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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냐, 폭포냐

스티븐 기저, 습관의 재발견을 읽고 난

나는 하나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것을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그랬다. 공부를 시작하면 채 30분을 못 가 딴짓을 하고, 졸기 일쑤이며, 이것저것을 괜히 들쑤시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고등학교 때도 이런 습관을 고치지 못해 암담한 결과를 맞았고, 재수를 통해 간신히 동국대에 안착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가 뭔가를 크게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 없이 살고 있었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군대에서 일어났다. ‘스티븐 기저’라는 사람이 쓴 ‘습관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읽고 난 후였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작은’ 습관을 만들기는 쉽다는 것이었다. 나는 군 생활의 목표 중 하나였던 다이어트에 이를 대입해봤다. 목표는 ‘하루에 한 번 체력단련실에 가기’ 였다. 팔굽혀펴기 100개, 뜀 걸음 20분도 아닌 그저 체력단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자신도 어처구니가 없는 목표라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실천해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의지가 불타기 때문에 열심히 운동했다. 하지만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고, 시작한 지 채 2주가 되기도 전에 ‘하루만 쉬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날이 왔다. 그렇게 운동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할 때, 문득 나의 목표가 운동을 하는 게 아닌 그저 체력단련실에 가는 것임을 떠올렸다. 그것조차 너무 귀찮았지만, 무거운 (비유가 아닌 실제로 굉장히) 몸을 일으켜 체력단련실에 들린 후 생활관으로 돌아오자, 운동하지 않았다는 자책감과 그래도 목표는 지켰다는 뿌듯함이 섞인 정말 신기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 뒤로 며칠 동안은 체력단련실에 들리기만 하며, 목표를 이뤘다고 스스로 만족하며 지냈다. 며칠이나 들리기만 했을까, 온 김에 팔굽혀펴기 한 번만 하고 가자고 나 자신을 설득해 찔끔찔끔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몸살이 걸려도 체력단련실에 가서 들숨은 한번 쉬고 나오는,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는 그런 습관이 단단히 배어버렸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군 생활 동안 14킬로를 감량했었다)


내가 하나를 열심히 하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할 수는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내 생활을 나의 틀에 맞춰 바꿔나갔다. 복학한 후 전공공부를 할 때 벼락치기 하지 않고 매일 복습을 하고, 주말에도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했다. 물론 나는 작은 습관을 들이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이때의 목표는 ‘하루에 한 번 전공책 제목 읽기’였다. 상당히 많은 날은 정말 책 제목만 읽고 지나가기도 했지만, 어느새 복습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 습관 덕분인지 복학한 학기 전공은 모두 A+을 받았다) 이 외에도 ‘매일 집에서 팔굽혀펴기 1개 하기’, ‘매일 식사시간 외에 물 한 잔 마시기’ 등 남들이 보면 이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작은 습관들을 몇 개 지니고 있다.


예전에 계곡에 놀러 갔을 때 바위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낙수를 본 적이 있다. 산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수였다. 기억에 남는 건 낙수의 도착점인 바위였다. 바위에는 구멍이 파여있었다. 한 방울의 물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상처를 낼 수도, 고통을 줄 수도 없다. 하지만 바위는 뚫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정말 큰 폭포도 본 적이 있다. 만약 사람이 밑에 간다면 서 있기는커녕 정말 순식간에 떠내려가 버릴 큰 폭포였다. 바위를 뚫는 정도가 아니라 조각하듯 깎을 수 있는 폭포다. 하지만 누가 옆에서 말했다. 비가 좀 안 온다 싶으면 눈에 띄게 약해지고, 가뭄이 들라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라고.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이목을 끌 대단한 노력은 없지만 작은 노력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입이 떡 벌어지는 노력으로 굵직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무엇에 어울리는가를 잘 파악해 노력한다면, 뚫든 깎든 바위의 모양은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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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바꾸는게 제일 어려운데 멋지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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