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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되익힘](6)

 5배해(학년) 배움이들과 꼲기(평가)를 마치고 겨를을 내서 제철 토박이말을 알아보았습니다. 여름철에 알고 쓰면 좋은 토박이말을 알려주는 움직그림을 먼저 보고 제가 덧붙임 풀이를 해 준 다음 토박이말 찾기 놀이와 토박이말 수수께끼 놀이를 했습니다. 처음 했는데 뜸(반)마다 조금씩 되움직(반응)은 달랐지만 다들 재미있어 해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뒤낮(오후) 배곳 안 갈침이 배움 동아리 모임에서도 배움이들과 제철 토박이말에다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 듣고 노랫말 살펴보기를 했습니다. 모임 끝에 이런 자리가 토박이말과 좀 더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많이 더디고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함께하는 분들이 지치지 않고 기분 좋게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되도록 더욱 힘을 써야겠습니다.
  오늘도  토박이말 되익힘을 합니다. 앞서 맛보여 드린 토박이말을 되새기며 토박이말과 좀 더 가까워지시기를 비손합니다.



<다시 보기>
1)ㄱㅇㅎㄷ-https://bit.ly/2F7M16z


3)ㄱㅈㅈㅇ-https://bit.ly/2KrBXcX


3)ㄱㅇㅅㄹ-https://bit.ly/2IuF6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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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 반반 무 많이
C양은 알람을 5분 간격으로 세 번째 듣고서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벌써 회사에 갈 시간이다. 매번 일어날때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지만 어쩔 수 있나. 먹고 살려면 가야지. 15분 더 자는 바람에 아침에 먹으려고 사놓은 샐러드도 못 먹고 후다닥 준비를 하고 집을 나왔다. 지각은 안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종종걸음으로 지하철로 향한다. 지옥철에서 빠져나와 복잡한 거리를 헤치고 회사에 도착하자 진이 다 빠진다. 시계를 보니 출근시간 3분 전.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옆자리에는 P양이 이미 출근해 앉아 있다. P양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책상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는 가죽 가방에 먼저 눈이 간다. 명품 브랜드의 신상 가방이다. 최근에 연예인이 들고 다니는 게 사진에 찍혀서 유명해진 가방이다. P양의 호구 같은 남자친구가 사다 바친 게 분명하다. P양에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C양의 눈은 고급스런 상아색 가죽 가방과 자신의 오래된 검은색 가죽 가방을 빠르게 훑는다. 오전 시간, 보고서를 써야 되는데 비몽사몽한 상태로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다. “다 같이 요 앞에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부장님의 말에 P양이 입을 가리고 호호 웃으며 좋아요 라고 선수를 친다. 여성스러운 척 하는 P양을 보자 짜증이 확 솟구쳐 올라오는 C양이다.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남자들한테 온갖 청순한 척, 약한 척 하면서 일을 떠넘기는 걸 볼 때마다 얼마나 열불이 터지는지. 결국 남자 선배들한테 P양이 넘긴 일이 자신에게까지 넘어올 때마다 P양의 뒤통수를 휘갈기고 싶은 적이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P양이 꼴보기 싫어서 똥 씹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C양. “C양은 오늘 표정이 왜 그래? 오늘…… 설마 그날인가? 허허허.” 저 웃고 있는 부장 놈의 주둥이를 꼬매버리고 싶지만 C양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어색하게 하하 웃는 것 뿐이다. 다른 직원들도 어설프게 부장의 웃음에 동조한다. 부장의 뒤를 따라 사람들이 나가자마자 C양은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침을 탁 뱉는다. “이 놈의 회사, 내가 언젠가 때려치고 만다.” 회사 앞, 부장이 좋아하는 백반집 좁은 테이블에 다닥다닥 모여 앉았다. 메뉴를 정하는데 고기를 좋아하는 C양은 당연히 갈비탕이다. 왠일로 P양은 비빔밥을 시킨다. 고기가 없으면 밥도 안 먹더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만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메뉴 여섯 개가 눈 깜빡할 사이 나와 테이블 위에 차려진다. P양이 어머 소리를 연신 내며 비비기 힘든 척 연기를 한다. C양 눈에는 훤히 보인다. “이리 줘봐요 P양. 내가 비벼줄게.” 옆에 있는 호구 남직원의 눈에는 진짜처럼 보였는지 남직원이 열심히 손을 놀려가며 P양의 밥을 비벼준다. 고마워요, 하며 살짝 어깨를 터치하는 P양.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저게 뭐하는 짓인지.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C양이다. “그런데 P양은 고기 들어간 음식 좋아하지 않았나?” 부장이 입 안 음식을 훤히 내보이며 말한다. 밥알 하나가 튀는 건 덤이다. P양은 입을 가리고 호호 웃는다. “저도 이제 채식하려구요. 살도 빠지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잖아요. 게다가 다 같은 생명인데 불쌍하기도 하고요.” P양은 가식적인 슬픈 표정으로 굳이 C양이 뜯고 있는 갈비를 가리키며 말을 끝낸다. 당황한 C양은 갈비를 입에 문 채 뜯지도 내려놓지도 못한다. “역시 우리 P양 대단하구만.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도 외모처럼 참 예쁘고 말이야. C양은 평생 채식은 못하겠어? 그렇게 고기를 좋아해서야, 허허.” “아…. 예. 하하.” 농담이랍시고 던지는 부장의 말에 C양은 어설프게 갈비를 내려놓고 웃는다. “어머, 부장님. 그러지 마세요. 고기 먹는 건 개인 기호지, 나쁜 건 아니잖아요. 갈비탕 맛있게 먹어요, C양.” P양은 C양을 향해 웃으며 부장의 말에 한마디 덧붙인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딱 그 짝이다. 두세달에 한번씩 새로 가죽가방을 사재끼는 P양에게 저런 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C양의 속에서는 열불이 터진다. 생명의 소중함은 개뿔. C양은 외려 더 우악스럽게 갈비를 뜯기 시작한다. 6시가 지나 퇴근시간이 되자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P양은 6시 땡 치자마자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미 자리에 없다. 저 살찐 몸이 어떻게 저렇게 빠른지 의문이다. 슬슬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를 하려는 C양에게 부장이 다가온다. “C양, 미안한데 이것만 좀 해줘. 한 30분이면 끝날 거야. 내가 오늘 밤에 일이 있어 가지고 말이야.” 부장이 비실비실 웃으며 기획서를 C양의 책상에 내려놓는다. 이런 썩을. 욕이 튀어나올 뻔 한 걸 가까스로 참고 C양은 억지로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네. 제가 해드릴게요.” “역시 우리 C양밖에 없어. 일도 잘하고 야무지고. 부탁 좀 할게.” 부장이 C양의 어깨를 슥슥 쓰다듬더니 자리로 돌아간다. 부장의 손이 닿은 어깨가 썩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부장놈, 고작해야 밤에 룸싸롱이나 가려고 저러겠지. 회사에서 야근하고 들어가다 근처 룸싸롱에서 잔뜩 취해서 나오는 부장을 본 적이 한두번인가. 치사하고 더럽지만 인사 평가가 얼마 남지 않아 어쩔 수가 없다. 부장한테 밉보였다가 인사평가를 개떡 같이 받아 승진을 못 했던 작년 생각만 하면 이가 갈린다. 열불이 뻗치지만 하는 수 밖에. C양은 푹 한숨을 내쉬고 껐던 컴퓨터를 다시 켠다. 그 사이 부장은 쏜살같이 사무실 밖으로 사라졌다. C양은 컴퓨터가 켜지는 사이 퇴근하고 집에서 만나기로 했던 D양에게 카톡을 보낸다. ‘야, 미안하다. 부장놈 땜에 좀 늦게 퇴근할 듯. 내 원룸 비밀번호 알지? 그냥 누르고 들어가 있어.’ 개가 펄쩍 뛰면서 OK라고 외치는 이모티콘이 스마트폰 안에서 분주하게 뛰더니 멈춘다. 누가 D양 아니랄까봐 꼭 지 같이 생긴 이모티콘을 쓰고 있다. C양은 피식 웃더니 스마트폰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워드와 기획서를 번갈아 보며 열심히 문서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6시가 지난 사무실에는 C양과 남직원 둘까지 총 셋 뿐이다. 그마저도 6시 40분쯤 되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10분 뒤 다시 한 명이 회사를 나간다. 사무실에는 혼자 남은 C양이 타닥타닥 자판을 누르는 소리만 울린다. C양의 안경에 비친 컴퓨터 화면에는 계속해서 검은 글씨가 길어졌다 짧아졌다 길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으아앗!” C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편다. 이제야 기획서 작성이 끝났다. 이미 창 밖은 어두워진 지 한참이다. C양은 컴퓨터를 끄고 끼고 있던 이어폰을 뺀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 조용하다. 컴퓨터가 꺼지면서 내는 위잉 소리만 빈 사무실을 채운다. 곧 타닥 소리가 나더니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도 사라지고 갑자기 C양은 완벽한 정적 속에 놓인다. C양은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부장이 떠넘긴 기획서나 쓰고 있는 처지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후, 저절로 한숨이 튀어나온다. 언젠가부터 한숨이 많아졌다. 사실 모르고 있다가 D양이 말해줬을 때에야 깨달았다. “너 요즘 왜 이렇게 한숨을 많이 쉬어?” “내가?’ D양의 말에 놀라며 반문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한숨이 잦아졌다는 걸. 그 반문은 한숨이 잦아진 걸 그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D양의 물음이 너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 라는 질문으로 번역되어 일부러 외면하고 있던 명치 즈음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이 울린다. D양이 보낸 카톡의 미리보기가 화면에 떴다. ‘아직 회사?’ 시간이 벌써 9시가 넘어간다. 검은 가죽 가방에 짐을 대충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 C양은 사무실 불을 끄고 나간다. 사무실은 어둠 속에 비로소 텅 비었다. 삐, 삐, 삐, 삐. 차라락. C양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 집인 양 바닥에 드러누워 낄낄대며 TV를 보고 있는 D양이 보인다. “아주 살판 났네.” “어, 왔냐?” 누워 있던 D양과 C양의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가벼운 웃음이 터진다. “그래, 부장 새끼 때문에 이제야 퇴근했다. 내가 드러워서 진짜 회사를 때려치던가 해야지.” C양이 가방을 대충 던지고 식탁 의자에 주저앉자 D양도 슬금슬금 일어나 맞은편에 앉는다. “고생이 많다, 짜식.” D양이 C양의 어깨를 툭툭 두들긴다. D양이 식탁에 앉은 채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돌린다. “짜증나는 게 부장 새끼 하나면 내가 말을 안 한다. P, 그 년은 진짜 뒤통수 후리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야.” D양은 돌아가는 TV 채널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묻는다. “왜, 뭔 일 있었어?” “그 미친 년이 오늘 점심 먹는 데 지 채식 한다고 하더니 내가 뜯고 있는 갈비 가리키면서 생명은 소중하잖아요, 이 딴 소리 하고 앉았더라. 고기면 환장하는 년이. 그래 놓고 오늘 또 새로 가죽 가방 사왔더라. 생명이 소중하다는 년이 그렇게 가죽 가방을 사재끼냐? 진짜 돼지들은 상종할 게 못 돼.” “와 고 년 지능적이네. 내 주변 돼지 친구들은 다 괜찮던데 그 년은 상또라이네. 상또라이.” D양이 말하느라 채널 돌리기를 멈춘 사이 TV 뉴스에서는 공장식 인간 사육에 대한 보도가 나온다. C양이 말한다. “저거 봐봐, 인간들 저렇게 사육해가지고 고기로 만드나, 가죽 벗겨서 가방으로 만드나 죽는 건 마찬가진데 무슨 채식만 하면 인간들 생명이 보장되나? 그럴 거면 인간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나 인간 실험 통과한 화장품이나 다 하나도 쓰면 안되지, 다 쳐 쓰면서 인간권 운운하는 P 같은 년들 보면 짜증나 가지고. 그러면서 육식하는 동물들 싸잡아서 생명의 소중함을 모른다느니, 뭐니 하는 거 보면 어휴. 그래도 우리 닭들 중에는 그런 닭 없어서 다행이야.” D양이 덧붙인다. “야, 우리 개들도 마찬가지야. 우리 개들은 인간 고기는 먹어도 인간 가죽 제품 같은 건 거의 안 쓴다고. 고기를 먹더라도 차라리 인간 실험 화장품이나 가죽 제품들 안 쓰는 게 인간들한테 훨씬 도움 될 거다.” “그니까, 그 돼지년 그렇게 얘기하면서 내숭 떠는 거 보면 내가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게다가 오늘 가방 보니까 상아색 가죽 가방이더만. 그거 그 색깔 가죽 얻으려고 억지로 피부색 다른 인간들 교배 시켜서 만든 거잖아. 그게 잔인하냐, 차라리 깔끔하게 도축해서 고기 먹는 게 잔인하냐? 그게 동물이 할 짓이냐.” D양은 다시 TV 채널을 돌리면서 말한다. “그니까 말이다. 니가 아주 고생이 많다. 야, 그나저나 배 안 고프냐?” 지금도 열불이 뻗치는지 C양은 부리를 딱딱 부딪힌다. 벼슬도 살짝 서 있는 것이 꽤나 화가 많이 났다. “P 년이랑 부장놈 얘기하니까 빡치네. 안되겠다. 우리 인간 튀김이나 시켜 먹을까.” D양이 맞장구 친다. “오, 좋아좋아. 안 그래도 엄청 배고팠다고. 맥주도 같이 시켜봐.” 검은 가죽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려던 C양이 멈칫한다. 그래도 이 검은 가죽 가방은 그냥 흑인 가죽이지 억지로 교배시켜서 만든 건 아니니까. 자기합리화를 끝낸 C양은 마음 편하게 흑인 가죽 가방을 열어 스마트폰을 꺼낸다. C양이 익숙하게 번호를 찍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더니 수화기 너머에서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네, 두마리 인간 왕튀김입니다.” “네, 아저씨. 여기 예원 빌라 301호인데요, 인간 튀김 기본이랑 매운 맛 반반 되죠?” “네, 됩니다.” “그럼 그렇게 반반이랑 맥주도 두 통 갖다주세요. 아, 무도 많이 주세요!” “네, 반반에 맥주 두통, 그리고 무 많이요.” “네, 빨리 갖다주세요.” C양이 전화기에서 귀를 떼기 직전, 수화기 너머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인간 튀김 반반, 무 많이!”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 / 임선경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필자는 이 소설을 밤의 고속버스 안에서 읽었다. 마지막에 연이 엄마, 정순, 숙이 엄마 셋이 문방구집 아줌마와 드잡이질을 하는 걸 보고 그때서야 마음을 놓았다. 아, 연이는 자기를 아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럭무럭 사랑을 배우며 자라나겠구나. 그래서 연이 엄마가 마음 놓고 연이의 곁을 떠날 때, 나도 마음 놓고 책을 덮을 수 있었다.(사실 후반부에는 눈물이 나서 훌쩍대며 읽었다.) 이 소설은 이미 죽어서 귀신이 된 연이의 엄마의 눈으로 1970년대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필자는 그 뒷세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지만 그때의 정서는 아직 1970년대와 통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필자의 경험에 빗대어 이 소설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때는 집 앞에 나가면 언제나 같이 깡통차기를 할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 옆의 정자에는 할머니,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며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 앞에는 항상 할머니가 비닐 위에 말려놓은 빨간 고추가 있었다. 그 고추는 무슨 맛일까 궁금했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잘 산다는 아이의 집 책장에는 소년소녀 세계명작이나 위인전집이 1번부터 순서대로 쭉 꽂혀있었고 가끔 책 방문 판매원이 오면 엄마는 항상 주스를 한 잔씩 드렸었다. 소설 속에서 언뜻언뜻 필자의 어린 시절을 찾을 때마다 점점 더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이 좋았던 점은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어린 시절 필자의 주변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숙이 엄마처럼 목소리 크고 드센 아줌마도 있었고 희철이처럼 괜히 주변 사람에게 짓궂게 굴고, 문방구에서 도둑질하다 걸리던 아이도 있었다. 숙이 아빠처럼 물건을 척척 고쳐주는 아저씨나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저씨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책을 방문 판매하는 기석이나 딸 낳았다고 며느리를 타박하는 미호댁, 반에서 잘 사는 공주님 같은 소영이와 사별한 남자와 재혼한 정순, 아빠와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다가 아빠가 재혼하면서 다시 아빠와 새엄마와 살게 된 연이까지. 이 책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필자의 어린 시절 어디선가 보았고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소설에 빠져들지 않고 버틸까. 어린 시절의 내 이야기인데. 연이 엄마는 연이에게 못해준 것, 엄마로서 부족했던 것만 기억에 남아 죽고도 연이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귀신인 연이 엄마는 귀신을 무서워한다. 피 흘리는 기괴한 모습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귀신들이 너는 그다지 대단한 원한도 없고 이유도 없으면서 뭔데 이 이승에 붙어있느냐고 따질까 봐 그렇다. 연이 엄마가 마음 놓고 이승을 떠나기에는 연이 주변에 온통 연이를 못살게 구는 사람뿐이다. 연이의 새엄마 정순은 물론이고 주인집 숙이 엄마도 왠지 연이를 못마땅해하며 희철이는 연이를 무시한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연이의 아빠, 사람 좋은 기석에게 연이를 맡기고 떠나기에는 기석도 그다지 미덥지 않다. 그래서 연이 엄마는 연이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래도 연이는 혼자 씩씩하게 살아간다. 어느새 글도 혼자 깨우쳐 읽을 줄 알게 되었고 혼자서 잠도 잘 자며 자신의 엄마는 죽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희철이가 무시해도 혼자 마당에서 사방치기를 하며 놀고 학교 입학식 날에도 일어서서 선생님 이름 석 자를 읽었다. 그런 씩씩한 연이를 보면서도 연이 엄마는 끝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연이가 길을 잃고 만다. 오후반 학교를 땡땡이치고 뒷산에 올라가 놀다가 깜빡 잠들었는데 산에서 내려오니 처음 보는 동네였다. 영영 집을 못 찾을 뻔한 연이를 연이 엄마가 물 없는 우물에 사는 노파 귀신에게 애원해 큰 길가로 데려가자 마법처럼 희철이가 나타났다. "야, 홍연!" 내내 연이를 찾아다녔는지 먼지 투성이다. 그 뒤를 이어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웃옷 자락을 펄럭이며 숙이 아빠가 나타나 연이를 업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는 숙이 엄마도, 찬이를 업은 정순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가 연이가 들어오자마자 정순이 달려들어 연이를 껴안고 숙이 엄마는 아이고, 관세음보살을 외친다. 기석은 넥타이가 풀어헤쳐진 채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들어와 연이를 감싸 안은 찬이를 업은 정순을 감싸 안고 희철이와 희철이의 엄마, 아버지는 마당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연이를 무시하던 희철이도, 연이와는 이야기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숙이 아빠도, 연이를 못마땅해하던 숙이 엄마도, 아직 연이에게 진짜 엄마 노릇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것만 같던 정순도, 정순과 연이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있던 기석도 연이가 사라진 순간 정신없이 모두 함께 연이를 찾는다. 그 시절에는 그런 어디서 생겨난 건지 알 수 없는 연대가 있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떤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서로 발 벗고 나서 도와주고 일이 해결되면 마치 자기 일이 해결된 듯 기뻐하곤 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연대가 그때에는 있었다.  그제야 연이 엄마는 마음을 놓는다. 사라진 연이를 애타게 찾아주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깨달은 연이 엄마는 드디어 이승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떠나는 연이 엄마와 함께 독자도 연이에 대한 걱정을 놓고 책을 덮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결말은 투박하고 따뜻했다. 참 좋은 소설이다. 이렇게 빠져들어서 읽었던 소설이 얼마만이고 또 읽으면서 눈물이 나왔던 소설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자신 안의 어린아이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픈 소설이다. 소설 속 한 문장 : 나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진심으로 울고 진심으로 화내는 이 엄마들에게 고마웠다. 희숙이 엄마, 찬이 엄마가 그냥 나처럼 느껴졌다.
'펜실베이니아'는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나?
영화 검사외전을 보면 강동원이 펜실베니아에서 공부한 것으로 사기치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상당히 발음을 굴리더군요. 더불어 경상도 악센트와 비교하면서 티격태격하는 귀여운 모습도 나옵니다. 특히 펜실베니아를 자주 언급하는데 펜실~ 베이니아 라고 발음하더군요. 그런데 이것은 올바른 끊어읽기가 아닙니다. 유래로 보면 ‘펜-실베이니아’라고 읽어야 맞아요^^  펜실베이니아 주 이름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1600년대 후반 영국 찰스 2세(Charles II) 국왕이 절친인 펜(Penn)공작에게 돈을 빌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때 돈을 못 갚자 펜 공작이 국왕에게 따집니다.  펜 공작 : “어이 임금. 왜 내 돈 안 갚는 거야?” 찰스 2세 : “지금 세금이 안 걷혀. 대신 아메리카 식민지 내 동생 땅 일부로 퉁치는 거 어때?” 펜 공작 : “노~노~. 왜 내 돈을 영쿡 사람이 안 사는 불모지 땅과 퉁치는데?” 하지만 펜 공작이 협상 도중 죽자, 결국 1681년 아들인 윌리엄 펜 (William Penn)이 찰스 2세로부터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땅을 받게 됩니다.  원래 그 땅은 1643년 스웨덴인들이 정착해 ‘뉴스웨덴’이라고 불렸는데, 1655년 네덜란군이 그 땅을 빼앗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1664년 영국군에 패해 영국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되어 찰스 2세의 동생인 요크 공작에게 주었는데요.  영국이 명예혁명 이후로 귀족들의 파워가 센 나라였기에 돈을 갚지 못한 영국 왕이 동생에게 주었던 땅을 채권자 윌리엄 펜에게 넘겨버린 거예요.   이에 영국 왕을 쪼아 아버지의 유산을 챙긴 윌리엄 펜은 그리스-로마 문명에 심취한 소위 르네상스 덕후였대요.  그래서 자기네소유가 된 순 나무뿐인 불모지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숲속 낙원을 의미하는 라틴어 ‘실베이니아(Sylvania)’라고 불렀는데, 그 땅을 내준 찰스 2세가 “너네 가문 이름도 포함해서 불러야 하지 않을까?”라고 한소리 거들자 왕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 후로 ‘펜(Penn) 가문의 실베이니아(sylvania)’란 뜻의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로 부르게 되지요.  그러니 발음할 때 ‘펜-실베이니아’라고 불러야 하는 거예요.  또 그가 1682년 개척한 신도시 ‘필라델피아’도 로마제국 시절 소아시아에 있던 도시 필라델피아(Philadelphia)(지금의 요르단 수도 ‘암만’) 이름을 그대로 따오고, 직접 시원시원하게 직사각형으로 쭉 뻗은 거리로 설계해 미국 도시 건설의 모범이 되지요.  이처럼 평소 그리스-로마 문명에 심취했던 펜 공작이 종교와 관련한 규제나 차별을 없애고, 선거를 통한 의회제도를 마련하고, 자체 법률과 주식거래소 등을 설립하자 종교 박해를 피하려는 퀘이커 교도들과 상업지상주의 유대인들이 몰려와 필라델피아는 미국 상업 활동의 중심지로 급부상합니다.  하지만 이들 자유주의자들의 각종 불평에 시달린 펜은 1700년에 영국으로 돌아간 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죠.  이후 미국 독립전쟁 당시엔 최대 규모 의 도시로 성장해 미국 독립 후 첫 수도가 되면서 1대 조지 워싱턴,  2대 존 애덤스(John Adams) 대통령이 여기서 집무했지요.  현재 필라델피아는 미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제공한 그를 기리기 위해 166m에 이르는 시청 첨탑 꼭대기에 윌리엄 펜 동상을 영국을 향해 세워놨어요.  그런데……,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1987년에 이 시청사 건물보다 더 높은 빌딩이 세워진 후, 필라델피아 연고지의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각종 프로 스포츠 구단이 모조리 21년간 한 번도 우승을 못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펜 공작이 자기 동상보다 높은 건물이 세워진 데 삐쳐서 필라델피아 연고팀에 저주를 걸었다는 ‘윌리엄 펜의 저주(Curse of William Penn)’라는 도시전설로 확대됐고, 결국 2007년 새로 만든 최고 고층빌딩 옥상에 윌리엄 펜 의 동상과 독립 당시 성조기를 세우고 나서야 2008년에 야구 월드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우승했다고 합니다^^ 펜실베니아와 필라델피아의 숨겨진 이야기 어떠셨나요? 알고 보니 더 재미있지 않으신가요.
[토박이말 맛보기1]-34 겨끔내기
 한날(월요일)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힘든 날인가 봅니다. 아침부터 땀을 흘리며 나오는 저를 보나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이들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침마다 제가 챙기는 하루 일은 챙기는 데 들이는 때새와 힘에 견줘 볼 때 그리 보람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들말마을배곳에서 마련한 토박이말 여름 겪배움(체험학습)을 챙기고 있습니다. 갈 사람들이 아직 다 가려지지 않아 못 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것 빼고는 이제 거의 다 된 듯합니다. 늘푸른자연학교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서 아주 알찬 겪배움이 될 것 같긴 하지만 즐거운 겪배움이 되도록 좀 더 꼼꼼하게 챙겨야겠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마실을 나갔다 왔습니다. 땀을 좀 흘리고 나니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나니 비가 쏟아졌습니다. 번개와 천둥까지 쳐서 얼른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밤새 많은 비가 왔는데 자고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해가 떠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마른장마'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착한장마'라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런데 장마가 장마답지 않은 것이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마음이 쓰입니다.    오늘 맛보여 드리는 '겨끔내기'는 '교대'를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일을 할 때도 놀 때도 나날살이에서 겨끔내기로 하는 일이 많은데 이 말을 모르니 쓸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교대로' , '번갈아'를 써야 할 때 떠올려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4352해 더위달 열엿새 두날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되익힘](9)
  그제 있었던 토박이말 이야기 잔치 '토박이말 짜장 맛보실래요?' 뒷이야기가 하나 둘 들렸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왜 토박이말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았고 토박이말을 더 많이 배우고 익혀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셨던 어른들도 울림이 있는 이야기여서 좋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다른 분들의 느낌도 모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배곳 밖 토박이말 이야기 자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해 놓은 일거리를 가지고 만나자는 기별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날은 벼락치기로 그 일에 매달려야겠습니다. 이레끝(주말)에 있을 토박이말 놀배움터와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모임이 기다려집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것을 볼 때도 좋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는 푸름이들을 보면 더 좋습니다.^^    또 한 이레가 빠르게 흘렀습니다. 토박이말 되익힘을 하시며 토박이말과 더욱 가까워지시고 다른 분들께도 나눠 주시기를 비손합니다.  4352해 더위달 열이틀 닷날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이 되익힘 틀은 좋은메 조상현 님께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다시 보기> 1)ㄱㄷ-https://bit.ly/2O5jLZx 2)ㄱㄹㅅ-https://bit.ly/2YPFHIG 3)ㄱㅇㅍ-https://bit.ly/2NR2inr
조선시대의 욕 총정리!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맞는다면 무병장수할 사람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 아직도 살고 있는 사람이 많군요. 그런데 이 속담은 북한 것입니다. 남에게 욕먹었을 때 위로하거나 스스로 참고 웃어넘기며 쓰는 말이라고 하네요. 북한 속담에는 “욕이 사랑”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아끼는 사람에게 욕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랍니다. 욕이 사랑이라는 말을 저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만, 조선시대에도 사랑이 넘쳤습니다. 그때에도 우리가 지금도 쓰는 욕은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나 온라인 게임 채팅방에서나 보는 패드립도 넘쳐났습니다. 어떤 게 있을까요? 욕이 사랑이라는 북한을 포함해서 일부 지방과 계층에서는 대화의 필수요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판소리로 치자면 추임새, 힙합으로 치자면 “put your hands up”처럼 말이죠. 특히 학생들은 예나 지금이나 욕을 많이 합니다. 보통 공격성을 보이거나 남에게 불쾌감을 표시하기 위해 욕을 합니다. 하지만 방어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죠. 학생들이 주로 그러는데 거친 욕을 하면 우습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가서도 이런 짓을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이 피하게 되죠. 군대에 가면 대부분 욕을 입에 달고 삽니다. 팔도사나이들이 모였으니 평생 듣지 못하던 온갖 사투리 욕이 프리스타일 랩 배틀로 펼쳐지곤 하죠. 정말 친한 사이에는 욕이 애칭이 되기도 하고 친근감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물론 센스가 부족한 사람이 쓰면 상대방을 정말 기분 나쁘게 만들죠. 그런데 “왜 기분나빠하냐”며 되레 서운해 하는 게 센스부족한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전통 판소리나 민요에서도 욕은 흔하게 등장합니다. 해학과 풍자를 위해 욕이 활용되기도 하는 것이죠. 욕쟁이 할머니 같은 경우 미움과 살기가 대신 애정이 넘쳐나는 욕을 합니다. 욕을 좋게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욕에 기발한 생각이 녹아 있다는 것이죠. 특히 청소년이 쓰는 욕 중에는 일상의 규범적인 언어에서 오는 지루함을 새롭게 바꾸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을 일종의 언어 창조활동이자, 유희활동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런 욕들은 전통적으로 탈춤, 꼭두각시놀음, 판소리 등에서 즐기는 수법이죠. 단순히 웃기는 것만 아니라 날카로운 비판과 쓴 소리를 담은 경우도 많습니다. 교육학을 연구하는 강기수 교수는 욕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비록 언어 파괴의 부정적 의미를 가지지만, 기지와 재치, 유머를 발휘한다는 면에서 욕도 교육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네요. 또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게 돕고 인간관계 형성과 친밀감에 도움을 준다죠. 인터넷이 흔히 그렇듯, 가장 욕이 발달한 언어가 한국어라는 썰이 퍼져있죠. 물론 한국어에는 다양한 욕과 활용방법이 있지만 다른 언어에도 욕은 무궁무진하게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영어로 된 욕은 “fuck”부터 시작해서 기껏해야 “son of a bitch”죠. 한국의 욕 대표선수 역시 바로 ‘개의 자제분’과 ‘열여덟’입니다. “개새끼”,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처음 한 욕일 것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삼국시대에도 개는 욕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책은 일본서기입니다. 여기에 백제의 풍장왕에 대한 기록이 있죠. 서기 663년, 풍장왕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복신을 습격하여 포로로 잡습니다. 신하에게 “저 놈 죽일까말까?”라고 물었더니 덕집득이라는 신하가 “죽이시죠”라고 답합니다. 그랬더니 복신이 그 말을 한 덕집득에게 침을 뱉으며 “썩은 개 같은 노예자식아!”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일본이 아닌 조선왕조실록을 보죠. 인조 24년에 기록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狗雛强稱以君上之子, 此非侮辱而何?”(구추강칭이군상지자, 차비모욕이하?) - “개새끼 같은 것을 억지로 임금의 자식이라고 칭하니, 이것이 모욕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뜻이죠. 이것이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기록된 임금의 욕설입니다. 총정리 55화에서 다뤘던 세종대왕의 욕은 실록에 기록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개새끼 같은 것’은 소현세자를 말합니다. 인조와 소현세자 부자는 선조와 광해군처럼 좋지 않은 사이였죠. 배경은 이렇습니다. 인조는 소현세자를 내치면서 며느리인 민회빈 강 씨에게도 사약을 내리려고 합니다. 신하들은 “전하, 그래도 전하의 자식과 아내였으니 자식 같은 사람 아닙니까?”라며 만류합니다. 그러자 인조는 더 화를 내며 쌍욕을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 며느리를 개새끼라고 한 것이죠. 조선의 사관들이 지금의 기레기들과 다르게 “직필”의 원칙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는 유명합니다. 태종이 사냥하다 말에서 떨어진 이후에 “사관이 알지 못하게 하라”고 하니 사관들이 그 말까지 기록했다는 것은 유명하죠. 그래도 왕의 쌍욕은 필터링을 했습니다. “주상께서 대노하시며”, “차마 듣지 못할” 정도로 적었죠. 그래서 인조가 말한 ‘개새끼’가 역사에 기록된 유일한 왕의 욕설이 된 것입니다. 무엇이든 거침없이 대충 정리해서 배달해 드리는 내 손안의 지식인, 총정리! 이번 66화의 주제는 ‘조선시대의 욕’입니다. - 욕을 하는 이유와 욕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찰해봅니다. - ‘개의 자제분’과 관련된 욕의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았습니다. - 오라질, 육시랄, 경을 칠 놈, 뜻을 알면 좀 끔찍합니다. - 조선시대의 악플러들은 패드립 실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이 연기한 도민준은 조선 광해군 시대부터 400년이 넘게 한반도에 살았죠. 술 먹고 남의 집에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천송이에게 도민준은 이런 욕을 합니다. “병자년에 방죽을 부리는군.” 병자년은 무척 가물었습니다. 방죽이 다 말라버렸죠. 그래서 마를 건(乾)을 붙여 ‘건방죽’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건방죽이 ‘건방지다’의 어원인 것이죠. 다시 말해 스스로 잘났다고 여기며 주제넘게 구는 경우에 “방죽을 부린다”라고 쓰게 되었습니다. 도민준의 대사 하나를 넣기 위해 작가들이 많은 고증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조선시대의 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오라질”입니다. 지금은 범죄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지만 조선시대에는 붉은 줄로 죄인을 묶었죠. 오라질은 ‘오라로 묶여 갈 만하다’는 뜻입니다. ‘질’은 ‘지다’는 동사로 ‘묶는다’는 뜻이죠. 아직도 쓰는 사람이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욕입니다. 남에게 욕을 할 때 “오라질 놈”이라며 쓰기도 하고, 혼자 불평할 때 “오라질 놈의 세상”처럼 쓰기도 합니다.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씨”의 낙원사 사장 조덕제는 극 중에서 무식한 캐릭터죠. 이 사람은 직원들에게 자주 욕을 합니다. 흔히 하는 말이 “오사랄”이었죠. 이 욕은 “오살할”이란 말이 변형된 것입니다. “오살을 할”에서 목격적 조사가 탈락한 뒤 축약된 것이죠. 오살은 반역죄나 대죄를 지은 자를 사형할 때 내린 형벌입니다. 사람 몸을 다섯으로 토막 내어 죽이는 끔찍한 형벌이었죠. 이런 말이 TV에서 버젓이, 그것도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며 저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더 끔찍한 욕은 “육시랄”입니다. 육시는 사지를 말에 묶어 동시에 달리게 한 후 몸을 여섯 토막으로 찢겨 죽이는 형벌이죠. 다른 뜻인 육시(戮屍)는 죽은 사람의 관을 쪼개고 목을 베는 형벌입니다. 죄인을 죽인 뒤에 역모죄가 밝혀지면 그의 무덤을 파헤쳐서 시체마저 다시 죽이던 것이죠. 육시랄의 육시는 후자에 가까운데 “육시를 할 놈”이 “육시랄”로 줄어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사극에도 흔히 등장하는 욕에는 “이런 경을 칠 놈”이라는 말이 있죠. ‘경을 친다’는 말을 글자그대로 해석하면 호되게 벌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그 유래는 “경형을 치다”에서 시작하는데 경형은 중국에서 행하던 다섯 가지 형벌이죠. 죄인의 생식기를 제거하는 궁형, 목을 베는 대벽, 발꿈치를 도려내는 비형, 코를 자르는 의형, 그리고 이마나 팔뚝에 죄명을 써넣는 묵형입니다. 이 묵형의 다른 이름이 바로 경(黥)입니다. 이 말이 아주 혼날만한 짓을 했다는 의미로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것이죠. 올해 1월 25일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던 최순실이 억울하다며 고함을 질렀죠. 지켜보던 청소노동자께서 “염병하네”를 세 번 외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염병은 장티푸스를 뜻하는 말입니다. 살모넬라 타이피균에 감염되면 발병하는데 과거에는 치사율이 90%인 무시무시한 질병이었죠. “염병에 걸릴”이란 뜻을 가진 “염병할”, 여기에 “놈”을 붙인 “염병할 놈”은 말 그대로 염병에 걸려 죽을 놈이라는 뜻입니다. “육갑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육갑(六甲)은 ‘육십갑자’의 준말이죠. 즉, 자축인묘로 시작하는 십이지와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십간을 합친 ‘간지’입니다. ‘임진년’, ‘정유년’처럼 간지는 날짜와 시간을 계산할 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계산에 둔한 사람이 더듬거리고, 어디까지 세었는지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는 걸 보며 “병신 육갑하네”라 쓰면서 지금까지 이르렀죠. 조선시대에는 오히려 병신이란 말도 욕이 아니었습니다. 독립신문 창간사에도 “병신이 된다”는 표현이 나오죠. 지금의 도서대여점은 삼국시대부터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특히 장사가 잘 됐죠. 세책점(貰冊店)이라는 이 대여점은 18세기 때 절정이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많은 이들이 여가 활동에 투자를 할 때였죠. 하지만 소설책을 사려면 너무 비싸니까 이걸 돈 받고 대여해주는 세책점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서울 사대문 안에만 15곳이 성업을 했죠. 그리고 요즘의 인터넷 댓글문화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책을 빌려본 사람들이 책의 앞뒤표지는 물론 본문에도 다양한 낙서를 남겼기 때문이죠. 독후감은 물론이고 대여료가 비싸다는 악플도 있었습니다. 남이 적은 낙서에 대해 댓글과 대댓글로 악플을 남기기도 했죠. 여기에 19금이나 혐짤을 비롯한 온갖 짤방까지 그려넣기도 했습니다. 세책점 주인에 대한 악플은 이런 것입니다. “책주인은 보소. 이놈아, 네 놈이 책을 세(貰)주면서 하는 것이 무엇이냐? 책세(冊貰)를 너무 과하게 받는구나!” 즉, 대여점 주인이 하는 일도 없으면서 대여료만 비싸게 받는다고 책에 악플을 남긴 것이죠. 요즘 온라인 공간에서 가장 거슬리는 욕은 패드립이죠. 상대의 부모, 가족, 조상까지 욕하는 것인데 역시 조선시대에도 패드립은 있었습니다. 이민의 교수가 쓴 “조선의 베스트셀러”라는 책의 일부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금령전을 읽은 독자가 남긴 악플입니다. 빌린 책에 다른 사람들의 낙서가 하도 많아서 화가 난 나머지 대여점 주인에게 날린 패드립입니다. “이 책 주인 보소. 이 책에 낙서가 많으니 다시 보수하여 세를 놓아 먹거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어미를 종로 네거리에 갖다놓고…….” 설인귀전을 읽은 독자도 패드립을 남겼습니다. “이 책 주인은 볼지어다. 책이 재미있어 잘 보았다마는 책 주인의 어미가 생각이 절로 나서 기별하오. 니 부디 네 어미를 단장시켜서 이 글씨 쓰신 양반에게로 시집보내라.” 세상에, 온라임 게임 채팅창에서 팀킬했을 때나 보던 내용을 조선시대 사람들은 붓글씨로 책에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예전에 유행했고, 지금은 포털의 뉴스 댓글에서나 볼 수 있는 댓글이 있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악플이나 맥락 없는 섹드립 따위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게 있었군요. 이것 역시 “조선의 베스트셀러”에서 발췌하여 소개해 드립니다. “이 책을 세놓는 사람은 망하고 빌어먹고 보는 사람은 죽고 남지 못하리.” “이 집 책을 세 번만 갖다 보면 책 보는 사람의 집 기둥뿌리가 간 데 없고 네 번만 보면 거지 되어 쪽박을 한다.” “이 책 보시는 양반은 남자는 좆이 꼴리거든 용두질하고 여자는 씹이 꼴리거든 서방질하거나 씹에다 손을 넣고 용두질을 치오.” 악플은 물론이고 패드립도 역사와 전통이 있긴 하네요. 그렇다고 해도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악플은 이제 그만 좀 하기 바랍니다. 실제 얼굴 보고 못할 말은 글로도 쓰지 말자고요. 유교문화에서 욕은 더럽고 추악한, 천하고 못 배워먹은 쌍놈들의 언어였죠. 하지만 임금도 귀족도 자기들은 마음껏 욕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내로남불이었죠. 티베트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욕이 없습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가장 심한 욕이라는군요. 김열규 교수는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라는 책에서 욕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욕을 바로 보는 것이 우리 자신과의 맞대면이라는 것이죠. 김 교수는 ‘욕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먹지 말아야 할 그 무엇’이라고 했습니다. 욕은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해방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약한 자가 가진 무기 중에 하나입니다.  한의사들은 화를 잘 발산하는 것이 마음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울화가 생기고 오장육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죠. 우리 조상들은 다듬이질을 하면서 남편이나 시댁 욕을 하기도 했죠. 현대인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화가 날 때 산책도 좋지만 사람 없는 곳이나 아예 시끄러운 곳에서 욕을 실컷 해보시기 바랍니다. 화날 때는 욕 하세요. 정신건강에 좋다니까요. - 이 글은 전체 방송의 일부분만 다루었습니다. - 무엇이든 정리해드리는 "총정리" - 아래 주소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PC, 모바일: http://www.podbbang.com/ch/12078 * 아이폰 팟캐스트: https://itunes.apple.com/kr/podcast/chongjeongli/id1130129527?m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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