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r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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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지다 보니 이 글이, 아니 이 시가 아이러니하게도 본래의 기획에 점점 부합되고 있다. 토요일이라는 제목의 이 긴 연재 시는 초반에는 토요일보다는 그 외의 요일에 이미 완성되고는 했다. 처음부터 이 시와 함께 해온 사람이라면, 혹은 뒤늦게 합류했으나 정주행을 한 사람이라면(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알 것이다. 기억하는가, “토요일의 시는 토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의 시.” 바쁘다는 것은 언제나 핑계에 불과하지만, 최근 내가 바빠진 것이 꼭 거짓도 아니어서, 마감의 힘으로 마감일인 바로 오늘, 토요일에 가까스로 글을 써내고 있다. 이곳은 충남 천안이고, 메가커피 천안프라디움시티점이다. 지인의 집들이에 초대받았는데, 이 글을 끝내고 방문하려 한다. 그녀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다. 그녀는 원하는 선물을 직접 제시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든다. 그녀는 시를 쓰고, 본가가 미국에 있다. 물론 미국인은 아니다. 아니, 시민권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생은 한국인이라는 얘기다. 미국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녀는 학업을 위해 귀국을 했고, 그래서 천안에 집을 얻었다고 했다. 이곳은 우연하게도 서울과 이어지는 지하철역이 있다. 1호선 아산역인데, 그냥 고속철을 탈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아주 조금 들었지만,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왔으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래도 오는 동안 책 한 권을 다 읽어버렸으니, 아 멀긴 멀구나 싶었다. 권여선의 새 장편소설 『레몬』은 초반부터 그녀 특유의 유머로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았지만, 다 읽고 나니 이게 뭔가, 싶어졌다. 내가 뭔가를 놓친 건가 싶기도 하고. 어째서 소설이 쓰다만 느낌인지. 이번 여름에는 오랫동안 미루고 미룬 책을 좀 읽을까 생각 중이다. 이렇게 자꾸 미루다가는 죽을 때까지 미룰 것 같아서다.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라든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것. 이렇게 유명한 책을 아직도 안 읽었다니. 더구나 『그리스인 조르바』의 경우는 6, 7년 전쯤에 사놓고 계속 미뤄두고 있었다. 이게 참 웃긴 게, 산 책은 언젠가는 읽는다는 말을 오래 해왔지만, 이제 그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산 책은 언젠가는 반드시 읽는 게 아니라, 그 말만 믿고 죽을 때까지 안 읽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독서는 생각보다 계속 유지돼왔기 때문이다. ‘책’ 자체를 안 읽는 게 아니다. ‘그 책’, 그러니까 ‘산 책’을 안 읽고 있는 거다. ‘언젠가는’이라는 강력한 주문에 방심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사놓고 미뤄두고 있는 책이 너무 많다. 읽고는 싶지만, 사기에는 애매한 책들은 빌려서 읽는데, 그러니까 소장 가치가 있는 책들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렇다고 책을 안 살 수도 없고. 마치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나쁜 남자가 된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정신 나간 비유라니. 나는 훗날 내 서재를 아주 작게 축소하여, 달마다 읽을 책을 계획하고, 그 책들만 꽂아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읽고 나서는 바로 치워버리고, 다음 달에 읽을 책들만 꽂아놓는. 여러 번 읽을 책들은 물론 남겨둘 가치가 있겠지만, 다시 읽을 때 다시 구하면 된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다. 편집장이 없는 사무실에서의 열흘을 간신히 버텼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그를 보고 나는 눈물을 왈칵 쏟을 것만 같지는 않지만, 마음은 조금 놓일 것 같고, 사실 열흘 동안 숙달되어 이제 별로 겁이 나지는 않는다. 열흘 동안 나를 버티게 한 것은, 팔 할이 ‘될 대로 돼라’ 식의 마인드였다.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기로 했고, ‘지들이 어쩔 건데’ 식의(‘지들’이 누구를 얘기하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마인드로 임했으며, 그러다 보니 열흘이 지나가 있었다. 이제 나는 지인의 집들이에 가서 먹고 마시며 즐기면 된다. 초대받은 이들이 모두 문학 전공자들이어서인지, 집주인인 그녀는 1등부터 3등까지 상품을 걸어놓고 시조 과제를 내주었는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머리를 굴리고 있다. 문학 전공자들이 모두 이러고 노는 것은 아닐 거라 믿는다. 이제 그녀의 집으로 출발하기로 한다. 안녕하세요,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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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 #창작문예 에 발행하시면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감히 첨언 드려요
조언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어주셔서 또 감사하고요. 다음 주부터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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