 말입니까?" "하긴 모를거야. 지금 대대장님 계시기 전에 계시던 대대장님 있을 때 이야기니깐...너 입대 하기 전일거다." "무슨일 있었습니까?" "있었지..." 부소초장은 바닥에 놓인 삽을 집어들고는 제게 하나를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작업하고 복귀하는 행세는 해야지. 비좀 피하자." 그러나 피할것도 없었습니다. 부소초장이야 장피를 입고 있어 괜찮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미 물이 다 스며들어 속까지 다 젖은 것 같았으니까요. 대충 비가 덜 닿는 큰 나무아래 삽을 던져놓고, 털썩 주저앉았더랬죠. "야 흙 다 묻겠다." "이미 다 버렸지 말입니다." 전투화 말릴 생각을 하니 깜깜했습니다. "예전에 말이지...그러니깐 전에 계셨던 대대장님은 군종 간부 출신이었거든." "군종 말입니까?" "그래 군종들 대빵급이지." "군종 장교가 어쩌다가 이런 야전대대로 온 겁니까?" "그야 나도 모르지. 1군 사령부에서 불교쪽 있었나 보던데..." "진급 꼬인겁니까?" "아냐 그렇지도 않지. 여기 한 반년 계셨나? 소문으로는 전방 체험 좀 해보고 오라고 해서 잠깐 코스 밟은 듯도 하고. 육사 출신이야." "워...그럼 경험코스가 맞겠지 말입니다." 육사 출신의 군종간부라.... 군종이란 군대에서도 종교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책임이나 진행을 하는 소위 사회로 말하면 큰 목사정도 랄까요? 일반 군종병사는 전도사 정도? 여튼 그런 군종의 간부가 일개 야전대대에 왔다는 건 맡고 있는 직무상 성격이 완전 다르죠. 군인이긴 해도 종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병사의 지휘통제를 맡긴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겠죠? 문관에게 무관의 일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그 대대장님도 전에 여기서 희안할 일 겪으셨지."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그 말은 이랬답니다. 그 당시 무월광 때를 이용해 대대장급 예하 장교들은 불시 순찰로 병사들 근무 태도를 체크하라는 사단지시가 내려왔던 모양입니다. 이런 소문은 다리 없이 천리를 가고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었다죠. 소문을 들은터라 달빛이 굉장히 약해질때를 기점으로 무월광이 끝날때까지 전방 주시보다는 저 멀리 뒤에서 보이는 불빛과 소리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때 였답니다. 이틀전엔 작전장교를 태우고 불시 순찰을 갔던 대대장의 운전병이 그날은 대대장을 모시고 일단 1중대 OP에 들러 근무상태를 점검 할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럴려면 부소초장과 제가 이야기를 나누던 그 길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었거든요. 그날도 일단은 1중대 OP를 잠시 경유하기 위해 그 쪽기로 가던 도중이었답니다. "대대장님." "응?" "혹시 오늘 대대장님 말고는 다른 순찰자가 있습니까?" "왜 뭔일있나?" "그게...." "그게?" "방금 사람을 본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치긴 했습니다만..." "......." 대대장도 운전병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죠. 결론은 금방 나왔답니다. "차 돌리게." "예 알겠습니다." 운전병은 차를 돌리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바로 차를 돌릴려고 했다죠. 방금 지나쳐온 간이 검문 초소에 교대한 근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의심은 없었답니다. 평소 대대장의 성품을 알고 있기에 분명 그 사람을 태우고 이동할려는 내심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고했죠. 평소에도 근무중인 병사들에게 경례 한 번 소홀히 받아준 적이 없다던 대대장이었다고 부소초장이 말해줬네요. "대대장님 1중대 OP가 바로 앞이니 그 쪽 공터에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아마 병사들이 복귀 하는 모양일거야." "예.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기억에 익숙한 그 장소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고는, "대대장님 거의 다 왔습니다. 저 앞에서 돌리겠습니다." "그러도록..." 운전병은 어제도 왔던 길이라 시야가 어둠때문에 한정이 됐음에도 어디쯤에서 운전대를 틀어야 공간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는군요. 슬슬 우리가 서 있었던 그 마지막 커브길을 앞에두고, 틀기만 하면 바로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그때! '끼익!' 커브길을 돌며 시선이 따라 움직이는 그 선상에 허연 뭔가가 보이길래 순간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크게 요동치더랍니다. "으헉!!" 운전병과 대대장은 동시에 같은 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에 휩싸여 순간 아무것도 못하고 그것과 눈을 마주쳐야 했답니다. 그냥 퀭한 눈... 그 어둠 속에서도 눈이 우릴 바라보고 있다라고 했답니다. 그에 운전병은 그것을 깔아 뭉갤 기세로 악셀을 있는 힘껏 밟아 밀어 부쳤다고 하네요. 핸들이 커브를 하기 위해 돌아가있는 상태에서 급 출발을 함에 있어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답니다. 그에 곧바로 시선을 잡았을때는 그것의 모습이 없었다고 하네요. 위치상으로 보면 분명 깔아 뭉갠것 같은데 아무런 충격이 없었고, 그저 반사적으로 보이는 길을 있는 힘껏 밟아 나가는 수밖엔 없었답니다. 룸미러로 뒷쪽을 계속 힐끔거렸음에도 그저 보이는 건 어둠뿐. 대로등으로 비추어지는 뒤쪽에 먼지구름 사이로 그것이 언제라도 튀어나올것 같아 운전병은 룸미러를 그냥 확 접어버렸다고 하는군요. 한동안 대대장과 운전병은 할말도 잊고 그저 앞만 주시하고 있었다죠. 어느새 차량은 1중대 OP 쪽으로 향한 진입로를 지나쳤답니다. 뭔가가 또 튀어나올까 하는 불안감은 운전병이나 대대장이나 매 한가지였을 테니까 하려던 일따위 모두다 잊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대대장이 입을 열었는데, "내가 부처님 가르침을 받는 중생임에도 방금 본 그것은 그냥 귀신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구나." 그 순간만큼은 대대장도 한 인간이었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네요. 왠지 모를 깊이를 느끼게 해준 대대장의 말을 끝으로 그저 자동차의 엔진소리만 들리고 있었다죠. 불안한 만큼 그런것들에 더 주위가 기울여진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1중대 OP를 지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저만치 수통문의 투광등을 보자 운전병은 화들작 놀라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일은 그럴때 터지게 된다나요? 다시 앞을 보려하는 찰나 옆에 앉은 대대장이 핸들을 잡아 채며 자신쪽으로 휙 끌어당기더랍니다. 그 순간 차가 옆으로 확 쏠리며 바라보고 있는 시야가 조금씩 옆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운전병은 보았답니다. 자동차는 옆으로 기울며 모든 풍경이 회전하고 있는데 밖에 서 있는 그것의 모습은 주위의 풍경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몸이 완전히 뒤집어 짐을 느끼고 바닥이 머리위로 왔음을 느낄 때 마지막 본 그 모습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하더랍니다. "그 때 난리도 아니었지. 대대장 차가 배수로쪽으로 굴렀다고 수통문 애들이 보고 하고 나서 40분 정도 있다가 헬기도 날아왔었다." "헬기까지...." "그 때 그게 거기서 끝나서 다행이야. 배수로안으로 차가 쳐 박혀서 지뢰밭 안쪽으로 안 굴렀기에 망정이지." "운전병하고 대대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타박상에 운전병 다리 부러진 정도?" "차가 많이 안 굴렀나 봅니다?" "그렇대도. 배수로 아니었음 지뢰밭 안쪽으로 데굴데굴 굴렀을 걸. 지뢰 안 밟았다 치더라도 바로 벼랑길이라 죽었을지도 몰라." 순간 배수로의 한 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생각했죠. "헬기가 OP 마당에 도착 하자마자 후송해서 병원으로 간 모양이더라고. 그 후에 행보관님이 병원가서 운전병한테 이거 저거 물은 모양이지." 사고가 난 그날 밤. 운전병은 의식이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고 기절한 건지 차가 전복되는 충격에 기절했던건지 잘 분간은 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의식이 거의 있는 상태였다네요. 의식이 주위를 완전히 구별하게 되었을 때쯤에는 몸이 매우 불편해 시선을 뿌려보니 차 지붕이 바닥에 닿은 완전히 전복되어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조수석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했는데, 아마 그 부분 지붕이 배수로에 닿은 모양이었겠네요. "대대장님!" 정신을 차리자 자연스례 먼저 들어온것이 조수석의 정신을 잃은 대대장이었다죠. 그 모습을 보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준 순간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답니다. 다리가 부러진 모양이었습니다. 힘이 조금만 들어가도 온몸을 강타하는 고통. 그 때문에 정신이 번뜩 하더랍니다. 바로 그 때. 뒤집어진 창문 밖으로 뭔가가 스윽 다가오더라는 겁니다. 배수로 쪽으로 기운 헤드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이 바닥을 비추고 그 반사된 여분의 빛의 도로를 살짝 비추고 있었는데, 그 빛속에서 완전 하게 이질적인 허연 그것이 운전병과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며 다가오고 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미칠것같이 몸이 바둥거려지는데 다리 고통 따윈 상관없이 어서 도망가야 겠다는 욕구만 넘쳐 흐르고 있었답니다. 거기까지 부소초장의 말을 들으며 잠깐 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비에 옷까지 젖어서 그런건지 순간 오한에 몸이 바르르 떨리더라고요. 그도 그럴게 뒤집어진 차안의 운전병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는 건 그것도 거꾸로 뒤집어져서 다가오고 있었다는 이야긴데, 생각해 보세요. 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의 나에게, 그런것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이죠. 다리 고통따위라고 했지만, 몸부림치는 와중에 계속 전해지는 말로 표현 못할 고통. 정신은 더욱 맑아지기만 하고, 잠시후면 얼굴을 맞댈 정도의 거리로 다가온 그것에 운전병은 자기도 모르게 절규를 하게 되었답니다. "으악!!" 그 때 였다죠. "야! 여기다!" 하는 소리가 혼란을 깨고 어느 소리보다도 맑게 귓가를 때리더랍니다. 뒤집어진 시야 저 멀리 라이트가 거의 사라져가는 그 끝에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전투화소리들. 어느새 눈앞에 그것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풍경을 마지막으로 운전병은 의식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사단에서 조사나왔을 때 운전병 징역 갈뻔 한거 대대장이 겨우 막았나 보더라고. 군기교육대 갔다가 운전병 보직 박탈당하고 대대 오피에서 행정병으로 있다 제대했지." "대대장은 뭐라고 했더랍니까?" "그건 우리도 모르지...." "......." 아마 사실대로는 말하지 못했으리라 생각되어 지더군요. 누가 믿겠습니까? 귀신 보고 놀래서 차가 뒤집어 졌다고.... "운전병 말로는 대대장이 핸들 당긴건 잠깐 돌아본사이에 대대장이 그걸 보고 피할려고 당긴게 아니라..." "........" "아마 홀려서 그런것 아니겠냐고 행보관님 한테 되물었다고 그러더라." 뭔가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이야기였죠. "행보관님도 짬밤이 이젠 원사 바라 보고 계시는데도 그런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과연...어떻게 된 일일까... 그 운전병이 있으면 직접 한 번 들어보고 싶었더랬죠. [출처] 포상휴가 #5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______ 와씨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파 죽겠는데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그게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니 구하러 온 사람들 아녔으면 진짜 어쩔 뻔 했냐 ㅠㅠ 원래는 이거 다음 편이 마지막 편이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끝맺으셨어. 혹시 언젠가 다음 편을 가져 오신다면 나도 바로 가져올게 남은 하루 잘 보내고 내일 또 보쟈 ㅎㅎ
퍼오는 귀신썰) 대체 어디서부터 홀렸던 걸까?
이번주는 정말 정신없이 보낸 것 같아 항상 하는 말인 것 같긴 한데 정말 이번주는 금세 금요일이구나 감회가 새로울 정도로 ㅎㅎㅎ 너무 피곤해서 매일 몽롱한 채로 보냈거든 어떻게 하루하루가 갔는지도 모르겠다 간을 좀 챙겨야 할 시기인 것 같아 다들 더 나빠지기 전에 건강 챙기길! 오늘 이야기는 정말 숨도 못 쉴 뻔 했어 뒤로 갈수록 급박한 전개가... 으... 심호흡 하고 같이 시작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_ 철책에 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비가 엄청 오던 때 였습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전방에서의 폭우란 어떤 느낌인지 전달하기가 굉장히 힘드네요. 뭐랄까.. 음.... 우리가 동네에서 보는 비오는 날 밤 가로등 밑은 어떤 별다른 느낌이 있던가요? 별로 무섭지도 않죠? 그런데 전방에서 철책과 나란히 서있는 투광등을 보고 있노라면 동네 전봇대 가로등과는 그 느낌이 엄청 다릅니다. 투광등을 넋놓고 보다가 밑을 보면 왠지 그 아래 있어서는 안 될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헛것을 보는 순간입니다. 멍하니 눈을 풀어 놓으면 말이죠. 또는 밖에 있을 때 보다 방안에 혼자 있을 때. 어느것에도 집중하고 있지 않는 특히 자다가 께었을 때 정도 랄까요?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사물에 대한 인식력이 부족한 완전 무방비한 상태가 그 때 라고 생각되네요. 만약 자다 깨어 멍 할때 폭우를 뿌리는 어두운 하늘이 갑짜기 번쩍 주위를 때리면서 약 5초 뒤 흐르는 폭발음을 내면, 괜히 넘쳐나는 상상력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 소름이 끝까지 사라지지 않고 주위 빗소리가 굉장히 사무치게 흐느끼는 여자 울음 소리 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게 전방에서의 폭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쪽은 철책이 세겹으로 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끝도 없을 것 같은 풀숲 뒤로는 완전히 암흑이 되어버린 숲속... 비는 계속 내리고 빗소리에 잠겨 주위는 항상 산만합니다. 그러다가 번개라도 치고 천둥이라도 치면 사수와 부사사는 침묵속에서 어느정도 두려움을 느낀답니다. 대화요? 그런게 될리도 없습니다. 그저 빗속에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시간아 빨랑 가라만 끊임없이 외치고 있죠. 그럴때는 어디 한 곳도 뚫어지게 쳐다도 못 봅니다. 멍하던 어느순간 상상속의 무엇이 나와 시선을 마주하기 때문이죠. 심리적으로 굉장히 약해져 있을 때, 바로 그 때 마음속 어둠의 문을 두드리는 방문객이 찾아오죠.... 그 날도 엄청나게 쏟아붓던 날이었습니다. 저녁때 부터 자정까지 근무를 선 근무자랑 교대를 하기 위해 막사를 나서면서, '아 옘병 총 다 젖겠네....' 하는 짜증을 내고 있었더랬죠. 총기 닦는 것 정말 귀찮거든요. 그리고 목에 감기는 축축한 공병우의의 느낌... 언제나 싫었습니다. 순찰로를 따라 근무를 서야 하는 초소로 이동하자니, 발밑은 완전히 진흙이 되어있어서 전투화를 걱정해야 하는 짜증까지 겹치고 있었죠. 벌써 전투화 밑바닥은 피자 한판 만들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전 근무자랑 교대를 하고, 근무를 서다 첫 밀조이동이 시작되었답니다. 진흙밭을 피해가며 겨우 다음 초소에 다다르고 난 후 근무자를 밀어내고 들어섰을 때가 아마 3시 반정도? 되었을 때 였습니다. 한 10분 지났을까요? 축축함이 짜증나 초소안에 들어서자 마자 철모를 벗고 옷을 추스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새하얗게 될 정도로 번쩍! 하더니 곧바로 천지 사방이 새까만 어둠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답니다. 눈앞에 보이던 투광등 불빛도 거취된 총기도 초소안 풍경도 완전 칠흑으로 변해버린 것이었죠. 갑자기 벌어진 일에 이게 뭔가 라고 생각하면서, 당황함을 맛보는 그 때, '콰쾅!!' 하는 정말 고정포(고정된 탱크의) 소리같은 천둥이 약 3초간 이어지자, 온몸에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오면서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게끔 하더군요. 멍하니 있을 때 누군가 '워' 하고 놀래키거나, 대형 트럭이 '빠앙' 하며 옆으로 지나갈때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가는 그런 거라 할 수 있겠네요. 어둠속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심장을 통째로 들고 흔드는 듯한 굉음과 더이상 완벽함이 없을 어둠. 아주 박자가 제대로 맞아 돌아가더군요. 지금 당장 눈을 감으면 느낄 수 있는 어둠은 약한 마음을 충분히 더 어둡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그런 어둠이.. "박병장님!" "왜!" 부사수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가더군요. "투광등 다 나갔는데 말입니다." "알아!" 아마 조금전 번개가 투광등을 직격 한 것 같았습니다. '하필 내 근무때 이 지랄이냐...' 그때였습니다. '뚜' 인터폰이 울리더군요. 순간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왜냐면 전기가 다 나갔을 텐데 저건 어떻게 울리나 하는 생각에 정말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가더군요. 인터폰은 삐삐선이란 것으로 연결되어 별도의 건전지로 운용되는 것이었거든요. 정전시에도 사용할 수 있게끔 해둔건데 그 땐 얼마나 당황했던지 보이지도 않는 인터폰을 발로 차 버릴뻔 했지 뭡니까... 가만히 보니 인터폰의 빨간 버튼이 희미하게 보여서 그 때서야 '아~' 하는 제정신을 잡았던 거죠. '각초소 지금 다 있냐?' 소초장의 목소리였습니다. "병장 박xx. 소초장님 저 여기 있습니다." '아 그래. 다른 초소는 안 들리냐?' 그렇게 몇번을 부르고 나서야 세개 초소의 모든 근무자가 응답을 했을 때 였습니다. '지금 내가 후레쉬 가지고 밖으로 나갈테니 일단 전부 k3(기관총) 만이라도 확실히 챙기고 있어라.' k3고 나발이고 그 때는 온다는 소리에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만약에 그당시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귀신일 겁니다. 사람이라면 그 때 평정심은 커녕 울며 소리치지 않으면 다행일겁니다. 저도 마음속으로는 온갖 공포에 울고 싶을 지경이었지요. 도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로선 솔직히 경험해보지 못하고는 상상도 하기 힘든 그런 공포라고 단언하네요. 여튼.... 온다는 소초장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정말 억겁의 세월만큼 길게 느껴졌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는 어둠이 어떤 느낌인지 창고에 들어가 문을 닫고 한 번 느껴보심이 좋겠네요. 밖에서 잠그라 그러고 혼자는 못 나가게끔 되어있을 때 무서움을 떠올려 보세요. "박병장님." "왜?" "지금 이대로 철수 할것 같습니까?" ".........." 솔직히 전방에서 근무자가 없는 완전 철수란 들어본적도 없는 경우였거든요. 바로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뭐가 보여야 근무를 서지....투광등 들어올 때까진 철수 할것 같다." "그렇겠지 말입니다." 부사수 놈 목소리도 이미 맛이 갔었더랬죠. 바들바들 떨고 있는게 어둠속에서도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저만치에서 부사수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위치는 대충 감으로만 느끼고 있는지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저 놈이 내 부사수 맞는가....?' 하는 생각이요. 차라리 눈을 감고 있으면 몰라도,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 두려움은 그 때 부사수의 존재 마저도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수위였죠. 그 때 였습니다. '지직' 하는 소리가 왠지 들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동시에 정말 새하얀 불빛이 온 천지를 물들이고는 삽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빛의 잔상이 아직도 눈에 '지잉' 하고 남아있는데 '콰쾅!!' 하는 천둥소리가 심장을 사정없이 후려 갈기더군요. "아악!!!!!!!" 대비하지 못한천둥소리에 혼이 빠져 나갈 것 같은데, 부사수놈의 비명소리까지 겹치니 욕이 저절로 튀어나가더라고요. "닥쳐! 사내새끼가!" "바..박병장님! 보셨습니까?!" "뭘!?" "아아악!!" 저는 천둥소리 따위보다 부사수놈이 기절할 듯 놀래는 목소리가 더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야이 새끼야! 뭐야!!" "바...박병장님 저기서 뭔가 오고 있었습니다." "뭐!?" 온몸에 소름이 타고 올라왔습니다. "보이지도 않는데 오긴 뭐가 와! 소초장 아냐!?" "아..아닙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소초장이 올려면 아직 더 있어야 했습니다. 어둠속에서니 당연히 더 늦을 것이었고요. "뭘 본거야 이새꺄!! 이렇게 꺼먼데 뭐가 온다고 지랄이야!" 또 그 때였죠. 번쩍하는 새하얀 풍경 안에 제가 서 있는 초소의 입구가 보이고 그 밖 바로 서 있는 부사수와...... 그리고 무언가... "!!!!!!" 아마 전 제 상상속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부사수도 같이 보고 있는게 아닌가요... 새하얀 배경이 다시 어둠으로 바뀌면서 곧이어 천둥이 치고 그 소리 사이로 저는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철컥' '탁' 분명히 총의 일발장전 하는 소리였죠. "뒤지고 싶냐!! 이 새끼들아!!" 부사수의 고함이 사방에 울렸습니다. 광기어린 부사수의 목소리는 사무친 무엇을 느끼게 하는 공포를 느끼게 해 주었었죠. 그의 안중에는 고참따위는 이미 없었던 겁니다. 저는 그저 공포에 질려 살기위한 그의 외침을 그저 듣고만 있었어야 했습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저 총구의 방향이 저를 가르킬 것 같았으니까요. "야! 지랄하지 말고 이 안으로 들어와!" "박병장님도 보셨지 말입니다! 우리 죽을 지도 모릅니다." "야이 새끼야!! 빨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그 때서야 더듬더듬 하고 부사수가 들어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거기서 좀만 더 늦었더라면 더 큰 사고가 났을 거라 생각되네요. 엄청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광기에 휩싸여 총을 든 놈이 뭘 할지 상상하는 것은 정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함이었죠. 저도 대단했던게 평소대로 후임 다루듯 제정신 돌려놨으니 저도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그렇게 둘이 서로 공병우의의 감촉을 느끼자 옆에 딱 붙어서 아마 문쪽이라 생각되는 그쪽을 향해 긴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박병장님...이 총 지금 실탄 장전되어 있습니다." "........" "저 이번에도 보이면 쏴 버릴지도 모릅니다." ".....지랄마라. 군생활 꼬이고 싶냐?" "박병장님도 보셨지 말입니다." "........" 차마 못 봤다고는 못 하겠더라고요. "우리 쫄아서 헛거 본거야. 갑자기 밝아지니깐 상상속에 잔상이 보인거겠지라고 생각해." "보신거지 말입니다...." "......." 그 때 였습니다. 후레쉬 불빛이 바닥에 이리저리 뒤엉키는 것을 본것이. "야 박병장 안에 있냐!" 정말 너무나도 반가운 소초장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그렇게 달게 들리긴 정말이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습니다. "소초장님 여깁니다!!" 어둠속을 손의 감각만 의지하고 더듬더듬 문틀인가를 잡고 밖으로 나설 때 였습니다. '지직' 온천지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번갯불. 그리고.... 눈앞에 까지 다가온 그것을 보니 심장이 얼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악!" 진짜 정신을 겨우 잡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 그때도 생각한건데요.. 상상하던 무엇을 찾던 제 눈이 홍채 안으로 들어온 번갯불을 핑계삼아 상상의 잔해를 그려냈다 라고요.... 하지만 저만 본게 아니었으니 그야말로 극악의 공포 였던거죠. "야! 박병장! 야!" 넋이 나가 있었나 봅니다. 귀싸대기를 한 대 후려 맞고서야 정신이 돌아 왔다고 하더군요. "야임마!" 어느새 눈앞에는 소초장이 후레쉬 불빛을 받으며 서 있더군요. "야 니 부사수 어디갔어!" "예?" "니 부사수 말야!" "아...저랑 같이....그런데 방금전에 못 보셨..." 갑자기 장전된 총을 든 그의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머릿속에 번갯불이 치더군요. 저는 뭐에 홀린듯 소초장의 손에 들린 후레쉬를 뺏어들고 이리저리 주위를 살펴보았드랬죠. 그 때 였습니다. "소초장님 저기 보십...." 목소리는 전령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떻게 안 건지 그 어둠 속에서 전령이 가르키는 후레쉬 방향으로 반사적 움직임을 했더랬죠. 시선이 먼저 돌고 후레쉬 불빛이 제 시선을 뒤이어 따라왔을 때 무엇인가가 보이더군요. 빗발이 세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봤습니다. 순찰로 저만치 철책에 매달려 도마뱀 처럼 기어오르고 있는 제 부사수의 모습을요. "야! 저새끼 잡아!" 소초장이 소리를 침과 동시에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달렸을 겁니다. 바로 뒷편에 소초장이 따라 달리는게 느껴졌고요. 저는 철책으로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몸을 날려 부사수의 등을 잡고 몸을 실어 끌어내렸습니다. 그 때문에 비추던 후레쉬가 저 만치 나뒹굴고 뒤따라 달렸던 전령이 부사수의 얼굴을 비추었을 때, 눈이 뒤집혀 흰자위만 있는 부사수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정신인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드랬죠. 정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저항도 못하겠더군요. 그냥 공포에 질려버린다는 게 바로 그것이었을 겁니다. 옆에 있던 소초장은 부사수의 철모를 연신 내리치면서 정신을 차리라고 다그쳤고 부사수는 '에' 하는 낮은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죠. 사태가 그렇게 되니 소초장은 뭔가를 느꼈는지, "야 등에 업혀봐!" 라고 소리쳤고,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부사수를 끌어당겨 소초장 등에 걸치듯이 밀어 붙였습니다. 소초장은 등에 닿은 느낌을 받았는지 바로 일어서서는 정말 그 어둠속을 천리마 처럼 달려나가더군요. 저는 소초장이 달려나가는 길을 후레쉬로 비추며 달려나가는데 정말이지 인간이라고는 바로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초장이 달려나가는 속도는 어마어마 했습니다. 그 어두운 빗속을 축쳐진 사람을 업고 그렇게 달리기는 힘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해 보였거든요. 하물며 땅은 진흙에 잘 보이지도 않는 굴곡이었는데... 저는 따라 달리느라 정말 죽을 뻔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모르고 그냥 달려나가다가 숨이 차오르는 걸 느꼈을때 저 만치에서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후레쉬를 비추어 봤지만, 그 넓은 어둠을 뚫고 닿을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근처 사물이 약간 눈에 익은 것들로 보이니, 막사 근처까지 왔다는 걸 알 수가 있었죠. 그렇게 거의 다 왔다고 느낀 순간.... 저는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등을 '쏴' 하고 훑고 올라가는 소름.... '씨발 내 총..........' 안그래도 캄캄했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등에서 뭔가 쏴 하고 올라오는데, 돌아본 방향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고개가 뒤로 돌아가더군요. "저기...소초장님." "왜!" "저 총 두고 왔지 말입니다." "뭐?" "지금 가서 가져오겠습니다." 하지만 내심 다른 기대를 했었더랬죠. '지금은 어두우니깐 투광등 복구 되면 갔다와.' 라고요. 하지만... "빨리 튀어 갔다와!" 신나게 같이 달리는 중이었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더라고요. 소초장의 후레쉬 불빛이 저만치 언덕길을 올라가는 듯 시선보다 높은곳에 약간 흔들리는게 보이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어둠속에서라면 더 멀리까지도 보였겠지만, 엄청 쏟아붓는 비에 시야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었죠. 뭐 불빛이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정말 미미한 빛 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시야에서 사라지는 건 순식간 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초장이 사라진 방향을 저는 손에 쥔 후레쉬를 넋놓고 바라 보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지만 역시나 눈앞에 가져다댄 손바닥도 후레쉬가 없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만 저를 반기고 있죠. 이미 옷은 안봐도 뻔한 만신창이에 속옷까지 젖은 느낌과 질퍽거리는 전투화 속 발가락...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가져온다고 말하긴 했는지 소초장의 반응은 정말 예상 외라 아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거기에 좀전에 심장이 떨어질것 같은 경험을 한지라 더더욱 뒤로 돌아가기가 망설여 졌습니다. 다시 가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하니 뭔가가 또 어둠속에 꿈틀거리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빨리 가시지 말입니다." "허헛!!"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말에 기절 할 뻔 했습니다.. 옆에 서있던 소초장 전령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었죠. "놀래라! 야 너 안갔냐?" "소초장님이 같이 갔다오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앙? 언제?" "먼저 달리시면서 그러셨는데 못 들으셨습니까?" "........."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었죠. 저는 그때서야 후레쉬를 들어 전령의 얼굴에 가져다 대봤습니다. 제가 약간 위에 서 있었는지 철모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사이로 전령의 코와 입이 보였습니다. 추위에 질린 듯 입술이 퍼렇게 보이더군요. 아마 저도 그 꼴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야 후딱 가져오자. 더 있다간 정말 미쳐버리겠다." "예." 선 자리 그대로 딱 뒤를 돌아 후레쉬를 바닥에 비추며 한 걸음 내딪었습니다. 계속 된 비에 체온을 많이 뺏겨서인지, 아님 무슨 다른 이유인지 몸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오한이 제 몸을 쭉 훑고 지나가더군요. 소름이 쭈욱 타고 올라오며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니미...왜 그런게 보였을까...' 정말 소름이 가시지를 않고 계속 타고올라와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더군요. 뭐가 제대로 보이기를 하나 그저 후레쉬 하나 의지하고 저 암흑을 다시 뚫고 지나가자니, 용기는 이미 바닥이 나서 아무리 끌어올리려 해도 시동도 안 걸리고... 괜히 후레쉬가 중간에 꺼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어둠에 고립된 모습이 상상이 되는 겁니다. "야..너 후레쉬 예비 갖고 있냐?" "없습니다." "......건전지는?" "그것도 없습니다." "........" 그 때 뭐랄까...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새끼는 왜 이렇게 침착하지....' 이런 생각이 돌연 지나가는 것이었죠. 이등병답게 자세라곤 하나도 안나오는 큰 철모를 쓰고 있어서, 녀석의 얼굴 반은 가려진 상태였습니다. 코와 인중 정도만 시선에 잡힌다고 할까... 말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그 침착함이 너무 꺼림직 할 정도 였죠. 불평 한마디 안하고 제 뒤를 따라서 오고 있었는데, 정말 숨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인기척 없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빗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 위안해 봤는데 그럴 수록 자꾸 어거지 같은 느낌이 강해지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꾸 힐끔 거리기도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음을 느리게도 해봤었죠. 그래도 오래는 신경쓰지 못한것이 발밑이 아니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걷기에도 정말 많은 신경이 필요했었습니다. 주위는 그저 암흑. 오직 보이는 건 전령의 발과 저의 발. 진흙으로 뒤덮혀 이제는 거의 노란 장화같은 느낌을 주는 만신창이가 된 전투화. 도저히 안되겠어서 저는 거의 기는 것같이 해서 철책까지 닿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철책쪽으로 걸으면 위치 파악도 쉬울 것 같았고 진흙밭에서 더 고생 할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해서였죠. 그 때 였습니다. 간신히 철책에 손을 닿게 되어서였는지 힘을 세게 준것이 그만 청각석(철조망 사이에 끼워놓은 돌 - 적 침입 시 철조망이 충격을 받으면 떨어지게끔 해놓은 돌)들이 우르르 떨어지게 만든거 아니겠습니까? 그 소리에 얼마나 놀랬는지,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타고 올라오는 소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죠. 그런데 더 무서웠던건 분명 거기가 언덕이 아니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10개에 가까운 돌들이 제쪽으로 우르르 굴러 오다 제 발에 막혀 쌓이는 것이었습니다. "흐억!" 저도 모르게 뒷 걸음 질 치며 굴러온 돌들을 발로 차 버렸습니다. "아 씨발 놀래라. 너 방금 봤냐?" 저는 너무나 놀래 전령을 돌아보았습니다. "빨리 가시지 말입니다." "뭐?" "........" 그 때까지도 굴러온 돌들에 후레쉬를 비추고 있었던 건 제가 아니라 전령이었던 거죠. 바닥에 반사된 약간의 빛으로 전령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시야 안에서도 그녀석의 표정은 굉장히 창백하고 멍했다라는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네요. 무표정이라는 말로는 좀 표현에 한계가 있다 할까요? 그냥 표정이 없는....사람이 지어 낼수 있는 표정이 아닌 그런? 그 때 였습니다. 전령놈이 휙 돌아서더니 앞으로 스윽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뭐라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분위기에 압도되었던 건지 그냥 따라 돌아서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하다보니 후임이 제 앞장을 서는 모습이 되었는데, 그렇게 되다 보니 계속 느껴져오던 위화감이 사그라드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말로는 표현을 해야 겠는데 굳이 하자면 바뀌었던 무언가가 원래대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저는 전령의 등에 후레쉬를 비추어 본 다음 나아갈 길 앞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았더랬죠. 그렇게 한 2분을 걸었을까요? 제 발걸음을 인도하는 불빛 안으로 후임의 발이 사라진 것을 느꼈을 때 였습니다. 그는 이미 저만치 나아가고 있었죠. 그 모습을 보니 좀전부터 느껴졌던 위화감이 사그라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제 발걸음도 느려졌습니다. 그때서야 알 것 같더군요. 왜 그토록 소름이 돋고 위화감이 끊임없이 솟구쳤는지... '....저놈 전령이 아냐...' 순간 공포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딱 그 때 어떻게 보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령이 저를 향해 돌아서는게 보여...아니 느껴졌습니다. "으아아아아!!" 본능이 지르는 절규가 터져나갔습니다. 선자리에서 돌아서자 마자 미친듯이 뛰었죠. 앞이 보이고 말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후레쉬를 손에 들었는지 어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꿈이었으면 그 어떤 소원도 필요없다고 맘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넘어지고 구르기를 몇번을 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뭐에 부딪히고 깨졌는지 가끔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암흑속을 미친듯이 달린 기억밖에 없네요. 총 같은 건 이미 신경에서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그냥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 미친듯이 치고 올라왔죠. 그래도 그 와중에 후레쉬는 손에 들고 있었나 봅니다. 급경사의 계단이 보였어요. 본능이 느낀건지.....저는 달리던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서 약 3미터 정도만 그렇게 뛰었더라면 아마 굴러서 50미터가 넘는 계단을 곤두박질치고 죽었을지도 몰랐으니까요. '여기만 올라가면 된다.' 내려가는 계단이 시작되는 바로 옆에 오르막 계단이 바로 소초로 이어지는 철수로 였습니다. 바로 튀어올랐죠. "헉...헉...." 숨이 목까지 차 올랐습니다. 다리에 힘이 조금씩 풀리는게 느껴졌었죠.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그놈이 날라오듯 따라 오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발이 없이 붕 떠있는 그 모습만 계속 상상 되었습니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는 희망하나로 미친듯이 튀어올랐습니다. 그 때 였죠. '팟' 하는 느낌과 함께 주의가 환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투광등이 복구가 된 것이었죠. 살았다라는 안도의 숨이 새어나왔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저도 모르게 울게 되더라고요. 미간이 찌그러지면서 눈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흐흑..살았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얼굴을 한 번 훔져내고, 잠깐 멈췄던 뜀박질을 계속 하기 위해 저는 앞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아아......" 올려다 본 순간 입 버릇 처럼 튀어나오는 한숨... 그 놈이 저 앞에 서 있었습니다. "박병장님 총 안 가져가시고 어딜 그렇게 가시는 겁니까?" 한손에는 K3 한손에는 아마 제 총을 들고 서서는 저를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아아아아악!!"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놈은 상관 없다는 듯이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아아아아악!!" 악에 가까운 비명이 더 세게 튀어나오더군요. 정말 어떻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원망하며 저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비명만 지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님!!" 뭔가 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비명 지르기를 멈추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박병장님!!!" 저만치 고가 초소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박병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고가초에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살려줘!!!!" 살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절규. 지금 생각해보면 평생에 단 한 번 외쳐본 단어입니다. 그 바램이 닿았는지 앞을 쳐다보니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막사 안으로 들어섰을 때...모든 소초원들은 저를 보고 놀랜 눈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병장님 이게 도대체...." 다들 이와 같은 반응이었죠. 저도 그때서야 제 몸을 살펴보았습니다. 걷어 올린 팔에는 정말 커터 칼로 수십번도 더 그은 듯한 상처들로 가득했고 상의와 하의는 넝마라고 할 정도로 찢어져 있었습니다. 오른쪽 허벅지 천은 안쪽으로 주욱 찢어져서 펄럭 거리고 있고 전투화는 뭐 말도 할것 없거니와 거울로 보니 목이며 얼굴에도 상처가 수도 없었습니다. 손톱은 다 깨지고 갈라지고, 손바닥은 그 때까지도 피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철모는 완전히 돌아가 거의 거꾸로 쓴 것 같이 되어있고, 탄띠도 거의 풀어헤쳐져서 주머니가 다 열려있었죠. 그나마 다행인게 수류탄 하고 탄창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특히 손등하고 이마에 상처가 깊었는데 나머지는 거의다 사라졌지만, 손등에 있는 흉터는 아마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만큼 깊게 남아있습니다. 나중에 저를 실제로 보거든 손등의 상처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내....총은?" "아 총 여기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뒤 따라 들어오던 고가초소 근무자가 침상위에 올려놓은 총을 가르켜 보였습니다. ".........."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울컥함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 건지...총에는 빗물 말고는 아무것도 묻어있는것 없이 깨끗했습니다. "박병장 어떻게 된거야?" 소초장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어왔습니다. "소초장님 저 총 찾으러 간다고....." "총?" "아까 제 부사수 업고 뛰실 때 말입니다. 거의 다 와서 제가 총 찾으러 간다고 말씀 드렸지 말입니다." "부사수? 내가 왜 부사수를 업고 뛰어?" "예? 아까 쟤가 정신을 잃어서 말입니다." 저는 저를 바로보고 있는 부사수를 가르켜 보였습니다. 그에 부사수는 제가? 라는 시늉을 해보이며, 의아하게 쳐다보더군요. "임마 무슨 소리야? 너가 K3 챙겨온다하고 후레쉬 달래서 초소 안으로 들어갔잖아?" "예?" "그러고 총 챙겨나와서 우리랑 같이 와놓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같이 왔다 말입니까?" "뭐야 이거? 기억안나?" "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죠. "너 임마 우리 뒤 줄곧 따라오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임마!" 소초장의 얼굴은 약간의 노여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령은 어디있습니까? 그 녀석이...." "얌마 박병장!" 소초장이 제 양 어깨를 손바닥으로 짓누루듯이 탁 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소초에 내 전령이 어디있어!!" "아....." 그러고 보니 소초장의 전령은 없었습니다. 완편 인원이 편성이 되질 않아 순찰을 나갈때면 상황병을 데리고 전원투입을 하는 식으로 임시 조치만 취하고 있었더랬죠. "진짜 생각안나는 거야? 나랑 부소초장이랑 같이 너희들 데리러 나왔었잖아." "그럼 다른애들은....?" "다른애들이야 이미 철수 시켰지. 너희가 끝에 있어서 마지막이었던 거야." "........."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슬슬 오한이 올라왔습니다. 멍하게 바라보던 소총과 K3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건 어디서 가져오셨습니까?" "..........허..." 소초장이 완전히 질린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박병장님."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고가에서 봤을 때 박병장님이 손에 들고 계셨습니다." ".........뭐?"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거 들고 미친듯이 소리 지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저희가 박병장님 발견했지 말입니다." ".........." "그런데 저도 조금 이상한게 말입니다." 부사수가 흘깃 소총으로 눈을 돌리더군요. "박병장님 지금 상태는 완전 만신창인데 어떻게 저 소총만 저리 깨끗합니까? 정말 기억 하나도 안나시는 겁니까?" ".........." 멍해지더군요. 그러다 미치겠더군요.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저는 제가 겪은 있는 그대로를 소초원들 한테 이야기 했습니다. 거의 다 와서 소초장에게 말하고 돌아갔던거랑 전령이 보여준 행동이라던가 그리고 마지막에 미친듯이 달린 이야기 등등... 거기까지 들은 소초원들 모두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당연했을 겁니다. 당장 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죠. "너한테 준 후레쉬는 하난데 있지도 않은 전령놈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거냐?" "........" "너 후레쉬 보고 뛰어왔다고?" "예. 구르면서도 그건 손에서 절대 안 놨지 말입니다." ".....후..." 소초장이 한 숨을 쉬더군요. "애들한테 다 돌리고 남은게 딱 두개였어. 하나는 내가 들었고 하나는 너를 준게 맞어. 그러다가 너가 소총 가지러 간다고 초소에 갔다가 왔고. 그치? 응?" "...아..예..." 기억은 전혀 안나지만, 표정을 보니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총 들고 와서 니 부사수한테...야 너 확실히 받은거 맞지?" 소초장이 돌아서 부사수에게 소리치자 바로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니가 갑자기 사라진거야!" 소초장은 그때 까지 잡고 있던 제 어깨를 놔주며 저를 바라보더군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 겁니다. 그냥 후레쉬를 손에 들고 달린것 말고는요.... 아니...들었던게 맞는건가...? "분명 불빛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 어두운데를 제가 어떻게 왔겠습니까?" "........." 모두들 할말이 없었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 입장과 그들 입장은 서로 모르는게 많으니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저기 말입니다." 누군가 침묵을 깨더군요. "혹시 박병장님 제논 보고 달려오신거 아닙니까?" "제논?" "그러니깐 거기까지 오신거지 말입니다." ".......아..." 머리에 커다란 충격을 입은 것 같은 번뜩함이 팟 하고 느껴지더군요. "후레쉬 불빛이라 생각했던게 그거였나....." 앞만보고 달렸던게 생각나더군요. 후레쉬 불빛인지 뭔지 저 멀리 느껴지던 빛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자면 확실히 제논이 맞았습니다. 제논이 뭔고 하니... 배트맨 보면 배트라이트 있죠? 하늘로 쏘는거... 그런겁니다. 투광등이 다 나가서 급히 제논을 가동시킨 거죠. 군용 지프에 설치해놓고 그 동력으로 운용되는 건데 그 밝기는 엄청납니다. 유사시가 꼭 정전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일들을 대비해 각 소초에는 제논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병장 오늘은 좀 쉬어라." "........" "야 상황병 구급통 좀 가져와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구급상자를 들고 오더군요. "소초장님." "왜?" "오늘 근무 세우실 겁니까?" "........" 소초장은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서있는 소초원들은 한 번 휙 둘러보더군요. 그 때까지도 공병우의를 벗지 못하고 있는 저랑 동시간대 근무자들을 보니 저보다도 불쌍해 보이더군요. "어쩌겠냐....투광등이 들어와 버렸으니..." ".....그렇겠지 말입니다..." "쯧...오늘은 좀 힘들더라도 세명씩 근무서자. 전반야 사수들 미안하지만 고생 좀 해줘라." "예 알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대답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총은......." 제가 말하자 다들 총을 바라보더군요. 그건 정말 아무도 풀 수 없는 미스테리였습니다. 어떻게 저게 내 손에 들려져 있었으며, 그렇다 한 들 저렇게 깨끗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말이죠. 어찌되었든 소란은 좀더 오래 이어졌고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이 이후에 겪은 이야기가 제가 여기 와서 제일 첨에 쓴 글이지요. 리플이나 쪽지나 당신은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그런 경험을 여러번 할 수 있느냐 질문 해오시는데.... 저도 모르겠네요.. 이야기들에 과장이 있어서 일까요? 나이를 먹어서 피터팬을 잃어버린건지 ㅋㅋ 이제는 저런 일이 별로 안 생기네요... 물론 믿으라고 강요하진 않습니다. 그냥 소설같은 재미로 보셔도 되고요. 마음에서 의심이 가면 그대로 의심하시면 됩니다. 믿거나 말거나는 각자 본능이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시면 됩니다. [출처] 어둠 | 공포게시물 _________________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걸까 언제부터... 저런 일이 있는데도 저 곳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인 것 같아 ㅠㅠ 물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귀신이 많은 걸 수도 있을테고. 국군장병들 모두 수고 많으십니다 흑흑 오늘은 다들 뭐해? 모두 푹 쉬는 주말이 되길! 이따 잘자고 곧 또 보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