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화요일은 역시 연구보고서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이 미국과 바로 FTA 협상하기는 매우 어렵다.
"매우"라는 부사를 사용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작년에 하바드 케네디스쿨에서 나온 이 보고서(참조 1)에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는데, 사실 Summary만 보셔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보고서는 7가지 이유를 나열했다.

1. 영국이야 바라겠지만 미국은 어느 정도나?
2. 영국은 미국이랑 FTA 할 정도의 급수가 안 됨. ㅇㅇ
3. 영국은 미국과 뭐라도 하기 전에, EU랑 관계 정리해야 함.
4. 관세 관련, TTIP(EU-미국)의 조건보다 더 안 좋은 조건을 영국은 받아야 함.
5. 비관세 관련, 정치적으로 논란거리가 될 어려운 조건을 분명 미국이 제시할 것임.
6. 결국 영국은 미국이냐, EU이냐를 택해야 함.
7. 미국은 그동안 꿈쩍도 안 할 것임.
하나 하나 설명하기는 매우 귀찮은데(...) 1번과 2번은 단번에 이해가 가실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영국은 왜 굳이...? 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는 천만다행으로 미국과의 FTA를 일찍 끝내 놓았다.) 또한 3번부터 6번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EU와 어떤 관계이냐에 따라 WTO 양허 일정과 쿼타(TRQ를 의미한다), 관세율이 정해질 테고, 그 이후에서야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FTA 협상할 기준이 생긴다.
7번은 바로 그 결과이고 말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의회에서도 간략한(겨우 두 페이지!) 보고서를 낸 적 있기는 한데(참조 2), 이 보고서는 브렉시트와 관련된 내용들을 좀 알고 있어야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그냥 케네디스쿨 보고서를 보시는 편이 낫겠다.
그런데 브렉시트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아일랜드 문제인 것은 다들 알고 계시리라고 본다. 왜 아일랜드가 문제인가? 벨파스트 협정(GFA) 때문이다. 벨파스트 협정이 뭐길래? 넷플릭스 드라마, "Derry Girls(데리 걸즈, 참조 3)"가 그리고 있는 북아일랜드 문제가 심했던 시절(The Troubles)을 종식시키기 위해 체결했던 협정이다. 이 협정의 문제는...
아일랜드 국경 폐쇄(!)와 함께 양쪽의 교류를 보장했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렉시트 협상 시 백스톱이니 뭐니 난리가 났던 것이다. 저걸 막자니, 다른 곳에서 위반이고, 다른 곳에서 막자니 여기가 위반이니 말이다(참조 4). 난제다. 더군다나 협정(참조 5)을 자세히 보면 영국 입장에서 다른 문제점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벨파스트 협정상(참조 5의 CONSTITUTIONAL ISSUES, 제1조 제6항)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이들은 모두, 영국이나 아일랜드 여권을 둘 다 가질 수 있다. 하드 브렉시트가 일어난다면? 대거 아일랜드 여권을 택할 이들이 많다.
두 번째, 벨파스트 협정상(참조 5의 CONSTITUTIONAL ISSUES, 제1조 및 그 절차는 ANNEX A), 북아일랜드가 원한다면(북아일랜드 의회의 표결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편입(united Ireland)을 "허용"해야 한다. 어쩌면 하드 브렉시트의 경우, 스코틀랜드 독립보다 아일랜드의 통일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벨파트스 협정의 보장자(Guarantor)가 유럽연합과 함께 미국이다. 이게 명문화되어있지는 않지만 그간 EU가 아일랜드의 이익을 끊임 없이 보호해왔던 이유이기도 하고(바로 백스톱 얘기다), 미국이 아일랜드의 상황 변화가 생길 경우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이 세 번째 이유 때문에라도, 영국이 쉽사리 미국과 통상 협상을 하기 어렵다. 이미 미국 하원의장께서 몸소(참조 6) 경고하셨다. 제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참조 7)"로 영국과의 통상 협상을 민다 하더라도, 의회 통과 없이는 비준될 수가 없으니, 그에 따라 발효도 불가능하다.
물론 보리스 존슨이 UK가 아닌, "잉글랜드"의 총리가 되고 싶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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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On the Rebound: Prospects for a US-UK Free Trade Agreement(2018년 5월): https://www.hks.harvard.edu/sites/default/files/centers/mrcbg/working.papers/USUK%20FTA%20516%20FINAL.pdf
2. Brexit and Outlook for U.S.-UK Trade Agreement(2019년 4월 11일): https://fas.org/sgp/crs/row/IF11123.pdf
3. Derry Girls: https://www.netflix.com/kr/title/80238565
4. 가령 관세동맹을 가입하자니, 다 빠져나오겠다는 공약(?)에 걸리고, 관세동맹에 가입하지 않자니, 벨파스트 협정에 걸리고 등등.
6. Brexit: Pelosi warns UK not to jeopardise Belfast Agreement(2019년 7월 26일): https://www.irishtimes.com/news/politics/brexit-pelosi-warns-uk-not-to-jeopardise-belfast-agreement-1.3967768
7. EU, 특히 독일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이라든가 화웨이 문제 등에 대한 지렛대 삼아 강하게 추진할 수도 있긴 할 것이다. 게다가, 원래 벨파스트 협정의 "보장자"로서 미국은 항상 북아일랜드 문제 담당 특별대표(Special Envoy, 대사급)를 파견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임기부터는 계속 공석 상태였다. 뭐든지 가능한 시대이기는 하다.
Irish leader calls for US Special Envoy to protect North peace against Brexit(2019년 3월 14일): https://www.irishcentral.com/news/irish-leader-usa-special-envoy-north-peace-brex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