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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다 : 19. 너로부터 온 시(1)

제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혼자 시와 글을 쓰기도 하지만, 저에게 글을 써주는 사람도 있어요. 정말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 너무 고마웠어요.

시작합니다.

1. 너의 편지 - 나의 시

종이 위에서 우주의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그런 의식을 며칠씩이나 너는
참 정성스러워서 너는
빛나는 정성이 우주를 건너 왔다.

빛나는 눈동자에 맺힌 나의 모습이
네가 보내준 커다란 종이 위에 정성스레 비치어
종이에 내린 신비로움의 축복에 나는 젖어
어쩔 줄을 모르고 나는 볼펜이 되어요

종이는 마음이라
한 줄 한 줄 수놓인 너를 열어보면
당장이라도 종이에 빠져서 나는
한참을 헤엄칠 수 밖에

홍채가 수축한 이 밤에
닿지 않는 별을 생각하며
하나, 하나, 찬. 찬이. 그러가며
종이를 더듬는다.

따뜻해진 볼펜이
빛나는 …에게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어요. 감탄했고 흘러넘치는 어떤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어요.
종이 글 편지를 보내고, 답장으로 온 편지였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

2.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를 만나는 날을 그리며 살면,
너를 만나고 난 시간이 너무 공허해진다.
너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시간을 보낸 뒤,
너와의 만남이 끝나면,
너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동안에 미뤄왔던 쓸쓸함과 불안에.
그리고 무기력함으로 압도당한다.
너를 기대하는 것과 내가 나만의 삶을 사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너를 만나기 기대하며 즐거워하는 것도 내 삶이잖아. - 조금도 미루고 싶지 않은... - 니가 내 삶으로 들어온거야.
내가 너를 나의 시간 속에 들이기 원한거야.
그런 부작용이 있다.
너를 만난다는 것은.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기쁜 일인 동시에 나를 무기력함으로 끌어내림을 숨겨놓은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부작용을 감춘 일임을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너를 만나기 전에 이미 기뻐할 수 있고, 끝이 허무하더라도 모든걸 감내할 수 있기에 나는 그래도 너를 만나러 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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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에는 솔로라는 말보다는 싱글이라는 말이 옳은 표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솔로라는 단어를 다들 많이 사용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싱글라이프가 된 지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났어요. 사실 연애를 할때와 하지 않는 지금, 저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생활패턴에도 큰 변화는 없었고 단지 더 솔직하고 더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정신적인 차이는 정말 큰 것 같아요. 물론 저라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크게 의존하거나 제 마음 속에서 매우 커다란 부피를 차지하도록 하지는 않아서 공허함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단지 어떤 상황에서, 종종, 가끔씩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결국 혼잣말이 되어버리는게 아쉬울뿐. 어쩌면 함께 있을때 느낄 수 있는 좋은 감정이나 편안함, 전율에 대한 느낌을 잊어버려서, 지금 상황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감>을 잊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요 근래에 들어 마음 속 깊이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난번에 좋아한다는 내용의 글에 등장한 사람 맞습니다. 좋아한다고 말을 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냥 좋아하면서 잘해주면서 말없이 부담주기보다는 좋아한다는 것을 말함으로써 마음대로 좋아하려고요. 딱히 싫다 좋다 그런 반응은 없었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어쩌면 내 마음 편하자고 일방향으로 말을 한거지만 덕분에 마음은 많이 편해졌어요. 당장 사귀거나 더 가깝게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는 없어요. 서로 너무 먼 거리에 떨어져있고, 하는 일이 너무 달라 실제로 당장 만나기에는 무리가 있기도 하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이 관계와 마음이 그대로라면 그땐 만나자고 해야겠어요. 지금은 대학원때문에 핑계는 아니지만 정말 시간이...그렇습니다. 자취를 시작한지도 2달이 꼬박 다 되어가는데 정말 별 일이 없어요. 보통 어플에서 자취하는 사람들은 그걸 많이 어필하는데 저는 어필할 수가 없어요. <자취> 혹은 <장소유> <장소o> 이런식으로 많이 하는데.. 딱히 집에 모르는 누군가를 들이고 싶지도 않고 장소가 있다한들 ... 제가 없어서요..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당분간은 혼자 살지만 정말 혼자 지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 아마 누군가를 이 타이밍에 만나게 된다면 너무 빡셀 것 같아요. 빡셀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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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다시 혼자가 된 지 좀 지났을때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정말. 대학원 입학전부터 미리 들어가서 연구실 생활을 하기도 했고 당장 내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므로 깊은 관계는 부담스러웠다. 그저 가끔 만나 밥먹고 이야기하고 카페가고 영화보고 일상적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찾고 싶었다. 이런 부류의 친구들은 항상 있지만 의도치 않게 항상 멀어지고 떠나가고 잊혀지므로 다시 혼자라고 느낄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새로운 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어플을 다시 깔고 친구 탐색에 나섰다. 번개 쪽지는 가볍게 거절하고 인사엔 인사로 답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내 결국 서로의 목적이 다르면 대화는 순식간에 끊긴다. 예전만큼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어 이렇게까지 굳이 어렵게 친구를 찾아야할까 의문이 시작될 무렵이면 신기하게 하나 둘은 연락이 이어진다. 나의 성향이라고 생각하는게 하나 있다면 한국사람도 좋지만 외국인도 친구로 참 좋더라. 어차피 살아온 환경과 상황이 다르다면 외국인도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다만 관계가 깊어지면 안된다. 깊은 관계일수록 심도있는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되는데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의 경우 무너뜨릴 수 없는 장벽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그래서 연애로까지의 발전은 한국인에 국한되는게 나의 특징(?)이다. 12월 말에 연락하고 지내게 된 사람이 바로 미국인이다. 흑인이기도 하고. 흑인 친구는 처음이라 그저 설레긴 했다. 친구로 지내기에 나쁜 사람은 많지 않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니 좋은 사람이었다. 생각만큼 어쩌면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었고, 한국어도 꽤나 잘 구사하는 사람이라 더 좋았다. 애초에 나는 연애가 목적이 아니었고(연락을 시작한 목적이 처음에 연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연애 관계로 발전할 수는 있지만) 친구가 필요했기에 충분했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처음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한국사람이 보기에 외국인들은 다 똑같다고 느낄때가 많고, 그들의 입장에서도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나 구분 못할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리라. 나도 그를 처음 보았을때 그냥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비주얼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대로 느낀바를 말했다. 영화배우같다고. 그냥 평범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고 분명한 것은 이 사람도 굳이 한국사람이랑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 것.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게 너무 좋았다. 진짜 카페에서 3시간 정도 이야기한 듯 했다. 그 사람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굳이 저녁을 사겠다고.. 아마 그래서 도미노 피자인지 피자헛인지 미스터피자인지 미스터피자 같다. 미스터 피자에서 피자를 10분만에 먹고 나왔다. 나의 버스 막차 시간이 그랬고.. 가게 영업시간이 그랬다. 급하게 먹고 나와서 나를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줬다. 뭐랄까 외국인과 작별하는 인사는 포옹이 좋을까 하여 가볍게 포옹하고 나중에 또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 날부터 그와의 카톡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카톡 빈도가 높아지고 연구실때문에 내가 답장을 못해도 카톡은 쌓이고 이런 질문했다가 내가 답하기도 전에 다른 질문을 던져놓고... 엄청난 관심을 받다보니, 더 가까워지기 전에 꺼리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물론 나는 대전에 살고 솔로여서 크리스마스가 큰 의미는 없었고 그 날도 연구실을 가야했고 특별한 약속이 없어서 그와 만났다. 선물을 줬다. 무언가를 정성스레 만드는 것을 좋아하서 뭘 좀 만들어줬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줘서 기쁘긴 했다. 그 후로도 여러번 만나 식사를 함께했고 영화도 봤다. 어느날 갑작스레 나에게 무슨 말을 했다. 이 말을 시작하기 전에 풍기는 느낌과 뉘앙스에서 바로 나는 무슨 말을 하려나보다 알았지만 아니길 바라며 이야기를 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너무 좋아한다고 고백해버렸다. 분명히 예전에 한국인이랑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왜 이러는건지.. 멋쩍은 미소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자꾸 대답을 강요한다. 한국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고 느끼는대로 솔직하게 답했다. 나는 그냥 좋은 친구사이면 좋겠다고. 난 아직 어쨌거나 학생이고, 내가 자리잡을때까지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돌아온 답변은 날 더 당황하게 했다. 기다리겠다고, 지금처럼 일단 지내자고. 부담스러웠지만 더 이상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가 나에게 주는 애정만큼 되돌려줄 수도 없고 의도적으로 그만큼 되돌려줄 생각도 없기에 내가 이기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억지로 좋아하려고 해본 적도 없긴하다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난 그저 친구가 필요했고 그 이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날아오는 카카오톡 메세지에 답장을 하기는 하지만 나의 대답은 점점 짧아지고 1차원적으로 변해간다. 내가 그럴수록 그도 섭섭해하리란걸 잘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느 한 쪽의 마음이 균형에 맞지 않을만큼 커져버리면 다른 한 쪽은 당황하게 되고 마음이 붕 떠버린다. 내가 지금 그렇게 떠버린 상태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걸.. 친구로 만난 이 만남은 친구로 지낼때 오래토록 지속될 수 있지만 일방향적으로 은근한 부담이 시작되었기에 그 끝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고 나도 또한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 정말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며 만난다는게 얼마아 어려운 일인지, 연인 관계가 아니어도 서로 만족스러운 친구관계를 유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다가온다.
별빛 밤 아래 위스키, 몽골#2
울란바토르를 벗어나 한시간정도 달려서 테를지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국립공원이라고는 하지만 국립공원 내 풍경과 오면서 본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초원 한가운데 저 멀리서 보이는 징기스칸 동상하나가 주변 풍경과는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고 있다 징기스칸 동상 주위로는 여전히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어 동상이 더 웅장해 보이긴 하다 이런 주변 풍경 가운데 서 있다. 내부에는 징기스칸 박물관처럼 그당시 몽골 생활 모습과 유목 가옥인 게르도 전시되어 있었다. 징기스칸 동상의 말부분에도 올라가서 전망을 구경할 수 있다. 올라가면 바람이 강하게 분다.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막힘없이 달려와 징기스칸 동상을 감싸돌고 있다. 간단한 구경과 함께 나오면 한화5천원에 독수리를 팔에 올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스도 있다. 팔에 보호대를 차고 독수리를 올려놓으면 끝이 아니라 날개를 펄럭일 수 있도록 팔을 높이 흔들어야 한다. 하지만 바로 내 오른손 위 눈앞에서 보이는독수리의 부리의 반짝임에 자꾸만 팔의 움직임이 작아진다 독수리를 뒤로 하고(?) 둘째날 숙소를 향해 오프로드를 다시 달리고 달렸다. 초원 중간중간 게르들이 있는 것을 보며 문득 궁금해 땅 소유에 대해 물어보니, 원하는 땅에 게르와 울타리를 치고 일정기간 지내면 그 땅의 소유가 된다고 한다. 물론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우리나라 서울과 마찬가지로 땅값과 집값을 비싸게 내야한다고 했다. 다시 한시간 가까이 달렸을까. 정면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하나가 산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묘한 모양을 닮은듯 하여 봤더니 이름 또한 거북이를 닮아 거북바위라 불리고 있었다. 늦겨울에 울란바토르보다 조금 더 북쪽으로 오니 벌써 눈꽃들이 피어나있다. 거북바위 근처에 바로 숙소가 있었다. 첫날과 마지막날을 제외하고는 전부 게르에서 여정을 쉴 예정이라 기대가 됬다. 나름 여행자를 위한 게르라 화장실도 별도로 있다. 외부에.. 푸세식.. 더욱더 신기했던건 여행기간 내내 화장실이 있던 곳에는 남녀 구분도 없을 뿐더러 화장실 문이 없다;;;; 심지어 문이 있어도 안에서 닫을 수 있는 손잡이가 없어서 집중시간 내내 문이 열린다.. 참으로 자연에 활짝 열린 개방적인 집중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숙소 근처에는 사원이 하나 있어서 가이드의 안내로 산책겸 구경갔다 사원에 올라 바라보는 모습이 장관이다. 북쪽에는 이런 산악지대가 많아서 초원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게르에 내려와 준비하는 저녁 메뉴는 삼겹살, 양고기등 몽골음식에 적응하기 힘들까봐 가이드분이 특별히 준비해주셨다. 게르안에는 나무때는 난로 하나와 침대가 끝이다. 이땐 몰랐지만 조명불이 들어오고 콘센트가 있으면 A급이다. 전가, 조명이 없어 랜턴으로 생활한 게르가 대부분이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어둠이 내려앉기를 수다를 떨며 기다렸다. 유심을 사도 터지지 않는 인터넷에 스마트폰은 카메라와 mp3로 전락한지 오래됬다. 별도로 저장한 노래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7일간 무한 반복되어 팝송 가사도 다 받아적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장실이 있으나 수도가 없어 씻는건 무조건 도시 마트에서 사온 생수로 해결해야한다. 생수로 아껴가며 씻고 나오는데 추운날씨 때문에 얼굴에 하얀 김들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드디어 몽골 밤하늘과의 첫대면!! 굳이 카메라없이 눈으로 다 담아내기에도 부족할정도로 빼곡하게 별들이 박혀있다. 출시된지 10년도 더 된 카메라에도 별들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나온다 이 화려한 은하수 아래 한병 귀하게 사온 이름 모를 위스키 한잔을 마시며 추위를 몰아냈다. 하염없이 별을 보고 싶은 마음과 추위와의 인내심 대결에 위스키 한 잔은 바닥에 주저 앉아 몇 분이라도 더 하늘을 바라보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게이다 : 3. 어플의 세계
대표적인 게이 어플은 역시 잭디와 딕쏘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나인몬스터나 블루드, 써지 등 종류가 굉장히 많지만 한국에서는 그 사용자가 드물다. 또 각 어플마다 이용자들의 성향에 대한 색이 뚜렷한 느낌이 있다. 잭디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게이들이 이용하며, 한국에서도 매우 많이 사용되는 반면, 딕쏘는 거의 국내 전용으로(외국인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한국에서만 사용된다. 한국에 있을거라면 이 2개만 사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둘의 차이가 있다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잭디에 비해 딕쏘는 더 연령대가 낮다는 느낌이 있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느낌? 내가 처음 접한 어플은 잭디와 딕쏘였고 꽤 오래 이용했다. 애인이 있을땐 보통 지우고 없으면 깔고.. 반복되는 생활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어플을 하는 이유를 꼽자면 1. 친분 구하기 2. 애인 만들기 3. 번개 4. 대화 5. 눈팅 이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NPNC - no picture, no chat 이라는 말이 흔하게 있는 만큼 자기 프로필 사진에 얼굴이나 몸을 나타내는 사진이 없이 풍경이나 캐릭터로 해놓으면 차단당하기 쉽다. 얼굴을 알고 대화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 여론이 크기때문. 또 많은 대화를 하고 막상 만났는데, 알고보니 노식 - 이상형이 아닌 경우 - 이라면 얼마나 김이 빠지는가.. 외모지상주의와는 약간 다르지만 추구하는 이상적인 외모는 다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진교환을 하다보면 보여주자마자 차단을 당하기도 하는데, 마음이 아프지만 차라리 그게 낫다. 마음에도 없는데, 의미없는 대화를 이어나가며 시간을 소비하는건 좋지 않으니까.. 물론 친분으로 친하게 알고 지내는 관계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다들 궁극적으로 애인만들기가 목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확실히 해야한다. 어떤 사람 찾으시나요? 어플 프로필 사진에 나도 얼굴 사진 몸 사진 다 올려봤지만 확실히 몸 사진을 올리는 경우에 쪽지가 더 많이 온다. 번개하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실 몸 사진 자체가 어떻게보면 섹스어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근데 나는 섹스어필이 아니라... 그냥 운동을 종종 하는 편이라 불특정 다수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올린다. 왠지모를 희열이 있어서 올리지만 번개쪽지에 못이겨 곧 내린다. 딕쏘이는 또 popular라고해서 인기있는 사람들 순위가 매겨지는데, 몸사진으로 20위 안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한 적이 있다. 뿌듯... 많은 사람들이 프로필을 방문하고, 찜을 누를수록 순위가 올라간다. 방문자수도 천 명이 넘어가면 정말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다(나의 경우). 어플을 하며 몇년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다. 첫애인이 그랬고, 지금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그랬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플을 통한 만남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오래 만나야 3개월? 정도였다. 하지만 어플을 통하지 않으면 정말 게이인 성향의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는가....물론 다른 경로도 있지만 가장 큰 경로는 어플이라는 의미다. 외국인도 만날 수 있었다. 생각외로 게이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면 대체로 외국인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은 걸 알 수 있는데, 나는 아직 이유를 모르겠다. 그저 이상형이 한국 사람에 국한되는건가 싶은데, 외국인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정말 매력있는 사람이 많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만한 영어나 외국어 실력이 뒷받침한다면야 마음만 맞으면 만나지만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연애가 힘든건 사실이다. 나도 기본회화만 가능하고, 읽고 쓰기가 익숙한 사람이라 듣고 말하기가 부족하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면 읽고 쓰기가 아니라 듣고 말하기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번개로 끝낼 관계면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애인으로서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고, 표현하고 싶은 말이 그대로 말로 전달이 안되니까 문제가 발생한다. 사소한 말, 아무 말, 말장난도 쉽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되다보면.. 심리적으로 가까워지기보다는 벽이 생기니까 오래 못간다. 나는 특히 잭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유독 나이차가 많이 나는 아저씨들과 외국인들에게 쪽지가 많이 오는 편이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러하다. 그렇게 귀여운 것도 아니고 나이도 애매하고 ...어떻게보면 감사한 일이지만 왜 그런지는.. 딕쏘는 계정도 지우고 안하고 있다. 나는 사실 너무 어린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군대도 다녀왔으면 좋겠고 나이차도 얼마 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비슷한 상황인 사람을 선호하다보니 딕쏘랑은 맞지 않는 면이 컸다. 어린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건 아니지만 여태까지 연락해본 어린 친구들은 모두 안맞았다.(1-2살 차이는 또래로 생각하지만 그 이상 차이는 어린 친구의 범주) 외로울때 어플을 더 많이 하지만 어플을 하다보면 더 외로워지는 경향이 있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외로움이 나쁜 감정은 아니지만 그냥 외롭다보면 사는게 재미없어져서.. 사실 나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지 않을뿐더러 오랜 연애 경험으로 혼자 생활하는게 나쁘지는 않다. 이따금씩 좋았던 시절이 떠올라 그립기도 하고, 앞으로 또 그런 연애를 해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몸이 좋다 섹시하다 멋있다 이런 내용의 쪽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잘생겼다 혹은 훈남이다 이런 쪽지를 받으면 어색하다. 난 정말 잘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만났을때 상대가 기대를 하다가 내 얼굴보면 실망할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렇다고 못 나온 얼굴 사진을 올릴수도 없고... 난 그래도 나를 꽤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직 세상엔 많은 남자가 있고, 많은 게이가 있으며 내가 만나본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테니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하나가 없으랴
선량한 차별주의자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예전에 인종차별에 관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때 내가 발표했던 내용의 중점은 적극적인 차별이 아닌 소극적 차별,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영역의 차별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특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누군가 지하철에서 자신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움츠러들고 차별받는다고 느끼게 된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아 그런 내용으로 구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떠올랐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언뜻 보기에 말이 안 되는 단어 같다. 선량한 사람이 어떻게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적극적인 차별이 아닌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가하는 차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더라도 어떤 말이, 어떤 행동이, 어떤 시선이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결정장애라는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결정장애라는 말을 쓴 저자는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들었다. "그런데 왜 결정장애라는 말을 쓰셨어요?" 그 한마디로 저자는 이 결정장애라는 말이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들릴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던 자신의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사과한 후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에 수많은 차별이 숨어 있다. 결정장애는 물론이고 여성스러운 옷을 입은 남자에게 하는 게이 같다는 말이나 급식충, 맘충 등의 혐오표현은 물론이고 흑형, 백형과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혐오의 의미로 쓰는 표현이 아닐지라도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차별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차별에 반대하는 어떤 선량한 사람이라도 무지로 인한 차별적 언행을 일삼을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차별에 대해 계속 공부해야 하고 알아가야 한다고,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과 다른 계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수많은 인식 밖의, 소극적 차별 들에 대해 낱낱이 드러낸다는 것이다. 성별, 인종, 성적 취향, 재산, 사회적 명예, 나이 등 수많은 조건들에 대해 다른 계층의 사람들, 상대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계층의 사람들이 기득권층에게는 전혀 차별 같아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열등감을 느끼고 차별로 받아들이는지를 서술한다.(실제로 많이 찔리기도 했다.) 놀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 차별이 산재해있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고 또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좁은 의미의 적극적인 차별(KKK 단,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 집단)이 아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넓은 범위의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첫째는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논의해야 할 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조금 부족하다. 책에서는 종교 집단의 퀴어 축제에 대한 반대 운동, 여성의 직종 및 노동 대가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퀴어 축제를 허가해야 하고,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직종에 대해 여성 할당제를 시도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는데 필자는 그 부분에 대해 아주 조심스러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다. 성적 취향이란 것은 누가 반대하고 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취향 문제일 뿐이지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도대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퀴어 축제 현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찬성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퀴어 축제가 동성애자에 대한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복장을 보면 거의 비키니에 가까운 복장이나 아예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SM 플레이에 나올 법한 복장을 입기도 한다. 또한 간식들도 여성이나 남성의 성기 모양 과자나 빵 등을 구워서 팔기도 한다. 도대체 왜 퀴어 축제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이 되어야만 하는가? 평범한 동성애자들은 평소에도 그렇게 노출이 심한 복식을 즐겨 입고 집에서 남성기, 여성기 모양의 간식을 만들어서 먹는가? 동성애자 중에도 노출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으며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남자지만 여성의 복식을, 여자지만 남성의 복식을 입는 사람도 있고 중성적인 의상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퀴어축제를 보면 전자의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런 것들이 동성애자,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계속 강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필자는 과거 LA에서 한 번, 한국에서 한 번 퀴어 축제에 가 본 적이 있고 몇 년 전의 축제이기에 현재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퀴어 축제가 아니라 이성 연인 혹은 모든 커플들의 사랑을 주제로 한 축제더라도 사람이 가득 붐비는 축제 거리에서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거나 속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SM플레이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주류가 되는 축제, 남성기나 여성기 모양을 한 간식들을 파는 축제에는 가고 싶지 않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퀴어 축제가 과연 모든 LGBT들을 대표할만한 축제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여성 할당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필자는 여성 할당제가 남녀 간 직종의 차이, 노동 대가의 차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적용에 대해서는 아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남성 비율이 높은 모든 직업에 여성할당제를 적용한다면 그로 인해 그 직업들을 가지게 된 여성들의 자격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근무하기 위한 객관적인 최소 기준을 측정할 수 있는 직업,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처럼 시험을 봐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직업들의 경우 그 최소 기준을 만족시키는 범위 안에서 여성할당제를 적용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러한 객관적 최소 기준을 정할 수 없는 직업들의 경우 문제가 된다. 국가의 공인된 시험, 혹은 자격 검증 절차 같은 것이 객관적으로 존재하기 힘든 직업들의 경우 무조건 여성을 절반 이상 뽑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으면 그중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경우를 고려하여 어떻게 여성의 최소 비율을 할당하면서도 그 안에서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논의와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 두 번째는 너무 모든 것을 차별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는 부분이다. 예멘 난민의 수용 문제에 대해서 저자는 우리가 무비자 입국을 막은 것이 과연 차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분명 차별로 인한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라는 것은 애초에 어떤 지역 안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고 다른 집단으로부터 불공정한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다. 국가라는 것은 언제나 그 나라 국민들의 입장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고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도적 차원에서는 맞는 일이더라도 국민들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제재하는 것 또한 국가의 일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사이가 좋은 국가가 있고 나쁜 국가가 있다. 어떤 나라에게는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어떤 나라에게는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도 차별 때문일까? 국가 간의 이권 다툼, 영토 문제, 외교 정책 등 많은 것들이 개입된 문제이고 그 속에 차별도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차별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만약 그것이 진실이라면 그 차별을 없앨 해결 방법은 국가라는 것을 없애고 전 지구를 하나의 통합된 집단으로 만드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 차별이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하지만 그것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만이 우리가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책 속 한 문장 :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