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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연방헌재의 은행연합 판결


오랜 친구들이라면 그동안 써왔던 독일헌재 vs. ECB의 연재 시리즈(참조 1)를 잘 알 것이다. 이번에는 은행연합(Banking Union)에 대한 독일인의 헌법소원 판결이 독일 연방헌재(BVerfG)에서 나왔다! 사건 번호는 2 BvR 1685/14, 2 BvR 2631/14, 당연히(...) 보도자료(참조 2)를 근거로 좀 천천히 읽어 봤다. 판결문을 다 읽지는 못...


소원을 제기한 곳은 Europolis 그룹이라는 곳이다. 여기는 유로 회의론자들의 집합소같은 곳인데 유로에 대한 병행 통화로서 독일을 포함한 북부 유럽 지역이 사용할, 소위 휠덴마르크(Guldenmark)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병행통화 창설을 위해 헌소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바로 ECB의 은행연합(참조 3)의 역할인 감사 및 지원 제도가 독일헌법과 부딪힌다. 왜냐,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합헌임.

이 헌소가 제기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독일연방헌재와 유럽사법재판소(CJEU) 간의 갈등, 두 번째는 판결 내용이 갖는 문제다.

첫 번째는 예전부터 제기되어온 사안이다. ECB의 OMT 사건에서 독일연방헌재는 OMT에 위헌적 요소가 가득하다면서 완전히 난도질을 한 다음, 해석은 CJEU에 맡겨버리는 모양새를 취했었다. 그리고는 CJEU가 리스본 조약과 맞음 ㅇㅇ으로 해석을 내리니, 그에 맞춰서 합헌이기는 합헌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실질적으로 위계 관계로 볼 때 CJEU가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BVerfG가 EU 기관이나 행위가 독일 기본법 불합치라 판결을 내릴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와 이어진다. 독일 연방헌재는 EU 기관이나 행위가 기본법에 합치하는지 판별하기 위해 1993년 이래 테스트 방법을 발전시켜 왔었다(참조 4). 세 가지 테스트로서, (1) 근본 권리(fundermental rights), (2) 월권(Ultra vires), (3) 헌법적 정체성(constitutional identity) 리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독일 연방헌재가 개발한 방식이지, CJEU가 개발한 방식은 아니다.

여기에 따라 금번 헌소는 (2)와 (3)의 리뷰에 따라 기본법 합치성을 판단내렸다. 단 이 기사가 비판하는 지점은 언제나처럼 EU 관련 판단에서 보이는 „Ja, aber“ 접근법이다. 맞기는 맞는데...

은행연합 자체부터 얘기하자. 은행연합은 별도의 EU 내 기구가 아니다. ECB가 관할하는 두 가지 정책 메커니즘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는 단일감사(SSM: Single Supervisory Mechanism) 및 단일구제(SRM: Single Resolution Mechanism) 메커니즘이다. 독일연방헌재의 판결은 유럽 연합의 기능에 관한 조약 (TFEU) 제127조 제6항에 따라 "좁게(enger) 해석할 경우(참조 5)", (1) SSM 관련 국가주권이 여전히 있으며, (2) SRM 관련 은행들이 조성한 펀드이니 납세금 이전은 없다고 했다.

"좁게"라는 단서가 붙었고, "은행들이 조성한 펀드"라는 말이 붙었다. 납세금이 아니라 아예 저축 이전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침묵이다.

즉, 현재 독일 여론에 만연하고 있는 ECB나 유로, 은행연합에 대한 불신을 이번 판결이 말끔하게 해소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그냥 EU의 정책이 살아남았다는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현재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 관련된 또다른 헌소가 지금 협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참조 6), 이미 진행중인 정책을 독일연방헌재가 뭐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냥 Ja, aber...로 나오잖을까.

정리하자면 이렇다. EU와 독일(즉, 회원국)의 최고 재판소 간 위치가 애매하다. 그래서 경제정책에 대한 법적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판결이 EU 쪽에 유리하게 나온다 하더라도, 이런 시도가 계속되는 한 유럽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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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독일 헌재의 OMT 최종 판결(2016년 6월 23일): https://www.vingle.net/posts/1646764

2. If interpreted strictly, the framework for the European Banking Union does not exceed the competences of the European Union(2019년 7월 30일): https://www.bundesverfassungsgericht.de/SharedDocs/Pressemitteilungen/EN/2019/bvg19-052.html

3. 은행연합의 신뢰성(2017년 6월 27일): https://www.vingle.net/posts/2138415

4. Mehrdad Payandeh, 'Constitutional review of EU law after Honeywell: Contextualiz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German Constitutional Court and the EU Court of Justice' (2011) 48 Common Market Law Review, Issue 1, pp. 9–38: https://www.kluwerlawonline.com/abstract.php?area=Journals&id=COLA2011002

5. 판결문을 보자. 2는 두 번째 심리, BvR은 헌법소원, 1685 및 14는 심리별 판결 번호를, Rn.(번호)는 단락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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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를 위해 ECB를 포기한다
http://www.faz.net/-gqe-9dmmw 유럽연합 여기저기에 독일인들이 많이 보이기는 하는데, 막상 따지고 보면 독일이 유럽 각 기관의 수장을 맡은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더군다나 핵심 기구(이를테면 EC나 ECB) 수장을 맡았던 적은 손에 꼽는다. 이를테면 할슈타인 원칙(Hallstein Doctrine, 참조 1)으로 유명한(?) 발터 할슈타인이 EEC의 첫 번째 EC 의장을 맡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가 1958년부터 1967년. 그 이후로는? 없다. 기사는 메르켈이 바로 그 자리에 독일인을 올리고 싶어한다는 내용이다. 장-끌로드 융커가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으니(참조 2) 내년 유럽의회 선거 이후 자리가 빔은 확실하다. 물론 여기는 선출직이자 정무직이니까 젤마이어같은 기술관료들과는 어울리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정치성에 있다. 정치는 어떤 절차를 거치든 간에 협상과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EC 의장직을 원한다면, 다른 직을 포기해야 한다. 바로 그 희생양이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가 됐다. ECB 의장직을 포기한다(참조 3). 어차피 메르켈은 ECB 의장으로 독일인을 지지하기가 참 뭐한 상황이었다. ECB 총재가 독일인이라면 더 이상 애꿎은 ECB를 탓할 수가 없게 되고, EC 의장직을 포기하거나 독일이 재정적으로 희생해야 할 상황이 상당히 높은 가능성으로 생기기 때문이다(참조 4). 아마 금번 융커과 트럼프 간의 회담으로 미국-EU의 잠재적인 무역 분쟁이 해결 과정에 들어간 것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었을 것이다. 메르켈로서는 독일인이 한다는 "간지" 외에는 두통거리가 될 것이 뻔한 ECB 의장보다는, 실제로 대미 흑자에 중요한 역할을 할 EC 자리를 차지하는 편이 더 낫다고 계산한 모양이다. ECB는 프랑스나 아일랜드가 맡으라지(참조 4). 그렇다면 융커의 후임은 누구? 현재 메르켈의 CDU가 속하는 유럽의회 정당그룹인 EPP의 수장인 만프레트 베버(독일 내에서는 CSU 소속)가 있고, 국방부 사람들 모두 교체/경질을 바라고 있는(...) 우어줄라 폰 데어 라이엔(CDU) 국방부장관도 있다. 하지만 기사는 아무래도 메르켈의 복심인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부장관(CDU)이 더 가능성 높다고 보고 있다. ECB 의장 후보로는 눈에 띌 만한 새로운 후보도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닌 크리스틴 라가르드(참조 5). ---------- 참조 1. 동서독 전체의 독일을 서독이 대표한다는 원칙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2. EU chief Jean-Claude Juncker 'will not seek second term'(2017년 2월 11일): https://www.bbc.co.uk/news/world-europe-38944742 3. 차기 ECB 의장을 향한 경쟁(2017년 7월 24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449198544831 4. ECB 왕좌의 게임(2018년 1월 26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968701599831 5. 크리스틴 라가르드(2015년 2월 16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3057316959831 사르코에 대한 충성충성 편지 사건(...)은 잊자.
폴란드의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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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오스트리아 근황.news
네덜란드에서는 코로나 재봉쇄가 시행되자 반대시위가 벌어졌고 경찰들은 실탄까지 쏘며 진압을 함. 이 시위는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까지 확산됨. 가장 상태가 심각한 곳은 오스트리아 방역조치 완화 전만 해도 두자리수 확진자였는데, 풀자마자 만명대로 폭발함. 결국 오스트리아는 EU 국가중에선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재봉쇄 조치도 단행함. 목표는 단 하나. 백신 접종자들에게 안전한 크리스마스. 그리고 다음날 수도 빈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남. 백신 의무화가 자유 침해라는 것. 그냥 봉쇄에 지쳐서 반대시위에 나온 사람도 있었음. 필수적인 경제활동 외에는 24시간 외출 금지 조치를 실시해서 거리도 한산해짐. 봉쇄조치를 위반하면 벌금이 우리돈으로 최대 200만원이 나옴. 포장을 제외하고는 식당 내에서 식사도 할 수 없음.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는 시민. 남친과 데이트한 지 아홉 달이나 지났다며 불평하는 시민. 한편 이렇게 폭발한 오스트리아의 신규 확진자 중 5살부터 14살까지의 어린이들이 노인보다 5배 이상 더 많음. 이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5~11살 아동한테 백신 시범접종까지 시작함. 안심하는 학부모. 오스트리아 공영방송은 백신 접정을 독려하기 위해 주택, 자동차가 걸린 백신 복권 추첨까지 진행함. ㅗㅜㅑ한 인센티브도 함. ㅊㅊ 루리웹 모야 만명대로 폭발이라니 ㄷㄷ 안티백서들이 진짜 엄청 많은가보네 자유하고 방종을 구분 못하는 인간이 정말 많다
푸틴, 새신부와 춤추다
https://kurier.at/politik/inland/hochzeit-von-karin-kneissl-die-ersten-bilder-aus-gamlitz/400093175 I TOLD YOU SO. 내가 뭐랬나. 오스트리아가 작년 말 연정을 이루면서 카린 크나이슬이 외교부장관을 맡음으로써 오스트리아가 상당히 재밌어질 것이라 얘기했었다(참조 1). 물론 그게 크나이슬 장관과 푸틴 대통령의 춤으로 이어질지는 몰랐지만 말이다(참조 2). 그렇다. 카린 크나이슬(Karin Kneissl, 참조 3) 외교부장관이 시집을 갔다. 그녀의 농장이 있는 시골 마을인데,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푸틴을 직접 모시고(!) 결혼식장에 참여한 것이다. 푸틴이 오늘 메르켈을 만났는데, 이게 다 결혼식 참여 이후에 독일로 갔었다. 공교롭게도 2018년 하반기는 오스트리아가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의장을 맡을 때라서 이게 상당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총리와 외교부장관이 푸틴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당연히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는 이 방문이 크나이슬 장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사적인 방문이라고 일축. 영상 보면 푸틴이 독일어로 축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며(참조 4), 신혼부부를 위해 준비한 하얀색 폴크스바겐 비틀에 푸틴이 직접 서명도 했다. “신랑 신부: 볼프강과 카린” (하트도 덧붙였다.) 결혼 선물은 비밀(...참조 5). 지금 쿠르츠 총리는 대단히 위험한 “균형 외교”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말해서, 내가 뭐랬나. 유럽의 진지한 우파를 자칭하는 이들이 결국은 후미에(踏み絵)를 밟냐 마냐의 기로에 서 있다. 친러냐 반러냐... (참조 6) ---------- 참조 1.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연정 참여(2017년 12월 19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5866893829831 2. 영상을 보시라. Putinov valcer s ausrijskom ministricom Karin Kneissl na njenom vjenčanju(2018년 8월 19일): https://youtu.be/PhDJ2t4I4NI 3. 1965년생이다. 아버지가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의 비행기 조종사여서 어린 시절을 암만에서 보냈었다. 예루살렘의 히브루 대학교, 미국의 조지타운, 프랑스의 ENA 등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언어가 매우 많다(독어, 영어, 불어, 아랍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히브리어, 헝가리어). 4. ...(카린은) 편안함과 유머 감각, 균형감을 갖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가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요. 심지어 황소도 두 마리 있습니다. 별도의 언급이 불필요하다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웃음). - 참조 2 영상에서는 2분 경 앞뒤에 나온다. 
Putin lobt die Braut Karin Kneissl: Ochsenhalter haben Humor(2018년 8월 19일): http://www.tt.com/politik/innenpolitik/14713015-91/putin-lobt-die-braut-karin-kneissl-ochsenhalter-haben-humor.csp 5. You'll never guess where Vladimir Putin is going to show up this weekend(2018년 8월 17일): https://www.cbc.ca/news/thenational/national-today-newsletter-putin-wedding-guest-1.4788917 6. 독일의 새로운 우파(2015년 12월 27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3747870324831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https://sz.de/1.4552325 유럽의 IMF 총재 단일후보가 결정됐다. 불가리아 출신의 브리스탈리아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고 한때 반기문 UN사무총장의 후임으로도 거론됐던(참조 1)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애초에 영국은 유럽이 아니었고(…) 이번 후보 선정에도 불참했다. 다만 유럽이 고려했던 주요 후보로는 두 명이 있었다. 예전에 유로 위기 관련하여 가끔 등장해주셨던 네덜란드의 예룬 데이설블럼(참조 2), 그리고 게오르기에바였다. 문제는 정상들 모임체인 EuCo 내에서 이 둘을 두고 양파가 나뉜 점에 있었다. 독일과 네덜란드(당연?), 그리고 스페인과 북유럽 국가들(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은 데이설블룸을 지지했다. 하지만 프랑스를 위시하여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게오르기에바를 지지했다. “나머지”에 주목. 15개 국가가 게오르기에바를 지지한 덕분에(참조 3), 압도적으로 게오르기에바가 승리했다. 또한 이 모든 것이 마크롱의 추진력 덕분이었다. 기사에서는 완력(Brachialgewalt)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쥐트도이체는 당연히 독일 언론이니 여기에 짜증을 내고 있다. EC(폰 데어 라이엔)와 ECB(라가르드), EuCo(샤를 미셸), 여기에 이제 IMF까지 모두 마크롱이 지정한 인물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일 우려하는 것은 독불 연합에 금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후보의 자질도 흉을 보고 있다. 환율이나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무역전쟁에 있어 그녀가 과연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 IMF의 나이제한(만65세)에도 걸리는데(곧 만65세가 된다)? 다만 나이제한 철폐는 미국도 찬성하는 의제(참조 3)이니 금세 처리되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짜증에 앞서서 독일은 마크롱이 등장한지 2년이 되어갈 동안 마크롱에게 전혀 유럽 어젠다에 있어서 협력을 하지 않았다(참조 4). 그러면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Nein만 말했을 뿐이다. 즉, 네덜란드와 북유럽 국가들 말고는 독일이 지도력을 잃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EC나 ECB는 물론 IMF까지 모두 프랑스에 끌려가는 모양새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바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 참조 1. EU-Kommissarin Georgieva läuft sich warm(2015년 11월 4일): https://www.tagesspiegel.de/politik/nachfolge-von-ban-ki-moon-eu-kommissarin-georgieva-laeuft-sich-warm/12539976.html 2. 그리스의 몽니(2015년 2월 1일): https://www.vingle.net/posts/699216 3. Kristalina Georgieva, candidate au forceps de l’Union européenne au FMI(2019년 8월 2일): https://www.lemonde.fr/international/article/2019/08/02/la-bulgare-kristalina-georgieva-designee-candidate-de-l-ue-pour-prendre-la-tete-du-fmi_5496100_3210.html 4. https://twitter.com/lucasguttenberg/status/1158312885157867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