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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락된 도시의 여자

월요일은 역시 독서지. 이 책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이 저지른 베를린 집단 강간에 대한 건조한 보고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독일 여자가 쓴 이 일기가 독일어로 출판될 수는 없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텐데…

일기 원본은 그녀 스스로 마음 속의 검열 때문이었는지 약자나 암시하는 단어로 썼던 모양이다. 읽을 수 있는 글의 형태로는 1950년대 초에 그녀가 직접 옮겼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출판하려 마음 먹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1950년대에 영어판이 먼저 나왔고, 독일어판이 잠시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은 50년대 독일 내에서 숱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 여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일어판 재출판을 자기 살아 생전에는 못 하게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어판은 그녀가 사망한 이후에서나 다시 나올 수 있었고, 영화(Eine Frau in Berlin)화도 그 이후에나 가능했다.

50년대 독일의 비뚤어진 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2003년 이후 다시 나온 책에 대해서는 찬사가 이어졌고(하지만 저자는 사망했는 걸?), 역사 분석의 대상이 됐다.

자, 내용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1933-34년간 파리 소르본에서 역사/미술사를 공부했었고 그 후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약간의 노어를 익혔다고 한다. 당시 기준에서는 상당한 지식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제3자인 양 건조하게 당시 상황을 쓸 수 있었을까? 상황 판단도 빨랐고, 결국 그녀는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뭐라도 알고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 책이 드러낼 수밖에 없을 여성주의적 시각은 나보다 훨씬 잘 쓰는 분들이 많으니 검색해서 읽어 보시기 바란다. 물론 예상한 내용이 대다수일 테지만 말이다. 내가 눈여겨 본 부분은 역시 다양한 면모를 갖춘 러시아 군에 대한 묘사와 언어였다.

공산당이라고는 하지만 러시아 군을 구성하는 것도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복수를 해야 했던 한편,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있었고, 착취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주인공이 잘 한 건, 그나마 장교들을 노렸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녀의 무기는 언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어눌하더라도, 어휘가 적더라도 자기 모국어를 말해주는 인물에게 마음이 열리게 되어 있다. 노어를 몰랐던 것보다는 아는 편이 생존에 훨씬 유리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제일 “서구적”인 잘 배운 러시아 장교는 그녀가 할 줄 아는 링구아 프랑카, 불어도 할 줄 알았었다. 물론 그가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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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읽기 참 힘들었다. 번역이 안 좋아서도 아니고 책이 지루해서도 아니라 너무 먹먹해서다. 전쟁이 끝나고 남은 사람들은 전리품이 되어버렸으며, 껍데기나마 남은 조국은 남은 사람들을 버렸다. 되돌아온 남자친구가 뭘 의미하겠는가?

실제 저자는 결혼하면서 스위스로 이주했다고 한다. 차마 베를린에서, 혹은 독일 내에서 제 정신으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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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책이네요... 책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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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이라는 말로 강력추천을 한 책이었는데 절판이 되서 찾아볼수 없다가 다시 개정판이 나와서 볼수있게 됐네요. 방송이 나가자 재출간 하라고 많은 사람들이 요구를 했었나 보더라구요. 다행이죠 뭐... 암튼 와입이 책을 빌려와서 보게 됐는데 정작 와입은 만화에 글자가 넘 많다고 보다가 말더라구요 ㅡ..ㅡ 근데 진짜 글자가 많긴 많았어요 그것도 작은 글자가 말이죠. 그리고 작가의 어머님께서 사용하는 함경도 사투리를 옮겨놓은것도 적응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도 사투리 설명은 다 해놔서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ㅎ 표지 그림은 작가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까 할머닙니다. 어머니의 어릴적부터 책은 시작됩니다... 김은성 작가는 어떻게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만화로 옮길 생각을 했을까요. 복동녀, 어릴적 이름 놋새가 작가의 어머니이자 극중 화자... 어머니의 저 물음 누구라도 그러했을듯요... 역사가 머 따로 있겠습니까 이런게 역사지요... 첨엔 진도도 잘 안나가고 한권을 오래 잡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진도가 빨라지더라구요. 책을 읽을때 그리고 읽고나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집안도 스토리가 만만찮은데 4권 가지고 될까하는 그런 생각을요 ㅋ. 오래전에 실제로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집 이야기는 진짜 최소 태조 왕건이나 무인시대, 야인시대 정도 분량은 뽑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가를 물색해서 제 이야기를 보내볼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해봤답니다. 근데 김은성 작가님도 했던 고민처럼 저희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좋지않은 이야기를 하는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누가 우리집 이야기로 알아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큰 김칫국물 드링킹 하는건 관뒀습니다 ㅎ. 다들 가족사 이야기하면 울트라슈퍼메가톤액션스펙터클서스펜스스릴러로드무비러브로망어드벤처리얼에로틱뉴웨이브판타지오디세이 드라마 몇편씩 나오잖아요. 그렇잖아요. 가족사 이야기하면 분량도 최소 드라마 100회 이상씩들 나오잖아요^^
구형(球形) 빌딩, 쿠겔하우스
만우절에는 역시 독일이죠. 땨는 1929년 4월,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의 잡지, Bilderwoche에서 기사를 하나 낸다. “새롭고 실용적이며 건전한 건축물인 쿠겔하우스들을 모은 최초의 쿠겔하우스 집단거리가 4월 1일 드레스덴에 공개됩니다.” 사진도 있었다. 동그란 구형(球形) 빌딩이 여기저기 도로 양옆에 세워져 있는 모습이었다. 일단 이 쿠겔하우스(참조 1)는 무엇인가? 페터 비어켄홀츠(Peter Birkenholz, 1876-1961)라는 건축가가 1928년 드레스덴에서 철제 건축물로 만들었다. 괜히 만든 것은 아니다. 1928년 개최된 연례독일박람회(Jahresschau Deutscher Arbeit)를 상징하는 건물이었다. 원어에 들어있는 Arbeit를 일부러 번역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있다. 1920년대의 독일 드레스덴은 일종의 거대한 “코엑스”였다. 허구한 날 박람회가 열린다는 의미로 비유한 것이며, 1922년부터 1930년까지 매년 각 분야에 대한 박람회가 개최됐다. 때마침 1928년의 박람회의 주제는 기술도시(Die technische Stadt), 드레스덴 공대(Technische Universität Dresden)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당시 첨단기술 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다. 그래서 독일 기술은 세계 제일…이 아니고, 첨단 건축물을 보여주기 위해 지은 것, 말그대로 철제와 콘크리트, 유리를 사용하여 만든 실험적인 건물이 쿠겔하우스였다. 지름 24m에 총 6층, 하지만 막상 내부 넓이는 110 평방미터에 불과했다고 한다. 맨 꼭대기에는 (당연히?) 식당이 있었고 엘레베이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유래가 있습니다. 클로드-니콜라 르두(Claude-Nicolas Ledoux, 1736-1806)라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를 상징하는 건축가가 있는데, 이 사람이 실제로 짓지는 않았지만 이상적인 건물로 도안한 것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농사 감독관의 집이라는 제목의 모페르튀(Maupertuis, 참조 2)이다. 완벽한 구형의 주거지로서, 공 모양의 집이 상당히 영향을 끼쳤음에 틀림 없다. 그러나… 시기를 보십시오. 곧 나치가 집권하는 독일입니다. 나치 정권은 이 쿠겔하우스를 “비-독일/undeutsch”로 공격한다. 결국은 1938년 헐렸다. 독일인들은 잊지 않았습니다.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 시기, 동베를린의 텔레비전 탑(Berliner Fernsehturm)과 서베를린의 악마의 산(Teufelsberg)이 구형 건축물의 전통을 이어받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베를린의 상징처럼 된 베를린 텔레비전 탑과 이제는 안 쓰이는 건물이 됐지만 알베르트 슈페어와 나치의 시설이 밑에 잠들어 있는 악마의 산은 나란히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을 감시하는 요새로 쓰였었다(참조 3). -------------- 참조 1. 사진 출처는 위키피디어, 세계최초의 구형 빌딩이라는 설명이 같이 있다. https://de.wikipedia.org/wiki/Jahresschau_Deutscher_Arbeit 2. Maupertuis, Maison des gardes agricoles : http://passerelles.bnf.fr/grand/pas_376.htm 3. THE KUGELHAUS, DRESDEN(2020년 4월 9일): https://inthejungleofcities.com/2020/04/09/the-kugelhaus-dres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