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monsters
10,000+ Views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8화

바로 들어갈게!

__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7

나 자꾸 정신줄을 놓고 있어. 내가 이 글을 쓰려고 한 지 벌써 세번째야.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하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면 3시간 후고, 나는 현관에서 이미 담배 한 갑을 다 아작낸 채로 있는거야. 다시 컴퓨터로 가 보면, 워드 창은 그냥 텅 비어 있어.

근데 문제는 내가 글 쓸 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내가 가장 처음 기억하는 건, 그 때 Blake랑 Heather랑 처음 마을에 차 몰고 들어갔다가 나온 다음이었어.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필름 끊기는 게 하루에도 두세번 씩 일어나. 그냥 방에 들어가다가 갑자기 내가 바로 30분 전부터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 하는거야. 배고프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셋이 TV 앞에서 피자를 먹고 있다거나.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불꺼진 방에서 침대에 누워있다거나.

Blake랑 Heather는 전혀 이상한 점을 못 느꼈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그냥 완전 정상으로 행동했대. 난 내 스스로를 내 방에 격리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Blake는 절대 나를 혼자 두지않아. 그리고 되게 고집스럽게 여기 남아있어. Heather를 데리고 다시 San Francisco로 돌아가려고 하지도 않아. 걔 말로는 자기들도 아마 감염이 이미 됐을 수도 있으니까, 그걸 다시 다른 데로 퍼트리고 싶지 않다는거야. 그리고 나를 여기 혼자 남겨두지도 않을 거고.

이렇게 말하면 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안심이 됐어. Blake랑 Heather는 그거 가지고 꽤 심각하게 싸우고 있는 것 같아. 몇 분 전에 Heather가 산책 갔다오겠다고 하면서 뛰쳐나갔어. 아마 Blake가 절대 틈을 내주지 않으니까 서운한 거겠지. 근데 어쩌겠어, 자기 혼자 운전해서 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어쨌거나, 나는 너희한테 이 모든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해주기로 나 스스로 약속했으니까, 일어났던 순서대로 쭉 설명할게. 근데 중간중간에 필름이 끊겨서 모든 것을 빠트리지 않고 설명해주겠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 다음날에는 마을에 들어가지 않았어. 난 아직도 그 전날 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사실 지금도 그래) 내가 다시 그 마을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거든. 하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었어. Hillside 아파트에서 가져온 그 노트북은 지퍼백에 넣어서카운터에 올려놨는데, 아무도 그걸 만지고 싶어하지 않았지.

난 그 날 하루종일 술을 마시면서 보냈어. Heather랑 Blake는 계속 여길 떠나는 거 가지고 싸우고 있었어. (“제발, 자기야, 이제 그냥 가자. Claire는 그냥 여기 혼자 두면 되잖아. 우리 문제도 아닌데 왜 그렇게 붙잡고 있어?”) 하지만 Blake는 역시 내 절친이었어. 걔는 Heather랑 사귀기 훨씬 이전부터 내 절친이었다고. Blake는 절대 나를 혼자 두고 떠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어. 그리고 나처럼 이 마을의 비밀에 대해서 엄청나게 궁금해 하고 있었고.

그 날 오후 3시 쯤이었어. 그 때 그 오레건 지역 번호로 나한테 문자가 온 거야. 문자를 그대로 옮겨적을게. “HEllo beautiful. so Happy youv3 decided to stay. i’m tHrowing a littl3 party in your Honor. wE can’t wait. see you soon!” (안녕, 이쁜이. 너가여기 머물기로 한 것 같아서 기뻐. 너를 위해서 조그맣게 파티를 하려고. 진짜 기대된다. 곧 다시 만나!) 저번과 마찬가지로 대문자와 숫자만 따로 써 봤어. 그리고 쓰자마자 지워 버렸어. “He H3 H3 HE” 도대체 “HE(그)”가 누군데 자꾸 언급하는거지?

19일 아침에 나는 좀 나아진 기분으로 일어났어. 그 날 밤에는 한 세시간 정도 잘 수 있었거든. 내 머릿속에는 그때의 그 시카고에서 온 문자로 가득했어. 고등학교에 가면 답을 알 수 있을 거라는 그 문자. 난 다시 마을로 돌아가야 했어. 그때 난 내가 감염됐다는 걸 거의 확신하고 있었고, 만약 그렇다면 마을을 떠나서 집으로 가는 건 오히려 안 좋은 선택 같았으니까. 나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뿐이었어.

잘 하면 그 마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도몰라. 온 마을에 불을 질러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답을 찾을거야. 어쩌면 이 감염에 대한 해독제가 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것에 대항하는 방법이라도. 아니면.. 뭐든간에.

그 날 Blake랑 내가 마을로 다시 돌아갔을 때 Heather는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어. 걔는 너무 무서워하고있었거든. 그리고 자기들을 이 일에 끌고 들어온 데 대해서 나한테 엄청 화가 나 있었어. 뭐 걔 잘못은 아니지. 안 그래도 걔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나랑 같이 여기 오기 전에 분명 걔들한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알려줬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 나니까.

첫째 날 밤에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고등학교를 한 번 봤었기 때문에, 다시 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 고등학교는 큰 회색 건물이었어. 가운데에는 빨간 문 두개가 있었고. 도보에는 가로수가 빽빽하게 심겨져 있었어. 한마디로 말해서 되게 그림 같은 학교였어. 학교 입구에는 ‘Charles M. Hadwell 고등학교’라고 쓰여 있었지.

저번에 아파트도 그렇게 들어가기 쉬운 곳은 아니었지만, 여기는 더했어. 학교는 진짜 단단하게 잠겨 있었어. 같은 블록에 있는 다른 집들이 문을 활짝 열어 둔 것과는 아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지. 정문은 쇠사슬로 칭칭 감겨져서 자물쇠로 잠겨 있었어. 우리는 마지막 수단으로 쇠지렛대를 써서 열어보려고 했지만, 체인이 문 손잡이에 너무 단단하게 감겨 있어서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지가 앉더라고. 일단 주변을 쭉 돌아보기로 했어. 정문 말고도 문이 세 개가 더 있었는데, 전부 다 쇠로 된 문이었고 다 잠겨 있었어. 일 층에 있는 창문 역시 곰팡이가 껴 있긴 했어도 안에서 다 잠겨 있었지.

근데 뒤쪽에 비상계단이 하나 있었어. 그리고 그 위쪽에 있는 3층 창문은 잠겨 있지 않았지. 고맙게도 사다리가 이미 땅에까지 내려져 있는 상태여서, 곧바로사다리를 타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갔어. 들어가서는 저번과 마찬가지로 호흡기랑 장갑, 긴팔 긴바지를 입고 비니까지 썼어. 뭐 이제와서 그게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들어간 방은 되게 어두침침하고 낡아 보였어. 건물을 보니까 한 60년대 쯤에 지어져서 그 이후로 리모델링을 한 것 같지는 않더라고. 벽은 어두운 녹색이었어. 사이사이 기둥은 나무로 된 것 같았고. 그리고 바닥에는 베이지 색 타일이 깔려 있었어. 온 구석에는 곰팡이 투성이었어. 아파트만큼은 정도가 심하지 않았지만, 한 경찰서 정도 수준은 되는 것 같았어.

우리는 복도로 이동했어. 벽에 사물함들이 쭉 늘어서있었는데, 몇몇 개는 열려 있었어. 내용물들이 밖으로 다 떨어져 있는 상태였어. 종이랑 파일들이랑 책 같은 것들. 우리는 교실들을 계속 지나쳐서 걸었어. 그리고는 우리가 뭘 찾아야 되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걸 천천히 깨닫게 되었지. 학교니까 당연히 문서 같은 건 차고 넘칠 거고, 칠판이랑 프로젝터 같은 것들도 엄청나게 많을텐데. 학교는 생각보다 컸고우리는 그 문자가 말한 “답”이 대체 어디에 있을지 알길이 없었어. 모든 걸 샅샅이 찾으려면 적어도 며칠은 걸릴 지경이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천천히, 그러나 철저하게 조사를 시작했어.

우리가 네번째로 들어간 방에서, 나는 한쪽 구석에 있는 칠판에 뭔가 표 같은 게 그려져 있는 걸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어. Blake는 벽에 붙어 있는 선생님책상에서 이것저것 뒤지고 있는 중이었고. 거기 데스크탑 컴퓨터가 있었는데, 건물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켜지지는 않았지.

Blake는 책상에서 저널리즘 수업에 쓰이는 수업 계획표를 찾아냈어. 그리고 2013년 9월에 간행된 학교신문 뭉치도 찾아냈고. 마을이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는 나의 추측이 맞아 떨어진거지. 신문을 보니까 여기 학교 학생회 이름이 “Hadwell 고등학교 집사들” 이더라고. 뭔가 이름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나 예전에 다니던 고등학교 운동부 이름도 “십자군”이었기 때문에 뭐 그러려니 했지. 위쪽 구석에는 학교 문장이 있었는데, “Donec totum impleat orbem”이라고 써 있었어. 모텔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게 무슨 뜻인지 찾아봤더니, “전세계를 가득 채울 때까지”라는 뜻이라더라.

그 칠판에 적혀 있던 표는 1964년부터 있었던 학생 대표 명단인 걸로 밝혀졌어. 졸업 일자랑 학점이 쭉 나와 있었지. 뭐 기사 같은 걸 쓰려고 정리해 둔 모양이지. 그 표를 쭉 보니까 학생 대표들 중에서 Hadwell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진짜, 엄청 많았더라. 이마을에는 아직도 그런 혈통 같은 게 중요하게 여겨졌던 모양이지? 아니면 그 집안에서 천재들이 유독 많이 나왔던가. 마지막으로 Hadwell을 성으로 쓰는 사람은 2007년에 졸업했어. 이름은 Elizabeth. 그 이름을 보자마자 레딧에 글을 썼던 Liz가 바로 떠올랐지만, 글쎄, 동일 인물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

우리는 그 방을 나와서 교무실로 내려가보기로 했어. 뭔가 수상한 게 있을까 싶어서. 교실들은 일단 언뜻 보기에 별로 중요한 게 없어 보였거든. 일층은 그 위에 층들보다 훨씬 어둡고 압박감이 심했어. 그 벽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듯한 그런 압박감. 코너를 도는데, Blake가 갑자기 멈춰서 내 팔을 잡고 날 멈춰세웠어. 그리고 뭔가를 들어보라고 했어.

뭘 들어보라고 하는 건지는 바로 알 수 있었어. 희미한 음악 소리. 뭔가 먼 데서 들려 오는 듯한… 나는 긴장한 채로 귀를 기울였지만 그 음악에 뭔가 가사가 있었는지, 아니면 음색이 어땠는지는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어. 음악소리는 괴괴하게 홀을 울리고 있었어. 우리는 음악소리를 따라서 움직였어.

음악소리는 정문 근처에 있는 교실에서 가장 크게 들리고 있었지만, 거기서도 뭔가가 막혀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났어. 벽 너머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나는 그제서야 그 음악이 뭔지 알아차릴 수 있었어. 내가 원래 알던 노래보다 좀 느린 템포긴 했지만, 되게 유명한 노래였으니까. “You are my sunshine”이었어. 그 방을 뒤지다 보니까 노래는 반복재생으로 나온다는 걸 알게 됐지. 끝나자마자 다시 노래가 시작됐어.

교실 구석 바닥에 있는, 철제로 된 조그마한 문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 장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어서 눈에 확 띄었거든. Blake가 쇠지렛대로 한 번 힘을 쓰니까 문이 땅에서 확 튕겨져 나왔어. 문이 한 번 열리니까 음악 소리가 훨씬 크게 들렸어. 땅에 블랙홀마냥 나 있는 검은 구멍에서 메아리쳐서 울리고 있었지. 우리가 뭔가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 그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느낌도. 정말 내려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해야 했어. 우리가 찾고 있는 그 비밀이 아래에 있을 테니까.

나는 내 쇠지렛대를 챙기고 Blake는 그의 ‘섬멸자’를 챙겼어. 섬멸자가 뭐냐면 딱딱한 폭파 장치 같은 건데, 한 번 쓰면 상대방한테 꽤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강력한 거였어. 단단히 무장하고, 우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한발 한발 내려갔어.

계단을 내려가는 데는 이상할 정도로 오래 걸렸어. 내려가면서 계속 위를 쳐다봤지. 점점 작아지는 네모난 불빛을 애타게 바라보면서 한참을 내려갔어. 그 불빛마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계단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고, 벽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어. 기분 상으로는 계단을 적어도 15분은 넘게 타고 내려온 것 같았지만, 폰을 보니까 겨우 삼사분 남짓 내려온 거더라. “You are my sunshine”은 그 와중에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어. 소리는 점점 커졌지.

그리고 다음 발을 내딛는 순간에 예상치 못하게 땅을디뎠어. 난 휘청였지. Blake가 나와 부딪히는 바람에내 플래시가 땅에 떨어져서 저 멀리로 굴러갔어. 그에 따라서 불빛이 여기저기 일렁였지. 플래시는 한 5m정도를 굴러간 다음에야 멈췄어. 난 플래시 불빛이비추는 곳으로 가서 Blake랑 좀 앉아서 쉬었어. 그러던 중에 플래시 불빛이 갑자기 꺼졌어. 난 그게 땅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고장났다고 생각했어.

우리가 지나온 터널은 돌을 거칠게 깎아서 만들어 놓은 거였어. 동굴은 좁고 낮아서 Blake는 고개를 살짝숙여야 했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어. 땅에 떨어진 채로 꺼져버린내 플래시를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는거야. 한참을 찾다가 그게 내 발에 걸려서 보니까, 원래 떨어져 있던 자리보다 15미터는 더 멀리 가 있었어. 완전히 망가져서. 거의 산산조각이 나 있었음. 렌즈는 깨져 있고, 안에 있는 구리선은 밖으로 나와서 다 헝클어져 있었어. 전구도 완전 박살이 나 있었어. 나한테는 그러니까 앞을 비출 수 있는 조명이 더 이상 없어진거야. 그리고, 명백하게 그 터널 안에는 우리 말고 다른 뭔가가 존재하고 있었어.

각자의 무기를 꼭 쥔 채로 우리는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어. 난 빨리 그 음악소리의 진원지를 찾아서 그걸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진짜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지긋지긋했으니까.

갑자기 어둠 속에서 문 하나가 튀어나왔어. 터널 모양대로 만들어진 문이었지. 엄청 무거운 강철로 만들어진 문이었는데, 중심부분에는 학교 문장이 찍혀 있었어. 뭐 다른 학교 문장이랑 별로 다르진 않았어. 방패 모양에 뭐 이런저런 상징 나부랭이들이 붙어 있는그런 모양.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학교 신문에서 봤던 기억은 나. 문은 잠겨 있지 않았어.

너무 길어지는 것 같네. 그 문 뒤에서 뭘 찾았는지는 내일 다시 돌아와서 쓰도록 할게. 미안. 거기서 우리가 뭘 발견하기는 했거든.

다음에 봐. 


감염된 마을 8

상황이 미쳐 돌아가고 있어. Blake는 지금 부상을 입은 채로 병원에 격리되어 있어. Heather랑 나는 호텔 방에 틀어박혀서 숨어 있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이 일에 또 연관된 사람이 있다면 진짜, 진짜 미안한 마음 뿐이야. 여기다가 글을 올리는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 내가 지금 뭐에 대항해서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것이 이 일과 관련된 비밀이 공개적으로 알려지는 걸 굉장히 꺼려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 여기다 글을 올리는 게 적어도 그것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느낌은들게 해주거든. 그래서… 계속 글을 올릴 생각이야. 그것 말고는 점점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아.

저번에 글을 올린 이후에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언제나와 같이 시간 순서대로 설명할게.

그 터널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조그마한 방이 하나 나왔어.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이었지만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지. 벽은 모두 석조로 되어 있었는데, 복잡한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었어. 모두 내가 처음 보는 문양들이었어. 어쩌면 룬어일지도 모르지. 근데 확실히 노르웨이 어는 아니었던 것 같아. 어떻게 묘사할 방법이 없네. 그것만 생각하면 머리가아파.

방에는 돌 기둥이 몇 개 서 있었고, 그 사이로는 벽에 걸려 있는 태피스트리가 보였어. 3면에 모두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는데, 서로 다른 그림들이 묘사되어있었지. 근데 세 그림이 서로 연관되어서 이야기 하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 같았어. 왼쪽에 걸려 있던 첫번째 그림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어떤 사람이 땅에 앉아 있는 그림이었어.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손에 얼굴을 묻고 있었는데, 뭔가 절망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어. 그 사람 뒤에는 빼빼 마른, 까만색을 한 사람 형상이 그 남자인지 여자인지의 어깨에손을 올리고 있었어. 어딘지 소름끼치는 느낌만 없었다면 딱 수호천사라던가 수호신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림 밑에는 “Electum”이라고 쓰여 있었어. 뭔가 중세풍의 화려한 글씨체였지. 라틴어 또 나왔네..

두번째 그림은 문 바로 맞은 편에 걸려 있는 거렸는데, 첫번째 그림에 나왔던 그 사람이 똑같이 등장했어. 달라진 건 그 사람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간에 선이 그어져 있어서 몸이 두 개로 나눠져 있다는 거? 몸의 한 쪽은 뭔가 그림자 같은 형상으로 바뀌어져 있었어. 그렇게 두 개의 반쪽짜리 몸이 하나로 합쳐져 있는 모습이었어. 그 사람의 팔은 쭉 뻗어져 있었는데, 손에서는 무슨 어둠의 덩굴? 같은 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어. 그 사람 머리 위로는 무슨 성스러운 빛 따위가 내려오고 있었고. 밑에 쓰여진 글씨는 “Iunctum”이었어.

마지막 태피스트리는 오른쪽에 걸려 있었어. 그림 밑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무릎을 꿇고 어떤 까만 형상한테 절을 하고 있었어. 그 형상은 앞쪽에서 절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컸었는데, 그 형상 위쪽으로는 역시 성스러워 보이는 빛이 내려오고 있었어. 글씨는 “Elatum”.

마지막 태피스트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했어. 이 질병인지 바이러스인지가 확산되면,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경배할 것이다. Donec totum impleat orbem. 전세계를 가득 채울 때까지.

나머지 두 개가 뜻하는 바는 뭔지 잘 알 수가 없었어. 절망하고 있는 사람은 뭘 의미하는 걸까? 두번째 그림에 등장하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그림자인 그 크리쳐는 뭘 뜻하는거지? 사람이 그림자에 잠식당하는 걸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둘이 서로 협력한다는 의미인가? 이미 일어난 일을 기록한 걸까,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예언하는 걸까? 당시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어.

Blake는 방 안에 걸려 있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지조차 않았어. 문이 열리리가 무섭게 “You are my sunshine”이 울려퍼지고 있는 축음기 쪽으로 달려가서 테이블 위에 있는 모든 것을 쓸어가지고 바닥에내동댕이쳤지. 축음기 바늘이 레코드 판을 찢는 소리가 비명처럼 울려퍼졌고, 노래는 그 즉시 멈춰버렸어. Blake는 바닥에 내팽개쳐진 축음기를 잠시 노려보다가, 자기가 신고 있던 무거운 부츠로 그걸 자근자근 짓밟기 시작했어. 나무와 금속들이 그의 발 아래 힘없이 망가져버렸어.

Blake는 그 엉망진창 속에서 레코드 판을 끄집어냈어. 1939년 버전, Pine Ridge Boys의 싱글 앨범 “You are my sunshine”이었어. Blake는 그걸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깔끔하게 반으로 접어버렸지.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줬어. 나도 이제 그 노래는 지긋지긋했으니까.

태피스트리와 축음기 말고도, 그 방 중앙에는 무슨 단 같은 게 설치되어 있었어. 그 위에는 까만색 가죽으로 양장된 책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양 옆에 하얀색 촛불 두 개가 켜져 있었어.

“뭐 이상한 거 없어?” Blake가 나한테 물었어. 존나 웃긴 질문이었지. 이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이상했으니까. 난 거의 웃을 뻔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지쳐 있었어.

“이 방이 어떤 또라이 사이비 종교집단의 숨겨진 중심부라는 것 빼고? 아, 저 좆 같은 촛불이 켜져 있네.”

“여긴 곰팡이가 없어. 터널에도 없었고.” Blake가 말했어. 난 전혀 눈치를 못 챘었거든. 곰팡이가 없다는 게 뭘 뜻하는 걸까 난 궁금해졌어.

단 위에 놓여져 있던 가죽 양장본 책 표지에는 Hadwell 가문의 문장이 찍혀 있었어. 학교 여기저기에 찍혀 있는 거랑 똑 같은 모양이었지. 그 방 문에 새겨져 있는 것도 같은 모양이었어. 책 안쪽은 노란 종이로 되어 있었는데 글씨가 빽빽하게 쓰여 있었어. 종이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어. 약간 시가 냄새 같은 것도 났고. 그리 길진 않았어. 한 138 쪽 정도? 문체는 굉장히 장황했어. 성경이랑 비슷한 느낌. 난 이 책이 이 사이비 종교단체의 경전 같은 거라고 생각했지.

난 그 방을 떠나면서 책을 챙겼어. 그 때, 그러니까 우리가 그 방을 떠날 때는 우리가 아주 좆된 상황이었거든. 저번에 내가 노트북을 챙겼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어. 거기 더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뭔가 중요한 걸 그 방에 놓고 나갈 수가 없었어. 하지만 우리가 그 방에서 어떻게 탈출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할게. 이 글에서는 일단 너희한테 우리가 알아낸 것에 대해서 얘기해줘야겠어. 너희 모두 너무 오래 기다렸잖아. 내 생각에는 내가 이 마을에서 어떤 일이, 왜 일어난건지 대충 알아낸 것 같아. 근데 그게 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그닥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

그 “성경”을 읽는 데는 며칠이 걸렸어. “성경”이라기보다는 뭔가 “계시록”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우리 집은 되게 독실한 장로교 집안이었기 때문에 (난 지금 전혀 독실하지 않지만) 기독교 창세신화나 성경 이야기 같은 데는 되게 빠삭하단 말이야. 근데 그 책에 쓰여진 창조 신화는 내가 아는 이야기와는 굉장히, 굉장히 많이 달랐어.

창세에, 우주가 그냥 텅 빈 진공이었을 때, 오래된 옛 신들이 깨어났어. 신들은 무수히 많았어. 셀 수 없을 정도로. 그 많은 수의 신들은 모두 우주의 시공간을 쥐락펴락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셌어. 억겁의 시간을 지나면서, 무한한 어둠의 공간과 시간이 지났고, 신들은 곧 지루해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들처럼 힘이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지루함이라는 건 참을 수 없는 것이었지.

이 지루함을 깨기 위해서, 신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차원을 만들어냈어. 각 차원마다 각각의 자연법칙을 가지고 있었어. 그들은 본성 자체가 시기 질투가 많은 이들이었기 때문에, 각각의 차원은 그 차원만의 독특한 피조물에 의해서 철저하게 지켜지기 시작했어. 그들의 신도들이 자신들의 비밀을 엿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러면서 동맹과 경쟁이생겨났어. 적들 사이에서는 차원의 벽들이 점점 더 두꺼워져만 갔지만, 동맹들끼리는 차원 간에 아무 경계도 두지 않았어. 그리고 피조물들의 생성과 소멸의순환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신들은 만족해했지.

물론 그 신들 중 하나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차원을 만들어냈지. 그의 이야기는 아마 너희들에게도 익숙할거야. 지구상에 있는 많은 종교들에게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니까.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를 포함해서 말이야. 그 유일신 ‘하나님(God)’, ‘그분(He)’에 대한 이야기. (역자 주: 영어에서 신을 칭할 때는 항상 대문자 H를 씀) 하지만 그들 종교가 말하지 않는 것은, 그 ‘하나님’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에 대해서야. 그리고 얼마나 쉽게 지루해하는지에 대해서. ‘하나님’은 오래 전에 우리를버렸어. 그게 이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하나님’을 증오하는 이유 중에 하나지.

Hadwell가문의 성경책에 의하면, ‘하나님’에게는 형제가 하나 있었대. 그의 이름은 “개체(The Entity)”. 그를 부를 때는 무성 대명사 “그것(It)”을 사용한대. ‘하나님’과 ‘개체’는 시간이 존재했던 때부터 서로를 싫어했다고 해. 서로의 차원 사이에 존재했던 차원의벽은 그 어떤 벽보다도 두꺼웠지.

하지만 ‘개체’는 ‘하나님’이 창조했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하나님’이 그 아름다운 세계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대. 그리고 ‘하나님’이 그의 백성들을 버렸을 때 매우 분노했다고 하지. ‘개체’는 우리를 구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대. ‘개체’는 차원의 벽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 사이로 미끄러져서 우리 차원으로 들어왔어. ‘그것’은 ‘하나님’의 버려진 백성들에게 ‘그것’의 영향력을 널리 퍼트리기로 한 거야. 그 책에는 ‘그것’이 이 세상에 가져올 천국의 모습도 묘사되어 있었어.

“성스러운 선물을 받아들이는 자들은 승천하여 영생을 얻으리라. 공포와 의심과 증오와 고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리니. 오직 그들을 무한히 사랑하시는 ‘개체’와 한없이 가까워지리라. ‘그것’과, 또 다른 이들과 온전한 하나가 되어 영원 무궁히 살아가리라.”

하지만 ‘하나님’ 역시 이런 간섭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어. 그래서 우리를 버리고 도망가기 전에 “두려움”이라는 트랩을 파 놓은 거야. (Hadwell 경전에서 ‘하나님’은 항상 겁쟁이로 묘사되어 있어) ‘개체’가우리 세계로 들어올 때, ‘그것’은 자신이 약해졌다는 걸 깨달았어. 우리의 차원이 ‘그것’에게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것’은 자신의 성스러운 역사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이 세계에 거주하는 숙주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 자신의 힘을 숙주와 공유할 수 있으면 이 세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이 부분을 읽을 때 든 생각은 ‘개체’가 그냥 신이고 자시고를 떠나서 기생충 같다는 느낌? 하지만 이 광신도들한테 있어서 ‘그것’에게 선택당한다는 건 꽤나 영광인 듯 했어. 그 ‘승천’이니 ‘영생’이니 하는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약속이 그 사람들한테는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던 모양이지? 그 책에는 그것에 대한 어떠한 부작용 같은 것도 언급되어 있지 않았거든. 그러니까그 사람들은 그냥 막연하게 좋게만 생각했나보지. 소위 ‘승천’이라는 게 뻥이라는 건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만 봐도 너무 뻔히 잘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여튼, 그래서 ‘개체’는 우리 차원의 틈에서 알맞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지. 자신에게 적합한 육체가발견될 때까지. 책의 마지막 부분은 그 방에 걸려 있던 태피스트리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 쓴 거야. 육체가 ‘개체’에 의해 선택을 받을 것이며, 그 육체 속에서 ‘그것’은 가만히 자라면서 힘을 키울 것이다. 육체와 ‘개체’는 “일심동체(Two in One)”라고 불린대. 글쎄… 그 일심동체가 과연 두 인격이 서로 협력해서 움직인다는 건지, 아니면 ‘개체’가 육체의 통제권을 완전히 가져간다는 건지는 모르겠네.

‘그것’이 육체 안에서 충분히 힘을 기르고 나면, ‘개체’는 전 세계로 ‘그것’의 영향력을 퍼트려 나갈 거라고 해. 선택된 사람들은 낙원으로 승천하게 될 것이고, 영원히 ‘개체’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갈 거라는 거지. 모르겠어, 나한테는 그게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그리고 그 감염된 사람들의 망가진 형태랑 그 추한 미소를 보면, ‘영원한 낙원’과는 백만 광년 정도 거리가 있어 보인단 말이야. 영원한 낙원보다는 영원한 고문에더 가까운 것 같은데. ‘개체’라는 건 확실히 세뇌와 조작에 능한 것 같아. 아마 신도 아닐거야. 그 광신도들이 지금쯤 자신들이 이 세계로 그 크리쳐를 불러낸 걸 후회하고 있었으면 좋겠네. 왜냐면 그 책에는 ‘그것’이 육체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주술과 기도문 같은 것들이 쓰여 있었거든.

내 생각에는 그 의문의 ‘육체’가 25년 전에 태어나서 최근까지도 살아 있었던 것 같아. Hadwell 경전 뒤쪽에 출생 증명서가 접혀서 꽂혀 있었거든. 사이비 종교 지도자의 딸, Elizabeth Hadwell. 1989년 Portland에서 출생. 출생 증명서 뒷면에는 “지금까지 기다렸나이다! ‘개체’의 강림을 경배하라! 기뻐하라!”라고 쓰여 있었어.

이 Elizabeth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Liz가 맞는지는알 수 없지만, 난 그렇다고 믿어. Liz 주변부의 인물들부터 감염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잖아? 하지만 그 시카고 시리즈에 Liz가 썼던 말들을 보면, 그러니까 얼마나 Liz가 겁에 질려 있었으며, Alan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었으며, 얼마나 절망하고 있었는지를 보면… 아마 자기가 자기 몸 속에 뭘 넣고 다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것 같아. 너무나 비극적이게도. 아니면, Liz는 모든 걸 알고 있었을지도. 어쩌면 그녀가 존나 슈퍼 악당일지도모르지. 거짓말에 아주 능한 악당. 모르겠어.

내가 왜 이 Elizabeth Hadwell이 Liz라고 이렇게 확신하고 있을까? 그냥 동명이인일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저번 주에 어떤 남자한테서 연락이 왔어. 스스로를 ‘여행자(Voyager)’라고 칭하는 사람이었지. 저번에 시카고 지역 번호로 왔던 문자 기억해? 나보고 학교로 가라고 했던 그 문자? 그는 날 도와주고 싶다고 했어. 그 사람이 Elizabeth Hadwell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Liz가 맞다고 확실하게 말했지. 왜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난 그 사람을 믿기로 했어. 왜냐면 그는 나보다 ‘그것’에 대해서 훨씬 잘 알고 있는 것 같았거든. 다른 글들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고 했어. Jess, Liz, Alan, Lisa, Alex. 심지어 Z도 알고 있다고 했고. 하지만 단언컨대 그를 믿었던 건 지난 한달 반 동안 내가 저지른 수많은 엿 같은 실수들 중에 탑 급에 속해. 그리고 덕분에 Blake는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지.

더 길게 글을 쓰는 건 힘들 것 같아. 언제 또 필름이 끊길지 모르거든. Heather랑 내가 이 모텔 방에 언제부터 틀어박혀 있었는지 잘 가늠이 안돼. 달력을 보니까 내가 저번에 Nosleep에 글 올린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고 되어 있는데, 그럴 리가 없어. 암만 많이 쳐줘도 이틀 이상 지난 것 같지가 않단 말이야. Heather도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기 시작했어. 진짜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기분이야. 확실히 우린 감염됐어. 우릴 찾아온답시고 여기로 오지 않길 바라.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노력해볼게. 하지만 ‘그것’, ‘개체’가 내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걸 별로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그것’이 나를 차지하고 있어. 정확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알 수 있어. ‘그것’은 내 눈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내 몸 속에 꼭꼭 숨어 있어. 아무래도 병이 든 것 같아. 빛을 보면눈이 너무 아파. 입맛도 없어. 하루종일 화가 나 있거나 절망에 빠져 있어. 그러다가 갑자기 웃는 거야. 내가 웃으면 Heather도 따라 웃어. 그리고 둘이서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면서 쉴새없이 히스테릭한 웃음을 막 터트리는거야. 그러고 10 분 있다가 보면 둘이 막 통곡을 하고 있고. 진짜 너무 싫어. 뭔가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것’을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을 내 몸 안에서 내쫓아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 어느 누가 신이랑 싸워서 이길 수가 있겠어.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7),(8)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


뭐야 갑자기 신이라니. 생각보다 너무 스케일이 커지잖아 이거...
뭐 동양에서도 신이 많다고들 하고,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신들은 그냥 심심해서 무당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사에 간섭하기도 하고... 뭐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건 또 다른 이론. 흥미롭잖아!

게다가 Liz가 그 엘리자베스가 맞다면 역시 리즈가 원흉이란 걸까. 정말 알고도 그런 글을 썼다면 악마 중의 악마 아니냐. 여행자는 그렇다면 Alan 등의 또 다른 친구겠지. 그 친구는 어떻게 감염되지 않고 여태 제정신인건지도 궁금해 지는군.

다음 이야기는 내일 가져올게
주말 같이 보내도록 하쟈 ㅎㅎ
불금 잘 보내고!
{count, plural, =0 {Comment} one {Comment} other {{count} Comments}}
Suggested
Recent
아 진짜 빠져들어 읽고있어요 원글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잘 썼네요 ㅎㅎ
이거 실화 맞죠..?
실화가 아니라 미국쪽 괴담같아요
다음편이 너무궁금해요ㅜㅜㅜ
선댓글 후정독ㅋㅋㅋ
👍👍👍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6화
기다린 사람들 있을까 서양 이야기고, 평소에 익숙하던 스타일이 아니라 낯선 사람들도 많을텐데 같이 봐주는 사람들 고마워! 근데 진짜 집중해서 읽으면 재밌는 글이니까 낯설어서 피했던 사람들도 한번 같이 봐보자 정말 재밌어. 내 프로필 눌러보면 1화부터 볼 수 있으니까 보쟈보쟈 ㅎㅎ 그럼 다음 이야기 얼른 들어가 볼까? 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3 지금 뭔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근데 그것 중의 대부분이 내가 Nosleep에 올렸던 것들과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아. 저번 주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것도 벅찬데 이번에 새롭게 일어나는 일들을 너희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야. 하지만 일어났던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차근차근 얘기해 보도록 할게. 그래서 지금 내가 있는 California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업데이트 하는 대신에 (너무 걱정은 하지마. 아직 곰팡이는 눈꼽만큼도 없어. 그냥좀 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뿐.) 한 주 전에 일들로 돌아가보자. 내가 Jess랑 Alan, Liz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기 이전에 있었던 일들 말이야. 경찰서에서 나온 다음에도 여전히 나에게는 반나절이 꼬박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 마을의 나머지를 탐험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어. 난 아파트 빌딩을 확인해 보기로 결정했지. Hillside 아파트는 4층 짜리 건물이었어. 마을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다리랑은 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어.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멀쩡해 보이는, 벽돌로 된 건물이었는데 한 1980년대쯤 지어진 건축 양식 같았어. 뭐 부식 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 이상한 거라고는, 그냥 정문 유리창이랑 건물 유리창이 죄다 까만색으로 칠해져 있었다는 거? 처음에는 내가 마을 표지판을 보고 생각했던 것 처럼, 그게 그냥 까만색 페인트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너희들도 다 눈치 챘듯이 그건 곰팡이였어. 정문은 잠겨 있었어. 문 옆에는 키패드랑 인터폰이 있었는데, 둘 다 켜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나는 뒤쪽 주차장 쪽으로 돌아가서, 먼지 덮인 몇 대의 차를 지나, 장애인 전용 램프가 설치되어 있는 뒷문 쪽으로 걸어갔어. 뒷문은 안에 뭐가 걸려 있는지 안 열리더라고? 문 손잡이는 그냥 수월하게돌아갔고 자물쇠가 걸려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밀어도 꿈쩍도 안 했어. 그냥 건성으로 쇠 지렛대 가지고 여는 시늉만 몇 번 하고 금방 포기해 버렸지. 일 층 앞쪽 창문은 낮아서 기어오르기가 수월했어. 운이 좋게도, 내가 찍은 세번째 창문은 안 잠겨 있더라고. 나는 먼저 내 백팩을 던져 넣고 내 머리부터 집어 넣었어. 썩어가는 블라인드 틈새로 내 몸을 우겨 넣어야 했지. 들어가 놓고 보니까 어떤 집 침실이더라고. 플래시 불빛을 켠 다음에 여기저기 좀 둘러 보고, 내 가방에서 호흡기를 꺼냈어. 아파트 안은 경찰서 지하실보다 훨씬 상태가 안 좋았어. 까만 곰팡이가 바닥을 온통 뒤덮고 있었고, 벽이랑 천장에도 마찬가지였어. 천장 한 구석에서는 무슨 파이프 관이라도 터졌는지 꺼먼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 떨어진 물이 침대 매트리스에 흥건하게 고여 있었어. 가구들은 좀 애매하게치워져 있는 상태였는데 죄다 썩어 있었어. 시커먼 색으로. 나는 침실을 벗어나서 거실 쪽으로 나갔어. 곰팡이만 없었다면 바로 어제라도 사람이 살았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어. 그냥… 버려진 게 아니라 좀 사람들이 어디로 급하게 피난했다는 느낌? 커피 테이블 밑에는 물병들이랑 캔이 굴러다니고 있었어. 그 근처에는 되게 비싸보이는 TV랑 오디오가 있었고. 부엌 카운터에는 접시 몇 개가 놓여져 있었어. 물론 시커먼 오물 같은 걸로 뒤덮여져 있었지. 제일 으스스했던 건 벽에 쭉 걸려 있는가족 사진이었어. 은색 프레임 안에서 활짝 웃고 있는 엄마, 아빠, 그리고 두 갓난 아기. 그냥 거기 그렇게 걸려 있었어. 그들의 행복한 얼굴에 온통곰팡이가 피도록 방치된 채로. 누가 이사를 간 거였다면 당연히 가족사진을 가지고 갔겠지. 백 번 양보 해서 뭐 식기나 전자제품 같은 건 버리고 간다쳐도, 가족 사진을 두고 가? 인간은 가족 사진을 가지러 불 속에도 뛰어드는 족속인데? 난 좀 불안해져서 그 집을 나왔어. 그리고 그 집이 몇 호였는지 확인하려고 뒤돌아섰어. 근데 번호판이 없더라고. 나는 호수를 적어 놓은 곳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불빛을 다 비춰 봤지만 어느 집에도 호수를 표시하는 곳이 없었어. 왜지? 이 마을을 더 많이 조사할수록, 점점 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졌어. 나는 이 아파트를 좀 더 샅샅이 조사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들어갈 수 있는지집집마다 다 확인을 해 봤어.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난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싶었거든. 좀 시간이 지나서 그때의 그 남자가 떠났다는 확신이 들면 다시 경찰서로 돌아가 볼 생각도 했었어. 난 보통 탐사를 할 때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야. 제일 위나 아래쪽 코너에서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쭉, 하나도 빠짐 없이 모든 것을돌아보는 게 내 스타일이지. 그렇게 하면 헷갈릴 일도 없고 뭘 빠트리거나 쓸데없이 갔던 데를 또 가거나 할 일이 없으니까. 이 아파트 빌딩은 어차피 별로 크지도 않았으니까 뭐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어. 제일 걱정이었던 건 이 아파트에 나 말고 또 다른 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였어. 계속해서 그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어. Hillside 아파트 내부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어두운 장소 같았음. 사방이 너무 어두워서, 특히 구석 부분은 거의 무슨 진공처럼 보일 정도로. 플래시불빛을 끄고 보면 내 손바닥을 코 앞에다가 갖다가 대도 하나도 안 보일 정도였어. 토요일 오전 11시였던 거 치고는 진짜 비정상적으로 어두웠어. 아무리 실내라고는 해도 말이야. 로비로 가는 내내 내 부츠에는 유리조각이 계속 바스락거리면서 밟혔어. 천장에 있는 등에 전구는 하나도 없었고, 창문은 죄다 곰팡이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니까, 햇빛이 하나도 안 들어왔지. 내 일차적인 목적지는 계단참이었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있는 모든 집들을 다 살펴봤어. 안 열리는 문은 거의 없었는데, 안에 들어가 본다고 하더라도 처음 봤던 집이랑 별로 다를 게 없었어. 더러워진, 곰팡이 투성이 가구들이랑 꽉 찬 쓰레기통, 고장난 컴퓨터랑 TV 같은 것들. 남겨진 생활의 흔적들이 곰팡이에 의해서 잠식되어 있었어. 사진, 책, 옷가지, 잡지, 보석함….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은 다 남아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정보들 같은 건 희미해져서 하나도 안 남아 있었어. 신문에 적혀 있는 날짜는 문드러져서 하나도 안 보였고, 편지에 남아 있는 이름이랑 주소 같은 것 역시 다 번져서 읽을 수가 없었어. 진짜 실낱 같은 단서 하나도 찾기가 어려웠어. 이 마을이 언제까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는 물증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어. 심지어 년도 정도도 찾을 수가 없었다니까. 이 마을에 한 2012년이나 2013년 정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이곳이 아마 Alan이랑 Liz가 살았던 곳이 맞다는 증거일 텐데. 그렇게 한 집 한 집 들쑤시다 보니 어느 새 로비까지 와 있었더라고. 로비는 너무 커서 내 플래시 불빛이 반대편 벽까지 닿지 않을 정도였어. 난 여기서는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았어. 내가 그렇게 큰 공간에 혼자 있다는 게 좀 불안했거든. 난 서둘러서 “계단”이라고 쓰여 있는 문으로 들어갔어. 이 로비가 내 있지도 않은 광장공포증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어도, 이 아파트는 전반적으로 좀 불편할 정도로 비좁았어. 꼭 벽들이 사방에서 날 에워싸고 압박하는 느낌이어서, 복도를 걸어가면서 난 계속 플래시 불빛을 좌우로 비추면서 복도가 혹시 점점 좁아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했다니까. 거친숨소리가 공기 중을 계속 울리고 있었는데, 그게 내가 내는 소리였다고는 확실하게 말 못하겠어. 계단참을 나서려는데 녹이 잔뜩 슨 기계장치들이랑 시커매진 파이프 같은 것들이 플래시에 비쳤어. 기계 정비 물품들은 바닥 위에 그냥 아무렇게나흩어져 있었어. 저 너머로 보이는 복도 쪽으로 플래시를 비춰보니까 시커먼 어둠에 불빛이 힘없이 스러졌어. 로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으스스함이나를 사로잡았어. 그래서 오른쪽에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가서 좀 더 짧은 복도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지. 그냥 얼핏 보기에는 거기도 다른 곳들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였어. 모든 것들이 확실하게 형체는 갖추고 있었지만 거의 다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중이었지. 거대한 덩치의 기계들이 방의 반 이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 파이프랑 환풍구 통로들이 곰팡이 슨 천장을 얼기설기 가로지르고 있었고. 벽의 한 쪽 구석에는 사다리가 매달려 있었고, 그걸 타고 올라가면 천장에 나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돼 있었어. 내가 보일러 파이프 쪽으로 플래시를 비췄을 때였어. 뭔가 위화감이 드는 거야. 기계장치 뒤에 뭐가 있는 것 같았어. 이리저리 꼬인 파이프 사이로 좀더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잘 안 보이더라고. 근데 뭐가 분명 뒤에 있는 건 확실했어. 결국 뭔지 확인할라고 보일러 뒤로 안간힘을 쓰고 비집고 들어갔어. 뭔지 모를 그것은 곰팡이 더미에 누워 있었어. 곰팡이가 완전 무슨 침대라도 되는 것처럼. 곰팡이가 그렇게 더미처럼 쌓이기도 하나? 그게 뭔지는 당시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지. 근데 나중에 Jess의 글을 읽어 보니까 뭔가 감이 오긴 한다. ‘그것’은 평균적인 사람 사이즈보다는 작았어. 태아자세로 웅크리고 누워 있었는데, 뭔가 쪼글쪼글한 희멀건 다리만 이상한 각도로 그냥 늘어져 있었어. 뭐 발이나 발가락 같이 보이는 건 없었어. 그니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는 거지. 팔도 그냥 기다란 살점 덩어리처럼 되어 있었어. 손은 물론 없었고. 몸통 부분에 갈비뼈가 좀 도드라져 보이기는 했었는데, 다른 디테일한 신체 부위? 같은 건 안 보였어. 그니까 아, 저게 인간이구나 하고 인식할 수 있는 그런 신체 부위들. 배꼽이나 유두, 머리카락 뭐 이런 거. 인간의 살색이라기에는 그리고 너무 창백했고. 차라리 회백색에 더 가까웠어. 시체 색깔처럼. 머리는 완전 대머리였고 볼품없이 말라붙어 있었어. 얼굴은 내 쪽을 향해 있었는데.. 아니 뭐 내가 느끼기에 그랬다는 거지. 그냥 달걀귀신 같은 맨숭한 얼굴에 눈도 코도 없었는데 입은 진짜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컸어. 그리고 웃고 있었어. 겁나 환하게. 진짜 과장 안하고 입이 귀에 걸려 있었어. 이빨은 인간 이빨처럼 생겼는데 아래 위가 하나가 된 그런 형태였어. 적어도 아랫니랑 윗니 사이에 틈이 전혀 없었던 건 분명해. 그걸 보고 내가 어땠겠어. 존나 기겁을 했지. 그 좁은 틈 사이에서 빠져나가려고 버둥버둥거리는 와중에 그것이 움직임도 없고 숨도 안 쉰다는 걸 알아차렸어. 내가 난리를 치고 있는 동안에도 어떤 반응도 없었어. 조금 있다가 나는 그게 죽어 있다는 걸 깨달았어. 난 이제 그만 하고 싶었어. 더 이상 그 건물 한에서 일 초도 있기 싫었어. 난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로비를 후다닥 지나 내가 처음 들어왔던 그 창문으로 돌아갔어. 그 창문을 하도 급하게 빠져나오는 바람에 땅바닥에 쳐박혀서 컥컥거렸어. 경찰서에서 나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난 차 안에서 숨을 골랐어. 그리고는 곧바로 마을을 빠져나왔어. 난 모텔에 돌아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억지로 합리화하려고 애썼어. 그건 아마 인형이었을거야. 아니면 마네킹이던가. 아니면 그냥 석고상이겠지. 그리고 그건 그냥 어떤 애가 미술시간에 만든 존나 망한 과제라고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어.하지만 Jess의 글을 읽고 난 지금은 그게 Jess가 7개월 전에 그 빌딩 지하에서 본 것과 똑 같은 크리쳐라는 걸 알게 됐지. 그때는 물론 움직이고 있었겠지만. 하여튼 그 다음날 나는 San Francisco로 출발했어. 그 이상한 마을에서 멀어지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포기했다는 말은 아니지.당시 난 용기가 없어서 그 마을에서 도망쳤지만, 그렇다고 내가 꼭 솔플만 해야 된다는 법은 없잖아? 내가 뭘 하기로 했는지는 다음 편에 계속 업데이트 할게. 감염된 마을 4 업데이트가 늦어져서 미안. SanFran에서 뭔가 상황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려서… (여기 사람들은 SanFran이라 그러면 되게 싫어하드라ㅋㅋ) 저번에마지막으로 글 올리고 이틀 있다가 내 노트북이 고장나서. 이게 대체 뭔 바이러스인지 아니면 무슨 하드웨어 오류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 마우스 커서가 그냥 지 멋대로 막 돌아다녀. 진짜 되는대로 막 움직이긴 하는데, 계속 크롬이랑 워드에 들어가. 그리고 내가 옛날에 써 놨던 도시 탐험 기록들이랑 지금 쓰고 있는 이 문서들을 계속 열어재껴. 사진 파일도 계속 열고 있는데, 내가 뭐 내 마우스를 전혀 컨트롤 할 수가 없으니까 대체 무슨 사진을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컴퓨터 고장난 게 그 마을 일이랑 뭐 딱히 상관은 없는 것 같지만, 진짜 개 거슬려. 하여튼 그것 때문에 여기 글을한동안 못 올렸어. 지금은 일단 폰이랑 Blake(내 친구임) 컴퓨터를 왔다갔다 하면서 글을 쓰고 있어. 내 컴은 A/S 센터에 보냈으니까 아마 곧 고쳐지겠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른 거슬리는 일들도 있긴 하다? 근데 뭐 지금으로서는 내 몸이나 정신에 아무 이상도 없으니까. 아직 여기에는 곰팡이는눈꼽만큼도 안 보이고. 내 일은 인터넷으로 자택근무를 하는 거라서, 여기에 좀 더 머물기로 했어. Blake는 그래서 집에 붙어있으려고 연차를 써야했지. 그리고 자기 여자친구도 집에 데려오기로 했어. 진짜 솔직하게 말할게. 처음에 Jess랑 Liz, Alan 글을 읽었을 때, 나는 그냥 애들 몇 명이 그 마을을 보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가지고 그냥 진짜 실감나는 무서운 얘기를 지어낸 거라고 생각했어. 지들끼리 짜고서. 곰팡이며, 그 건물들이랑, 지하실에 있는 그 시체… 진짜 초자연적인 현상을 절대 안 믿는 사람이면 이런 것들이 그냥 자연적이고 우연한 일들에 의해서 각각 벌어졌다고 완강하게 생각하게 되잖아. 난 이 마을이 뭔가 감염됐다기보다는지지리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여튼 내가 어느 쪽으로 생각해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어중간한 상태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 같아. 아마진짜 말 그대로 몬스터한테 귓방맹이라도 한 대 맞지 않는 이상 내가 이걸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여기다가 이 글들을 쓰고 나서, 나한테 뭔가 이상한 문자랑 이메일이 왔어. 세 명의 각기 다른 사람들한테. 적어도 지금까지는 세 명. 그 사람들이 내 이메일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네. 어쨌든,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거기 다시 가보는거야. 이번에는 좀 더 장비도 챙기고 사람도 많이 데려가려고 생각중.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낼거야. 일단 나랑 Blake랑 걔 여자친구Heather가 끼기로 했어. 얘랑은 그 마을에 가본 다음에 몇 번 같이 술 마신 적이 있었거든. 둘이 얘기 듣더니 바로 오케이해서 바로 팀이 만들어졌지. 얘네도 Jess의 글을 읽어봤기 때문에 이 일의 리스크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하기로 결정한거지. 오레건을 떠난 뒤로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아. 거의 매일 악몽을 꾸는데,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널 계속 따라오는 그런 악몽이야. 근데 그 와중에 니다리는 잘 안 움직이는 거지. 멜라토닌 (역자 주: 천연호르몬 수면유도제)이랑 보드카로 악몽 문제는 대충 해결이 되긴 했어. 꿈도 못 꾸고 기절하듯이 잠드는 게 악몽보다는 훨씬 낫더라고. 곰팡이에 노출되었던 게 내 뉴런인지 뭔지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끼친 게 아니었으면 하는데. 잡소리는 그만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게. 일단,California에 도착하고 나서 한 이틀 정도 지난 날이었어. 레딧을 하고 있는데/u/helpmenosleep한테 쪽지가 온거야. 모두 잊지 않았겠지만, 이 아이디는 Jess의 아이디야. 시리즈가 다 끝난 다음에,helpmenosleep이랑/u/alanpwtf (역자 주: Alan의 계정)이 댓글 란에 이상한 댓글을 달고 다녔지. 대부분 좀 횡설수설하는 동요틱한 시 구절들 같은 거. 이 사람들 계정 히스토리로 들어가서 보니까 진짜 소름돋더라. 뭔가 자기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걸 막 어필하려는 느낌? 가끔씩 공격적으로 변할 때도 있었어. 그럴 땐 진짜 겁나 화내고. 보니까 helpmenosleep은 댓글 달 때 특정한 패턴이 있더라고. 일단 오타가 진짜 많아. 그리고 무슨 시 같은 걸 찌끄려 놓는데 라임은 하나도 안 맞고앞뒤도 안 맞아. 혹시 몰라서 내가 받은 쪽지 여기다가 올려볼게. 너네가 한 번 무슨 말인지 봐봐. 수신인: 사랑하는Claire 발신인:helpmenosleep >> 이 주 전에 보냄 Ⅰ연ㄴ  O’er the midnight moorlands crying,     한 밤중의 황무지가 울부짖고,  Thro’ the cypress forests sighing,      편백나무 숲이 한숨짓고,  In the night-wind madly flying,         밤바람이 미친듯이 휘날리는 곳에서, Hellish forms with streaminghair;      굽이치는 머리칼을 가진 사악한 것이 태어난다;  In the barren branches creaking,        벌거벗은 나뭇가지들이 삐걱거리고,  By the stagnant swamp-poolsspeaking,   고여있는 늪의 웅덩이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Past the shore-cliffs evershrieking;   해변의 절벽이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를 때;  Damn’d daemons of despair. 빌어먹을 절망의 악마들. II:2II:6 II:15 II:31 V:11, V:35 for V:8 V:22 V:21 V:36 V:37 I:12III:23 V:34 III:15 V:15, III:12, III:37 그를 밎지마 나머ㅓ지를 읽어봐... >싸운는 건 절ㄹ망을 저지를 뿐이야 …응… 이게 그거야. 우리의 곰팡이 친구는 아무래도 시인이 된 것 같네. 난 진짜 영문학에는 문외한인데. 음, 잘은 모르겠지만 내 짧은 안목으로 좀 해석해 볼게. 난 ‘streaminghair(굽이치는 머리칼)’을 보니까 바로 그 다리 밑에서 봤던 여자가 떠올랐어. 그리고 ‘cypressforest(편백나무 숲)’어쩌구운운하는 거는 마을 주변에 숲을 언급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근데 마을 주변에는swamp(늪)나 moorlands(황무지)는 없는데.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리고 그 시 밑에 적혀 있는 숫자랑 로마자는 뭐야? 무슨 암호 같은 건가? 뭔가 로마자:숫자 이렇게 되어 있길래 로마자는 줄 수고 숫자는 단어 수인가?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거든? 그니까 Ⅱ:2이러면 두번째 줄에 두번째 단어 이런 식으로. 근데 그러면 말이 안 되더라고. 딱 봐도 35번째 단어는 없잖아. 뭔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 같애. 아니면 아예 진짜 아무 의미도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 뭐. 아니 누가 이걸 해석하고 앉아있겠냐고.helpmenosleep은 존나 미친 게 분명해. helpmenosleep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내가 여기다가 말했었나?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내 이름은 밝혀졌네. 난 Claire야.안녕. helpmenosleep을 Jess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좀 헷갈려. 마찬가지로alanpwtf를 Alan이나 Liz라고 여기는 게 맞을지 모르겠어. 내 생각에는 이 계정들을 이용하고 있는 게 누구든간에 얘들은 레딧 계정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건 물론이고 폰이랑 컴퓨터를 쓸 줄도 아는 것 같아. 물론 타자는 겁나못 치지만. 얘네가 계속 댓글을 다는 건 그냥 우리를 엿먹이려고 그러는 거 같애.helpmenosleep은 특히 내 호기심을 엄청 자극해서 날 다시 그 마을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 도발, 받아주겠어. 다른 이상한 것도 있어. 내가 두번째로 마을에서 나오려고 차 몰고 가는데 조수석에 뭔가 있는거야. 아파트를 탐험하고 있을 때 내가 차 창문을 좀 열어놨었거든. 그 때 누가 창문을 통해서 뭔가를 흘려넣은 것 같아. 저번에 글 올렸을 때는 이거에 대해서 완전 까먹고 있었지 뭐야. 근데 최근에 내 백팩 뒤지다가 그게 가방 맨 바닥에 있는 걸 다시 발견했어. 그냥 종이 쪽지인데, 모텔에 있을 때는 사진도 찍어놨었어. 일단전문을그냥여기다가옮겨적을게. 이 마을에서 당장 나가.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왜 여기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당장 여기서 나가도록 해. 당신이 다시 여기서 내 눈에 띄면 다음에는 강력하게 대처하겠어. 마지막 경고야, 아가씨. 언젠가는 나에게 고마워하게 될 거야. --당신의 친구가 ㅇㅇ. 이런 애매모호한 경고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 지친다. 접힌 쪽지 뒷면에는뭔가집같은게그려져있고,그옆에는“경고:들어가지말것”이라고적혀있었음.이게뭘뜻하는건지는알길이없지만..하여튼난이쪽지를“증거”파일에다가껴놨어. 너네가 뭐라고 할 지 대충 알 것 같애. Z나 아니면 걔네 조직인 것 같다고 하겠지. 근데 난 별로 그렇게 생각 안 해. 왠지 알려줄게. 내가 삼 일 전에 이메일을 하나 받았거든 To: [내 이메일 주소] From: 알 수 없음  (진짜 ‘알 수 없음’이라고 써 있었음. 난 이메일 보낼 때도 이렇게 발신자 주소 숨길 수 있는지 몰랐어. 자기들 주소를 알려주는 것도 싫고 내가 자기들한테 답장하는 것도 싫다 이거지.) Subject:감염된 마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그 마을을 건드리지 마라. 건드려서 당신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우리는 당신을 구하러 거기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을 것이고 당신에게 도움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Z는 죽었다. R 역시죽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우리는 이제 맞서기를 포기한다. 우리에게는 애초부터 맞설 만한 방법도 없었다. 그저 일시적인 고착 상태만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뿐.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 미안하다. 우리가 더 힘이 있는 것처럼 과장했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약하다. 그것이 이겼다. 이 메일을 인터넷에 올려주면 고맙겠다. 그것이 이제 우리를 찾을 없다는 걸 그것에게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까. 아니, 우리를 찾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언제부터 패배하기 시작했는지 알고 있다. 제발 그냥 우리를 가만히 놔둬라. 아까부터 ‘우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젠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 남은 건 나 하나 뿐이야. Claire,행운을 빌어. 제발 현명하게 처신하길 바라. 그것이 당신이 제일 하지 않길 바라는 쪽으로 움직여: 그냥 그것에 대해서는 잊어버려.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난 다시 연락하지 않을 거야. 그것이 나에게 속삭이는 걸 들었어. 이젠 시간 문제야. 난 아직 내 몸을 컨트롤 할 수 있어. 그리고 Z의 총과 한 발의 총알도 아직 남아 있지. 아직까진 내 고통을 나 스스로 끝낼 수 있어. 그리고 당신의 고통 역시 아직까진 막을 수 있어. 안녕. _ 나 아무래도 자살 메시지를 받은 것 같지… 이거 읽고 나서 진짜 입 안이 썼어. 속도 막 울렁거리고. 불쌍한 ‘알 수 없음’… 내가 뭔가 도울 수 있었으면좋았을 텐데. 하지만 난 ‘그것’ (아까부터 그것이 뭔지 모르겠지만)이 이겼다는 건 인정할 수 없어. 내 결심은 단호하니까 이거에 대해서 나한테 자꾸 뭐라 그러지말았으면 좋겠어. 우리는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낼 거고,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 놓을거야. 그냥 이대로 무시할 수는 없어. 사람들한테 해를 끼치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음 하여튼 일어난 일은 이게 다야. 메시지 두세 개에 악몽도 꽤 꿨지만 아직 곰팡이는 없네. 다른 일이 또 생기면 다시 업데이트 할게. 근데 다음에 글올릴 때는 너네한테 그 마을 갔다온 얘기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댓글은 큰 힘이 돼. 항상 고마워.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3),(4)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_ 아. 저 시를 해석해 주는 댓글이 있어서 가져와 봤어. 저 시는 H.P Lovecraft의 Despair라는 시에서 따온 거네. 총 5개의 연으로 되어 있어. 그 쪽지가 시작할 때 로마자 Ⅰ로 시작하고 있잖아. 그리고 저 인용된 시는 원래 시의 가장 첫번째 연이고. 아마 암호에 나와 있는 로마 숫자는 그 시의 연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 로마자 뒤에 나와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그 연에 있는 단어를 나타내는 것 같아. 예를 들면 II:2는 두번째 연에 있는 두번째 단어인거지. "I remember youths beaming anguish, waiting for the peace of sweet oblivion. The voyager is blindly loathsome, half-knowing, helpless.” “내 어린시절의 찬란한 괴로움을 기억한다.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기다리며. 여행자는 맹목적으로 (가기를) 꺼려 한다. 반쯤은 무지한 채로, 무기력하게.” 그나저나. 들어가지 말라면 더 들어가고 싶은게 당연한 일인데 저런 쪽지를 보내?! Z는 결국에는 포기했구나. 마을이 버려진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저 마을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것은 뭐길래 자꾸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목적이 뭘까. 궁금증은 한층 커져 가고... 다음 이야기는 또 내일 가져올게! 잘 자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7화
오늘은 날이 좀 흐리네. 남쪽 동네는 난리가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올해는 태풍들이 자꾸 찔끔찔끔 찔러 보는구만. 이 태풍 없어졌다 싶으면 다음 태풍이 오고, 걔가 약해진다 싶으면 또 다음. 다들 별 피해 없기를. 이야기 이어서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5 다시 한번, 미국의 모든 사람들이 자고 있을 시간에 글을 올리게 되는군. 하..나란 여자… 우리는 지금 일단 공식적으로는 오레건에 있지만, 마을에는 들어가 있지 않아. 근처 모텔에서 머물고 있는 중이야. 내 생각보다 San Francisco를 떠나는 데 좀 더 시간이 오래 걸렸어. Blake가 직장에서 휴가를 신청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거든. 나는 그 동안 San Fran을 돌아다니면서 관광을 즐겼어. 난 며칠 전부터 잠이 잘 안오기 시작하는거야. 내가 진짜 그 마을에 다시 가고 싶었나봐. 그 마을에 대한 꿈도 꿨어. 꼭 그게 나를 부르기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야. 꿈에서, 태양은 찬란하게 빛나고 거기 있는 모두가 아름답게 미소 짓고 있었어. 뭐 억지로 누가 시켜서 웃는 그런 웃음이 아니었어. 소름끼치게 무슨 괴물처럼 웃는 것도 아니었고. 모두들 너무나 즐겁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그런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 왜, 꿈에서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나오면, 그 사람들이 꼭 진짜 부모님처럼 생기지는 않았더라도 느낌으로 딱 알잖아. 아, 이 사람이 내 엄마구나, 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었어. 꿈속에서는 진짜 너무 평온하고 즐겁다? 근데 딱 깨고 나면 너무 불안하고 불편한거야. 속은 느낌? 그 마을은 진짜 좋을 게 아무것도 없는데, 왜 내 무의식이 계속해서 그걸 긍정적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걸까? 하여튼, 그래서 난 Blake를 졸라서 하루라도 빨리 오레건으로 가자고 재촉했어. Heather랑 같이. 걔는 내가 말한 게 뻥인지 아닌지 되게 확인하고싶어하더라고. 난 심지어 그냥 나 혼자 거기 갈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난 그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거든. 마침내 Blake가 휴가를 얻어 냈고, 우리는 일정을 확실하게 다 짰어. 사람들이 나한테 계속 그 마을 이름이 뭔지, 정확한 좌표는 어떻게 되는지, 아니면 뭐 그 마을이 어딘지 알 수 있는 정확한 디테일이 뭔지 막 물어봐.근데 사실 별로 말해주고 싶지가 않아. 그거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해. 일단 첫번째로, 내가 지금 있는 위치에 대해서 별로 노출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래. 너희가 인터넷 상으로는 굉장히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만났을 때는 또 모르는 일이니까. 다른 이유로는, 이 마을로오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아서야. 난 심지어 지금 Blake랑 Heather를 데리고 온 것도 약간 후회하고 있어. 얘네들한테 이 마을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그건 내가 이 일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이전이었단 말이야. 그리고 진짜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약간 나 혼자 비밀을 알고 싶은 마음도 있어. 적어도 내가 모든 비밀을 다 파악하기 전까지는 누구한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 알아, 내가 좀 썅년처럼 굴고 있다는 거. 하지만 그게 사실인걸. 미안해. 하지만 진짜로 그래. 우리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어두워진 후였어. 그리고 모두들 오랫동안 차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치쳐 있었지. Heather는 그냥 호텔에 가서 짐을 풀고 싶어했지만, 나는 뭔가 탐험을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거렸어. 이성의 화신 Blake는 밖이 어두워도 너무 어둡다고, 나보고 무모하게굴지 말라고 했어. 우리는 그래서 결국 타협을 했지. 마을까지 차를 타고 쭉 한 바퀴를 돌아보되, 차에서 절대 내리지는 않기로. “슈벌…” 우리 차가 다리를 건너자마자 Blake가 내뱉은 말이야. 핸들 너머로 목을 길게 빼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서. “그 감시당하는 기분 구라가아니었구나.” 그건 진짜 과장이 아니야. 목 뒤의 솜털이 쭈뼛거리는 느낌. 사방에서 누군가가 날 주시하는 느낌. 난 뒷자석에 있는 Heather를 흘낏 봤어. 완전 뻣뻣하게 굳어서 창문에 코를 박고 사방을 살펴보고 있었지. 난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그 아파트를 짚어서 알려줬어. 은근 Blake가 살펴보고 가자고 말하기를 바라면서. 당연히 그러지 않았지. 난 지나가면서 아파트 3층 오른쪽 창문을 올려다봤어. 그 쪽지에 까맣게 표시가 되어 있던 곳이었지. 다른 창문이랑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였어. 나는 차를 서행으로 더천천히 몰면서, 목을 쭉 빼서 건물을 더 자세히 살펴봤어. 그 때 뭔가 4층에 있는 창문에서 뭔가가 움직인 것 같았지만 내 착각이었겠지. 난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쳐다봤어. 누가 창문가에 있기라도 한 걸까? 너무 멀었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한 순간 곰팡이 낀 창문 너머로 그림자 같은 게 보였던 것 같은데… 갑자기 Blake가 소리를 지르더니 내가 잡고 있던 핸들을 오른쪽으로 홱 꺾었어. 차가 한 순간 크게 휘청였고, Heather랑 나는 비명을 질렀지. 차는천천히, 시속 20km 정도로 가고 있었지만 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어. 심장이 막 쿵쿵 뛰었어. “뭐야?! 뭔데!!” Blake는 시트에 등을 털썩 기대고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쓸더니 안심한 듯이 웃었어. “아, 고양이. 존나 고양이 새끼가 갑자기 튀어나왔어.” 그리고 피곤한 듯이 눈을 막 비볐어. Heather는 Blake의 뒤통수를 후려치고는 운전하는 사람한테서 핸들을 막 움직이면 어떡하냐고 엄청 혼냈지. 나도 걔 어깨를 살짝 쳤어. Blake는 자기의 놀라운 반사신경이 없었다면 우리 차가 아기고양이를 치고 말았을 거라며 자기한테 감사하라고 했지. 나도 솔직히 우리가 그러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Heather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 고양이가 혹시 곰팡이 투성이에 이상하게 생기지는 않았냐고 했어. Blake는 아니라고, 그냥평범한 고양이었다며 확실하게 말했어. 난 아마 그게 길냥이일거라고 생각했지. 그 마을에는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였으니까. 우리는 다시 웃으면서 차를 몰았어.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내가 저번 업데이트 때 한번 언급한 것 같긴 한데, 마을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어. 열린 문 너머로는 어둠에 잠긴 내부가 훤히 보였지. 뭔가 소름돋는 장면이었어. 그 왜, 드라마에 나오는 안전하고 따뜻한 마을 공동체를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단 말이야. 열린 문들이 “어서 들어와” 하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나는 Blake가 내 옆 자리에 앉아서 안절부절 못 하는 걸 눈치챘어. 손가락을 막 튕기면서. 얘도 탐험하는 거 어지간히 좋아하거든. 그리고 그 열려 있는 집들은 진짜 탐험하기에 너무나 쉬운 상대였으니까. 그냥 휙 들어가서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을 그냥 고대로 들고 나올 수 있는 거잖아. 문을 딸필요도 없고 창문으로 기어 올라갈 필요도 없이. 너무 만만하지. 난 호기심 때문에 진짜 돌아버릴 지경이었어. 난 옆에 나 있는 샛길로 차를 몰았어.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 혹시 모를 사람의 흔적이나 뭐 집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전혀 발견할 수 없었어. 어떤 집 마당에는 집이랑 울타리 사이에 빨랫줄이 늘어져 있고, 거기에는 옷들이 그냥 그대로 방치되어있었어. 물론 다 너덜너덜해지고 해져 있었지. 먼지투성이 차들이 먼지투성이 차고에 주차되어 있었어. 어떤 차는 심지어 앞에 후드가 열어젖혀진 채였어. 바닥에는 공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어린이용 자전거가 막 잔디밭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잔디는 무릎 높이까지 자라 있거나 아예 다 죽어있거나 했어. “진짜 개 이상하다. 무슨 사람들이 죄다 한 순간에 하던 거 내려놓고 그냥 어딘가로 떠나 버린 거 같애.” Heather가 말했어. “사람들이 다 어디로 대피했을지도 몰라.” Blake는 거기에 이렇게 대답했어. 그러더니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북동부 사투리를 막 섞어가지고 “석탄이땅 속에서 계속 불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그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시게 되면, 딱 죽는거야.” 이러는거야. 난 웃었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친해지는 계기가 됐던 그 공포 영화(랑 게임)를 인용해서 말한거거든. (역자 주: 사일런트 힐) 난 그 영화를 진짜 사랑하지만, 거기 나오는 광산 지대의화재랑 삼각두 크리쳐는 이 마을이랑 상관이 없는 것 같지. 다행히도. “우리 이제 가자.” Heather가 살짝 진저리를 치면서 말했어. 어휴, 겁쟁이. 난 한숨을 한 번 쉬고, 좌회전을 두 번 해서 우리가 왔던 길로 다시 나가기로 했어. 하지만 코너를 도는 와중에 나는 브레이크를 급하게 한 번 더 밟아야만 했어. 두 사람이 인도를 걸어가고 있었어.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근데 밤 열한 시였는데. 우리 쪽에서 멀어지고 있는 방향이라서 앞 모습은 못 봤는데,한 사람은 지저분한 드레스 위에 후드 티를 입고 머리에 후드를 쓰고 있었어.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튼 여자였던 것 같아. 그 여자는 빼빼 마른 창백한다리에 맨발이었어. 다른 사람은 키가 큰 남자였던 것 같아. 가죽자켓에 머리 색은 어두운 갈색이었어. 남자는 옆의 여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꼭 껴안은 채로 걸어가고 있었어. 천천히. 그들은 우리의 존재를 금세 알아차렸어. 헤드라이트가 남자의 등을 비추자마자 그 남자가 등을 돌렸고, 그가 우리 차를 발견하자마자 옆의 여자를 데리고 재빨리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 집들과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사이로. 그래서 그 사람들의 얼굴이 어땠는지는 자세히 볼 수가 없었어. 여자 쪽은 다리를 절고 있었어. 꼭 경련하는 것 같았어. 팔다리가 서로 싱크가 잘 안 맞는 것처럼. 그래서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서 빨리 움직일 수가없었지. 나무들 틈으로 사라지기 직전에, 남자가 여자를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어서 뛰기 시작했어. 꽤나 민첩한 동작이었지. 난 그들을 쫓아서 차를 몰아 뒤편으로 가봤지만, 다시 찻길로 나오지 않더라고. Blake는 차에서 내려서 그들을 쫓아가는 걸 완강하게 거부했어. 너무어둡다는 거지. 사실 맞는 말이었지. 우리는 뭔가 무기 같은 게 없었거든. 그리고 그 사람들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컸고. Heather는 빨리 마을에서나가자고 재촉했어. 난 다리 쪽으로 차를 몰았어. 가슴이 술렁거리고 있었어. 저 마을에서 대체 누가 사는 걸까? 노숙자들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는 사람들? Jess나 Liz나 Alan 중의 하나일까? 차를 타고 쭉 돌아보면서, 이 마을이 아직도 돌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어. 마을이 버려졌다는 증거는 너무나 충분했지. 그저마을이 버려진 지 충분히 오래되지 않았을 뿐.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마을에 아직 남아있을 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난 곳에 끝까지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어. 대부분 실의에 빠져서 무기력하게 거기 남아 있거나, 아니면 자기가 그 마을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다는자부심 때문에 남아 있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뭣 때문이건 간에, 그렇게 남아 있다는 건 좀 소름 돋는 일인 것 같아. 우리가 모텔에 돌아갈 때까지 그 외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아, 이거 빼고.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잠깐 창문을 열었었어. 뭔가 여기 들렀다가 무사히 돌아간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했고, 담배가 진짜 간절하기도 했었거든. 뭐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 Blake도 내가 뭔가를 눈치채자마자 뭔가를 느꼈나봐. 곧바로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밖으로 쭉 빼서 두리번거리더라고. 음, 공기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 건 당연했어. 그건 전에 거기 갔었을 때도 충분히 느꼈던 거였고. 하지만 저번에 갔을 때 내가 놓쳤던 건, 이 마을이얼마나 조용한지였어. 난 차를 다리 위에 세우고 귀를 기울여서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어. 벌레 우는 소리도,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도,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안 들렸어. 심지어 바로 밑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순간 내가 진공 속에 있는 건가 하고 착각할 정도로,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고. Blake는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얹고, 뒷자리에 있는 Heather를 돌아봤어. 그리곤 속삭였지. “출발해.” 난 악셀을 밟았어. 우리가 모텔에 다시 돌아와서 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난 담배를 피러 주차장에 나갔어. Blake도 거기 있었지. Heather는 방에서 샤워를 하고있다고 했어. 둘이 같은 방을 썼거든. “Heather를 무섭게 하고 싶지 않아. 걔는 그냥 이 모든 상황에 완전 겁먹은 것 같아. 다시 그 마을에 돌아가고 싶지가 않대. “글쎄… 너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거지?” 내가 물었더니 Blake는 씩 웃었어. “당연하지. 난 엄청 궁금하단 말이야. 근데… 지금 내가 하는 얘기 Heather한테는 얘기하면 안돼. 너도 내 말에 놀라 자빠지면 안된다?” “난 이미 내 스스로가 너무 놀라 자빠질 지경이야.” “음, 그래.” 그러더니 Blake가 갑자기 목 뒤를 긁으면서 막 눈동자를 굴리는거야. 불안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는데. 난 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거냐고, 무슨 일이냐고 캐물었어. “알았어. 우리가 다리에서 멈췄을 때 기억나지. 그 때 내가 난간 쪽을 봤거든. 그니까 다리 난간. 거기 뭐가 있었어. 난간 위에.” “뭐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뭔가 식물 같은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곰팡이 종류 같은. 아마 그럴 거야. 근데 그때 봤을 때 왜 그렇게 놀랐나면… 그게뭔가 손? 같이 생겼었거든. 하얗고, 뼈 밖에 안 남은 손. 그게 난간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어. 누가 다리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처럼. ” 그 말을 들으니까 소름이 확 돋더라고. 다리에 가까이 갔을 때 난 누가 다리에 매달려 있는 건 전혀 못 봤었어. 근데 아마 각도 때문에 안 보였을 수도있으니까. 난 내 방에 가서 혼자 자는 것도 이젠 무섭다고 막 그랬지. Blake는 어깨만 한 번 으쓱했어. “우리가 존나 그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가봐. 거의 세뇌 수준이야. 머리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니까. 그냥 나뭇가지 같은 거였을거야.” “손 모양으로 생긴 나뭇가지.” “그치. 존나 쩌네.” Blake는 Heather가 잠들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랑 같이 밤을 샜어. 밤 새서 이 글을 같이 썼지. 하여튼, 우리한테 일어난 일은 이게 다야. 곰팡이랑,사실은 버려지지 않은 버려진 마을이랑, 사람들이 막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다시 업데이트 할게. 감염된 마을 6 17일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내가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어. 지역 번호를 보니까 오레건에서 온 거였어. 새벽 한 3시 반쯤 온 것 같더라고. 너희한테 보여줄라고 캡쳐해왔어. 문자 보면 갑자기 뜬금없는 데서 대문자가 쓰여 있지. 모아 보면 “I AM HE(내가 바로 그야)”가 되는데… 이 사람 수수께끼 너무 좋아한다 진짜. 보고 뭔가 빡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 오레건에서 온 번호니까아마 그 마을에서 온 전화인 것 같은데… 이거 보낸 사람이 helpmenosleep이거나 alanpwtf이라면, 왜오타가 없는 거지? 그 사람들이 보낸 거 치고는 너무 깔끔하게 써 놨어. 또 다른 문자도 왔었어. 그건 시카고 지역 번호로 온 거야. Alan이 시카고에 갔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거기서 산 적은 없다고 알고 있거든? 그니까 아마 Alan 번호로 온 건 아닐거야. 이 문자는 아침 6시 27분에 왔었어. 내가 일어나기 한 세 시간쯤 전에. 이것도 캡쳐해놨어. 난 보자마자 Blake랑 Heather 방으로 달려가서 문자들을 보여줬어. 둘 다 그런 문자는 못 받았대. 낮에 그 마을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다리에 다시 차를 세우고 Blake가 그 때 말했던 손을 찾아보기로 했어. 차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바로 어제의 그 숨막히는 침묵이 느껴졌어. 무슨 다리가 거대한 결계의 경계라도 되는 것처럼, 거기를 기점으로해서 공기가 완전 달랐어. Heather는 모르는 척 했지만, 난 우리가 걔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 걔는 내가 쓰는 글들을 안 읽거든. 너무 무서워서 못 읽겠대. 난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뭐 나뭇가지든 괴물이든 아무것도 없었다고. 나는 Blake를 따라서 다리 아래로 내려가봤는데, 개울이 거의 다 말라 있더라고. 근데 개울 가 쯤에 해가지고 뭔가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흔적이 있었어. 담요랑 슬리핑 백이랑, 거의 무너져가는 텐트랑, 꺼져가는 모닥불이랑. 누가 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길 떠난 지 얼마 안 된 거 같았어. 재 밑에 숯이 그때까지도 빨갛게 타고 있었거든. 난 그 전날 봤던 두 사람이 거기서 사는 건가 하고생각했지. 그 가죽자켓 입은 남자랑 옆에 여자 있잖아. 나는 제일 처음으로 고등학교부터 가보고 싶었어. 그시카고에서 온 문자가 언급했던대로 말이야. Heather는 싫어했지. 나한테 계속 그게 함정일지도 모르는데, 거기 갔다가 공격당하면 어떡하냐는거야. 난 걔 말을 어찌 됐던 간에 따르기로 했어. 고등학교는 대신 그 다음날 가보기로 했지. 내일은 쟤가 그냥 모텔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희들한테는 Heather가 굉장히 이성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그냥 겁쟁이로 보일 뿐이었어. 모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우리는 고등학교로 가는 대신에 저번에 내가 제대로 못 봤던 그 아파트로 다시 가보기로 했어. 내가 들어갔었던 그 창문으로 똑같이 들어가서, 우리는 모두 호흡기를 꼈지. 나도 호흡기를 끼고 내 머리를 뒤로 넘겼어. 나 빼고 Heather랑 Blake는 둘 다 머리가 짧거든. 아파트는 저번에 갔을 때랑 똑같앴어. 무겁고, 어둡고, 소름 끼치는 공기. Blake는 가장 먼저 지하실에 가서 내가 봤던 그 시체? 하여튼 그 몸을 보고 싶어했지. Blake가 있으니까 뭔가 든든하고 용기(라고 쓰고오기라고 읽는다)가 샘솟는 것 같았어. 얘가 옆에 있으면 항상 그런 버프가 생기는 듯. 그래서 주저 없이 바로 내려가기로 했지. Heather는 굉장히 겁에 질린것 같았어. 벽에서 최대한 떨어져서 자기 자신을 끌어안고 있었어. 우리가 무슨 괴물한테라도 공격당할 거라고 확신하는 포즈였지. 근데 로비를 지나면서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안심이 됐나봐. 지하실까지 가는 동안에 서로를 돌아보면서 속삭이고 하니까 그냥 다른 보통의 탐사들이랑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진정이 됐어. 난 대체 내가 저번에 어떻게 여기 혼자 올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지.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 바닥은 계속 삐걱삐걱거렸어. 밑으로 내려앉고 있는 거였겠지. 전날 밤에 봤던 그 사람들이 건물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신경이 곤두섰어. 계단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탐사 장소 중 하나거든. 예의 그 방에 들어가서 나는 저번에 봤던 그 보일러를 손가락질했어. 저 뒤에서 그 시체를 봤다고. 그걸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거기로 비집고 들어가지는 않았지. 한번으로도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Blake는 그 좁은 틈 사이로 몸을 끼워넣고 플래시 불빛을 비췄어. “어디?” 좀 있다가 그렇게 물어보더라고. “음, 이 쯤에.” 난 보일러 뒤쪽 한 군데를 찍어서 말해줬어. 어떻게 그걸 발견하지 못할 수가 있는지 의아해하면서. 그냥 휘 둘러봐도 눈에 확 띄는 비주얼이었는데. “그 까만 덩어리 비슷한 거 위에 있잖아.” “아무것도 없는데?” Blake가 보일러와 벽의 틈 사시에서 나와서 고개를 저었어. 나는 확인하러 서둘러 그 안으로 들어갔어. 없었어. 진짜로. 검은 곰팡이 덩어리가 좀 커진 것 같았지만, 그거 빼곤 그 위에는 텅 비어 있었어. 그게 죽은 게 아니었던 걸까?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죽어서 거의 미라가 된 상태였단 말이야. 난 사진을 몇 장 찍었어.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지하실에서 사진 되게 많이 찍었거든? 근데 건진 건 이거 세 장 밖에 없어. 나머지는 그냥 뿌옇고 까맣게 나와서 알아볼 수가 없더라고. 첫번째 사진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게 보일러야. 지하실로 들어가는 문에서 바로 찍은 거야. 두 번째도 똑 같은 위치에서 똑같이 찍은 건데 무슨 이유에선지 첫번째 것보다 훨씬 선명하게 나왔더라고. 맨마지막에 있는 사진은 내가 말했던 그 까만 덩어리 같은 거야. 그거 찍을라고 한 25번은 셔터를 누른 거 같은데, 유일하게 뭔가 알아볼 수 있게 나온 사진임. 그냥 완전 평범하게 플래시 다 켜고 찍은 건데. 그 다음으로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기로 했어. 내가 강력하게 그렇게 하자고 했거든. 거기까지 계단으로 쭉 올라갔는데, 아주 길고 어두운 여정이었어. 밀실 공포증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음. 3층 복도 역시 다른곳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썩어가고 있었지. 대부분의 곰팡이들이 천장에서부터 시작해서 벽을 타고 점점 밑으로 퍼지고 있었어. 걸을 때마다 발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버석거리고 밟혔어. 3층에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집들이 꽤 있었는데, 호수 번호판이 있는 집은 하나도 없더라. Blake가 어떤집에 플래시 불빛을 비췄어. 안에 모형 기차 세트가 있는 집이었지. Blake는 바로 그 집으로 들어갔어. Heather가 따라 들어갔지. 나는 따라가지 않고 혼자 움직이기로 했어. 난 복도 끝 쪽으로 가서 그 쪽지에 까맣게 표시되어 있던 그 집을 찾았어. 왜, 그 첫째 날내 차 조수석에 누가 놔두고 갔던 그 쪽지 있잖아. 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겨 있지는 않더라고. 난 안으로 들어갔어. 바깥에 있는 복도 쪽에 벽을 보면 곰팡이가 드문 드문 있는 정도였는데, 그 집 안에 벽을 보니까 완전 새카맣더라고. 난 거실로 향하는 짧은 복도 쪽으로 걸어갔어.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 창문에 걸려 있는 블라인드는 거의 다 썩어가지고 행거에서 떨어질락 말락 하고 있었지. 한 쪽 벽에는 평면 스크린 TV가 놓여 있었고, 맞은 편에는 회색 빛으로 곰팡이가 슬어 있는 소파가 있었어. 소파 한쪽 팔걸이에 노트북 컴퓨터가 하나 있더라고. 노트북도 누가 한참 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죄다 썩어가고 있었어. 내 가방에서 여분의 후드집업을 하나 꺼내서 노트북을 잘 감싼 다음에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어. Jess의 글에 언급되어 있는 그 침실로 들어가봤어. 매트리스가 뒤집혀 진 채로 벽에 기대어져 있더라고. 밑에 쪽에는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 있었어. Jess가 말했던 그 환풍구는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작았어. 한 15센티 높이에 30센티 너비 정도? 곰팡이가 거기서부터 벽을 휘감으면서 나오고 있었어. 입구 주변에는 곰팡이가 훨씬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난 다시 거실로 나와서 뭔가 흥미로운 게 있나 살펴봤는데, 별 거 없더라고. 난 다시 문으로 나가려고 했어. 그 때 그 소리가 들렸어. 쿵, 슥…. 쿵, 슥…. 존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랑 똑같앴어. 소리가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어. 나는 Blake를 크게 부른 다음에 그 소리가 어디서 나고 있는 건지 열심히 찾았어. 쿵, 슥…쿵, 스슥… 아무리 애를 써도 소리가 존나 어디서 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 모든 방을 뒤져봤지만, 소리는 거실에서 가장 크게 들리고 있었어. 나는 Blake를 다시 한번 불렀어. 아무 대답도 없었어. 갑자기 엄청 크게 쿵! 하는 소리가 났어. 난 재빨리 앞 문으로 가 봤어. 문이 굳게 닫혀 있었어. 패닉에 빠져서, 나는 정신없이 문을 열려고 애썼어. 잠겼어. 방 안에 갇혔다고! 내가 손을 덜덜 떨면서 잠김장치를 풀려고 안간힘을 채 쓰기도 전에, 뭔가가 금속을 내리치는 듯한 거대한 소리가 울려퍼졌어. 기겁을 하고 뒤로 돌았더니, 벽 높은 곳에 달려 있는 환풍구 커버가 우그러져서는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거야. 팔 하나가 벽에 난 구멍에서 튀어나왔어. 밀랍처럼 희멀건, 빼빼 마른 팔 하나가. 길고 이리저리 뒤틀린 손가락이 허공을 움켜쥐고 있었어. 그리고 이어서 또다른 팔 하나가 나와서 구멍 아래의 벽을 여기저기 더듬기 시작했어. 다른 팔로는 옆에 벽을 짚고 나오려고 힘을 쓰면서. 그리고 마침내 머리가 나왔을 때, 나는 그제서야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 비명을 지를 수있었어. 내가 지하실에서 봤던 그 얼굴은 아니었지만, 비슷한느낌이었어. 하얗고 야윈 얼굴에 찢어질 듯 웃고 있는 입. 감겨 있었지만 눈도 있었어. 아니, 감겨 있다기보다는 눈꺼풀이 서로 붙어있기라도 한 느낌이었어. 머리카락도 있었어. 정수리에서 짧은 몇 가닥만 남아있기는 했지만. 고개가 불가능한 각도로 왼쪽으로 꺾여 있었어. 그것 때문에 그 좁은 공간에 몸을 우겨넣고 있을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환풍구 주변을 손으로 다 치우고 나서, 그것이 갑자기 홱 움직였어. 고개를 쭉 빼고 거꾸로 구멍에 매달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눈은 뜨고 있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었다고. 목이 180도로 꺾여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자세였어. 난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어. 그 끔찍한 미소라니…. 난 나에게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 크리쳐에게서 가까스로 시선을 떼고 문 손잡이를 움켜잡았어. Blake가 문 반대편에서 나무 문을 쾅쾅 두들기면서 미친듯이 고함을 치고 있었어. Heather가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어. 잠금장치를 어떻게든 풀려고 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어. 난 절망적으로 소리를 한번 지르고 뒤를 흘낏 쳐다봤어. 그것은 어느새 어깨까지 구멍에서 빠져나와 있었고, 그 앙상한 가슴도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어. 그리고 천천히 벽을미끄러져 내려오기 시작했지. 그것은 땅을 향해서 팔을 뻗었어. 여전히 나를 향해 그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면서. 난 잠금장치를 잡고 있는대로 힘을 줬어. 맙소사, 마침내 딱 하고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어. 엉엉 울면서, 나는 문을 열어젖히고 Blake에게 달려가서 안겼어. Blake는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그것을 발견했어. “씨발 이게 뭐야?!” Heather는 비명을 질렀지. 그는 나를 잡고 그것으로부터 멀리 떨어트려놨어. 그것의 팔은 이제 땅에 닿아 있었어. 그 뒤로 비틀리고 빼짝 마른 다리가 환풍구 구멍에서 스르르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었고. 그리고 우리에게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어. Blake는 그 전에 문을 쾅 닫아버렸어. 우리가 차까지 어떻게 도망나왔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 차에 올라타자마자 다리 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지. 나는 조수석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Blake는 운전을 하고 있었어. 한 손으로는 내 어깨를 다독이면서. Heather는 내 뒤에서 나를 껴안아주고 있었지만 그 애 역시 애처롭게 떨고 있는 상태였어. 내가 그 집에서 가져온 노트북은 여전히 내 후드에 감싸진 채로 내 무릎에 놓여 있었어. 우리는 다시 모텔로 돌아왔어. 그리고는 각자 길고 긴 샤워를 했지. 그 때 입었던 옷들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어. 거기 갔을 당시에 장갑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를 직접적으로 만지지는 않았지만, 그게 충분한지는 잘 모르겠어. 어쩌면 벌써 늦었을지도모르지. 그 이전에 충분히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Blake가 삼층에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왔는데, 모두의 예상과 다르지 않게, 제대로 뭐가 나온 건 이거 한 장 밖에 없어. 아파트 벽에 있던 곰팡이를 클로즈업 해서 찍은 거. 꽤 실망스럽지. 근데 우리한테 있는 건 이게 다야. 난 우리한테 일어난 일을 최대한 빨리 업데이트 하려고 노력하고 있긴 한데, 뭔가 집중하기가 힘드네. 거기 갔다온 다음부터 너무너무 피곤해. 그리고 잠도 잘 안와. 밤에 한 몇 시간 밖에는 잘 못 자. 잠을 자면 항상 불안하기 짝이 없는 꿈을 꿔. 이렇게 쓰면 너희가 그게 감염된 증상이라고 할 것 같긴 한데, 나도 이제 내가 진짜 감염된 걸까봐 무서워. 한 번 잠이 들면 항상 그 얼굴이 나타나. 여기를 떠나는 게 안전한 일인지 이젠 모르겠어. 나머지 일들은 다음 글에 계속 올릴게. 이걸 시작하고 처음으로 아예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드네.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5),(6)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_ 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날 찍었는데도 어떻게 찍으면 사진이 나오고 어떻게 찍으면 안나오는걸까. 곰팡이가 움직이기라도 해서 렌즈를 막기라도 하는걸까? 도대체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걸까. 다리에 매달려 있던 그 하얀 손은 또 뭐고, 마을을 걷고 있던 그 사람들은 또... 도통 모를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군. 다음 이야기는 역시, 내일이겠지? ㅎㅎ 내일도 같이 보쟈. 잘자!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5화
Alan이 그렇게 되고, Liz가 마지막 글을 쓰고서 시간이 좀 지난 후 다시 레딧에 관련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어. 이번엔 제3자. 우리나라로 치면 폐가 체험을 즐기는 사람이 흘러 들어온거지. 가지 말라는 곳에 굳이 가는 사람들, 아니 가지 말라고 하면 더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 사람의 이야기로 다시 그 마을의 이야기가 드러나게 돼. 어떻게 된 일인지 계속 같이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1 나는 자칭 모험가야. 난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장소에,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것들을 찾아가는 일을 좋아하지. 난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서 내가 대부분 하는 일은 도시의 버려진 장소들을 탐험하는 일이야. 그리고 그런 곳들을 사진으로 찍는 거. 내가 레딧에서 보통 활동하는 곳은 /r/abandonedporn이나 /r/urbanexploration같은 곳들이지만, 여기서 거기를 언급하지는 않을게. Nosleep에 글을 쓰기 위해서 계정을 하나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아마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어. 아마 내 신조를 nosleep 여러분들도 잘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더 으스스할수록 더 좋다”는 모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팟은 버려진 폐 정신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들이야. 이런 곳들에는 보통 무시무시한 전설 같은 게 따라붙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이런 곳들을 다니면서 한번도 귀신 같은 걸 본 적은 없어. 적어도 저번 주 까지만 해도 난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건 하나도 안 믿었어. 내가 nosleep을 일 년 넘게 눈팅하다가 드디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 nosleep에 맨날 상주하고 있거든) 저번 주에 여행하다가 이상한 일을 겪어서야.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바깥 바람이 좀 쐬고 싶었거든? 그래서 San Francisco에 사는 내 친구네집에 기분 전환하러 가기로 했어. 내가 사는 해변 도시 (아마 어딘지 대충 눈치 챌 수 있을거야) 에서 거기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12시간 정도 쭉 달려야 돼. 근데 난 혼자 드라이브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계획을 짤 때 바다가 보이는 그런 비포장도로를 거쳐가도록 방향을 잡았어. 조그만 마을들이랑 숲 같은 데가 군데군데 보이는 그런 길들 있잖아. 거기다가 길 가다가 멋있는 오두막집이나 조그마한 레스토랑 같은 데를 발견하면 꼭 들렀어. 그래서 San Francisco까지 가는 내 여정이 엄청나게 길어졌지. 일단 첫 날에는 한 예닐곱 시간 정도 달렸던 거 같애. 해질 때쯤 해서 묵을 곳을 찾았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건 텅 빈 도로랑 나무들 뿐이었어. 폰으로 근처에 어디쯤 호텔이 있는지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기 싫었어. 난 우연을 좋아하거든. 난 그냥 내가 남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 확실하면 족했어. 그쪽으로쭉 가다 보면 언젠가는 문명 도시를 만나게 되어 있었을 테니까. 해가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지고 있을 때쯤 해서는 가볍게 비가 좀 내리고 있었어. 이맘 때쯤 해서는 항상 이런 비가 내리곤 했었지. 난 길에서 잠깐 시선을 떼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더듬어서 찾았어. 그리고는 밖이 너무 어두워졌다는 걸 깨닫고 헤드라이트를 켰지. 그러고 앞을 보자마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어. 비 때문에 내 차가 몇 미터 정도 미끄러졌지만 다행히도 콘크리트 벽에 내 차를 꼴아 박기 바로 전에 차를 세울 수 있었어. 뭐 경고판 같은 것도 없었고 “앞에 길이 막혀 있음” 뭐 이런 표시판 같은 것도 전혀 없었어. 그냥 낮은 콘크리트 벽 네 개가 진짜 뜬금없이 서 있었다니까? 그게 차선 두 개를 다 막고 서 있었어. 내가 제 때 보지 않았으면 제대로 정면충돌했을 거라고. 난 시속 70km로 달리고 있는 중이었단 말이야. 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차를 갖다 박았을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숨을 골랐어. 아마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거야. 여기로 오는 두 시간 동안 차는 한 대도 못 봤으니까. 처량하게 찌그러진 통행 금지 표지판에는 숲 사이, 길 오른쪽으로 나 있는 우회 도로를 이용하라고 써 있었어. 아마 그 도로를 타면 다시 고속도로로 돌아가게 돼 있었겠지. 하지만 내 시선은 이미 그 벽 너머에 나 있는 도로로 가 있었는걸. 그 길 위에는 어떤 인공적인 건축물도 보이지 않았고, 내가 지금까지 줄곧달려왔던 그 도로와 마찬가지로 되게 낡아 보였어. 결정을 내리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천천히, 통행금지 사인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벽 옆에 나 있는 자갈길로 차를 몰았어. 꽤쉽게 방벽을 돌아서 갈 수 있었지. 한 삼십 분쯤 달렸나? 그래도 건물이라던가 사람 같은 건 하나도 안 보였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나는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어. 그래도 그건 내 호기심만 부채질 할 뿐이었어. 이 막힌 길 끝에는 뭐가 있는 걸까? 언덕을 하나 넘으니까 건물 몇 개가 저 멀리 보이더라고. 그리고 길 옆에는 나무로 된 표지판이 있었어. “____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가 이름을 내 임의대로 안 써 논 게 아니야. 나도 이 마을 이름이 뭔지 궁금하다고. 글씨를 전혀 읽을 수가 없었어. 그 표지판 아래쪽은 까만색 페인트 같은 걸로 칠해져 있었어. 페인트가 아니라 무슨 덩굴식물 같은 거였나? 어두워서 잘 안 보였는데, 하여튼 그 나무 표지판 아래 쪽은 완전 다 긁히고 찢기고 너덜너덜했어. 야생동물이 지나가다가 그렇게 해 놨나봐. 근데 자세히 보니까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흔적도 있었어. 그 까만 페인트 위에다가 힘을 줘서 꾹꾹 눌러 쓴 거 같은 거였어. 나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플래시 불빛을 비춰봤어. “들어와” 이상하지. 그래도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야. 지금까지 흉가 탐험하면서 이거보다 더 한 낙서도 더 많이 봤으니까. 이걸 보니까 내 심장이 흥분돼서 막 뛰었어 나는 마을 안 쪽으로 차를 몰았어. 그러고서 마음 속으로 몇 군데를 점찍어 놨지. 텅텅 비고 어두운 건물들. 특히 경찰서. 창문이 모조리 다 깨진 곳에다가 임시로 판자를 덧대 놓았는데 길바닥에 아직도 유리 조각이 즐비해 있더라고. 집들은 다 문 경첩이 다 부서져 있었고 셔터는 우그러진 채였어. 식료품 가게 입구에는 가로등이 음산한 초록색으로 켜져 있었어. 아파트 창문은 그 표지판에 있던 그 얼룩 같은 까만색으로 다 칠해져 있더라고. 나가고 싶어서 속이 근질근질할 지경이었지만 난 차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밖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난 점점 피곤해지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난 혼자였고 이 마을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었어. 그냥 무작정 들어갔다가 안에 누가 있으면 어떡해. 난 플래시 하나 밖에 없었다고. 그게 문제였어. 보통 버려진 장소에 가면 한 오십 년 정도 사람이 안 산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문이랑 창문에 덧대어져 있는 판자나 간간이 들어오는 가로등 같은 걸 보면 이 마을은 무슨 바로 어제까지 사람이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건물들도 비교적 멀쩡해 보였고 석조 같은 것들도 전혀 바스라지지 않았고.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건 그랬어. 어디에나 있는 그 까만 페인트를 제외하고서는 낙서 같은 것도 전혀 없었어. 건물 양식도 꽤 최근 것인 것 같았어. 이게 진짜 버려진 마을일까?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게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차들은 다 주차장에서 먼지를 뽀얗게 얹은 채로 서 있었고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았어. 이건 그냥 내 망상인 것 같은데, 그 “들어와” 표지판을 지나고 난 다음부터는 사방에서 누가날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표지판에 써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이었지. 나 때문에 방해를 받을 사람은 아무도 이곳에 없는데도. 아 그 냄새도 있었어. 좀 희미하기는 했지만 내가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계속 있었던 거야. 오래된 흙 같은 냄새. 왜 지하실 같은 어둡고 축축한 데서 나는 냄새 있지. 곰팡이! 맞아, 곰팡이 냄새였어. 나는 차 속도를 높여서 이 마을을 지나 계속 남쪽으로 가기로 결심했어. 이 근처에 어딘가 머물 곳을 찾은 다음에 아침에 다시 탐험 장비를 갖춰서 여기 와야지. 그 아파트 건물이랑 경찰서 건물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 예전에 경찰서를 가본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을의 남쪽 끝에 있는 다리를 막지날 때였어. 건물들을 뒤로 하고 이제 막 숲으로 진입하려는 차였는데, 그 때 누가 다리 밑 개울 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걸 본 거야. 진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 난 마을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단 말이야. 난 차를 멈췄지만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통에 그 여자(여자였던듯)를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어. 그 여자는 진짜 진짜 진짜 말랐었어. 거의 기아 수준? 어두웠지만 그건 확실하게 보였어. 그리고 눈에 띄게 절뚝거리면서 걸어가더라고. 머리가 거의 다 벗겨져서 완전 대머리 같았는데 정수리 부근에만 되게 가는, 막 바스라질 것 같은 갈색 머리카락 몇 뭉치가 붙어 있었어. 근데 되게 길었다? 거의 어깨를 넘어서는 길이였어. 옷은 그냥 몸에 간신히 걸쳐져 있는 수준이었고. 난 그냥 입을 헤 버리고 그 여자를 잠깐 보고만 있다가 그 여자가 사라지고 나서 속력을 높여서 다리를 건넜어. 여자는 내 쪽을 보지는 않았어. 내 차 헤드라이트가 그 여자를 비추고 있었는데도. 저 여자를 도와줘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는데, 곧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뒤를 이었어. 나는 혼자인데다가 몸을 보호할 아무런 장비도 갖추지 않은 여자라고. 그리고 저 다리 아래에 누가, 또 뭐가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노릇이고. 이럴 땐 직감대로 가는 게 현명해.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예의 그 콘크리트 벽을 다시 봤어. 그리고 고속도로로 통하는 또 다른 우회도로가 있었고. 꼭 이 마을을 다른 곳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서 콘크리트 벽을 세운 것 같은 느낌이었어. 왜지? 난 고속도로 근처에 있는 모텔에 짐을 풀었어. 옆에 주유소도 하나 딸려 있더라고. 거기서 밤을 보낸 다음에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거기 가보기로 했지. 난 San Francisco에 있는 내 친구한테 신나서 전화를 걸어서 내가 뭘 발견했는지를 설명해줬어. 그리고 하루정도 더 늦을 것 같다고도 얘기했어. 그 마을 밖으로 나가고 나니까 불안한 기분이 한결 가시더라고. 그 마을이 겁나 조용하고 으스스한 데다가, 그 여자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이상해 보였지만 고속도로가 거기서 한 오 미터도 안 떨어져 있다는 걸 안 다음에는 좀 안심이 됐어. 고속도로가 바로 지척이니까 뭐 들락날락 하는 별난 사람들도 많겠지. 마을에 무단으로살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노숙자들 상대하는것도 모험의 일부니까, 뭐. 그래서, 난 다시 거기로 가봤어. 거기 간 다음부터는 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아마 다음에 쓸 내용부터 너희들도 알게 될거야. 내가 이걸 다른 데도 아니고 왜 nosleep에 써야 했는지. 이번 글에 쓴 이야기가 별로 재미 없어도 이해해 줘. 나 구글에다가 ‘오레건에 있는 버려진 마을’이라고 쳐봤는데 아무것도 이 마을이랑 일치하는 곳은 없더라고? 이런 장소에 대해서 혹시 알고 있는 사람 있어? 뭔가 버려진 것 같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마을. 내가 이름을 알려줄 수 없는 건 진심 미안하게 생각해. 감염된 마을 2 지난 며칠 동안 내 친구랑 San Francisco에서 여러분들이 써 준 댓글들 다 읽어 봤어. 정말 고마워! 너네 진짜 똑똑하다. 확실히 너희가 알려준 그 시리즈에 나와 있는 마을이 내가 가 본 거기인 것 같아. Jess랑 Alan, Liz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 솔직히 좀 걱정도 된다. 여기 링크를 걸어 둘게. Jess의 이야기 Liz 와 Alan의 이야기 근데 문제는, 그 마을로 가지 말라는 너네 조언을 내가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거지. 내가 거기 갔다온 건 벌써 일주일 전이니까..? 난 지금 아무런 곰팡이의 징후 없이 안전하게 San Francisco에 있어. 저번에 글을 마칠 때 우리의 용감한 히로인은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다시 그 버려진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었지. 난 모텔 옆에 있는 주유소 직원한테 그 마을에 대해서 물어봤어. 옛날에는 그 길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들이 되게 많았는데 요즘에는 별로 없어졌다고 그러더라고? 그러고는 그 길이 그냥 폐쇄되어 버렸대. 원래 거기 표지판도 좀 더 많았고 폴리스 라인도 몇 개 붙어 있었대. 그 콘크리트 장벽에경찰차 한두 대가 와서 서 있는 것도 봤대. 그 직원한테 그 마을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했어. 되게 이상하지 않아? 고작 삼십 분만 가면있는 마을인데 이름을 몰라? “그 위로 올라가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 사람이 내 등 뒤에다 그렇게 말하더라. 고맙네. 나만의 종말의 예고자(역자 주: 아마 게임인 듯)라니.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챙겼어. 플래시, 여분의 배터리, 장갑, 곰팡이나 석면이 있을까봐 N95 호흡기도 준비했어. 그거랑 밧줄이랑, 글로우 스틱도 겁나 많이 준비했고, 조명탄 몇 개랑, 구급상자랑 스위스 군용 나이프까지. 아 물통도 여러 개. 나의 사랑 쇠 지렛대도 챙김. 좀 무겁기는 해도진짜 쓸 데가 많아. 막힌 문이나 창문 같은 거 뚫고 들어갈 때. 근데 진짜 결정적으로 내 카메라를 집에 놓고 왔어. 전날 밤에 그걸 깨닫고 진짜 고통스러웠어… 어떻게 여행을 가면서 카메라를 안 챙길 수가 있지? 분명 가방에 넣은 것 같았는데. 아마 내 침대에 고이 놓여져 있을거야. 혼자 외로이.. 불쌍한 카메라같으니. 그 마을 사진을 전날 몇 장 폰으로 찍었는데 하나도 안 보여. 그땐 너무 어두워서 그랬나보다 했어. 하여튼. 첫번째 탐험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 그 다리를 건너자마자 그 시선이 바로 느껴졌어. 사방에서 느껴지는 그 시선. 그리고 그 곰팡이 냄새도.희미하지만 진짜 영원히 날 것 같은 냄새. 내 첫번째 목적지는 경찰서였어. 정부 건물에 임의로 침입하는 거에 대해서 살짝 좀 고민했지만 고민이 길지는 않았어. 난 그때 굉장히 열정적이었거든. 이 마을은 어쨌거나 버려진 마을이니까. 경찰서 뒤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댔어. 옆에 먼지 쌓인 경찰차 한 대가 있더군. 건물은 경찰서라기보다는 그냥 마을 보안센터 같았어. 어두운 색깔로 칠해진, 단층짜리 건물. 그리고 지하도 있었어. 뒤쪽 창문은 앞에보다는 좀 덜깨져 있었는데 때는 좀 많이 껴 있었어. 까만 얼룩이 모서리마다 묻어 있었는데, 밝은 데서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 그게 곰팡이인걸. 근데 이제까지그런 곰팡이는 본 적이 없었어. 일단 정문으로 들어가보기로 했어. 혹시나 사람이 안에 있을지도 모르잖아? 근데 잠겨 있었어. 그래서 다시 차 댄 대로 가서 뒷문으로 돌아갔어. 뒷문은 쇠로 돼 있었고, 당시 기억하기로는 단단히 닫혀 있었어. 그래서 별로 기대를 안 했었거든. 그래서 만약 안 열리면 창문을 지렛대로 뜯어 보기로 계획을 마음 속으로 세운 다음에, 코너를 돌아서 건물 뒤 쪽으로 갔어. 뒷문은 열려 있었어.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깜빡였어. 그냥 열려 있었다니까? 내가 그게 열려 있었다는 걸 모르고 지나쳤다고는 믿기 어려웠지만, 그냥 무시했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엄청난 곰팡이 냄새가 나를 엄습했어. 나는 가방에서 N95 호흡기를 꺼낸 다음에 꼼꼼하게 썼어.그 다음 문이 닫히지 않도록 무거운 돌로 지쳐 두고 난 다음에 안으로 들어갔어. 복도로 들어가니까 바로 내 오른쪽에 화장실이 있었고 내 왼쪽에는 구금실과 비품실이 있었어. 복도 끝에는 사무실들이 많이 모여 있었어. 문도 엄청많고 파티션들도 쭉 있었고. 북동쪽 코너에는 조그만 감방 세 개가 있었어. 동쪽에 있는 철제 문으로는 리셉션이랑 대기실이 통해 있었어. 온통 먼지투성이였고 소리도 굉장히 먹먹하게 들렸어. 귓구멍을 휴지 같은 걸로 틀어막았을 때처럼. 내부는 외부와는 달리 굉장히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 있었는데, 페인트가 벽에서 죄다 벗겨져 있었고 전등들은 다 박살이 나 있었거든. 카페트는 구석으로 다 쑤셔박아져 있었고. 창문에 난 곰팡이는 내가 평소에 보던 곰팡이들이랑은 많이 달랐어. 구석진 곳에 뭉쳐서 시커멓게 자라다가 그게 점점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는 거야.주변을 다 잠식해 들어가면서. 그게 곰팡이인지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보기에는 곰팡이같이 보여. 어떻게 보면 식물 같이 생기기도 했어. 근데 냄새는 확실히 곰팡이야. 나는 그 곰팡이와의 모든 물리적인 접촉을 피하려고 애썼어. 벽이랑 천장에는 곰팡이가 없었어. 그냥 창문에만. 난 복도 끝에 있는 사무실 영역 쪽으로 향했어. 뭔가 되게 기괴했는데, 꼭 그냥 백주대낮에 사람들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일하던 걸 그냥 버려두고 어딘가로 가 버린 것 같은 느낌? 사무실 책상에 사진 액자들 같은 게 그냥 그대로 있었으니까. 종이랑 파일들은 바닥에 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는데, 서랍에는 종이들이 일하던 것 그대로 그냥 쌓여 있었어. 썩어가는 자켓이 썩어가는 의자에 얌전히걸쳐져 있었어. 문들은 거의 다 잠겨 있었어. 감옥도 잠겨 있었고. 텅 빈 채로. 경찰서에서 별로 볼 게 없어서 좀 실망하고 있었어. 로비를 돌아다니다가 경찰서 앞쪽 창문이 왜 깨져 있는 건지를 알아냈어. 창문 양 옆 벽들에 총알 구멍들이 오소소 나 있었고 바닥에는 탄피가 굴러다니고 있었어. 창문 아래쪽 벽에는 갈색으로 말라붙은 피자국이 낭자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체는 없었는데. 전에 여기서 뭔가 범죄가 벌어졌을 지도 모르지. 뭔가 영화 같은 일이 있었을지도 몰라. 사진을 진짜 찍고 싶었는데, 전에 말했던 대로 잘 안 됐어. 그냥 까맣게만 보여. 아니면 그냥세피아 톤으로 엄청 뿌옇게 보여. 그때 뭔가가 내 왼쪽에서 움직였어. 뭔지 보지는 못했는데, 종이 움직이는 소리랑 카펫 위로 뭐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어. 난 그대로 얼어붙었어.그 쪽으로 불빛을 비추고 “거기 누구 있어요?”하고 소리쳤는데 아무 대답도 없었어. 심장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어. 다시 한번 누구 있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 그냥 바스락거리는 소리 뿐. 소리는 커다란 리셉션 책상 뒤에서 나고 있었어.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불빛을 그 쪽으로 비췄어. 소리가 딱 멈췄지. 아무것도 없었어. 그냥 회전의자 하나랑 전화기 하나 뿐이었어. 책상 밑에는 어두워서 안 보였고, 리셉션 책상 오른쪽에 있는 문은 잠겨 있었어. 이쯤에서 나는 그 소리가 그냥 동물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해 버렸어. 뭐 너구리 같은 거. 너구리 존나 싫음. 너구리들은 존나 사악한 똥덩어리들이야. 그 귀여운 얼굴에 속으면 안됨. 어쨌든간에 나는 걔를 그냥 혼자 놔두기로 결정하고 지하실로 내려가기로 했어. 전에도 몇 번 계속 말했지만, 이 마을에서는 뭔가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그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서 내 등 뒤로 지하실 문이 닫혔는데, 그 뒤로 뭔가 그런 기분이 10배는 더 강해졌어. 당시에는 그냥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데, 나는 고작 이 플래시 하나에 의지해야 해서 그런 느낌이 드나보다 했지. 밑으로 내려갈수록 손상된 정도가 더 심해졌어. 천장이 전부 새까맣게 뒤덮여 있었고, 환풍구 구멍도 마찬가지였어. 심지어 곰팡이가 벽 아래로 스며?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시커먼 물이 밑으로 막 뚝뚝 떨어졌다고. 돌아다니다 보니까 어느 벽에 머리 없는 세 명의 인간 형태가 매달려 있는 거야. 진짜 미치도록 깜짝 놀래가지고 식겁했었는데 다시 보니까 오래된 방호복이 매달려 있는 거더라고. 오물들로 잔뜩 뒤덮여 가지고. 헬멧은 발치에 그냥 버려져 있었어. 누가 이 밑에다가 허접한 실험실 같은 걸 만들어놨어. 파일 캐비닛 사이에다가. 반대쪽 벽에 썩어가는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 현미경 같은 거랑 유리관이랑 2013 맥 노트북도 있었어. 거기 있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역시 곰팡이 투성이였지. 그대로 거기 멈춰 섰어. 이렇게 최신 건물인데 이렇게 손상 상태가 심하다고? 2013년 형 맥 노트북인데? 일년 된 게 아니라 진짜 한 삼십년은 된 컴퓨터 같았다고. 현미경 옆에는 파일이 있었어. 흰 곰팡이가 잔뜩 펴서 거의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뭔가 글씨가 잔뜩 쓰여 있었어. 대충 몇 줄 쯤은 알아볼 수 있었어.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징후”라던가, “초기 증상”같은 것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 이제 막 파일을 좀 본격적으로 보려는 참이었는데, 계단 맨 위에 있는 문이 쾅 하고 열렸어. 헉 하고 뒤로 돌았지. “이리 올라와!!” 누가 위층에서 소리질렀어. 남자 목소리였는데, 굉장히 탁하고 찢어지는 목소리였어. 톤은 굉장히 공격적이었는데 뭔가 화가 났다기보다는 겁에 질린 목소리? 그걸 듣는 내 심장은 진짜 바닥까지 뚝 떨어지는 것 같았어. 내 손전등 불빛이 그 위까지 닿지 않아서 누군지는 볼 수가 없었어. 내가 그 위에 좀 더 가까이 갔을 때 거긴 아무도 없었어. 이제 그만 그 건물에서 나가고 싶어져서 난 계단을 한번에 두 개씩 막 올라갔어. 메인 현관에는 아무도 없었어. 그게 날 안심시키는 동시에 혼란스럽게 만들었어. 그 남자는 어디로 간 거지? 어쨌든 상관 없었어. 난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문제에 얽히기 싫어서 뒷문으로 재빨리 뛰어갔어. 근데 문이 닫혀 있었어. 이번엔 확실했어. 나 말고누가 이 건물에 있다는 게. 나는 뒷문 쪽으로 열심히 뛰었지만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어. 문이 잠겨있을 거라고 반쯤 확신하고 있었는데 너무 쉽게 열리는거야. 나는 내가 문을 지쳐 놨던 그 돌을 지나서 내 안전한 피난처인 차로 돌아왔어. 그때 그 마을을 떠났어야 됐던 거 같아. 나한테 소리 질렀던 그 남자 때문에 너무 예민해져서 그 경찰서 탐험을 만족스럽게 마치지를 못했단 말이야. 그 로비에 있던 오래된 범죄 현장 같은 그 핏자국도 날 그리 만족시키지는 못했어. 간에 기별도 안 갔다고. 거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게 지하에 있던 그 실험실이랑 무슨 연관이 있을까? 난 마을을 더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아파트 돌아봤던 얘기는 다음에 마저 쓰도록 할게. 진짜 분위기만 따져서는 내가 가봤던 곳 중에서 최고로 무서웠어. 한 편을 온전히 할애해야 다 쓸수 있을 것 같아. 모두들 도와줘서 고마워, nosleep!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1)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_ 인간의 욕심이란... 저 정도 되면 이제 가지 말아야지 싶은데 만족스럽게 탐사하지 못했다고 더 돌아 본다니 ㅠㅠ 그나저나 마을이 완전 버려지게 된거구나. 아무도 없다니. 다들 어디로 간걸까, 어디에 있는걸까. 그 - 사람이었던 - 것들은 온통 어두컴컴한 곰팡이 속에 숨어 있는 걸까. 그러면 그 소리친 남자는 누구인걸까. Z인가...? 궁금증을 안고, 내일 또 올게! 더우니까 오늘도 낮에! ㅎㅎ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9화
다들 뭐하고 있어? 심심하면 나랑 같이 이걸 보도록 하쟈! 1편부터 봐야 재밌으니까 1편부터 링크 걸어줄게 ㅎㅎ 1화 http://vingle.net/posts/2651957 2화 http://vingle.net/posts/2651982 3화 http://vingle.net/posts/2652083 4화 http://vingle.net/posts/2652107 5화 http://vingle.net/posts/2652119 6화 http://vingle.net/posts/2652128 7화 http://vingle.net/posts/2653546 8화 http://vingle.net/posts/2653678 그럼 9화 들어가 볼까? _____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9 Heather랑 난 너희들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밖에 나가서 햇빛을 좀 쬐기로 했어. Heather가 특히 굉장히 좋아하더라고. 너희들이 너무너무 똑똑한 것 같다며. 근데 내 생각엔 햇빛 쬐는게 별 도움이 안 됐던 것 같아. 약간 흐린 날이었는데도, 햇빛 때문에 눈이 굉장히 따가웠어. 그리고 나갔다 들어온 다음에는 너무 지쳐가지고… Heather 말로는 자기는 기운을 좀 차린 것 같다고 하더라. 아예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닌가봐. 우리는 매일 한두시간 씩 나가서 볕을 좀 쬐기로 했어. 적어도 매일 정신을 차리고 있기 위해서라도. 우리 둘 다 기억이 드문드문 끊기기 시작했어. 한 번 필름이 끊길 때마다 점점 기억 못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글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예전처럼 손가락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지가 않아. 오타가 좀 있더라도 양해해 주길 바라. Blake가 병원에서 돌아왔어. 여전히 진통제와 항생제를 달고 살긴 하지만. 우리 둘은 모텔 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얘를 돌보고 있는 중이야. 우리 방에 다른 사람은 들어올 수 없도록 확실히 하고 있어. 뭐 방 치우는 사람이라던가 그런 사람들도 절대 못 들어오게 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런 청소 서비스라던가 다른 호텔 서비스가 아예 제공이 안 되고 있다는 거지. 이 호텔이 뭐 별 달린 호텔도 아니고, 굉장히 영세한 모텔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체크인 한 이후로 리셉션에 사람이 있는 걸 못 봤거든. 로비에도 아무도 사람이 없어. 그냥 서비스가 안 좋은 건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건지 모르겠어. 더 이상 죄책감을 느낄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Blake가 왜 병원에 입원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설명해볼게. 시간 순으로, 알지? 일단 우리가 그 고등학교 지하에 있던 비밀 방에 들어갔던 때부터 설명을 해야겠네. 내가 Hadwell 경전을 집어 들었던 거 기억하지? 그걸 집어들고 나서 책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거의 내가 책에 손을 대자마자 우리 뒤쪽에 있는 터널에서 발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거든. 명확하게 다리를 저는 발자국 소리. 그 소리는 시커먼 어둠을 뚫고 다가오고 있었어. Blake랑 나는 숨을 죽인 채, 그 어둠 속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어. 너무 어두워서 존나 개뿔도 안보였지. 그리고, 순식간에 방 문이 쾅 하고 닫혔어. 저번 그 노트북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둘이 그 방 안에 갇힌거야. 난 문에 가까이 서 있다가, 놀라서 펄쩍 뛰는 바람에 방 중앙에 있던 단에 부딪히고 말았어. 단 위에 있던 것들이 와장창 무너졌지. 그 바람에 촛불도 꺼졌고. Blake는 플래시를 더듬어서 찾았고 나는 그 와중에도 그 가죽 양장 책을 꼭 붙들었어. 여기까지 와서 뭔가 중요해보이는 문서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 그 책을 읽고 나서 그게 얼마나 잘한 일이었는지 곧 깨달았지만. Blake는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었어. 주먹으로 문을 쾅쾅 때리고 있었지. 엄청 세게 때리고 있어서, 저번에 있었던 그 나무 문은 어떻게 부서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을까 의아할 정도였지. 하지만 이 문은 강철로 되어 있었고, 밖에서 아주 단단히 잠겨 있었어. 난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빽빽한 어둠을 불안한 마음으로 둘러봤어. 꼭 어디 무덤 속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었다고. Blake는 한바탕 쌍욕을 퍼붓고는 뒤돌아서 나를 붙잡고 꽉 껴안았어. 우리 둘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부둥켜 안고 있었지. 둘이 그러고 있으니까 한결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어. 뭔가가 밖에서 문을 박박 긁는 듯한 소리가 났어. 그리고 숨죽인 히죽임 같은 것도 들렸어. 쉭쉭거리는 웃음소리. 밖에 있는 뭔가가 우리를 비웃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그 어둠 속에서 얼마 동안이나 서로 껴안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러고 있는 내내 문 뒤에 있는 그 뭔가는 계속해서 문을 긁어댔고 웃어댔어. 우리는 쓰러진 단 근처에 앉아 있었고, Blake는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라서 플래시 불빛을 비춰댔지. 그 손톱으로 긁는 소리와 발을 질질 끄는 소리는 진짜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어. 어느 순간 나는 너무 토할 것 같아서 내 머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눈을 감았어. Blake가 잠시 일어나서 방을 살펴보는 동안, 난 그렇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 벼라별 생각이 다 들더라. 심지어 그냥 이대로 포기하고 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았지. 갑자기 Blake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나를 잡아끌었어. 나가는 길을 찾았다는 거야. Blake가 다 쓰러진 단 뒤에 있었던 두번째 태피스트리를 찢었어. 그랬더니 그 뒤에 커다란 구멍이 나왔어. 우리 둘이 기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구멍이었지. 나는 너무나 안도한 나머지 울음을 터트렸어. 그리고 먼저 들어간 Blake를 따라서 그 구멍으로 들어갔어. 우리 둘 다 그 구멍이 어디로 통하는 건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어. 그냥 그 좆 같은 방에서 나가고만 싶었으니까. 우리가 들어간 그 구멍은 그냥 흙바닥이었는데, 갈수록 점점 경사가 급해지고 있었어. 우리는 최대한 빨리 안으로 기어들어갔어. 하지만 얼마 가기도 전에 갑자기 뒤에서 그 비밀 방의 문이 쾅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났어. Blake는 나를 자기 앞으로 떠민 다음에, 다급하게 “빨리 가! 빨리!” 하고 속삭였어. 뒤에서는 그 크리쳐가 발을 질질 끌면서, 하지만 사뭇 빠른 발걸음으로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어.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기어들어갔던 그 터널은 점점 넓어지고 있어서, 허리를 살짝 굽힌 채로 뛰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 흙바닥은 거친 돌바닥이 되어 있었고. 우리를 뒤쫓아오던 크리쳐 역시 우리를 따라 터널로 들어왔지. 그것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터널 안을 가득 채웠어. 난 그것이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 내뱉는 숨소리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어. 정신없이 도망가고 있었기 때문에 플래시 불빛을 뒤쪽으로 비출 새도 없어서, 내 뒤를 볼 여유조차 없다는 게 날 미치게 만들었어. 그게 어디까지 왔는지 보려고 어깨 너머로 힐끗 본 순간, 난 벽에 부딪혔어. 바로 코앞에, 너무도 단단하고 야속한 벽이 그냥 불쑥 솟아 있었던 거야. 그 앞에서 그 괴물이 우리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Blake에게 매달려서 그냥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었어. 그 때 Blake가 뭔가 소리치고는 내 엉덩이 쪽을 붙들고 날 위로 번쩍 들었어. “그거 잡아!” 난 한껏 팔을 뻗어서 벽면을 열심히 더듬었어. 손에 뭔가 금속 막대 같은 게 잡혔지. 사다리였어. 끝부분이 땅에서 한 150cm 정도 높이로 떨어져 있는 사다리. 내가 힘겹게 몇 칸 올라가자 Blake는 훌쩍 뛰어서 어렵지 않게 사다리에 올라올 수 있었어. 원래부터 힘이 그렇게 셌던 건지, 아니면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몸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건지는 모르지. 뭐 상관 없었어. 아직도 어둠 속에서 그 크리쳐가 우리를 바싹 뒤따라오고 있었으니까. 뭔가를 미친듯이 웅얼웅얼거리고 있었어. 그냥 알 수 없는, 언어같지 않은 그런 말들을. Blake가 나중에 나한테 말하기를, 분명 그게 자기 청바지 밑단을 붙잡은 것 같아서 있는 힘껏 발길질을 했는데 아무것도 발에 걸리는 게 없었대. 사다리를 계속 올라갔더니 천장에 무거운 문이 하나 달려 있었어. 분명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열지 못했을거야. 하지만 당시 내 몸엔 아드레날린이 흘러 넘치고 있었고, 어떻게 간신히 문을 열고 밖으로 엉금엉금 기어나왔어. Blake가 나를 뒤따라 기어나왔고, 바로 문을 닫아 버렸어. 자갈이 깔려 있는 통로였어. 학교 건물 바로 옆에 나 있는 통로. 우린 밖으로 나온 거야. 거기 안에 들어가 있는 동안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어. 우리 등 뒤로 달이 떠오르고 있었지. 깊은 안도감이 내 전신을 휘감았어. 난 Blake와 눈을 마주쳤지. 우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조그맣게 웃기 시작했지만, 이내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어. Blake는 닫힌 문 위에 대자로 널브러진 채로 크게 웃었고, 나는 배를 움켜쥐고 낄낄거렸어. 그때까지도 Hadwell 경전을 놓치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나왔다는 사실이 날 더 크게 웃게 만들었지. 그 때 Blake가 누워 있는 바로 밑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어. 누가 주먹으로 철문을 후려친거지. 우리는 식겁해서 곧장 거기서 벗어나기로 했어. 짐을 다시 추스리고, 우리는 앞을 막고 있는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 서둘러 뛰어갔어. 가볍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난 자유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지. 왜냐면 뭔가 중요해보이는 책이 내 수중에 있고, 그 책 때문에 그 크리쳐가 우릴 끈질기게 쫓아 왔었잖아? 그건 우리가 뭔가 이 모든 상황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어? 난 그렇게 한없이 낙관적으로만 생각했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책 속에 뭔가 비밀이 있긴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은 건 아니었지. 하지만 그 순간에는 마치 우리가 이긴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 마치 아까의 그 사건이 우리의 마지막 시련이라도 된 것 같았다고. 난 바로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를 좀 더 살펴보기로 결정하고 내 폰을 꺼내서 학교 사진을 좀 찍어보기로 했어. Blake도 자기 카메라를 꺼내서 몇 장 찍었지. 걔 카메라로는 뭐가 나오긴 하더라. 아마 우리가 곰팡이랑 살짝 떨어져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내 건 별로 뭐가 선명하게 나오진 않았어. 이거 세 장빼고는. 첫 번째 사진은 학교 서쪽에서 이층이랑 삼 층을 찍은 사진이고, 두번째랑 세번째는 우리가 처음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 썼던 비상계단을 찍은 거야. 세 장 다 밑에 담배가 같이 찍혔네… 미안. 당시에 담배가 진짜 간절했었거든. 그리고 확실히 난 사진 찍는 데 재능이 없나봐. 내가 저 사진들 찍는 동안, Blake는 아까의 그 통로 쪽에서 사진을 계속 찍었어. 그때는 별 말 안했는데, 나중에 들으니까 우리가 탈출했던 그 터널 쪽에서 계속 발소리가 들려서 그쪽으로 가봤대. 그랬더니 그 인도 쪽에 뭔가가 있었다는거야. 바닥에 계속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길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을 피해서 그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거지. 그러더니 그 크리쳐가 똑바로 일어나서 자기 쪽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난간 위로 기어올라가서 벽 높은 곳에 나 있었던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가버렸대. 다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간거지. 나는 Blake가 그것을 마주하자마자 바로 도망치지 않고 사진이나 찍고 앉아 있었다는 걸 알고 무지 화를 냈어. 하지만 Blake는 그것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자기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대. 이게 걔가 찍은 사진들이야 사진을 다 찍고 나서, Blake는 나를 차 안에 들어가게 했어. 그리고 차를 몰아 다시 모텔로 돌아갔지. Heather가 엄청 불안해하면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돌아왔으니까. 나는 모텔에 돌아오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했어. rjtwlzbt@guerillamail.com에서 이메일이 하나 와 있더라고. GuerillaMail은 나도 잘 알지. 왜, 그럴 때 있잖아. 어떤 사이트에 가입하고는 싶은데 그 사이트로부터 스팸메일은 받고 싶지 않을 때. 그 때 이메일 란에 GuerillaMail 주소를 썼었지. 고딩 때 많이 쓰던 방법이었어. 거기 이메일 주소는 일회용인데다가, 한 번 쓸 때마다 랜덤으로 주소를 배정해주니까, 다시 회신을 받을 수가 없는거지. 나한테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다시 답장을 받는 걸 꺼려하는 듯 했어. 이게 그 전문이야. 복붙할게. Claire. 아마 나에 대해서 그렇게 신뢰가 가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한 번만 믿어봐. 밑지는 장사는 아니니까. 나는 Alan이랑은 아주 친한 친구였어. 그리고 지금 Elizabeth는 점점 미쳐가고 있지. 레딧에 올라와 있는 곰팡이 관련 시리즈를 다 읽어봤어. Alan이 그랬던 것처럼, 난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손가락 빨고 있지는 않을거야. 그렇다고 내가 Alan처럼 무모하게 달려들거라는 뜻은 아니고. Alan은 내 가장 친한 친구 중에 하나였지만, 걔는 항상 너무 순진했어. 난 무신론자야. 하지만 만약 당장 내일이라도 신이 우리 집 문 앞에 딱 나타나서 자기한테 경배하라고 하면 난 그렇게 할거야.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봤자 나만 손해잖아? 그래서 난 총을 샀어. 그리고 지금은 총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야. 자기 자신을 기만하려고 하지마, Claire. 여기에는 어떤 치료 방법도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내 추론에 의하면, ‘그것’은 사람들의 몸을 빌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몸은 총알구멍이 나면 움직일 수 없지. None of this following-me-around-watching-me-shit you pulled on Alan and Jess. 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인데, 난 무슨 영화에 나오는, 이런 일을 숱하게 겪어 본 상남자 뭐 그런 건 아니야. 오히려 난 이 일을 겪기 전까지 싸움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강함과는 거리가 먼 그런 남자거든. 내 전공은 컴공이었어. 중간에 자퇴하기는 했지만. 하지만 크툴루 신화가 (역자 주: Lovecraft 소설에 등장하는 신화적 세계관. Hadwell 성경에 나와 있는 창세기와 비슷한 점이 있음) 책을 뚫고 나와서 진짜가 되어 버린 이 지경에 코딩은 별로 쓸모가 없더라고. 근데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뭔지 알아? 실제로 겪어 보니까, 조심스럽게 머리를 굴리는 편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아. Nosleep은 양 날의 검이야. 그곳의 많은 사람들이 올리는 글들이 날 지금까지 안전하게 지켜줬어. 그들이 올리는 많은 정보들을 통해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너의 글들을 보고 이 일에 대해서 알게 되는 걸 마냥 시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인 거지. 하지만 그 ‘다른 사람’에, 네가 이 일에 대해서 몰랐으면 하는 그런 사람들도 포함이 된다는 걸 명심해. 그냥 조심하라는 거야. 근데 이 메일은 받는 즉시 nosleep에 올려줬으면 해. Elizabeth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뭔지 알았으면 좋겠거든. 이건 너한테 말하는 거야, Liz. 너가 다시 nosleep에서 활동하고 있다니 매우 기쁘네. 난 너가 helpmenosleep이랑 alanpwtf 이 두 계정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걸 알아. 그리고 니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을 엿먹이면서 얼마나 즐거워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지. 내가 널 잡으러 갈 거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 개년아. 지옥에 분명 너 같은 배신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거야. 넌 사람들이 니가 그냥 우연히 이 모든 상황에 휘말리게 된 거라고 믿길 바라겠지만 그건 존나 개뻥이지. 넌 피해자가 아니야. 너가 바로 이 모든 상황을 폭발하게 만든 촉매잖아. 니가 바로 그 ‘육체’지. 내가 Illinois로 이사가기 전, 그 마을에 살고 있었을 때, 넌 항상 너의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널 싫어하는 걸 전혀 숨기지 않았지. Jess랑 Alan이랑 맨날 그것 때문에 싸웠잖아. 왜냐면 걔네는 널 사랑했으니까. 걔네는 널 사랑했다고. 근데 넌 걔네를 배신했지. 니가 그 힘을 니 수중에 넣자마자 바로 걔네를 배신했어. 널 찾을 거야. 그리고 널 파괴해 버릴 거야, Elizabeth Hadwell. 니가 내 친구들한테 한 짓과 우리 마을에 한 짓, 그리고 아무 상관 없는 순진한 다른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복수를 할거라고. Claire, 이제 다시 너한테 하는 말이야. 니가 그 마을에 있다니 진짜 유감이네. 글 쓰는 거 보면 되게 괜찮은 애인 것 같은데. 하지만 이건 너가 그냥 피하고 싶다고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야. 나도 그렇게 해 봤어. 아무 소용 없었지. 그냥 신중하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어. 항상 긴장을 놓지 마. 그리고 쓸데없이 오지랖 부리지 말고. 누군가가 좆된 것 같아도 도와주려고 하지 마. 왜냐면 그 사람들은 이미 좆됐으니까. Z한테 연락 와도 무시해. 이건 치료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야. Alan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읽어서 알잖아. 내 조언은, 그냥 그 마을에 갈 떈 항상 가스마스크를 끼라는 것 뿐이야.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을 위치를 알려주면 안돼. 몇 달 전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너가 글에 올린 내용을 보고 뭔가 실마리를 잡았어. 니가 말했던 그 노트북 있잖아. 그것 좀 봤으면 좋겠는데. 아마 Liz 노트북일거야. 걔를 어떻게 하면 물리칠 수 있을 지 큰 힌트를 줄 수 있을지도 몰라. 항상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숨기려고 굉장히 애를 썼기 때문에 아마 비밀번호가 걸려 있을 테지만, 내 생각엔 풀 수 있을 것도 같거든.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만약 혼자 오는 게 불안하다면, 니 친구들이랑 같이 와도 돼. 너를 해치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이 상황에서 약속 같은 건 정말 의미 없다는 건 알지만, 하여튼 약속할 수 있어. 난 너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나한테 문자해. 너한테 시카고 지역번호로 문자 보냈던 사람 있지? 그게 나야. 언제쯤 만날 수 있을 지 알려줘. 우린 서로 도와야 돼. 난 그 마을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고 있고 너는 그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부탁이야. 내가 너한테 어떻게 신뢰를 줘야 할 지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 둘 다 이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잖아? 빠른 시일 내에 연락이 되길 바랄게. 여행자(The Voyager)가 _ 사실 이 메일은 이 주 전에 온 거야. 근데 여기 올리지를 못했네. 내가 이걸 쓰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음… 이건 좀 스포일러인데, 우리 Clayton이랑 결국 만났어. (그 자칭 여행자의 진짜 이름이 Clayton이더라고) 그리고 난 그를 만난 걸 후회해. 근데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 때문에 후회하는 건 아니야. 이 사이비 종교 집단은 굉장히 위험하고 교활하기 때문에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다 활용해야 해. Elizabeth Hadwell이 중요한 키가 될 거야. Alan과 Jess가 자기들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했던 이는 알고보니 ‘개체’와 손을 잡은 공모자였어. Liz는 그들을 배신했고 그들이 그냥 죽게 내버려뒀어. 그리고 지금은 자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모두의 뒤를 쫓고 있지. 그녀의 미친 질주를 멈춰야 해. 그러니까 일단 Elizabeth를 찾아야겠지. 감염된 마을 10 참고: 이 일기는 Claire가 4개월 전, 감염된 마을에서 본인이 겪은 일을 기록한 것이다. Claire는 나에게 이 일기를 이곳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녀 스스로 더 이상 글을 올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일기들이 Claire가 발견한 것들을 충실하게 설명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일기의 시작 시점은 Claire가 Nosleep에 글을 올리기를 멈춘 시점과 동일하다. 이것을 올리는 것이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일기가 끝난 다음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Clayton (여행자) [일기장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Clatyon, 그들은 알 권리가 있어. 시간이 될 때 이 일기를 nosleep에 올려주기를 바라. 그리고 네가 나한테 해줬던 이야기를 그들에게도 해줘. 하나도 빼놓지 말고. 이건 내 마지막 부탁이야. 내가 저번에 니 부탁 들어줬잖아. 아이디: vainercupid 비밀번호: ********** [개인정보이므로 별표 처리함] 고마워. 다른 쪽에서 다시 보자. Claire _ 2014년 4월 12일 이제 전기를 쓸 수가 없어. 미안해, nosleep. 내 핸드폰 충전기 케이블이 죄다 썩었거든. 플라스틱이 말라비틀어졌고, 구리선은 다 헤졌어. 그냥, 그냥 일어나니까 그렇게 되어 있네. 하여튼 그래서 이제 폰은 꺼졌고, 내 노트북은 그냥 존나 망가졌어. 이 방 전체가 그냥 다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나도 같이 썩고 있는 느낌이야. 그냥 이대로 시들어서 죽어버리는 느낌. 내 손이랑 발을 보면 그냥 정상처럼 보여.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것 같지. 하지만 변화는 내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어. 뭔가가 내 몸 속을 기어다니고 있는 게 느껴져. 피부 저 아래에, 수억 개의 기생충들이 내 근육과 뼈 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기분이야. 내 손톱을 자세히 관찰하면, 손톱 바닥이 갈색으로 썩어가고 있는 게 보여. 여행자 (진짜 이름이 Clayton이라고 저번에 말했지.) 그 개새끼가 Elizabeth Hadwell의 노트북을 가져갔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편이 훨씬 나을 거라면서. 자기가 어쩌면 모든 걸 고칠 수도 있을거라고. 그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Clayton의 노트: Claire와 처음 만날 때 난 “여행자”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내 신상 정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 옛날 게임 아이디였기도 하고, 내 이메일 주소에도 ‘voyager’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Alan이랑 Lisa가 날 그 별명으로 불렀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Jess랑 Elizabeth가 날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고. ] 시간관념이 무너지고 있어. 중간중간 기억이 끊기는 건 물론이고, 점점 선후관계도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는 것 같아. 일단 내가 생각하기에 처음 일어났던 일부터 설명해볼게. Clayton이 나한테 그 이메일을 보낸 뒤부터, 우리 둘은 많은 이야기를 했어. 문자도 했고, 전화도 했고. 난 걔가 날 속이고 있지 않다는 걸 최대한 확실히 해두어야 했으니까. Clayton은 계속해서 자기는 날 도우려고 하는 것이며, 이 모든 일들을 멈추려고 하고 있다고 반복해서 말했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볼거라고. 자기는 Elizabeth와 Jess, Lisa, Alan, Alex 모두를 알고 있다고 나한테 얘기했고, 나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어. 그치만 막상 만나니까 그것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지. Clayton이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건 확실하지만, 그가 이 모든 일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 역시 확실해. 자기가 그 노트북 비밀번호를 풀 수 있다고 했고, 그게 우리한테 유일한 답이 될 거라고 했으니까. 하여튼 그래서 우리는 Clayton과 만났어. 나랑 Blake랑 Heather랑. 우리보고 마을로 들어가는 그 다리에서 보자고 하더라고. 우리는 다리로 갔지. 삼십 분 정도 기다렸어.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던 것 같아. 내 기억으로는. 그 때 다리 밑에서 뭔가가 질질 끄는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했어.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지. Heather는 완전히 겁에 질려서 빨리 가자고 했어. 난 거절했고. 그때 난 점점 절박해지고 있었거든. 난 내가 이미 완전히 감염됐다는 걸 그 때 이미 깨달은 상태였고, 그가 뭔가 방법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든간에 그와 대화를 해 볼 생각이었어. 그 발자국 소리는 Clayton이 내는 소리라는 게 밝혀졌어. 그는 다리 밑에 있는 베이스캠프에서부터 기어올라오고 있었지. Clayton을 보자마자 걔가 저번에 봤던 그 가죽자켓이라는 걸 알아차렸어. 저번에 우리 셋이 차 타고 마을을 한 번 쭉 돌 때, 가죽자켓 입은 남자가 드레스 입은 여자를 데리고 걸어가고 있었잖아. 그 때 Clayton은 우리를 피해서 달아났었지. 그냥 평범한 보통의 남자였어. 뭔가 외관상의 특징이 딱히 없었다고나 할까? 생각보다 젊은, 우리 나이 또래의 키 큰 남자였어. 어두운 갈색 머리에 덥수룩한 턱수염에. 근데 되게 지저분했어. 먼지투성이에 냄새도 엄청 났고. 몇 달 동안 길거리에서 지낸 것 마냥.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받았던 인상이랑은 완전 딴판이라서 좀 놀랬지. 목소리는 되게 또렷하고, 발음도 굉장히 정확해서 이런 모습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 그는 다리 난간을 잡고 기어올라와서 우리 맞은 편 다리 끝에 가서 섰어. 그리곤 먼지를 털어냈지. 그 다음으로는 딱히 별다른 일이 없었어. 우리한테 말 한마디 안 했거든. 난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Clayton은 그냥 고개 한 번 끄덕하고 우리한테 다가오지도 않았어. 그냥 불빛을 차례로 우리한테 비춰서 한사람 한사람 꼼꼼히 살펴 볼 뿐이었지. 그러다가 갑자기 얘가 깜짝 놀라면서 뒤로 휘청이는거야. 난 우리 뒤에서 뭔가가 다가오나 싶어서 뒤를 돌아봤지만 뒤에는 Blake랑 Heather 뿐이었어.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해서 눈만 끔뻑이고 있었지. Clayton이 갑자기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뭔지는 정확히 못 들었지만 대충 “씨발 것들!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저리 꺼져! 날 쳐다보지도 마! 당장 꺼져버려! 이 엿 같은 괴물 놈들! 너넨 다 괴물이야!” 뭐 이런 내용이었어. 진짜 완전 뜬금없었지. 엄청 부적절하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무슨 정신이상자 같았어.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그 때 깨달았어. Clayton이 갑자기 총을 빼들었어. 까만 피스톨. 허리춤에서 꺼내더니 우리를 정확히 조준하더라고. Heather가 소리지르기 시작했어. Clayton도 질세라 마주 고함을 쳤지. 그러니까 Blake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Heather와 나를 자기 뒤로 보내면서. 난 존나 이게 무슨 상황인지 너무 혼란스러웠어. 진짜 겁나 카오스였어. Blake가 갑자기 Clayton을 향해서 두어 발자국을 걸어갔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병신 짓이었지. 총성이 폭발했어. Blake는 땅으로 쓰러졌고. Clayton은 마을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어. 총알이 Blake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하고 지나가고도 모자라 Heather의 왼쪽 귀마저 찢어 놨어. 우리는 전보다도 훨씬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지혈을 하려고 난리를 쳤어. 난 Blake 옆에 앉아서 내 손을 상처에다 대고 힘껏 눌렀어. 영화에 보면 다들 그렇게 하잖아. 압박을 해야지, 안그래?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하여튼 어찌저찌 Blake를 차 안으로 옮겼어. Heather는 피와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도 운전대를 잡았고, 난 Blake와 함께 뒷좌석에 앉았어. 계속 어깨를 손으로 꾹 누르고 있는 상태였지. 엄청나게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고, 얼굴색도 굉장히 창백했어. 우리는 곧바로 병원으로 갔어. 병원에 거의 반 정도 다 와서야 내가 노트북을 그 다리 위에다가 놓고 왔다는 걸 생각해냈지.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걸 다시 가지러 갈 수는 없었어. 곰팡이랑 온갖 괴물이랑 감염이랑… 이젠 거기다가 총기 난사를 일삼는 미친놈까지 상대해야 했으니까. 내가 땅에 떨어트려서 고장났을 수도 있는데, 그걸 가져가자고 그 수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으니까. 병원에 도착해서, 우리는 의사한테 Blake를 격리조치 해달라고 부탁했어.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다고. 의사가 실제로 그렇게 해줬는지는 잘 모르겠어. 우리가 병원을 떠날 때 Blake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거든. Blake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지만, Heather가 우리 둘이 이런 공공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 Blake는 며칠 있다가 다시 모텔로 돌아왔어. 꽤 많이 꼬맨데다가 진통제도 엄청 많이 가지고 왔지. 의사들이 다들 퇴원하면 안된다고 말렸다던데,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오래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재빨리 퇴원해버렸대. 특히 병원에는 아픈 사람들 투성이니까. 병원 직원들이 우리를 무슨 이상한 은둔자 집단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긴 하지만.. 뭐 될대로 생각하라지. 이만 줄여야겠어. 더 이상은 못 쓰겠네. 손이 아파서. 너무 피곤하다. [Clayton의 노트: Claire의 일기에서 내가 더 첨가한 내용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괄호 안에 굵은 글씨로 쓰도록 하겠다.] 2014년 4월 13일 (?) 내가 느끼는 바로는 일단 13일이야.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저번 일기를 쓰고 일주일이 지났을 수도 있겠지. 그냥, 어떻게 일어나기는 했어. 이야기는 계속 해야겠지. 과연 이걸 누가 읽어나 줄까 하는 의심이 점점 더 들기는 하지만. 이 셀프 격리의 제일 안 좋은 점은 너무너무 지루하다는 거야. 누가 너희 손에서 컴퓨터랑 핸드폰을 억지로 뺏기 전에는, 너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컴이랑 폰 붙들고 사는지 아마 인식도 못할걸. 이 호텔 방에 갇힌 채로, 숨막히는 정적 속에 하루가 그냥 흘러가고 있어. Blake는 진통제를 먹고 기절하듯이 잠들어 있어. Heather는 그냥 창가에 조용히 앉아 있고. 우리 모두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 그래서 일기나 쓰려고. 모든 것들을 여기에 설명해보려고 해. 내가 만약 정신을 완전히 놓게 되면, 여기에 쓴 글들을 지우기는 더 힘들어지겠지. Blake가 병원에서 돌아온 다음 날까지도 내 폰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었어. 그리고 Clayton이 나한테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자를 보냈어. Clayton: 닭장에 여우가 한 마리 있다. 내가 분명 후회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난 그에게 답장을 했어. 지금 나한테 핸드폰이 없는데다가 그 때의 그 대화를 어디다가 받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아닐거야. 근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기억해서 옮겨 적어볼게. 기억해라, 기억해 내. [Clayton이다. Claire가 일기장에 갈겨 쓴 우리 대화는 부분적으로만 맞다. 내 대화 기록에 남아있는 우리 대화를 정확하게 옮겨 적어 보겠다. 확실하게 말하는데,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적은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럴 마음도 없고.] CLAYTON (1:03 AM): 닭장에 여우가 한 마리 있다. CLAIRE (1:14 AM): 미친놈아, 뭐하는 짓거리야?! 넌 Blake를 쐈잖아! 우릴 그냥 내버려 둬! CLAYTON (1:15 AM): 네 친구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 CLAYTON (1:15 AM): 미안해. CLAIRE (1:18 AM): 역 먹어! 총 들고 남 위협하는 게 니 일이냐? 너도 그 사람들이랑 똑같이 미친놈이야. [이 문자를 받고, 나는 나한테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진짜 Claire인지 살짝 걱정이 됐다. ‘개체’와 Liz는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사람을 조종하는 데 아주 능숙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엿’을 ‘역’이라고 오타 낸 게 날 아주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Claire가 아닌 다른 그 무언가가 나를 속이려고 문자를 보내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답장을 하지 않았지. 이건 여담이지만, 나는 감염된 사람들이 오타를 내는 건 그들의 운동 기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 속에 들어오게 되면, 근육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손과 발의 살들이 서로 붙어버리기 때문이다. ‘개체’에게 잠식당한 사람들이 심각하게 오타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LAIRE (1:27 AM): 너도 그 사이비 광신도 중에 하나지. 니가 그 썅년 Elizabeth Hadwell의 하수인이라는 걸 알고 있어. [이 문자를 보고 난 흠칫 놀랐다. 난 Liz를 상당히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이 일들이 일어나기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그녀를 아주 잘 알지. Liz는 스스로를 ‘썅년’이라고 절대 부르지 않는다. Elizabeth Hadwell은 내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속이려고 하는 순간에도 결코 자기 자신을 그런 식으로 모욕하지 않을 사람이지. ‘개체’ 역시 절대로 Liz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 둘은 분리된 인격이지만, 서로를 그리고 그들 스스로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답장을 했다.] CLAYTON (1:34 AM): 난 광신도가 아니야. 그리고 결코 Elizabeth의 하수인도 아니고. 지금 혼자 있어? 너한테 전화해야 할 것 같아. 니가 알아야 할 게 있어. [Claire는 답장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Claire가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 때 내 폰 배터리가 나갔어. 그래서 그가 나한테 전화했는지 안했는지는 알 방법이 없지. 그 직후에 내 필름이 끊겼던 것 같아. 왜냐면 내가 그 다음으로 기억하는 건, 침대에서 일어나 봤더니 내 폰 충전기 코드가 망가져 있던 거였거든. 그게 그리고 나의 문명 사회와의 단절을 뜻하는 시발점이었어. 그가 나한테 하려고 했던 말이 뭐였을까? 뭐였는지 [일기는 여기서 갑자기 멈췄다.] 수정: 더 이야기 할 게 아직 남아있어. Claire의 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한테 내 이야기도 말해주기로 약속했으니까. 금방 다시 글 올릴게.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9),(10)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 블레이크가 찍은 사진 속 크리쳐 너무 무섭다... 저걸 찍고 있었다니 블레이크도 참. 하긴 생각해 보면 저 마을까지 굳이 찾아갔던 것만 봐도 블레이크도 겁나 (한편으로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뭐. 근데 왜 여행자는 블레이크와 헤더를 쐈던걸까. 그 둘 중 누군가를 알고 있는걸까. 둘 중 누군가가 위험한 사람이었던걸까. 블레이크를 쐈던 걸 미안하다고 했으니 헤더가 문제인걸까. 왜 갑자기 충전기 코드가 망가진걸까.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졌어. 그건 내일! 잘 자고 ㅎㅎ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10화
주말 마무리는 역시나 귀신썰이지. 너무 늦게 올리면 무서워서 잠 못 잘까봐 ㅎㅎ 그나마 덜 어두울 때 가져왔어.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11 [Clayton이다. Claire의 일기 나머지 부분이다. 다음에 나올 부분들부터는 그녀의 정신이 급격하게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 보여진다. Claire는 이 시기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던 듯 하다. 페이지가 바뀌는 것은 줄을 그어서 구분하도록 하겠다.] 4월 14일이나 15일이나 20일 4월의 소나기는 5월의 꽃을 피우지. 이 노래가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아. Heather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지. 패 버리고 싶어. 죽여버리고 싶어. 걔가 뭔가 나쁜 짓을 해서 내가 걔한테 복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걔는 그냥 창가에 앉아있을 뿐이야. 그냥 앉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미소를 짓고 있어. 계속 나 스스로한테 Heather는 그냥 피해자일 뿐이라고 되뇌고 있지만 별로 소용이 없네. 그렇게 생각하면 또 내가 걔를 이 마을로 끌고 들어온 게 생각나고, 그러면 죄책감이 생기고, 그러면 또 다시 화가 나니까. 난 요즘 항상 화가 나 있어. 아니면 지쳐 있는 건가? Blake, 너를 사랑해. 너가 걔를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내 두피 속에 뭔가가 숨어 있는 것 같아. ------------------------------- 다음 머리가 존나 아프지만 좋은 하루였어. Blake가 꽤 괜찮은 농담을 했거든. 말이 무슨 짓을 무슨 짓을 씨발. 기억이 안나. ------------------------------------------- 4월 3월 5월 몰라 안 좋은 하루였음. 머리 아픔. 내가 얼마 동안 정신 잃고 있었는지 모르겠음. 글씨를 쓰기가 어려움. 촛불도 너무 밝아. Blake의 방에 아침 일찍 들어갔다가 Blake와 Heather가 섹스를 하고 있는 걸 목격했다. Heather가 위에 올라타고 있었음. 그녀가 나를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나한테 팔을 뻗었음. 마치 같이 하자는 듯이…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Blake의 얼굴은 멍했음. 눈에 초점이 없었고 그냥 침대에 축 늘어져서 누워 있었을 뿐. 내가 들어온 지도 몰랐던 것 같다. 난 뒤돌아서 나갔다. 너무 화가 났는데 다른 건 기억이 안 난다. 어떻게 이런 때에 떡이나 치고 있을 수가 있지? 그럴 힘이라도 있나? 아마 그냥 꿈이었나보다. ------------------------------------------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 배고프지 않아. -----------------------------------------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페이지 전체가 이 두 글자로 도배되어 있었다. 밑으로 갈수록 글씨가 점점 뭉개지고 있었다.] --------------------------------- 4월 중순- 아니면 5월 초 오늘은 정신이 굉장히 맑다. Blake도 막 일어났다. 평소보다 상태가 훨씬 좋다. Heather는 하루종일 자고 있다. 어제 술을 엄청 많이 마셨거든. 아직도 볼이 빨갛다. 우리가 괜찮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하지만 어떻게? 해질녘쯤 해서 Blake와 나는 산책을 하러 나갔다. 그의 어깨가 감염된 것 같다. 하. 무슨 어깨가 아닌 다른 부분은 감염이 안 되기라도 한 것 처럼. 다시 병원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차를 보니까 엔진이 완전 갈기갈기 조각이 났거든. 난 차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Blake가 말하기를 중요한 전선들이 죄다 잘려져 있거나 뽑혀 있다고 했다. 주차장에서 점화플러그를 발견했다. 차 문제를 떠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안된다. 모텔은 버려진 것 같다. 되게 오랜만에 호텔 리셉션을 찾아가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썩어가는 흙 냄새. 구석에서부터 곰팡이가 피고 있었다. 내 죄책감에 석유를 끼얹는 꼴이었다. 나머지 하루는 Hadwell 경전을 다시 읽으면서 보냈다. 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경전에서 찢겨진 부분이 일기에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Claire가 인용하고 싶었던 부분인 것 같다.] 108쪽, 3번째 문단 ’그것’이 ‘그것’의 형제의 잔인함을 목도하였을 때, 우리의 ‘개체’는 ‘그’가 인간의 존엄성을 묵살한 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겼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성스러우며, 우리는 선택받았음을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하셨다. 인간의 존재가 없었다면, 우리의 ‘개체’는 이 차원으로 넘어오시지 않았을 것이며, ‘그것’의 빛으로 이 세상을 축복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인간이 없었다면 ‘개체’는 ‘그것’에게 적대적인 이 왕국에서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전능자께서 우리를 소중히 여기고 계시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그 중에서도 ‘개체’의 교회는 가장 성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개척자들이다. ‘그것’의 빛이 온 세상을 축복하게 하라. 모든 인류가 승천할 수 있도록.” -------------------------------------- 다음 날이다. 24시간이 넘도록 정신을 잃지 않았다. 이게 좋은 일인지 무서운 일인지 모르겠다. Heather와 Blake 역시 나와 같다. 어젯밤에, 정말 오랜만에, 내 스스로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때까지는 깜빡 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침대였는데… 샤워를 마음껏 한 뒤 새벽 2시 경에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점점 희망이 생긴다. 아니야. 징크스를 만들수는 없지. 죽은 듯이 잠을 자다가 새벽 4시 쯤에 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에 깼다. 문틈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들어왔다. 선명한 공포가 느껴졌다. 몸 전체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공포. 그런 선명한 감정은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거여서 살짝 반갑기도 했다. 그때 그 터널에서 크리쳐에게 쫓긴 이후로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으니까. 뭔가 확실히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문이 더 열렸다. 처음에는 Heather인 줄 알았다. 뭔가 여자같다는 느낌에, 짧은 머리,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휘청거리면서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니까, Heather라고 하기에는 너무 말랐다는 걸 깨달았다.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 뼈랑 살갗밖에 없었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밖에서 불빛이 더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사람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빼짝 마른 몸에 오래된 곤색 메이드 복장 같은 걸 하고 있었다. 하얗고 매마른, 닳아빠진 피부에 거의 다 벗겨진 머리. 까만 머리카락 몇 가닥이 아직도 달려 있었다. 눈은 퉁퉁 부어서 감겨 있었지만 멍든 자국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입은 아플 정도로 크게 찢어져서 웃고 있었다. 머리는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 있었는데, 귀가 거의 쇄골까지 내려가 있었다. 거의 얼굴의 위아래가 거꾸로 되어 있을 정도로. 왼쪽 팔은 없었는데, 팔이 잘려나간 상처는 유니폼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왼쪽 발은 맨발이었고 접질린 듯 보였다. 난 침대에서 굴러떨어져서 재빨리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비명을 질렀던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녀는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기울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내 쇠지렛대를 꽉 움켜쥐었지만, 내가 그걸로 뭘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희생자 중에 하나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냥 우연히 내가 이 모텔에 머물기로 한 선택 때문에. 아니 그 전에 내가 이 마을을 탐험하려고 했던 선택 때문에. 그리고 마을 주변에 머물면서 얼쩡거리기로 한 것 때문에. 너무나 많은 잘못된 선택이 있었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문간에 서 있는 그녀, 아니 그것은 아마도 호텔 청소부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호텔 청소부도 사람도 아닌 그 무언가가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우리는 그렇게 눈을 마주친 채로 한참을 있었다. 그리곤 그녀가 팔을 떨구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마치 짐승처럼 네 발로 움직였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서, 채 몇 초도 안 되어 내 지척으로 다가왔다. 그때 그녀가 얼마나 조용한지에 대해서 깨달았다. 으르렁거리지도, 낑낑거리지도 않았다. 그냥, 얕은 숨소리를 이빨 사이로 색색 내뱉을 뿐이었다. 엄청나게 밭은 숨소리를. 그녀가 손을 들어서 내 입술 사이로 억지로 우겨넣었다. 얼마나 깊게 쑤셔넣었던지 거의 토할 것 같은 지경이었다. 곰팡이 맛이 났다. 아직도 입에서 그 맛이 나는 것 같다. 내가 가만히 있었다면 아마 그 손이 내 목구멍까지 닿았을 것이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난 그제서야 쇠지렛대를 들어 그녀를 후려쳤다. 쇠지렛대는 그녀의 머리에 깊이 박혀들었고, 그녀는 나동그라졌다. 그 순간까지도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냥 조용한 방에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난 고개를 들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후 일어났다. 그리고 뭔가 핀트가 나간 것 같다. 내 분노를 조절하지를 못했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분노가 내 온 몸을 지배했다. 난 선 채로 그녀의 머리를 계속해서 내려쳤다. 이빨과 눈 사이에 쇠지렛대가 박혀들었다. 피는 튀지 않았다. 그냥 빼짝 마른 시체를 때리는 느낌이었다. 배 쪽에 쇠지렛대가 박혀들었을 때는 검고 찐득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토할 것 같다. 어쨌든, 요약하자면 내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씨발 그녀를 죽였다고. --------------------------------------- 우리는 시체를 숲 속에다 묻었다. [이 페이지는 물로 얼룩져 있었다. Claire가 이 부분을 쓰면서 울었던 모양이다. Claire는 아무래도 그것들에 대해서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 며칠인지 알 수 없음. 오늘 아침에 난 마을에 들어가 있었다. 내가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는 모르지만, 난 어떤 집 안에 있었다. 구석 부분에 얼굴을 처박고 서 있는 채로. 모텔로 돌아오는 길은 아주 길었다. ----------------------------------- [이 때 난 Claire를 목격했고, 그들이 머물고 있는 모텔까지 뒤를 밟았다. 난 Claire가 마을의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는 걸 봤는데, 완전히 정신을 놓은 것 같았다.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데, 꼭 자기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 난 그녀를 더 이상 어떻게 손 쓸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곧 Claire는 정신을 차리고 마을을 떠났는데, 그걸 보고 아직 그녀가 때때로 명료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아직도 뭔가 해결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것도. 난 정말 그녀를 돕고 싶었다. 이건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내가 도울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난 Claire를 굉장히 좋아했다. 용감하고, 고집 있고.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뿐이다.] ------------------------------------- [이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건물의 평면도가 그려져 있다. Claire가 그린 듯 하다. 이게 어디를 그린 건지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거의 매일 놀러갔던 곳이니까. Alan의 아파트를 그린 건데, Alan이 Lisa와 같이 살았던 집이다. 너희를 위해 사진을 찍어왔다. 이게 그 사진이다. 물음표가 내 호기심을 굉장히 자극했다. Claire가 뭔가를 알아낸 걸까? 이 벽 뒤에 뭔가 중요한 게 있는 걸까?] ---------------------------------- 난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가지지 못한 것들을 사랑한다. 난 내가 증오하는 것을 사랑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 날 가둔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있다. 제발, 제발 멈추지 마. 계속 해. 뒤돌아설 수 없어. 이걸 끝내. 날 데려가. 나와 함께 올라가줘. 약속했잖아. 나랑 약속했잖아. [Claire는 다시 정신이 흐려진 상태로 되돌아간 듯 하다. 이 부분에서 그녀는 ‘개체’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 [종이 쪽지가 다시 일기에 붙여져 있다. 내가 쓴 노트다. 내가 ‘그것’과 ‘개체’에 관해서 여러가지 소스를 통해서 모은 자료들이 정리된 노트가 있다. 내가 알고 있거나 어디서 들은 내용들, 그리고 내가 추측한 것들까지 모든 내용이 그 파일에 정리되어 있다. Claire가 이 일기를 쓰기 직전에 누군가가 내 캠프에서 이 노트를 훔쳐갔다. 아마 Elizabeth나 그녀의 꼭두각시 중 하나가 내 캠프에서 그걸 훔쳐다가 모텔에 갖다 놓은 것 같다. 어쩌면 Claire 본인일 수도 있겠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Claire는 아마도 대강이나마 인용된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한 것 같다. 아니면 남아있는 부분이 이것밖에 없었거나. 어쨌거나 그녀의 남아있는 의식이 이것을 기억하고 싶어 했던 듯 하다. 이것을 제외한 파일의 나머지 부분은 분명 파괴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기억하는 것과 이 사이트에 남아있는 정보를 제외하면 이 일에 대한 기록은 세상에 없다. 어쨌든, Claire는 이 부분을 스크랩해 놨다. 내가 직접 쓴 건 아니고, 마을에 살고 있던 연구 집단이 이 바이러스의 발병에 대해서 기록한 것이다. 그들은 경찰이 채취한 곰팡이 샘플을 연구했고, 심지어 한 번은 살아있는 감염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 같다.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들은 이제 모두 죽었다.] “3단계: 기억 상실과 운동 상실로 특징지어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의식이 깨어 있는 기간도 아직까지는 존재한다. 언어와 동작이 어눌해진다. 급성 마비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된다.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 끊임없이 미소를 짓게 된다. 빛에 극도로 민감해지고, 체모가 사라진다. 신체가 되화된다. 식욕 감퇴. 대뇌 피질이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이 단계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는 단계이다. 오늘까지, 환자는 약 80일 간을 3단계에 머물렀다.” -------------------------------- [일기 내용은 더 있다. 너희들의 질문에 최대한 답변하도록 노력하겠다.] 감염된 마을 12 [Claire의 일기다. 이 일기가 너희들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난 하루종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고 있어. 한 순간 난 너무나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너무 화가 나서 누굴 죽여버리고 싶지. 그리고 나서는 절망이 찾아와. 절망은 여기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인데. 그리고 나서는 그 순환이 계속돼. ‘그것’을 사랑했다가, ‘그것’을 증오했다가, 다시 ‘그것’을 사랑하게 돼.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내가 깨어 있을 때, 이건 감염 증상 중에 하나겠지. 그래야만 해. 내 삶을 파괴하는 신이든 악마든간에 어떤 씨발 것을 내가 사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가끔은, 내가 혼자 있을 때, 그러니까 나랑 내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무언가랑 단 둘이만 있을 때, 난 금빛 찬란한 평화를 느끼기도 해. 그 헌신과, 그 사랑. 그 평화는 심지어 내가 일어나서 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일 수 없을 때도 날 찾아와. 때때로 필름이 끊기는 게 느껴져. 내 시야가 회색으로 변하고 난 미치는 거지.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게 찾아올 때가 있어. 꼭 지금처 --------------------------------- Heather가 춤을 추면 난 웃기 시작해. 그리고 우리 모두 춤을 춰. 맨 발로.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아. --------------------------- 이렇게 살 순 없어. 날 죽여줘. --------------------------------- 제발 그만해. 그만 속삭여. 니가 이걸 읽고 있다는 걸 알아. 제발 그만해. 돌아와. 내가 너보고 방금 가라고 했었는데 그건 다 거짓말이야 난 너가 필요해 제발 넌 날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야 너 없이는 견딜 수 없어 널 증오해 씨발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내 어린시절의 찬란한 괴로움을 기억한다.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기다리며. 평화를 기다리며. 기다리며. 여행자는 맹목적으로 꺼려 한다. 반쯤은 무지한 채로, 무기력하게. ----------------------------------- 오늘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손으로 기어다녀야 했다. Heather는 그게 웃기다고 했다. 나도 웃겼다. 하지만 Blake는 울었다. 그래서 나도 울었다. Blake가 우는 걸 보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내 옆에 무릎꿇고 울면서 날 사랑한다고 했다. Heather는 굉장히 화를 냈다. 막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쉈다. 그 날 밤에 우리는 또다시 춤을 췄다. 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침대에 누워서 팔로 그들을 껴안고 지탱했다. -------------------------------------- 몇 주가 지났다. 그건 확실하다. 어쩌면 몇 달이 지났을 수도 있다. 정신이 드는 날들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런 날들은 보통 너무나 피곤해서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건 써야겠어. Elizabeth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녀가 나에게 간섭하는 것이 느슨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았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필름이 끊기고, 걸을 수도 없다. 다리 근육이 퇴화한 것 같다. 피부 또한 종잇장같이 새하얗다. 갈비뼈는 툭 튀어나왔다. 이젠 펜을 잡는 게 힘이 든다. 머리카락이 뭉터기로 빠지고 있다. 내 다리가 이 모양이 된 다음부터는 계속 바퀴달린 컴퓨터 의자를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정신은 한결 또렷해졌다. 내 속에 있는 뭔가가 마치 내 스스로 내 몸이 차츰 망가져가는 걸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 같다. Clayton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를 알아냈다. 그와 다시 연락이 되는 데는 꽤 오래 걸렸다. Elizabeth가 그가 나에게 연락하는 걸 방해했는지도 모르겠다. [Elizabeth는 실제로 많이 방해를 했다. Claire의 방문 앞에 수없이 많이 쪽지도 남겼고 사진도 찍어서 보냈다. 그러나 그 중에 실제로 Claire가 받아 본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Elizabeth는 내 생각보다 훨씬 교활했다.] 요즘은 하루종일 정신이 멀쩡했다.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 중에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방 안에 앉아서 곰팡이가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보기만 할 뿐. 다른 애들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애들이 우리 방 사이에 있는 복도에 와서 몇 마디 중얼거리는 소리는 들었다. Heather는 가끔 노래도 불렀다. 평소와 같이. 사람과 접촉한다는 생각만 해도 토기가 치밀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 속에서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절대로 이 방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저녁쯤, 몇 시간 전에, 주차장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놀라서 돌아봤는데, 어떤 두꺼운 봉투 하나가 내 방문 아래로 밀어넣어지는 거였다. 난 의자를 방문 쪽으로 밀어서 서둘러 봉투를 집어들었다. 다른 방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봉투 앞면에는 “Claire : 혼자 있을 때만 열어보시오” 라고 쓰여 있었다. 그게 ‘여행자’의 뾰족뾰족한 글씨체라는 건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봉투를 서툴게, 그리고 천천히 여는 동안 내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 손은 더 이상 예전처럼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건 사실이다. Claire의 손글씨는 점점 알아보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몇몇 부분은 거의 읽을 수 없는 정도였고, 또 어떤 부분은 그냥 낙서를 찌끄린 수준이었다. 그런 것들은 여기 옮길 수 없었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봉투를 여는 데는 적어도 오 분 이상 걸렸던 것 같다. 난 조용히 앉아서 봉투를 열었다. 사진 몇 장이 떨어졌다. 아니, 사진 두 조각이 떨어졌다. 찢어진 조각이었다. 좀 큰 첫번째 조각은 세 사람의 얼굴 사진이었다.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코에 피어싱을 한 금발머리 소녀와, 보조개를 보이며 웃고 있는, 어딘지 낯이 익어 보이는 애쉬 브라운색 머리의 남자… 그리고 Clayton. 그의 바로 옆에서 사진이 찢어져 있었는데, 옆에 있던 누군가를 고의적으로 사진에서 빼 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뒷장에 뭔가가 쓰여 있었다. 나는 어딘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면서 글씨를 읽었다. 맨 위에는 날짜가 있었다. 2009년 10월. 아래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대로 이름이 쓰여 있었다. Jess, Alan, Clayton 그리고… 사진은 거기서 찢겨 있었다. 나는 뒤집힌 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머지 사진의 조각을 내려다 보았다. 이제는 내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난 사진을 집어들어 이름을 읽었다. Liz. 사진을 뒤집었다. Elizabeth Hadwell, ‘육체’, 그러니까 이 모든 엿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주범의 얼굴을 나는 드디어 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를 이런 지옥에 빠트린 인물의 얼굴을. 예쁘장한, 미소짓는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녹색 눈동자, 짧은 갈색 머리, 빨간 립스틱. 매력적이고 사람을 끄는 얼굴.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얼굴이 지금까지 본 그 어느 것보다도 공포스러웠다. 사진 속의 이 여자가 누구보다도 사악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여자가 그 모든 것의 원흉이기 때문에 그렇게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Heather였다. 옆 방에서, Elizabeth Hadwell이, 내가 한 달 넘게 함께 살았던 그 여자가 높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는 선샤인, 나만의 햇살. 힘들고 지친 날 감싸줘요. 그리고 Blake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내가 이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그렇게 오랫동안 새카맣게??? 그 찰나와 같은 순간에, Blake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사건의 모든 실마리가 나에게로 쏟아지며 덮쳐들었다. 그동안 진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는 순간이었다. 진실은 나와 함께, 아니 내 눈 바로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진실은 언제나 내 앞에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지만, 난 항상 그것을 무시하기만 했었다. 나는 Blake와 만나기 이전에 이 감염된 마을에 한 번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난 아파트 건물과 경찰서를 탐험했었지.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때부터 Elizabeth가 날 주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녀는 날 따라왔다. 날 씨발 끈질기게 따라와서 San Francisco까지 온 거다. 그래서 내 단짝 친구 Blake를 이용해서 내 삶 속으로 끼어들 구실을 마련한 거다. Blake는 핫한 여자들의 유혹적인 손길을 결코 뿌리치지 못할 테니까. 그녀한테는 뭔가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풍겼다. 존나 쿨해 보였다고. 그녀는 우리가 그날 밤 그 바로 가도록 모든 걸 세팅한 다음에 자기가 Blake의 침대로 기어들어갈 수 있도록 우릴 조종했다. Blake가 그 날 밤 누구랑 잤든 난 상관하지 않았다. 질투도 하지 않았다. (Blake랑은 가끔 섹스도 하는 사이였지만. 한때 잘 될 때도 있었다.) 왜냐면 그 날 난 술에 취해 있었고, 애쉬 브라운 색 머리에 보조개가 있는 어떤 남자한테 정신이 팔렸었으니까. 그 남자랑 같이 밤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아까의 그 사진 덕분에 그 남자가 Alan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Alan은 아마 Elizabeth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Alan을 이용해서 나를 손쉽게 치워버린 후, 한층 수월하게 Blake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겠지. 좆 같은 년. 난 널 존나 증오해. 내 생각에는 Alan이 그 호텔 방 5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던 건 Elizabeth에게서 탈출하기 위해서였던 건 같다. 진짜 뛰어내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Elizabeth는 그렇게 썼었다. 아마 거짓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실제로 탈출을 감행했다고 하더라도, Alan이 나한테 나타났던 걸 보면 아마 Elizabeth는 손쉽게 다시 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Heather는 우리 삶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그녀는 우리와 함께 이 감염된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Blake를 스스럼없이 껴안았고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했다. 난 그녀가 그냥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자는 여자 정도. 딱 그 정도로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Heather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Elizabeth가 얼마나 남을 조종하는 일에 능한지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Nosleep 유저들을 속여왔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 Liz인 것처럼. 그녀는 미치도록 뛰어난 배우이다. 그리고 이제 Elizabeth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문제는, 그녀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개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심지어 중간중간 자기가 누구인지 힌트를 주면서까지 날 농락했다. 오레건 지역 번호로 왔던 문자를 기억하는가? 뜬금없는 데서 대문자가 나왔던 그 문자. H와 E만 대문자로 써 있었던. HE. ‘그’를 뜻하는 ‘he’가 아니다. 그건 이니셜이었다. Heather Engels. Elizabeth Hadwell. H.E. 가지고 놀았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던 거다. 맙소사, 우릴 보면서 얼마나 미친듯이 웃었을까. 그리고 Clayton이 보냈던 “닭장 속의 여우”? 이젠 우리 모두 그 여우가 누구인지 안다. 그리고 왜 우리를 향해서 총을 쐈는지도. 왜 진작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단 말이야?! 왜 그딴식으로 나한테 설명할 수밖에 없었냐고??? [이건 내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내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굴었던 거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조심성은 모든 일을 결국 그르치게 만들었다. 정말 미안하다, Claire. 너에게 그 즉시 말했어야 했다. 너를 그 곳에서 바로 빼냈어야만 했다.] Blake의 비명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난 정신을 차리고 급히 그의 방으로 갔다. 정말 순수한 고통과 공포로 가득 찬 비명. 난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팔로 내 쓸모없는 다리를 끌면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빨리 Blake의 방으로 기어갔다. 문을 여는 게 제일 힘들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문고리가 나에게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난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힘껏 힘을 줬다. Blake는 침대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미친년 Elizabeth가 그를 위에서 짓누르고 있었다. Blake의 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의 손목을 거의 잡아뜯듯이 잡고 있었다. 얼굴을 하도 가까이 들이대고 있어서, Blake가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았더라면 둘이 키스하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입을 벌렸다. 크게. 아주 크게. 사람의 입이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마치 뱀이 먹이를 먹을 때처럼, 그녀가 아래턱을 탈골시켰다. 그리고 뭔가 까만 것이… 뭔가가 입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게 뭐 연기였는지 액체였는지 어떤 미친 지랄이었는지 모르겠다. 마치 까만 기름처럼 쏟아져 나왔는데 그러면서도 무슨 연기처럼 공기 중을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Blake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Blake가 지르는 비명은 이제 그 까만 무언가에 막혀서 꼭 가글할 때같이 부글부글하는 소리가 되었다. 난 그제서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Elizabeth는 나를 홱 돌아보았다. 그 기름 같은 까만 것이 다시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그 까만 것이 턱 밑으로 살짝 흘러내렸다. Elizabeth는 매우 분노한 듯 했다. 뭔가 굉장히 난폭해 보이는 동시에…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탈골된 턱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길었고, 어딘지 뒤틀려 보였다. 환각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이 정신이 아찔했다. Elizabeth는 자신의 늘어진 턱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쓸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얼굴에 비해 지나치게 커진 눈에는 흰자위가 하나도 없이 온통 새카맸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입을 비틀어 역겨운 미소를 만들어냈다. 난 다시 비명을 질렀다. [Claire가 여기서 목격한 이 장면이 아마도 ‘개체’의 본 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평상시에는 Elizabeth의 몸 속에 숨어있지만, 가끔씩 이런 식으로 ‘그것’ 스스로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것’이 Blake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강력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Elizabeth는 Blake를 끌고 침대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방 중앙까지 마치 거미처럼 기어오더니 똑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Blake의 목덜미를 잡고 서 있었는데, 무슨 젖은 수건이라도 들고 있는 것 마냥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있었다. Blake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난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Elizabeth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키가 훨씬 커 보였다. 하지만 내가 바닥에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에 커 보였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더니 뭔가를 중얼중얼거렸다. 이미 어두운 방 안에 칙칙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거의 자비롭다고까지 느껴질 만한 그런 미소였다. 그리고는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목소리였다. 두세명이 한꺼번에 말하는 듯한 목소리. 하나는 웅웅 울리는, 그러나 꽤나 거친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어린아이 목소리처럼 높고 째진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잘 모르겠다. 뭔가 달랐다. 여자의 몸에서 나올 법 한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목소리였다. “우리 귀요미가 뭘 하려는 걸까?” 그것이 나에게 물었다. Blake를 든 손을 살짝 흔드는 채로. Blake가 살짝 신음했고, 그것은 나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알 길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거의 무의식중으로, 내 손은 천천히 바닥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옆 바닥에 떨어져 있던 램프를 쥐었다. ‘개체’, 아니 Elizabeth, 아니 어떤 개지랄이든간에 내가 문지방 뒤에서 뭘 하고 있는지 결코 보지 못할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목소리는 Heather의 목소리였다. 아니지. Elizabeth의 목소리였다. “쟨 아무것도 못 해, 내 사랑.” 그녀가 스스로에게 말했다. “못 하지.” ‘개체’의 수많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우리 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걸.” Elizabeth가 다시 말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말하고 있었다. 무슨 병신 같은 잡담이라도 나누는 것처럼. 두 사람이라도 이 방 안에 있는 것처럼. “그렇지. 절대 못 벗어나지.” “꼭 죽기라도 바라는 것 같지 않아?” “진짜 죽고 싶은 걸지도.” “한 번 본인한테 물어볼까?” “한 번 본인한테 물어보자. 얼마나 빨리…” “길 수 있는지.” Elizabeth가 ‘개체’의 말을 이어 받았다. 나를 향해서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였다. 난 내 마지막 기회의 순간이 왔다는 걸 깨달았다. 내 손에 들린 부서진 램프를 그들에게 던졌다. 그녀에게. 아니 ‘그것’에게. 아니 뭐든 좆도 상관없어. 램프는 그녀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녀는 맞은 얼굴을 부여잡을 채로 분노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난 그 틈을 타서 침대 밑으로 재빨리 기어들어갔다. 내 눈에 보이는 숨을 곳은 그곳밖에 없었으니까. Elizabeth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면서 이방 저방을 뒤지고 다녔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돌아다니는 와중에 나는 그녀가 나를, 그리고 Blake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그것’과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그냥 계획대로 하자, 내 사랑.” Elizabeth의 목소리가 말했고, “그래, 자기야. 그래야지.” ‘개체’가 대답했다. “자기는 너무 똑똑해. 계획대로. 예쁘고 영리한 우리 자기.” 맙소사. 자기애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저렇게 되나보다.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건, ‘그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존나 웃기기는 하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건 마치 깨가 쏟아지는 연인이 서로 대화하는 것 같았다. 난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진심으로 두려워졌다. Blake를 데리고 뭘 하려는 건지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들은 심지어 내 방으로 들어와서 나를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치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마 실제로도 난 그들 관심 밖이었을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하나도 없었으니까. 난 침대 밑에 그저 끝없이 누워서, 그들이 내는 발자국 소리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고 그들이 밖으로 나갔다. 난 미친듯이 아까의 그 방으로 기어가서 Blake를 찾았다. 하지만 방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이 Blake를 데려갔다. 그들이 나에게서 Blake를 데려갔다… 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 그 때 이후로 난 정신을 잃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한 주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아니면 그 이상이거나. 내 인생에서 가장 지옥 같은 한 주였다. Elizabeth가 내 주변에 있지 않으면 그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 같다. 아니면 그녀는 그냥 나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고문 같은 일들을 내가 말짱한 정신으로 견뎌내는 걸 원하는 걸 수도 있다. 이 모든 무료함과 고통과 절망을, 두 눈 똑바로 뜨고 견디는 것을. 내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이 감염이 좀더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는 걸 느낄 뿐이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이 병이 날 집어삼키고 있다. 난 지금 그냥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혼자, 가만히 앉아서. 난 모든 것을 잃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아니, 도와달라고 해도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냥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다. 내 남은 삶 동안 끝없이 고통받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걸 인식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Blake. 너를 너무나 사랑해. 네가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널 구할 수 있었으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네가 살 수 있었으면. 곰팡이가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침대를 타고, 이 일기장까지. 내 손까지 기어오른다. 침대에 너무 오랫동안 누워있었기 때문에 내 다리는 이미 곰팡이에 뒤덮여 버렸다. 난 곰팡이가 내 다리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확신한다… 내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미친듯이 아팠을거야. 얼굴이 뻣뻣해진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면, 내가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귀까지 찢어져 있는 징그러운 미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도, 난 여전히 웃고 있다. 난 방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여기 누워서 곰팡이가 내 몸의 나머지를 온통 다 뒤덮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잃고 승천할 때까지. 하. 지옥으로 곧바로 승천할 때까지. 얼마든지.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나는 기다린다. 나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잠깐. 뭐지?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 [Claire의 일기는 여기서 끝이다. 나 Clayton이 이어서 서술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나는 너무나 지쳤다. 악몽과 같은 기억들이 차라리 감염된 게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11),(12)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_ 후.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니, Heather가 Liz였어... 블레이크에겐 대체 뭘 하려는거야, 클레어에게 너무 잔인한거 아냐? 하긴 자신을 사랑해 주던 친구들 조차 그렇게 만들었으니 할 말이 뭐가 더 있겠냐 만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이 잔인한 이야기의 끝이 있기나 할까?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남은 일요일 잘 보내고, 내일 또 보자. 잘자!