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y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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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예요

제가 어제 꿈을 꿨었는데요..
그 꿈에서 까만 물체가 저희집 거실을 돌아다니는 거에요.. 처음엔 '도둑인가?' 했죠.. 저는 그 까만 물체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 갑자기 깼는데 꿈이 생생히 기억에 남았는데 꿈인데도 너무 무서운 거에요.. 혼자 있는거 보단 같이 있는게 덜 무서울꺼 같아서 동생 방으로 갔더니 동생이 울고 있길래 왜 울고 있냐고 하니까 무서운 꿈을 꿨다길래 말해 보라고 했는데 저랑 똑같은 꿈을 꾼거에요.. 순간 등에 소름이 쫙 돌면서 너무 무서워서 엄마한테 가서 울면서 얘기하니까 엄마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저랑 동생한테 "얘들아.. 오늘 초롱이가 죽었어.." 그러시는거에요 얼마나 놀랬는지..(초롱이는 저희집 새인데요. 걔가 태어날때 부터 몸이 약해서 자주 아파서 새 중에서도 제일 애지중지하던 애였는데...)
그러면 제가 꿈에서 본 검은 물체는 저승사자였을까요?
gpsy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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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다운타운의 괴인
이거 예전부터 진짜 뭐야 개무서워... 하면서 봤던 소설 심지어 영상으로 한번 더 보고 진짜..... 밤에 산책을 한동안 못했읍니다.. 막 다른 귀신썰처럼 직접적으로 공포를 주진 않지만, 기괴한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오줌줄줄.. 자 Voyou의 공포파티 태그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hj9516 @cndqnr1726 @hy77 @yws2315 @sonyesoer @hyunbbon @KangJina @sksskdi0505 @serlhe @mstmsj @sasunny @glasslake @evatony @mun4370 @lchman @gim070362 @leeyoungjin0212 @youmyoum @jkm84 @HyeonSeoLee @HyunjiKim3296 @226432 @chajiho1234 @jjinisuya @purplelemon @darai54 @vkflrhrhtld @babbu1229 @khkkhj1170 @choeul0829 @gimhanna07 @wjddl1386 @sadyy50 @jeongyeji @kmy8186 @hjoh427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썰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5년 전, 나는 미국 어느 대도시의 다운타운에 살고 있었다. 나는 올빼미족이었지만, 룸메이트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내가 일어날 즈음이면 그 녀석은 잠자리에 들었기에, 한밤 중에는 언제나 혼자 지루한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때울 겸, 기나긴 밤을 밖에 나가 산책하며 보냈다. 이런저런 사색을 하며 밤거리를 걷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4년 가량, 한밤 중 혼자 걸어다니는 걸 습관으로 삼고 있었다. 그 날은 수요일로, 시간은 새벽 1시와 2시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아파트에서 멀리 떨어진 공원 근처를 걷고 있었다. 경찰차의 순찰 경로이기도 해서 별 걱정도 없었더. 특히나 조용한 밤이었다. 차도 별로 없고, 주변에 걷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원 안도 밤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슬슬 집에 돌아갈까 생각하며 걷고 있던 고중, 나는 처음으로 그 남자를 발견했다. 내가 걷는 길 저 멀리, 남자 그림자가 보였다. 남자는 춤을 추고 있었다. 기묘한 춤이었다. 왈츠를 닮은 느낌이었지만, 하나의 움직임을 끝낼 때마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기묘한 움직임이었다. 춤추며 걷고 있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그는 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술이라도 진탕 마셨나?’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능한 한 차도 가까이 붙어서 그 남자가 지나갈만한 공간을 확보했다. 그가 가까워져 올수록, 우아한 움직임이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몹시 키도 크고, 팔다리도 쭉쭉 뻗어 있는 사람이었다. 오래된 느낌의 수트를 입고 있었다. 그는 춤추며 점점 가까이 왔다. 얼굴이 분명히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그의 눈은 크고 흉포하게 열려 있었고,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웃는 채였다. 그 눈과 미소를 본 나는, 그 녀석이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반대편으로 건너갈 마음을 먹었다. 나는 도로를 건너려, 순간 그 남자에게서 눈을 뗐다. 그리고 열심히 걸어가 반대편에 가까스로 도착한 후, 뒤를 돌아보고 멈춰섰다. 그는 반대편 길 한가운데에서 춤을 멈추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한 발로 서 있었다. 그는 나와 평행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눈은 변함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입에는 여전히 기묘한 미소를 띄운채. 나는 완전히 겁에 질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내가 보고 있는 동안에는 그 녀석이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나와 남자 사이 거리가 반 블록 정도 떨어지자, 나는 앞에 장애물 같은 게 없는지 확인하려 잠깐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내 앞에는 차도, 장애물도 전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 잠깐, 나는 안도했다. 하지만 그 감정은 곧 사라졌다. 남자는 내 바로 옆에 와 있었으니까. 반쯤 몸을 구부린채,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어두운 덕에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남자는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내가 남자에게서 눈을 뗐던 건 고작해야 10초 정도였다. 그 사이에 그는 엄청난 속도로, 소리도 없이 내 옆까지 다가온 것이다… 나는 충격을 받아 한동안 가만히 서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다시 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춤을 추는게 아니라, 발가락을 세운 자세로 몹시 과장되게 걸어왔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 살금살금 걷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다만 만화와 다른 게 있다면, 남자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치던, 주머니 속의 방범 스프레이를 꺼내던, 휴대폰으로 신고라도 하던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웃는 얼굴의 남자가 소리없이 다가오는 사이, 나는 완전히 얼어붙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나와 차 한 대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그는 아직 웃고 있었다. 눈은 변함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나는 어떻게든 소리를 지르려 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그대로 말할 요량이었다. 화를 내며 “무슨 짓이야!!”라고 회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입에서 나온건 “무슨….”하는 울음소리 같은 것 뿐이었다. 공포의 냄새라는 걸 맡을 수 있는 걸까? 과연 어떨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공포라는 건, 들을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그 때 느꼈다. 내가 낸 소리는 공포라는 감정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걸 스스로 들으면서, 나는 더욱 겁에 질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내 소리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그저 우뚝 서 있었다. 웃는 얼굴 그대로. 영원한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지나고, 그는 휙 몸을 돌렸다. 무척 천천히, 또 춤추며 걸어간다.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 이제 두 번 다시 그에게 등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떠나가는 그를 그저 바라봤다. 남자의 그림자가 점점 작아져,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바라볼 작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를 눈치챘다. 남자의 그림자가 작아지질 않는다. 그리고 춤도 멈췄다. 공포와 혼란 속에서, 나는 남자의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내게 돌아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춤을 추는 것도, 발가락을 세워 걷는 것도 아니었다. 달려오고 있었다. 나도 남자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더 밝고, 차도 드문드문 보이는 도로로 나왔다. 도망치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없었다. 그리고 집까지 이어진 나머지 길을, 언제 그 웃는 얼굴이 튀어나올까 벌벌 떨며 걸었다. 항상 어깨 너머, 뒤를 바라보며. 결국 그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 날 밤 이후로도 6개월 가량 더 그 도시에서 살았지만, 밤에 산책을 나가는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 그 얼굴에는 무언가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는 취한 것도, 약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완전히 미친 것처럼 보였을 뿐. 그리고 그건, 차마 볼 수 없는,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었다. 출처 : 레딧 외국 유튜버가 만든 짧은 영상.ver 왜 미리보기가 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쨌든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봐보세요 괴인의 비주얼이 뭔가 마스크의 짐캐리같이 표현되서 무섭지는 않아요! 그냥 분위기가 좀 무서울뿐.... https://www.youtube.com/watch?v=_u6Tt3PqIfQ
펌) "조용히 해. 얼른 잠자리에 들어."
또 한 주가 시작되네요.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고 계신가요? 날이 많이 따뜻해지고 집에만 있는게 힘들었는지 주말마다 많은 분들이 쏟아져 나오시는데.. 나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집에서 빙글합시다 ㅠ 자 Voyou의 공포파티 태그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hj9516 @cndqnr1726 @hy77 @yws2315 @sonyesoer @hyunbbon @KangJina @sksskdi0505 @serlhe @mstmsj @sasunny @glasslake @evatony @mun4370 @lchman @gim070362 @leeyoungjin0212 @youmyoum @jkm84 @HyeonSeoLee @HyunjiKim3296 @226432 @chajiho1234 @jjinisuya @purplelemon @darai54 @vkflrhrhtld @babbu1229 @khkkhj1170 @choeul0829 @gimhanna07 @wjddl1386 @sadyy50 @jeongyeji @kmy8186 @hjoh427 @leeyr0927 @terin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썰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전 위스콘신주에 위치하는 셰보이건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여러분이 이 근처에서 살지않았던 이상 아마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으시겠죠. 심지어 위스콘신주의 대도시(메디슨, 밀워키)에 사는 사람들도 이 동네가 존재하는지 잘 모릅니다. 위스콘신주는 보통 치즈, 우유, 그리고 맥주에 대한 애정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물론 지나치게 많은 정신병원들과 연쇄살인범들로도 말이죠. 에디 게인1과 제프리 다머2가 저희 주 출신입니다. 여러분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어두운 사람들일수도 있기에 설명하자면, 이 두명은 아주 악명높은 미국의 연쇄살인범들입니다. 날씨가 스산해서 그런건지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저희 주에선 이런 광기가 꽤 나오는것 같습니다. 셰보이건 또한 이런 광기에 면역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희 동네 고속도로 근처에는 이런 버려진 오래된 정신병동이 있는데 말이죠. 이것이 오래된 우편엽서에 나온 이 병동의 사진입니다. 지역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병동은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가둬놓았던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바로 이 장소가 밀크 화이트 전설이 나온 곳이죠. 밀크 화이트는 이 정신병동의 환자였을것이라 추정됩니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그의 어머니는 수감자중 한명이었습니다. 아무도 그를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기에, 그는 그냥 병동내를 기어다녔고 음식 찌꺼기를 먹었습니다. 물론 같이 놀 또래의 친구들도 그곳에는 없었죠. 또한 그는 알비노였고, 어떠한 형태의 불빛이든 그의 피부에 끔찍한 화상을 입혔기에 햇빛이 떠있을동안에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밀크 화이트는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광기를 배우면서 자랐고, 사람들과의 교제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리고 이 광기가 그를 사람으로부터 악마로 바꾸었던거죠. 이야기는 그가 어느날 정신병동을 들어가고 나갈수 있는 출구를 발견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는 도시로 가면 친구들을 찾을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깨어있는 사람을 찾기 위하여 모든 집의 창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만약 깨어있는 아이를 발견한다면, 그들을 데려갈려고 했죠. 물론 아이들은 시끄러웠기 때문에, 살아서 데려가지 않고 그의 큰 이빨을 사용해서 목을 부러뜨렸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시체를 정신병동 지하실에 쌓아놓고, 방안 가득 친구들이 있는 마냥 행동했습니다. 이 죽음의 밤동안, 그는 시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죠. 이 정신병동은 오래전에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밀크 화이트는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밀크 화이트는 아직도 버려진 건물에서 살고있고, 어두워진 후에도 깨어있는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하여 밤마다 건물밖으로 나온다고 말하고는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냥 도시전설로만 일컫어졌지만, 전 어렸을 적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예전 놀이터에서 우리들이 종종 부르던 짧고 이상한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조용히해. 얼른 잠자리에 들어. 그렇지 않을거면, 밀크 화이트를 조심해. 그는 호들갑을 떨지않아, 그는 싸우지도 않아. 그는 널 한입에 죽여버리고 말거야.'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재우기 위하여 이 이야기를 사용해 겁을 주었습니다. 이야기는 정말 효과적이었어요. 적어도 저한테는 말이죠. 전 이 이야기를 중학교에 들어갈때까지 완벽히 믿고있었습니다. 아마 그때가 새로운 아이가 우리 동네로 전학왔었을때일겁니다. 그 애는 뉴욕에서 왔었기에, 우리 모두 그 애가 우리들보다 훨씬 세련되고 멋질거라 생각했죠. 그애의 이름은 지미였습니다. 지미는 뉴욕식 발음 뿐만아니라 모든걸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일년내내 컨버스 단화와 가죽 자켓을 입고 다녔습니다. 심지어 한겨울에도 말이죠. 그 앤 단 한번도 자기가 얼마나 셰보이건에 있는걸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걸 멈춘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와 내 친구 한스는 지미와는 좀 불편한 친구사이가 되었습니다. 한스는 열입곱살이었지만 중학교에 들어올만큼 멍청했습니다. 그는 우리들에 비해서 훨씬 덩치가 컸죠. 우리가 친구가 된지는 꽤 되었습니다. 사실 전 그의 남동생인 피터와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지만요. 하지만 피터가 일곱살때 캠핑여행 도중 실종된이후로, 한스와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우린 같이 놀러다니기도 하고, 비디오 게임도 하고, 아무것도 안하면서 시간을 때우기도 하였습니다. 한스는 그리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꽤 오랫동안 유급을 했죠) 착한 애였습니다. 그래서 전 한스와 친구인게 꽤나 맘에 들었습니다. 저는 그냥 전형적인 12살짜리애였어요. 빼빼 말라가지고는 멋있고 세련되보일려고 했죠. 전 딱히 특출나게 특별나지는 않았지만, 뭐 착한 아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지미는 자신감으로 똘똘뭉친 애였습니다. 곧잘 여자애들한테도 말도 잘걸고, 문제에 빠져도 쉽게 해결했죠. 또 자기는 모든걸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신병동을 살펴보자는건 지미의 생각이었어요. 전 그때 지미가 눈에 질려서, 뭔가 자극적이고 흥미로운걸 하고 싶었던걸로 생각합니다. 그때 전 밀크 화이트에 대해서 얘기를 했죠. "완전 구닥다리 허튼소리하고있네. 완전 어린애이야기구만. 니네 이걸 진짜로 믿냐?"" 전 멍청하게 고개를 젓는 한스를 바라보았습니다. 한스는 친구가 생긴것에 대해 꽤 행복했기에, 지미나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수 있었을것 같았습니다. 전 두려웠지만, 어쩔수 없이 같이 고개를 내젓고 말았죠. 지미는 우리들이 그날 밤, 그 정신병동에 갈거라고 결정했습니다. 지미는 밀크 화이트에 대해 놀리면서, 그는 그냥 유령이야기를 위해서 만들어진 보잘것없는 핑계거리라고 말하였습니다. 한스와 저는 지미가 우리 어린시절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괴물을 놀리는것을 보고 공포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저흰 침착해보이려고 했죠. 우린 자정즈음에 몰래 집에서 빠져나와 다리위에서 만났습니다. 전 일곱겹정도 옷을 둘둘 말아서 왔고, 지미는 항상 하던것처럼 가죽자켓을 입고 왔었죠. 지미가 길을 앞장섰고, 우리는 눈 사이를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버려진 건물로 향했습니다. 한때는 꽤나 인상적인 건물이었겠지만, 지금은 다 허물어지고 낡아보였습니다. 그렇게 걸어가던 중, 한스가 제 팔을 잡고 바닥을 가리켰습니다. 바닥에는 눈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있었습니다. 그 발자국들은 성인 크기의 거대한 발자국이었고 마치 맨발이었던것처럼 그곳엔 발가락 자국이 나있었습니다. 이 발자국들에 대하여 지미한테 보여줄지 말지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어짜피 지미는 비웃음을 칠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한스에게 어깨를 으쓱하고 "얼른가자"라고 말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린 내리던 눈들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정신병동에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지미는 문을 열어보려고 애썼지만, 문을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발로도 차보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죠. 한스는 떨고 있었습니다. "어... 아무래도..우리 못들어갈것 같은데.." 지미는 웃으면서 한스한테 말했습니다. "어휴 이 겁쟁이 찌질이새끼가. 아직 우리 뭐 해보지도 않았거든." 지미는 한스한테 항상 말을 험하게 굴었습니다. 저랑 한스는 착한 중서부 남자아이들이어서 절대로 욕은 안했습니다. 하지만 지미는 우리랑은 완전 달랐죠. 지미는 판자로 막힌 창문쪽으로 갔습니다. 충분히 창문에 판자가 낮게 막혀있어서 자기손을 지레로 이용하려고 지미는 판자밑에 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거칠게 판자를 휙 잡아당기면서 판자를 뜯어냈습니다. 우린 안쪽에 유리가 없다는걸 볼수 있었습니다. 지미는 "아하!"소리를 내면서 다른쪽 판자를 뜯어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쫄보들아, 안올거냐?" 지미는 창문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저와 한스는 서로를 불안하게 쳐다봤습니다. 만약 우리가 들어간다면, 우리가 유치원때부터 두려워했던 그 것이랑 마주치게 될테니까요. 하지만 만약 우리가 안들어간다면, 우린 지미와의 우정도 잃고 평판도 산산조각이 날게 뻔했습니다. 결국 전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창문 안으로 몸을 끌어올렸습니다. 전 부서진 널빤지 더미위로 떨어졌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확실히 이곳에 들어오려 했었던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널빤지가 사방에 널려있었거든요. 지미는 다리를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아 시발, 나 베인거같은데." 그의 청바지엔 깊은 상처가 나있었습니다. 전 일어서서 먼지를 털어냈습니다. 한스도 큰 쿵 소리와 함께 창문을 통해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그는 꽥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손을 붙잡았습니다. 그의 손바닥에는 못이 박혀있었습니다. 지미는 한스한테 가 못을 확 잡아 당겼습니다. 한스의 뺨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지미는 눈을 굴려대며 말했습니다. "존나 등치만 산만한 애새끼구만. 안그러냐? 존나 귀신이나 조금 피흘린거 가지고 무서워하고." 지미는 우리한테서 등을 돌린채 복도쪽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우리 모두 손전등을 가져오는걸 미리 생각했었지만, 별로 큰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복도는 완전한 어두움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균형을 잡기위해 벽에 손을 짚고 걸어갔습니다. 가던 도중 우린 뒤에서 찍하는 소리를 듣자 전 깜짝 놀라 뒤집어졌습니다. 지미는 그냥 웃으며 "이젠 쥐새끼도 무서워하냐 겁쟁이 새끼야?"라고 말했죠. 정신병원을 탐험하는동안 전 거의 숨도 쉴수 없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습니다. 미지의 영역이었다고요. 우린 빈 휠체어와 섬뜩해 보이는 철제 아기침대를 발견했습니다. 손전등으로 어둠속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탐험한지 한시간 정도 지나서야 제 심장고동이 느려지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지미 말이 맞았어요. 밀크 화이트는 단지 애들을 겁주기 위한 이야기일뿐이었던거죠. 지하실로 가는 문을 찾아낸건 한스였습니다. 한스는 손전등으로 그 곳을 가리켰어요. 지미는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문은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습니다. 문을 내려차보려고 했지만 지미는 바로전에 발목을 다쳤기에 할수 없었습니다. 전 그냥 조용히 서있었죠. 지미는 한스의 얼굴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말했습니다. "야 너 뚱땡이, 문을 발로차. 이 밑에 뭐가있는지 봐야겠어." 한스는 벌벌 떨기 시작하면서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지미는 그런 한스를 밀어제꼈습니다. "빨리하라고, 멍청한 뚱땡이새끼야. 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라고 애새끼가." 한스는 곤란해하며 아래를 바라보았습니다. 전 걔네들한테 다가가면서 "우리 그냥 가야될것같은데." 라고 말했습니다. 지미는 그런 절 보고 비웃었습니다. "아니면 너가 하-" 그 순간 우리는 들려오는 소리에 멈췄습니다. 그것은 발자국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지하실에 있는 계단으로부터 올라오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난 입을 벌린채 제자리에 굳어있는 지미를 쳐다보았습니다. 발소리는 매우 컸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금속을 가죽으로 철썩철썩 치는 소리같았습니다. "불 꺼, 당장!" 지미가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손전등 불을 끄고, 벽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한스는 굉장히 심하게 떨고 있었습니다. 전 한스가 바지에 오줌을 지린걸 알수있었죠. 지미는 조용히 속삭이며 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발자국 소리는 바로 우리옆으로 올때까지 계속 울렸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손잡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철저한 어둠속이었기에, 우린 아무것도 볼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할수 있는거라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 때 우린 목소리를 들을수있었습니다. 낮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였지만 비이성적으로 높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조용히해... 얼른 잠자리에 들어....." 지미의 몸은 벌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전 그의 몸에서 공포가 뿜어져 나오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의 턱은 앙다물어졌고, 그의 이는 끔찍한 으드득으드득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는 계속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조심해.... 밀크 화이트를...조심해.." 그리고 전 덜덜 떨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엄지가 미끄러져 손전등의 불을 켰기 때문입니다. 그 짧은 찰나에 빛은 복도를 비추었고 저흰 목소리의 정체를 볼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숨이 턱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겨우 우리와 2피트 남짓 떨어져있었습니다. 한때 그것은 사람이었겠지만 지금은 전갈의 모습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벌거벗은채로 마치 벌레처럼 발을 쭉하고 벌리고 서있었습니다. 그것의 머리는 뒤로 꺾여 마치 독을 내뿜을것 같았습니다. 그의 발톱과 손톱은 너무나도 자란 나머지 피부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이빨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이빨들은 제대로 고개를 들수없을 만큼 너무 무거워서 늘어진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피부는.... 새하얗지 않았습니다. 노래가사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것의 피부는 붉게 물들어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한발짝 다가와 속삭였습니다. "널 한입에 죽여버리고 말거야." 그리고 그 때, 한스가 제 머리를 손전등으로 후려쳤습니다. . .. ... .... 전 정신병동 바닥에서 깨어났습니다. 하늘에서는 햇빛이 아주 약간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머리는 웅웅 울려댔고 일어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무래도 밤중에 동상에 걸린듯하였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에선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전 주위를 둘러보고 지미가 제근처에 기절한채 쓰러져있는걸 발견했습니다. 지미의 관자놀이에는 커다란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전 지미를 깨우려고 했었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않았습니다. 어떻게 했던건진 알수없지만, 전 어떻게든 일어서서 지미를 창문밖으로 끌어냈습니다. 그를 어깨 너머에 걸쳐 데려갈 힘은 없었기에 그를 눈속에서 질질 끌고다닐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약한 신음소리를 냈지만, 깨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전 고속도로를 따라 겨우 근처 술집까지 도착할수 있었습니다. 아직 문은 열려있지 않았지만, 전 손에 피가 날정도로 문을 두들기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술집 주인은 마침내 소리를 확인하러 나와 저희를 발견하고는 들여보내 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확실히 저희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것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경찰과 저희 부모님을 불렀습니다. 곧 이어 저는 담요에 둘러쌓였고, 몸이 서서히 따뜻해지는것을 느꼈습니다. 지미도 결국 병원에서 약간의 기억상실과 함께 깨어났습니다. 전 경찰들에게 제 이야기를 말했고, 그들은 정신병동 전체를 수색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미가 흘렸던 피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폭행이나 사건의 흔적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한스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알수 없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두 명의 아들을 잃고 만것이니까요. 지미는 그날밤의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뭐 최소한 그는 그렇게 얘기했었죠. 제 부모님은 저를 심리학자한테 데려갔습니다. 저보고 이 모든건 제 마음속에서 만들어낸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녀가 말하길 한스가 지미와 저한테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저는 그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것 같다고 했습니다. 뭐 어쨌든 한스는 저희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우리보다 덩치가 컸습니다. 그리고 너무 갑자기 그는 마을에서 사라졌죠. 이걸 보고 그녀는 저희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측했습니다. 제가 밀크 화이트의 이미지를 본건 제가 어린시절 밀크화이트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요. 저에게 있어선 이렇게 생각하는것이 진실을 받아들이는것보단 훨씬 쉬웠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도 전 매일 어두워지기전에 잠에 듭니다. 그리고 다시는 셰보이건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제 부모님은 항상 집에 들리라고 보채시지만 전 항상 거절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이유가 한스가 저한테 한 일때문이라 생각하시죠. 하지만 전 제가 무엇을 본지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한스가 저를 기절시키기 위해서 절 다치게 한 사실 또한 알고 있고요. 그는 알고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잠에 들었을때 밀크 화이트가 잡아갈수 없다는 사실을요. 출처: 괴담의 끄트머리
드럼통 귀신 1
안녕하세요! optimic입니다! -------------------------- 오늘은 간만에 군대 실화로 가져와 봤습니다! 그냥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라 별로 무섭지는 않을 거에요! 재밌게 읽어 주세요! 항상 제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많은 각색과 양념이 들어갔다는 점! 알아주세요! -------------------------- 지난 번부터 쭉 내 글을 봐 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화천의 모 부대에서 군 생활을 보냈다. 국내 유일 경례 구호가 세 글자인 그 곳. 살면서 '이기자' 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그 곳... 그 부대 중에서도, 우리 부대는 구석에 덩그러니 대대 하나만 있는, 어찌 보면 독립되어 하나의 단체를 이루고 있는 대대였다. 우리 대대 안에는 이름 모를 무덤이 하나 있었다. 누가 와서 벌초를 해 주지도 않고, 흔한 비석도 하나 없는. 대대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덤이었기에, 대대에서 진지공사 및 제초작업을 할 때 병사들이나 간부들이 가서 벌초를 해주곤 하는 무덤이었다. 궁금증이 도진 우리는 간부들이나 누군가에게 이 무덤의 주인이나 사연에 대해 물어보곤 했는데. -아 저 무덤? 주인 있어. 예전에 우리 대대가 만들어질 때 사유지였는데, 거기서 미처 이장을 못 해서 남아있는 거야. 가족들도 와서 성묘도 하고 그래. 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우리는 그게 거짓말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군생활 내내 밤낮으로 위병소에서 근무를 서는 동안, 명절에도 단 한 번도 가족들이 성묘를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는 저 무덤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 훈련받다가 죽은 병사 혹은 간부 아닐까? - 븅신아. 가족들이 다 수습해 가겠지. - 아니, 고아였을 수도 있잖아. - 고아여도 군대에서 죽으면 현충원 간다던데? 국가 유공자. - 아 그래? 아 그럼 뭐지 진짜? - 혹시 막 누가 살인하고 몰래 묻은 거 아냐? - 에이. 군대에서 누가 살인을 해. 해도 걸렸겠지. 븅신이냐? - 말이 심하네... 실없는 소리와 함께 그 무덤은 우리에게서 잊혀져갔고, 대대 내에서 하는 훈련 집중 주가 다가왔다. 화기를 다루던 우리 중대는 대대 안에서 훈련을 하게 됐고, 다른 중대원들은 전부 대대 주변 산으로 훈련을 나갔다. 늘 그렇듯, 우리는 커다란 박격포를 짊어지고 대대 구석으로 향했고, 지정된 위치에 포를 설치했다. 어느 정도 다른 대대원들이 저 멀리 산으로 사라지고, 커다란 대대에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정도 날이 추워지고 스산한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들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을 무렵. -퉁....둥...둥...-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뭔가 북 같은 걸 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뭔 소리야? -어떤 소리 말씀이십니까? 내 옆에 있던 준서가 내게 물었다. -방금 뭔 소리 안들렸냐? -못 들었습니다. -개 단호하네. 너무한 거 아니냐? -강병장님이 말씀하시면 무서워서 그냥 안듣고 싶습니다. -아냐. 들어. 안 들을 거면 포 청소 다 니가 해. -.... 그렇게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그 때. -퉁.... 둥... 둥...-- -야. 들었지. 이번엔 진짜 확실히 들었지. -드...들었습니다... 근데 이거 그냥 뭐 부딪히는 소리 아님까? -약간 드럼통 같은 거에 뭐가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하다... 무섭다기보단 뭔가 흥미거리였다. 졸음과 추위를 견디며 무작정 앉아서 대기만 해야하는 우리에게, 불규칙적으로 울리는 그 소리는 온갖 상상을 하게 해 주었고, 우리는 결국 산짐승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채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직후 우리가 훈련을 했던 그 장소 옆에 무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지만, 우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얼마 후. 당직을 서고 있던 내게 탄약고 근무자들이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 아이고 고생하십니다. - 아이고 이 새벽까지 고생 많으십니다. - 특이사항이나 보고할 건? - 아, 강뱀.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 뭔 소리가 나? - 막 자꾸 퉁퉁퉁 하는 소리가 납니다. 뭔가를 막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한데... - ...드럼통? - 맞다! 딱 그겁니다. 드럼통 두드리는 소리.. - 진짜 어디 덫에 걸린 동물이라도 있나?? - 아님 막 간첩들이 지들끼리 신호라도 보내는 거 아님까? - 말년에 간첩이라고...? 그 날 새벽, 위병소 근무를 마치고 온 후임들마저 퉁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내게 보고했고, 퉁-퉁-거리는 소리를 내는, 일명 '드럼통 귀신' 은 온 중대에 퍼져나갔고, 며칠 뒤, 당직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퇴근 준비를 한 중대장이 다가왔다. - 너 오늘 새벽에 탄약고, 위병소 쭉 한바퀴 돌고 와라. - 잘모싼?(잘못들었습니다의 병장 버전) - 드럼통 귀신인지 지랄인지, 뭔 군인들이 통통거리는 소리를 듣고 벌벌 떨어. 니가 가서 싹 확인하고, 원인이 뭔지 알아 와. - 아....알게씀다... 그렇게 중대장은 내게 똥을 투척하고 퇴근을 했고, 그렇게 새벽이 다가왔다. 나는 한껏 무거워진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밖으로 나왔다.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간에 초겨울 산길을 순찰한다는 건 썩 즐거운 일은 아니였다. 그렇게 손전등 하나를 손에 쥔 채, 칠흑같은 어둠을 겨우 걷어내며 탄약고로 가는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 퉁--- 아주 작게 또 누군가가 드럼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애써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서서히 올라갔다. - 퉁---퉁---퉁 조금 더 커진 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온 중대가 들은 이 소리는 대체 무엇일까. 정말 간첩인가, 아니면 동물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로 뒤엉킨 머리를 들고 나는 앞으로 발을 움직였다. --------------------------------- 분량조절 실패로 2화로 이어집니다!
펌) 탈출
여러분 오랜만에 외쳐보네요 !스!압!주!의! 벌써 12년 전에 작성된 올드스쿨 공포소설입니다ㅇㅇ 읽다보면 개빡침 주의~~~~ 자 Voyou의 공포파티 태그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hj9516 @cndqnr1726 @hy77 @yws2315 @sonyesoer @hyunbbon @KangJina @sksskdi0505 @serlhe @mstmsj @sasunny @glasslake @evatony @mun4370 @lchman @gim070362 @leeyoungjin0212 @youmyoum @jkm84 @HyeonSeoLee @HyunjiKim3296 @226432 @chajiho1234 @jjinisuya @purplelemon @darai54 @vkflrhrhtld @babbu1229 @khkkhj1170 @choeul0829 @gimhanna07 @wjddl1386 @sadyy50 @jeongyeji @kmy8186 @hjoh427 @leeyr0927 @terin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썰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1. 액운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재수없는 일들이 고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그런 날 말이다. 종국에 가서는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운수 더러운 날. 왜 액운이 끼였다고 표현하는 그런 날 있지 않은가. 형순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남편은 아침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보나마나 동호회 사람들과 등산을 갔을 테지만, 일언반구도 없이 사라진 남편에 대해 형순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다신을 깨우지 않으려고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제라도 자신에게 말했어야 했다. 이건 기본적인 예의 문제였다.비단 오늘만이 아니라 매사가 그런 식이었다. 사랑니 때문에 며칠 동안이나 치과치료를 받았어도 전혀 내색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형순이 카드 명세서를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남편은 놀랄 정도로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게 뭐 대수라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몸에 깊이 베인 습관이었다. 부부라면 소소한 것마저도 공유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형순에게 남편의 행동들은 짜증을 넘어서 스트레스로까지 다가왔다. 형순은 소파에 앉아서 티비도 켜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겼다.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생각하면 할수록 심각한 결론으로 치달았다. “엄마, 왜 그러고 앉아 있어” 딸 영미가 부스스한 머리로 거실로 나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형순이 영미를 쳐다봤다. 입덧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이의 가슴이 불룩하다. 잠옷을 입었지만 드러난 굴곡들로 인해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젖먹이 꼬마는 없었다. “배고프지?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부추전 먹고 싶어” 영미가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그 부추전이었다. 형순은 기분전환도 할 겸 외출을 하기로 결심했다. 영미의 손을 잡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자 빽빽하게 들어찬 차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주차장 전체가 만원이었다. 차에 다가갈수록 형순의 가슴속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자신이 주차해 놓은 쪽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씨발, 어떤 새끼인지 잡히기만 해봐라” “내부사람 짓이예요, CCTV 화면에 안 잡히는 차들만 골랐어요” “저기.. 무슨 일이시죠?” 형순이 다가가자 욕설을 하던 남성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기 보세요, 어떤 후레자식이 싹 다 긁고 갔어요” 일렬로 늘어선 차들에 하나가티 굵은 줄이 그여 있었다. 뒤 트렁크부터 범퍼까지 날카로운 뭔가가 모조리 훑고 지나간 상태였다. “아..” 자신의 경차도 그 속에 포함된 것을 확인하자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잔뜩 굳은 표정으로 주차장을 빠져 나가자, 저만치 순찰차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였다. 범인을 찾아내서 변상을 받을 거라는 희망은 가지지 않았다. 혼자였으면 못하는 욕이라도 내뱉었겠지만 영미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형미는 부동산에 잠깐 들른 다음에 마트로 갔다. 부동산에선 여전히 소식이 없었고, 마트의 물가는 삼일 전에 비해서 또 올라있었다. 오천 원이면 충분하리라 여겼던 부추와 홍합의 가격이 팔천 원 가까이 육박하자 형순의 앙다문 입에서 옅은 신음소리가 삐져나왔다. “아줌마, 계산 안 하실거예요?” 펑퍼짐한 몸매에 뿔테 안경을 걸친 점원이 신경질적으로 재촉했다. “잠깐만요, 동전 좀 찾구요” 형순은 걸치고 있던 가디건까지 벗고서 동전을 찾았지만 애초에 존재여부가 불투명했던 동전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다. “거 좀 빨리빨리 합시다” 형순의 뒤로 어느새 서너명의 사람들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도대체 지갑을 왜 안 가져 왔을까. 평소 충동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만 들고 다니는 형순이었지만, 어느덧 그런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저 지갑을 가져오지 않은 자신에게 화가 났을 뿐이다. 결국 포장된 비닐을 뜯어 내용물을 덜어내고 나서야 간신히 가격에 맞출 수 있었다. “현금영수증 할게요” “뭐라고요?” “현금영수증 한다고요” 점원의 말투에서 묘한 불쾌감이 전해져왔다. “미리 말씀하셨어야죠, 이러네 처음 와 보셨어요?” 형순이 뭐라고 한마디 하려 하자 점워니 귀찮다는 긋이 손을 내저었다. “알았으니까, 거기 번호 누르세요” “이봐요! 당신..” “아 그냥 닥치고 빨리 좀 갑시다” 형순의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형순이 돌아보자 어느새 십여명으로 불어난 사람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피카츄 빵을 손에 든 꼬마애 까지도 자신을 원망하듯 쳐다보자 맥이 탁 풀렸다. ‘돼지 같은 년이…’ 집으로 오는 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부동산만 아니면 가지 않았을 곳이었다. 점원의 눈알을 세 번째로 뺐다가 끼웠을 때 형순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설 수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영미에게선 아까부터 싸늘한 침묵만이 풍겨져 나왔다. 자신이 창피했을 것이다. 딸의 입장이 이해는 가면서도 못내 섭섭했다. “쿵” 순간 육중한 충격에 형순의 고개가 속절없이 젖혀졌다. 놀란 영미의 눈동자가 형순을 향한다. 정말 오늘 무슨 날인가보다. 형순이 재빨리 앞쪽을 쳐다봤지만 다행스럽게도 차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자신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백미러에 궁시렁 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사내 하나가 비쳤다. “아줌마 내려 봐요” 단정히 깎은 스포츠머리에 갈색 정장을 차려 입은 사내였다. 40대 초반인 형순 보다는 어려 보였지만, 그리 차이가 날 터울은 아니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말할게요, 아줌마가 사과하시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보험회사 부르면 되니까요” 사내의 말에 형순의 뱃속에서 뜨끈한 뭔가가 울컥 솟구쳤다. “그쪽이 제 차에 박았잖아요, 지금 누구더러 사과 하라는 거죠?” 감정이 격양된 듯 커다란 소리가 튀어 나왔다. “제 말을 못 알아 들었군요, 전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사과를 요구하는 겁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불현듯 사내의 전두엽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사과를 해야지 내가 왜 하냐구요!” “아줌마, 시비 그만 거시고...” “지금 누가 시비를 거는데요, 그쪽이야말로 헛소리 그만하시고 전화번호나 주시죠” 두 사람 근처로 어느새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대부분 눈에 익은 얼굴들이었고, 몇몇은 같은 동에 사는 이웃이기도 했다. 형순의 시선에 자주색 주름치마를 입은 여성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옆집 사는 경주 엄마였다. 떨떠름한 느낌과 함께 눈앞의 사내에 대한 적개심이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전화번호 줄게요..” 사내의 얄팍한 입술이 살짝 실룩 거렸다. “아줌마가 사과하면요” “아저씨 정신 나갔어? 우리 엄마가 왜 사과를 해야 되는 건데? 아저씨가 멀쩡히 있는 우리 차에 냅다 들이 박았잖아! 아저씨 치매야? 방금 전 일도 기억 안나나 보지?” 형순의 머릿속이 분노로 새하얗게 변해있는 사이 영미가 사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사내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눈꺼풀이 반이나 덮여 내리자, 얇게 변한 눈 속에서 사나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가만히 있어, 어른들 일에 나서는 거 아냐” 형순의 영미를 나무랐지만, 내심 통쾌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해봐”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서 영미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 오면 겁낼 줄 알아요? 정신병원이나 가보…컥” 사내가 순식간에 영미의 목을 움켜쥐었다. 부드러운 안무라도 추는 것처럼 그의 손이 재킷을 쓰다듬자 잭나이프 한 자루가 어느새 손에 들려 있었다. “아악! 영미야, 오 맙소사. 무슨 짓이야 미친놈아!” “꺽...억..” 사내의 억센 손줄기에 영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영미가 반사적으로 사내의 손을 쥐어뜯었지만, 그것은 요지부동 이었다. 형순이 사내에게 달려들어 미친 듯이 팔에 매달렸다. “철컥” 어느새 튀어나온 잭나이프의 칼날이 형순의 턱밑으로 파고들었다. 사내는 영미를 아무렇게나 밀어버리고선 남은 손으로 형순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아악” 두피가죽이 생으로 뜯기는 듯한 고통에 형순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단순한 접촉사고로 생각했는데, 칼이 튀어 나오고 비명이 터지자 모두가 꼼짝도 않은 채 사내를 지켜봤다. “잘 들어, 예전 같았으면 면상에 그림이라도 하나 그려 줬을 거야” 목에 닿아 있는 칼날에서 차가움 이상의 한기가 느껴졌다. 머리채를 붙들린 형순의 눈에 잔기침을 해대는 영미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사과는 필요 없어, 그렇다고 변상을 안 하겠다는 말은 아냐. 그냥 좆같은 년들 만났다고 넘길 테니까 더 이상 엉겨 붙지마” 형순이 칼날을 피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기 아줌씨들!” 사내의 잭나이프가 하얗게 질려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얼굴 모조리 외우고 있으니까, 혓바닥 함부로 놀리면...” 사내가 칼을 들어 자신의 목을 가로로 긋는 시늉을 했다. “장담하건대 편하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내 기억력을 시험하고 싶다면 한 번 해봐” 사내가 형순을 놓자, 뽑혀나간 머리카락들이 꽃잎처럼 흘러 내렸다. 고통에 비해서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형순은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멍하니 주워들었다. 사내가 떠나고 난 뒤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테지만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았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한 것 같은데 꿈속을 헤매는 듯이 몽롱했다. 형순이 정신을 차린 것은 저녁에 남편이 돌아오고 나서였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왜 그래?” 등산복 차림의 상준이 의아한 눈빛으로 형순을 바라보자 그만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했다. 오전까지 가졌던 남편에 대한 원망은 봄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형순이 자신을 부둥켜안고 서럽게 울자 상준은 당혹해 하면서도 형순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한참을 울던 형순이 입을 열었다. 주차장사건부터 해서 마트, 그리고 칼로 협박하던 사내까지 남김없이 털어 놓았다. 얘기를 듣는 도중에 남편의 표정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사내가 영미의 목을 조르던 부분에서는 굵은 눈썹이 위아래로 크게 꿈틀거렸다. "영미는 어딨어?" "방에 있을 거야..." 남편이 벌떡 일어섰다. 영미의 방에 들어간 남편이 일분도 되지 않아 다시 거실로 나왔다. “전화번호 받은 거 이리 줘봐” 남편도 영미의 목에 남겨진 손자국을 보았을 것이다.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뱀처럼 영미의 목을 휘감고 있었다. 붉게 물든 손가락 하나하나에 사내의 더러운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근데 신고하면 죽여 버린다고...” “영미 상태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뭐?” “얼마나 악질적인 놈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넘어가면 안돼, 당신이나 나나 영미 부모 노릇 계속 하고 싶으면 반드시 신고해야 돼” “당신이 못 봐서 그래, 사람들 없었으면 진짜 찔렸을 수도 있단 말이야”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형순은 불안해하면서도 사내가 내던지고 간 명함을 건네주었다. “천도 캐피탈... 상무 박용식?” 상준은 곧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준의 모습에 형순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형순이 본 사내는 결코 허튼 소리를 할 인물이 아니었다. 애당초 신고 따위가 겁났다면 결코 칼을 꺼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화를 하는 상준을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충격에 빠져 있을 영미를 떠올리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상준이 한참 만에 통화를 끝내고 형순에게 고개를 돌렸다. “동호회에서 알게 된 형사가 하나 있는데, 전화해 보니까 걱정하지 말래” “걱정하지 말라고?” “응, 양아치 같은 놈들이 그냥 겁주는 거래.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런 일이 벌어지나봐” ‘정말 그랬으면 좋으련만’ 상준은 형사의 말에 심히 안심하는 눈치였지만, 형순은 그렇지 못했다. 까닭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다. 사내의 가늘게 희뜬 두 눈이 형순의 전신을 훑는 듯 했다. 다음날 형사가 초인종을 누른 시각은 점심도 먹지 않은 오전이었다. 남편은 출근했지만, 영미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방문 앞에서 한참을 실랑이 할때 형사가 찾아 온 것이다. 형사는 건장한 체격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닌 호남형 이었다. 자신을 한지욱으로 소개한 형사는 뜨거운 커피를 서너 모금 만에 비워버리곤 수첩을 꺼내들었다. “칼로 협박하고 따님의 목을 졸랐다 이거죠?” “네” “거기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협박하구요” “네, 맞아요” “전형적인 동네 건달입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진짜 프로들은 그런 식으로 겁을 주진 않거든요” “진짜 프로들요?” “프로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냥 또라이라고 보시면 돼요. 왜 앞뒤 안가리고 덤벼드는 무식한 놈들 있잖습니까” “정말 그럴까요?” “네, 저만 믿으세요. 그냥 기다리고 계시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참 명함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 여기 있어요! 명함” 형사는 명함을 잠시 훑어 본 뒤 형순에게 입을 열었다. “따님은 학교에 갔죠?” 형순이 고개를 저었다. “창피하다고 방에서 안 나오네요, 학교에 말해놓긴 했는데 걱정입니다” “제가 잠시 따님을 봐도 될까요?” “영미를요? 아, 잠시만요” 형순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영미의 방문이 삐그덕 열렸다. 폴라티로 목 전체를 꼼꼼히 감싼 영미가 쭈삣 쭈삣 거실로 나왔다. 형사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 것은 삼일이나 지난 후였다. 손자국이 눈에 띄게 희미해지자 영미는 학교에 나갔고, 형순의 마음도 안정을 되찾아 가던 중이었다. “한지욱 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고 박용식이 때문에 말인데요” “박용식요?” “칼들고 협박하던 놈 말예요” “아, 네...”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뜬금없는 형사의 말에 형순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문제라뇨?” “이 놈이 오리발을 딱 내밀고 있어요, 자기는 죽어도 그런 적이 없답니다” “말도 안 돼” “번거로우시겠지만 목격자 진술이 필요해요, 이 놈 배짱이 두둑해서 웬만한 말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네요” “아...” 수화기를 든 형순의 팔이 파르르 떨려왔다. “목격자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해야 합니다, 구경꾼이 많다고 하셨으니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석방 된다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요” 형사가 이웃 나라 뉴스라도 전하듯 덤덤하게 대꾸했다. “무슨 말이죠?” “왜 일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진짜 프로들 말이예요” “괜찮을 거라면서요!” 가슴을 졸이며 형사의 말을 듣던 형순이 소리를 빽 질렀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괜찮습니다, 제 실수도 있는 데요 뭘” 형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금 입을 열었다. “한명만 있으면 됩니다, 그 날 현장에 있었던 사람 중에 한명만 진술해 주면 최소 오년이상은 감옥에 쳐넣을 수 있어요” 통화를 끝낸 형순이 습관적으로 입술을 물어뜯었다. 이제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냥 풀려나게 하든지 아니면 오년간 감옥살이를 시켜야 했다. 지금 풀려난다 하더라도 해코지를 안 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경찰서를 나온 사내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숨어 있을 모습이 떠올랐다. 사내는 형순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잭나이프를 정성스레 닦고 있을 것이다. 문득 남편에게 말을 꺼낸 사실이 후회됐다. 애당초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사내와의 인연은 며칠 전으로 끝났을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감옥살이를 시킨 다음에 멀리 이사 가서 사는 것이다. 때마침 집도 부동산에 내놓질 않았는가. 그곳까지 따라오지는 못할 터였다. 우리나라의 수사제도가 그렇게 허술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결심이 서자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 “누구세요” “저예요, 705호 영미엄마” 문이 열리고 곱슬곱슬한 파마머리의 여인 한명이 형순을 반겼다. 여인은 형순이 들어오자 며칠 전의 사건을 냉큼 화젯거리로 올려놓았다. “진짜 무슨 일 나는 줄 알았어, 세상에 그런 미친놈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구” 과일쟁반에 한과까지 한상 차려지자 형순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 놈은 잡혔어?” “네,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 “흥, 쌤통이다. 그런 놈은 아주 그냥 푹 썩게 해 버려야 돼” 형순이 제일 먼저 들른 곳은 같은 동에 사는 명희엄마였다. 반상회 날이면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분기탱천해 하던 그녀였다. 관리비부터 시작해서 물탱크 청소문제, 입주자들의 조망권 문제에까지 불만을 터트리던 그녀였다. 그녀의 당찬 성격에 형순의 가슴속까지도 시원해지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명희엄마가 썰어놓은 과일 조각을 먹는 틈을 타 형순이 말을 꺼냈다. “응?” “증거가 부족하대요, 목격자 진술이 필요하다고...” 증거가 부족한 것이 마치 자기 잘못인 냥 형순의 목소리가 움츠러들었다. “그냥 봤던 사실만 그대로 얘기해 주시면 돼요” 명희엄마는 말없이 과일만 씹고 있었다. 오물거리는 입술 끝으로 형순의 신경이 집중됐다. “나도...해주고 싶은데, 요즘 우리집 분위기가 좀 안 좋아” 그녀는 형순의 시선을 피한 채 손가락으로 바닥 장판을 쓱쓱 문질러댔다. “명희아빠 건강도 좀 안 좋고, 영미엄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은 얘들이 셋이나 있잖아..." 형순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저리 말을 돌렸지만 결론은 꺼림칙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분명 희망이 있었다. 두 번째를 지나 세 번째 집을 나섰을 때도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사방이 불그스름해졌을 때 형순은 다섯 번째로 들렀던 현수네 집에서 나왔다. 지평선 끄트머리에 샛노란 노을이 잉크처럼 번져 있었고, 아파트 단지 전체가 음울한 빛깔에 깔려 있는 초저녁 무렵이었다. “띵동” 형순이 마지막으로 207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혼자살고 있는 이혼녀의 집이었다.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으니 분명히 도와줄 거라고 믿으며 남겨둔 히든카드였다. 두 번째로 초인종을 눌렀을 때 현관문 아래로 새어나오던 빛이 사라졌다. 형순은 한번 더 눌러볼까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섰다. 누가 전해주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이미 형순의 방문목적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사방은 이제 완전히 캄캄해져 있었고, 형순이 지나갈 때마다 복도 등이 하나씩 켜질 뿐이었다. 집으로 오자 아무도 안온 듯 불이 꺼져 있었다. 열쇠를 꺼내 구멍에 꽂으려는 순간에 옆집의 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경주 엄마도 있었지’ 자주색의 주름치마를 입고 있던 경주엄마가 떠올랐다. 퀭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그녀가 떠오르자 형순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차마 그녀에게는 부탁할 수가 없었다. ‘아니야, 혹시...’ 그래도 모르는 일이었다. 형순은 정말로 내키지 않았지만 한 번 말을 꺼내 보기로 했다. 초인종의 감촉이 괴물의 눈알을 누르는 것처럼 소름이 돋아왔다. “띵 동”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파리한 안색의 여인이 고개를 내밀었다. 2. 기억 대략 십년 전쯤일 것이다. 영미가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이니 아마 그쯤 되었을 것이다. 보다 나은 학군을 찾아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형순은 경주엄마를 처음 만났다. 새로 분양중인 아파트인지라 한창 이삿짐센터의 차들로 북적거릴 때였다. 형순이 이사를 오던 날 공교롭게도 옆집 경주네도 이사를 왔다. 먼저 온 형순 탓에 두어시간이나 컨테이너차를 대기시켜야 했지만, 군말 없이 기다려 주었다. 형순이 본 경주엄마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에 뽀얀 피부는 처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다웠고, 엄마를 쏙 빼닮은 경주도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아마도 경주와 영미가 친해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동갑 터울에 새로 입학한 초등학교까지 똑같자, 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붙어 다녔다. 경주아빠는 평범한 회사원 이었는데 주말만 되면 엽총 한 자루를 들고서 이 산 저 산으로 돌아다니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밀렵이 불법인 것도 모르는 형순의 가족에게 꿩이며 토끼 고기를 나눠주던 그가 떠올랐다. 제법 솜씨가 좋은 모양인지 멧돼지를 잡아오는 날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형순의 남편까지 나서서 피에 절은 포대자루를 옮겨오곤 했었다. 다시 그 날로 돌아간다면 되돌릴 수 있을까. 형순은 가끔씩 그날을 떠올려 본다. 경주와 영미가 안방에서 놀고 있었고, 형순은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그야말로 평범한 날이었다. 별안간 찢어지는 폭발음에 형순의 눈이 번쩍 뜨였다. 황급히 안방으로 들어가자 바닥 곳곳이 불구덩이였다. 거칠게 찢겨 발겨진 스프레이 통이 나뒹굴고 있었고, 아이들은 기절한 듯 움직임이 없었다. “영미야!” 형순이 재빨리 영미를 들쳐 업고 거실로 나왔다. 다리에 붙은 불을 자신의 겉옷을 벗어 대충 끈 뒤 다시금 안방으로 뛰어갔다. 경주가 불구덩이 속에 얼굴을 처박은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경주를 일으키려던 찰나 막 불이 옮겨 붙기 시작한 도화지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영미가 좋아하던 세일러문도 보지 않은 채, 학교 숙제로 그린 가족그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지만, 당시의 형순은 불가사의한 힘에라도 이끌린 듯 도화지를 집어 들었었다. 손바닥을 털어 도화지에 붙은 불을 끈 뒤 이빨로 그것을 물었다. 그러고 나서 경주를 안고 거실로 나왔는데, 경주의 얼굴은 이미 처참하게 훼손된 후였다. 한쪽 눈꺼풀은 거진 타버려서 희멀건 동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인중 쪽으로 뒤집혀 올라간 입술에서는 기괴한 수포들이 울룩불룩 솟아 있었다. 충격을 받은 형순이 멍하게 있는 사이 사람들이 뛰어 들어왔다. 폭발음을 듣고 들어 온 사람들이 안방에 붙은 불을 끄고 119까지 불러 주었지만, 형순은 경주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 온 경주 엄마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쳤다. 형순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자신이 도화지를 줍지 않고 경주를 먼저 빼냈다면 괜찮을 수 있었을까. 수백번 생각해 봐도 대답은 ‘아니오’였다. 2초도 안 되는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경주의 얼굴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수포 한 두개쯤은 없앨 수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결과는 비슷했을 것이다. 화상의 치료과정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는 형순도 잘 안다. 종아리에 난 손바닥만한 화상 치료에도 영미는 있는 대로 비명을 질러댔었다. 하물며 경주는 오죽했을까. 둘은 같은 병원에 입원했고, 형순은 경주의 치료과정을 여과 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오랜 만이네요” 경주엄마의 건조한 음성에 형순이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습한 공기와 함께 퀴퀴한 냄새가 확 끼쳤다. 곰팡이 냄새에 옅은 지린내를 섞어 놓은 듯한 악취였다. 미간을 찌푸리며 거실로 올라서자 기이한 광경들이 나타났다. 냉장고를 제외한 모든 가구에 나일론 비닐들이 씌워져 있었던 것이다. 티비, 에어컨, 소파 할것 없이 모조리 불투명한 비닐 속에 들어가 있었다. 전화기는 아예 코드가 뽑힌 채로 비닐에 둘둘 말려 있었다. 경계심을 품고 형순이 주위를 살폈다. 전체적인 골격은 자신의 집과 비슷했지만 을씨년스러운 내부는 완전히 달랐다. 형순이 어정쩡하게 서 있노라니 그녀가 앉을 것을 권했다. 바닥에 앉자 엉덩이를 통해 서늘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그러고 보니 집안 전체가 싸늘했다. 형순의 머릿속에 비닐로 덮여 있을 보일러가 떠올랐다. “대접할게 이것뿐이네요” 그녀가 오렌지 주스 한잔을 건네고는 형순의 맞은편에 앉았다. “괜찮아요” 형순이 건네받은 오렌지 주스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근데 무슨 일로...” 그녀의 시선이 형순의 주스 잔으로 향한다. “자주 찾아왔어야 했는데, 살다보니까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그녀가 침묵하자, 형순이 놓았던 잔을 슬그머니 다시 들어 올렸다. "경주는 잘 있나요?” 억지로 주스를 한 모금 밀어 넣자 식도 입구에서부터 거북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주스가 상하거나 하진 않았겠지만, 부패한 우유를 마신 것처럼 기분이 메스꺼웠다. “경주야, 나와 보거라. 영미아줌마 오셨다!” 그녀가 형순의 뒤쪽으로 고함을 치자 당황한 형순이 그녀를 말렸다. “놔두세요, 자는가 봐요” 그녀가 아랑곳 하지 않고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몇 년 만에 손님이 오셨는데, 계속 방구석에 숨어 있을 작정이냐” 형순이 한 번 더 말리려는 찰나에 조용히 방문이 열렸다. 경주의 방은 형순의 뒤편에 있었지만 정면에 매달린 전신거울로 인해 모든 것이 비춰지고 있었다. “스륵” 시커먼 뭔가가 방바닥을 쓸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머리카락인 것을 깨달았을 때 형순의 입은 저절로 벌어졌다. 그동안 한 번도 자르지 않은 듯 시커먼 머리카락들이 허리와 다리를 지나 바닥까지 내려와 있었다. 기다란 레이스 치마 역시 발끝까지 내려와 있었는데, 그것이 머리카락과 함께 바닥을 쓸자 기분 나쁜 마찰음이 생겨났다. 발이 보이지 않아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귀신같은 경주의 등장에 형순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안녕...하세요” 경주의 입에서 철판 긁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후두암 말기 환자가 성대에 기계를 연결해서 내는 소리와 비슷했다. 경주의 음성에 형순의 목덜미에서 소름이 쫙 돋았다. 별안간 이 집에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맹렬히 솟구쳤다. “그...그래, 오랜만이구나..” 잠시 멈췄던 경주가 슬금슬금 걸어 형순을 지나쳤다. 제 엄마 옆에 선 그녀가 천천히 신형을 돌렸다. ‘헉’ 경주의 얼굴에 형순이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의료용 마스크를 쓴 상태였지만, 두 눈만은 오롯이 드러난 상태였다. 오른쪽 눈은 눈꺼풀부터 눈썹 중간까지 피부 가죽이 아예 사라진 상태였는데, 그 자리를 돌출된 안구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말해 봐요” 경주엄마가 정적을 깨며 형순에게 말했다. “다...다름이 아니구요, 목격자 진술을 부탁하려고 이렇게...” “무슨 말이죠?” 형순이 경주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가서 말하면 되나요?” “네?” “그냥 본 대로 말하면 되냐구요” “그...그래요..그냥 몇 마디 말만 하시면 끝납니다” “그렇게 할게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네요” 형순이 허탈할 정도로 그녀는 쉽게 승낙했다. “위험할 거 같아...” 조용하게 서 있던 경주의 입에서 다시금 쇳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녀는 딸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형순을 바라봤다. 무심한 듯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형순은 왠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경주는 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소독을 받았다. 검붉은 피딱지와 함께 싯누런 진물이 범벅이 된 붕대를 풀 때면 경주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냈었다. 소독이라고 해봐야 뭉개진 얼굴에 과산화수소를 붓는 것이 전부였지만, 장정 두 명이 달려들어야 할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기도 했다. 소독약이 경주의 얼굴로 쏟아지면 새하얀 포말들이 끓는 것처럼 솟구쳤다. 고통이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경주는 매번 경기를 일으켰다. 경주를 붙잡은 장정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때야 비로소 소독은 끝났는데, 어찌나 심하게 몸부림 쳤던지 경주의 환자복은 땀에 흠뻑 절어 있는 상태였다. 소독이 끝나면 간호사가 들고 있던 대바늘로 수포들을 터트렸다. 분화구처럼 부풀어 오른 수포들이 경주의 얼굴 전체에 퍼져 있었는데, 그것을 터트릴 때마다 역한 고름 찌꺼기들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곤 했었다. 그녀는 그런 딸의 모습을 한 순간도 피하지 않고 함께 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새 붕대로 얼굴을 감쌀 때면, 경주의 손을 잡고 안쓰러울 정도로 오들오들 떨어대는 것이었다. 그녀는 형순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꺼멓게 죽은 눈으로 형순을 바라볼 뿐이었다. 분사되는 스프레이에 불을 붙이고 놀다가 일어난 우발적 사고였다. 불씨하나가 주입구를 통해 통 안으로 들어갔고, 압축된 가스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 딸은 병신이 됐는데, 왜 영미는 무사한 거죠?” 경주아빠가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을 때 형순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과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되면 정말 자신이 잘못한 것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그해 겨울 경주아빠는 만취상태에서 도로를 건너다 덤프트럭에 깔렸다. 아파트 단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목격한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몸 전체가 아스팔트에 납작하게 펴져 있었다고 한다. 폭발 사고 후 영미는 병원에 있는 한 달간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형순이 갖고 나온 그림 역시 제출 되지 못했다. 형순은 영미를 데리고 도망치듯 퇴원했고, 그 후 경주엄마와 경주를 다시는 찾아가지 않았다. 일 년쯤 지나 경주도 퇴원했지만, 형순은 의식적으로든 본능적으로든 그들을 피해 다녔던 것이다. “위험 할 것 같아” 경주가 재차 입을 열었을 때 형순이 대답을 했다. “그렇지 않아, 모두 비밀로 하고 게다가...증인보호 프로그램도 있어” 형순이 시사 프로그램에서 들은 단어를 급한 대로 빌려 썼다. 경주가 진의를 확인하려는 듯 고요히 바라본다.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떳떳하다는 표시로 경주의 허연 눈알을 향해 어깨를 한 번 으쓱거려 주었다. 형순이 신발을 신고 현관을 빠져 나갈 때 두 모녀가 나란히 서서 배웅을 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선 문을 닫으려는 순간에 경주가 빠르게 다가왔다. “무슨 일 생기면 아줌마가 책임져야 합니다” 다음 날 형순은 경주엄마와 함께 경찰서로 출두했다. 이중유리로 이루어진 취재실안에서 형순을 협박하던 사내가 피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두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자 한형사가 그들을 데리고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구속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한형사는 경주엄마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두 달이나 세 달쯤 후에 재판이 열릴 겁니다. 그때 두 번 정도만 더 법정에서 진술해 주시면 놈은 꼼짝없이 교도소행 입니다” “또 말해야 한다구요?” 그녀의 반문에 형순이 초조한 낯빛을 띄었다. 한형사가 형순을 한 번 슬쩍 쳐다보고는 그녀에게 또다시 넉살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간단합니다. 판사가 물어보는 대로 대답만 하면 끝납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한 두 번 만에 끝내거든요. 재밌는 경험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녀는 전혀 재밌어 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말없이 손가락만 꿈지럭거리고 있었는데, 지켜보던 형순도 덩달아 침묵했다. “알았어요” 경찰서를 나와 두 사람은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흉물스런 자국이 뒤 트렁크에 여전히 나 있었지만 형순은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저 액땜했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런데 집에 비닐들은 왜 씌워놓은 거예요?” “사용하지도 않는 걸요, 돈도 없구요” 아뿔싸.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녀에겐 월급을 가져다주는 남편이 없다. 그녀도 별다른 직업이 없는 마당에 당연히 돈이 부족할 것이다. “여태껏 보험금 때문에 먹고 살았는데 이젠 그것도 거의 안 남았네요” “아, 죄송해요. 그런 것도 모르고” “어디 식당이라도 나가야 되겠어요, 경주 그년이 지 아빠 닮아 고기를 좋아하거든요” CCTV가 보이는 곳으로 골라서 주차를 마치자 둘은 차에서 내렸다. 같은 동에 사는 주민 두 명이 둘의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긴 바로 옆에 살면서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집에 오자 영미가 간식을 먹고 있었다. “어디 갔다 와?” “경주엄마랑 경찰서에” “뭐? 누구랑 갔다고?” 영미는 입 안에 있던 과자 부스러기들을 마구 뱉어내며 되물었다. “너도 가끔 경주한테 찾아가봐, 그래도 어릴 땐 친했잖니” 영미가 고개를 흔들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형순이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영미가 다짜고짜 화를 냈다. “엄마, 좀 치사한 거 아냐?” “무슨 말이야?” “이때까지 모른 척 하다가 필요해 지니까 찾아가고 말야” “너, 말이 심하다”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봐! 엄마가 경주엄마라면 기분 안 나쁘겠어?” 영미의 말에 형순이 울컥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영미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응? 다들 증언해주기 싫어하는데 그럼 나보고 어쩌라구” “안 하면 되잖아! 누가 신고하래? 그냥 넘어 갔으면 아무 일 없잖아” 철썩. 형순이 영미의 뺨을 모질게 후려쳤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영미의 몸이 잔 경련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영미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형순이 넘어질 듯 소파에 주저앉았다. ‘나쁜 년, 내가 누구 때문에 그랬는데’ 저녁에 퇴근한 상준이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물어 보았지만, 둘 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집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형순이 하루 종일 집안을 쓸고 닦자 새 집 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만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저녁 무렵에 노부부 한 쌍이 방문했는데, 시종일관 깐깐한 눈빛으로 집안을 살폈다. 형순과 상준이 열심히 입방정을 떨어댔지만,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그들이 돌아간 후 형순과 상준은 깨끗이 포기했다. 그들의 태도로 봐서는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둘의 예상과 달리, 다음 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노부부가 집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이다.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울적해 있던 형순이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머리가 허옇게 센 부동산 할아버지한테 마구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녁에 영미와 상준이 돌아오자 미리 손질해 둔 소갈비를 구웠다. 영미는 여전히 뾰로퉁해 있었지만 아무렴 어떠냐 싶었다. 상준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식사가 이루어졌다. 모두의 밥공기가 거의 비워졌을 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밖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누구세...” 형순이 현관문을 벌컥 열었을 때 문 앞에 시커먼 그림자가 서 있었다. “경주...구나” “우리 엄마 보셨어요?” 끼륵 거리는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니, 못 봤는데...엄마 아직 안 오셨니?” 경주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크를 쓴 경주의 코 부위가 들썩거렸다. 비록 코가 있어야 할 부분이 평평했지만 어림짐작으로 그곳이 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불에 녹아 버렸겠지만 후각은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경주가 갈비냄새에 반응을 보이자 형순이 마음을 먹었다.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들어와, 같이 저녁먹자” 경주는 형순의 말에 선선히 따랐다. 경주가 거실을 지나 식탁 쪽으로 갔을 때 상준과 영미의 움직임이 일제 히 멈췄다. “경주가 오랜만에 왔네, 당신도 알지? 옆집 사는 경주” “그...그래 당연히 알지. 너 오랜만이다” 상준이 어색하게 웃자 경주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영미는 입을 떡 벌린 채 굳어 있었는데, 상준이 툭툭 건드리자 더듬거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세상에... 진...진짜 경주구나” 경주는 식탁대신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기다란 머리카락들이 소파 전체로 퍼지자 거실 가득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배가 고팠을 테지만 웬일인지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마 엄마가 걱정 됐기때문이리라. 설거지가 끝날 때까지 긴 침묵이 흘렀다. 습한 날씨에 분위기까지 고요하자 형순의 가슴속에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생겨났다. “따르르르릉” 적막을 깨고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형순이 흠칫 놀라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저 한 형사입니다” “네, 잘 지내셨죠?” 잠시 동안 수화기에서 침묵이 흐른다. “말씀 하세요” 형순은 상준을 바꿔 주려다가 묘한 기분이 들어 그만 두었다. “이거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참...” 그의 음성에 강한 껄끄러움이 묻어 나왔다. “신명희씨 있잖습니까?” “누구요?” “진술 하러 같이 오신 분 말예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이죠?” 또다시 침묵이다. 소파에 앉아 있던 경주가 고개를 들어 형순을 바라본다. “죽었습니다” 3. 탈출 수화기를 든 형순이 석고상처럼 굳어졌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온통 새하얗게 변했다. 형순을 움직이게 한 것은 경주의 시선이었다. 경주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주시하자 형순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어쩌다가요?” “가슴에 칼을 찔렸어요, 천만다행으로 찌른 놈을 잡긴 했는데 아무래도 박용식이 똘마니 같습니다“ “...그렇군요” 형순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쪽에서는 철저히 비밀로 했거든요. 혹시 짐작 가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뇨, 없어요” 형순의 머릿속으로 뭔가가 떠올랐다. 그녀와 함께 차에서 내리는 것을 주민들 몇 명이 쳐다보고 있던 광경이었다. 형순이 버릇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 반나절도 되지 않아 아파트 전체에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진술을 부탁하기 위해 방문한 집만 해도 제법 되니 소문은 더 빨리 퍼졌을 수도 있다. “네...” 형순의 무서울 정도로 덤덤한 대답에 그의 말이 잠시 끊겼다. “목격자가 있으니까 곧 자세한 정황이 밝혀질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목격자. 목격자. 그놈의 목격자가 문제였다. 안전할거라고 장담하던 형사의 혓바닥을 다리미로 지져 버리고 싶었다. “혹시 가족 분들 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조회해 보니 따님이 한 분 있는 걸로 나오는데, 집으로는 아무리 전화해 봐도 안 받더라구요” “아뇨, 모르겠어요” “그렇군요, 죄송한 부탁이지만 따님을 보시거든 제 연락처 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직접 가야 되는 건데 갑자기 비상이 걸려서요” 그는 송구스럽다는 음성으로 형순에게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그의 뒷말을 적당히 끊은 채 형순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누구야?” 상준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관리실 아저씨야” “응? 그 사람이 무슨 일로?” “별거 아닌데, 도시가스 파이프 하나가 얼었나봐. 가스 잘 나오는지 물어보더라구” “으...응” 형순이 눈짓을 보내자 상준이 어색하게 수긍을 해왔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형순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경주의 시선이 상준을 향했다가 다시금 형순을 향한다. 희멀건 안구가 또르륵 굴러가는 것을 보며 형순이 생각을 굳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주가 알게 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밝혀질 일이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녀가 죽은 사실을 알면 경주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이었다. ‘무슨 일 생기면 아줌마가 책임져야 합니다’ 며칠 전 들었던 말이 다시금 귓전을 울렸다. “경주야 일단 밥 먹자, 엄마 오늘 안 오실지도 몰라” “......” “미리 말했어야 하는데 당분간 비밀로 하라고 하셔서...” “비밀요?” “응,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금 일자리 구한다고 잠시 어디 가셨거든” “일자리...?” 경주의 마스크가 불룩하게 솟았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두 눈 가득 의심의 눈초리로 채워졌다. “너...너도 알고 있었잖아. 네 엄마 요즘 일자리 구한다고 하시는 거” “맞아요, 근데...” 경주가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형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가까이 다가왔다. “나도 모르는 사실까지 아줌마가 어떻게 알죠?”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상준과 영미역시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지켜만 보았다. ‘침착하자, 유형순! 이 아이는 지금 나를 의심하고 있어. 섣불리 대답했다간 금방 들통 날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 오시거든 한 번 물어봐. 왜 나한테만 말했는지 말야” 형순이 입술은 다문 채 볼 근육만을 이용해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경주가 돌아가자 상준이 다급하게 물었다. “경주 엄마가 죽었어” “뭐?” “정말이야?” 상준과 영미의 입에서 동시에 반응이 튀어 나왔다. “아까 전화, 관리실 아저씨가 아니라 경찰서에서 걸려온 거였어”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왜 죽어?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살해 당했대...” “자세히 좀 얘기해봐, 그러니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살해를 당해?”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뭐?” “당신이 그 빌어먹을 형사한테 신고했기 때문에 죽은 거라구” “아...” 상준이 한 대 얻어 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왜 경주한테 말 안했어?” “당신 같으면 그 상황에서 말이 나왔겠어?” “그럼 어떡해, 어차피 경주도 알게 될 텐데” “안전할거라고 약속했단 말이야,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경주한테 말했었다구!” 버럭 고함을 지르던 형순이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아찔한 두통이 미간에서부터 정수리까지 할퀴고 지나갔다. 형순의 말에 상준이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건데?” 영미가 형순에게 물었다. “이사 갈거야. 경주에게는 며칠만 비밀로 하면 돼. 여기 계속 있다간 우리까지 위험해져” “세상에...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아빠 무슨 말 좀 해봐!” 상준이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버리자 영미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미쳤어, 다들 미쳤어” 다음 날 상준은 몸살을 핑계로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사실 결근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형순의 강경한 태도에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둘은 오전에만 열 집 가까이 방문했다. 아파트든 빌라든 상관없었지만, 지금 사는 곳과는 최대한 떨어진 곳이어야 했다. 상준의 회사야 어차피 중심가에 있었기 때문에 교통 상 거리낄 것은 없었다. 점심은 이동 중에 햄버거로 때웠고,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망설이지 않고 빠져 나왔다. 아마도 집 주인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황당한 일이었을 것이다. 오후에도 번번이 허탕을 쳤다. 상준이 관심을 보이는 곳은 더러 있었지만 형순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늦은 저녁을 다시 햄버거로 때우고는 대방동으로 향했다. 시간상으로 볼 때 이 집이 거의 마지막일 듯싶었다. 신축한 지 삼년도 안 된 아파트였는데, 급매물로 올라온 것을 운 좋게 발견한 것이다. 집 주인은 사는 곳이 따로 있었는데, 투자 개념으로 사둔 것을 좀처럼 값이 오르지 않자 내놓은 것이었다. 주인이 잠금 장치를 풀고 문을 열었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인테리어가 깔끔한 것이 형순의 마음에 들었다. 베란다와 보일러실까지 돌고 온 상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형순이 주인한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형순이 선금으로 오백만원을 내자 주인이 양도계약서를 작성해 주었다. 이제 중도금과 잔금만 치르면 계약서에는 자신들의 붉은색 인장이 찍힐 터였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집에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은 퇴근한 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이리저리 돌아봐도 빈자리는 쉽게 발견 되지 않았다. 그렇게 주차장을 빙빙 돌고 있을 때 상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한형사, 그래 지금 나랑 있어. 왜?” 상준의 말에 형순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툭툭 건드렸다. “뭐? 아, 잠깐만” 상준이 용케 알아듣고는 핸드폰의 스피커기능을 작동시켰다. “....두 분이서 어디 다녀오시는 길인가 봐요?” “응, 볼일이 있어서 말야” “사모님 좀 잠깐 바꿔 주시겠습니까?” “저도 듣고 있어요, 말 하세요” 형순의 대답에 그가 멋쩍은 웃음소리를 냈다. “하하. 그러셨군요. 다름이 아니라 신명희씨 말인데요”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무래도 부검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사인이 명확하지가 않아요. 흉부관통상으로 봤는데, 검의관 말로는 아닐 수도 있답니다. 신명희씨 집에서는 계속 전화를 안 받구요” “부검하는데 가족들 동의가 꼭 필요한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연고자 없는 사체의 경우에는 임의로 하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조금 꺼림칙한 면이 있죠” “그럼 일단 하세요. 제가 그 집으로 직접 찾아 가볼게요”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날 밝는 대로 방문할 생각이거든요” “아...네” 형순과 상준의 시선이 중간에서 얽혔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무슨 핑계를 대야 그가 찾아오는 걸 막을 수 있을까. 형순이 잠시 고민하느라 말이 없자 한 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약간 걱정이 돼서 전화 드렸습니다” “걱정이라니?” 상준의 반문에 그가 가볍게 대답했다. “전화해도 아무도 안 받길래 혹시나 했죠, 신명희씨처럼 무슨 일 생긴 건 아닐...” “잠깐만요! 전화한 시각이 언제죠?” “방금 전이요, 십 분도 안됐을 겁니다” “오, 맙소사” 형순은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오층에 멈춰있던 엘리베이터가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형순에게는 지독히도 느리게 보였다.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입술을 물어뜯으며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이 시간에 영미가 잠들었을 리는 없다. 늘 새벽까지 영화를 다운 받아 보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떻게 된 일일까. 걸려오는 전화를 무시할 정도로 영미는 느긋한 성격이 아니었다. ‘대체 왜 안 받은 거지? 피곤해서 일찍 잠든 걸까?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띵, 두둥” 그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형순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엘리베이터로 옮겨 놓자 상준이 칠층의 버튼을 눌렀다. 칠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형순이 쏜살같이 뛰어 나갔다. “영미야!” 집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영미가 의아한 표정으로 형순을 쳐다본다. “야 이 망할 기집애야, 집에 있으면서 전화는 대체 왜 안 받았어, 응?” 깊은 안도감이 지나간 후에는 억울한 감정이 찾아왔다. “악, 아퍼! 왜 때리고 난리야” 형순이 팔뚝을 철썩 때리자 영미가 인상을 쓰며 소리를 지른다. “그러게 왜 전화를 안 받아, 이것아”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형순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화장실에 있었단 말야, 그럼 나보고 일보다 말고 전화 받으란 말야?” 형순은 밤새 뒤척거렸다. 내일 한형사가 찾아 올 것을 생각하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틀 정도만 더 있었다면, 아니 하루만이라도 좋았다. 딱 하루만 늦게 온다면 그 사이에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도의적인 비난은 받을지언정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혼자 남겨질 경주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뒤이어 떠오르는 그녀의 추악한 용모에 그런 생각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날이 밝자마자 형순이 침실을 빠져 나왔다. 전신이 욱신거리고 뻑뻑한 눈알에서는 이물감이 느껴졌지만 그녀에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새벽녘에 이르러서야 계획하나가 떠올랐고, 그것 외에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보였다. 우선 용역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인부 세 명과 용달차 한대를 요구하자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제가 말씀 드린 장소로 오셔서 대기하고 있어 주세요, 바로 작업할 수 있게요” 조금 특이한 요구였지만, 직원은 별다른 질문도 없이 승낙했다. 통화를 끝내고서 출근하려는 상준을 붙잡았다. “오늘 그 사람들한테 돈 받아서 입금 시킬 테니까 저녁에 영미 데리고 새 집으로 가 있어, 당신이 더 빨리 마치잖아” “벌써? 아직 가구도 안 옮겼잖아” “옮길 거야, 맨바닥에서 자게 하진 않을 테니까 내 말대로 해” 상준이 미덥잖은 표정으로 형순을 쳐다본다. “그냥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하는게 어때?” “당신이 말해 준다면 기꺼이 찬성 하겠어” “아니다, 그냥 새 집으로 갈게” 상준과 영미가 나가고 나자 형순이 다시금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CF에서 자주 들어 봤던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오고 잠시 후에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영미엄마예요” “아, 안녕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지금 아무도 없어요, 학교에 간 것 같은데 불러도 대답이 없네요” “그래요? 이거 어쩐다...그래도 일단 제가 가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이따가 밤에 와보세요, 고등학생들 보충수업 여덟시 넘어서 끝나거든요. 지금 와봤자 헛걸음만 할 텐데요 뭘” “흠...”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찰칵. 한형사와의 통화를 마친 후에도 형순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노부부에게서 오전까지 입금을 약속 받고 나자 일이 술술 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용도실에 처박혀 있던 박스들을 꺼내 귀중품부터 차근차근 챙겨 넣었다. 장식품이나 전시된 물건들은 가급적 피하고 서랍이나 장롱속에 있는 것들을 위주로 차곡차곡 담아 나갔다. 안방과 영미 방에 있는 옷들을 모조리 꺼내서 거실 중앙으로 모았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어서 나중에는 박스뿐만 아니라 보자기, 심지어는 담요까지 동원해 말아 넣었다. 고된 작업이 끝났을 때 시간은 어느새 정오가 훌쩍 넘어 있었다. 문득 공복감이 밀려왔지만 이 상황에서 도저히 뭘 넘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혹시 그 사이에 경주라도 찾아온다면 자신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용역센터 직원이 알려준 인부 한 명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705호로 올라오세요, 최대한 조용하게요. 아셨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횡재한 날일 것이다. 기껏 잡담이나 나누면서 반나절을 때웠으니 말이다. 혹시나 싶어 현관문을 열고 주위를 살폈다. 경주의 집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지만 금세라도 벌컥 문이 열리고 경주가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오 분쯤 지나자 인부 셋이 라텍스 장갑을 낀 채 나타났다. 형순이 재빨리 그들을 안으로 들인 다음 문을 닫았다. “여기 있는 짐들을 차에다 옮겨 주세요, 최대한 조용하게요” “아줌마! 아침도 못 먹었는데 밥 먹고 하죠, 자장면 세 그릇만 시켜 주세요. 기다린다고 배가 고프네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의 사내 하나가 능글맞게 말하자 남은 두 명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이거 다 옮기시면 자장면이 아니라 탕수육도 시켜 드릴 테니까, 우선 옮겨 주세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용하게요, 시끄럽게 하시면 탕수육은커녕 자장면도 없습니다, 아셨죠? 끝내신 다음에는 아까처럼 차에서 대기해주시구요” 형순이 재차 정숙을 강조했다. "뭐 알겠습니다. 양도 얼마 안 되는데 끝내고 먹는 것도 괜찮겠네요” 대머리 사내가 찬성하자 형순이 검지손가락 하나를 치켜 올렸다. “정확히 십 분 후에 움직여 주세요” “띵 동” 초인종이 울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띵 동” 두 번째 초인종이 울렸을 때 현관문 건너편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경주야, 영미 엄마야! 문 좀 열어봐” 문이 열리고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는 아직 안 왔니?” “...네” 성큼성큼 들어서는 형순의 뒤통수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인부가 짐을 옮길 동안 시간을 버는 것. 그것이 방문의 목적이었다. “아무래도 직장을 구하신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늦겠니? 지금쯤 교육 같은 거 받고 집으로 오고 있을 수도 있잖아. 안 그래?” 형순이 짐짓 쾌활하게 웃어 보였다. “아줌마...” “응?” “저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 “뭐? 숨기다니? 숨기긴 내가 뭘 숨겨” 안면부로 더운 피가 확 몰렸지만, 형순은 용케 말을 더듬거나 하진 않았다. “기분이 이상해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순간 바깥 통로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주의 고개가 현관으로 돌아가자 다급해진 형순이 아무말이나 꺼냈다. “경찰에 신고 해 볼까?” 속으로 인부들을 저주하며 형순이 경주의 반응을 살폈다. “말이 조금 이상하네요” “응? 이상하다니, 뭐가?” “좀 전에는 분명히 집으로 오고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형순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형순의 고개가 슬쩍 바닥을 향한 뒤 타원형의 궤도를 그리며 다시 정면으로 올라왔다. “혹시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 “그만 하세요!” 경주의 입에서 비명 같은 짐승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번에 얘기했죠, 아줌마 말에 책임지라고” 경주가 천천히 목을 젖히고 눈알만을 내리깔았다. 그 탓에 마스크 아래 공간을 통해서 그녀의 문드러진 입부분이 드러났다. 아랫입술은 바싹 말린 동태처럼 쭈글쭈글 오그라들어 있었고, 윗입술은 절반만이 인중 쪽으로 말려 올라가 시뻘건 잇몸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겨...경주야...” 그녀는 자신의 어떤 포즈가 상대방에게 겁을 주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쿵 쿵” 또다시 통로에서 소음이 들렸지만, 경주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줌마, 누가 이사 가나 봐요...” 형순이 덜덜 떨리는 팔을 슬며시 뒤로 감췄다. “혹시 아줌마네 집은 아니겠죠...?” 경주가 사전 동작도 없이 벌떡 일어섰다. 공기의 압력으로 그녀의 머리카락들이 양옆으로 휘날렸다. “확인해 봐야겠어요...” 말려야한다. 형순의 머릿속에서 세찬 경보음이 울려댔다. 본능적으로 형순도 따라 일어섰다. 경주가 현관으로 몸을 비틀려는 순간 형순이 경주방의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여...여기가 네 방이니?” “건드리지마!” 경주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형순을 거칠게 밀어 버리곤 부서질 듯이 방문을 닫았다. “아악” 부엌 쪽으로 난 벽에 형순의 등이 모질게 부딪혔다. 엄청난 힘이었다.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몇 초간 숨쉬기도 곤란할 지경이었다. 경주는 그런 형순을 버려둔 채 현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철컥” 문을 열고서 경주가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살피던 그녀가 다시 형순에게 다가왔다. “아줌마, 앞장서세요...아줌마 집에 한 번 가봐야겠어” “뭐...뭐라고? 대체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확인만 할게요, 엄마 오실 때까지 아줌마가 도망가면 안 되잖아요” 그녀의 음성은 단호했다. 형순이 집을 나와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 때까지 그녀의 끈적거리는 시선이 거머리처럼 따라붙었다. “철컥” 문이 열리자 형순을 제치고 경주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집은 변한 것이 없었다. 가구도 그대로였고, 액자와 전시해 놓은 양주병도 그대로였다. 적어도 외관상 형순의 집은 경주가 보았던 며칠 전과 조금의 차이도 없었던 것이다. 베란다에 널려 있는 빨래까지 확인하자 그녀가 선뜻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제가 아줌마를 잠깐 의심했네요...” 경주가 형순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려 하자 그녀의 어깨를 형순이 재빨리 붙잡았다. “밥 먹구 가, 너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지?” 경주의 마스크가 조금 떨려왔다. 형순의 말이 무척이나 의외였던 모양이다. “괜찮으니까 먹어도 돼, 배 많이 고프지?” 형순이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다 식탁으로 옮겼다. 밥까지 푸짐하게 푼 다음에 경주에게 손짓했다. “이리로 와서 먹어” “아줌마...” 경주가 망설이자 형순이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정말 괜찮으니까 어서 먹어, 불편하면 딴 데 가 있을게” “고마워요...사실 어제부터 못 먹었거든요...” 경주가 식탁에 앉자 형순이 슬그머니 베란다로 나왔다. 경주는 형순이 완전히 베란다로 나간 것을 보고서 야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시작했다. 경주의 얼굴이 정확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언뜻 언뜻 드러나는 피부는 구토가 치밀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형순이 밑에서 대기하고 있을 인부들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줌마! 안 그래도 지금 막 올라가려던 참입니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밥은 왜 안주는 겁니까?” 그토록 당부했건만 쿵쿵거리며 소리를 내던 그들을, 형순은 이빨이 덜덜 거릴 정도로 죽여 버리고 싶었다. “지금 손님이 와 있거든요, 그러니까 요 근처에 중국집으로 가서 드세요” “우리 돈으로 사 먹으라구요?” ‘아무것도 안 했잖아, 뻔뻔한 새끼들아!’ 형순은 터져 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삼킨 뒤 입을 열었다. “나중에 드릴 게요” 그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형순은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식사를 하고 있는 경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추악한 년’ 형순이 원해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경주를 속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문득 현기증이라도 난 것처럼 어지러웠다. 귀속이 웅웅거리며 시야가 깜깜해지자, 손을 더듬어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밀물처럼 들어온다. 그렇게 바깥바람을 쐬고 있자니 다시 시야가 밝아졌다. “아줌마...” 베란다가 열리고 경주가 나타났다. 마스크까지 쓴 걸 보니 식사를 끝낸 모양이다. “잘 먹었습니다...이만 가볼게요...” “가려구? 그래...가서 좀 쉬어. 기다리면 연락 올거야” 경주가 돌아간 뒤 형순은 제일 먼저 부엌으로 달려갔다. 식탁이 깨끗했다. 반찬들은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고, 그릇과 수저도 씻어 놓은 상태였다. “젠장” 한줄기 불쾌한 기운이 목덜미를 간질거렸다. 건조대를 뒤져 경주가 씻어 놓은 그릇을 집어 들었다. 물방울이 주르륵 흘러 내렸지만, 그것이 마치 냄새나는 고름처럼 느껴졌다. 그릇을 쓰레기통에 박아버리고 수저통을 뒤졌다. 한참을 뒤져봐도 구별이 안 가자 그것들도 통째로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렸다. 형순이 긴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주변은 이미 어두컴컴해져 있는 상태였다. 물먹은 솜 마냥 온몸이 축 늘어졌지만,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계획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었다. 경주가 돌아간 뒤 형순은 노부부에게서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인출한 다음 인부들과 대방동으로 향했다. 형순의 연락으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주인에게 돈을 건네 준 뒤 열쇠를 받았다. 싣고 온 짐을 모두 옮긴 뒤 곧바로 인부들을 돌려보냈는데, 저녁까지 요구하는 그들에게 형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음으로써 노골적으로 무시해 버렸다. 오는 길에 약국도 잠깐 들른 다음, 입력해 둔 이삿짐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공동주택이상에서는 원칙적으로 해가 저문 이후에 이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웃돈을 지불하자 어렵지 않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집으로 온 형순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먹다 남은 갈비를 꺼내 불판에다 올려놓는 일이었다. 불판에서 갈비가 익어 가는 동안 약국에서 사온 삼 일치 수면제를 잘게 부수었다. 그것이 고운 가루로 빻아지자 적당히 흠집을 내두었던 갈비살 사이로 한 줌도 남기지 않고 뿌려 넣었다. 이윽고 연한 속살이 검붉은 갈비소스를 머금은 채 노릿노릿 익었고 매콤한 연기과 함께 군침 도는 냄새가 한가득 풍겨 나왔다. “띵 동” 갈비접시를 손에 든 형순이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시각 저녁 일곱 시. 앞으로 한 시간 반이나 두 시간쯤 후에는 한형사가 올 것이다. 그전에 경주를 재워야 한다. “이것 좀 먹어봐, 너 고기 좋아하잖아. 설마 벌써 저녁을 먹은 건 아니겠지?” 형순이 들고 있던 접시를 식탁에 내려놓자 경주가 우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줌마...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그녀도 기다림에 한계가 온 모양이다. “그래 그러자, 안 그래도 신고할까 생각 중 이었어. 그건 아줌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식기 전에 어서 먹자” 은색 호일 사이로 진한 갈비향이 풍기자, 경주의 마스크가 조금씩 들썩거렸다. 소식없는 엄마가 걱정이 되면서도 생리적인 욕구는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경주의 문드러진 콧구멍이 벌렁대고 있을 것을 생각하자 경멸스러운 감정이 일었다. “잘 먹을게요...” 경주가 마스크를 벗는 순간 형순이 고개를 돌렸다. “넉넉하게 구웠으니까 실컷 먹어, 아줌마는 저쪽에 앉아 있을게” 형순이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매끄러운 비닐의 감촉이 느껴짐과 동시에 눈을 감고 청각에 집중했다. 쩝쩝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주가 갈비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한동안 꼼짝 않고 있으려니 쩝쩝거림과 함께 간간이 들리던 역겨운 트림소리가 잦아들었다. 식사를 끝내려나 보다. “후아암, 오늘 좀 피곤하네. 경주야, 아줌마 잠깐 눈 좀 붙일게” 형순은 늘어지게 하품을 한 뒤 바닥에 벌렁 누워 버렸다. 금세 몸 전체로 으스스한 한기가 찾아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후아아암” 또 한 번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하품을 해댔다. 식사를 끝낸 경주에게선 말이 없다. 틀림없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을 테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짐작할 수는 없었다. 십 분이나 흘렀을까.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삭 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방문열리는 소리가 났다. “철커덕” 경주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뒤에도 형순은 한참을 누워 있었다. 현재 시각 여덟시 십분. 형순이 유령처럼 몸을 일으켰다. “경주야, 자니?” 아무 대답이 없다. “경주야, 자니? 아줌마가 잠깐 들어가도 될까?” 음성을 조금 높였지만 역시 반응이 없다. 방문을 열자 컴컴한 어둠 속 한쪽에 시커먼 덩어리가 보였다. 경주는 이불도 깔지 않은 채 잠들어 있었고 형순은 슬그머니 그곳을 빠져 나왔다. 통로에서 내려다보자 대형크레인 한 대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각이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전화를 받지 않자 곧 자동응답기로 연결이 됐다. -한형사입니다. 어디 가셨나 봐요? 지금 그리로 가는 중입니다. 거의 다 왔어요. 오시면 연락 주세요- 형순은 문을 걸어 잠근 뒤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불까지 모두 끄고 나자 집 전체에 적막이 흐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형사가 도착했다. 그는 경주의 집 초인종을 서너번 눌러 보더니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형순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반응이 없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짐작컨대 상준에게 전화를 거는 듯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가 버리자 형순이 방범구멍에서 눈을 뗐다. 크레인이 올라오고 있는 듯 멀찍이서 진동소리가 웅웅 울렸다. 타이밍이 예술이었다. 이사는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진행됐는데, 낮에 만난 인부들과 달리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형순의 요구를 착실하게 따라 주었다. 하긴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형순의 요구가 없었어도 조용히 움직였을 터였다. 가구들이 하나씩 옮겨지자 집안이 조금씩 비기 시작했다. 침대를 크레인으로 막 옮기고 난 뒤 직원 중 한명이 형순에게 말을 걸었다. “장롱이 커서 문으로는 못 나오네요, 아무래도 창문을 뜯고 그리로 빼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오래 걸리나요?” “한 삼십분쯤 더 걸릴 겁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이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사단이 발생했다. 직원 중 하나가 화분을 옮기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것이다. 사기 그릇 깨지는 소리와 함께 흙덩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조심하셔야죠!” 형순이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도 시끄러운 것을 깨닫자 입을 다물었다. “이제 끝났죠?” 집안은 형순이 예전에 이사 왔을 때처럼 완전히 비어있었다. 가구들이 모두 빠지자 공간이 훨씬 넓어졌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아뇨, 이제 창문을 뜯어내고 장롱을 빼야 합니다” 직원 중 하나가 창문에 손을 올리자 형순이 황급히 제지했다. “그냥 두세요. 장롱은 안 옮기셔두 돼요. 그럼 진짜로 끝난거 맞죠?” 아무래도 불안했다. 화분 소리에 경주가 잠에서 깰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주소예요. 이리로 가시면 남편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형순이 메모지를 건네자 직원들이 철수했다. 길게 뻗어 있던 철제 크레인도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 가버리고 형순 혼자 남았다. “위이이잉” 꺼두었던 핸드폰의 전원을 켜자 밀린 메시지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부재중 36통?” 한형사에게서 걸려온 두 통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준의 전화였다. “철컥”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열려 있던 현관문 사이로 이질적인 소음 하나가 흘러 들어왔다. ‘맙소사’ 형순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안방으로 도망친 형순이 장롱 문을 엶과 동시에 밖에서 누군가가 거실 로 들어왔다. 형순이 장롱 속에 숨은 뒤 문을 닫고 나자 비명소리가 터졌다. “아아악, 뭐야 이게...” 그르렁거리는 쇳소리. 바로 경주였다. “어디 간 거야...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지...” 경주가 미친 듯이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고래고래 악을 써 가면서 중간 중간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중얼거렸다. “따르르르릉” 컴컴한 장롱 속에서 떨고 있던 형순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전화가 울린 것이다. 경주의 소리도 일순 멈췄다. “따르르르릉” 한참을 울리던 전화는 아무도 받지 않자 자동응답기로 연결이 됐다. -아직도 안 오셨나 보군요. 아까 신명희씨 집에 갈 때 잠깐 들렀었는데 안 계시더라구요- 한형사의 전화였다. 한형사는 혼자 말하는 것이 어색한지 조금 뜸을 들였다. -직접 말씀드려야 하는데 바쁘신 것 같으니까 여기다 말할게요, 조금 전에 신명희씨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흉부관통상이 아니라 뇌좌상으로 판명됐어요. 아마 가슴 쪽은 죽고 난 다음에 찌른 모양입니다- “무슨 말이죠...?” 경주의 억눌린 듯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누구시죠? 영미 어머니신가요?- “다시 말해보세요...신명희씨가 어떻게 됐다구요?” -죄송하지만 전화 받는 분은 누굽니까?- "신명희가 우리엄마예요..." -아...- 수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아마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리라. -따님이시군요...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어머니께서는 이틀 전에 사망 하셨습니다- 마침내 경주가 알아버렸다. 자신이 무사히 빠져 나간 후에 알았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은 이곳에 숨어 있고 경주는 진실을 알아버렸다. -바로 알려 드렸어야 하는데, 계속 집에 안 계셔서 그러지 못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영미 어머니께도 말씀 드려 놨는데...이것 참 면목이 없군요- “으흐흐...”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별안간 우지끈 거리며 뭔가가 부서졌다. 한형사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걸로 봐서 경주가 전화기를 집어 던진 모양이었다. “아줌마...우리 엄마가...정말 죽었어요...?” 그녀가 울부짖었다. 탁한 쇳소리만 낼 수 있는 줄 알았지만, 놀랍게도 어린 아이의 음성으로 울고 있었다. “우리 엄마 죽이구...도망 가려고 했어요? 나 재우고 그 사이에 도망 가려고...?” 경주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흐느끼는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형순이 재빨리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당신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전화도 안 받고” 신호가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상준의 음성이 커다랗게 울렸다. “한형사한테서 전화 왔었어, 집에 갔었는데 아무도 없다 길래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쿵 쿵” 별안간 거실에서 육중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여보세요? 당신 듣고 있어?” “경찰에 신고해” 형순이 모기만한 소리를 내뱉었다. “뭐라고? 잘 안들려 좀 크게 말해봐” “신.고.하.라.구”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내 안방으로 이어졌다. 가느다란 틈 사이로 포대자루 같은 것을 끌고 들어오는 경주의 모습이 보였다. “신고하라고? 이제 와서 무슨 신고를 해? 사실 고민해 봤는데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잘못했다고 하면 내 생각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안 그래도 지금 영미랑 그쪽으로 가는 중이야” ‘안 돼, 오면 안 돼... 왜 또 혼자서 결정하고 그래...’ “쿠웅” 장롱 바로 앞으로 육중한 뭔가가 떨어졌다. 포대자루에서 나온 그것은 공 모양의 마스크 비슷했는데, 상당히 무거운 듯 바닥에 닿을 때마다 집안 전체가 시끄럽게 울렸다. “쨍그랑!” 경주가 이번에는 천장에 매달린 전등을 부수기 시작했다. 안방을 시작으로 집안 곳곳에서 전구알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지.마 그.냥.신.고.해” “무슨 일 있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 모퉁이만 돌면 주차장입구야” 전등을 모두 깨트린 듯 잠시 정적이 흘렀다. “히히, 아줌마...집에 있는 거 알아요...” 별안간 그녀가 개구쟁이 아이처럼 웃었다. 발걸음 소리가 안방 쪽으로 다가오자 형순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줌마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장롱 앞에서 발걸음이 뚝 끊겼다. “왜냐면요...” “신발이 있었거든요!” 장롱의 문이 흉폭 하게 열렸다. 마스크를 벗어버린 경주의 모습에 형순이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아악” 둔탁한 뭔가가 머리를 내리쳤고, 형순의 몸이 축 늘어졌다. 경주가 형순을 바닥으로 끌어내리자 손에 쥐여있던 핸드폰이 떨어졌다. 그녀가 형순의 핸드폰을 주워든다. “형순아! 무슨 일이야? 괜찮아? 이제 다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아저씨...” “여보세요? 누구야, 경주니?” “아줌마 방금 제가 죽였어요” 경주가 킥킥 웃으면서 형순을 질질 끌었다. 거실까지 끌고 나오자 형순에게서 그녀의 손이 떨어졌다. ‘아...’ 형순은 지금 비몽사몽간이었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고속의 회전목마라도 탄 듯 세상 전체가 빙글빙글 돌았다. 흐려져 가는 시선 속으로 어둠속에 숨어 있는 경주가 보였다. 곧 상준이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 들어왔다.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형순에게는 마치 영화속의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상준이 뭔가를 밟고 넘어졌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듯이 입을 쩍쩍 벌려댔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넘어진 상준의 너머로 영미가 나타났다. 시커먼 뭔가가 영미를 덮쳤지만 형순은 이미 의식을 잃은 후였다. 4. 종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이 아프다. 얼마나 아픈지 두개골부터 뇌까지 바늘 수십 개가 박혀 있는 것 같다. 낑낑거리며 참고 있으려니 누군가 자신을 부른다. 누굴까. 뒤를 돌아봤지만 밝은 햇살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자 뭔가를 내민다. 도화지 한 장. 아...영미구나. 사랑스러운 내 딸 영미. 끔찍했던 두통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영미를 덥석 안고서 얼굴을 들여다본다. 썩어 가는 얼굴. 누런색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얼굴이 사악하게 웃고 있다. “아줌마!” 형순의 눈이 번쩍 뜨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주변의 광경이 비춰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서 상준이 모로 누워있다. 상준의 다리 주위는 뭔가를 엎지른 것처럼 액체가 흥건했는데, 자세히 살피자 그것이 시뻘건 색임을 깨달았다. “여보!” 상준이 천천히 돌아본다. 얼굴은 흘러내린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흡사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상준이 고통을 호소하며 양손을 다리 쪽으로 가져갔다. 흥건한 액체 한 가운데 그의 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한쪽 발목에 시커먼 뭔가가 매달려 있었다. 둥그런 박 모양의 철제기구. 흡사 중세시대 여인들의 정조대를 연상케 하는 물건이 상준의 발목 깊숙이 채워져 있었다. 극도로 고통스러운 듯이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그 주위로 손만 가져가는 상준이었다. “아줌마, 정신이 드세요...?” 누군가 또 있었다.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모서리 쪽에서 포대자루를 깔고 앉아 있는 경주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상준의 발목에 매달린 것은 경주가 앉아 있는 저 두툼한 포대자루에서 나온 것이었다. “아줌마 남편이 많이 힘들어 해요...저대로 두면 출혈과다로 죽을 수도 있구요...” “뭐라고?” 형순이 다시 상준을 쳐다봤다. 바닥에 가득한 시뻘건 액체. 그것은 상준의 발목에서 흘러 나온 피였던 것이다. “멧돼지 잡는 덫이예요...모르긴 몰라도 절반쯤은 절단 됐을 거예요...” “미...미친년” “아줌마가 먼저 우리 엄마 죽였잖아!” 경주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옆에 세워져 있던 막대기 비슷한 것을 주워 들고는 형순쪽을 향해 치켜세웠다. “죽여 버리고 싶어 미치겠어요...아줌마 젖통에다 대고 한발씩 쏴주고 싶어 죽겠다구요...” 형순이 자세히 보자 자신을 향한 것은 막대기가 아닌 기다란 엽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랬었군. 형순은 비로소 그것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죽인 게 아냐” “아니요, 아줌마가 죽였어요...아줌마가 안 꼬셨으면 우리 엄마는 안 죽었어요...” 형순은 주위가 밝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완전히 드러난 경주의 추악한 얼굴을, 그것도 밝은 장소에서는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 “영미는? 영미는 어디 있지?” “거실에다 묶어 놨어요...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않으셔도 돼요...” 형순이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자신의 다리는 굵은 밧줄에 묶여 있는 상태였고, 이곳은 영미의 방인 듯 싶었다. 가구를 모두 빼내자 못 알아 봤던 것이다. 엎드려 있는 자신의 얼굴 왼편으로는 플라스틱 대야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가득 채워진 물 안으로 길쭉한 뭔가가 두 개 들어가 있었다. 자신의 짐작이 맞다면 저것은 젓가락일 것이다. “아줌마,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젓가락에 대한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경주가 형순에게 말했다. “아줌마가 기절해 있는 한 시간 동안 생각해 봤는데...” “잠깐만, 우선 아저씨를 풀어줘. 그 다음에 얘기하자” “가만히 있어 봐요...아직 말하는 중이잖아요...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영미는 아무 잘못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영미는 살려줄까도 생각했어요...” “뭐...뭐라구? 그럼 우리는 죽이겠다는 말이야?” 경주가 희멀건 눈동자를 위로 까뒤집었다. 짐작컨대 어이없다는 감정을 표현한 것 같았다. “그럼 살려구 했어요...? 아줌마랑 아줌마 남편은 백 프로 죽일 거예요...내 말은 영미를 어떻게 하냐는 건데...” “우...우리가 자...잘못했어, 너한테 시...실수한 거 같다” 상준이 고통을 참아가며 용서를 구했다. “그래 경주야,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아니요, 아줌마 말은 거짓 이예요...” “.......” “저한테 약 탔잖아요...” “뭐?” 형순이 일순 할말을 잃었다. “나 재우고 이사 가려고 고기에 약 탔잖아요...저는 그것도 모르고 넙죽 받아 먹었네요...솔직히 말하면 아줌마가 조금 좋아지려구도 했었어요...” “무...무슨 말이야? 여...여보 지금 경주가 무슨 말 하는 거야? 약이라니? 대체...” 상준의 말에 형순의 목덜미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수치심과 더불어 경주에 대한 적개심이 맹렬히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실수 하셨어요...저한테는 내성이 있거든요...옛날에 너무 아파서 못 잘 때마다 수면제를 먹었었어요... 하도 많이 먹어서 나중에는 효과도 없었지만 말예요...”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뭔데?” 형순의 대꾸에 경주가 재빨리 말을 쏟아냈다. “두 분이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어준다면 영미를 살려줄게요...옆에 있는 대야 보이시죠? 그 안에 있는 젓가락을 저기 있는 구멍에 끼워 주세요...” 경주가 총으로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분홍색 꽃무늬 벽지와 콘센트하나가 보일 뿐이었다. ‘설마...’ “맞아요...그 콘센트 구멍에 젓가락을 꽂으면 영미를 살려 줄게요...” “말도 안돼!” “미...미친 소리” 형순과 상준의 입에서 동시에 악소리가 터졌다. “뭐 안하셔도 상관은 없어요...” “만...만약 안하겠다면? 아...안하겠다면 어떻게 할거지?” 상준의 물음에 경주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그럼 총으로 셋 다 죽일 거예요...물론 훨씬 덜 아프겠지만...” “미친년! 더러운 년! 쓰레기 같은 년!” 형순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두려움 때문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아저씨부터 선택하세요...어느 쪽이죠?” 형순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주가 상준에게 묻는다. “자...잠깐만” 상준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얼굴 대신 초점 잃은 눈이 멍하니 젓가락만 향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상준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죽겠어, 영미는 살려줘” “여보!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미안해, 이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다리는 아까부터 감각이 없고...아마 여기서 나간다고 해도 예전처럼 거...걸어 다닐 수는 없을 거야” "같이 결정해야지! 왜 자꾸 당신 혼자 결정해? 왜!" 상준이 말없이 자신의 대야 속에서 젓가락을 꺼내 들었다. “아저씨 제가 셋을 셀게요... 못 꽂으시면 바로 머리가 날아 갈 겁니다...” 젓가락을 쥔 상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던 그의 손이 콘센트 바로 앞까지 이동하자 경주가 셋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둘...” 너무도 끔찍한 광경에 형순이 결국 고개를 돌려 버렸다. “셋!” “우아아악” 따닥 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형순은 결코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하악...하악..학” 이상했다. 형순의 귀로 상준의 숨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여보” 상준이 눈을 질끈 감은 채 와들와들 떨어대고 있었다. 젓가락 한쪽은 콘센트에 깊숙이 꽂혔지만, 다른 한쪽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실패했네요...” “타앙!” 방아쇠가 움직이자 천둥 같은 총성이 터졌다. 상준은 뒤통수가 완전히 으깨진 채로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의 주변벽지로 핏방울들이 세차게 흩뿌려졌다. “마...맙소사...” “아줌마 남편은 한쪽만 꽂았어요...두 군데를 동시에 꽂아야 전기가 통하는데 말이죠...” “이...악마 같은 년...” “이제 아줌마가 선택할 차례입니다...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선택해 주세요...” 경주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형순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가 성공하시면 영미는 살려 드립니다...자 이제 셀게요...” 경주의 말이 달라졌다. 아까 전에는 둘 다 젓가락을 꽂아야 영미를 살려 주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자신만 성공하면 살려주겠단다. 형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경주의 눈을향했다. 노란색 눈알. 허옇게 치켜뜨던 눈알이 비쩍 마른 동태새끼 마냥 노랗게 변해 있었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그것을 보며 형순은 확신이 생겼다. ‘미쳤다. 저 년은 확실히 미쳤다.’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했다.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형순의 시선이 다시 대야를 향했다. 물속으로 굴절되어 있는 젓가락들이 보이자,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이 감전 당해 죽더라도 경주가 영미를 살려 준다는 확신이 없었다. “하나...” 음산한 소리가 들렸지만, 생각을 멈추진 않았다. 젓가락을 꺼내기 위해 대야 속으로 손을 담갔다. 차가운 물이 닿자 불현듯 의문이 생겼다. ‘이 물은 뭐지? 단순히 전기가 잘 통하게 하려는 것인가?’ “둘...” 형순이 젓가락을 콘센트 구멍 쪽으로 가져갔다. “잠깐만!” 별안간 형순이 소리를 질렀다. 순간적으로 아이디어 하나가 스쳐갔던 것이다. “아줌마...허튼 수작 부리면 영미는 죽어요...” “미안해, 너무 긴장해서 그랬어” 형순이 다시 젓가락을 갖다 대면서 계획을 정리했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비록 자신은 죽겠지만 영미는 무사할 것이다. 형순의 시선에 찰랑거리는 대야가 크게 새겨졌다. 대야에 담긴 물은 영미를 구하라는 신의 계시요, 천사가 준 선물이었다. “앗! 저기!” 경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창문 쪽으로 옮겨짐과 동시에 형순이 대야를 뒤집었다. 물은 빠른 속도로 흘러갔고, 경주가 다시 형순을 돌아봤을 땐 포대까지 닿아 있는 상태였다. “죽어버려! 추악한 년!” 경주의 치맛자락과 발바닥까지 물에 닿는 것을 보고 힘껏 젓가락을 밀어 넣었다. 형순을 중심으로 찰나의 시간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경주의 노란 눈알이 웃고 있다고 느낀 것은 착각일까. 손가락 끝에서 뭔가가 따끔거리기 시작했을 때 형순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끔거리는 느낌이 팔을 지나 어깨까지 올라 왔을 때는 제법 커다란 통증으로 변해 있었다. “우워어어어..” 머릿속에서 빛이 번쩍했다. 뇌의 껍질이 강제로 벗겨지고 그 속으로 무수한 파편들이 쑤시고 들어왔다. 극도의 고통과 함께 폭발할 것 같은 압력이 안구로 가득 쏠렸다. 펄펄 끓는 쇳물이 피 대신 전신을 돌고, 팔다리가 미친 듯이 오그라들었다. 구운 오징어처럼 연골과 뼈까지 부수어 가며 한없이 안쪽으로 말려들었다. 금이 쩍쩍 가기 시작한 형순의 눈에 경주의 모습이 보였다. 벌러덩 자빠진 채 그녀도 자신처럼 바싹 오그라들고 있었다. 경주의 얼굴이 다시 웃고 있다고 느꼈을 때 형순은 마침내 깨달았다. 물은 천사가 아니라 경주의 선물인 것을... 포대자루가 크게 요동을 쳤다. 잔뜩 들썩 거리던 포대의 한쪽 끝에서 뭔가가 불쑥 삐져나왔다. 경련으로 무섭게 떨려대는 그것은 영미의 머리통이었다. ㅊㅊ: 웃대 'k12kb'
펌) 낚시인들이 겪은 귀신썰
오늘은 낚시덕후들이 겪은 등골 서늘한 썰들 모음입니데이 근데 밤낚시는 귀신이 좋아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까? 난 죽어도 혼자는 무서워서 못갈듯....ㅠ 자 Voyou의 공포파티 태그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hj9516 @cndqnr1726 @hy77 @yws2315 @sonyesoer @hyunbbon @KangJina @sksskdi0505 @serlhe @mstmsj @sasunny @glasslake @evatony @mun4370 @lchman @gim070362 @leeyoungjin0212 @youmyoum @jkm84 @HyeonSeoLee @HyunjiKim3296 @226432 @chajiho1234 @jjinisuya @purplelemon @darai54 @vkflrhrhtld @babbu1229 @khkkhj1170 @choeul0829 @gimhanna07 @wjddl1386 @sadyy50 @jeongyeji @kmy8186 @hjoh427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썰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대부분 붕어대물낚시를 하시는분들은  사람들이 없는 산속 조그만 소류지... 이런곳을 많이 찾습니다.  대물낚시 특성상 사람들이 빈번히 왔다갔다 하는... 많이 잡아가서 붕어씨가 마를정도의 이런 저수지는 잘 안가죠.  게다가 여러사람이 가서 요란스럽게 굴면 붕어들 다 쫓아낸다고 혼자서 가게되죠.  그것도 낮보다는 밤낚시를 많이 갑니다.대물은 낮보다는 밤이 확율이 높으니..  차에서 내려서 산속을 2~30분 낚시장비 들고 걸어가서 밤새도록 찌만 바라보는...그런 대물낚시입니다.  그런데도 의외로 귀신을 봤다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숲속 묘지앞에서 밤새 붕어 잡는다는 분들이 대부분인지라...  기가 세신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부터 내용은 낚시사이트(월척)에 귀신을 봤다는 글을 몇가지 옮겨왔습니다.  여기 내용에 더 어울릴것 같아서요 ㅎㅎ  ----------------------------------------------------------------------------------------------  ID : FishingScience  2년전 강낚시를 조금더 중앙에서 하고자 겁도 없이 둑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강에 있는 둑은 아시다시피 폭이 80~100Cm 정도뿐이죠. 앞으로는 수심이 4~5m 뒤로는 가파른 콘크리트 구조물.... 그곳이 워낙 메기가 잘 잡히는 곳이기에(채집망을 넣어두고 2~3일 지나면 35~50Cm 정도의 메기가 채집망에 두세마리정도)  좋은 포인트에 진입을 하고자 둑에 앉아서 낚시를 즐기다 그만 깜빡 졸았습니다. 눈을 뜨고 찌를 바라보니...  6대의 낚시대 중 3번과 4번 사이에 뭔가 시커먼 것이 물위에 떠 있더군요.  뭐지??? 이생각을 하며 다시 찌를 바라보다 깜빡 졸고 다시 눈을 떠보면 이번에는 2번과 3번 사이에 다시 눈을 감고 숫자 열을 마음속으로 세고 눈을 뜨니 이번에는 1번과 2번 찌 사이에 꼭 저승사자의 형태처럼 생긴것이.... 물위에 떠있더군요. 워낙 그런쪽으로 안 믿는지라 근처에 가로등이 내가 눈을 감고 있어도 내 눈에 피로를 주어 밝은부분이 더 밝게 보여 주위가 어두워져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며 다시 낚시를 즐기던 도중 3번의 입질을받고  (그때까지도 계속 1,2번 사이에 떠 있음) 다시 한번 깜빡 졸았는데 눈을 떠 보았는데 이번에는 안보이더군요.  역시 착각이였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살림망 튼튼하게 고정되어 있나 확인을 하려고 왼쪽으로 돌아보는 순간 제 바로 7시방향 (전방이 12시라고 생각하면)에 서서 절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물론 얼굴도 보이지 않고 단지 저승사자처럼 검은 도포에 삿갓을 쓴 형태만 보이는데....  낚시를 접고 집에 가려고 하였지만 숨은 턱턱 막혀오고 온 몸은 떨리고 그렇게 한 시간 같은 1~2분이 지난 다음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낚시대고 뭐고 다 놔두고 집으로 냅다 달렸습니다. 다음날 직장 동료와 가서 낚시대와 살림망 접으면서 어제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그래서 여기는 잘 지나가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미!친!듯!이! 메기 매운탕에 수제비를 띄우고 싶을때는 2명이상출조한다며 이야기를 하더군요. 다시는 그곳에 가지도 않았고 2년이 지난 지금 다른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   ID: 악마에잡고기  낚시하시다 귀신본 일 있으세요? 전있습니다. 4년전에 충남쪽에서 7월 밤낚시를 하는 중, 갑자기 몸이 주체못할정도로 춥고 떨려서 이상하다 하는데 텐트밖으로 전방으로 날아가시는 여자분(?) 하고눈이마주쳤습니다. 목이 한없이 돌아가서 뒷모습인데도 얼굴이 돌아서 눈을 계속 처다보던데요. 전방으로 날아가서 물버들 숲으로 사라지더군요. 무서워서 도망갔다는 분들 대단하세요. 전 그냥 그자리에서 후레시키고 한시간쯤 울다가 겨우 차로 가서 울고 있었습니다. 사고날까봐 운전은 꿈도 못꿨죠. 아직까지 밤낚시 무섭습니다. -------------------------------------------------------------------------------------------  ID : cupidon  몇년전 일입니다. 너무 기억이 많이 남아서 그쪽 자리 근처에는 낚시를 갈 엄두가 안나네요.  그자리는 거의 절벽에 가까운 자리라 오르 내리기 힘이 듭니다. 길도 미끄럽고 험합니다.  제가 독조를 즐기는 편이라 그 날도 혼자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밤 11시 넘어서 12시가 다 되어갈때 쯤입니다.  이상한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누가 내 뒤에서 나를 쳐다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갑자기느껴집니다. 뒤돌아 볼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뒷 목이 싸늘해지는 듯한 느낌...찬기운이 뒤목을 스쳐갑니다.  그러면서 머리 카락과 온 몸의 털이 쭈뼛하게 일어 납니다. 온몸이 경직됩니다. 그리고 몸서리 쳐지는 이상한 기운...  예전에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께서 많이 사용하시던...분냄새...화장품냄새...요즘은 그런 화장품도없을 겁니다.  그 냄새가 찬 기운이 스치면서 코를 스쳐 지나 갑니다. 그 냄새를 맏는 순간 저는 갑자기 얼음이 되었습니다.  한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이 자리에서 빨리 나가야 겠다는 생각...귀신에게 홀리는건 아닌지..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냄새도 사라지고...그 찬 기운도 어느 순간인가 없어지네요. 그래서 바로 낚시대빨리 접고 가방 챙기고 순식간에 짐을 모두 챙기고 후다닥 도망쳐 나오는데... 헉...무엇인가 울러맨 가방을 무엇인가 뒤에서 턱 잡아버립니다.  순간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온힘을 다해서 확 뿌리치고 줄행랑.. 그 미끄럽고 험한 절벽 같은 길을한 방에 올라왔습니다.  차에 도착해서 짐 대충 마구 던져넣고... 빨리 시동 걸고 줄행랑 치는데 빨리 차를 몰고 나가야 되는데, 다리는 왜 그리 떨리는지.. 클러치며..액셀을 밟아야 하는데...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밟지도 못 하겠고...그저 빨리 나가야 겠다는 생각만 났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온 몸이 떨리고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나중에 가만히 생각 해보니 나도 답답한 것이...빨리 몸만 먼저 빠져 나오고 다음 날 아침에 가서낚시대 가져 될 것을..ㅋ  저도 한심한 놈인가 봅니다. 낚시대도 중요 한지라 챙겨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봅니다.  지금도 그 생각하면 조금 무섭기도 하고, 저의 행동이 우습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 후론 그자리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 않습니다. 나중에 친구 녀석과 애기를 나누던 중에 놀라운 애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앉았던 자리 못 건너편에서 낚시를 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그 시기도 비슷하기도 합니다.  못 거너편 자리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제가 낚시를 했던자리 근처에서 여자가 흐르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몹시 슬프게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허거걱!! 제 느낌이 정말이었나 봅니다.  그 친구도 여자 울음 소리 듣고 놀라서 바로 철수하고 돌아 왔다고 하네요. 다시는 그 자리는 근처에도 안갑니다. 사람이 급한 일이 생기면 초능력이 생긴다고 하더니..제 그랬나 봅니다.  그 절벽같은 길을..미끄럽고 험한길을...가방,의자,삐구통을 다 들고 한 방에 올라 왔다니..참 신기합니다.  지금에서야 웃고 애기 하지만...그 때의 그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     ID : 男子  몇해전 여름7-8월...청양군 소재에서 아주 큰 교통사고가 있었죠... 쏘나타 차량과 학원버스의 충돌로 5-7명쯤의 어린아이의 목숨을 빼어갔던곳... 전국방송까지 나와 아직도 기억함. 그 아래 안부동지라는 아담한 소류지가 있죠..  아무런 생각없이 혼자 독조를 즐기고 있는데...새벽 1-2시쯤인가... 어린아이들이 떠들고 놀면서 웃는소리...  아니 이시간에 이녀석들이 잠도 안자고 놀고있다니...ㅡ.ㅡ;; 별생각없이 낚시에 집중하고 있을때쯤...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 아뿔사...애들이 세상을 떠난곳이라는게 머리속에서 팍~~꽂힌다... 애들은 점점 다가오고...아흨..난 죽었다... 혹시나 갸들이 다가와 아저씨 낚시 잘되요? 라고 물어보기라도 하면 뭐라한데...ㅠㅠ 너무 무서워서 옆에 있던 쏘주 한 병을 벌컥벌컥 마시고 텐트문 걸어잠그고 무릎담요 뒤집어 쓰고밤을 지새운기억... 지금도 생각하면 등꼴이 오싹합니다..ㅠㅠ 귀신 있는거 가타여    -----------------------------------------------------------------------------------     ID : 백상어1  남자님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작년 추석쯤 안부동지에서 1박2일 밤낚시중 s오일 정도에서 애들 노는 소리가 나길래... 주유소에 추석이다 보니 애들이 놀러왔나 보다 하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아침이 오고 새벽같이 주유소 직원이 문을 열어서 그냥 이상하다 하고 생각만 했었는데...  지금 님의 글을 읽어보니 참 꺼림직합니다...  -------------------------------------------------------------------------------  ID : 하백이  처가집이 청송입니다.  청송 안덕면 근처에 작은 소류지가 있습니다.  새벽낚시가서 월척을 3수나 했던 곳이죠.  그래서 같이 낚시 다니는 지인에게 이야기 하고 같이 출조를 했습니다.  6년전 6월경입니다.  그 소류지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제방권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방 초입에 제가 앉고 10m 떨어진 곳에 지인 그옆에 5m 떨어져서 나머지 지인 이렇게 앉았습니다.  밤새 낚시를 하고 있었고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가고 있을시간 3시쯤 되었습니다.  찌 하나가 스믈스믈 입질이 오면서 올라오고 있었구요.  낚시대를 잡고 챔질을 할려고 낚시대를 드는데 발밑에서 귀신이 제 발을 움겨 잡았습니다.  저는 낚시대를 들고 물속으로 그대로 다이빙을 했지요.  그때 겨우 정신 차리고 옆에 풀을 붓잡고 매달렸고 물속에서는 저의 다리를 끌여 당겼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옆에 동출한 지인이 무슨일이냐고 이야기를 걸었고 그때 비로서 끌여당기던것이 없어졌습니다.  풀을 붙잡고 겨우 올라와서 뭍에 앉았습니다.  그날은 같이 출조했던 사람 모두 고기를 한마리도 못잡았습니다. 지난번에 월척지식에 이 이야기를 적었더니 낚시대를 들지 않고 받침대를 들어서 그렇다는 리플이있던데요.  그날 저는 낚시대를 들고 빠졌구요.  발밑에 있던 두팔을 보았습니다. 지인이 부르기 전까지 물속으로 끌어 당기는 힘도 느꼈구요. 물에 빠졌을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살수 있습니다. 안그러면 낚일수 있겠지요. 물귀신에게... 그 소류지는 다시는 안갑니다.  -------------------------------------------------------------------------------------------     ID : 쌈뒤  용인에있는 관리형 저수지에서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연안 좌대에서 밤낚시 하던중 새벽3~4시쯤 화장실가는도중  관리실에서 사장님이 저희 좌대쪽으로 오시면서 입질 없으면 술이나 한잔 하시자며 오시다가...  말없이 관리실로 돌아가셨습니다.  제 생각에는 뭐 이런사람이 다있어하며 뒤돌아서며 습관처럼 물가에 눈이갔습니다!  잠깐동안 제 눈을 으심했습니다!  젊은여자가 물속에서 스믈스믈 기어나오는게 아닙니까?  순간 아~ 깜짝이야!c발! 욕이나오더군요!  그말과 동시에 저를 휙~하며 처다보는데 식겁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는 뒤도 안돌아보고 좌대안에 들어가 문닫고 잠만 잤네요...  아침에 사장님이 좌대에 오셔서 새벽에 소주한잔 하려다 죽는줄 알았다며 새벽에 있었던 얘기를하는데... 오다가 귀신이 나오는 바람에 돌아갔다고!!!  헐~~~나만 본게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라면먹고 8시에 철수했습니다 ㅠㅠ  님 께서도 만약에 귀신을 본다면 욕하고 쌩까세요!  대꾸하면 따라다닌대요...ㅠㅠㅠ    -------------------------------------------------------------------------------------------------     ID : 추파츄  몇년전 낮에 자주가 든 소류지였고 밤낚시도 몇차례 하였던 그런곳 입니다.  그날따라 오후 7시경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더군요.  주차하는곳 맞은편이 과수원이고 그곳을 좋아하는데 갈려면 상류쪽을 돌아 사람들의 발길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 있지요.그곳을 지날려면 작은 무덤이 두개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신경도 안썼는데 그날따라 조금 신경이 쓰이더군요. 무덤사이를 통과하고 과수원쪽에서 낚시대를 펴는데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 지더군요.  처음간 곳이라면 낯설고 해서 그렇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등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그런 느낌... 시선의 느낌 ..... 겁도 나고 해서 몇번을 뒤를 돌아보고 후레쉬로 이곳저곳을 비춰어 보고...  느낌이 쌔한게..아니더군요. 수심 또한 사람이 익사할수 잇는 수심이고 하니 물을 바라볼수록 무언가 나를 당길것 같은 느낌...물이 겁나더군요. 영화 살인의 추억에 보면 여자가 남편 마중을 나갈때 노래를 부르고 그노래와 같은 휘파람 소리가 논쪽에서 들리고, 여자는 잠시 멈칫 하더니 우산과 후레쉬를 손으로 다시한번 움켜잡고 옆눈질로 논을 쳐다보고 달리기 시작하는 장면과 같다고 할까요? 저도 옆눈질로 뒤와 물가를 쳐다보고 낚시대를 접기 시작햇습니다.  3대를 폈는데 접는 시간이 불과 30초정도 였을거라고 봅니다. 이제 남은것은 무덤사이를 통과해야 하는데 앞이 캄캄하더군요. 이미 주위는 칠흙같이 어두웠고 들어올때 무심히 쳐다본 무덤가의 신발이 생각이 나는데... 미친듯이 풀숲을 헤치고 달리기 시작 했습니다.  후레쉬는 겁이나서 멀리 못비추고 발앞만 비추고....뛰면서도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더군요. 다행히 차에 몸을 고 시동을 급하게 걸어 내려오면서 룸밀러로 뒤를 보는데 소류지 끝편에 누군가 서있는듯한 형상이 보이더군요. 그뒤로 혼자서는 절대 밤낚시를 안합니다.지금도 그소류지 근처는 안갑니다. 그때를 회상하니 글을 쓰는 지금도 닭살이 돋네요. ㅊㅊ:디시 공이갤
퍼오는 귀신썰) 같은 꿈을 계속 꾸었다
지이이인짜로 오랜만이지? 이제 정말 완연한 봄이 되었나 싶더니 오늘은 바람이 좀 차다 이럴 때 감기 많이들 걸리니까 조심하도록 해 특히 요즘같은 때는 감기 걸리면 오만 생각이 다 들테니까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거 다들 알지? 어짜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부디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져온 이야기, 오랜만에 같이 볼까? ㅎㅎ _____________________ 역 앞을 걷다가, 너무나도 이상한 헌팅을 당하고, 끝내는 인생이 완성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내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인데, 아마 여기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어렸을 때, 일년에 한번씩 늘 같은 꿈을 꾸곤 했다. 중학교 무렵까지 매년마다 그 꿈을 꾸었던 기억이 난다. 클로버가 곳곳에 피어있는 들판에서,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어린 여자아이가 뛰어다니는 꿈. 이 꿈을 꿀 때면 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껏 느낀 적 없던 종류의 행복감을 느끼며,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꾸지 않다보니, 어른이 되고서는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다. 어느 휴일, 서점에 들렀다 돌아오는데, [죄송합니다.] 하고 웬 여자가 어깨를 두드렸다. "어? 나 말인가?" 싶어서 헤드폰에서 귀만 내밀고, [네?] 하고 되물었다. 오묘한 얼굴로 [저와 어디선가 만나지 않으셨나요?] 라고 질문해왔다. "어라,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뇨, 아마 잘못 보신 거 같은데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여자는 찜찜하다는 듯, [그래,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얼굴을 훅 들더니, [저, 첫눈에 반했어요! 사귀어 주지 않으실래요?] 라고 고백을 해왔다. 그제야 나는 겨우, 이게 헌팅인가 싶었다. 전혀 인기가 없던 나는, 여자한테 고백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날아오를 듯한 기분이었다. [앗, 잘 부탁합니다...] 하며 조금 폼도 잡아보고. 여자도 웃으며, [그럼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휴대폰을 건네와, 그날부터 연락을 하게 되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왠지 헌팅 같은 걸 당해서 말이야~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면서 자랑을 해댔다. 하지만 여자친구 쪽은, 어쩐지 데이트를 할 때도 연락을 할 때도 무리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긴장이라도 한 걸까 싶었지만, 점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3달 정도가 지난 어느날, 같이 드라이브를 가게 되었다. 차를 타고 가자는 이야기를 꺼낸 순간 여자친구의 얼굴이 가면처럼 굳어서 당황했지만, 곧 웃으며 [드라이브 좋겠어! 가고 싶어.] 라고 대답했다. 당일, 여자친구를 만나자 엄청 큰 배낭 같은 걸 메고 왔었다. [소풍도 아닌데 뭘 이렇게 많이 싸왔어.] 하고 웃고는, 꽤 시골인 동네를 떠나 평소와는 다른 도시 쪽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그날 여자친구는 너무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역시 수수한 시골보다는 도시 쪽이 즐겁겠지.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멀리 차를 타고 나오다 보니, 여자친구가 만들어 준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차 안에서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나도 너무 좋아서 즐거웠다. 이후에도 가끔 드라이브 데이트를 하게 되었고, 여자친구는 매번 이것저것 만들어 와서, 마음의 거리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어느날, 언제나 그렇듯 여자친구 집 앞에서 여자친구를 태우고 운전을 하는데, 여자친구가 조수석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오늘인가 보네, 아마.] [어? 뭐가?] 하고 묻자, [응? 나 뭐라고 말했어?] 라고 웃으며 대답해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오늘 어딜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평소와 똑같았기에, 평범하게 데이트를 마치고 저녁을 먹은 뒤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계절은 겨울, 주변은 산길이라 벌써 어두웠다. [내일은 영하래.], [정말? 큰일이다...]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어쩐지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굳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재빨리 얼굴을 바라보자, 왠지 눈이 풀린 것 같았다. [왜 그래? 괜찮아? 추워?] 하고 묻자, [응, 괜찮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거기서부터 대화가 끊겼다. 나는 여자친구가 화가 날만한 말이라도 했나 싶어 걱정하며, 산길 커브를 돌아갔다. 자동차는 슥 하고 커브 바깥쪽으로 걷돌더니, 원심력에 따라 그 기세 그대로 가드레일 너머로 떨어졌다. 엄청난 폭음 후 의식은 사라졌다. 한참 뒤, 여자친구가 나를 흔들어 눈을 떴다. 자동차는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고, 머리는 아픈데 눈은 보이지 않고, 옷이 축축한 것만 느껴졌다. 망연자실하던 와중, 문득 여자친구가 걱정되서 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여자친구는 무사했는지 멀쩡한 모습으로 - 나중에 안 것이지만 실제로는 여자친구도 다친 채였다 - 담담하게 언제나 메고 다니던 큰 배낭에서 거즈와 붕대 같은 걸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이 깔끔한 솜씨로, 내 머리에 대고 지혈하며 두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머리는 충격으로 깨져서, 그 피로 옷이 젖어 있던 모양이었다. 그 후 여자친구는 휴대폰으로 구조를 청했다. 예보대로 영하의 추위였던 탓에, 배낭 속에 들어있던 손난로를 내 몸에 잔뜩 붙이고, 우리는 꼭 껴안고 체온을 지켰다. 나는 피가 빠져나간 탓인지, 굉장한 추위가 들었고, 공포에 질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는 무척 침착했다. 어째서인지 [내가 꼭 지켜줄게.] 라고 나에게 말하며. 나는 무척 신기한 기분이었다. 잠시 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둘이 같이 구조됐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나는 여자친구에게 그 응급치료 솜씨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여자친구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나, 알고 있었어.] 라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는 어릴 때부터 모르는 남자가 밤 중 산길에서 사고를 당해 죽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었다고 한다. 너무 자주 꿈을 꾸다보니,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고 여기는 사이, 어쩐지 위에서 내려다보던 꿈이 조수석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차차 꿈을 꿀 때마다, 어떻게 사고가 일어나서 어디를 다치고, 무엇이 원인이 되어 죽는지를 파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가 죽지 않을 수 있도록, 꿈 속에서 필요한 도구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 사고 끝에도 살아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나를 봤을 때, 여자친구는 너무나 큰 충격에 온몸에서 땀이 나고 토할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정기적으로 꿈에 나오던 남자를 현실에서 마주친다면 누구라도 무섭겠지. 처음 말을 건 그날은, 정말 큰맘 먹고 말을 걸었다고 한다. 그저 우연일 뿐이라면 여기서 끝이지만, 만약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거라면, 이 남자에게 말을 걸지 않은 걸 평생 후회할 거라 느끼면서. 솔직히 나는 외모적으로는 여자친구의 이상형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하면 기분 나빠하고 끝날 거 같아, 첫 눈에 반했다고 그럴듯 하게 둘러댔던 것이다. 사귀고 있다보면 언젠가 그 사고를 마주칠테니, 적어도 그 때까지는 사귀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통곡했다. 처음 여자친구가 무리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그런걸까, 오히려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목숨을 건진 기쁨보다, 여자친구가 이제 내 곁을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것에 절망했다. 나는 통곡하며 [이제 우리는 헤어지는거야?] 라고 물었다. 여자친구는 반문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나는 절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이제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으니까.] 나는 어쩐지, 결코 여자친구와 헤어져서는 안된다는 예감이 들었다. 당시에는 나 같은 놈이 이런 여자를 놓치면 다음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랬다고 여겼지만, 아마 헤어지면 안된다는 것을 내 마음 속 어디에선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대답을 들은 여자친구는, [나도 너를 좋아하게 됐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며 웃었다. 그로부터 반년 정도를 더 사귄 후, 사귄지 1년쯤 될 무렵 우리는 결혼했다. 결혼하고 2년만에 아이가 태어났다. 어느 화창한 날, 이제는 아내가 된 여자친구가 만든 도시락을 가지고, 피크닉을 갔다. 2살 된 딸은 무척 들떠서, 피크닉 시트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뛰어다녔다. 웃으며 위험하니까 이리 오라고 딸에게 손을 뻗던 순간, 나는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내가 땋아준 양갈래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딸의 모습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 꾸어오던 꿈 속의 그 장면이었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내가 나를 돕는 꿈을 꾼 것도, 내가 아내와 결코 헤어지면 안된다고 느낀 것도, 모두가 딸아이를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그 꿈을 보고 느끼던 말로 표현할 수 없던 행복감은, 고작해야 중학생이던 내가 알 턱도 없는 것이었다. 어린 딸을 보는 아버지의 행복감이니까. 지금 처음 맛보는 부모로서의 행복 속에서, 그리움을 느끼는 모순 속에 나는 서 있었다. 내 인생은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출처] 괴담의 중심 _______________ 뭔가 그 부분이 왠지 감동이더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일 때는 위에서 내려다 보다가, 계속 해서 보다 보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는 옆에 앉은 사람의 시선이 되었다는 거. 비단 이렇게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런 경우가 참 많을 것 같아서 말야.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비극들이 참 많잖아, 그리고 그 중 많은 부분이 어쩌면 누군가의 관심으로 비극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지금은 자신을 잡도리('단도리'는 일본말이니까 순우리말인 '잡도리'를 쓰도록 하자!)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기니까 함께 조심했으면. 그럼 건강하고, 조만간 또 올게!
펌) 제주도 숨비소리 수살귀
오랜만에 빙글하네요 핳핳핳 재밌게 보시길 바랍니다.. 이 썰은 상상하는 재미가 있슴니다.. 자 Voyou의 공포파티 태그ㄱㄱ @kym0108584 @eunji0321 @thgus1475 @tomato7910 @mwlovehw728 @pep021212 @kunywj @edges2980 @fnfndia3355 @nanie1 @khm759584 @hibben @hhee82 @tnals9564 @jmljml73 @jjy3917 @blue7eun @alsgml7710 @reilyn @yeyoung1000 @du7030 @zxcvbnm0090 @ksypreety @ck3380 @eciju @youyous2 @AMYming @kimhj1804 @jungsebin123 @lsysy0917 @lzechae @whale125 @oooo5 @hj9516 @cndqnr1726 @hy77 @yws2315 @sonyesoer @hyunbbon @KangJina @sksskdi0505 @serlhe @mstmsj @sasunny @glasslake @evatony @mun4370 @lchman @gim070362 @leeyoungjin0212 @youmyoum @jkm84 @HyeonSeoLee @HyunjiKim3296 @226432 @chajiho1234 @jjinisuya @purplelemon @darai54 @vkflrhrhtld @babbu1229 @khkkhj1170 @choeul0829 @gimhanna07 @wjddl1386 @sadyy50 @jeongyeji @kmy8186 @hjoh427 저의 공포 소설 알림을 받고 싶은 빙글러는 댓글에 알림 신청을 해주십쇼. 그러면 앞으로 공포썰 카드에 닉넴 태그해드립니다. 즐감하시고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아시죠? ^^** 1956년에 대구에서 태어난 우리 삼촌은 어릴 때부터 물놀이를 유난히 좋아하셨다고 한다. 중고등학생때 청소년 수영선수로 활약하며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수영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남다른 분이었다. 하지만 삼촌이 성인이 되기전에 할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시며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고 삼촌은 수영선수로서의 꿈을 끝내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삼촌은 22살이 되던해에 경남진해에있는 해군해남 구조대 통칭 ssu에 자원입대하셨다. 하지만 불과 하루만에 땅을 치며 후회하셨다고 하는데 훈련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고된 훈련을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내신 삼촌은 군복무중에 수중용접기술을 배우셨고, 전역후에 부산의 꽤 규모있는 조선소에 취직해 5년동안 산업 잠수소로 활동했다. 그러다 서른살에 제주도가 고향이신 직장동료분과 사랑에 빠지셨고 그 분과 결혼후에 제주서귀포의 작은 어촌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때가 팔십년대 초반이었는데 당시 전문인력이 귀했던 제주도에서는 젊은 나이에 1급 잠수기능사인 삼촌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다. 삼촌은 인양작업이나 수중공사등 다양한 일을 하셨고 그렇게 가정을 이룬 삼촌은 열심히 일하시며 나름 넉넉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셨다. 그러던 어느 날 평안한 마을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마을 해변과선착장사이에는 커다락 갯바위 하나를 중심으로 암초대가 형성되어있었는데, 이것은 다양한 바다생물의 굴락지로 낚시꾼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낚시 포인트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밤낚시를 하던 낚시꾼 두명이 실종된 것이다. 주민들은 그저 낚시꾼들의 부주의로 그들이 너울에 휩쓸린거라며 유감을 표할뿐 크게 동요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며칠 후에 같은 장소에서 또다시 낚시꾼이 익사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사고와 관련된 이상한 소문이 마을 전체에 퍼지면서 삼촌은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알게되었다. 한 젊은낚시꾼이 동료들과 함게 갯바위위에 자리잡고 앉아 회를 안주삼아 과하게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때 누군가 물가와 가까운 암초위에 서서 소변을 봤는데, 그러다 갑자기 바다에 첨벙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동료들은 처음에 그가 술에 취해 고꾸라 진줄 알고 깔깔 웃었는데 물에 빠진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먼 바다로 헤엄쳐갔다고 한다. 일행들이 그를 애타게 불렀지만 그는 뭔가에 홀린듯이 걔속 멀어져갔고 몇몇 사람들이 물에 뛰어들어 그를 쫓아갔는데. 다들 물에서 뭘 본건지 반쯤 넋이 나간채로 기겁을 하며 물밖으로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바닷속으로 사라진 그는 다음날 싸늘한 시신이 되어 뭍으로 밀려왔는데 시신의 입안에는 정체모를 머리카락이 한뭉텅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갯바위 낚시가 위험하긴 해도 그것은 전례없이 끔찍한 사고였다. 연이은 사고로인해 평화롭던 마을 전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후로 몇달사이에 바다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까지 실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해녀들은 수심 15미터이상에서도 작업을 거뜬히 하는 베테랑이었다. 그리고 보통은 서너명의 해녀들이 짝을 지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분명 동료들이 먼저 알아챘을 것이다. 마을해녀들이 바다에 나가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 해녀들의 사고소식에 마을 주민들 모두 몹시 황당했다. 당시 주변 해녀들의 말에 따르면 실종된 해녀들 모두 평소와 같이 물질을 하다가 어느순간 감쪽같이 사라져버린탓에 그 누구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상황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선 숙련된 잠수부까지 실종이 되자 마을은 한바탕 난리가 났고 작은 어머니는 삼촌이 수색작업을 하시는걸 필사적으로 막았다고 한다. 이모든 일들이 불과 반년사이에 한 마을에서 일어났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근의 낚시꾼 한명이 또다시 실종되자 이 모든 것이 물귀신의 탓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마을 전체에 돌기 시작했다. 결국 한 평생 물질을 업으로 삼았던 해녀들조차 바다에 들어가길 꺼려했고 낚시꾼들 역시 더이상 마을을 찾지 않게되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어업수확량까지 눈에 띠게 줄어들자 급기야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마저 떠나가기 시작했다. 어업의 잠정중단과 줄초상으로 평화로운 마을은 한순간에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상황을 보다못한 마을 어르신들은 영험하다는 신방을 불러오셨다. 신방은 제주도 방언으로 무속인을 칭하는 말이다. 해가 저물어갈 무렵 긴 잿빛 머리를 뒤로 정갈히 묶은 중년 여성의 신방이 마을로 들어왔고 그는 해변가에 우두커니 서서 바다를 한참동안 노려보았다. 그리고 "어유 이렇게 멀리 있어도 숨통이 조여오는구만 이건 예삿기운이 아니야" 연신 방울를 흔들며 뭔가를 찾는 듯 물가를 천천히 둘러보던 신방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도망치듯 뭍으로 나왔다. 마을 촌장에게 그간의 일을 전해들은 신방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그간 못되고 끔직한 것들은 많이 봐왔지만 저렇게 흉측한건 난생 처음 봅니다. 독이 어찌나 바짝 올랐는지 내가 모시는 할망도 등뒤로 숨어버렸어요. 악귀도 저런 악귀가 없습니다 태생은 본디 인간이었겠지만 이제 인간의 모습은 완전히 잃고 말았어요. 그 악독한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이니 어설프게 나섰다간 도리어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굿으로 어찌할수는 없겠습니까" "물귀신은 보통 넋건지기 굿을 해서 한을 풀고 넋을 물에서 건져서 천도시키는 것으로 달래긴 합니다만.. 이정도로 본질이 변형된 귀신은 생전에 가지고 있던 정신이나 기억따위는 모두 소멸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부류는 증오나 원한조차도 없어려 그저 매목적으로 산사람의 목숨을 끝없이 거둬가죠. 사연을 알 방법도 없고 대화조차 되지 않을테니 성불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음기가 바다의 기운보다 강해서 다른 곳으로 내치기도 힘듭니다."
 "아이고 대체 그런게 왜 우리마을에 나타난겁니까?" "글쎄요 분명히 하루아침에 나타난건 아닐테고.. 오랫동안 휴면상태에 있다가 최근에 어떤 이유로 인해서 깨어난게 틀림 없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뭐든지 하겠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쉽진 않겠지만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액막이를 쳐서 저걸 봉인시켜야 합니다." 그날밤 마을에는 칠흙보다 깊은 어둠과 끝없는적막만이 감돌았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문제의 갯바위 위에서 액막이 굿과 봉인의식이 치뤄졌다. 의식은 매 썰물때마다 행해졌고 마을 해안에서 들려오는 북소리는 무려 닷새동안이나 이어졌다. 봉인의식이 모두 끝난 후에는 의식에 사용된 물건에 명주실을 감아 쇠붙이를 달아 물속에 수장시켜버렸다. "신방..앞으로는 이 마을에 끔직한 일은더이상 없겠지요?" "그건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누가 부정타는 일을 해서 저걸 깨우는 날에는 장담하건데 모두 무사하지 못할겁니다. 그러니 저 갯바위근처에는 누구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세요." 그후로 마을사람들은 기다란 철근에 빨간 페인트를 칠해서 갯바위쪽에 군데군데 심어두고 그곳에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더이상 나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해녀들은 다시 일을 시작했고 마을은 다시 평화로워졌다. 그후 4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루는 삼촌이 장인어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저번주였나? 새벽에 배타러 나가는데 저 멀리 해변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고.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여자의 목소리같기도하고 비명소리같기도한것이... 아무튼 기분이 영나쁘더구나. 그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엊그제 새벽에 같은 장소에서 또 그 소리가 들리더라고 이번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오한이 들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매쓰거운게..... 어휴 그길로 집에 와버렸지 어째 느낌이 영 불길하단말이야... 자네도 바다 나갈땐 각별히 조심하게" 하지만 삼촌은 예전에 마을에 안좋은 일이 있었던 탓에 장인어른께서 예민하게 반응한거라 여겼다. 며칠 후 비가 추적추적내리던 시월의 어느 오후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삼촌은 양식장 보수작업을 마친 후 보트를 타고 돌아오고있었다. 그런데 해안에 가까이 다달았을 무렵 쿵소리와 함께 보트의 모터가 멈춰버렸다. 팬에 그물같은게 잔뜩 엉킨탓에 삼촌의 친한동생 고씨가 급히 입수하여 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삼촌은 보트위에서 온신경을 곤두세운채 상황을 지켜봤는데 한참을 지켜봐도 고씨가 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걱정스레 주변을 살펴보는 삼촌의 시야에 갯바위가 들어왔고 그날따라 군데군데 솟아있던 붉은 철근들이 평소보다 훨씬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왠지 모를 불길한예감에 삼촌이 입수를 하려던 그 때 고씨가 꼬로록 소리를 내며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 놀래라; 왜이렇게 오래걸렸는데" "행님 이거 그물이 아니고 머리카락같은데요?" "말이되는 소릴해라 그물이 아니면 해초같은거겠지" "이상하네 암만 봐도 해초 아닌거같은데요 암튼 싹다 잘라낼테니까 저기 니퍼좀 주이소" "어 그래 니혼자서 괜찮겠나?" "아이고 행님 매번 있는 일 아닙니까 금방처리할게요" 그렇게 도구를 챙겨 물속으로 들어간 고씨는 영영 물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뒤늦게 뛰어들어간 삼촌이 한참동안 그를 찾아다녔지만 고씨는 마치 증발이라도 한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보트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날은 어느새 어둑어둑 저물어가고 있었다. 삼촌은 곧장 어촌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고 근처에있던 어선한척이 연락을 받고 와서 고씨의 보트를 끌고갔다. 사라진 고씨를 찾기위해 온 마을사람들과 경찰 구조대등 수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었지만 태풍이 북상하며 파도가거세지는 바람에 수색이 중단되고말았다. 고씨의 생사조차 알수없는 상황에서 삼촌은 발만 동동굴렀다. 밤 열시 무렵에는 잠시 비가 걷히면서 바람이 제법 잠잠해졌는데 수색작업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썰물때까지 고씨를 찾지못한 채 이대로 태풍이 지나가버린다면 그의 시신조차 영영 수습하지 못할것이다. 사실 삼촌과 작은 어머니가 처음 제주도에 정착했을때 도민들의 텃세에 쩔쩔매던 삼촌에게 선뜻 손을 내밈 사람이 고씨였다. 그는 삼촌이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자시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줬고 삼촌 역시 그런 고씨를 친동생처럼여겼다. 통곡을 하다못해 실신해버린 고씨의 아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고씨의 어린자녀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수는 없었떤 삼촌은 결국 직접나서기로했다. 당시 삼촌이 사용하던 머굴이라는 재래식산업용잠수장비는 조력자없이 혼자선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삼촌은 스노쿨과 랜턴 오리발등 최소한의 장비만 착용한채 가족들몰래 밤바다에 뛰어들었다. '여기는 해안선이 복잡하니 조류에 휩쓸렸다해도 아직 이 근방에 있을거야. 태풍이 여기까지 오려면 반나절 넘게 남았으니 빨리 찾아서 복귀하자' 삼촌은 태왁라는 기구에 연결된 로프를 붙잡고 수면을 오르내리며 해안곳곳을 수색하기시작했다. 태왁이란 부력이 있는 커다란 스티로폼덩어리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해녀나 다이버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시야가 흐린데다 비가 다시 쏟아지며 바람이 다시 거세져버렸고, 지금 당장 철수하지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삼촌은 수색을 멈추지 않아다. '딱 한군데만 더 둘러보고 가자'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수심 8미터 지점에 랜턴 불빛이 비추는 곳에 희미한 사람형체가 보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삼촌은 급히 수면 위쪽으로 올라가 숨을 한번 가다듬은 후 다시 물 아래로 내려가 랜턴을 비추었다. 그곳에는 아까보았던 사람 형체가 여전히 그자리에 있었다. 삼촌은 그것이 고씨의 시신이라 확신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강한 조류탓에 시야가 점점탁해지며 몸이 밀려나 접근조차 쉽지가 않았다. 삼촌은 전력을 다해 다가갔고 오미터 삼미터 그리고 드디어 손만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다. "저게뭐야!" 몸을 곧게 세운채로 바닥을 바라보며 물속 한가운데 둥둥 떠있던 그건 키가 보통성인남성의 족히 두배는 되어보였다. 그리고 그것의 긴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뻗쳐서 기분 나쁘게 살랑거리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힘껏 헤엄쳐도 앞으로 나아가기힘든 이 거세 조류속에서 저 앞에 있는 사람형체는 꼿꼿 하게 서서 지면에 시선을 고정시킨채미동조차하지않았다. 삼촌은 뭔가에 홀린듯 잠시 넋을 잃고 그 형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찢어질듯 높은 톤의 음성이 물속에서 나지막히 들려왔다. 그건 분명히 사람이 인위적으로 내는 소리였다. 해녀들의 숨소리를 입으로 흉내내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는 듣기 거북할 정도로 몹시 불쾌했다. 소리를 찾아 사방을 둘러본 후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삼촌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미동도 없던 사람의 형체가 몸을 서서히 움직이며 삼촌쪽으로 방향을 틀고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빗바랜 색동저고리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사방으로 뻗친 기다란 머리카락에 가려 얼굴은보이지가 않았다. 그것은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닥 거리며 기이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물살에 의해 자연스레 움직이는 것으로 보기엔 자세가 상당히 비정상적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진 삼촌은 서둘러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글고 그때 귀 바로 옆에서 또다시 그 소리가 들렸고 깜짝 놀란 삼촌이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괴형체가 있었던 아래쪽 역시 아무것도 없었는데 무심코 고개를 든 순간 그것이 삼촌의 코앞에 서있었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물살에 휘날리며 삼촌의 얼굴을 마구때렸고, 전방의 시야를 다 가릴정도로 커다란 얼굴이 갑자기 나타나자 삼촌은 자신도 모르게 냅다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몸속에 남아있던 공기가 모두 빠져나가버렸고 삼촌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키고 말았다. 다량의 바닷물이 순식간에 삼촌의 폐와 식도로 들이쳤고 가슴에 엄청난 통증을 느낀 삼촌은 급히 수면을 향해 헤엄쳐 올라갔다. 그런데 그 순간 한쪽 다리가 갑자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불빛을 비춰 확인하려했지만 랜턴은 두번 깜빡 거리더니 휙 나가버렸다. 삼촌이 새카만 물아래로 손을 뻗어 다리쪽을 더듬거렀고 손끝에 날카로운 손톱과 크고 기다란 손가락들이 만져졌다. 누군가의 손이 삼촌의 왼쪽 오리발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삼촌은 마구 발버둥을 치며 오리발을 벗어던진후 사력을 다해 위쪽으로 올라걌다. 하지만 밖의 상황은 더더욱이 암담했다. 로프는 이미 놓친지 오래고 태왁을 찾기는 커녕 어느쪽이 육지인지 구분조차 할 수가 없었다. 달빛하나없는 어둠속에서 비바람과 함께 강한 파도가 끊임없이 삼촌을 덮쳐와 숨조차 제대로 쉴수가 없었다. 구명장비 하나도 없이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밤바다한가운데 둥둥떠있는건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었다. 삼촌은 또다시 발목이 붙잡혀 물속으로 끌려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앞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패닉상태에 빠진 삼촌은 참을 수 없는 공포를 견디지 못해 그저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거친 숨을 쉴대마다 머리위로 끊임없이덮쳐오는 파도때문에 공기를 마시는건지 바닷물을 마시는 건지 분간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더이상....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힘이 다빠진 삼촌의 정신이 흐려지던 찰나 무언가 단단한게 머리에 쿵하고 세게 부딪혔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삼촌은 손에 닿은 물체를 붇잡고 필사적으로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머리에 부딪힌 그것은 커다란 암초였다. 온몸이 암초에 찍히고 긁혀 피가 흘러내렸지만 고통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구사일생으로 간신히 물밖으로 올라온 삼촌은 잠시 숨을 고르며 저 멀리 보이는 마을 가로등의 희미한 불빌을 바라보았다. 머리와 몸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려내렸고 그제야 정신이 들며 고통이 밀려왔다. 상처가 꽤 심각해서 서둘러 지혈을 해야했지만 머리에 흐르는 피에 빗물이 섞인 채 얼굴을 뒤덮어 버려 눈을 제대로 뜰 수가없었다. 삼촌은 랜턴을 집어들었다. "제발...제발 좀 켜져라" 그렇게 랜턴 뒷부분을 몇번 치자 탁하고 불이 들어왔고, 불빛을 빛춰 주변을 둘러본 삼촌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주변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철근들이 모두 붉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신방이 그 누구도 얼씬조차 하지말라며 신신당부했던 그곳에 삼촌이 위태롭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조금 전 물속에서 겪었던 악몽같은 일을 떠올리며 좌절해버린 삼촌은 고민끝에 갯바위를 벗어나 육지로 가기로 했다. 육지까지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였지만 만조때 수심이 제법 깊은데다 비바람이 거세져 파도가 꽤 높아진 상태였다. 이미 탈진한 상태로 만신창이가 된 몸이 이 성난 파도를 뚫고 무사히 육지에 닿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파도에 휩쓸리거나 물속에서 봤던 그것이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삼촌은 자리에서 일어나 랜턴으로 주변을 비춰보았다. 그런데 "저게 뭐야!" 대략 오미터 남짓 떨어진 수면 위쪽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머리가 솟아있던 것이다. 족히 수십명은 되어보이는 남녀가 빼곡히 모여서 삼촌을 등지고 물 위쪽으로 머리만 빼꼼 내밀고있었다. 도저히 믿을수 없는 이 기이한관경에 삼촌은 두 눈을 비비며 그것들을 다시 한번 똑바로 쳐다봤다. 그것들은 출렁이는 파도속에서 꿈쩍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중 바짝깎은 머리에 커다란 귓불을 가진 남자의 뒤통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 "임마야 니 거기서 뭐하노? 행님왔다 당장 나온나! 임마 퍼뜩 집에가자!" 그건 바로 삼촌이 애타게 찾고있던 고씨였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어디선가 기이한 소리가 파도를 뚫고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아까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소름끼치는 그 소리에 삼촌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랜턴을 비췄다.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 갯바위 뒤쪽에서 고개만 내밀고 삼촌을 노려보고 있었다. 상반신 만으로도 일반 성인의 키를 훌쩍 넘기는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채 퉁퉁 불어있었다. 이마 곳곳에는 붉은 점들이 찍혀져있었고 비정상적으로 넓은 미간에 가로로 길게 찢어진 눈은 움푹 패여져 광대뼈 바로 위쪽에 붙어있었다. 끝이보이지않게 늘어진 덥수룩하고 퍼석한 머리칼은 흡사 들짐승의 갈기처럼 보여서 더욱더 공포스러웠다. 그것은 살기가 가득한 시뻘건 두눈을 부릅뜨고 삼촌을 노려보고있었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 곳에는 온통 피로 얼룩긴 오방색 저고리가 보였다. 역시 그건 삼촌이 아까 물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것이었다. 삼촌의 손끝에 느껴졌던 기다란 손가락 끝에는 새까만 손톱들이 제멋대로솟아나있었다. 공포에 질려 그대로 얼어붙은 삼촌은 그저 그것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그것이 바로 삼촌을 덮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것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삼촌을 노려보고있었다. 그리고 요란한 파도소리와 빗소리가 잠깐 멈춘거같은 착각이 들었다. 심장은 터질듯 요동을 쳐댔고 피를가득 머금은 슈트에서는 아련한 온기와 함께 비릿한 피비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오고있었다. '그래...이렇게 된 거 이제 죽기살기다' 삼촌은 마음속으로 셋을 센 뒤에 곧장 물로 뛰어들어 전력을 다해 육지까지 헤엄쳐가기로 했다. 여기서 백미터 정도만 헤엄치면 발이 땅에 닿는 수심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조류를 잘못 만나면 순식간에 먼바다로 밀려나 그대로 죽을 지도 모르지만 그 상황에서 모든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하나...둘....' 방금전까지 삼촌의 눈앞에있던 그것이 순간 자취를 감춰버렸다. 삼촌이 육지까지의 거리를 재느라 순간적으로 그것에게서 시선을 떼어버렸기때문이다. 그 때 불쾌한 숨소리와 함께 얼음같이 차가운냉기가 삼촌의 볼을 스치며 말로표현할수없는 엄청난 악취가 풍겨져왔다. 온몸에 털이 쭈뼛선채 그대로 굳어버린 삼촌은 눈만 겨우 움직여 곁눈질로 그걸 살짝 쳐다보았다. 차마 랜턴으로 그걸 비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삼촌은 물속으로 몸을 날렸다. 짠 바닷물이 상처에 닿아 칼에 찔리는거같은 통증이 느껴졌지만 아픔을 느낄 여유따윈 없었다. 삼촌은 죽을힘을 다해 육지로 헤엄쳐갔다. 몸이 조금 앞으로 나아간다싶다가도 금새 힘이 빠지며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눈에는 핏물이 들어차서 이내 시야가 흐려졌다. 삼촌은 오랜경험과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처음출발했던 방향을 애써 기억해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팔다리의 감각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엉뚱한 곳으로 밀려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불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바로 그 때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던 그 때 삼촌의 손가락에 무언가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억세고 기분나쁜 촉감은 그것의 머리카락 같았다. 놈이 여기까지 날 쫓아왔구나 하고 생각한 삼촌은 결국 모든 걸 체념해버렸고, 아무감각이 없는 몸으로 바닷물만 꾸역꾸역 삼키며 의식을 잃어갔다. 아득한 시간이 지나고 삼촌은 자신의 몸이 어딘가로 끌려가고있다는 걸 느꼈다. 이대로 놈에게 잡혀가는 건가 싶어 마구 저항을 하자 누군가 주먹으로 삼촌의 얼굴을 내리쳤고 삼촌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헉...헉.....여기가 어딥니까?" 곧이어 삼촌은 자신의 두발이 땅에 닿아있다는 걸 알았다. 몇번이고 눈을 비벼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 주민 세명이서 삼촌을 부축하며 해변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야이 미친놈의 자슥아 니 뒤질라고 환장했나!! 퍼뜩 다리에 힘줘라 여서 정신 단디 안차리면 다 죽는다고" 귀에 익은 걸쭉한 부산 사투리 목소리의 주인공은 작업반장 윤씨 아저씨였다. 늦은 시간까지 해변을 수색하던 몇몇의 주민들의 저 멀리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삼촌을 기적처럼 발견했고, 모두 그가 사라진 고씨인줄알고 바다에 뛰어든 것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적을 살아난 삼촌은 곧바로 병원으로이송되었고 급히 수혈과 봉합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삼촌의 열손가락은 거의 대부분 골절되어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작은 어머니께서 당장 이혼하자며 펄펄 뛰셨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삼촌은 퇴원한 그날부터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다. 꿈을 꾸면 쾌청한 하늘아래 잔잔하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있고, 바다의 한가운데에는 고씨가 둥둥 더있다. 삼촌이 그에게 점점 다가갈수록 고씨의 표정은 일그러지고 그와 동시에 주변엔 짙은 어둠이 깔린다. 고씨는 몹시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삼촌을 응시하다가 입을 뗀다. "아....아...."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그것은 살기가득한 시뻘건 눈을 뜨고 커다란 입을 쫙 벌리며 삼촌의 코앞까지 다가와 활짝 웃는다. 그리고 그 입속에는 푸석한 머리카락들과 검붉은 피가 가득하다. 삼촌은 물속 깊은 곳으로 빨려들어가고 어두운 심해로 끝없이 끌려들어가며 잠에서 깨어난다. 그 일로 삼촌은 한평생을 같이 했던 바다를 등지고 잠수사 일을 그만두었다. 파도소리만 들려와도 그날의 그 기억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바닷가 근처만 가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환청에 시달리던 삼촌은 아주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다. 자신이 고씨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채감과 함께 그것의 끔찍한 잔상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삼촌은 가족들과 함께 제주를 떠나 고향인 대구로 이주했고 작은 어머니와 함께 종교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그 트라우마에서 해방될 수가 있었다. 환갑이 훌쩍 넘으신 삼촌은 두 아들이 결혼하여 독립하자 작은 어머니와 함께 제주의 그 마을로 돌아갔다. 어릴 때 삼촌 댁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했던 나는 무척이나 잔잔하고 아름다웠던 그 마을의 해안 절경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몇년 전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삼촌을 뵙기 위해 그 마을을 찾아갔는데 그곳은 관광개발로 인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갯바위 쪽은 예전의 그모습 그대로였는데 마을 선착장이 부두로 확장이 되면서 방파제에 완전히 가로막혀 버렸다. 마을은 여전히 평화로웠고 그 일 역시 까마득한 옛일이 되어버렸지만 가끔은 궁금할 때가 있다. 30여년 전 삼촌이 마주했던 그 존재는 아직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또다른 희생양을 기다리고 있을까? 원출처 공포라디오0.4MHz 쌈무이 2차 출처 다음카페 쭉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