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의 걷는 독서 6.14
더는 늦지 않게 그러나 서둘지 말고 겸허하고 성실하게 나아가게 하소서 - 박노해 ‘때늦은 나이’ Peru, 2010. 사진 박노해 오늘로 내 나이 서른다섯 부러진 칠십이라 하던가 상처만큼 살았고 겪어온 나이 부드럽고 나직한 것이 더 힘차다는 것을 아는 나이 불타는 투혼에 묻혀진 부끄러움을 아는 나이 말 한 마디 글 한 편 결정 하나에 묻고 확인하고 다시 돌아보며 운동한다는 것이 젖먹이 아가를 품은 듯 떨리는 걸음임을 아는 나이 한 시절 모든 것이 선명했던 투쟁 속에서 깨질 것은 깨어지고 무너질 것은 무너져 내려 스스로 창조의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나이 서른다섯 생일날 감옥 독방 찬 바닥에 짬밥을 놓고 사과 한 개 초코파이 한 개 차려놓고 나이만큼 절실한 식사 기도를 드리니 더 겸허하고 성실하게 나아가게 하소서 더는 늦지 않게 그러나 서둘지 말고 새벽 종울림으로 울어 나 흐르게 하소서 - 박노해 ‘때늦은 나이’,『참된 시작』 수록 詩 https://www.facebook.com/parkno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