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쉼표를 가지고 싶어서 부산으로 떠났다. 잘 몰라서인지 크게 돌아다니기 위해서가 아닌지 몰라도 부산으로 떠나지만 크게 보고 싶은 것도, 먹고싶은 것도 없는 그런 여행이었다.
급한 일들로만 몰아쳤던 업무에 그냥 잠시 서울을 떠나 있고 싶었다.
금요일 밤에 내려가 미리 쉬어두고 토요일 아침에 밥겸,커피를 찾아 마실을 나갔다.
첫번째 방문지는 감천문화마을, 가는길에 엄청난 경사에 마실은 커녕 등산이 되어버렸지만 전망이 좋아지는 곳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
특히나 어린왕자와 함께 찍을 수 있는 곳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빼곡하게 차있어서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는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것 같다.

빛이 조금 애매하게 비추게 되면 레고같은 느낌도 조금은 든다.
감천문화마을 보고 숙소로 이동했다. 금요일 잠시 머물렀던 숙소를 대신하여 오랜 시간 쉬어도 좋을 전망이 좋은 숙소로 잡았다.

에어비앤비 앞에서 찍은 사진, 비와 함께 돌풍이 몰아친다는 기상일보와는 다행이도 다르게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전망이 좋은 숙소인줄만 알았는데 화장실이 더 좋다. 푸른 하늘에 잠시 밖의 전망을 구경했던 시선이 화장실에 머물러 또 다른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감천문화마을 하나 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에서 쉼표를 찍는다.
야경에 맥주 한 잔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괜한 분위기를 잡는다고 짐빔 위스키에 탄산수까지 섞어 쓸데없는 1장소 2차까지 달려본다.
야경 하나만큼은 참 끝내주는 숙소로 잡은것 같다. 마치 숙소 하나로 부산에 내려온 듯한 느낌이다. 마냥 바라볼 수 있는 야경에 어울릴듯한 노래 찾느라 시간이 안타깝게 흘러간다.

다음날 섞어 마신 위스키의 향이 아직까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듯 하다. 술도 좀 깰겸 해장을 위한 마실로 숙소를 나선다.
어디를 가야할지 찾다가 눈에 띈건 보수동 책방 골목이었다. 옛날 책들의 꿉꿉하면서 바랜 종이의 냄새 이런거 보다는 옛날에 진짜 재밌게 읽었던 삼국지 만화책을 찾아보고 싶었다. 정확한 제목은 모른채 총 2권에 1편이 파란색 표지, 2편이 빨간색 표지였던것만 기억난다. 진짜 재밌었는데..


생각보다는 짧은 골목이지만 쌓여있는 책들이 가게 하나하나 지나가는 발걸음을 잡아 오래 머물게 한다. 책에 대한 설명을 거의 추천인 평론가처럼 해주시는 사장님의 설명에 지쳐가도 신기한 책에 다시 호기심이 생긴다.

업무와 여행에 지친 체력을 충전좀 할겸 밥 하나는 장어 덮밥으로!! 장어도 장어의 맛이지만 달콤 짭짤하며 생강의 향이 은은하게나는 소스가 배어든 밥이 예술이다. 맛있는 밥이라 기분마저 몸보신되는듯 힐링되는 것 같다

정말 마실 같았던 잠시 잠깐의 휴식을 위해 도착한 부산에서 이틀간 구경한 곳은 감천 문화마을, 깡통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이 전부 였고 맛집도 찾아다니지 않는 동네 마실 컨셉의 여행이 되었지만 크게 좋았던 것도, 그러나 아쉬울 것도 없는, 따뜻한 물로 가득 채운 욕조에 식어가는 물을 뜨거운 물로 보충해 나가면서까지 몸을 익히고 있는 모습이, 숙소 옥상에 올라 의자에 앉아서 하염없이 야경이나 바라보며 버린 시간들이 기억의 대부분인 조금은 이상한 마실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