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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듣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과 재즈. 그 음악들을 들려주는 콘서트가 열린다고 합니다. 사실 하루키 소설을 읽다보면 옆에 BGM이라도 틀어놓고 소설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죠. 이번에 열리는 이 콘서트는 그런 느낌을 조금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드뷔시와 비틀즈, 슈베르트와 존 콜트레인의 곡이 한 무대에 올라오는데 조혜정 피아니스트와 브라소닛 재즈 트리오 등이 연주를 들려줄 계획이라고 하죠. 번역가 양억관 님과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 님 등은 음악만이 들려주지 못하는 문학과 음악의 배경 이야기도 들려줄 예정이라는데, 가보고 싶어집니다. 표가 남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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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건 앨범 발매라도 기다려야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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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IN신문] 부산시립교향악단, 제555회 정기연주회 ‘부산 신사’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0월 25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555회 정기연주회 ‘부산 신사’를 개최한다. 예술감독 최수열이 지휘하고, 뒤셀도르프 심포니 수석 첼리스트 김두민이 협연하는 이번 정기연주회는 낭만주의 시대의 두 작곡가, 브람스와 엘가의 작품을 준비해 깊어진 계절에 걸맞은 우수 넘치는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첫 번째 무대는 ‘신사의 나라’ 영국의 국민작곡가 엘가의 마지막 대작인 첼로 협주곡으로 중후한 품격과 함께 가을의 우울함이 묻어난다. 또한, 독주악기인 첼로의 비르투오소적 기교가 돋보이는 이 작품의 협연은 김두민이 맡아 담담하고도 애잔한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첼리스트 김두민은 일찍이 동아일보 콩쿠르, 안익태 첼로 콩쿠르 등 다양한 무대에서 입상하며 15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정명화를 사사했다. 이후, 하노버국립음대 디플롬 과정, 쾰른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료한 그는 스위스의 베르비에 음악 페스티벌 입상 및 유럽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차세대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2000년부터 안네소피무터 재단의 후원 하에 Mutter's Virtuosi 앙상블의 멤버로서 해외투어 연주는 물론, 후원 악기인 ‘장 밥티스트 뷔욤’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04년부터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악단인 뒤셀도르프 심포니의 첼로 수석으로 임명돼 한국 클래식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김두민은 이번 부산 무대에서도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과 위로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작품은 ‘가을’하면 떠오르는 작곡가인 브람스가 21년간 치밀하게 작곡한 교향곡 제1번으로 긴 시간 차곡차곡 쌓아온 음악에서 느껴지는 탄탄한 구조와 형식미를 자랑한다. 베토벤 이후, 교향곡의 전통을 다시 세웠다고 평가받는 브람스는 이 작품에서 고전주의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혁신적이고 대담한 전개로 특유의 서정적이고 장엄한 분위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예매는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www.bscc.or.kr)에서 가능하며, 입장권 가격은 좌석별로 5천원에서 2만원까지이다. 자세한 문의는 부산시립교향악단(051-607-3111~3)으로 하면 된다. 손우승 기자 / busaninnews@naver.com #부산시립교향악단 #부산문화회관 #클래식공연 #오케스트라공연 #첼리스트김두민 #김두민 #엘가 #브람스 #교향곡 #첼로협주곡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STORY - 다자키 쓰쿠루는 한때 흐트러짐 없이 친밀하고 완벽한 공동체에 속해 있었다. 아카(赤), 아오(靑), 시로(白), 구로(黑). 색채 풍성한 네 명의 친구들 곁은 다자키 쓰쿠루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장소였다. 그러나 고향 나고야를 떠나 도쿄로 올라온 그는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친구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유조차 듣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절교를 당한다. 그다음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자키 쓰쿠루는 죽음만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친구 하나 없는 도쿄에서 혼자서 죽음에 가까운 절망을 느끼고, ‘돌아갈 장소’가 없는 절대적인 고독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고통을 견뎌 낸 후 쓰쿠루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입은 단절의 상처로 남에게 마음을 순수하게 터놓지 않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른여섯 살이 된 쓰쿠루는 도쿄의 철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런 그에게 16년 전 입은 상처는 언제나 안에서 피를 흘리는 ‘덮어 둔’ 역사로 남아 있다. 쓰쿠루는 여자 친구 기모토 사라에게 ‘네 명의 완벽한 공동체’와 그곳에서 소외당한 경험을 이야기했다가 마음에 걸려 소화되지 않은 무엇인가를 풀기 위해서라도 다시 그 친구들을 찾아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는 사라의 말대로 그간 잊고 지내 온 것들을 되찾기 위하여 인파가 붐비는 도쿄 역에서 순례의 여정을 시작한다. 돌아가야 할 곳,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 다자키 쓰쿠루는 그 여정 가운데 무엇을 찾아내고 또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인터파크 도서 출저] / / / THINK - 출간 하기도 전에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리는 소설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이 소설은, 일본 에서 50만 부라는 파격적인 초판 부수로 기대를 모으고, 출간 이후에는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 시 쓴 세계적 화제작이다. .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가 어느날 진지하게 만나기로 마음먹은 여자의 조언과 권유로 인해,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례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친구들과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려하는, 추억과 기억을 찾아 더듬어 가는 과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 도쿄, 나고야, 호반도시까지 아우르는 다자키 쓰쿠루의 여정은 즐거운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반가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정이 절대 아니다.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슬프면서도 덤덤한, 쓸쓸하고 고독한 한 남자의 '순례'를 그리고 있다. .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적인 소설'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소설이라 하면, '흐르는 강물'처럼 고요하면서 어딘가 확 터지는 느낌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와 살짝 '애매모호하게 열어버리는 결말', 소설속 '깊게 숨겨놓는 의미와 뜻'이 특징이다. . 그러나, 이 작품은 결말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비하면 '뚜렷'한 결말과 '뚜렷'한 의미와 메세지를 담고 있으며, 오랜만에 '리얼리즘'풍을 풍기고 있다. 그리고 스토리 역시 다른 전작들에 비해 '간결'하고 '명확'하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빨리' 읽히는 느낌은 강하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눈에 띄게 '빠르고' '급격'하게 읽히는 느낌이 있다. '자아성찰', '성장'소설의 느낌을 갖고 있는 이런 부류의 소설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읽힌다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또 다른 '문학적 매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 한 남자가 자신의 과거와 친구들을 찾는 과정. 잃어버린 기억과 추억을 찾는 과정. 자신의 진정한 '색'을 찾는 과정. . 이러한 과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옛날'을 더듬어 보게 한다. 그리고 다자키 쓰쿠루가 한 것 처럼 '용기있는 순례'를 떠나도록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 한 번쯤은 '다자키 쓰쿠루'처럼 자신의 '색'과 '진실'을 찾아 떠나는 순례를 꼭 해보는게 어떨까? 내가 모르는 진실과 나의 모습이 존재하여 기억 저편에 숨어있지는 않을까. . 그 숨어있는 것을 이제라도 이 책을 통해 대신하여 찾아보는 것도 지치고 반복되는 이 일상에 조그만 '위안'이 될 듯 싶다. / / / POINT - 한 '성인' 남자의 자신의 과거와 진실, 그리고 '나'를 찾는 순례의 여정. - 어른의 '뒤늦은' '성장'소설 - 리얼리즘, 나름 빠른 전개, 무섭게 읽히는 몰입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같지 않은 '소설'. - 나의 '색'은 무엇일까? / / / P.S -
[부산IN신문] (재)부산문화회관 시민회관본부 기획공연, 남성현악 5중주 <볼로시> 앵콜공연 열어
(재)부산문화회관 시민회관본부 기획공연인 '볼로시(폴란드)’가 오는 10월 25일 19시 30분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유럽을 대표하는 남성 현악5중주 팀 볼로시(Vołosi)는 전 세계 1,000여팀 중 30팀만 선별하여 무대에 오르는 세계적인 마켓 워멕스(World Music EXPO)에서 개막식을 장식한 실력파 그룹이다. 볼로시 내한공연은 작년 부산시민회관에서 전석 매진되었으며, 끊임없는 관객들의 러브콜로 2019년 부산을 다시 찾아 앵콜 공연을 올린다. 볼로시는 2010년 데뷔 무대를 시작으로 현재 유럽을 대표하는 월드 뮤직 그룹으로 자리 잡은 현악5중주 팀이다.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 비올리스트, 그리고 첼리스트와 베이시스트로 이루어 진 다섯 명의 남성 연주자들은 클래식 음악을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영국BBC방송은 “볼로시는 새로운 발견이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의 에너지가 음악적,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완전히 거부할 수 없는 결합을 일으키는 느낌이 든다. 감히 단언컨대 그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말했다. 작년 부산 공연에서 음악 해설가 김옥균씨는 공연을 본 후 “눈과 귀를 홀리는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에 휩쓸리는 기분 좋은 날”이라며 부산시민회관의 기획력을 극찬했다. 전 세계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볼로시는 클래식 음악을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였으며, 유럽 전역에서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거머쥐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장르의 현악5중주라고 하면 서정적이며 차분한 연주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볼로시는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클래식은 물론, 재즈와 록, 팝, 집시 음악까지 다채로운 음악적 어법을 활용하여 듣는 이의 감성을 다양하게 자극한다. 특히 5인의 남성 현악 연주자들의 파워풀한 연주와 다이나믹, 이를 통해 느껴지는 활기가 넘치는 특유의 독창성이 매력적이며, 5개의 현악기로 표현하는 폭넓은 음역과 현악기 특유의 애절함, 때로는 넘치는 박진감과 당당함 등 상반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음악이 일품이다. 지역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볼로시>의 부산공연은 지역 학생들의 예술체험과 교육을 위해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학생할인과 패키지할인, 경로할인 등 다채로운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공연예매는 부산시민회관 전화예매(051-630-5200) 및 홈페이지(http://www.bscc.or.kr/)에서 가능하다. 손우승 기자 / busaninnews@naver.com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볼로시 #현악5중주 #클래식음악 #클래식공연 #부산공연 #오케스트라공연 #내한공연 #음악회 #클래식음악회
하루키에 대해 알지 못했던 10가지 이야기
사실 원래는 하루키에 대해 (아마도) 당신이 몰랐을 20가지 사실이라는 글입니다. 그런데 참을 수가 없었어요. "하루키는 재즈를 좋아한다"는 걸 몰랐나요? 그럴리가. 우리 모두 알죠. 하루키는 재즈를 좋아한다는 걸. 다만 하루키가 갖고 있는 음반이 6000장이 넘는다는 건 몰랐습니다. 그러리라 짐작은 했지만요. 대신 제 맘대로 10개만 추렸습니다. 나머지는 링크에서 봐주세요. 1. 평론도, 추천도 하지 않습니다. 책날개에 하루키의 서평이 실리는 걸 보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는 평을 하지 않습니다. 뭔가를 결론내려 말하는 걸 싫어하니까요. 2. 커리를 좋아합니다. 일본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 하루키지만, 인도 음식은 예외입니다. 그런데 특히 보스턴에서 먹는 인도 음식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3.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기린'이란(맥주 말고 상상속 동물) 이름의 고양이에겐 무라카미 류의 이름을 붙여줬다고 하네요. 류는 하루키가 즐겨 읽는 일본 소설가 단 두 명 중 한 명입니다. 4. 습작. 6개월 동안 습작을 쓰고 7, 8개월을 더 들여서 습작을 다시 쓴다고 합니다. 고쳐쓰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5. 처음 읽은 영어 소설은 로스 맥도널드의 '마이 네임 이즈 아처'. 맥도널드가 죽었을 때 하루키는 이렇게 썼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http://niki.egloos.com/m/1037517 6. CCR과 비치보이스. 재즈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하루키는 음악광이죠. 달리기를 할 때엔 단순한 비트가 좋아서 록을 듣는다고 합니다. 7. 자기 소설의 결말을 끝까지 모릅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한 번은 들어봤을 그 문예지 '파리 리뷰' 인터뷰에서 한 얘기입니다. "저 스스로도 쓰는 동안 누가 그랬는지 결론을 몰라요. 독자나 저나 같은 입장에 서 있는 셈이죠. 글을 쓰기 시작할 때면 전 결말은 전혀 모릅니다.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소설 초반에 살인이 일어났다면, 저 또한 살인범이 누군지 모릅니다. 제가 책을 쓰는 건 도대체 누가 그랬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에요. 만약 살인범이 누군지 안다면 책을 쓸 이유도 없는 셈이죠." 8. 소설은 비디오게임. 게임할 때 왼손이 움직이는 걸 오른손은 신경쓰지 않죠. 완전히 분리된 두 가지 경험인 셈입니다. 하루키가 바라보는 소설 쓰기도 마찬가지에요. 소설가로서 게임 디자이너처럼 세상을 설계하지만 독자로서 게이머처럼 이야기를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9. 논픽션. 하루키의 첫 논픽션은 1995년 사린 가스 테러 피해자와의 인터뷰 모음이었습니다. 10. 영화. 와세다 시절 200편의 영화를 보곤 했던 영화광 청년은 아키 카우리스마키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남매)의 매트릭스를 사랑하죠. 하지만 실사영화 팬이라서 애니메이션은 별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오페라명곡 골드
오페라 자주 들어보진 못했지만 꽤 매력이 있네요^^ (CD-1/불멸의 여성 오페라 아리아) 01 카탈라니 : 라 왈리 - 나 이제 멀리 떠나리 02 드보르작 : 루살카 - 달에게 부르는 노래 03 푸치니 : 쟌니 스키키 -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04 푸치니 : 라 보엠 - 내 이름은 미미 05 푸치니 : 나비부인 - 어느 갠 날 06 글룩 : 오르페오와 유리디체 - 나의 유리디체를 돌려주오 07 헨델 : 리날도 - 울게 하소서 08 헨델 : 세르세 -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09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나도 내 마음을 몰라 10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사랑을 주세요 11 모차르트 : 돈 지오반니 - 날 때려요. 사랑하는 마제토 12 구노 : 파우스트 - 아, 나는 나를 보고 웃는다 (보석의 노래) 13 비제 : 카르멘 - 사랑은 변덕스러운 새 (하바네라) 14 슈트라우스 2세 : 박쥐 - 친애하는 후작님 (웃음의 아리아) 15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언제까지나 자유롭게 16 벨리니 : 노르마 - 정결한 여신 17 도니제티 : 연대의 딸 -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 (CD-2/위대한 남성 오페라 아리아) 01 푸치니 : 라 보엠 - 그대의 찬 손 02 베르디 : 리골레토 - 이 여자나 저 여자나 03 베르디 : 리골레토 -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이 04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 아, 그대는 나의 사랑 05 베르디 : 루이자 밀러 - 해 저무는 고요한 저녁에 06 모차르트 : 돈 지오반니 - 내 연인을 위하여 07 모차르트 : 돈 지오반니 - 이것이 그 명부입니다 (카탈로그의 노래) 08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이제는 날지 못하리 09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만약 나리께서 춤을 추고 싶으시다면 10 로시니 : 세빌리아의 이발사 - 나는 거리의 만능일꾼 11 바그너 :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 아침은 장밋빛으로 빛나고 12 도니제티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 머지않아 나에게 안식할 자리를 13 마이어베어 : 아프리카의 여인 - 오 낙원이여 14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그대를 멀리 떠나서… 불타는 이 마음을 15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프로벤자 내 고향 16 도니제티 : 사랑의 묘약 - 매력적인 파리스가 미의 여신에게 17 모차르트 : 마술피리 - 나는야 새잡이 18 모차르트 : 마술피리 - 연인이나 아내를 원해요 19 모차르트 : 마술피리 - 이 신성한 전당에서는 20 "도니제티 : 연대의 딸 - 축하연? 화려한 의식? 존경? 명예? (CD-3/격정의 여성 오페라 아리아) 01 모차르트 : 마술피리 - 지옥의 복수심 내 가슴 속 불타고 (밤의 여왕의 아리아) 02 베르디 : 운명의 힘 -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 03 벨리니 : 몽유병의 여인 -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 04 푸치니 : 제비 - 도레타의 아름다운 꿈 05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안녕, 지난날이여 06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 사랑은 장미빛 날개를 타고 07 푸치니 : 토스카 -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08 푸치니 : 라 보엠 - 나 홀로 길을 걸을 때 (뮤제타의 왈츠) 09 바그너 : 트리스탄과 이졸데 - 부드럽고 온화한 그의 미소 (사랑의 죽음) 10 바그너 : 로엔그린 - 홀로 괴로운 날들을 보내며 (엘자의 꿈) 11 베르디 : 아이다 - 오, 나의 조국이여 12 마스카니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13 조르다노 : 안드레아 셰니에 - 어머니는 돌아가셨소 14 도니제티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 다정한 음성이 들린다… 당신도 쓰디쓴 눈물을 흘리겠지요 (광란의 아리아) (CD-4/열정의 남성 오페라 아리아) 01 푸치니 : 투란도트 - 공주는 잠 못 이루고 02 푸치니 : 토스카 - 오묘한 조화 03 푸치니 : 토스카 - 별은 빛나건만 04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 타오르는 저 불꽃을 보라 05 레온카발로 : 팔리아치 - 의상을 입어라 06 마스카니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우유빛 흰 옷을 입은 롤라여 07 도니제티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 08 바그너 : 로엔그린 - 아득히 먼 나라에 09 푸치니 : 나비부인 - 안녕, 꽃피는 사랑의 집 10 푸치니 : 서부의 아가씨 -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11 마스네 : 베르테르 - 어찌하여 나의 잠을 깨우는가? 12 베르디 : 운명의 힘 - 천사의 품안에 있는 그대여 13 구노 : 파우스트 - 여기를 떠나기 전에 14 비제 : 카르멘 - 여러분 축배를 듭시다 (투우사의 노래) 15 베르디 : 오텔로 -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 16 베르디 : 오텔로 - 주여, 제게 온갖 치욕을 주시는군요 17 베르디 : 가면무도회 - 아마도 그녀는 무사히 도착하여... 그대를 영원히 잃어버린다해도 18 도니제티 : 사랑의 묘약 - 남몰래 흘리는 눈물 19 도니제티 : 폴리우토 - 내가 숨쉬는 대기는 오염되었어!... 신성한 빛줄기가 나를 비추고 (CD-5/오페라 속 사랑의 아리아 Operatic) 01 베르디 : 아이다 - 청아한 아이다 02 레하르 : 미소의 나라 - 그대는 나의 모든 것 03 모차르트 : 코지 판 투테 - 사랑의 산들바람은 04 모차르트 : 자이데 K.344 - 편히 쉬어요. 내 사랑 05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06 생상 : 삼손과 데릴라 -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07 플로토 : 마르타 - 꿈과 같이 사라진 아름다운 사람이여 08 마스네 : 마농 - 눈을 감으면 (꿈노래) 09 푸치니 : 마농 레스코 - 한번도 본 적 없는 미인 10 로시니 : 세빌리아의 이발사 - 방금 들린 그대의 음성 11 베르디 : 리골레토 - 사랑스런 그 이름 12 모차르트 : 돈 지오반니 - 창가로 와주오. 내 사랑 13 차이코프스키 : 에프게니 오네긴 - 누구라도 한번은 사랑의 감정을 겪어보지 (그레민의 아리아) 14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 그녀의 빛나는 미소는 15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 이 사랑 말로 다 할 수 없네 16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아, 바로 그 사람인가 17 비제 : 카르멘 - 그대가 내게 던진 이 꽃은 (꽃노래) 18 모차르트 : 마술피리 - 이 모습 너무 아름다워 19 도니제티 : 사랑의 묘약 -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가 (CD-6/오페라 속 사랑의 이중창 Romantic Love Duets) 01 모차르트 : 돈 지오반니 - 우리 두 손을 맞잡고 02 푸치니 : 라 보엠 - 오 사랑스런 아가씨 03 레하르 : 유쾌한 미망인 - 입술은 침묵을 지키지만... 왈츠에 맞춰서 내 영혼도 춤추네 (사랑의 이중창) 0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장미의 기사 - 이건 꿈이야... 당신만을 느껴요 05 모차르트 : 코지 판 투테 - 이 마음을 당신께 드릴게요 06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 07 벨리니 : 몽유병의 여인 - 당신께 드리는 이 반지 08 푸치니 : 토스카 - 세상에 또 어떤 눈을 09 벨리니 : 청교도인 - 그대를 품에 안으리 10 푸치니 : 나비부인 - 매력 가득한 내 사랑 11 푸치니 : 나비부인 - 날 사랑해주세요 12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파리를 떠나 13 도니제티 : 연대의 딸 - 당신이 내 팔에 안겼던 그 순간부터 14 조르다노 : 안드레아 셰니에 - 그대에게 좀 더 가까이 (CD-7/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이중창) 01 들리브 : 라크메 - 재스민이 울창한 둥근 지붕 (꽃의 이중창) 02 오펜바흐 : 호프만의 이야기 -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 (뱃노래) 03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편지 이중창) 04 비제 : 진주조개잡이 - 신성한 사원에서 05 푸치니 : 라 보엠 - 미미는 돌아오지 않네 06 베르디 : 운명의 힘 - 어떤 욕설도, 위협도 07 벨리니 : 노르마 - 보라, 오 노르마여, 그대의 무릎 아래에 08 비제 : 카르멘 - 세비야 성벽 근처에서 (세기디야와 이중창) 09 베르디 : 리골레토 - 매주일 교회에서 기도를 드릴 때마다 10 모차르트 : 마술피리 - 파-파-게나! 파-파-게노! 11 모차르트 : 코지 판 투테 - 그의 가슴에 안겨 12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지독한 것! 나를 애 먹이다니 13 도니제티 : 사랑의 묘약 - 얼마나 사랑하는지 14 마스카니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안돼요, 투리두, 여기 있어줘요 15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 우리들의 산으로 돌아가자 16 도니제티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 나의 한숨은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17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마시자, 즐거운 잔 속에 (축배의 노래) (CD-8/환상의 오페라 앙상블) 01 모차르트 : 코지 판 투테 - 미풍이 불어오네 02 모차르트 : 마술피리 - 찬란한 아침이 곧 밝아오리니 03 베르디 : 리골레토 - 언젠가는 모르지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가씨 04 베르디 : 시몬 보카네그라 - 아멜리아, 용서해주오 05 도니제티 : 안나 볼레나 - 내 손에 떨어진 그의 눈물이 06 도니제티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 그 누가 나의 슬픔을 거두어 주리 07 베르디 : 가면무도회 - 아! 화려하고 멋진 음악이 08 모차르트 : 후궁으로부터의 탈출 - 당신의 관대함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09 모차르트 : 코지 판 투테 - 아름다운 데스피나 양에게 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10 베토벤 : 피델리오 - 얼마나 놀라운 느낌인지 11 도니제티 : 사랑의 묘약 - 아디나, 내 말을 믿어줘 12 베르디 : 에르나니 - 너는 에르나니! 13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 거절당한 사랑과 질투에 찬 내 마음은 불타고 14 모차르트 : 돈 지오반니 - 믿지 말아요. 불쌍한 아가씨여 15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여기 품에 안겨 16 베르디 : 운명의 힘 - 저주는 하지 마시오 17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이 초상화를 받아요 (CD-9/감동의 오페라 합창곡 Impressive Opera Chorus 01 바그너 : 탄호이저 - 고향을 다시 볼 수 있는 기쁨이여 (순례자의 합창) 02 베르디 : 나부코 -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03 로시니 : 이집트의 모세 - 하늘의 옥좌에서 04 모차르트 : 마술피리 - 오, 이시스와 오시리스여 05 모차르트 : 이도메네오 K.366 - 바다는 잔잔하다 06 마스카니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07 푸치니 : 나비부인 - 허밍 코러스 08 베토벤 : 피델리오 -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는 이 기쁨이여 09 스메타나 : 팔려간 신부 - 기쁘고 즐거운 우리의 인생 10 레온카발로 : 팔리아치 - 동, 딩, 동, 딩, 저녁기도 종소리 (종의 합창) 11 도니제티 : 연대의 딸 - 라타플란 12 벨리니 : 노르마 - 노르마가 납신다 13 차이코프스키 : 스페이드의 여왕 - 마침내 하느님이 우리에게 화창한 날을 주셨다 (행인들의 합창) 14 바그너 : 로엔그린 - 사랑과 축복이 기다리는 곳으로 (혼례의 합창) 15 비제 : 카르멘 - 여기, 투우사들의 카드릴라가 도착했네 (투우사들의 행진과 합창) 16 베르디 : 일 트로바토레 - 보라, 밤의 장막은 걷히고 (대장간의 합창) 17 구노 : 파우스트 - 선조들의 불멸의 영광 (병사들의 합창) 18 베르디 : 아이다 - 이집트에 영광을, 이시스 여신에게 영광을 (개선행진곡과 합창) (CD-10/가장 유명한 오페라 서곡과 간주곡) 01 베르디 : 라 트라비아타 - 1막의 전주곡 02 토마 : 미뇽 – 서곡 03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 서곡 04 폰키엘리 : 라 지오콘다 - 시간의 춤 05 베를리오즈 : 파우스트의 겁벌 - 헝가리 행진곡 (라코치 행진곡) 06 베르디 : 운명의 힘 - 서곡 07 글린카 : 루슬란과 루드밀라 - 서곡 08 마스카니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간주곡 09 바그너 : 발퀴레 - 발퀴레의 비행 10 바그너 : 로엔그린 - 3막의 전주곡 11 바그너 : 탄호이저 - 서곡 컴필레이션은 썩 좋아하진 않지만 오알못이 공부하는 셈치고 듣고 보고 있답니다^^
새마음 요양원 15
안녕하세요 빙그러님들 ^^ 불금 즐기시라고 15편 올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16편 이어집니다 https://vin.gl/p/2685465?isrc=copylink ====================================================== [새마음 요양원 15] 눈을 몇번을 손으로 문지르고 봤지만 창문곁에 서있던 여자는 분명 수정이었다. 놀란마음에 심호흡을 몇번 하고나서 핸드폰을 다시 꺼내 올리자 온몸에 피칠갑을 한 수정이 5층 어떤 방에 서있었다. 핸드폰의 줌을 당겨 그녀를 자세히 보자 그녀는 지현을 보면서 뭐라고 말하는 것 처럼 입모양을 움직였지만 가까이서 듣지를 못하는 그녀는 뭐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었다. 지현은 혹시 몰라 핸드폰에 동영상을 재생시켜 두기로 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수정의 모습을 촬영하는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정지 버튼을 눌렀다. 다시 올려다본 그곳에는 수정이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뒤를 살펴보자 아까 한참을 찾아도 없었던 영민이 서 있었다. “ 권기자님. 어떻게 된거에요 한참 찾았잖아요. “ “ 아 미안해요 지현씨. 너무 곤히 잠드셨길래 저라도 먼저 길을 나섰어요. 그치만 좋은소식이 있어요. 지현씨가 찾고있었던 그 차량. 제가 찾은거같아요 “ “ 네? 수정이네 차를 찾았다구요? 어디에 있어요? “ “ 그 캠핑장 근처에 있었어요. 그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가 못찾았었나봐요 “ “ 네? 그때 캠핑장 근처는 대충 살폈던거 같았는데…. “ “ 일단 같이 가시죠. “ 캠핑장 근처는 분명히 뒤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쪽 지리를 완벽히 모르는 지현에게는 아마 다 못가본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영민이 안내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 가려하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핸드폰 줌을 당겨 5층을 비춰봤지만 더 이상 수정의 모습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 핸드폰으로 왜 같은곳만 계속 찍으세요? “ “ 아… 제가 뭘 본거 같은데…. 육안으로는 잘 안보여서요. 그런데 아니었네요 . “ “ 그렇군요 . 일단 차부터 보실까요. “ 뒤를 돌아 길을 잡는 영민의 뒷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길을 나서는 지현이었다. 차를 정말로 찾은거라면 그 차안에서 어떻게든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정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비가 온 사이에 우거지게 자란 풀을 밟으며 조금씩 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저멀리 캠프장 주차장이 보이는걸 보니 이 근처인 듯 했다. “ 저기에요 ! “ 영민이 소리치며 풀을 헤치고 뛰기 시작했다. 덩달아 지현의 발걸음도 급하게 바뀌어 달려가보았다. 그곳에는 렌터카로 표시된 허라고 적힌 번호판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지현은 렌터카의 번호판과 외관을 사진을 먼저 촬영했다. 이것이 수정의 일행이 타고온 차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차 번호를 그때 적어두었다던 관리소장에게 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제주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 외관을 이리저리 살피며 촬영하던 지현은 뭔가 차량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지현은 자신이 느끼는 위화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라 조금 두리번 대다가 차량을 보며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째서 차량이 깨끗해 보이지 . ‘ “ 차가…. 너무 깨끗한거 같지 않아요? “ “ 차가 그분들이 타고온게 맞는지는 렌터카에 확인을 해봐야 하니까요. 현재로선 근처에 방치된 차량은 이거 한대였어요. 뭐가… 이상하세요.? “ “ 아니… 어제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렸는데 어째서 차량이 이렇게 깨끗한건지… 풀이고 흙이고 막 날라와서 더러워졌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 지현이 평소에 좋은 기자로서의 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할순 없지마 이건 누가봐도 수정의 차량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깨끗하고 심지어 너무 풀을 밟고 올라온 흔적이 선명했다. “ “ 그러고보니… 좀 그런거 같기도하고… 오히려 비 때문에 좀 씻겨갔을지도요. “ “ 아니에요. 타이어도 그렇고 너무 방치된 느낌이 없어요. “ “ 그런데 아까 제가 관리자님께 물어봤을때는 주차 목록에 있는 차량이라고는 했어요. “ “ 관리소장 까지 만나셨어요? 그.. 정진규씨? “ “ 만난건 아니구 통화만요. 차 발견하고 혹시 캠프장 관계 차량일까봐 먼저 확인부터 해봤죠. 전화로 통화 했을때는 그때 목록에 적어두셨던 차는 맞다고 하셨어요. ‘ 뭔가 개운하지않는 느낌에 지현은 탐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누가봐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 차의 외관과 무엇보다 비가 온 후 뭉그러졌어야 하는 바퀴 자국은 아직도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찜찜함의 지현의 잔뜩 인상을 쓴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건 어제는 그렇게 둘러봐도 찾을수 없었던 차량이 어째서 오늘은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다는 걸까. 정말 어제 없었던 게 확실할까. “ 전화를 해봐야 알겠지만 저 차는 수정이껀 아닌거 같아요. 외관도 너무 깨끗하고 보아하니 아침에 세워진 느낌이네요 . “ “ 그런가요. 저는 잘… 혹시 모르니 더 조사 해보도록 해요. “ “ 어제는 분명히 이 차 없었던거 같은데… “ 말끝을 흐리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차를 살피던 지현에게 영민이 되물었다. “ 네? “ “ 아 아니에요. 어제 빗속이었지만 차는 분명히 못봤던거 같은데. 이상하게 오늘 차량이 발견됬다는게 신기해서요. “ “ 어제는 두분이 너무 비를 많이 맞으셔서 모르셨을 거에요. 어제 전 지나가면서 이거 비슷한 차량 본거 같은데… “ “ 그랬나요? 그런데 왜 어제 말씀 안해주시고… “ “ 처음엔 저도 캠핑장 관계 차량인가 보다 했죠. “ “ 아 그러셨구나… “ 흠. 어제 이렇게 눈에 띄는 차량을 발견하고도 수연과 지현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여러모로 수상해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취재를 도와주는 영민이 뭔가를 숨긴다고 하기엔 지현과 붙어있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카메라로 차를 여러 차례 촬영하던 지현은 혹시 몰라 핸드폰으로도 수상한 부분을 여러 곳 촬영했다. “ 일단 이 차량 여기 적혀있는 굿모닝 렌터카에 한번 더 문의해봐야겠네요 “ “ 네. 확인이 필요할거같네요, 관리소장님이 발견하신 차량이 수정이 차가 맞는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 이슬이 내려와 서늘하게 지현의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눅눅한 풀숲에는 불날일은 없을거라며 지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 통화를 하고 다음 조사할 곳을 정해야 했다. 핸드폰을 켜 굿모닝 렌터카의 전화번호를 누르자 영민이 지현의 핸드폰을 뺏았다. “ 제가 걸게요. 육지 잡지사에서 취재 나왔다고 하면 아마 안알려주실수도 있어요. “ “ 아 그렇네요.. 영민씨가 한번 물어보세요 그럼 “ “ 좀 추우시죠? 통화할 동안 이거라도 드세요. “ 영민은 손에서 보온병에 든 커피를 건넸다. 담배를 피던 손을 두고 나머지손으로 보온병을 잡은 지현은 아직 따뜻한 커피의 온기에 감탄했다. [ 네, 제주 향기 권영민 기자입니다. 실종자를 찾는 중인데 해당 차량이 렌트한사람 이름을 알고 싶어서요. ] [ 네. 제주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량입니다. ] [ 네? 아… 그렇군요. 이름말고 그럼 언제 렌트된 차량인지만이라도 알수 있을까요? ] [네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은 영민은 지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 개인정보라서 차량 렌트인 이름까진 알려줄수 없답니다. 실종신고가 된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고… 그대신 언제 렌트 되었는지는 알려줬는데 약 한달전이래요. “ “ 한달전이라면… 수정이가 실종된 시기랑 일치하긴 하네요. 이럴때 수연이가 있어야 하는데…수연이가 정보를 좀 더 줘야할거같은데 같이 갔던 일행들도 모르고 렌트를 누가했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애매하네요… “ “ 렌터카 회사로 가보도록 해요. 가서 어떻게서든 렌트한 일행들 정보 알아내고. 수연이네가 맞다면 이 차 문 강제로라도 개방해달라고 해서 단서를 좀 찾죠. “ 아무래도 기분이 좀 이상했다. 렌터카 회사에서 실종신고가 되지 않으면 정보를 알려줄수 없다는 말이 좀 이상했다. 기분탓인가. 뭔가 이상하게 분위기가 돌아가는 기분을 지울수가 없는 지현이었다. “ 렌터카 회사가 멀지않아요. 한 20분만 차 타고 나갔다오면 되겠어요. “ “ 그렇구요. 어서 가보도록 해요 .” 먼저 길을 나서는 지현은 아까 금방 비벼끈 담배가 생각이 나질 않는건지 기어이 한대를 또 꺼내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오는 찜찜함인지 알 길이 없으나 점점 조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한모금 길게 빨며 머리가 띵해오는 것을 느꼈지만 지현은 밀려오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가 없었다. . . . 차를 타고 한참을 가던 중, 지현은 지난번에 본인이 꾸었던 수정의 꿈이 생각나 잠깐 어깨를 털었다. 그 꿈이 주는 공포가 크기도 했고 그 운전석에서 봤던 남자가 어쩐지 얼굴이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 자꾸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 저기 지현씨 물어볼게 있는데요. 지현씨 자꾸 꿈에 누가 나오는거에요 ? “ “ 네?????? “ 창문을 바라보며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지현에게 영민이 조심스러운 질문을 했다. “ 저번에 제 차에서 발작 하셨을때도 지현씨 엄청 목졸림 당하는거 처럼 괴로워했잖아요. 누구 부르는것처럼 하면서요. 그때 대체 꿈에서 뭘 보신거에요 ? “ “ 아.. 그날 놀라셨죠 . 제가 요즘 좀 악몽을 꾸다 보니.. 죄송했어요. “ “ 혹시… 지금 우리가 찾고있는 그 수정이라는 실종된 친구랑 관계가 있는 꿈입니까? “ “ 추측은 일단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더 조사해봐야 알거같아요 “ “그렇다면 그날은 더 무서운 꿈 꾸신거겠네요. 괴로워 하셨잖아요. “ “ 네. 수정이가 누군가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꿈이었어요. 그때 전 잠들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분명 옆에 있는게 영민씨 인줄 알았는데 글쎄 운전석에 다른 사람이 있지 뭐에요… “ “ 운전석에 있던 사람 혹시 …. 인상착의 생각나세요 ? “ “ 아니요. 꿈에서 깨고 나니까 얼굴은 잘 기억이 안나요. “ “ 그렇군요……….. 실종자가 그사람들한테 당했다고 생각하세요? “ 엇.? 뭔가 이상했다. 영민의 대화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대화라고 생각되는데 뭐지. 이 부자연스러움은.. 지현은 생각했다. ‘ 난 여럿이라고 말한적이 없는데… ‘ “
[문학] 여자없는 남자들
안녕하세요! 리드투게더 선정 도서 후기 너무 오랜만에 올리는 것 같아요. 그간 리드투게더 모임이 재정비 기간을 가지면서 동양철학에 대한 책을 읽고 이번에는 휴식 차원으로 문학 분야 책을 선택했어요. 요즘 너무 유명한 책이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이 책을 읽고 토론을 나눴습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단편 모음집이에요. 다른 단편집과는 다르게 각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공통적인 경험을 통해서 벌어지는 일과 느낌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주인공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란 제목과 같이 "여자 없는 남자들" 즉, 어느 순간 인생에서 여자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에요. 그 여자가 아내가 되었든, 사랑하는 연인이든, 알 수 없는 오묘한 관계에 있던 여자든 이런 여자가 어느 순간 없어지고 난 후의 남자들의 심리를 묘사해놓고 있어요. 이 책은 단편집이라 줄거리로 간략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공통된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고 있어요. 그것은, 바로! "관계"에요. 읽으면서 아마 60대가 되어버린 하루키씨가 느끼는 현대 시대의 "관계"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서술된 사람들은(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제가 느끼기엔 참 외로워 보여요. 흔한 이야기지만 현대인들은 참 많은 소통과 관계 속에 살면서도 다들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죠. 당장의 외로움을 충족하기 위해서 본질은 뒤로한채 사랑없는 섹스, 무의미한 만남을 가지면서 당장의 순간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려하고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려 애를 쓰는 것 같아요. 길게 보았을 때 이런 관계가 자신을 더 외롭게 만들고 공허하게 만든다는 것은 잊은 채로. 이 책에서 많은 등장인물들 역시 그런 의미없는 관계를 맺어요. 그런 관계들 때문에 상처입은 사람들 혹은 그 관계의 끝을 맞이한 사람은 그제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되어요. 의미 없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고 또 타인의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이 방금 하나 또 생각이 났어요. 주인공들은 자신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상대방 혹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가장 궁금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아요. 나를 두고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여자에게 왜 나를 두고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는지에 대해 추궁하거나 질문조차 하지 않죠. 하루키씨는 우리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또 한편으로는 위 사진 속 구절처럼 우린 누군가를 100퍼센트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편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 개인적인 경험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애를 써도 이해할 수 없을 때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자신이 그 부분에 대해 약간 멀어지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어요. 이해를 하려고 더 애를 쓰던, 그 부분에 대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던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건강한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유도하는 책" 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비문학은 많은 정보를 통해서 나를 발전시킬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하면, 문학은 감성을 자극해 나의 내면을 발전하도록 돕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다독하시고 같이 읽자요! Read together 10월 선정도서 리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11월 선정도서는 예술 분야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단편 : 붉은 눈
현수는 30분 만에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 30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안 들어왔어.” 그녀는 거의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현수는 지금 당장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후 옆에 있는 후배에게 말했다. “나 가봐야 될 거 같다.” “네? 곧 있으면 그 자식 나올 거 같은데요?” “연이가 아직도 안 들어왔대.” 후배의 얼굴이 굳어졌다. 현수는 잠복근무를 하던 후배의 차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은평경찰서로 빨리 가달라고 말했다. 설현의 첫 전화는 연이가 학원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이 되었는데 들어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는다는 것이었다. 현수는 수업이 조금 늦게 끝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했고 그녀는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 말투로 좀 더 기다려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나 다시 전화가 온 것이다. 연이가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연이의 학원은 원래 10시 반에 끝난다. 집에는 보통 15분 안에 도착한다. 지금 현수의 손목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11시 25분이었다. 경찰서 앞에 내리자마자 현수는 주차돼 있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네 번째 신호등에서 빨간 불에 걸렸다. 초조하게 핸들을 두드리고 있던 현수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엑셀을 꾹 밟았다. 앞에서 우회전하던 트럭과 부딪힐 뻔했지만 핸들을 확 틀어 피했다. 뒤에서 트럭의 상향등이 점멸하고 클락션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차는 경찰서에서 아파트까지 20분 만에 도착했다. 현수가 502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벽시계의 시침은 이제 막 자정을 지나는 중이었다. 설현은 식탁 주변을 서성이며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네. 저희 연이가 집에 아직 안 들어와서요. 지현이는 집에 잘 들어갔나요? 연이가 혹시 보충 수업받거나 하진 않았는지 지현이한테 좀 물어봐 주실 수 있을까요?” 현수는 아내의 앞에 서서 눈빛으로 물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입모양으로 잠깐만 이라고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설현이 전화를 끊고 식탁 의자에 주저앉았다. “연이 학원에도 전화해 봤고 연이랑 같이 학원 다니는 친구들, 걔네 부모님한테까지 다 전화해봤는데 아무도 모른대. 연이 어디 있는지. 학원 정시에 딱 끝났고 연이 친구들도 학원 나오고 나서 항상 헤어지던 데에서 멀쩡하게 헤어졌고.” “전화는 언제부터 안 받은 거야?” “학원 수업 시작하는 시간 될 때까지만 해도 카톡 했었어. 그리고 집에 올 시간이 됐는데 안 오길래 전화했는데 안 받아. 카톡도 안 보고.” “알았어 여보. 일단 내가 학원 주변 한 번 돌아볼게. 당신은 집 주변 좀 돌아봐.” 대답이 없었다. 설현은 초점 없는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수가 허리를 숙여 아내를 꼭 안았다. “여보. 연이 아무 일 없을 거야.” 설현은 울음을 터트렸다. 전화에서부터 느껴졌던 울먹임이 이제야 형체를 가지고 흘러내렸다. “우리 연이 괜찮겠지? 아무 일 없겠지? 나 연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설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현수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연이 내가 데리고 들어 올게.” 현수도 그쯤에서 말을 멈췄다. 그는 눈가가 아릿해져서 흰 벽지를 쳐다보았다. 차를 타자 5분 만에 학원에 도착했다. 학원은 아직 불이 밝혀져 있었다. 현수는 계단을 세 개씩 밟고 올라가 3층에 있는 학원 문을 열었다. 문에 달린 종에서 소리가 나자 안에서 여자 한 명이 나왔다. “누구세요?” “혹시 연이 선생님이신가요?” “아, 네. 아까 어머니가 전화 주셨던데 연이 아버님이세요?” “네, 연이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와서요. 혹시 오늘 수업 중에 연이가 평소랑 조금 달랐다거나 어디 간다고 이야기를 했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잠시 음 소리를 내며 생각하던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연이 평소랑 똑같이 수업도 잘 들었고 어디 간다거나 그런 이야기도 없었어요. 학원 나갈 때도 평소처럼 지현이랑 희연이랑 인사하면서 나가길래 당연히 집으로 가겠거니 생각했거든요. 저도 어머니 전화받고 놀랐네요.”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현수는 어두워진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몸을 돌렸다. 안타까운 시선이 현수의 뒷모습에 꽂혔다. 현수는 건물을 나와 집까지 가는 길을 훑기 시작했다. 편의점과 아직 열려 있는 마트 안을 일일이 들어가서 확인했고 골목길도 하나하나 들어가서 혹시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는 않나 살폈다. 보이는 사람마다 잡고 이렇게 물었다. “혹시 단발머리에 안경 쓴 고등학생 여자아이 못 보셨어요? 키는 이 정도 되고 17살이에요. 아마 교복 입고 있었을 거예요, 동명여고 교복.”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던 대학생 세 명과 셔터를 내리고 있던 마트 주인,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젊은 여자, 편의점에서 카운터를 보던 알바생까지 모두 본 적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혹시 몰라 핸드폰에 있는 연이의 사진까지 같이 보여줬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고개를 젓는 알바생을 뒤로하고 편의점에서 나온 현수의 앞에 오른쪽 골목으로 걸어가는 아줌마가 보였다. 현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안경 쓰고 단발머리 한 여자애 못 보셨어요? 고등학생이고 아마 교복 입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생겼어요.” 스마트폰 화면 속 연이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아줌마가 말했다. “아까 교복 입고 가던 여학생 한 명 보긴 봤는데 멀리서 봐서 얘가 맞는지는 모르겠네. 단발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혹시 그 학생 어디로 갔는지 보셨나요?” “저기 언덕길 올라서 가던데. 지나간 지 얼마 안 됐어요. 한 5분쯤 됐나? 근데 웬 남자랑 같이 가던데?” 현수는 아줌마가 턱짓으로 가리킨 언덕길을 향해 달렸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빨간 불이었지만 현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왼쪽에서 오던 차가 현수를 칠 뻔했다. 간발의 차로 앞으로 넘어져 급정거하는 차와의 충돌을 피한 현수는 돌아보지도 않고 앞으로 다시 뛰었다. 뒤에서 운전자의 욕지거리가 들렸다. 높은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달려 올라가자 숨이 차기 시작했다. 11월 밤의 차가운 공기가 폐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기도를 차갑게 긁었다. 목에서 올라온 피 냄새가 입 속을 통과해 후각을 자극했다. 현수는 코와 입으로 동시에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언덕길을 뛰었다. 언덕을 넘어서자 앞에 내리막길이 보였다. 외길이었다. 계속 달리기만 한다면 연이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현수는 통증으로 한계를 경고하는 허벅지 근육을 무시하고 달려 내려갔다.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심장이 쾅쾅대며 뛰는 소리가 고막을 때릴 때쯤 앞에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키 큰 남자 옆에 연이 정도 키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연이를 부르려고 했지만 숨이 가빠 크게 외칠 수가 없었다. 현수는 입을 다물었다. 이제 여자아이의 머리가 단발이라는 게 보였다. 현수는 더 빠르게 다리를 움직이며 연이를 불렀다. “연아!” 남자와 아이가 함께 뒤를 돌아보았다. 가로등 때문에 아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져 연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현수가 가까이 다가가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남자가 현수와 아이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현수는 그 앞에서 멈춰 섰다. “당신 뭐야?” “연아!” 가쁜 숨이 섞인 소리로 연이의 이름을 한 번 더 부르자 아이가 남자의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안경도 없었다. 연이가 아니었다. 현수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애써 참고 숨을 고르는 현수 앞에서 남자는 의심에 가득 찬 얼굴로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흡이 진정된 현수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딸인 줄 알았어요. 딸이 집에 아직 안 들어와서요.” 연이일 뻔한 아이 앞에서 현수의 말은 조금씩 떨렸다. “혹시 교복 입은 여자 아이 못 보셨나요? 이 정도 키에 단발머리고 안경 쓰고 있는 아이예요.” “저희는 못 봤어요.” 연이를 닮은 여자아이의 아빠는 일말의 의심과 약간의 동정을 담은 시선으로 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아직도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몸을 돌렸다. 다시 언덕길을 넘어가야 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현수가 외투를 벗자 몸에서 김이 났다. 땀이 식어가며 머리가 차가웠다. 돌아가는 언덕길은 아까보다 두 배는 높았다. 현수는 땀에 젖었던 몸이 밤공기에 차갑게 식은 채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얼굴은 초췌했다. 흰자에는 붉은 실핏줄이 올라왔고 땀에 젖었던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뭉쳐 삐죽거렸다. 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환한 빛과 억눌린 흐느낌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파트 복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내리는 사람은 없었고 문은 곧 닫혔다. 아파트 복도는 다시 고요한 어둠에 잠겼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한참 서 있었다. 502호에는 설현이 없었다. 현수는 헛기침을 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세 번 정도 가고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 어디야.” “여기 롯데마트 쪽. 연이는 찾았어?” “일단 집으로 들어 올래?”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응.” 전화가 뚝 끊겼다. 현수와 설현은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연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듯 둘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설현이 입을 열었다. “경찰에 신고해야겠지?” “아마도.” 설현은 발작적으로 눈물을 터트렸다. 연이의 어릴 적처럼 설현은 목놓아 울었다. 현수는 우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현수도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설현이 바닥에 떨어진 유리잔처럼 산산이 깨질 것 같았다. “나 신고 못하겠어. 그러면 진짜 연이가 집에 못 돌아올 거 같단 말이야.” 중간중간 울음소리를 토해내며 설현이 악을 썼다. 현수는 쥐고 있는 손을 더 꼭 잡는 수밖에 없었다. 사라진 아이의 엄마는 심장을 토해낼 듯 내리 울다가 시간이 지나자 조금 진정되었다. 현수는 두 손으로 뜨거운 아내의 손을 그러쥐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 “괜찮아. 실종 골든타임 48시간이니까 아직 많이 남았어. 지금 신고하면 이틀 안에 연이 볼 수 있을 거야.” 현수는 설현의 눈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하라고 불안에 떨면서 웃었다. 설현은 붉어진 눈으로 울음을 멈췄다. 현수가 아내의 손을 툭툭 일정한 박자로 토닥였다. 설현의 숨은 여전히 가빴지만 어깨의 들썩거림은 잦아들었다. “난 나가서 좀 더 찾아볼게. 혹시 연이가 갈만한 곳 아는 데 있어?” 설현이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TV 옆의 장식장 위에서 포스트잇과 볼펜 한 자루를 가지고 왔다. 설현은 볼펜을 들고 뭔가를 적더니 포스트잇을 건넸다. 포스트잇에는 여러 장소가 적혀 있었다. 카페, 독서실, 공원, 연이 학교 근처의 찜질방도 있었다. 현수는 포스트잇을 자신의 손바닥에 붙였다. “경찰에 신고하고 집에서 눈 좀 붙여. 오늘도 늦게 퇴근했잖아. 내가 실종 수사 쪽에 아는 분 있으니까 연락 한 번 해 볼게. 걱정하지 마.” 일어서는 현수의 머릿속에 온갖 강력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이 직접 본 적도 있었고 증거 사진이나 현장 사진에서 목격한 적도 있었다. 피해자들의 모습에 연이가 겹쳐졌다. 옷이 다 찢어진 채 강간당한 연이, 토막 난 채 강에서 발견된 연이의 팔과 다리, 검은 봉지에 담긴 퉁퉁 부은 연이의 머리. 머리가 지끈거리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현수는 떨리는 손을 설현이 보지 못하게 외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눈물을 닦는 설현을 한 번 보고 현수는 문을 열고 나왔다. 찬 공기를 마시자 머리가 조금 차분해졌다. 현수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서울 실종 수사 총괄 위원회 쪽 높은 분이랑 전에 한 번 술자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번호를 받아 놨었다. 재작년, 장애 아동이 실종되었다가 죽은 채 발견된 사건 이후로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위에서 내놓은 답이 서울 실종 수사 총괄 위원회였다. 서울 경찰서들의 실종 수사팀 간 효율적인 연계와 빠른 소통을 목표로 내세우며 만들어진 단체였다. 제대로 작동하는 위원회이긴 한 건지, 연이를 찾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현수는 저장된 이름 몇 백개를 하나하나 살폈다. 찾았다, 이기수. 알고 보니 본이 같고 돌림자도 같은 항렬이어서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며 비위를 맞췄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술자리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한 잔 더 하자고 외치는 이기수가 현수의 옷에 토를 거하게 하고, 옷을 대충 씻은 현수가 대리를 불러 5만 원을 쥐어주며 이기수를 태워 보내고서야 끝이 났다. 그때 시간은 아침 6시였다. 현수는 집에 오자마자 그 옷을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기수는 현수에게 전화해 언제든지 부탁할 일 있으면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다. 현수는 이기수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계속 울리다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3시 반이었다. 현수는 한 번 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됐다. 현수가 형님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뾰족한 여자의 목소리가 현수의 귀를 찔렀다. “지금 남편 자니까 내일 전화해요! 예의 없게 새벽에 뭐하는 짓이야!” 전화가 끊겼다. 현수는 멍하니 있다가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현수는 주먹으로 벽을 때렸다. 하얀 벽에 붉은 핏자국이 묻었다. 현수는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찜질방부터 가기로 결정하고 연이의 학교 쪽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신호에 빨간 불이 들어와 차를 멈췄다. 앞에서는 후드티를 입은 대학생이 담배를 입에 물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현수는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흰 담배 연기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자신이나 설현에 대한 불만으로 가출한 것은 아닐까. 현수는 연이가 찜질방이나 공원에서 친구에게 아빠 욕을 실컷 하고 있기를 바랐다. 이현수 그 새끼가 무슨 아빠냐고, 꼰대라서 말이 안 통한다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찜질방에서 식혜를 먹고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보아 왔던 착하고 말 잘 듣는 연이의 모습이 사실 꾸며진 것이었고 그 속의 진짜 연이는 아빠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아이이기를, 그래서 말없이 가출한 것이기를 현수는 빌고 또 빌었다. 현수는 자신이 누구에게 연이의 안전을 빌고 있는 건지 생각했다. 보통은 신에게 빌겠지만 현수는 신이 있다면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일들을 수도 없이 목격한 형사였다. 불 속에서 타 죽었어야 할 인간들이 버젓이 한낮의 태양 아래서 돌아다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세상을 어떤 존재가 만들었다면 그건 신이 아니라 악마였다. 머릿속에서 악마인지 범죄자인지 알 수 없는 검은 형체가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여기.’ 비닐봉지 속에서는 물에 퉁퉁 부은 연이의 머리가 나왔다. 검은 형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빵!” 뒤에서 클락션 소리가 울렸다. 정신을 차린 현수가 머리를 흔들고 앞을 보자 신호는 이미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현수는 식은땀을 훔치며 출발했다. 뒤차가 추월하면서 클락션을 한번 더 길게 울린다. “빠아앙!” 현수는 아내가 준 포스트잇에 있는 장소들과 그 주변 편의점, 24시간 카페, 패스트푸드점, 식당들까지 모조리 돌아다녔지만 어제 아침까지 보았던 연이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지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24시간 카페 주인에게 열렬히 연이의 인상착의를 이야기했지만 그는 아는 것이 없었다. 카페를 나서는 현수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잠이 부족했다. 현수는 까끌까끌한 눈을 감고 그 위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가 뗐다.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밝아오는 하늘이 보였다. 집에 들어가자 설현이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쥔 채 식탁에서 졸고 있었다. 현수는 아내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여보. 신고하고 그쪽에서 다시 연락 온 건 없었어?” 설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났다. 당신이구나 라고 말하며 가슴에 손을 얹은 설현은 숨을 한 번 내쉬고 말했다. “신고했더니 마지막으로 어디서 봤는지 물어보고 무슨 정보 조회 같은 거 동의해달라고 해서 동의한다고 했어. 마지막 목격 장소 가서 수색 시작해본다고 했는데 그 뒤로 아무 연락도 없네. 다시 전화해 봤더니 조사 중 이래. 그게 끝이야.”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실종 신고가 들어오는 사람 수만 해도 수 만 명에 이른다. 미취학 아동이나 장애인, 고령의 노인들만 수색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하다. 90프로, 아니 99프로 이상이 가출이나 야반 도주로 판명 나는 성인과 청소년들의 실종 신고까지 신경 쓰기는 힘들다. 게다가 17살의 고등학생이라면 더욱더. 현수도 형사로 일한 기간 동안 실종 수사는 거의 한 적이 없었다. 명백한 유괴나 납치, 혹은 살인의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실종 수사는 없다. 다른 수사해야 할 사건들이 차고 넘친다. 현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연이는 그 당사자가 되었다. “일단 서에 가서 오늘 널널한 애들한테 탐문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볼게. 가는 길에 서장님한테도 연락해 봐야겠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침대 가서 잠깐이라도 쉬어.” 설현은 건조한 눈으로 현수를 바라보았다. 현수는 그녀가 울면서 자신을 비난했으면 했다. 이런 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밤부터 어깨를 짓누르던 죄책감과 자책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곧 현수를 잡아먹을 듯했다. 현수는 설현의 눈을 피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납치당하거나 한 거면 진작 범인한테 연락 왔을 거야. 돈 내놓으라고. 이래 봬도 나 형사잖아. 진짜 별일 없을 거니까 쉬고 있어.”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질문에 현수는 아내의 어깨쯤을 바라보며 변명했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끝낸 현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바깥으로 향했다. 불안이 머리를 조여들었다. 현수는 관자놀이를 찔러대는 두통을 무시하며 이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건너편에서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 저번에 같이 술자리 했던 이현수입니다.” “어, 현수야. 아침부터 웬일이야?” “형님 실종 수사 위원회 쪽에 계시죠?” “응. 근데 왜?” “저희 딸이 어제부터 안 들어와서요. 일단 신고하긴 했는데……” “야, 딸 이름이랑 사진, 신상정보 보낼 수 있는 거 싹 다 나한테 문자로 보내. 내가 다 처리해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늘 안에 딸 찾아 줄게.” “감사합니다 형님!” “바로 보내!” 현수는 전화가 끊기고 나서야 90도로 숙였던 허리를 폈다. 문자에 연이 사진을 첨부하고 학교, 이름, 나이, 키, 몸무게, 기억나는 흉터나 점의 위치까지 알고 있는 신상 정보를 모두 써서 이기수에게 보냈다. 마지막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고 붙였다. 현수는 자신의 옷으로 토사물을 받아 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현수는 차를 타자마자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 스피커에서 신호음이 울리다 전화가 연결됐다. “서장님, 저 형사과 이현수입니다.” “어, 무슨 일이야?” “딸이 학원 갔다가 집에 안 들어와서 새벽에 아내가 실종 신고를 넣었습니다. 혹시 진행 상황 좀 알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어제 새벽에 17살 여자애 실종 신고 한 건 들어왔던데 니 딸이었어?” “네, 그렇습니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현수는 서장이 다시 말을 꺼낼 때까지 입을 꾹 다물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너도 알잖아. 청소년이나 성인 실종 90프로 이상이 단순 가출인 거. 게다가 지금 발달 장애 초등학생 실종 사건 때문에 뺄 사람이 없어.” “제 딸 그렇게 말없이 가출할 아이 아닙니다.” “그래 아는데 사람이 없다니까, 사람이. 너 지금 인터넷 들어가 봐. 네이버 실시간에 아직도 실종된 애 이름 떠 있어. 나현이 실종, 나현이 사건, 줄줄이 다 걔 얘기야. 초동 수사 미흡하다고 뉴스에 뜨고 난리도 아니라니까. 지금 여청과 애들 밤새면서 CCTV 돌려보고 탐문 나가고 인터넷 접속 기록 뒤져보고 있는 거 너도 알잖아. 하필 우리 관할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돼 가지고, 재수 없게. 걔 못 찾으면 나만 징계받냐? 여청과 과장은 옷 벗어야 될지도 몰라.” “그럼 신고 들어가고 나서 기본적인 조사나 탐문도 없었습니까?” “… 미안하다. 탐문 나가는 애들한테 얘기는 해놨는데……” 현수는 서장의 말을 이해하는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누가 봐도 나현이가 급했다. 나이도 어리고 심지어 장애까지. 누구에게나 0순위는 나현이고 연이는 아마 2순위쯤일 것이다. 현수는 형사를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론에 휘청거리는 경찰이라는 집단과 연이의 흔적 하나 찾지 못하는 형사인 자신. 현수가 아무 말이 없자 서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너 연가 처리 해 놓을 테니까 납치나 유괴 관련된 거 같다는 증거나 아님 목격자라도 찾아와. 바로 정식으로 인원 동원해서 수사 나갈 수 있을 거야. 근데 혹시 증거 있어서 수색 시작하게 되면 언론에다가 기사 좀 내도 되냐? 나현이 사건 때 초동 수사 미흡하다고 기사가 엄청 떠 가지고 말이야, 실종 신고 들어오자마자 증거 찾고 정식 수색 시작했다고 기사 내면 여론도 좀 사그라들고…” 현수는 서장이 말하고 있는 도중에 통화 종료를 눌렀다. 그때 진동과 함께 문자가 하나 왔다. ‘애가 나이가 좀 많네, 열일곱 살이면. 말은 해보겠는데 정식으로 실종 수사 들어가긴 좀…’ 이기수였다. 현수는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던졌다. 형사과 안으로 들어가자 같이 잠복근무했던 후배 앞에 얼굴에 피어싱을 열 개 정도 한 젊은 남자가 앉아 조서를 쓰고 있었다. 어젯밤 차 안에서 기다렸던 마약 유통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현장에 나가 있는지 자리가 비어 있었다. 후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앞에 앉아 조서를 쓰고 있던 남자가 움찔했다. “형!” 현수는 대꾸 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현수는 엄지와 중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후배도, 후배 앞의 남자도, 현수도 아무 말이 없었다. 얼어 버린 공기를 깬 건 현수였다. “야, 우리 서에서 잡았던 놈들 중에 납치범 신상 정보 리스트 볼 수 있지?” “네.” 후배는 범죄자 및 용의자 신상정보 데이터가 들어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파일을 열었다. 현수도 일어서서 후배의 뒤에 섰다. 후배가 키보드를 몇 번 두들기더니 바로 옆의 프린터에서 종이가 인쇄되는 소리가 났다. 현수는 프린터에서 나온 재생지를 집어 들었다. 총 세 장이었다. 다섯 명의 사진과 집주소, 전화번호, 나이, 키, 몸무게 등이 표로 A4 용지 한 장에 두 명씩 정리되어 있었다. 눈이 건조해서 표가 두 개로 보였다. 현수가 왼손으로 눈을 비비자 흰자는 더 붉어졌다. “형, 그럼 연이는…” 후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수는 계속 종이를 보고 있었다. 후배는 망설이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도 오늘 나가면서 탐문 한 번 해볼게요. 연이 사진 보내 주세요.” “고맙다.” 현수는 피곤함과 좌절감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종이를 갈무리하고 나가려는 현수의 등 뒤에서 후배가 말했다. “형, 좀 쉬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한숨도 못 자신 거 같은데.” 현수가 고개를 돌렸다. 현수는 붉은 눈으로 후배를 응시하다 대답 없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수는 경찰서 밖으로 나와 종이에 쓰인 전화번호를 누르고 순서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오영곤과 김철훈은 전화를 걸자마자 받았고 아는 게 없는 눈치였다. 형사의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둘은 정말로 연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세 번째로 박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네 번 울리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연결된 전화는 현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끊겼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이 새끼다. 내비게이션에서 5분 후 목적지 도착이라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종이에 적혀있던 박진수의 집까지는 30분이면 갈 거리였지만 출근 시간대와 겹쳐 시간이 1시간 가까이 지났다. 꾸물대던 앞차 때문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에 걸렸다. 현수가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들긴다. 앞에서는 한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왠지 익숙하다. 어디서 봤더라. 고심하던 현수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황급히 조수석에 있는 종이를 들고 박진수를 찾는다. 두 번째 장, 박진수라는 이름 옆에 있는 얼굴이 모자를 눌러쓴 채 횡단보도를 거의 건넜다. 현수는 차 문을 열고 뛰쳐나와 초록불이 깜빡거리는 횡단보도를 뛰었다. 운전자가 도로 위의 차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뛰어가자 신호를 대기하던 운전자들이 창문을 내리고 현수를 쳐다보았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고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댔다. 현수가 모자 쓴 남자의 4m 뒤에 있을 때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6년 전 잡아넣었던 박진수와 현수의 눈이 마주쳤다. 현수는 박진수의 눈이 놀람에서 당혹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박진수는 달리기 시작했다. 현수가 박진수의 외투를 잡아 채기 바로 직전이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박진수는 대로에서 바로 주택가 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골목이 나올 때마다 방향을 틀었고 집 앞의 화분, 자전거, 주차 방지용 드럼통 등 온갖 것들을 넘어뜨리며 현수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하지만 현수는 방해물들을 피하며 집요하게 그 뒤를 따랐다.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았고 눈은 고요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호랑이처럼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지친 먹이가 스스로 목덜미를 내밀고 자신의 딸을 토해낼 때까지. 그때는 곧 찾아왔다. 박진수가 어느 가정집 대문 앞에 서 있는 유모차를 넘어트리다 손잡이에 외투 끄트머리가 걸렸다. 박진수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땅을 짚고 일어나려는 박진수의 얼굴에 현수의 발이 날아들었다. 박진수는 옆으로 다시 쓰러졌다. 현수는 여전히 차분하게 숨을 쉬며 박진수의 멱살을 잡았다. 현수가 연이의 행방을 묻기도 전에 박진수는 멱살을 쥔 현수의 팔 위로 두 손을 올려 빌기 시작했다. “형사님! 저 뽕 딱 한 번 밖에 안 했어요. 진짜예요. 팔 보여드릴게요. 주사 자국도 하나밖에 없어요. 저한테 뽕 준 애들 명단도 다 불게요, 번호랑 어디 사는지도 다 알아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박진수는 속사포처럼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울기 시작했다. 왼쪽 볼이 빨갛게 부은 채 피 묻은 손을 비비며 울고 있는 29살의 남자 앞에서 현수는 사고가 정지됐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멱살을 잡은 채 움직이지 않는 현수 앞에서 박진수는 계속 자신만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연이는. 연이는 어디 있어!” 현수가 윽박지르자 박진수는 울면서 대답했다. “연이가 누구예요. 저 진짜 그런 놈은 몰라요.” 현수는 멱살을 더 세게 틀어쥐었다. 박진수가 목이 막혀 컥컥거렸다. 현수는 아까보다 더 커진 목소리로 박진수를 윽박질렀다. “왜! 왜 니가 아니야!” 현수는 멱살 쥔 손을 마구 흔들었다. “왜 니가 안 데리고 있어. 너라고 말해. 니가 데리고 있다고! 니가 어젯밤에 연이 납치했다고, 제발 너라고 말해. 제발. 너라고 말하라고……” 말이 이어지는 동안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멱살을 쥔 현수의 손에서는 힘이 빠졌다. 현수의 붉은 눈에서 눈물이 울컥거리며 튀어나와 얼굴을 가로질러 흘렀다. 마지막 목표를 잃은 현수의 손은 더 이상 박진수를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현수의 손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낀 박진수는 팔을 쳐내고 일어서서 쏜살같이 사라졌다. 현수는 동력원을 잃은 로봇처럼 그대로 멈췄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휘몰아쳤지만 무엇 하나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 그때 어서 자신을 손에 쥐라는 듯 외투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윙윙대며 울렸다. 현수의 무시를 무시하고 스마트폰의 진동은 영원히 끊기지 않을 듯 계속해서 울려댔다. 몇 분간 지속된 진동에 현수는 천천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처음 보는 번호가 스마트폰에 떠 있었다. 현수는 아무 말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연이 내가 데리고 있어요.” 아직 정오도 안 지난 시각인데 하늘은 매우 흐렸다. 마치 해가 떨어지는 초저녁 즈음의 하늘 같았다. 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눈이나 비가 쏟아질 듯했다. 현수는 전화기 너머에서 알려준 주소로 향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 상에서는 경기도 양평의 산자락이었다. 현수는 허리춤의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여자의 목소리가 귓속을 맴돌았다. “제가 말하는 주소로 오세요. 총을 들고 오든 칼을 들고 오든 상관없어요.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혼자 오세요. 누군가 데리고 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연이는 죽어요.” 여자는 주소를 불렀고 현수는 묵묵히 여자의 말을 들었다.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수가 물었다. “왜 지금에야 연락하는 거지?” “지금이어야 하니까요.” 전화가 끊겼다. 내비게이션에서 예상 도착 시간을 알렸다. 10분 뒤였다. 현수는 불안과 희망을 초단위로 넘나들며 계속해서 총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약실에 공포탄은 없었다. 전부 실탄이었다. 경기도로 출발하면서 서에 들러 공포탄을 빼고 실탄으로 약실을 채웠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차는 점점 인적이 드문 산길로 들어갔다. 도착지가 보일 때쯤에는 포장도로가 끊겨 차가 덜덜거리며 떨렸다. 하늘에서 쌀알 같은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차가 멈췄다. 내비게이션에서 여자의 명랑한 음성이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현수가 차에서 내렸다. 지붕이 파란색 슬레이트로 된 조그만 시골집 한 채가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현수는 두 손으로 총을 움켜쥐고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문에 귀를 댔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현수는 오른손에 든 총을 한 번 바라보고 왼손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문고리는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현수가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확 열자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혔다. 현수는 두 손으로 총을 잡고 집 안을 겨눴다. 거실 뿐인 집 안의 검은 소파에 검은 상복을 입고 앉아 있는 여자가 보였다. 여자의 하얗게 센 머리는 곱게 쪽 지어져 있었고 검은 상복과 대비되어 묘한 느낌이었다. 총구가 재빨리 여자의 얼굴로 향했다. “여기 앉으세요.”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렸던 그 목소리였다. 현수는 성큼성큼 걸어가 총구를 여자의 머리 바로 앞에 가져다 댔다. “연이 어디 있어.” 목소리가 떨렸다. 여자는 소파 앞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날 죽이면 연이도 죽어요.” 여자는 현수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손을 들어 앞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목소리만 들어서는 여자가 현수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현수는 여자의 얼굴에서 눈과 총구를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여자의 주름진 얼굴은 60대는 되어 보였다. 현수가 소파에 앉자 여자가 빈 찻잔에 차를 따랐다. 여자가 잔을 현수의 앞에 놓았다. 현수는 찻잔에 손도 대지 않고 여자의 이마 정중앙에 총을 겨눈 채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총이 보이지 않는 건지 차분한 눈빛으로 현수의 시선을 맞받았다. 창 밖의 눈송이가 조금 더 많아지고 찻잔의 김이 약간 잦아들 때쯤 현수는 입을 열었다. “연이는 어디 있지? 아니, 왜 연이를 납치한 거지?” 현수는 이 여인이 왜 자신의 딸을 납치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 목적은 아닌 것 같았고 그렇다고 사이코패스나 정신병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뭔가 분명한 목적이 있어 보이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저 누군지 모르겠어요?” 깊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현수의 붉게 충혈된 눈과 마주쳤다. 현수는 자신의 머릿속 어딘가에 여자가 있는지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자신이 잡았던 범죄자도 아니었고 그들의 가족도 아니었다. 비슷한 얼굴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현수가 한참 머릿속을 헤집고 있을 때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설이 엄마예요.” 저 깊은 곳에서 가는 실 같은 기억 하나가 쏜살같이 딸려 올라왔다. 기억을 되감으며 움직이던 현수의 눈동자가 멈췄다. 새벽 2시, 현수는 서로 주먹질을 하다 잡혀 온 취객 두 명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취객 둘이 엉겨 붙어 주먹질인지 발길질인지 구분이 안 가는 무언가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걸 말리는 건 6개월 차 막내인 현수의 몫이었다. 선배들은 취객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현수에게 화를 냈고 현수는 주먹과 발에 얻어맞으며 둘을 떼어놔야 했다. 그게 벌써 1시간째였다. 그 사이 성희롱과 성추행, 취객들의 싸움, 심지어 승객이 택시 타고 돈을 안 낸다는 택시 기사의 전화까지 온갖 신고들로 경찰서의 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선배들은 현수에게 한껏 짜증을 내며 신고가 온 곳으로 출동했고 현수는 두 취객을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채 홀로 남겨졌다. 현수가 혼자 남은 지 10분쯤 지났을 때 경찰서의 문이 열렸다. 현수는 아직도 기운이 남아 비틀거리는 주먹을 주고받으려는 취객 둘을 떼어놓느라 용을 쓰고 있었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출동했던 선배가 아니라 40대 중반의 여자였다. 땀범벅이 된 머리가 여자의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 맨발에 삼선 슬리퍼, 고무줄 바지, 대충 걸쳐 입은 듯 보이는 티와 얇은 외투는 11월의 쌀쌀한 밤 날씨에 어울리는 차림은 아니었다. 말이 안 통하는 취객들을 달래려 애쓰고 있는 현수에게 여자가 말했다. “선생님, 딸이 없어졌어요.” 취객들의 으름장에 여자의 말은 묻혀버렸다. 현수는 뒤에 여자가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아저씨, 그만 좀 하세요! 잠깐만 여기 가만히 앉아 계세요, 예?” “선생님, 제 딸이 없어졌어요. 제 딸 좀 찾아주세요.” 여자가 현수의 등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그제야 현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벽에 머리를 박고 잠든 척하는 취객과 자기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다른 취객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며 현수가 물었다. “뭐라고요 아줌마?” “제 딸이 없어졌어요.” 현수는 한숨을 푹 쉬고 여자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 신발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취객은 바닥에 침을 뱉기 시작했다. “아저씨! 거기다 침 뱉으시면 안 돼요!” 현수는 포기했는지 취객을 말리지는 않고 고개를 흔들며 책상 앞에 앉았다. 취객은 거의 나오지도 않는 침을 바닥에 퉤퉤 거리며 뱉고 있었다. 여자는 책상 앞에 서서 현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현수는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언제 없어졌어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제가 일 갔다 11시쯤 들어오면 항상 집에 있었는데 애가 집에 없어서. 전화도 안 받길래 찾으러 다녔는데 안 보여요.” “그럼 어디서 없어진지도 몰라요? 마지막으로 본 데는 어디예요?” “제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오늘 아침에 학교 가는 거 보고 그 뒤로는 못 봤어요. 제 딸 찾을 수 있겠죠 선생님?” 여자는 말을 하면서 불현듯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여자의 눈은 현수가 이 사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애는 몇 살이에요? 사진 같은 건 없어요?” “열일곱 살이에요. 사진은 집에 있는데 가져올까요?” 현수는 여자의 대답을 듣자마자 코웃음을 쳤다. “열일곱 살이요?” “네, 열일곱 살.” 현수는 들고 있던 펜을 책상에 탕 소리 나게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침을 뱉고 있는 취객에게 걸어갔다. 여자는 취객에게 걸어가는 현수를 쳐다보다가 황급히 뒤를 따랐다. “아저씨! 여기 침 좀 뱉지 말라니까요, 진짜. 내가 이거 다 닦아야 되는데 드러워 죽겠네.” 여자는 현수의 뒤에 서서 취객과 현수가 벌이는 실랑이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입을 뻐끔거리던 여자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선생님, 설이는 안 찾아주시나요?” 현수는 뒤로 돌아서서 벌컥 화를 냈다. “아니, 아줌마. 열일곱 살짜리가 무슨 말 못 하는 애도 아니고 알 거 다 아는 나이에 뭔 경찰까지 나서서 찾아요. 친구 집에서 놀고 있든가 아님 사춘기라 가출했던가 한 거겠지. 내일쯤 되면 알아서 들어올 테니까 그냥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세요. 안 그래도 바쁜데 귀찮게 하지 말고.” 다시 취객에게 돌아선 현수의 뒤에서 여자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빌었다. “선생님, 저희 딸 그럴 애 아니에요.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선생님. 네? 우리 설이 한 번만 찾아주세요.” 여자는 울면서 애원했다. 머리를 바닥에 닿을 듯 숙이면서. 지문이 닳아질 듯 빌면서. 하지만 현수는 무릎 꿇고 비는 여자를 돌아보지 않았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 피곤한 건 당연했고 취객들이 사고 안 치게 보고 있는 것만도 정신이 없었다. 가출해서 대로변에 침이나 찍찍 뱉고 있을 열일곱 살짜리 여자애까지 신경 쓸 여력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선배들도 항상 이렇게 했었다. 청소년 실종 신고는 가출한 아이가 스스로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했으니까. 현수는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여자는 결국 일어서서 경찰서 문을 열고 나갔다. 설이는 다음날 오후 경기도 양평의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점심때부터 오기 시작한 눈이 설이 위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설이는 옷이 다 찢겨 거의 벌거벗은 상태로 발견되었고 몸 안에서는 정액이 검출되었다. 사인은 두부 외상이었다.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이다. 피로 물든 붉은 눈이 설이의 머리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퍼져 있었다. 범인은 근처의 나무에 목을 매달고 자살했다. 현수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빌던 여자는 설이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여자는 취재를 거부했지만 기자들은 여자의 뒤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그 결과 한국일보에서 경찰에 설이의 실종 신고가 두 번이나 들어갔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온갖 매체들이 앞다투어 실종 신고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비난하는 기사를 냈다. 현수는 실종 신고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간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 바로 다음날 현수가 엄중한 징계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가 3대 신문의 한 꼭지를 차지했다. 현수는 설이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설이의 발인이 있던 날, 꿈에 설이가 나타나 뭔가를 말했는데 현수는 그 말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다음 날부터 현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런 현수에게 동기들과 선배들이 말했다. “야, 너 진짜 재수 없었다. 원래 청소년 실종은 그렇게 대처하는 게 맞는 거야. 다른 사건도 수두룩한데 가출한 애들까지 언제 찾고 앉았냐. 그냥 운이 없었다 생각하고 잊어버려.” 죄책감이 조금 옅어졌다. 현수는 재수 없었던 그 일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3주가 지나자 설이는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았고 불면증은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설이의 얼굴은 점점 희미해졌다. 정직 처분이 끝날 때쯤에는 설이 주위를 동그랗게 둘러싼 붉은 눈만 떠올랐다. 그리고 23년이 지나 설이가 사라진 그 날, 연이도 재수 없게 사라졌다. 현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현수가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여자는 찻잔을 들고 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설이 위에 쌓였던 그 눈은 오늘도 오고 있었다. “설이, 그 날 이 산에 6시간 정도 누워 있었을 거라고 의사가 말했어요. 옷도 다 찢어지고 많이 추웠겠죠.” 여자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현수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자세 그대로 여자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연이, 지금 열일곱 살이죠?” 현수가 고개를 들었다. 현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총구를 잡은 채 총을 여자에게 내밀었다. “차라리 저를 죽이세요. 연이는 아무 잘못 없어요. 연이 제발 살려주세요.” 여자는 찻잔을 놓고 일어서 현수의 손에서 흔들리고 있는 총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총을 다시 현수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이제는 당신에 대한 원망도 분노도 없어요. 그 감정을 유지하기에 23년은 너무 길었어요. 이 일은 설이가 죽은 그 날부터 제가 해야 될 의무였고 그래서 한 것뿐이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여자는 현수의 검지 손가락을 친절하게 방아쇠 구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총을 든 현수의 손을 두 손으로 잡은 채 현수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연이 이미 죽었어.” 여자는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채 옆으로 쓰러졌다. 현수는 총이 발사된 순간이 기억나지 않았다. 심지어 총성을 들었는지도 헷갈렸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검지 안쪽에 닿았던 방아쇠의 차가운 촉감뿐이었다. 여자는 노란 장판에 쓰러진 채 옆구리에 뚫린 구멍에서 피를 울컥울컥 쏟아냈다. 현수는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뿜어져 나오는 피를 두 손으로 눌렀다. 하지만 검붉은 피는 현수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바닥을 붉게 적셨다. 현수의 입에서는 신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수는 한 손을 떼서 여자의 코 아래 댔다. 덜덜 떨리는 손에서는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손에서 떨어진 피가 여자의 볼을 타고 아래로 흘렀다. 몸 밖으로 갓 나온 피의 진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현수의 주머니가 윙윙대며 울렸다. 현수는 여자의 코 밑에 댔던 손을 주머니에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이설현’ 손에서 묻어난 피로 액정은 군데군데 붉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피로 미끌거리는 손이 스마트폰을 놓쳤다. 버튼은 제대로 눌렸는지 노란 장판 위 붉은 샘에 잠긴 스마트폰에서는 설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연이 무사히 돌아왔어!” 현수는 가만히 설현의 목소리를 들었다. 설현은 환희와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계속해서 연이의 무사 귀환을 알렸다. 현수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두 번 깜빡였다. 건조한 붉은 눈에 눈꺼풀 안쪽이 달라붙었다 떨어지며 따끔거렸다. 현수는 피로 적셔진 두 손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어 얼굴을 감쌌다. 조용하고 처절한 소리가 붉은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여보? 여보! 현수 씨, 당신 울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창 밖에서는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눈이 희었다.
도입부가 유명한 소설 36선
몇 권 정도 보셨나요? * 오역 및 오타가 있을 수 있음 * 순서는 상관 없음 * 영미권 소설이 대부분임 * 첫문장 혹은 도입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소설일 수는 없지만 열거된 소설들은 대부분 뛰어난 소설임 * 흥미가 생겨 하나 쯤 읽고 행복한 시간되길 바람 1.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트와 헤어지는 순간부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 패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 2.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1948) 3.  "매년 여름 쿵린은 수위와 이혼하기 위해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 하 진, 기다림(1999) 4. "나는 지금도 아버지가 '잊힌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려간 그 새벽을 기억한다.  1945년 여름의 첫 날들은 흩날렸고, 우리는 잿빛 하늘에 사로잡힌 바로셀로나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2001) 5.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 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 김훈, 칼의 노래(2001) 6.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1993) 7. "밤은 젊었고, 그도 젊었다." - 윌리엄 아이리시, 환상의 여인(1942) 8.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 정유정, 7년의 밤(2011) 9.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이상, 날개(1936) 10. "당연히, 이것은 수기이다."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1980) 11.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 디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1948) 12. "분노를 노래하소서, 시의 여신이여." - 호메로스, 일리아드(B.C. 800(?) ~ B.C. 750) 13. "최고의 시대이며, 최악의 시대였다."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1859) 14. "재산 좀 있는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 진리이다."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1813)  15.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해보이지만 불행한 가정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1878) 16. 맑고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 조지 오웰, 1984년 (1949) 17. "기묘하고 찌는 듯한 여름, 그들이 로젠버그 부부를 전기의자에 앉힌 계절이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뉴욕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 실비아 플라스, 벨자 (1963) 18.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 나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건 상관없어. 그 책은 마크 트웨인 선생이 쓴 책인데 거의 다 사실이야."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1884) 19. "나에 대해 듣고 싶다는 건, 우선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내 어린시절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내 부모님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같은  데이비드 카퍼필드나 할 소리를 듣고 싶다는 거겠지. 난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1951) 20. "문제가 생기면 대열을 좁힌다'는 말 처럼, 위기가 닥치자 백인들은 결속을 강화했다." -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1966) 21. "지금보다 어리고 상처받기 쉽던 시절, 내 아버지는 내게 충고를 하나 해주셨는데 난 아직도 그 충고를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이 점을 명심해라.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 처럼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다는 걸.'"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1925) 22. "과거는 외국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 - 레슬리 하틀리, 중개자 (1953) 23.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거북한 꿈에서 깨어나며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1915) 24. "Call me Ishmael."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다오." - 허만 멜빌, 모비 딕 (1851) 25. "햇살은 새로운 공허 속에서 빛났지만 대안은 없었다." - 사무엘 베케트, 머피(1938) 26. "첫눈에 반해버렸다." - 조지프 헬러, 캐치-22(1961) 27. "아이들은 모두 자란다. 한 사람만 빼고" - 제임스 메튜 베리, 피터 팬 (1911) 28. "어떤 상황에서는 오후의 다과라 불리는 의식에 바쳐진 순간보다 더 즐거운 순간을 인생에서 찾지 못할 때가 있다." -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 (1880) 29. "로리타 내 삶의 빛이여,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로-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를 톡톡치며 세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 로-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1955) 30. "피할 수 없었다. 쓴 아몬드 향기는 늘 그에게 보답 없는 사랑의 운명을 상기시켰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985) 31. "그들은 거기에 나와 있었다. 흰 옷을 입은 흑인 놈들은 나보다 먼저나와 태연하게 복도에서 수음을 하고 내 눈에 띄기 전에 그것들을 걸레로 닦았다." - 켄 케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962) 32. "나는 카메라다. 셔터가 열리고, 소극적이고, 기록하고, 생각하지 않는 카메라." - 크리스토퍼 아이셔우드, 베를린이여 안녕(1939) 33. "그 날은 산책하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1847) 34. "All this happened, more or less." "약간의 과장과 축소가 있을지언정, 이 이야기는 실화다." - 커트 보니것, 제5 도살장(1969) 35. "그는 멕시코 만류의 돛단배에서 홀로 고기를 잡는 노인이었다. 그는 84일 동안 단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1952) 36.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 알버트 까뮈, 이방인 (1946)
소설) 체력단련
안녕하세요! 슬금슬금 또 나타난 optimic입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솔직히 여름보다는 이런 날이 공포 이야기를 읽기에 더 좋은 거 같아요! 이번에는 단편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더라고 재밌게 읽어주세요! 댓글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새벽. 위병소. 도현과 민기는 위병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중이었다. 조금 늘어진 채로 구석에 서서 지루하다는 듯이 서 있는 도현과는 달리, 민기는 군기가 바짝 든 채로 서서 추위를 견디는 중이었다. -흐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도현은 지루한 표정으로 민기를 쳐다봤다. - 야. - 일병! 박 민 기! - 야씨. 새벽에 누가 그렇게 크게 말하래. 뒤질래?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한심하다는 듯 민기를 쳐다보는 도현의 눈에는 지루함 이외의 어떤 감정도 찾을 수 없었다. 문득, 이 지루함을 깨버려야 겠다는 듯 도현의 눈빛이 바뀌며 민기에게 말을 걸었다. - 야. 재밌는 얘기 해줄까? - 재밌는 얘기 말씀이십니까? - 그래 이 새꺄. 경계하면서 잘 들어봐. 도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몇 년 전에 우리 중대에서 가혹행위 때문에 난리 났던 거 들었냐? - 잘 모르겠습니다. - 그 당시에 완전 고문관 새끼가 하나 있었나봐. 체력도 허약하고, 말도 못 알아먹고.. 존나 어리버리 해서 시키는 건 다 지 좆대로 하고. 도현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민기를 한번 슬쩍 쳐다봤다. 민기는 긴장한 채 호기심 섞인 눈으로 도현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 어느 날, 아침 구보를 뛰는데 그 고문관이 또 낙오를 했대. 남들 다 잘 뛰어가는데, 그 새끼만 존나 헥헥대면서 맨 뒤로 쳐져서 기다시피하면서 왔다는 거야. - 근데 선임들이 그거 보고 빡 돌아서, 존나 팬 다음에 체력 단련을 시켰다더라고. - 어떤 체력단련 말씀이십니까? 도현은 민기의 얼굴 앞에 손을 올리며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는 시늉을 했다. - 연병장 뺑뺑이. 주말 아침부터 오후까지. - 헉...간부들한테 안걸렸답니까? - 간부들이야 주말에 출근도 잘 안하고, 당직사관들도 워낙 이 새끼가 고문관으로 유명해서 그냥 묵인했대. 선임들이 체력단련 시키고 온다고 하니까 고생하라고 그러면서. - 근데 그 때가 8월이었단다. 대가리 벗겨지게 더운 여름에, 하루종일 물도 못 먹게 하고 달리기만 하 니까 결국 오후에 걔가 쓰러졌대. - 헐... - 사실 애초에 수색대 애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 쉬고는 못하는데, 낙오하던 애한테 그걸 시킨 게 미친거지. 한계는 이미 넘었는데도 선임들이 옆에서 때리고 욕하니까 무서워서 계속 움직였대. - 헐... - 하도 뛰다가 몸이 말을 안 들으니까 양 발을 질질 끌면서 뛰어서 연병장 라인에는 발자국이 아니라 타이어를 끈 듯이 발을 끈 자국이 가득했다더라. 온 몸이 말라 비틀어진 채로 쓰러져서 결국 그대로 죽어버리고, 우리 부대 한 번 개박살 났었다고 하더라. - 와... 선임들 진짜 너무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를 하던 도현. 민기의 방탄모를 손으로 가볍게 툭툭 쳤다. - 그러니까, 내가 가끔 갈궈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솔직히 나 잘해주잖아? - 마.. 맞습니다! - 아 이 새끼. 마음에서 안 우러나오는 거 같은ㄷ... -탁 -탁 -타탁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도현과 민기는 잽싸게 경계 자세를 취했다. - 당직사관인가보다. 암구호 외칠 준비해라. - 알겠습니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민기는 연병장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 정지! 정지! 손들어! 그러나 연병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탁탁 뛰는 발걸음 소리는 새벽 바람과 함께 점점 멀어져 갔다. - 뭐야. 당직사관 아니야? - 잘 모르겠습니다! - 아이씨. 모르면 군생활 끝나? 어둠이 깔린 연병장을 보며 긴장하는 도현과 민기. 민기는 여전히 발소리를 향해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탁 -타탁 -탁 불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는 다시 점점 가까워졌다. 도현과 민기는 긴장한 채 흔들리는 동공으로 연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 그 때. 빠른 속도로 탁탁탁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위병소 옆을 뛰어 지나갔다. 사람인지 뭔지 모를 형체는, 군용 활동복을 입은 채 다시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 으악! 씨발 뭐야! - 소...손들어! -탁 탁 탁 탁 위병소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처럼, 발소리도 다시 희미해져갔다. - 뭐..뭐야... - 가..간부가 운동하는 거 아닙니까..? 도현은 침을 한번 삼키고 연병장을 쳐다봤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겠다는 듯. - 넌 간부가 이 시간에, 활동복 입고 구보 뛰는 거 봤냐..? - 아...그..그럼...? -스으윽...지직 -스으윽...탁 -지익....탁 정체불명의 소리는 다시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아닌, 무언가를 끌고 가는듯한 소리. 힘겹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롭지만 공포스러운 소리가 차디 찬 공기를 업고 위병소를 향하고 있었다. 도현과 민기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병장을 쳐다봤다. - 이 씨발 누구야!! 그만 안 해! - ...니다... -탁 - 안 그러겠...습니다... -스으윽 - 죄..송...합니다... -쿵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이 어둠을 뚫고 빠르게 달려와 도현과 민기의 눈 앞에 나타났다. 바싹 마른 몰골에 피범벅이 된 채 이리 저리 휘어져버린 발을 끌고 위병소 안으로 들이닥친 그는 도현과 민기의 위로 쓰러졌다. - 으..으악!!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도현과 민기의 귓가에 숨을 몰아쉬며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이제 그만 뛰어...도 되..겠습..니까..?
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제목부터 지구에서 한아(하나)뿐이다. 달달한 사랑 이야긴데 그 달달함이 조금 이상하다. 달달하긴 한데 지구인과 외계인의 러브스토리고 정말 달달하긴 한데 보다 보면 과연 나는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며 살았는지 곱씹게 된다. 조금 희한하긴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한아는 지구를 사랑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망가져가는 환경을 안타까워하고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한아는 못 쓰게 된 옷들을 다시 리폼해주는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남자 친구 경민은 자유분방이란 말이 어울리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한아를 놔둔 채 늘 어딘가로 떠나버리곤 한다. 이번 여름에도 캐나다로 유성우를 보겠다며 떠난 경민. 경민이 떠나고 며칠 뒤 뉴스에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온다. 한아는 바로 경민에게 연락하지만 경민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애타게 경민을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한아. 다행히 경민은 무사히 돌아오고, 연락이 안 되는 경민에게 잔뜩 나 있던 화는 막상 경민을 보자 여름날의 눈처럼 스르륵 사그라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아는 돌아온 경민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전보다 너무 다정해졌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지도 않는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고 못 먹던 가지무침도 맛있다며 먹더니, 급기야 경민의 입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목격한 한아. 경민은 진짜 외계인인 걸까? 그렇다면 원래의 경민은 어디로 간 걸까? 이 소설은 누가 뭐래도 달달한 사랑 이야기다. 한아를 만나러 2만 광년 떨어진 지구까지 날아온 외계인과의 러브스토리라니. 오직 한아를 만나기 위해 커다란 빚을 지고 엄청난 거리를 넘어온 외계인. 그 노력만 해도 지극정성인데 그 외계인이 한아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100점짜리 남자 친구다. 늘 한아를 배려하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남자 친구. 유일한 단점은 외계인이라는 것뿐. 한아는 외계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외계인이 경민의 겉모습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거리감을 느끼지만 점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외계인에게 자신도 사랑을 느낀다. 경민의 탈을 쓰고 있지 않아도, 초록색 돌덩어리인 본모습이라도 사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초록색 돌덩어리라도 사랑할 수 있어. 한아의 말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에는 아름다운 외모, 외계인이라는 사실, 성별의 유무, 나와 전혀 다르게 생긴 모습, 그 무엇도 중요치 않다.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고 생각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중요할 뿐. 어찌 보면 오글거리기도 하고 뭐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사랑이라 불리는 많은 것들 중에 저 단순한 문장을 만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어떤 사랑은 상대의 존재가 아니라 상대의 능력, 외모, 재력이 사랑의 조건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저 단순한 문장을 한없이 만족시킴에도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저 같은 성별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한아와 경민의 사랑을 좀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다른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환경에 대한 내용이다. 한아는 지구와 환경을 사랑하는 환경주의자고 외계인 경민이 한아에게 반한 이유도 한아가 환경을 사랑하는 모습과 맞닿아 있다. 고래형 외계인들이 지구의 바다 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을 도와주는 에피소드나 얼음별에 사는 무당벌레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점점 더워지는 별의 환경 때문에 멸종되어가는 모습, 지구를 동경한 한 부자 외계인이 지구를 본떠 만든 어딘가 부족한 제2의 지구,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그 모습 그대로 보존시켜주겠다는 우주의 약속 등, 소설 속 우주의 모습들은 지구의 여러 단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환경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의 모습은 지구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무당벌레 외계인의 멸종은 지구 온난화와 멸종 위기종들의 모습을, 제2의 지구에서 고통받는 만들어진 생명체들의 일화는 인간이 만든 동물원의 모습을,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보존시켜주겠다는 약속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에 관한 첨예한 대립을 생각나게 한다. 실제로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었고 멸종 위기 상태에 있으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동물원에서는 인간의 유희를 위해 백호나 백사자 같이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생겨나지 않는 동물들을 강제로 만들어내기도 하며 아마존의 보존과 개발에 관해서는 지금도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우주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지구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아의 말대로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은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 환경친화적 외계 로맨스 소설 되시겠다. 환경은 환경대로,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외계인과 우주라는 양념을 적절히 쳐서 비볐더니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소설이 나왔다. 삶이 힘든 사람에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환경 문제도, 사랑에 대한 고민도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책은 충분히 당신의 삶을 두텁게 감싸 안아준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작가가 건네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당신은, 지구에서 한아뿐이라고. 소설 속 한 문장 소리 없이, 먼 우주의 휘어진 빛들이 두 사람의 저녁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